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며 1030원 선으로 내려갔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2원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한 10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 12일(1034.7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소폭의 오름세로 시작했다. 하지만 수출업체의 달러화 매도 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온 데 이어 오후 들어 외국인이 증시에서 다시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하락세로 반전했다. 유한종 국민은행 트레이딩부 팀장은 “오랜 지지선이었던 1050원 선이 무너지니 시장에서 기대하는 환율 수준이 이미 한 단계는 내려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미국 나스닥 지수가 폭락한 영향으로 전 거래일보다 11.17포인트(0.56%) 하락한 1,997.44로 마감했다. 이로써 코스피는 종가 기준 2,000을 탈환한 지 하루 만에 다시 그 밑으로 떨어졌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커피 전문점, 편의점과 같은 카드 가맹점의 결제 단말기 서버가 해킹을 당하면서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포함한 20만 장의 카드 정보가 유출됐다. 연초 KB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에서 약 1억 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카드 가맹점의 단말기에서도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경찰청이 적발한 판매시점정보관리(POS·포스) 단말기 관리업체 해킹 사고로 10개 회사 20만 장의 카드 고객정보가 빠져나갔다고 11일 밝혔다. 해킹으로 유출된 카드 정보는 신한카드 약 3만5000장, 국민카드와 농협카드 각각 3만 장이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광주은행 카드 1만7000장의 정보가 흘러나갔다. IBK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수천 장에 이르는 카드 정보가 새어 나갔다. 금융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범인들은 가맹점 포스 단말기의 관리업체 서버를 해킹해 저장된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포인트카드 비밀번호 등을 빼냈다. 이를 통해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고객 계좌에서 현금을 불법으로 인출했다. 경찰이 지금까지 밝혀낸 피해 규모는 모두 268건, 1억2000만 원에 이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카드 등 해당 카드사들이 정보가 유출된 고객들에게 카드 재발급을 받으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피해액은 카드사에서 모두 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내년까지 영세가맹점 65만 곳의 포스 단말기를 보안성이 높은 집적회로(IC) 카드용 단말기로 바꿔주기로 했다. 교체 비용은 신용카드 업계가 조성하는 1000억 원의 기금을 활용한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원화 가치가 연일 오르며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자 정부가 외환시장에 전격 개입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석유화학, 전기·전자, 기계업체 등 산업계는 환차손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와 국내 경상수지 흑자 확대, 외국인 자금 유입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개입해 1040원 선 방어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내린 1040.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외환당국의 개입이 소극적일 것이라는 예상에 장중 한때 1031원대까지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환율의 지나친 변동성을 우려한 정부의 개입으로 오후에는 낙폭이 크게 줄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 명의로 “단기간에 시장 쏠림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쏠림현상이 발생할 때는 안정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당국자의 구두 개입 외에도 정부가 직접 달러화를 사들여 환율을 끌어올리는 직접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이 소폭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미국의 초저금리 기조 유지에 따른 달러화 약세 흐름, 외국인 자금의 대량 유입 등 최근의 주변 여건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의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 때문에 정부가 원화 강세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며 “환율이 102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몇 년간 국부펀드 등 양질의 외국인 자금이 원화 채권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환율이 95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3월 이후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9.66포인트(0.48%) 오른 2,008.61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30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00 선을 돌파했다. 원화 강세가 더는 한국 증시에 큰 악재가 아니라는 해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수출 비중 높은 업종 비상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자 산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국세청장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환율 하락이) 걱정이긴 한데 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345만 대를 생산해 235만 대(68.2%)를 수출했다.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연간 매출액이 2000억 원 이상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생산 비중이 50%가 넘고 달러 결제 비중을 10년 전 70%에서 현재 40%까지 줄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내 제조업체의 매출액은 원화 가치가 10% 절상될 경우 3.4% 감소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자동차를 포함한 수송장비와 전기·전자 부문 매출액이 각각 5.2%와 5.0% 줄어들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국내 중소기업들이 올해 평균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환율은 달러당 1066.05원, 적정 환율은 1120.45원으로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10일 기준 환율은 중소기업들이 손익분기점이라고 예상한 수치보다 26원, 적정 환율보다는 80원이나 낮다. 특히 중소기업 가운데 68.4%는 ‘여건상 환 리스크 관리를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김창덕·정임수 기자}

