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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이 제주(롯데아트빌라스), 부여(롯데리조트부여)에 이어 강원 속초시 대포동에 3번째 리조트, 롯데리조트속초를 개관한다. 롯데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속초에 고급 리조트를 조성함으로써 속초를 세계적인 대표 휴양 도시로 자리잡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롯데리조트 속초가 들어설 지역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특구 활성화 지원사업’에 따라 개발되어 온 곳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보존되어 있는 동해안의 새로운 명소로 기대를 받고 있다. 대지면적 7만196m²(약 2만1000평)에 지상 9층, 지하 3층 규모의 총 392실(호텔 173실, 콘도 219실)로 문을 열게될 롯데리조트속초는 모든 객실이 탁 트인 오션뷰를 자랑한다.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7가지 타입의 객실을 보유한 호텔동과 가족수에 따라 편리하게 선택 가능한 5가지 타입의 콘도동을 함께 운영한다. 2150m²(약 650평)의 투숙객 전용 인피티니 풀에서는 동해바다의 절경을 한눈에 담으며 해외 유명 휴가지 부럽지 않은 진정한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총 1만3220m²(약 4000평) 넓이의 워터파크는 가족 단위 고객을 끌 전망이다. 리조트를 둘러싼 해안도로를 따라 1.5km 길이의 산책로인 ‘바다향기로’, 여행지에서의 한껏 들뜬 기분을 만끽하게 할 루프탑도 있다. 노래방이나 키즈파크 등 가족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시설,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시설, 객실 수의 두 배 가까운 넉넉한 주차공간 등 완벽한 하드웨어를 갖춘 롯데리조트속초는 토종 브랜드로서는 가장 많은 19개의 호텔을 운영 중인 롯데호텔의 서비스 노하우가 더해져 강원도를 찾는 국내외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롯데는 기대하고 있다. 김정환 롯데호텔 대표이사는 “롯데리조트속초는 기존의 강원도 내 리조트와는 차별화된 시설과 서비스 경쟁력으로 고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속초가 세계적인 휴양 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오픈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롯데그룹이 2274억 원을 투자해 지은 식품 연구개발(R&D)센터가 문을 열었다. 롯데 계열 식품회사들이 공동으로 미래 먹을거리 문화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롯데그룹은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 산업단지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 R&D센터 준공식을 열었다. 롯데 R&D센터는 그룹 식품계열사의 종합 연구개발을 맡고 있는 롯데중앙연구소의 신축 연구소다. 지하 3층∼지상 8층 건물로 연면적이 8만2929m²(약 2만5086평) 규모다. 기존 롯데중앙연구소가 쓰던 양평 연구소보다 5배 이상 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준공식에 참석해 “롯데 R&D센터를 식품계열사들의 세계 도약을 위한 전진기지이자 식품의 미래상을 구현해 나가는 종합식품연구메카로 육성해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미래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롯데중앙연구소는 새로운 센터로 이전하면서 연구 인력을 현재 300여 명에서 430여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향후 롯데중앙연구소는 롯데 R&D센터에서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리아 등 롯데그룹 내 식품계열사의 통합 연구 활동뿐 아니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기업 제품의 안전성을 위한 분석 기능도 수행할 예정이다. 또 고령사회에 대비해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도 운영한다. 여명재 롯데중앙연구소 소장은 “롯데 R&D센터는 종합식품연구소로서 트렌드를 선도하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유통업계가 국가유공자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제복공무원을 위한 다양한 할인 행사를 연다. 현대백화점은 1∼6일 전국 15개 점포에서 경찰관, 소방관, 국가유공자에게 150여 개 브랜드 제품을 10∼15% 할인해주는 ‘아너스 위크’ 행사를 연다고 31일 밝혔다. 아너스 위크는 지난해 국가보훈처가 제안해 주요 백화점에서 열렸던 보훈의 달 할인 행사다. 아너스 위크 행사 기간에 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 이벤트도 열린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점은 현충일인 6일 10층 문화홀에서 사전 접수한 초등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나라사랑 역사 골든벨 퀴즈대회’를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은 1∼6일 제복공무원과 국가유공자를 위한 ‘감사 바우처’ 증정 행사를 진행한다. 점포별 사은 행사장에서 국가유공자, 군인, 경찰, 소방관 신분증을 제시하면 5000원 할인권, 음료 무료 이용권 등을 증정한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마트가 20년 만에 중국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3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상생 채용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49)은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마트는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밝혔다. 철수 시점은 현재 중국에 남아 있는 6개 점포의 임차 계약 기간이 모두 달라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점포의 임차 계약이 종료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 상하이(上海)에 첫 매장을 열며 야심 차게 중국에 진출했다. 2006년 정용진 당시 부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중국 진출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었다. 정 부회장은 2008년 11호점 개점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에 이마트 점포를 내느라 중국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한 사이에 외국계 유통회사들이 이미 좋은 지역을 차지했다. 2014년까지 중국에 100개 점포를 낼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2010년 27개까지 점포를 늘렸지만 그해 12월부터 매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당기순손실만 2010년 735억 원, 2011년 1114억 원을 기록하는 등 만성 적자에 허덕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이마트는 사실상 중국 철수 수순을 밟아 왔다. 올해 3월 임차 계약이 종료된 상하이 라오시먼점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등 매장 수를 줄이고 있다. 이번 중국 철수를 이마트 내실 다지기의 일환으로 보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는 최근 국내 적자 점포 10여 곳의 업태를 전환하거나 매각하는 등 구조개선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또 24년 만에 처음으로 대형마트 신규 출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날 정 부회장은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유통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우선 부천 신세계백화점을 둘러싼 지역 소상공인과의 갈등에 대해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하겠다. 시간이 걸린다면 기다리겠다”며 계속 추진할 의지를 보였다. 새 정부의 복합쇼핑몰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실제 규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또 유통업체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10년 전부터 비정규직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고 유통업계에서는 (비중이) 가장 적다고 자신한다. 채용박람회 등을 통해 매년 1만 명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또 무기계약직을 비정규직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는 시각과 우리가 보는 시각이 어떤 점이 다른지에 대해 잘 따져보겠다”고 답했다. 정 부회장은 그룹의 다른 사업 전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하남, 코엑스에 이어 8월 고양에 세 번째 복합쇼핑몰을 연다. 정 부회장은 “하남의 경우 기대를 상회하는 매출이 나와 내부적으로 고양돼 있다. 다만 미흡한 점도 많아 기존 계획을 완전히 뒤엎고 새롭게 검토하고 있어 고양 외의 다른 지역 출점은 다소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고양에 대해서는 “고양시는 영·유아, 아동을 키우는 젊은 부부가 많아 이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영·유아, 아동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고양=이새샘 iamsam@donga.com / 김현수 기자}

