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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23년 시각예술창작산실 공모 우수 전시로 선정한 ‘불불불불’ 전(展)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창작소에서 5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에서 퍼포먼스 크리에이터로도 알려진 구혜영(통쫘) 미술작가를 비롯해 10명의 작가들이 불타는 집을 기본 컨셉트로 삼고 ‘인간 마음 속의 불’, ‘숨어 있는 에너지로의 불’ 등으로 서로 다른 관점을 풀어냈다. 전시된 작품은 20점. 관객들은 불의 미학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전시에서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불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 2층 전시장은 불 화(火)가 아래 위로 두 개씩 타오르는 ‘燚’(불모양 일) 자를 건물 구조에 배열시켜 공간 자체를 설치 미술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여기에 은박으로 뜨겁게 달궈진 불판을 연출한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관객들은 10명의 작가가 주도하는 커뮤니티 워크숍에도 참여할 수 있다. 격주로 토요일에 드로잉 수업과 메타버스 체험, 작가와의 대화 등이 열린다. 관람 리뷰를 남기는 관객에게는 친환경 프리미엄 해양심층수와 ‘불불불불’ 라이터를 제공한다. 행사는 6월 30일까지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호랑가시나무창작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깐부. 국어사전에는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보충 설명이 달려 있습니다.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미국 하버드 의대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도, 명예도, 학벌도 아닌 사람들과 따뜻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고 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전화를 했는데 없는 번호라는 거야. 친구 딸한테 전화를 하니 ‘엄마 핸드폰 번호 안 바뀌었다’더라고. 알고 보니 급한 마음에 옛날 번호를 누른 거야. 하하.”‘국민 패션 리더’로 마당발 인맥을 자랑하는 이상봉 디자이너(68 ּּ 홍익대 패션대학원 초빙교수)에게는 특별한 ‘여사친(여자사람친구)’이 있다. 사람 사귀고 관리하는데 프로인 이 디자이너로 하여금 옛 번호를 누르는 실수를 하게 만든 깐부는 소설가 신중선 작가다. 이 디자이너와 동갑인 그는 월간지 기자를 하다 1987년 부장 데스크의 권유 한 마디에 소설가로 등단했다. 1993년 ‘어느 보일러공의 하루’로 자유문학 신인상을 받았다. ‘하드록카페’, ‘돈워리 마미’, ‘환영 혹은 몬스터’ 등이 대표작. 2006년에는 ‘비밀의 화원’으로 한국문인협회 제정 대한민국 소설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조명한 ‘강철왕 박태준(2013)’도 화제가 됐다. 신 작가는 좋고 싫은 게 확실한 사람이다. 소설가인데 문단 활동도 거의 안 한다. ‘독고다이’다. 자기 작품도 설명이나 홍보를 안 한다. 독자들이 각자의 몫을 읽고 묘미를 알면 그만이다. 누가 봐도 쿨한, 이런 신 작가가 평생 ‘덕질(어떤 분야나 인물에 심취해 파고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이 디자이너다. 오죽했으면 신 작가는 자신만이 아는 이 디자이너에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 ‘문학으로 덕질하다(2020년 발간)’ 소설에 담았다. 이병헌(배우), 박진영(가수), 샤를 보들레르(프랑스 시인) 등도 ‘덕질’을 한다며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긴 했는데 내용의 깊이는 이 디자이너가 으뜸이다. 최근 서울 청담동 이상봉 디자이너 전시장 타워를 찾은 신 작가는 “요즘 글도 잘 안 써지고 정치 혐오증도 생기고, 늙은 내 얼굴이 보이고…. 여러모로 침체돼 있는데 또 밝은 세상으로 저를 꺼내려 불러주시려나”하고 깐부의 부름을 반겼다. 신 작가 옆에는 이 디자이너의 또 다른 깐부가 와 있었다. 유희성 전 서울예술단 이사장(64)이다. 유 전 이사장은 뮤지컬계에서는 드물게 배우와 연출가, 국가 예술단체장으로 커리어를 넓힌 인물이다. 국내 창작 뮤지컬 1호인 ‘명성황후’에서 고종 역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연출가로도 ‘피맛골 연가’, ‘투란도트’, ‘소나기’, ‘모차르트’ 등 굵직한 작품을 다뤘다. 여수 엑스포 등 여러 국제 이벤트에도 연출, 예술 감독 등으로 참여했다. 2018년부터 3년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서울예술단 이사장을 지냈다. 지난해 복귀작으로 트로트 창작뮤지컬 ‘고향역’을 연출했다. 가수 나훈아의 명곡을 모티브 삼아 만든 ‘고향역’은 트로트 붐이 일기 전에 기획했던 작품이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늦게 선을 보였다.신 작가가 톡톡 튄다면 유 전 이사장은 잔잔한 파도 같다. 이 디자이너의 말을 빌리면 유 전 이사장은 자신의 든든한 뒷배다. 34년 전 서울 명동 퍼시픽호텔 부근에서 디자이너와 배우로 처음 만났다. 그 인연으로 이 디자이너의 첫 번째 파격적인 패션쇼를 도왔고, 지금까지 곁을 지키고 있다. ●앙드레 김 만나려다 이상봉과 친구 되다“여기 올 때 계산했어요 . 2023년-1997년=26년.”신 작가는 1997년 소설을 쓰던 중에 한 문학잡지 프리랜서로 이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다가 그날로 평생 만나는 사이가 됐다.“선생님이 뭄에 붙는 가죽 스키니 바지를 입고 나왔다”는 신 작가가 기억하는 첫 만남 스토리 자체가 드라마다. 오전 9시에 인터뷰를 하고 헤어진 뒤 다시 밤 9시에 만나 새벽까지 같이 홍대 인근을 누볐다는데…. -1일 2만남이었네요?“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런던 쇼를 포기하면서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가서 옷을 팔겠다고 준비하던 직전이었어요. 처음으로 일이 꼬였지만 아직 패션쇼에 대한 희망이 있었고, ‘죽을 때까지 사랑을 해 보겠다’는 순수함과 패기도 있었어요. 그 무렵에 신 작가하고 인터뷰를 하겠다고 만났죠. 정말 사랑 얘기만 두 시간을 한 거야. 재밌어서 꽂힌 거죠. 그러다 신 작가가 클럽도 안 가보고 클럽 소설을 썼다는 얘기를 하는거야. 2차로 또 꽂혔어요. 내가 대놓고 ‘글은 가짜’라고 했죠. 그러면서 홍대 클럽들을 경험해보라고 데려간 거예요. 하하.”(이상봉)-상상이 안 되는데요. “가보지도 않은 클럽을 상상해서 소설을 썼으니 선생님이 얼마나 웃겼겠어요. 밤에 홍대 ‘발전소’부터 ‘명월관’ 클럽까지 싹 데리고 다니더라고요. 나중에 또 벤치에 앉아서 사랑 얘기를 하고, 아무튼 희한한 경험이었죠.”(신중선)신 작가가 26년 전 그날에 애착을 갖는 이유가 있다. 하마터면 ‘이상봉’을 못 만날 뻔했기 때문이다. 그럼 유 전 이사장도 연결이 안 됐다.“원래 고 앙드레김 선생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그런데 거절을 해서 못 만났거든요. ‘누구를 할까’ 찾아보다 패션 전공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로 ‘이상봉’을 꼽은 걸 봤어요. 그래서 섭외를 했죠. 만약 앙드레김 선생님을 인터뷰했다면 ‘이상봉’은 제 인생에서 절대 존재하지 않았겠죠(웃음).” ● ‘덕질’로 ‘이상봉 자아’ 찾아준 친구들이 디자이너의 소개로 신 작가와 유 전 이사장이 만나게 되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셋은 서로의 버팀목이 됐다. 신 작가나 이 디자이너를 ‘덕질’ 하다가 자신의 딸과 이 디자이너의 아들(이청청)을 결혼으로 맺어볼까 생각도 했다. 이 디자이너 역시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두 자녀 모두 유학 중이라 ‘연결’되지는 않았다. 셋은 만남 초창기 홍대 부근에서 주로 만났다. 나중에는 신 작가의 집이 있던 평창동, 구기동에서 자주 뭉쳤다. 신 작가는 동네 단골 술집을 뚫었다. 그곳은 화려한 패션 무대에서 막 내려온 이 디자이너가 외롭고 지친 ‘이상봉’을 온전히 내려놓는 공간이었다. “1년 중 3분의 1은 해외에 나가 있고, 3분의 1은 패션쇼 때문에 시간이 안나요. 그러니 정작 내가 시간이 나면 주변 사람들한테 미안해서 연락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때 외로움을 느꼈죠. 그런데 둘은 새벽에라도 내가 힘들어서 연락을 하면 다 받아줬어요.”친구들 덕에 이 디자이너는 주변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여유를 얻었다고 했다. 과거에는 화려한 패션 무대와 정반대의 현실을 마주할 때 충격이 컸고 모두 속으로 삭였다. 이들을 알고부터 자신의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즐기게 됐다.- 큰 변화였네요. “정말 긍정적으로 변했죠. 코로나19때 매장을 미국에서 철수하고 수출도 못 했는데 정작 ‘국내에서 사람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러면서 ‘내 자아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쇼를 할 때도 ‘나는 이상봉이다’를 과감하게 외쳤죠. 3월 쇼(2023 F/W 서울패션위크 이상봉 컬렉션)에선 제 이름 ‘상봉’을 옷 패턴에 넣었는데 이것도 나를 찾는 작업이었어요. 코로나19가 되레 고마웠죠. 친구들이 계속 옆에 있어 준 덕에 자아를 잃고 정신없이 살아온 저를 되돌아볼 수 있었죠.”(이상봉) 신 작가, 유 전 이사장은 이 디자이너의 특별한 존재감을 찾으려고 다양하게 노력을 했다. 신 작가는 ‘문학으로 덕질하다’에서 이 디자이너의 매력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입체적으로 그려 썼다. 신 작가는 평소 가족을 ‘세상이 버린다 해도 끝까지 나를 지켜줄 보루’라고 본다. 이 디자이너가 나를 지켜주는 가족이라는 심정으로 그의 존재감을 찾았다고 했다.신 작가의 깨알 같은 파고듦에 이 디자이너는 “신 작가가 보이지 않는 나를 찾아주려 한 것에 감사한다. 보이는 나와 보이지 않는 나의 아름다운 동행을 기대해 본다”는 추천사를 적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유 전 이사장도 다양한 뮤지컬 실험으로 자신에게 정답 없는 예술의 확장성을 알려준 이 디자이너의 가치를 조명했다.“원래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고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셨던 선생님은 패션쇼에 기본적으로 퍼포먼스를 다양하게 접목하세요. 옆에서 보면서 뮤지컬도 ‘파고들면 새로운 게 보인다. 무한대의 영역’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게다가 가장 한국적인 것, 한글의 아름다움과 기능적인 면을 누구보다 잘 활용하시잖아요. 세부 퍼포먼스에도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 차별화하려는 집요함이 숨어 있어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루트로 소통하려는 예술가의 진지한 감성을 배웠습니다.”이 디자이너와의 ‘화학적 모방’을 밑천삼아 유 전 이사장은 국내 최초 대학 뮤지컬학과(백제예술대) 설립 주도, 국공립단체 뮤지컬 공연 영상화, 숏폼 웹 뮤지컬 사업 등 이전 업계에서 전무했던 일들을 거침없이 진행해왔다.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에도 서울예술단을 이끌며 다양한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 문제를 다룬 ‘나빌레라’, ‘윤동주 달을 쏘다’, ‘이른 봄 늦은 겨울’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뮤지컬학과를 만든 건 배우가 한글 기능을 알고 명확하게 구사하면 더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이 디자이너의 한글 사랑에 동화되면서 나온 아이디어다. -유 전 이사장께서 ‘이상봉 예술’의 맥을 제대로 짚고 있네요. “옷이라는 게 나만의 테마가 있다고 해서 보는 사람에게 완벽하게 전달이 되진 않죠. 음악이든, 연극이든 퍼포먼스를 붙여 옷에 대한 내 생각을 전달해야 하죠. 내가 다양한 아티스트와 교분을 나눌 수 있었던 이유인데 그 물꼬를 트고 중간 고리 역할을 해준 게 희성 씨에요. 배우에서 연출가로, 또 이사장으로…. 이렇게 단계적 경험을 한 분은 뮤지컬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요. 성실하죠. 나에게도 인생의 교과서적인 바탕입니다. 이상봉의 패션 그림을 완성해준 붓 같은 친구죠.”(이상봉)● “서로의 정신과 의사가 돼주자. 그리고 비우고 새 것을 채우자”얘기를 나누니 의지할 일이 많다. 근래에 각자 힘든 일들이 있었다.이 디자이너는 최근 친동생 가족 중 유일하게 남은 핏줄인 조카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3월 쇼 개막 바로 몇 주 전의 일이었다. 충격이 커서 쇼를 취소할까도 했다. “먼저 떠난 동생에 대한 미안함, 지켜주지 못한 조카에 대한 미안함에 힘들었습니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되는지 계속 걱정이 되더라고요.” 신 작가도 세월의 빠른 흐름에 보통 사람들이 겪는 맘고생을 하고 있다. “인간 관계도 끊어지고 기억력도 흐려지고…. 젊었을 때 자주 입은 청바지가 안 어울릴 것 같고…. 우울증 같은 게 오더라고요.”유 전 이사장 역시 2021년 서울예술단 이사장 임기가 끝나 야인이 된 상황에서 뮤지컬 열정을 재차 살릴 동기 부여가 절실하다. “서로 힘든 게 있으면 같이 울어주고 안아주고 위로해주자. 응원하고 서로가 정신과 의사가 되어주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것들을 채우려면 비워야 해. 비웁시다.”이 디자이너가 셋의 앞날 목표를 얘기한다. 신 작가는 “내가 우울증에 걸린 줄 알았는데 노인 심리 상담 공부를 해보니 우울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정상’이라고 나에게 요즘 말해준다. 그러니 위안이 되더라”며 스스로에게 정신과 의사가 됐다고 선수를 친다. 그는 노인의 심리 공부를 하면서 타로까지 배웠다. “오늘 만나기 전에 셋의 타로 점을 봤는데 ‘운명의 수레바퀴’가 나왔어요. 우리 전생에 인연이었답니다.”듣던 유 전 이사장이 “축복의 타로”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신 작가님이 쓰신 ‘비밀의 화원’을 예전에 뮤지컬로 만들까 했다. 