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김도형 기자

동아일보 AD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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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경찰, 교육, 외교통일, 정치, 스포츠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8년부터는 산업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중후장대 산업을 취재한 경험 위에서 IT 기업들과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dodo@donga.com

취재분야

2026-03-03~2026-04-02
경제일반30%
기업19%
자동차15%
문화 일반7%
사회일반7%
건강7%
사고4%
복지4%
교육4%
검찰-법원판결3%
  • 朴대통령 “北 무모한 도발땐 자멸”

    25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진혼곡 연주가 시작되고 예포가 한 발 한 발 발사됐다. 서해를 지키다 산화한 장병 55명을 기리는 예포 21발의 울림이 계룡산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현충원을 흔들었다. 친구와 얘기를 나누던 중학생들도 숙연해졌다. 예포 소리는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전사자들의 외침 같았다.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과 천안함 피격(2010년 3월 26일),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 23일) 등 북한의 ‘3대 서해 도발’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장병 55명을 기리는 ‘제1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세 차례 도발에서 산화한 장병은 55명. 이 중 희생자(한주호 준위 포함 47명)가 가장 많았던 천안함 피격이 벌어진 3월 넷째 주 금요일을 기념일로 정해 올해부터 정부 주관 기념식을 연다. 이날 행사엔 박근혜 대통령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유가족, 시민 및 학생 등 7000여 명이 참가했다. 앞서 추모 행사 통합을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부정적이었던 일부 유가족도 “호국용사의 정신을 기리고 안보 의식을 고취한다”는 서해 수호의 날 제정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해군과 해병대는 서해 수호의 날과 별도로 자체 추모식도 계속할 계획이다. 고 박석원 상사의 아버지 박병규 씨(60·천안함 46용사 유족회장)는 “현충일이 있는데 나라에서 따로 기념일을 마련해 준 것에 감사한다”며 “희박해져 가는 젊은 세대의 안보 의식을 키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도착해 유가족 5명에게 목례하며 각각 안부를 물었다. 고 김태석 원사의 딸(13)에게는 “나라를 지키다 용감하게 전사한 아버지에게 긍지를 가져라. 아버지가 지켜보시고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부상자들도 참석했다.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군과 맞서 싸우다 오른팔에 관통상을 입었던 곽진성 씨(37·당시 하사)는 “영화 ‘연평해전’ 열풍 이후 관심이 식는 것 같아 먼저 간 전우들에게 미안했는데 정부가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기념식에선 도발 당시 상황과 생존 장병 인터뷰 등을 담은 동영상이 대형 화면에 나왔다. 이 행사에 참석한 중학생들은 3대 도발 전사자가 55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특히 엄마가 서해 도발로 산화한 아들을 평생 기다린다는 내용의 뮤지컬 ‘엄마의 바다’가 공연되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김소진 양(14)은 “나보다 겨우 대여섯 살 많았던 오빠들이 너무 일찍 희생돼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청와대 타격 협박 등 위협 수위를 날로 끌어올리는 북한을 향해 강하게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제재 조치로 고립무원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무모한 도발은 북한 정권의 자멸의 길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서해 수호의 날은 호국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의 단합된 의지를 모아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하지 못하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순진 합참의장은 서해 수호의 날을 맞아 해군 1함대사령부를 찾아 “북한이 도발하면 서해 수호 55용사의 한을 풀어주는 호기로 삼아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대전=손효주 hjson@donga.com·김도형 /장택동 기자}

    • 201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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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 천안함 46용사 6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그날’은 언제나 아픔이지만 결코 잊을 수도 없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천안함과 46명의 꽃다운 청춘이 산화한 지 6년째를 맞는다. 46명과 실종자를 찾으려다 사망한 한주호 준위가 묻혀있는 국립대전현충원과 백령도엔 그들의 넋을 기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꽃샘추위가 찾아든 24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선 아침부터 진혼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25일 제1회 서해 수호의 날과 26일 천안함 폭침 6주년을 앞두고 묘역엔 전사자 유족과 동료들이 어김없이 찾았다. 각자의 방식으로 전사자를 되새기던 이들의 모습에선 6년 동안 조금씩 덜어낸 슬픔과 아직 삭이지 못한 설움이 함께 묻어났다. 고 임재엽 중사의 아버지 임기수 씨(64)와 어머니 강금옥 씨(60)는 이날 오전 묘역을 찾아 흰색 수건으로 묘비를 하나하나 닦았다. 강 씨는 3주년 무렵까지 매일 묘비를 닦았다. 이후에도 한 주에 두어 번은 묘역을 찾았다. 강 씨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말고 무엇이 있겠느냐”고 했다. 강 씨는 아들은 이미 떠났지만 어머니로서 못해 준 것이 있어 순간순간 숨이 막힐 것 같다고 했다. 3년 동안 천안함에서 생활했다는 전사자들의 옛 동료 박모 씨(31)는 술을 들고 묘역에 나타났다. 그는 소주 2병을 전사자 모두의 묘비 앞에 나눠 뿌렸다. 매년 묘역을 찾는다는 그는 “작전을 마치고 입항해 저녁마다 소주잔을 기울이던 동료들에게 술 한 잔 주러 왔다”고 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자 10명 넘는 유족이 거의 동시에 묘역을 찾았다. 딸기 부침개 찰보리빵 도넛 소주 음료수 등을 들고 와 묘비 앞에 차려 놓고 다른 유족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전사자가 돼 묻힌 아들들이 지금도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함께 얘기를 나누던 이용상 하사의 어머니 박인선 씨(51)는 “다들 어느 정도 슬픔을 다독였는지 눈물은 덜 흘린다”면서도 “하지만 지금도 꿈에서는 자주 아들을 본다”고 했다. 서로 다르게 46명 전사자를 추억하면서도 묘역에서 만난 유족과 동료들은 “잊지 말아 달라”고 입을 모았다. 고 조진영 중사의 어머니 박정자 씨(54)는 “하나뿐인 자식을 떠나보냈지만 묘역을 마련해 기억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복무하다 전사한 사람들을 모두가 오래오래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위령탑은 폭침 당시 초병이 물기둥을 처음 관측한 지점이자 침몰 해역과 가장 가까운 연화리 야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다. 위령탑 하단에는 46용사의 얼굴이 각각 새겨진 동판이 있다. 하루 종일 쌀쌀한 바닷바람이 불었던 이날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인천시지부 회원 100명이 위령탑을 찾았다. 이들은 매년 천안함이 폭침된 26일을 전후로 위령탑을 찾아 46용사의 넋을 기려왔다. 최상돈 씨(81)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북한의 어뢰 공격에 숨진 46용사를 국민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령탑을 찾는 행렬은 연중 끊이지 않는다. 콩돌해안과 두무진, 사곶해변 등 천혜의 관광자원이 널려 있는 백령도에는 연간 7만여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는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위령탑을 찾는다. 백령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군과 해병대 장병을 면회 온 가족 친지들의 필수 방문 코스이기도 하다. 이날 백령도 곳곳에는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검은색 플래카드가 걸리는 등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백령초교 북포초교와 백령중고교에 다니는 학생 400여 명은 25일 위령탑을 찾아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다. 백령면사무소와 주민자치위원회, 부녀회 등도 별도의 추모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철 백령면장(48)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뒤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46용사를 잊지 않고 위령탑을 찾아 넋을 달래는 행렬이 여전히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대전=김도형 dodo@donga.com / 백령도=황금천 기자}

