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김도형 기자

동아일보 AD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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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경찰, 교육, 외교통일, 정치, 스포츠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8년부터는 산업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중후장대 산업을 취재한 경험 위에서 IT 기업들과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dodo@donga.com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경제일반39%
자동차17%
기업8%
건강8%
문화 일반8%
복지4%
사회일반4%
교육4%
검찰-법원판결4%
유통4%
  • [단독]다리는 못 쓰게 됐지만 나는 쓰일 수 있습니다

    사고는 도둑처럼 왔다. 충북 단양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던 길.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뒤차에 받혀 밀리며 터널 입구를 들이받았다. 참기 힘든 고통을 견뎌내며 자신의 차 뒷좌석에 누워 구급대원을 기다렸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늦은 봄 햇볕이 따가웠다. ‘14년 경력의 소방관인 내가 졸지에 제복 입은 이들의 구조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구나.’ 타인의 사고 현장을 수없이 누벼온 세월. 그 와중에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허리가 너무 아팠다. ‘나쁜 일 하며 살지는 않은 것 같은데….’ 최성찬 씨(43)는 2011년 5월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다. 대학에서 응급구조학을 전공한 그는 1997년 인천시의 119구급대원 특별채용을 통해 지방공무원으로 임용됐다. 그 후 인천에서 여러 소방서를 돌며 주로 구급출동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3남매의 아버지인 그의 삶은 사고 이후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함께 차에 탔던 가족들은 큰 후유증 없이 퇴원했지만 그는 사고 일주일 뒤 척수신경이 완전히 손상돼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병원 마당에서 한바탕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러 다니던 소방관이 아니던가. 재활을 시작했다. 상체를 단련해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훈련부터 시작했다. 지켜보는 아내가 눈물짓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도 그가 1년이 넘게 이어지는 힘든 재활에 매달린 것은 복귀에 대한 희망 때문이었다.복직하는 최성찬 소방관보상금을 더 받아내는 소송을 하라는 권유도 뿌리쳤다. 자신이 하고 싶고, 또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러 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내가 구한 심장마비 환자가 두 달 뒤 건강한 모습으로 치킨을 사들고 사무실로 찾아오는 것 같은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라고 했다. 현장을 뛰어다니지 못해도 상황실 근무와 행정 업무로 동료들을 힘껏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재활을 마치고 휠체어 탄 몸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에 원 소속 소방서는 곤란해했다. “일단 휴직을 연장한 뒤 판단하자”며 결정을 미뤘다. 1년 뒤 다시 문을 두드렸지만 그가 2013년 8월 받아든 것은 ‘직권면직’ 처분이었다. 그는 “처분을 내리기 전에 열린 위원회에서 다시 소방관으로 일하고 싶고 행정업무 등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노모와 3남매를 부양하는 가장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장애 때문에 직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는 기어이 복직을 거부당했다. 공무 중에 장애를 갖게 되면 복직이 가능했지만 휴무 중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경우는 계속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조직은 자신을 거부했지만 역설적으로 조직 안에 있던 동료들은 그의 편이었다. 이들의 격려 속에 그는 긴 싸움을 시작했다. 첫걸음은 인천지방공무원 소청심사위원회에 제기한 행정심판이었다. 변호사를 선임하며 다퉈 봤지만 2013년 11월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소송을 생각하던 그에게 한 동료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가 보라”고 조언하며 힘을 줬다. 100명 넘는 동료는 복직 촉구 탄원서를 써줬다. 공단의 도움을 받으며 2014년 인천지법에서 소송이 시작됐다. 조직으로부터 거듭 거부당하며 느낀 절망감을 결국에 뒤집어 준 곳은 법원이었다. 인천시는 “신체 상황이 공무원 채용 요건에 미달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정도”라는 논리를 폈지만 법원은 “이미 채용된 공무원의 건강 상태가 변한 것이고 내근 업무 등을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최 씨의 손을 들어 줬다. 신체장애를 입은 소속 공무원이 남아 있는 능력으로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지를 잘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은 1, 2, 3심 내내 이어졌다. 대법원은 12일 최 씨가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직권면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인천시의 상고를 기각하고 처분 취소를 확정했다. 요즘 최 씨는 ‘복귀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열 살 난 둘째는 내 처지를 아니까 ‘앞으론 어떤 일을 하게 되느냐’고 묻지만 두 살 어린 막내는 ‘불 끄러 뛰어다니는 것이냐’는 얘기를 한다”며 웃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일하고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휠체어 수입·판매사 사무실에서 19일 만난 그는 “나를 거듭 거부하던 곳으로 돌아가서 정말 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복직에 그렇게 긴 시간과 힘든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방서에서, 소청심사위에서, 그리고 항소와 상고라는 방식으로 ‘거부’당할 때마다 자신감은 옅어져만 갔다. 최 씨는 “소송에서 이겼는데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나는 이 조직에서 정말 쓸모없는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 소식을 듣고 아내에게 전화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터지는 것을 느끼며 그는 자신이 지쳐 있다는 걸 알았다. 사고가 난 2011년 5월 29일부터 19일까지 1788일이 흘렀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날 “법원 판단을 존중하고, 최대한 빨리 복직할 수 있게 절차를 밟고 있다”며 “(항소 등의 조치는) 복귀를 저지하겠다는 뜻보다 관련 판례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고양=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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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이틀만에… 檢, 당선자 5명 사무소 등 압수수색

