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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9월 28일 시행된다. 하지만 법의 미비점도 적지 않아 시행 전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영란법의 직접 적용을 받는 국민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임직원과 그 배우자 등 400여 만명에 이른다. 헌재는 언론사와 사립학교 임직원을 ‘공직자’와 동일선상에 두고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관들은 다수 의견에서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학생들을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내는 교육과 민주적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하는 언론의 공적 성격이 매우 크다”며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위헌 의견이 많이 제기된 쟁점도 있었다.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수수가 금지된 식사대접 등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신고하지 않았을 때 형사처벌하도록 한 조항(22조 1항 2호)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식사 대접 등의 가액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조항(8조 3항 2호)은 재판관 5 대 4로 합헌과 위헌 의견이 갈렸다.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법 시행 이후 수사기관이 본격적으로 단속에 나서면 어떤 행동이 실제 처벌받게 되는지, 어떤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되는지 모호하다는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이 비교적 소액의 식사 대접까지 규제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접대 가운데 처벌 대상이 무엇인지 불확실한 것이다. 이런 문제는 사례별로 법원의 판례가 쌓일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내부에서 공식적인 이의 제기도 나왔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김영란법 시행령을 조정해 줄 것을 법제처에 요청하기로 했다.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까지로 규정한 허용 기준을 올려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시행을 코앞에 둔 법률에 대해 관계 부처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김영란법이 농축수산업계와 외식업계에 미칠 피해가 너무 커서 그냥 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도형·한우신 기자}
다른 사람의 컴퓨터 화면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악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PC방 컴퓨터에 이 프로그램을 유포해 사기도박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사기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 로 악성 프로그램 제작·판매업자 황모 씨(42) 등 3명을 구속하고, 프로그램을 구매해 도박을 한 전모 씨(32)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특정 PC방 관리업체의 관리자 계정을 탈취해 자신들이 만든 악성 프로그램을 각 PC방 컴퓨터 서버에 유포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8월과 올 5월 각각 4만여 대와 3만여 대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좀비’화 했다. 이렇게 감염된 컴퓨터는 이용자가 카드도박 게임을 실행할 경우 자동으로 황 씨 일당이 심어둔 악성코드가 실행돼 게임 이용자들이 보는 화면이 황 씨 일당에게도 보이게 된다. 수사 결과 이 악성 프로그램은 여러 명에게 범죄 수익을 안긴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그램 제작자 오모 씨(32)는 주범 황 씨로부터 생활비 지원을 약속받고 김모 씨(32)와 함께 상대방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악성코드를 만들어 황 씨와 다른 이들에게 팔아 2억30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 또 이모 씨(34)와 김모 씨(34)는 오 씨에게 매일 30만 원을 주는 조건으로 프로그램을 구매했고 이를 다시 인터넷 카드 도박꾼들에게 매일 40만¤50만 원을 받고 재판매해 올해에만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카드 도박꾼 전모 씨(32) 등 5명은 이 프로그램을 구입해 상대방의 패를 보는 수법으로 게임머니 5조 원 상당을 가로챈 뒤 이를 환전해 5500만 원 가량의 수익을 거뒀고 게임머니 환전상 김모 씨(31)도 1억1000만 원 가량의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김도형 dodo@donga.com}
대형 인터넷 쇼핑몰인 인터파크가 해킹돼 1030만 명에 이르는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기업이 축적한 개인 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일이 잇따르는 가운데 인터파크 측은 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유출 사실을 공개하겠다며 30억 원에 이르는 금품을 요구할 때까지 두 달 동안 유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과 인터파크에 따르면 5월 인터파크의 서버가 해킹당하면서 고객 1030여만 명의 이름과 아이디,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가 유출됐다. 이번 해킹은 악성코드를 심은 e메일을 인터파크 직원에게 보내 개인용 컴퓨터(PC)를 먼저 장악하고 이 PC를 이용해 데이터베이스(DB) 서버 접근이 가능한 PC에 침투한 후 DB로 파고드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상 업체에서 보관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는 이번에 유출되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정보를 빼내는 데 성공하자 7월 e메일을 통해 인터파크 측에 “개인 정보 유출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 ‘비트코인’ 형태로 30억 원 규모의 금품을 달라고 요구했다. 인터파크 측은 이런 협박을 받은 뒤에야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해킹이 시작된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에 주력하고 있다. 