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골목상권 상생”… 소비자들 뿔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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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청 앞에는 26일 주민 20여 명과 상인 40여 명이 모였다. 이날은 연제구 이마트타운 연산점의 건립 찬반 여부를 따지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상생협의회)가 열린 날이었다.

주민들은 “연산동 주민들은 해운대까지 가서 쇼핑을 해야 하는가”라며 입점에 찬성 목소리를 냈고, 상인들은 “지역 상권이 다 죽는다”며 반대를 외쳤다. 양측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상생협의회는 결국 이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6월 영업등록 신청서를 내고 지역 상인들의 반대에 부닥쳐 상생 논의가 이어진 지 1년여 만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인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표결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제구 주민들은 실제로 상생협의회가 1년 동안 4차례가량 불발되자 연제구의 ‘사이버 민원실’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3일부터 29일 현재까지 연제구 사이버 민원실에 ‘입점 찬성’ 글 60여 개를 올렸다. 5차 상생협의회가 열리기 전날부터 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주민은 “상생협의회에서 결론이 났으니 구청은 행정절차를 빨리 끝내 달라. 우선적으로 주민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지역 곳곳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대형 유통시설과 관련해 소비자인 지역 주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를 건립하려면 지역중소유통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만들도록 돼 있다. 지역 주민들은 “정작 소비자는 소외되기 쉽고, 목소리가 큰 단체 위주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4년째 상생협의가 안 돼 착공을 못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 롯데 상암 복합쇼핑몰 주변 주민들도 단체 행동을 모색 중이다. 2015년 7월 출범한 서울시 상생협의 태스크포스(TF)에는 롯데와 망원시장을 주축으로 한 ‘입점저지 비상대책위원회’만 참석하고 있다.

19년 동안 수색동, 증산동 등 서울 서부지역에 거주한 임모 씨(48)는 “상암동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정작 롯데몰 부지 인근 상인들은 입점에 찬성한다. 주민들은 꼭 롯데가 아니더라도 문화 쇼핑시설이 들어와 지역이 발전되길 기대한다. 왜 우리의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은평구 등 서부지역 주민들은 올해 4월 포털사이트에 ‘서부지역발전연합회’ 카페를 만들고, 주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울시청 집회 개최와 현수막 제작도 고민 중이다. 롯데가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시 도시계획 심의 미이행에 따른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내고, 최근 13차 상생 TF까지 결렬되자 지역 주민들이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임영균 광운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에는 상위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소비자 후생, 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 등이 중요한 정책 평가 요소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박은서 기자
#골목상권#부산#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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