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교도소 복역 중에 알게 된 마약 전과자들이 출소한 뒤에 판매책 정보 등을 공유하며 마약을 판매하거나 투약하다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필로폰을 투약하고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34명을 붙잡아 유모 씨(58) 등 8명을 구속하고 김모 씨(56)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유 씨 등 6명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필로폰을 투약해 환각 상태에서 여러 명이 집단으로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민모 씨(60) 등 5명은 2013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필로폰을 사들여 회사원 등 19명에게 되팔거나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씨와 민 씨 일당 11명은 마약 관련 전과가 총 100회를 넘는 상습 마약 사범으로 과거 교도소에서 함께 복역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알게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출소 후에도 서로 연락하면서 마약 판매책 정보를 은밀히 공유한 것이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마약을 구입한 투약자 가운데는 환각 상태에서 성폭행 등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을 기도한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유 씨 등에게 필로폰을 공급한 판매책들을 추적하는 한편 이들로부터 마약을 사들인 투약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그저 함께 보고 싶어서 한자리에 안장해 달라고 말한 게 벌써 13년이네요. 그동안 우리 얘기는 뭐 하나 제대로 들어준 것이 없으니…. 이제 너무 지쳐 그런 얘기 다시 꺼내기도 겁이 나요.”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황도현 중사의 어머니 박공순 씨(63)는 7일 전화기 너머로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잊혀진 전쟁’이었던 제2연평해전은 최근 영화(‘연평해전’)가 개봉하고 관객이 3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뒤늦게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박 씨의 마음에는 기쁨과 답답함이 엇갈렸다. 그는 “이제 바라는 건 아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것밖에 없는데 못난 부모 탓에 그렇게 못해 주는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제2연평해전에서 숨진 윤영하 소령, 서후원 조천형 한상국 황도현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은 순직자다. 북한군의 도발에 맞서 싸우다 숨졌는데도 ‘전사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같은 배(참수리 357호)에 타고 싸웠던 전우 6명이 오히려 죽어서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윤 소령 등 6명의 묘는 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내 묘역 2곳에 나뉘어 자리하고 있다. 윤 소령의 묘는 장교 묘역인 211-4376에 자리하고 있다. 전투 직후 실종됐다가 함정 인양 때 조타실에서 발견된 한 중사의 묘는 일반사병 묘역(128-14960)에 있다. 윤 소령과는 약 150m 떨어진 곳이다. 쏟아지는 파편에 맞아 중상을 입어 84일 동안 치료를 받다가 숨진 박 병장의 묘(129-14828)는 더 멀리 있다. 윤 소령 묘에서 약 170m 거리다. 나머지 조천형 황도현 서후원 중사의 묘(128-14505, 6, 7)는 13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그나마 이 3명의 묘는 한곳에 나란히 모여 있다. 최근 영화 덕분에 참배객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은 별도의 안내판을 확인한 뒤 묘비를 일일이 확인해야 6명의 묘를 겨우 찾을 수 있다. 참배객들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이 별도로 없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이달 초 영화를 관람한 뒤 대전현충원을 찾은 이모 양(17)도 “왜 제2연평해전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6명이 같은 전투에서 숨졌는데도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안장된 이유는 장병들의 계급이 다르고 시신 발견 및 사망 시점에 차이가 있어서라는 것이 대전현충원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6명의 합동묘역 조성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은데도 나중에 이를 추진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일부에서는 당시 제2연평해전이 월드컵 분위기에 묻혀 이슈화되지 않은 것에서 더 큰 이유를 찾고 있다. 천안함 폭침 때는 46명에 이르는 전사자를 대전현충원 내 합동묘역(천안함46용사묘역)에 안장했다. 유가족들은 최근까지 ‘한곳에서 추모할 수 있게 해 달라’며 합동 묘역 조성을 건의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대전현충원 측은 “이미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현재 안장된 상황이 당시의 (안타까운) 상황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들은 대전현충원 측과 별도의 기념물을 만드는 것을 논의 중이다. 한 중사의 아버지 한진복 씨(69)는 “그동안 따로 묘역을 만들어 달라고 정말 애원했는데도 결국 안 됐다”며 “이제는 현충원에서 어떤 기념물을 만들 계획인지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김도형 dodo@donga.com·유원모 / 대전=이기진 기자}