“확실히 비둘기(통화완화론자)는 아닌데, 그렇다고 매(통화긴축론자)의 발톱도 잘 안 보이고….”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금융통화위원회를 지켜 본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 총재는 이날 데뷔 무대인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1개월째 2.5%로 유지했다. 이날의 금리 동결은 시장 전망과 일치해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날 금융계의 이목은 금통위 직후 이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쏠렸다. 그가 어떤 ‘색깔’을 드러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담담한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선 이 총재는 말투부터 전임 김중수 총재와는 달랐다. 김 전 총재가 경제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앞세워 설명하는 걸 즐기는 다변(多辯)가에 가까웠다면, 이 총재는 불필요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다소 과묵한 스타일을 보였다. 말의 속도 역시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시장에 보다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것 같았다”며 “두세 마디마다 쉬어가면서 바닥을 다지듯이 꾹꾹 눌러 담는 어법도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이 총재의 이런 모습은 자칫 ‘초보 총재’로서 말실수를 해 시장 혼란을 야기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비쳤다. 경기 인식도 신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총재는 “현재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속도”라며 최근의 경기회복세에 만족한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여전히 성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라며 수위를 조절했다. 이 밖에 물가, 금리, 환율 등 다른 거시경제 지표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코멘트로 일관했다. 시장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이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 (금리를)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언급이 향후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돼 잠시 시장에서 금리가 들썩이기도 했다. 이현주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매파라고 잘라 말하기도 어려운데 그렇다고 비둘기파도 아니고, 중도와 매파 중간 정도인 것 같다”며 “다만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기대감은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고 평했다. 전임 총재의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시장과의 소통 능력에 대해서는 대체로 합격점을 주는 분위기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이날은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성을 얘기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이 총재의 한은이 향후 어떤 정책을 꾸려나갈지가 전보다 더 예측하기기 쉬워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수정)에서 올해 성장률을 1월에 내놨던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높은 4.0%로 올려 잡았다. 한은은 이에 대해 “국민계정체계(SNA) 개편에 따라 산출 방식이 달라져서 그렇게 된 것이지, 성장세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2.1%로 0.2%포인트 낮췄고, 올해 신규 고용은 50만 명으로 예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반이 넘도록 견고하게 유지되던 환율 마지노선(달러당 1050원)이 마침내 깨졌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급락(원화가치는 상승)한 104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 14일(1039.8원) 이후 약 5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전 환율 저점(低點)은 2011년 7월 27일의 1050.0원이었다. 이날 환율은 개장 때부터 달러당 1046.0원에 거래되며 외환시장에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050원 밑으로 단숨에 떨어졌다. 이후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가 이어지고 원화 강세의 추세가 반전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환율은 장중 1040원 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최근 유럽과 일본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아 달러화가 글로벌 약세를 보인 것도 이날 원화를 초강세로 이끈 원인 중 하나다. 경제전문가들은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에 대해 “주변 여건을 봤을 때 당연한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고, 외국인이 한국기업의 주식을 사기 위해 원화를 사들이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은 예고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다만 연초부터 지금까지 신흥국의 금융불안, 우크라이나 사태 등 예기치 못한 일들이 터졌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잠시 지연됐을 뿐”이라며 “앞으로 큰 변수가 없다면 원화는 더 강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것은 한국경제를 보는 외부의 긍정적인 시각 덕분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기지개를 켜면서 신흥시장의 선두주자 격인 한국 시장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8일 보고서에서 전체 신흥국들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춰 잡으면서도 한국은 3.7%로 1월에 내놨던 전망을 유지했다.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9일 코스피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주의 부진으로 종가 기준 2,000 선 탈환에 실패한 채 마감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인식도 바뀌는 분위기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제 가격보다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품의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 후생이 커지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외환당국도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아 환율 하락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이날 “환율 추이를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에는 시장안정 조치를 생각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원화 가치가 5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9일 원-달러 환율 종가(1041.4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형성된 환율 지지선(1050원) 아래로 뚝 떨어졌다. 