유출된 정보를 악용한 2차 피해 우려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유출된 정보가 다른 곳에 공유된 흔적이나 뚜렷한 2차 피해 징후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을 통한 대량의 개인정보 유출이 잇따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존에 유출된 정보와 결합돼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기존에 여러 경로로 유출된 개인정보의 양이 막대하기 때문에 새롭게 유출된 정보와 결합해 보다 정확하고 최신화된 개인 정보가 만들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한 2차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도 “보이스피싱이나 기업의 마케팅 활동 등에 쓰일 수 있는 수준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법원은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등에서 발생한 총 1억 건 이상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카드사의 유죄와 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유출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미래부, 방통위 공무원 및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실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파밍, 피싱 등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용자들에게는 비밀번호를 변경할 것을 당부했다. 방통위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 정보 불법 유통 및 노출 검색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www.i-privacy.kr)를 24시간 가동해 신고를 받기로 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

“합의에 서명할 때는 ‘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 댐)는 안 된다’는 결론을 빨리 얻어내면 문화재청이 주장했던 ‘수위 조절안’으로 정면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문화재청장을 지낸 변영섭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65·사진)는 임시 물막이 추진 결정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과학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방안을 전략적으로 받아들인 것이지만 국무조정실 등이 강하게 추진하는 방안을 거부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제든 사표를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했다는 변 교수는 임시 물막이 추진이 결정된 그해 11월 경질됐다. 변 교수는 ‘반구대 전문가’로 손꼽혔다. 그는 반구대를 사이에 둔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1시간 30분 동안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와 훼손 상황 등을 브리핑했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문자가 없던 시절 그림으로 쓴 민족 최초의 역사책인 암각화가 수시로 물에 잠기는 ‘물고문’을 당하면서 4분의 1이나 무너졌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고래 사냥을 포함한 해상·육상 동물이 모두 그려진 300여 개의 그림이 가로 8m, 세로 2m 크기의 암면에 빼곡하게 새겨진 한국을 대표하는 선사 유적이자 세계 최고(最古)의 암각화. 박 대통령도 반구대 암각화의 위기에 큰 관심을 보였던 걸로 변 교수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 변 교수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문화재청장에 임명될 때만 해도 이 문제는 마침내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갈등 해결은 쉽지 않았다. 변 교수는 사연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물에 잠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했지만 울산시 측은 “맑은 물이 부족하다”며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는 상황에 변함이 없었다. 임시 물막이는 그런 상황에서 등장했다. 2013년 5월 9일 한 중앙 일간지에 생소한 사진과 함께 기사가 하나 실렸다. ‘암각화, 투명한 댐으로 물 차단하면 어떨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함인선 포스코A&C 기술고문이 임시 물막이라고 불리게 되는 ‘트랜스포터블 댐’ 구상을 처음 공개했다. 이 구상은 나중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대학원생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번 훼손되면 복구가 불가능한 국보급 문화재 앞에 세우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검증된 적이 없었던 방안. 하지만 이 계획은 불과 한 달여 만에 정부 계획으로 채택됐다 결국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변 교수는 “의원 시절 두 차례나 사연댐 수문 설치 관련 예산을 반영할 정도로 박 대통령의 애정이 컸는데도 결국 부정직하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일이 진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의지를 가진 사안인 만큼 관계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불완전했던 임시 물막이를 추진했던 것에 불과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 댐) 모형 검증실험에 청와대와 정치권이 개입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묵살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치논리로 추진된 3년간의 임시 물막이 실험이 최종 실패로 끝나면서 암각화 보존 시기를 놓친 채 28억 원의 국민 혈세만 낭비하게 됐다. 임시 물막이 사업 추진 당시 문화재청장이던 변영섭 고려대 교수(고고미술사학)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임시 물막이가 과학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당시 국무조정실이 물막이 설치를 강하게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시 국무조정실뿐 아니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암각화 대책을 막후 지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압박도 작용했다. 임시 물막이 기술검증평가단의 한 위원은 “모형 실험이 결정된 지난해 3월 4일 평가단 회의가 열리기 직전 울산을 지역구로 둔 여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실험 착수에 동의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14년 평가단 구성 초기부터 수리(水理) 전문가들이 임시 물막이는 비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의견을 꾸준히 제시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말부터 올 5월까지 진행된 세 차례의 모형 검증실험은 모두 실패로 끝났고, 이달 21일 문화재위원회는 사업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임시 물막이 사업은 1965년 사연댐 설치 이후 암각화의 침수 훼손을 막기 위해 길이 55m, 너비 18m(암각화로부터 거리 포함), 높이 16m의 거대한 투명판을 세우려던 계획이다. 그러나 물막이 투명판의 이음매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사업이 전면 취소됐다. 3년간 허송세월을 하면서 그사이 암각화의 훼손은 더 심해졌다. 