2000년 기준 30대 그룹(이하 공정자산 기준)중 13곳이 순위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유통기업들의 재계 순위 상승이 두드러졌다. 3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신세계가 2000년 24위에서 지난해 11위로 가장 크게 약진했다. 신세계의 자산 규모는 2000년 말 3조2212억 원에서 지난해 말 32조2941억 원으로 10배로 커졌다. 농협(10위)이 일반기업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면 10대 그룹에 들 수도 있었다. 유통기업들은 롯데(8위→5위), CJ(19위→15위), 현대백화점(26위→23위)의 순위가 상승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규모 유통 그룹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에 맞춰 새로운 업태(業態)로 나가기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큰손들 쑥쑥 유통 기업들의 비약적 성장은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춰 현대화된 시설과 문화 공간을 갖춘 대형마트, 백화점, 프리미엄아웃렛,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진화한 것이다. 신세계 성장의 주역은 이마트다. 백화점에 주력하던 신세계는 1996년 이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 시장에 진입했다. 2006년 월마트 인수와 공격적인 출점 전략으로 2016년 점포 수가 147개로 늘어났다. 창고형 마트 트레이더스 점포도 11개까지 늘렸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 11조6312억 원은 신세계그룹 37개 계열사의 총매출인 21조3774억 원의 54.4%다. 백화점도 2000년 6개에서 2016년 13개로 늘었다. 이 밖에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푸드의 매출이 지난해 1조 원을 돌파하며 이마트, 신세계, 신세계건설, 이마트에브리데이에 이어 6개 계열사가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유통 최강자 롯데는 5위에 랭크되면서 기존 ‘4대 그룹’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04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키웠다. 2004년 이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KT렌탈(현 롯데렌탈) 등 36개 기업을 인수했다. 식품회사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유통을 넘어 석유화학, 건설, 관광 등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했다. 롯데 관계자는 “소비자의 삶 전체와 관련이 깊은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자동차와 에너지·화학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들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톱5’ 자동차업체로 성장하면서 국내 재계 순위도 2000년 5위에서 지난해 2위로 뛰었다. SK(4위→3위)와 한화(10위→8위)도 M&A에 적극적이었다. SK는 2012년 하이닉스를, 한화는 2015년 삼성의 방산 및 화학 계열사를 인수해 덩치를 불렸다.○ 씁쓸하게 물러난 기업들 2000년 이후 30대 그룹은 심한 판도 변화를 겪었다. 그룹 규모가 쪼그라들거나 계열 분리가 이뤄지면서 30대 그룹에서 탈락한 곳이 13곳(43.3%)이나 된다. 현대는 현대자동차,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가 분리된 후에도 2000년 2위를 지켰다. 그러나 2002년 현대중공업이 계열 분리되고 지난해 현대증권과 현대상선이 떨어져 나가면서 중견기업으로 전락했다. 유동성 위기로 주력 계열사들을 매각한 동부도 30대 그룹에서 빠졌다. 쌍용과 동양은 사실상 그룹이 해체됐고 화학섬유 제품을 생산하던 고합그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30대 그룹에 여전히 포진하고 있지만 순위가 하락한 기업도 7곳이다. 2010년 ‘형제의 난’을 겪은 금호아시아나는 9위에서 19위로 10계단이나 추락했다. 한진은 지난해 한진해운 청산에 따른 영향으로 6위에서 14위로 8계단 떨어졌다. 삼성은 줄곧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의 공정자산 규모는 363조 원으로 2∼4위인 현대차(219조 원), SK(171조 원), LG(112조 원)와도 격차가 컸다.이샘물 evey@donga.com·김현수 기자}

부산 연제구청 앞에는 26일 주민 20여 명과 상인 40여 명이 모였다. 이날은 연제구 이마트타운 연산점의 건립 찬반 여부를 따지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상생협의회)가 열린 날이었다. 주민들은 “연산동 주민들은 해운대까지 가서 쇼핑을 해야 하는가”라며 입점에 찬성 목소리를 냈고, 상인들은 “지역 상권이 다 죽는다”며 반대를 외쳤다. 양측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상생협의회는 결국 이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6월 영업등록 신청서를 내고 지역 상인들의 반대에 부닥쳐 상생 논의가 이어진 지 1년여 만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인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표결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제구 주민들은 실제로 상생협의회가 1년 동안 4차례가량 불발되자 연제구의 ‘사이버 민원실’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3일부터 29일 현재까지 연제구 사이버 민원실에 ‘입점 찬성’ 글 60여 개를 올렸다. 5차 상생협의회가 열리기 전날부터 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주민은 “상생협의회에서 결론이 났으니 구청은 행정절차를 빨리 끝내 달라. 우선적으로 주민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지역 곳곳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대형 유통시설과 관련해 소비자인 지역 주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를 건립하려면 지역중소유통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만들도록 돼 있다. 지역 주민들은 “정작 소비자는 소외되기 쉽고, 목소리가 큰 단체 위주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4년째 상생협의가 안 돼 착공을 못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 롯데 상암 복합쇼핑몰 주변 주민들도 단체 행동을 모색 중이다. 2015년 7월 출범한 서울시 상생협의 태스크포스(TF)에는 롯데와 망원시장을 주축으로 한 ‘입점저지 비상대책위원회’만 참석하고 있다. 19년 동안 수색동, 증산동 등 서울 서부지역에 거주한 임모 씨(48)는 “상암동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정작 롯데몰 부지 인근 상인들은 입점에 찬성한다. 주민들은 꼭 롯데가 아니더라도 문화 쇼핑시설이 들어와 지역이 발전되길 기대한다. 왜 우리의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은평구 등 서부지역 주민들은 올해 4월 포털사이트에 ‘서부지역발전연합회’ 카페를 만들고, 주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울시청 집회 개최와 현수막 제작도 고민 중이다. 롯데가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시 도시계획 심의 미이행에 따른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내고, 최근 13차 상생 TF까지 결렬되자 지역 주민들이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임영균 광운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에는 상위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소비자 후생, 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 등이 중요한 정책 평가 요소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박은서 기자}
중국이 우리 정부 특사단이 중국을 방문했던 19일에 롯데마트 점포 3곳의 영업을 허가했다가 특사단 귀국 이틀 후인 23일 다시 영업을 정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 보복 해제에 대한 일각의 기대와 달리 중국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해결 없이 보복 완화는 없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26일 복수의 재계 및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롯데마트 점포 3곳에 대한 영업정지는 19일 해제됐다 4일 뒤 돌연 소방 점검을 통해 영업정지 처분으로 다시 바뀌었다. 지방정부가 영업 허가를 내줬다가 중앙정부의 압박에 의해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전체 영업정지 점포 수 74개, 자체 휴점 13개 등 87개 점포가 문을 닫고 있다는 현황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처음 영업정지가 해제된 19일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난 날이다. 같은 시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홍석현 대미 특사와 만난 자리에서 “국무부에서 접촉했는데, (중국의) 롯데 제재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더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롯데 내부에서도 이때 ‘사드 해빙기’에 대한 기대를 가졌다가 영업정지 해제 번복 결정으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오히려 한국이 새 정부로 넘어갔다는 것만으로 사드 보복이 다 해결된 것처럼 여기는 것에 불쾌해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관광업계 및 문화예술계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태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시 주석의 축전(10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11일), 일대일로 정상포럼 한국 대표단장 접견(14일), 중국 특사단 접견(19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아모레퍼시픽 등은 대중 마케팅 전개를 시작했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한중이 소통을 시작한 것은 좋은 변화이나 사드 배치에 대한 양국 정부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이새샘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중 눈에 띄는 것은 ‘재벌 개혁’과 ‘일자리 창출’이다. 재벌 개혁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중소기업들에 대한 ‘갑질 횡포’ 근절, 일자리 창출은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해소가 핵심이다. 