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오전부터 시작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은 서서히 개헌으로 초점이 모아졌다.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그룹 개헌파가 논의를 이끌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정부 ‘질문’이 아니라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과 핑퐁처럼 대화를 주고받는 ‘개헌 토크쇼’로 변질되고 있었다. 특히 질의 대부분을 개헌에 할애한 이군현 권택기 의원과 이 장관 간의 질의응답은 개헌이란 정치상품의 프레젠테이션을 연상케 했다. ―개헌이 왜 필요한가.(이군현 의원) “현행 헌법은 군사정권의 재등장을 막기 위한 것인데 이제 한국정치 수준은 그런 단계를 넘어섰다.”(이 장관) ―민주당에도 개헌 찬성 의원이 상당수 있다고 하던데…. “열린우리당이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키로 한 만큼 그 당의 법통을 이어받은 민주당도 개헌에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개헌론자이다.” 질의 도중 개헌 관련 여론조사 자료를 본회의장 스크린에 띄운 이 의원은 막판에는 “개헌이 왜 정략적인 게 아닌지 설명해 달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개헌을 하려면 여야 의원 200여 명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정략적이라는 것은(정략으로 이룰 수 있다는 얘기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권성동 권택기 조진래 의원도 유사한 질문을 던졌고 이 장관은 “1987년에 만든 헌법은 이제 시효가 다해…”라는 식의 답변을 고장 난 라디오처럼 반복했다. 질의하는 의원이나 답변하는 장관 모두 질의응답 내용을 잘 알고 있었는지 종종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도 않고 문답을 주고받았다. 이 장관은 아예 눈을 단상에 고정한 채 준비된 원고를 읽기도 했다. 이 장관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개헌 토크쇼’를 지켜보며 친이 그룹이 과연 개헌이란 과업의 역사적 무게를 진정성 있게 느끼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개헌이 복잡한 이슈인 만큼 국민에게 내용을 설명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때도 그랬듯이 개헌이 실현되기 위해선 미리 짠 듯한 ‘그들만의’ 질의응답보다는 ‘이거 아니면 나라가 망한다’는 정치적 울림이 국민 속에 메아리쳐야 한다. 무소속의 한 중진 의원은 기자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정략적이라는 비판에도 직접 국민 앞에 나서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말했다. 지금 한나라당은 과연 그런 열정이라도 보여주고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이승헌 정치부 ddr@donga.com}
중동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한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슬람채권법)을 놓고 개신교계가 이명박 정부와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슬람채권법의 입법화를 계속 추진한다면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는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24일 발언이 알려지면서 현 정부의 주요 지지세력 중 하나인 개신교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보수 성향의 단체는 조 목사의 발언을 계기로 이르면 이번 주말 예배부터 이슬람채권법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여 개 장로교단이 가입한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총무인 박종언 목사는 25일 “조 목사의 발언은 최근 개신교계 주류의 불만을 대체적으로 정확히 표현했다”며 “지금까지는 이 문제의 거론을 삼갔지만 이제는 목회자와 신자들의 문의가 많아 주일(일요일) 예배용 설명 지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다음 달 1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새에덴교회에서 3000여 명의 목회자와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열릴 3·1절 연합예배에서 이슬람채권법을 계기로 정부 비판 성명이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한기총의 한 관계자는 “이슬람채권법은 물론 재개발로 피해를 보고 있는 교회들의 견해를 담은 성명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진보적 성향의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김영주 총무도 “교회협 내에 이슬람채권법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을 지시했으며 시간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하겠다”고 말했다.정부와 한나라당은 개신교의 이 같은 움직임에 공식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정부’로 불리는 현 정부에 우호적인 개신교계의 핵심 지도자가 정권퇴진운동 가능성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각종 정책 추진과 4·27 재·보궐선거 및 내년 19대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교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슬람채권법을 계속 추진한다면 ‘순교’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이슬람채권법은 어디까지나 경제이슈인데 개신교계가 지나치게 현실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부 여당은 계속 이슬람채권법의 필요성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선거제도 개혁 방안 중 석패율(惜敗率)제도 도입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호남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영남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 정치의 최대 문제점인 지역주의를 타파하자는 데 여야가 공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한목소리 이재오 특임장관은 2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석패율제 도입에 대한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의 질문을 받고 “당장 19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적용하는 게 옳다”며 적극 추진 의사를 밝혔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김능환 중앙선관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을 수 있지만 (석패율제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겠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라며 “기본적으로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선관위에서 관련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면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관위는 선관위원들의 검토를 거쳐 석패율제에 대한 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달 신년연설에서 석패율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도 당 개혁특위 위원장인 천정배 최고위원이 이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 석패율제 도입 문제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 왜 석패율제?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지역주의를 극복할 방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 등이 거론돼 왔다.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뽑거나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특정 정당의 취약지역에서도 당선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제도를 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하려면 비례대표 정원을 크게 늘려야 한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상 국회의원 총원이 299명으로 제한돼 있으므로 비례대표를 늘리려면 지역구 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현역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여야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반면 석패율제는 기존 비례대표제를 약간만 고치고도 도입이 가능하다. 