    4·13총선이 끝나자마자 당선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14, 15일 이틀간 모두 5명의 당선자를 검찰이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강정석)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전남 영암-무안-신안 선거구에서 당선된 국민의당 박준영 당선자의 무안군 남악 선거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박 당선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을 지내고 전남도지사 3선에 성공한 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후보를 이기고 당선됐다. 14일에는 대전지검 천안지청이 충남 천안갑 선거구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박찬구 당선자의 선거사무소와 선거캠프 관계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박 당선자는 총선 예비후보자 신분이던 2월 지역구민에게 교통 편의와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이외에 경기 수원무 지역구의 더불어당 김진표 당선자와 강원 동해-삼척 지역구의 무소속 이철규 당선자, 울산 북 지역구의 무소속 윤종오 당선자 등 3명에 대해서도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한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14일 선거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편 검찰은 19대 총선에서 당선자 30명을 기소해 10명이 당선무효가 됐다.김도형 dodo@donga.com·유원모 기자}

    • 201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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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여주기 대책 - 편가르기 이제 그만… 4·16 반성문 다시 써야”

    《 “우리는 왜 참사를 막지도 못하고 참사 뒤에도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나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생과 동갑내기인 1997년생들이 참사 2년이 지나도록 떨치지 못한 의문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인터뷰한 1997년생 100명 중 85명은 자신의 ‘인생사건’으로 세월호 참사를 꼽았다. 이들은 참사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을 지켜보며 스스로가 믿고 있던 가치들이 모두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고 정부와 정치에 대한 불신을 떨칠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 정치·사회·행정·해양·안전·언론 분야 전문가 11명은 ‘세월호 참사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가 반성문을 고쳐 써야 한다”고 진단했다. 당시 한국 사회가 분노라는 감정의 바다에 또 한 번 침몰하면서 참사 원인을 밝혀내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현실적인 대응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제대로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사 뒤엔 대책 없는 분노뿐 2014년 4월 16일 참사 이후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시신 인양과 안타까운 유가족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사회는 슬픔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슬픔은 곧 분노로 전이됐다. 선장과 선원의 무책임, 정부와 해경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세월호를 운영한 청해진해운과 그 실소유주인 유병언 일가에게 분노를 쏟아내면서 추격전도 시작됐다. 홍은희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는 “그때 우리 사회는 이성적, 합리적 접근보다는 감정 표출에 집중하면서 가해자가 있다는 틀이 짜였고, 유병언을 잡아내는 일 등에 분노의 감정이 쏠렸다”고 진단했다. 속수무책으로 구조를 기다리다 침몰하는 배를 벗어나지 못한 희생자. 그렇게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애끊는 슬픔. 이를 목격한 국민들이 분노의 감정에 빠져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냉정한 상황 분석을 막아선다면 문제가 된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문제가 불거지면 그걸 해결하기 위한 절차와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특유의 조급증 때문에 그런 시간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사고를 조사하고 각자 의견을 가진 이들이 모여 논의를 벌이며 잘 보이지 않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각 관계자들이 국민 분노를 잠재우는 데 급급해 이걸 모두 건너뛰었다는 것이다.○ 진단 없이 보여주기식 대책 세월호가 비교적 노후(선령 21년)한 배였다는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여객선 등의 선령 제한을 강화한 것은 감정적인 대응의 결과를 보여준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세월호는 노후해서 침몰한 게 아니다. 단순히 선령이 오래됐다고 침몰하지도 않는다”며 “여론에 등 떠밀린 결정이다”고 지적했다. 참사 한 달여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내놓은 ‘해경 해체’ 같은 처방도 분노와 책임을 떠넘기는 대응에 불과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영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해경 해체 같은 조치는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눈에 잘 띄도록 보여준 정치적 프로파간다(선동)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이런 극단적 처방은 결과적으로 비슷한 사고가 또 일어났을 때의 대응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문제가 된다. 전 교수는 “재난 해결은 현장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상위 기관을 만드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쟁 일삼는 하급 정치 참사 때문에 정치의 중요성을 자각하게 됐다는 1997년생들의 얘기처럼 참사를 정쟁으로 몰고 간 정치인들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미국은 9·11테러 이후에 꾸린 위원회에서 당파성을 벗어난 토론 등을 거쳐 사회 전체가 수긍할 수 있는 결과물을 얻어낸 반면에 우리는 정치권이 편 가르기 식으로 대응하면서 국민들의 무력감과 실망감을 키운 것”이라고 얘기했다. 사회는 분노를 떠넘긴다고 해서 발전하는 게 아니고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들 때 비로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큰 사고를 겪으면 뭔가 큰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사고는 사소한 원인이 겹쳐 발생한다”며 “해경이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지 못했던 구조적인 이유를 알아보고 상습적 과적을 방치했던 ‘관피아’ 척결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꾸준히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대안을 찾는 반성이 없다면 세월호 참사의 시계는 ‘2014년 4월 16일’에 계속 멈춰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잠재된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반성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7월에 세월호를 인양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뱃머리(선수)를 들어올리는 등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한다.김도형 dodo@donga.com·유원모·한우신 기자}

    • 201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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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류인균 “두뇌는 캐도캐도 알 수 없는 미지의 탄광”