아직은 이런 정책이 제 모습을 갖춰가기 전이지만 재계에서는 이미 새 정부 방침에 조금씩 화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부터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물품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상생 방안을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선 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과 총 5000억 원 규모의 ‘물대지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3년간 운영될 이 펀드는 자금이 필요한 1차 협력사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1년간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다. 삼성전자는 신규 거래하는 1차 협력사들은 2차 협력사들로부터 납품을 받은 지 3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1차 협력사들에 대금을 현금으로 주고 있다. 이를 2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이 프로세스를 준비해 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새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중소기업 생태계 활성화에 삼성이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그룹이 이날 고용 확대를 약속한 것은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화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한 다음 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고용이 최고의 복지”라고 선언한 것.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잠실에서 열린 ‘롯데 가족경영·상생경영 및 창조적 노사문화 선포’ 2주년 기념식에서였다. 행사 규모가 부쩍 커졌다. 신 회장을 포함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초청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임을 의식해 고용 창출, 정규직 전환 등 정부 기조에 발맞춘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의 이런 ‘산발적 환영 인사’는 다소 낯선 모습이기는 하다. 이전까지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년 3월경 30대 그룹의 연간 투자계획을 조사해 발표해 왔다. 하지만 올해 3월은 이 연례조사가 중단됐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계획이 없다. 대통령과 경제계의 직접적인 소통도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 9일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7일 뒤 주요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5개월 뒤 총수들을 만났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여파 때문에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이른 만남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노사 문제, 기업 지배구조 등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경제 전체로도 중요한 이슈가 많은 만큼 하루빨리 재계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샘물 evey@donga.com·김현수 기자}
재계는 대통령이 일자리 현황판을 통해 개별 대기업의 일자리 동향을 체크하겠다는 구상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5대 그룹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기업 대표가 각 부서에 영업실적을 쪼는 것처럼 원색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실적 위주로 가게 되면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쉽게 늘릴 수 있는 일자리를 ‘땜빵’식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숫자에 치중한 정책이 나오다 보면 오히려 ‘좋은 일자리’ 창출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얘기다. 산업 특성에 따라 일자리 창출 여력이 다른데도 같은 기준을 들이대려 하는 것도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대형 마트가 점포 하나를 내면 당장 수백 명을 추가 고용하지만, 석유화학 기업은 공장을 증설하더라도 운용 인력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일자리 현황판에 게시될 ‘비정규직’ 개념도 논란거리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대기업들의 고용형태를 파악하기 위해 ‘고용형태 공시제’를 운영하며 현황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고용형태 기준은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다. 기업들은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전자를 정규직으로, 후자를 비정규직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보지 않는다. 고용 안정성은 있지만 임금과 복지 혜택 등은 비정규직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기업은 하도급 사원 등 간접고용을 비정규직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노동계와 기업이 발표하는 비정규직 통계는 제각각이다. 실제 이마트는 10여 년 전부터 ‘비정규직 제로’에 근접한 정책을 자랑해 왔다. 이 회사의 올해 1분기(1∼3월) 기준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0.63%다. 그러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보고서에서 나온 이마트의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해 초 기준으로 30.9%에 달한다. 협력업체 판매사원까지 모두 비정규직에 넣은 결과다. 기업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제로’의 개념도 명확하지 않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인천공항공사 사례처럼 용역업체 직원을 포함한 개념이면 일부 업종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조선,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장치산업은 사내 하도급을 일정 부분 활용해야 하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배를 만들다 보면 현장 근무 인력 중 협력업체 직원이 본사 소속의 4∼5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일감이 일정하지 않은 수주 산업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규직 전환에 집착하기보다 헌법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지키는 차원에서 근로조건을 개선하되 직무별 차이에 따른 고용 형태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우선 비정규직 개념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가 만들겠다는 81만 개 공공부문 일자리 중 공무원을 제외한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60여만 개다. 배정된 재원을 이 숫자로 나누면 1인당 월 100만∼130만 원인데 이는 무기계약직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국민이나 노동계는 결국 기대만 하다가 실망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김현수 kimhs@donga.com·이샘물 기자}
최근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기업문화 혁신에 나섰다. 일과 가정,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CJ그룹은 23일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최대 한 달 휴가를 낼 수 있는 ‘자녀입학 돌봄 휴가제’ 등을 포함한 기업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SK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일·가정 양립안을 내놓은 데 이어 CJ도 이에 동참하면서 향후 다른 기업들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좋은 일터’가 저출산 등 사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영미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세계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고 남녀 임금격차가 낮은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높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이고 육아 책임이 아내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는 게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언했다.○ 학부모 되면 최대 한 달 휴가 CJ가 기업문화 혁신안을 내놓은 것은 이 회장이 평소 “내 꿈은 함께 일한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이고, 문화와 인재를 통해 그레이트(Great) CJ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온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앞서 2000년대 초반에 ‘님’으로 임직원 간 호칭을 통일하는 등 기업문화 혁신에 관심을 가져 왔다. 이에 따라 CJ는 다음 달 1일부터 ‘자녀 입학 돌봄 휴가’,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제’, ‘배우자 출산휴가제’ 등을 시행한다. CJ 관계자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부모가 참여해야 하는 각종 행사, 상담 일정이 많다.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중요한 시기에 부모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긴급하게 자녀를 돌보아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눈치를 보지 않고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신설했다.