이미 7년 전 문화재청 자체 조사에서 암각화의 풍화단계는 6단계 중 5단계인 ‘흙 상태 진입 직전’까지 간 상황이다. ▼ 평가단이 이의 제기하자… 문화재청 “총리실서 내려온 사안” ▼28억 원의 혈세만 낭비하고 3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은 정부와 정치권이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무 기관인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 댐)’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에도 정치권의 눈치만 살핀 ‘영혼 없는 행정’으로 비판받고 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 ‘임시 물막이 기술검증평가단’의 한 위원은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여기 왜 있나’ 싶을 정도로 학자로서 자괴감이 들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반구대 암각화 사태는 정치가 개입해 문화재를 망친 대표 사례”라고도 했다. 기술검증평가단은 수리(水理) 토목 건축 기계 분야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민간위원회로 임시 물막이 검증실험의 모든 과정을 평가 감독했다. 평가단 위원들에 따르면 2013년 6월 국무조정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울산시가 ‘임시 물막이 사업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 전부터 전문가들은 임시 물막이의 기술적인 문제점을 문화재청과 울산시에 알렸다. 한 위원은 “2013년 5월 문화재청이 자체 구성한 전문가 자문단 회의에서 ‘구조물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절대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의견을 수차례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종 실험에서 확인된 이음매 누수(漏水) 현상은 수차례 경고된 사항이었다. 평가단 위원은 “2013년 5월 전문가 회의에서 ‘구조물의 누수가 우려된다. 어떻게 해결할 거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당시 임시 물막이를 제안한 함인선 포스코A&C 기술고문이 ‘누수가 심하지 않을 것 같으니 철판 등으로 막으면 된다’고 답해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함 고문의 기술제안서 자체가 허점투성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가단 관계자는 “제안서를 훑어보니 기초 계산조차 틀린 ‘부실 보고서’였다”며 “함 고문이 수리 전문가가 아닌 건축가 출신이다 보니 부력(浮力)의 원리도 모르는 설계가 담겨 있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전에 임시 물막이 실험의 문제를 충분히 인지한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MOU 체결에 나선 이유는 뭘까. 평가단 위원은 “MOU 체결 후 재차 문제를 지적하자 문화재청 담당자가 ‘총리실에서 내려온 사안을 우리가 어떻게 거부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국무조정실이 물막이 설치를 강하게 추진했다”며 “결정 이후 암각화 주변에서 공룡 발자국 81개가 발견됐지만 물막이 설치를 강행하는 분위기에서 확대 발굴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MOU 체결 직전인 2013년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반구대 암각화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발언한 직후 문화재청은 기존 ‘사연댐 수위 조절안’을 포기하고 임시 물막이 사업을 추진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시 모철민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이 암각화 대책을 꼼꼼히 챙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한 평가단 위원은 “새누리당 소속 울산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난해 3월 4일 최종회의 직전 전화를 걸어와 ‘운문댐을 통한 대체 식수원을 확보할 때까지 2, 3년만 시간을 벌 수 있도록 검증실험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일부 평가단 위원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이런 압력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댐 구조 전문가의 자문서를 붙이는 조건으로 검증실험이 결정됐지만, 끝내 자문서는 평가단에 제출되지 않았다. 임시 물막이의 실효성을 인정하는 수리 전문가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평가단 위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평가단 위원은 “임시 물막이 기술 검증부터 입찰 심의까지 모든 과정이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진행됐다”며 “황금 같은 시간과 세금을 낭비했지만 책임지는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김도형 기자}

영화배우 겸 탤런트 이진욱 씨(35)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고소 여성이 이 씨를 무고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4일 이 씨를 고소한 여성 A 씨를 22, 23일 불러 2차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A 씨의 변호인단은 A 씨가 2차 소환 조사를 받은 23일 더 이상 법률 대리를 않겠다고 발표했다. A 씨의 변호를 담당한 법무법인 현재는 이날 오전 새로운 사실 관계의 발견과 수사 대응 방법에 대한 이견, 그로 인한 신뢰 관계 훼손 등을 이유로 고소 대리인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A 씨 변호인단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A 씨가 이 씨를 무고했을 가능성 등에 대해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경찰도 A 씨의 무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을 조사한 결과 A 씨가 이 씨를 무고한 정황이 짙어 보이는 상황”이라며 “A 씨의 무고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A 씨는 12일 처음 만난 이 씨, 지인과 저녁을 먹은 뒤 이 씨가 자신의 집에 찾아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며 14일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피소 사실이 알려지자 이 씨는 즉각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며 이틀 뒤인 16일 A 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당법상 금지된 지역위원회 사무실을 운영하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70)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강수정 판사는 21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 의원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강 판사는 “피고인은 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사무실을 차려놓고 민주당 중앙당과 팩스를 주고받거나 선거 캠페인에 대해 회의를 하는 등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운영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시도당의 하부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당원협의회 사무소를 