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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량이 급감하는 방학철이 되면 병원마다 혈액 부족을 호소하는 곳이 많다. 올해 겨울 혈액 재고량도 하루 혈액 필요량의 2, 3일 치 수준인 날도 많았다. 혈액 재고량이 5일 치는 있어야 정상이지만 15일 대한적십자가 밝힌 혈액 재고량은 3.6일 치다. 혈액 부족 사태는 감염병이 돌아 헌혈 기피 현상이 확산될 때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2009년 신종플루와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는 혈액 재고량이 2일 치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보건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유행 여파로 헌혈량이 줄어들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에 다녀오면 한 달가량 헌혈을 하면 안 된다. 이런 현상이 혈액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혈액 부족 사태가 만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헌혈 참여 독려 이상의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혈액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수혈 감소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지난 5년 동안 수혈량이 약 40% 줄었다. 수술 등 치료 과정에서 수혈을 최대한 줄이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앞장선 성과다.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다른 사람의 피를 자신의 몸에 주입하는 수혈은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며 “혈액 부족 만성화를 해결하려면 무수혈 수술 등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량 철분주사를 활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인 수혈 감소 치료법이다. 고용량 정맥철분주사제는 철분을 환자의 정맥에 주입해 적혈구 내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약제다. 출혈이 예상되는 수술을 하기 전 주사제를 투입하면 수혈량을 줄일 수 있고, 적정 헤모글로빈 유지에도 유리하다. 이 주사제는 암을 비롯해 인공관절, 제왕절개, 심뇌혈관질환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국 등 2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실제로 대장절제 수술 이전에 고용량 철분주사제를 투여 받은 환자는 9.9%만 수혈이 필요했다. 하지만 주사제를 맞지 않은 사람은 38.7%가 수혈을 받아야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인공고관절치환술을 받은 김은선 씨(63)도 무수혈 수술의 효과를 체험했다. 평소 같으면 수술 중 400cc 이상의 수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용량 철분주사제를 투여받고 헤모글로빈 농도를 유지하면서 수혈 없이 수술을 마쳤다. 김 씨는 “수술 후 하루 만에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회복이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무수혈 수술을 위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국내 회사가 출시한 고용량 철분주사제는 1000mg의 철분을 15분 만에 투여받으면 돼 치료 시간이 단축됐다. 기존까지의 정맥철분주사제는 고용량 투여가 어려워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해야 했고, 1회 투여 시 40분 이상 소요됐다. 박 교수는 “고용량 철분주사가 더 활성화돼 만성적인 혈액 부족 사태가 해결되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10년 전만해도 항암제는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폭격을 했다면 이제는 무장한 적군만 골라서 타격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명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대장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0년 전에는 대장암에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의 수가 적었고 항암제를 막상 투입해도 암과 정상세포 모두를 파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종양세포만을 골라서 죽이는 표적항암제가 개발돼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대장암 전문가인 이 교수를 15일 만나 대장암 치료기술의 발전상에 대해 들어봤다. Q. 과거 대장암 치료는 어떤 수준이었는지. A. 제가 종양내과 전문의를 막 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장암은 환자가 조금씩 늘고 있었지만 의료계에서 관심이 크지 않은 질환이었다. 치료기술도 외과적 수술, 방사선 치료, 고주파술, 표적치료 등 여러 가지가 막 시도되고 있었지만 기술력이 지금보다 떨어졌다. 대장암에 쓸 수 있는 항암제도 한두 가지가 전부였다. 대장암이 전이될 경우 사실상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Q. 최근 대장암 환자들이 달라진 게 있다면….A. 1990년대만 해도 대장암은 3, 4기 이후에 진단을 받는 경우가 50% 이상이었다. 말기(4기)에 진단을 받아 손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전체의 20% 가까이 됐다. 조기 발견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장내시경의 증가 덕에 초기 진단이 늘었다. 대장내시경 기술, 수면내시경 등 기술이 발전한 것도 조기 진단이 느는 이유다. 조기 진단이 늘면서 당연히 생존율과 치료 경과도 좋아졌다. Q. 대장암 4기는 어떤 상태인가. A. 암 4기라는 뜻은 광범위한 전이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는 종양이 단순히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는 것 이상을 뜻한다. 암이 혈액이나 림프액(임파선)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장암이 간에 전이됐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이미 암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혈액 안에 암이 숨어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이는 암을 전부 제거했다고 해서 암을 모두 제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Q. 표적치료제는 무엇인가. A. 항암치료는 국소 종양만 치료하는 방사선 치료, 먹거나 주사로 맞는 항암제, 표적치료제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표적치료 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처럼 정상 세포까지 죽이는 것이 아닌, 특정 표적암만 찾아다니면서 죽인다.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생존기간에도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폐암 4기 환자가 항암치료로 약 6개월을 생존한다면 표적치료제로는 2∼3년까지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 Q. 표적치료는 얼마나 효과가 있나. A. 대장암은 표적치료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기존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 효과가 상대적으로 좋아진다. 4기 대장암 환자가 항암제만 쓸 경우 생존기간이 12∼18개월 정도라면 기존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면 24∼28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다. 기존 항암제는 사용을 해도 종양을 아예 줄이지 못하는 경우가 70%가량 되는데 표적치료제와 함께 쓸 경우 이 비율이 40% 이하로 떨어진다. 기존에는 대장암은 전이가 1, 2개 부위만 됐을 때만 수술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이상 전이가 됐더라도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종양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수술이 가능해진 사례도 있다. Q. 표적치료도 진화하고 있다는데…. A. 표적치료도 완벽한 치료는 물론 아니다. 기존 치료제와 함께 써도 종양이 줄지 않는 경우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유전자검사다. 특정 유전자 타입에만 잘 통하는 표적치료제가 있다. 현재 대장암 치료에 사용되는 표적치료제 2종 중 얼비툭스라는 치료제는 종양 조직에 유전자 돌연변이(RAS)가 없는 사람에게 효과가 배가된다. 항암제를 쓰면 그 독성을 감내하고 난 뒤에 종양이 줄어들지 기다려야 한다. 치료 효과가 작을 경우 환자들이 낙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유전자검사를 하면 이런 소모적인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된다. Q. 유전자검사와 표적치료는 보편적인가. A. 이런 표적치료 방식은 일선 대학병원에서 대부분 사용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이 약은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돼 부담도 작은 편이다. 원래 약값이 한 달에 400만 원가량으로 6개월가량 투여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5%(월 20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아쉬운 것은 대장암 환자가 최초로 항암제를 투입할 때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2014년 건강보험 적용 이전에 다른 항암제를 먼저 썼던 분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 정부에서 고려를 해줬으면 한다. Q. 