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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방송통신위원장 후보군이 3배수로 압축됐다.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68), 손기식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62), 홍기선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 위원장(70)이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8일 “3명 정도가 경쟁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작업을 거쳐 가급적 이번 주초에 인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초 SBS 사장을 지낸 송도균 전 방통위 부위원장도 검토했지만 하금열 대통령실장, 최금락 홍보수석비서관, 김상협 녹색성장기획관 등 청와대 고위직에 SBS 출신이 3명이나 포진한 점을 감안해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인선 기준으로 사업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낼 경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청렴성과 전문성 등을 꼽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로 상황이 엄중한 데다 총선까지 앞둔 만큼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조차 인사청문회에서 매섭게 따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후보군 3명은 각각 정치권, 법조계, 학계의 대표성을 갖고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큰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고 의원은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 때 언제든 최고위직에 쓸 카드로 분류돼 왔다”고 전했다. 손 원장은 사시 14회로 청주지법원장과 사법연수원장을 지낸 법조인이다. 이동통신 주파수 확보, 망 중립성 등 법률적 문제 해결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홍 위원장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언론대학원장을 지냈다. 한국방송학회장과 KBS 이사를 지냈고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를 4년간 이끌어 방송계 사정에 밝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전격 사임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취임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정책을 주도한 그는 지난해 연임돼 임기 2년 2개월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중도 하차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조언자)로 불려온 그는 잇단 측근 비리 의혹에 시달려 왔다. 그의 사퇴는 50년 지기인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이명박 정부 양대 실세 원로의 퇴장을 의미한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로 인해) 방통위 조직 전체가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모든 육체적 정신적 정력을 소진했기에 표표히 떠나고자 한다. 지금이 떠나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양아들로 통하던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이 EBS 인사 청탁 비리 의혹을 받고 지난해 돌연 출국한 사실을 의식한 듯 “검찰 수사에서 나의 부하 직원에 대해선 지금까지 별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소문은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착각하게 만든다”며 의혹을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사퇴에도 불구하고 정 전 보좌역을 둘러싼 금품 수수 의혹은 물론이고 최근 ‘정 전 보좌역이 2009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한 의원의 보좌관에게 500만 원이 든 봉투를 줬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검찰 수사와 야당의 공세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 위원장은 사퇴 배경을 묻는 질문에 “고별사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 (여러분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해석하기 바란다”고만 말했다. 방통위는 후임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칠 때까지 홍성규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으로 이끌게 된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

2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는 비록 용퇴(勇退)라는 외형을 취했지만 앞으로 안게 될 부담을 우려한 여권의 선제적 조치라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조언자였던 최 위원장의 위상에 비춰 볼 때 그의 중도 하차는 국정지지도가 30% 이하로 떨어진 이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권력 누수현상)을 가속화할 공산이 적지 않다.○ 부담이 된 ‘대통령의 멘토’여권의 고민은 최 위원장의 정책보좌역을 지낸 정용욱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있었다. 정 씨는 최 위원장을 아버지로 부르는 ‘양아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이 EBS 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돕고 2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아직은 의혹 수준이지만 EBS 이사 선임에 최 위원장이 결정권을 가진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매관(賣官) 파문’으로 비화할 수 있다. 여권이 최 위원장을 적극 만류하지 못한 다른 요인은 26일 불거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보좌관을 상대로 한 돈봉투 전달 의혹이다. 가뜩이나 2008년 전당대회 때 돈봉투 살포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여권으로선 최 위원장이 현직에 계속 남아 의혹이 확산되는 상황에 난처해하고 있다.여기에다 최근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재직 시절의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혐의 판결을 받으면서 야권의 최 위원장 사퇴 촉구도 더욱 강경해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무죄가 난다면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이 때문에 최 위원장의 사퇴는 청와대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해석도 나온다.