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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1세대인 트위터를 사들이겠다는 글로벌 기업이 늘면서 트위터 인수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쌍벽을 이루며 가파르게 성장했던 트위터는 주인 찾기를 공식화하며 출범 10년 만에 초라하게 몰락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정보기술(IT) 대표 기업인 구글이 트위터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재무 전문가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확답을 피했지만 소문으로만 돌던 구글의 트위터 인수설이 구체화된 것이다. 구글은 페이스북 대항마로 소셜미디어 구글플러스를 내놨다가 흥행하지 못하자 최근 트위터 콘텐츠를 구글 검색 결과에 통합하며 다시 소셜미디어 서비스 키우기에 나섰다. 앞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와 미국 방송사 ABC와 ESPN을 소유한 월트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도 트위터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애플과 같은 IT 공룡이 인수전에 가세할지도 주목된다. 트위터의 위축에 대해 ‘틈새시장 전략’의 함정을 보여 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존 그래퍼 칼럼니스트는 “140자 제한 미디어라는 틈새 시장은 너무 좁았다. 이 전략은 처음에는 트위터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결국 사업을 다양화하는 데 어려움을 줬다”고 지적했다. 단문 미디어에 대한 거부감도 트위터의 몰락을 초래했다. 앤디 헬데인 영국 중앙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위터의 부상으로 사람들은 집중력이 약해지고 성급하게 결정하고 수동적으로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 미디어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시각도 있다. 트위터에서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메시지가 난무해 사용자들이 거부감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피니언 리더와 연예인들이 악플과 감정적 트윗 탓에 트위터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대선 1차 TV토론에서 열세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측근들이 사회자의 편파성 논란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27일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의 ‘폭스&프렌즈’에 출연해 전날 토론 사회를 맡았던 NBC 앵커 레스터 홀트에게 ‘C+’라는 점수를 줬다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홀트가 초반 45분간은 현안에 기초한 질문들을 던졌지만 그 후 트럼프 부동산회사를 상대로 1970년대 제기된 소송에 대해 편향된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적대적인 질문이 나왔지만 나는 답을 잘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트럼프는 “나는 그간 500번은 해명한 세금신고 누락 의혹에 대해 질문을 받은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e메일이나 클린턴재단과 관련된 질문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투덜댔다. 트럼프는 토론에서 사용한 마이크 품질도 문제 삼았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내가 사용한 마이크의 잡음 때문에 토론 도중 관중 소리를 듣는 데 애를 먹었다. 마이크를 누군가가 만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이날 홀트의 진행 방식을 문제 삼으면서 “내가 트럼프라면 다음 토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마이크 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도 “홀트가 클린턴 출마의 중심에 있는 연방수사국(FBI) 수사, 리비아 벵가지 사태(2012년 리비아 벵가지에서 벌어진 미 외교관에 대한 테러) 등을 다루지 않아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다음 달 9일 열릴 2차 TV토론에서 “클린턴을 더 강하게 공격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그가 노리고 있는 비장의 카드는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불륜이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그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해라. 난 그저 미국인을 위해 내가 원하는 바를 계속 말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세계에서 아무도 우리를 구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시리아 최대 격전지인 알레포에 사는 교사 압둘카피 알 함도 씨는 23일 오후 평생 들어보지 못한 폭발음을 듣고 공포에 떨었다. 미국이 반군(叛軍), 러시아가 정부군을 돕고 있는 시리아 내전이 5년간 계속되며 여러 굉음에 익숙해졌지만 이번에는 처음 들어보는 폭발이었다. 부인과 7개월짜리 딸을 감싸 안고 은신처에 숨어 있던 그는 절규했다. “그간 이곳이 이렇게 많이 파괴됐는데 아무도 우리를 돕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다.” 26일 영국 가디언은 시리아 내전의 임시 휴전이 끝난 19일 이후 알레포가 “지옥이 돼버렸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내전 이후 처음으로 벙커버스터가 알레포를 타격했기 때문이다. 벙커버스터는 지하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한 폭탄으로 러시아에서 만든 모델의 경우 무게가 1t 이상이다. 철근 콘크리트를 2m 관통할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벙커버스터가 떨어진 마슈하드 지역에 사는 언론인 오마르 아랍 씨는 “알레포에 5년간 살았지만 이번 폭발처럼 강한 파괴력은 처음 경험했다”며 “가장 무서운 건 벙커버스터가 건물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레포의 의사 무함마드 아부 라잡 씨는 “그 무기가 발아래 땅을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알레포에 있는 민간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CNN은 지난 주말 알레포에 200회가 넘는 폭격이 단행돼 최소 65명의 주민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휴전이 끝난 19일부터 25일까지 사망자가 230여 명으로 추산된다고 집계했다.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동부 알레포 지역에는 의사 30명이 부상자 수천 명을 치료하고 있다. 그나마 가동되는 병원 8곳에서 40명만 치료받고 있을 뿐이다. 