    •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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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인터넷 ‘별풍선’이 뭐길래

    “도로에서 자동차 레이싱을 벌이는 이 사람들 좀 잡아주세요.” 지난해 12월 초 서울 마포경찰서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일반 도로에서 외제차가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경주를 벌이는 광경을 ‘아프리카TV’로 실시간 방송한 진행자(BJ)에 대한 제보였다. 이 BJ는 유명 자동차 커뮤니티에 홍보글까지 올렸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서울 강변북로에서 난폭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회사원 엄모 씨(30)와 이모 씨(37) 등 3명을 붙잡아 최근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1시경 강변북로 마포구 난지캠핑장 주변에서 영동대교 북단까지 20km 구간을 평균 시속 180km로 달리며 급하게 다른 차량을 추월하면서 난폭하게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인터넷방송 대가인 ‘별풍선’을 받기 위해 경기 파주시의 한 휴게소에서 만나 계획을 짠 뒤 이 씨 등이 불법 경주를 벌이고 엄 씨는 이를 쫓아가며 생중계한 것이다. 아프리카TV BJ는 별풍선을 개당 60원 정도에 환전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엄 씨는 자동차와 관련된 방송으로 월 30만 원어치의 별풍선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지만 불법 경주 영상을 통해 어느 정도의 추가 수익을 올렸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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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대 80%가 부모… “내가 양육” 주장땐 다시 공포의 집으로

    《 자녀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유도 갖가지다. 대소변을 못 가린다거나 내 배에서 나온 자식이 아니라고, 울며 자신들의 일을 방해한다며 폭력을 행사하거나 방치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 따로 없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미취학 어린이와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해 일제 점검을 벌인 데 이어 이달부터 의료기록이 없는 영유아까지 점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 아이는 내 맘대로”라며 지나치게 ‘친권’을 강조하는 부모들과 이를 보고도 눈감는 이웃의 무관심이 이어진다면 아동학대는 우리 주위에서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계속 불거지고 있는 아동학대를 뿌리 뽑기 위해 필요한 방안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 》 “아이가 상처받을 것 같아요. 내가 키울게요.” 두 달 전만 해도 장기보호시설에 아이를 맡기자는 제안에 동의했던 그였다. 아이의 종아리와 허벅지에 남아 있던 붉고 선명한 회초리 자국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아버지의 말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계모가 학대를 일삼는다고 해도 친아버지가 거부한다면 자녀 격리를 강하게 주장하기란 무리이기 때문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빈손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후 추가로 학대받은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부모는 가정방문을 꺼렸다. 이에 아이에 대한 관리는 2015년 4월로 종결됐다. 그 후 10개월, 계모에게 계속 학대받던 아이는 결국 숨을 거뒀다. 아이는 경기 평택의 한 야산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신원영 군(7세)이다. 원영이가 2014년 7월 격리 조치만 제대로 받았다면 지긋지긋한 학대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친아버지의 강력한 주장에 떠밀려 학대를 막지 못한 결과 아이의 죽음을 불러왔다.○ “내 아이 내가 키운다는데 무슨 말이 많아” 최근 드러난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다수는 부모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4년까지 학대행위자가 부모인 경우는 매년 80%를 넘고 있다. 한 번 학대했던 부모가 자녀를 또다시 학대하는 일도 빈번하다. 2014년 기관 및 경찰에 접수된 재학대 사례 1027건 중 896건(87.2%)이 부모의 학대였다. 아이를 보낼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가정으로 돌려보내다 보니 다시금 학대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친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 풍토와 무관치 않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학대 피해를 입은 어린이에게 피해아동보호명령을 내린 205건 가운데 학대 부모의 친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정지한 경우는 43건에 그쳤다. 부모가 정상적인 양육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어도 친권을 박탈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7월 숨진 두 살배기 허모 군 사례가 대표적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허 군은 2014년 2월 아버지에게 뺨을 맞았다. 부모의 부부싸움 중에 김치통을 엎고 말썽을 부렸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어머니 변모 씨(44)의 신고로 아버지는 80시간 상담교육을 받는 보호처분 결정을, 허 군은 지역아동보호기관 격리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격리 조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변 씨가 청와대에 “내 아이를 돌려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웃들은 변 씨가 심한 우울증을 앓는 데다 지적장애 3급이어서 양육이 어렵다고 봤지만 허 군은 2014년 12월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 6개월 뒤 변 씨는 허 군이 자지러지게 운다는 이유로 입을 스타킹으로 묶었고 허 군은 결국 숨을 거뒀다.○ “남의 집안일 참견 마” 정부는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친권상실선고를 청구하는 요청권자를 아동보호전문기관장, 복지시설관장, 학교장까지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부모임을 주장하며 학대 아동의 격리를 막는 행태가 여전하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 직원은 지난해 말 한 초등학생의 몸에서 멍을 발견하고 학생의 아버지를 고발했다가 조사를 받은 아버지에게 “당신이 뭔데 남의 집 일에 참견을 하느냐”는 폭언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있는 부모로부터 아이를 격리할 시스템을 확보해야 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 아동을 강제로라도 가능한 한 빨리 부모에게서 떼어놓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창규 kyu@donga.com·김도형 기자}

    • 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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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단지 가로지르는 공용도로에 마을버스 못 다니게 하겠다는 주민들