    “사실 제 머릿속에 숫자 ‘7’ 같은 단어 하나가 어떻게 기억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에서 만난 류인균 원장(52)은 인간 두뇌 연구의 수준을 묻자 겸연쩍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2013년 4월 설립된 연구원에서 50여 명의 연구진을 이끄는 류 원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뇌 과학자다. 하지만 그는 인간 두뇌를 “미지의 탄광이고 그래서 과학의 마지막 숙제”라고 표현했다. ‘알파고’ 열풍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사실 인간지능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는 인체에서 차지하는 무게가 2%에 못 미치지만 에너지와 산소는 20%를 소비한다. 뉴런이라고 부르는 신경세포와 이 신경세포를 돕는 지원세포로 이뤄져 있다. 구조가 복잡할 것은 없다. 하지만 류 원장은 “영문학자도 술에 취하면 A에서 Z까지를 순서대로 읊지 못하는 것이 뇌의 신비”라고 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A B C D E’가 두뇌 속에 순서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억뿐만이 아니다. 예컨대 △호르몬 분비가 뉴런에 영향을 미치는지 △감정은 두뇌 전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의식과 무의식 영역은 두뇌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모두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기초적인 연구마저도 사회적인 의미가 크다는 것은 두뇌 연구의 매력이다. 탈북자 두뇌를 통해 폭압에 가까운 정치·사회 체계가 인간 두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연구에는 해외에서도 연구비를 지원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간의 지능과 AI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류 원장은 서울대 의대 입학 시절 얘기를 들려줬다. 공대에 간 친구들은 1982년에 “컴퓨터가 내과 처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테니 외과를 전공하라”고 했지만 30년이 지나도록 그런 시대는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류 원장은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AI를 보려면 적어도 1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자신의 경험 때문만이 아니다. 비행기는 새를 모방해 만들지 않았지만 AI만큼은 인간 두뇌의 원리를 흉내 낼 수밖에 없는데 그 원리를 어느 정도라도 알아내는 데 수십 년에서 100년에 이르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과학 기술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정말로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할까. 류 원장은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수만 년 혹은 그 이상에 걸친 진화의 결과가 바로 이 ‘두뇌’니까 순식간에 따라 잡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라고 말하며 웃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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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국선열 따라걷기’ 3000여명 참여 성황

    영화 ‘암살’의 여주인공 안옥윤(전지현)의 모델로 알려진 남자현 열사(1872∼1933)에 대한 소개를 읽은 학생과 시민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남 열사는 직접 무기를 들고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려던 대표적인 여성 독립운동가이지만 일반인에게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 9일 오전 서울 서대문독립공원 내 현충사와 인근의 안산 자락길에서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와 ROTC중앙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공동 주최로 ‘제2회 나라사랑 순국선열 따라 걷기’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학군단(ROTC) 동문과 후보생 800여 명, 초중고교생 700여 명, 시민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7.2km가량의 산책로를 걸으면서 곳곳에 설치된 남 열사와 같은 순국선열 60여 명의 소개와 펼침막을 보며 선열들의 나라사랑을 느꼈다. 김시명 순국선열유족회장은 “뜨거운 나라사랑과 희생정신으로 대한민국을 일궈낸 순국선열들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정신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첫 행사 개최 이후 순국선열유족회는 같은 공간에서 학생들을 위한 교육 활동도 연중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000명 이상의 초중고교생이 참가했고 올해에도 1만 명 이상이 참가할 예정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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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심야시간 도로점거 기습시위한 참가자에 항소심서 무죄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부장 지영난)는 밤늦은 시간 무단으로 차로를 점거해 행진한 혐의(일반교통방해)로 기소된 윤모 씨(48) 등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도로 점거가 통행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 이뤄졌고 시위대가 점거하지 않은 나머지 차로를 통해 차량 소통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윤 씨 등은 2008년 11월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 참가했다가 집회가 끝나자 지하철로 홍대입구역으로 옮겨 3, 4차로 도로를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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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11시까지 확성기 유세… 잠 좀 잡시다”

    3일 봄꽃놀이를 겸한 주말 나들이로 가족과 함께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직장인 황모 씨(41)는 선거 유세 차량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꽉 막힌 공원 주차장 진입로 때문에 차 안에서 40분을 기다리는 동안 이 지역의 한 총선 후보가 전광판까지 동원해서 큰 소리로 반복해 틀어놓은 음악 소리를 강제로 들어야 했다. 그는 “나는 이곳 유권자가 아니라서 더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4·13총선 선거운동 시작 이후 황 씨처럼 선거 유세 소음에 시달리다 심지어 경찰에 소음 신고까지 하는 경우가 하루 500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에서 2550건의 유세 관련 소음 신고가 접수됐다. 하루 510건꼴이다. 선거 소음 신고는 확성기를 설치한 유세 차량으로 주택가와 상가를 오가며 반복적으로 트는 노래와 연설이 시끄럽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역대 최저 투표율 기록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은 가운데 선거 유세마저 소음 신고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접수된 선거 소음 신고가 하루 평균 211건(총 2747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4배에 이른다. 하지만 선거 관련 소음은 처벌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상 공개된 장소에서 연설이나 대담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시간은 어떤 장비를 사용하느냐 등을 기준으로 규정돼 있다. 몸에 지니는 소형 확성기를 쓸 때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차량용 앰프 등 휴대할 수 없는 확성기를 쓸 때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설이나 대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규정만 지키면 된다. 이 시간대에는 소음 관련 처벌 기준이 없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시끄럽게 선거 운동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선거 유세 중의 소음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의 소음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집회와 시위 중에는 지역과 시간에 따라 60∼75dB(데시벨)을 넘지 못하도록 소음을 규제하고 있지만 선거 유세는 이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와 관련된 활동을 경범죄로 처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선거 캠프 측에 자제를 당부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짓고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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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고 뭐고 시끄럽다” 선거유세 관련 소음신고 나흘간 2000여건

