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김성모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구독 97

추천

현재 국제부에서 글로벌 주요 이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2012년 사회부를 시작으로 소비자경제부와 경제부, 산업부 등을 거쳤습니다. 신문과 방송, 매거진(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mo@donga.com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국제일반29%
미국/북미19%
국제정세16%
인사일반9%
중남미6%
국제경제6%
일본6%
산업3%
경제일반3%
국제정치3%
  • ‘반값 참기름’ 알고보니 옥수수기름 섞은 짝퉁

    참기름 제조공장에서 3년간 일했던 심모 씨(37·여)는 2010년 ‘짝퉁 참기름’을 만들어 팔기로 결심했다. 질보다 무조건 싼 참기름을 선호하는 일부 도·소매상과 식당 주인들을 겨냥한 것이다. 심 씨는 2010년 6월 경기 화성시의 한 창고 밀집 지역에 비밀공장을 차렸다. 압착기와 볶음솥, 혼합탱크, 저장탱크 등 완벽한 참기름 제조시설을 갖췄다. 심 씨는 옥수수기름과 향미유, 인도산 참기름을 8 대 1 대 1 비율로 섞어 짝퉁 참기름을 만들었다. 중국산 들기름과 옥수수기름을 8 대 2로 섞으면 짝퉁 들기름이 됐다. 작업 방법이 비교적 간단해 심 씨 혼자서 대량의 참기름을 제조할 수 있었다. 심 씨는 기름병에 ‘인도산 참깨 100%’ ‘중국산 들깨 100%’라고 속여 표기했다. 짝퉁 참기름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심 씨가 만든 1.8L짜리 참기름 한 병 가격이 5000∼1만3000원 선으로 정품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색이나 냄새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 일부 도·소매상들은 심 씨 제품이 가짜인 것을 알면서도 구입했다. 범행은 지나치게 싼 가격을 의심한 ‘착한 도매상’의 신고로 발각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심 씨를 구속하고 이를 알고도 구입한 유통업자 유모 씨(56)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심 씨는 2010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6억9000만 원 상당의 참기름 17만 L, 1억여 원 상당의 들기름 2만6000L를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 씨는 지난해 10월 가짜 기름을 만들다 화성시에 적발됐지만 다른 공장으로 옮겨 영업을 계속해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3-05-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휴지통]인도서 효과 본 발기부전치료제 불법인 줄 모르고 수입했다가…

    인모 씨(35)는 10년여의 필리핀 유학을 마치고 올해 3월 귀국하며 ‘요상한 물건’을 갖고 왔다. 다름 아닌 인도산 발기부전치료제인 ‘카마그라’ 2박스(14포). 카마그라는 인도의 성서(性書) ‘카마수트라’와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합성어. 인 씨는 제약 복제가 합법인 인도에서 비아그라보다 저렴한 이 약을 복용한 뒤 ‘효과’를 봤고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그는 주위에서 카마그라를 더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직접 카마그라를 수입해 팔기로 했다.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 카마그라를 박스당 7000원씩 570박스를 수입했다. 그러고 자신의 인터넷 개인 블로그에서 박스당 5만∼7만 원에 팔았다. 인 씨는 “20, 30대 고객이 ‘아직 젊은데도 밤일이 어렵다’며 약을 구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 씨는 카마그라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오·남용 의약품으로 지정·고시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카마그라는 고혈압 심장질환 환자가 복용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1월부터 카마그라를 불법 수입해 판매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인 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3-05-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CJ 李회장 집 도둑… 경찰 은폐 의혹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고급 빌라에 도둑이 들었다. 경찰은 사건이 알려지자 “이 회장 집이 아니다”라며 거짓말을 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부경찰서는 22일 오후 10시경 중구 장충동 이 회장의 빌라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야간주거침입절도 미수)로 조모 씨(67)를 현장에서 붙잡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22일은 검찰이 CJ그룹 압수수색을 한 다음 날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조 씨는 이 회장의 고급 빌라 2m 높이의 철문으로 넘어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마당을 배회하던 조 씨는 건물 1층에서 폐쇄회로(CC)TV를 감시하고 있던 경비 직원에게 발각되자 1.2m 높이의 담벼락을 뛰어넘다가 그대로 추락했다. 이 회장 빌라는 급경사에 위치해 담장 바깥쪽 아래는 5m 높이의 낭떠러지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조 씨는 얼굴에 피멍이 들고 골반뼈 등이 골절된 채 담장 밖에 쓰러져 있었다. 조 씨는 현금 100여만 원과 일자 드라이버, 소형랜턴을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현금을 이 회장 빌라에서 훔친 것으로 보기 어려워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현재 자신의 집에서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는 조 씨는 전과 14범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에서 “내가 왜 거기 갔는지 모르겠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가 이 회장 자택인 줄 모르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부경찰서 김도열 형사과장은 27일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도둑이 든 집은 이 회장이나 이 회장 일가, CJ 계열사 임원 집이 아니다. 전혀 다른 사람의 집”이라며 “관할 파출소에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차 취재팀이 절도 사건을 취재하자 김학중 중부경찰서장은 “이 회장 집은 맞지만 현재 거주지인지 단순 소유지인지 불분명해서 이 회장 집이 아니라고 했다”고 시인했다. 이후 김 과장은 “관할 파출소에서 이 회장 집이 아니라고 밝혀 아니라고 답한 것인데 다시 확인해 보니 이 회장 집이 맞았다”고 말을 바꿨다. 대기업 총수 집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관할 경찰서 형사과장이 정확한 장소를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장 자택 인근 빌라 경비원은 “27일 오전에도 경찰이 이 회장 빌라를 찾아와 CJ 직원과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이례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신을 한 것을 놓고 ‘CJ와 모종의 말이 오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이 회장 빌라는 장충동 고급 빌라촌에 위치해 있다. 27일 오후 취재팀이 이 회장 빌라를 방문해 보니 CJ 소속 직원 서너 명이 집 앞에 있었다. 평소에는 직원들이 배치돼 있지 않지만 언론사 취재에 대응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박훈상·김성모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팬티만 걸친 男… 목줄 풀린 개… 공포에 떠는 女 방문노동자들