    16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주민 50여 명이 팻말을 들고 단지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들은 마을버스가 단지를 통과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아파트 곳곳에는 ‘마을버스 관통하면 아파트는 교통지옥’ ‘단지 안을 관통하는 마을버스 폭탄버스’란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처럼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사이를 가로지르는 공용도로에 마을버스 통과를 막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근 주민도 함께 이용하는 마을버스의 통행을 막는 것을 놓고 ‘집단 이기주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3885채 규모의 이 아파트 단지는 뉴타운 개발로 들어섰다. 개발 전 그 지역을 돌던 마을버스가 2009년 무렵 운행을 중단했다. 그러다 2014년 9월 아파트 준공 이후 다시 노선을 가동하려 하자 아파트 주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입주자 대표 등은 “마을버스 때문에 공해와 소음, 안전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해 아파트 가치가 하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을 위해 길을 터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하철 5·6호선 공덕역과 2호선 아현역을 왕복하는 마을버스가 지나다닐 도로는 모두 왕복 2∼4차로의 공용도로다. 마포구 관계자는 “현재 의견을 수렴 중인데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해당 아파트 입주민 가운데서도 마을버스 노선 개설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아파트 주민 이모 씨(40·여)는 “여기는 사실 마을버스뿐 아니라 일반 승용차와 유치원 학원의 통학버스도 많이 다닌다”며 “마을버스만 반대하겠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입주민은 입주자 대표 등이 나서서 마을버스를 막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구는 25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운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새롭게 들어선 아파트를 중심으로 변화한 지역사회가 노출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지역에 여러 사람이 모이면서 이기주의가 나타나고 특히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서 많이 드러난다”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면서 이런 이기주의가 더 악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도형 dodo@donga.com·노지원 기자}

    •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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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컴퓨터 등장땐 ‘알파고’ 수읽기 더 빨라져”

    “전기 대신 빛을 신호 수단으로 써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컴퓨터가 등장하면 ‘알파고’의 수읽기는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차세대 컴퓨터로 각광받는 광(光)컴퓨터 실현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게르마늄 광소자 개발에 성공한 남동욱 인하대 전자공학과 교수(33·사진)는 이세돌 9단과 자웅을 겨루고 있는 알파고에 빗대 광컴퓨터를 설명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와의 공동연구 결과를 최근 나노 분야 권위지 ‘나노 레터스’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학자들은 현재의 컴퓨터를 뛰어넘을 새로운 컴퓨터로 광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꼽는다. 지금도 알파고가 보여준 수준의 인공지능(AI) 실현이 가능하지만 연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는 새로운 방식의 컴퓨터는 더 높은 수준의 AI를 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영역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한다. 남 교수는 “유전자, 기상, 경제 등 복잡한 세계를 분석하기 위해 컴퓨터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남 교수팀이 연구 중인 광컴퓨터는 컴퓨터 내부의 신호 전달 수단으로 전기 대신 빛을 쓴다. 세계 각국이 그동안 광컴퓨터에 쓰일 수 있는 게르마늄 기반 광소자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지만 게르마늄은 빛 방출 효율이 낮다는 점 때문에 고효율의 광컴퓨터용 광소자로 개발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남 교수는 스탠퍼드대 유학 때부터 관련 연구를 해왔다. 지난해 인하대 강단에 선 뒤에도 스탠퍼드대 연구팀과 꾸준히 중간성과를 주고받으며 게르마늄 나노선을 고무줄처럼 늘려 빛의 방출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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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룻밤 3500만원… 연예인 성매매 적발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 연예인을 국내외 재력가에게 소개해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하룻밤에 1300만∼3500만 원의 돈이 오가는 성매매에 나선 연예인 중에는 유명 가수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연예기획사 대표 강모 씨(41)와 직원 박모 씨(34)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성매매 여성 4명과 재미 기업가 A 씨(45) 등 성매수 남성 2명, 강 씨가 고용한 알선책 3명 등 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 등은 지난해 3∼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국인 사업가 A 씨에게 연예인 B 씨(29)를 비롯한 여성 4명을 소개했다. 이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의 호텔에서 한 차례에 1300만∼3500만 원을 받고 성관계를 하도록 알선한 것이다. 경찰은 “B 씨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한 유명 연예인”이라고 했다. 실제로 B 씨는 국내 공기업의 홍보대사를 지내기도 한 유명 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돈이 궁한 B 씨에게 수백만 원을 빌려준 뒤 이런 점을 이용해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지난해 7월 국내의 주식 투자자 C 씨(43)에게 1500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성매매 연예인들은 성관계 후 현금을 직접 받은 뒤 이를 강 씨 등과 절반가량씩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강 씨는 2014년 영화배우 성현아 씨 등 여러 연예인의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돼 추징금 3280만 원과 실형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직후 다시 연예인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도형 dodo@donga.com·정동연 기자}

    • 201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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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람선 승객 아닌 요트 만드는 개척자 되라”

    “안락한 여행을 위해 유람선을 기다리는 승객이 아니라 거친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자신만의 요트를 만드는 개척자들을 키워내려고 한다.” 고려대 염재호 총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 안암로 교정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진취성과 담대함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신입생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스펙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나가는 탐험가를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 각 대학 입학식에서 나온 축사에는 치열한 경쟁을 시작하는 신입생을 위한 응원과 대학의 고민이 함께 담겨 눈길을 끌었다. 2일 열린 서울대 입학식에서 성낙인 총장은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선(善)한 인재’를 강조했다. 이웃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는 인재가 되어 달라는 호소였다. 그러면서 성 총장은 “고통스러워도 자신을 들여다보고 투쟁하며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과학 분야 석학인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상상력’을 화두로 축사를 했다. 김 교수는 “사회는 여러분이 기회를 박탈당한 세대라고 하지만 기회는 항상 존재하고 있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상력으로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찾아오는 기회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과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난 속에서도 신입생들이 자기 인생의 이유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철학적 주문도 있었다. 연세대 김용학 총장은 지난달 26일 입학식에서 “‘올(all) A를 받겠다’와 같은 당찬 계획을 세웠겠지만 ‘내가 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에 쓸 한 줄이 아니라 자기 인생의 이유와 의미를 찾는 노력을 신입생들이 시작해 달라는 당부였다. 김 총장은 “맞춤식 직업교육을 받으려고 이 자리에 섰다면 잘못된 장소를 찾아온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은 “각자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학교를 최대한 이용해 달라”고 조언했다. 연세대와 같은 날 열린 이화여대 입학식에서 최 총장은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꿈을 명확한 목표로 설정하고 도전하는 것이 대학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해 둔) 학교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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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부터 집회 신고한뒤 개최 안하면 최고 100만원 과태료

