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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7일 개봉하는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를 볼 생각이라면 당장 이 기사에서 눈을 떼기를 추천한다. 볼까말까 고민 중이더라도 되도록 기사를 읽지 않는 편이 낫다. 모르면 모를수록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와 싸운 뒤 길을 떠났다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한 미셸(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은 지하 방공호에서 깨어난다. 자기가 미셸을 구했다고 주장하는 하워드(존 굿맨)는 지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오염됐고, 밖으로 나가면 죽게 된다고 말한다. 함께 방공호에 머무르던 에밋(존 갤러거 주니어)은 미셸과는 달리 하워드를 철썩 같이 믿고 있다. 미셸은 감금생활을 하며 하워드를 믿을지 아니면 탈출할지 기로에 선다. 제목만 보면 2008년 국내 개봉한 영화 ‘클로버필드’의 속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클로버필드’는 정체불명의 괴물이 미국 뉴욕을 공격하며 벌어진 아비규환을 다룬 영화.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한 페이크 다큐 방식으로 관객을 멀미와 구토로 몰아넣었던 바로 그 영화다. 하지만 ‘클로버필드 10번지’를 보면서 ‘클로버필드’를 굳이 의식할 필요는 없다. 둘은 분위기, 내용, 결말 모두 전혀 다르다. 주요 출연진은 단 세 명, 지하 방공호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는 소란스럽고 난삽했던 ‘클로버필드’와는 달리 정제된 연출로 잘 정돈돼 있다. 특히 미셸과 에밋을 때론 위협하고 때론 달래며 푸근한 시골 아저씨와 소름끼치는 사이코패스를 오가는 굿맨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이다. 속편이 판치는 요즘 할리우드지만, 이만큼 창조적인 속편을 만나기도 힘들 것이다. 스릴러부터 공상과학(SF)까지 골고루 오가는 클로버필드 행 롤러코스터에 탑승해보길. ★★★☆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007’ 시리즈부터 ‘킹스맨’까지, 영국산 스파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활약하고 있다. 제목에 지명을 넣어 원산지를 ‘과시’한 드라마 ‘런던 스파이’는 영국산 스파이의 최신 버전이다. ‘007’ 최근 시리즈에서 요원 Q 역을 맡았던 벤 위쇼와, ‘킹스맨’의 조연 에드워드 홀크로프트가 주인공을 맡았다. 시작은 요즘 말로 하면 ‘그린 듯한’ 게이 로맨스다. 세상을 막 살던 대니는 어느 날 아침 조깅을 하던 한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대니는 그와 연인이 된다. 사람과 관계 맺기에 서툰 남자와, 인생을 대충 사는 만큼 사람과의 관계 역시 늘 쉬웠던 대니. 둘은 서로의 상처를 나누며 깊은 사이로 발전한다. 어느 날 남자가 증발해 버리면서 로맨스는 서스펜스로 변한다. 그를 무작정 찾아다니던 대니는 우연히 그의 아파트에서 트렁크에 갇힌 채 숨진 그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가 살해당했다고 확신하는 대니는 진상을 캐기 시작하지만 대니의 시도는 번번이 막히고 오히려 진실 따위는 상관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는다. 드라마는 사랑에 빠지는 것이 실은 첩보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암시한다. 상대가 원하는 나를 적당히 연기하며, 상대의 마음을 훔치면 된다. 대니는 사랑에서 깨어나 상대의 진짜 모습을 직시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드라마 속 남자들은 스파이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존 러 카레이 작품의 스파이 모습과 닮았다. 평범하게 살 권리를 박탈당한, 불안과 회한에 시달리는 망가진 남자들 말이다. 스파이물은 남자들이 함께 위기를 넘기며 비밀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브로맨스(‘브러더’와 ‘로맨스’를 합친 말로 남성 간의 애틋한 관계를 뜻함)의 성지였다. ‘런던 스파이’는 아예 이들을 커밍아웃시킨다.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은 스파이의 삶을 더욱 폐쇄적으로 만들고, 임무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상대의 진실을 해체하며 그를 더 깊이 알게 된 대니처럼, ‘런던 스파이’는 우리가 알던 스파이물을 해체한 뒤 게이 로맨스와 결합해 재구성하며 긴장감과 애틋함을 적절히 배합한다. 고성능 도청 프로그램과 무인기가 인간 스파이를 대체하는 시대에도, 스파이물은 이렇게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팬들을 끌어들인다. 영국산 스파이여, 영원하라.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지난달 30일 개봉한 ‘대배우’(12세 이상)는 무명 연극배우를 주인공으로 삼을 때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시도했다. 지질한 생활고를 딛고 일어서려는 배우의 ‘웃픈’ 코미디, 무명인 아빠를 그래도 자랑스러워하는 아들과의 감동 휴먼 드라마, 연기와 명성을 향한 집착으로 극단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배우의 욕망을 담은 스릴러…. 하지만 영화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영화를 채우는 잔재미는 충분하다.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를 공연 중인 극단에서 파트라슈 역할을 맡고 있는 성필(오달수)은 우연히 칸 영화제의 사랑을 받는 깐느박 감독(이경영)의 영화 제작 소식을 듣는다. 한때 극단 선배였고 지금은 국민배우가 된 설강식(윤제문)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성필은 조연 자리를 따내기 위해 강식을 만나려 한다. 