    수도검침원 김모 씨(52·여)는 9일 오후 수도계량기를 확인하러 홀로 경북 의성군 봉양면 손모 씨(31) 집을 찾았다. 과거에도 김 씨는 손 씨 집 마당에 설치된 수도계량기를 확인하고 돌아가곤 했다. 이날 집 안에 있던 손 씨는 김 씨가 검침하는 소리를 듣고 마당으로 나왔다. 그러곤 “욕실에 물이 새는 곳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그후 열흘째인 18일 김 씨는 인근에서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공무원인 남편과 세 아이를 둔 김 씨는 생활비와 자녀 대학 학비를 마련하려고 수도검침원 일을 시작했다. 사건 당일엔 아내의 일을 돕겠다고 하루 휴가를 낸 남편과 봉양면에 왔다. 담당구역이 넓어 남편과 따로 각 가정을 방문하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은 손 씨가 김 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24일 검거된 손 씨는 경찰에 “김 씨가 집으로 들어오면서 휴대전화를 꺼내기에 경찰에 신고하는 줄 알고 죽였다”며 “성폭행했는지, 인근 야산에 어떻게 유기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손 씨는 우울증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부모 집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살았다.○ ‘나쁜 손’에 떠는 여성 방문근로자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수도검침원뿐 아니라 가스검침원, 정수기 렌털업체 직원 등 고객의 집을 직접 방문해 일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이 급증하고 있다. 업체들도 여성의 임금이 싼 데다 남자 직원이 방문하면 여성 고객이 문을 열어 주길 꺼리는 경우가 많아 여성 직원을 선호한다. 한 대형 정수기·비데 렌털업체의 방문 직원 1만3500여 명 중 85%가 여성이며, 수도권의 한 도시가스업체 검침원의 75% 이상이 여성이다. 대부분 40, 50대 주부인 이들은 적은 월급이지만 생활비, 자녀 교육비에 보태려고 억척스럽게 일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이다.그러나 경북 의성에서 살해된 김 씨 사건이 보여 주듯 홀로 남의 집을 방문해야 하는 여성 방문 근로자들은 예기치 않은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2011년 A 씨(55·여)는 자녀 대학 학비를 마련하려고 가스검침원 일을 시작했다. A 씨는 고객의 집에 들어가 가스검침을 하는 데 걸리는 ‘5분’이 세상에서 가장 길게 느껴진다고 했다. 특히 집 안에서 여자나 어린아이 목소리 대신 남자 목소리만 들리면 더 불안하다. A 씨는 “혼자든 여럿이든 남성만 있으면 겨울에도 팬티만 입고 문을 열어 주는 일이 흔하다”며 “야한 농담을 건네고, 차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고, 뒤에 서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사람도 있다”고 토로했다.정수기 렌털업체 직원 B 씨(45·여)도 남자 고객의 성희롱이 고민이다. B 씨는 “70대 노인이 ‘딸 같다’며 자꾸 어깨를 주무르고 안으려고 해 피하다가 나중엔 나보다 나이 많은 동료에게 점검을 부탁했었다”며 “그 노인은 대신 간 동료의 가슴을 무턱대고 만지더니 ‘딸 나이라 그런 거니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황당한 사고를 당해도 참아야 한다. 정수기 렌털업체 직원 C 씨(53·여)는 지난해 11월 고객이 기르던 애견에게 종아리를 물렸다. 주인은 사과는커녕 “사람을 절대 물지 않는 강아지인데 왜 당신만 물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C 씨는 “우리는 고객이 본사에 불만 접수를 하면 평가점수가 깎이고 예절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성희롱 등 각종 횡포도 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상한 소리를 내며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 남자에게 위협을 당해 혼비백산 도망친 사례도 있다. ○ 범죄 예방 대책은 메모지?불안에 떠는 여성 방문노동자들은 각자 노하우를 공유하며 범죄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가스검침원 이모 씨(51·여)는 집 주인의 양해를 구하고 현관문을 열어 둔 채 집 안에 들어간다. 이 씨는 “겨울엔 춥다고 문을 못 열게 하거나 일부러 문을 갑자기 닫아 버리는 남자가 많아 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검침원은 평소 행실이 나쁜 남자가 있는 집을 메모지에 적어 동료와 돌려 읽기도 한다. 또 방문하기 전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 여성이나 어린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찾기도 한다.업체들은 방문노동자 안전 대책엔 손을 놓고 있다. 한 도시가스업체 관계자는 “가정을 방문했을 때 범죄 피하는 방법을 따로 교육하지 않는다”며 “다만 피해를 본 검침원이 있으면 다음 번 방문엔 남자 검침원을 보내는 등 지사별로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렌털업체 관계자는 “인적이 드문 곳이나 유흥가엔 남자 직원을 보낸다”며 “두 달마다 가정을 방문해 충분한 신뢰를 쌓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남성만 있는 공간에 여성 검침원이 홀로 방문하면 충동 범죄가 일어날 위험성이 높다”며 “가급적 2인 1조로 검침하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훈상·김성모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휴지통]스님이 놓아준 ‘신비의 한방주사’는 마취제

