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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시에 머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사진)가 현역 의원의 ‘물갈이’ 등 공천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치는 계속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침묵 행보를 두고 당내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를 응원한다”며 “야당 의원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노력들이 감동과 희망을 주었다”고 적었다. 지난달 당 대표직 사퇴 이후 그는 개성공단 폐쇄, 테러방지법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등에는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사퇴 전 주도했던 혁신안의 ‘하위 20% 컷오프’와 친노(친노무현) 의원들의 공천 배제에는 반응이 없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전략공천 1번 타깃이 된 강기정 의원(광주 북갑)에 대해서도 “짠하다”는 SNS 글만 올렸을 뿐이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를 모셔온 게 문 전 대표이고, 모든 권한을 맡긴 상황에서 현안을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측근들에게 “김 대표를 믿는다”고까지 했다. 또 문 전 대표 측에서 지난해 말부터 일부 친노 의원들에게 불출마 결단을 권유했던 것도 ‘친노 물갈이’를 지켜보는 이유로 꼽힌다. 문 전 대표와 김 대표 사이에 ‘정치적 묵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 대표의 ‘강공 드라이브’로 더민주당이 총선에서 성과를 내면 문 전 대표도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갖게 된다. 하지만 당이 패한다면 문 전 대표는 다음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만에 하나 두 사람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당이 다시 분열될 경우 ‘공멸’ 한다는 것을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의 혁신안을 대폭 수정하겠다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도 이런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측은 “문 전 대표도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혁신안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나눠서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의 행보는 ‘우클릭’으로 중도 지지층을 공략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며 “반면 문 전 대표의 ‘SNS 발언’은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김 대표의 물갈이 화살이 ‘친노’를 넘어 ‘친문(친문재인)’ 핵심을 정조준할 경우 문 전 대표의 침묵이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의 ‘시스템 공천’에 메스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혁신안을 무력화하고 김 대표가 사실상 4·13총선 공천의 ‘전권’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28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를 위한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변화를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4·13총선을 문 전 대표의 ‘혁신안’이 아닌 ‘김종인식 공천’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29일 당무위에서 당헌당규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비례대표 공천 방식도 대거 손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혁신안 사수에 앞장섰던 친노·구주류의 반발이 예상된다. 컷오프(공천 배제) 위기감에 휩싸인 친노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무위 참석 거부’ 등 저지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김종인 “바보 같은 룰로는 아무것도 못해” 김 대표는 이날 “총선을 맞아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 전면적 전쟁을 선포할 각오”라며 당의 변화 관철을 선언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혁신안은 사실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항목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하위 20% 컷오프 대상에 포함된 홍의락 문희상 의원 등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혁신안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홍 의원 등의 구제 문제가 발단이 됐지만 김 대표는 처음부터 당 대표의 권한이 제한되는 ‘시스템 공천’ 자체에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헌당규에는 컷오프 대상자라도 전략 공천을 가능케 하거나 당 대표의 포괄적인 공천권을 인정하는 조항을 넣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총선 승리가 핵심 아니냐”라며 “당이 비상 상황인 만큼 비대위 대표에게 ‘비상대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내 반발도 예상한 듯 “(혁신안을) 만들 때는 아무 말 안 하고 있다가 이런 사태가 터지니까 왜 재량으로 정무적 판단을 못 하느냐고 하는데, 그러한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 대표는 의원들이 집단 반발했던 26일 의원총회 결과를 보고받은 자리에서도 “그 따위 말을 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고 한다. 정세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세균계’의 지도부 성토에 대해선 “5선이나 했다는 사람이, 자기가 와달라고 사정할 때는 언제고 이러느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또 “지금의 바보 같은 룰(혁신안)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천이라는 게 정치적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한편 당 전략공천위원회는 이날 강기정 의원 선거구(광주 북을)등 광주 2곳에 대한 전략공천 지역 확정을 위한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를 보류했다.○ 비례대표 공천도 직접 챙긴다 지난달 발표된 비례대표 시행세칙도 대거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는 분야별 후보와 순위를 정한 뒤 중앙위에서 비례대표 명부 최종 순번을 확정하게 하는 ‘시스템 공천’을 예고했다. 계파 간 나눠먹기나 밀실공천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문 전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에도 당 대표의 재량이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당헌당규 개정 논의 때 비례대표 공천 방식도 대거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미 비례대표관리위가 맡기로 했던 비례대표 공천 심사도 홍창선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관리위원회가 맡도록 일원화해 놓은 상태다. 일각에선 독자 행보를 계속하는 김 대표 역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비례대표를 준비하는 한 후보자는 “총선 역사상 한 번도 비례대표 공천에 잡음이 없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 본인의 비례대표 출마 여부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지난달 15일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 나이가 77세”라면서 이를 일축했다. 그러나 22일에는 “단적으로 하겠다, 안 하겠다는 말을 드릴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비례대표 질문을 받자 “왜 자꾸 미리 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비례에 큰 욕심이 있느냐. 난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그 정도만 아시면 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예고한 ‘중진 50%, 초·재선 30% 정밀 심사’를 위한 집중 여론조사에 약 16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컷오프 여론조사에만 이렇게 많은 액수가 책정된 적은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역 의원들은 “지나치게 여론조사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공관위는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료로 평가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공관위는 두 곳의 전략공천 지역을 선정한 광주에서 2주 동안 세 차례나 여론조사를 했다. 특히 이달 중순에는 광주 8개 지역구별로 500명씩 총 40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전화면접 조사를 했다. 전화면접 조사는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에 비해 1명당 비용이 5배 이상 비싼 반면 응답률과 신뢰도는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역 의원들은 공관위의 집중 여론조사에 대해 “결국 공관위 입맛에만 맞는 조사 결과를 골라 쓰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공관위는 “여론조사 하나만으로 공천 배제를 결정짓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공관위는 정밀 심사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별 ‘팩트 북’(가칭)을 준비해 정밀 심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팩트 북에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의정활동 평가 자료, 언론 보도, 범죄 혐의 소명 자료 등 해당 의원과 관련된 모든 자료가 담길 예정이다. 한 공관위원은 “살아남겠다는 현역 의원들의 욕심도 강하겠지만 (물갈이하겠다는) 우리 욕심도 강하다”고 했다. 