성필은 누가 봐도 오달수 본인을 모델로 한 자전적 캐릭터다. 제작사 ‘모모필름’에서 흡혈하는 신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찍는 박 감독과, 모 유명 배우와 자음이 닮은 설강식 역시 모델이 누군지 금방 떠오른다. 이준익 감독, 배우 유지태 등이 영화의 카메오로 등장하고, 한국 영화사의 명연기 명장면을 ‘오달수 톤’으로 재연하는 진풍경까지 펼쳐진다. 물론 영화 속에는 미래의 대배우들을 위한 위로 혹은 찬사 같은 장면들이 있다. 극단은 수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동극을 올리고, 배우들은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뛰고 낮에는 극단에 나오는 틈틈이 영화 제작사에 프로필도 돌려야 한다. 배우의 가족은 꿈 하나에만 매달리는 가장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고, 그런 가족 때문에 가장은 과거의 동료에게 비굴하게 읍소한다. 여러 갈래로 나뉜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지지 못하고, 결말 부분의 반전 아닌 반전은 억지스럽다. 배우들의 이름값에 답하려고 여러 ‘상업적 요소’를 추가하다 빚어진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볼만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위해 오디션을 보는 배우들의 진솔한 모습이 담긴 엔딩 크레디트 영상이 영화 본편보다 더 진한 감동을 준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 듯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뮤지컬 ‘맘마미아’가 올해 7월 공연 1500회를 돌파한다. 2004년 한국에서 초연된 이래 12년 만이다. 한국에서 공연된 대형 뮤지컬 중에는 처음이다. 이 기록의 주역이 바로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53)이다. “작품의 질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힘을 기울이면서도, 세월이 느껴지지 않도록 대사나 디테일을 조금씩 수정해 왔죠. 이번 공연은 특히 한국 뮤지컬계의 1, 2세대 배우들과 신진들을 골고루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1987년 극단 신시의 창립단원으로 들어가 한때 배우를 꿈꿨던 그는 무대 위에서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 10여 년간 조연출 생활을 하다 프로듀서의 길을 걷던 그는 김상열 대표가 세상을 떠나면서 신시의 대표가 된 이후 뮤지컬 ‘렌트’ ‘아이다’ ‘시카고’ 등 누구나 제목만 들어도 알 만한 대형 뮤지컬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 왔다. 특히 1998년 당시 브로드웨이 최신 작품인 뮤지컬 ‘더 라이프’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들여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최근 창작뮤지컬과 연극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뮤지컬 ‘아리랑’을 무대에 올렸다. 올해는 창작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와 연극 ‘렛미인’을 초연했고,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도 공연했다. 여름에는 연극 ‘햄릿’과 ‘레드’, 하반기에는 뮤지컬 ‘아이다’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1년에 한 편씩 창작뮤지컬을 공연하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도 이제는 충분히 세계 수준의 뮤지컬을 만들 수 있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야 관객의 저변도 넓힐 수가 있어요.” 하지만 그가 2007년 45억 원을 들여 무대에 올렸던 ‘댄싱 섀도우’는 적자를 냈고, ‘아리랑’ 역시 흥행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박 대표는 “창작뮤지컬은 일단 무대에 올려봐야 문제점이 드러난다. 계속 재공연을 하면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며 “‘아리랑’도 2017년에 다시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손익분기점이 얼마인지, 흥행할지 적자가 날지 고민만 하면 창작 작품은 절대 할 수가 없어요. 배짱이 있어야죠.” 배짱과 뚝심으로 뮤지컬계의 각종 기록을 수립해온 그의 또 다른 자산은 사람이다. 뮤지컬계의 스타인 박칼린 음악감독을 연출자로 키운 것도 그다. 박 감독은 “요즘 활약하는 30, 40대 배우 중 30% 이상은 신시에서 데뷔한 배우들일 것”이라며 “보통 ‘원 캐스팅’으로 작품을 진행하고, 더블캐스팅을 하더라도 되도록 신인들에게 기회를 준다.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프로듀서의 중요한 책임 중 하나”라고 말했다. “프로듀서는 모든 작품의 꿈을 최초로 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뮤지컬계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돌파구는 더 진솔하고 진실하게 작품을 만드는 것 외에는 없는 것 같아요. 규모보다는 질로 관객을 만족시키는 작품을 할 겁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흥행 보증수표였던 MBC ‘진짜 사나이’의 여군특집이 시청률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26일 방송된 ‘진짜 사나이―여군특집 4기’ 시청률은 10%(닐슨코리아)에 머물렀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케이팝스타’(12.2%) KBS2 ‘1박 2일’(16.8%)에 밀려 일요일 오후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낮은 성적을 올렸다. ‘여군특집 4기’ 시청률은 지난달 21일 첫 방송에서 13.1%를 기록한 이후 점점 하락하고 있다. 1∼3기가 모두 ‘진짜 사나이’ 본방송보다 2∼4%포인트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혜리, 제시, 사유리 등 화제의 출연자를 배출한 것과 비교된다. 