국내에서도 남자와 남자 혹은 여자와 여자가 법적으로 ‘부부(夫婦)’가 될 수 있을까.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해달라는 재판이 6일 시작됐다.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합법화를 결정한 가운데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 인정을 요구하는 재판이 열린 것이다. 6일 서울서부지법에서는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50)와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31)가 서울 서대문구를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 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의 첫 심문이 열렸다. 앞서 두 사람은 2013년 9월 결혼식을 올리고 같은 해 12월 서대문구에 혼인신고서를 냈다. 하지만 서대문구는 “동성 간 혼인은 민법에서 일컫는 부부로서의 합의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민법 어디에도 동성 간 혼인 금지 조항이 없고 혼인의 자유와 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36조 1항에 따라 민법 규정을 해석하면 동성혼도 인정된다”며 법원에 불복 신청을 했다. 가족관계등록 권한을 가진 법원에 직접 동성혼 인정을 요구한 것이다. 6일 법정에 나온 두 사람은 “(성별에 상관없이) 사랑의 자격은 사랑으로 충분하고 법 역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동성혼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두 사람은 혼인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 행복추구권 등을 보장한 헌법을 제시하며 법원에 이번 신청을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민법은 혼인의 주체를 남자와 여자로 직접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혼인 중에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결정 등에서 우리 민법이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앞으로 4주 동안 추가 자료를 제출받은 뒤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이렇다할 증거를 남기지 않고 달아났던 성폭행범이 13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된 DNA 덕분이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이기선)는 2002년 2월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에 침입해 두 살 딸과 자고 있던 A 씨(당시 25세·여)를 흉기로 위협하며 성폭행하고 현금 3만 원을 빼앗은 혐의(특수강간)로 양모 씨(41·복역 중)를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 경찰은 폐쇄회로(CC)TV와 지문 같은 기초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피해자가 범인의 어렴풋한 윤곽만 기억하고 있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몸에서 범인의 DNA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해왔고 이 DNA는 결국 양 씨를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0년 ‘DNA 신원확인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살인이나 성폭력범죄 등을 저지른 수감자의 DNA를 채취하기 시작한 검찰은 올 3월 서울남부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양 씨의 DNA가 13년 전 사건 용의자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신이 저지른 6건의 또 다른 성범죄로 징역 13년 6개월을 선고받고 2005년부터 죗값을 치르고 있던 양 씨는 DNA 증거가 제시되자 범행을 인정했다. 양 씨의 범행은 공소시효(10년)가 지났지만, DNA 증거가 확보되면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한다는 법 규정에 따라 검찰은 양 씨를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됐다. 양 씨는 재판 결과에 따라 형량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DNA 증거는 시간이 흘러도 증거가치가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며 “이번처럼 DNA 대조로 범인을 찾은 것이 2010년부터 올 3월까지 1500건에 이른다”고 설명했다.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최근 한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서 내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를 찾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문서에는 게시자의 성명과 차량번호, 주소가 정확히 적혀 있었다. 해당 지자체에서 주·정차 위반 과태료 관련 공시송달 목적으로 올려놓은 자료였다. 공시송달은 중앙부처나 지자체가 고지서 같은 서류를 개인과 법인에 전달하지 못했을 때 외부 게시판이나 홈페이지 등에 게재하는 것을 말한다. 수령자가 거주지에 부재중이거나 주소가 확실하지 않아 직접 전달하지 못한 대신에 일정 기간 공시함으로써 서류를 전달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는 절차다. 문제는 이 공시송달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는데도 일부 공공기관의 무신경한 행정 탓에 공개된 개인정보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간단한 검색을 통해 지자체 홈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손쉽게 성명과 주소, 차량번호 등이 포함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인천 남구는 최근 오랫동안 정기 검사를 받지 않은 건설기계 관련 공시송달에서 건설기계 소유자 수십 명의 이름과 등록번호, 주소를 전혀 가리지 않은 채 문서를 공개했다. 또 서울 영등포구는 최근 과태료 처분 명세를 공시하면서 주소지 아파트의 동과 호수가 그대로 적힌 개인정보를 노출했다. 