이 대통령은 최근 대기업 2, 3세의 제과 및 떡볶이 사업을 강하게 지적하는 등 퇴임하는 날까지 국정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은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여권 내에 팽배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성공적인 임기 마무리를 위해 최 위원장은 물론이고 다른 원로그룹 혹은 창업공신들 가운데 여론의 비판에 직면한 몇몇 인사의 추가 용퇴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은 이날 “부하 직원의 금품비리 연루 의혹과 관련해 사임을 결정한 것은 매우 적절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떠나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반면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최 위원장은 처음부터 직책에 맞지 않았고 이미 사퇴시기를 놓쳤다”며 “부하 직원 비리에 대한 도의적 책임뿐 아니라 정책적 잘못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한다면 최 위원장 재직 시절의 각종 방송·통신정책에 대한 국정조사를 벼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MB, 이틀 전 사의 수용방통위에서는 이날 최 위원장의 결심이 알려지자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최 위원장이 읽은 ‘사퇴의 변’ 작성에 관여한 측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직원은 이날 오후가 돼서야 사퇴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은 회견에 앞서 상임위원들에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하지만 방통위의 기류와 달리 여권 핵심부에서는 최 위원장의 사퇴는 시간문제였다는 시각이 많다. 최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해 12월 총선 불출마 선언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함께 상의하며 거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포항 출신인 두 사람은 1957년 서울대 신입생으로 만나면서 50여 년 인연을 시작했다.최 위원장의 한 측근은 “지난해 3월 3년 임기의 방통위원장 연임이 결정될 때만 해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켜내는 게 대통령을 돕는 길’이라고 믿었지만 지난해 말을 고비로 물러날 생각을 굳혔다”고 전했다.최 위원장은 설 연휴 직후인 25일 청와대를 방문해 이 대통령과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최 위원장의 사의를 만류했지만 그의 뜻이 분명한 것을 확인한 뒤 사의를 받아들였다는 게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설명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학교폭력과 관련해 “알면서도 행동에 옮기지 않은 게 제일 무섭다. 나부터 반성한다. 나도 그 점에 대해 소홀했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교육단체 대표 6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나 자신도 공교육을 어떻게 (개혁)할지 생각했지, 이런(학교폭력) 문제는 생각 못했었다. 이게 더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알면서도 행동에 옮기지 않은 것이 나쁘다. 우리가 알면서도 소홀했고 기피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학교폭력 보도에) 되게 충격을 받았다.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학교와 학부모, 학생이 모두 손잡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대구의 한 중학생이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직후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아라’고 지시했지만 아직 대책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서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최근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을 모아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니 발표를 좀 미뤘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도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닌지 하는데, 뿌리를 뽑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문화를 바꿔야 한다. 청소년이 희망인데…”라고 의지를 밝혔다. 또 “아이들에게 ‘왜 때렸느냐’고 야단을 치는 게 아니라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라고 슬퍼하고 애정을 갖는 심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학교를 가도록 하는 데 전교조고, 교총이고 의견이 다를 수 없다.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내 가정의 문제, 우리 아이의 문제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고 주문했다. 이날 전교조 측은 수사당국의 조합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유로 불참했다. 간담회에서 이경자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회장은 “선생님들이 힘들어야 학교가 잘된다. 그래야 스승이라고 불린다”며 교사들의 사명감을 강조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장은 “우리는 가해학생도 피해학생이라고 부른다. 극소수의 자격 없는 선생님, 극소수의 자격 없는 부모가 전체를 흐렸다”며 어른들의 책임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대기업들이 무분별한 사업 확장 논란에 휘말렸던 중소기업·소상공인 업종에서 잇따라 철수를 선언하고 나섰다. “대기업그룹 2, 3세들이 연이어 베이커리·카페 사업에 진출하며 동네 빵집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진 데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이를 문제 삼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호텔신라는 26일 자회사 보나비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베이커리·카페 사업 ‘아티제’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다. 사업 철수의 구체적 방식과 아티제 종업원의 고용을 호텔신라가 승계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보나비 지분을 사회공익재단에 기부하거나 종업원에게 나누어 주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호텔신라는 ‘아티제 블랑제리’의 지분도 정리하기로 했다. 