의원들의 반발에 개의치 않고 대폭 물갈이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하위 20% 컷오프’로 탈락한 의원 10명 중 일부를 구제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실무진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더민주당은 29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당헌·당규 개정을 시도할 예정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사퇴 전 주도한 공천 시스템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김 대표는 당무위에서 문 전 대표 시절 혁신안이 담긴 현행 당헌·당규를 대폭 손볼 것으로 보여 문 전 대표 측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 김종인, 결국 ‘문재인 혁신안’ 손보나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26일 밤 당직자들에게 “탈락한 의원 중 일부를 구제할 수 있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하라”며 당무위 개최를 지시했다. 김 대표 측은 문 전 대표 주도로 만든 혁신안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위 20% 컷오프’는 혁신안의 핵심이다. 구제 조항을 없앤 현 당헌·당규도 문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있던 9월에 마련됐다. 김 대표는 대구에 출마하는 홍의락 의원 컷오프와 관련해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대구에는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구제를 위해선) 당헌·당규를 대폭 개정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김 대표 측은 당내 구제 요구가 많은 홍 의원과 문희상 의원을 대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전날 밤 트위터를 통해 “강기정 의원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보노라니 마음이 짠하다”며 “광주가 어려울 때 끝까지 당을 지켰던 사람답다. 강기정 멋있다. 힘내라!!”라고 적었다. 강 의원은 1차 컷오프 된 10명과 달리 김 대표의 전략공천 결정에 따라 공천에서 배제됐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칼’에 의해 탈락한 의원들에 대한 언급 없이 김 대표의 ‘칼’에 의해 탈락한 강 의원만 응원한 셈이 됐다. 문 전 대표 시절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위 20% 컷오프 시스템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김종인 체제’의 비대위, 공관위가 자신의 책임하에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의원들 “컷오프 탈락자 살려내라” “이쪽으로 오지 마. 가까이 오면 위험해.” 앞서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 모습을 드러낸 문희상 의원(5선)은 동료 의원들에게 농담을 던졌다. 옆에 있던 유인태 의원(3선)도 “뒷줄 앉는 사람은 다 쫓겨났어. 저기 강기정(의원) 봐. 쫓겨나니까 뒤에 앉았잖아”라고 거들었다. ‘하위 20% 컷오프’로 공천에서 배제된 문 의원과 유 의원은 당 원로격으로 대표적인 ‘뒷줄 멤버’다. 이를 지켜보던 한 초선 의원은 “(불안해서)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고 했다. 의총에선 의원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폭발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원욱 의원은 “현역 의원이 탈락한 곳에 대한 대책도 없는 것이 전략이냐”라고 비판했다. “(공천 배제는) 인격 살인”이라는 말도 나왔다. 의원들은 “당헌·당규를 고쳐 탈락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했다. 1차 컷오프 대상자 10명 중 문희상 전정희 백군기 김현 의원은 이의 신청을 했다. 총선기획단이 광주 2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당규에 총선기획단의 역할 규정도 없는데 월권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천이 가로막힌 강기정 의원은 “경쟁력 여론조사에서 다른 지역구에 출마한 예비후보까지 포함시킨 것은 (총선기획단의)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 단장은 “(1차 컷오프를 현 지도부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지 않느냐”며 의총장을 박차고 나갔다. 한 비주류 의원은 “1차 컷오프는 사실상 문 전 대표가 한 것인데 현 지도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비겁하다”고 했다. 당 일각에는 “(의원들의 반발은) 2차 컷오프 물갈이 폭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과거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이었던 ‘햇볕정책’에 대해 “상황 변화에 따라 지금 햇볕정책을 쓸 수 없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정체성 논란에 맞서 호남에서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호남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는 국민의당은 김 대표의 정체성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김 대표는 25일 광주를 방문해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정책이었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며 햇볕정책 수정·보완론을 거듭 제기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북한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것(햇볕정책)을 현재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며 폐기론과는 선을 그었다. 김 대표의 거듭된 햇볕정책 수정·보완론 주장에도 공천 작업이 한창인 당내에선 반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진일보해야 한다’는 표현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개성공단도 폐쇄되고 대화 자체가 중단돼 버렸는데 대화가 영원히 중단돼선 안 되니 앞으로 가자는 얘긴데 그게 뭐가 잘못된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국민의당 김재두 대변인은 “광주에서 또 햇볕정책에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광주시민들이 새누리당 지도부가 ‘광주선언’을 채택한 것으로 착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주 북갑의 김유정 예비후보는 논평을 내고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기 위해서는 햇볕정책이 아닌 다른 길은 없다”며 “김 대표가 말하는 ‘진일보한 대북정책’이 햇볕정책을 계승하자는 것인지, 북한 정권 붕괴를 염두에 둔 흡수통일을 전제로 하는 것인지 분명히 대답하라”고 요구했다.광주=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치권에 더불어민주당발(發) ‘물갈이’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더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24일 ‘하위 20%’에 포함된 10명에게 공천 배제를 통보하면서다. 총선을 한 달 보름 남짓 남기고 더민주당에서 시작된 태풍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살아남은 더민주당 의원들은 예고된 ‘2차 공습’ 때문에 웃지 못하고 있고,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현역 의원들도 곧 닥칠 태풍에 떨고 있다. ○ ‘올드 친노’ 인사 대거 배제 이날 통보 명단에는 친노(친노무현)·중진 의원이 유독 많았다. 10명 중 6명이 범친노 진영으로 분류된다. 또 지역구 의원 중에는 전정희, 송호창 의원 등 초선 의원 두 명만 포함됐을 뿐 모두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로 채워졌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두 차례나 맡았던 문희상 의원은 친노 진영의 원로 격이고, 노영민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주요 현안을 상의한다”고 할 정도로 친노의 핵심이다. 유인태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을 지냈다. 신계륜 의원은 김근태계로 분류되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비례대표 컷오프 대상자인 김현, 임수경 의원도 친노로 분류된다. 반면 송 의원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1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민주당을 탈당해 안 의원을 지원했을 정도로 안 의원과 가깝고, 전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 의원은 “전 의원은 공천의 핵심 기구인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이기도 해 대상자가 아닐 것으로 예상됐다”고 했다. 당사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유 의원은 통보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다 저의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백군기 의원도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정희, 김현 의원 등은 거세게 반발했다.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공관위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어 곧바로 이의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도 “이의 신청을 하고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들은 향후 행보를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의 신청은 평가 점수 합산이 잘못 됐는지 확인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문재인의 혁신안, ‘친노’ 치고 ‘친문’ 살렸다? 이날 결과를 놓고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의 혁신안이 되레 친노를 덮쳤다”는 말이 나왔다. ‘하위 20% 컷오프’는 문 전 대표가 당 대표직까지 걸고 관철시켰던 혁신안의 핵심이다. 사실상 평가의 칼자루를 휘두른 조은 선출직평가위원장도 문 전 대표가 임명했다. 공관위 관계자는 “세부 평가 방법도 조 위원장이 이끄는 평가위가 결정했고, 공관위는 평가위가 합산까지 마친 자료만 열어본 것뿐”이라며 “당사자 통보 외에는 공관위가 관여한 것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번 컷오프가 김종인 대표의 작품이 아니라 문 전 대표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평가위는 의정 활동 및 공약 이행(35%), 선거 기여도(10%), 지역 활동(10%), 의원 다면평가(10%), 여론조사(35%) 등 5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당 관계자는 “진성준 의원 등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대부분 살아남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평가에서 문 전 대표와의 친분이 개입될 여지는 전혀 없다”고 했다.○ 김종인, 컷오프 결과에 ‘묵묵부답’ 김 대표는 통보 방법 등을 전적으로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위임했다고 한다. 