전북 정읍시는 20일까지 무단방치차량 자진처리명령을 공시송달하며 소유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차종, 차량번호, 차대번호를 그대로 표기하기도 했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적극적인 해결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성별과 생년월일, 상세 주소, 과태료 부과 명세를 그대로 올려놓은 경기지역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일부 정보는 가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자치부는 적절한 공시송달 방법을 안내하고 있지만 막상 행정 일선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시송달 절차에서 이름과 생년월일은 개인을 식별하는 최소한의 정보로 볼 수 있지만 주소 등은 일부만 기재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에는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지키지 않아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주소와 차량 번호 등은 개략적으로만 표기하라는 공시송달 관련 기준을 2009년부터 제시하고 있지만 지키지 않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노출된 개인정보가 각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는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그만큼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며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이를 고려한 공무원 교육과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사건 다음날부터 전화로 매일 같이 챙겨주더니 경제적 지원까지 해주시네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던 안모 씨(56·여)는 올해 2월 23일 밤 강도 피해를 당했다. 화장실을 다녀온다던 손님이 식칼을 든 강도로 돌변했고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으로 칼을 막은 안 씨는 오른손을 14바늘이나 꿰맸다. 안 씨는 상처 때문에 지금까지도 술집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마포경찰서의 피해자전담경찰관 김영옥 경위(53)의 노력으로 15만 원가량의 치료비와 180만 원의 생계비를 지원받게 된 게 가뭄에 단비처럼 고마울 뿐이다. 김 경위는 “안 씨 같은 강력 사건 피해자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에서 치료비, 생계비 지원과 심리,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중간에서 돕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 경위 같은 피해자전담경찰관은 올해 2월 12일 전국 250개 경찰서에 일제히 배치됐다. 141곳에서는 전담으로, 109곳에서는 겸직으로 일한다. 2005년 제정된 범죄피해자보호법을 근거로 사망 사건 피해자 유족은 9100만 원, 상해 사건 피해자는 7600만 원까지 보상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상당수 범죄 피해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어 경찰이 직접 피해자 지원과 보호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2월 피해자전담경찰관 배치 이후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5600여 건의 경제적·심리적·법률적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3월 1395건, 4월 1728건, 5월 2114건으로 지원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형세 경찰청 피해자보호담당관은 “사건 초기 단계부터 개입할 수 있는 경찰이 피해자 보호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범죄 피해자가 보다 손쉽게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문에 전국 주요 병원에 음압격리병실을 만들면서 산업 현장에서 쓰는 음압기가 대거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음압기 중 일부 제품은 밖으로 내보내는 공기 일부가 필터를 거치지 않은 채 배출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용 음압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30일 주요 병원과 음압기 제조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립중앙의료원과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들은 총 150대 이상의 이동형 음압기를 구매해 병실에 설치했다. 메르스 확진자는 늘어나는데 국가 지정 입원병원의 음압격리병상은 105개 수준에 불과했던 상황에서 급히 찾아낸 대안이었다. 음압격리병실은 병실 안의 공기를 꾸준히 밖으로 빼내서 주변보다 낮은 기압을 유지하는 공간이다. 기압이 낮기 때문에 그 안의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낮은 기압을 유지해주는 이동형 음압기는 병실의 공기를 계속 밖으로 빼내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일반 병실을 음압격리병실로 만들기 위해 설치한 음압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설비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병원에 100대 이상이 납품된 것으로 알려진 A사의 제품은 석면 제거 작업장에서 주로 사용되던 제품이다. 음압기 설치 관련 문의에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 의료용 음압기의 별도 기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병원에 들어가니까 더 신경 써서 만들자고 한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제품을 의료용으로 사용해도 될지 의구심을 품기도 했지만 결국 그대로 납품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등에 설치된 또 다른 이동형 음압기는 생물안전밀폐실험실 관련 업체인 B사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올해 새로 만든 제품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의료용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동형 음압기를 사용하면 병실 안 공기의 일부가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년간 음압기 제조업체에서 일했던 전칠식 대한자동차대기환경협회장(55)은 “음압기에 고성능 헤파필터를 장착하긴 하지만 음압기 내부에서 필터 옆으로 공기가 새는 제품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음압기의 누설 여부 등을 검사하는 한국필터시험원 관계자는 “일부 제품은 누설 시험을 받지만 제조사가 직접 가져온 샘플 제품으로 실험하기 때문에 실제 판매되는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 인증을 받겠다며 가져오는 샘플 제품 중에서도 내부 누설이 확인되는 제품이 있다”며 “안전성이 중요한 의료용으로 쓰려면 필터 성능을 포함한 구체적인 음압기 성능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동형 음압기를 납품받아 병원에 설치하고 다른 병원에 공급하기도 했던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음압기를 꼼꼼하게 검증하진 못했지만 음압기 때문에 메르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음압을 잘 유지할 수 있는지와 헤파필터를 장착했는지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해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했다”며 “메르스가 대기 중에 배출된 적은 양의 공기 때문에 전파될 위험이 있는 질병은 아니기 때문에 이동형 음압기를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 씨(42)가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최모 부산대 교수(60)를 검찰에 고소했다. 