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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번 타려면 반나절이 날아가요.” 강원 평창군에 사는 당뇨병 환자 손모 씨(58)는 한 달에 한 번씩 약을 처방받기 위해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강릉의 대학병원까지 간다. 손 씨는 3분 남짓한 형식적인 진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을 때마다 병원 진료비와 약값으로 5만4000원가량을 지불한다. 기름값과 한 끼 식사까지 하면 총 비용이 8만 원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7월부터 손 씨는 약을 타는 데 쓰는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게 된다. 손 씨는 10분 거리인 진부면의 동네의원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고, 필요할 경우 다음 진료 전까지 전화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동네의원 의사에게 한 번의 대면 상담에 두 차례의 전화 상담(시범사업 1년간 무료)까지 세밀한 관리를 받지만 비용은 진료비와 약값을 포함해 3만5000원 정도다.○ 전화 상담에 건강보험 회당 2000원 보건복지부는 이같이 경증 당뇨병, 고혈압 환자가 동네의원 의사에게 전화 상담을 활용해 ‘만성질환 통합관리’ 서비스를 받을 경우 7월부터 건강보험 지원을 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3일 제8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만성질환 관리 수가(의료 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병원에 지급하는 돈)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심의 의결했다고 7일 밝혔다. 전화 상담에 건강보험 수가가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범사업이 실시되면 경증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동네병원 의사와 1번 대면 진료를 받고 다음 진료 전까지 2회가량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화 상담은 필요 시 수차례 받을 수 있지만 수가 지원(회당 약 7000원)은 1번 대면 진료당 2회까지만 지원된다. 환자들은 시범사업 기간에는 전화 상담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 본사업이 시작되면 환자들은 회당 약 2000원(자기부담률 30% 이하)의 비용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은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받지 못해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만성질환 진료비는 총 19조4000억 원으로 전체 의료비(54조5000억 원)의 35%에 이르렀다.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2.8명)의 1.4배에 이르고 있다. 당뇨병 환자 중 입원비율도 인구 10만 명당 310.7명으로 OECD 평균(149.8명)의 2배 수준이다.○ 환자와 복지재정에 모두 윈윈 동네의원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경증 고혈압 환자 7만1000명, 경증 당뇨환자 15만3000명 등 총 22만4000명이 지난해 대형병원 외래진료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경증 환자들이 동네병원을 이용하면 대형병원 쏠림이 완화되고, 건보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전화 상담 활성화와 함께 의료계 반발 속에 19대 국회에 계류됐던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20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7일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정부 입법이 추진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만성질환 통합관리에 포함된 전화 상담과 원격 모니터링 활성화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전 단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만성질환 관리가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실행된 것은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으로 볼 때 잘된 일이다”라며 “하지만 전화 상담이 한 발짝 나아가 환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원격의료로 변질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국 의료는 몽골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입니다.” 몽골 국립 제1중앙병원의 바추리 밤브더르치 원장은 6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서울성모병원과 ‘선진의료시스템 전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몽골 국립 제1중앙병원은 이날 서울성모병원으로부터 신장이식, 선천성심장질환 수술, 심혈관중재술 등 고난도 수술법뿐만 아니라 진료 연구 교육 등 선진 의료시스템을 모두 전수받기로 했다. 밤브더르치 원장은 “형제의 나라 한국이 없었다면 몽골 사람들은 어려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죽어갔을 것이다”라며 고마워했다. 몽골은 2011년부터 한국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이식받는 프로젝트를 가동해왔다. 서울성모병원은 2011년부터는 혈액암 환자에게 실시하는 고난도 조혈모세포이식(BMT) 기술의 전수를 시작했다. 몽골 현지에 BMT 센터를 개소하고 시설관리, 진료 노하우, 수술법 등 시스템 전반을 전수했다. 2012년부터는 몽골 의사 19명, 간호사 7명 등이 한국을 찾아 연수를 받기도 했고, 2014년 2월부터는 몽골 의료진 스스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수술을 실시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기 위해 몽골을 찾은 승기배 서울성모병원장은 “몽골에서는 한국의 의료가 전 세계 1등으로 통하고 있다”며 “메디컬코리아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플랫폼 하나가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스위스 국민이 ‘모든 성인에게 월 3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압도적인 표 차로 반대한 것은 선거철마다 복지 포퓰리즘 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복지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수많은 논쟁과 국민투표까지 거친 스위스 복지 논쟁의 진중함을 배워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국내 복지는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던진 복지 공약에 의해 우발적으로 단기간에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장기적 예산 부담에 대한 고민 없이 복지 키우기를 추구하면서 꼭 필요한 복지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경기 성남시는 무상 3대 복지(청년배당, 무상 산후조리원, 무상 교복)를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상 생리대까지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복지 확대는 정치인 주도로 이뤄지기보다 스위스처럼 전 사회적 토론과 대타협을 통해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국민투표까지 실시한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의 성숙함이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공짜 복지는 없다’라는 사실을 국민이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 국민은 정부의 복지 확대 기조에는 세금 인상 등 부담 증가가 