정당 명부에 따라 뽑는 현행 비례대표 정원 일부를 석패율제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석패율제가 가장 손쉬운 선거 제도 개선 방안으로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 입법조사처 이현출 정치의회팀장은 “석패율제가 지역주의 구도를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여야가 취약지역에는 형식적으로 후보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당도 후보도 선거운동에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취약지역에서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당선을 염두에 두고 민의를 수렴하는 활동을 사실상 포기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 기능의 약화를 의미한다. 석패율제가 도입된다면 낙선하더라도 선전(善戰)만 하면 비례대표로 당선될 기회가 있기 때문에 후보도 적극적으로 선거활동을 하게 된다. 당연히 취약지역에서 선거운동과 정당 활동이 활발해지고 정당의 전국적 기반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의론과 반대론 그러나 서울대 정치학과 강원택 교수는 “실현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석패율제를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거나 호남과 영남에만 석패율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단위로 석패율제를 실시할 경우 수도권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가 대거 비례대표가 되고 정작 영호남에서 낙선한 후보들은 혜택을 못 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 막상 석패율제의 세부 내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여야 모두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합의도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내에도 부정적 의견이 있다. 한나라당 김영선 안효대 의원 등은 최근 “선거란 주민 의사의 결정 과정인데 유권자가 외면한 정치인이 석패율 제도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은 주민들의 의사에 반(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석패율제 문제점은 ▼전문가 뽑는 비례대표 의미 희석… 유력정치인 당선도구 악용될수도석패율제는 지역주의 타파의 물꼬를 틀 것으로 평가받으면서도 몇 가지 단점도 지닌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현행 비례대표 정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각 분야 전문가와 소수집단 대표의 정치적 충원이라는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 지역구 투표에서 낙선한 후보를 배려하기 위해 순수한 비례대표 후보의 당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이 제도가 자칫 거대 정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출마해 쉽게 당선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유력 정치인들은 정치적 기반이 있어 지역구에서 낙선해도 높은 득표가 가능해 석패율에 따라 ‘부활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기득권이 있는 유력 정치인에게 유리하고 신진 정치인의 정치권 진입을 막는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권자들로서는 이런 유력 정치인들을 제대로 심판할 기회를 잃게 돼 사실상 선거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출마한 지역구에서의 석패율보다 비례대표의 명부 순위가 당선을 결정하도록 석패율제를 만들었을 때는 명부 상위에 오른 중복 입후보자는 사실상 당선이 확실해지기 때문에 선거 운동을 소극적으로 할 가능성도 있다. 취약 지역 후보를 일방적으로 배려하는 쪽으로 제도를 도입할 경우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접전 지역에서 높은 득표를 하고도 아깝게 패배한 후보보다 취약지역에서 미미한 득표를 한 후보가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선된 의원이 지역 대표성을 갖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석패율제가 지역주의 완화를 포함해 효과를 보기 위해선 현재보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대폭 늘려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적지’ 출마 준비 정치인들 ▼한나라 정운천-이정현 “호남 교두보 마련”민주 김영춘-송인배 “영남 與아성 깬다”내년 19대 총선에서 이른바 ‘적진’에 도전하려는 정치인들에게 석패율 제도는 매력적이다. 석패율제 도입에 대한 여야 합의만 이뤄진다면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타파의 물꼬를 텄다는 정치적 자산도 얻을 수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석패율제 도입을 가장 앞장서 주장하는 사람은 한나라당 정운천 최고위원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지낸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북지사 후보로 나섰지만 지역주의 벽을 실감한 뒤 석패율제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만찬에서도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했던 정 최고위원은 “처음부터 전국으로 확대 실시할 수는 없는 만큼 취지를 살리기 위해 우선 호남과 영남권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도 석패율제 후보감으로 자주 거론된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 의원은 한나라당에서는 드물게 10년 넘게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17대 총선에서 광주에 출마해 1% 남짓한 표를 얻은 이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등원한 뒤 일정이 없는 날이면 광주로 내려가 지역을 다지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석패율 도입 시 광주전남 지역에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는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 외에 사무처 간부 L 씨 등도 석패율제를 발판 삼아 호남에 진출할 후보로 거론된다. 민주당에서는 부산 출신인 김영춘 최고위원이 꼽힌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 10월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된 뒤 야권통합의 교량 역할, 영남 지지기반 확보 등을 위해 19대 총선에서 부산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최고위원은 24일 통화에서 “특정 정당이 압도하는 지역에서는 타 정당 후보들이 출마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석패율제가 출마할 엄두라도 낼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지역구도 완화를 촉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 외에 2009년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에게 3000여 표 차로 진 민주당 송인배 경남 양산시 당협위원장도 석패율제 도입 시 민주당의 영남권 진출 가능성을 높일 후보로 꼽힌다. ▼ 日, 세계서 유일하게 석패율제 도입 ▼석패율을 도입한 나라는 세계에서 이웃나라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의 총선은 우리나라처럼 각 지역마다 최다 득표자 1명이 국회의원이 되는 소선거구제(지역구)와 정당의 득표수에 따라 당선인 수가 정해지는 비례대표(전국구)로 나뉜다. 300명이 지역구로, 180명이 비례대표로 선출된다. 일본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지역구 출마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자로도 출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비례대표 후보 명부에서 하나의 순위에 1명만 배정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여러 후보가 하나의 순위에 배정될 수 있다. 비례대표 후보 명부에서 순위가 같은 후보들끼리는 소선거구에서 당선자 대비 낙선자의 득표수 비율이 높은 후보자부터 당선이 결정된다. 소선거구에서 많은 득표를 한 낙선자일수록 비례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본 자민당의 경우 지역과 비례대표에 중복 입후보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당 총재나 74세 이상의 후보는 지역에만 출마할 수 있다. 