원화 가치 상승은 양날의 검이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 긍정적이라는 신호지만 국내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자산 288조 원, 고객 2900만 명의 국내 ‘리딩 뱅크’ KB국민은행이 최근 각종 금융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직원 개개인의 일탈 행위로 넘기기엔 횟수가 너무 잦고 수법도 다양해졌다는 게 문제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이 ‘사고(事故)은행’으로 전락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이 은행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비리·부정 수법 갈수록 대담해져 최근 약 1년간 국민은행 직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각종 금융사고들은 모두 10여 건에 이른다. 상당수가 지난해 7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행장 체제의 출범 이후 집중적으로 불거졌지만 불법행위 자체는 대개 그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는 특징이 있다. 국민은행의 문제는 오랫동안 곪았던 조직 내의 상처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내·외부 인사들의 분석이다. 작은 점포가 많은 소매금융회사는 금융사고 규모도 비교적 소액이 많았다. 하지만 국민은행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의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의 규모는 100억 원이 넘었고,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역시 액수가 4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한 팀장급 직원이 부동산개발업자에게 건넸다가 적발된 위조 서류도 단위가 1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 등 KB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신용카드 정보유출, KT ENS 협력업체의 사기대출 등 올 들어 터진 금융권의 굵직한 사건사고에 단골처럼 이름을 올렸다. 사고가 잇따르자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회장, 행장이 직접 나서 인사 개혁안을 발표하고 임직원결의대회를 여는 등 내부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새해 들어서도 악재가 계속되면서 일시적인 기강해이 차원을 넘어 조직이나 시스템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당초 올 하반기에 잡혀 있던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2분기(4∼6월)로 앞당겨 시행키로 했다.○ 낙하산 인사·파벌주의의 누적된 병폐 표출 국민은행은 지배구조의 특수성 때문에 대다수의 공공기관들과 유사한 문제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9.96%)이 최대주주를 차지하고 외국인 지분이 60%를 넘는 등 지주사의 오너십이 분명치 않아 은행의 경영 전반이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반복된 낙하산 인사로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떨어져 있고,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의 파벌 싸움이 합병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국민은행의 한 중간간부 직원은 “간부나 임원급으로 올라갈수록 인사철만 되면 국민 출신, 주택 출신을 따지는 문화가 어김없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능력보다 연줄 등에 좌우되는 조직문화 속에서 사내(社內)정치와 한탕주의가 횡행하고 금융사고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보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유난히 심하다는 점도 문제다. 2008년 지주사 출범 때는 황영기 회장과 강정원 행장 간의 갈등이 있었고 결국 두 사람 모두의 불명예 퇴진으로 이어졌다. 전임 어윤대 회장은 물론이고 현재의 임 회장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낙하산 논란이 있을 때마다 노조와 대립, 타협하는 과정에서 기강이 해이해지고 내부 통제시스템이 허술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이 있는 하나, 신한은행과 달리 CEO가 자주 교체되다 보니 자기 임기 중에만 ‘반짝’ 하면 된다는 단기 실적주의에 집착할 수 있다는 점도 각종 비리에 대한 불감증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민은행에 크고 작은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데는 서민 금융기관 특유의 조직문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대규모 여신을 만져본 경험이 별로 없는 직원이 많아 사고에 무감각한 면이 있다”고 봤다. 비리와 일탈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과잉대응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매금융 전담 은행인 데다 지점이나 직원 수도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사고가 빈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이상훈 기자}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검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 전 도쿄지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자회사 임원으로 재직 중이던 전 도쿄지점장 A 씨가 이날 목숨을 끊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A 씨를 조사한 적이 있으며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례 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검사를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작년 12월에는 국민은행의 도쿄지점 현지 직원이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금융당국의 검사가 잠정 중단된 바 있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도 부당대출 의혹이 있어 지난달부터 조사를 벌여왔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최근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국민은행에서 직원이 관리하던 수억 원대의 자금이 사라진 일이 발생해 은행이 조사에 나섰다. 7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 영업 감사부는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지점에서 일하는 팀장급 직원 A 씨를 조사하고 있다. A 씨의 친인척 10여 명은 지난 수년간 A 씨에게 자금 관리를 맡겨 왔는데 A 씨에게 맡긴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은행 측에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A 씨가 여러 은행에 돈을 분산 예치해왔기 때문에 친인척의 돈을 얼마나 위탁 관리해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며 “은행원이 자금 관리를 대신한 것 자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위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와 민원인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위탁 자금의 규모나 행방 등 정확한 실태 파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돈이 증시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오가는 돈의 규모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때문에 주식투자의 매력이 부각된 측면도 있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 크다. 