뒤따른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스위스인은 ‘복지는 다다익선이다’라고 단순히 인식하기보다는, 결국 어떻게 부담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며 “국민은 복지를 공짜로 인식하고, 정치인들은 증세 없이 복지를 늘릴 수 있다고 말하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위스 국민의 ‘기본소득 300만 원 도입’ 거부를 단순하게 이해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기본소득 300만 원에는 기존 복지 혜택도 포함되는데 이럴 경우 복지 혜택이 오히려 줄어드는 계층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스위스 중산층은 현재보다 복지 혜택은 줄어드는 대신 자신들이 낸 세금은 저소득층에 더 많이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투표에서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며 “스위스 사람들도 결국 자기 이익에 기반을 두고 기본 소득 도입에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우리 사회에 적용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뇌종양이 재발할 경우 종양의 유전자 타입이 완전히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항암제를 선택하고 치료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세계 최고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게재됐다. 보건복지부의 선도형 특성화연구사업 지원을 받고 있는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연구사업단 교수(사진)팀은 미국 컬럼비아대 라울 라바단 교수팀과 함께 미국, 일본, 한국, 이탈리아의 뇌종양 환자 114명의 데이터를 통해 뇌종양 환자의 종양과 재발된 종양의 진화 및 변화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의 63%는 암 재발 후 종양의 유전자 타입이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기존 항암제와 치료법에 강한 내성을 보여 효과가 작다. 남도현 교수는 “뇌종양이 재발했을 경우 완전히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다는 걸 입증한 것”이라며 “개인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치료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체 환자의 11%는 LTBP4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LTBP4 유전자는 세포의 자살 및 조직의 섬유화를 촉진시키는데, 이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에는 사실상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 신약 개발 연구가 LTBP4 유전자 변형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데 근거가 될 수 있다. 뇌종양은 다른 암에 비해 여전히 치료가 어렵지만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치료 성적도 높아지고 있다. 남 교수는 그동안 뇌종양을 포함해 난치암 정복을 위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연구해 왔다. 그는 “한국은 환자 케이스가 잘 축적돼 있어 맞춤형 정밀의료를 연구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며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미국 등 여러 나라와 공동 연구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환자의 종양을 추출해 면역성이 낮은 쥐에게 주입한 뒤 여러 가지 치료를 미리 해보는 일명 ‘아바타 시스템’을 삼성서울병원에 구축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분신(아바타)을 통해 미리 임상시험을 한다는 의미로 이를 통해 난치암 정복을 위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연구해 오고 있는 것. 남 교수는 아바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 동아일보가 선정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뇌종양이 재발할 경우 종양의 유전자 타입이 완전히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항암제를 선택하고 치료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세계 최고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게재됐다. 보건복지부의 선도형 특성화연구사업 지원을 받고 있는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연구사업단 교수팀은 미국 콜롬비아대 라울 라바단 교수팀과 함께 미국, 일본, 한국, 이탈리아의 뇌종양 환자 114명의 데이터를 통해 뇌종양 환자의 종양과 재발된 종양의 진화 및 변화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의 63%는 암 재발 후 종양의 유전자 타입이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기존 항암제와 치료법에 강한 내성을 보여 효과가 적다. 남도현 교수는 “뇌종양이 재발했을 경우 완전히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다는 걸 입증한 것”이라며 “개인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치료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체 환자의 11%는 LTBP4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LTBP4 유전자는 세포의 자살 및 조직의 섬유화를 촉진시키는데, 이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에는 사실상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 신약 개발 연구가 LTBP4 유전자 변형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데 근거가 될 수 있다. 뇌종양은 다른 암에 비해 여전히 치료가 어렵지만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치료 성적도 높아지고 있다. 남 교수는 그동안 뇌종양을 포함해 난치암 정복을 위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연구해왔다. 그는 “한국은 환자 케이스가 잘 축적돼있어 맞춤형 정밀의료를 연구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며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미국 등 여러 나라와 공동연구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환자의 종양을 추출해 면역성이 낮은 쥐에게 주입한 뒤 여러 가지 치료를 미리 해보는 일명 ‘아바타 시스템’을 삼성서울병원에 구축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분신(아바타)을 통해 미리 임상시험을 한다는 의미로 이를 통해 난치암 정복을 위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연구해 오고 있는 것. 남 교수는 아바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 동아일보가 선정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지은기자 smiley@donga.com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에게 치료 및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보건 당국이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도입된다. 5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에이즈 환자의 치료권을 보장하기 위한 ‘병원 안내소개소’를 빠르면 올해 안에 질병관리본부 안에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에이즈 환자의 요양병원 이용을 권장해왔다. 