다시 추진”이라고 분위기를 돋운다. ‘비밀의 화원’은 비밀을 감추고 살아가는 4명의 젊은이들의 심리를 다룬 소설. 작품에서 다양한 음악, 호러 영화 등이 등장해 뮤지컬 각색으로도 딱이다.이어 신 작가가 승부욕을 발동시킨다.“‘문학은 덕질이다’ 속편을 내볼까 하는데…. 희성 씨도 넣고, 오늘 취재기자님도 넣고.” 잠시의 침묵을 참지 못한 이 디자이너도 작은 희망을 얘기한다. 3월 쇼에서 구스타프 클림트 작품을 접목했던 그는 한·오스트리아 수교 120주년을 맞아 9월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에서 쇼를 재차 하기로 했는데 이보다 더 챙기고 싶은 일이 있다. “지금까지 나는 우리 문화를 알리는 패션 디자이너와 교육자로 살았어요. 마지막 삶은 2016년부터 해온 고교 패션 콘테스트에 맞춰 있어요. 미래 패션 영재들의 꿈을 계속 키워줄 겁니다. 신 작가의 속편 책에서 이 내용하고, 과거 배우와 작가를 꿈꿨으나 포기했던 내 자신에 대한 미안함을 전편 내용에 이어 붙여줬으면 좋겠어요.” 이 디자이너의 혼이 담긴 주문에 두 사람이 다시 ‘덕질’을 시작하며 술잔을 든다. “정말 ‘더할 나위 없는 사람’이셔요.”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말과 의지를 이제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던 대전·충청권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지난해에는 대학마다 혁신 비전을 제시하고 준비했다면 올해는 세부 목표를 실현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한다. 대학의 경쟁력은 수업의 질과 직결된다. 대전·충청권 대학들은 우수 교수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융합 실무형 인재 발굴에 초점을 맞춰 수업의 현장성을 강화했다. 학생 맞춤형, 밀착형 교육 모델을 개발해 적용한다. 학교별로 강점인 전공 분야를 세분화해 심층 교육을 강화했다. 원격 수업도 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다듬었다. 학생 스스로 주도적으로 진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도 늘렸다. 취업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폭넓게 제공하기 위해 총장이 발 벗고 나선다. 지역 기업과 기관 등을 찾아간다. 세종시 특화 산업 등에 발맞춰 지역과 긴밀한 상호 협조 체계를 이루며 미래 인재를 양성할 첨단 학과도 신설했다. 대전·충청권 대학들은 대학과 학생이 지역을 살린다는 것을 입증하는 원년으로 삼으려 한다. 입학 자원은 감소 추세이지만 교육의 내실과 특성화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면 수도권 대학에 버금가는 입지 회복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전·충청권 대학들이 어떠한 전략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지 살펴봤다. (대학명은 가나다순.)건양대 김용하 총장“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대학”ּ고려대 세종캠퍼스 김영 부총장“창의교육-실용연구 비전 실현으로 미래 핵심 인재 양성의 전진 기지로 도약”ּ극동대 류기일 총장“현장 지향형-학생 맞춤형 교육으로 미래형 융합 인재 양성”ּ나사렛대 김경수 총장“장애인 학습권 보장 확대 통한 창의융합형 나눔 인재 양성”ּ남서울대 윤승용 총장“융합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혁신 대학”ּ단국대 김수복 총장“보건의료-바이오 특성화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 견인할 학문 분야 육성”ּ대전대 남상호 총장 “튼튼한 기본, 특별한 경험. 미래 대학의 새로운 표준”ּ목원대 이희학 총장“복합 문제 해결 역량 강화 위한 모듈형 교육 혁신 단행”ּ배재대 김욱 총장“기업-기관 방문 투자 유치, 일자리 확충, 산학 협력 고리 형성”ּ선문대 황선조 총장“지역과 함께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컬 플랫폼 대학”ּ순천향대 김승우 총장““하이플렉스 활용 가상과 현실을 융합하는 새 교육 혁신”ּ우송대 오덕성 총장“특성화,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한 하이브리드 디지털 캠퍼스 구축”ּ청운대 정윤 총장“지역사회 상생-산학 협력, 혁신 스타트업 발굴-육성… 글로벌 강소 대학 발돋움”ּ충남대 이진숙 총장“캠퍼스 연구 기능 강화해 첨단 인재 양성 ”ּ한국기술교육대 남병욱 총장 직무대행“디지털 신기술 분야 인재 양성 통한 국가 발전 허브 기관으로 거듭나”ּ한남대 이광섭 총장“창업 특성화-융합 인재 육성 프로젝트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한밭대 오용준 총장“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 일체 혁신 대학”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플래시 썬(Flash Sun)’.프로농구 2022~2023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SK 간판스타 김선형(35)의 별명이다. 플레이가 ‘번개(플래시)’처럼 빠르다고 해서 그 의미의 영어와 이름 선형의 ‘선’을 따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지난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데 이어 이번 시즌 정규리그 MVP까지. 프로농구 대표 스타임을 재차 확인하는 이 흐름 사이에서 그에겐 실제 많은 고민과 변화가 있었다. 농구 선수 30세를 환갑으로 취급하던 1980년대와 비교할 건 아니지만 30대 중반인 그에게 일부 팬과 농구인들은 ‘에이징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돼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 물음표를 적잖이 던졌다. 이번 시즌 개막 직전 만난 김선형은 그런 우려를 이겨내려고 변화를 준비했다며 구체적인 대응책을 기자에게 말해줬다. 그러나 정작 기사는 안 썼다. 새 시즌에 실행으로 옮길지 기다렸다.● 150km에서 100km로… 스포츠카 버리고 ‘코트 디자인-조립의 맛’을 알다“예전에는 무조건 150km 속도로 코트에서 달렸다면 이번 시즌에는 수시로 100km까지 줄이기도 할 겁니다. 절반까지 줄일 수도 있어요. 저속 변속을 해보니 주위가 더 잘 보이더라고요. 늦추니까 선택지가 많아지고 상대를 더 헷갈리게 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공 잡으면 무조건 달리는 스피드 농구를 했던 김선형은 ‘에이징커브’ 논란을 완급 조절 변수로 잠재우겠다고 했다. 그러면 어시스트가 늘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이번 시즌 경기당 어시스트 6.8개로 전체 1위에 올랐다. 2011~2012시즌 프로 데뷔 후 경기당 어시스트 6개를 처음 넘겼다. “대표팀에 가면 후배들이 그러더라고요. 저 혼자 ‘원맨’ 속공으로 상대 두세 명을 달고 플레이를 하면 차라리 막기가 가능한데 제가 속도를 늦추면서 양쪽에서 동료를 뛰게 하고 뒤에 오는 자밀 워니까지 보고 있는 플레이를 하면 도대체 누구를 막아야 할지 정신을 못차리겠다고요. 이제 스피드보다는 ‘조립의 맛’, ‘해결의 맛’을 제대로 느껴야겠다 생각했어요.”생각의 변화, 스타일의 전환은 적중했다. 스피드는 힘을 아끼고 있다가 쓸 때 썼다. SK가 수비 리바운드를 잡을 때 김선형이 골밑으로 와서 공을 받을 것이라는 상대의 예상을 거침없이 역이용했다. 김선형이 워니 등 동료들이 리바운드를 잡으면 측면 공간 방향으로 하프라인을 최대 속도를 내서 넘고, 긴 패스를 받아 속공 득점을 올린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 시즌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 외에는 동료들을 충분히 활용하며 상대와 패턴 밀당을 했다. 상대에게 고민을 더 주려고 작정한 김선형의 리딩이 통했다. “상대가 보기에는 빠르게 뛰는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리딩이 이제 저에게 맞는 것 같아요. 저와 나이가 같은 NBA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는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도 팀 득점을 생각하잖아요. 수비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면서 ‘노마크’ 상황에 있는 동료들을 놓치지 않아요. 인간적으로 커리 혼자 100점을 넣을 수 없듯이, 저도 그래요. 제가 15점 정도 넣고 팀이 70~80점 넣어 100점 가까이 만들면서 자꾸 상대가 우리를 오판하게 만드는, 갈등을 유발하는 그런 농구가 팀에 가장 이상적이고 보기에도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김선형은 시즌 전 자신의 말대로 팀 농구를 했고, 오히려 그 결과 자신의 한 시즌 역대 최다 득점 기록(16.3점)도 새로 썼다.● 전희철 감독이 내민 맞춤 통계… 믿고 따르는 출전의 맛‘선택과 집중’. 전희철 SK 감독이 갖고 있는 이런 ‘김선형 활용법’을 김선형 스스로 철저하게 잘 소화한 면도 크다. 김선형은 시즌 전 “감독님은 제 출전 시간에 대한 기준을 확실하게 갖고 계시다. 시간별 저의 퍼포먼스 통계와 퍼포먼스에 따른 승률 통계를 다 계산해놓고 거기에 맞춘다”고 말했는데 효과적으로 지켜졌다.이번 시즌 김선형의 경기당 출전 시간은 32분. 최준용의 부상으로 출전 시간이 계획보다 늘어났지만 전 감독은 ‘팀이 집중을 해야할 때’ 김선형이 힘을 다 쓰도록 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전 감독은 “쿼터별로 평균 7~8분 정도 뛰게 하면서 휴식 시간은 5분 이상 넘기지 않도록 한다. 그러면서 베스트 퍼포먼스의 시점을 3쿼터에 맞췄다. 지난 시즌보다 출전 시간이 늘어났음에도 오히려 체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들어가라면 들어가고 나오라면 나오는 게 저에게 최상”이라던 김선형은 “출전 시간 관리가 되면서 동료들이 각자 자기의 역할 할당량을 100%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그림을 내가 확실하게 그려줄 목표가 생겼다”고 시즌 전 말했는데 본인이 생각하던 이타적인 리딩을 다양하게 실천해 보였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깐부. 국어사전에는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보충 설명이 달려 있습니다.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미국 하버드 의대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도, 명예도, 학벌도 아닌 사람들과 따뜻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고 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이분들은 참 겉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고위 공무원을 지낸 법률가와 축구 수집가가 둘도 없이 절친한 깐부 사이라고? 평생 만날 일이 없을 것만 같은데 20년 전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 평생 같은 인생길을 걷는 사이가 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2008.3~2010.8)을 역임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69·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과 국내 유일 축구 수집 전문가인 이재형(62·베스트일레븐 이사)씨 얘기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처럼 다가온 축구이 전 처장은 검정고시로 법대에 진학해 행정고시, 사법고시를 패스한 법조인이자 정치인이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하다 변호사로 시민단체 활동을 했고, 제28대 법제처장에 이어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을 지냈다. 그는 헌법과 상식을 잣대로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모두까기’ 한다고 해서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전 처장이 “그런 내 자신을 만든 8할”이라며 내세우는 건 독서다. ‘책이라는 법’이라는 독서 기술책까지 내고 지금도 여러 강연에서 알짜배기 책 읽는 기술을 전수한다. “대학을 가기 전에 절에서 독학을 하면서 2년간 500권의 책을 읽고 지금의 지혜를 쌓았다”는 그는 이 씨를 만나고 생판 모르던 축구를 알게 됐다.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통해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이 전 처장은 축구를 보면서 스포츠맨십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우친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자세, 조언, 덕담의 영감도 축구에서 얻는다. 책, 여행에 이어 축구가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견인차가 됐다. 그래서 책은 밥, 축구는 반찬이다. 변호사 업무가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 K리그나 아마추어 축구 경기를 보고, 축구인들과도 자주 만난다.“손흥민(토트넘)을 제일 좋아하시죠?”“나는 거의 무명이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해요. 약자라는 표현이 그렇지만 주목을 덜 받는 선수들에게 정이 가더라고요. 원래 강자에게 반항 의식이 있어서 그런가? 외면받았던 선수가 잘 되면 좋아요. 축구에서 감독 역할의 80%는 선수 기용에 있다고 봐요. 주목을 덜 받는 선수가 더 위축이 되면 안 되는데, 이것을 해결하는 게 감독 능력이죠.” 2월 20일 서울 성북구의 한식당에서 만난 이 전 처장에게 기습 질문을 던지니 예상 못 한 답이 돌아왔다. 옆에 있던 이 씨가 뿌듯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축구로도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된 이 전 처장은 축구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자 젓가락질을 멈췄다.● 서로 고정관념의 뒤통수를 친 ‘당신’ 이 전 처장과 이 씨가 처음 만난 건 2004년 ‘어느 날(두 사람 기억이 희미)’이다. 축구계에서는 수집가로서 이미 ‘축덕’으로 통했던 이 씨는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이 전 처장과 마주쳤다. 