    경북 안동시 한 사찰 주지 홍모 씨(44)는 2010년 10월부터 절을 찾은 신도들에게 ‘신비의 약’이라며 주사를 놔줬다. 홍 씨는 절의 한쪽을 한의원처럼 꾸몄다. 침과 한약재, 부항기구를 구비하고 승복을 입은 채 진료했다. “3개월만 맞으면 난치병이 낫는다”고 큰소리까지 쳤다. 지난해 7월 난소암 진단을 받은 정모 씨(50·여)는 홍 씨의 사찰을 찾았다. 정 씨는 3개월간 한방주사를 맞았지만 병세는 더 악화됐고 2월 결국 사망했다. 홍 씨 말을 믿은 폐암 환자 나모 씨(44)와 간암 환자 지모 씨(53) 역시 각각 2개월, 3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홍 씨는 ‘무자격 한의사’인 김모 씨(65)가 만든 한방주사 앰풀을 사들였다. 유통기한이 지난 마취제, 중국산 한약재, 미국산 산삼 등을 섞어 만든 약물이었다. 홍 씨 외에도 승려 2명, 무자격 한의사 2명이 이 약물을 구입했다. 김 씨가 앰풀 3700여 개를 팔아 번 돈은 2억여 원이었다. 홍 씨 등 승려 3명은 신자 수십 명에게 주사를 놔주고 2억4000여만 원을 받은 뒤 유흥비로 탕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불법 의약품을 제조하고 사용한 혐의(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김 씨와 홍 씨를 구속하고 다른 승려 2명과 무면허 한의사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3-05-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 경복궁 야간입장 3000원 티켓, 2만원에 암표 거래

    "3000원 짜리 티켓 2만 원에 살게요." 이번 주말 여자친구와 경복궁 야간 데이트를 즐기려던 이모 씨(32·회사원)는 장당 3000원짜리 입장권을 웃돈을 주고 구매했다. 22일부터 26일까지 단 5일간 개방되는 경복궁의 야간 정취를 느끼고 싶었지만 온라인으로 입장권을 예매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현장에서 입장권을 사려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한다는 말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현재 경복궁 야간개장 입장권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5000~2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인원 제한 없이 티켓을 팔던 문화재청이 일일 관람 인원을 제한해 생긴 현상이다. 지난해까지는 현장에서만 입장권을 팔았지만 올해부터 인터넷 예매제를 병행하고 있다. 구매방식이 간편해지면서 입장권 수요도 크게 늘었다. 개방 첫날 밀려든 관람객에 당황한 문화재청은 24일과 26일 관람권을 인터넷 예매 3만 명, 현장 판매 1만 명으로 제한했다. 이미 4만 명을 넘어선 25일 관람권 예매는 중단했다. 인원을 제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경복궁 홈페이지는 23일 오전 한 때 접속자가 폭주해 마비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하반기에는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해 안정적으로 행사가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 2013-05-25
    • 좋아요
    • 코멘트
  • [휴지통]석달간 전화 7000통… 탈북여성의 빗나간 스토킹