소아과 의사 압 아라만 알로마르 씨는 “공격을 피해 치료하려고 산속과 지하로 피신하고 있지만 이런 곳들마저 수차례 공격의 표적이 됐다”며 “우린 극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동부 알레포에 물을 공급하는 급수 시설마저 파괴돼 기본적인 식수마저 끊기게 됐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벙커버스터 공격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가 시리아군의 알레포 공습을 지원하는 야만적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쪼잔하고 약자를 괴롭히는 리더”라고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그런 표현은 5년간 이어진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노력을 망가뜨린다”며 서방 국가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유엔 난민정상회의에서 평화를 호소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유혈 사태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전쟁의 끝은 보이질 않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6일 “시리아와 러시아가 알레포를 파괴하고 무분별하게 폭파시켜 여성과 아이들을 죽이고 있는 와중에 협의를 하기는 어렵다”며 시리아 정부의 연합정부 구성 제안을 묵살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유지하면서도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도 동맹을 맺겠다고 밝히는 등 전방위 외교 행보에 나서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음 달 말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중국은 필리핀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에 대한 매립 및 군사시설 건설을 연기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양국 밀월이 강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26일 대통령궁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동맹을 끊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러시아와 동맹을 맺을(open)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어 다른 세계 권력과 유대를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쟁국인 중국, 러시아를 활용해 미국이 불안함을 느끼도록 자극함으로써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미국과 나 사이에 놓인 루비콘 강을 건너려 하고 있다”고 말해 미국과의 갈등도 불사할 것임을 내비쳤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특히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도 모스크바에서 나의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러시아 방문 의지를 강력하게 희망했다. 이에 앞서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음 달 19, 20일 중국을 찾은 뒤 24∼27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동남아국가연합 이외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중국에 대한 우호의 표시라고 환추시보는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스카버러 암초에 대한 장기적인 군사화 계획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당분간 암초 요새화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24일 보도했다. 홍콩 링난(怜南)대 장바오후이(張保會) 교수는 “중국은 필리핀이 미중 간 경쟁에서 최소한 중립만 지켜도 만족한다. 지금이 그런 기회가 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있는 스카버러 암초는 중국이 2012년 실효지배에 들어가면서 양측 간 분쟁의 골이 깊어졌다. 필리핀은 베트남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는 대표적인 나라다. 하지만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후 전통 우방국인 미국과 인권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는 반면 중국에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자 중국이 필리핀을 끌어안으며 미국과 틈 벌리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에 침묵하는 대가로 민다나오 섬의 열악한 인프라에 중국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필리핀은 중국이 철도사업 등에도 투자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조은아 기자}
“오바마 대통령님께. 시리아 구급차에 앉아 있던 남자 아이를 기억하시나요?” 미국 뉴욕 주 스카스데일에 사는 6세 소년 앨릭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간절한 편지가 공개돼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21일(이하 현지 시간) 미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올려 앨릭스가 편지를 읽는 모습을 공개했다. 앨릭스는 서툰 글씨를 꾹꾹 눌러쓴 편지에서 “우리는 옴란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옴란은 우리의 형제가 될 거예요”라고 썼다. 옴란 다끄니시는 지난달 17일 내전 중인 시리아 알레포 주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아 온몸에 먼지와 피로 범벅이 된 채 구급차에 실려 앉아 있던 다섯 살 소년이다. 폭격 탓에 다섯 살 위인 형 알리를 잃었지만 어린 나이에도 울지 않고 멍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한 채 앉아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옴란의 처참한 모습은 알레포미디어센터(AMC)라는 시리아 반정부 단체가 공개해 세상에 알려졌다. 앨릭스는 편지에서 “우리 가족이 깃발과 꽃다발, 풍선을 갖고 (옴란을) 기다릴게요. 내 동생 캐서린은 옴란을 위해 나비와 개똥벌레를 잡아준다고 했어요”라고 썼다. 또 “우리 학교에 시리아에서 온 오마르라는 친구가 있는데 오마르에게 옴란을 소개해 줄 거예요”라며 “우리는 모두 함께 놀 수 있어요. 생일잔치에도 초대할 거고, 그는 우리에게 외국어를 가르쳐 줄 수 있어요”라고 했다. 편지를 받고 감동한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뉴욕에서 열린 난민정상회의 연설에서 앨릭스의 편지를 낭독하며 “어린아이가 보여 준 인간애는 냉소적이지도 않고 의심에 가득 차 있지도 않다”며 “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겉모습이 어떤지, 어떤 식으로 기도하는지를 고려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모두 앨릭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돼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변한다면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해 보라”고 전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재임 중 4번째 북한 핵실험 도발을 당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국내외의 거센 공격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둔 오바마 대통령의 ‘글로벌 레임덕(국제적 권력누수)’이 촉발돼 건강 이상설에 휩싸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69)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실시한 9일 “민주당과 공화당이 한목소리로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은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46)은 당일 성명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올 초 부여한 대북 제재 권한을 전적으로 즉시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이슨 밀러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북한 핵실험은 클린턴이 전 국무장관으로서 참담하게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오바마의 인기에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클린턴마저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정책을 공격하고 나섰다. 