시청자의 반응도 비판적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군대를 놀이터 취급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고된 훈련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26일 방송에서는 위장크림으로 우스꽝스럽게 분장한 출연자들의 모습과 이에 낀 음식물을 제거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 등이 부각됐다. 자신을 현역 여군의 부모라고 밝힌 한 시청자는 “현역 군인들의 자존심과 사기를 고려해야 하는 방송인데 개그 프로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이병규)는 ‘제60회 신문의 날 표어’ 대상에 ‘시대보다 한 발 먼저, 독자에게 한 걸음 더’(김경순·36)를 선정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심사위원들은 “대상 작품은 시대를 앞서는 직관으로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하는 신문의 기본 사명을 일깨웠을 뿐 아니라, 시대보다 앞서 가더라도 대중에게는 더 가까이 다가서야만 신문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우수상에는 ‘신문 읽는 습관, 변화의 시작입니다’(박은주·27)와 ‘아빠, 이젠 저도 신문을 볼래요∼’(강찬돈·56)가 뽑혔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 원과 상패,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0만 원과 상패가 각각 수여된다. 시상식은 4월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되는 제60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서 열린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7일 개봉하는 ‘라스트 홈’과 ‘33’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공교롭게도 2010년이 배경이고, 힘없는 서민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둘의 온도 차는 남극과 적도만큼 크다. ‘라스트 홈’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서민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그렸다. ‘33’은 2010년 칠레 산호세 광산의 광부 매몰 사건을 다뤘다.○ ‘라스트홈’ 원제는 ‘99 homes’다. ‘1%가 99%의 부를 독점하고 있다’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영화는 선언한다. ‘1명이 99명의 집을 차지하고 있다’고. 어머니를 모시며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데니스(앤드루 가필드)는 99% 쪽이다. 불경기로 일자리를 잃은 그는 대출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해 은행에 집을 빼앗긴다. 법원 판결이 내려진 바로 다음 날 찾아온 보안관들은 단 2분 내로 짐을 빼라고 지시한다. 퇴거, 아니면 체포뿐이다. 그에 비해 데니스의 집을 차지한 부동산 중개업자 릭(마이클 섀넌)은 1%에 속한다. 그는 은행을 대리해 신용불량자들을 집에서 쫓아내는 한편 갖가지 비리와 부정으로 잇속을 챙긴다. 우연히 릭과 마주친 데니스는 돈을 벌기 위해 그의 심부름을 하기 시작하고, 조금씩 릭을 닮아가기 시작한다. 등장인물은 가상이지만, 제작진은 당시 집을 빼앗겼던 사람들을 인터뷰해 실제 사례 377건을 영화 속에 종합했다. 실제로 집을 잃은 사람들과 부동산 중개인들이 영화에 직접 출연했다. “국가는 너를 구제(bail out)해주지 않아”라는 릭의 대사는 집에서 내쫓기는 사람들의 망연한 표정으로 구체화돼 관객의 폐부를 찌른다. ‘내 집이 아니라 은행 집’이라는 씁쓸한 농담을 하는 한국에서,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영화다. 15세 이상. ★★★☆ (별 5개 만점)○ ‘33’ 이 사건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700m 지하 광산 밑바닥에 매몰된 광부 33명이 69일을 버틴 끝에 고스란히 살아 돌아왔다. ‘33’은 2010년 8월 5일부터 2010년 10월 13일까지 일어난 이 기적을 가감 없이 담은 영화다. 흥겨운 남미풍의 음악이 흐르던 화면은 갑자기 굉음과 함께 갱도가 무너져 내리면서 사정없이 심장을 죄기 시작한다. 무사히 대피소에 도착하지만 통신장치는 고장 난 지 오래. 의약품은커녕 식량조차 부실하다. 광부 마리오(안토니오 반데라스)는 공포에 빠진 동료들을 추스르며 희망을 이어간다. 같은 시각, 광산 책임자들은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만 광부들의 가족과 동료들의 호소로 광업부 장관 로렌스(호드리구 산토루)가 직접 나서 구조를 지휘한다. 마지막 남은 참치 캔을 33등분해 나눠 먹는 최후의 만찬 순간, 광부들 사이로 사랑하는 아내, 어머니, 딸, 연인이 나타나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놓는다. 이 환상이 주는 환희와 그들이 실제로 느꼈을 공포는 찬란하게 대비돼 미소와 동시에 눈물을 부른다. 결말이 이미 알려진 이야기인데도, 배우들의 열연과 완급 조절이 탁월해 관객의 심장을 끝까지 움켜쥔다. 광산은 결국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광부들은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영화는 끝난다. 하지만 그들은 어쨌든 목숨을 건졌다. 누군가가 목소리를 높이고 책임을 진 덕분이다. 대형 사고 때마다 책임 부재, 리더십 부재를 말하는 한국에서 본보기로 삼을 만한 영화다. 기적에는 이유가 있다. 12세 이상.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중국의 쉬웨이저우(許魏洲)를 보려는 한국 팬들이 한국 공항을 뒤흔들었다.”(중국 소후닷컴) 20일 인천국제공항이 발칵 뒤집혔다. 