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서는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지원한다. 현행 5일(유급 3일, 무급 2일)인 남성의 출산휴가를 2주 유급으로 늘렸다. 여성은 기존에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와 출산이 임박한 36주 후에만 신청할 수 있던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12주와 36주 사이에 8주를 추가해 매일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 5년마다 한 달 휴가를 낼 수 있는 ‘창의 휴가’, 최대 6개월까지 무급휴직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글로벌 노크’ 등 일과 삶,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제도도 내놓았다. CJ를 포함해 롯데,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은 최근 다양한 일·가정 양립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SK이노베이션은 육아휴직 자동 전환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는 올 초 대기업 중 처음으로 의무적으로 남성들도 한 달간의 출산휴가를 다녀오도록 했다.○ 안정된 직업과 소득, 출산율 높인다 안정된 직업과 소득이 있는 여성의 출산율이 더 높다는 것은 통계로도 증명되고 있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교육수준별 출생 사망 혼인 이혼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5년 20∼49세 기준 대졸 이상 여성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32명으로 고졸(1.02명)보다 29.4% 높았다. 특히 30∼49세 여성의 경우 대졸 이상 여성의 출산율이 고졸보다 60%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졸자의 출산율이 고졸을 앞지른 것은 10여 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2000년에는 고졸과 대졸 이상의 출산율이 각각 1.51명, 1.48명이었다. 하지만 2005년에는 고졸 1.03명, 대졸 이상 1.14명으로 출산율이 역전됐다. 이후 2015년까지 10년 새 대졸 이상인 사람의 출산율은 1.32명으로 15.8% 올랐지만, 고졸자는 1.02명으로 줄었다. 이는 고학력 여성일수록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통념과는 다른 양상이다. 최근에는 국책연구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선임연구위원이 ‘여성의 교육 기간과 수준이 높아지면서 혼인과 출산이 줄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통계상으로는 비교적 안정된 직업과 소득을 갖춘 고학력 여성일수록 출산율도 높다는 게 통계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김현수 kimhs@donga.com·천호성 기자}

절대 선(善)이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대형 유통시설 규제를 둘러싼 논란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착한 편이 우리 편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편할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너무 복잡하다.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상점에 앉아 북적이는 쇼핑몰을 바라보는 마음은 얼마나 고달플까. 그의 시각에서 보면 대형 쇼핑몰은 ‘악(惡)’이다. 요즘 화제에 오르내리는 부천 신세계백화점, 서울 롯데 상암몰 건립 예정지 주변 중소 상인들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반면 지역 주민들에게 대형 상업시설은 동네 발전에 대한 희망이다. 일자리를 얻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일터다. 납품처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에는 판로 개척의 시작일 수도 있다. 이들에게 대형 쇼핑몰은 ‘선’이기도 하다. 쇼핑몰 하나를 짓는 데도 이렇게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골목상권 보호 논란에는 늘 탐욕스러운 대기업과 어려운 지역상인의 양자 구도만 있었다. 대선 기간 동안 쇼핑몰 건립 논란이 불거진 부천, 광주 지역 정치권은 후보들에게 양자택일하라는 질문서를 보냈다. 대부분의 대선 후보는 후자를 택했다. 이 모든 과정에 소비자는 없었다. ‘단체’가 없는 소비자는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4년째 상생협의 불발로 착공을 못 하고 있는 롯데 상암몰 부지 주변 지역 주민들은 중재자가 돼야 할 서울시가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부천 소비자들은 ‘다른 동네가 지역 발전에 힘쓸 때 왜 우리만 변하지 말라는 것인가’라는 불만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취재 중 만난 한 교수는 이런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자 구도에만 빠지면 소비자, 지역 주민, 입점업체 등 이해 당사자들은 외면받는다는 얘기다. 그건 진짜 상생이 아니다. 화제를 돌려 이웃 나라 일본에서 진짜 상생의 사례를 찾아보면 어떨까. 요즘 일본 도쿄에서 가장 ‘핫’한 쇼핑몰의 탄생 뒤에는 주민, 상인, 전문가, 기업, 디자이너의 협업이 있었다. 주인공은 도쿄 긴자 지역에 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생긴 ‘긴자 식스’다. 일본이 자랑하는 구사마 야요이 등 아티스트들이 문화를 담았고, 디오르 펜디 등 241개 글로벌 브랜드가 입점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곳이다. 지난달 17일 개장식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찾아 “세계에 자랑할 일본의 명물”이라고 외쳤고, 긴자 상인회는 “쇠락한 긴자 거리의 명성을 되살리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긴자 쇼핑몰의 개발 계획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폰기힐스를 만든 모리빌딩 등 사업자들은 도심 재개발의 검토 단계에서 긴자지역 상인, 주민, 기업인들의 의사결정 기구인 전(全)긴자회와 소통을 시작했다고 한다. 공동의 목적은 ‘긴자 살리기’였다. 초고층 빌딩 건설안도 나왔지만 긴자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민의를 받아들여 13층 쇼핑몰이 됐다.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谷口吉生)는 준공식에서 “긴자의 역사를 계승하면서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지난한 상생 협의의 끝이 오자 이제 전 세계 관광객이 잊혀졌던 긴자로 향하고 있다. 김현수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롯데그룹은 국내외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신 회장은 또 질적 경영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와 사회변화에 발맞춘 신규 영역 개척을 통해 미래 성장을 준비하고, 준법경영과 이웃과의 나눔을 실천하며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좋은 기업이 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은 지속적인 투자 및 고용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은 국가경제를 위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017년부터 향후 5년간 40조 원을 투자하고 7만 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높은 실업률을 낮추는 데 앞장서는 한편 신입공채 채용인원 중 여성인재 비율도 40% 수준으로 유지해 국내 여성인력 발굴에도 힘을 더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2월 설립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같은 해 4월 창업육성 프로그램 ‘엘캠프’ 1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사업을 해왔다. 현재까지 30여 개사를 지원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다채로운 업계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13개 스타트업의 추가 펀딩 유치를 도왔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현재 엘캠프 3기를 모집 중에 있다. 롯데 액셀러레이터는 그룹의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AI, 로봇, 빅데이터 등 최근 각광받는 하이테크 기업에도 투자를 늘리겠다는 목표다. 롯데그룹은 올해 준법경영을 강화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선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올해 2월 그룹 준법경영체계를 구축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발표한 경영쇄신안의 하나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롯데는 그룹 및 계열사의 준법경영체계 정착을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했다. 초대 위원장은 민형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선임됐다. 롯데는 또 전 산업적으로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적용을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사장단회의에서 “정보기술(IT) 혁명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우리 그룹의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한일 롯데의 ‘원 리더’로서의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의 여진은 계속돼 롯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달 초 이사회를 통해 신 회장을 경영자로서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도 17일 일본 산케이신문 등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본 롯데의 경영 체제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일본 주주들의 지지에 힘입어 올해 일본 롯데 투자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일본 롯데 계열사 중 제과업체인 ㈜롯데는 50년 만의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다. 