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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일괄 사표 지시에 앞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90분간 비공개 긴급회동을 갖고 ‘최순실 게이트’ 사태 수습을 위해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만난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번 의원총회 얘기와 야당에서 매일 하는 회의내용 등까지 종합해 가감 없이 여론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검사가 시간이 걸린다면 지금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당사자(최순실)가 빨리 들어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본인 탈당 문제 등을 놓고 당내 분위기가 어떤지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며 “최 씨의 국내 송환 등 요구에도 대통령이 ‘잘 알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최근 당내에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지도부 책임론’을 의식한 듯 이날도 별도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정치 원로들에게 최근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자문을 했다. 대통령에게 회동을 요청한 것도 ‘청와대 오더에만 움직이는 대표’란 일각의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전면 인적 쇄신을 안 하면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가 최순실 파문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시간을 끌다간 악화되는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수석 일괄 사표 지시를 내린 만큼 늦어도 주말을 기해 인적 쇄신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제기된 박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 “다수 얘기가 아닌 것 같다”며 “선거 때는 박 대통령 사진을 걸어놨던 사람들이 탈당하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의 ‘최순실 특별검사제 도입’ 협상을 중단했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사퇴, 최순실 등 부역자(국가 반역에 가담 및 동조한 사람)의 전원 사퇴 등 3대 선결조건이 먼저 이뤄져야 우리도 협상을 생각해 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4년 여야가 합의해 제정한 상설특검법을 도입하자는 새누리당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가 특검 임명 방법, 수사 대상, 범위, 기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별도의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에 “상설 특검으로 해도 대통령 입맛에 맞는 검사를 고를 수 없다”며 “(2014년) 박지원 박영선 박범계 의원 등 야당의 ‘박(朴) 남매’가 만든 상설 특검을 자신들이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여야 3당 원내대표는 31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할 예정이어서 특검 협상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새누리당과의 '최순실 특별검사제 도입' 협상을 중단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사퇴, 최순실 등 부역자(국가반역에 가담 및 동조한 사람)의 전원 사퇴 등 3대 선결조건이 먼저 이뤄져야 우리도 협상을 생각해 보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협상에서 특검에는 공감했지만 방법론에서 이견을 보였다. 추 대표는 "최순실 (사태의) 공동책임자인 새누리당이 한마디 사과 없이 협상장에 나와 조사에 협력해야 할 대통령에게 특별 검사를 임명하라는 건 코미디"라며 협상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협상 중단을 선언한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상설특검으로 해도 대통령 입맛에 맞는 검사를 고를 수 없다"며 "(2014년) 박지원 박영선 박범계 의원 등 야당의 '박(朴) 남매'가 만든 상설 특검을 자신들이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2014년 여야가 합의해 제정한 상설특검법을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국회가 특검 임명 방법, 수사대상, 범위, 조사시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별도의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 간 갈등의 핵심은 특검 임명 방법이다. 상설 특검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 추천(여야 2명씩) 포함한 7명으로 구성된 특검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상설특검으로 할 경우 특검후보 추천위원이 사실상 여야 5대2로 구성돼 사실상 대통령이 원하는 인사가 특검으로 낙점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여야 합의로 특검 후보 1명을 추천하는 별도 특검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별도 특검법으로 추진된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사건 특검'은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추천권을 가진바 있다. 수사기간도 쟁점사안이다. 상설특검은 특검 수사기간을 임명일로부터 최대 110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별도 특검은 여야 협상에 따라 기간이 정해지는데, 민주당은 최장 150일까지는 수사기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여야 3당 원내대표는 31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할 예정이다. 이날 회동에서 특검 협상에 물꼬가 트일 지 주목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떠나 여야가 추천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내각을 꾸리자는 것이다. 거국내각은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데다 책임총리 추천과 내각 구성에 여야가 합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 국정 수습 대안으로 거국내각 거론 최근 거국내각 구상은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27일 의원총회에서 “우선 대통령 권한을 최소화하고 여야가 합의해 새로 임명된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국내각을 구성하자는 얘기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거국내각으로 무정부 상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이날 개헌 토론회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가 리더십을 갖고 현재 체제가 유지돼선 안 된다”며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거국내각을 구성해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날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협치’를 주제로 열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국가정책포럼에서도 거국내각이 화제에 올랐다. 남 지사는 “협치형 총리를 요청한다. 여야가 인사 예산 정책 등 의사결정을 함께 하면 권력의 투명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한 라디오에서도 ‘협치’를 강조하며 “거국내각도 답일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도 “너무 큰 권력이 정점에 있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시스템이 문제”라며 “대통령이 탈당하고 거국내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총리가 현실적? 국내에서 거국내각 구성은 전례가 없다. 1992년 노태우 대통령이 민자당 김영삼 대선 후보와 갈등을 빚던 중 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전격 탈당한 뒤 현승종 총리 중립내각을 출범시킨 게 전부다. 