호텔신라는 홈플러스가 최대주주인 이 회사에 기술 지도를 해주고 브랜드를 빌려주는 대가로 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이 동네 빵집과 경쟁” 눈총… 재벌 딸들 줄줄이 손떼나 ▼아티제는 서울과 충남 천안시 삼성전자 공장 등에 2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호텔신라 전체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24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도 이날 순대·청국장 사업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해 순대·청국장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하자 내부 검토를 거쳐 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 상생 요구 여론에 재계 ‘화답’ 호텔신라는 “아티제는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지 않고, 오피스빌딩에 주로 입점해 있어 골목상권 침해와 거리가 멀지만 상생경영을 적극 실천하는 차원에서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덕적 문제는 없지만 ‘삼성이 동네 빵집과 경쟁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아워홈 측도 “사업 철수로 그동안 투자해온 최신 설비 및 영업에 대한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상생협력에 적극 동참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호텔신라와 아워홈의 사업 철수는 사회적인 공생발전 요구에 대한 재계의 화답인 셈이다. 호텔신라와 아워홈은 지난해부터 이들 사업의 중단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이들이 공교롭게 같은 날 사업철수 발표를 한 데에는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민생 챙기기에 나선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날인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때에 대기업그룹 2, 3세들이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공직자와 노동자에게 공직윤리, 노동윤리가 있듯이 이는 기업의 윤리와 관련된 문제”라며 대기업 2, 3세들이 어떤 영역에 진출해 있는지를 파악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신세계 ‘고심’ 호텔신라가 이부진 사장이 직접 챙겨온 아티제 사업을 접기로 하면서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대기업그룹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 장선윤 씨가 대표인 블리스는 현재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등 7곳에 베이커리카페 ‘포숑’을 운영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외동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호텔베이커리도 ‘데이앤데이’와 ‘달로와요’ 브랜드로 각각 118곳과 10곳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그간 이들 베이커리와 아티제의 경쟁은 ‘대기업그룹 오너 딸들의 빵집 전쟁’으로 관심을 끌어왔다. 블리스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한때 12곳에 이르렀던 포숑의 매장 중 5곳의 문을 이미 닫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호텔신라의 발표에 대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데이앤데이와 달로와요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내에 위치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통·서비스 분야 대기업 철수 늘 것으로 전망” 유통·서비스 등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이 문제가 됐던 다른 업종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제조업 분야에 이어 올해 유통·서비스 분야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추진 중이다. 서비스업의 경우 제조업과 달리 대기업이 이미 상당 부분 장악했거나 프랜차이즈가 보편화된 분야가 많아 적합업종 선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예컨대 CJ그룹은 외식사업을 통해 비빔밥 전문점 ‘비비고’를 운영 중이고 롯데그룹도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를 운영 중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인 본부의 영업방침을 따르지만 소유·운영권은 일반 점주들이 갖고 있어 기업규모 구분도 어렵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영역에서 대기업이 발을 빼야 한다는 여론을 감안하면 이들 분야에서도 대기업이 일정 부분 사업 중단 등 양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대기업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는 이른바 ‘잡셰어링’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임기 5년차를 맞아 최우선 과제로 밝힌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근로기준법을 고쳐서라도 이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 “주말근무 포함 52시간 초과땐 불법”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노연홍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두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먼저 주말근무를 주간 노동시간에 산입해 총 근로시간을 줄인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 1인은 법정 최대 근로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정부와 경제계는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행정 해석에 따라 토요일과 일요일의 주말 근무시간은 주간 노동시간 산정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고쳐 주말 근무시간을 주간 노동시간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가령 하루 10시간씩 주 5일 근무한 뒤 주말에 12시간을 더 일했다면 앞으로는 총 주간 근로시간은 62시간이 되어 ‘10시간 법정시간 초과’로 처벌 대상이 된다. 