올해 약 320억 엔(약 3218억 원)을 들여 일본에 초콜릿 중간원료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이런 가운데 경영권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그는 6월 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두고 네 번째 표 대결을 벌이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22일에는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기업 분할 및 합병을 준비 중인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금지 등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했다. 4개사의 투자 부문 분할합병 비율을 정할 때, 4개사 중 신 회장의 보유 지분(13.46%)이 가장 많은 롯데쇼핑의 본질가치가 과대평가돼 나머지 3사의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는 이유다. 바른은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사례를 언급하며 “재벌회사가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할 때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지 엄격히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이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산정하는 본질가치법을 적용해 복수의 전문 외부 평가 기관이 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자이자 정치적 동반자인 김정숙 여사는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대한민국 ‘퍼스트레이디’에 올랐다. 대통령의 부인은 대통령만큼이나 높고 화려한 자리이지만 국민에게 사랑을 받을 수도,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김 여사는 털털한 성품과 소탈한 행보로 집권 초반 문 대통령의 탈(脫)권위 행보에 발을 맞추고 있다. 김 여사는 앞으로 문 대통령의 1급 참모로서 공식·비공식 활동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대통령의 1호 조력자 퍼스트레이디 ‘영부인’ 대신 ‘여사님’이라고 불러 달라는 김 여사는 1954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문 대통령과는 한 살 차다. 숙명여중, 숙명여고를 거쳐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음악가를 꿈꾸던 김 여사는 졸업 후엔 서울시립합창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 때 만났던 문 대통령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김 여사는 합창단을 그만두고 내조에 전념하게 됐다. 남편인 문 대통령이 2012년과 올해 대선에 잇달아 출마하면서 김 여사의 내조 폭도 눈에 띄게 넓어졌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에 대한 신문기사와 칼럼을 꼼꼼히 읽고 피드백을 주기로 유명하다. 심지어는 당에서 내는 논평도 챙겨 보면서 대변인들에게 “너무 좋은 내용이었다”고 전할 정도라고 한다. 정치에 대해 거리를 두기보단 관심을 갖고 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 참석자에게 제공한 선물을 손이 많이 가는 인삼정과로 준비한 것도 김 여사의 뜻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직접 인삼 꿀 대추를 10시간가량 달였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물함 안에 깔려 있는 솔잎을 다듬는 것까지 직접 챙겼다”고 귀띔했다. 문 대통령은 김 여사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힘들어 보이면 와인 한잔하자고 하다가도 호남 지역 어르신 말씀을 전할 때는 잔소리도 많이 한다”는 말도 했다. 문 대통령이 소주를 선호하지만 김 여사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조언을 건네기 위해 와인을 권했고 문 대통령도 소주 대신 와인을 가끔 함께 마셨다고 한다. 김 여사는 지난해 9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 등 호남 지역을 찾아 바닥 민심을 훑고 다닌 조력자였다. 당시 문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대중목욕탕에서 조용히 주민들을 만나 민심을 전해 듣고 다닌 덕분에 ‘호남특보’라는 별명도 얻었다. 문 대통령이 다소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에 가까운 편이라면 김 여사는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문 대통령을 보완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원래 사교성이 좋은 스타일이 아니어서 먼저 사람들한테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인 편”이라며 “김 여사가 그런 점을 충분히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대선 전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남편이 서운하게 할 때가 있더라도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니 이해해 달라”는 말도 했다. 역대 대통령 부인은 공식적으로 참모들이 보고하지 못하는 밑바닥 민심을 전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해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는 민의를 듣기 위해 직접 민원인들을 만나고 자기에게 온 편지는 손수 답장까지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물태우’라는 세간의 별명을 전한 것도 부인 김옥숙 여사였다고 한다. 김정숙 여사도 앞으로는 문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하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역대 대통령 부인들과 마찬가지로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직접 신경을 쓸지도 관심거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여성 인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 세계화를 주로 챙겼다. 김정숙 여사는 여성의 출산, 보육, 육아 및 경력단절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적인 계기는 딸 다혜 씨 때문이다. 다혜 씨는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직접 유세 현장 영상편지에 등장해 자신의 경력단절 경험과 아버지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해줬던 격려를 전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딸이 직접 겪었던 문제를 다른 여성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앞으로 여성 문제에 기여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문 대통령이 ‘치매 국가책임제’ 공약을 내건 것도 중증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김 여사의 경험과 뜻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 부인의 대외 활동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다 보면 불필요한 잡음이 일거나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어 최대한 몸을 낮춰 조용하게 내조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은 김정숙 여사의 패션도 연일 화제다. 선거 당일, 취임식, 첫 출근 날 등 시간과 장소에 맞춘 패션이 김 여사의 활발한 개성과 어우러져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 전과 후 스타일을 달리하며 새로운 ‘퍼스트레이디 룩’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대선 하루 전날인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김 여사는 남색 재킷, 체크무늬 바지를 입고 손을 번쩍 들었다. 하늘색 셔츠, 남색 바지를 입고 남색 넥타이를 맨 문재인 대통령과 ‘커플룩’처럼 보이며 일치된 부부의 모습을 보였다. 선거 후 김 여사의 패션 행보는 꽃무늬 정장을 택하며 화제를 모았다. 역대 대통령 부인은 모두 취임식에서 한복을 입었지만 김 여사는 은은한 진주 빛깔에 꽃무늬 자수가 놓인 재킷을 택했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취임식 투피스 의상은 엘레강스 정장 룩의 정석이다”라며 “글로벌 퍼스트레이디들이 즐겨 입는 의상으로 우아하면서도 격식을 갖췄다. 기성 브랜드 옷이 아니라 맞춰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첫 출근 날 부부가 환하게 웃을 때 입은 핫핑크 원피스는 그날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는 평가다.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컬러는 과감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그냥 핑크도 아니고 색깔이 쨍한 핫핑크는 60대 여성이 선택하기 어려운 컬러”라고 귀띔했다. 핑크 원피스에는 편안한 회색 구두를 신었다. 굽은 3∼4cm로 중년 여성들이 선호하는 편안한 통굽 형태다. 이 구두는 김 여사가 선거 전 유세 때에도 즐겨 신던 신발이다. 김 여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두는 상대에 대한 예의다. 상견례 때 운동화를 안 신듯이 국민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도 단정한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패션업계는 5년 만의 퍼스트레이디의 귀환을 반기며 이번에는 대통령 부인이 한국 디자이너나 기성복을 입고 K패션을 세계에 알려주길 기대하고 있다. 해외 대통령 부인들은 취임식이나 주요 행사에서 자국 디자이너 옷을 입고 자국 패션 산업의 부흥에 힘써 왔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대표적이다. 2010년 세계적인 경영전문지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보도에 따르면 미셸 여사가 백악관 입성 후 첫 1년 동안 만들어낸 패션산업의 부가가치가 27억 달러(약 3조1563억 원)에 이른다. 퍼스널이미지연구소의 강 소장은 “해외의 대통령 부인이나 정치인은 패션 브랜드를 밝히고 이를 자국 산업의 홍보판으로 적극 활용한다”며 “우리나라 대통령 부인도 당당히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고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김현수 기자}