또 유가족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최 교수와 류모 홍익대 교수(56)를 상대로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최 교수는 최근 과학철학 강의를 하며 ‘2002년 대통령 선거 조작 증거를 찾고 대법관 입장에서 평가하라’는 과제를 내 물의를 일으켰다. 류 교수는 최근 치러진 기말고사에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표현을 넣어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29일 노무현재단에 따르면 건호 씨는 소장에서 두 교수가 “허위 사실 적시와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으로 노 전 대통령의 명예 내지는 인격권을 침해했고 유족들의 명예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정 내지는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수없이 발생했고 이미 사회문제화된 지 오래”라며 “더는 이 같은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심정에서 유족을 대표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구령에 맞춰 나란히 걷는 것마저 아직 쉽지 않지만 입을 굳게 다문 학생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17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고 운동장에서는 단정하게 제복을 갖춰 입고 앞뒤가 뾰족한 개리슨 모자를 쓴 학생들이 줄 맞춰 행진하고 경례하는 연습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29일 이 학교에서 국내 고교 최초로 창단하는 ‘해군 주니어 ROTC’ 학생들이다. 이날 2002년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윤영하 소령의 13주기 추모식과 함께 창단식이 개최되면 이 학생들은 윤소령의 정신을 잇는 주니어 ROTC가 되는 것이다. 주니어 ROTC는 대학에서처럼 졸업 후 장교로 임관하는 과정은 아니지만 정규 교과 수업의 일부로 운영되고 소속된 학생들은 매주 수요일 제복을 입고 학교에서 생활한다. 활동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에도 남는다. 17일 학교에서 만난 오성삼 교장(68·사진)은 “급식 반찬으로 생선이 나오면 가시 발라내는 것이 귀찮다며 안 먹고 버리는 것이 요즘 학생들”이라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끈기 같은 기본소양과 인성을 길러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주니어 ROTC 창단 계획을 세웠다”고 털어놓았다. 오 교장은 2012년 8월 건국대 교육대학원장을 지내고 정년 퇴임하면서 이 학교에 부임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그때부터 주니어 ROTC 창단 계획을 품고 있었다고 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민의식과 리더십을 길러주겠다는 생각이었다. 미국의 주니어 ROTC 등을 3년가량 공부한 뒤 주니어 ROTC 창단을 알리며 5월 학부모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오 교장은 “학생들을 체력적 정신적으로 강인한 청소년으로 교육시키고 대학 입시에서도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 2학년 활동 기간에 기초체력 단련과 함께 헌혈, 봉사활동, 예절·리더십·대화법·국가관·응급처치 교육 등을 통해 정신력과 사회성을 기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활동이 대학 입시에서도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은 최근 학생부 비교과 영역 활동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 교장은 “현직 입학사정관들에게 어떤 것이 비교과 영역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 직접 물어보면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계획에 공감해 자원한 1, 2학년 학생은 모두 106명. 1학년 유두열 군(16)은 “나도 친구들도, 체력단련장에서 꾸준히 운동하겠다고 신청했다가 한 달밖에 안 나가고 흐지부지됐던 일이 적지 않다”며 “끈기와 책임감, 리더십 같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얘기했다. 생도대장을 맡고 있는 2학년 김도환 군(17)도 “이제 제복 입는 사람이 됐으니 말하는 습관을 단정하게 바꾸면서 부모님께 존댓말부터 쓰고 싶다”고 말했다. 선배인 윤 소령의 뒤를 이어 제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려는 학생들에게는 주니어 ROTC 활동 자체가 큰 자극이 되기도 한다. 2학년 문혜성 군(17)의 아버지 문기성 씨(47)는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하고 싶어 하는 아들이 주니어 ROTC에 가입한 뒤에 스스로 열성을 가지고 공부하려 들어 놀랐다”고 했다. 