에이즈가 ‘죽음의 전염병’에서 ‘지속적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는 12월 24일부터는 요양병원이 에이즈 환자의 입원을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요양병원들은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이 여전해 기존 환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에이즈 환자를 받기보다는 차라리 진료를 거부하고 벌금을 물겠다는 병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일선 병원의 고충과 환자의 편익 모두를 고려해 ‘에이즈 환자-요양병원’ 연결 서비스를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만약 환자가 질병관리본부로 병원을 문의해 오면 현재 에이즈 환자를 받고 있으면서 감염병 관리 수준이 우수한 병원과 연결해주겠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요양병원들과 긴밀히 협력해 방법을 찾고 있는 과정”이라며 “에이즈 환자에 대한 과도한 편견과 국민 불안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중재안이 올해 안에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이즈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 속에서 치료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에이즈 환자 중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중증인 사람은 약 80명. 이들도 항바이러스제를 지속적으로 투여받으면 바이러스(HIV)의 전파력이 B형 간염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선 병원의 환자 입원 거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에이즈는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다. 에이즈 환자도 일반 병실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 기자}

《 스웨덴인 젠스 홉로 씨(40)와 안나카린 홉로 씨(34·여) 부부는 2009년부터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두 자녀를 낳았지만, 육아 부담 때문에 2012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세계적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에 다니는 젠스 씨와 회계사 안나카린 씨는 싱가포르 지사에서 근무하며 스웨덴에서 일할 때보다 1.5배가량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딸과 아들을 연이어 출산하면서 자녀 어린이집 비용 약 80만 원, 건강보험료 약 100만 원, 필리핀인 가사도우미 비용 60만 원 등 지출이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아시아 문화권 특유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었다. 》 스웨덴으로 돌아와 올해 1월부터 육아휴직을 사용하며 두 자녀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젠스 씨는 “스웨덴에서는 싱가포르에서 하던 걱정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아이를 낳기 전에는 높은 소득세(30%)가 불만이었는데, 지금은 그동안 냈던 세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육아휴직 480일 중 남성 최소 90일 의무사용 이 부부의 육아 걱정이 사라진 것은 스웨덴 정부의 전폭적인 출산 양육 지원 정책 덕택이다. 스웨덴은 자녀 1명당 육아휴직을 최대 48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390일까지는 기존 월급의 80%까지 정부가 보조를 해준다. 이와 별도로 회사 측은 기존 월급의 10%를 더 보전해 주기도 한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480일 중 90일은 남성이 사용하지 않을 경우 소멸되도록 했다. 여성만 육아휴직을 쓸 경우 전체 휴직 가능 일수가 390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의무사용 일수가 정착되면서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 480일 중 남성이 사용하는 일수가 약 25%를 돌파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솔나 지역의 맞벌이 부부 타운에 살고 있는 젠스 씨는 “우리 아버지 세대(60대)만 해도 육아휴직을 이렇게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의무사용일이 지정되면서 전체 30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 타운에만 5명의 남성 육아휴직자가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은 아내의 육아 부담을 줄여줄 뿐 아니라 젠스 씨의 삶의 패러다임도 바꿨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등과 목 디스크 증상이 심했지만, 육아휴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증이 완화됐다. 또 평소 관심만 있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슬로 쿡(한 가지 음식을 8시간 이상 천천히 조리하는 요리법)을 매일 하며 가족 건강도 챙기고 있다. 그는 “육아휴직 전에 아이들에게 나는 아이패드보다도 못한 존재였다”면서 “이제는 엄마보다 나를 더 많이 찾을 정도로 위상이 회복됐다”며 밝게 웃었다. 남성 육아휴직 기간은 다음 아이를 갖는 시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스웨덴 정부와 기업들은 젊은 부부들의 의무사용일(90일)에 다른 휴가들을 연계하는 것에 관대한 분위기다. 젠스 씨 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육아휴직과 겨울 정기휴가 등을 붙여 4주 동안 동남아시아 여행을 다녀왔다. 안나카린 씨는 “육아휴직을 하면서 둘째, 셋째를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육아휴직 제도 40년 논쟁 끝에 완성 한국도 남성 육아휴직이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4872명으로 전년(3421명)보다 42.4%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의 비율은 5.6%에 불과하다. 특히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남성 육아휴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엄마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일터로 복귀한 뒤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통상임금의 100%(상한 150만 원, 하한 50만 원)를 급여로 지급하는 ‘아빠의 달’ 제도를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다. 고용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하는 사업주를 처벌하기 위한 ‘스마트 근로감독’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육아휴직의 천국 스웨덴을 그저 실현 불가능한 이상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스웨덴도 파격적인 육아 지원 정책들이 단기간에 정착된 것이 아니라 40년에 걸친 논쟁 속에 완성됐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저출산 우려가 높았던 1974년부터 육아휴직을 처음 도입했고,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를 위한 정부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간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02년에야 처음으로 60일 남성 육아휴직 의무사용일이 지정됐고, 올해 다시 90일로 늘어날 수 있었다. 니클라스 뢰프그렌 스웨덴 사회보험청 대변인은 “타국 사람들은 스웨덴의 복지가 단숨에 이뤄진 것처럼 여기지만, 실상 엄청난 논쟁과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라며 “한국도 지금 논의를 시작해야 10년 뒤, 20년 뒤 더 나은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스톡홀름=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녔던 임모 씨(39)는 육아휴직을 받아주지 않는 회사에 지난해 말 사표를 던졌다. 