롯데백화점이 2015년부터 추진한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 증축 공사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지난해 문화재청과 중구의 승인도 받았지만 서울시와의 합의가 지지부진하자 사업성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합의, 오프라인 유통의 사업성 등 제반 사항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허가 당국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분위기를 보고 다시 합의해보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몰의 득세로 백화점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와중에 유통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새 정부 들어 대형 유통업체들의 투자 위축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를 정책의 주요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만큼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쇼핑시설에 대한 규제 장벽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유통기업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의 공약인 새로운 상생법의 내용을 알기 전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없다.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는 상생협의 불발로 인해 지역 내 갈등이 첨예하다. 유통 규제가 더욱 강화된다면 사업을 접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경우의 수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유통 기업들의 설명이다.○ 신세계, 토지 매매계약 4차례 무산 새 정부의 상생 정책을 가늠할 1호 사업으로 부천 신세계백화점이 꼽힌다. 2015년 경기 부천시는 20여 년간 방치됐던 부천 영상문화단지에 복합쇼핑시설과 문화시설을 설립하기로 하고 사업자를 공모했다. 신세계는 원래 ‘스타필드 부천’으로 복합쇼핑몰 계획을 가지고 공모했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즉시 인근 상인들은 반발했다. 쇼핑몰에 들어설 대형마트는 사실 중소 상인들의 사업 영역과 일정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대형마트를 빼고 백화점으로 계획을 바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인근 인천 부평구 상인회에서 격렬히 반대하자 4차례에 걸쳐 신세계와 부천시의 토지 매매계약은 좌절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부평역 연설에서 사실상 신세계백화점 설립에 대해 규제가 필요함을 밝혔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12일 사업 의지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 신세계는 “다자기구 합의체를 만들어 우선 상생협의를 한 후 토지 매매계약에 임하겠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19일 보내기로 했다. 신세계 내부에서는 현재 법으로는 아무리 가까워도 인근 지역 지자체(이 경우 부평구)의 허가가 필요 없지만 상생 개정법에서는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롯데의 서울 상암 쇼핑몰 선례처럼 땅을 사놨다가 발만 묶일 수 있다는 우려다. 롯데는 상암 지역에 5000억 원을 투자해 쇼핑몰을 지으려다 토지 매매 후 4년째 땅을 놀리고 있다. 결국 롯데는 이달 초 서울시에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시가 롯데에 땅을 팔았으니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인허가 절차를 개시해달라는 내용이다. 롯데 내부에서는 사업을 접는 최악의 경우를 계산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광주의 신세계백화점 및 호텔시설 설립 계획도 답보 상태다. 당초 광주시가 먼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를 위해 특급 호텔을 세워달라고 제의해 신세계는 기존 광주신세계백화점 인근 유휴부지에 기존 백화점을 이전하면서 호텔을 함께 짓기로 했다. 그러나 인근 상인회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반대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광주 신세계 복합시설 건립 계획에 대해 “을지로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혀 신세계는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유통 매출 10억 원마다 20여 개 일자리 전문가들은 현재의 갈등 당사자로 대기업-지역상인 등 양자만 고려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지역 소비자의 편익과 대형 유통 출점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 등 경제 전체의 후생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논의에서 소비자가 빠져 있다. 노사정위원회처럼 대기업 유통, 소상공인 대표, 소비자 대표 등 3자가 모여 대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천과 광주시 홈페이지에는 “왜 정치 논리에 휩싸여 지역에 제대로 된 호텔이나 백화점 설립을 막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글이 적지 않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도소매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0.2(10억 원 매출 시 20명 고용)로 전체 평균 12.9명을 상회했다. 전기 및 전자기기 산업이 5.4명, 건설업 13.9명 등으로 나타났다. 쇼핑몰 출점 후 10억 원 매출을 내면 20명을 고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방에 있는 소도시에는 대형 점포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상생안을 수용하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박은서 기자}

《올해 2월 17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패션위크 기간에 흥미로운 ‘사건’이 화제에 올랐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런던패션위크 공식 일정의 한국 디자이너 무대에 한국 토종 기업의 가방이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유돈 초이’의 디자이너 최유돈 씨와 한섬의 가방 브랜드 ‘덱케’의 만남이었다. “쇼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어요. 완성도를 높였다고나 할까요. 저는 그간 가방은 따로 만들지 않았으니까요.” 최근 서울에 온 최 씨를 서울 강남구 덱케 매장에서 만났다. 그가 덱케와 함께 런던패션위크 무대에 올린 가방이 막 전국 매장에서 팔리기 시작하자 서울에 잠시 들른 것이다. 그는 “컬렉션 패션과 어우러진 가방에 대해 현지 바이어들도 관심을 가져 곧바로 주문한 이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K-패션 알리는 플랫폼 된 ‘유돈 초이’ 한섬은 2014년 가방 브랜드 덱케를 론칭할 때부터 해외 진출을 꿈꿔왔다. 브랜드 이름을 ‘피부, 가죽’을 뜻하는 독일어 덱케로 지은 것도 유럽 진출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었다. 론칭하자 마자 한섬이 운영하는 프랑스 파리 편집매장인 ‘톰 그레이하운드’에 선보이기도 했다. 파리 편집 매장에서 팔기 시작하니 유럽 바이어들의 판매 문의가 늘었다. 해외 진출에 자신감도 붙었다. 세계 언론과 유통업체에 좀더 멋지게 데뷔하고 싶던 중 런던의 ‘유돈 초이’가 눈에 들어왔다. 엘르, 보그 등 유력 패션 매거진이 극찬한 유돈 초이의 컬렉션은 토종 브랜드로서 세계에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무대였다. 디자이너 최 씨의 무대가 K-패션을 알리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 씨는 2010년 처음으로 세계 4대 컬렉션으로 불리는 런던패션위크에 진출한 뒤 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2년 가을겨울 컬렉션부터는 런던패션협회 공식 일정(on schedule)의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버버리’ ‘멀버리’ ‘크리스토퍼 케인’ 등 쟁쟁한 디자이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2014년 2월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그의 컬렉션을 런던패션위크 ‘10대 핵심 쇼’로 뽑기도 했다. 현재 영국 셀프리지를 포함해 이탈리아, 일본 등 주요국 고급 백화점과 편집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아직 성공한 게 아니라는 말과 함께. “런던패션위크 공식 일정에 이름을 올리기는 너무 까다로운데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에요. 멋지게 등장했다 2, 3 시즌이 지나면 조용히 사라지는 브랜드가 많죠. 자리를 지키기 위해 늘 긴장합니다.”“내 안의 목소리 들어야”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 갑자기 떠오르는 직관을 믿습니다. 결국 자신을 믿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브랜드 운영은 5%가 디자인, 95%가 경영 노하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는 자신이 있었다. 굳이 취업문을 두드리지 않아도 꾸준히 오라는 곳은 많았다. 1999년 연세대 의류환경학과 석사 마지막 학기에 그의 졸업 작품을 보고 한섬에서 제의가 왔고 곧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런던에 자리 잡은 것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2004년 영국의 명문 왕립예술학교(RCA)로 유학길에 오르면서부터다. 