개인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가 이날 출국한 중국 배우 쉬웨이저우를 만나려는 한국 팬들이 출국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팬 수십 명에게 둘러싸인 그는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겨우 출국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쉬웨이저우의 출연작은 올해 초 공개된 중국 웹드라마 ‘상은(上은·중독된)’ 단 한 편뿐이다. TV드라마나 영화에는 출연한 적이 없다. ‘상은’에서 가난하지만 성실한 고교생 바이루인 역을 연기한 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팔로어만 160만 명을 돌파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동성애·노출… 파격 소재의 중국 웹드 ‘상은’은 부잣집 아들 구하이(황징위)와 동급생 바이뤄인 사이의 사랑을 다룬 동성애 드라마로 격렬한 키스신과 베드신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신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주인공들의 집과 학교, 길거리 등 제한된 장소에서만 촬영하는 등 저예산으로 제작했지만 공개 하루 만에 조회 수 1000만 건을 넘기는 등 성공을 거뒀다. 파격적인 소재에 신선한 외모의 배우들이 출연해 한국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한글 자막이 달린 영상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쉬웨이저우의 방한 당시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 팬들의 사진이나 동영상도 포털에서 금세 검색된다. ‘상은’이 이처럼 파격적인 소재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은 웹드라마의 경우 방영 뒤 문제가 있을 때만 사후 검열을 받는 등 그동안 규제가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은근한 노출로 관심을 끌었던 판타지 사극 ‘태자비승직기’, 미라와 요괴가 등장하는 미스터리물 ‘도묘필기’ 등 최근 인기를 끈 웹드라마 대부분이 중국 TV에서 보기 힘든 소재를 다뤘다. ○ 검열 강화… TV 넘어서는 웹드라마 지난달 27일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웹드라마에 대한 검열을 TV드라마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 ‘상은’의 총 15회 중 마지막 3회 분량이 중국 내 동영상 사이트에서 돌연 삭제돼 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재는 베드신과 키스신 등이 모두 삭제된 버전만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중국권 콘텐츠를 수입해 배급하는 김원동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중국 정부는 어떤 장르나 콘텐츠든 인기가 과열되면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고 판단한다”며 “지나친 원심력이 생기지 않도록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 방침은 중국 웹드라마가 이미 TV드라마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음을 증명한다는 얘기다. 2013년 200여 편이던 중국 웹드라마 제작 편수는 지난해 805편으로 4배로 성장했다. 온라인으로 먼저 방영된 뒤 TV에 편성되거나, TV와 온라인에서 동시에 방영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누적 조회 수 187억 건을 기록하며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드라마 ‘화천골’은 제목은 같고 내용은 다른 별도의 웹드라마를 제작해 누적 조회 수 15억 건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기헌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장은 “아이치이, 유쿠 등 대형 동영상 사이트까지 자체 제작 웹드라마를 내놓으면서 드라마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고, 드라마의 질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며 “대다수 한국 드라마가 이들 대형 동영상 사이트로 판권을 수출하는 만큼 잠재적 경쟁 상대인 중국 웹드라마의 성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후드 점퍼에 듬성듬성한 턱수염, 덥수룩한 머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사장의 행색은 모르고 보면 마실 나온 동네 사람인 줄 알 만큼 소박했다. 아니, 좀 촌스러웠다. 저 사람이 진짜 미래를 이끄는 기업의 보스라고? 그런데 그런 괴짜들의 고향이라 할 만한 곳이 있다. 바로 미국 실리콘밸리다. 미국 HBO에서 4월 시즌3을 내보내는 ‘실리콘밸리’는 이 실리콘밸리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트콤이다. 마크 저커버그를 쏙 빼닮은 리처드(토머스 미들디치)는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음악 앱을 막 내놓은 개발자로, 대학을 중퇴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하는 얼릭의 집에 빌붙어 사는 중이다. 내놓을 것 하나 없던 풋내기의 삶은 그의 앱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개발한 엄청난 원천기술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180도 바뀐다. 실리콘밸리 황제, 에인절 투자자(벤처기업에 자금을 대고 대가를 주식으로 받는 투자자) 피터와 누가 봐도 구글을 연상케 하는 정보기술(IT) 공룡 훌리의 대표 개빈이 동시에 그의 기술을 사겠다며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수백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친구지만 능력은 없는 동료를 잘라내야 하고, 공황장애에 시달리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리처드가 진짜 기업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줄거리보다 흥미로운 건 실리콘밸리에서 포착한 인간 군상의 모습 그 자체다. 