학생들이 얼마나 변하는지 살펴본 뒤에는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과 힘을 모아 다른 학교에도 주니어 ROTC가 생길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오 교장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인성 면에서 얼마나 바른 학생을 길러 내는지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인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JTBC의 보도부문 사장 손석희 씨(59·사진)가 16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당초 손 씨에게 23일 출석을 요청했지만, 손 씨는 이날 오전 8시 45분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지난해 8월 지상파 3사가 “지방선거 당시 지상파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사용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JTBC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서울지방경찰청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에 대해 JTBC 측은 “해당 내용을 방송하면서 자체 조사가 아니라 인용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도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조사를 받고 나온 손 씨는 출구조사 결과 무단 사용을 인정하느냐는 물음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JTBC의 보도부문 사장 손석희 씨(59·사진)가 16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당초 손 씨에게 23일 출석을 요청했지만, 손 씨는 이날 오전 8시 45분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지난해 8월 지상파 3사가 “지방선거 당시 지상파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사용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JTBC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서울지방경찰청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에 대해 JTBC 측은 “해당 내용을 방송하면서 자체 조사가 아니라 인용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도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조사를 받고 나온 손 씨는 출구조사 결과 무단 사용을 인정하느냐는 물음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JTBC의 보도부문 사장 손석희 씨(59·사진)가 16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당초 손 씨에게 23일 출석을 요청했지만, 손 씨는 이날 오전 8시 45분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지난해 8월 지상파 3사가 “지방선거 당시 지상파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사용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JTBC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서울지방경찰청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에 대해 JTBC 측은 “해당 내용을 방송하면서 자체 조사가 아니라 인용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도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조사를 받고 나온 손 씨는 출구조사 결과 무단 사용을 인정하느냐는 물음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6·4지방선거 당시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JTBC의 보도부문 사장 손석희 씨(59)가 16일 오전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손 씨는 이날 오전 8시 45분쯤 사전 예고 없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경찰은 이날 손 씨를 상대로 6·4지방선거의 출구조사 결과 입수 경위와 시점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JTBC는 지난해 6·4지방선거 당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상파 방송국의 보도와 비슷한 시간에 보도했다. 예상 순위뿐 아니라 예상 득표율도 함께 보도했다. 24억 원을 들여 출구조사를 했던 지상파 방송 3사는 이를 무단 도용이라고 주장했고 JTBC 측은 인용 보도라고 맞서고 있다. 지상파 방송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많은 비용과 노하우를 투입한 출구조사 결과를 지상파 방송이 밝히기도 전에 JTBC가 먼저 방송한 것은 도용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8월 JTBC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맞서 JTBC 측은 “해당 내용을 방송하면서 지상파의 로고가 분명하게 나오게 함으로써 우리의 자체 조사가 아니라 인용한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며 “지상파가 방송하지 않은 내용을 방송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달 20일 첫 확진환자가 발견된 이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공포 마케팅’이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 사이를 파고들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의학적 효능이 검증되지도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메르스 예방 특효약’이라고 홍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메르스 정보’를 위장해 스미싱(문자메시지 이용 개인정보 탈취) 문자를 보내는 범죄 행위도 11일 이후 확인된 것만 100여 건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공포가 커질수록 이를 악용하는 행위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쌀눈, 마늘, 녹용도 메르스 ‘특효약’ 최근 경기 지역의 한 건강식품 제조업체는 자사 홍보 블로그에 ‘메르스 예방·퇴치법’이라는 글을 올렸다. 메르스가 어떤 질병인지 소개하면서 생산 중인 쌀눈과 동충하초 함유 음료를 광고하는 내용이지만 여기에 ‘메르스 예방법’ 등의 제목을 달았다. 업체 측은 “이들 음료는 면역력 증강에 탁월하다”고 밝혔지만 메르스 예방 효과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 다른 한의원 사이트에서는 마늘이 메르스 바이러스를 약화시킨다고 설명하며 마늘환 제품을 팔았다. 