최 씨는 “거창하게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유학을 택했던 게 아니라 친구 따라 지원해 봤던 것”이라며 웃었다. 사실 영국 유학은 그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이었다. 남성복을 정공한 남성복 디자이너였지만 RCA에서는 여성복을 지원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성복을 만들면서 터득한 탄탄한 테일러링을 여성복에 접목하자 여성스러우면서도 구조적 디자인이 빛나는 독특한 스타일이 탄생했다. 그래서일까. 졸업 1년 전에 이미 수석디자이너 자리를 제안받았다. 패션지 엘르 영국의 페이지를 장식한 그의 작품을 보고 영국의 유명 패션업체 ‘올 세인츠’에서 연락해 온 것이다. 파격이 넘치는 런던 패션계에서도 졸업 전의 이방인을 수석디자이너로 고용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2008년에는 배우 시에나 밀러가 만든 ‘트웬티 에이트 트웰브(twenty8twelve)’의 수석디자이너가 됐다. 이때 처음으로 런던패션위크의 짜릿한 ‘쇼의 맛’을 느꼈다.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당시 브랜드의 각 분야가 해외에 흩어져 있어 디자인하고 재단하는 과정을 이끄는 게 쉽지 않았다. 내 방식대로 아름다운 옷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일찍이 두려워했던 ‘브랜드 운영의 95%를 차지하는 경영 업무’는 일단 저지르고 나니 자연히 따라왔다. 그와 함께 일했던 홍보, 영업 에이전시들이 “유돈 초이와 함께하고 싶다”며 합류했다. 구조적이면서 트렌디하고, 독특하면서도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그의 디자인은 곧 입소문이 났다. 창의력과 웨어러블함의 균형을 잘 맞춘 옷으로 통했다. 창업 후 2년 만에 미국 보그 편집장 애나 윈투어로부터 ‘아름다운 옷’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급기야 런던패션협회로부터 공식 일정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는 “실제 나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운영을 해보니 1%가 디자인, 99%가 경영 업무였다”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그는 디자인이 주는 파괴력과 독창성을 그 누구보다 이해하는 디자이너로 통한다. 올해에는 덱케와의 협업을 이어가면서 세계의 다양한 편집매장과 고급 백화점과의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순식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가 사라지는 브랜드가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17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자 재계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 후보자가 ‘삼성 저격수’ 또는 ‘재벌 저격수’로 불릴 정도로 오너가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 왔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재벌개혁의 행동대장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김 후보자가 ‘경제 검찰’ 수장에 오른 뒤에도 교수 신분으로서 한 주장들을 모두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후보자의 합리적 성향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자의 등장에 당장 비상이 걸린 곳은 삼성이다. 유독 삼성그룹과 악연이 깊어서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한 기업인 대상 청문회에도 참고인으로 출석해 삼성에 날을 세웠다. 김 후보자는 삼성그룹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그중 하나다. 재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기존 순환출자 고리 개선’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 후보자를 임명한 만큼 추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검토를 전면 중단했다. 삼성은 현행 지배구조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점진적으로 해소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새 정부의 인선에 대해 특정 기업이 이렇다 저렇다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순환출자 고리 관련 이슈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도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조심스럽게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재벌개혁’의 핵심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협력업체와의 거래 관계 개선과 이사회 역할 강화 등은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민감한 이슈인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손댈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롯데그룹도 고민이 깊다. 김 후보자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당시 복잡한 지배구조와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순환출자 고리는 2015년 416개에서 현재 67개까지 줄였고, 기업 분할을 통한 지주사를 설립하면 18개까지 수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10월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설립한 뒤 내년 4월까지는 계열사 간 새로 생기거나 강화되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 어떤 출자 고리가 ‘해소 대상’이 되는지는 공정위의 유권해석이 중요한데 이 열쇠를 김 후보자가 쥐게 된 것이다. 유통 및 식품 기업들은 ‘갑질’과 관련된 공정위 조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화점 수수료, 협력업체 및 영업 대리점과의 관계 등 과거부터 비판을 받아왔던 문제들이다. 중소·중견 기업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강력한 경제 검찰’을 통해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투명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타내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에 힘이 실리면 조사나 수사 등 실제 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대기업들의 자정 활동이 더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서동일 dong@donga.com·김현수 기자}
해외 명품이 휩쓸고 간 자리에 토종 패션가방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무렵이다. 일종의 어포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로서 ‘쿠론’이 크게 인기를 누리자 한섬은 ‘덱케’를, SK네트워크(현재 한섬에 인수)는 ‘루즈 앤 라운지’를 내놓고 가방 경쟁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국내 시장에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루이까또즈’도 경쟁력을 키워 왔다.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한국 패션 가방은 이제 해외 진출을 노리며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섬의 덱케는 지난해 잡화사업부 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최유돈 디자이너와 33개 상품을 새로 개발했다. 최 디자이너의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 테마는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아돌프 루스였다. ‘장식은 범죄다’라고 말한 미니멀리스트로 유명한 건축가이다. 덱케와 최 디자이너는 루스가 디자인한 ‘아메리칸 바’ 등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색, 문고리 모양 손잡이 등을 가방에 접목했다. 올해 2월 런던 컬렉션에 선보이자마자 현지 패션잡지에 ‘올해의 잇백’으로 선정되는 등 화제를 모았고, 지난달부터 전 세계에 판매 중이다. 한섬 관계자는 “디자인·상품기획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K-패션’의 우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루이까또즈 올해 3월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에 정식 매장을 오픈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루이까또즈가 입점한 곳은 라파예트의 신관 GL6 중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0층(한국 기준 1층)이다. ‘훌라’와 ‘마이클 코어스’ 사이의 매장을 차지했다. 정연아 루이까또즈 프랑스 지사장은 “라파예트 백화점은 글로벌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만 입점할 수 있다. 2014년부터 6차례의 팝업 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라파예트 측에서도 루이까또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일본 교토, 미국 로스앤젤레스, 그리스 아테네, 이탈리아 피렌체…. 이 도시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면서 올해 주요 패션 하우스가 패션 여행지로 택한 곳이다. 이들 도시에서 크루즈 컬렉션이 실제 열렸거나 도시가 컬렉션의 영감으로 부상했다. 크루즈 쇼의 원조는 샤넬이라고 할 수 있다. 샤넬은 2000년부터 매년 5월 프랑스 파리, 생트로페,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 부호(富豪)들의 여행지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열어 왔다. 겨울에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상류층의 크루즈 여행의 콘셉트다. 처음에는 유럽 부호의 휴양지가 중심이었지만 명품 소비층이 탄탄한 아시아와 중동 등으로 눈을 돌렸다. 2013년 싱가포르, 2014년 두바이, 2015년 서울에 온 것. 샤넬의 ‘원정 패션쇼’에 디오르, 루이뷔통이 뛰어들면서 크루즈 쇼는 더욱 성대해지고 스케일이 커졌다. 