클린턴은 북 핵실험 후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지금의 제재 수준은 충분하지 못하니 평양을 붕괴시키도록 베이징을 속히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폴리티코는 “클린턴이 오바마의 대북정책으로부터 거리 두기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오바마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북한 핵실험 전부터 커졌다. 4,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미 시사전문지 뉴스위크는 “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바마 대통령보다 한 수 위였다”라고 평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시 주석은 G20 정상들이 공동 작성한 성명서와 별도로 직접 작성한 2쪽 분량의 성명서를 참가국들에 나눠주며 개최국 수장으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주요국 리더들과 양자 회담을 9건이나 성사시키며 외교력을 과시했다. 이에 비해 오바마 대통령은 양자 정상회담을 3건 성사시키는 데 그쳤다. 그가 레드카펫 없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는 장면은 미국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의 이빨 없는 외교정책을 보여 줬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8년간 당근도 채찍도 거의 마련하지 않아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방관자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힘을 잃으면 클린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힐러바마(힐러리+오바마)’라는 신조어가 나타내듯 오바마와 클린턴은 ‘이인삼각’처럼 이번 대선전에서 한 팀으로 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달 31일 52%였지만 북 핵실험 다음 날인 10일 50%로 2%포인트 하락했다. 아직 국민 절반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 언론들이 힘 빠진 대통령에게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어서 지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힘들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재임 마지막 해 9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지지율(30%)보다는 높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60%),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54%)에게는 못 미친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말 무리한 승부수를 던지지 않고 차기 대통령을 잘 돕고 있다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오바마는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지만 미래에 필요한 어젠다들을 제시하며 차기 정권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정부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이 국내외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분간 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는 9일 오후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북한의 5차 핵실험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검토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과거 북한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이 한국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일시적이었고 제한적이었다”며 “금일 핵실험 가능성 보도 직후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안정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는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오전 10시를 전후해 2,030 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전날보다 25.86포인트(1.25%) 하락한 2,037.87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4원 오른 1098원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 하락은 북핵보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영향이 컸다고 보고 있다. ECB는 8일(현지 시간) 밤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글로벌투자전략부장은 “최근 증시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정책 기대감에 상승했는데 ECB가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자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북한 도발로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상황 변화에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한정연·조은아 기자}
러시아 전투기가 흑해 공해상을 날던 미국 정찰기에 3m 이내로 접근해 서로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은 즉각 항의했고 러시아는 정당한 대응 조치였다고 맞받아쳤다. 시리아 내전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양국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방부는 7일 성명을 통해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흑해 공해상에서 정기적 작전활동을 하던 미 해군 P-8A 포세이돈 정찰기에 러시아군의 수호이(Su)-27 전투기 1대가 10피트(약 3m)까지 접근하는 안전하지 못한 요격 비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런 행동은 국가 간의 불필요한 긴장을 키우고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오판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국 군용기 간 대치 상황은 19분간 이어졌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미군 비행기는 흑해 상공에서 식별 장치를 켜 놓지 않은 채 러시아 국경에 2차례나 접근해 러시아 군사 훈련을 염탐하려 했다”며 Su-27 전투기들의 미군 정찰기 확인은 국제 규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전투기들이 미군 정찰기의 고유번호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해 접근했는데 이때 미군 정찰기가 갑자기 진로를 바꿔 러시아 국경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는 것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제발 우리 제품을 사지 말아 주세요.”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조립식 완구로 유명한 덴마크 기업 레고가 최근 몰려드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려놓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레고는 연간 판매 증가율이 25%로 치솟는 정점에서 오히려 광고를 축소했다. 보통 기업들이 물 들어올 때 배 띄우듯 수요가 많을 때 광고와 판매량을 늘리는 것과 반대다. 존 굿윈 레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이터통신에 “숨 돌릴 여유를 확보하려면 투자할 필요가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공장과 인력을 늘려도 북미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휴식기를 갖고 생산시설을 증설하겠다는 이야기다. 