한 약초 판매 업체는 메르스에 대비하자며 “장뇌삼을 특가에 판매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의 육아 카페 등에는 사용후기로 꾸민 ‘메르스 대비’ 제품 홍보 글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육아 카페에는 녹용 성분을 캡슐로 만들었다는 제품을 홍보하면서 메르스의 증상인 발열과 호흡 곤란, 기침을 완화해 준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일부 카페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 박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기존에 생산된 항균 스프레이 제품을 판매했다. 이 제품들이 메르스 예방에 어느 정도 효과를 지녔는지는 검증된 바 없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부 성분이 면역력을 키우는 건 실험으로 입증되지만, 공식적으로 메르스 예방 효과가 입증된 제품은 없다”며 “무턱대고 ‘메르스를 막는다’는 식의 광고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메르스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건강보조식품과 공기청정기 업체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제철 만난 스미싱 범죄 스미싱 범죄도 메르스 확산으로 ‘제철’을 맞았다. 행정처분에 그칠 수 있는 건강식품 과대 광고와 달리 스미싱 문자 유포는 경찰이 수사해 입건하는 범죄 행위다. 15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11일부터 ‘메르스 빨리 확인해 주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국내에 100여 건 유포됐다. 문자에 첨부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면 스마트폰 공인인증서와 주소록, 사진 등을 가로채는 가짜 사이트로 안내한다. 경찰과 인터넷진흥원 등은 스미싱에 사용된 사이트를 바로 차단했지만 메르스를 악용한 스미싱 유포는 앞으로 더욱 잦아질 개연성이 크다. 이정민 인터넷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스미싱 문자는 2월에는 연말정산 안내, 5월에는 청첩장 등 당시 이슈에 맞춰 문구를 만든다”며 “이미 시작된 만큼 다른 스미싱 사기꾼들도 같은 수법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세월호를 키워드로 한 스미싱 문자가 대량으로 유포된 바 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스미싱과 달리 메르스 유언비어 유포는 총 59건 접수됐지만 13, 14일에 각각 한 건도 접수되지 않는 등 줄어드는 추세다.김배중 wanted@donga.com·김도형·박재명 기자}

14일 오전 5시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근처 인력시장. 일요일인 데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장대비가 퍼부었지만 일거리를 찾으려는 중년 남성 200여 명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일감을 찾아서 자리를 뜬 사람은 70명 남짓. 인력시장 관계자들은 “메르스가 일자리마저 잡아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식당 종업원이나 가사도우미 등 중장년층 일용직 인력시장에 메르스 여파가 심각하다. 토목, 건설 분야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젊은층의 아르바이트(알바) 자리가 줄어들고 무료 급식소가 잇달아 문을 닫는 등 메르스 확산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생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장사가 안 되니 사람 줄여야죠” 남구로역 인근의 남부인력개발 관계자는 하루 평균 500명가량이던 인력시장 규모가 메르스 확산 이후 300∼400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체의 인력 수요가 계속 줄고 있고 기숙 생활을 하는 건설 현장도 메르스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식당 등에 인력을 주로 공급하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인력관리회사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이달 초부터 사람을 찾는 전화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매출 급감으로 식당과 카페 같은 자영업체의 인력 수요가 많이 감소했다는 것. 그는 “자영업자가 다들 힘들어하니 일용직 인력시장이 제일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용직 근로자 중심의 인력시장뿐만 아니라 20, 30대가 많이 찾는 알바시장도 타격이 크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모 씨(24)는 “돈이 좀 필요해 이달 초 알바 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일할 곳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 당황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올해 2∼4월 카페 등에서 일했던 때와 비교해보면 괜찮은 일자리가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 알바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기 전과 후를 나눠 채용공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각종 행사와 공연, 여행 등 서비스 업종에서 메르스의 영향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영화·공연·전시’ ‘테마파크·레포츠’ ‘여행가이드’ ‘뷔페·연회장’ ‘안내데스크·매표’ ‘숙박·호텔·리조트’ 등 6개 서비스 업종의 채용공고 수는 그 전 2주에 비해 10.3% 줄어들었다.○ 봉사자 줄어든 무료급식소 ‘비상’ 노년층과 노숙인 등이 주로 찾는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으면서 당장 먹을거리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지역의 무료급식소들은 자원봉사자가 크게 줄어들어 곳곳이 문을 닫고 있다. 서울 종로구를 비롯해 전국 26곳에서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던 ‘천사무료급식소’는 10일부터 급식소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자원봉사자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급식소가 메르스 전파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급식소 관계자는 “평소 100명까지 오던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급식소를 운영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자원봉사 신청을 해놓고 당일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역 인근의 무료급식소 ‘따스한 채움터’ 역시 기업과 기관의 자원봉사 일정 취소가 잇따라 14일에는 밥 대신 배식이 쉬운 떡과 음료수만 나눠줬다. 