    탈북 여성 정모 씨(38)는 지난해 4월 한 강연회에서 탈북자 방송사 대표 A 씨(51)를 처음 봤다. 정 씨는 점잖은 말투로 강연하는 A 씨에게 한눈에 반했다. 고민 끝에 정 씨는 “북한에 있는 부모님을 한국에 데려오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A 씨에게 접근한 뒤 대뜸 “첫눈에 반했으니 결혼하자”고 했다. 당황한 A 씨는 “난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정 씨는 매일 A 씨의 직장으로 찾아갔다. 1월에는 아예 A 씨의 집 근처 고시원으로 이사했다. A 씨 직장 출입문에 ‘왔는데 아직 보이질 않네요… 보고 싶어요’라는 메모를 붙이기도 했다. 기다리다 늦어지면 인근 사우나에서 잠을 자고 다시 A 씨를 기다렸다.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 정 씨는 전화 7000여 통을 걸고 문자메시지 500여 개를 보냈다. 지난달 8일 스토킹 혐의로 범칙금 처분을 받고도 4차례 더 경찰에 적발됐지만 정 씨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정 씨는 19일 오후 5시 반경 A 씨 직장 앞에서 기다리다 다른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정 씨는 “나는 사랑한 죄밖에 없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정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3-05-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교생 김시원군 홀로 피켓시위 “5·18 폭동매도 극우세력은 국민자격 없어”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매도한 극우세력은 국민 자격이 없어요. 그들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 역시 민주화가 일궈놓은 것이잖아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근처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서울 모 고등학교 2학년 김시원 군(17)이 붐비는 인파 한가운데 서서 확성기에 대고 외쳤다. 김 군이 든 피켓에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광주 민주화운동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길가는 시민들은 김 군에게 음료수와 먹을거리를 건네며 격려했다. 19일 김 군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간베스트’ 등에서 일부 우익세력이 민주화운동 때 희생당한 광주 시민을 ‘홍어’로 표현한 글을 보고 분노했다”며 “부모 세대가 피 흘려가며 쌓아놓은 민주화의 가치를 지키고 싶어 그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김 군은 “33년 전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면서 “5월이면 광주에선 지금도 사람들이 잠을 못 이룬다고 하는데 이런 분들에게 ‘폭동’ 운운하는 건 난도질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군은 5개월 전 일부 극우세력이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왜곡하는 행태를 보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학교 교사에게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배우고 직접 책을 찾아봤다고 한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3-05-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휴지통]껌 붙인 나무막대기 이용 불전함 현금 16만원 슬쩍

    ‘껌으로 훔친 불심(佛心).’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가량 앞둔 9일 오후 1시 40분경.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사찰 3층 불당에서 이모 씨(43)가 껌을 씹으며 인기척이 있는지 살피고 있었다. 그는 서울 시내 절과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만 돈을 훔치는 도둑. 전에도 세 번이나 서울 종로구와 성북구 일대에서 범행을 하다 적발돼 입건된 적이 있지만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자 또 절을 찾았다. 신도들이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올 때 시주를 더 많이 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게다가 이 절은 규모가 작아 드나드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잠겨 있는 불전함의 돈을 꺼내는 비법은 바로 껌을 이용하는 것. 70cm짜리 나무막대 끝에 씹던 껌을 붙인 후 불전함에 넣어 현금을 꺼냈다. 그는 이날 이런 식으로 16만5000원을 훔쳤다. 이 씨는 불당 안에서 껌을 씹으며 서성대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스님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중랑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이 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김성모·김성규 기자 mo@donga.com}

    • 2013-05-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청년드림]“취업 궁금증 속시원히 풀었습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의 첫 이동캠프가 15일 서울 동국대에서 열렸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서울시는 이날 오후 동국대에서 멘토링을 진행했다. 상담실을 갖춘 버스에서 진행된 이날 멘토링에는 CJ그룹 인사팀이 참여했다. 신익태 대학내일 소장은 ‘캠퍼스 밖으로 행군하라’를 주제로 별도 강의실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사전 예약한 학생 15명이 버스 안 상담 테이블에서 차례로 멘토링을 받았다. 멘토로 나선 이영상 CJ 인사팀 대리는 “막연하게 소문으로 들은 ‘카더라’ 정보가 문제”라며 “기업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자격증만 많이 딴다고 취업에 성공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해줬다. 이 대리는 또 “‘많은 경험’보다는 ‘필요한 한 가지 경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멘토링에 참여한 박주예 씨(영화영상학과 4학년)는 “취업과 관련해 실질적인 궁금증이 많았는데 오늘 멘토링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영어통번역학과 4학년 김은지 씨는 “인사팀의 멘토링이라 기대가 컸는데 시간이 짧아 아쉬웠다”고 했다. 동아일보와 서울시는 앞으로도 ‘찾아가는 이동캠프’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28일에는 건국대, 6월 5일 국민대, 6월 13일 한국외국어대에서 대기업 인사담당자 등이 참여하는 멘토링을 진행한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3-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휴지통]“페라리가 1000만원”

    2007년 12월 17일 오후 2시경 인천공항. 독일에서 온 화물 비행기에서 빨간색 스포츠카 한 대가 내렸다.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 4초, 최고 시속 310km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산 ‘페라리 F430 스파이더’였다. 서울의 자동차 딜러 오모 씨(30)는 이 페라리를 수입업자에게서 2억8000만 원에 사서 고객에게 3억4000만 원에 팔았다. 그는 더 많은 이익을 남기려고 잔꾀를 부렸다. 그는 고객 대신 등록하면서 이 차를 1000만 원에 판 것처럼 가짜 서류를 꾸몄다. 그는 무등록 행정사 최모 씨(49)와 짜고 가짜로 만든 서류를 경기 A시청 소속 공무원 장모 씨(44)에게 건넸다. 장 씨는 오 씨와의 친분을 고려해 1000만 원이 터무니없다는 걸 알고서도 취득세와 등록세 고지서를 발부해줬다. 취득세와 등록세가 238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줄었다. 손님에겐 대신 2380만 원을 냈다고 속여 모두 받았다. 오 씨는 2007∼2008년 페라리 벤틀리 벤츠 등 대당 수억 원에 이르는 최고급 수입차 30대를 같은 방식으로 불법 등록해 총 3억여 원을 챙겼다. 그는 3, 4대의 차를 팔면 바로 폐업신고를 해버리는 수법으로 경찰 추적을 피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오 씨와 오 씨를 도운 무등록 행정사, 시청 공무원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시청 공무원이 뇌물을 받았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3-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휴지통]“윤창중이 자살 않으면 내가 분신하겠다”