    반대 진영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장소를 선점하는 이른바 ‘알박기 집회신청’에 경찰이 최고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25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8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청한 집회를 열지 않을 경우 집회 시작 24시간 전에 해당 경찰서장에게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철회 신고서를 내지 않아 뒤에 신청한 집회가 열리지 못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 규정은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28일부터 적용된다. 먼저 집회를 신청한 경우엔 행사 시작 1시간 전에 경찰서장에게 개최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지난해 경찰에 신고된 집회 시위는 140만3916건이었지만 개최된 경우는 3.4%(4만7655건)에 불과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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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도박 사이트 제작·판매·운영한 조직 적발

    불법 도박 사이트로 수백억 원대 불법 이득을 챙긴 일당이 조직 내에 도박사이트를 제작, 홍보, 운영한 전담팀을 두고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일삼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5일 불법 스포츠도박, 카지노 사이트 프로그램을 제작·판매·운영한 혐의(도박공간개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오모 씨(41) 등 29명을 검거해 10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 최모(35)씨를 수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 사이트에서 상습·고액 도박을 한 이용자 3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 씨 등은 2012년 10월부터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이듬해 4월부터는 직접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를 고용해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제작해 다른 도박조직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도박 사이트 하나당 제작비 300만~600만 원과 월 관리비 150만~400만 원을 받고 74개 사이트를 제작·판매해 116억 원을 챙겼다. 직접 운영한 도박 사이트에서도 165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또 오 씨 일당으로부터 도박 사이트 5개를 사들여 550억 원을 챙긴 전모 씨(33)와 오씨 밑에서 일하다가 스포츠도박 사이트 44개를 만들어 판매해 1억9000여만 원을 벌어들인 김모 씨(39)도 구속했다. 이들이 운영한 도박 사이트를 모두 합하면 전체 판돈 규모는 확인된 것만 1조5000억 원대에 이른다. 경찰은 이들이 제작해 판매한 도박사이트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피의자들이 신축한 별장 등 소유 재산과 은닉한 불법 수익금을 찾아내 추징할 계획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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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엥~!” 경찰, 몰래 단속 나설 ‘암행 순찰차’ 실물 공개

    경찰차라는 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고속도로에서 난폭운전 등을 단속할 ‘암행 순찰차’의 실물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공개됐다. 암행 순찰차는 일반차처럼 고속도로를 순찰하다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정체를 드러내 단속에 나서게 된다. 이날 공개된 까만색 암행 순찰차는 겉보기에는 일반 승용차와 큰 차이가 없다. 보닛과 좌우에 경찰 마크를 붙이긴 했지만 가까이 있지 않으면 경찰차인지 알아보기 쉽지 않다. 승용차처럼 운행하던 암행 순찰차는 난폭운전 등 위법행위를 발견하면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법규 위반 차량에 접근해 단속 중임을 밝히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마크마저 없으면 단속에 응하지 않을 우려 등이 있어 최소한으로 노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에는 앞뒤로 적색·청색 발광다이오드(LED) 경광등이 달렸다. 차량 전면 그릴 내부에도 보조 경광등이 있다. 그러나 단속에 돌입하기 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뒤쪽에는 문구가 표시되는 전광판도 있다. 단속 대상 차량 앞으로 이동해 “경찰입니다! 교통단속중, 정차하세요!”라는 문구를 보여준다. 경찰청은 다음달부터 6월까지 암행 순찰차 2대를 경기·충남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에서 시범 운용하고 연말까지 11개 순찰대에 보급할 계획이다. 암행 순찰차의 차종과 색상은 일률적이지 않아 어떤 차량이 암행 차량인지 미리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경찰은 설명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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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의자조차 “어, 예쁜데” 비아냥… 여풍당당 ‘차수현’은 없다

    한 케이블TV 드라마 ‘시그널’에 등장하는 여형사 차수현(김혜수)은 언제나 당당하다. 거친 강력범을 쫓으며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범인을 추적하다 범죄 피해자가 돼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사건도 겪는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강력계 형사로 활약하다 장기미제전담팀을 이끈다. 어린 여학생들이 “나도 저런 멋진 형사가 되고 싶다”고 부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현실은 확연히 다르다. 1946년 80명으로 출발한 여성 경찰관은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았다. 전체 경찰관의 10%에 이르는 1만 명의 여경이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여경들은 ‘여성’이라는 한계가 여전하다고 하소연한다.○ 10명 중 1명이지만 현장에선 아직 ‘약자’ 지난달 말 서울 마포경찰서 관내 한 지구대에 한 40대 남성 취객이 걸어 들어왔다. 그는 지구대에 있던 젊은 여경을 가리키며 “내가 결혼도 안 했는데 예쁜 여경이 있어서 들어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빵 좀 사왔는데 여경한테 주고 가야겠다. 여경에게 커피 한 잔 얻어먹어야겠다”고 떼를 썼다. 다른 경찰까지 모두 나서서 말렸지만 피의자도 아니라 강제로 쫓아낼 순 없었다. 이 취객은 기어이 자신이 콕 찍었던 그 여경이 타준 커피를 마시고 떠났다. “여경이 직접 타줘서 그런지 커피가 참 맛있다”는 얘기까지 남겼다. 여경들이 근무 중에 성희롱이나 무시를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피의자한테 이런 일을 당하기도 한다. 3년 차 여경인 장모 순경은 지난해 12월 절도 피의자를 체포하러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장 순경은 “수갑을 채우는데 피의자가 실실 웃으면서 ‘어? 예쁘네?’라고 말하고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라”라며 “현장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기분 나쁜 기억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원인이 ‘아가씨’나 ‘계집애’(‘여자아이’를 낮잡아 부르는 말)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따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희롱 고충상담센터 관계자는 “정도가 심하면 고소할 수 있지만 웬만한 건 감내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업무 방해로 보기 어려운 언어폭력과 성희롱은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3년 차 여경은 손을 더듬는 피의자 문제를 제기하려고 하자 주변에서 “뭘 그렇게 까다롭게 일하냐”는 반응을 보여 황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며 “여성 경찰관이 전문적인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을 꾸준히 보여주면서 성희롱 등이 있으면 정해진 범위 안에서 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입 여경’ 홍보용으로 악용하기도 경찰 조직 내에서 여성의 위상과 역할은 남성과 다르다. 비교적 거친 조직 문화 속에서 수시로 범죄자와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여경에게 별로 유리하지 않다. 한 10년 차 여경은 “강력팀에 지원하려 해도 여경을 잘 받지 않는다”며 “강력범은 남성이 많기도 하고 차 안에서 같이 오랜 시간 잠복할 때 여성이 있으면 서로 불편하다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주간-야간-비번-휴무’ 식의 교대 근무를 많이 하는 특성 탓에 출산과 육아 부담이 큰 여경이 강력팀 등 격무 부서에서 일하기가 기본적으로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부 경찰인 정모 경사(34)는 “내가 교대 근무를 하는데 아내마저 그렇게 일하면 가정은 누가 지키겠느냐”고 얘기했다. 어린 자녀를 키우면서 두 사람이 모두 형사 업무 등을 맡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이자 경찰의 남편으로 일하면서 여경이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강력팀 등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경을 홍보 목적으로 우선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충북 청주시의 한 지구대에서는 신입 여경이 택배기사로 위장해 수배자를 검거한 것처럼 홍보자료를 냈다가 거짓으로 드러나 관련 경찰관들이 징계를 받았다. 홍보 효과를 노리고 ‘새내기 여경의 활약’과 같은 식의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경찰은 여성의 장점을 살리는 인사 등을 통해 여경의 역할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같은 문제는 여성 경찰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으로 꼽힌다”며 “사회 전반의 문제와 연결돼 있어 쉽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차별 없이 각자의 희망과 여성의 특징을 고려하면서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김도형 dodo@donga.com·이지훈 기자}