김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대상자 통보 뒤에도 김 대표는 명단을 보고받지 않고 반응도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김 대표 측은 이날 공관위의 통보 전 일부 컷오프 대상자 명단이 유출된 사실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날 오전부터 ‘예상 컷오프 대상자 리스트’가 당내에 유포됐고, 대부분 실제 대상자와 일치했다. 또 의정 활동과 지역구 관리 모두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일부 중진 의원이 살아남은 것에 대해서도 김 대표 측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1차 쓰나미에서 살아 남았다고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 2차 컷오프는 더 심할 것 아니냐.” 24일 발표된 ‘하위 20% 컷오프’에서 살아남은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안도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는 “의원들 모두 2차 컷오프는 대체 어느 정도가 될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홍창선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미 강도 높은 ‘2차 컷오프’를 예고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등을 통해 3선 이상 중진 의원의 50%, 초·재선 의원의 30%를 정밀 심사하기로 했다. 특히 1차 컷오프에 중진 의원이 대거 포함되면서 살아남은 중진 의원들은 공천 관문을 통과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당내 3선 이상 중진은 30명. 이 가운데 이날 컷오프된 4명과 불출마 선언을 한 2명(김성곤, 최재성 의원)을 뺀 24명 중 절반인 12명이 정밀 심사대에 오르게 된다. 지역별로는 호남 의원들의 2차 컷오프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크다. 호남 지역은 현역 교체 요구가 높고, 국민의당과의 경쟁을 앞두고 있어 경쟁력 있는 인물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컷오프에서는 16명의 호남 의원 중 전정희 의원 한 명만 포함됐다. 한 전북 의원은 “이번 컷오프는 수도권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며 “자연스럽게 2차 컷오프에서는 호남 의원들이 대거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2차 컷오프와 별도로 3차 컷오프 격인 공관위의 ‘윤리 심사’도 변수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윤리심판원에 제소됐거나 징계를 받은 의원 등 당의 윤리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한 의원에 대해 윤리 심사를 거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윤리 심사 대상자들은 공관위원들의 가부 투표에 따라 공천 배제 여부가 결정된다. 당 안팎에선 막말 등의 이유로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정청래 의원과 김경협 의원 등이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와 홍 위원장은 1차 컷오프가 자신들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주도할 2차, 3차 컷오프의 폭은 1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의원 물갈이 작업 첫 단계인 ‘평가 하위 20% 컷오프’ 명단 통보 여부를 놓고 23일 하루 종일 갈팡질팡했다. 논란 끝에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현역 의원 전원에게 24일 친전(親展)을 보내 평가 결과를 전달하기로 했지만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당사자인 의원들의 의견은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물갈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3일 오전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평가 자료 확인부터 난항을 겪었다. 평가 자료는 잠금장치가 된 당 금고에 보관된 자료와 조은 평가위원장이 은행 금고에 보관해 온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를 결합해야 완성된다. 조 위원장은 오전 10시 은행 금고에서 USB메모리를 찾아 서울 여의도 당사로 향했다. 그러나 결과 통보 방식을 놓고 공관위가 고심하면서 자료 확인은 계속 늦춰졌다. 공관위는 당초 이날 개별 의원들에게 전화로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었지만 “정치 생명을 결정짓는 일인데 전화 한 통으로 통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반론이 제기됐다고 한다. 결국 공관위는 홍 위원장이 24일 전체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 결과를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공천 심사 면접 등 공천 관련 일정도 줄줄이 연기됐다. 홍 위원장은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선출직평가위의 평가를 통해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점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선출직평가위의 평가와 ‘하위 20% 컷오프’는 문재인 전 대표가 당 대표직까지 걸고 관철시켰던 혁신안의 핵심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친전과) 전화 통보까지 마친 이후 48시간 동안 이의신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개 시점이 좀 더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 공관위는 이날 개별 통보 후 이의신청을 받아 25일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불출마자 배제를 놓고도 오락가락했다. 당초 공관위는 지역구 의원의 컷오프 규모를 21명(지역구 의원의 20%) 중 불출마자 5명(김성곤, 신학용, 최재성, 문재인, 노영민 의원)을 제외한 16명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오후 늦게 “노 의원을 뺀 4명만 제외해 17명이 대상”이라고 뒤집었다. 노 의원은 평가위의 평가가 끝난 뒤인 이달 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5시경에야 평가 자료가 비로소 베일을 벗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이날 당사에는 경찰도 증원 배치됐다. 김 대변인은 “컷오프 명단이 담긴 자료는 홍 위원장과 조 위원장 두 사람만 봤다”고 전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도하는 ‘물갈이 태풍’에 공관위의 오락가락 행보가 더해지면서 의원들은 폭발했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공관위가 의원들에게 (물갈이 기준과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현역이 모두 심판 대상도 아니고, 중진들만 50%를 정밀 심사하는 것도 지나치다”고 반발했다. 하루 종일 촉각을 곤두세웠던 다른 의원들도 목청을 높였다. 한 의원은 “공관위야 그냥 하루 미뤘다지만, 당사자들은 피가 마른다”며 “아무리 공관위가 칼자루를 쥐었다고 해도 도가 지나치다”고 성토했다. 당 관계자는 “공관위의 우왕좌왕 행보가 계속되면 공천 파열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에 ‘김종인발(發)’ 공천 물갈이 태풍이 불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마련했던 시스템 공천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20% 컷오프’는 오래전 얘기가 됐다. 이제는 당 중진을 포함해 현역 의원 절반가량이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22일 “경쟁력 지수와 여론조사 평가를 종합해 3선 이상 중진 의원 50%, 재선 이하 의원 30%를 공천관리위원들의 가부(可否) 투표로 공천 배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평가 하위 20% 컷오프’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작업이다. 대부분 외부 인사로 구성된 공천관리위원회의 고강도 물갈이 방침에 이들을 임명한 김종인 대표조차 놀랐다고 한다. 탈당 의원이 속출하면서 다소 느긋했던 현역 의원들은 예상치 못한 ‘강도’와 ‘속도’에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 ‘1차 타깃’ 중진 의원, 최대 14명 공천 탈락 위기 더민주당이 밝힌 현역 물갈이의 1차 타깃은 중진 의원들이다. 현재 3선 이상 의원은 총 30명. 이 중 불출마 선언을 한 3명(김성곤 노영민 최재성 의원)을 제외하면 최대 14명이 아예 공천 심사 면접도 못 한다. 이는 “중진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개혁 공천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김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벌써 당내에서는 대상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접전 끝에 당선된 수도권 A 의원, 의정 활동과 지역구 관리가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호남의 B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중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중진 의원은 “단순히 선수가 높다는 이유로 공천 배제 대상자 비율을 높인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중진들이 스스로 용퇴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의원은 “먼저 한두 명이 불출마 선언 등 용퇴하고 후배를 돕는 모습을 보여야 물갈이 효과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생명줄’을 쥔 공관위원들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공개적인 불만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하위 50%에 포함되더라도 공관위원들의 투표에 따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일부 중진이 ‘같이 모여서 논의하자’고 했지만 공관위원들에게 찍힐까 두려워 다들 모이지도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라진 문재인표 시스템 공천 문제는 공관위의 공천 배제 투표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더민주당은 23일 선출직평가위원회의 ‘하위 20% 컷오프’ 명단을 공개한다. 여기서 살아남아도 공관위의 ‘중진 50%, 초·재선 30% 공천 배제 투표’를 다시 거쳐야 한다. 공관위는 이와 별도로 3단계 도덕성 심사까지 한다. 정 단장은 “당 윤리심판원 제소 등이 있을 경우 별도로 투표해 (공천) 배제 대상을 정하게 된다”고 했다. 막말로 제소됐던 정청래 의원 등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 관계자는 “징계 받은 사람을 제외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들은 ‘패닉’ 상태다. 일각에선 “김 대표의 속도전에 ‘악’ 소리도 못 내고 죽게 생겼다”는 말까지 나왔다. 