    “윤창중이 자살하지 않으면 내가 분신해 버릴 거야!” 14일 오전 바리케이드를 치고 청와대를 지키는 경찰 앞으로 50대 남성 장모 씨(59·경기 부천시)가 이렇게 외치며 걸어왔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이 남성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검문했다. 그가 들고 있던 비닐봉지 안에는 부탄가스통 3개와 술병이 있었다. 장 씨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으면 내가 분신할 것”이라며 난동을 부렸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이에 앞서 13일 오후 11시 40분경 경기 부천시의 한 공중전화에서 “청와대에서 자살하겠다”며 112로 전화를 걸었다. 공중전화 위치를 파악한 경찰은 현장에서 그를 붙잡아 즉결심판에 넘긴 뒤 돌려보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택시에 탄 그는 방향을 틀어 청와대로 향하며 다시 112에 전화를 걸어 같은 내용을 떠들었다. 이를 들은 택시운전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뒤 역시 귀가시켰다. 두 번이나 풀려난 장 씨는 고집을 버리지 않고 결국 14일 오전 9시 55분경 청와대 앞까지 택시를 타고 와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조사 결과 장 씨는 충동조절 장애로 10년 넘게 치료를 받아왔다”며 “부탄가스를 압수하고 동생에게 장 씨를 인계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3-05-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치매인 저를 죽이려 했다는 아내를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피고인석’에 앉은 한 할머니의 등 뒤로 ‘빔 프로젝터’가 불을 비췄다. 화면에 등장한 할아버지는 자신의 집 소파에 앉아 어눌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제 처가 (저를) 죽이려고 했다는데 그 말은 개의치 마시고 제 처를 용서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영상 속 할아버지의 이마에는 상처가 선명했다. 할머니는 30초가량의 짧은 동영상을 차마 쳐다보지 못한 채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눈시울이 뜨거워진 배심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기영)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이 재판은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8시 20분까지 이어졌다. 부인 이모 씨(71)는 지난해 11월 10일 밤 서울 강서구 공항동 자신의 집에서 치매에 걸린 남편 전모 씨(81)의 이마를 3.3kg짜리 변압기로 수차례 내려찍어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인 이 씨와 남편 전 씨는 50년 전에 결혼했다. 평범했던 결혼생활은 6년 전 남편이 알츠하이머병(치매)에 걸리면서 피폐하게 바뀌었다. 이 씨는 남편의 손을 잡고 병원에 다니는 등 극진히 보살폈지만 소용없었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 씨는 “네 어미가 다른 남자 만나고 돌아다닌다”며 이 씨에게 욕설을 해댔다. 이 씨가 물리치료를 받고 온 사건 당일에도 전 씨는 욕설을 하며 ‘누굴 만나고 왔냐’고 따졌다. 남편이 잠들자 이 씨는 현관 신발장에서 하얀 면장갑을 끼고 철제 변압기를 꺼내 남편의 머리를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남편이 잠에서 깨고 이마의 피가 입을 적시자 놀란 이 씨는 범행을 멈췄다. 하지만 이마저도 남편은 기억하지 못했다. 이 씨는 ‘강도가 들었다’며 신고했지만 거짓말은 금세 들통 났다. 변호사는 “남편을 살해할 의도는 없이 혼내주기 위해 했던 행동”이라며 “죽일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멈춘 점을 감안해 달라”고 호소했다. 검사가 이 씨에게 살해 동기와 방법을 추궁할 때마다 이 씨는 “잘못했어요.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그동안 남편에게 맞고만 지내서 화가 치밀었어요”라고 말했다. 검사는 “변압기로 남편을 수차례 내리쳐 살해의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배심원들은 이 씨가 남편을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보고 상해죄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성모·김성규 기자 mo@donga.com}

    • 2013-05-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휴지통]프로농구 이현호, 흡연 중고생 머리 때렸다 입건

