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실정, 뭐가 문제였나… 시장을 거스르면, 시장이 버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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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좌파 포퓰리즘’ 몰락]전기료 통제 등 여론영합 정책
기술개발 소홀… 자생력 잃어… 부패-경제파탄에 불명예 퇴장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정권의 몰락은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한 큰 그림 없이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고 불통의 리더십을 고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우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런 문제점을 바꾸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11년 호세프 정부는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불리한 환경에서 출범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불안해졌고 브라질 경제를 뒷받침했던 원자재 가격도 하락했다. 전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정권 때의 성장세와는 크게 대비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2013년 3.0%, 2014년 0.1%에 이어 2015년(추정치)에는 ―3.8%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호세프 정권은 복지정책에 투자를 많이 했다. 복지정책은 빈곤층을 구제했지만 지출이 과도해 정부 재정을 망가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결국 호세프의 노동자당이 내세웠던 사회복지 프로그램 예산을 줄였고 지지층은 떨어져 나갔다. 정진호 한·중남미협회 상임고문은 “재정을 악화시키는 퍼주기 식 복지는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 경기 침체를 해결하려 한 점도 문제였다. 권기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호세프 정부는 경기 침체로 소비가 늘기 힘든 상황인데도 국영은행 대출을 늘렸고 인플레이션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요금을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호세프의 지나친 정부 주도적 정책 탓에 민간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잃게 돼 위기가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구조개혁을 서둘렀어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희문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브라질은 특정 수출품에만 의존해 대외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수출 품목을 일찌감치 다변화하고 경기가 좋았을 때 핵심 기술 개발을 서둘렀어야 했다”고 말했다.

부패 사건도 리더십을 흔드는 결정타가 됐다. 브라질 사법 당국은 2014년부터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와 정치권 인사들의 유착 비리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뿌리 깊은 비리가 속속 알려지자 국민들은 노동자당을 외면하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호세프를 비판하는 세력들은 이번 탄핵이 국민 정서에 귀 막은 오만한 리더십을 보인 대통령에게 어울리는 몰락이라고 생각한다”며 독단적인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탄핵 과정이 브라질 사법제도의 우수성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사법부가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덕에 권력 핵심을 뒤흔드는 부패 스캔들이 밝혀질 수 있었고 호세프 정권을 탄핵으로 심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를 계기로 우파로 교체되는 중남미 정치 지형에 대해 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최근 우파 정권이 집권한 페루도 어려움에 빠져 있듯 우파 정권이 집권한다고 꼭 잘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정권이 내세운 정책을 융통성 없이 고집하지 말고 경제 여건에 맞게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브라질#호세프#탄핵#남미#회계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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