그나마 당시엔 대선 관리 역할 정도에 그쳤다. 현재 야권 주자들이 주장하는 거국내각은 여야 합의로 추천한 국무총리가 내년 대선까지 실질적으로 정부를 이끌게 하자는 것이다. 각 부처 장관 등 내각 구성까지 여야 합의로 임명하기엔 현행 대통령제 체계상 무리가 있는 만큼 새 총리가 각료 제청권을 행사해 새로운 내각을 꾸리게 하자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여야가 거국내각을 합의한다면 약식 인사청문회 등으로 조속한 시일 안에 새 내각을 출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총리 후보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김황식 전 총리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초유의 정치실험으로 여야 합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거국내각 논의는 자칫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며 “나라를 시험에 맡길 수 없는 만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실제 거국내각은 과거 정권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현실화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수용 여부가 변수다. 청와대가 임기를 1년 4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스스로 식물정부로 전락할 수 있는 거국내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몇몇 대선주자가 내놓는 거국내각 주장 자체가 정국 수습을 더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차라리 헌법에 보장된 ‘책임총리제’를 구현해 국정 운영의 상당 부분을 맡기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거국내각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개인 의견이지만 (거국내각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약간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는 ‘진상 규명이 먼저’라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강경석 기자}
여야 일각에서 거국중립내각 구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6일 이날 ‘표류하는 국정을 수습할 길을 찾아야 합니다’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합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정의 컨트롤타워를 맡기라”고 요구했다. 사실상의 2선 후퇴를 요구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엄정 수사도 촉구했다. 문 전 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의 법무장관으로 하여금 (최순실 씨 관련) 검찰 수사를 지휘하게 해 달라”며 “대통령 스스로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고, 청와대도 압수수색 등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자청하고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거국중립내각 구성 요구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도 터져 나왔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탈당은 꼬리 자르기밖에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총사퇴, 거국중립내각 구성, 당 지도부의 자성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최소한 총리, 부총리는 거국총리단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야 3당은 25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자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를 통해 국정을 운영했음을 시인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도 “박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 수사가 필요하다”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 문재인·안철수 “대통령도 수사해야” 전날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국면 전환용 꼼수 개헌’이라고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사과를 두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문 전 대표는 특별성명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은 차마 부끄럽고 참담해 고개를 들 수조차 없는 수준으로, 국기 문란을 넘어 국정 붕괴”라며 “청와대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에 체류 중인 최 씨를 즉각 귀국시켜 수사하고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포함해 비선 실세와 연결돼 국정을 농단한 청와대 참모진을 일괄 사퇴시키라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서도 “여전히 정직하지 못하다.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오직 정직만이 해법’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하시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안 전 대표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특검을 포함한 성역 없는 수사로 짓밟힌 국민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대통령도 당연히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던 민주공화국의 보편적 질서가 무너진 국기 문란, 나아가 국기 붕괴 사건”이라며 청와대 비서진 전면 교체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이 모든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고백으로 이제 대통령 자신이 문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며 “성역 없는 조사를 위해 국정조사와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희대의 국기 문란 사건인 만큼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국민을 무시한 ‘녹화’ 사과”라고 지적하며 청와대 비서진 사퇴와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야 3당 지도부 ‘연합 전선’ 구축 야 3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 후 공격 수위를 더욱 높였다. 민주당은 이날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 추진’과 ‘청와대 비서진 전면 교체’를 공식 요구하기로 했다. 당초 당 지도부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이었으나 박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에 따라 특검 도입 등 대여 압박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통령이 전혀 상황 인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사태 인식 수준이 정말 답답하고 황당하다”라고 적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려면 우 수석 사퇴, 최순실 신병 확보가 우선”이라며 “특검 도입, 국정조사 실시 등으로 진실 규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사과에 진정성을 의심했다. 그는 “선거 때와 (임기) 초창기에 (최 씨의 도움을) 받고 그 후에는 안 받았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그는 “감동적인 사과가 필요했다”면서도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법적 잣대보다는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최순실 일당을 국내로 즉각 소환하고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우 수석과 문고리 3인방 등 국기 문란 관련자들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 기자}