레고의 수요 가라앉히기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북·남미 판매량 증가세는 다소 주춤해졌다. 같은 기간 아시아와 유럽에서 판매량이 두 자릿수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레고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 12년간 연평균 15% 넘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에서는 바비, 피셔 프라이스로 유명한 마텔을 꺾고 1위 완구 기업이 됐다. 중국에 첫 공장을 짓고 있고 멕시코 공장은 확장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새로 3500명을 고용했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완구 시장에서 84년 역사를 이어온 레고의 성장 비결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완구기업은 현란한 놀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과의 경쟁 속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파산 위기를 겪었던 레고는 가족경영을 고수해 오다 10여 년 전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인 예르겐 비 크누스토르프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혔다. 크누스토르프는 전통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스타워즈, 앵그리버드 등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레고로 만들었다. 완구에 스토리를 담는 전략이다. 레고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를 6곳 마련하고 2014년 레고 영화를 개봉해 4억6810만 달러(약 5103억7000만 원)를 벌어들였다. 또 백악관, 고스트버스터즈 소방서 등 유명 건축물을 레고로 제작해 마니아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한정판 레고를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레고테크족’도 생겨났다. 절판된 일부 레고는 중고 시장에서 소비자가격의 10배 안팎에 거래된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재계와 정부의 관계가 이토록 나쁜 상황은 처음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을 10여 년째 이끌고 있는 제프리 이멀트 회장은 올해 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같이 밝혔다. 7월 한 인터뷰에서는 “워싱턴에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보내 (친기업적) 정책을 밀어보자는 생각은 웃기는 소리”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재계는 최근 그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멀트는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대통령 경제회복자문단으로서 금융위기로 무너진 경제를 재건하는 정책의 큰 틀을 만든 핵심 인물이다. 2011년 그가 오바마 대통령의 외부 경제자문단 회장으로 지명됐을 때 시장에서는 “정부가 더욱 친기업적 정책을 펼칠 것이란 강한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2012년 대선까지만 해도 미 상공회의소는 표심의 중심에 있었다. 2014년 의회 선거 당시 상공회의소는 공화당에 힘을 실어줬다. 선거 기간에 지지한 후보 268명 중 민주당은 6명뿐이었다. 당시 상공회의소 지도부는 “미치 매코널을 미 상원의 리더로 만드는 게 우리 상공회의소의 1순위 과제”라고 선언했고, 뜻을 이뤘다. 하지만 11월 8일 대선을 두 달여 앞둔 현재 재계와 정계 간의 골은 깊다. 특히 이멀트처럼 정부 경제정책의 전문성을 높이며 친기업 정책을 이끈 이른바 ‘기업가 정치인’들이 잇달아 정계를 외면하고 있다. WP는 “미국 대기업들이 한때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했던 워싱턴을 상당 부분 포기해 버렸다”고 보도했다. 전직 공화당 하원 지도부 출신으로 현재 기업 로비 활동을 하고 있는 빈 웨버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대기업과 협력하길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10년 정부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설립된 ‘심프슨볼스위원회’에서 정부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 힘썼던 데이비드 코티 허니웰 CEO는 “의회가 (기업과 협력할) 준비가 안 돼 있는데 정계에 노력해 봐야 소용이 없다”고 전했다. 정치권 역시 재계에 냉담하다. 금융권 출신으로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맡았던 윌리엄 데일리는 “솔직히 말하면 이제 선거에서 대기업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대선전에서 소수의 거부(巨富)가 거액의 정치자금을 뿌려대는 바람에 대기업의 재정적 지원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된 원인이 양쪽 모두에 있다고 분석한다.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 여건이 팍팍해지자 국가적으로 필요한 정책에 협력하기보다 이익 내기에 급급했다. 대기업에 적대적인 대선 후보들의 행보도 재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경제자문단을 부동산과 금융계 거물 중심으로 꾸려 집권하면 제조업보다 부동산 및 금융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다. 민주당에서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대기업을 탐욕스러운 약탈자로 연일 비판하면서 재계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71)의 고향이자 그가 20년 넘게 시장을 지낸 ‘정치적 심장부’ 다바오 시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나 8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6월 말 취임 후 마약 및 경제 범죄는 물론이고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보복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CNN에 따르면 2일 오후 10시경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에 있는 한 야(夜)시장에서 폭탄이 터져 최소 14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쳤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소프트타깃’ 테러였다.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이 영문도 모르고 희생됐다. 임신 7개월인 여성, 12세 소년도 숨졌다. 필리핀 경찰은 테러 용의자 3명을 추적 중이다. 다바오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980km 떨어진 다바오 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전 22년간 시장으로서 치안 기반을 다져 놓은 곳으로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꼽힌다. 테러의 목표는 두테르테 대통령 암살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은 주말마다 다바오 시를 찾았고 테러가 일어난 날에도 이 시에 있었다. 테러범들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진 못했지만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데는 성공했다. 분노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3일 테러 현장에서 “필리핀에서 ‘무법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추악한 고개를 드는 테러범과 맞서야 한다”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취임 후 첫 해외 방문 일정인 브루나이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필리핀 당국은 IS를 추종하는 필리핀 남부 무장세력 ‘아부사야프’를 배후로 보고 있다. 