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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정보기술(IT) 업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확실히 떨어졌다. 전산 업무 절차를 숙지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필수사항도 확인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내부 통제에 소홀했다.”22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사 강당. 사상 최악의 농협 금융전산사고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열린 이날 ‘2011년 농협 준법감시 담당자 교육’은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시작됐다. 준법감시 담당자는 임직원이 관련 법령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하는 회사 내부 직원으로, 이날 약 200명이 참석했다. 발표자가 자기반성에 이어 준법감시 담당자에게만 공개한 각종 ‘내부사고’ 통계는 농협이 금융전산사고가 터지기 전부터 각종 사고의 ‘지뢰밭’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날 교육에 참석한 준법감시 담당자들에 따르면 신용, 농업경제, 축산경제 등 농협 3개 사업 부문 전체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금액은 지난해 2900억 원으로 2009년 1770억 원보다 64%나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사고가 급증했던 2008년의 2630억 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사고금액은 농협 내부 직원뿐 아니라 고객이 초래한 손실금액을 모두 합친 것이다. 이 가운데 사고를 수습하더라도 회수가 불가능한 피해금액은 2009년 750억 원에서 지난해 1554억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신용사업 부문에서 △농협 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하거나 △신분증을 위조해 부정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부실대출’ 등 금융사고도 2009년 15건에서 지난해 24건으로 늘었다. 금융 부문에서만 한 달에 두 번꼴로 금융사고가 터진 셈이다. 이에 따른 피해금액도 같은 기간 14억 원에서 111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사고가 빈발하면서 지난해 말 현재 농협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금액은 1조5149억 원으로 우리은행(1조9964억 원)에 이어 은행권 2위다. 시중은행의 한 준법감시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의 연간 금융사고 건수는 많아야 5, 6건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금융사고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농협에서 금융사고가 치솟는 것을 보면 내부 통제에 큰 허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는 정보기술(IT) 핵심 요직을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등 잘못된 인사도 한몫했다. 24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 전산망을 통제, 관리하는 IT본부분사의 정종순 분사장과 농협 IT 자회사인 농협정보시스템의 김명기 대표는 IT 부서 근무경력이 전무한 비전문가다. 정 분사장은 1978년 농협에 입사해 전남 장흥군지부장, 영광군지부장, 광주지역본부장 등을 지냈다. 김 사장은 강원 양구군지부장, 총무부장, 강원농협본부장, 축산유통담당 상무 등을 맡았다. 농협 안팎에서는 2008년에 물러난 김광옥 전 IT본부분사장(현 IBK시스템 사장)의 퇴임이 시스템 부실을 가져온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분사장은 숭실대 전자계산학과를 나와 1981년 농협 입사 이후 전산부장, 농협정보시스템 사장, IT본부분사장 등을 지낸 전산전문가로 농협의 IT 선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퇴임 이후 경영기획 출신의 김일헌 상무(현 충북지역본부장)에 이어 지난해 12월 정 분사장에 이르기까지 잇달아 비전문가가 뒤를 이었다. 농협의 IT본부분사장은 농협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이 자리는 IT 인력이 내부 승진해 올라가는 최고위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농협에서는 상무 승진 초임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문제는 19일 농협 임시 이사회에서도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사들은 정 분사장이 비전문가임을 들어 이번 사태가 인사에 불만을 품은 내부 직원의 소행이 아닌지 추궁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인력관리나 경영능력을 고려하고 제너럴리스트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IT본부분사의 부장급과 농협정보시스템 IT담당 상무(중앙회 부장급) 등은 오랜 기간 IT 분야에서 근무한 전문가들”이라고 해명했다. 농협 IT 인력의 잦은 순환보직이 전문성을 키우는 데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농협의 IT 보안인력의 평균 경력은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크게 못 미쳤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과 미래희망연대 김혜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농협 IT본부분사 정보보안팀 보안담당자 11명의 평균 보안 경력은 3.6년으로, 하나은행(12년), 신한은행(7.8년), 외환은행(7.8년), 국민은행(6.6년) 등에 비해 턱없이 짧았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농협중앙회의 실질적 최고경영자(CEO)인 이재관 전무가 금융전산사고의 책임을 지고 22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농협은 전산망 복구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위 경영층의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날 농협은 전산망 마비 사태로 중계서버에서 손실된 거래명세 일부가 완전히 유실될 수도 있음을 공식 인정했다. 이달 말까지 거래명세를 복구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손해는 농협이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농협 지배구조 후폭풍 표면상 농협의 CEO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지만 1170개 단위조합장이 투표로 선출하는 비상임, 비상근 임원이어서 실무업무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전무를 중심으로 신용, 농업경제, 축산경제를 각각 맡고 있는 3명의 대표이사가 책임경영을 해왔다. 이 전무는 농협의 3개 사업영역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정보기술(IT) 업무도 책임지고 있다. 원래 직함이 ‘부회장’이었으나 2008년 농협법 개정으로 ‘전무’로 바뀌었다. ‘농협의 2인자’가 사퇴할 뜻을 밝힘에 따라 농협의 핵심 현안인 신용 부문과 경제 부문의 사업구조 개편작업(신경분리)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전무는 “제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오늘 분명히 회장께 사의를 밝혔고 회장이 이를 수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업구조 개편에 대해선 “기본적인 로드맵은 모두 마련했다”며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거래명세 영원히 못 찾을 수도 이 전무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까지 복구를 완료하겠다고 약속드렸던 신용카드 업무 중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모바일뱅킹 등을 통한 사용명세 조회, 카드대금 선(先)결제, 선청구 업무 등 일부 업무를 완전히 복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명기 농협정보시스템 대표는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이용은 시스템에만 저장되고 종이(증빙서류)로 남지 않아 검증이 어려워 완전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며 “현재로선 거래대금 회수 여부를 확실하게 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카드 관련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시스템은 복구했지만 일부 거래명세를 찾아내지 못해 잔액이 서로 맞지 않는 등 데이터 간 정합성에 문제가 있어 서비스를 오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달 말까지는 인원을 집중 투입해 복구하되 완전 복구가 안 되면 우리 부담으로 처리하겠다”며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해) 일정 부분 계정에 오류가 있어도 대부분의 고객을 위해 시스템을 개통해야 한다면 30일 이후 별도 방침을 정해 시스템 오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복구 약속 공수표…당국 검사기간 연장 22일까지 100% 복구하겠다던 농협의 장담은 또다시 허언이 되어 버렸다. 농협은 사태 발생 후 복구 약속 시점을 13일에서 17일로, 다시 22일로 늦췄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번에는 아예 복구 시점을 밝히지도 못한 데다 고객의 금융거래 명세를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어 농협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지게 됐다. 