임 씨는 3년 전 미국에 두 자녀와 아내를 보내고 한국에 홀로 남았다. 하지만 아내의 사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졌다. 임 씨는 “상사는 부하에게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하면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까 봐 휴직계를 내지 못하게 했다”며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도 사용하지 못하는 게 절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현재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는 남성, 여성 모두 최대 1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하고, 통상임금의 40%(평균 60만 원, 상한액 100만 원, 하한액 50만 원)가 지급된다. 최근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도 직장 내에서 ‘외계인’ 취급을 받으며 법에 보장된 휴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 비정규직일수록 육아휴직을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인구절벽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남녀가 동등하게 육아에 참여하는 문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선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쉽게 하는 제도적 지원과 문화 정착이 필수다.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높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하거나, 낮은 곳에는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의무금을 부과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대안으로 꼽힌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현재 육아휴직 신청이 거절될 경우 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지만, 신청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기업문화 때문에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스웨덴처럼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대안이다. 즉 현재 남성과 여성 각각 1년으로 설정돼 있는 육아휴직 기간을 남녀 합계 14∼18개월로 재조정하는 대신 남성이 1∼3개월을 의무 사용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는 부부가 모두 1년씩 총 2년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엄마가 육아휴직을 1년 사용해도 어린이집에 보내기엔 자녀가 너무 어려 복직과 퇴직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녀가 탄력적으로 육아휴직을 조정할 수 있게 할당제를 도입할 경우 인력 결손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남성 육아휴직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독일은 2007년 남성 육아휴직 2개월 할당제를 도입한 뒤 7년 만에 육아휴직 사용률이 30%로 10배가량 급증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인후암 판정을 받고 후두를 잘라낸 뒤 담배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미국의 금연운동가 션 데이비드 라이트 씨(55·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을 맞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주최한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30일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이트 씨는 “암 투병 중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담배를 물었는데, 후두 제거 후유증으로 흡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했다”라며 “저처럼 후두를 잘라내고 싶지 않다면 한국 흡연자들은 꼭 금연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라이트 씨는 14세 때부터 아버지 몰래 흡연을 시작해 약 30년 동안 매일 한 갑 반 이상씩 피웠다. 40대 중반에 만성 기침과 후두염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인후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3년 동안 38가지 이상의 방사능 치료를 통해 완치 단계에 이르렀지만, 후두를 제거해야 했다. 목소리를 되살리기 위해 현재는 인공 후두 첨단 보형물을 삽입하고 있다. 라이트 씨는 코로 숨을 쉴 수도 없고, 코를 풀지도, 침을 뱉지도 못한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첨단보형물을 조작해 식도를 닫아야 한다. 이 보형물은 90일마다 교체해야 한다. 라이트 씨는 “아침에 코 푸는 사람들이 가장 부럽다. 밴드 보컬이었지만 이제 노래도 부를 수 없다. 항상 목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담배를 끊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라이트 씨는 2012년부터 미국 TV에 나오는 ‘증언형 금연광고(Tips 캠페인)’에 수차례 참여했다. 자신의 투병기와 삶을 여과 없이 드러내 흡연자들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 같은 증언형 광고는 미국 흡연자 164만 명의 금연을 이끌어냈고, 금연 시도율도 12% 늘렸다. 보건복지부는 빠르면 연말부터 국내에서도 TV를 통해 증언형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칼로리 낮은 제철 생선과 해산물, 올레길에 맑은 하늘까지 갖춘 ‘웰빙의 상징’ 제주도. 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라 했던가. 정작 제주도 주민의 비만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센터와 건보공단 건강 빅데이터 1500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 주민의 허리둘레(중간 값·일렬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값)는 81.8cm로 전국에서 허리가 가장 굵었다. 가장 날씬한 광주 주민(79.9cm)보다 평균 약 2cm나 굵은 셈이다. 비만도를 나타내는 BMI(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도 24.3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경향은 20대를 제외한 30대 이상 대부분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제주도의 초고도비만 비율(BMI 35 이상)은 0.68%로 가장 낮은 울산과 대구(0.39%)의 1.7배에 이르렀다. 1000명 중 7명가량은 비행기 일반석 좌석에 앉기 어려울 정도의 초고도비만 상태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제주도 특유의 자녀 양육 교육 문화가 비만 악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는 맞벌이 비중이 61.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 때문에 부모 없이 자녀들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제주도의 한 종합병원 교수는 “제주도는 아직 공동체 문화가 강해 자기 가족만 신경 쓰고 살지 않는다. 