아부사야프는 필리핀 남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 가운데 급진적 성향의 분파다. 아부사야프는 테러 직후 현지 라디오방송 DZMM에 테러를 저질렀다고 밝혔지만 그 후 다른 인터뷰에서는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최근 두테르테 정권이 IS에 대한 전의를 불태우고 있어 이들의 소행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아부사야프 공격을 위한 군사작전을 진행해 아부사야프가 반격을 경고했다. 또 최근 “IS가 테러를 저지른다면 난 IS가 저지른 것을 10배로 되갚아 주겠다”며 IS를 한껏 자극했다. 필리핀 당국은 마약상의 소행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필리핀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두테르테 집권 후 사형된 마약사범은 832명에 이른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공포 정치’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는 “마약 용의자 사살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도 “법치와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엔의 인권침해 지적에 “유엔을 탈퇴할 수도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으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면담 요청에도 일정이 맞지 않는다며 피하고 있다. 일각에선 두테르테 대통령의 무지막지한 개혁이 필리핀의 불안한 치안 상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정권의 몰락은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한 큰 그림 없이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고 불통의 리더십을 고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우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런 문제점을 바꾸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11년 호세프 정부는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불리한 환경에서 출범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불안해졌고 브라질 경제를 뒷받침했던 원자재 가격도 하락했다. 전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정권 때의 성장세와는 크게 대비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2013년 3.0%, 2014년 0.1%에 이어 2015년(추정치)에는 ―3.8%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호세프 정권은 복지정책에 투자를 많이 했다. 복지정책은 빈곤층을 구제했지만 지출이 과도해 정부 재정을 망가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결국 호세프의 노동자당이 내세웠던 사회복지 프로그램 예산을 줄였고 지지층은 떨어져 나갔다. 정진호 한·중남미협회 상임고문은 “재정을 악화시키는 퍼주기 식 복지는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 경기 침체를 해결하려 한 점도 문제였다. 권기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호세프 정부는 경기 침체로 소비가 늘기 힘든 상황인데도 국영은행 대출을 늘렸고 인플레이션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요금을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호세프의 지나친 정부 주도적 정책 탓에 민간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잃게 돼 위기가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구조개혁을 서둘렀어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희문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브라질은 특정 수출품에만 의존해 대외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수출 품목을 일찌감치 다변화하고 경기가 좋았을 때 핵심 기술 개발을 서둘렀어야 했다”고 말했다. 부패 사건도 리더십을 흔드는 결정타가 됐다. 브라질 사법 당국은 2014년부터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와 정치권 인사들의 유착 비리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뿌리 깊은 비리가 속속 알려지자 국민들은 노동자당을 외면하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호세프를 비판하는 세력들은 이번 탄핵이 국민 정서에 귀 막은 오만한 리더십을 보인 대통령에게 어울리는 몰락이라고 생각한다”며 독단적인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탄핵 과정이 브라질 사법제도의 우수성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사법부가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덕에 권력 핵심을 뒤흔드는 부패 스캔들이 밝혀질 수 있었고 호세프 정권을 탄핵으로 심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를 계기로 우파로 교체되는 중남미 정치 지형에 대해 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최근 우파 정권이 집권한 페루도 어려움에 빠져 있듯 우파 정권이 집권한다고 꼭 잘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정권이 내세운 정책을 융통성 없이 고집하지 말고 경제 여건에 맞게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유럽연합(EU)은 30일 애플이 아일랜드로부터 불법으로 감면받은 세금 130억 유로(약 16조2500억 원)를 토해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자까지 포함하면 190억 유로(약 23조7400억 원)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EU가 회원국으로부터 불법 지원을 받은 기업에 부과한 세금 중 최대 규모다. 애플은 물론이고 미국 정부까지 반발하고 나서 최근 불거진 미국과 유럽 간의 보호무역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EU 간 이른바 ‘구글세’ 논쟁이 ‘애플세’ 논쟁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애플에 대한 아일랜드의 감세 혜택이 특정 기업 지원을 금지하는 EU법을 위반한 것인지 3년간 조사한 결과 위법으로 결론 내렸다고 발표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애플이 아일랜드로부터 12년간 받은 세율 혜택은 불법이므로 아일랜드는 이 금액을 회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적용받은 세율은 2003년 유럽 매출 이익의 1%였다가 2014년 0.005%로 떨어졌다. 원래 아일랜드 법인세율(12.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4년 세율로 계산하면 애플은 100만 유로(약 12억4900만 원)의 이익을 보면서 세금은 50유로(약 6만2400원)만 낸 셈이다. 미국 기업에 대한 EU의 ‘세금 공격’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네덜란드에 스타벅스로부터 3000만 유로(약 375억 원)를 추징하라고 결정했다. 또 룩셈부르크가 아마존닷컴과 맥도널드에 부과한 세금에 특혜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 부과된 세금은 사상 최대란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간 EU 집행위가 불법 감면을 받은 기업에 가장 많이 부과한 추징 세금은 13억 유로(약 1조6200억 원)였다. 