[광화문에서/박선희]차세대 한국 수출 주역 글로벌 소비재기업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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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산업2부 차장
박선희 산업2부 차장
지난달 말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고금리 등 복합 위기를 돌파할 방법으로 ‘K콘텐츠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부문으로 패션, 식품, 관광이 연계된 고부가가치 기반의 K콘텐츠를 꼽았다.

지금까지 K콘텐츠와 관련된 담론에서 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해외에서 인기를 끈 영화나 음악 같은 대중문화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K콘텐츠의 경제 효과는 소비재 산업의 수출과 합쳐졌을 때 본격화된다. 한국 문화에 호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분야는 결국 식품, 패션, 뷰티, 리빙 같은 소비재 산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착실히 쌓아온 K브랜드 파워가 실제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려면 소비재 산업 수출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해외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K푸드의 인기는 주목해볼 만하다. 주요 식품업체들의 해외시장 매출은 이미 내수시장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매출 비중은 전체 47%까지로 올라갔다. 오리온은 해외 매출 비중이 67%, 삼양식품은 68%였다. 식품 기업을 더 이상 내수 기업이라고만 치부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해외 진출 식품 기업들의 특징은 기존의 한류 영향력이 거셌던 동남아나 중동 시장을 넘어 북미나 유럽 등 소비 시장의 주류로 치고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K치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들이나 K빵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소비 본류인 미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K패션이나 K스타일에 대한 해외 시장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련되고 핫하다는 의미에서 ‘K힙’이란 말도 생겨났다.

하지만 정작 K브랜드 수출의 최전선에 선 소비재 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내 인식은 그간 높지 못했다. 연구개발(R&D)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았고, 내수 시장 관점에서 규제만 많았다. 식품업계에선 “아직도 식품 등이 제대로 된 산업 취급을 못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계속됐다.

한국에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세계적 소비재 기업이 없는 것은 이런 인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는 소비재 기업이 전혀 없다. 미국 ‘존슨앤드존슨’, 독일 ‘아디다스’, 프랑스 ‘로레알’ ‘루이뷔통’, 영국 ‘유니레버’ 등 선진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소비재 기업들이 포함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정부가 제조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수출 품목으로 소비재를 지목한 건 긍정적 인식 변화다. 연매출 100조 원이 넘는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는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세계적 소비재 기업이 있느냐 여부는 한 국가의 문화적 영향력, 브랜드 파워를 측정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한국 문화에도 이런 힘이 있다. 이미 꿈틀대고 있는 K붐을 산업 효과로 본격화하는 첫 단추는 우리부터 K소비재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차세대#한국 수출#주역#글로벌 소비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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