둔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정당법을 심 의원이 위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유죄 판결이 심 의원의 의원직 유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심 의원은 2008¤2010년 민주당 강동을 지역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사무 공간 한 곳을 포럼 사무실처럼 만들어 놓고 사실상 지역위 사무실로 쓴 정당법 위반 혐의로 2013년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당시 심 의원은 이 정당법이 정당 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며 재판이 중지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올 4월 현행 정당법이 합헌이라고 결정 내리면서 재판이 재개됐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심 의원은 “지역위원장은 중앙당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어디선가는 처리해야 하는데 길거리에서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잘못된 현행법을 고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경찰이 성폭행 논란에 휘말린 개그맨 유상무 씨(36)의 혐의를 인정해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1일 유 씨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시도한 점을 인정, 강간 미수 혐의를 적용해 22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씨는 5월 18일 오전 3시경 강남구 한 모텔에서 20대 여성 A 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며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려 했는데 상대 여성이 ‘아프다’며 거부해 성관계를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두 당사자의 진술과 A 씨가 제출한 상해진단서 등을 종합해볼 때 강간미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유 씨 측이 “술에 취한 여자친구가 신고해 생긴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한 해명은 거짓말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사건 발생 3, 4일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알게 돼 두 차례가량 만났을 뿐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찰은 두 사람이 모텔 방까지 가는 과정에는 강제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 씨의 소속사인 코엔스타즈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 발표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소속사와 유 씨의 법률대리인은 여전히 무죄를 추정하며, 더 면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지면 진실은 명명백백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관예우 문제의 본질은 일부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임료에 있습니다. 그건 애써 무시하면서 다른 해결책을 찾겠다고 하니 ‘최유정 방지법’ 제정에 나선 겁니다.” 최근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만난 박인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3·사진)의 목소리에 답답함이 묻어나왔다. 검사 출신인 박 교수는 4년 동안 차관급인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올해 초 학교로 돌아왔다. 입법을 위해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로도 나선 박 교수가 얘기하는 ‘최유정 방지법’은 ‘형사사건 수임료 상한제’를 말한다.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관련된 법조 비리에 연루된 가운데 이런 일을 막겠다는 뜻이 담겼다. 1987년 임용돼 만 8년간 검사로 일했던 박 교수는 “그때도 이런저런 청탁성 전화를 받았는데 지금도 변호사의 90%는 전관예우가 실존한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했다. 전관예우라는 듣기 좋은 말로 포장돼 있지만 결국 돈으로 범죄에 대한 처벌을 없애거나 낮추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이른바 ‘마약사위’ 사건 얘기도 꺼냈다. 박 교수는 “피고인 측이 경북 영주시에 변호사 사무실을 낸 전직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단순한 마약 사건을 맡기며 수임료로 5000만 원을 주는 걸 이상하지 않게 여기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사의 수임료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는 1982년 제정된 적이 있지만 1999년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행위라는 등의 이유로 사라졌다. 법정 최고 금리 이상의 이자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것처럼 기준 이상의 형사사건 수임료는 못 받게 하자는 것이 박 교수가 입법하려 하는 ‘최유정 방지법’의 핵심이다. 국회에 법조계 출신이 많아 입법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이 일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박 교수는 “소액사건 수임도 어려운데 일부가 수임료를 독차지하니 학생들도 나중에 ‘전관’의 혜택을 누려 보려고 더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법조계 선배로서 좀 더 공평하고 올바른 법조 문화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직 경찰이 전직 조직폭력배에게 수억 원을 빌려주고 연간 120%에 달하는 고율의 이자를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동부지법은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남모 경감에게 대부업 자금으로 쓴다며 5억 원을 빌리고 2억 원을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기소된 라모 씨(5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남 경감은 2008년 8월 라 씨가 합법적인 대부업을 하겠다면서 자신에게 돈을 빌려가 놓고 실제로는 정선 카지노에서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불법 대부업을 하고 돈도 다 갚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라 씨를 고소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남 경감과 라 씨가 약속한 이자는 연 120%였고 남 경감은 라 씨가 카지노 불법 대부업 자금으로 돈을 빌린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 밝혀졌다. 남 경감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자신이 빌려준 돈이 도박자금으로 이용되는지 몰랐다고 진술했지만 검찰 수사 때는 그런 사실은 알았지만 합법적 대부업인 줄 알았다며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남 경감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지만 라 씨가 진술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사실 관계를 계속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홍만표 변호사는 ‘대형 마트’ 격으로 시장을 다 장악했고 우병우 변호사는 ‘SSM’(대기업 슈퍼마켓) 정도다. 