애플에 이어 유럽에서 법인세 혜택을 본 다른 미국 기업들도 애플세 결정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미국 정부와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애플은 이날 EU의 결정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EU는 아일랜드 조세법을 무시하고 국제조세 시스템을 뒤집으면서 애플의 역사를 다시 쓰려 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유럽에서의 투자와 고용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하게 맞섰다. 지난주 미 재무부는 EU의 애플 탈세 조사에 대해 “EU가 초국가적 세금 당국이 되어 세금 개혁을 위한 국제 합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일랜드는 외국 기업들에 외면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애플은 법인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일랜드에서 5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마이클 누넌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EU 집행위의 결정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EU 법원에 항소하기 위해 내각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바티칸이 중국 정부와 외교관계를 맺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27일 교황청 산하 바티칸라디오에 따르면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장관(사진)은 이날 이탈리아 북부 포르데노네에서 한 연설에서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에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파롤린 국무장관은 “(바티칸과 중국 관계 개선은) 중국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위대한 문명을 자랑해온 중국 국가 전체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 문제를 담당하는 바티칸 국무장관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양국 수교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바티칸은 1951년 대만을 중국의 합법정부로 인정하며 중국 공산당 정권과는 단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교황의 사제 및 주교 서품권을 인정하지 않고 공산당이 통제하는 천주교애국회를 통해서만 독자적으로 주교 서품을 단행하고 있다. 바티칸과 중국의 불편한 관계는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취임 이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히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교황이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할 때 중국 상공을 지나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안부 인사를 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가 교황이 탑승한 전세기의 중국 영공 통과를 허용한 것도 이때가 처음이며, 교황이 중국민과 중국 지도자에게 축복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바티칸-중국 수교설이 본격적으로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이달 초 천주교 홍콩교구장인 존 통혼 추기경이 교황청과 중국이 최근 중국 내 주교 임명절차에 대해 일종의 양해를 이뤘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바티칸과 중국의 수교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자 대만은 천젠런(陳建仁) 부총통을 바티칸에 급파하기로 했다. 바티칸이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 중국이 요구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단교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바티칸은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한 22개국 중 한 곳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동독과의 화해 정책에 기여한 발터 셸 전 서독 대통령(사진)이 24일(현지 시간) 별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97세. 셸 전 대통령은 1969∼1974년에는 서독의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으로 당시 사민당(SPD)의 빌리 브란트 총리와 함께 동유럽과의 화해 외교인 ‘동방정책’을 위해 힘썼다. 1971년에는 서독 외교장관으로는 처음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다음 해에는 공산주의를 따랐던 중국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기도 했다. 1974년 브란트 총리의 비서가 동독 간첩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브란트 총리가 사임하자 셸 전 대통령이 잠시 총리직을 대행하기도 했다. 그는 197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30주년 기념 연설에서 “우리가 과거를 잊지 않아야만 우리 스스로 독일인을 자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과거에 대한 반성을 강조했다. 독일 대통령실은 이날 “셸 전 대통령은 우리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데 수년간 기여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하루 저녁 식사 값 1인당 5만 달러(약 5600만 원).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이프코드 해안가의 한 저택에서 21일 열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후원을 위한 만찬의 고액 입장료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클린턴의 오랜 친구인 일레인 슈스터가 자택에서 마련한 야외 만찬의 메뉴는 토마토와 모차렐라 샐러드, 랍스터, 페이스트리에 딸기를 얹은 케이크가 전부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뒤 대통령이 될지 모르는 클린턴과의 긴밀한 대화가 보장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많은 사람들이 모임에 참석하고 싶어 했지만 특권층 인사 28명만이 초대돼 클린턴과 저녁을 즐겼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누가 참석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WP에 따르면 클린턴이 지난달 말 전당대회 이후 3주 동안 모금파티로 거둬들인 돈은 3200만 달러(약 359억2000만 원)에 이른다. 