정치권에선 온통 개헌의 키워드로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헌법 전문가들의 시선은 더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동아일보가 24일 5명의 헌법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0년 만에 무르익는 개헌 논의인 만큼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권력구조를 손질하는 ‘원포인트 개헌’이 아니라 변화한 시대상과 다가올 시대상까지 반영하는 ‘광의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본권 보장 △통일 대비 △지방자치 등을 개헌 과정에서 담아내야 할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국제 인권 기준으로 기본권 보장…‘정보 인권’ 신설 요구도 헌법학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의 필요성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지낸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시지탄(晩時之歎·시기가 늦었음을 한탄함)이지만 지금이라도 물길이 트이니 다행”이라고 했다. 개헌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으로는 ‘국민 기본권 보장’이 비중 있게 언급됐다. 여전히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헌법의 기본권 조항을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김철수 서울대 법학부 명예교수는 “대통령도 언급했듯 아동의 권리는 새로 규정하고, 노인의 권리·알권리 등은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 인권’을 강조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정보화 시대에 맞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관련 권리의 틀을 헌법에서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본권을 제대로 정비할 기회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권과 관련해 과거 개헌이 두 달 남짓한 시간에 성급하게 이뤄져 세세하게 검토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와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에 대비하는 헌법 필요 북한의 급변 사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만큼 ‘통일’도 개헌 논의에서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사안으로 꼽혔다. 문제는 대북 정책을 두고도 이념적으로 사사건건 대립하는 구조 속에서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른 시간 안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 교수는 “현실적으로 통일과 관련해 정부 부처나 민간 영역에서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는 것이 문제”라며 “헌법 차원에서 통일 관련 국가기관들의 역할 등을 정밀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일된’ 통일 준비를 해야 통일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도 “통일은 이제 눈앞에 다가온 시대적 과제”라며 “통일 과정과 그 이후까지 내다본 헌법 조항은 혼란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개헌으로 지방자치 조항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광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자치는 제헌 헌법 이후 바뀐 게 없다”며 지방자치 조문을 이번 개헌으로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일본에선 지방자치 논의만 20년 넘게 진행됐는데 우리는 아직 기본적인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방 분권’에 힘을 실은 개헌을 역설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메갈로폴리스(거대한 도시 집중지대)로 나아가는 지금, 분권에 집중하자는 건 시대에 역행하자는 얘기”라며 “통합을 화두로 한 지방자치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밀실 개헌’ 아닌 여론 수렴 선행돼야 헌법학자들은 개헌이 되면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5명 중 3명(김철수 신평 이광윤 교수)이 개헌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2명은 답변을 유보했다. ‘의원내각제’가 부각될 것으로 본 의견은 없었다. 이 교수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너무 커 의원내각제는 동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학자들은 향후 개헌 논의를 ‘권력구조 개편’에 치우치지 말고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기본권 문제 등에 더욱 신경을 써 달라고 요구했다. 이 교수는 “환경 에너지가 전 세계적 현안이니 헌법 조문에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문구를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 수렴을 제대로 해야 향후 개헌이 국민투표 등에서 국민의 관심을 얻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학자들은 “정치권에서 시간에 쫓겨 ‘날치기’로 개헌 주제들을 다루면 성공할 수 없다” “당리당략을 배제하고 충분한 자료를 제시해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유근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취임한 뒤 최근까지 개헌을 ‘블랙홀’이라며 시기상조론을 펼쳐 왔다. 그러다 2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전격 ‘개헌 카드’를 제시한 걸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 미루면 개헌을 추진할 때를 놓친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지만 야당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관련 비선 실세 의혹을 덮기 위한 꼼수’라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靑 “더 늦어지면 개헌 일정 차질”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국정 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일관된 외교 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 대북 외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일관되게 개헌 논의에 반대했던 박 대통령의 기존 태도와는 차이가 크다. 박 대통령은 불과 6개월 전인 4월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도 “지금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2007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추진을 발표하자 대선 주자였던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했을 만큼 개헌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며 “다만 국정과제 이행에 집중하기 위해 논의를 미뤄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한다면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까지 끝낸 뒤인 올해 말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씨 의혹 등 때문에 발표 시점이 당겨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이미 추석 연휴 기간에 개헌 결심을 굳힌 뒤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최근 최 씨 관련 의혹이 확산되면서 청와대 일각에서 “지금 개헌 추진을 발표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개헌 일정을 감안해 원래대로 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개헌 논의가 더 늦어지면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선주자 가운데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을 시도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됐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확실한 