    4·13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하루 500건이 넘는 유세 관련 소음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나흘 동안 전국에서 2143건의 유세 관련 소음 신고가 이뤄졌다. 하루 535건 꼴에 이르는 신고는 유세 차량에서 트는 선거 관련 노래와 연설 등이 시끄럽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서 연설이나 대담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대는 어떤 장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 시간대 안에서는 소음 발생 관련 기준이 없다. 휴대용 마이크 등 몸에 지닌 채 활용하는 소형 확성기를 쓰는 경우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차량에 고정해야 하는 앰프 등 휴대할 수 없는 확성기를 쓰는 경우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설이나 대담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소리의 크기에 대한 규정은 없다. 결국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확성기와 앰프를 동원한 선거 운동이 이어지면서 일부 시민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 유세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의 소음 규제 대상이 아니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관련 활동을 경범죄로 처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주민 신고를 받으면 현장에 출동 하지만 선거 캠프 측에 자제를 당부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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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분 입맞춘 듯 “별일 아닌데”… 학교 자치委는 진실규명에 한계

    키 158cm에 몸무게 52kg. 지난달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명현이(가명·15)는 체구가 작았다. 얼마 전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했던 중학교 3학년 같지 않았다. 주눅 든 표정을 짓고 있던 명현이는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비로소 웃었다. 내야 수비를 할 때 7타자 연속으로 자신에게 공이 왔고 모두 범타로 돌려세운 것이 제일 자랑스러운 기억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를 다니며 리틀야구단 생활을 시작한 명현이는 2년 전 경기 파주시의 한 중학교 야구부로 전학하면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얼마 전 꿈을 접었다. 야구부 친구들에게 당한 따돌림과 폭력 때문이었다는 게 명현이의 얘기다. 하지만 다른 야구부원 학부모들의 주장은 다르다. 야구부에서 명현이가 후배들을 괴롭혔고 이 때문에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것. 야구도 원래 스스로 그만두려 했다고 한다. 도대체 명현이에겐 무슨 일 있었던 걸까. 명현이의 아버지(48)와 어머니(43)는 아들이 괴롭힘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를 올 2월에야 들었다. 학교 야구부가 베트남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였다. 명현이는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2014년 말부터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놀림을 당하고 지속적으로 폭행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충격을 받은 명현이의 부모님은 아들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아내고 가해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나섰다. 부모님이 명현이 기억을 통해 수집한 폭행과 괴롭힘 사례는 2014년 10월부터 20종류가 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모님의 시도는 실패했다. 아버지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인정한 것은 폭행의 일부분뿐이었고 처벌은 가해자 4명에 대한 출석 정지 15일과 2명에 대한 사회봉사 명령 등에 그쳤다”며 “학교를 통해서는 진상을 가려낼 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피해자 주장에 크게 못 미치는 결론이 나온 이유는 학폭위 회의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달 4일 열린 학폭위에서 학교 측은 피해자인 명현이와 부모님의 얘기를 먼저 들었다. 상습적인 폭행과 샤워장에서 명현이의 몸에 오줌을 누는 식의 괴롭힘 등이 먼저 얘기됐다. 학폭위는 이어 같은 학년인 가해자 6명의 얘기를 청취했다. 이들은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폭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지훈련 중 샤워장에서 벌어진 일과 관련해서도 “소변이 튀었을 뿐 직접 겨누고 눈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학폭위에서 증인으로 부른 이들은 이 학교 야구부의 감독과 코치였다.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야구부 관리자. 학교는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를 통해서만 사건을 조사하고 모두가 인정한 수준의 폭행 사실만 사실로 받아들인 셈이다. 학교 관계자는 “우리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는 있겠지만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서 학폭위를 열고 적절한 처분을 내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부 학생에게 출석 정지 15일 처분까지 내린 것은 인정된 폭행 정도에 비해 과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와 운동부 소속 친구 사이의 가벼운 폭행이었을 뿐이라는 가해자. 그리고 절차를 지키고 양쪽의 얘기를 다 들은 뒤 결론을 내려 학폭위 징계를 결정했다는 학교.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학교에서 벌어진 일은 명현이 측의 고소로 지난달 경찰서로 갔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고 사건은 조만간 검찰로 송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건이 커지면서 명현이의 1년 아래 후배들 학부모 일부는 “명현이가 후배들을 성적으로 놀리거나 추행한 것 때문에 동급생들에게 맞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 속에서 경찰이 밝혀낼 수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얼마 전까지 이 학교 야구부에서 생활했던 한 학년 후배 정석이(가명·14)는 “지난해 9월쯤부터 여러 달 동안 매주 적어도 한두 번씩 명현이 형이 맞는 걸 봤다”며 “후배 처지에서 봐도 ‘왜 그렇게 맞고만 있느냐’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견디기 힘든 수준의 폭력이었다”고 말했다. 손이나 막대를 이용해 때리는 모습도 자주 봤다고 말했다. 정석이는 “이제 나는 거기(야구부)에 소속이 안 돼 있으니까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석이는 경찰 조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말했다. 정석이는 명현이를 체구는 작지만 ‘야무지게’ 야구하는 선배로 기억했다. 정석이는 “손의 감각을 익혀야 한다며 한겨울에도 장갑을 벗고 운동했던 형”이라고 말했다. 야구선수가 되기를 포기한 명현이는 지난달 말 서울의 한 중학교로 전학했다. 파주=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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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7년생은 ○○세대”