한편에서는 메르스를 피해 해외로 ‘도피여행’을 떠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강모 씨(32·여)는 “음식점 영업이 너무 안 돼 가게 문을 닫아두고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세 살 난 아이가 그동안 집 안에만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유원모 onemore@donga.com·김배중·김도형 기자}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근대 산업시설에서 강제노동(강제징용)을 했던 피해자들이 “강제 노동의 역사가 있었다는 설명 없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유네스코 회원국에 발송하기로 했다.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 중공업 강제동원 피해 소송 원고 등으로 구성된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는 이런 내용의 호소문을 21개 유네스코 회원국에 발송하기 위한 영문 번역 작업이 마무리 단계라고 14일 밝혔다. 15일쯤 발송될 것으로 보이는 호소문에는 일본이 강제징용 당시 식민지인들이 겪은 아픔을 외면한 채 침략 전쟁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으며, 전범 기업 시설은 영구 보존해야 할 ‘탁월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보추협 측은 이 시설들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면 일본이 저지른 반인륜적인 행동들도 함께 기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강제징용 시설의 어두운 역사를 은폐한 채 이 시설들이 일본 산업혁명의 기반이 됐다는 점만 강조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바 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역사의 전모를 알게 하라”고 일본에 권고한 가운데 등재 여부는 7월초 최종 표결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홍익대 법과대 시험에 ‘빚을 자주 떼먹는 대중’과 ‘지능지수가 69인 노’ 같은 표현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를 출제한 교수는 “학생의 흥미를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문제의 표현은 9일 치러진 이 학교 법학과 미국계약법 기말고사에 등장했다. 영어로 출제된 전체 45문항가량의 시험 일부에서 류모 교수(56)는 ‘빚을 자주 떼먹는 대중’ ‘6살에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지능지수가 69인 17살 노’ ‘봉하대군’ 등의 표현을 썼다. ‘대중’은 식당에서 홍어를 판매하는 상인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홍어’라는 말이 호남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사례가 있고 ‘대중’과 ‘노’가 전직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홍익대 총학생회와 총동아리연합회 등은 11일 류 교수의 사과와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의 문제이고 학문과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문항에 풍자의 뜻을 담은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사회와 정치권에서 벌어진 일을 다른 문항에서도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기말고사에 ‘BBK의 CEO인 MB’ ‘대머리 사업가 도올’ ‘프로 사진작가라고 주장하는 아해와 양자’ ‘싸이’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홍익대 법과대 시험에 ‘빚을 자주 떼먹는 대중’과 ‘지능지수가 69인 노’ 같은 표현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를 출제한 교수는 “학생의 흥미를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문제의 표현은 9일 치러진 이 학교 법학과 미국계약법 기말고사에 등장했다. 영어로 출제된 전체 45문항가량의 시험 일부에서 류모 교수(56)는 ‘빚을 자주 떼먹는 대중’ ‘6살에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지능지수가 69인 17살 노’ ‘봉하대군’ 등의 표현을 썼다. ‘대중’은 식당에서 홍어를 판매하는 상인으로 묘사되기도 했다.‘홍어’라는 말이 호남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사례가 있고 ‘대중’과 ‘노’가 전직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홍익대 총학생회와 총동아리연합회 등은 11일 류 교수의 사과와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의 문제이고 학문과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문항에 풍자의 뜻을 담은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사회와 정치권에서 벌어진 일을 다른 문항에서도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이번 기말고사에 ‘BBK의 CEO인 MB’ ‘대머리 사업가 도올’ ‘프로 사진작가라고 주장하는 아해와 양자’ ‘싸이’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조용한 대학 캠퍼스에 구급차 한 대가 들어서고 방역복을 입은 구급 대원이 차에서 내리자 지나가던 학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고열로 얼굴이 달아오른 여학생이 구급차에 실려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고 학교 커뮤니티에는 ‘우리 학교에도 메르스가 퍼진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7일 오후 서울 강북의 유명 사립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검진 결과 메르스 감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학교 측이 ‘안심해도 된다’고 공지했지만 학생 이모 씨(28)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믿었던 학교에도 메르스가 퍼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상당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지 20일을 넘기면서 서울의 주요 대학가도 메르스 여파가 미치고 있다. 20대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크게 술렁이진 않지만 학생이 도서관과 열람실 찾기를 불안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일부 학교에서는 학사 일정을 바꾸기도 했다. 