당내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공언했던 ‘시스템 공천’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당이 안정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극약처방을 하면 국민의당만 좋아할 것”이라며 “당이 내홍에 빠져 엉망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한편 비례대표 4선 경력의 김 대표는 비례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단적으로 뭘 하겠다, 안 하겠다는 말을 드릴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영입 등을 둘러싼 정체성 논란에 대해 “더민주당에 그런 사람이 많이 들어와야 종전 이미지가 바뀔 수 있다”며 “세상이 바뀌면 당도 바뀌어야지, 무슨 일관성이 밥 먹여주는 줄 아느냐”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 20일로 4·13총선이 5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권과 야권 모두 내전(內戰)에 휩싸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천 방식을 둘러싼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간 세력다툼과 현역 대 비(非)현역 간 갈등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전략적 근거지인 호남에서 전면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총선을 앞둔 ‘혼돈의 여야’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 “우선추천 악용 없을 것”… 한발 물러선 이한구 ▼김무성과 정면대결 피해새누리당 공천 갈등의 핵심은 ‘현역 의원을 인위적으로 쳐내느냐’ 여부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19일 공관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우선추천지역 제도를 악용할 생각이 없고 정치적 소수자 배려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당내에서 이 위원장이 우선추천을 활용해 현역 의원 물갈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박(비박근혜)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어느 때보다 공천 신청자의 부적격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격심사에서 현역 의원을 걸러내겠다는 우회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또 “정치적 소수자는 여성, 장애인에 청년까지를 생각하고 있다. 이들을 얼마나 최대한 공천할지가 관심사”라고도 했다. 의원총회 소집까지 준비하며 “상향식 공천을 흔들지 말라”는 김 대표와의 ‘막장 대결’이 벌어지는 일은 피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격심사 과정에서 ‘공천 뇌관’이 폭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새누리당의 대표적 강세 지역인 TK(대구경북) 후보자 중 부적격 판정을 받고 경선 기회를 박탈당하는 현역 의원이 생길 경우 ‘TK 물갈이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선 방식을 놓고 친박 대 비박 갈등을 넘어 ‘현역 대 비현역’ 전선(戰線)도 형성되고 있다. 지역구별로 △당원 30%, 국민 70% 방식 △여론조사 100% 방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책임당원 30% 반영은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중앙당이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과 투표권이 없는 일반당원이 구분되지 않은 ‘깜깜이’ 당원명부를 경선 후보들에게 제공하면서 비현역 예비후보들이나 정치신인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구분되지 않은 자료가 제공된 줄 몰랐다. 늦어도 22일부터 책임당원, 일반당원을 구분해 다시 배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관위는 20일 오전 10시부터 수도권부터 공천 신청자 면접을 실시하기로 했다. 19대 공천 당시와 달리 현역 의원들도 면접 대상에 포함시켜 원외 후보들과 함께 심사한다. 박진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막걸리 정인봉 등 4명이 공천을 신청한 종로구를 시작으로 서울 8곳, 인천 4곳, 경기 7곳 등 수도권 19곳의 후보자에 대한 면접과 토론을 진행한다. 이 위원장은 “야당과 접전이 벌어지는 지역이나 경선 후유증이 심한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면접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 ‘호남 쟁탈전’… 광주 공천 성패가 분수령 ▼더민주-국민의당 내부 진통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호남 힘겨루기는 야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양당의 ‘광주 공천’을 놓고 “뇌관이다” “화약고가 될 것이다” 등의 말들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당은 첫 공천 발표 지역을 광주로 정해 개혁 공천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부 영입 인사들의 지역구 정리가 난항을 겪으면서 첫 공천 발표부터 삐걱대고 있다. 광주 출마를 준비 중인 영입 인사들은 ‘광주 뉴파티 위원회’를 결성해 개혁 공천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서 광주 시의원 및 예비후보들은 지도부의 전략 공천 계획을 비판하고 있다. 광주시당 관계자는 19일 “아직도 광주에선 더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며 “만약 공천에서 파열음이 나오면 ‘반등’이 아닌 ‘재하락’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당도 광주 공천을 놓고 천정배 공동대표와 현역 의원들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천 대표는 “현역 의원 평가에서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컷오프’(공천 배제)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현역 의원들은 “인위적 물갈이가 아닌 경선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 전남 의원은 “우리 당의 화약고는 광주”라며 “공천 과정에서 이 화약고가 터진다면 당 전체가 엄청난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북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당 입당을 선언한 정동영 전 의원은 사실상 국민의당 전북지역 총선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 수에서 국민의당은 광주(6석)와 전남(3석)에선 더민주당과 대등하지만, 전북(2석)은 더민주당(9석)에 비해 열세를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이른바 안풍(安風)이 노령산맥에 갇혀 있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정 전 의원의 합류로 전북에서 7석 이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더민주당은 “정 전 의원 개인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역이 많다는 이점이 총선 결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남은 전날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환송으로 족쇄가 풀린 무소속 박지원 의원의 거취가 변수다. 박 의원에게 나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야권 관계자는 “호남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가진 박 의원이 한쪽 손을 들어주면 그 당으로 무게중심이 쏠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더민주당은 탈당 의원이 많은 호남 지역에서는 ‘안심번호 100% 경선’이 아닌 시민 배심원제 등 호남만의 경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당 지지층에 의한 ‘역선택’ 우려 때문이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경남 양산으로 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치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는 19일 야권에서 불거진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 트위터에 “일부 야당 인사들까지 햇볕정책 재검토 등 부화뇌동하는 것은 참으로 딱한 노릇”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당 이상돈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햇볕정책을 두고 “실패했다”고,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각각 지적했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의 ‘일부 야당 인사들’이라는 표현이 김 대표를 겨냥한 거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문 전 대표 측은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는 (이 위원장의) 주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에는 트위터에 정동영 전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에 대해 “잘됐다. 구도가 간명해졌다”며 “자욱했던 먼지가 걷히니 누가 적통이고 중심인지도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권 분열을 극복하고 야당의 승리를 이끄는 것이 더민주가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정 전 의원의 재입당을 설득하기 위해 전북 순창을 찾았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은 차제에 대북관계를 새로 설정하고 국제공조의 활발한 외교적 전개를 위해서도 외교안보팀을 교체하는 용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해 대통령은 대북문제를 완전히 재점검해서 새로운 대북관계를 하겠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며 “현재까지 대통령을 보좌한 안보라인이 현 상황에서 봤을 때 그와 같은 새로운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19일 더불어민주당이 논란이 됐던 혁신안의 ‘의원 평가 하위 20% 컷오프’에 탈당·불출마자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컷오프 외에 “공천 심사 과정에서 추가 탈락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혀 최종 물갈이 폭은 20%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하위 20% 컷오프’ 기준을 정했다. ‘탈당 러시’ 이전인 지난해 11월의 127석을 기준으로 지역구 21명, 비례대표 5명이 대상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21명에 탈당 의원이 얼마나 포함될지 모르지만, 탈당 의원이 있다고 해서 추가적으로 배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21명 중 5명이 탈당 의원일 경우, 잔류 의원 중 5명을 추가로 컷오프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천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홍창선 공관위원장은 ‘20% 컷오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공언했다.