    12일 오후 8시경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남녀 중·고등학생 5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못 본 척 지나갔지만 키 190cm에 몸무게 90kg이 넘는 거구의 한 남자는 학생들 앞에 섰다. 그는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주장 이현호 씨(33)였다. 아내와 네 살 난 딸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집에 가던 중이었다. 이 씨는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면 되겠느냐”고 나무랐다. 그러나 학생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학생들은 “아저씨 돈 많아요?” “아저씨가 뭔데 그래요?” 등 말대꾸를 했다. 참다못한 이 씨가 손바닥으로 5명의 머리를 때렸다. 머리를 맞은 한 여학생은 이 씨 앞에서 경찰에 신고했다. 파출소로 연행된 이 씨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부모들과 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한 부모는 사정을 듣더니 “내 아이도 잘못했다”며 창피해했다. 다른 부모는 “요즘 세상에 (담배 피운다고) 훈계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잘못한 게 있으면 더 따끔하게 혼내주라”고 말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여학생 2명과 그들의 부모는 “이 씨가 때리면서 폭언했다”며 처벌을 원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학생의 머리를 때린 혐의(폭행)로 이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이 씨를 즉결심판에 넘기면 이 씨는 벌금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3-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윤창중 전격경질]尹, 연락두절… 자택-오피스텔 초인종에 응답 없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오후 4시 55분 인천공항을 통해 홀로 귀국했으나 이후 자취를 감췄다. 10일 그의 자택 주소지인 경기 김포시의 H아파트도 인기척이 없이 적막감만 흘렀다. 수차례 초인종을 눌렀지만 집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현관문에는 가스검침원이 1일과 8일 등 두 차례 방문했다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아파트 1층 우편함에는 ‘윤창중’ 명의로 배달된 우편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된 이후 서울에서 임시 거처로 사용해오던 서울 서대문구 합동의 S오피스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 10여 명이 여러 번 초인종을 눌렀지만 내부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오피스텔 경비원은 “(윤 전 대변인이 이곳에 산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마주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층에 사는 오피스텔 주민은 “인근 편의점에서 한 번 본 적은 있는데 이곳에 살고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본보 기자가 해명을 들으려고 여러 차례 전화통화도 시도했지만 그의 휴대전화에선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흘러나왔다. 그는 모처에서 기자들을 피한 채 몇몇 지인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리 중인 것으로 보인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미국 시민권자인 만큼 미국 법을 잘 아는 변호사 등에게 자문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김성모·장원재 기자 mo@donga.com}

    • 2013-05-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8일 어버이날… 이마트 은평점 근무 20명이 털어놓은 ‘일하는 엄마’

    문모 씨(47·여)는 결혼 전 작은 회사에서 경리로 일했다. 결혼 후 그만뒀지만 남편 혼자 일해서는 아이 3명을 키우기 힘들었다. 학원에서 15인승 통학차량을 운행하는 남편의 벌이가 나쁘지 않을 때는 그래도 버틸 만했다. 하지만 남편의 벌이가 점점 나빠지자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했다. 5년 전 막내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됐을 무렵이었다. 가족들은 그의 취업을 두고 회의를 열었다. “엄마가 없어도 괜찮겠느냐”는 말에 아이들은 흔쾌히 “괜찮아, 엄마 일하는 거 찬성”이라고 답했다. 고마웠다. 일하는 엄마를 응원해준 가족 덕에 그는 다시 ‘월급’을 받게 됐다. 지난해 4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5.9%로 전 연령별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중 가장 높았다. 주부보다 일하는 엄마가 더 자연스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시대 ‘일하는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서울 은평구 이마트 은평점에서 계산 업무를 하는 엄마 20명을 인터뷰했다.○ 돈 버는 엄마가 능력 있는 엄마 제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엄마들이지만 일을 시작한 이유는 같았다. 자녀 학원비를 보태고 가계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아이들에게 교육이며 먹는 것 모두 더 잘 챙겨주고 싶어서 2004년 일을 시작한 김연숙 씨(46). 두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엄마 손이 덜 가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살림하는 거야 거기서 거긴데 집에 있으면 잠이나 자고 도태되는 것 같다”며 “몸이 좀 안 좋은 날도 일하러 나오면 없던 활력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일을 택한 엄마들이지만 ‘내 힘으로 돈을 번다’는 자부심은 이들에게 돈 못지않게 소중하다. 강은숙 씨(48)는 “예전처럼 사고 싶어도 못 사는 게 없어서 좋다”고 말한다. 가전제품처럼 비싼 물건은 꼭 남편과 상의해야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과감하게 산다는 것. 김혜영 씨(42)는 친정어머니에게 매달 50만 원씩 용돈을 보낸다. 성과금이나 보너스를 받으면 통 크게 절반을 떼어 남편에게 “쓰라”고 건넨다. 일하는 걸 반대하며 “얼마나 버티나 두고 보자”던 남편도 이젠 아내에게서 받은 용돈을 주변에 자랑한다. 정효숙 씨(48)도 “사달라는 물건을 척척 사주니 아이들이 ‘엄마가 쿨해졌다’고 좋아한다”며 웃었다. 김연숙 씨는 “요즘은 아이들도 원하는 것, 필요한 것 다 해주는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아이들을 너그럽게 대할 수 있다”며 “그렇지 못하면 괜한 짜증이 늘어 아이들과의 충돌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을 한다는 자부심도 크다. 이덕미 씨(48)는 “회사에서 가족 경조사를 챙겨줄 때 ‘내가 한 사회에 소속돼 있구나’ 싶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왕임 씨(49)는 “이름 석 자를 불러주는 것도 참 좋다”며 “사회에 나와 일하니까 가능한 일”이라며 웃었다. 우울증이 심해져 일을 시작했다는 강 씨는 “삶이 180도까지는 아니어도 130도 정도는 바뀐 것 같다”며 “내성적이던 성격이 많이 변했고 친구 같은 동료들과 남편 험담도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것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 일하는 엄마, 오히려 가족이 먼저 배려 일하는 엄마는 가족에게 늘 미안할 것 같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엄마의 잔소리가 줄어들면서 자녀와의 관계가 더 좋아졌다는 것. 사회생활을 해보니 공감대가 늘어 남편과의 사이도 더 좋아졌다는 엄마도 많았다. 윤선자 씨(45)는 “일을 하다 보니 남편이 힘든 것도 알게 된다”며 “남편이랑 진상 손님 이야기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일과 가사, 이중의 부담 때문에 너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엄마들은 고개를 젓는다. 가족이 먼저 일하는 엄마를 돕는다는 것. 처음에 남편의 “그만두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더 악착같이 집안일도 열심히 했다는 김혜영 씨. 이제는 남편이 아침에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해놓고 출근할 만큼 변했다. 이덕미 씨도 “남편이 집안일을 도우며 주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 씨(47)는 엄마를 걱정해준 작은아들의 고운 마음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2009년 엄마가 마트에서 일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들은 마트 계산원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집에 돌아와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일이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이해해주고 도와줘서 큰 힘이 된다”고 했다. ○ 힘들어도 정년까지! 일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은 때도 있다. 하루 6시간 반을 서서 일하는 건 육체적으로 무척 고되다. 돈을 던지거나 무턱대고 반말로 소리를 지르는 ‘진상’ 고객이라도 만나는 날은 돈이고 자부심이고 다 필요 없다는 생각도 든다. “고객님” 소리가 입에 붙은 건 일종의 직업병. 김혜영 씨는 “쉬는 날 마트에 장을 보러 갔을 때 다른 손님한테 ‘고객님, 비켜주세요’라고 말해 아이들이 박장대소했다”며 웃었다. 그는 아들에게도 무심코 ‘고객님’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그래도 엄마들은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녀들의 학원비를 보태려고 시작했지만 이젠 본인의 노후 대비를 위해 일한다는 것. 정미경 씨(47)는 “나이가 들수록 이렇게 나와서 일하는 게 보람 있고 좋은 것 같다”며 “60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지희 씨(49)는 “어떤 사람은 바코드가 안 보일 때까지 일하고 싶다더라”면서 “정년이 연장된 건 좋은 일”이라며 웃었다. 김성임 씨(50)는 “애들은 걱정 말라고 하지만 노후대책은 내 힘으로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선희 씨(49)는 “남편이 ‘내 노후는 이제 네가 책임지는 거다’라고 농담을 건네곤 한다”며 남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여보, 그동안 수고했어. 이제 내가 먹여 살릴게∼.”주애진·김성모·곽도영 기자 jaj@donga.com}