대선주자가 있다면 개헌에 반대할 텐데 개헌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국 주도권 회복 위한 포석” 분석도 박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정치적 난관에서 벗어나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지난주 박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25%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4·13총선 전에는 박 대통령이 개헌 관련 보고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여소야대 체제로 국정 운영이 어려워졌고 최 씨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개헌 제안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 추진은 정치판을 흔들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선호하는 권력구조에 따라 정치권이 이합집산하면서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박 대통령이 약 40분간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총 23차례 박수를 받았지만 대부분 새누리당 의석에서 나왔다. 일부 야당 의원은 ‘그런데 비선 실세들은?’이라고 쓴 소형 피켓을 들기도 했다. 한편 이날 연설에 앞서 박 대통령과 5부 요인 간의 환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경질을 요구하자 박 대통령은 “의혹만 갖고 어떻게 사람을 자를 수가 있느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 기자}

내년 대선을 1년 2개월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전격적으로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 의혹 등으로 곤경에 빠져 있는 박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야권 대선 주자들이 “‘최순실 의혹’ 등을 덮기 위한 정략적 의도”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개헌 추진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2017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돼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개헌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어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며 “국회도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해 달라”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 4년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해 왔지만 취임 이후에는 정치권의 개헌 논의 요구에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간다”며 반대해 오다 이날 전격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박 대통령은 그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내 공약 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개헌 논의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며 “국회 논의를 봐 가면서 필요하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 제안권자로서 정부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및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환영 의사를 밝히며 “‘제로그라운드(원점)’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표 개헌은 안 된다”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에도 합의를 못 하면 난도가 높은 개헌은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 기자}

24일 개막하는 예산국회는 야권이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된 정부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나서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23일 미르·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관련 의혹이 있는 예산을 ‘비선 실세·국정 농단 예산’으로 규정하고 대대적 공세를 예고했다.○ 野, ‘비선 실세’ 의혹 관련 예산 전액 삭감 민주당은 비선 실세 의혹의 핵심인 차은택 감독이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사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한국관광공사의 강원 원주 이전 후 서울의 옛 사옥에 한류 콘텐츠 체험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내년 예산으로 올해보다 41% 증액된 약 1278억 원이 책정돼 있다. 민주당은 이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진행됐고, 예산 증액 과정에서 차 감독의 외삼촌인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지시가 확인되는 등 불법 편법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미르재단이 주도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케이밀(K-Meal) 사업 예산 154억 원, 차 감독과 연관된 회사가 홍보 콘텐츠 제작을 맡은 보건복지부의 개발도상국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185억 원도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직접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하는 예산이면 삭감할 수 있겠지만 아프리카 ODA 사업까지 의심스럽다며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건 맞지 않다”며 “예산 자체를 정쟁 수단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해외 원조 사업을 성급히 중단할 경우 국가 브랜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복지부가 주관하는 개도국 ODA 사업은 우간다 감염병 역량강화사업, 케냐 건강보험 정책협력사업 등 비선 실세 논란과는 관련 없는 내용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예산 삭감 기조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취약계층 예산 반영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청년, 여성, 노인 등 일자리 예산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누리과정 등 예산 전쟁 화약고 줄이어 법인세 인상,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서도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야 3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자 증세’를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법인세의 최고 구간을 현 22%에서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인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24%까지는 올리겠다는 입장이고, 정의당은 중소기업(과표 2억 원 이상)까지도 법인세를 25%로 인상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모든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했고, 국제적 추세로 봐도 법인세율을 올리는 나라는 없다”며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지방교육 정책재정 특별회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 의장은 “감사원 결과를 보면 일부 교육청은 여유 재원이 많은데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며 이 방안을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특별회계는 입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누리과정 예산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태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특별회계를 할 게 아니라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2%포인트 정도 올리면 근본적인 예산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홍수영·황형준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원외 민주당이 19일 공식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고 약칭으로 '민주당'을 사용하기로 했다. 