개발자들은 하나같이 여자랑 손잡아 본 횟수를 손에 꼽을 정도로 숙맥이고, 아무리 화려한 파티라도 환호할 줄 모르는 ‘범생이’들이다. 모든 창업경진대회의 발표가 “이 기술/앱/프로그램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것입니다”로 끝나지만, 실은 “다른 누군가가 우리보다 세상을 나은 곳으로 더 잘 만든다면 참을 수 없다”는 경쟁심으로 불타는 이들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이들 중 누군가는 분명히 하룻밤 사이에 백만장자가 되는 잭팟을 터뜨린다는 점이다. 그런 후광이 더해지면 내가 입으면 그냥 ‘추리닝’인 옷도 그가 입으면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명품’이 되기 마련. ‘실리콘밸리’라는 시트콤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 괴짜들의 삶이 이미 선망의 대상이 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가. 긱 시크(geek chic·괴짜 세련미)라는, 웃지 못할 단어까지 등장했다. 올해의 패션 트렌드라고 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영화감독조합, 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이 참여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회견을 열고 올해 부산영화제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서병수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 사퇴를 즉각 실행하고 영화제 자율성,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에 나설 것 △영화제 신규 위촉 자문위원 68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철회하고 영화제에 대한 간섭을 중단할 것 △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총회 의결 없는 집행위원장 해촉에 대한 사과 등을 주장했다. 비대위 측은 “의미 있는 조치가 없다면 올해 영화제에서 영화인들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 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신임 자문위원들이 자격이 없다”며 지난달 25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새로 위촉된 자문위원을 포함한 총회 구성원 106명이 요구한 임시총회 소집을 거부했다. 부산시는 현재 신규 자문위원을 대상으로 위원 자격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부산지법에 제출한 상태다. 해당 총회 구성원들은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조직위원장을 맡도록 돼 있는 영화제 정관을 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영화에도 노래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도 노래 많이 불렀지. 가슴에 심화(心火)가 들어 노래를 불렀어.”(이옥선 할머니)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극장에서 불교계 국제구호단체인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 스님) 주최의 영화 ‘귀향’ 상영회가 열렸다. 상영관을 꽉 채운 지구촌공생회 후원자 200여 명은 객석 앞에 나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89) 박옥선(93) 이옥선(90) 김군자 할머니(91)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김 할머니는 지구촌공생회에 빈곤국가교육지원금 5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부모님을 여의고 위안부로 끌려가는 바람에 어릴 때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런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 옷 안 사 입고 아낀 돈을 기부하고 있다. 액수가 적어 부끄럽다”고 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할머니들은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무색하게 하는 최근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강 할머니는 “일본 정부와 아베 신조 총리가 사죄를 똑바로 해야 하는데 똑바로 못했다”며 “우리가 당한 일을 후세들에게 알려야 제대로 대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 학생들이 자기네 역사를 몰라 우리에게 물어보러 온다”며 “일본 정부에 교과서를 똑바로 쓰라고 요구했는데 오히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상영회에는 영화를 연출한 조정래 감독과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 영희 역으로 출연한 서미지, 분숙 역으로 나온 김시은 등 출연 배우, 지구촌공생회 홍보대사인 배우 강수연 전무송 등도 참석했다. 조 감독은 “영화가 흥행해서 너무나 감사하지만 2002년 처음 영화를 구상한 이후로 많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귀향’은 강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19일까지 약 340만 명이 관람했다. 11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댈러스에서 개봉했고 25일부터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으로 개봉관이 확대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여자 혼자 여행을 다닌다고 하면 꼭 듣는 말이 있다. “무섭지 않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만한 책이다. 146일 동안 애팔레치아 산맥에 조성된 트레일(trail·걷는 길) 3300km를 홀로 완주한 67세의 할머니 에마 게이트우드의 이야기를 다뤘다. 1955년 5월 에마는 간단한 옷가지와 식량 등이 든 자루 하나와 여비 200달러만 챙겨 길을 나선다. 