    불운한 내리막 세대 혹은 기적을 만드는 극복 세대. 첫 투표를 앞둔 1997년생 100명은 스스로를 이렇게 이름 붙였다. 저성장 흐름 속에서 앞으로 마주칠 취업난이 두렵긴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활로를 찾겠다는 새내기 대학생들의 의지가 엿보인다. ‘나는 ○○ 세대’라는 주관식 답변에서 60%가 불운, 내리막, 고난, 미생(未生)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얘기했다. 월세 세대라고 말한 중앙대 박모 씨는 “요즘 월세가 대세라고 하는데 앞으로 월세라는 주거 형태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작년부터 유행했던 ‘수저론’과도 통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잘사는 사람은 갈수록 편하게,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힘들게 사는 사회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1997년생들은 폭풍 속 세대, 끌려 가고 있다는 뜻의 썰매 세대 같은 단어도 골랐다. 이 밖에 고립, 절망, 아픈, 불쌍한, 비보호 등도 나왔다. 개혁, 꿈꾸는, 변화, 극복 같은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를 꼽은 비율은 20%에 조금 못 미쳤다. 하지만 노력으로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넘어서고, 바꿔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이화여대 박모 씨는 “앞으로 우리 힘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며 자신을 ‘할 일이 많은 세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1997년생이 전체적으로 우울한 현실 속에서도 그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은 ‘연어 세대’라는 말이 잘 보여준다. 성신여대 김규리 씨는 “알을 낳기 위해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와 비슷하다”라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 연어가 알을 낳는 것처럼 꿈을 이루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긍정적 부정적으로 분류할 수 없는 응답도 꽤 많았다. 그중에는 학창 시절 다양한 일을 겪었기 때문인지 다사다난 세대, 롤러코스터 세대 등이 포함돼 있었다.김도형 dodo@donga.com·강성휘 기자}

    • 20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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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北 무모한 도발땐 자멸”

    25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진혼곡 연주가 시작되고 예포가 한 발 한 발 발사됐다. 서해를 지키다 산화한 장병 55명을 기리는 예포 21발의 울림이 계룡산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현충원을 흔들었다. 친구와 얘기를 나누던 중학생들도 숙연해졌다. 예포 소리는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전사자들의 외침 같았다.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과 천안함 피격(2010년 3월 26일),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 23일) 등 북한의 ‘3대 서해 도발’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장병 55명을 기리는 ‘제1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세 차례 도발에서 산화한 장병은 55명. 이 중 희생자(한주호 준위 포함 47명)가 가장 많았던 천안함 피격이 벌어진 3월 넷째 주 금요일을 기념일로 정해 올해부터 정부 주관 기념식을 연다. 이날 행사엔 박근혜 대통령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유가족, 시민 및 학생 등 7000여 명이 참가했다. 앞서 추모 행사 통합을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부정적이었던 일부 유가족도 “호국용사의 정신을 기리고 안보 의식을 고취한다”는 서해 수호의 날 제정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해군과 해병대는 서해 수호의 날과 별도로 자체 추모식도 계속할 계획이다. 고 박석원 상사의 아버지 박병규 씨(60·천안함 46용사 유족회장)는 “현충일이 있는데 나라에서 따로 기념일을 마련해 준 것에 감사한다”며 “희박해져 가는 젊은 세대의 안보 의식을 키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도착해 유가족 5명에게 목례하며 각각 안부를 물었다. 고 김태석 원사의 딸(13)에게는 “나라를 지키다 용감하게 전사한 아버지에게 긍지를 가져라. 아버지가 지켜보시고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부상자들도 참석했다.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군과 맞서 싸우다 오른팔에 관통상을 입었던 곽진성 씨(37·당시 하사)는 “영화 ‘연평해전’ 열풍 이후 관심이 식는 것 같아 먼저 간 전우들에게 미안했는데 정부가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기념식에선 도발 당시 상황과 생존 장병 인터뷰 등을 담은 동영상이 대형 화면에 나왔다. 이 행사에 참석한 중학생들은 3대 도발 전사자가 55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특히 엄마가 서해 도발로 산화한 아들을 평생 기다린다는 내용의 뮤지컬 ‘엄마의 바다’가 공연되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김소진 양(14)은 “나보다 겨우 대여섯 살 많았던 오빠들이 너무 일찍 희생돼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청와대 타격 협박 등 위협 수위를 날로 끌어올리는 북한을 향해 강하게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제재 조치로 고립무원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무모한 도발은 북한 정권의 자멸의 길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서해 수호의 날은 호국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의 단합된 의지를 모아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하지 못하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순진 합참의장은 서해 수호의 날을 맞아 해군 1함대사령부를 찾아 “북한이 도발하면 서해 수호 55용사의 한을 풀어주는 호기로 삼아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대전=손효주 hjson@donga.com·김도형 /장택동 기자}