마지막으로 대장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대장암 환자들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항암치료에 대해 “고생만 하다가 효과도 못 보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환자가 있는데 효과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 과거와 다르게 여러 치료법이 도입됐고 지금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방역체계 핵심인 질병관리본부의 사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현장 인력 10여 명이 감사원 징계를 받았고,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병관리본부장 자리는 주요 인사들의 고사로 두 달가량 비어 있어야 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우회적으로 담은 “니가 가라, 오송(본부가 위치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당당히 방역 최전선에 가겠다고 자청한 사람이 있다. 메르스 이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채용에서 의사 출신으론 유일하게 신규 임용된 김민경 씨(36·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 씨는 감염병 분야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재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감염내과에서 수련의를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전임의(펠로)로 1년을 더 일하기도 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수년 안에 대학병원의 교수로 임용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김 씨는 과감하게 안정적인 길을 접고, 공공의료 영역에 도전장을 냈다. “전문의 동기들은 거의 교수를 꿈꾼다. 하지만 모든 감염내과 전문의가 교수가 될 필요는 없다. 감염병은 1 대 1 진료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방역 전문가로서 소신껏 능력을 발휘해보고 싶었다.” 김 씨의 당찬 포부다. 정부는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역학조사관 충원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우수한 의사의 지원이 많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메르스 사태 후 대대적인 징계로 인해 ‘권한은 적고 책임만 많은 자리’라는 인식이 커졌고, 보수도 전문의 평균 연봉(약 9000만 원)에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사 출신(가급) 7명 모집에 4명이 합격했지만 1명이 임용을 포기하면서 3명만 남았다. 그나마 3명 중 1명은 질병관리본부 근무 경험이 있는 인력이고, 1명은 임용 연기를 요청한 상태. 사실상 신규 임용은 김 씨가 유일하다. 김 씨는 “나는 특별히 사명감이 큰 사람은 아니다. 단지 고 이종욱 박사(전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를 보며 키운 꿈을 한번은 실행에 옮기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의사들이 사명감이 없다고 지적하기 이전에 정부가 과감한 투자로 질병관리본부를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의사들이 가고 싶은 매력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놨다. 정부는 김 씨와 같은 우수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비정규직 역학조사관이 성과를 내면 향후 의사 출신 보건행정직 채용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김 씨는 서울시 감염병관리사업지원단에서 일하며 방역체계의 문제점을 체감했다고 한다. 김 씨는 “정부에서 지침을 줘도 일선 보건 인력은 판단을 내리거나 책임을 지는 행동을 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라며 “선진화된 방역체계에서는 용기를 내서 행동한 사람들이 징계 대상이 되는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용기를 내 행동한 사람이 징계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선진화된 방역체계는 뭘까. 김 씨는 망설임 없이 “미사일을 쏘지 않더라도 최고의 미사일을 갖고 있어야 국방 강국이듯 최첨단 방역 기술과 함께 잘 훈련된 사람들이 언제든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라며 “지카 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이 들어와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준비된 방역관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청주=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1991년 프로야구 해태와 빙그레의 한국시리즈 3차전. 먼저 2패를 안은 빙그레의 운명을 걸머지고 등판한 송진우는 역투를 이어갔다. 8회 투아웃까지 단 한 차례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퍼펙트게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이후 연속 안타를 맞고 대기록 대신 패전의 멍에를 써야 했다. 그날의 패배 후 빙그레는 우승을 맥없이 내줬다. 송진우의 후예인 류현진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2014년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의 류현진은 신시내티전에서 7회까지 21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하지만 퍼펙트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온 8회 연속 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긴장 속 TV 앞을 지켰던 국내 팬들은 긴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철지난 야구 이야기가 생각난 건 바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완벽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우리 사회에 과도하게 퍼져 있는 것 같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보면 지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중남미 등지에서 감염된 환자가 항공편을 통해 입국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지카 청정지역으로 만들려는 강박에 시달리기보다는 유입 이후의 냉정한 대처가 더 중요하다. 국내 유입이 곧 전염병 창궐로 인식돼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위기 발생 시 국민 소통 방법)에 실패했던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돌이켜 보자.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미 한 마리도 지나치게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부의 확신에 찬 어조는 ‘신종 감염병은 절대 국내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악(惡)’이라는 인식을 키웠고 이후 더 큰 혼란과 불신으로 돌아왔다. 세계 어느 나라건 하루면 닿는 글로벌 시대에서 감염병은 지진처럼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자연적 현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메르스와 달리 지카 바이러스는 호흡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성인 감염자의 80%는 별 증상이 없고, 2주가량의 휴식만으로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고 한다. 소두증 우려가 높은 임신부의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 방문을 자제시키고, 여행 이후라도 헌혈, 성관계, 임신 등 몇 가지만 유의하면 과도하게 공포를 가질 이유는 없다. 국내 무대 시절 류현진은 ‘퍼펙트게임을 절대 달성할 수 없는 투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주자를 단 한 명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강박적인 피칭보다는, 주자가 나가도 흔들리지 않는 배짱과 뛰어난 완급 조절 및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면서 최고 수준의 투수로 성장했다. 감염병에 대처하는 자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 사회를 무균실로 만들겠다는 강박은 역으로 혼란을 키울 수 있다. 균이 침투해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과 냉정한 대응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과도한 공포 때문에 혼란을 겪는 일은 메르스 단 한 번이면 충분하다.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한 번만 더 항암치료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고 믿었는데….” 고 정종현 군(사망 당시 9세)은 2007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10년까지 3년 동안 16차례 항암치료의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의료진은 17차 항암치료까지만 마치면 완치의 길이 열릴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부모는 곧 완치될 걸로 믿었다. 