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전성시대… 16년새 재계순위 껑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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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이후 30대그룹 순위변화 분석


2000년 기준 30대 그룹(이하 공정자산 기준)중 13곳이 순위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유통기업들의 재계 순위 상승이 두드러졌다.

3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신세계가 2000년 24위에서 지난해 11위로 가장 크게 약진했다. 신세계의 자산 규모는 2000년 말 3조2212억 원에서 지난해 말 32조2941억 원으로 10배로 커졌다. 농협(10위)이 일반기업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면 10대 그룹에 들 수도 있었다.

유통기업들은 롯데(8위→5위), CJ(19위→15위), 현대백화점(26위→23위)의 순위가 상승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규모 유통 그룹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에 맞춰 새로운 업태(業態)로 나가기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유통업계 큰손들 쑥쑥

유통 기업들의 비약적 성장은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춰 현대화된 시설과 문화 공간을 갖춘 대형마트, 백화점, 프리미엄아웃렛,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진화한 것이다.

신세계 성장의 주역은 이마트다. 백화점에 주력하던 신세계는 1996년 이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 시장에 진입했다. 2006년 월마트 인수와 공격적인 출점 전략으로 2016년 점포 수가 147개로 늘어났다. 창고형 마트 트레이더스 점포도 11개까지 늘렸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 11조6312억 원은 신세계그룹 37개 계열사의 총매출인 21조3774억 원의 54.4%다. 백화점도 2000년 6개에서 2016년 13개로 늘었다. 이 밖에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푸드의 매출이 지난해 1조 원을 돌파하며 이마트, 신세계, 신세계건설, 이마트에브리데이에 이어 6개 계열사가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유통 최강자 롯데는 5위에 랭크되면서 기존 ‘4대 그룹’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04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키웠다. 2004년 이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KT렌탈(현 롯데렌탈) 등 36개 기업을 인수했다. 식품회사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유통을 넘어 석유화학, 건설, 관광 등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했다. 롯데 관계자는 “소비자의 삶 전체와 관련이 깊은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자동차와 에너지·화학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들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톱5’ 자동차업체로 성장하면서 국내 재계 순위도 2000년 5위에서 지난해 2위로 뛰었다. SK(4위→3위)와 한화(10위→8위)도 M&A에 적극적이었다. SK는 2012년 하이닉스를, 한화는 2015년 삼성의 방산 및 화학 계열사를 인수해 덩치를 불렸다.

○ 씁쓸하게 물러난 기업들

2000년 이후 30대 그룹은 심한 판도 변화를 겪었다.

그룹 규모가 쪼그라들거나 계열 분리가 이뤄지면서 30대 그룹에서 탈락한 곳이 13곳(43.3%)이나 된다. 현대는 현대자동차,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가 분리된 후에도 2000년 2위를 지켰다. 그러나 2002년 현대중공업이 계열 분리되고 지난해 현대증권과 현대상선이 떨어져 나가면서 중견기업으로 전락했다. 유동성 위기로 주력 계열사들을 매각한 동부도 30대 그룹에서 빠졌다. 쌍용과 동양은 사실상 그룹이 해체됐고 화학섬유 제품을 생산하던 고합그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30대 그룹에 여전히 포진하고 있지만 순위가 하락한 기업도 7곳이다. 2010년 ‘형제의 난’을 겪은 금호아시아나는 9위에서 19위로 10계단이나 추락했다. 한진은 지난해 한진해운 청산에 따른 영향으로 6위에서 14위로 8계단 떨어졌다.

삼성은 줄곧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의 공정자산 규모는 363조 원으로 2∼4위인 현대차(219조 원), SK(171조 원), LG(112조 원)와도 격차가 컸다.

이샘물 evey@donga.com·김현수 기자
#유통#재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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