중소 골목상인(전관 아닌 변호사들)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 2014년 초 검사장 출신의 홍 변호사와 일선 지청장 출신의 우 변호사가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에 사무실을 내고 사건을 한창 수임하고 있을 당시 한 변호사는 “갓 퇴임한 전관들이 크고 작은 사건을 다 가져가 버린다”라면서 이처럼 푸념했다. ○ 2013∼2014년 서초동엔 무슨 일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013년 5월 검사장 승진에 탈락하면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났다. 그리고 2014년 5월 대통령민정비서관으로 공직에 복귀할 때까지 1년가량을 변호사로 활동했다. 법조계에서는 우 수석이 이 기간에 상당한 수준의 수임료를 벌어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재산 공개 대상인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우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된 뒤인 2014년 8월 처음으로 재산을 공개했는데 총재산은 423억여 원으로 정부 고위 공직자 중 단연 1위였다. 그중 49억 원인 예금 재산이 검사 시절 신고(공개 대상은 아님)한 예금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우 수석은 청와대 검증 당시 “변호사 시절 수임료가 포함됐다”라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우 수석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중수1과장으로 일할 때 상관인 수사기획관이 홍 변호사였다. 인연은 변호사 시절에도 계속돼 두 사람은 서초동의 같은 빌딩 위아래 층에 사무실을 냈다. 일부 의뢰인은 홍 변호사를 선임한 뒤 추가로 우 변호사를 선임해 같은 사건을 함께 변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선임계 내지 않고 변론한 의혹 이 기간에 우 수석이 수임한 사건 중에는 효성그룹의 가족 간 분쟁 사건이 포함돼 있다. 우 수석이 변호사 개업 직후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의 법률 대리를 맡았다. 효성그룹에서는 2013년 3월 조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효성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 전 부사장의 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 배당됐다가 우 수석이 비서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승진한 이후인 지난해 5월 수사력이 더 좋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로 재배당돼 “외압이 작용한 배당이 아니냐”라는 의혹이 일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선 우 수석이 당시 선임계를 내지 않고 막후에서 변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식 선임계를 낸 사건은 서울변호사회에 사건을 접수시키지만 선임계를 내지 않으면 세무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조세포탈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법조계에서는 전관 수임지(受任地) 제한 규정이 너무 엉성해 우 수석이 주요 사건을 자유롭게 맡을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법에서는 판사와 검사 등 공직을 지내고 나온 변호사는 퇴직 1년 전부터 근무한 법원이나 검찰청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 수석은 주로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했지만 퇴직 직전엔 법무연수원과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근무했다. 이 때문에 부천지청과 부천지원의 사건을 제외하고 제한 없이 사건을 수임할 수 있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해 1월 민정비서관에서 수석비서관으로 승진한 직후부터 청와대가 장차관 등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경찰을 배제했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김정주 NXC 회장(48)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49)이 차관급인 검사장 승진을 위한 인사 검증을 통과한 것은 지난해 2월이었다. 이 때문에 “인사 검증 책임을 지는 우 수석 등 청와대가 ‘진경준 참사’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경찰 정보를 인사 검증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검사’ 논란으로 낙마한 이명박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 후보자는 28억 원이 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파트를 사들이며 유통업체 사장 박모 씨로부터 15억여 원을 빌렸던 사실 및 박 씨와의 해외 골프여행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결국 사퇴 수순을 밟았다. 부실 검증 논란에 휩싸였던 청와대는 이후 주요 공직자 인사에서 경찰이 수집한 인사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경찰에 공직 후보자를 검증해달라고 하면 경찰은 정보라인을 가동해 후보자들의 범죄 경력을 살펴보는 것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주변을 조사하고 세간의 평가 등을 취합해 보고서를 낸 것이다. 하지만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우 수석이 이듬해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고위 공직자의 인사 검증을 책임진 뒤에는 5년여 동안 계속돼온 이런 방식의 인사 검증이 중단됐다. 청와대는 주로 국가정보원의 존안 파일과 세평 등의 인사 검증 자료를 활용했으며, 일부 정보는 검찰로부터 받기도 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경찰의 검증 정보를 봉쇄한 배경에는 몇 차례의 ‘사고’가 작용했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반응이다.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파문은 경찰에서 민정수석실로 파견돼 근무하던 박관천 경정이 허위 정보로 문건을 작성하고, 내부 문서를 밖으로 유출하면서 터져 나왔다. 같은 해 9월 경찰의 내사를 받던 중 사퇴한 송광용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경우 그가 서울교대 총장 재직 중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받은 것조차 경찰 지휘부나 청와대에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정보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굳이 한쪽 정보를 막을 필요는 없다”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은 뒤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재산 자료만 살펴봐도 석연치 않은 점이 감지되는 ‘주식 대박’ 진 검사장의 경우 고위직 인사 검증에서 경찰 검증 정보를 배제한 것은 결과적으로 ‘패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수사권 문제 등으로 대립해온 검찰과 경찰의 특성 때문에 검찰조직을 검증하는 데는 경찰의 정보력이 유용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백날 수사해 봐라∼ 동양의 웬 쪼그만 나라에서 명예 훼손하고 허위 사실 유포한다고 인스타그램에서 잘도 잡아 주겠다. ㅋㅋㅋ”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패치’ 가운데 한 곳에 당당하게 올라온 글이다. 