    • 2013-05-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노래 대신 대마초 판 인디밴드 2명 구속… 최다니엘 등 16명 입건

    야생 대마초 잎을 따다 판 인디밴드 멤버와 대마를 피운 연예인, 유학생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6일 인디밴드 멤버 신모 씨(34)와 노모 씨(30) 등 2명을 야생 대마를 채취해 판매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하고 이들로부터 대마를 구입해 피운 유학생 이모 씨(22)와 임모 씨(21·여)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미국 국적 방송인 비앙카 모블리 씨(24)와 아이돌 그룹 ‘DMTN’ 멤버 최다니엘 씨(22)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오토바이를 타다 알게 된 인디밴드 멤버 신 씨와 노 씨 등 3명은 2012년 10월 중순 강원 정선군의 한 야산으로 놀러 갔다 야생 대마초를 발견했다. 이들은 대마초 잎을 채취해 말린 뒤 2차례 피웠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신 씨는 손모 씨(24·여) 등 유학생 4명에게 9차례에 걸쳐 100회 피울 수 있는 양의 대마초를 150만 원에 팔았다. 아이돌 멤버 최 씨는 미국 유학생 출신 어학원 강사 서모 씨(25)로부터 대마초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9월 말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 주변에서 모블리 씨의 알선으로 대학생 이모 씨(20·여) 등 3명에게 3차례에 걸쳐 대마 50만 원어치를 판매하고, 피운 혐의다. 이번에 검거된 이들 대부분은 20대 미주 지역 유학생 출신으로 유학 과정이나 국내 클럽에서 알고 지내오다 대마초를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씨 등 12명은 환각 효과를 높이려고 대마초에 신종 마약인 ‘스파이스(JWH-018)’를 섞어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3-05-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휴지통]北도발 불안감에 현금인출 노인 은행서 뒤쫓아가 가방 소매치기