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20%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예전에 정해놓은 식으로 (물갈이) 하는데 저에게 ‘위원장을 하라’면 그걸 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혁신안과 상관없이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1일 비대위·선대위 구성과 당직 인선에서 최재성 전 총무본부장 등 문 전 대표의 측근들을 대거 배제했다. 또 문 전 대표가 사퇴 직전까지 영입에 총력을 기울였던 외부 인사들의 공천에 대해서도 “특별 배려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당 관계자는 “당초 ‘문재인 키즈’들이 총선에 대거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제는 쉽지 않게 됐다”며 “당의 노선을 완전히 변화시키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했다.한상준 기자alwaysj@donga.com}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야권과 공천 내홍을 겪고 있는 여당이 일제히 ‘경제’로 전선을 옮겨가고 있다. 여당은 임금 격차 해소를, 야권은 경제구조 개혁을 통한 양극화 해소를 화두로 내세우며 표심 공략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임금 격차 해소를 이번 총선의 핵심 공약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안보 위기 상황이긴 하지만 결국 경제가 선거 판세를 가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를 위해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대기업 대비 60% 수준인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20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논의하고 있다.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임금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이런 관행을 뿌리 뽑을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고 있다. 당 내부 강연에서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이날 또다시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개혁을 역설했다. 김 대표는 대전시당 개소식에서 “30년 동안 똑같은 얘기만 하던 틀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고 사는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지금까지 성공적이라고 자랑하는 경제 발전과 정치민주화도 잘못되면 수포로 돌아가는 위험한 상황에 있다”고 했다. 입당 이후 줄곧 김 대표는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는 경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당 총선 공약 비전 발표회에서도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 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더민주당은 총선 공약 3대 비전으로 ‘더불어 성장, 불평등 해소, 안전한 사회’를 발표했다. 세부 공약은 22일부터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안보-경제 모두 중도 노선으로 양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이며 점진적인 통일”이라며 “급격한 변화와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가 추진했던 성과를 계승하고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찬성과 반대로 편을 가르는 이분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는 산업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김 대표의 재벌 개혁론과는 거리가 있었다. 안 대표는 “현 재벌 체제는 글로벌 수준의 전문 대기업들로 재편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중소·중견기업은 국가적 연구개발 구조 개편을 통해 ‘독일식 히든 챔피언’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의 질적 변화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홍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17일 고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향해 “재벌을 고착화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체성 논란을 빚고 있는 김 대표의 거침없는 ‘질주’가 더민주당의 뿌리로 여겨지는 두 전직 대통령까지 향하면서 내부 반발이 일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경제 아카데미’ 강연에서 양극화 현상을 거론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그 양반도 대통령이 되자마자 마음을 바꿔서 경제성장을 빨리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재벌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외환위기로 재벌 한두 개가 없어지는 듯했지만 재벌이 더 고착화됐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결국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극화 현상의 시발점이 김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 때문이었다는 평가다. 그는 이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에서 묘하게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대통령을 한 번 맞이한 적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그 대통령을 맞이했으니 서민들은 ‘저 사람이 우리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지’ 했지만 대통령이 되자마자 마음을 바꿨다”며 “‘나(노 전 대통령)도 높은 성장률을 해야겠다’며 큰 사람들(재벌)과 어울리면서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을 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세상에 없는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썼다”며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가 버렸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능력이 없다’는 식으로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경제가 어려운 것처럼 보이니까 어떤 대통령이 나왔냐면 경제 살린다는 구호로 어마어마한 목표치를 제시했다”며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국민을 현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당 운영을 놓고 김 대표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아직까진 공개적인 반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김 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지역구 공천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작업까지 같이 하도록 했다. 한 당직자는 “과거 같으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여러 번 돌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는 보고하면 바로 가부(可否)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그만큼 속도와 효율을 중시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 등 유력 대권 주자도 ‘그 사람’이라고 부른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그는 “다 생각이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반발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뜻대로 밀고 가겠다는 뜻이다. 당 관계자는 “‘전횡이 지나치다’는 반발이 터져 나올 상황”이라며 “하지만 (김 대표의) 독주로 당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니 문제 제기를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내 분위기는 “고질병 같던 집안싸움 없이 요즘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다”는 주장과 “공천이 끝나고 나면 되레 더 큰 파열음이 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16일 국회 시정연설 직전 국회의장실에서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국회 회동에선 정부의 최근 대북 정책을 놓고 긴장감이 돌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였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독대까지 요청해 ‘훈수’를 두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23개월 만에 만난 김 대표에게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는 “입술까지 부르트시고 수고가 많으시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종인 대표가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조업 중단) 결정을 한 데 대해 소상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래서 오늘 제가 국회에 왔다”고 짧게 답했다. 환담이 시작되자 이종걸 더민주당 원내대표는 “통일 대박에서 개성공단 폐쇄로 너무 왔다 갔다 한 거 아닌가”라며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외교 전략으로 갑작스럽게 돌아선 데 대해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을 이뤄 가는 과정에서 단호한 대처, 핵 위기 극복을 위한 단호한 대처가 모순되는 게 아니다”라며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응징해야 하고, 그러나 대화의 끈은 열어 놓는 것이다. 무조건 믿는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라고 응수했다. 김종인 대표는 “중국을 너무 믿지 말라. 중국은 외교에서도 바깥 언급과 속생각이 상당히 다를 수가 있다”며 “내면적 협상을 잘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중국과 노력해 왔고, 하고 있다”며 “유럽연합도 독자적인 제재를 하는데 한국은 당사자이니 더욱 선도적으로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는 게 참 무섭다”며 “북한의 핵무기가 시간이 흐르며 고도화된다면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에 “이슬람국가(IS) 등도 제3자를 통해 파고들 수 있는데 우리가 미리 방어해야 한다”며 “테러방지법이 꼭 통과되길 부탁드린다. 