거래대금이 늘면서 중개수수료가 수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증권사들의 경영난이 타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전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액이 지난주 6조 원을 돌파했다. 증시 거래대금은 지난해 말(12월)만 해도 4조 원대에 머물렀고 12월 27일에는 3조9646억 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하루평균 5조 원대를 회복했고 이제는 7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3일 거래액은 6조9006억 원으로 지난해 10월 23일(6조9950억 원) 이후 가장 많았다. 이런 추세는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작년 말 한때 1조 원 선을 밑돌던 코스닥 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이 3일엔 2조6542억 원까지 올랐다. 최근 중소형주 위주 코스닥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더 많은 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성노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지수가 2,000을 넘으면 환매물량이 나오면서 번번이 다시 내려가는 코스피 시장에 비해 코스닥 시장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투자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증권사들이 투자자에게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해 말 4조2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조7000억 원에 육박한다. 증시를 낙관하는 투자자들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신용거래융자 잔액 증가 현상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증시에 이런 봄바람이 한동안 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등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호재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의 귀환은 수급 개선으로 이어지며 거래량을 늘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차장은 “미국이 초저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고, 우크라이나 사태도 어느 정도 진정됨에 따라 한국 등 신흥국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외국인들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이원주 기자}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총지출 규모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갈수록 비대화되고 있는 공공부문은 2008년 이후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이 작성한 ‘연도별 공공부문 계정’에 따르면 2012년 공공부문의 총지출은 671조9000억 원으로 2007년(460조1000억 원)보다 211조8000억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의 총지출이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4.1%에서 48.8%로 상승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공공부문 계정 통계는 중앙·지방정부와 공공기관, 공공의 성격을 가진 비영리단체와 각종 기금 등 총 5255개 기관의 경제활동을 포괄한다. 부문별로는 2012년 일반정부의 총지출 규모가 2007년 대비 45.6% 많은 450조8000억 원까지 불었다. 다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7%로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42.4%)에는 못 미친다. 문제는 공기업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혁신도시 건설, 보금자리주택 및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공공기관들의 씀씀이가 눈에 띄게 커졌다. LH, 수자원공사 등 비(非)금융공기업의 지출 규모는 2007년 125조8000억 원에서 2012년 189조1000억 원으로 50% 이상 급증했다. 지출이 많아지면서 손익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공공부문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저축투자 차액은 2008년 이후 5년째 내리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다만 적자 폭은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지출이 많았던 2009년에 58조 원으로 가장 높았다가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대부·신탁업, 사모펀드같이 은행 시스템 밖에서 발생하는 국내 ‘그림자금융’의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3일 한국은행이 정의당 박원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집합투자기구, 신탁계정, 여신전문금융회사, 대부사업자 등 넓은 의미의 그림자금융은 1561조 원으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1428조 원)보다 많았다. 한국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었다.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조사 결과 한국의 GDP 대비 그림자금융 비중은 2012년 기준 108.4%였다. 이는 조사대상 26개국 중 네덜란드 영국 스위스 유로존 홍콩 미국에 이어 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서울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인근에 있는 소형주택 ‘현대썬앤빌’이 일부 잔여 물량에 대한 선착순 수의계약을 진행 중이다. 현대썬앤빌은 분양가가 1억 원대에 불과하고 계약금을 1000만 원가량만 내면 준공할 때까지 추가 부담이 없다. 또 5호선 역세권에 있기 때문에 동대문, 광화문, 여의도, 김포공항 등 서울 주요 지역으로 편리하게 오갈 수 있다. 특히 동부간선도로와 장한평역을 연결하는 도로가 최근 추가로 개통돼 이 지역을 오가는 차량의 통행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주변에 한양대, 세종대, 서울시립대 등 10여 개 대학이 있고 종합병원,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많아 배후 임대수요도 풍부한 편이다. 회사 측은 “이런 수요에 비해 주변 지역의 오피스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실 염려 없이 안정된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델하우스는 장한평역 2번 출구에 있다. 02-6022-3154}