    •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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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헬리콥터 맘’ 극성에… 학부모 포털 만든 梨大

    ‘parent.ewha.ac.kr’. 이화여대가 이번 봄 학기 온라인에서 새로 시작하는 서비스의 인터넷 주소다. 부모님(parent)이란 단어가 알려주는 것처럼 학부모를 위한 종합 포털 서비스다. 자녀의 사소한 일까지 직접 챙기는 이른바 ‘헬리콥터 맘’이 대학가에서도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이화여대가 학부모와 직접 소통하는 통로를 열기로 했다. 학부모에게 학생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직접 제공하고 들어야 할 의견이 있으면 공식적인 통로로 받겠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새로 만드는 포털에서 △학생 관련 정보 열람 △학교 주요 행사 및 학부모 프로그램 일정 확인 △등록금 고지서 및 교육비 납입증명서 조회·출력 등을 직접 할 수 있다. 학부모가 학교에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게시판과도 연동된다. 가입할 때 학부 학생의 학부모라는 점을 인증한 뒤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고 학점 등 일부 정보는 학생의 허락을 받아야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학생을 위한 포털 서비스와 학교 홈페이지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만 따로 포털을 만드는 것은 대학이 학부모를 학사 운영의 중요한 주체로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등록금 고지서 출력마저 학생을 거쳐야 했던 일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학부모가 학사 운영과 관련된 생각도 손쉽게 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헬리콥터 맘’ 논란은 학부모가 학교와 관련된 의견을 개인적인 방식으로 밝혔을 때 불거진다”며 “학교 공동체 전체에 대한 의견을 드러낼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발전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학생이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모님에게는 알리지 않고 돈을 따로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학교가 학부모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인다”고 얘기했다. 이화여대의 학부모 포털은 다음 달 7일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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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은 안보이지만 학생들 길잡이 될 것”… 梨大졸업 시각장애 43세 김태연씨

    “장애물을 하나씩 넘어서면 꼭 칭찬하고 도와주는 손길이 있었어요. 학생들에게 그런 얘길 꼭 해주고 싶어요.” 예비교사 신분으로 29일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는 김태연 씨(43·사진)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던 평범한 아이의 삶은 다섯 살 때 금이 갔다. 시각세포가 집중된 망막 중심부 황반의 이상 때문에 시력장애가 생기는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 사물의 가운데가 검게 보이고, 주변도 흐릿해졌다. 김 씨는 그래도 일반 학교에서 공부해 1992년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건국대 수의학과에 진학했지만 시력이 갑자기 더 나빠졌다.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다. 민간요법으로 시력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부단히 해봤다. 하지만 전환점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서 찾아왔다. 장애인이 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36세가 돼서야 뒤늦게 연락한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장애인도 대학에 갈 수 있다”며 희망을 안겨줬다. 김 씨는 “눈이 안 보인다고 귀까지 막고 지내는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영어교사라는 새로운 목표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해 2012년 이화여대에 입학했다. 학교 측은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매 학기, 매 과목마다 도우미를 붙여주며 공부를 도왔다. 4.3점 만점에 평점 3.97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며 임용고시에 합격한 김 씨는 다음 달 서울 구로구 경인중에서 영어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김 씨는 “좋은 사람들이 늘 도와줬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한때의 방황이 후회스럽다”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만나면 그런 얘기를 차분하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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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분, 위안부 피해 김경순 할머니 별세… 생존자 44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경순 할머니가 2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히로시마 위안소로 강제 동원돼 고초를 겪었다. 김 할머니는 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위안부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줄곧 열정적으로 활동해 왔다. 1993년 7월에는 일본 정부 조사단에 피해 사실을 직접 증언했다. 김 할머니 등 16명이 참여한 이 증언은 일본이 같은 해 8월 ‘고노담화’를 발표하는 근거가 됐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44명으로 줄었다. 고령의 위안부 피해자 9명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가운데 올해 들어서도 김 할머니 등 2명이 별세했다. 김 할머니는 22일 충남 천안시 국립망향의동산에 안장된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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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용고시 합격한 시각장애 이대생 “지난날 방황 후회스러워”

    “장애물을 하나씩 넘어서면 꼭 칭찬하고 도와주는 손길이 있었어요. 학생들에게 그런 얘길 꼭 해주고 싶어요.” 예비교사 신분으로 29일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는 김태연 씨(43)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던 평범한 삶은 5살 때 금이 갔다. 시각세포가 집중된 망막 중심부 황반의 이상 때문에 시력장애를 앓는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 사물의 가운데가 검게 보이고, 주변도 흐릿해졌다. 김 씨는 그래도 일반 학교에서 공부해 1992년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건국대 수의학과에 진학했지만 시력은 백내장 때문에 더 나빠졌다.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다. 민간요법으로 시력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부단히 해봤다. 하지만 전환점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서 찾아왔다. 장애인이 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36세가 돼서야 연락한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장애인도 대학에 갈 수 있다”며 희망을 안겨줬다. 김 씨는 “눈이 안 보인다고 귀까지 막고 지내는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영어교사라는 새로운 목표로 수능시험을 준비해 2012년 이화여대에 입학했다. 학교 측은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매 학기, 매 과목마다 도우미를 붙여주며 공부를 도왔다. 4.3점 만점에 평점 3.97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며 임용고시에 합격한 김 씨는 다음달 서울 구로구 경인중학교에서 영어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김 씨는 “좋은 사람들이 늘 도와줬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한 때의 방황이 후회스럽다”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만나면 그런 얘기를 차분하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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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베트남∼한국 60차례 48만km 비행하며 딴 석사학위