    • 201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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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 천안함 46용사 6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그날’은 언제나 아픔이지만 결코 잊을 수도 없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천안함과 46명의 꽃다운 청춘이 산화한 지 6년째를 맞는다. 46명과 실종자를 찾으려다 사망한 한주호 준위가 묻혀있는 국립대전현충원과 백령도엔 그들의 넋을 기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꽃샘추위가 찾아든 24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선 아침부터 진혼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25일 제1회 서해 수호의 날과 26일 천안함 폭침 6주년을 앞두고 묘역엔 전사자 유족과 동료들이 어김없이 찾았다. 각자의 방식으로 전사자를 되새기던 이들의 모습에선 6년 동안 조금씩 덜어낸 슬픔과 아직 삭이지 못한 설움이 함께 묻어났다. 고 임재엽 중사의 아버지 임기수 씨(64)와 어머니 강금옥 씨(60)는 이날 오전 묘역을 찾아 흰색 수건으로 묘비를 하나하나 닦았다. 강 씨는 3주년 무렵까지 매일 묘비를 닦았다. 이후에도 한 주에 두어 번은 묘역을 찾았다. 강 씨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말고 무엇이 있겠느냐”고 했다. 강 씨는 아들은 이미 떠났지만 어머니로서 못해 준 것이 있어 순간순간 숨이 막힐 것 같다고 했다. 3년 동안 천안함에서 생활했다는 전사자들의 옛 동료 박모 씨(31)는 술을 들고 묘역에 나타났다. 그는 소주 2병을 전사자 모두의 묘비 앞에 나눠 뿌렸다. 매년 묘역을 찾는다는 그는 “작전을 마치고 입항해 저녁마다 소주잔을 기울이던 동료들에게 술 한 잔 주러 왔다”고 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자 10명 넘는 유족이 거의 동시에 묘역을 찾았다. 딸기 부침개 찰보리빵 도넛 소주 음료수 등을 들고 와 묘비 앞에 차려 놓고 다른 유족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전사자가 돼 묻힌 아들들이 지금도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함께 얘기를 나누던 이용상 하사의 어머니 박인선 씨(51)는 “다들 어느 정도 슬픔을 다독였는지 눈물은 덜 흘린다”면서도 “하지만 지금도 꿈에서는 자주 아들을 본다”고 했다. 서로 다르게 46명 전사자를 추억하면서도 묘역에서 만난 유족과 동료들은 “잊지 말아 달라”고 입을 모았다. 고 조진영 중사의 어머니 박정자 씨(54)는 “하나뿐인 자식을 떠나보냈지만 묘역을 마련해 기억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복무하다 전사한 사람들을 모두가 오래오래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위령탑은 폭침 당시 초병이 물기둥을 처음 관측한 지점이자 침몰 해역과 가장 가까운 연화리 야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다. 위령탑 하단에는 46용사의 얼굴이 각각 새겨진 동판이 있다. 하루 종일 쌀쌀한 바닷바람이 불었던 이날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인천시지부 회원 100명이 위령탑을 찾았다. 이들은 매년 천안함이 폭침된 26일을 전후로 위령탑을 찾아 46용사의 넋을 기려왔다. 최상돈 씨(81)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북한의 어뢰 공격에 숨진 46용사를 국민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령탑을 찾는 행렬은 연중 끊이지 않는다. 콩돌해안과 두무진, 사곶해변 등 천혜의 관광자원이 널려 있는 백령도에는 연간 7만여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는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위령탑을 찾는다. 백령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군과 해병대 장병을 면회 온 가족 친지들의 필수 방문 코스이기도 하다. 이날 백령도 곳곳에는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검은색 플래카드가 걸리는 등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백령초교 북포초교와 백령중고교에 다니는 학생 400여 명은 25일 위령탑을 찾아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다. 백령면사무소와 주민자치위원회, 부녀회 등도 별도의 추모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철 백령면장(48)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뒤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46용사를 잊지 않고 위령탑을 찾아 넋을 달래는 행렬이 여전히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대전=김도형 dodo@donga.com / 백령도=황금천 기자}

    •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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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인터넷 ‘별풍선’이 뭐길래

    “도로에서 자동차 레이싱을 벌이는 이 사람들 좀 잡아주세요.” 지난해 12월 초 서울 마포경찰서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일반 도로에서 외제차가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경주를 벌이는 광경을 ‘아프리카TV’로 실시간 방송한 진행자(BJ)에 대한 제보였다. 이 BJ는 유명 자동차 커뮤니티에 홍보글까지 올렸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서울 강변북로에서 난폭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회사원 엄모 씨(30)와 이모 씨(37) 등 3명을 붙잡아 최근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1시경 강변북로 마포구 난지캠핑장 주변에서 영동대교 북단까지 20km 구간을 평균 시속 180km로 달리며 급하게 다른 차량을 추월하면서 난폭하게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인터넷방송 대가인 ‘별풍선’을 받기 위해 경기 파주시의 한 휴게소에서 만나 계획을 짠 뒤 이 씨 등이 불법 경주를 벌이고 엄 씨는 이를 쫓아가며 생중계한 것이다. 아프리카TV BJ는 별풍선을 개당 60원 정도에 환전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엄 씨는 자동차와 관련된 방송으로 월 30만 원어치의 별풍선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지만 불법 경주 영상을 통해 어느 정도의 추가 수익을 올렸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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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대 80%가 부모… “내가 양육” 주장땐 다시 공포의 집으로