둘이 만난 계기를 설명하자면 길다. 이 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이탈리아의 16강전에서 사용된 공을 확보하려고 이듬해 에콰도르로 날아갔다. 당시 월드컵에 나선 주심은 경기에 쓰인 공 중 하나를 골라 가져갈 수 있었다. 한국-이탈리아전 주심을 맡은 비론 모레노 심판은 에콰도르 출신. 그는 연장전에서 안정환이 넣은 극적인 골든골 공을 가져갔다. 이 씨는 국보 같은 공을 무조건 가져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현지로 갔다. 하지만 모레노 심판은 미국에 체류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쓴 편지만 남겨두고 왔다. 당시 신창식 에콰도르 영사의 도움과 이 씨의 마음에 모레노 심판이 반응해 공을 한국에 기증했다. 신 전 영사는 주에콰도르 한국대사관 이름으로 모레노 심판에게 인증서까지 써줬다. 이 씨는 보답 차원에서 2004년 국내로 들어온 신 전 영사와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이날 약속 장소엔 이 전 처장도 같이 왔다. 신 전 영사가 고향 선후배 사이인 이 전 처장을 부른 것이었다. 이 씨는 뉴스에서 본 사람을 만나 놀랐고, 이 전 처장은 이 씨의 직업과 인생 스토리를 듣고 놀랐다. 이 전 처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전 대한축구협회장)과 인연으로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고문변호사를 맡았다. 이 씨를 보기 전에 축구와 접점이 있긴 했다. 그래도 선수가 아닌 일반인에게서 ‘축구로 죽고 축구로 살아왔다’는 얘기를 듣고 그는 축구가 새롭게 보였다고 한다.-이재형 씨 첫인상은 어땠나요?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가 저의 좌우명이에요. 소신의 일관성을 지킨다는 거죠. 이재형 이사가 딱 그런 사람이었어요. 한국 유일의 축구 수집가로 살겠다는 소신을 강하게 지키고 있었어요. 보자마자 내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이 씨는 명함 교환 정도만 하고 다음 만남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세상 돌아가는 어려운 얘기만 듣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내 축구 스토리를 계속 들으셨어요. 알고 보니 처장님도 ‘콜렉터’였어요. 책부터 도자기, 골동품을 수집한다며 저랑 통한다는 거예요. 저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누나들, 남동생만 있거든요. 저에게도 형이 생긴 것 같더라고요. 형처럼 잘 모시면 나도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겠구나 생각을 했죠.”이 씨는 이 전 처장과 이후 만남을 지속하면서 수집 열정을 더 신나게 불태웠다. 2006년에는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 8강전에서 기적의 4강을 이끈 홍명보(현 울산 감독)의 마지막 승부차기 공을 한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이집트로 날아갔다. 당시 주심은 이집트의 가말 알 간두르 심판이었다. 카이로에서 만난 알 간두르 심판은 이 씨의 간곡한 요청에 감동해 공을 기증했다. 이 씨의 노력 덕분에 한국 축구의 국보급 유산 2개가 한국 품으로 돌아왔다. 이후 이 씨는 이 전 처장의 제안을 계속 참고했다. 희귀한 북한 축구 자료를 새로 모았다.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2022년 사망)를 직접 만나보라는 이 전 처장의 팁에 그전에 모은 펠레 소장품 100여 점을 잘 관리하고 홍보했다. 그 덕에 이 씨는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업체의 주선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 브라질-호주전 당시 경기장 스카이박스에서 펠레와 함께 저녁을 먹고 경기를 관전했다. 이 전 처장은 이 씨의 소개와 인도로 진짜 축구인이 됐다. 축구인 모임, 행사에 빠짐없이 나갔다. 그 인연으로 홍명보장학재단에서 비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이사가 됐다. 홍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이 전 처장이 쓴 책을 읽고 마음을 다스렸다. 이 전 처장은 창간 52년이 되는 국내 축구잡지 베스트일레븐의 고문도 맡고 있다. ‘독서광’인 그는 이 씨가 ‘22억 원짜리 축구공’, ‘축구 수집가의 보물 창고’ 등의 책을 펴내는 과정에서도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출판기념회에서는 무조건 이 씨 옆을 지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디 가자고 해도 거절한 적이 있는데 이 이사한테는 그런 적이 없어요. 나도 냉정하게 잘 끊는 사람인데 유독 이상하다니까. 하하.” 그는 동생 ‘깐부’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나를 계속 발견한다고 했다.“주변 사람들은 내가 굉장히 권위적이고 강직한 줄 알아요. 그런데 이 이사를 만나면 잔정이 많은 사람이 돼요. 축구와 연관이 되니 ‘이석연한테 저런 면도 있구나’라는 얘기가 들리더라고. 이런 관계가 참 좋단 말입니다.”-두 분의 관계가 처장님 본인의 인생관, 신념을 더 확고하게 해줬을까요? “노트나 일기장에 두 가지 말을 항상 써요. ‘늘 소신의 일관성을 버리지 말고, 고정관념의 뒤통수를 후려치자’고요. 요즘 젊은 사람들 상대로 특강할 때도 그렇고, 아들 셋한테도 ‘제발 튀는 행동을 해라’고 얘기해요. 비주류의 경쟁력을 뽐내는 축구수집가 이재형을 보면서 계속 느끼고 있어요.”(이석연)● 축구로 더 튀고 싶은 ‘우리’ “축구에 계속 미치는 것도 괜찮겠죠. 처장님?”(이재형) “얼마 전에 김진명 작가를 만났는데 최근 강연에서 언행일치 인생의 가치를 강조했다 하더라고. 이 이사는 축구를 위해 살겠다고 말하면서 일관된 노력을 하고 모든 것을 바쳤잖아. ‘내가 가는 길이 옳다’는 확신을 더 가져도 돼. 나 역시 시민운동은 헌법의 테두리에서 해야된다는 말을 했다가 욕도 많이 들었지. 그렇지만 소신을 지킨 것에는 후회 안 해.”(이석연) “처장님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하게 책도 내시고 하는 게 저한테 굉장한 에너지로 다가와요. 힘을 받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끝나고 아르헨티나 우승 주역인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 부모를 만나려고 아르헨티나까지 갔잖아요. 나이 신경 안 쓰고 앞으로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계속 도전해야겠어요.”(이재형) “나도 주변에서 쉬라는데 오래 사는 것보다 사는 날까지 불꽃처럼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같이 튀어 봅시다.”(이석연) 점심식사가 식었는데 여전히 둘의 대화는 ‘핑퐁’이다. 그 와중에 이 전 처장은 “지금까지 수집 자료 중에 중요한 것 50개만 골라 수집 과정과 사연, 또 이 자료를 어디에 기증할 건지까지 섞어 책으로 만들어보자고. 그러면 책 보는 사람들이 놀랄 거야. 준비해봐”라고 아이디어를 또 제안한다. 천안의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안에 들어설 축구박물관에도 이 씨 자료들이 제대로 전시돼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란다. -처장님은 제대로 인생 ‘득템’ 하신 것 같네요.“요즘 주변 사람들이 물어봐요. 같은 이 씨니까 처장님이 친형님이냐고요. 해외에 혹시라도 흩어져 있는, 우리가 몰랐던 한국 축구의 역사 유물 환수 작업을 계속할 겁니다. 이어 세계 최초로 축구 도서관을 짓고 싶어요. 5000여권 정도 축구 서적을 갖고 있는데 더 모아서 축구 팬들 모두가 자유롭게 열람했으면 좋겠어요. 처장님을 명예 도서관장으로 모실 겁니다. 책 읽는데 달인이시니 축구책 독서법 설명도 잘 해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하하”(이재형) ● ‘불가근불가원’ 지키며 오래 만날 ‘너와 나’이 전 처장은 기자와 이 씨에게 “4월 성북동 길을 걸으며 또 한 번 축구 얘기를 하자”면서 이 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우리 멀리 보고 만나자고. 지금처럼 서로 좋은 도움 주고, 존경하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같은 곳을 보면서 걸어가자고. 한 번 볼 때 너무 진을 빼면 다음을 기약할 수가 없어. 하하.” “네.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고, 너무 멀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제서야 수저와 젓가락을 드는 두 사람. 허리띠 풀고 제대로 밥 먹겠다 싶었는데 이 전 처장이 반찬을 집다가 또 축구로 빠진다. “그나저나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는 누가 온대? 선수 기용 잘하고 분위기를 잘 이끄는 감독이면 좋을 텐데.” 두 사람이 만나고 이틀 후 외신과 국내 언론은 독일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와 협상 중이라는 소식을 다뤘고,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이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3월 A매치 2경기를 치렀다. 어릴 적 축구 선수가 꿈이었고, 지금도 주말마다 5곳의 축구 클럽을 돌며 공을 차는 이 씨가 반격의 제안을 한다. “처장님이 공까지 제대로 차고 뛰시면 축구광을 넘어서 100% 축구인입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학부모님 대부분은 체육이 공부를 방해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이제 학생들에게라도 국-영-수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건 체육이라고 믿게 해주고 싶어요.” 서울 신목중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김혜린 교사는 오랜 침묵에서 벗어나 학교 체육 활동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했다. 체육 선생님 꿈을 이룬 김혜주 교사(서울 잠신중)도 체육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보고 싶은 의지가 크다. “제가 학교 다닐 때 티볼을 연습하고 배드민턴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교무실로 불려갔어요. ‘너 공부할 시간에 뭐하냐. 대학 떨어진다. 당장 들어와라’고 꾸중을 들었죠. 운동만 하면 ‘너 선수할 거야’라는 말을 들었어요.”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94.2%가 권고 운동량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체육 수업의 부실이 근본적인 이유다. 뛰어 놀고 싶은 학생들의 욕구를 해소해줄 수 있는 체육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운동의 묘미와 건강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수업은 힘들다. ‘공을 줄테니 뛰어놀라’는 식의 형식적 수업에서 특히 일부 여학생들은 소외되는 경향도 있었다. 체육 교사들마저도 교과 전문 역량이 정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여성 체육 교사들은 종목 연수 과정에서 소외감을 많이 느꼈다. 남녀 공동 연수 체제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다 배우지 못했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민폐’가 된 것 같아 외로웠고 단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한계를 많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학생 수준에 맞춰 발로 뛰어 찾는 체육 수업이런 문제 의식에서 여자 체육 선생님들이 단단하게 뭉쳤다. 여교사들이 모여서 각자의 고민을 ‘우리의 고민’으로 놓고 학생 수준과 특성에 맞는 체육 수업을 연구해보자는 바람으로 하나둘씩 모였다. 홍유진(서울 과학고), 전해림(서울 덕성여고) 교사를 중심으로 2022년 여자 교사들의 체육 교육 공동체인 ‘원더티처(Wonder-Teacher)’가 생겨났다. 영화 제목으로 여자 주인공 히어로인 ‘원더우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현재 110명의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대부분 체육 담당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초등교사, 유치원 선생님들도 있다. “수비 뒤로 돌아가.” “공간을 넓혀보자.” 21일 저녁 서울 경인고 체육관 농구 코트가 쩌렁쩌렁 울렸다. 매주 화요일은 ‘원더티처’의 여교사 농구 동아리가 모이는 날이다. 농구 교육 전문성과 재미를 높이려고 연수 클래스를 만들었는데 동아리까지 생겼다. 경인고 남성 체육 선생님인 이윤희 교사의 재능 기부로 농구 동아리 ‘Wonder T’의 여교사들이 매주 경인고에서 농구 실습을 한다. 이들은 실습에서 체험해본 것들을 체육 수업에 적용해보고 있다. 이날도 30여명 가까이 참석을 했다. 5 대 5 경기에서 농구 이해도, 기술 실력은 각자 다르지만 패스가 5명에게 골고루 돌아간다. 동료를 돕기 위한 스크린, 허슬플레이 등까지 나온다. 모두가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 교사가 만든 룰대로 움직인다. 득점자뿐 아니라 패스를 많이 하고 동료의 득점을 도운 사람도 높은 평가 점수를 받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잘하든 못하든 팀 플레이 위주로 흥미진진하게 공수가 오갔다. 28일에는 1990년대 농구 붐의 주역인 ‘오빠부대’를 이끈 ‘피터맨’ 김병철 전 오리온 코치로부터 쏠쏠한 팁을 전수받았다. “모두가 잘해야 이기고 높은 점수를 받는 거잖아요. 학생들이 이런 농구를 하면 눈에 불을 켜고 친구들을 배려할 겁니다. 모두가 참여해서 즐겁고, 이기면 더 좋고, 못하는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 가져도 되잖아요.”(김혜린 교사)● 책과 휴대폰에 갇힌 한계 극복하게 해주고 싶어학교 현장에선 바로 변화가 감지된다고 한다. 김혜린 교사는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방과 후 농구 수업을 열었는데 영화 슬램덩크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너무 많은 학생들이 찾아왔다. 