    4월 16일 오후 텔레비전에서 북한 도발 관련 뉴스가 나오자 김모 씨(62)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던 김 씨는 급기야 통장을 들고 집을 나섰다. 김 씨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한 은행으로 달려갔다. 김 씨는 예금을 전부 인출했다. 5만 원권 1000장을 100장 씩 묶은 뒤 다시 한 뭉치로 쌌다. 김 씨는 지폐 뭉치를 집에서 준비한 가방에 넣었다. 공모 씨(67)와 강모 씨(73)는 이날도 어김없이 제기동 일대의 은행을 어슬렁거렸다. 두 사람이 노린 것은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노인들. 은행에서 가방에 돈을 넣고 있는 김 씨를 발견한 두 사람은 은행을 나서는 김 씨 뒤를 따랐다. 김 씨가 버스를 타자 함께 탔다. 김 씨 뒷자리에 자리를 잡은 공 씨는 김 씨가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강 씨는 김 씨의 왼쪽에 서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막았다. 공 씨가 김 씨의 가방에서 현금 뭉치를 꺼낸 뒤 두 사람은 버스에서 내렸다. 집에 도착해 가방을 열어 본 김 씨는 텅 비어 있는 가방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버스에 부착된 CCTV와 두 사람이 버스 탈 때 쓴 교통카드에서 신원을 확인해 공 씨와 강 씨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소매치기 전과가 많은 두 사람이 현재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훔친 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3-05-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北 위협-엔저때문에… 日골든위크 특수 실종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20대 일본인 여성 2명이 가게를 둘러보더니 빈손으로 자리를 떴다. 이날 본보 취재팀이 찾은 명동 거리는 한산했다. 매장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이맘때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 거리를 가득 메웠던 것과는 극과 극의 풍경이다. 4년째 명동에서 환전상을 운영하고 있는 차충석 씨(48)는 “예년 같으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 물결을 이룰 시기인데 요즘은 썰렁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은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골든위크’ 연휴이고 중국은 4월 29일부터 1일까지 노동절 연휴다. 매년 이 시기에는 한국을 찾는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 북한의 도발 위협과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일본 도쿄(東京)에서 온 마이 사이토 씨(31·여)는 “부모님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다며 걱정이 많았다. 나도 호텔을 예약한 뒤 수차례 전화를 걸어 ‘여행을 가도 괜찮으냐’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 약세 때문에 여행 비용도 늘었다”며 “2년 전에는 숙박비와 항공료를 포함해 8만 엔(약 90만 원)이 들었는데 이번엔 10만 엔(약 110만 원)이 들어 부담스럽다”고 했다. 옆에 있던 일본인 친구는 한국말로 “(북한) 대포동 (미사일) 싫어요”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여행사들도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줄면서 비상이 걸렸다. ‘썬버스트 투어’의 윤정희 과장은 “4월 한 달 동안 일본 현지인들로부터 70∼80건의 문의를 받았는데 대부분이 한국의 안전을 묻는 내용이었다”며 “지난해 골든위크에 비하면 일본인 관광객이 3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들은 북한의 위협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회사원 쓰이 완 씨(26·여)는 “뉴스에서 북한 핵실험 보도를 봤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찾는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중국인 대부분은 “북한의 위협이 걱정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명동의 상인들도 “중국인 관광객은 크게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감소한 반면에 중국인은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북한에 대한 인식 차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화준 중국팀장은 “중국은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북한과 교류가 많아 가깝게 느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반면 일본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일본 언론에서도 계속 긴박한 상황으로 보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곽도영·김성모 기자 now@donga.com}

    • 2013-05-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제빵업체 대표 호텔직원 폭행

    한 제빵회사 대표가 호텔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을 저지른 일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제2의 포스코 라면 사건’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24일 P베이커리 대표 강모 씨(65)가 ‘주차장 입구에서 차를 빼달라’고 요구하던 호텔 직원 박모 씨(50)의 뺨을 때렸다는 내용이 보도된 뒤 30일 해당 회사 블로그는 항의글로 도배되다 결국 폐쇄됐다. 누리꾼들은 해당 업체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강 씨의 행동을 비난하는 패러디물까지 만들었다. 이 회사가 코레일에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힘없는 국민을 무시하는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물건을 코레일이 납품받으면 안 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코레일은 30일 이 회사에 납품 중단을 통보하고 제품을 전량 돌려보냈다. 30일 본보 기자가 찾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100평 규모의 P베이커리 공장에는 납품했던 빵들이 속속 반송되어 오고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월매출액은 5000만 원 수준이며 직원은 대표를 포함해 총 8명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이날 본보 전화 인터뷰에서 “폐업신고를 하겠다”며 “하지만 실상이 과장 보도됐다. 언론중재위와 검찰 고발을 통해 진실을 가리겠다”고 했다. 강 대표는 “당시 안내를 받고 주차했는데 2분도 안 돼 호텔 직원이 ‘국회의원이 주차할 자리’라며 창문을 두드려 화가 났다. ‘국회의원은 우리가 뽑은 대표인데 뭐 그리 대단해서 고객 차를 빼라고 난리냐’고 항의하다 나도 모르게 ‘야 인마’라는 폭언을 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이 자기 나이가 오십이라고 해서 ‘오십 살이든 백 살이든 서비스업 하는 놈이 나이가 뭐 중요하냐’라고 하고 화가 나서 지갑으로 가볍게 쳤다. 그게 다다. 내가 한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그날 바로 사과했다”고 주장했다.김준일·김성모 기자 jikim@donga.com}

    • 2013-05-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