더민주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통합과 약칭 사용 안건을 의결했다. 더민주당은 향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당의 약칭으로 '더민주'와 '민주당' 등 2개를 등록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민주당'이라는 약칭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이름이 시대정신을 잘 담고 있어 '더민주'라는 약칭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통일성을 주기 위해 언론에는 '민주당'으로 써달라고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약칭으로나마 되찾은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만들어진 2014년 3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송민순 회고록’ 파문 관련자들의 증언이 엇갈리는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과정의 핵심 시점은 11월 16일, 18일, 그리고 20일 밤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은 “16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기권’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그간 침묵을 지켰던 백종천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도 18일 “(당시) 16일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0일 밤 싱가포르에서 대통령이 ‘기권으로 갑시다’라고 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가장 뜨거운 쟁점인 북측과의 연락이 ‘결정 전 문의’인지, ‘결정 후 통보’인지가 확인될 결정 시점을 놓고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기권 결정? 2007년의 靑 “20일” 文 측 “16일” “어제(20일) 저녁 늦게 대통령께서 송민순 장관과 백종천 안보실장으로부터 유엔 대북 결의안의 종합적인 상황과 기권 방안에 대한 우선적인 검토 의견을 보고받고, 이를 수용했으며 정부 방침이 결정됐다.” 2007년 11월 21일 당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이다. 전날 밤 싱가포르 대통령 숙소에서 노 전 대통령, 백 전 실장과 회의를 했다는 송 전 장관의 증언과 일치한다. 문 전 대표 측은 기권 결정은 16일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했고, 발표만 21일이었다고 주장한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은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이미 기권 결정이 내려졌다. 대통령이 ‘송 장관의 주장이 맞지만 이번엔 기권을 합시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천 전 대변인과 백 전 안보실장도 이날 각각 문자 브리핑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6일 결정한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007년 11월 21일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결의안 문제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다수가 기권 의견이었다”라며 “하지만 상황을 보면서 최종적으로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고 어젯밤 대통령 재가로 방침이 전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회고록 내용과 부합한다. 즉 송 전 장관을 제외한 4명의 청와대 회의 참석자는 16일 당시 회의에서 ‘다수가 기권 의견’인 상태를 최종 결정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볼 수 있다. 송 전 장관도 회고록에서 당시 18일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 서별관 회의가 열렸을 때 미리 온 네 사람이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송 전 장관이 찬성 의견을 굽히지 않자 ‘남북 경로를 통해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보기로 결론을 내렸다’는 회고록 내용이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당시 외교부 차관보였던 심윤조 전 새누리당 의원도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이뤄진 건 싱가포르에 머물던 20일”이라고 주장했다. 그전 16일 회의에서 ‘결정했다’는 것은 송 전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기권파’ 참석자들의 생각일 뿐이고 노 전 대통령의 결심은 마지막 순간에 이뤄졌다는 얘기다.○ 대통령 최종 재가 전 북한에 통보? 만약 송 전 장관의 증언과 2007년 11월 21일 당시 청와대의 설명대로 20일 밤 노 전 대통령이 최종 결심을 했다면, ‘북한에 의견을 물었다’는 회고록 쟁점은 논외로 하더라도 문 전 대표 측이 ‘북한에 기권 사실을 통보’했다는 시점이 또 다른 쟁점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기권할지, 찬성할지 표결 전날 밤까지 고심하고 있는데 북한에는 이미 ‘기권’으로 통보가 됐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은 ‘북한에 의견을 물었다’는 회고록 증언과는 달리 북한에 ‘기권 결정’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적시하지 않았지만 2007년 11월 18일 이후라고 했다. 문 전 대표 측은 회고록에서 20일 밤 백 전 안보실장이 건넸다는 쪽지에 대해서도 “표결 전 각국 동향 보고”라면서 “(기권 결정) 통보에 대한 북한 반응일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백 전 안보실장도 이날 “쪽지라는 게 있을 수 없다. 팩스로 북한 동향 같은 문서가 들어오는데, 그걸 송 전 장관이 쪽지라고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 전 대표 측의 ‘통보’ 주장이 맞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 결심한 20일 전에 이미 북한에 통보가 됐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 측엔 언제 ‘기권’ 방침이 전달됐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북측에는 기권 방침을 미리 알려 주고 정작 유엔에서 대북 인권결의안을 주도해 온 미국엔 뒤늦게 통보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북한인권단체들이 문 전 대표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안1부(부장 김재옥)에 배당했다고 밝혔다.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강경석 기자}