결국 A기업이 동일한 생산을 유지하려면 기존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에 제3자를 추가로 고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기업이라고 해서 일감이 꾸준히 많은 게 아닌 만큼 탄력적인 적용이 필요하다”며 “잡셰어링에 따른 추가 고용은 아무래도 비정규직 형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근무시간 한도 적용에서 제외되는 업종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운수업, 통신업, 접객업, 청소업 등 12개 예외 업종을 적시하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42.7%가 ‘예외 대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근로자의 42%가 예외라면 그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고용자를 늘리도록 하는 강수를 선택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어려움 때문이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떨어지는 환경에서 국내 대기업은 자체 투자에 한계가 있고 단기간에 경영효율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기업 나름대로 일자리 확대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결국 이 대통령으로서는 공생발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정부의 법안 제출 권한을 쓰기로 결심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노동계와 재계는 일단 우려 노동계는 환영과 우려의 뜻을 동시에 나타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일은 장시간 노동관행을 바로잡는 바람직한 조치”라면서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및 근로조건 저하 문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은 환영하지만 임금 총액 감축 가능성에는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노동계는 법 개정을 통한 휴일 근로의 법제화에는 반발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2000년 장관 지침을 통해 ‘휴일 특근은 연장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던 고용부가 이번에는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이전에 이 문제가 거론됐을 때처럼 노동시간 단축을 정치 공방으로 쟁점화해 국회로 떠넘기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대기업의 강성노조를 중심으로 ‘근로시간은 줄이지만, 임금총액은 조금밖에 양보 못 한다’는 요구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나아가 경총 관계자는 “근무를 대신할 비숙련 신규 인력을 뽑아야 하는 만큼 이중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앞으로 제도가 달라질 경우 일부 근로자들이 수당을 더 받기 위해 ‘느슨하게 오래 일하는’ 관행도 달라질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처럼 재계와 노조가 모두 환영하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노사정 협의, 정부안 마련, 국회의 법 개정 과정에 대기업 경영자와 대기업 노조가 함께 얼마나 양보하느냐가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잡셰어링 도입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직접 지시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이 대통령은 25일 “대기업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적극 검토해 본격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삶의 질도 향상되고, 일자리가 늘 뿐 아니라 소비도 촉진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선순환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수를 줄이는 방안을 2월까지 추진한다. 규제를 통해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노사정위원회는 근로시간을 늘리는 특례업종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8월 개선위원회를 발족해 특례업종에서 제외할 업종을 논의해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정 근로시간에서 예외를 인정받아 온 국가기간산업 12개 직종을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해 2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당업종은 운수업, 물품판매·보관업, 금융보험업, 영화제작·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업, 광고업, 의료·위생업, 접객업, 청소업, 이용업, 사회복지업 등이다. 고용노동부도 이채필 장관이 직접 ‘근로시간 줄이기’에 나섰다. 이 장관은 이날 “휴일근로를 연장근로한도에 포함시키는 등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장시간 근로의 폐해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 외에 주당 12시간씩 연장근로를 인정하고 있지만 휴일 특근시간은 연장근로에서 제외된다. 하루 8시간의 휴일 특근이 연장근로한도에 포함되면 기업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면서 연장근로를 시키기 위해 신규 채용에 나설 수밖에 없다.이 같은 정부 방침에 노사 양측은 일제히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그동안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부의 지침으로 사용자가 마음대로 잔업과 특근을 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며 “장시간 근로의 원인을 법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책임을 입법부로 떠넘기겠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결과적으로 휴일 특근이 제한되면 기업은 숙련된 노동력을 얻기 어렵고 근로자는 수입이 줄어 모두 손해”라고 비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의 외손녀가 입은 겨울 점퍼가 고가의 외국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설 연휴 동안 인터넷 공간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인터넷 매체들은 22일 “이 대통령 부부가 21일 서울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외손녀가 입은 겨울 패딩(점퍼)은 성인용이라면 150만∼300만 원에 가까운 고가의 상품을 만드는 프랑스 회사의 제품”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청와대가 21일 공개한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 사진에서 동행한 이 대통령의 외손녀가 입은 흰색 패딩 점퍼에 ‘몽클레르(Moncler)’ 상표가 붙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인 사진 속 외손녀는 이 대통령의 둘째 딸 승연 씨와 서울대 의대 A 교수의 장녀다.인터넷 댓글에는 “능력이 되면 못 입을 게 없다. 