정보 수집권을 국정원에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국정원이 불법 활동을 통해서 국민을 불안하게 했는데 또다시 새로운 국내 정보 수집 권한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각을 세웠다. 25분여간의 회동이 끝난 뒤 다른 참석자들은 퇴장하고, 박 대통령은 김종인 대표와 3분가량 독대했다. 더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더 이야기하자’고 해 별도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시정연설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의 폐쇄 이유와 불가피성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 달라”고 했고, 박 대통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은 진회색 정장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여야 의원들은 기립해 대통령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의원들에게 눈인사를 건넸지만 단상에 오른 뒤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약 30분 동안 진행된 박 대통령의 연설 도중 16번의 박수가 나왔다. 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기립 박수를 보낸 뒤 너도나도 환송을 하겠다며 통로로 몰려갔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자신을 지나치자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라고 외쳤고, 박 대통령이 되돌아와 웃으며 악수하기도 했다. 비박(비박근혜)계인 유승민 의원은 연설 내내 두 손을 모으고 경청한 뒤 박 대통령의 퇴장을 멀리서 지켜봤다. 반면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의원 대다수는 연설 도중에 박수를 치지 않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국민 모두의 결연한 의지와 단합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는 대목 등에서 두 차례 박수를 쳤다. 이날 여야 간에 견해차가 큰 노동개혁법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민주당 이인영 은수미 의원 등은 박 대통령이 퇴장하기 전 먼저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홍수영 기자}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성공단 폐쇄 사태를 고리로 다시 정치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부 비판에 신중론을 펴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달리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양측 간 미묘한 긴장감도 감지된다.○ 문재인, 연일 정부 비판 지난달 27일 대표직 사퇴 후 경남 양산 자택에 칩거해 온 문 전 대표는 1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의사 결정에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화가 난다”며 “참으로 어리석고 한심한 조치”, “어리석은 국가 전략” 등의 표현을 사용해 강도 높게 성토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아주 즉흥적, 감정적으로 역대 정부가 노력해 만든 개성공단을 하루아침에 폐쇄해 버린 것”이라며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 조치 등에 대해선 거의 ‘침묵’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 핵실험 직후인 지난달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발언 시간 대부분을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데 썼다. 북한에 대해선 말머리에 “우리 당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규탄한다”고만 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 발표 다음 날인 이달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북한을 비판한 내용은 한두 문장뿐이었다. 공단 폐쇄 및 자산 몰수 등을 한 북한보다는 정부의 조업 중단에 대한 비판이 압도적이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정부를 겨냥해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냐’고 한 데 대해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곳은 북한이다. 정치적 반대권에 있다고 완전히 적으로 밀어붙이는 식별 능력의 한계를 보면서 안타깝다”며 피아 구분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칩거 중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일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치의 중심에 있었다. 야권의 전통적인 지지층에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와 달리 막후 실력자 문 전 대표는 당내 운동권 세력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김종인, “시간 지나면 내가 맞을 것” 문 전 대표의 강경 행보에도 김 대표는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핵심 당직자는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을)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당론으로 앞세우거나 자신까지 가세해야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문 전 대표가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상 당의 일에 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다시 (당의)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최근 대북 현안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서도 그는 최근 회의에서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신중한) 대응이 맞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안보 심각성은 부각되는 반면 경제 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경제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도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는 경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두 사람 간 정체성 차이가 공천 과정에서 당내 주도권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친노 진영이 위기에 몰릴 경우 김 대표의 정체성 문제를 내세워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당장 갈등이 전면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은 “국가적인 현안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지, 당내 현안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에는 변함없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국회 일정이 끝나면 다시 양산 자택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전현직 대표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상황”이라며 “이것이 시너지를 낼지, 갈등으로 이어질지에 당의 총선 결과가 달려 있다”고 했다. 한편, 더민주당 정은혜 부대변인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새누리당은 51%만 있으면 된다. 나라를 팔아도 찍어줄 40%가 있기 때문에 그들과 약간의 지지자만 모으면 되겠죠”라고 썼다가 논란이 일자 글을 삭제했다. 정 부대변인은 12일 임명됐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막말정치, 막말정당의 본색을 드러내주는 글”이라고 비난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국회 연설을 하는 것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관련된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4일 “어떤 제재를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해서는 북한이 아파하지 않는다”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 이후 야당 일각에서는 “정부의 총선을 앞둔 북풍(北風) 전략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는 일관되게 대북 압박을 추진하려는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나 국무회의 발언 대신 ‘국회 연설’을 선택한 것은 남남(南南)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국회를 직접 설득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부터 3년 연속 국회에서 직접 시정연설을 했다. 하지만 특정 사안을 놓고 연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의 공식화 이후 한미와 중국 간 갈등이 부각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포괄적 수준에서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 연설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서울에서 열리는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과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 간의 제7차 한중 차관 전략대화의 핵심도 사드 배치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정국’ 속에 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노동개혁법 등 쟁점 법안 처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연설을 계기로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이 이뤄지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6번째가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이종걸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던 16일의 박 대통령 국회 연설에 반대했다. 