농협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농협에 대한 특별 공동검사 시한을 22일에서 다음 달 초로 연장했다. 농협 전산망 마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는 메인 서버와 서버 관리업체 한국IBM 직원의 노트북에 대한 외부 침입 시도 흔적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국내외 인터넷주소(IP)를 추적 중이라고 22일 밝혔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신용카드사들이 부대 업무 수익증대에 주력하면서 카드사 홈페이지도 변신 중이다. 단순히 거래명세나 포인트를 조회하는 수준을 넘어 그 자체로 쇼핑, 여행상품 알선, 문화 등을 아우르는 생활밀착형 사이트 역할을 하고 있다. 21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여행상품 알선 실적과 통신판매 실적은 각각 4227억 원, 4151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각각 64.1%, 68.9%에 이를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하다.○ 쇼핑도 카드사 홈페이지 ‘클릭’ 롯데카드는 홈페이지(www.lottecard.co.kr) 내에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카드몰’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닷컴, GS샵, 인터파크 등 6개 제휴사의 상품을 취급한다. 제휴사별로 5∼10% 할인, 최대 10개월 무이자 할부, 1.8∼2.5% 롯데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홈페이지 내 ‘HUVV(허브) 사이트(www.kbcardhuvv.com)’를 통해 제휴 쇼핑몰로 이동해 구매하면 포인트리 추가 적립 및 추가 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H몰, 신세계몰, 리브로 등 11개 업체가 입점해 있다. 삼성카드도 삼성카드 홈페이지(www.samsungcard.com) 내 쇼핑을 경유해 G마켓, 옥션, 신세계몰 등 국내 주요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다. 적립된 삼성카드 보너스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고 최고 4%까지 추가 포인트 적립도 가능하다. 신한카드는 생활밀착형 서비스 사이트인 ‘올댓서비스(allthat.shinhancard.com)’에서 일종의 공동구매인 소셜커머스를 도입해 카드사 최초로 중개사이트 ‘소셜쿠폰몰’을 개설했다.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고 이용금액의 2%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비씨카드는 TOP(포인트) 전용 사이트(top.bccard.com)를 운영한다. 현대홈쇼핑과 제휴해 4000여 가지의 생활 물품은 물론이고 고급 브랜드 물품도 포인트별로 구비했다. 고객이 보유한 포인트가 부족하면 비씨카드로 물품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생활 서비스도 카드사에서 카드사들은 독자적으로 여행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 여행(travel.samsungcard.com)은 하나투어, 모두투어, 세중투어몰, 롯데관광, 한진관광 등 국내 대형 여행사와 제휴해 해외여행 상품 최대 7%, 해외호텔 최고 5%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카드는 친환경, 지역특산 농산물을 엄선해 판매하는 ‘그린마켓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위농협 또는 공인기관의 품질인증을 받은 친환경 상품 생산자 등과 직접 제휴해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롯데카드와 롯데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으며 모든 상품은 무료로 배송된다. 외환카드는 ‘Yes Today’라는 반값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헬로디씨와 제휴해 하루에 한 가지씩 반값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이벤트로 ‘숨은 맛집’ ‘멋진 카페’ ‘놓칠 수 없는 공연’ ‘꿈 같은 여행’ 등 엄선된 상품을 하루에 한 가지씩 반값 이하에 만나 볼 수 있다. 신용카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신용판매, 현금서비스 같은 본업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부대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서비스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등의 영향으로 금융보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금융권이 부랴부랴 보안 강화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정보기술(IT) 보안 강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보안실태를 점검키로 하면서 은행권은 이에 앞서 자체적으로 보안시스템 점검에 들어갔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휴대용 저장장치(USB 메모리)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 USB 메모리를 통한 노트북 접근이 농협 사태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모든 기기의 USB 메모리 삽입구를 막고 불가피하게 써야 할 경우 부서장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모든 주요 서버에는 ID와 비밀번호, 일회용 비밀번호(OTP) 발생기 인증을 거쳐야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맞춰 IT 보안예산과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보안 담당자 교육도 확대할 계획이다. IT 보안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는 국민은행은 관련 부서 확대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외부 기관을 통해 보안점검을 의뢰해 점검 결과를 실무에 반영할 계획이다. 한편 농협 전산망 마비로 우체국 예금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19일 현재 우체국 예금 잔액은 56조3775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7965억 원 증가했다. 농협 점포의 약 70%를 차지하는 농어촌 지역 고객들이 전산 마비로 예금 등 금융 거래가 어려워지자 우체국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계속 감소하던 예금 잔액은 2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2월 저축은행의 잇따른 영업정지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현대캐피탈 해킹사건과 초유의 농협 전산망 마비는 일회성 사고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충분히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안은 투자가 아니라 비용’이라는 의식이 만연해 인력과 예산, 장비 투자에 극히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돈 몇 푼 아끼려다 고객의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1경5000조 원에 이르는 전자금융시장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 외국은 겹겹이 백업센터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대규모 전산시스템은 반드시 백업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주데이터센터가 화재,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를 겪어도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국과 국내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최소한 두 곳 이상의 백업센터를 운영한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은 주센터 외에 백업센터 한 곳만 운영하고 있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는 두 곳의 데이터센터가 동시에 무너질 경우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농협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주센터와 경기 안성시 백업센터가 동시에 공격받으면서 전체 전산망이 마비됐다. 이에 비해 세계 최대의 인터넷기업인 구글은 아예 세계 전역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이중 삼중으로 각 지역의 데이터를 백업한다. 한 국가의 데이터센터가 테러나 재해로 손상되더라도 다른 국가의 데이터센터에서 이를 백업하는 셈이다. 구글만큼은 아니더라도 국내 IT 기업들도 여러 단계의 백업을 한다. KT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백업의 백업’을 운영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백업센터가 하나밖에 없다면 그곳의 데이터가 손상될 경우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KT는 고객정보를 서울 양천구 목동의 데이터센터에 저장하며 경기 성남시 분당구 본사에서 이 정보를 백업한다. 백업된 데이터는 ‘대외비’인 중부지방 전산센터에 또 한 번 백업된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인터넷기업이나 엔씨소프트 같은 온라인게임업체도 마찬가지다.○ 예산·인력·인식 부족, 보안은 찬밥 신세 국내 금융회사의 IT 관련 예산과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의 IT 예산 중 보안예산은 평균 3.4%로 금융감독원의 권고 수준인 5%에도 미치지 못했다. ‘5% 룰’을 지킨 곳은 126억2500만 원을 IT 보안예산에 편성해 5.6%에 이른 신한은행이 유일했다. 