인스타그램 등에 주로 개설된 ‘패치’들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나 성 매수 혹은 성병에 걸린 남성, 심지어 지하철 임산부 좌석에 앉은 남성까지 제보를 받는 형태로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패치’라는 이름들은 인터넷 연예매체인 ‘디스패치’를 본뜬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이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신상 정보에는 이름과 나이, 사진은 물론이고 전화번호와 가족사진까지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들이 조롱하는 것처럼 실제로 수사기관이 이들을 적발해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는 명예훼손 소지가 다분하지만 인스타그램 등은 해외에 본사와 서버를 두고 있어 게시자 추적 자체가 쉽지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12일 “페이스북 등의 경우 미국 본사의 기준에 따라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데 미국은 명예훼손을 형사 범죄로 보기보다 민사소송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SNS와 인터넷 공간에서 무차별적으로 개인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분위기 속에서 민감한 성폭력 피해자나 유명인에 대한 근거 없는 정보가 ‘괴담’처럼 떠도는 상황도 빚어진다. 12일 서울 도봉경찰서는 5월 발생한 전남 신안군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라며 다른 여교사의 신상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이모 씨(32)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최지연 기자}

경찰이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30·사진)의 성폭행 피소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기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박 씨를 처음 고소한 A 씨(24·여)와 그의 남자 친구, 사촌 오빠 등 3명에 대해 공갈 혐의를 인정한 가운데 박 씨와 고소 여성들에게 성매매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한 뒤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11일 박 씨에 대한 성폭행 피소 사건 4건에 대해 “현재까지 수사로는 성폭행의 강제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소 여성들과 박 씨의 진술, 관련 정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성관계 당시 폭력이나 협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A 씨와 두 번째 고소 여성 등 2명에 대해서는 무고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현재 A 씨를 무고와 공갈 혐의로, 두 번째 여성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경찰은 특히 박 씨 측과 A 씨 측 사이에 1억 원이 오간 정황을 확보했으며 이 돈의 성격이나 목적에 대해서는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거래된 돈의 일부는 박 씨 소속사 관계자를 통해 A 씨 측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 씨와 일부 고소 여성에 대해서는 성매매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이르면 14일, 늦어도 다음 주초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최지연 lima@donga.com·김도형 기자}

한걸음 내딛는 순간, 무더위조차 잊게 만드는 싱그러운 꽃향기가 훅 끼쳐왔다. 사방에 가득한 꽃들을 보며 이역만리에서 온 방문객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던 이들은 “얼른 가자”는 재촉에도 발걸음 떼기를 아쉬워했다. 솔로몬제도 농림축산부 소속 브렌다 팔로 씨(30·여)는 “솔로몬제도에는 꽃집도 없는데 여긴 처음 보는 꽃이 참 많다”며 즐거워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초청으로 건국대 글로벌농업개발협력센터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솔로몬제도 농림축산부 공무원 14명이 11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aT화훼공판장을 찾았다. 솔로몬제도는 인구 60여만 명의 남태평양 국가다. 3일 입국해 국립축산과학원과 가락시장 등을 살펴본 방문객들은 이날도 대량의 꽃을 경매, 유통하는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오즈월도 라모 솔로몬제도 농림축산부 차관(51)은 “솔로몬제도는 기후가 일 년 내내 더워 꽃을 키우기에 적합하다”며 “이런 시스템을 잘 배워 바다 건너로 꽃을 판매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강의를 듣고 놀라움을 표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농림축산부 공무원역량개발 과장인 피터 러레이하버라 씨(45)는 “전쟁 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낸 한국인들의 마음가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정광윤 인턴기자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

대학가에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을 통한 성희롱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의 비공개 대화가 윤리적 단죄나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흔적이 남는 문자로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 어울리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는 11일 SNS와 대자보를 통해 인문대 남학생 8명이 단톡방에서 나눈 대화 일부를 공개했다. 지난해 신입생이었던 이들은 2월부터 6개월에 걸쳐 동기 여학생의 사진을 몰래 촬영하고 서로 성적 폭언을 주기적으로 교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기 여학생을 향해 “박고 싶다” “묶어놓고 패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갔고 “이거(대화 내용) 풀면 엿 될 듯”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단톡방 속의 남학생 한 명이 지난해 9월 술자리에서 피해 여학생 중 한 명에게 “카톡방을 한번 보라”며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알려졌다. 이 피해 여학생은 큰 충격을 받았지만 바로 신고하지 못하고 지난달 고려대에서 비슷한 사건이 터진 것을 계기로 용기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대에서도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1년가량 여학생들을 거론하면서 음담패설을 하며 성희롱 발언을 해오다 밝혀져 충격을 던져줬다. 