실제로 메르스 때문에 서강대 일부 강의는 계획보다 일주일가량 일찍 종강됐다. 서강대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우려 때문에 한 주 일찍 종강해도 된다고 5일 교수들에게 알렸고 일부 교수는 수업을 조기 종강했다”고 전했다. 연세대에서는 간호학과가 현장 실습을 교내 실습으로 대체했고 일부 대학원 연구실은 이번 주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으로 유명한 이화여대의 홍보관(웰컴센터)은 최근 방문객이 메르스 발생 직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기말고사 준비를 위해 학교에 오긴 하지만 개인위생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이화여대생 김아영 씨(23·여)는 “손을 자주 씻는 등의 기본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생 이모 씨(25)도 “부모님이 걱정한다며 집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꽤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험 기간임에도 도서관 이용자가 줄어든 흐름까지 감지된다. 성균관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우려가 유난히 컸던 지난 주말 직후인 8일에는 이용자가 10∼20% 줄었다가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홈페이지에 메르스 예방수칙을 안내했던 주요 대학들은 곳곳에 손 소독제 등을 비치하며 메르스 예방에 나선 상황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메르스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도서관 출입구마다 손 소독제를 놔두고 학생들이 쓸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김민 kimmin@donga.com·김도형 기자}
기본 위생 수칙을 반드시 지킨다. 평소보다 일찍 귀가한다. 단체 회식은 취소하고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도 피한다. 지난달 20일 한국에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3주가 지나면서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까지 바뀌고 있다.○ 집집마다 메르스 ‘경보’ 손발을 잘 씻고 면역력을 키우면 메르스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족 간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주부 손모 씨(52·서울 마포구)는 “가족에게 신선한 채소를 중심으로 한 아침을 꼭 챙겨 먹이고 자주 씻도록 한다”며 “가까운 주변 사람과도 수시로 메르스 예방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정보를 얻고 이를 실천하면서 처음에 느꼈던 막연한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것이 손 씨의 설명이다 공무원 정모 씨(32·서울 동대문구)는 최근 귀가시간을 평소보다 앞당겼다. 메르스 때문에 퇴근하면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곧장 집에 들어간다. 집에 오면 샤워부터 한 뒤 네 살 난 아들과 놀아준다.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비타민도 꼭 챙긴다. 이번 주말 지방 친구의 신혼집을 가려던 계획을 메르스 사태 진정 이후로 미룬 정 씨는 “감염 위험은 최대한 피하고 남는 시간은 집에서 가족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회식 실종, 대중교통 기피 직장 내 회식이 사라지고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직원 최모 씨(32)는 “다음 주 직원들이 단체로 야구장에 가려던 행사와 회식이 줄줄이 취소됐다”며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으면 바로 퇴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의도의 한 노래방 주인 이모 씨(52)는 “기업들의 회식이 사라지면서 지난주부터 단체손님이 뚝 끊겼고 매출은 30∼40%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용객이 많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피하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주말(6, 7일) 지하철 2호선 이용객은 174만여 명으로 한 달 전 주말(5월 9, 10일) 이용객 250만여 명에 비해 30%가량 줄었다. 반면 평일 혼잡통행료를 받는 서울 남산1·3호 터널 통과 차량은 1일(월요일) 8만2000여 대에서 5일(금요일) 8만6000여 대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웃이나 친척 간의 왕래를 자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 부천시 김모 씨(32·여)는 “언니가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 살고 있지만 어린 조카들이 걱정돼 요즘엔 직접 찾아가지 않고 주로 전화로 대화한다”고 말했다.○ ‘개인위생 챙기기’는 꾸준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메르스 조심하라’는 얘기는 이제 안부 인사처럼 쓰이기도 한다. 경남지역 동물병원장 변모 씨(32)는 “손님 대부분이 메르스 걱정으로 상담을 시작하고 공통적으로 애완동물은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진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개인이 스스로 위생과 면역력 강화에 힘쓰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은희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손발을 깨끗이 씻고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은 메르스와 감기를 비롯한 전염성 질환 예방은 물론이고 황사와 미세먼지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