그나마 보안예산은 대부분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하드웨어에만 집중되어 있다. ‘외국의 최신 보안장비를 구입해 안전하다’고 할 뿐 실제 운영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산 시스템을 관리할 인력도 부족하다. 은행 IT 인력은 2000년 4100여 명에서 2009년에 3876명으로 6.3% 감소했다. IT 부서 근무자 가운데 보안담당은 2.9%에 불과하다. 보안담당자가 10명도 되지 않는 회사가 수두룩하다. 부족한 인력은 외부에 싼값에 아웃소싱(외주)해 해결한다. 전산망 관리를 시스템 자회사에 맡기고 자회사들도 2, 3차 하도급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맡기는 식이다. 서버 관리와 핵심 지급 결제 프로그램 등 핵심 업무까지 문호를 협력업체에 열어두면서 내부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농협 사건의 경우 협력업체인 한국IBM 직원이 모든 데이터 삭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최고접근 권한(Super Root)’을 부여받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안을 책임지고 진두지휘할 임원도 없다. 금융감독원은 2009년 7월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이 발생한 이후 최고보안책임자(CSO)를 두라고 계속 권고해왔지만 금융권에서는 최고정보책임자(CIO)가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과장이나 부장급 전산관리자가 맡아 실제 지휘권한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동훈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내 시중은행 한 곳, 대형 증권사 한 곳을 제외하고는 금융보안의 인력과 실력이 부족하다”며 “충분한 자체 보안인력을 확보하고 주요 임원에게 보안책임을 맡기는 등 내부통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 농협의 전산망 마비사고를 겪으면서 전자금융거래 전반에 대한 보안체계를 강화하고 위기관리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옛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이후 보안업무가 부처별로 분산돼 정보 공유와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보안 문제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관여하고 있다. 이들 부처의 소관 법령도 각각 전자금융거래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분산돼 있다. 여기에 금융보안 사고가 터졌을 때 국가 비상사태와 관련되면 국가정보원, 해킹 등 사고 처리에는 검찰과 경찰이 제각각 나서는 상황이다. 역할 분담이 이뤄진 것 같지만 정작 금융회사들은 ‘시어머니’를 여럿 두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IT 담당자는 “개인정보와 관련해 금감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시행세칙에 따라 비밀번호가 암호화됐는지를 살펴보는데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훨씬 높다”며 “당장 금감원의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지만 일관된 기준이 없어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IT 보안강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금융권 전반에 걸쳐 실태를 점검한 뒤 국정원 행안부 방통위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전자금융거래 보안 관련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정립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저축은행,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윤곽을 드러냈다. 저축은행의 경우 국제회계기준(IFRS)을 유연하게 도입하고, 보험사는 사업성에 따라 리스크 관리를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배드뱅크’를 검토하는 것과 별도로 이 같은 내용으로 제2금융권 PF 대출채권 해결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0일 “저축은행도 PF 부실채권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방안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도록 업계에 당부했다”고 밝혔다. 현재 저축은행의 PF 부실채권은 1조1000억 원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경우 별도의 배드뱅크를 만들기보다는 자산관리공사(캠코)의 구조조정기금(3조5000억 원)을 활용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올해부터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는 상장 저축은행의 경우 현재의 방식으론 PF 부실채권을 사들일 수 없다. 지금의 사후정산방식은 일단 특정 가격에 채권을 사들인 뒤 이익이 나면 금융회사에 돌려주고 손실이 나면 손실보전을 요구하는 식이다. 하지만 새 IFRS에선 이를 완전한 매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부실 채권을 넘겼더라도 사후에 차액을 정산한다면 여전히 저축은행의 부실이라는 것이다. 새 기준대로 캠코가 확정가격으로 저축은행으로부터 부실채권을 인수했다가 손해를 보면 공적자금인 구조조정기금으로 메워야 하는 부담이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IFRS를 적용해도 사후정산 방식으로 PF 부실채권을 사주는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PF 대출에 대한 처리 방안에 고민하고 있다. 사업성 있는 채권은 만기를 연장하거나 과감하게 신규 지원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으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투트랙 처리’ 방침을 보험사에 전달할 방침이다. 보험사의 PF 대출채권은 생보사 3조9000억 원, 손보사 1조 원 등이 남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의 PF는 대부분 은행 등과 컨소시엄 형태”라며 “우량 PF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은행권의 흐름과 보조를 맞추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파일 삭제명령은 최고의 명령이다. 건물로 따지면 폐기처분이고 자동차로 치면 버리라는 것이다. 그런 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내려서도 안 된다.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명령어가 들어왔다.”(농협 이재관 전무)사상 초유의 농협 금융전산사고에 대해 농협은 치밀하고 고의적인 ‘사이버 테러’라고 규정했다. 돈은 일절 요구하지 않은 채 금융전산망에 ‘무조건 파괴’ 명령을 내린 것은 유례가 없다는 것이다.농협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1가 농협중앙회 별관에서 중간 브리핑을 갖고 이번 전산망 마비사건을 특정 정보를 빼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해킹 수준을 넘어서는 ‘고의적 파괴행위’에 무게를 뒀다. 김유경 농협 IT본부분사 전산경제팀장(복구 TF팀장)은 “협력업체 소유 노트북PC에서 내려진 삭제 명령은 상당히 치밀하게 계획된 명령어로, 고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작성한 명령어 조합”이라며 “오직 해당 서버의 파일을 파괴하도록 하는 내부적인 명령어로, 엔지니어가 아니면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돈이 아닌 시스템 파괴만 노렸다면 누가,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김 팀장은 “일반적 정보기술(IT) 보안지식 외에도 농협의 핵심적 내부 운영체계(커널)와 보안체계를 꿰고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내부 관계자가 공모했거나, 전문가그룹이 공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내부 인사가 회사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과 탁월한 기술력을 가진 불순세력이 농협 전산망을 통해 경제적 혼란을 일으키기 위한 계획된 테러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의 최대 현안인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구조개편사업에 반대하는 직원이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기용 농협 노조위원장은 “최근 노조원 가운데 부당하게 징계를 받은 사례가 보고된 일은 없었다”며 “일각에선 신경분리 갈등 때문이라고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3년 전 현행 농협 전산시스템을 구축했던 핵심 인력들이 조직 내 알력으로 퇴사하거나 한직으로 밀려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유경 팀장은 “최근 해고됐거나 잠적한 농협 또는 IT 분사 직원은 없다”며 농협 내부직원의 범행 가능성을 부인했다.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농협에 악감정을 가진 협력업체 직원의 소행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시스템통합(SI) 업체 관계자는 “농협의 양재동 IT본부에서 사고가 났다는 소리를 듣고 ‘그럼 고의로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시스템통합(SI) 인력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며 “양재동 IT본부는 SI 인력을 혹사시키는 ‘지옥’으로 꼽혀왔다”고 전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고객 3000만 명의 정보를 다루는 농협의 전산망은 노트북 컴퓨터 한 대로 마비되고 ‘보안 관련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던 현대캐피탈의 고객정보는 해킹에 의해 술술 샜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 전자금융의 현주소다. 