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들이 조만간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금리 인상 시점을 당초보다 연기할 방침을 내비쳤다. 그 덕분에 중국의 경기둔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기존의 악재는 여전한데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옐런 의장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고용 부진 등 현 경제 상황을 봤을 때 중앙은행의 긴급지원 조치가 상당 기간(for some time)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이 종료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은 한동안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달 19일 “금리 인상 시점은 양적완화 조치를 끝낸 뒤 대략 6개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해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미국이 경기 긴축속도를 늦추기로 한 가운데 다른 주요국들은 새로운 부양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유럽은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09년 11월 이래 가장 낮은 0.5%까지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의 문턱에 다다랐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3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추가 경기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에도 결국 미국식 양적완화 정책이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역시 조만간 지급준비율 인하 등 새로운 정책수단을 공개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지난주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발언해 이런 예측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1일부터 시작된 소비세 인상으로 2분기(4∼6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된 일본도 지나친 경기 급락을 막기 위해 아베 정부가 사력을 다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게 되면 한국에는 금융과 실물 양면으로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내 증시는 지난달 26일 이후 1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이 기간에 외국인은 모두 1조 원 안팎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었지만 주요국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실물경제 차원에서도 주요국들이 모두 주요 수출대상국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에 들어가면 이는 엔화 약세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수출기업들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회복세를 보이던 글로벌 경제가 다시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각국 정부가 부양책을 동원해 이를 막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경기부양이 현실화하면 국내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증시가 오르고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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