이달 초 피해 학생들로부터 성희롱 사실을 신고받고 진상 조사에 착수한 서울대 인권센터 측은 “피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가해자 무관용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명 대학에서 잇따라 비슷한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런 행동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8명이 있는 단톡방은 그 자체로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해당 여성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일대일 대화에서도 전파 가능성이 있으면 명예훼손 등의 성립을 위해 필요한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친구 혹은 지인끼리 나눈 비공개 대화까지 비난받고 처벌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학생은 “개인 간의 사적 대화를 공론화하려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음담패설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학소위는 이들(가해 학생)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학생들은 “여럿이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공개된 상황에서 사생활의 자유를 인정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기록이 남는 문자로 대화하는 SNS 메신저를 ‘오럴 라이팅(입으로 글쓰기)’으로 보고 SNS 상의 대화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톡방에서 마치 수다를 떨 듯이 얘기할 수 있지만 모든 내용이 기록되는 곳이기 때문에 훨씬 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도형 dodo@donga.com·차길호 기자}

성폭행 혐의로 네 차례나 잇따라 피소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30·사진)에 대한 첫 번째 고소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성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7일까지 다섯 차례 박 씨를 소환 조사한 경찰은 한두 차례 더 박 씨를 조사한 뒤 이번 사건 전체에 대해 결론 내릴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박 씨의 첫 번째 피소 사건과 관련해 성폭행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박 씨는 지난달 10일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이모 씨(24·여)로부터 “유흥주점 화장실 안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를 당했고 박 씨의 집 화장실 등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여성 3명에게도 연이어 고소당했다. 지난달 14일 이 씨는 강제성이 없는 성관계였다며 고소를 취하했지만 경찰은 수사를 계속해 왔다. 사건을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7일 “여성들이 박 씨를 고소한 내용과 박 씨 측이 무고 등의 혐의로 제기한 맞고소에 대해서까지 모두 조사한 뒤 한꺼번에 수사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남부지검 김홍영 검사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30대 검찰 수사관이 과로로 인한 뇌경색으로 쓰러져 위독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검찰의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와 비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 소속 수사관 A 씨(39)가 지난달 29일 야근을 마치고 퇴근한 뒤 뇌경색으로 쓰러져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최근 업무량이 많아 야근을 계속해 온 A 씨는 이날 저녁 퇴근했다가 다음 날 오후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월말엔 밀려 있는 사건이 많아 야근이 잦다”며 “A씨가 과로로 인해 쓰러졌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부지검 안팎에선 “상관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특정 검사실에 사건이 과도하게 몰린 것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A 씨가 입원한 지난달 30일 저녁에 회식 자리가 벌어진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동부지검 관계자는 “퇴근 이후 A 씨가 입원한 병원에 담당검사가 찾아갔고 남은 부원들은 저녁을 먹으면서 대기 상태에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부지검 측은 A 씨의 치료비 등에 보태기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검찰 내에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8월엔 대구지검 의성지청장 남모 씨(47)가 관사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고, 5월에는 서울남부지검 김 검사가 자살했다. 이는 검찰 내 남아 있는 강압적인 군대식 문화, 비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식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조직은 위계질서가 분명해 불만이 있어도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마땅치 않다”며 “지방자치단체, 서울시 등으로 검사들이 대거 파견되는 것도 특정인에게 업무가 집중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최지연 lima@donga.com·김도형 기자}
현직 경찰관이 자신이 입원 중인 병원에 폭발물이 있다며 112에 허위 신고를 하는 일이 발생했다. 6일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경 강남구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A 씨(30)가 112에 전화를 걸어 “노숙자가 병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신고했다. 곧바로 경찰 20여 명과 소방차 10여 대, 소방과 50여 명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신고자가 목격했다는 노숙자도 폐쇄회로(CC)TV에 없었다. 경찰이 A 씨를 찾아내 확인한 결과 구로경찰서 소속 지구대에 근무하는 순경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 진술을 하는 등 정신이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일부 취재진에게 신고자의 직업을 ‘무직’이라고 밝혀 물의를 빚기도 했다. A 씨는 넘어졌다며 어깨와 다리 부상 치료차 1일 병원에 입원한 뒤 12일 동안 병가를 낸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에게 인계된 A 씨는 곧바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A 씨가 일부러 허위 신고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과태료 통고 처분을 할 방침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잔칫집 하객의 축의금 봉투와 상가 조문객 조의금 봉투를 경찰이 열어 보거나 그 장부를 뒤진다. 