하지만 2010년 의료진의 항암제 투약 실수로 인한 부작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정맥주사를 해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다른 항암제(시타라빈)로 오인해 척수강 내로 주입한 것이다. 두 항암제를 연이어 맞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였다. 종현이는 투약 실수 열흘 만에 신경 손상으로 사망했다.○ 반복되는 같은 유형의 의료사고 문제는 이와 같은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아직도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종현이가 세상을 떠난 뒤 2012년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도 똑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이와 같은 항암제 투약 오류로 인한 의료분쟁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믿기지 않지만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전문가들은 현대 의료기술이 전문화되면서 자기 전공 분야를 제외한 분야의 부작용 사례를 공유하기가 어려워진 점을 꼽는다. 또 의료사고가 일어나도 병원 외부로 적극적으로 알리고, 재사고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의사들이 의료사고 유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민호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한양대 명예교수)은 “현대 의사는 자기 전공만 잘 아는 기능공에 가깝다”며 “예를 들어 의사들이 컴퓨터단층촬영(CT) 이전에 먹는 조영제로 인한 부작용 발생 비율의 수치는 알아도, 조영제와 함께 먹을 때 문제가 되는 당뇨병 약 등 세부적인 지식까지 얻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기상예보처럼 의료사고 주의보 시스템 가동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료사고 주의보’ 시스템을 7월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마치 기상예보처럼 최근에 많이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유형과 대처법을 의료기관, 의과대학, 일반 국민에 상세하게 알리겠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환자안전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이르면 18일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의료사고 주의보 시스템 가동을 위해 7월부터 의료사고 사례를 직접 수집한다. 환자안전법이 시행되는 7월부터 의료기관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사망, 장애, 장해 등의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는 병원장, 환자안전 전담인력, 의료인뿐 아니라 환자 자신과 보호자도 할 수 있다. 서면, 우편, 팩스뿐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다. 정부는 이 정보들을 의료분쟁 전문가들과 분석해 최근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 종류와 유형을 도출해 의료 현장에 ‘의료사고 주의보’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이뿐만 아니라 의료사고 예보 시스템 효율화를 위해 3년 안에 원스톱 사례 수집과 보고가 가능한 온라인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복지부는 의료사고 사례 수집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개인정보 누출을 막기 위해 비밀누설자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미국은 환자안전사고 보고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이미 연 871억 원을 투입해 매년 약 9만8000건의 사고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이 자료들은 의료사고 예방 활동의 근거가 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사고 사례를 모아 의료사고 예방 가이드라인이나 국가 공인 교재를 발간해 의료인들이 최신 사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하겠다”라며 “주의보 시스템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환자안전 업무 관련 전담과 신설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한방·치과병원도 환자안전 전담인력 뽑아야 복지부는 의료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환자안전 전담 의료인에 대한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200병상 이상 병원뿐 아니라 요양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은 7월부터 1명 이상의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의무 채용해야 한다. 300병상 이상이면 2명이다.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사고를 예방하는 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각 의료기관에서 사고가 일어나도 ‘쉬쉬’ 하는 분위기 속에 분쟁을 막기에 급급했다. 이렇다 보니 의료사고 피해자가 구제받기도 쉽지 않았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사고 분쟁 및 조정 신청을 해도 의료인이 거부하면 조정이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민사소송이 마지막 끈이지만 정보 부족 속에서 자신이 모든 걸 입증해야 하는 소송에서 피해자가 이길 가능성은 낮은 실정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강원 원주, 충북 제천에서 주사기 재사용에 의해 C형 간염이 집단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보건당국은 12일 “강원 원주의 한양정형외과를 방문한 환자 중 115명이 C형 간염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충북 제천의 양의원에서도 주사기 재사용이 발견돼 역학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C형 간염 집단 발생은 주사기 재사용 때문으로 분석됐다. 원주의 C형 간염 감염자들이 모두 본인 혈액에서 추출한 혈소판을 재주입하는 자가혈 주사시술(PRP)을 받았기 때문. 당국은 1차적으로 2011∼2014년 이 병원에서 PRP를 받은 927명을 조사해 115명의 C형 감염자를 찾아냈다. 이 중 101명은 즉각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다나의원 감염자(95명)보다 많은 수치다. 감염자는 더 늘 것 같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0년 동안 이들 병원에서 주사, 봉합 등의 처방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C형 간염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은 원주 한양정형외과 1만3000여 명, 제천 양의원 4만여 명 등 최대 5만3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보건당국이 지난해 4월 C형 간염 의심환자를 인지하고도 정확한 발병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다 11월부터 늑장대응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4∼7월 원주에서 C형 간염 의심신고 14건을 받아 역학조사를 실시했지만 원인을 못 밝힌 채 8월 조사를 끝냈다. 이후 11월 3명의 추가 의심신고를 받고서야 재차 역학조사로 감염자들이 모두 PRP를 받았다는 점을 밝혀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7월까지는 14명의 C형 간염 유전자 타입이 제각각이라 한 병원에서 발병했는지 확정할 수 없었고, 침이나 치과 치료 등 감염 의심 경로도 다양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복지부는 주사기 재사용 등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끼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의료법상 주사기를 재사용할 경우 면허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는 게 전부다. 복지부는 의료 일회용품 재사용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게 하는 것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강원 원주에서 주사기 재사용에 의해 C형간염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사건과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주사기를 재사용하다 적발되면 의료 면허를 취소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강원 원주의 한양정형외과를 방문한 환자 중 115명이 C형간염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라며 “지난해 다나의원 사건과 같이 주사기 재사용이 집단 감염의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C형간염 감염자들은 모두 이 병원에서 자가혈 주사시술(PRP)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환자의 혈액을 원심 분리하면서 추출한 혈소판을 환자에게 다시 주사하는 시술이다. 일부 병의원이 인대 및 피부 재생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부의 신의료기술평가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판명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2014년 동안 이 병원에서 PRP 시술을 받은 927명을 조사해 115명의 감염자를 찾아냈다. 