이날 보도는 클린턴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만든 클린턴재단을 통해 해외 각국 정부와 기업 등의 거액 기부금을 받으면서 이들의 청탁을 들어줬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클린턴이 부유한 엘리트들과 끼리끼리 기부금과 이권을 주고받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클린턴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달리 대통령 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을 거치며 각계에 오랜 기간 다양한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있다. WP는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도 기부금 모금에 공들이고 있지만 클린턴처럼 부유한 기부자들과 장기적으로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는 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클린턴의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 지지자들도 “기부자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클린턴에게 주는 대가로 무엇을 얻는지 시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4월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벤처 기업가 자택에서 열린 클린턴 모금행사는 입장료를 세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클린턴과 사진을 같이 찍을 수 있는 참석자는 1인당 3만3400달러(약 3749만1500원), 이 행사에 참석한 배우 조지 클루니 등 유명 인사와 같은 테이블에 앉는 참석자는 한 쌍에 무려 35만3400달러(약 3억9669만 원)를 내야 해 눈총을 받았다. ‘클린턴 파티’를 주최하는 유명 인사들은 부지런히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23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저택에서 모금행사를 연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 부부는 클린턴과 친밀하게 찍은 사진을 “누가 우리 점심 자리에 왔는지 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게시해 화제가 됐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여자 펠프스’로 불리는 미국 여자 수영 선수 케이티 러데키(19)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경기를 앞둔 8일(현지 시간) 평소보다 1시간 반 빠른 오전 8시 반에 눈을 떴다. 침대에 앉아 전날 자유형 4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반복해 떠올렸다. 러데키는 다음 날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 10일 결선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과거 성공 경험을 불러내 자신감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심리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를 줄여 준다. 이번 올림픽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월드 스타들은 이렇게 마음을 다스렸다. 러데키를 비롯해 리우에서 메달을 가장 많이 딴 세계 선수 10명은 ‘결과를 상상하지 않고 운동 과정에 집중하기’와 ‘운동을 시작할 때의 초심(初心) 떠올리기’도 멘털 갑(甲)이 된 비결로 꼽았다. 남자 육상 3관왕인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30)도 긍정적 이미지를 계속 떠올렸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항상 긍정적으로, 오로지 승리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자기 암시는 ‘셀프 토크(혼잣말)’로도 가능하다. 한국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21)은 10일 결승전 3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할 수 있다’는 혼잣말을 반복해 대역전에 성공했다. 목표는 모호하게 둔 채 ‘루틴(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습관)’을 따르는 데만 집중하는 것도 이들의 비결이다. 미국의 여자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19)는 새해가 되면 목표를 꼼꼼히 적는 게 습관이었다. 하지만 올 초에는 목표를 아주 모호하게만 썼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 위해서다. 바일스는 4관왕을 달성한 뒤 “연습한 대로만 하려 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런던 올림픽 때 부진했다가 이번에 금메달을 3개나 거머쥔 헝가리 수영 선수 호수 커틴커(27)도 “4년 전엔 ‘메달을 못 따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많이 긴장했는데 이번엔 메달 색깔을 의식하지 않고 연습 때처럼만 했다”고 전했다. 자신이 왜 운동을 시작했는지 과거 결심을 되새겨 우승을 이끌어 낸 선수도 있다. 수영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금메달을 딴 미국의 시몬 매뉴얼(20)은 ‘흑인은 수영을 못 한다’는 편견을 깨겠다는 각오로 운동을 시작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라는 성적으로 뜻을 이룬 매뉴얼은 “이 메달은 나뿐만 아니라 내게 영감을 준 모든 흑인을 위한 것”이라고 밝혀 감동을 주었다. 코치들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선수를 믿고 경기를 즐기도록 배려한 것이 주효했다. 바일스의 코치도 자유방임형이었다. 미국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1)의 코치 밥 보먼은 “올림픽 일주일 전만 해도 펠프스의 기록이 안 좋았지만 그냥 믿고 놔뒀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영화가 26일 미국에서 개봉된다. 미국 대선(11월 8일)을 2개월 반가량 앞두고 공개되는 이 영화가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미국 시사문예지 뉴요커에 따르면 ‘사우스사이드 위드 유(Southside With You)’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1989년 당시 28세였던 하버드대 로스쿨 재학생 오바마와 시카고의 로펌 ‘시들리 오스틴’의 25세 변호사 미셸 로빈슨이 첫 데이트를 하는 하루를 담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오바마가 시들리 오스틴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시작된다. 사우스사이드는 둘이 사랑을 키운 시카고의 지역이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5년)에서 이선 호크와 줄리 델피가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대화를 나누며 사랑을 키우듯 오바마 커플도 사우스사이드를 함께 거닐며 로맨스를 싹틔운다. 유명 미술관에서 흑인 미술가 어니 반스의 전시를 둘러보고 흑백 갈등을 다룬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똑바로 살아라’를 관람한다. 시카고 남부 하이드파크 지역에 있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마침내 첫 키스를 나눈다. 제작에 참여한 뮤지션 존 레전드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두 연인은 당시 시카고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함께 지켜봤다. 지금도 시카고에서는 그때처럼 시민(흑인)과 경찰 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셸 여사 역을 맡은 배우 티카 섬프터는 “영화는 두 연인이 서로를 자극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을 맡은 파커 소여는 “대통령의 역할을 강렬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영화가 26일 미국에서 개봉된다. 미국 대선(11월 8일)을 2개월 반가량 앞두고 공개되는 이 영화가 민주당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미국 시사문예지 뉴요커에 따르면 ‘사우스사이드 위드 유(Southside With You)’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1989년 당시 28세였던 하버드대 법대 재학생 오바마가 시카고의 대형 로펌 ‘시들리 오스틴’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25세였던 변호사 미셸 로빈슨을 만나 첫 데이트를 하는 하루를 보여준다. 사우스사이드는 1989년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사랑을 키운 시카고의 한 지역이다. 영화 ‘비포선라이즈(1995)’에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거리를 돌아다니며 대화를 나누며 사랑을 키우듯 오바마 커플도 사우스사이드를 함께 거닐며 로맨스를 싹틔운다. 