면접까지 봤을 정도”라며 놀라워했다. 교사들은 ‘원더티처’ 활동으로 얻은 힐링의 기운이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쳤으면 한다. “학과 시험 때는 포기하면 백지 내면 끝이잖아요. 그런데 체육은 팀이 있고 동료가 있기 때문에 자기 맘대로 끝을 낼 수 없죠. 사회에 대해서, 또 나에 대해 진짜 ‘매너’를 배울 수 있는 의미있는 체험인 것 같아요.”(김혜린 교사) 김 교사는 운동을 두려워해온 한 여학생의 심적 변화에 울림이 컸다고 말했다.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님하고 둘이 사는 여학생이었어요.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 줄넘기 수업인데 줄이 머리에 맞는대도 넘지를 못하더라고요. 얘기를 해보니 그런 자신을 쳐다볼 친구들의 시선이 무섭다는 거였어요. ‘아니다. 못해도 친구들이 너를 포옹해줄 거다’라고 힘을 줬죠. 꾸준히 지도를 하니 지금은 야구도 하러 다니고 동아리에도 가입했어요. ‘체육으로 아이가 바뀔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저도 깜짝 놀랐어요.” 김혜주 교사는 “이제 체육 시간에 ‘무섭다’, ‘지친다’라고 말하는 학생이 없다. 친구들이 옆에서 응원하고 있으니 상대와 기싸움도 할 줄 안다. 스스로 책과 휴대전화에 갇혔던 한계의 벽을 체육으로 허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학생들이 체육대회에 나간다고 하면 나도 ‘원더티처’ 활동으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물은 몇 개, 양말은 몇 개 꼭 챙겨라’까지 알려줄 수 있다. 소소하고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교과서에는 없는 얘기”라며 웃었다. 우리 사회를 오래 지배해온 지덕체(智德體) 담론에서 건강한 신체를 기르는 ‘체’가 학교 교육에서 크게 위축된 시점에 여성 체육 교사들이 학교 체육을 살리는 막강한 구원 투수로 나서고 있다. “지덕체에서 체덕지? 체덕지를 ‘체인지’(體仁智)로 바꾸면 좋지 않을까요? 체인지로 체인지(change) 해요.”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첫 사랑’ 등 최고의 인기를 얻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열연하며 국민 배우 반열에 오른 연기자 박상원(64·사진)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다음달 미국 로스앤젤레스 E.K. 아트갤러리에서 해외 초청 사진 개인전을 연다. 비주얼 저널리즘 박사 학위(상명대)를 갖고 있는 박 이사장은 이번 초대전에서 “모든 감각을 절제하고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일상 풍경에서 일시적으로 정지된 장면을 포착해냈다”고 한다. 작가의 의도를 관객이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는 특징인 스투디움(Studium), 보는 이마다 다르게 느끼는 감정인 푼크툼(Punctum) 등을 한꺼번에 제시하려고 했다. 박 이사장은 “사진은 입체적인 삶의 확장이라고 본다. 내가 사진을 찍는 순간에 배우인 나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이 상상들이 수많은 삶의 순간들이 된다. 결국 사진도 연기”라고 말했다. 이번 초대전에서 박 이사장의 1~3번째 사진전인 ‘A Monologue 2008’, ‘A Shadow 2012’, ‘A Scene 2020’에서 소개된 주요 작품에 신작들을 더해 60여개 작품을 전시한다. 사진전은 4월 8일(현지 시간) 개회식을 시작으로 29일까지 열린다.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야구만큼이나 농구도 국제 경쟁력 하락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에서 2030년까지 세계 수준으로 올라서겠다는 일본 남자 농구가 유망주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대표팀 수준의 훈련 연계 체계를 치밀하게 가동시키고 있다. 지난달 일본농구협회(JBA)는 ‘대표팀 육성 캠프’라는 이름으로 17~22세 사이 선수들을 모아 성인 대표팀이 추구하는 농구 스타일의 핵심을 전수하는 강화 훈련을 개최했다. 사실상의 대표팀 ‘쇼케이스’였다.이번 훈련의 헤드 코치는 남자 대표팀 톰 호바세 감독이다. 미국 출신인 그는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 대표팀을 이끌고 은메달이라는 대성과를 일궈냈다. 올림픽 이후 바로 남자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닷새간 선수들을 붙잡고 대표팀의 과제인 공수 전개 과정, 관련 전술, 움직임 등을 자세히 알려줬다. 지금까지 우리 농구계의 관행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일본 농구가 벌이고 있다.●17~22세 유망주 불러 대표팀 농구 스타일 이식 캠프에서는 U-22, U-18 대표팀 코칭 스태프도 합류해 호바세 감독을 거들었다.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도 자연스럽게 성인 대표팀의 농구를 공유한 셈이다. 선수 19명은 모두 22세 이하였는데 18명이 대학생, 4명이 고교생이었다. 고교생은 와쿠가와 하야토(18 ּ 194cm), 가와시마 유토(17ּ 200cm ּ 이상 오호리고), 사카모토 고세이(18 ּ 194cm ּ 다이이치고), 호시카와 가이세이(18 ּ 193cm ּ 라쿠난고)다. 이들은 만화 ‘슬램덩크’에 등장할 법한, 일본 고교 농구를 대표하는 ‘F4’ 4인방이다. 지난해 8월 열린 U-18 아시아청소년농구선수권 한국과의 결승전에서 비록 팀이 지기는 했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멤버다.JBA는 아예 캠프 훈련에 참가한 선수 중 4명을 지난달 13일부터 진행된 대표팀 훈련에 전격 합류시켰다. 가장 어린 가와시마 유토가 고교생으로 유일하게 포함됐다. 파격이었다. 일본 대표팀은 2월 23일과 26일 이란, 바레인과 2023 FIBA(국제농구연맹) 농구 월드컵 예선 경기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육성 캠프 유망주들을 과감하게 대표팀 엔트리에 올렸다. 그리고 이란을 93-61, 바레인을 95-72로 대파했다. 캠프 훈련 후 대표팀에 합류한 카네치카 렌(도카이대)은 이란 전에서 20점을 넣었다. 가와시마 유토는 최종 엔트리 12명에는 빠졌지만 롤모델 선배들과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유망주들에게 수준 높은 대표급 농구 경험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갖게 한 것이다. JBA가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유망주 경기력 향상의 핵심 포인트다. 대표팀 육성 캠프 훈련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호바세 감독은 “일본 대표팀이 추구하는 농구를 유망주들에게 전하고 반응을 보는 것이 메인 테마다. 선수들이 대표팀의 스타일을 처음으로 접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며 흡족함을 나타냈다. 히가시노 토모야 JBA 기술위원장(테크니컬 디렉터) 역시 “190cm가 넘는 선수들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하게 코트에서 움직이는 것을 일본 대표팀의 핵심 표준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번 캠프는 그 노력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세대들이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계속 위로 밀고 올라와서 기존 대표 선수들과 경쟁했으면 한다”며 연령대별 선수들을 위한 대표팀 육성 캠프가 계속 추진될 것임을 시사했다. ●대표팀 기술보고서가 60장이나?… 교본으로 공유 이번 육성 캠프 훈련에서 호바세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한 부분은 JBA 기술위원회의 테크니컬 하우스 파트에서 펴낸 일본 대표팀 기술보고서 내용과 상당 부분 맥이 닿는다. JBA는 지난해 6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예선 3경기를 치른 일본 남자 농구 대표팀의 경기를 분석해 6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냈다. 공수 세부 항목별 수치가 팀 승패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에 따른 전술 변화까지 자세하게 분석했다. 일본 남자 대표팀은 45년 만에 나간 도쿄 올림픽에서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계 정상급 팀인 스페인(77-88패), 슬로베니아(81-116), 아르헨티나(77-97)와 경기 중반까지 접전을 펼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림픽 직전 평가전에서는 세계 5위 프랑스를 꺾기도 했다.여자 대표팀에서 분석 농구로 재미를 본 호바세 감독은 선수들이 포지션과 관계없이 공수에서 속도를 올려 폭넓게 움직이는 농구를 주문하는 스타일이다. 기술보고서에서도 특히 도움 수비, 공격 리바운드 가담 상황에서 속도감 향상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도움 수비에서는 상대가 슛을 어렵게 쏘도록 순식간에 두세 명이 상대를 에워싸는 상황을 만드는 위치 선정 방법을 제시했다. 상대 속공을 막고 팀 득점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팀 전체 슛의 70% 이상 상황에서 포지션 관계없이 무조건 3명이 좌우 측면과 페인트 존에서 공격 리바운드에 가담하는 전술 팁도 제안했다. 속공 전개 때 빠르게 전방으로 패스를 주거나 순간 메인 볼 핸들러로 공격 조율을 하는 2m 이상 빅맨들의 경기력 향상 또한 필요하다고 봤다. 육성 캠프 훈련에서도 기술보고서에서 제안된 스타일의 집중력을 높이는 세부 훈련이 진행됐다. 일본은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함께 공동 개최하는 농구 월드컵에서 아시아 지역 1위를 노리고 있다. 아시아 1위는 2024년 파리 올림픽 본선으로 직행한다. 쉽지 않겠지만 다음 목표는 올림픽 8강이다. 이어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계획이 서 있다. 이 목표를 위한 과제 중심에는 유망주들의 반복적인 대표팀 연계 훈련과 트라이아웃(대표팀 승격을 위한 테스트)이 있다.우리는 어떤가. 프로농구는 시즌 막판 상, 하위권 승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초반 반짝했던 인기가 사그라지고 있다. 만화 ‘슬램덩크’가 영화로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국내 농구 쪽으로 관심이 연결되지 않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G리그 소속 이현중과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1부 곤자가대에 진학한 여준석은 아직 NBA로 가기에는 경기력과 현지 적응 면에서 넘어야 산이 많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던 U-18 대표팀의 주력 선수들도 국내 각 대학으로 진학해 동계 훈련을 소화했지만 아직은 모자라다. 성인 농구와의 실력 격차를 줄여갈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비시즌 프로팀과 연습 경기하는 정도가 전부다. 계속적으로 고교-대학 유망주들이 프로에 진출할 때까지 3~4년 가까이 기량 정체를 겪고 있다는 건 뼈아프다. 농구 현장에서 20대 초반 연령대 대표팀 신설과 정기 소집 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외침뿐이다. 조상현 LG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 시절 U-23 대표팀 활성화 그림을 꽤 구체적으로 그렸으나 여러 벽에 부딪혔다. 대한농구협회는 대표팀 경쟁력 향상에 관해서는 개점 휴업이나 다름없다. 협회 홈페이지에서 간혹 업그레이드되는 건 농구인들의 경조사를 알리는 소식밖에 없다.최근에 발표된 FIBA 랭킹에서 일본은 36위로 한국(38위)을 추월했다. 예전처럼 “늘 일본은 교과서 농구만 한다”며 아래로 깔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남자 대표팀은 7월 두 차례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평가전을 갖는다. 농구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는 한국은 현역 NBA 리거인 하치무라 루이(LA레이커스), 와타나베 유타(브루클린) 등 주력이 대거 가세해 월드컵에 나서는 일본 대표팀이 부담스럽다. 자칫 두 번의 평가전에서 한국 남자 농구의 불편한 민낯이 완전히 드러날 수도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국내 유일의 안광학 전시회인 대구국제안경전(디옵스)을 앞두고 관련 단체들이 대회 성공을 위해 뭉쳤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원장 진광식)은 (사)대한안경사협회 지역 시도 6개 지부(부산, 대구, 대전, 울산, 경북, 경남)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브랜드 연합 단체인 EFIS(대표 이승우) 등과도 MOU를 맺었다. 디옵스는 4월 5일 오전 11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7일까지 3일간 대구 엑스코 동관 5, 6홀에서 개최된다. 이번에 21회째를 맞는 디옵스 기간에 약 4000명의 안경사가 현장 보수 교육을 받게 된다. 각 지부 소속 안경사는 교육에 참가할 경우 평점(4점)을 부여받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된다. 사전 신청자에 한해 차량 이용과 식사 등이 제공된다. 또 EFIS 중에서는 16개 업체(리스펙트아이웨어, ㈜마루아이티씨, 마이스터옵틱스, 비앤비, 비엔케이옵틱, 씨슬로우, 아주옵틱스, ㈜엠투아이티씨, 오겐디자인, ㈜오이코스아이웨어, ㈜오피스더블유, ㈜옵티코리아, ㈜제이나인스테이션, ㈜지오코퍼레이션코리아, 커버그라운드, 타르트옵티컬앤씨오)가 안경전에 참가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광식 원장은 “대구국제안경전이 대한민국 안경업계 비즈니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도록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으겠다. 