부모들이 자기 자식들을 방목형으로 키우다 보니 식습관을 잡아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 관련 학회들도 최근 제주지역 청소년 식습관 문제를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비만이 건강의 적신호라는 인식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제주도에서 기숙형 다이어트 캠프를 운영하는 사공상민 씨는 “제주도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빡빡한 정규직 직장도 적어 비만을 문제시하는 인식이 낮다”며 “다이어트 캠프에도 제주 현지인은 거의 오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중교통 수단이 적어 자가용을 주이동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운동량 감소와 비만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20, 30대 여성의 비만 증가 속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여성 중 초고도비만의 비율은 2002년 0.11%에서 2013년 0.69%로 6.27배, 고도비만(BMI 30 이상)은 같은 기간 3.03배에 이르렀다. 전 성별 연령대에서 가장 급격한 증가세다. 20대 여성에서도 30대 여성 다음으로 급격하게 비만 인구가 늘었다.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 살이 찐다는 통념이 강했는데, 이런 인식이 점점 깨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 20, 30대 여성들이 1980, 90년대 경제성장기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라는 점에 집중했다. 당시 국내에 패스트푸드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자동차도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체득한 서구식 생활습관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졌다는 것. 전문가들은 자신의 비만도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 교수는 “뚱뚱한 사람은 자신이 뚱뚱하지 않다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안 뚱뚱한 사람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며 “자기 비만 수준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보건복지부가 ‘박원순표 청년수당’으로 불리는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 대해 “정책 설계를 다시 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청년수당이 취업 목적으로만 사용되게 내용을 수정할 경우 7월 시범사업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서울시는 “유감스럽다”는 뜻을 표하면서도 복지부의 수정보완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해 양측 간 청년수당 갈등이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지부는 26일 서울시가 협의를 요청한 청년수당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부동의)’는 의견을 서울시에 통보했다. 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의 ‘사회보장 신설·변경 협의제도’에 따라 서울시 청년수당을 수용할지 여부를 고심해왔다. ‘사회보장 신설·변경 협의제도’는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복지사업을 추진할 때 복지부 장관과 기존 제도와의 유사 중복성, 효과성 등을 사전에 협의하는 제도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 3000명에게 최대 6개월 동안 활동비를 매월 50만 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당초 7월 도입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복지부는 대법원 제소 등으로 맞서 왔다. 복지부는 ‘부동의’ 결정을 내린 이유로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 미흡 △순수 개인활동, 비정부단체(NGO) 활동 등 취업 활동을 제외한 부분에 대한 지원 △지원 뒤 모니터링 제도 미비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서울시가 △청년수당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성과지표 마련 △취업 활동 이외의 지원 내용 제외 △저소득층 우선선발 요건 강화 △현금 지원 후 모니터링 방안 마련 △대상자를 객관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민간 위탁기관의 선정 등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서울시가 수정 보완을 진행하면 올해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게 허용하고, 이후 사업 확대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이는 서울시의 사업이 뜨거운 논란거리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현금성 청년배당과는 다른 면이 있다고 봤기 때문. 서울시는 복지부의 결정에 대해 “청년수당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결정으로 유감이다”라면서도 “제도를 수정 보완해 7월 시행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종원 서울시 청년정책담당관은 “선발 인원 중 일부는 취업과 창업 활동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하는 형태의 쿼터제를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실업이 심화되고 있고 정권 말기로 향하면서 복지부가 야당 지자체장의 청년 정책을 반대만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송충현 기자}
여성 흡연자가 남성 흡연자보다 자살 충동은 3배 정도, 우울감은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병원 김선미(정신건강의학과) 정재우(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남녀 한국인들의 흡연상태, 우울증 및 자살 간의 상관성’ 논문을 2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8∼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중 흡연자 6899명(남성 5797명, 여성 1102명)의 우울감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 흡연자 중 2주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은 28.4%로 남성 흡연자(6.7%)의 4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비율도 여성 흡연자는 4.4%였지만, 남성 흡연자는 1.4%에 그쳤다. 여성 흡연자는 우울감이 지속될 경우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경향성도 남성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여성 흡연자 중 최근 1년 안에 자살 충동을 느낀 비율은 35.1%에 이르렀다. 이는 남성 흡연자(12.4%)의 3배인 수치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 중 3.6%는 실제 자살 시도를 했는데, 남성(0.9%)보다 그 비율이 4배였다. 정 교수는 “남성은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우울감의 차이가 거의 없는데, 여성은 그 차이도 컸다”며 “한국의 유교적 정서 때문에 여성의 흡연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스트레스 지수를 더 높이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국제학술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임신 중 흡연이 자녀의 조현병(정신분열증) 발생 위험을 1.4배가량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앨런 브라운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1983년부터 1998년까지 핀란드 여성의 출산과 흡연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임신 중 흡연에 많이 노출된 아이는 적게 노출된 아이보다 조현병 발생률이 38% 더 높았다. 