이 중 101명은 즉각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다나의원 사태 당시의 감염자(95명)보다 많은 수치다. 보건당국은 이 병원에서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14명의 C형 간염 의심환자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11월에야 PRP 시술을 받은 환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4~7월 역학조사 결과 환자 14명의 유전자 타입이 제각각이고, 침 치과 치료 등 다양한 감염의심 경로를 가지고 있어 한 개 병원에서 집단 발병했다고 추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11월 추가 신고 된 환자로부터 PRP 시술 사실을 인지한 뒤 정확한 감염 경로를 알 수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원주 뿐 아니라 충북 제천의 양의원에서도 주사기 재사용이 확인돼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주사기 재사용 등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끼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의료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 의료법상 주사기를 재사용해도 면허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는 게 전부다. 주사기 재사용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주사기 재사용 의심 의료기관을 선별해 일제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포상금 지급제도를 활용해 자진 신고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카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는 9일 장시(江西) 성에 사는 34세 남성을 격리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이 남성은 지난달 28일 남미의 베네수엘라를 여행하던 중 발열과 두통 등 감염 증세를 보여 현지에서 진료를 받은 뒤 5일 돌아왔다. 이웃 중국에서 첫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한국에도 감염환자의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보건당국은 중국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함에 따라 국내에도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검역인력 보강과 항공기 소독 등 방역체계 강화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는 설 연휴 기간(5∼10일) 해외로 떠난 사상 최다 95만여 명의 여행객이 이번 주말(14일)까지 입국할 것으로 보고 감염 발생 국가 방문객에 대한 인천공항 검역을 강화한다고 10일 밝혔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검역인력 42명을 3교대로 투입하면서 31개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를 다녀온 사람 중 의심환자를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발 비행기가 들어오는 시간(주 3회)에는 해당 게이트에 6명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모기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5월 이전에 신규 검역인력 27명을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검역인력들은 열감지 카메라를 통해 체온이 37.5도 이상인 입국자를 찾아내 지카 바이러스 의심 국가를 방문했는지, 두통 관절통 근육통 결막염 발진 등 의심 증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의심환자로 분류될 경우 즉각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는 인체 간 전염이 되지 않고, 대부분 경증으로 지나가므로 별도의 격리 치료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지카 바이러스 확진환자도 체온이 정상인 가운데 피부 발진도 가라앉는 등 호전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은 “발생국을 방문했을 경우 헌혈, 피임기구 없는 성접촉을 피하고 임신을 1개월가량 연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격리 치료는 하지 않지만 의심환자가 나오면 환자별 의료기관이나 보건소 연결 등 적절한 치료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지카 바이러스와 의심 증상이 비슷한 모기 감염병인 뎅기열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초기에 지카 바이러스 의심환자로 분류됐다가 뎅기열로 판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뎅기열 환자는 아스피린(해열진통제)을 복용할 경우 출혈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항공기에 대한 검역도 강화됐다. 보건당국은 중남미에서 국내로 오는 비행기(주 3편)의 경우 출발 1시간 전과 도착 후 기내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비행기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모기가 국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인천공항 전체 소독도 월 1회에서 2회로 확대했다. 홍성진 질병관리본부 검역지원과장은 “모기가 서식하는 시기(5∼11월)가 아니지만 제주공항은 모기 채집 및 분석 작업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의심환자 신고는 국번 없이 콜센터(109)로 하면 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인천공항검역소장(고위공무원단급)의 직무대리에 김홍중 전 복지부 감사과장(부이사관)을 임명했다. 복지부는 메르스 징계가 확정되는 3월 이후 정식 소장 발령을 낼 예정이다. 보건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도 방역 최전선인 인천검역소의 수장 자리를 두 달째 공석으로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혼 남녀들이 ‘왜 결혼을 안 하느냐?’는 질문에 ‘자기 발전을 위해’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고령화 대응 관련 국민 욕구 조사’를 실시해 8일 발표한 내용이다. 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녀의 35.9%는 ‘자기발전을 위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집 장만의 어려움(14.8%)’, ‘고용의 불안정성(12.7%)’, ‘결혼 생활과 일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는 점(11.8%)’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남녀는 다소 다른 답변을 하기도 했다. 남녀 모두 결혼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자기발전’을 들었지만, 두 번째 이유로 남성은 집 장만의 어려움(19.0%), 여성은 ‘결혼과 일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는 점(18.0%)을 각각 꼽았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세계보건기구(WHO)가 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小頭症) 확산 사태에 대해 ‘국제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WHO의 비상사태 선포는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5월 소아마비, 2014년 8월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에 이어 네 번째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이날 외부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긴급위원회 화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긴급위원회는 최근 브라질 등에서 보고된 소두증과 그 밖의 신경장애 사례가 이례적인 일로 다른 지역의 공중보건에 위협이 된다고 권고했다”며 “국제적인 신속한 공동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상사태를 선포하지만 다른 국가로의 여행이나 무역을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비상이 걸렸다. 보건복지부는 2일 “해외 발병지에서 감염된 환자가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방역 태세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은 브리핑에서 “모기가 활동을 시작하는 5월 이후 국내에서 첫 감염자가 나오고, 추가적인 전파가 이뤄질 경우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을 2주 이내에 방문하고, 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과 함께 근육통 두통 결막염 등 증상을 동반한 경우 유전자 검사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남미 지역에서 들어오는 항공기의 경우 소독을 강화하고, 비행기 내외의 모기를 채집해 바이러스 유무를 체크하는 등 공항 방제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유근형 기자}