    왕복 8000km. 29일 열리는 연세대 학위수여식에서 석사학위 외에 특별상을 받는 김도완 씨(40·사진)의 통학 거리다. 김 씨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를 오가며 공부했다. 논문 준비로 한국에 머문 한 학기 반을 제외한 세 학기 반 동안 꼬박 60번을 왕복했다. 계산하면 비행 거리만 48만 km다. 16일 오후 학교에서 만난 김 씨는 “집안일 때문에 결석한 적은 있어도 거리가 멀어서 수업에 빠진 적은 없다”며 웃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대구의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김 씨는 2004년 베트남으로 건너갔다. ‘영국이 영어 덕분에 버는 돈이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많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느낀 게 많았단다. 마침 베트남에서 한국어 강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훌쩍 떠났다. 한국 기업의 활발한 진출 덕택에 한국어의 인기가 영어 못지않았다. 재외국민과 베트남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금방 자리를 잡은 김 씨는 현재 베트남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힐탑 외국어학교’의 대표다. 하지만 학생이 늘어날수록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란 의문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문법 용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에게는 전혀 다른 한국어 교수 방식이 필요했다. 외국인을 위한 제대로 된 한국어 교재도 없었다. 김 씨는 “‘직업 목적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베트남인들에게 한국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을 가르칠 때 사용하는 교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김 씨는 고민 끝에 연세대 교육대학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전공’ 진학을 결정했다. 비행기로 왕복 10시간 넘게 걸리는 통학 거리를 무릅쓰고서라도 제대로 된 한국어 교수법을 배워야 한다는 결심이 섰다. 2011년 9월 입학한 김 씨는 베트남 현지 강의 때문에 도중에 휴학했지만 2014년 복학해 공부를 마쳤다. 김 씨는 그동안 일요일 밤 호찌민에서 비행기를 타고 월요일 아침 인천에 도착해 월, 화요일 수업을 집중해 듣고 수요일 아침에 돌아가는 생활을 했다. 그는 “힘든 시간이긴 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이제는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 교재를 만들어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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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딸 때려 숨지게 한 목사부부에 살인죄 적용해 검찰 송치

    목사 아버지에게 폭행당해 숨진 채 1년 가까이 방치됐던 이모 양(사망 당시 13세)의 부모에게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해 수사 결과를 검찰에 넘겼다. 경기 부천소사경찰서는 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이모 씨(47)와 계모 백모 씨(40) 부부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 검찰로 넘겼다고 12일 밝혔다. 수사 결과 이 부부는 이 양 사망 추정일인 지난해 3월 17일 7시간에 걸쳐 나무막대가 부러질 정도로 이 양을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손바닥 종아리 허벅지 등을 50~70대 가량 반복해 폭행한 것이다. 또 2014년 4월 중순부터 이 양을 상습적으로 체벌하고 식사량을 줄이는 등의 학대를 가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경찰에서 “딸을 폭행한 것은 맞지만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하면서도 “때리다가 지쳐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며 장시간에 걸친 폭행 사실은 인정했다. 경찰은 두 사람을 구속할 때는 우선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지만 사건을 검찰로 넘기면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판단했다. 같은 달 11일부터 3차례에 걸쳐 폭행이 계속되면서 이 양이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 사실 등을 바탕으로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폭행을 계속하고 방치한 점 등으로 미뤄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고 판단했다. 한편 경찰은 이 씨 부부의 범죄심리분석(프로파일링) 결과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은 나타나지 않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부천=김도형기자 dodo@donga.com}

    • 201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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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일에 만난 사람]닥나무 껍질 벗기고, 삶고, 때리고, 풀고… 이게 진짜 韓紙!

