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黨-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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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靑 말로만 도움 요청… 이젠 불러도 안간다”
청와대 정치력 부족 ‘오해→감정싸움’ 악순환

“이젠 불러도 안 간다.”

이명박 대통령이 1월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서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와 비공식 만찬을 했다는 소식을 신문으로 알게 된 당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말로만 당에 도와달라고 하면서 최소한의 노력도 안 보인다.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청 관계 곳곳에서 ‘동맥경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레임덕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당청이 벌써 임기 말적인 소통장애를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 원인 중 하나로 대면 접촉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임기 초만 해도 이재오 정두언 진수희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 그룹이 종종 청와대에 들어가 여론을 전하곤 했으나 요새는 그런 소식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서로 잘 만나지 않다 보니 상대방의 생각을 잘 모르고→오해하고→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당 소속 전체 의원들과 이 대통령의 회동은 지난해 10월 1일이 마지막이었다. 소수 당 지도부와의 회동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파동으로 무산됐다가 1월 23일 비공식적으로 진행됐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여당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지만 소통 갈증을 해소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당청 간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개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문제 등 주요 국정이슈에 대한 조정력도 떨어지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개헌은 대통령 의중이 가장 중요한데 방송좌담회에서 지나가는 말로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해야 하니 어떻게 당내 의견이 통일되겠나”라고 푸념했다.

청와대도 무력감에 빠져 있다. 과학벨트나 동남권 신공항 입지 문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해당 부처나 위원회가 객관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임기 초엔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발생하면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들이 청와대와 긴밀히 협의하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수립했지만 이번엔 그런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청와대 회동도 이 대통령의 말만 던져놓은 채 참모들은 “분초를 다투는 사안은 아니지 않으냐”며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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