“국내로 지카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대규모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보건 당국의 분석이다. 중남미, 동남아 등 해외에서 감염된 사람이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호흡기로 전파되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대규모 2, 3차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대규모 확산 5월 이후에도 가능성 낮아 보건 당국은 모기가 활동하지 않는 4월까지는 추가 전파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는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고, 흰줄숲모기도 국내 모기 개체의 약 3%에 불과해 5월 이후에도 전파 가능성은 낮다는 것.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은 “지카 바이러스와 비슷한 전파 경로를 보이는 뎅기열 환자도 국내 2차 전파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국내 모기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도 아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방역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2일 오전 개최한 ‘지카 바이러스 위기평가 및 대책회의’의 주재자를 당초 질병관리본부장 직무대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급히 격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보건 비상사태에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감염자의 입국 시 방역 매뉴얼과 모기 활동 시기 이전 이후의 방제 대책을 보다 철저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의심신고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유전자 검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일단 지카 바이러스 유행지역을 2주 이내에 방문한 사람이 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 증상을 보이면서, 근육통 두통 결막염 등의 증상까지 동반할 경우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기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2일 현재 총 7건의 의심환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진행됐다. 4건은 음성으로 판명됐고, 3명은 아직 결과가 안 나왔다. 현재는 국립보건연구원 신경바이러스과에서 하루 30건 정도의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지만 국립보건환경연구원, 일선 병원 등으로 검사 시행 기관을 늘리는 걸 검토키로 했다. 지카 바이러스와 길랭바레 증후군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로 했다. 이 증후군은 급성으로 말초신경, 척수, 뇌신경 등을 파괴해 근육을 약화시키거나 마비시키는 희귀 질환으로,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유행 뒤 갑자기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정 센터장은 “2015년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가 전년보다 18.7% 늘었다”며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뿐 아니라 다른 질환에 영향을 주는지도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석 달간 생존 가능 모기 방역 강화 보건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에 대한 방역도 강화하기로 했다. 모기가 비행기 수하물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수입되는 목재에 묻어 들어올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 동아시아의 흰줄숲모기가 수출용 중고 타이어를 타고 미국까지 건너가 대규모로 번식한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폐타이어나 깡통의 고인 물에 서식하는 모기는 최대 석 달간 생존이 가능하다. 보건 당국은 공항이나 수하물검역소 인근의 방제를 강화하는 한편 전국의 모기 분포와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에 대한 전국 분포 조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과거 11개 권역으로 나눠놨던 조사 대상 지역을 더 촘촘하게 늘리고 시기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겼다. 이를 통해 국내에 서식하는 26종의 모기 특성과 분포 비율을 정확하게 파악해 방역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이 업무를 맡는 질병매개곤충과의 인력은 정규직 5명, 비정규직 12명이 전부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모기가 많아지는 4월 이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행동수칙을 임신부 일반국민 의료기관 의심환자 등으로 세분해 발표했다. 특히 산부인과학회와 공동으로 소두증 관련 교육 홍보 자료를 개발 배포하는 등 임신부 보호 대책을 강화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브라질에서 신고된 소두증 사례는 4000건가량. 이 중 500건의 역학조사 결과 230건이 지카 바이러스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년보다 15배 급증한 수치다. 권자영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를 앓았더라도 완치된 이후라면 임신을 해도 된다. 임신부가 위험 지역을 방문했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3, 4주에 한 번은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유근형 noel@donga.com·이정은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 바이러스 비상사태 선포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이를 제일선에서 막아야 할 국내 방역의 핵심 자리가 비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역 최전선의 수장인 인천공항검역소장은 두 달째 공석이고, 1월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병관리본부장은 계속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인천검역소장 인선을 땜질식으로 진행한 것이 방역 공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천검역소장(고위공무원단급)은 1월 4일 김원종 전 소장이 퇴직한 뒤 공석이다. 감사원의 메르스 징계 여파로 고위공무원 4명이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라 소장 후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소장을 임명하려면 다른 업무를 맡고 있는 복지부 국장을 빼내 발령을 내거나, 부이사관급 공무원을 승진시켜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대기발령자들이 고위공무원단 정원(TO)을 차지하다 보니 승진 발령을 낼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급한 대로 부이사관급 공무원을 인천검역소만 전담하는 소장 직무대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서기관급 사무과장이 소장역을 대행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인천검역소장을 지낸 6명 중 1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은 단 1명뿐이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인천검역소장직이 ‘잠깐 머무르는 곳’ 또는 ‘좌천성 인사 자리’라는 인식까지 남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땜질식 돌려 막는 인사를 하면서 소장 자리가 자주 비는데 검역소 직원들의 업무 긴장도가 유지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중남미, 태국 등에서 감염된 관광객과 그들의 수하물에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붙어 들어오면서 국내에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남미에서 하루 평균 100명, 2차 확산지인 태국에서는 7000여 명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한편 WHO는 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지카 바이러스 대책 긴급위원회를 소집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할지와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 방역조치 권고 방안을 논의했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2014년 에볼라를 포함해 총 3차례뿐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2월부터 췌장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약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1일부터 췌장암, 만성골수성백혈병, 악성림프종, 연부조직육종 등의 항암요법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한다고 31일 밝혔다. △전이성 췌장암에 대한 항암요법인 ‘젬시타빈+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췌장암 항암제 ‘아브락산주’ △만성골수성백혈병 항암제 ‘라도티닙’ 등이 주요 대상이다. 췌장암은 발생률이 전체 암 중 8위일 정도로 비율이 높지만 5년 생존율은 8.8%로 매우 낮은 편이다. 초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제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아브락산주는 당초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된 후 최근 췌장암 치료제로 확대됐다. 이번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췌장암 환자는 1인당 연평균 약제비가 1213만 원에서 64만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이성 췌장암 환자 900여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1인당 연평균 약제비가 1950만 원에서 97만 원으로 감소한다. 