하지만 14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이 원내대표의 연설은 17일로 순연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한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신기남 의원(4선·서울 강서갑)이 이르면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야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 의원이 아들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시험 탈락을 막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지난달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 자격 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아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게 탈당 결심의 이유라는 것이다. 신 의원 구명 운동에 나섰던 김성곤 의원은 “신 의원이 매우 억울해한다”고 했다. 지역구에 금태섭 전 대변인이 출마를 선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탈당 후 국민의당 합류 여부도 관심사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수도권 의원 3명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이 탈당하면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인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이 모두 당을 떠나는 셈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개성공단 조업 중단을 선언한 정부에 대해 비판을 이어가면서도 수위 조절에 나섰다. 4·13총선을 앞두고 혹시 모를 ‘북풍(北風)’을 사전에 차단하고, 일각의 ‘종북(從北) 프레임’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비대위-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개성공단이 다시 생산 활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북한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길 기대하고 우리도 그런 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찬반론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고 여야가 계속 논의해 무엇이 가장 올바른 합의점인지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에 대해서도 개성공단 조업 중단 조치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대신 “(개성공단의 중소기업에 대한) 경제적인 보상을 어떻게 할지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날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절대 반대한다”고 했던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날은 한발 물러섰다. 그는 “무조건 반대하거나, 무조건 문제 삼는 게 아니다”며 “정부가 연속성 있는 조치로 개성공단이 폐쇄됐다면 검토할 수 있지만 전혀 모순된 조치로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을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전 비공개 회의에서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과 발언 내용에 대해 미리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당의 이런 기류 변화는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를 둘러싼 공방이 자칫 여야 간 ‘이념 대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북풍이 주요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우클릭’ 행보를 계속해 오고 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국민을 안보 불안에 떨게 해서 (여권이) 혹시라도 정치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 수 있다”며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을 놓고 보면 그런 것이 선거에 별로 크게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여권이)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개성공단 조업 중단 조치를 적극 옹호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심윤조 의원은 성명을 내고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자금줄을 차단하고, 우리 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불가피하고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박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개성공단 폐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 중소기업인들은 이날 여야 대표를 연이어 만나 “정부가 책임지고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개성공단기업협회 소속 기업인들을 만나 “기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하고도 신속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법령과 제도로는 한계가 있을 경우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는 기업인들과의 면담에서 “개성공단 폐쇄 조치는 우리 경제에 굉장히 큰 손실이라고 생각하며, 한편으로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것은 신통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분이 겪는 경제적 손실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 보전해줄지 정부를 향해 촉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원들과 만나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

《 13일로 4·13총선이 딱 60일 남았다. 총선 결과는 필연적으로 여야의 지각변동을 가져온다. 이번 총선은 2017년 대선의 향배를 가를 전초전이기도 하다. 승리하는 쪽은 더 큰 승리를 위한 디딤돌을 놓는다. 패배하는 쪽은 더 깊은 침몰의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게 자명하다. 여야는 각자 정치적 생존을 걸고 냉혹한 민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절박한 이는 여야 키플레이어들이다. 총선 성적표에 그들의 정치적 미래가 달렸다. 대선으로 직행하느냐, 대권 경쟁에서 도태되느냐가 4월 13일 결정된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남북관계로 총선 승리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졌다. ‘정권심판론’과 ‘국회심판론’은 첨예하게 맞부딪치고 있다. 60일간 총성 없는 전쟁에 나선 여야 키플레이어 10인의 고민과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김무성]대선 ‘무대’ 전초전… 공천 힘겨루기 첫 관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치적 유연함이 최대 강점이지만 ‘상향식 공천’ 원칙을 고수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계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휴대전화 안심번호제 도입, 공천제도특별위원회 및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구성 등 총선 일정을 진행할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향식 공천의 마지막 관문인 공관위에서는 현역 의원 솎아내기 작업에 착수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연일 기자간담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물갈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이 흔들린다면 김 대표의 정치적 브랜드는 사라지고 당 내홍의 책임론만 불거질 수 있다. 친박계는 김 대표가 현역 의원을 대거 당선시켜 자신의 대선 기반을 만들려 한다고 비판한다. 김 대표 측은 “현역 의원들이 당선되면 김 대표에게 고마워하겠느냐. 만약 대선을 염두에 뒀다면 오히려 전략공천을 통해 ‘내 사람’을 심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최악의 19대 국회의원들이 다시 20대 국회를 책임진다는 데 대한 반감은 여전히 크다. 결국 총선 결과가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김 대표는 풀뿌리 후보들의 승리를 장담한다. 대표직을 맡은 뒤 ‘풀뿌리 후보론’으로 재·보궐선거에서 연승을 거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야권 분열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이뤄진 점도 김 대표에겐 천우신조(天佑神助)다. 만약 180석 안팎의 대승을 거둔다면 대권을 향한 길은 탄탄대로가 될 수도 있다. 반면 과반 의석이 깨진다면 차기 당권은 자연스럽게 친박계가 쥘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경환]손사래 치지만… TK맹주 → 당권 플랜 가동평의원 신분임을 강조하면서도 TK(대구경북) 등을 누비며 ‘진박(진짜 친박근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차기 당권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인은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총선 이후 ‘TK 맹주→당권’ 플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얘기가 많다. 지난달 경제부총리를 마치고 당에 복귀한 최 의원은 설 연휴를 앞두고 청와대나 정부에서 장관 등을 지낸 예비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연일 강행군을 펼쳤다. 한동안 꺼져 가던 ‘진박 마케팅’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자임하며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 국정운영 지원 세력을 국회에 최대한 많이 진입시키기 위한 행보다. 당 복귀 후 친박계 신(新)좌장으로 불리는 최 의원으로서도 이번 총선은 당내 입지 구축 여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일단 TK 지역에서 진박 후보들이 대거 원내에 입성할 경우 친박계를 규합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반면 TK 지역 진박 후보들이 당내 경선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대거 패할 경우 박 대통령 대리인으로서의 정치적 위상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차기 당권 경쟁에 비상등이 켜지고, 최악의 경우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의 당권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유승민]‘진박’ 포위 뚫고 생환 땐 TK 차기주자로여권에서 4·13총선에 대한 관심의 한 축은 유승민 의원(전 원내대표)의 생환 여부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이란 구호에 대구 민심이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TK의 권력 지형은 물론이고 유 의원의 정치 생명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구 동을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새누리당 후보 공천을 놓고 겨루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보다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바닥 민심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유 의원의 당선은 곧 박 대통령의 패배라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경선 관문 통과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것. 