중국과 우크라이나 등 신흥국발(發) 불안요인이 다소 진정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빠르게 복귀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지수가 석 달 만에 장중 2,000선을 돌파했다. 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27포인트(0.26%) 오른 1,997.25로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오전 한때 2,001.26까지 오르며 1월 2일 이후 3개월 만에 장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고 지난달 25일 1,941.25였던 코스피는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증시 상승의 직접적인 원동력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 호조였다. 미국의 3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전달보다 0.5포인트 상승한 53.7을 나타냈다.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50.3으로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난 것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 속도가 생각보다는 빠르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각국이 검토 중인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증시 반등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유럽과 중국은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도 기준금리 인상을 상당 기간 보류하기로 했다. 1일 소비세율을 인상한 일본의 금융시장이 예상보다 탄탄히 버텨주고 있다는 점도 글로벌 투자심리를 호전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장중 15,000엔을 회복하며 전날보다 1%가량 올랐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연초 신흥국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 자금도 다시 유턴하는 추세다.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대만 인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7개국 증시에서 외국인은 1, 2월 각각 8억8000만 달러, 8억4000만 달러를 팔아치웠지만 3월에는 66억8000만 달러 순매수로 전환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그간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과도했고 이들 국가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 사태 등으로 흔들렸던 세계증시가 안정을 찾으며 4월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코스피가 2,000선을 넘으면 차익 실현을 위한 환매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은 부담요인”이라고 말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이원주 기자}

덕산개발은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7길 3-10(잠실동 176-2)에 소형 오피스텔인 ‘잠실렉스빌2차’를 분양한다. 잠실렉스빌2차는 지하 3층∼지상 16층 총 124실 규모로 기존의 렉스빌1차와 연결돼 있다. 현재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과 신천역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로 특히 종합운동장역은 9호선 연장선이 올해 개통돼 환승역이 되면 더 가까워진다. 잠실과 신천역 부근은 관광객 수요가 많고 임대 수요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편이다. 회사 측은 “인근에 롯데월드 타워가 곧 완공되는 등 개발 호재도 있어 투자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in투어’ 여행사가 렉스빌1차에 상주하며 내·외국인 고객 유치를 하고 있고, 각 실에는 벽걸이TV, 침대, 에어컨 등 풀옵션 가구가 제공된다. 02-424-0827}

대림산업은 이달 중 서울 강남구 논현동 276번지에 들어서는 ‘아크로힐스 논현’을 분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복아파트를 재건축해 지어지는 ‘아크로힐스 논현’은 전용면적 56∼113m², 지하 3층, 지상 16∼30층 4개동, 총 368채 규모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84m² 29채, 113m² 28채 등 총 57채가 일반에 분양된다. 대림산업 측은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크로힐스 논현은 지하철 9호선(신논현∼종합운동장 연장선)과 분당선이 이어지는 ‘더블 역세권’에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9호선과 분당선의 환승역인 선정릉역을 걸어서 갈 수 있어 여의도, 고속터미널, 왕십리 등으로 빠르게 오갈 수 있다. 또 봉은사로, 올림픽대로 등을 이용해 강남 및 서울 시내 주요 지역으로 이동하기가 편리하다. 모든 가구는 남향 위주로 배치돼 조망권이 확보되고 일조 및 통풍도 우수한 편이다. 단지 중앙 광장에는 피트니스센터와 실내 골프연습장, 주민 회의실, 라운지 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 시설도 들어설 계획이다. 주차 공간도 넓다. 대당 10cm가 더 넓은 폭 2.4m, 세대당 1.7대의 주차장이 눈에 띈다. 단지 설계는 보행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횡단보도와 문턱, 계단 등의 장애물이 없어 노약자와 임산부, 장애인이 단지 출입구부터 엘리베이터까지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지하주차장은 발광다이오드(LED) 자동 제어시스템이 적용됐다. 조명의 밝기가 입주자와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조절된다. 이에 따라 항시 조명이 켜져 있는 기존의 지하주차장에 비해 에너지 절감효과가 크다. 또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주위에 있는 비상콜 버튼을 누를 수 있다. 단지 인근에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코엑스 등 대형 쇼핑시설이 많다. 입주는 지하철 9호선 연장선의 개통 시점과 같은 올 12월로 예정돼 있다. 본보기집은 신사동 631번지에서 이달 11일 문을 열 예정이다. 1600-0188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대명리조트가 창립 35주년을 맞이해 콘도, 골프, 스키, 승마, 오션월드, 아쿠아월드를 회원권 하나로 즐길 수 있는 특별상품을 내놨다. 일시불로 가입하면 정상가에서 8%를 할인받고 기존의 회원 혜택에 더해 신규 특별혜택도 제공받을 수 있다. 개인기명, 무기명 및 법인 명의로도 분양이 가능하다. 리조트의 회원으로 가입하면 골프, 스키, 오션월드, 직영 아쿠아월드 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에 즐길 수 있고 전국의 대명리조트 11곳을 자유롭게 예약해 사용할 수 있다. 대명리조트는 총 7757실에 이르는 국내 최대규모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내용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이번 특별회원 모집에 대한 카탈로그를 배송해 준다. 02-555-5898}