신규 항암제 ‘브렌툭시맙’(애드세트리스주)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악성림프종 환자 1인당 연평균 약제비가 8000만 원에서 260만 원으로 낮아진다. 연부조직육종에 대한 ‘젬시타빈+도세탁셀’ 병용요법과 비호지킨림프종의 일종인 변연부B세포림프종에 대한 ‘리툭시맙’ 병용요법(맙테라주)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이성 췌장암의 경우 치료제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약값 때문에 고통이 컸고 백혈병 역시 4대 중증질환에 밀려 보장 순위에서 뒤처졌는데, 이 환자들의 고통이 줄게 됐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 발병 사례는 없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태국에서 감염환자가 나타나는 등 지리적으로 근접해 들어오는 상황이다. 감염자가 발생한 나라로 태교여행이나 신혼여행을 가려던 젊은층들은 비상이 걸렸다.○ “혹시 여기도 지카 바이러스?” 문의 급증 다음 달 중순 괌으로 태교여행을 가려던 임신 20주 차 황모 씨(30)는 최근 여행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황 씨는 “여행을 가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 편히 놀지 못할 것 같았다”며 “환불받지 못한 숙소 대금 120만 원가량을 손해 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와이를 신혼여행지로 낙점했던 예비신랑 정모 씨(30)도 다른 곳을 새로 알아보고 있다. 그는 “아기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바이러스라고 하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에 지카 바이러스 문제가 없는 국가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신혼, 태교여행과 관련된 고민을 문의하는 글이 31일에만 10건 이상 올라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선 병원에는 임신부를 중심으로 감염 여부를 검사해 달라는 요청이 하루 평균 4, 5건씩 접수되고 있다. 멕시코 칸쿤, 동남아 등 발생 지역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임신부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중 실제 감염자로 추정되는 사례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37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이 있으면서 관절통 근육통 두통 결막염을 동반할 경우 유전자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단순히 해당 국가를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는 의심환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중남미에 서식하는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있는 흰줄숲모기도 옮길 가능성은 있지만 확인된 사례는 없다. 사람 간 접촉이나 공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감염된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는 과정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있지만 매우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해외 감염환자의 정액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사례가 보고돼 성관계를 통한 감염 가능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린 뒤 증세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2∼7일. 최대 2주 안에 증세가 나타난다. 성인의 경우 대개 경미한 증상이 지속되다가 대부분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된 사람 5명 중 1명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는 데다 발열, 발진 등도 가벼운 수준이어서 감염자의 80%는 감염됐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 증세가 나타났을 경우에도 휴식과 수분 섭취, 해열제 투약 등 감기와 비슷한 수준의 대증치료를 통해 증세를 완화시킨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에게 더 위험하다는 증거도 아직은 없다. 길랑바레 증후군과의 연관성 여부는 의학계를 긴장시키는 부분이다. 이 증후군은 급성으로 말초신경, 척수, 뇌신경 등을 파괴해 근육을 약화시키거나 마비시키는 희귀 질환으로,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유행 뒤 갑자기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이 둘의 인과관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포의 ‘소두증’ 무엇이기에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신생아에게서 나타나는 소두증. 머리 둘레가 신생아 평균(34∼37cm)보다 작은 32cm 이하이면 일단 소두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신생아 2만∼3만 명당 1명꼴로 드물게 발생하는 소두증은 아기의 성장·발달 지연이나 인지능력 장애, 균형감각 상실, 청력 저하, 시각장애, 경련이나 발작 등을 유발한다. WHO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는 소두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강하게 의심(strongly suspected)’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훈 교수는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 바이러스가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에게 감염되고, 이러한 태내감염이 태아 소두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바이러스만 소두증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아기 두개골이 너무 일찍 붙어서 발생하는 두개골융합증, 다운증후군 같은 유전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나타난다. 또 임신부가 약물이나 영양부족, 알코올에 노출되거나 신생아가 풍진, 수두 같은 여러 감염병에 걸렸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소두증의 증세는 경증부터 치명적인 정도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신경학적인 검사와 성장발달 검사를 병행해 진단한다”고 말했다.이정은 lightee@donga.com·김도형·유근형 기자}
보건 당국이 지카 바이러스에 유례없는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같은 국가적 혼란을 다시 한 번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중남미 등 발생 국가에 대해 임신부의 여행 연기를 거듭 권고해왔다. 지난달 29일엔 지카 바이러스를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집중적 관리 대상에 포함시켰다. 제4군 감염병은 국내에서 새로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감염병 또는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유행 감염병으로, 뎅기열과 황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인플루엔자 등이 해당된다. 앞으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또는 의심) 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보건소장에게 즉시 신고해야 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메르스가 국내 확산 이후에 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조치다. 감염 의심 환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는 국립보건연구원 신경계바이러스과에서 진행한다. 감염 여부는 6∼9시간 만에 판정되지만, 첫 양성 환자의 경우 유전자 염기서열 확인이 추가로 필요해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 당국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감염학회 전문가로 구성된 지카 바이러스 방역 자문단을 선제적으로 구성해 방역 가이드라인을 정비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인체 간 전파가 아닌,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지카 바이러스는 메르스, 에볼라와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 혼란을 막기 위한 소통자문단도 가동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정부 불신으로 인한 혼란이 더 컸다는 판단에서다. 1월 질병관리본부에 새로 신설된 위기소통담당관실은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PR학회 등 소통 전문가로 구성된 소통자문단과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김찬석 한국PR학회장(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은 “메르스 사태 같은 혼란을 막으려면 심리적 방역도 중요하다”며 “자문단은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의문점들에 대해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 번 넘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최영길 씨(57)는 퇴근길에 집으로 돌아오던 중 빙판길에서 넘어졌다. 