“‘절반의 진실은 완전한 거짓보다 못하다’라는 말을 되뇌었다. 진실의 일부만 말하는 것은 오히려 진실과 거짓의 구분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가공되지 않은 기록과 기억을 찾으려 나름대로 노력했다.” 최근 파문을 일으킨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서문 중 일부다. 그런 송 전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언론을 매개로 한 설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8일 충북 진천, 괴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송 전 장관의 회고록 관련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한 기자가 “북한에 (유엔 인권결의안 관련 기권 의견을) 사전 통보했는지…”라고 묻는 도중 문 전 대표는 말을 끊으며 “오늘은 여기(충북혁신도시)에 국한해 주세요”라고 했다. 핵심 쟁점인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서 ‘문 전 대표가 남북 경로로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 보자’고 한 부분 역시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해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 스님을 만난 자리에선 “정치를 하다 보면 맷집도 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들로부터 “기억이 부정확하다”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박과 비판을 듣고 있는 송 전 장관은 이날도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기(회고록) 있는 것, 다 사실이다. 다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책을 쓴 저자가 사실이라고 했고 공개적인 언론 (앞)에서 사실이라고 (내가) 했으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확실한 자세 없이 그런 말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송 전 장관은 500쪽이 넘는 자신의 책 일부분만 논란이 된 게 안타까운 듯 “회고라는 게 영어로 리트로스펙트(retrospect), 과거를 돌이켜 보는 것이고, 미래로 가는 길, 프로스펙트(prospect·전망)하기 위해 쓰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리트로스펙트만 갖고 이야기하고 싸움을 붙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미국 사람들은 (정부에서) 나오자마자 1∼2년 사이에 다 정리해서 내놓는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10년이 지났다”며 더민주당 일각의 ‘얼마나 됐다고 회고록이냐’란 비판을 반박했다. 다만 새누리당에 대해선 두 사람 모두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는 “내가 (대선에서) 가장 앞서 가니까 두려워서 일어나는 일 아니겠느냐”며 “군대도 제대로 갔다 오지 않은 사람들이 걸핏하면 종북(從北) 타령”이라고 비판했다. 송 전 장관도 “새누리당에서 이것을 무슨 과거를 캐는 폭로라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9년 동안 했던 (대북) 정책이 정말 실행 가능성이 있는 건지 스스로 뒤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난달 4일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가 이사진 구성 문제로 출범조차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북한인권재단 이사 10명 중 새누리당(5명)과 국민의당(1명)은 추천 명단을 국회 의사국에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4명)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에 대한 연구, 정책 개발,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NGO)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역시 위원 10명 중 새누리당(5명)만 자문위원 명단을 제출했을 뿐 더민주당(3명)과 국민의당(2명)은 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북한인권법 첫 발의 후 본회의 통과까지 약 11년 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야권이 비협조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가 두 차례나 이사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국회사무처를 통해 더민주당에 보냈지만 아직 추천 명단조차 주지 않고 있다”며 “더민주당은 재단을 설립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더민주당은 재단 출범 지연이 새누리당의 과욕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당초 10명의 이사 중 선출되는 이사장은 여당, 상임이사는 야당이 각각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이 두 자리를 다 차지하려 하면서 이사진 구성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여야가 각각 맡기로 합의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인권법 시행령 제12조(재단 임원의 구성)에 따르면 국회가 추천하는 이사 10명을 여야 동수로 하고, 이사장은 이사 중 호선으로 정한다고 돼 있을 뿐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여야가 나눠 추천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법 시행 직후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키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 사무실을 마련했지만 여야 갈등이 계속되면서 현판식조차 못하고 있다. 직원 선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련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사회가 구성돼야 정관을 통과시킬 수 있고, 정관이 있어야 직원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 수립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편성된 사업비 83억5400만 원이 제대로 집행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빨리 직원도 뽑고 훈련도 시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주성하·홍수영 기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9년 전과 비슷하게 외로운 상황에 처했다.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따르면 송 전 장관은 2007년 11월 15∼18일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벌어진 잇단 회의에서 홀로 ‘찬성’을 주장했다. 당시 참석자인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모두 ‘기권’에 동의했다. 이 때문에 회고록에서 그해 11월 18일 저녁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 참석한 이 네 명은 송 전 장관에게 ‘왜 이미 (기권으로)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9년이 흐른 지금도 송 전 장관은 회고록과 관련해 ‘1 대 다(多)’로 맞서는 구도다. 서별관 회의 참석자 4인은 정도는 다르지만 송 전 장관의 기억과 증언을 부인하거나 적어도 시인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김 전 원장, 백 전 실장, 이 전 장관은 2013년 ‘한반도 평화의 길’이라는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 관련 책을 같이 썼을 정도다. 남북 채널로 북한에 (표결 관련) 의견을 묻자고 했다는 회고록 내용을 전면 부정한 김 전 원장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송 전 장관을 국가기밀누설죄로 고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대통령과의 회의에서 나온 메모도 기밀문서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은 김 전 원장의 주장에 대해 “그런 정도는 다 감안하고 썼다”고 일축했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장 허가를 받지 않고 책을 출간해 형사고발을 당한 적이 있었다. 이 전 장관도 “(송 전 장관이) 의도적으로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송 전 장관의) 기록이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장수 주중 대사는 17일 베이징(北京)에서 ‘(15일 회의에서)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는 책 내용을 두고 “국방부는 결의안에 찬성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실은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 책(회고록)에 있는 사실 그대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참석자들의 말이 다르다’는 질문에는 “왜 내 책에 써 놓은 그대로…(믿지 않느냐)”라며 답답해했다. 