자녀 11명을 키우며 닥치는 대로 농장 일을 해 생계를 꾸렸고 30년이 넘도록 남편의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렸던 여성이 나선 인생 첫 도전이었다. 날벌레와 방울뱀, 최악의 허리케인과 사람들의 질시를 참아내며 그는 걷고 또 걸어 목표를 완수한다. 여행 도중 에마의 이야기가 알려지기 시작하며 여행 막바지에는 미국의 전 국민이 에마를 응원하기에 이른다. 책은 평범한 여행기에 머무르는 대신 당시 시대상과 도보여행의 역사를 담아 이야기를 풍부하게 확장시켰다. 1950년대는 미국에 처음 고속도로가 조성돼 점점 걷기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던 시대였다. 매카시즘이 대두되고 인종차별 철폐운동이 서막을 올렸으며, 청소년 강력범죄가 등장해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기도 한 시대였다. 모든 것이 급속하게 변화하던 시대에 한 할머니가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낸 순수한 도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에마는 애팔레치아 트레일을 완주한 첫 번째 여성이자 이 트레일을 세 번이나 완주한 첫 번째 사람이 됐다. 여든이 넘어서도 여행을 다녔고, 그에게 헌정된 트레일이 생기기도 했다. 걷기는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다. 도전 역시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에마의 이야기는 상기시킨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건 대체 뭔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코언 형제의 신작 ‘헤일, 시저!’를 보고 나면 말이다. 실마리는 어이없이 풀리고, 결말도 지나칠 정도로 낭만적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대한 농담 같다. 대신, 꽤 사랑스럽다. 배경은 1951년, 할리우드 황금기의 막바지다. 에디 매닉스(조시 브롤린)는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캐피틀픽처스의 대표이자 해결사, 요즘 말로 하면 위기관리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촬영장 스케줄을 조정하고 스타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24시간은 쉴 틈이 없다. 설상가상, 예수의 일대기를 다룬 캐피틀의 야심작 ‘헤일, 시저!’에서 주인공 안토니우스 역을 맡은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이 정체불명의 집단에 납치당한다. 여러 작품의 촬영장 곳곳을 누비는 에디의 뒤를 따라 그 시대 할리우드와 고전영화 그 자체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집중한다. 로마를 배경으로 한 대형 역사물 ‘헤일, 시저!’, 화려한 수중발레 영화 ‘조나의 딸’, 묘기에 가까운 춤과 노래가 등장하는 뮤지컬 영화 ‘흔들리는 배’ 등등…. 장르만 봐도 안다. 그 시절 할리우드는 꿈과 환상을 보여주는 데 충실했다. 납치 사건은 이 환상의 성(城)에 나 있던 균열을 벌리고 속살을 보여주는 계기다. 1948년 반독점 판결로 극장을 강제로 매각한 대형 스튜디오들은 TV의 등장과 함께 1950년대 초부터 조금씩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매카시즘 이상열풍이 불기 시작하며 창작의 자유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를 방증하듯 에디 역시 영화업계를 떠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나온다. ‘애리조나 유괴사건’이나 ‘파고’에서처럼 또다시 납치사건이 벌어지고, 특유의 코미디 호흡을 선보이며, 1940, 50년대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코언 형제가 잘하는 것만 모아 놓은 셈이다. 브롤린과 클루니 외에도 육감적인 몸매에 사생활은 제멋대로인 수중발레 전문 여배우 디애나(스칼릿 조핸슨), 금발머리 휘날리며 탭댄스를 추는 뮤지컬 배우 버트(채닝 테이텀), 전설적인 연예가십 전문 기자(틸다 스윈턴), 완성도에 집착하는 명감독 로렌스(랄프 파인스) 등 유명 배우들의 앙상블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코언 형제는 최근 미국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좋았던 옛 시절을 놓고 씹어대기나 하는 늙은이들”이라며 자조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형제는 서부극부터 뮤지컬 영화까지 매끈하게 만져내는 연출력을 뽐낸다. ‘헤일, 시저!’는 악동에서 거장이 된 이들이 ‘좋았던 옛 시절’을 반추하며 써 내린, 영화 그 자체를 향한 다소 고약한 사랑 고백처럼 느껴진다. 24일 개봉. 12세 이상.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금의환향이라고 해야 할까. 17일 개봉하는 영화 ‘헝거’는 2008년 제작된 영화다. ‘노예 12년’으로 2014년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스티브 매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주연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를 세계 영화계에 알린 작품이다. 당시에는 수입되지 못했던 영화가 명성을 얻으며 기회를 잡은 셈이다. 다행히도 영화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재부터 만만치 않다. 아일랜드 독립을 주장하는 IRA의 핵심 인물이었던 전설적인 투쟁가 보비 샌즈가 교도소에서 정치범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벌인 투쟁을 담은 영화다. 