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지방대 알리고 대학 체질 바꿔… ACE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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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ACE 발전 좌담회’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열린 ‘ACE 발전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ACE 사업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제 한양대 교무처장,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영식 ACE협의회장,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열린 ‘ACE 발전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ACE 사업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제 한양대 교무처장,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영식 ACE협의회장,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요즘 대학생들은 높은 학점과 외국어 성적 그리고 자격증, 해외연수 경력까지 갖추고 졸업장을 받는다. ‘스펙’은 뛰어나지만 기업은 선뜻 이들을 채용하지 못한다. 학생들 역시 필요한 스펙을 쌓는 데 대학 교육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인재 양성의 마지막 관문인 대학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대학들이 연구역량 중심으로 평가받으며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 가운데 하나가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육성사업’이다. 2010년 교육부가 시작한 ACE 사업은 잘 가르치는 대학을 발굴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동아일보는 ACE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의 모임인 ACE협의회와 함께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ACE 발전 좌담회’를 열었다. 추진 6년 차에 접어든 ACE 사업을 평가하고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다. 좌담회에는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김영식 ACE협의회장(금오공과대 총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성제 한양대 교무처장(한양대 ACE 사업단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가 맡았다.

―ACE 사업을 통해 대학이 육성해야 할 학생의 역량은 무엇인가.

▽김영식 협의회장=각 대학은 어떤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어떤 인재를 길러내려고 하는지 근본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 각자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고 사회의 발전에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또 한편으로는 다양한 기업체들이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원하는 능력도 길러줘야 한다.

▽이동근 부회장=기업이 인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도전정신 전문성 창의성 책임의식 윤리의식 등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도전정신이 있어야 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전문성과 창의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것들이 기업이 원하는 기초적이면서 핵심적인 역량이다.

―우리 대학들의 교육은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나.

▽김 회장=대학의 교육 방식이 평가 지표에 의해 많이 좌우됐다. 교수의 업적과 연구력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학생이 교수 보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교육보다 연구에 집중한 것이 현실이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매우 적었다.

▽김성제 교무처장=연구의 측면에서 한국 대학이 세계 수준을 많이 따라잡았다. 어떤 분야에선 오히려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교육 환경과 시스템에는 투자를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 산업현장이나 해외시장 그리고 심지어 국민들로부터도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 달라는 요구가 많다.

▽이 부회장=최근 졸업생들의 조건, 이른바 스펙은 과거보다 훨씬 좋은데 실제로 일을 시켜 보면 옛날보다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다는 게 기업들의 목소리다. 학부제 전환 이후 전문성이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조업체가 선발하는 공대 졸업생을 보면 이수 학점에서 전공필수 과목의 비율이 30% 수준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조금만 깊게 들어가면 자신의 전공조차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ACE 사업을 통해 실제로 대학에 변화가 있나.


▽김 회장=많은 대학의 총장들이 ACE 사업만큼은 따내고 또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대학만의 특성을 살려 교육 사업을 디자인하고 우수 모델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통해 스스로가 가진 약점을 돌아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학들이 연구가 아닌 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석수 대학정책실장=초중고교에서도 교사들이 매년 연수를 받는다. 교육 환경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은 이런 부분을 너무 소홀히 해왔다. 교수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으니 당연히 잘 가르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ACE 사업이 고등교육의 체질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본다. 또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서열화됐던 대학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는 점도 있다. 규모가 작고 지방에 있어도 각자 마련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잘 가르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대학의 이름도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학부교육을 어떻게 발전시켜서 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데….

▽김 회장=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자아를 찾고 어떻게 사회에 공헌할 것인지 스스로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교양 없는 전문지식은 맹목적일 수 있고 전문지식 없는 교양은 나약하다. 교양과 전문지식을 함께 갖춘 그런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회장=기업들은 중국의 거센 추격도 두렵지만 기술 혁신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도 무섭다. 15년 내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미래학자도 있다. 물론 기술과 산업이 바뀌는 속도로 대학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창업도 시도할 수 있고 폭넓은 지식에 전문성까지 갖춘 통섭형 인재를 길러 달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융합교육과 유기적인 현장교육이 필요하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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