회고록의 팩트가 명확하지 않다고 묻자 “책이 희랍어로 쓰인 것도 아니고 한글로 다 쓰여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며 “책에 있는 대로 (이해)하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송민순 회고록’ 파문의 핵심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7일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표결을 결정할 당시 상황에 대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기권 표결에 앞서 북측의 의견을 물었고,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 전 대표도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기술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파문을 일으킨 지 나흘째인 이날 언론에 처음으로 이런 태도를 직접 밝힌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인천의 한 기업 방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시 결의안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혔던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기권을 주장했을 것 같은데, (주변에서) 다 그렇게 (찬성) 했다고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도 했기 때문에 인권결의안도 함께 하는 게 균형에 맞다고 생각했든지, 제가 인권변호사 출신이어서 인권을 중시해서 그렇게 했든지, 외교부로부터 설명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외교부 논리에 좀 넘어갔든지”라면서도 “솔직히 그 사실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회고록의) 사실관계는 당시를 잘 기억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라”고도 했다. 백종천 당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도 이날 동아일보 기자에게 “9년이 더 지난 얘기”라며 “기권으로 정한 것은 기억나지만 세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회고록에 담긴 내용이 국가기밀누설죄에 해당한다는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의 주장에 대해 “그 정도는 다 감안하고 책을 썼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문 전 대표의 반응에 대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이날 김 전 원장의 국회 정보위 증인 채택을 논의했지만 더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청와대도 이날 첫 공식 반응을 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충격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NK워치, 자유북한국제네트워크 등 3개 북한 인권단체는 이날 문 전 대표와 김 전 원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 기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9년 전과 비슷하게 외로운 상황에 처했다.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따르면 송 전 장관은 2007년 11월 15~18일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벌어진 잇단 회의에서 홀로 '찬성'을 주장했다. 당시 참석자인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모두 '기권'에 동의했다. 이 때문에 회고록에서 그해 11월 18일 저녁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 참석한 이 네 명은 송 전 장관에게 '왜 이미 (기권으로)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9년이 흐른 지금도 송 전 장관은 회고록과 관련해 '1 대 다(多)'로 맞서는 구도다. 서별관 회의 참석자 4인은 정도는 다르지만 송 전 장관의 기억과 증언을 부인하거나 적어도 시인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김 전 원장, 백 전 실장, 이 전 장관은 2013년 '한반도 평화의 길'이라는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 관련 책을 같이 썼을 정도다. 남북 채널로 북한에 (표결 관련) 의견을 묻자'고 했다는 회고록 내용을 전면 부정한 김 전 원장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송 전 장관을 국가기밀누설죄로 고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대통령과의 회의에서 나온 메모도 기밀문서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은 김 전 원장의 주장에 대해 "그런 정도는 다 감안하고 썼다"고 일축했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장 허가를 받지 않고 책을 출간해 형사고발을 당한 적이 있었다. 한편 이 전 장관도 "(송 전 장관이) 의도적으로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송 전 장관의) 기록이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장수 주중 대사는 17일 베이징(北京)에서 '(15일 회의에서)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는 책 내용을 두고 "국방부는 결의안에 찬성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문제가 된 18일 회의 참석 멤버는 아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실은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 책(회고록)에 있는 사실 그대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참석자들의 말이 다르다'는 질문에는 "왜 내 책에 써 놓은 그대로…(믿지 않느냐)"라며 답답해했다. 회고록의 팩트가 명확하지 않다고 묻자 "책이 희랍어로 쓰인 것도 아니고 한글로 다 쓰여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며 "책에 있는 대로 (이해)하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대검찰청 공안부는 14일 4·13총선 선거법 위반 사범으로 3176명을 입건해 143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은 160명(전체 300명)이 입건돼 33명이 재판을 받게 됐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16명, 새누리당 11명, 국민의당 4명, 무소속 2명이다. 4·13총선에 나선 여야 후보자 전체로 보면 새누리당이 31명으로 가장 많고 더민주당(26명), 국민의당(15명) 순이다. 야권의 반발은 계속됐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22(야당+무소속) 대 11(새누리당), 검찰이 딱 두 배의 기소를 했다”며 “재·보궐선거가 (내년에) 이뤄질 때 여소야대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계산이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기소된 야권 의원 수(22명)가 새누리당(현 129석)의 과반인 151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22석과 같다는 얘기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검찰에는 친우(친우병우), 비우(비우병우)가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야당의 반발에 대해 “검찰의 판단이고, 검찰이 한 일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야권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여야 의원 12명 가운데 새누리당 김진태 염동열 의원 2명만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된다. 선관위는 이들의 불기소 처분을 번복해 달라며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유근형 noel@donga.com·배석준 기자}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북한의 의견을 묻고 기권하기로 결정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증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과 더민주당은 14일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활발한 대화 속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했다면 당시 남북관계가 개선되려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었다는 논리다. 