    《 자녀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유도 갖가지다. 대소변을 못 가린다거나 내 배에서 나온 자식이 아니라고, 울며 자신들의 일을 방해한다며 폭력을 행사하거나 방치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 따로 없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미취학 어린이와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해 일제 점검을 벌인 데 이어 이달부터 의료기록이 없는 영유아까지 점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 아이는 내 맘대로”라며 지나치게 ‘친권’을 강조하는 부모들과 이를 보고도 눈감는 이웃의 무관심이 이어진다면 아동학대는 우리 주위에서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계속 불거지고 있는 아동학대를 뿌리 뽑기 위해 필요한 방안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 》 “아이가 상처받을 것 같아요. 내가 키울게요.” 두 달 전만 해도 장기보호시설에 아이를 맡기자는 제안에 동의했던 그였다. 아이의 종아리와 허벅지에 남아 있던 붉고 선명한 회초리 자국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아버지의 말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계모가 학대를 일삼는다고 해도 친아버지가 거부한다면 자녀 격리를 강하게 주장하기란 무리이기 때문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빈손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후 추가로 학대받은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부모는 가정방문을 꺼렸다. 이에 아이에 대한 관리는 2015년 4월로 종결됐다. 그 후 10개월, 계모에게 계속 학대받던 아이는 결국 숨을 거뒀다. 아이는 경기 평택의 한 야산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신원영 군(7세)이다. 원영이가 2014년 7월 격리 조치만 제대로 받았다면 지긋지긋한 학대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친아버지의 강력한 주장에 떠밀려 학대를 막지 못한 결과 아이의 죽음을 불러왔다.○ “내 아이 내가 키운다는데 무슨 말이 많아” 최근 드러난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다수는 부모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4년까지 학대행위자가 부모인 경우는 매년 80%를 넘고 있다. 한 번 학대했던 부모가 자녀를 또다시 학대하는 일도 빈번하다. 2014년 기관 및 경찰에 접수된 재학대 사례 1027건 중 896건(87.2%)이 부모의 학대였다. 아이를 보낼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가정으로 돌려보내다 보니 다시금 학대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친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 풍토와 무관치 않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학대 피해를 입은 어린이에게 피해아동보호명령을 내린 205건 가운데 학대 부모의 친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정지한 경우는 43건에 그쳤다. 부모가 정상적인 양육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어도 친권을 박탈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7월 숨진 두 살배기 허모 군 사례가 대표적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허 군은 2014년 2월 아버지에게 뺨을 맞았다. 부모의 부부싸움 중에 김치통을 엎고 말썽을 부렸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어머니 변모 씨(44)의 신고로 아버지는 80시간 상담교육을 받는 보호처분 결정을, 허 군은 지역아동보호기관 격리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격리 조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변 씨가 청와대에 “내 아이를 돌려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웃들은 변 씨가 심한 우울증을 앓는 데다 지적장애 3급이어서 양육이 어렵다고 봤지만 허 군은 2014년 12월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 6개월 뒤 변 씨는 허 군이 자지러지게 운다는 이유로 입을 스타킹으로 묶었고 허 군은 결국 숨을 거뒀다.○ “남의 집안일 참견 마” 정부는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친권상실선고를 청구하는 요청권자를 아동보호전문기관장, 복지시설관장, 학교장까지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부모임을 주장하며 학대 아동의 격리를 막는 행태가 여전하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 직원은 지난해 말 한 초등학생의 몸에서 멍을 발견하고 학생의 아버지를 고발했다가 조사를 받은 아버지에게 “당신이 뭔데 남의 집 일에 참견을 하느냐”는 폭언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있는 부모로부터 아이를 격리할 시스템을 확보해야 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 아동을 강제로라도 가능한 한 빨리 부모에게서 떼어놓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창규 kyu@donga.com·김도형 기자}

    • 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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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단지 가로지르는 공용도로에 마을버스 못 다니게 하겠다는 주민들

    16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주민 50여 명이 팻말을 들고 단지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들은 마을버스가 단지를 통과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아파트 곳곳에는 ‘마을버스 관통하면 아파트는 교통지옥’ ‘단지 안을 관통하는 마을버스 폭탄버스’란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처럼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사이를 가로지르는 공용도로에 마을버스 통과를 막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근 주민도 함께 이용하는 마을버스의 통행을 막는 것을 놓고 ‘집단 이기주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3885채 규모의 이 아파트 단지는 뉴타운 개발로 들어섰다. 개발 전 그 지역을 돌던 마을버스가 2009년 무렵 운행을 중단했다. 그러다 2014년 9월 아파트 준공 이후 다시 노선을 가동하려 하자 아파트 주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입주자 대표 등은 “마을버스 때문에 공해와 소음, 안전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해 아파트 가치가 하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을 위해 길을 터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하철 5·6호선 공덕역과 2호선 아현역을 왕복하는 마을버스가 지나다닐 도로는 모두 왕복 2∼4차로의 공용도로다. 마포구 관계자는 “현재 의견을 수렴 중인데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해당 아파트 입주민 가운데서도 마을버스 노선 개설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아파트 주민 이모 씨(40·여)는 “여기는 사실 마을버스뿐 아니라 일반 승용차와 유치원 학원의 통학버스도 많이 다닌다”며 “마을버스만 반대하겠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입주민은 입주자 대표 등이 나서서 마을버스를 막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구는 25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운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새롭게 들어선 아파트를 중심으로 변화한 지역사회가 노출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지역에 여러 사람이 모이면서 이기주의가 나타나고 특히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서 많이 드러난다”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면서 이런 이기주의가 더 악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도형 dodo@donga.com·노지원 기자}

    •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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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컴퓨터 등장땐 ‘알파고’ 수읽기 더 빨라져”

