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베트남∼한국 60차례 48만km 비행하며 딴 석사학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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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한국어 교육 전공 김도완씨
호찌민서 ‘한국어 학교’ 운영… 제대로 된 외국인용 교재 만들 것

왕복 8000km. 29일 열리는 연세대 학위수여식에서 석사학위 외에 특별상을 받는 김도완 씨(40·사진)의 통학 거리다. 김 씨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를 오가며 공부했다. 논문 준비로 한국에 머문 한 학기 반을 제외한 세 학기 반 동안 꼬박 60번을 왕복했다. 계산하면 비행 거리만 48만 km다. 16일 오후 학교에서 만난 김 씨는 “집안일 때문에 결석한 적은 있어도 거리가 멀어서 수업에 빠진 적은 없다”며 웃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대구의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김 씨는 2004년 베트남으로 건너갔다. ‘영국이 영어 덕분에 버는 돈이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많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느낀 게 많았단다. 마침 베트남에서 한국어 강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훌쩍 떠났다. 한국 기업의 활발한 진출 덕택에 한국어의 인기가 영어 못지않았다. 재외국민과 베트남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금방 자리를 잡은 김 씨는 현재 베트남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힐탑 외국어학교’의 대표다.

하지만 학생이 늘어날수록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란 의문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문법 용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에게는 전혀 다른 한국어 교수 방식이 필요했다. 외국인을 위한 제대로 된 한국어 교재도 없었다. 김 씨는 “‘직업 목적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베트남인들에게 한국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을 가르칠 때 사용하는 교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김 씨는 고민 끝에 연세대 교육대학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전공’ 진학을 결정했다. 비행기로 왕복 10시간 넘게 걸리는 통학 거리를 무릅쓰고서라도 제대로 된 한국어 교수법을 배워야 한다는 결심이 섰다. 2011년 9월 입학한 김 씨는 베트남 현지 강의 때문에 도중에 휴학했지만 2014년 복학해 공부를 마쳤다.

김 씨는 그동안 일요일 밤 호찌민에서 비행기를 타고 월요일 아침 인천에 도착해 월, 화요일 수업을 집중해 듣고 수요일 아침에 돌아가는 생활을 했다. 그는 “힘든 시간이긴 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이제는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 교재를 만들어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도완#한국어 학교#호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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