이제는 좀 성숙하게 봐야 하지 않겠느냐. 야권 인사의 자녀들도 비싼 옷을 입는 경우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과 함께 “서민을 그토록 생각한다는 대통령의 손녀가 재래시장에 걸맞지 않은 비싼 옷을 입었다”는 비판이 엇갈렸다. “옷을 산 것 자체는 뭐라 못하더라도 시장 갈 때는 안 입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청와대는 24일 공식적인 대응을 삼갔다. 다만 한 관계자는 “보따리 수입상들은 인터넷에서 이 회사의 아동용 겨울 점퍼가 60만∼85만 원이라고 올리고 있다”며 인터넷 보도처럼 수백만 원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아동복은 국내에는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김유정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이번 명품 논란은 가격이 수십만 원이냐 수백만 원이냐에 관계없이 서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 대통령이 전통시장에 가서 어묵 하나 사먹는다고 해서 1% 부자 정권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사진)은 “이명박 대통령과 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지난해 3월 합의한 유전개발 협상의 1차 성과가 빠르면 2월, 늦어도 3월 중에는 발표된다”고 밝혔다. 곽 위원장은 1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UAE 유전개발 사업은 실체를 갖춘 자원외교”라며 성과가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을 반박했다. 씨앤케이(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둘러싼 의혹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곽 위원장은 이달 13, 14일 UAE를 다녀왔다.곽 위원장이 밝힌 1차 성과는 2억 배럴(가채매장량 기준) 규모의 3개 미개발 광구를 한국(40%)과 UAE(60%)가 공동 개발한다는 상업 협상을 지난주 마무리했으며, 양국의 행정절차를 거쳐 2, 3월에 공식 발표한다는 내용. 곽 위원장은 “귀국 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협상 결과를 보고했고, 국민의 오해가 없도록 상세히 설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곽 위원장은 “자원외교는 지저분한 거래가 수반된다는 통념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초기부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소속 전직 검사를 태스크포스(TF)팀에 포함시켜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 일일이 점검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UAE의 한국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계기로 UAE가 ‘아부다비 2030’이라는 미래발전전략을 짜는 일을 돕고 있다.곽 위원장은 김황식 국무총리가 최근 UAE 왕세자가 확인한 ‘위기 시 하루 30만 배럴을 한국에 우선 배정’ 약속도 당시 양해각서(MOU)에 포함됐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하는 일문일답.―지난해 3월 발표 때 3개 미개발 광구 협상이 그해 안에 끝난다고 했지만 늦어지면서 ‘과장됐다’는 비판이 나왔다.“지난해 MOU 체결 때는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다. 당시 UAE는 ‘3개 광구는 법률적으로 한국 소유’라고 문서로 못 박았다. 다만 지분과 관련해서는 양자택일을 제안했다. A안은 한국이 100% 지분을 갖고 독자 추진하는 것이고, B안은 한국이 40%, UAE가 60% 지분을 갖고 합작하자는 것이었다. 석유공사는 현지 정부의 규제 가능성, 초기 투자비용 분담 등을 감안해 합작을 선택했다. 경제성은 석유공사가 1년 동안 확인했다. ‘그 지역 유전은 한국 몫’이라는 조항에 따라 현재 추가로 발견되는 석유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앞으로 남은 절차는….“이번 방문에서 석유 세율과 로열티 비율을 포함해 상업적 계약을 마무리했다. UAE의 최고위석유위원회(SPC)의 인준 절차만 남았다. 석유공사는 다음 주 UAE를 방문해 40%를 나눠 가질 A정유사를 아부다비에 통보한다. 미국과 중국 석유회사도 지분 참여를 희망했지만 우리가 거절했다.”―이와 별도로 기존에 채굴되고 있는 유전에서 10억 배럴을 확보했다는 발표도 했지만 아직은 성과가 없다.“그곳은 1984년 UAE가 엑손모빌(미국), 토탈(프랑스), BP(영국) 등과 30년 계약을 맺은 우량 유전이다. 그 계약이 2014년 1월에 끝나 재계약할 때 우리가 참여한다. MOU에는 최소한 10억 배럴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10억 배럴 계약은 언제 체결되나.“왕정국가인 UAE에서 아부다비의 왕인 대통령의 약속은 그 자체가 법이다. 다소 불만을 갖고 있던 서방 메이저 석유사도 결국 갑의 위치에 있는 UAE의 뜻을 따를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말 종료를 위해 속도를 더 낼 계획이다. 역시 석유공사와 한국 정유회사가 참여한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설 연휴를 맞아 21일부터 지방에서 3박 4일간 휴식하며 5년 차 정국구상을 한다. 이 대통령 부부가 머물 장소는 휴가 때마다 방문하는 군 휴양시설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청와대 고위 참모들은 수행하지 않고 가족 중심으로 떠난다”며 “이 대통령은 테니스도 치고 낚시도 즐기는 가운데 임기 마지막 해의 국정운영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통상 지방에서 보내는 여름 휴가 때 외부 인사를 초청해 함께 식사하면서 의견을 들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미국이 요구하는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에 대해 “미 의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 규정을 보면 (제재 과정에서) 기름값 상승 결과가 나오면 통제를 푼다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정부가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만 안전장치는 마련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한국이 시간을 두고 속도를 조절해 가며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줄이고, 점진적으로 한국 형편에 맞게 하는 걸 원한다”며 “이란산 원유 도입 감축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산유국에서 대체 석유를 먼저 확보한 뒤에야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란에 유입되는 달러 총액을 줄이기 위한) 제재를 발동하는 데 필요한 제1의 조건은 원유시장 안정”이라며 “석유 (수입) 감축을 통해 국제유가가 출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제재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방한한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이란·북한제재조정관은 17일 “이란과 북한 상황은 연관돼 있다”며 한국의 이란 제재 동참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감축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한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현재의 50%로 줄일 것을 기대하는 반면 우리는 30% 수준으로 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미국 파트너, 이란 원유 수입 줄여야” 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오전 외교통상부에서 김재신 외교부 차관보와 만나 공개 모두발언을 통해 제재 동참을 공식 요구했다. 