대한안경사협회 6개 지부, EFIS와 협력해 역대 가장 성공적인 디옵스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보수 교육 세부 내용은 앞서 언급한 6개 지부로 문의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디옵스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강원 원주시 한라대학교는 인공지능 모빌리티 교육플랫폼(aMAP·AI-Mobility Accelerator Platform)을 활용해 구글 텐서플로우(기계 학습 및 수치 계산을 위한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 개발자 자격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교육은 2022년도에 1회차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회차 교육을 실시했다. 1회차에는 전국 102개 고교에서 451명이 참가했고, 2회차에는 전국 67개 고교 443명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3월 4~5일에 걸쳐 진행된 구글 텐서플로우 개발자 자격증 취득 시험에 응시한 이천고와 양영디지털고는 학생 전원이 합격증을 받았다. 자격증 교육을 담당한 고국원 한라대 교수(미래모빌리티공학과)는 “대학 교육 과정을 고교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많은 고교생 개발자를 배출출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석범 이천고 교사는 “지난해에도 교육에 참여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한라대 aMAP 온라인 프로그램 강의를 통해 구글 텐서플로우 프로그램을 기초부터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전문성을 높여 학생들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고 말했다. 신용현 양영디지털고 교사는 “고교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못한 영역을 심도있게 학습할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라대는 2021년부터 초등학생과 대학생, 기업 재직자들에게도 aMAP을 활용한 인공지능 관련 온라인 교육을 하고 있다.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깐부. 국어 사전에는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보충 설명이 달려 있습니다.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미국 하버드 의대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도, 명예도, 학벌도 아닌 사람들과 따뜻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 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 슬픈 일에도 “나였어도…같이…함께” 설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월 20일. 국민배우라 불리는 박상원(64)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서울예대 공연학부 연기전공 교수)은 서울 경희의료원 장례식장 1호실에 앉아 있었다. 전날 산악인 엄홍길(63·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 대장의 모친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박 이사장은 심한 독감에 걸려 목소리가 완전히 잠기는 등 컨디션이 최악이었지만 급히 병원에 들러 수액 주사를 맞고 장례식장을 찾았다고 했다. 그가 앉은 건 빈소 접객실 가장 뒷줄 가운데 자리. ‘상주’ 엄 대장을 정면에서 주시할 수 있는 위치였다. 엄 대장은 재단의 네팔 6차 산티푸르 휴먼스쿨 증축 착공식 등에 참석하고 1월 17일 귀국하자마자 어머니를 잃었다. 엄 대장이 조문객들에게 임종 순간을 설명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짠한 마음이 들었는지 차려진 음식도 뜨는 둥 마는 둥 했다. 다음날 새벽, 발인이 끝나고 엄 대장이 운구 버스로 옮겨진 모친의 관에 머리를 대고 극락왕생을 빌자 박 이사장은 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엄 대장과 어머니의 마지막 교감을 영상으로 찍었다. “엄 대장한테 주려고. 나중에 보고 싶어할 것 같아서”라 말하는 박 이사장의 눈가도 붉어졌다. 그는 장지인 경남 고성으로 떠나는 운구 버스 맨 앞 자리에 타고 있던 엄 대장과 버스 창을 사이에 두고 눈을 맞추려 애썼다. 엄 대장이 손짓으로 화답하자 그는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엄 대장이 가면서 어머니와 못다한 얘기를 했으면 좋겠어. 내 얘기도.” ‘인간시장’,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첫 사랑’ 등 역대 최고 인기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쳤던 톱스타와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봉우리 16좌 완등의 전설적인 산악인. 두 사람은 지난 20여년 간 어떤 상황에서라도 든든하게 서로를 지탱해왔다. ● 통하더니 닮게 된 일상… ‘필요충분조건’으로 느끼는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신 19일 당일 새벽이었어. 자는데 시커먼 망토를 쓴 애들이 나한테 막 달려 드는거야. ‘하지마, 하지마, 오지마’라고 막 소리를 지르고 했나봐. 아내가 급하게 나를 깨우더라고. 생전 그런 꿈은 처음이었어.” 장례식 약 한달 뒤, 엄 대장이 모친을 잃은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시점에 박 이사장이 서울 삼청동 재단 사무실을 찾았다. “엄 대장. 사무실 천장 구조물을 떼어내면 어떻겠어요? 시원해 보일 것 같은데”라며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박 이사장에 말에 엄 대장이 “아유, 좋습니다. 왜 제가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라고 받아친다. 둘의 대화는 항상 이런 식이다. 박 이사장의 ‘아무말 대잔치’에 엄 대장이 맞장구를 치고, 박 이사장이 다시 엄 대장의 존재감을 살려준다. 박학다식한 박 이사장이 이런 저런 의견을 내놓으면 한 살 어린 엄 대장은 그 의도를 살피며 동의하고 잘 받드는 편이다. 만담 같은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하는 와중에 칭찬이 오가고, 웃다가 심플하게 둘만의 합의에 이른다. 엄 대장은 박 이사장의 방문에 생기를 찾았다. 2002년 무렵 우연한 자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의 삶에 빨려 들어갔다. 박 이사장은 엄 대장 덕에 네팔과 히말라야 곳곳을 국내 산보다 많이 찾게 됐다. 엄 대장이 2005년 휴먼원정대를 꾸려 전년도에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정상 부근에서 생을 마감한 후배 (박)무택의 시신을 수습하러 갔을 때는 위험을 무릎쓰고 엄 대장을 따라 갔다. 히말라야 등반 경험이 많은 산악인들도 고산증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많은 그곳에서 박 이사장은 사흘 밤을 엄 대장과 함께 보냈다. 2016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엄 대장과 함께 찾았을 때는 극심한 체력 저하에 실신 직전까지 갔지만, 무전기로 들려오는 엄 대장의 엄포를 들으며 베이스캠프보다 높은 칼라파타르(5550m)에 올랐다. 이곳은 에베레스트 정상이 가장 잘 보인다는 ‘뷰 포인트’. 자신에게 평생 추억을 남겨주려는 엄 대장의 의도를 알고 죽을 힘을 냈다. 엄 대장도 박 이사장이 나오는 드라마는 일단 ‘본방 사수’다. 공연 연습에도 자주 발걸음을 한다. 2020년부터 전국 투어를 진행한 박 이사장의 1인 연극 ‘콘트라바쓰’는 연습을 하도 많이 봐서 본인이 까메오로 출연해도 될 만큼 주요 대사를 줄줄 외운다. 사진 전공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박 이사장이 사진전을 열 때도 엄 대장은 스태프 역할을 자처하곤 했다. 박 이사장 아들 도현 군의 군대 면회 때도 작은 아버지처럼 동행했다. 정부 각 부처와 기업 등에서 강연을 자주 하는 엄 대장은 박 이사장으로부터 평소 사람 대할 때의 화법, 연기 상황에서 감정 표현, 발성 등을 보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이러는 엄 대장이 고맙다. “엄 대장이 나를 처음 만났을 때는 대중에게 많이 드러난 사람은 아니었어요. 집요하리만큼 산에 다가가 있었죠. 그런데 20년간 나를 만나다보니 본인도 대중들과 가까워지고 친숙한 사람이 됐잖아요? 저도 에베레스트 정상을 올라가는 과정이 예술의 본질을 찾으려고 싸움을 하는 연기자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해 산을 찾았죠. 서로 테니스 공을 넘기듯 랠리를 주고 받으면서 비슷한 부분이 더 에스컬레이팅(확대)됐다고 봐요.”(박상원) “연기를 보다보면 대사와 표정이 저와 있었을 때 보여준 모습이라 그냥 빨려 들어가요. 히말라야에 와서는 제가 산에서 했던 대로 하시죠. 그러니 어디에서든 자꾸 만나고 싶고, 그 분이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하고 어떤 배려를 보여줄까’ 기대가 돼요. 산 밑의 세상을 제가 품을 수 있도록 해 준 분입니다.” (엄홍길)● ‘존칭으로 존경’이 우정 비결 … 이제 감사한 분들에 빚갚는 동반자 한 살 터울 두 사람은 형-동생 호칭을 쓰지 않는다. 엄 대장은 평소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르는 선배들이 다섯 손가락으로 셀 정도 있다. 평생 지낼 인연이라 작정을 하고 단촐한 ‘의형제’ 의식까지 치른 각별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보다 정서적으로 더 가까운 박 이사장을 엄 대장은 형님 대신 ‘박 교수님’으로 부른다. 박 이사장도 ‘대장’ 호칭을 꼭 붙여 부른다. “김종학 감독(드라마 모래시계 연출. 2013년 작고)과 예전에 술을 마시면서 ‘우리 형, 동생 해보자’고 한 적이 있어요. 내가 김 감독께 ‘형님’ 그랬더니 갑자기 그 분이 너무 매력없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감독님으로 부르겠다 했던 기억이 나요. 엄 대장은 전설적인 산악인이잖아요. 그런데 내가 ‘홍길’이라고 부르면 ‘도전하는 산사나이’ 매력이 반감될 것 같았어요. ‘대장’은 ‘엄홍길’을 존경한다는 의미죠. 엄 대장 역시 내 여러 직함 중 ‘교수’가 가장 ‘인간 박상원’의 매력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을 거에요.”(박상원) “우리 사이에서 호칭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서로가 주는 목적 의식, 자극이 워낙 커요.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박 교수님을 보고 제가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서운한 마음이 들 겨를이 없고 관계를 깰 수 있는 감정도 절제하게 돼죠.”(엄홍길) 형식상의 ‘호형호제’ 없이도 건전한 ‘찐우정’을 이어가는 이 브로맨스 관계는 가족과도 같은 인생 파트너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주변에 널리 알려준다. 박 이사장은 히말라야로부터 받은 고마움을 돌려주는 목표를 ‘인생 17좌’로 삼고 히말라야 오지에 학교(휴먼스쿨)을 짓는 엄 대장의 행보를 만사 제치고 돕는다. 주변 사람들은 자신도 전방위 봉사를 하면서도 엄 대장의 ‘인생 17좌’를 자신의 일상으로 여기는 박 이사장을 보며 느끼는 바가 적잖다. 이들의 관계가 주는 의미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홍보대사를 동시에 위촉한 기관도 여럿 있다. 엄 대장이 평소 형이라고 부르는 이연용 (주)일신 E&C 회장(전 대한전기학회 전기설비부문 회장)은 “각자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도 서로 아끼고 지내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 솔직히 샘도 나고 부럽다. 둘을 보면 나와 내 주변 관계를 계속 돌아보게 된다. 인생 반환점을 훌쩍 넘은 나에게 세상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엄 대장과 나는 그냥 쉬는 것 싫어하고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걸 좋아하는 필연의 동반자에요. 닮아가고 있지만 분명한 건 하나가 아닌 둘이라는 겁니다. 수족관에 비슷한 고기들만 있다면 전부 시름시름 앓다가 죽죠. 그런데 우리는 서로의 가치를 빛내주면서 주변 생태계에도 좋은 영향을 주려는 ‘케미’를 갖고 있지 않나 싶어요.”(박상원) “영화 ‘라디오스타’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와요. ‘스스로 빛나는 별은 없다’. 누군가가 사방에서 나를 비춰주기 때문에 빛이 난다는 거죠. 박 교수님이 저에게 그런 존재죠. 이제는 저희가 주변 분들을 더 많이 비추려고 합니다.”(엄홍길) 박 이사장은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대중에게 과한 사랑을 받았다. 이제 돌려줄 때다. 엄 대장이 세상에 진 빚을 갚을 때는 내가 힘을 보태고, 내가 갚을 때는 엄 대장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말해 뭐해, 엄 대장 역시 100% 공감이다. “ ‘나만 받고 누리고 끝내겠다’는 아니죠. 박 교수님이나 저나 지금까지 받은 것에 비하면 만 분의 일도 못 갚았어요.” ● “인생 하산길, 건강을 부탁해” 인생의 하산길도 함께 걸을 둘은 건강에도 신경을 각별히 쓴다. 엄 대장은 매일 오전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휴대 전화를 끄고 수영을 하거나 집 근처 우이동 북한산 백운대 코스를 가볍게 등산한다. 그 전에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손-발가락을 쥐었다 폈다를 30분간 반복하면서 코어 운동을 한다. 따뜻한 물을 하루 2리터 이상 마시고, 인스턴트 음식은 되도록 삼가한다. 라면을 꼭 먹어야 할 때는 먼저 면을 끓여 기름기를 빼내고 죽처럼 푹 삶아서 조금 맛을 본다. 탄수화물 섭취는 최소한만 한다. 공기밥에는 숟가락이 거의 안 간다. 술은 맥주와 감미료가 첨가된 희석식 소주(참○○, 처음○○)는 안 마신다. 증류식 소주(일품○○ 또는 화○)에 레몬을 직접 짜넣어 마시는 게 요즘 엄 대장의 술 스타일이다. 고량주나 위스키 등도 체질적으로 잘 맞는다. 술을 마실 때는 술 한 잔에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기를 반복하면서 몸 속 알코올 농도를 낮춘다. 1년마다 하는 정기 검진은 아예 병원에 하루 입원해 세밀하게 점검한다. 