그러나 발의된 지 11년 만인 올 3월에야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이 보여준 태도를 보면 이 같은 논리가 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전 대표와 더민주당의 논리는 결국 남북관계의 순풍을 위해서 북한인권법 처리는 일단 후순위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내내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강행하며 한반도 위기 상황을 고조시켜왔다. 그렇지만 야권은 북한인권법 처리에 내내 반대해 왔다. 2014년 김정은이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공개 처형하는 잔학성을 드러내며 공포정치를 펼쳤을 때도 야권은 북한인권법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좋은 행동을 하면 상을 주고, 나쁜 행동을 하면 벌을 주는 등 정책의 가변성이 필요한데, 야권의 대북정책은 고정화, 화석화 경향을 띠었다”라며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외눈박이 정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한 뒤 기권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가 유엔 표결에 앞서 남북 채널을 통해 표결 찬성에 반대한다는 북한의 반응을 확인한 직후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와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지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북한대학원대 총장)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이같이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전 장관은 “대통령도 기분이 착잡한 것 같았다”고 썼다. 회고록에 따르면 송 전 장관은 유엔 표결 하루 전인 2007년 11월 20일 저녁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노 전 대통령의 숙소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북한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찬성투표하고, 송 장관한테는 바로 사표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라고도 했다. 유엔 표결에서는 찬성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체면을 살리고, 직후 외교부 장관을 해임해 북한의 체면도 살리는 고육지계를 검토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북한에) 이렇게 물어까지 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라며 “사표 낼 생각은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고 송 전 장관은 밝혔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역사적인 북남(남북) 정상회담을 한 뒤에 반(反)공화국(북한)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의 제안에 따라 ‘남북 경로로 확인하자’고 결론 내린 것으로 회고록에 기술된 문재인 전 대표 측은 14일 “역사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과물을 구체화해 가기 위해 남북 간에 활발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던 시점에서 논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에 의견을 물었는지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이날 저녁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국기(國基) 문란 성격의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 기자}

국정감사가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여야가 ‘예산 전쟁’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처리의 데드라인인 12월 2일까지 법인세 인상 등을 놓고 여야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기국회가 열린 뒤 사사건건 빚어진 여야 간 충돌도 이를 위한 ‘몸풀기’ 성격이 컸다. 특히 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자 증세’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킬 태세다. 법인세 인상 방어에 나선 새누리당도 강경하다. 13일 여야 3당의 정책위의장에게 법인세 인상과 예산 정국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새누리당 “글로벌 추세 역행”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야권의 법인세 인상 공조 방침에 대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모든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했다”며 “국제적 추세를 보더라도 법인세 인상이 쟁점이 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감세 이전으로 법인세율을 되돌린다는 취지로 ‘법인세 정상화’라고 네이밍(작명)한 데 대해 “인상은 인상이지, 세금에 정상화가 어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연간 4조8000억 원어치의 법인세 비과세·감면 항목을 정비해 야당의 법인세율 3%포인트 인상안(여당 3조5000억 원 추가 세수 추정)보다 실제 효과가 더 컸다”며 “야당이 정치적 상징성을 노린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내에선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강행 처리 가능성을 놓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맞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법인세 인상안을 예산안 부수법안(예산안과 함께 본회의 자동 부의)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장은 “지정할 수는 있겠지만 표결로 밀어붙일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며 “단독 처리를 막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당 “초고소득 대상 증세안”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을 통해) 준조세적 성격을 띤 전근대적 강탈 행위로 기업을 괴롭히거나 꼼수 서민 증세로 국민을 힘들게 하면 안 된다”며 “법인세 정상화를 비롯한 착한 세금정책으로 우리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당의 증세안이 ‘초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인세는 연 당기순이익 500억 원 초과 대기업, 소득세는 연소득 5억 원 초과 고소득자가 대상이다. 윤 의장은 “상위 0.1% 계층에 대한 증세를 새누리당이 방어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비과세·감면 조정을 통해 실질세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아주 제한적인 효과만 있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민주당에서는 2014년 정부 여당의 담뱃세 인상 전략을 벤치마킹하자는 말도 나온다. 당시 담뱃세 인상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예산안 부수법안 지정→본회의 직권상정→다수당이던 새누리당 찬성’으로 통과됐다. 다만 윤 의장은 “12월 1일까지 여야 협상에 최선을 다해 의장이 부수법안으로 지정할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의당 “대기업 더 부담해야” 국민의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2%포인트 인상안으로 더민주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8년째 재정적자를 반복하고 있다”며 “이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먼저 증세안을 가지고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왜 부자 증세인가’라는 질문에 “박근혜 정부 들어 오른 게 담뱃세밖에 없다. 국민들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을 옥죈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에는 “경제학 족보에 없는 논리”라며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혁신 상품을 만들어야지 법인세 탓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의회권력을 쥔 야당의 강행 처리에 대해선 “세법 논의는 여야가 새 정치의 모습을 보여줄 시금석”이라며 “벼랑 끝에서 협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