연구팀은 니코틴이 태반을 통해 손쉽게 태아의 혈류에 들어가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임신 중 흡연이 조산, 저체중아 출산, 자녀의 조울증 등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졌지만, 조현병의 위험성까지 높인다는 보고는 이번이 처음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에이즈, 소아마비 등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수많은 업적을 남기신 분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그의 삶은 너무나 소박했고,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대화했던 인간적인 분이라는 점이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에 올랐던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열린 24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 추도식에 참석한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이종욱 박사의 열정적인 삶을 이렇게 그렸다. 추도식에는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고인의 부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 전현직 WHO 직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박사의 서울대 의대 후배이기도 한 정 장관은 “2006년 WHO 총회를 앞두고 밤을 새워가면서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법 마련에 고심하다 갑자기 뇌출혈로 돌아가셔서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전 세계 보건인이 이종욱 정신을 이어받아 질병 없는 삶을 향해 더 노력해야 한다. 한국도 국제 사회에서 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직장인 표모 씨(35)는 8일 어버이날 부모 용돈 문제로 아내와 다퉜다. 부모와 장인 장모까지 4명에게 용돈을 10만 원씩만 드려도 40만 원이 들기 때문이다. 표 씨는 평소에도 양가 부모님 용돈을 약 40만 원 지출하고 있어, 어버이날까지 챙길 경우 약 80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 표 씨는 “아내에게 어버이날 용돈을 드리지 말자고 했다가 부부싸움을 하게 됐다”면서 “자식 도리를 하고는 싶은데 여유가 없어 항상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성인 10명 중 4명은 부모에게 별다른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에게 지원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월평균 지원액이 총 35만 원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인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한 ‘부양환경 변화에 따른 가족부양특성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24일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친부모 혹은 배우자의 부모 중 한 명 이상 생존해 있는 성인의 56.7%만 최근 1년간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령대가 높을수록 경제적 부양을 하고 있는 사람의 비중이 컸지만 부양비용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생존해 있는 경우 20대의 18.3%, 30대의 52.8%, 40대의 71.1%, 50대의 79.3%, 60대의 71.0%가 각각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었다. 반면 금액은 20대가 43만5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40만3000원, 40대 34만1000원, 50대 32만8000원, 60대 15만 원 등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적었다. 부양비용은 장남(47만6000원)이 가장 많았다. 차남 이하(33만9000원), 장녀(28만7000원), 차녀 이하(26만6000원)가 뒤를 이었는데, 아들이 딸보다 많은 금액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양비용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9.7%였다. 이 비율이 5% 이하인 경우가 48.7%에 이르렀다. 이 정도의 부양 부담에 대해서는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알레르기 비염은 재채기, 맑은 콧물 등 증상이 감기와 매우 비슷하다. 특히 환절기에는 감기가 많기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를 구분하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알레르기 비염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비염은 단순 감기와 달리 다양한 합병증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감기와 달리 열이 나지 않으며, 특정 환경에 노출됐을 때 재채기와 코막힘 증상이 심해지며 증상의 호전 및 악화가 반복되는 특성을 보인다. 맑은 콧물로 인한 코 훌쩍임, 코 막힘과 가려움으로 인한 ‘코 문지름’이 자주 반복되거나, 눈물이 나고 눈이 가려우며, 목이 아픈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비염 심하면 천식으로 발전하기도 알레르기 비염을 방치하면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비염이 천식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천식 진료 환자 3명 중 1명 정도인 34%가 초등학교 입학 이전 소아 비염 환자였다. 천식은 알레르기 원인 물질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져 가슴의 쌕쌕거림(천명)을 동반한 호흡 곤란의 증상을 보인다. 알레르기 비염은 다른 질환으로의 악화는 물론 아이의 성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콧물 및 코막힘 증상으로 인해 수면에 영향을 미쳐 성장에 방해되거나, 입으로 숨을 쉬는 습관이 굳어지면서 ‘얼굴 변형’ ‘치아 불균형’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 시 책상에 앉아 고개를 숙이면 코가 막히는 탓에 제대로 집중하기가 어렵고, 흐르는 콧물을 계속 닦으며 훌쩍이다 보니 두통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질 수 있다. 만약 자녀에게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의심된다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효과적인 약물 처방 등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을 함께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을 동시에 앓는 경우도 많다. 천식 환자의 약 80%는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다. 또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40%는 천식을 동반한 증세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동반되는 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조기에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부비동염(축농증) 역시 알레르기 비염의 합병증이다. 알레르기 비염 발생 후 코점막 내 이차적으로 세균 감염이 발생하면서 부비동염이 생긴다. 부비동염으로 알레르기 비염과 같이 코막힘, 콧물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알레르기 비염과 달리 열이 나고 심한 경우 얼굴 부위에 압통이 느껴질 수 있다. 