루이뷔통은 2014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스 게스키에르가 모나코 대공비를 만나 모나코 궁 안뜰에서 최초의 패션쇼를 허락받기도 했다. 아름다운 궁전과 함께 루이뷔통이 세운 거대한 유리 텐트에 패션계는 찬사를 보냈다. 샤넬은 2014년 두바이 왕가가 소유한 인공 섬에서 하룻밤이면 사라져버릴 환상적인 건물을 세워 ‘아라비안 나이트’를 새로 썼다. 사실 패션하우스가 세계를 누비며 크루즈 쇼를 진행하는 배경에는 냉정한 비즈니스 계산이 깔려 있다. 가을·겨울 컬렉션에 지쳐갈 때쯤 크루즈 컬렉션이 매장에 등장하면 신선함과 함께 새로운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크루즈 쇼가 상륙한 도시에서의 파급 효과도 만만치 않다. 쇼에 초대받기 위해 각 도시의 우수고객(VIP) 간 웃지 못할 소비 경쟁도 벌어진다. 배경이야 어떻든 간에 올해에도 패션하우스는 전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세계적인 저성장으로 럭셔리 산업이 럭셔리함을 잃어갈 때 크루즈 쇼는 외친다. 럭셔리는 여전히 판타지라고. 아테네에서 피렌체까지 3일(현지 시간) 크루즈 쇼 릴레이의 출발선을 끊은 곳은 샤넬이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를 라거펠트는 올해의 테마로 그리스 아테네를 정했다.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를 거대한 아테네 신전으로 탈바꿈시켰다. 원래 그리스로 떠나려 했지만 라거펠트의 눈높이에 맞는 장소를 찾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르네상스는 고대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파워풀하고 예측 불가능한 젊음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리스의) 무자비한 신들처럼 말이죠.” 라거펠트는 이번 크루즈 컬렉션의 영감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크루즈 컬레션은 젊은 그리스 여신과 님프의 귀환이었다. 하얀색 휘날리는 드레스에 허리를 수놓은 자수장식, 목과 손목을 장식한 황금색 액세서리가 돋보였다. 고대 그리스의 전사를 연상케 하는 글래디에이터 샌들, 샤넬의 가브리엘 백과 어우러진 고대 꽃병 모티프가 주목을 받았다. 7일(현지 시간) 프라다의 리조트 컬렉션은 본고장 밀라노에 머물렀다. 프라다의 리조트 컬렉션은 원래 남성 봄·여름 패션쇼에 함께 선보이다 올해 처음 별도의 쇼로 독립했다. 장소는 에토리오 에마누엘레 2 쇼핑몰의 폰다지오네 프라다 전시관이었다. 프라다는 이 전시관에 ‘실제와 가공의 순간 사이의 대립’의 의미를 담았다. 창문 너머의 동그란 지붕, 기둥이 나눈 공간이 색다른 순간의 만남과 대립을 경험하게 된다는 게 프라다의 설명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 프라다는 “우아함을 동시대적인 감성과 스포츠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29일(현지 시간) 구치는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로 떠날 예정이다. 세계 최초로 피렌체 피티 궁전 팔라티나 미술관에서 2018 구치 크루즈 쇼를 열기로 했다. 구치가 피렌체를 선택한 것은 사회공헌의 아이디어도 있었다. 우피치 미술관과 피렌체 시와 함께 하는 복합 문화 프로젝트 ‘프리마베라 디 보볼리(Primavera Di Boboli)’의 일환이다. ‘보볼리 정원의 봄’이라는 뜻의 ‘프리마베라 디 보볼리’ 프로젝트는 보볼리 정원을 복원하고 개선시켜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유산으로 만들기 위해 우피치 미술관과의 협력하에 이탈리아 문화유산활동관광부와 피렌체 시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문화 프로젝트다. 구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향후 3년간 우피치 미술관에 200만 유로(약 25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아시아-미국으로 떠나는 이국적 여행 패션하우스가 아시아를 빼놓고 갈 리가 없다. 14일 열린 루이뷔통의 크루즈 쇼는 아시아에서 가장 열정적이자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몰려 있는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장소는 교토 교외 시가 현의 미호박물관이었다. 1997년 문을 연 미호박물관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 피라미드를 건축한 건축가 I M 페이가 설계한 작품이다. 금속으로 된 거대한 터널과 미래적인 흔들 다리를 지나면 깊은 우림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루이뷔통은 여행의 정취(Spirit of Travel), 수려한 자연 환경, 건축적 걸작과 예술의 조우 등 브랜드가 전통적으로 추구하는 요소를 모두 만족한다며 미호박물관을 네 번째 크루즈 쇼 무대로 택했다. 앞서 루이뷔통은 모나코, 미국 팜스프링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거쳤다. 피날레의 장식을 한국 배우 배두나가 맡았다. 니콜라 게스키에르의 뮤즈인 배두나는 루이뷔통 2016 봄·여름 광고 캠페인 모델로도 활약한 바 있다. 올 초 디올에 합류한 아티스틱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유리는 1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샌타모니카 산맥으로 떠났다. 루이뷔통도 캘리포니아에서 크루즈 쇼를 치른 적이 있었지만 치유리가 택한 로스앤젤레스 근교는 사막과 산이 있는 곳이었다. 디오르는 이곳에 커다란 열기구를 띄우고, 사막 빛깔의 옷을 입은 모델들을 데리고 왔다. 치유리는 자신의 첫 번째 디오르 크루즈 컬렉션을 위해 브랜드의 유산에 캘리포니아의 광활함을 담았다. 애초의 영감은 프랑스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의 라스코 동굴 벽화였다. 1951년 므시외 디오르은 벽화그림을 차용해 원시 여성을 떠올리는 프린트를 만들어 냈다. 치유리는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좀 더 야성적인 원시 여성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치유리가 샌타모니카 산맥을 크루즈 쇼의 장소로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뭘까. 미국 패션전문지 WWD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국 제가 컬렉션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여성은 자연과의 교감을 느껴야 하고, 스스로와 교감해야 하며 활기차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우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패션쇼를 하게 된 것 같아요.”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서울 신촌 지역에 29층짜리 특급호텔 ‘르 메르디앙’이 2020년 들어선다. 부지는 신촌 현대백화점 건너편에서 서강로로 이어지는 다주쇼핑센터 일대다. 17일 다주쇼핑센터의 운영사인 신촌상가주식회사와 호텔그룹 메리어트는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 동대문에서 ‘르 메르디앙 호텔 조인식’을 열고 7월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국에 두 번째 르 메르디앙 호텔이 자리 잡을 다주쇼핑센터는 서울시의 도시개발 사업과 맞물려 생긴 오래된 상가 건물이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가 1968년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로 설립됐고, 다주쇼핑센터는 당시 신촌상가 명패를 달고 1972년 생겼다. 현종훈 현 대표의 모친인 강민선 회장이 4층 건물을 짓고, 운영을 맡았다. 당시 신촌에서는 잘나가던 신식 아파트형 상가였다. 1, 2층은 상가였고, 3층에 다방, 4층에 실내 볼링장이 들어서서 젊은이들이 몰렸다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신촌상가는 점차 낡은 구식 상가가 됐다. 주변에 영화관도 있는 그랜드마트와 현대백화점(당시 그레이스백화점)이 들어섰다. 신촌의 X세대는 재래시장보다 신식 마트와 백화점을 선호했다. 2000년대 들어서자 상권의 주도권이 홍대로 넘어가면서 신촌상가는 흉물이 되다시피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재개발을 고민하던 현 대표에게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 참사’는 큰 충격이었다. 재개발 보상대책을 두고 철거민 등 30여 명이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6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 대표는 개발 계획에 앞서 상생안이 우선이라고 결단을 내렸다. 법에는 없지만 현실에선 높았던 권리금을 인정하고 이를 보상안에 넣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250여 개 점포의 권리금과 임대차 보증금 등을 직접 보상키로 한 것이다. 현 대표는 개인 대출까지 받아가며 2013년까지 총 180억 원을 권리금 등 보상비용으로 썼다. 상인들은 현 대표의 상생안을 환영했다. 재개발을 앞둔 상가에는 ‘대표는 물러나라’와 같은 현수막이 내걸리지만 신촌상가는 반대였다. 신촌상가 관계자는 “상가 건물에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상인들은 권리금을 돌려받고, 회사는 상인과 지자체의 협력으로 호텔 개발 계획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포구청도 적극적으로 이 일대 도심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신촌상가 부지와 마포구 소유의 부지를 맞교환해 줌으로써 호텔이 들어설 수 있는 마름모꼴 부지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줬다. 상인, 건물주, 구청의 협업 속에 탄생할 르 메르디앙은 2020년 상반기(1∼6월)에 개관할 계획이다. 연면적 2만7714m²(8413평)에, 지하 5층∼지상 29층 규모다. 스위트룸 포함 300개 이상의 객실을 갖춘다. 특히 지하 1층에는 독특한 몰링 형식의 외식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라 대학가 일대 젊은층들을 끌어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호텔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대학가에 위치한 이점을 살려 학회나 포럼과 같은 다양한 행사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 메르디앙 호텔을 운영할 호텔그룹 메리어트는 입지를 보자마자 회사 브랜드 중 특급인 ‘르 메르디앙’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개스너 메리어트 부사장은 “국내에 르 메르디앙 브랜드를 추가로 선보임으로써 한국 내 메리어트 포트폴리오를 20개로 확장하게 됐다. 르 메르디앙 서울 신촌은 아카데믹 비즈니스의 최적지에 위치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