평소 스키, 스킨스쿠버 등을 즐기고 헬스클럽도 부지런히 드나드는 박 이사장도 1년에 2~3차례 하는 금주 기간을 더 늘리려고 한다. 연기 활동에 각종 행사, 개인 스케줄을 소화해도 끄덕 없던 몸이었는데 요즘 부쩍 체력이 떨어졌다고 느껴진다. 박 이사장은 “나보다 엄 대장이 전방위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과부하가 더 걸릴 것 같다. 관계의 범위를 크게 넓히지 않는 선에서 몸 관리를 해야한다”며 엄 대장을 더 걱정했다. 그날 저녁도 ‘한잔’의 분위기를 잡는 엄 대장에게 박 이사장이 어깃장놓듯 말한다. “엄 대장. 내가 이제 반쪽 산악인이 된 것 같은데 앞으로 건강하게 히말라야에 더 가야하지 않겠어요? ” “아. 그래도 저하고 있을 때는 한 잔 드셔야 됩니다.” 박 이사장이 “이제 본인 몸에 배려를 해야 한다”고 받아쳤지만 술에 관한한 완강한 엄 대장의 협박(?)에 꼬리를 내린다. “그럼 뭐 저는 간단하게 막걸리나 한 잔하고 일찍 집으로…” “무슨 말씀이십니까. 안 됩니다.” 결국 이 날도 두 사람은 일찍 헤어지지 못했다. “기.기.길!!!” 막걸리 잔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히말라야와 인왕산-북악산의 기운, 또 생기-활기-정기를 불러 모은다는 엄 대장의 대표 건배사 ‘기.기.기’는 최근 ‘기.기.길’이 됐다. 모든 기운은 하나의 길로 통한다는 의미에서 엄 대장이 바꿨다. 둘을 묶고 있는 인연의 끈이 특별한 기합으로 더 조여졌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서울 성동구 동마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성준 교사(전 광희중)는 ‘문제를 잘 푼다=수학을 잘한다’는 일반적 평가를 거부한다. 학생들이 공식을 암기해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이 수학 평가에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교사는 학생들의 논리적 활동이 수행 평가에 반영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수업 활동이라는 ‘길’을 선생님과 같이 걸으면 수행 평가라는 ‘나무’를 자연스럽게 만나고, 평가 결과와 피드백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수학듣기 평가도 새롭게 시도했다. 하나의 문제를 놓고 다양한 관련 상황을 듣기 평가 형태로 주면 학생들이 토론하고 의미 부여를 하면서 논리적으로 결과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지필 평가도 ‘이유에 대해 설명하시오’라는 식의 문제를 내고 숫자로 된 답이 아닌 방법으로 서술하도록 했다. 서우찬 군(광희중 3학년)은 “선생님은 내가 답을 알고 있더라도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한 번 더 유도하고 증명하는 시간을 주신다. 그러다 보니 어려운 문제에 부닥치더라도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대원여고에서 한국사와 빅히스토리를 가르치는 박인엽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지를 작성하고 교과 내용, 수업 준비, 아이디어 등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활동지를 만들게 한 뒤 이를 갖고 자기 평가, 동료 평가를 실시하게 했다. 박 교사도 과정 중심 평가를 한 뒤 개별 피드백을 줬다. 이 자료는 그대로 학생의 교과 세부 내용 및 특기사항을 정리하는 데 활용된다. 이 학교 1학년인 황유영 군은 “교과서 내용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다각적으로 학습하게 돼 사고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동급생인 유수빈 군도 “평가를 하다 보면 친구들의 활동지를 보게 된다. 잘한 친구들의 활동을 내가 평가하면서 반성도 하게 되고 다음 활동 때는 잘해보자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성동광진교육지원청(교육장 강연흥)은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 실천 문화를 알리기 위해 지난달 관내 중고교 수업 혁신 사례를 모아 ‘먼저 도착한 미래, 교실’이란 타이틀 영상으로 제작했다. 영상은 성동광진교육지원청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유튜브에서 ‘온수콸콸 교실혁명 프로젝트’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 강연흥 교육장은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이 아닌 핵심 역량을 끌어올리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와 교실이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서남표 MIT(매사추세츠공대) 명예교수(87)가 16일 UNIST(울산과학기술원)에서 명예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UNIST가 지난해 세계 100위권 대학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대학 혁신과 경영 선진화 등에 관한 자문으로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올해로 개교 14년 차인 UNIST는 지난해 세계대학평가 100위권에 올랐으며 국내 순위도 5∼6위를 오르내릴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세계 1% 과학자’로 불리는 HCR 연구자를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10명(전체 60명)이나 배출하는 등 연구 우수성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세계적 공학자인 서 명예교수는 공리적 설계이론의 창시자이다. 제조과학, 설계과학 분야에서 300여 편의 논문과 10권의 저서를 저술했다. 100건 이상의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7년간 KAIST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1984년부터 1988년까지 미국과학재단(NSF) 공학 부문 부총재, 1991년부터 2001년까지 10년간 MIT 기계공학과장 등을 역임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1959년 MI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64년 카네기멜론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65년부터 1969년까지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를 거쳐 1970년부터 모교인 MIT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UNIST는 지난해 8월 총장국제자문위원회를 발족하고 첫 위원으로 서 명예교수를 위촉했다. UNIST 총장국제자문위원회는 ‘2027년 세계 100대 연구중심대학 진입’을 목표로 세계적 석학 및 글로벌 리더 10명을 위원으로 채워 나갈 계획이다. 4년 임기의 자문위원은 UNIST에서 초청 세미나를 하며, 총장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UNIST 이용훈 총장은 “올해는 UNIST가 세계 100대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세계적인 석학들을 자문위원으로 초빙해 글로벌 초격차 기술개발에 주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두세 명을 순차적으로 초청해 자문을 요청하고, 주요 시기에는 여러 명을 한꺼번에 모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UNIST 첫 국제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서남표 명예교수는 13일 미국 보스턴에서 귀국해 이날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했다. 17일에는 교수, 직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문위원 특강을 진행했다. 서 명예교수는 특강에서 세계적 연구중심대학들의 성공 사례와 인류발전 기여 사례를 소개하고, 자신의 공리적 설계이론을 기반으로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안했다. 그는 “UNIST의 경우 울산의 탄탄한 산업 기반과 연계해 교육, 연구 촉진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글로벌 기관, 리더그룹과의 활발한 인력 교환, 공동 프로그램 운영, 자원 공유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교육혁신에 대한 조언도 내놓았다. 그는 “대학은 학생들이 실제 문제해결을 통해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창조할 수 있도록 돕고 격려하라”면서 “학생들의 창의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산학 연계 교육과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삼성생명이 사내 교육 체계 개편을 통한 컨설턴트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이사는 신년사를 통해 무한성장의 관점에서 한계를 넓혀가는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삼성생명은 고객에게 적합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컨설턴트 양성 차원에서 교육 체계를 업그레이드했다. 우선 신입 컨설턴트 대상 교육을 확대, 개편했다. 기존의 현장 체계 교육을 재정비하고 연수를 통한 전문 교육 기회를 확대했다. 컨설턴트 6대 핵심 역량인 △컨설턴트십(Ship) △판매 프로세스 △금융 자격 △정도 영업 △상품 △판매 스킬을 배양하고 장기 정착을 지원한다. 기존 컨설턴트 대상 교육도 개선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컨설턴트 세일즈 아카데미(CSA) 과정 신설이다. 여기서는 법인, 세무, 단체 보험 등 전문 지식을 학습하는 하드스킬 교육과 프레젠테이션, 스토리텔링 등 영업 관련 테크닉을 기르는 소프트스킬 교육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연세대, 성균관대와 함께 산학 연계과정도 운영한다. 가업 승계, 상속세 등 분야의 재무 컨설팅 교육이 깊이 있게 진행된다. 또 모바일 교육 플랫폼을 통해 컨설턴트의 자기 주도 학습도 가능하게 했다. 컨설턴트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통합 교육 플랫폼인 ‘스마트쏙쏙’에 접속해 교육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거치면 누구든 보험 영업에 필요한 스킬과 역량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앞으로도 고객에게 최상의 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의 교육혁신코로나19로 학교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학력 중간층은 줄어들고 기초 학력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을 비롯한 지역 교육청은 문제 해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교육감은 신년사에서 “기초 학력은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기초 학력 신장 지원 프로그램인 ‘수채화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동작관악 수채화 프로젝트는 국어‧영어‧수학을 위주로 한 기존의 학력 증진 방식에서 벗어나 수학에 체육‧미술‧음악을 융합한 수업으로 기초 학력 증진과 수업 혁신을 추구한다. 수채화는 수학과 예체능으로 학력을 채우는 화려한 만남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사전 작업으로 기초 학력 증진에 필요한 데이터 기반 플랫폼(올인원 라이브러리)을 구축해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기초 학력 업무 및 융합 수업에 경험이 많고 현장 지원이 가능한 ‘수채화 지원단’을 꾸린다. 이들은 학생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는 융합 수업 모델과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기초 학력 집중 보강이 필요한 학생들은 학기나 학년이 바뀔 때마다 학업 공백을 크게 느낀다. 생활습관 형성에도 지장을 받는다. 그래서 학기와 학기 사이를 ‘이음 학기’로 삼고 동작관악학습도움센터와 함께 도움을 줄 예정이다. 오정훈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미래 역량은 국영수 위주 지식 습득을 넘어선다. 기본 교과 지식 외에 사회‧정서적 소양, 신체적 기능 발휘 역량을 함께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다양한 사회 현상에 적응할 수 있고 자신만의 장점을 발휘해 인생 스토리를 잘 풀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교육장은 “학교 부담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반(데이터화)-연결(교과·교사·학교)-실천(나눔과 멘토링)’의 과정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서울시특별시교육청이 기초 학력 보장 사업의 일환으로 도입한 협력강사제‧키다리샘‧학습지원 튜터 등도 초반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만족도가 높아졌다. 수채화 프로젝트 역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정책 기조를 구체적으로 실현한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강백호. 199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만화 ‘슬램덩크’ 주인공의 한국판 이름이다. 최근 영화로 개봉된 ‘슬램덩크’는 농구 ‘덕후’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데 역시 강백호의 존재감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만화 속 강백호는 애초 농구와 거리가 먼 캐릭터다. 농구를 좋아하는 한 여학생에 반해 고등학교 농구부에 들어갈 때만 해도 보여주는 농구 지능(Basketball IQ·BQ)은 제로에 가까웠다. 