후진국에서도 이런 대규모 사고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예고됐던 인재(人災)’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 국내의 금융회사는 3300개가 넘고 하루 금융거래 규모는 1경5000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새로운 해킹 기법은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십 개씩 생겨난다. 대책 하나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보안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금융사고를 예방하려면 정부와 금융회사, 금융소비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보안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정부는 소소한 보안규정을 감독하는 데 바빠 보안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고 금융회사는 금융감독규정만 최소한으로 적용하면서 추가 투자에는 소홀했다.○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보보안 수준을 ‘하향평준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커들의 공격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금융회사들이 이에 맞서 최신 기술로 대응하는 대신 ‘정부가 시키는 것’만 숙제하듯 뚝딱 해치우고 넘어가도록 순응시켰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전자금융 감독규정을 통해 △사용자 본인임을 인증하는 기술적 방식(공인인증서) △사용자 PC에 설치해야 할 보안프로그램 종류 등을 일일이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 정태영 사장은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일어나자 “전자금융 감독규정은 잘 지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정부의 감독 규정을 뛰어넘는 수준의 공격에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높은 수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세세한 규정을 정하기보다는 최소한의 보안 수준만 가이드라인으로 정해주고 세부 규정은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보안컨설턴트 출신인 기술문화연구소 류한석 소장은 “기업들이 보안 투자에 적극 나서기보다 정부의 ‘최소 기준’만 지키고 ‘할 일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국내의 보안 현실”이라며 “정부가 개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우되 보안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벌백계’한다는 원칙을 세우면 기업은 두려워 투자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 엄격한 규정, 덜 엄격한 처벌 정부가 세세한 부분까지 감독규정을 지정해 일벌백계할 근거를 스스로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08년 초에 일어난 전자상거래업체 옥션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의 경우 1000만 명이 넘는 고객의 정보를 유출시켰지만 옥션은 피해 고객에게 별다른 보상을 하지 않았다. 정부가 암호화 대상을 ‘비밀번호’로 한정해 주민등록번호 유출은 문제 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비밀번호만 암호화해 저장한 현대캐피탈도 전자금융감독 규정상 개인정보 암호화 관련 조항이 없어 처벌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이동훈 교수는 “한국 금융당국의 보안조치는 사실 외국보다 엄격하지만 소수의 대형 금융회사를 제외하고는 이런 보안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보안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져보지도 않는다”며 “한 군데만 터져도 모든 시스템이 무력화될 정도로 위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규제를 풀었다가 자칫 사고가 잦아지면 전자금융의 신뢰성 자체에 큰 타격을 입는다”며 “최소한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 불신의 악순환 문제는 ‘불신’이다. 정부는 금융회사가 스스로 보안의무를 다하지 않을 것으로 의심하기 때문에 각론까지 정하고, 소비자도 금융회사의 보안 노력을 의심해서 정부의 안전 보증을 요구한다. 게다가 정부와 금융회사는 온라인으로 기업 시스템에 접근하는 소비자를 외부 해커에 이용돼 기업 시스템을 공격하는 ‘좀비PC’로 의심한다. 그래서 갖가지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강제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잘못된 습관’에 빠져든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에 발생한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은 사용자들이 파일공유(P2P) 서비스에서 자신의 PC를 좀비PC로 바꾸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면서 발생했다. 웹브라우저는 이런 프로그램이 설치되려고 하면 ‘의심스러운 파일’이라는 경고를 내보내지만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은 공인인증서나 각종 보안프로그램도 똑같이 이런 방식으로 설치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지금 정부가 정보보안과 관련해 만드는 규정은 대기업엔 너무 약하고 중소기업에는 너무 강하다”며 “이런 각론보다 감독 당국이 직접 과징금을 매기거나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기업 상황에 따른 보안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랴부랴 보완 나선 금융회사 금융보안 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금융회사들은 뒤늦게 보안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캐피탈은 해킹 사건을 계기로 정보기술(IT) 보안만을 전담하는 ‘IT보안전담팀’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IT보안전담팀’은 정보보안팀과 IT실 등 각 국실에 흩어져 있는 보안업무와 인력을 통합 운영하게 된다. 최악의 전산망 마비 사태를 겪은 농협도 이날 보안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재관 농협중앙회 전무는 “전산망 운영실태를 자체 점검해 내부 시스템 접근권한 등 보안정책을 강화하고 보안관리 전문인력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농협은 IT 연구용역에 보안대책을 포함하고 용역결과를 토대로 보안 대책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에 앞서 비씨카드는 이날 부서별로 분산된 신용정보관리와 정보보호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정보보안실을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신설했다. 정보보안실은 IT 보안, 신용정보 보호 및 관리, 정보보호 모니터링 등을 감독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농협 전산망 마비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메인서버에 대한 ‘최고접근 권한(Super Root)’을 가진 농협 및 한국IBM 직원 5명 가운데 2, 3명을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이들을 출국금지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는 농협 전산센터 내부자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을 출국금지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메인서버에 대한 최고접근 권한 접속은 농협과 한국IBM 직원 5명이 미리 부여받은 고정 인터넷주소(IP)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중 사건 발생 시간 전후의 행적이 의심스러운 이들에 대해 이같이 조치했다.검찰은 이번 사건이 서버 내부구조를 잘 아는 전문가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공격 프로그램을 실행해 일어난 사이버 테러라는 증거를 확보했다. 서버에 침입했던 협력업체 직원의 노트북과 농협 서버에 남아 있는 접속기록을 분석한 결과 데이터 삭제명령(rm,dd)은 미리 준비된 서버 공격 프로그램 파일의 일부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검찰 관계자는 “서버 공격 프로그램이 농협 전산망의 내밀한 구조까지 고려해 설계된 점을 감안할 때 우발적 범행이거나 단순한 전산사고였을 소지는 매우 낮다”며 “노트북에 문제의 공격 프로그램이 설치된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농협도 이번 전산사고를 일상적 해킹이 아닌 악의적인 ‘사이버 테러’로 규정했다. 이재관 농협 전무는 이날 “파일 삭제는 내려서도 안 되고 내릴 수도 없는 상상하기 어려운 명령어”라며 “정보유출을 위한 ‘복사’와 같은 명령도 없이 오직 파괴 명령만 있었다”고 말했다.