처음엔 단순히 엉덩이 부근에 생긴 찰과상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허리 부근 통증이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다리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결국 동네 병원을 방문한 최 씨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허리디스크로 불리는 급성 추간판탈출증이 발생했다는 거다. 최 씨는 미니레이저디스크시술(S.E.L.D)을 받고 하루 만에 퇴원했다. 시술 뒤 30분 정도 안정을 취하니 바로 걷는 게 가능했다. 최 씨는 “디스크 진단을 받고 놀랐는데 이렇게 빨리 시술이 되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소식에 또 한 번 놀랐다”라고 말했다. 겨울철 낙상 사고 주의 최 씨처럼 낙상 사고로 인해 디스크에 문제가 생기는 중년층이 많다. 나이가 들면서 노화로 인해 척추 뼈와 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디스크의 탄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넘어지면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디스크가 밖으로 밀려나올 수 있다. 튀어나온 디스크가 주변 신경을 건드리면서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허리디스크가 발생하면 주로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 등에 통증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증상을 방치하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도 있다. 가장 통증이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다리다. 신경이 눌리는 부위에 따라 양쪽 다리가 저리기도 한다. 눕거나 편한 자세를 취하면 통증이 일시적으로 사라졌다가, 일정 자세를 취할 때 통증이 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물건을 들어올릴 때, 기침, 재채기를 할 때 등이다. 허리디스크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3∼4주 정도 안정을 취하면 증상이 호전되거나 자연 치유가 되기도 한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온열 요법 등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소염제나 근육 이완제 등을 복용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는 다른 치료법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 또는 간단한 시술 등이 바로 그것이다. 김진성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내과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고령 환자는 반드시 본인의 상태에 맞는 허리디스크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미니레이저디스크시술(S.E.L.D) 디스크는 이제 큰 수술을 받지 않아도 회복될 수 있는 질환이 되고 있다. 특히 절개 없이 아픈 곳을 고치는 비수술적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박춘근 굿닥터튼튼병원장은 “내시경을 통해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레이저시술을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다른 척추시술보다 정확하고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미니레이저디스크시술은 최근 척추학회에서도 주목을 받는 치료법이다. 신경압박으로 통증이 심한 경우, 디스크가 파열된 경우, 만성 요통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경우 치료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척추 수술로 해결되지 않는 통증,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원인을 찾지 못한 통증을 해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겨울철 낙상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이 경직되고 몸의 유연성이 떨어져 넘어지기 쉽다.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돼 혈액 순환이 안 되고 허리 근육이 굳어지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 크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골다공증이 있는 장년층은 가볍게 엉덩방아만 찧어도 쉽게 골절이 되곤 한다.낙상 예방이 더 중요 눈이 얼어붙은 도로, 지하철 입구의 계단, 건물 입구 등을 지날 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내외 온도 차로 인해 습기가 얇게 얼어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물기가 있는 하수구 맨홀 뚜껑도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신발 선택에도 유의해야 한다. 굽이 높은 신발, 키 높이 깔창 신발 등을 신었을 경우 조금만 발의 균형을 잃어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굽이 낮고 폭이 넓은 편안한 신발이나, 겨울용 미끄럼 방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두꺼운 옷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균형을 잡지 못할 만큼의 과음은 피해야 한다.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끄러운 길에서 보폭을 줄이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자세를 최대한 낮춰 넘어질 때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넘어질 때는 손을 먼저 짚어 허리에 가는 충격을 최대한 분산시켜야 한다. 특히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으면 척추에 충격이 바로 전달돼 위험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낙상에 따른 척추 골절 환자는 보조기를 착용해 치료받는 것이 좋다. 고령의 골다공증 환자는 뼈 시멘트 성형술을 하기도 한다. 인하대병원은 척추 압박골절 시 발생하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주사 치료를 병행해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낙상 예방과 척추 건강을 위해서는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야 한다. 낮 시간에 야외에서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야 비타민D 합성으로 뼈가 더욱 건강해진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오빠 미쳤어? 뛰면 어떡해? 쓰러지고 싶어서 그래?”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여주인공 덕선(혜리)은 심장병 환자인 정봉(안재홍)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자칫 심장에 무리가 갈 것을 염려해서다. 이런 탓인지 정봉은 주로 집 안에서 머무는 인물로 그려진다. 정봉은 지병인 심장병 탓에 탑건의 꿈도 접었다. 드라마 속 정봉처럼 그동안 심장병 환자들은 ‘뛰지 말고 가만히 집에만 있어라’를 미덕으로 삼아야 했다. 가령 1990년대까지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는 퇴원 후 6개월 동안 운동을 금지하기도 했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심장수술 뒤 다양한 방식의 심장재활을 통해 심장 기능을 끌어올리는 치료법이 도입되고 있다. 한 번 손상된 심장은 다시 좋아지기 힘들다는 인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심장재활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예를 들어 스텐트 시술 2주 후부터는 ‘5분 걷기 후 3분 휴식’을 3, 4세트씩 진행하고, 3개월 후부터는 강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종영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나에게 가장 맞는 운동 강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심장재활 프로그램의 효과는 이미 학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심장(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2375명을 대상으로 6년 동안 심장재활을 실시했다. 그 결과 재활을 하지 않은 환자들보다 사망률이 47%가량 감소했다. 심부전 환자가 심장재활을 적절히 수행하면 입원 기간을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 7명이 심장재활을 통해 보스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심장재활 운동을 한 환자들은 우울증 발생 비율이 40%가량 감소했다. 물론 심장재활은 전문의의 진단 아래 진행돼야 한다. 자칫 자신의 신체 기능보다 강한 운동을 하다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숨이 많이 차거나, 가슴 통증이 생기거나,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운동을 중지해야 한다. 성지동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드라마 속 정봉이가 요즘 발병했다면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운동 처방을 받고 다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시장) 본인은 트위터며 SNS를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직원들에게는) 구닥다리 방문안내를 지시하며… 직원은 안중에 없음.’ 경기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의 온라인 사이트에 20일 올라온 글이다.