그는 “이란 상황의 진전을 통해 우리가 다른 문제(북핵)의 진전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한미 양국이 이란 문제 해결에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 문제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라고도 했다.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가 이날 면담에 동석한 것도 미국 측의 압박 수위를 가늠케 했다. 그는 2006∼2007년 재무부 부차관보로 있으면서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제재로 북한의 금융거래를 막아 ‘피가 마르는 고통’을 안긴 주역이다. 아인혼 조정관은 “우리를 돕는 모든 파트너에게 이란산 원유의 구매와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를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는 유럽연합(EU) 일본 등 다른 나라도 이란 제재에 동참하고 있고 겉으로는 동참을 거부하는 중국도 실제로는 가장 많은 물량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차관보는 이란 핵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그는 “급격한 조치를 취할 경우 국제 석유시장의 안정이 깨지고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산 원유 감축 규모가 관건 아인혼 조정관 일행은 이날 오후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관계자들도 만났다. 미국 측은 이 자리에서도 “우방국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한 조정을 거쳐 단계적 방법으로 제재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면담에 배석했던 정부 당국자는 “아인혼 조정관이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 규모에 대해 구체적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나라마다 석유 수급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한 가지 잣대를 적용할 수 없고 각국 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한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고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나라가 아니냐”며 “우리가 할 만한 노력은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국방수권법 발효 이후 60일 안에 국제원유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90일 안에 제재 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 과정을 거쳐 180일이 지나면 본격적인 제재 이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이때까지 미국과 협의를 계속하면서 법 적용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한 이란산 원유 감축의 구체적 규모와 시기를 정해 나갈 방침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1월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매년 1월 계절적 요인으로 무역수지가 좋지 않은 데다 유럽 경제위기와 이란발(發) 유가상승 등 각종 악재가 겹친 탓이다. 홍 장관은 1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1월에 23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가 날 수도 있는 등 수출 전망이 좋지 않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유럽 경제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관계부처가 민간기구와 협력해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무역 주무부처인 지경부는 “수출이 주로 월말에 쏠리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적자폭을 예단할 순 없다”며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파악한 잠정 무역수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역업계는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를 감안할 때 이달에만 10억 달러 안팎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적자가 현실화하면 월별 기준으로 2010년 1월(8억100만 달러 적자)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이달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기업들이 실적 관리를 위해 연말에 수출실적을 집중하는 ‘물량 밀어내기’를 하는 데다 올해는 설날이 1월에 끼어있어 조업일수가 줄어든 것을 꼽았다. 산업계는 유럽 주요국이 재정위기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유럽 수출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연간 무역수지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연간 흑자 전망치를 지난해 321억 달러보다 22% 줄어든 250억 달러로 하향 조정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정책의 ‘실세 기획자’로 불려온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사진)이 대외전략기획관으로 승진했다. 기획관은 수석비서관(차관급)과 비서관(1급)의 중간 자리로 통상 수석급으로 분류된다. 수석회의에 참석하고 국무회의에 배석한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김정일 사후의 한반도 정세관리 및 자유무역협정(FTA) 분야에서 보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관 자리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이 대통령의 가장 오랜 외교안보 참모인 김 기획관을 배려하는 ‘격려 승진’으로 평가된다.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4년 주말 공부모임 참석자로 인연을 맺었고, 외교안보수석실 선임비서관으로 4년간 이 대통령을 보좌해 왔다. 