당에서는 선거구를 본래의 지지기반에서 옮긴 후보나 당이 중요하게 여기는 선거구에 입후보한 후보를 비례대표 높은 순위에 배치한다. 민주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중복 입후보자를 비례명부에서 가능한 한 동일순위로 배치해 석패율이 높은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이승헌 기자 ddr@donga.com이유종 기자 pen@donga.com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가을 직접 라운딩을 하며 골프 금지령을 사실상 해제하는 자리를 가지려 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여권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1일 추석 연휴를 맞아 부인 김윤옥 여사와 가족, 참모들과 경기도의 한 골프장을 찾았다. 청와대 참모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지방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이 대통령에게 골프장을 직접 찾아 골프 해금 메시지를 던지라고 건의했다. 오랜만에 골프채를 쥔 이 대통령이 타석에서 호흡을 고르는 순간 수행진이 휴대전화를 들고 달려왔다.“무슨 일이야?”“지금 서울에 물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특히 광화문 일대가 침수됐습니다.”깜짝 놀란 이 대통령은 김 여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시 짐을 싸 일행과 함께 청와대로 돌아왔다. 이 대통령은 골프복 대신 민방위 점퍼를 입고 다음 날 침수현장을 찾았다.이 대통령은 2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의 만찬에서 골프 얘기가 나오자 “나도 3월쯤 기업인들과 골프를 한번 치려고 한다”고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3월 류우익 당시 대통령실장과 8월 정정길 실장이 각각 골프 자제를 당부하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청와대 직원들에게 전한 이래 공직사회에선 ‘보이지 않는’ 골프금지령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한나라당이 기독교계의 반대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슬람채권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방침을 선회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기독교의 정치적 파워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17일 이슬람채권법 찬성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 가능성을 공식 거론하자 5일 만에 태도를 바꿨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주요 현안에 대해 불교, 천주교와 수년째 갈등을 겪으면서도 별 태도 변화가 없던 한나라당이 이슬람채권법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발을 접한 뒤 일주일도 안 돼 손을 든 이유는 뭘까. 정치권 안팎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기독교에 대한 애정과 교회의 여론 생산력을 그 배경으로 꼽는다.○ ‘이명박 장로’가 힘의 배경 이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대형 교회인 소망교회 장로다. 요즘도 가끔 원로목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다. 김장환 김진홍 목사 등은 2007년 대선 때 직·간접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 정부에서 기독교의 힘은 구체적인 정책 지원과는 별개로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애정과 관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청와대가 이슬람채권법을 강하게 추진함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계가 반대할 수 있는 ‘기댈 언덕’이기도 하다. 이슬람채권법이 본보 보도(2월 14일자 A8면)로 논란이 되자 이 법안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지난 일주일간 잇따라 기독교계 지도자를 접촉했다. 22일에는 임종룡 제1차관, 주영섭 세제실장 등 재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기독교계 인사들을 만나 이슬람채권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같은 날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어렵다고 선언했다. ▼ 목사들 사회이슈 자주 언급… 신자에 큰 영향력 ▼정부의 한 관계자는 “주요 법안의 경우 이해 관계자에게 정부가 설명할 수 있으나 차관까지 나선 것은 일상적인 소통을 넘어 대단히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실패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 한두 차례 소망교회를 방문한 뒤 논란이 일자 직접 방문을 자제하고 청와대 안에서 케이블TV를 보며 ‘영상 예배’로 대체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대통령과 교회에 관련된 소문이 양산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교회 내 폭력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소망교회의 한 관계자가 교계 신년 행사에서 ‘이 대통령이 (폭력사건으로 피해를 본) K 목사에게 위로전화를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고 한다.○ 설교의 힘 2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원동 왕성교회.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 겸 이 교회 담임목사는 설교 도중 교회를 가득 메운 교인들에게 이슬람채권법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기독교가 무조건 이슬람 채권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슬람 국가는 오일 머니를 무기로 전 세계를 이슬람화하겠다는 정책을 갖고 있다. 이들은 ‘경제 지하드(성전)’를 벌이고 있다.” 교인들은 설교 뒤 대체로 고개를 끄덕였다. 교회의 정치적 영향력은 동네마다 들어서 있는 중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 여론 형성력에서 나온다. 서울 시내 한 대형 교회의 목사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 및 수도권에서 1만∼2만 명의 등록 신자가 있는 대형 교회의 해당 지역구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담임목사가 특정 정치인에 대한 발언을 하면 신자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설교에 등장하는 정치·사회적 이슈들은 곧 그 교회의 여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교와 천주교에도 이 같은 기능이 있지만 기독교에 비해서는 그 빈도와 강도가 약하다. 불교의 사찰은 법회를 열기는 하지만 조계사, 봉은사 등 일부 사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산속이나 교외에 있어 신도들이 자주 못 가고, 천주교는 종교의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교회는 일요일을 포함해 설교가 포함된 행사가 자주 열린다. 한나라당에서 종교조직을 담당해 온 관계자는 “이슬람채권법이란 이름 자체가 나오지 않도록 입안 과정에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정부의 무신경을 지적하기도 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저축은행의 잇따른 영업정지로 촉발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빠른 속도로 진정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2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체 105개 저축은행 가운데 영업이 정지된 7곳을 제외한 98곳의 이날 예금 인출액은 약 2200억 원으로 전날의 4900억 원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부산 및 부산2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고객들의 불안감이 큰 부산지역 10개 저축은행의 인출액도 전날 900억 원에서 이날 360억 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잇달아 증자 계획을 발표한 것도 예금주의 불안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새누리저축은행은 21일 대주주인 한화그룹으로부터 226억 원의 예금을 받은 데 이어 22일 3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금주의 인출 수요가 크게 줄었다. 