한편 청와대는 이번 사고가 일어난 직후 북한의 개입 여부를 조사했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10월부터 10만 원 미만의 소액연체는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신용조회를 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고금리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대출중개수수료에 대해 상한제가 시행되고 대출금리 최고한도도 44%에서 39%로 낮아진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서민금융 기반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달부터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가계부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신용도가 낮은 서민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10월부터 개인신용평가제도를 개선해 서민의 숨통을 틔워주기로 했다. 우선 10만 원 미만의 연체정보는 연체기간에 관계없이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도록 했다. 현재 10만 원 미만을 5일 이상 연체해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749만 명으로 집계됐다. 또 90일 미만의 연체정보는 빚을 갚으면 3년 동안만 신용평가에 반영된다. 현재는 5년간 반영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주의나 실수로 대출이자나 신용카드 대금 등을 제때 내지 못해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신용회복이 지연되는 문제점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조회기록도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돈을 빌리기 어려운 서민들이 대출 가능 여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신용조회를 하고 그럴수록 신용등급이 나빠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신용조회기록이 남아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약 307만 명이다. 반면 성실 납부기록 등 우량정보는 신용평가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대출금이나 카드 사용액을 제때 갚고 개인회생절차를 성실하게 밟으면 가점을 주는 식이다. 한편 대출중개 관행을 정비하고 대출금리 최고한도를 인하해 서민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우선 불법 대출중개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다단계 대출중개를 금지키로 했다. ▼ ‘신용조회→신용등급 하락’ 악순환 없애 ▼또 대부업체가 대출중개업자나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중개수수료율에 상한제를 도입한다. 현재 대출금의 7∼10% 수준인 수수료율을 절반 수준인 3∼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와 함께 대부업자 및 여신금융기관 대출금리 최고한도를 늦어도 7월부터는 연 44%에서 39%로 5%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서민 우대금융 지원은 지속적으로 확충한다. 올해 미소금융 2000억 원, 햇살론 2조 원, 새희망홀씨 1조 원 등 3조2000억 원을 지원한다. 햇살론의 경우 보증지원비율을 대출금의 85%로 확대하고 소득대비 채무상환액 비율도 6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서민의 재활지원을 위한 금융제도도 보강한다. 연체 기간이 30일 이상, 90일 미만인 단기 연체자의 채무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개인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를 2년 연장했다. 금리가 오르고 가계부채 대책이 시행되면 연체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의 대출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옛 전환대출)’ 대상자를 ‘연소득 2600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으로 확대하고 전국의 모든 은행 창구에서 취급하도록 했다. 성실 상환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전환대출을 지원받은 뒤 1년 이상 성실히 상환하고 다른 고금리 상품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연 4%의 저금리로 재활자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했다. 또 자활의지와 소득 수준에 따라 상환기간도 최장 10년까지 연장하고 상환유예기간 역시 2년까지 늘린다. 한편 이번 대책으로 서민의 실제 금융비용부담이 줄어들기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칫 신용등급만 부풀려져 등급만 높아질 뿐 실제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금리인하로 일부 대부업체가 음성화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대출중개 실태 어떻기에 ▼저축은행과 캐피털, 대부업체 등 3개 금융업종에서 지난해 개인에게 빌려준 신용대출 가운데 약 60%가 대출중개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서민들이 제2금융권의 고금리 부담 외에 대출수수료까지 떠맡아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17일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 대책을 발표하며 공개한 대출중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캐피털, 대부업체 등 3개 금융업권에서 내준 개인 신용대출액 11조6436억 원 가운데 59.4%인 6조9197억 원이 대출중개인을 경유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3개 금융업권에서 대출중개수수료(모집수당)로 지급한 금액은 4953억 원으로 대출중개인을 통한 신용대출액의 7.2%나 됐다. 제2금융권 회사들이 대출중개인에게 지급한 수수료는 결국 대출이자에 더해져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결정적 요인임을 보여준다. 대출중개인은 작년 6월 말 현재 2만7476명이나 됐다. 여신금융회사의 대출모집인이 2만3519명이었고, 대부중개업자는 3957명이었다. 대출중개 평균 수수료율은 대부업체가 8.2%, 저축은행이 7.3%, 캐피털이 6.1%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경우 10%를 웃도는 중개수수료를 지급했다”며 “불법 대출중개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차지완 기자 cha@donga.com}

흑자경영을 이어가던 두 중견 건설사가 잇따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로 내몰리면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채권단과 건설사의 신뢰관계가 깨져버린 자리에는 다음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건설사는 어디인지 온갖 소문만 무성하다.○ 명쾌한 해법 안 보여 은행권은 건설사의 법정관리 선택을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한다.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는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그만큼 건전성에 훼손을 입는다.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 측은 “어느 정도 예측은 했지만 삼부토건과 재논의를 하는 상황에서 동양건설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놀랐다”며 “법정관리 신청을 하는 순간 금융권과의 신뢰는 깨진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협의한다고 관계가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동양건설산업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삼부토건 사태 해결은 더욱 꼬이게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주단 내부에서는 만기 시점을 연장해 주려는 분위기지만 동양건설산업까지 법정관리를 선택하면서 재논의는 다음 주, 늦으면 이달 말까지 끌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을 공동으로 시공하는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여파로 연대보증을 한 동양건설산업의 영업활동마저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흑자를 냈지만 버티기가 어려워졌다. 동양건설이 당장 갚아야 하는 PF론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헌인마을 2135억 원을 포함해 다음 달까지 4921억 원에 이른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담보를 준비했고 대주단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부토건이 대주단에 요구를 많이 하면서 시간이 지체돼 더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견업체 동반 추락 회오리 삼부토건 불씨는 한화건설에도 튀고 있다. 