이런 신임을 바탕으로 대북정책과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 한미 FTA 타결 등 한미동맹 이슈의 실무를 총괄했고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전제로 한 대북 비밀접촉에 나섰다. ‘장수 참모’로서 김 기획관의 위상은 2010년 국회에서 열린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때 드러났다. 1급 공무원이던 그는 참고인으로 출석했지만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해 달라”며 장관급에게 던질 질문이 쏟아졌다. 기획관 승진은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그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의 관할 밖으로 빼내 별도의 기획관 자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천 수석 아래에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원칙론자로 알려진 김 기획관의 승진이 북한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여전히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 책임에서 김정일과 김정은을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 주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개최한다. 16일에 중소기업단체장과 중소기업인 등 70여 명을, 19일에 주요 경제단체장과 롯데, 포스코를 포함한 자산총액 규모 5∼15위 대기업 회장 등 20여 명을 만난다. 논의 주제는 일자리 늘리기와 투자 증대가 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13일 설명했다. 이번 초청 행사에서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총수를 초청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재계 대표들을 만날 때 보통 30대 그룹 총수를 한꺼번에 만나는 형식을 택해왔다. 재계 일각에서는 4대 그룹 총수가 빠진 것은 최태원 SK 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점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조문’을 다녀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그룹 규모가 20위 안팎이어서 초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삼성 현대차 등의 경영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대화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초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평소보다 초청 대상자가 줄어든 것은 좀 더 작은 규모로 만나 밀도 있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30대 그룹이 올해 총 151조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2.3%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신규 채용은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12만3000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는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홍석우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30대 그룹 기획·총괄담당 사장단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투자와 고용계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경부 장관이 30대 그룹 사장단과 연초에 간담회를 가진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30대 그룹의 투자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과 시스템반도체 라인 확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라인 증설 △롱텀에볼루션(LTE)망 구축 △친환경자동차 핵심 기술 개발 △2차전지·중대형전지 생산 △박막태양전지 모듈 개발 △풍력발전 사업화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 등 차세대 성장동력에 집중됐다. 10대 그룹 중 아직까지 투자계획을 최종 확정하지 않은 삼성, 포스코, 한화를 제외하면 SK의 투자규모가 가장 컸다.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는 SK는 올해 설비확충과 연구개발(R&D)에 사상 최대규모인 19조1000억 원을 투자하고 7000여 명을 뽑기로 했다. 현대차도 올해 창사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인 7500명을 뽑고 14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날 투자계획을 확정한 LG그룹은 올해 16조4000억 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투자규모는 전년보다 15% 줄었지만 3년 연속 연 15조 원 이상 투자 기조는 이어갔다. 서비스 차별화, 원천기술, 융복합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에도 사상 최대 규모인 4조9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43조1000억 원을 투자하고 2만5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던 삼성은 이달 중 전년보다 더 늘어난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채용규모는 고졸 출신 채용 확대에도 불구하고 신규 투자보다 증가폭이 낮았다. 30대 그룹의 고졸 채용규모는 지난해 3만4860명에서 6.9% 증가한 3만7261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 100대 우수기업 초청 오찬에 참석해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들이 앞장서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고용에 특별한 배려를 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영과 이해만 생각하지 말고 고용을 기업의 경영목표로 삼아 달라”고 당부했다.박용 기자 parky@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김영삼 전 대통령은 13일 “올해 나라 안팎의 격동을 극복하기 위해 대한민국 안보라는 시대의 징표를 똑바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동지회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올해는 80여 개국에서 선거를 치르는 ‘천하대란의 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매주 목요일 ‘일정 조정회의’가 열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나 면담하는 대상자를 결정하는 회의체로 이 대통령의 정치, 정책, 홍보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중요한 자리다. 하금열 대통령실장은 이번 주부터 이 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로 했다. 