좌충우돌 사고만 치다가 타고난 운동 능력과 허슬 플레이로 자신감을 얻으면서 결국 농구에 눈을 뜨는 판타지 인물이다. 만화 속 강백호하면 떠오르는 국내 프로농구 선수가 캐롯의 김진유(29)다. 인정사정 없는 몸싸움과 허슬 플레이를 즐기는, 보기드문 파이터형 가드다. ‘풋내기’ 시절의 강백호가 바로 연상된다. 키(188cm)도 같다. 지난 시즌까지 주전 선수들이 휴식을 가질 때 대신 들어가 경기당 평균 5~10분 남짓을 뛰는 ‘식스맨’이었던 김진유는 변변하게 내세울 만한 기록이 없다. 명색이 프로농구 선수인데 전문가나 지도자들로부터 ‘BQ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라는 혹독한 평가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튼튼하게 몸을 물려주신 덕분에 농구를 포기하지 않고 해왔다”며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다소 소홀하게 여기는 기능 영역을 가다듬고 잠재력을 터트릴 기회를 기다려왔다. 그런 그에게 프로농구 2022~2023시즌 인생 반전이 일어났다. 6일 현재까지 27경기에서 경기당 19분 45초 동안 코트에 나선 것부터가 기막히다. 주전급의 가용 시간이다. 이렇게 뛰어본 건 건국대 시절 이후 처음이다. 고질적으로 허리가 안 좋고 무릎도 아프지만 ‘물 만난 고기’처럼 쉬지 않고 몸을 상대에게, 코트 바닥에 내 던지는 중이다. 동료들의 슛이 성공되지 않을 때는 적극적으로 골밑에 뛰어들어 공격 리바운드에 가담하고 있다. 공 경합 상황이나 상대 주득점원 수비에서도 집념의 허슬을 발휘하고 있다. ● 문성곤의 허슬 아바타 김진유는 이번 시즌 경기당 3.0점, 4.4 리바운드, 1.4어시스트 등을 기록하고 있다. 돋보이는 기록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KGC 문성곤(30·195cm)과 비교하며 가치를 찾는다. 문성곤은 KBL(한국농구연맹) 최초 3시즌 연속 최우수 수비상을 받은 프로농구 ‘허슬’ 포워드의 대명사다. 코트 어디서든 공격 리바운드 가담에 찰거머리 수비까지 발군이라 ‘문길동’으로 불린다. 다음 시즌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데 대다수 팀들이 탐을 내고 있다. 김진유는 가드 포지션에서 상대 에이스를 전담해 수비하면서도 리바운드를 4.4개나 잡아냈다. 문성곤(5.0개)과 비슷하다. 오히려 공격 리바운드는 경기당 1.8개로 문성곤(1.7)보다 많다. 김진유의 움직임으로 팀은 2차 공격 횟수를 늘리고 상대 역습을 적절하게 지연시킬 수 있었다. GD(굿 수비) 수치도 0.4개(전체 2위)로 문성곤(0.3개)을 앞선다. 지난 시즌까지 문성곤을 키우고 캐롯에 부임한 김승기 감독 체제에서 김진유는 ‘문성곤 아바타’처럼 작동해주고 있다. 김진유는 “그런 부분까지 의식하지 않지만 출전 시간을 길게 배려해주시는 감독님에게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죽어라고 뛰다보니 기록이 따라오는 것 같다”고 했다. 국내 최고의 3점 슈터 ‘에이스’ 전성현의 위력도 ‘김진유 매칭’ 으로 전보다 배가됐다. 지난 시즌 54경기에서 177개의 3점 슛을 성공시켰는데, 이번 시즌엔 39경기에서 이미 150개의 3점 슛을 꽂았다. 프로농구 사상 최초 한 시즌 3점 슛 200개 돌파를 노리고 있다. 전성현을 막는 상대 전담 수비들과 1차적으로 부딪혀 압박의 강도를 상쇄시켜주는 김진유의 전투적인 도움이 크게 한 몫했다. 전성현은 지난 시즌 KGC에서도 문성곤의 지원 사격을 제대로 받았다. 전성현에게 수비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김진유의 깜짝 공격을 노리는 사용법 역시 상대에게 적잖은 부담을 줬다. 김진유는 전성현과 뛸 때 3점 슛 라인 밖과 골밑 슛 성공률 모두 평균 이상이다. 전성현은 상무에서도 같이 한솥밥을 먹은 절친 선배라 시너지 효과를 더 기대한다. 김진유는 “형이 슛을 던지면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 느낌이 온다. 경기를 뛸 때 많은 조언을 해준다. 슛을 쏠 때 머뭇거리는 단점을 고쳐준 것도 성현 형”이라고 말했다. 김진유의 탁월한 팀 기여도는 공수 효율 관련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진유의 ‘Offensive Rating(OFFRTG)’은 166.4다. 이번 시즌 2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중 2위다. 각 팀 주 득점원인 KCC 라건아(147.0), 현대모비스 함지훈(145.5), LG 아셈 마레이(140.8) 등을 앞선다. ‘Offensive Rating’은 100번 공격 기회에서의 득점 기대치다. 김진유가 뛸 때 약 166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팀의 주득점원들은 공격 횟수, 평균 득점 수치가 높지만 범실 숫자도 많기 때문에 대체로 득점 기대 수치가 확연하게 높지는 않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공격 효율이다. 김진유의 ‘Defensive Rating’(100번의 수비 기회에서 실점 예상치)은 110.1. 공격과 수비 기여도의 균형 정도를 알 수 있는 마진(Net Rating, 득점 기대치-실점 예상치)이 +56.3으로 역시 리그 2위다. ● 연습 때도 허슬 반복…방치된 BQ를 깨우다 “진유가 연습 때 공격 패턴과 수비 로테이션을 자주 잊어버려 따로 반복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럴 때 큰 소리로 ‘죄송합니다’고 하면서 잘못을 깔끔하게 인정한다. 진지한 상황에서도 너무 진정성 있게 표현을 해서 다들 웃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 시즌까지 김진유를 지도한 김병철 전 오리온(캐롯의 전신) 코치는 연습에 임하는 멘탈과 태도에서 김진유가 기회를 받게 된 이유를 찾았다. 지금도 팀 내에서 김진유가 연습에 뜨면 동료 선수들이 접근을 피할만큼 모든 연습 과정에서 몸을 던진다. 경기 전날 공수 패턴의 흐름, 길만 맞추는 연습에서도 동료들의 실수를 유발하고 거칠게 몸싸움을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연습에서 110~120%의 힘을 써봐야 실전에서 100% 전력을 다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습은 실전의 연속’. 김진유는 스스로 형식적인 연습을 각성한 계기가 있다고 했다. 2017년 오리온 선수들은 비시즌 기간 타이론 엘리스 전 미국 농구 대표팀 코치를 초빙해 스킬트레이닝 훈련을 받았다. 엘리스 전 코치는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최고의 배우가 돼야 한다”며 “선수들의 움직임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강조했었다. 김진유는 “당시 어려서였는지 그 가르침의 중요성을 이해 못하고 연습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진유만의 허슬에 대한 집중력과 노하우가 실전에서 요긴하게 통할 수 있다는 점을 김 감독은 간파했다. 김 감독은 “무조건 공만 보고 달려드는 것 같은데 아니더라. 출전 시간을 충분히 주니 슈퍼맨이 됐다. ‘이거 해줘’라고 주문하면 어떻게든 해결해준다.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 “과거도, 앞으로도 나는 강백호” “감독님이 팀에 오시고 나서 ‘너가 할 수 있는 것을 자신 있게 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전부 가려주셨어요.” 탄력을 받은 김에 허슬로 지난날 BQ의 아쉬움을 지우겠다는 그다. 김진유는 “대학 1, 2학년 때 머리카락을 다 밀고 다녔는데 어떤 팬이 ‘건국대 강백호’라 불러주셨다. 정말 강백호 ‘찐팬’이다. 강백호 농구를 좋아한다. 이 스타일로 계속 밀고 갈 생각”이라고 했다. 프로 데뷔 첫 더블-더블(KGC전, 12점-17리바운드) 기록을 세운 1월 21일은 나만의 ‘김진유 데이’로 삼고 기세가 꺾이고 슬럼프 조짐이 있을 때마다 자주 되새기기로 했다. “그날 기록지는 가보로 남겨둘 겁니다. KGC를 이기고 감독님이 팬들에게 쇼맨십까지 하시는데 그렇게 환하게 웃는 것을 저는 처음 봤어요. 앞으로 여러 번 똑같이 웃게 해드려야죠.” 출전 시간 단 1초가 아쉬웠던 김진유의 절박한 허슬 농구가 화려하고 보기 좋은 개인기 재능에만 기대려는 프로 선수, 유망주들에게 잔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팀 농구에 최적화될만한 선수를 보는 기준과 그 발굴의 잣대를 바꿔놓고 있기도 하다. 김진유는 여전히 “동료들을 거들 뿐”이라며 몸을 던지고 있다.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이제 일을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인데….” 27일로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평교수로 돌아가는 김동원 전북대 총장(64)은 ‘윤석열 정부’가 주요 교육정책으로 추진하는 지역균형발전과 교육자유특구 등 지역 대학의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물러나는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2일 전북대 총장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 총장은 “나라가 잘되려면 교육이 잘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면서 “재임 기간 동안 전북대 혁신에 힘썼고, 거점국립대의 연구중심 대학 전환을 비롯한 대학 활용에 대한민국의 발전이 달려 있음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혁신의 연속으로 보낸 4년김 총장이 취임하면서 내건 “대규모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대학 조직을 잘 이끄는 명지휘자가 되겠다”는 약속은 교육과정 개혁으로 이어졌다. 이공계 학생이 고전을 읽고 인문계 학생이 코딩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도 만들었다. 학문 계열 간 교차 교육 과정을 도입한 데 이어 신산업 분야에서는 새 연계 전공도 신설했다. 단일 전공과목 내에서도 대학원 진학, 산업체 맞춤형 교육, 취업 실무형 교육 과정 등으로 세부 트랙을 나눠 학생들이 진로에 맞게 수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총장은 “학생 만족도를 높여 큰사람으로 키우는 데 혁신의 기본을 뒀다”고 회고했다. 전북대의 혁신은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학생 서비스 만족도 평가에서 2019년부터 4년 연속 지방 국립대 1위를 차지한 데서 엿볼 수 있다. 그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대학, 이보다 더 좋은 평가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총장은 “거점국립대의 위상을 강화해 국가 발전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 가운데 하나로 추진한 거점국립대 간 학점 교류를 더 발전시키면 국립대 무상 등록금,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립대학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 대학과 연계해야 지역 기업이 성장김 총장은 ‘캠퍼스혁신파크’와 ‘산학융합플라자’ 건립을 최고 성과로 꼽았다. 이는 김 총장이 전북대가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학의 역량 강화에 필요한 대학원과 스타 교수 육성에 공들인 것과도 연관돼 있다. 대학원생 장학금을 대폭 늘렸고, 석박사 통합 과정을 도입해 연구 집중력을 높였다. 또 우수 연구자는 정년에도 ‘석좌연구교수’로 지정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캠퍼스혁신파크는 2030년까지 1100억 원을 들여 전북대 내 미래형 첨단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산학융합플라자에는 나노, 탄소, 바이오 분야를 이끌 50여 개 혁신셀과 디자인 스튜디오, 공용 실험실습관 등이 2025년까지 들어선다. 이곳에서는 대학 보유 핵심 기술과 인력이 개방돼 기업들과 공유한다. 김 총장은 이 시설에 “전북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20여 개 핵심 기업을 입주시키면 공동 연구와 공동 기술 개발을 하는 인프라가 될 것”이라면서 “대학이 가진 핵심 기술을 기업에 전수하고, 우수 연구자가 지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학이 가진 기술과 연구인력 자원을 활용하면 1년 매출 1000억 원의 지역 기업이 1조 원 매출을 올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평교수로 돌아가서도 제자들과 힘을 모아 기업이 대학의 기술과 연구력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대학 자율권 강화가 혁신의 핵심 김 총장은 “대학이 지역경제를 혁신시켰다는 사례가 많이 나와야 대학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대학과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수평적 관계가 정립돼야 한다”면서 “대학을 정치 사회의 하부 구조가 아니라 사회를 이끄는 견인차로 보고 대학을 믿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학이 지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려면 스스로 발전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데 필요한 자율권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권의 핵심은 총장의 임기 연장을 포함한 권한 강화로 “총장이 교수 연봉 책정 등에 관한 재량권이 없어 우수 교원 확보에도 수도권 대학에 크게 밀리고 있다”고 했다. 김 총장은 “세계 대학 순위 300∼500위에 들어가는 대학들은 대학이 자율성을 가지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면서 “교육부에 대학 자율을 침해하는 규제 리스트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을 교육과 대학에 두고 지방정부에 대학 육성 권한을 상당 부분 이전한다는 정책을 반겼다. 정부가 2023년도 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 예산을 1조7000억 원으로 증액한 것도 정부의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라며 대학이 지역균형발전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 총장은 “지방정부가 대학을 위한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현하려면 지방정부에도 교육 전문가를 둬 대학을 이해하고 가치를 높이는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전주=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전북 김제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김기현 씨(32·팜큐베이터 대표)는 농부가 되고자 했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매일 반복하는 의례가 있다. 