삼부토건과 한화건설이 공동 보증한 5500억 원 규모의 경기 김포시 풍무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도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삼부토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한화건설이 PF 5500억 원을 모두 떠안아야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일단 한화건설은 최악의 경우 독자적으로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는 중견 건설업체들이 동반 추락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상호 보증을 하는 공동시공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금력이 앞서는 대형 건설업체만 살아남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부동산경기 침체가 풀리지 않아 대형 업체들을 제외한 건설사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건설사의 상호보증에 따른 악순환 고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중견 건설업체의 추락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곧 3, 4개 건설업체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란 소문도 나온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금융감독당국이 저축은행의 PF에 대한 여신규제를 풀어줘야 건설업체들이 연명할 수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어려운 건설업체들의 PF 사업 용지를 매입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양건설산업은 1968년 설립된 동양고속운수가 모태로 이듬해인 1969년 동양고속건설을 세우고 건설업 면허를 얻었다. 동양고속운수와 동양파라곤 등 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오너인 최윤신 회장(66)은 고 최주호 우성건설 회장의 셋째아들로 업계에서는 ‘부자(父子) 건설인’으로 유명하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해 최초로 매출액 1조 원을 달성했지만 대형 PF 사업 하나가 실패하면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한편 대한주택보증은 동양건설산업이 2007년 분양한 경기 남양주시 호평 파라곤과 화성시 동탄 파라곤의 입주가 지난해 말 끝났고, 분양을 진행하는 아파트는 없어 입주자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이진 기자 leej@donga.com }

사상 초유의 금융전산사고를 일으킨 농협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농협이 정상적으로 재개했다고 발표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지연되는 것들이 많은 데다 잔액이 ‘0원’으로 표시되는 등 오류까지 드러내고 있어 고객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산장애로 피해를 본 고객들은 “며칠째 내 돈을 맘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농협 고객 불만 쇄도15일 농협에 따르면 금융전산사고 이후 피해고객센터에 접수된 고객 보상요구 건수는 이날 현재 882건에 이른다. 이는 수수료 발생, 대출이자 연체 등 입증이 쉬운 피해 보상요구 건수만 집계한 것이다. 이 밖에 지금까지 들어온 각종 민원이나 상담 건수는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 농협의 한 고객은 “컴퓨터를 사러 용산전자상가까지 갔다가 체크카드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구매를 포기하고 돌아와야 했다”며 “생활비를 빼 쓰지 못해 친구들한테 궁색하게 돈을 빌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돈을 찾아 쓰지 못하는 불편을 어떻게 입증해야 보상받을 수 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피해 고객과 농협 간 법적 다툼도 가시화되고 있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과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는 농협의 소비자 피해에 대한 보상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피해 사례를 접수해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피해 고객들도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농협 금융거래 피해자 카페’를 만들어 피해사례를 수집 중이며, 소송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등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여전히 불안한 농협 전산망12일 완전 마비 상태에 빠졌던 농협의 금융서비스가 속속 재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규 대출 신청에서부터 심사, 실행이나 대출 연기 등 대출의 전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여신 거래에 수반되는 데이터 규모가 크다 보니 아직까지 대부분의 지점에서 대출 거래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15일 오전 8시 반경부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체크카드 거래가 재개됐지만 시스템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고객들의 거래가 폭주하자 ‘버벅거림’이 반복됐다. 신용카드로 10여 차례 시도해야 간신히 한 번 예금을 인출하는 불안한 상황이 오전 내내 지속됐다. 14일부터 재개된 인터넷뱅킹도 오작동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시적이지만 계좌 잔액이 0원으로 표시되는 등 거래기록이 사라지는 상황도 발생해 혼란을 낳았다. 트위터 ID가 ‘@sitehis’인 한 농협 고객은 “2011년 4월 15일 새벽. (인터넷뱅킹에서) 농협의 모든 계좌가 사라지고 0원이 되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농협 측은 “고객들이 인터넷뱅킹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다운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일부 서비스를 제한하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일 뿐 실제 잔액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 보상방안 벌써부터 논란농협은 15일 고객피해 보상의 일환으로 24일까지 농협 고객을 대상으로 e금융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면제 대상은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모바일뱅킹 스마트폰뱅킹 등을 통한 타행 이체 수수료와 자동화기기(ATM) 출금 및 이체 거래 수수료다.이어 17일에는 구체적인 피해 보상안을 내놓기로 했다. 농협에 따르면 전산장애사태로 돈을 제때 인출하지 못해 연체이자가 발생한 고객에게는 전산시스템이 복구되는 대로 즉시 보상에 들어가 늦어도 5월 중에는 모든 보상 절차를 끝내기로 했다. 농협 측은 “연체이자 발생 부분에 대해서는 농협 본부에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따로 피해 신고를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보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체이자 외에 발생한 직간접의 피해에 대한 보상이다. 농협은 피해 규모가 파악되는 대로 관련 부서 및 법률 검토를 거쳐 은행 측에 책임이 인정되는 부분은 보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피해보상 기준과 절차, 피해 입증방법 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고객들은 구체적인 보상안이 나오더라도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돈을 제때 인출하지 못하거나 이체하지 못해 주식이나 아파트를 매매하지 못한 경우는 피해 입증이 쉽지 않다. 매매 행위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은 피해를 입증하는 별도 자료를 확보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신청 파장이 결국 공동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으로 전이됐다. 동일토건, 월드건설, 진흥기업, LIG건설을 비롯한 중견 건설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잇따라 넘어지면서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파라곤(PARAGON)’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알려진 동양건설산업은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공동시공사인 삼부토건이 만기가 돌아온 PF 대출을 갚지 못해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3일 만이다. 동양건설산업 측은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금융기관에서 우리 거래계좌를 동결하고 신용등급도 낮춰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9431억 원으로 도급순위 35위에 오른 중견 건설업체다. 동양그룹과는 관련이 없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신청 파장이 결국 공동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으로 전이됐다. 동일토건, 월드건설, 진흥기업, LIZ건설을 비롯한 중견 건설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잇따라 넘어지면서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파라곤(PARAGON)'이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도급순위 35위의 중견 건설업체 동양건설산업은 15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공동시공사인 삼부토건이 만기가 돌아온 PF 대출을 갚지 못해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3일 만이다. 도급순위 30위권의 중견건설사 두 곳을 잇따라 파국으로 이끈 것은 헌인마을을 둘러싼 무리한 PF가 직접적 원인이 됐다. 한 채당 50억원에 육박하는 초고급 주택단지를 짓겠다는 꿈은 공동 시공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미궁에 빠졌다. 