서울 강남지역 고급 일식집 등에는 상시적으로 경찰이 지키고 서서 드나드는 사람과 결제 상황을 살핀다. 수사기관은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아 그의 일상을 일일이 체크하는 먼지 털기식 조사를 벌인다. “거주자가 과도한 명절 선물을 받은 것 같다”라며 경찰이 택배를 받은 아파트 경비실을 조사한다. 채용이나 인사 시즌마다 공무원 등이 식대 3만 원이 넘는 접대를 받았다는 투서가 수사기관에 쏟아져 들어오고, 이를 바탕으로 사찰 수준의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된다. 수사기관과 전문가들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들이다. 축의금과 식사 대접 같은 일상생활까지 법으로 규제하려는 가운데 이처럼 수사기관이 손쉽게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사찰하는 제도적 장치로 김영란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며 만든 법이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권력에 밉보인 언론인을 합법적으로 뒷조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생활 속 범죄 수사와 사찰 구분 힘들어” 법적 논란이 워낙 큰 데다 아직 시행되기 전이라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도 김영란법 때문에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드러내놓고 말을 못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5일 서울 일선 경찰서의 팀장급 관계자는 “실제로 법 내용을 들여다보면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워낙 넓다”며 “적용하기에 따라 수사기관에는 ‘요술방망이’가 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얘기했다. 우선 앞에서 열거한 사례처럼 부조금과 식사 대접 등을 경찰이 현장에서 직접 조사하는 상황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공직자의 결혼식을 찾은 하객이 과도한 금액의 축의금을 내는 것으로 명백하게 의심된다면 현장에서 봉투를 긴급 압수한 뒤 해당 공직자와의 관계 등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리규정 수준으로 규정하던 일들이 엄연히 법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수사기관이 해야만 하는 정당한 사법 절차일 수 있다는 얘기다. 결혼식장뿐 아니라 곳곳의 식당과 술집, 골프장 등 비용을 지불하면서 서비스를 누리는 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감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빚어지면 그 다음에는 필연적으로 ‘민간인 사찰’이 합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김영란법 위반을 감시하기 위해 누군가를 관찰하고 추적하는 행위를 사찰과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고 수사기관이 악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이 악용되기 시작하면 야당 정치인,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와 언론인 등은 누구를 만나 얼마짜리 식사를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감시받는 상황도 피할 수 없다. 기존에는 ‘민간인 사찰’이라고 이름 붙어 정부가 드러내놓고 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이제는 정당한 법 집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김주영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작은 잘못을 가지고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 이런 문제의 뿌리가 있다”며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유력 인물을 사찰해 온 것이 큰 비난을 받았는데, 김영란법이 아예 그런 사찰을 합법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기관에서도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을 추적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법이 시행되면 특정인에 대한 정보 수집 등은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밥 먹고, 선물 주고, 골프 치는 것 등이 모두 수사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사생활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얘기다.○ 별건 수사, 표적 수사 악용 우려도 현장에서 김영란법이 수사기관의 요술방망이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면에는 다른 문제도 자리 잡고 있다. 수사기관의 권한이 대폭 확대되면 자의적인 법 집행 문제와 더불어 이른바 ‘별건 수사’나 ‘표적 수사’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범죄 행위를 입증하기 쉬운 김영란법 위반으로 수사의 첫 단추를 끼우되 실제로는 다른 사안으로 수사를 이어 가는 이른바 별건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뇌물수수 등 범죄 혐의가 있는 공무원을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할 때 우선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가벼운 접대 등을 찾아내 수사를 시작한 뒤 본래의 의혹을 찾아내는 식이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는 걸리기 쉬운 김영란법을 먼저 적용하고 추가로 수사하는 이른바 별건 수사에 악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 인사를 지속적으로 추적 조사하는 것과 더불어 표적 수사에 악용될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범죄 성립의 기준이 상당히 낮아 여러 건의 범죄 혐의도 비교적 쉽게 입증할 수 있다는 김영란법의 특징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표적 사찰이나 수사 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이 행동과 자유에 제약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며 “밥 한 끼 먹은 것도 부적절할 수 있다면 조직 안에서도 동료가 동료를 감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 집행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와 처벌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금품수수 금지의 예외 사유로 제시된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 △의례 등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고 법원의 판례가 쌓이기 전에는 법 자체가 완결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각종 문제점에 수사기관의 실적주의가 결합될 경우 법 집행의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같은 부패 범죄라는 범주 안에서도 거액의 뇌물수수나 정치자금 제공 등 복잡하고 규모가 큰 비리 사건보다는 단속과 적발이 쉬운 김영란법 위반 사건에 수사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