우리저축은행도 이날 경남은행으로부터 504억 원을 수혈받은 데 이어 대주주인 우신종합건설이 120억∼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보해저축은행은 대주주인 보해양조가 8일 320억 원의 유상증자를 했고 다음 달까지 740억 원을 추가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2일 목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목포·전남지역 저축은행 예금자 및 기업·서민 금융지원 대책회의’에 참석해 “보해저축은행의 자구노력이 성공하면 영업정지 기간이라도 영업 재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예금보험기금 내 공동계정을 신설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예보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으며, 민주당 등 야당이 개정안 상정에 반대하면 그동안 합의했던 의사일정 관련 약속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별도의 계정을 만들 경우 다른 금융권에 부담을 주거나 추가 부실화의 우려가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사진)가 22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가고 연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먼저 “이 대통령은 집권 3년 만에 국가 기본을 5공 유신시절로 후퇴시켰다”고 포문을 연 뒤 “영일(포항)대군, 만사형통으로 불리며 대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였나”라고 이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아픔을 참고 형님을 정계에서 은퇴시켜 주기 바란다. 형님도 스스로 용퇴해 주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원내대표는 줄곧 ‘형님’이란 말을 사용하면서 한나라당을 자극했다.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특정 의원에게 정계은퇴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경북 포항 출신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이 “조용히 해”라고 소리쳤고, 강석호 이은재 의원 등이 “이게 대표연설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라며 반발했다. 장제원 의원은 삿대질을 하며 항의하다 도중에 퇴장했다. 소란이 계속되자 박 원내대표는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진정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박 의장은 “경청해 달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제지했고, 연설이 끝난 뒤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관례에 없는 행위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을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응을 보니) 권력서열 1위가 누구인지 알겠다”고 비꼬았다. 이상득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을 미리 건네받은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권유를 받아들여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보좌진으로부터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해 듣고 “매번 되풀이하는 헛소리이자 공치 공세”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친이명박) 직계인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이날 박 원내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신에서 “박지원이란 이름은 국민 뇌리에 호가호위의 대명사로 기억돼 있다. ‘소통령’으로 불리며 (박 원내대표가 관련됐던) 불명예스러운 사건들을 생각하면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을 많이 했다”고 비판했다.한편 박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개헌은 실기했고 한나라당 내부의 통일된 안도 없다”며 “18대 국회에서 개헌이 논의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는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며 4대강 사업 축소, 부자감세 철회 등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중동의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하 이슬람채권법)이 기독교계의 반발에 부닥치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불교 천주교에 이어 현 정권에 우호적이라는 기독교까지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종교계와의 소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8일 개회한 2월 임시국회에서 이슬람채권법이 조속히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길자연 신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비롯한 교단 대표들은 17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이슬람채권법 찬성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한 반대 의사를 전했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의 태도도 점차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18일 “이슬람채권법은 중동지역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새로운 길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불교 천주교와는 이미 4대강 사업 등으로 자주 충돌해 여야 이상으로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8년 현 정부 출범 직후 국토해양부의 대중교통정보시스템에 사찰이 누락되면서 본격화된 여권과 불교계의 갈등은 4대강 사업 논란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말 정부 예산안에서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되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조계종은 이후 한나라당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사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조계종 스님 300여 명이 ‘민주주의 회복과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1080배’를 열고 “공정해야 할 정부가 사회적 논란거리들을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관철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천주교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촉발된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가 내부 갈등으로 확산되기까지 했다. 지난해 말 정진석 추기경이 “주교단에서 4대강 사업에 자연 파괴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만 반대한다는 소리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데 대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일부 원로 사제들이 정 추기경의 용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요즘 매주 월요일 저녁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4대강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고 있다. 여권에서는 종교계가 이례적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권 내부의 갈등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기독교를 제외하고 불교 천주교의 주요 지도자와 주기적으로 소통하는 중량급 인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종교계 인사들은 이성권 대통령시민사회비서관이 주로 접촉하면서 주요 이슈를 조율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갈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빈번하게 충돌해 온 불교계와는 주호영 전 특임장관 외에 터놓고 소통할 메신저가 사실상 없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종교계와 진심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한 만큼 당과 청와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필요하면 (종교계와의 소통을 위한) 인력과 조직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가 올해 상반기 최대 악재로 부상하면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권에 비상이 걸렸다. 