동양건설산업 측은 "삼부토건이 우리와 일체 협의조차 하지 않고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금융기관에서 우리 거래계좌를 동결하고 신용등급도 낮춰 도저히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9431억원으로 도급순위 35위에 오른 중견 건설업체다. 1968년 동양고속운수로 시작해 다음해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고 전기, 도로, 항만, 철도 등의 토목 공사로 영역을 넓혔다. 2000년대 들어 주택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파라곤'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였다. 17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최초로 매출액 1조원을 달성했다. 동양그룹과는 관련이 없다. 동양건설의 PF론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헌인마을 2135억 원과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경기 화성 동탄 파라곤(180억 원)과 청담 파라곤(290억 원), 5월 만기 예정인 경기 김포 걸포동 파라곤(696억 원)과 용인 마북 파라곤(240억 원), 서울 사당3동(500억 원), 오산 계성제지(880억 원) 등 모두 4921억 원에 이른다. 대한주택보증은 동양건설산업이 2007년 분양한 경기 남양주 호평 파라곤과 화성 동탄 파라곤의 입주가 지난해 말 끝났고 분양 진행 중인 아파트는 없어 입주자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날 오후 동양건설에 대해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발령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대표자 심문과 현장 검증 등의 절차를 거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이진기자 leej@donga.com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부실이 금융권과 건설업을 동시에 옥죄고 있다. 저축은행과 건설사 사이에서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 식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제2금융권만의 문제로 보이던 PF 부실이 암(癌)세포처럼 시중은행으로까지 급속히 전이되는 형국이다. 동반 부실 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단기적으로 금융권 공황심리를 진정시키고, 장기적으로 환부를 도려내는 건설업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 건설사 줄도산 공포 14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12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은 회생절차 철회, 호텔 담보 제공, 대출 만기 연장 등을 놓고 대주단과 재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진통을 겪고 있다. 부도 공포에 휩싸인 것은 삼부토건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들어 4개의 중견 건설사가 잇따라 부실화되자 건설업계의 부도 도미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2금융권의 PF 부실이 심각해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사 사정을 봐주고 미래를 기약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하반기 추가 퇴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만기가 돌아오거나 원리금이 연체되는 사업장에서 주저 없이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지난해 말 PF 대출 잔액은 약 27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PF 잔액 38조7000억 원의 71.8%에 해당한다.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 전체 PF 연체율은 12.9%였지만 제2금융권은 증권사 29.8%, 저축은행 25.1%, 할부금융 18% 등 금융권 평균을 훌쩍 웃돌았다. 자산이 비교적 우량한 시중은행도 ‘PF 부실’에 긴장하고 있다. A 은행의 여신담당 임원은 “삼부토건은 건설업계에서 양호한 편에 속했기 때문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건 충격적이었다”며 “이처럼 예측하지 못했던 건설사의 부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이니 걱정이다”라고 털어놨다. 은행권 PF 부실 징후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PF 대출잔액은 줄어들고 있으나 PF 부실채권은 2007년 말 3000억 원에서 작년 말 6조4000억 원으로 21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부실채권에서 PF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9%에서 25.4%까지 증가했다.○ 금융권-건설사 불신 증폭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저축은행과 건설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건설업계와 금융권의 신뢰관계가 무너지고 있는 게 문제다. 은행권에서는 건설업계가 쉽사리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데 불만이 많다. B 은행의 여신 담당자는 “삼부토건처럼 덜컥 기업회생 신청을 해버리면 은행권에서 신뢰가 깨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은 ‘신용’, ‘신뢰’가 생명이기 때문에 한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파장은 엄청나다”고 우려했다. 건설사와 채권단은 물론 건설사 사이에서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업 리스크를 함께 나누었던 공동 PF 사업이 오히려 동반 부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부토건과 공동으로 김포 풍무동사업을 추진하던 한화건설도 14일 “삼부토건의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불똥을 맞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정책의 실패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1월부터 폐지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재입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금융위와 법무부의 이견 때문에 논의가 지지부진했었다. 지금처럼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여신 비중이 30% 수준까지 늘어난 상태에선 사실상 워크아웃이 실현되기는 힘들다. PF 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지급보증에 의존하는 관행을 바꿔야 하고 금융권도 사업성 분석을 통해 지분투자 형식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도 부랴부랴 해결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PF를 포함한 전체 실태를 파악해 (원만한) 처리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기업들, 특히 건설사의 자금난으로 연결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인천 주안역 도시형생활주택 ‘명주 아르디에’ 명주산업개발은 인천 주안역(인천지하철 2호선, 서울지하철 1호선) 더블 역세권에 도시형 생활주택 및 오피스텔인 ‘명주 아르디에’를 분양한다. 지하 2층, 지상 15층에 총 201채(도시형생활주택 129채, 오피스텔 72실)의 유럽형 초미니 아파트다. 인천시내 버스의 대부분이 경유할 만큼 교통이 편리하고 인천시청, 대학가, 산업단지 등이 가까워 배후수요도 많다고. 분양가는 3.3m²당 600만 원 선. 견본주택은 8일 문을 열었고 주안역에 있다. 1588-1731■ 서울 용강동 ‘브라운스톤 용강’ 이수건설은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서 ‘브라운스톤 용강’ 아파트를 분양한다. 지하 2층, 지상 20층에 총 279채 규모로 모두 전용면적 84m²로 구성됐다. 모든 가구가 남향으로 배치돼 일조량이 풍부한 데다 한강 조망권도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청약통장이 필요없고 전매제한이 없다. 주변에 지하철 6호선 대흥역이 있고 5, 6호선 환승역인 공덕역과 마포역이 가까이 있어 교통 접근성도 뛰어나다고. 2282-7442■ 송도신도시 ‘에코메트로 3차 더 타워’ 한화건설은 송도신도시 초입인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서 ‘인천 에코메트로 3차 더 타워’를 분양하고 있다. 최고 51층으로 전용면적 95∼140m² 644채, 오피스텔 46∼81m² 282실 규모. 송도와 해안도로를 통해 직접 연결될 뿐만 아니라 학원가, 대형마트, 문화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고. 계약금을 5%로 낮췄고 중도금 무이자 대출 혜택도 있다. 1600-9800■ 대주건설 ‘용인기흥 피오레’ 대주건설은 경기 용인시에서 ‘용인기흥 피오레’를 특별분양 중이다. 총 2000채 대단지로 128∼262m² 중대형 아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계약금 1000만 원에 1억 원의 실입주금만으로 즉시 입주할 수 있다. 중도금 담보대출 시 회사에서 2년간 이자를 지원해주고 잔금은 2년간 납부 유예된다. 일부 주택형은 분양금 일시불 납부조건으로 분양금의 최대 37.8%까지 할인해준다. 