부비동염으로 인해 주변 신체 기관의 염증이 확산되어 추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소아에겐 류코트리엔 조절제 효과 알레르기 비염 치료는 세계천식기구의 천식치료 지침(GINA guideline)에서 1차 치료제로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신체적 특성상 숨을 깊게 들이마셔야 하는 스테로이드 흡입제 사용을 힘들어하면 먹는 약물인 ‘류코트리엔 조절제’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씹어 먹는 간편한 복용으로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소아 알레르기 비염 및 천식의 경우 아이의 치료 거부나 어려움을 이유로 치료에 소홀할 수 있는데, 이는 질병 악화를 유발하고 성장, 학습 방해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이의 연령 및 증상을 고려해 아이가 쉽게 복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철룡 참내과 원장은 “알레르기 비염을 단순히 가벼운 질환으로 여기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해 맞춤형 치료를 받는 것이 초기 치료에서 중요하다”라며 “특히 흡입 치료가 어려운 영유아나 노인은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알레르기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은 소아는 물론 다양한 연령층에서 지속적으로 예방 및 관리를 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따라서 영유아기부터 적정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 위험요인의 노출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 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의 발병 확률이 23%로 공기가 깨끗한 곳보다 4배가량 높아진다. 황사가 심하거나 꽃가루가 날리는 날은 외출을 삼가거나 황사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한 환절기 감기나 독감 등의 바이러스성 코 질환들은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어 예방을 위해 손 씻기 등 청결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인 집먼지진드기를 최소화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먼지가 많은 카페트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침대를 사용할 때는 매트리스를 비닐 커버 등으로 싸는 것이 중요하다. 외출 후 소금물로 가글을 하면 구강 위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유발해 코점막을 건조하게 만들 수 있기에 피하는 것이 좋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음식물 보관 용도로 쓰이는 수입 지퍼백 제품에서 플라스틱 알갱이가 검출돼 식품 당국이 판매 중단 명령을 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국적기업 SC 존슨코리아가 수입하는 ‘냉동용 더블지퍼락(지퍼가 두 줄로 된 제품)’에 대해 24일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취했다. 식약처는 3일 더블지퍼락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민원을 접수한 뒤 해당 제품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총 190개 제품 중 10개 지퍼락의 지퍼 부분에 플라스틱 알갱이가 다수 발견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영하 20도 가량의 냉동실에서 꺼내 여러 번 여닫으면서 지퍼 부분의 플라스틱이 부스러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SC 존슨코리아는 지난해에만 냉장용과 냉동용 지퍼백을 790톤 가량 수입했고, 이는 시가로 40억 원에 이른다. 업체 측은 문제가 된 냉동용 더블지퍼락에 대해 판매처에서 반품을 실시하기로 했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체세포복제 연구는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사실상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12일 대통령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차병원 이동률 교수팀의 체세포복제 연구에 대해 승인 권고를 내리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종 승인권이 있는 보건복지부도 인간 복제 등을 막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만 마련되면 최대한 빨리 승인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차병원 이동률 교수팀의 연구계획서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최종 목표는 모든 사람이 함께 쓸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다. 체세포복제 배아 연구는 핵을 제거한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를 이식해 만든 수정란(배아)에서 난치성 질환 치료용 줄기세포 등을 얻는 게 목표다. 차병원은 2009년 복지부 승인을 받아 동결난자(얼렸다가 녹인 난자)를 이용한 체세포복제 연구를 진행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2014년과 2015년 미국에서 비동결난자(체취 24시간 이내 신선난자)를 이용해 체세포복제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비동결난자를 이용한 체세포복제에 성공한 건 미국 오리건대, 뉴욕줄기세포재단 등 3곳에 불과하다. 차병원은 올해부터는 동결난자(500개)를 주로 이용해 체세포복제를 재시도할 예정이다. 체세포복제를 통해 얻은 줄기세포 치료제의 면역거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연구의 주 목적이다. 현재는 어렵게 체세포복제에 성공해도 면역거부 반응 때문에 전체 인구의 약 2%에게만 치료물질을 사용할 수 있다. 차병원은 약 150종의 유전자 타입에서 체세포복제를 해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줄기세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번 얼렸다가 녹여서 사용하는 동결난자로는 연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황우석 사태 이후 국내에서 난자 기증 제한 규정이 강화됐다. 동결난자 중 폐기를 앞두고 있거나, 체외수정이 불가능한 미성숙 비정상 비동결난자 등만 연구에 이용될 수 있다. 기능이 떨어지는 난자를 사용하다 보니 완전한 줄기세포를 얻기 어렵다는 게 과학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복지부와 종교계는 비동결난자 사용이 생명경시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동결난자를 기증해 연구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던 2005년 황우석 사태 이전에는 무분별한 난자 매매, 과배란주사 과다 투입 등 윤리적 논란이 컸다”라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건강보험 지원이 시작되기 이전에라도 고가 신약을 일부 환자에게 저가 또는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임상시험을 2상까지만 마쳐도 환자에게 신약을 우선 공급하는 조건부 허가제의 대상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바이오헬스케어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규제완화 조치가 시행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질환이나 공중보건에 위협을 가하는 감염병 등에 대한 신약인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 이전에라도 환자들에게 저가 또는 무상으로 공급된다. 해당 환자가 식약처 산하 한국희귀의약품센터에 약품 공급 신청을 하면 제약사가 저가 또는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고가의 신약 상당수는 건강보험 등재가 늦어져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상당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환자들은 고가 신약을 빨리 저가로 공급받을 수 있고, 제약사들은 건강보험 적용 이전에 약을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의약품 임상시험을 2상까지만 마쳐도 우선적으로 판매를 허가하고, 시판 후 3상 과정에서 부작용을 추적 관찰하게 하는 ‘조건부 허가제’의 대상도 확대된다. 현재는 기존 항암제, 희귀의약품, 자가연골 세포치료제에만 허용됐지만 알츠하이머, 뇌경색 치료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위의 규제완화 조치를 5월 중 입법예고해 입법 과정을 거쳐 올해 안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건강기능식품에 쓰일 수 있는 기능성 원료를 현재 88종에서 약 50종을 추가하기로 했다. 유가공 업체에 대해 규모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규제하던 것을 1일 이용량이 원유 1t 이하인 소규모 업체들은 ‘목장형 유가공업’으로 분류해 6차 산업형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스위스처럼 소규모 목장에서 개성 있는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장려한다는 것이다. 약국이 문을 닫아도 외부 자동판매기를 통해 처방전이 필요 없는 상비약을 살 수 있게 허용하는 것도 추진된다. 판매기에는 원격 화상 전화를 설치해 약사와의 상담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원격 화상 의약품 판매시스템’을 포함한 약사법 개정안을 10월 발의할 계획이지만, 의료계는 안전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유근형 noel@donga.com·한우신 기자}