    새파랗게 얼어가는 겨울 하늘에 종이가 나부낀다. 빨래한 광목 기저귀처럼 내걸린 종이가 매서운 바람을 맞고 펄럭인다. 스치듯 풀 바르고 쿵쿵쿵 방아 찧어 만든 종이가 거의 제 모습을 나타냈다. 종이를 빨랫줄에 내거는 손이 금방 얼어붙는 날씨. 하지만 제대로 된 한지(韓紙)는 겨울에 만들어진다. 3대째 한지를 만들어 온 최영재 천양P&B 대표(50)가 종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직접 만들면서도 ‘한지가 좋다’는 말을 쉽게 할 수가 없었어요. 보푸라기 때문에 붓이 제대로 나가지도 않고 인쇄기에 넣을 수도 없는 무거운 종이였는데… 이제는 알겠어요. 옛날부터 고려지 조선지를 왜들 그렇게 찾았는지….”벗겨서 삶고 때려서 풀고 떠서 말리고… 지난달 5일 전북 완주군의 한지 제조업체 천양P&B를 찾은 이유는 2015년 말 행정자치부의 발표 때문이다. ‘일제에 의해 맥이 끊긴 민족 정통성 있는 한지 재현.’ 행자부는 재현에 성공한 전통 한지를 앞으로 훈장용지에 쓰겠다고 밝혔다. 주변의 문구점에만 가도 한지가 쌓여 있는데 무엇을 재현했다는 것일까. 재현 작업의 중심에 섰던 김호석 한국전통문화대 교수(59)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우리가 써왔던 한지는 상당수가 가짜였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통째로 일본식 한지로 바뀌었는데 무엇이 진짜 한지인지를 몰랐던 거죠. 진짜 한지는 어떻게 만드는 건지 보실래요?” 김 교수와 최 대표가 제작 과정을 설명하며 시연에 나섰다. 한지는 닥나무로 만든다. 정확히 말하면 닥나무 껍질이다. 1년생 닥나무를 베어낸 뒤 쪄서 껍질만 벗겨낸다. 이 ‘흑피(黑皮)’에서 다시 검은 겉껍질을 벗겨내고 나면 남는 ‘백피(白皮)’가 한지의 재료가 된다. 이 백피를 말린 뒤에 천연잿물에 삶는다. 그리고 흐르는 물로 씻어내면서 일광(日光) 표백을 하고 티를 골라낸다. 하얀색 닥섬유가 만들어지면 돌 위에 올려놓고 나무 방망이로 수없이 두드려야 한다. 고해라고 부르는 작업이다. 장인들이 “골병든다”고 하는 고된 일이다. 고해를 마친 섬유를 물에 잘 풀어서 발로 떠내면 한지가 된다. 물론 섬유가 물에 그냥 풀리는 것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떠낼 수도 없다. ‘닥풀’이라고도 불리는 황촉규 뿌리를 짓이겨 얻은 진액을 분산제로 넣는다. 섬유질이 잘 풀어지도록 하는 역할이다. 이 닥풀이 영하의 날씨에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한지는 겨울에 만든다. 발로 종이를 뜨는 작업은 온전히 한지 장인의 몫이다. 섬유가 풀려 있는 닥물을 넓은 발 위에서 앞뒤 좌우로 흘려내면서 떠내면 습지가 된다. 섬유가 남고 물기가 빠져나간 상태다. 이 습지를 여러 장 겹친 뒤에 말리면 한지가 1차 완성된다. 아직 삶지 않은 닥나무를 보여준 뒤 나무 방망이로 퍽퍽퍽 닥나무 섬유를 두드려 보이던 최 대표가 발을 잡고 닥물을 흘려내며 종이를 떴다. 두 차례 습지를 떠내 맞붙인 최 대표는 “견본으로 떴지만 그래도 이건 진짜 한지”라고 했다.일제강점기 때 사라진 ‘진짜 한지’ 이렇게 천연 재료만 써서 장인의 손으로 한 장 한 장 떠온 한지는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다른 전통 문화처럼 그 명맥이 끊겼다. 김 교수는 “조선총독부의 공식 문서 등을 통해서 전통 한지 제조 방식이 조선식에서 일본식으로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일본이 닥나무를 칼비터라는 일종의 믹서로 자르고 또 펄프를 섞어 쓰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닥나무는 길고 질긴 섬유가 특성이고 장점이다. 그래서 힘이 들어도 나무 방망이로 닥나무를 때려서 섬유를 풀고 한지를 떠냈다. 이 닥나무 섬유를 잘라버리면 닥나무를 쓰는 의미가 사라진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제작 방식을 바꿔서라도 자신들이 써온 화지(和紙)처럼 잘 번지는 종이를 만들어 내길 원했다. 새로운 기술이 들어오면서 백피 삶는 방식도 바뀌었다. 메밀대 콩대 고춧대 등을 태워서 만든 천연잿물로 백피를 풀어내던 전통 방식에 양잿물이 끼어들었다. 만들기 어려운 천연잿물 대신 양잿물을 쓰면 작업은 훨씬 편해진다. 하지만 양잿물을 쓰면 닥나무 섬유는 잔털이 다 녹아내린다. 거칠고 딱딱해져 종이의 밀도가 떨어진다. 닥나무를 칼로 다 잘라버리고 양잿물까지 쓴 것은 한지의 질긴 특성을 빼앗은 주원인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칼비터를 쓰거나 양잿물을 쓰는 순간 한지는 더이상 한지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종이를 뜨기 전에 섬유를 풀어내는 해리 작업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황촉규 닥풀을 쓰던 방식이 팜유 등을 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바뀐 제조 방식은 한지의 개념 자체를 흔들어 놓았다. 전통 한지 제조법의 맥이 끊기면서 ‘무엇이 전통 한지냐’는 개념마저 사라진 것이다. 재현 작업에 나서면서 국내 한지업체의 현황을 살펴봤을 때의 상황은 이런 문제를 잘 보여준다. 한지의 재료인 닥나무에서부터 지역별 특성이 사라졌고 외국산이 국산처럼 쓰이기도 했다. 닥을 삶을 때는 화학잿물과 천연잿물을 쓰는 경우가 섞여 있었고 힘든 두드림(고해) 작업 대신 닥섬유를 잘라 작업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두드림 작업 뒤에 유수 표백을 하는 곳도 찾기 힘들었다. 종이를 떠내는 작업 역시 닥물을 전후좌우로 흘리는 ‘외발뜨기’ 대신 닥물을 가둬놓은 채 편하게 진행하는 ‘가둠뜨기’가 대부분이었다. 모두 한지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들이었다.정조의 친필 편지 오려내 만든 ‘한지의 기준’ 행자부와 김 교수가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복원 작업은 전통 한지의 개념을 새로 세우고 한지 제조의 기준을 표준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각자 알고 있는 전통 방식을 사용해 한지를 제작하는 몇몇 장인(匠人)의 노하우와 기억을 서로 짜 맞추고 옛 문헌까지 참고해 온전한 전통 한지 제작의 비법을 복원했다. 한지 장인 인터뷰와 업체별 제조 기법 발표회 등이 함께 진행됐다. 복원의 시작은 ‘기준 잡기’였다. 어떤 수준의 한지를 목표로 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고민 끝에 최종적으로 선정된 표본은 김 교수가 소장하고 있던 정조(正祖)의 편지였다. 세자 시절 스승 채제공에게 보낸 어찰. 조선의 부흥기에 왕이 사용한 종이야말로 최상급의 한지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문화재급 유물이었지만 글씨가 쓰여 있지 않은 여백의 일부를 오려내고 내절강도 등을 측정한 뒤 복원했다. 이 종이의 내절강도는 3525회. 3500회가량 접었다 펴야 종이가 끊어진다는 뜻이다. 기존에 쓰던 훈장용지의 내절강도(약 300회)에 비해 10배 이상의 강도를 가진 종이였던 것이다. 문헌 조사에서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천연잿물과 함께 생석회를 널리 사용했다는 사실과 두드림 과정에서 닥섬유가 달라붙지 않는 고욤나무 방망이를 이용했다는 세세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지를 뜨는 발 역시 대나무발이 아니라 억새, 띠 등으로 만든 촉새발이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닥섬유를 흐르는 물에 일광 표백할 때 닥섬유 사이의 수소결합이 촉진돼 전통 한지 고유의 흰색이 만들어지는 과학적인 원리도 규명됐다.전통 방식 복구하고 새 도침 기법 완성 국산 닥나무만 사용할 것. 백피는 천연잿물로 삶을 것. 닥섬유를 칼로 자르지 말고 나무 방망이로 두드릴 것. 닥섬유를 흐르는 물에 일광 표백할 것. 황촉규 같은 식물성 분산제를 사용할 것. 가둠뜨기가 아닌 외발뜨기로 종이를 뜰 것…. 어떻게 만들어야 진짜 전통 한지인지에 대한 자세한 기준이 그런 과정을 거쳐서 세워졌다. 한지 장인들이 쓰던 방법도 있고 알지만 쓰지 못하던 방법도 있었다. 그 누구도 방법과 의미를 몰랐던 것도 있었다. 이 방법을 서로 공유한 업체 12곳이 ‘훈장용지 업체 선정’에 도전했다. 합격점을 받은 곳은 천양P&B를 비롯한 5곳. 김 교수는 “안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나무 방망이로 두드리는 고해 작업은 뻔히 알면서도 포기하고 싶은 힘든 작업이고 외발뜨기는 장인의 솜씨가 집약돼야 가능하다. 공유한 제조 방식 중에는 한지 업체 모두가 반긴 마지막 비결도 있었다. ‘도침’이라고 부르는 마무리 작업이다. 도침은 다 만들어진 한지에 풀을 먹이고 디딜방아로 찧어서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밀도를 높이는 과정이다. 달군 금속을 두드려 강하게 만드는 단조 공정과 비슷하다. 질기고 두껍지만 보풀이 많이 일어 서화용이나 인쇄용으로 사용하기 힘든 한지는 이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최고의 종이로 완성된다. 이날 겨울바람에 말라가고 있던 한지도 풀을 얇게 바른 뒤 두 차례 찧어서 도침질까지 마친 종이였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제대로 된 방법이 전하지 않던 도침은 김 교수가 전통장판지 등에 풀을 먹여 밀도를 높였던 기술을 응용해 재현에 성공했다. 동양화가이면서 복원 작업을 이끈 김 교수는 동양화 작업을 할 종이를 30년 넘게 직접 만들어 썼다. 도침 역시 스스로 장인들의 작업 과정을 채록해 자신의 종이에 활용해 왔다. 김 교수는 “문헌을 보면 한지 제조 인력과 같은 수의 인력이 디딜방아로 도침질을 한 것으로 나올 정도로 핵심 기술”이라고 얘기했다. 최 대표도 “전통 한지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고 있지만 제대로 만드는 것에 도전하지 못한 것은 도침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품질 좋은 한지에 아교나 전분을 바르거나 화학약품으로 코팅하는 시도를 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풀을 잡지 못하면 아무리 질긴 한지를 만들어도 쓸모가 없다.“최고급 서화용지 복원용지로 우뚝 설 것” 이렇게 복원한 전통 한지는 올해부터 정부의 훈장용지로 쓰인다. 훈장은 한지 복원의 출발점이었다. 김 교수는 “왜 정부가 국가유공자에게 준 훈장이 몇십 년도 가지 못해 색깔이 변하는지가 이번 복원의 단초가 됐다”고 설명했다. 복원이 행자부 주관으로 진행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힘들게 복원하고 기술을 표준화한 한지가 훈장용지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최고급 서화용지와 복원용지로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중국에서는 과거의 ‘고려지’를, 유럽에서는 예술 작업용 ‘파인아트지’를 꾸준히 찾고 있지만 그 정도 수준의 한지를 공급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이번에 만든 한지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보풀을 잡고 인쇄기에 넣을 수 있는 한지를 만드는 길이 열린 덕택이다. 한지는 특유의 보존성 때문에 오래된 문서를 복원할 때 쓰이는 복원용지 영역에서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아직 남은 과제도 있다. 한지의 기준을 만들었지만 이것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나무 방망이로 닥섬유를 때려가면서 천연 재료로만 한지를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 더 쉬운 길로 빠지려는 유혹을 계속 이겨내야 한다. 지금 한지를 뜨는 대나무발을 촉새발로 교체하는 일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촉새발 제작 기술의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겨울바람 맞고 바스락거리며 마르고 있는 한지를 어루만지며 김 교수가 말했다. “자연을 손으로만 다듬어서 만든 종이예요.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의 삶을 담아내다가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이 종이를 다시 살려내는 데 꼬박 70년이 걸렸네요.”▼“고려의 종이는 銀처럼 빛나네”… 中 문인들 감탄▼‘동아시아 최고의 종이’로 꼽힌 고려지-조선지 중국 명나라 말기 서화가로 이름 높은 동기창(董其昌)의 명작 ‘강산추제도(江山秋霽圖)’ 한쪽에는 ‘조선국왕지인(朝鮮國王之印)’이라는 도장이 큼지막하게 찍혀 있다. 그림 속의 산세가 잦아들고 강 자락이 넓어지는 자리에 찍힌 도장은 이 종이가 조선 왕실이 중국 황실에 보낸 종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종이는 중국의 발명품이었지만 동아시아 최고의 종이는 고려지, 조선지로 불리던 한지였다. 중국 사람들은 한지를 ‘금령지(金齡紙)’라고 부르기도 했다. ‘황금과 같이 변하지 않고 오래가는 종이’라는 뜻이다.동기창뿐 아니라 소동파와 황정견 등 당대의 시인 묵객 상당수가 한지를 애호하고 예찬했다. ‘강산추제도’에 “고려의 표지가 은처럼 빛난다(高麗表紙光如銀)”는 발문이 달리기도 한 것처럼 특유의 매끄러움과 부드러운 먹 번짐이 장점이었다.이와 더불어 한지의 가장 돋보이는 강점은 보존성이다. 8세기 초중반 간행된 것으로 알려진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126호)이 증명하는 것처럼 한지는 1000년 이상의 보존성을 자랑한다. 화학 처리 없이 천연 재료만을 가공해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완주=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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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륜 범죄자 얼굴 왜 가리나” 주민 분노