유명 미술관에서 흑인 미술가였던 어니 반스의 전시를 둘러보고 흑백 갈등을 다룬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똑바로 살아라’를 관람한다. 시카고 남부 하이드파크 지역에 있는 배스킨라빈슨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마침내 첫 키스를 나눈다. 제작에 참여한 뮤지션 존 레전드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두 연인은 당시 시카고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함께 지켜봤다. 지금도 시카고에서는 그때처럼 시민(흑인)과 경찰 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셸 여사 역을 맡은 배우 티카 섬터는 “영화는 두 연인이 서로를 자극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을 맡은 파커 소여는 “대통령의 역할을 강렬하게 연기했다”고 전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은 이제 도저히 빚을 못 갚는다.” 미국 재무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에 외국인투자가들은 서둘러 미국 채권, 부동산에 투자했던 돈을 줄줄이 뺀다. 미국 증시는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친다. 한순간에 돈이 증발한 월가에는 실업자가 넘쳐난다.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달러화 가치도 급락해 미국 내수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입품 물가는 치솟는다. 고(高)물가에 신음하는 서민들이 길가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인다. “미국 탓에 달러화 자산이 바닥났다”는 외국 정부들의 항의도 빗발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에 구제금융을 줄지를 결정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선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70)가 11월 8일 대통령이 된 후 자신의 발언을 실행에 옮길 때 나타날 시나리오다. 트럼프는 5월 미 CNBC 인터뷰에서 “미국 부채가 늘어나 문제가 생기면 국채를 가진 채권자들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며 디폴트를 자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 금융시장과 무역정책 변화에 취약한 한국은 트럼프의 발언이 더 우려된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여전히 무시할 수 없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69)의 무역정책도 트럼프를 빼닮아 가고 있다. 강경한 보호무역 시대를 예측하고 정교한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굵직한 통상정책을 맡았던 박태호(2011∼2013년) 김종훈(2007∼2011년) 김현종(2004∼2007년) 전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전망을 토대로 ‘트럼포노믹스(Trumponomics·트럼프 경제정책) 시대’ 시나리오를 그려 봤다.○ 보호무역, 미국 소비자 울상 전임 통상교섭본부장들은 트럼프호(號)의 보호무역으로 인해 미국의 수입과 함께 수출도 ‘쌍끌이’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미 간 무역에서 관세가 되살아나면 한국이 수입하는 미국 상품에도 높은 관세가 매겨져 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미 FTA 산파역을 했던 김현종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한국에서 관세가 붙은 미국 상품이 판매된다면 경쟁 상품인 캐나다나 유럽 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한국으로의 수출이 줄면 미국 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수시장에서는 수입품이 줄며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이다. 게다가 수입품에 관세가 붙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상승하게 된다. 한미 FTA 추가 협상을 이끌어낸 김종훈 전 본부장은 “미국 상품 중 상당량이 수입품인데 이 많은 수입품에 관세를 붙이면 미국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입품 관세를 낮추는 현 자유무역 체제에서 미국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상당하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무역협정을 통해 미국의 한 가구당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연간 1만 달러(약 1108만 원)에 이른다. 다달이 830달러(약 91만9000원)나 아낄 수 있는 것이다.○ 무역 분쟁, 안보 및 문화 분쟁으로 확산 트럼프의 말대로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탈퇴하면 각국의 무역 분쟁은 장기화되고 첨예한 각개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쟁을 조정하는 구체적인 틀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무역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안보, 문화 등 다른 외교수단으로 갈등이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남중국해를 둘러싼 최근의 미중 갈등 같은 상황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WTO라는 다자체제는 한국 같은 중간 국가에 페어플레이 기회를 주는데 미국이 WTO를 탈퇴하면 우리에게 그런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역 분쟁과 관련해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가장 피해를 입을 국가로 한국과 필리핀을 꼽았다. 보호무역 정책과 가장 밀접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대비해 서둘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본부장은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되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새로운 상품의 교역조건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통상 공세에 노출된 제조기업들은 덤핑을 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마련해 놔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약(弱)달러 고집, 세계경제 혼란 불가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저금리 옹호자’ 트럼프의 압박으로 달러화 약세 기조를 유지한다면 안 그래도 어려운 세계경제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연준이 저금리 기조를 멈출 상황에서도 저금리를 계속 고집하면 세계경제의 앞길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중 FTA 협상을 개시했던 박태호 서울대 교수는 “통화정책 신뢰도가 떨어져 미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국제통화 질서에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지만 증거만 찾다가 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중국의 심기만 건드리는 쇼로 끝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정확한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내가 실물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잘 안다”고 호언장담하지만 그의 발언대로 정책을 실행하면 이처럼 세계경제는 아수라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