죄수복 거부, 샤워 거부 운동을 벌이던 샌즈는 1981년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영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단식 투쟁(Hunger strike)을 시작한다. 당시 교황청까지 나서 문제 해결을 촉구할 정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사건이지만 영화는 호들갑 떨며 섣불리 샌즈를 영웅으로 추앙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상(理想)을 위해 가장 원초적인 욕망과 싸우는 육체의 투쟁기를 눈이 시릴 정도로 명징하게 담아낸다. 단식을 결심하기에 앞서 샌즈가 신부에게 자신의 결심과 심경을 고백하는 약 16분 동안의 롱테이크 장면은 그들의 투쟁사(史)를 농축한 서사시처럼 느껴진다. 패스벤더는 이 영화를 위해 10주 만에 14kg을 감량해, 66일 동안 단식해 몸무게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던 샌즈의 말년을 거의 그대로 살아냈다. 18세 이상.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일본에서도 매일같이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일본 영화 ‘너는 착한 아이’가 24일 개봉한다.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학대와 방임, 자폐로 인한 장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주변 어른들의 모습을 잔잔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렸다.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재일동포 3세 오미보 감독(39·사진)을 15일 만났다. 영화는 일본 홋카이도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 담임을 맡은 신임 교사 오카노(고라 겐고)에게 학교는 ‘귀찮은 문제’의 연속이다. 아이들은 시끄럽고, 학부모는 사소한 일에도 펄펄 뛴다. 하지만 점심 급식 한 끼가 제대로 된 식사의 전부인, 학대당하는 학생 간다를 만나며 오카노는 조금씩 성장한다. 오 감독은 “아역배우 대신 현지에서 캐스팅한 일반 아이들을 출연시켰다. 아이들의 솔직한 말과 행동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했다. 영화에는 아이에게 폭언을 퍼붓고 손찌검을 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학대 장면이 건조하지만 구체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현재 9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한 그는 “일본에서 영화를 개봉하기 직전에 아이를 낳았다. 지금이라면 영화 속 아이가 엄마에게 학대당하는 장면을 그렇게 촬영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차별받은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나는 평범하지 않다’는 감각을 갖고 있었고 그 때문에 영화를 찍게 됐다. 지금도 늘 보통이란, 보통의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고 했다. “그동안 학대당하는 아이는 늘 있었고, 최근 들어서야 ‘아동학대’라고 불리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우리가 이 문제를 계속 접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죠.”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동시에 위로받기도 하죠. 이웃이나 친구 같은 제 3자의 관심도 누군가에게는 위로, 혹은 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으면 합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일본에서도 매일같이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일본 영화 ‘너는 착한 아이’가 24일 개봉한다.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학대와 방임, 자폐로 인한 장애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주변 어른들의 모습을 잔잔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렸다. 지난해 제 37회 모스크바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일본에서 문부과학성 추천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오미보 감독(39)을 15일 만났다. “원작소설에서 집에서 방치되고 학대당하던 한 아이가 선생님이 ‘저녁으로 뭘 먹느냐’고 물었을 때 (저녁을 굶는다는 듯) 학교에서 주는 점심 급식 메뉴를 줄줄 읊는 장면에 충격을 받았어요. ‘너는 착한 아이야’라고 달래는 것만으로 학대 문제는 끝나지 않죠. 소설에서 제가 봤던,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관객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어요.” 영화는 일본 홋카이도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 담임을 맡은 신임 교사 오카노(코라 켄고)에게 학교는 ‘귀찮은 문제’의 연속이다. 아이들은 시끄럽고, 학부모는 사소한 일에도 펄펄 뛴다. 하지만 학대당하는 학생 칸다를 만나며 오카노는 조금씩 성장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가족에게 꼭 안겨보고 오라’는 숙제를 내준 오카노에게 아이들이 감상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오 감독은 “아역배우 대신 현지에서 캐스팅한 일반 아이들을 출연시켰다. 그 장면에도 아이들의 솔직한 말을 그대로 담았다”고 했다. 