    5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의 한 주택. 아버지에게 폭행당해 숨진 뒤 1년 가까이 방치됐던 여중생 이모 양(사망 당시 13세) 사건의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오전부터 집 근처에는 주민 100여 명이 몰렸다. 낮 12시 무렵 목사인 아버지 이모 씨(47)와 계모 백모 씨(40)가 도착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쓴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모 씨(61)는 “목회 일을 하는 사람이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다니 더욱 용납이 안 된다”며 “얼굴 보고 욕이라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화가 날 따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검증은 차분하게 진행됐다. 두 사람은 나무막대와 빗자루로 이 양의 손바닥과 허벅지 등을 때린 행동을 담담하게 되풀이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때 진술한 내용 그대로 비교적 태연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앞서 구속영장 실질심사 직전 두 사람은 “죄책감을 느끼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로 두 사람을 구속했다. 설 연휴에도 수사를 계속한 뒤 11일경 검찰로 사건을 넘길 예정이다. 무엇보다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달 15일 드러난 부천 초등학생 시신훼손 사건 당시 피의자 부부의 살인죄를 규명했던 법률지원팀을 투입했다. 한편 2012년부터 이 양을 키워 온 계모 백 씨의 여동생(39)은 이날 오전 풀려났다. 경찰은 여동생의 아동학대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검찰 판단에 따라 석방을 결정했다. 여동생은 이날 “아이의 일기장을 다시 봐도 우리 집에서 학대 같은 일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불구속 상태로 폭행 및 학대행위 여부를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부천=김도형 dodo@donga.com·박희제 기자}

    • 201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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