한나라당에선 최근 구제역에 걸린 소의 매몰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여권이 구제역 침출수에 빠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당장 한나라당은 4·27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강원도의 도지사 후보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달 법원 판결로 물러난 민주당 소속 이광재 지사에 대해 현지에서 동정 여론이 있는 데다 고급 한우 브랜드로 유명한 강원도가 구제역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강원도 민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안상수 대표가 11일 한우 산지인 강원 평창군 횡계를 방문해 구제역 방역 상태를 점검했으나 지역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구제역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외에 간접적인 피해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강원 화천 일대에서 매년 열리던 산천어축제가 구제역으로 열리지 못해 지역경제가 최대 500억 원의 피해를 봤다. 안 대표를 수행했던 한 관계자는 “축산농가에 인사하기가 민망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지역 전체에서 구제역 피해가 컸던 점이 여권 정치지형도에 미묘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4·27 재·보선이 열리는 경남 김해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등 여권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이어서 구제역 민심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해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올해 상반기에 전기요금 인상이 추진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1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과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전력 성수기인 올여름 이전에 구체적인 인상 대책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경위 간사인 김재경 의원은 “전기요금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만큼 여름철 전력 피크 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현재 전기요금이 생산원가의 93.7%에 그쳐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누적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한나라당에서 요즘 나경원 최고위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지도부에 입성한 직후 당내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그는 요즘 국민참여경선과 현역의원 평가지수 적용을 뼈대로 한 공천개혁안을 만들어 당내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천 제도가 물론 중요한 정치 이슈이지만 정치권 최상위급의 인지도를 가진 그가 왜 유독 공천 개혁이라는 화두에 매달리는 것일까. 1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국민이 원하는 공천개혁,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주재한 뒤 잠시 쉬고 있는 그를 만났다. 그는 책상에 놓인 참석예상자 명단에 직접 ‘○, ×’를 매기고 있었다. ―오늘 토론회에 초·재선 의원이 57명이나 왔던데…. “공천제도는 의원 자신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사안이 아닌가. 내가 주말에 참석 부탁 전화를 여러 시간 돌리기도 했다. 그래서 많이 왔는지 모르겠다.(웃음)” ―공천개혁안에 대한 당내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일단 오늘 숫자로 보여줬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개혁안을 최고위원회의에 상정해 올해 상반기에는 논의를 마무리하려 한다. 이 정도 의견을 모았으면 당 지도부에서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이르면 다음 주 최고위원회의에 올리고 의원총회에서 당내 의견을 물을 계획이다.” ―국민참여경선도 그렇지만 현역의원에 대한 평가지수 적용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 “최고위원 중에서도 찬반이 엇갈리지만 어떤 식으로든 개혁적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내년 총선은 쉽지 않을 것이다. 조만간 3선 이상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려고 한다.” ―왜 이렇게 쉽지 않은 공천 개혁 이슈에 이렇게 매달리나. 미모의 대변인 출신이라는 이미지에 정치 개혁이라는 브랜드를 더하려는 것인가. “내 정치적 이미지가 2007년 대선 전후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어느 정도 공감한다. 일을 맡게 돼서 열심히 하는 것이지만 잘 마무리해서 당과 내게 도움이 된다면 나쁠 것은 없다.” ―항간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원 시절 쌓은 ‘개혁 이미지’를 벤치마킹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오 시장은 초선 의원 시절인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안, 이른바 ‘오세훈 법’을 만든 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목소리를 높이며) 그렇게 비교하는 분들이 있던데, 그런 (오세훈법) 이미지나 이슈를 반복한다고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욕심을 앞세우기보다는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천 개혁안의 성공을 전제로 그 이후에는 무엇을 준비하나. 큰 꿈을 꾸나.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당의 정책이 중요해지지 않겠나. 일단은 정책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 ―그렇다면 갈수록 정치에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는데 요새 ‘자연인 나경원’의 삶은 어떤가. “큰딸이 올해 고3이다. 벌써 ‘고3 엄마’다. 올해만큼은 제대로 대입 뒷바라지를 하려고 한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청와대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이 무산된 직후 브리핑을 통해 “회동 성사 실패 책임을 청와대에 전가하는 것은 적반하장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손 대표 쪽이 대통령에게 원내문제인 예산안 처리 사과라는 무리한 조건을 자꾸 내걸다 스스로 회담을 차버렸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회담의) 기회가 완전히 봉쇄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대통령께서 각 분야 지도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대화하는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회동은 회동대로 해야지,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서 이용하듯 하면 안 된다. 청와대 회동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략적 이용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공식 만남은 2008년 9월 당시 정세균 대표와의 회동을 마지막으로 2년 5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여야 관계가 지금 이상으로 불편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대통령과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은 1년에 한두 차례 열렸다. 정치권에선 야당 대표와의 회동이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이 대통령 특유의 인식을 회동 무산 배경 중 하나로 꼽는다. 친이(친이명박)그룹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1일 신년좌담회에서 ‘연초 시작하니까 한번 만나야겠죠’라고 밝힌 뉘앙스를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안 처리에 대통령이 개입한 것도 없는데 왜 유감을 표명하고 야당 대표와 회동해야 하는지 이 대통령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관계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2007년 3월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탈당설이 나도는 손 대표를 겨냥해 “안에 남아도 시베리아에 있는 것이지만 나가도 추운데…”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손 대표는 그 후 탈당했고 민주당 대표가 된 뒤 “이 대통령이 나라 전체를 시베리아로 만들고 있다”고 반격했다. 