유 의원이 ‘진박’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총선에서 다시 민심의 지지를 얻어 4선 고지를 밟는다면 ‘포스트 박근혜’ 시대의 TK 대표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TK 민심과 비박계의 지지를 업고 총선 직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유 의원 측은 “현재는 총선에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의 동시 생환 여부도 변수다. 여권 관계자는 “본인만 살아 와선 세를 키우기 어렵다”며 “총선에서 보여주는 민심의 방향에 따라 정치 경로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오세훈 김문수]吳, 여권 대선지지 2위… 金 “역전승 가능”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번 총선을 발판으로 대권 도전을 꿈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결과가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한 오 전 시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대선 주자 지지율에) 비중을 두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오 전 시장은 7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 7.2%로 새누리당 대선 예비주자 가운데 김무성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오 전 시장이 총선에서 살아 돌아와 ‘보수의 아이콘’ 이미지를 되찾는다면 수도권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패할 경우엔 2010년 서울시장 시절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이은 두 번째 좌절로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당 대표의 ‘험지’ 출마 권유를 뿌리치고 ‘마이 웨이’를 택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차기 대선에서 대구경북(TK) 지역 ‘적자(嫡子)’를 노리는 김 전 지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구 수성갑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에게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당선되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패배하면 TK를 야권에 뺏겼다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김 전 지사는 “갈수록 대구 정서와 맞지 않는 더민주당 행태가 보이지 않느냐”며 “대구 정서를 점점 더 익히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문재인]화려한 복귀냐 정계은퇴냐, 극과극 갈림길“(총선 다음 날인) 4월 14일 문재인 전 대표는 다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박수와 함께 화려하게 복귀하거나, 아니면 정계 은퇴를 선언하거나.”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고 있는 문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더민주당 당직자가 한 얘기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문 전 대표는 지역구 출마 대신 전국을 누비며 지원 유세를 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문 전 대표는 지역을 돌면서 유세하는 게 총선 승리에 보탬이 된다”고 했다. 더민주당이 총선에서 여당의 과반 의석(150석)을 저지하고, 현재 의석수(109석) 이상을 얻는다면 문 전 대표는 ‘화려한 복귀’를 하게 된다. 이 경우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외부 인사 20여 명도 상당수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친노’(친노무현) 세력에 확실한 ‘친문’(친문재인) 세력까지 생기는 셈이다. 내년 대선을 향한 행보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막지 못한다면 그의 정치 생명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다. 패배의 원인이 된 ‘야권 분열 책임론’이 문 전 대표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 자신도 이미 ‘정계 은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야권 관계자는 “대표직 사퇴 이후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을 얼마나 표로 결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안철수]대권 바라보는 ‘강철수’ 호남당 극복이 관건창당 직전인 지난달 말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소명(召命)’을 이야기했다. ‘제3당 창당 작업이 재미있느냐’고 묻자 그는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과거 다소 유약해 보였던 것과 달리 표정은 무척 단호했다. ‘재미’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그만큼 국민의당이 총선 뒤 국회에서 최소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제3당으로 자리 잡느냐는 안 대표에게 정치적 명운이 달린 일이다. 현재로선 안 대표가 다시 야권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안 대표는 자신이 2017년 대선 후보가 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신의 대권 꿈은 일장춘몽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안 대표의 배수진이기도 하다.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으려면 ‘호남당’이 아닌 전국정당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방법론을 놓고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의원들은 호남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경쟁이 가능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야권 후보 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국민의당이 ‘호남+여당 지지층 일부와 무당층’을 흡수하면 1여 2야 구도에서도 수도권에서 승리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거나 성공하더라도 간신히 20석에 턱걸이하는 수준의 호남당에 그친다면 안 대표는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종인]‘109석 사수작전’ 성공 땐 킹메이커 발돋움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의 직함이 12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바뀌었다. ‘제1야당의 수장’ 자리를 공고히 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선대위원장 제안을 수락해 당에 들어온 뒤 한 달여 동안 그는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소속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흔들리던 당을 안정시키고, 곧바로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등을 발 빠르게 임명하며 당을 총선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최재성 전 총무본부장, 노영민 의원 등 친문재인계 인사들은 철저히 배제했다. 당 운영과 총선 지휘의 전권을 쥐게 된 만큼 총선 결과는 오롯이 김 대표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 승리 기준을 “현행 의석(109석) 이상 획득”이라고 했다. 만약 109석 이상을 획득할 경우 그는 내년 대선 레이스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저지를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현재 의석에 크게 못 미치거나 국민의당 의석에 밀릴 경우 그의 역할은 더이상 없다. 당 관계자는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친노(친노무현)·486 세력 등의 반격이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를 자임하며 여야를 넘나들었던 그의 정치 이력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천정배 김한길]千, 수도권 출마설… 金, 야권재편 큰그림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에게는 이번 총선이 마지막 승부처다. 당 전체의 총선 결과뿐만 아니라 각자의 총선 결과도 두 사람의 미래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전 “원내교섭단체(20석) 정도의 인원이 탈당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김 위원장으로선 아직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12일 현재 국민의당 현역 의원은 17석에 머물러 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것 또한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 내부적으로는 아직까지 ‘3자 필승론’에 기울어진 듯한 안철수 공동대표를 설득해 총선 전에 수도권이라도 야권 연대를 이루는 게 선결 과제다. 그래야 번듯한 제3당이라는 기반을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총선 이후 야권 통합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자신의 당선이다. 낙선하게 된다면 총선 이후 그려질 야권 정계개편에서 김 위원장의 자리는 찾기 힘들어지게 된다. 천 공동대표는 사실상 광주전남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자신의 바람대로 ‘뉴 DJ’들을 모아 더민주당과의 호남 결전을 승리로 이끈다면 ‘호남’ 대표 주자의 입지가 한발 앞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 나오는 ‘광주에서 재선(再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그의 정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천 공동대표 측은 강력히 부인하지만 그의 수도권 출마설이 야권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