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교복, 산후조리비 지원)를 강행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을 비판하고 있다. 시 공무원들을 청년배당 대상자의 가정에 직접 방문시켜 수령을 독려하게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청년배당 속도전 펼치는 성남시 성남시가 3대 무상복지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성남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에 따르면 성남시는 수당 지급 건수별로 각 동의 순위를 매겨 실시간 공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동의 통장들을 통해 ‘청년배당을 빨리 받지 않으면 앞으로 못 받을 수도 있으니 서두르라’는 문자메시지도 전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환인 성남시의원(새누리당)은 “공무원이나 통반장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신청을 독려했다면 이는 분명 위법 행위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남준 성남시 대변인은 “새로운 제도를 홍보하고 알리는 것은 오히려 장려할 일이다. 주민센터별로 집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단, 실적에 따른 포상이나 불이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해명했다.○ 후속 ‘전자화폐’도 급조 성남시가 ‘상품권깡’(상품권을 액면가보다 낮게 현금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2분기(4∼6월)부터는 전자화폐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특정 업종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결제 금액을 지방자치단체가 대납하는 등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맹점 섭외 및 제휴 △전산화와 테스트 △금융감독원 신고 및 심사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직불카드는 보급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지만 전국 가맹점이 신용카드 가맹점의 10%(약 30만 개) 수준이라 결제 단말기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절차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정작 전자화폐 구축에 들어갈 비용은 따로 산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사 등과의 협의도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청년수당 예산 90억 원 중 15억 원을 활동계획서 심사비 등 인프라 구축 비용에 포함시킨 것과 대조적이다. 청년배당이 오히려 저소득 청년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남시의 기초생활수급(4인 가구 기준 월 127만 원) 가정 청년이 분기별 12만5000원의 상품권을 받으면 소득으로 인정돼 수급자에서 탈락되거나, 지원액이 깎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 청년들 일부는 청년배당 수령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협의 없이 강행 성남시의 무상복지 강행이 현행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위법적 행위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2012년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이후 신규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약 500건의 신규 복지 사업이 추진됐고, 9건을 제외하곤 협의대로 진행됐다. 그렇다고 9건의 복지제도가 강행된 것은 아니다. 6건(전남 광양시, 서울 성동구, 경기 안산시, 인천시 등 1건씩, 강원 태백시 2건)은 사회보장위원회 제도조정전문위원회의 조정에 의해 협의가 완료됐다. 협의 절차가 끝나기 전에 예산부터 집행한 곳은 성남시 단 한 곳뿐이다. 복지부와 법정 공방까지 펼치고 있는 서울시가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협의를 거부하다 최근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것과도 대조적이다.유근형 noel@donga.com·조영달·조건희 기자}
‘차에 기름이 떨어졌는데 워셔액만 넣어 주는 격.’ 경기 성남시가 만 24세 청년에게만 1인당 연간 50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배당 정책을 강행하자 이 같은 비유와 함께 “청년실업 해결이라는 정책 목표와 거리가 먼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24일 인터뷰한 복지·재정 분야 전문가 중 대다수는 “성남시가 엉뚱한 곳에 예산을 쏟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당장 손에 몇십만 원을 쥐여 준다고 저소득층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취업 준비에 전념할 수 있을 거라는 건 매우 순진한 발상”이라며 “차라리 일자리와 구직자 간의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데 예산을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수혜 대상을 저소득층이나 미취업자로 좁히지 않은 것을 두고 “더 절실한 취약 계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상품권을 주는 정책은 오히려 ‘배당만 계속 받겠다’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현물 지원이 청년들의 취업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성남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 50만 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청년들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고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을 존중하고 잘못된 정책으로 판명 나면 선거를 통해 심판하면 된다”고 했다. 중학교 신입생 교복 무상 지원(1인당 현금 15만 원)에 대해선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교복비보다 우선 지원해야 할 교육비가 많은데도 소득과 무관하게 교복을 지원하는 것은 대중영합적인 정책”이라고 했다.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김광윤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 산후조리원 등 새로운 시설을 설립하는 것은 민간과의 갈등과 지속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한 뒤 진행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진영 서강대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 교수는 “민간 조리원이 공공 조리원과 경쟁해 전체적인 서비스 수준이 향상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유근형 기자}
경기 성남시가 20일부터 청년배당 명목으로 지급한 지역상품권이 ‘상품권깡’(액면가보다 낮게 현금화하는 것)의 도구로 전락하는 등 부작용이 확인됐지만 성남시는 수혜자 늘리기와 실적 쌓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별 청년배당 지급 실적이 공개되는 등 경쟁이 심화하면서 공무원 일부가 직접 대상자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며 수령을 독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이를 제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시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가 만 24세 청년들에게 지급한 성남사랑상품권은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전용 사이트 등에서 액면가의 50∼80%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청년 취업역량 강화라는 제도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성남시는 제도 보완보다는 청년배당의 1분기(1∼3월) 지급(1인당 12만5000원) 완료를 위한 속도전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교복, 산후조리비 지원 및 공공산후조리원 설립)가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대법원의 예산 집행 정지 여부 판결이 빠르면 2월 중 내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 공무원 A 씨는 “한파에도 공무원들이 지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상자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완구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은 “무책임한 청년배당 강행을 막기 위해 판결이 나기 전에 추가적인 시정명령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가 ‘상품권깡’을 막기 위한 핵심 대안으로 2분기(4∼6월)부터 지역 전자화폐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현실성 없는 급조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사용처가 한정된 직불카드 등 전자화폐를 도입하려면 수개월이 소요되지만 성남시는 관련 예산안도 마련하지 않았다. 성남시 측은 “아직 카드업체 등과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품권깡 논란에서도 봤듯 청년배당은 ‘연비 낮은’ 정책이자 헬리콥터 머니가 될 공산이 크다”고 비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조영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