    “전기 대신 빛을 신호 수단으로 써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컴퓨터가 등장하면 ‘알파고’의 수읽기는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차세대 컴퓨터로 각광받는 광(光)컴퓨터 실현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게르마늄 광소자 개발에 성공한 남동욱 인하대 전자공학과 교수(33·사진)는 이세돌 9단과 자웅을 겨루고 있는 알파고에 빗대 광컴퓨터를 설명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와의 공동연구 결과를 최근 나노 분야 권위지 ‘나노 레터스’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학자들은 현재의 컴퓨터를 뛰어넘을 새로운 컴퓨터로 광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꼽는다. 지금도 알파고가 보여준 수준의 인공지능(AI) 실현이 가능하지만 연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는 새로운 방식의 컴퓨터는 더 높은 수준의 AI를 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영역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한다. 남 교수는 “유전자, 기상, 경제 등 복잡한 세계를 분석하기 위해 컴퓨터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남 교수팀이 연구 중인 광컴퓨터는 컴퓨터 내부의 신호 전달 수단으로 전기 대신 빛을 쓴다. 세계 각국이 그동안 광컴퓨터에 쓰일 수 있는 게르마늄 기반 광소자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지만 게르마늄은 빛 방출 효율이 낮다는 점 때문에 고효율의 광컴퓨터용 광소자로 개발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남 교수는 스탠퍼드대 유학 때부터 관련 연구를 해왔다. 지난해 인하대 강단에 선 뒤에도 스탠퍼드대 연구팀과 꾸준히 중간성과를 주고받으며 게르마늄 나노선을 고무줄처럼 늘려 빛의 방출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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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룻밤 3500만원… 연예인 성매매 적발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 연예인을 국내외 재력가에게 소개해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하룻밤에 1300만∼3500만 원의 돈이 오가는 성매매에 나선 연예인 중에는 유명 가수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연예기획사 대표 강모 씨(41)와 직원 박모 씨(34)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성매매 여성 4명과 재미 기업가 A 씨(45) 등 성매수 남성 2명, 강 씨가 고용한 알선책 3명 등 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 등은 지난해 3∼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국인 사업가 A 씨에게 연예인 B 씨(29)를 비롯한 여성 4명을 소개했다. 이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의 호텔에서 한 차례에 1300만∼3500만 원을 받고 성관계를 하도록 알선한 것이다. 경찰은 “B 씨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한 유명 연예인”이라고 했다. 실제로 B 씨는 국내 공기업의 홍보대사를 지내기도 한 유명 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돈이 궁한 B 씨에게 수백만 원을 빌려준 뒤 이런 점을 이용해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지난해 7월 국내의 주식 투자자 C 씨(43)에게 1500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성매매 연예인들은 성관계 후 현금을 직접 받은 뒤 이를 강 씨 등과 절반가량씩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강 씨는 2014년 영화배우 성현아 씨 등 여러 연예인의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돼 추징금 3280만 원과 실형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직후 다시 연예인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도형 dodo@donga.com·정동연 기자}

    • 201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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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람선 승객 아닌 요트 만드는 개척자 되라”

    “안락한 여행을 위해 유람선을 기다리는 승객이 아니라 거친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자신만의 요트를 만드는 개척자들을 키워내려고 한다.” 고려대 염재호 총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 안암로 교정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진취성과 담대함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신입생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스펙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나가는 탐험가를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 각 대학 입학식에서 나온 축사에는 치열한 경쟁을 시작하는 신입생을 위한 응원과 대학의 고민이 함께 담겨 눈길을 끌었다. 2일 열린 서울대 입학식에서 성낙인 총장은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선(善)한 인재’를 강조했다. 이웃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는 인재가 되어 달라는 호소였다. 그러면서 성 총장은 “고통스러워도 자신을 들여다보고 투쟁하며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과학 분야 석학인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상상력’을 화두로 축사를 했다. 김 교수는 “사회는 여러분이 기회를 박탈당한 세대라고 하지만 기회는 항상 존재하고 있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상력으로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찾아오는 기회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과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난 속에서도 신입생들이 자기 인생의 이유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철학적 주문도 있었다. 연세대 김용학 총장은 지난달 26일 입학식에서 “‘올(all) A를 받겠다’와 같은 당찬 계획을 세웠겠지만 ‘내가 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에 쓸 한 줄이 아니라 자기 인생의 이유와 의미를 찾는 노력을 신입생들이 시작해 달라는 당부였다. 김 총장은 “맞춤식 직업교육을 받으려고 이 자리에 섰다면 잘못된 장소를 찾아온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은 “각자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학교를 최대한 이용해 달라”고 조언했다. 연세대와 같은 날 열린 이화여대 입학식에서 최 총장은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꿈을 명확한 목표로 설정하고 도전하는 것이 대학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해 둔) 학교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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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부터 집회 신고한뒤 개최 안하면 최고 100만원 과태료

    반대 진영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장소를 선점하는 이른바 ‘알박기 집회신청’에 경찰이 최고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25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8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청한 집회를 열지 않을 경우 집회 시작 24시간 전에 해당 경찰서장에게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철회 신고서를 내지 않아 뒤에 신청한 집회가 열리지 못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 규정은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28일부터 적용된다. 먼저 집회를 신청한 경우엔 행사 시작 1시간 전에 경찰서장에게 개최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지난해 경찰에 신고된 집회 시위는 140만3916건이었지만 개최된 경우는 3.4%(4만7655건)에 불과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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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도박 사이트 제작·판매·운영한 조직 적발

    불법 도박 사이트로 수백억 원대 불법 이득을 챙긴 일당이 조직 내에 도박사이트를 제작, 홍보, 운영한 전담팀을 두고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일삼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5일 불법 스포츠도박, 카지노 사이트 프로그램을 제작·판매·운영한 혐의(도박공간개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오모 씨(41) 등 29명을 검거해 10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 최모(35)씨를 수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 사이트에서 상습·고액 도박을 한 이용자 3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 씨 등은 2012년 10월부터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이듬해 4월부터는 직접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를 고용해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제작해 다른 도박조직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도박 사이트 하나당 제작비 300만~600만 원과 월 관리비 150만~400만 원을 받고 74개 사이트를 제작·판매해 116억 원을 챙겼다. 직접 운영한 도박 사이트에서도 165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또 오 씨 일당으로부터 도박 사이트 5개를 사들여 550억 원을 챙긴 전모 씨(33)와 오씨 밑에서 일하다가 스포츠도박 사이트 44개를 만들어 판매해 1억9000여만 원을 벌어들인 김모 씨(39)도 구속했다. 이들이 운영한 도박 사이트를 모두 합하면 전체 판돈 규모는 확인된 것만 1조5000억 원대에 이른다. 경찰은 이들이 제작해 판매한 도박사이트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피의자들이 신축한 별장 등 소유 재산과 은닉한 불법 수익금을 찾아내 추징할 계획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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