이주열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1일 취임사를 통해 경기회복세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뜻을 밝혔다. ‘매파’(통화긴축주의자) 성향으로 알려진 자신의 이미지에 균형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배포한 취임사에서 “경제구조와 대외환경 변화에 상응해 한은의 역할과 책무가 재정립돼야 한다”면서 “현 통화정책 운영체계가 물가안정뿐 아니라 금융안정과 성장 또한 조화롭게 추구하라는 국민의 시대적 요구를 담아낼 수 있을지 깊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그간 이뤄진 다양한 개혁조치 가운데 긍정적인 면은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전임 김중수 총재의 한은개혁을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계승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면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업무능률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을 드러낸 조치가 있다면 조속히 개선하겠다. 오랜 기간 쌓아 온 실적과 평판이 (인사의)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전임 총재의 파격 인사로 불만이 높은 한은 내부의 분위기를 다독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여러 차례 시장의 예측과 다르게 기준금리를 결정해 소통에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은 김 전 총재를 의식한 부분도 있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핵심은 경제주체의 기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며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운용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책효과를 제고해 나가겠다”라고 설명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세계 주요국들이 조만간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금리 인상 시점을 당초보다 연기할 방침을 내비쳤다. 그 덕분에 중국의 경기둔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기존의 악재는 여전한데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옐런 의장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고용 부진 등 현 경제 상황을 봤을 때 중앙은행의 긴급지원 조치가 상당 기간(for some time)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이 종료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은 한동안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달 19일 “금리 인상 시점은 양적완화 조치를 끝낸 뒤 대략 6개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해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미국이 경기 긴축속도를 늦추기로 한 가운데 다른 주요국들은 새로운 부양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유럽은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09년 11월 이래 가장 낮은 0.5%까지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의 문턱에 다다랐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3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추가 경기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에도 결국 미국식 양적완화 정책이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역시 조만간 지급준비율 인하 등 새로운 정책수단을 공개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지난주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발언해 이런 예측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1일부터 시작된 소비세 인상으로 2분기(4∼6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된 일본도 지나친 경기 급락을 막기 위해 아베 정부가 사력을 다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게 되면 한국에는 금융과 실물 양면으로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내 증시는 지난달 26일 이후 1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이 기간에 외국인은 모두 1조 원 안팎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었지만 주요국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실물경제 차원에서도 주요국들이 모두 주요 수출대상국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에 들어가면 이는 엔화 약세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수출기업들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회복세를 보이던 글로벌 경제가 다시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각국 정부가 부양책을 동원해 이를 막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경기부양이 현실화하면 국내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증시가 오르고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이원주 기자}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31일 자신을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비유하는 내용을 담은 장문의 퇴임사를 남겨 한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총재는 이날 배포한 A4용지 20장 분량에 41개의 주석까지 달린 논문 형태의 퇴임사에서 “모든 개혁은 우선 상황을 악화시킨 후 시간을 두고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개혁의 일반적 법칙으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었다”며 “히딩크 전 감독도 한때 계속 5 대 0의 스코어로 참패해 ‘오대영’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임기간 4년 중 추진했던 한은 개혁이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스스로 변호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한은 개혁 작업은) 궁극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겸비해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라며 “히딩크 전 감독이 불러일으킨 변혁도 글로벌 시각의 중요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는 “중앙은행 총재의 자격과 경력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수 있지만 경제 전반에 걸친 경륜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며 미국과 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백악관이나 총리 경제보좌관 근무 경험이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김 전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그는 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와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 사고는 국제적 조류에 맞지 않는다”며 “기존 조직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그 조직을 변화시킬 유인을 갖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순수 한은맨’인 신임 이주열 총재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김 전 총재는 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퇴임의 변을 마쳤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