앞서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각각 의원직 상실과 경기도지사 선거 패배 뒤 1999년 미국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에서 연수하며 동병상련을 느낄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에도 별다른 만남이 없었다고 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젠 불러도 안 간다.” 이명박 대통령이 1월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서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와 비공식 만찬을 했다는 소식을 신문으로 알게 된 당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말로만 당에 도와달라고 하면서 최소한의 노력도 안 보인다.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청 관계 곳곳에서 ‘동맥경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레임덕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당청이 벌써 임기 말적인 소통장애를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 원인 중 하나로 대면 접촉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임기 초만 해도 이재오 정두언 진수희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 그룹이 종종 청와대에 들어가 여론을 전하곤 했으나 요새는 그런 소식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서로 잘 만나지 않다 보니 상대방의 생각을 잘 모르고→오해하고→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당 소속 전체 의원들과 이 대통령의 회동은 지난해 10월 1일이 마지막이었다. 소수 당 지도부와의 회동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파동으로 무산됐다가 1월 23일 비공식적으로 진행됐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여당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지만 소통 갈증을 해소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당청 간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개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문제 등 주요 국정이슈에 대한 조정력도 떨어지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개헌은 대통령 의중이 가장 중요한데 방송좌담회에서 지나가는 말로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해야 하니 어떻게 당내 의견이 통일되겠나”라고 푸념했다. 청와대도 무력감에 빠져 있다. 과학벨트나 동남권 신공항 입지 문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해당 부처나 위원회가 객관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임기 초엔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발생하면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들이 청와대와 긴밀히 협의하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수립했지만 이번엔 그런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청와대 회동도 이 대통령의 말만 던져놓은 채 참모들은 “분초를 다투는 사안은 아니지 않으냐”며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8일 정가의 화제 중 하나는 임재현 대통령정책홍보비서관의 임명 소식이었다. 이명박(MB)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인 2005년 4월부터 수행해 온 그는 평소 MB에게 “수행비서에 그칠 사람이 아니다”라는 평을 들었다. 실제 이날 인사로 그는 5년 10개월 만에 ‘MB의 그림자’를 떠나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주요 국정 이슈에 관한 홍보를 실무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서울대 경영학과, 미 보스턴대 MBA 출신인 그는 마침 부친의 칠순 생일날 승진했다. 정치권에는 임 비서관의 승진을 보며 기대감과 함께 복잡한 감정을 느꼈을 사람들이 있다. 거물 정치인 곁을 10년 넘게 지키면서 “나도 언젠가는 훨훨 날 것”이라며 ‘거위의 꿈’을 키우고 있는 수행비서와 보좌진이 그들이다. 현재 여의도 정가의 대표적 수행비서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안봉근 비서가 꼽힌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는 임 비서관의 수행 카운터파트이기도 했다. 쌍용그룹 계열사 출신인 안 비서는 1998년 박 전 대표가 당시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의 지역구(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14년째 박 전 대표의 곁을 지키고 있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특유의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박 전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장고(長考)에 들어갈 때나, 주요 인사를 접견할 때, 잠자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곁에 있다. 박 전 대표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녀 박 전 대표를 접촉하기 위한 1차 관문으로 통한다. 별 말이 없는 스타일이나 2005년에는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로 임플란트를 포함해 치아 치료를 받기도 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광철 보좌관은 주요 일정 수행과 정무적 보좌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기자 출신의 정 보좌관은 2002년 정 전 대표가 월드컵 이후 꾸린 대선 캠프에 합류한 뒤 내리 10년째 정 전 대표를 보좌하고 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순발력과 뛰어난 언론감각으로 정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연착륙하는 데 적잖이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실의 조정만 정책수석비서관은 박 의장을 평의원 시절부터 20여 년간 보좌하고 있다. 지금은 1급 상당의 고위직이지만 이전에는 수행은 물론 당무, 지역구 행사 등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했다. 현재 국회에서 단일 의원을 ‘모신’ 최장기 보좌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고성학 한국정보인증 대표이사는 최근 ‘거위의 꿈’을 이룬 경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평의원 시절부터 20여 년간 보좌했고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김 전 의장의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뒤 지금 자리로 옮겼다. 정치인들이 모두 수행비서를 두고 있지만 정작 특정 정치인을 오래 수행하거나 보좌하는 비서는 드물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대표적 3D 직종인 만큼 체력 유지와 가정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임재현 비서관은 이 대통령을 수행하느라 지난 몇 년 동안 주말에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주지 못하다가 지난 주말 처음 아이들과 잠실 롯데월드에 갔다고 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4·27 재·보궐선거 지역 가운데 여권이 가장 자신하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을 출마 후보를 놓고 한나라당이 시끄럽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7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론과 관련해 “정 전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 실패 때문에) 문책으로 나가신 분인데 그런 분을 다시 우리가 분당을에 들일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공천은 당에서 결정해야 하는 만큼 당 바깥에서 결정한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정 전 총리 영입설이) 근거가 있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당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분을 새로 영입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재섭 전 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출마) 생각도 안하고 있는 사람(정 전 총리)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밀실정치나 다름없다”며 “나는 1996년 분당으로 이사와 올해 15년째 살고 있다. 