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5개월째 못 열리는 대통령-제1야당대표 회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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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내가 왜 사과”… 孫과 기본인식 달라

청와대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이 무산된 직후 브리핑을 통해 “회동 성사 실패 책임을 청와대에 전가하는 것은 적반하장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손 대표 쪽이 대통령에게 원내문제인 예산안 처리 사과라는 무리한 조건을 자꾸 내걸다 스스로 회담을 차버렸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회담의) 기회가 완전히 봉쇄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대통령께서 각 분야 지도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대화하는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회동은 회동대로 해야지,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서 이용하듯 하면 안 된다. 청와대 회동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략적 이용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공식 만남은 2008년 9월 당시 정세균 대표와의 회동을 마지막으로 2년 5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여야 관계가 지금 이상으로 불편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대통령과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은 1년에 한두 차례 열렸다.

정치권에선 야당 대표와의 회동이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이 대통령 특유의 인식을 회동 무산 배경 중 하나로 꼽는다. 친이(친이명박)그룹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1일 신년좌담회에서 ‘연초 시작하니까 한번 만나야겠죠’라고 밝힌 뉘앙스를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안 처리에 대통령이 개입한 것도 없는데 왜 유감을 표명하고 야당 대표와 회동해야 하는지 이 대통령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관계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2007년 3월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탈당설이 나도는 손 대표를 겨냥해 “안에 남아도 시베리아에 있는 것이지만 나가도 추운데…”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손 대표는 그 후 탈당했고 민주당 대표가 된 뒤 “이 대통령이 나라 전체를 시베리아로 만들고 있다”고 반격했다.

앞서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각각 의원직 상실과 경기도지사 선거 패배 뒤 1999년 미국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에서 연수하며 동병상련을 느낄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에도 별다른 만남이 없었다고 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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