충분히 잘 알고 있지만 막상 귀로 들으면 섭섭해지는 말이다. ‘아무도 너를 책임져줄 수 없으니, 스스로 알아서 잘 해내라’란 의미다. 2014년 세월호,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올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취재하며 보니 각자도생을 ‘삶의 모토’로 삼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한국사회의 자조감이 느껴져 씁쓸했다. 최근 각자도생에 대한 스웨덴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기회가 있었다. 스웨덴 출장길에서 만난 다큐멘터리 감독 에리크 간디니 씨와의 대화에서였다. 그는 한국적 상황에 대해 격한 공감을 표하더니, 스웨덴 사람들의 ‘홀로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스웨덴이 가족과 함께 살기에 천국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은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 경제적 이유만으로 결혼생활을 이어가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갈라선다.” 그는 최근 영화 ‘스웨덴식 사랑의 이론’을 통해 이런 생각들을 풀어냈다. 실제로 스웨덴의 1인 가구 비율은 34%에 이른다. 홀로 자녀를 키우는 싱글족(8%)까지 합치면 10명 중 4명은 배우자 없이 살아가는 셈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우리의 1인 가구 비율(약 25%)보다 오히려 훨씬 높다. 하지만 대화를 이어가면서 스웨덴과 한국의 각자도생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한국이 어쩔 수 없이 각자도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스웨덴은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에 기반을 두고 자발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각자도생에는 ‘혼자 살아도 우린 불안하지 않아’라는 확신이 깔려 있다. 흥미진진하게 대화를 시작했지만 내 가슴속 한구석이 씁쓸해졌다. 간디니 씨와의 대화를 통해 스웨덴을 본으로 삼아 우리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우리 사회 한쪽에서는 스웨덴을 보편적 복지의 천국으로 묘사하며 복지 확대의 근거로 삼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선제적 구조조정의 성공모델’로 치켜세우는 등 양극단의 활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1970년대에 세금 부과 방식을 개인별 부과로 전환해 여성의 노동시장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남편의 재력을 믿고 집에 있는 여성들에게 ‘일해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스웨덴을 보편적 복지의 천국으로만 인식하면 안 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선제적 구조조정도 대량 실업의 충격을 최소화할 사회안전망이 충분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일례로 스웨덴의 공공교육비지원센터인 CSN은 56세까지 대학등록금을 초저금리로 대출해준다. 교육 중 사망하면 대출금 상환 의무가 없어진다. 우리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재교육 지원제도를 갖춘 것이다. 스웨덴의 구조조정을 모델로 삼으면서도 그 이후의 실업자 지원책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충분한 고민 없는 스웨덴 활용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낳을 수밖에 없다. 더 세밀하고 균형감을 갖춘 스웨덴 활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너, 죽고 싶어서 그러니? 가습기 아직 안 버렸어?” 세 살배기 딸을 키우고 있는 이정연 씨(38)는 최근 친정 엄마에게 이런 소리를 듣고 크게 다퉜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뒤늦게 재조명되면서 친정 엄마가 가습기를 버리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가습기가 아니라 살균제가 문제”라고 설득해봤지만 친정 엄마의 완강한 태도에 포기했다. 요즘에는 가습기를 사용하는 대신 젖은 빨래를 방 안에 널어놓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이 씨처럼 화학제품 전반에 대해 불신과 두려움을 갖는 ‘화학물질 포비아(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생활용품들뿐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효성과 안전성 검사를 마친 의약외품(구강청결제, 모기퇴치제 등)들까지 의심하는 수준이 되고 있다. 특히 탈취제와 방향제는 가정과 식당, 사무실과 차량 등 거의 모든 생활 공간에서 흔하게 사용되고 있어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섬유 탈취제 ‘페브리즈’의 경우 흡입 시 폐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살균제 성분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를 쓰는데도 구체적인 성분을 공개하지 않아 유해성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화학제품 포비아를 가장 크게 느끼는 사람은 영유아(0∼5세)를 키우는 엄마들이다. 다섯 살 아들과 세 살 딸을 키우고 있는 윤한주 씨(35·서울 송파구)는 “옥시라는 큰 기업도 거짓말을 했으니 이제는 아무도 못 믿겠다”며 “온라인 카페에서 다른 엄마들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화학제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출시된 ‘어린이용’ ‘친환경’ 제품에 대한 불신이 덩달아 커지면서 미국이나 유럽 회사 제품을 온라인 직구를 통해 조달하는 엄마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제 등 살생물제(biocide)를 사용한 국내 329개 제품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의 물질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위해우려제품으로 관리하는 탈취제와 방향제 등은 유해성 시험을 거치지만, 기존에 이 범주로 분류되지 않았던 제품의 독성이 문제다.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옥시의 전현직 외국인 대표이사와 임원을 소환해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436명은 16일 국가와 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각지대에 놓인 생활용품의 검증 및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이 화학제품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강대 화학전공 이덕환 교수는 “주방세제를 먹거나 흡입하지 않고 그릇을 닦는 데 사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정해진 사용법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