당선돼도 대표나 국회의장 자리에는 관심 없고 시켜줘도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 최고위원은 분당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불가론을 폈다. 그는 “분당을은 강 전 대표가 다섯 번 국회의원을 한 대구만큼 (당선이) 쉬운 지역”이라며 “분당을에 출마한다면 공정한 사회가 아니며 선거에 나서서 공헌을 하려면 (당선이) 어려운 지역에 나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됐다가 ‘아덴 만 여명작전’으로 구출된 뒤 공해에 대기 중이던 삼호주얼리호 선원 20명이 31일 오후(현지 시간) 오만 무스카트에 도착했다. 이들은 무스카트 항에 내리기 직전 배 안에서 현지에 파견된 해경 수사관에게서 1차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혔다.31일 외교통상부와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한국인 선원 7명은 무스카트에서 1박한 뒤 1일 민항기 편으로 귀국길에 올라 2일(한국 시간) 도착해 가족들과 설 연휴를 보낼 계획이다. 선원들은 이날 오전 무스카트 내 술탄 까부스항에 도착해 배 안에서 현지 의사로부터 건강검진을 받고 세관 검역 등 입국에 필요한 절차를 거친 뒤 하선했다. 삼호주얼리호 이기용 1등 항해사는 최종현 주오만 한국대사를 통해 “(국민에게) 감사하고 고맙다. 선원들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삼호주얼리호의 최진경 3등항해사는 이날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만에 잘 도착했다. 지금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때문에) 바빠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해경은 피랍 당시 상황, 해적들의 위해 및 가혹 행위, 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쏜 범인, 피해 상황 등 피랍과 관련한 모든 과정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해경은 이들이 도착하는 시간이 설날 직전인 2일인 점을 감안해 현지에서 미리 상세한 조사를 벌였다. 이에 앞서 삼호주얼리호는 지난달 30일 밤 오만 항만당국으로부터 최종 입항 허가를 받고 무스카트로 이동했다. 삼호주얼리호를 호위했던 최영함도 31일 함께 입항했다. 최영함은 정비를 마치는 대로 작전 해역에 다시 투입된다. 수장(水葬)을 검토했던 해적 시신 8구는 소말리아 정부에 인도하기로 했다. 수사본부는 이날 1차 피해자 조사에 이어 선원들과 가족의 동의를 얻은 뒤 입국 당일인 2일부터 곧바로 2차 피해자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날 수사본부는 “한국으로 압송된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조사를 벌여 해적 일당 13명(사살 8명, 생포 5명)이 해적 본거지에서 출항하기 전 15일간 합숙하며 치밀하게 범행 모의를 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무스카트=이승헌 기자 ddr@donga.com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삼호주얼리호와 이를 호위했던 최영함은 31일 오전 11시 반(현지 시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오만 무스카트에 입항했다. 도착한 후 선원들은 배 안에서 현지 의사들에게 건강검진을 받는 등 오만 입국에 필요한 절차를 밟았다. 최영함 승조원들은 입항 직후 선상에서 오랜만에 뭍 구경을 하며 함성과 부대구호를 외치는 등 ‘아덴 만 여명작전’이 종결된 것을 기뻐했다.○최영함 함장, “군인이 할 일은 전 세계 어디라도 국민을 보호하는 일”조영주 최영함 함장(해군 대령)은 입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작전을 통해 국민이 바라는 것이 바로 강한 군대, 싸워 이기는 군대임을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조 함장은 “작전이 끝난 순간 우리 군인이 해야 할 일은 전 세계 어디서라도 우리 국민을 기필코 보호하는 일이라는 걸 분명히 깨달았다”면서 “특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장을 장악한 해군 특수전요원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작전을 개시하며 선원들의 안전을 고려했느냐’는 질문에 “기만작전으로 선원 모두를 구해내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해 작전을 개시했다”면서 “(지난달 18일) 1차 작전 때 부대원들이 해적들의 뛰어난 사격술 때문에 부상당했을 때가 가장 위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함장은 “청해부대원 모두가 작전 중 안타깝게 부상한 석해균 선장님이 빨리 건강을 되찾길 기원하고 있다”면서 “선장님, 파이팅하십시오”라고 외치기도 했다. 아덴 만 여명작전에 대한 민주당 등 정치권 일각의 국정조사 요구에 일부 청해부대원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한 부대원은 기자와 만나 “그래도 사람들 살리려고 목숨을 걸고 나섰는데 칭찬은 해주지 못할망정 정치공세의 소재로 이용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영함은 이곳 무스카트에서 물과 군수물자를 실은 뒤 다시 아덴 만 작전 해역으로 출항할 예정이다. ○이제는 가족의 품으로석 선장을 대신해 이기용 1등 항해사는 입항 직후 삼호주얼리호에 승선한 최종현 주오만 한국대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 항해사는 “정부를 대신해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는 최 대사의 말에 최영함 군의관의 도움으로 선원들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입항 당시 선원들은 선내 식당을 드나드는 등 어느 정도 평상심을 찾는 모습이었으며 이 항해사는 “하나님 덕분에 살아났다”고도 말했다고 다른 관계자는 전했다.일부 선원은 피랍으로 인해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귀국하는 데 지장은 없어 보였다고 삼호해운 측은 전했다. 임무교대를 하기 위해 파견된 선원들은 배에 올라 삼호주얼리호의 추가 운항에 필요한 인수인계작업을 마쳤다.선원들은 도착 직후 “선장님은 어떠신가요?”라며 석 선장의 안부를 물었다. 알려진 것보다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미얀마를 비롯해 외국 선원 13명 중 일부는 항해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선원들은 세관, 검역 등 입국절차를 마친 뒤 이날 오후 땅에 발을 디뎠다. 이들은 하선 직후 삼호해운 측이 준비한 차량 편으로 무스카트 내 숙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 1월 15일 피랍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악몽 없는 잠자리였다.○난산 겪은 ‘오만 만 여명작전’ 30일 오후 10시경 오만 인근 공해상.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은 여전히 합판을 유리창 삼아 오만 만의 겨울바람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때 최영함과의 통신수단인 무전기가 ‘치지직’ 하며 소리를 냈다. 오만 정부에서 최종 입항 허가가 났으니 무스카트로 이동하라는 메시지였다.선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설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겠다는 기대에, 한국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석 선장 생각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1월 10일 스리랑카로 가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를 출발한 지 21일째를 앞둔 밤.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지옥의 항해’가 끝나는 순간이었다.삼호주얼리호는 오만 당국의 입항허가를 받자마자 최영함의 호위를 받으며 칠흑 같은 오만 공해상에서 무스카트로 키를 틀었다. 오만 영해 인근 도착 목표시간은 31일 오전 8시 전후. 아덴 만의 여명에 이은 ‘오만 만의 여명작전’이 시작됐다. 삼호주얼리호는 아덴 만 여명작전 당시 교전에 따른 총격으로 조향장치 등이 고장났지만 최영함의 호위를 받으며 시속 10노트 내외로 안정적으로 운항했다.멀리 오만 만의 여명이 밝아오는 31일 오전 7시경. 오만 영해가 육안에 들어왔다. 오전 11시경 술탄 까부스 항만 관제실의 최종 접안 신호가 떨어졌고 오전 11시 반경 최종 접안에 성공했다.부두에 도착한 삼호주얼리호는 21일 아덴 만 여명작전 당시 교전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최영함 링스헬기가 엄호사격을 했던 선교와 연돌 부근에는 K-6 중기관총의 사격으로 인한 큰 구멍이 수십 군데 나 있었다. 