용인∼서울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 접근성도 뛰어나다. 1577-0448}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장에서 만들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업화주택, 이른바 모듈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건설사가 수요자의 주문을 받은 뒤 공장에서 주택을 조립해 배달하는 방식으로 공사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단기간에 주택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세난 대책 중 하나로도 자주 언급된다. ○ 크루즈형주택도 모듈주택으로 인정 그동안 도시형 생활주택은 소형 건축회사가 설계해 지역 내 소규모 건설사가 건축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대형 건설사들이 다양한 소형평면을 개발하고 SK D&D, 스타코, IK주식회사 등이 모듈주택 공급에 나서면서 도시형 생활주택의 건축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모듈주택은 레고 블록 형태의 구조체에 창호와 외벽, 전기배선 및 배관, 욕실, 주방기구 등 50% 이상을 공장에서 생산하고 이를 시공현장으로 운반 조립해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크루즈 선박의 선실 개념을 육상에 옮기는 방식의 ‘크루즈형 주택(CHS)’이 모듈주택으로 인정돼 부산에서 56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짓고 있으며 서울, 부산, 수원 등에서도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SK D&D 등의 업체들은 주로 단독주택 등 저층용 공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모듈주택이 주목받는 것은 1, 2인용 가구 등 소규모 가구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주택이 빠르고 싸게 공급돼야 하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도시형 생활주택, 준주택 등 다양한 주택수요 증가로 모듈주택 시장이 연간 1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집을 빨리 지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기초 부위와 최종 마감재를 제외하고는 하루 만에 집을 조립할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132m² 주택 1채를 짓는 데 일반주택은 기초공사에서 골조공사, 내외장 공사, 마감까지 90일이 걸리지만 모듈주택은 전체 공정이 40일 정도로 단축된다. 공기가 단축되면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거푸집 등 가설공사비용, 공기단축에 따른 현장 인건비 절감이 가능해 공사비의 15% 정도를 줄일 수 있고 표준화로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지면 10%를 추가로 줄일 수 있다. 공사비의 25%까지 절감이 가능한 것이다. 백경호 IK주식회사 사장은 “모듈주택은 공기 단축으로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어 부동산 금융 조달이 훨씬 쉽다”고 말했다.○ 정부 “다양한 인센티브 도입 검토” 일정 기간 사용 후 역순으로 이를 해체해 신축 주택에 재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국공유지에 모듈형 주택 등을 이용해 임시 주거시설을 지으면 재개발·재건축 이주수요에 따른 전세난 등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은 “모듈주택 인증절차 간소화, 인정대상 범위 확대, 수요자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 등 다양한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아직 표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임시주택’이라는 인식을 개선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임석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계획·환경연구실장은 “내화구조 해결, 바닥충격음과 상하층 소음문제, 고층화를 위한 구조안전성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며 “규격과 기술 표준화가 이뤄져야 대량생산이 가능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표준화를 통해 현재 m²당 350만 원 수준인 비용을 2013년까지는 철근콘크리트(RC) 구조(m²당 300만 원)보다 10% 저렴하게 할 계획이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소형 투자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서울 강남권에도 도시형 생활주택이 등장하고 있다. 신원종합개발은 강남구 청담동에 ‘신원아침도시 마인(mine)’을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에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을 갖춘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전용면적 24∼49m² 89채로 구성돼 있다. 청담동은 고급빌라, 외국 유명 명품 거리가 조성된 지역으로 강남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과 연예인 등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강남역이나 테헤란로에 비해 싱글족을 위한 소형주택은 부족한 편이다. 신원종합개발 관계자는 “지역적 특색과 수요자의 눈높이를 고려해 외부는 테라스 설계를 적용하고 내부는 빌트인 가전을 비롯한 풀퍼니시드 시스템, 고급 인테리어 마감재 시공 등으로 청담동에 걸맞은 프라이빗 하우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에도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빈터로 버려져 있던 옛 영동시장 터에 총건축면적 21만2687m², 지하 4층, 지상 11층의 주상복합건물을 짓는다. 현대식 상가와 도시형 생활주택 236채가 들어설 예정이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12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G5센트럴플라자 528호. 시도상선 서울 사무실의 불은 꺼져 있었다.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기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에야 문이 열렸다. 국세청으로부터 전날 해외 탈세 혐의로 4101억 원을 추징당한 권혁 시도상선 회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인생역정과 탈세혐의에 대해 밝혔다. ▶본보 11일자 A1·13면 참조 권 회장은 무일푼으로 시작해 20년 만에 수조 원의 부를 일궈 ‘한국의 오나시스’로 불린다. 그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스스로 “기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권 회장은 “1990년 현대자동차 도쿄 지사의 차장으로 근무할 때만 해도 이렇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1990년 7월 회사를 그만둘 무렵 그는 일본의 종합상사인 마루베니에서 뜻하지 않은 제안을 받았다. 일본의 중고 자동차전용선을 사서 수리한 후 선원들을 태워 다시 원래 선주에게 대선(선박을 일정 기간 용선료를 받고 빌려줌)하는 사업이었다. 마루베니는 선박 구입비를 100% 빌려주겠다는 호의를 베풀었다. 그는 전 재산 1억 원을 투자했다. 현재 그의 회사는 175척의 대형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권 회장의 성공 뒤편에 거액의 탈세가 있다고 본다. 실제 사업 근거지는 한국이며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세금 한 푼 낸 적 없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2007년 일본에서 세무조사를 받고 소득세 20억 엔을 냈고 법인세가 없는 홍콩에서는 개인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며 “전남 목포에 세운 선박블록 공장처럼 한국에 뿌리를 둔 사업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사업은 자리를 잡았지만 한국에서 인정받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에서는 개인이 대형 선박을 소유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권 회장은 “한국 조선소에 배를 발주하려고 했다가 사기꾼이나 브로커가 아니냐는 눈총까지 받았다”며 “하지만 2003년부터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등에 3조7500억 원의 선박을 발주했고 매년 한국 보험사에 100억 원 이상의 보험료를 내는 등 나름대로 한국경제에 기여해 왔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해외 탈세 혐의를 적용한 핵심 근거 중 하나인 국내 거주자 요건과 관련해 권 회장은 “본사가 홍콩에 있고 홍콩 시민권을 신청하는 등 2006년 이후 주로 홍콩에 거주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비거주자 요건인 ‘1년 180일 이내 국내 체류’ 등의 요건을 대부분 지켰다”며 “다만 2007년에는 허리디스크로 삼성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으며 190일 동안 체류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검찰조사와 조세 소송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탈세를 위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는 의혹에는 “해운업에 대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전 세계 해운사가 배를 한 나라에 등록하지 않고 조세, 선원, 안전 규정 등이 유리한 국가에 나눠 페이퍼컴퍼니가 소유하는 식으로 등록한다”며 “선박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선박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위험을 분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권 회장이 국내 거주자이며 중요한 사업행위가 한국에서 이루어졌다는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다”며 “진실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