취임한 지 꼭 한 달이 된 12일이 첫 회의였다. 목요 회의는 그동안 수석비서관(차관급)과 비서관(1급)의 중간에 위치한 기획관리실장(기획관)이 주재해 왔다. 회의 주재자의 격(格)이 기획관에서 수석비서관을 건너 뛰어 대통령실장으로 두 단계나 뛰어오른 것이다. 종전에도 기획관리실장이 주재한 회의 결과가 수석비서관회의에 보고됐지만 대통령실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금락 홍보수석을 포함해 일정과 연관된 수석도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주무 비서관은 홍보수석실 산하 이철희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바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일정 하나하나가 대통령 홍보 그 자체”라며 “대통령 이미지(PI·presidential identity)를 담당하는 쪽에서 실무를 맡는 방식으로 홍보를 강화하기로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외부 행사의 횟수는 전보다 조금 줄어들겠지만 집권 5년차 메시지가 담긴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중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중국 측에 “북한의 개방과 국제사회로의 참여를 위해 북한을 끊임없이 설득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만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냉정하게 대응하고 자제를 유지한 데 높이 평가하고 남북 관계가 안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자 이같이 밝혔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원 총리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대해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의 협상 개시가 조속히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농산물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지혜롭게 해결되도록 같이 협의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 총리가 “한중일 FTA도 함께 추진하자”고 하자 이 대통령은 “한중일 FTA가 3국이 가능한 것부터 먼저 이뤄질 수 있도록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은 이날 양국 외교당국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외교장관 사이에 ‘핫라인(외교 직통전화)’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양국은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10일 공동언론발표문을 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9개항의 합의사안을 공개했다. 양국이 합의한 ‘핫라인’은 북한 정세를 둘러싼 한중 간 소통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적지 않은 상징성을 담고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한중 핫라인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한중 간 소통이 부족하다는 여론을 반영해 2005년 양국 정상회담 때 공동성명을 통해 설치했지만 유명무실했다는 게 외교통상부의 설명이다. 또 양국은 중국 어선의 서해상 불법조업 및 폭력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양국 간 해양경계선 획정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1996년 유엔 해양법협약이 발효된 뒤 배타적경제수역(EEZ·200해리)이 설정됐지만 한국이 서해 중간선을 요구한 반면 중국은 한국 쪽에 더 가까운 선을 요구해 양국 간 14차례 협상을 했으나 진척을 보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EEZ 협상이 당장 타결되기 어렵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당장 어업 문제는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국은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기업인, 근로자가 한국과 중국 양쪽에서 사회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한 한중 사회보장협정 체결 협상을 조속히 벌이기로 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대상자가 3만 명에 달한다”며 “시행될 경우 연 450억 원 정도의 부담이 경감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재중 한인 간담회와 한중 경제인 오찬간담회에서 “양국의 경이적인 발전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라는 말도 모자란다”며 양국 관계의 개선을 높게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후 귀국한다.베이징=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9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늦어도 3월까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후 주석이 “조속히 협상 개시를 선언하자”고 요청한 데 대해 “협상 개시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밟아나가자”고 화답했다. 정부는 이 대통령이 귀국하는 대로 공청회 계획의 관보 게재, 공청회 개최, 대외경제장관회의 심의·의결 절차 등 공식 협상 개시를 위한 절차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정부 핵심 관계자는 “국내 절차는 빠르면 2월 안에, 늦어도 3월이면 마무리되는 만큼 늦어도 3월이면 협상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한국의 ‘경제동맹’ 파트너로 한발 다가서게 됐다.두 정상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정세와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를 두고 협력하자”는 데 합의했다. 후 주석은 “(김정일 사망 후) 한국 정부의 대응을 면밀히 검토했다. 차분하고 여유 있는 태도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해서는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북한을 가까운 시일 안에 6자회담 테이블로 데려오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또 두 정상은 지난해 말 중국 선원의 한국 해경 살해 사건과 관련해 “어업문제로 인한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불상사를 예방하도록 중국의 효과적 조치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후 주석은 “한국의 관심을 대단히 중시한다. (중국) 어민들에 대한 교육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베이징=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