선체 하부와 메틸알코올 등을 실은 부위는 크게 파손되지는 않아 보였다.무스카트=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청해부대의 ‘아덴 만 여명작전’으로 구출된 삼호주얼리호가 31일(현지 시간) 오만 무스카트 항에 입항할 것으로 보인다. 삼호주얼리호 선사인 삼호해운 관계자는 30일 “삼호주얼리호의 입항 신고서를 항만관리회사(PSC)와 세관, 출입국, 검역(CIQ) 당국 등이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호해운은 입항 허가가 떨어지면 출국 수속을 거쳐 그 다음 날 선원들을 귀국시킨다는 계획이어서 이르면 다음달 1일 한국인 선원들이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그러나 또다시 입항이 지연될 경우 해적 시신을 수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소말리아 정부에 해적 시신 인수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날까지 답변이 없거나 인수하지 않으면 국제관례에 따라 해적을 수장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오만 소말리아대사 측과 해적 시신 인수를 계속 협의했으나 아직 소말리아 정부의 지침이 없다는 답변뿐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해적 수장이 국제법적으로 별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부 국가들도 교전 중 사살한 해적 시신을 바다에 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선원들이 시신을 바다에 버리는 데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바다에서 일하는 뱃사람들은 행여 배가 뒤집힐까봐 생선조차 뒤집어 먹지 않을 정도로 ‘징크스’를 중요시한다. 삼호주얼리호 선원들도 사고 난 배에 탔다는 사실만으로도 차후 고용계약 시 결격 사유에 해당될 수 있는데, 시신을 바다에 던져버린 선원들로 각인될 경우 해운업무 분야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선원들은 고용을 해지 당할지언정 수장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겠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정부는 삼호해운 측이 시신을 직접 수장하기 어렵다고 할 경우 현재 삼호주얼리호에 승선하고 있는 청해부대원들을 동원해 수장을 집행할 수도 있다. 최영함 링스헬기로 시신들을 최영함으로 옮겨 수장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도 아무리 해적이라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시신을 바다에 던져버렸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 대응팀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무스카트=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님, 한국에서 받은 3차 수술이 잘됐는지 궁금합니다. 24일 오만 살랄라 술탄 까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지켜본 당신은 ‘아덴 만 여명작전’ 당시 상황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긴급수혈된 동포들의 피를 받으며 포도당 수액과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가쁜 호흡을 고르고 있었죠. 현지 병원과 한국 정부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봤지만, 한국 의료진이 26일 도착하자 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위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총상으로 염증이 급속히 번지고 곳곳에 골절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렇게 버틴 것이 놀라웠습니다. 작전 당시 보여준 용기와 지혜가 알려지면서 당신은 한국에서 영웅이 됐습니다. 이곳 오만에서도 ‘코리안 캡틴’을 얘기하더군요. 택시운전사인 무함마드 씨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무서운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느냐”며 취재진에게 상황을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장님을 위해 주치의까지 보냈다고 하더군요. 민주당 등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가 용태를 축소해 알렸다며 아덴 만 여명작전에 대해 국정조사까지 하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오만의 병상에서 지켜본 선장님은 영웅 만들기도, 정치 공세도 한가해 보일 만큼 사신(死神)과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해적들이 난사한 AK 소총에 내장 곳곳에서 고름이 나오면서도 살아서 가족과 동료들의 품으로 가겠다는 한 사내의 본능적인 사투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삼호주얼리호를 지켜냈듯 잇단 수술을 이겨내는 불굴의 의지에 보는 이들은 숙연해졌습니다. 술탄 까부스병원 측이 당신을 보기 위해 중환자실에 들어간 본보 취재팀을 경찰에 신고해 몇 시간 억류케 했을 때도 우리의 관심사는 하나였습니다. 삼호주얼리호의 입항을 취재하러 무스카트로 갔다가 다시 1000km를 날아서 살랄라로 달려간 것도, 사막 한가운데 있는 병원 앞 아스팔트에서 딱딱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운 것도 선장님이 한시라도 빨리 깨어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선장님은 세 번째 수술을 마치고 의식을 되찾기 위한 힘겨운 여정에 있을 것입니다. 아덴 만 여명작전에서 보여줬던 용기와 기개로 다시 떨쳐 일어나 주길 기대합니다. 당신의 몸속에는 선장님의 쾌유를 바라는 동포들의 뜨거운 피가 함께 돌고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랍니다.이승헌 정치부 ddr@donga.com}
오만 살랄라의 술탄 까부스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한국 후송이 전격 결정된 것은 석 선장이 여전히 위중하지만 장거리 비행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라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석 선장은 △복부 팔 넓적다리 등에 최소 5, 6발의 총상을 입었고 △‘범발성 혈액 응고 이상증(DIC)’과 패혈증이 우려되는 상황에 △치사율 70%가 넘는 합병증인 괴사성 근막염까지 퍼지고 있지만 한국까지 11시간가량 소요되는 후송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현지에서 석 선장을 진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과장은 28일 “안정제와 수면제를 투여받으며 수면 상태에서 전문 의료장비를 갖춘 환자 이송 전용기(에어 앰뷸런스)를 타기 때문에 후송 과정에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 국적의 소형 비행기인 에어 앰뷸런스에는 인공호흡기 등 생명유지장치와 인공투약장치가 비치돼 있으며 태국에서 중간 급유를 한 뒤 서울공항으로 향하게 된다. 에어 앰뷸런스의 임차료는 삼호주얼리호의 선사인 삼호해운 측이 부담했다. 이 과장과 간호사, 환자 이송 전문가인 현지 의사 1명이 전용기에 동승할 계획이다. 이 과장과 함께 파견된 다른 의사는 29일 이들보다 일찍 한국에 도착해 수술을 준비한다. 석 선장의 아내 최진희 씨와 차남 석현수 씨도 별도의 민항기로 29일 귀국한다. 삼호주얼리호 1차 구출작전 때 부상당한 해군 특수전여단 요원 안병주 소령과 김원인 상사는 28일 오후 귀국해 곧바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붕우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들이 입원했던 무스카트 로열병원 측이 ‘한국으로 옮겨 치료할 수 있는 상태’라고 얘기해 국내로 후송했다”고 말했다. 경미한 부상을 입은 강준 하사는 최영함이 오만에 입항하면 최영함으로 복귀해 임무를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한편 오만 인근 해역에서 대기 중인 삼호주얼리호의 무스카트 입항이 계속 지연되면서 선원들이 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아덴 만 여명 작전 과정에서 삼호주얼리호의 유리창이 많이 깨진 상태라 밤에는 기온이 떨어진다”며 “선원들의 심신이 피곤한 상태”라고 말했다. 선원들은 선박에 있는 합판을 유리창 삼아 바닷바람을 막고 있으며 기본적인 먹을거리는 있지만 조미료 양념 등이 부족해 인근에서 호위 중인 최영함에서 조달하고 있다고 삼호해운 조용우 부장이 밝혔다. 삼호해운 측과는 통신이 두절된 상태여서 최영함을 통해 간접적으로 상황을 전달받고 있다고 조 부장은 덧붙였다. 삼호주얼리호는 이날까지 오만 당국으로부터 입항에 필요한 최종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만 해양경찰이 배에 실린 소말리아 해적들의 시신 하역에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호주얼리호는 29일 오후나 30일 오전에 무스카트 내 술탄 까부스 항에 입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무스카트=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