미국의 스타 요리연구가이자 유명 식당 셰프인 댄 바버의 강연 동영상 ‘내가 사랑에 빠진 생선’을 꼭 본다. 바버는 강연에서 지속가능한 먹거리의 중요성을 전한다. 김 씨는 이 영상을 보고 바른 농사를 짓는 농부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렴풋이 농부가 되려는 꿈은 갖고 있었다. 대학을 전북대 농생물학과로 진학했고,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행사장에서 농산물을 팔아보기도 했다. 필리핀 환경청에서 인턴 근무를 해봤고, 대학 졸업 후에는 서울시에서 도시농업관리사로 일했다. “배운 농업 지식으로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해서 잘 팔면 의미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인생 선택이었어요.”○ 무작정 감자 농사 발품, 논에서 도시 물을 빼다2019년 초 외가가 있는 김제로 귀농을 한 김 씨의 눈에 처음 들어온 건 감자였다. 김제시 광활면은 봄 감자 전국 생산 물량의 약 40%를 생산하는 지역. 가장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해보겠다고 뛰어든 김 씨에게 아주 적합한 작물이었다. 타깃을 정한 김 씨는 한겨울에 무작정 감자 농사를 배우러 광활면 곳곳을 다녔다. 이런 열의에 논 3필지 농사를 지어보겠냐는 제안이 들어왔고, 2019년 5월 김 씨는 처음으로 농부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논농사를 지어보면서 초보 농부의 티를 조금씩 벗은 김 씨는 이듬해 본격적으로 감자 농사를 시작하면서 스마트팜(전통 경작 방식의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시스템) 창업을 위한 경쟁력을 키웠다. “옆 논에서 농사를 짓던 어르신이 ‘워메, 젊은 놈이 독하네. 쉬어가면서 해’라고 말씀하셨어요. 이 말만 생각하면 쉬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더라고요. 하하.”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후계농 대상자로 선정돼 지원을 받은 그는 겨울철 한파 기간 하우스에서 감자를 길러보고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온실 환경 관리 노하우 등을 쌓았다. 영하 8도 근처까지 떨어지면 감자가 죽어버려 영하로 기온이 내려갈 때마다 신문지에 불을 붙인 채로 밤새 하우스 안을 돌아다니곤 했다. “매번 하늘에 모든 것을 맡겨 농사를 짓는다면 농업 공부가 쓸모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날씨를 이겨보겠다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작물 생장에 필요한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정밀하게 관리하는 법을 익힌 김 씨는 지난해 1월 김제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입주해 토마토 농사도 짓고 있다. 새벽부터 온실에서 재배, 수확 관리를 비롯해 상품 포장, 납품까지 전 과정의 일을 팀원들과 같이 한다. 영농일지, 사업 계획서 작성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마트 등을 찾아 판로를 개척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 임대 농장의 대표로 기술센터와도 다양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지역에 공헌하는 농업 경영인이 꿈청년 농부가 된 김 씨는 농업 경영인을 꿈꾸고 있다. 농장 임대 기간이 끝나는 2024년 6월부터 김 씨는 창업에 도전할 생각이다. 재배, 유통, 홍보마케팅, 시설, 가공, 교육·체험 등을 잘 버무려 운영해 좋은 상품을 출시하고 동시에 체계적인 농업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 귀농을 하고 나서 막막했어요. 대학에서 작물 생리, 작물 재배법 등을 배웠지만 막상 농사를 시작하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 그때 마을 주민들이 농사의 모든 것을 도와주셨습니다. 지역 네트워크에 녹아들면서 농사를 점차 알아가는 청년후계농이 돼서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김 씨는 쉬는 날에도 여러 임시장터에 나가 농산물을 홍보하고 지역 동아리, 지역 정책 서포터스, 마을 기자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민 4명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에 더 기여할 생각이다. 김 씨는 “이분들과 오래 같이 농사를 짓고 싶고, 농업을 기반으로 한 창업 방식도 주변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자신이 청년 농업인이 돠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농식품부의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 사업이었다고 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생활비나 정책자금 융자 등은 아주 중요합니다. 농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안전장치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예비 또는 청년 농업인들이 이 사업에 응모해 용기를 얻었으면 합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두 ‘명장’ 감독이 기막힌 젊은 ‘영건’의 전진 배치 기용으로 부담과 압박감이 심한 조별리그 1차전을 잡아냈다. 잉글랜드는 21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이란을 6-2로 대파하고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19살의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벨링엄은 4-2-3-1 포메이션에서 데클란 라이스(웨스트햄)와 함께 중원 미드필더로 나섰다. 이란이 전반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전체 라인을 내려서 공격 공간을 주지 않자 잉글랜드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활동량이 강점인 벨링엄을 2선 공격 라인까지 전진 배치해 공격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이란 진영을 노리던 벨링엄은 전반 35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루크 쇼의 크로스를 정확하게 헤딩으로 연결해 막힌 흐름을 뚫는 선제골을 터트렸다. 이 득점은 벨링엄의 A매치 첫 골이기도 했다. 벨링엄이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면 후반에 이란 특유의 극단적인 질식 수비, 경기 지연 플레이에 고전할 뻔 했다. 잉글랜드는 벨링엄의 골을 시작으로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이란의 조직력을 완전히 깨버리고 완승을 거뒀다. 벨링엄은 선제골을 비롯해 3번째, 6번째 득점에도 시발점 노릇을 했다. 2-0으로 앞선 전반 추가 시간 하프 라인에서 이란 미드필더들의 경합을 이겨낸 벨링엄이 측면 공간으로 빠져 나간 해리 케인(토트넘)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케인의 빠른 크로스에 스탈링이 오른 발을 갖다대며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44분에도 오른쪽 측면으로 뛰어 들어가던 칼럼 윌슨(뉴캐슬)에게 절묘한 공간 패스를 내줬고, 드리블로 골문 옆까지 전진한 윌슨이 다시 중앙으로 내준 패스를 잭 그릴리쉬(맨체스터 시티)가 마무리지었다.인생 월드컵 첫 경기에서 A매치 데뷔 골맛을 본 벨링엄은 의미 있는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2003년생 벨링엄은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2000년대생 선수가 됐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선수 중 월드컵에서 득점한 선수는 벨링엄 밖에 없다. 또 만 19세 145일에 골을 넣은 벨링엄은 잉글랜드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월드컵에서 득점한 선수가 됐다. 마이클 오언(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1998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루마니아 전에서 18세 190일 나이에 골을 터트렸다. 이란전 활약으로 잉글랜드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라이징 스타’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렸다. 미드필더 포지션이면서도 2022~202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독일 포칼컵 등에서 9골(3도움)을 터트리며 스트라이커급 공격력을 과시한 그의 가치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벨링엄은 잉글랜드 월드컵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이 아니다. 유럽 축구 이적 시장을 다루는 매체인 ‘트랜스퍼마크트’가 매긴 벨링엄의 몸값은 1억 유로(1388억 원)까지 올랐다. 벨링엄은 이란 전 후 “도르트문트와 대표팀에서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 정말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도 코디 각포(23·아인트호벤)의 깜짝 ‘원맨쇼’로 복병 세네갈을 2-0으로 잡고 16강 진출의 유리한 교두보를 점했다. 네덜란드 루이스 반할 감독의 후반 각포를 올린 ‘족집게’ 전술 변화가 적중했다. 주전 공격수 멤피스 데파이(바르셀로나)가 부상으로 결장한 상황에서 공격이 풀리지 않자 2선의 각포를 최전방으로 전진 배치했고, 각포는 후반 39분 193cm의 신장을 살려 상대 골키퍼 펀칭보다 높은 점프로 공을 머리에 맞혀 선제골을 터트렸다. 각포는 네덜란드 첫 유효 슈팅을 득점을 연결하며 8년 만에 월드컵에 나선 조국에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이 골은 자신의 첫 번째 월드컵 득점이기도 했다. 데이비 클라센(아약스)이 후반 추가 시간 쐐기 골로 경기를 끝냈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2021~2022시즌 리그 12골, 13도움을 기록한 각포는 이번 시즌 리그 14경기를 치르고도 9골, 12도움을 올리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월드컵 무대에서도 분위기를 이어 ‘에이스’ 데파이의 공백 우려를 완전히 지우면서 유럽 빅리그 클럽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선수 한 명당 50만 파운드(약 8억 원)의 보너스를 받는다.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은 20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선수들이 카타르월드컵에서 우승한다면 잭팟을 터트릴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잉글랜드는 월드컵에서 이란, 웨일스, 미국과 함께 B조에 속해 있다. ‘데일리메일’은 “잉글랜드가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거머쥐면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300만 파운드(약 48억 원)의 보너스를 받고 선수에게는 50만 파운드의 포상금이 지급된다”고 보도했다. 선수단에 지급되는 포상금 총액 규모는 1300만 파운드(약 207억 원)에 이른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연봉 600만 파운드(약 96억 원)를 받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에는 잉글랜드 축구협회(FA)에서 선수 1인 우승 보너스로 21만 5000파운드(약 3억 4000만 원)를 책정했다. ‘데일리메일’은 “잉글랜드가 우승하면 선수들은 개인 후원사로부터도 막대한 금액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잉글랜드는 브라질, 프랑스와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된 팀이다. 개최국으로 출전해 우승한 1966년 월드컵 이후 56년 만에 통산 2번째 트로피를 노리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4위를 했고,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잉글랜드는 21일(한국시각) 밤 10시 카타르 도하 칼리파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이란과 B조 첫 경기를 갖는다.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 해리 케인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득점왕에 도전한다. 독일은 카타르 월드컵 우승 시 선수 한 명에게 보너스 40만 유로(약 5억5000만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때 우승 보너스로 35만 유로(약 4억8000만원)를 내걸었던 것에 비하면 7000만원 정도 늘어난 액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선수 개인당 30만 유로(약 4억 1200만원)를 지급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인 ‘디펜딩챔피언’ 프랑스는 우승 당시 선수 한 명당 약 4억 7000만 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한국은 본선 출전 선수에게 기본 포상금을 1인당 2000만 원씩 주고, 승리 경기마다 3000만 원, 무승부 시 1000만 원을 지급한다. 또 16강에 오르면 1인당 1억 원을 받고 8강 진출시 2억 원을 추가로 준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