영화에는 아이에게 폭언을 퍼붓고 손찌검을 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학대 장면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현재 9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한 그는 “영화 편집을 끝낼 무렵에 임신 사실을 알았고, 개봉 직전에 아이를 낳았다. 지금이라면 영화 속 아이가 엄마에게 학대당하는 장면을 그렇게 촬영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아이가 맞는 장면이 이제는 너무 구체적인 감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성이면서 재일교포 3세이기도 한 그는 “재일교포,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던 적은 없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감각을 갖고 있었고, 그 때문에 영화 일을 하게 됐다. 지금도 늘 보통이란 무엇인가, 보통의 가족이라는 것은 존재하는가의 문제를 늘 고민 한다”고 했다. “그 동안 학대당하는 아이는 늘 있어왔고, 그게 최근 들어서야 ‘아동학대’라는 문제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우리가 이 문제를 접하고, 가슴 아파하고, 계속해서 해결을 위해 관심을 가진다는 점이죠.” 영화에서 각각의 어려움을 겪던 아이와 부모는 누군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돌파구를 찾게 된다.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동시에 사람에게 위안받고 구원받죠. 물론 가족이 아이를 돌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이웃이나 친구 같은 제 3자의 관심도 누군가에게는 위로, 혹은 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으면 합니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지난달 17일 개봉한 ‘주토피아’(전체 관람가)가 ‘박스오피스 역주행’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12일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토피아’는 이날 하루 관객 14만8700여 명을 기록하며 ‘귀향’ ‘런던 해즈 폴른’ 등을 제치고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상업영화는 개봉 첫 주 주말에 가장 많은 일일 관객 수를 기록하고 조금씩 관객 수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토피아’는 개봉 첫 주 주말에 하루 최고 약 14만 명(2월 21일)이 들어 일일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둘째 주 주말에 하루 최고 약 24만7000명(3월 1일)이 들며 박스오피스 2위로 올라섰다. 영화 홍보사 측은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난 데다 재관람도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주토피아’는 동물들만 모여 사는 미래형 주거도시 주토피아가 배경이다. 동물 캐릭터가 주인공이지만 알맹이는 ‘어른용 애니’에 가깝다. 도시에서 벌어진 연쇄 실종사건을 토끼 최초로 경찰관이 된 주디가 사기꾼 늑대 닉과 함께 파헤치는 과정을 다뤘다. 시골에서 상경해 쪽방에서 사는 토끼 경찰관, 종에 대한 편견 때문에 결국 사기꾼이 된 늑대 등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를 선보인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신과 인간이 싸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애초에 싸움이 가능하긴 할까.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4일 개봉)은 만화로는 몇 번 다뤄졌지만 영화로는 처음으로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그렸다. 관객의 관심사는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초인(超人) 슈퍼맨과 인간인 배트맨이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지에 있다. 10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완다CBD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약 6분 분량의 ‘배트맨 대 슈퍼맨’ 영상으로 이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배트맨 대 슈퍼맨 빗속에서 벌어지는 배트맨(벤 에플렉)과 슈퍼맨(헨리 카빌)의 대결을 담은 이 영상에서 배트맨은 슈퍼맨에게 치명적인 광물 크립토나이트를 공격 수단으로 활용한다. 크립토나이트로 슈퍼맨을 공격해 무력화한 뒤 치명상을 입히는 것. 또 다른 단서는 “내가 원했다면 넌 이미 죽었을 것”이라는 슈퍼맨의 대사다. 슈퍼맨은 인간을 죽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자기를 공격하는 배트맨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배트맨이 기관총, 미사일, 배트모빌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슈퍼맨을 공격하는 사이 슈퍼맨은 인간 배트맨을 적당히 봐주며 싸워야 한다. 둘 다 정의의 편인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는 이유도 궁금증 중 하나다.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에플렉은 “배트맨은 전성기가 지나 늙고 지쳐 있다. 악과 싸우는 데는 베테랑이지만 동시에 분노와 절망이 쌓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런 배트맨 앞에 슈퍼맨이 새롭게 나타난 것이다. “어떤 힘이 타락하지 않는다는 건 오래된 거짓말”이라는 악당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의 대사처럼 배트맨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 슈퍼맨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 공개된 영상에서 배트맨은 크립토나이트로 무력해진 슈퍼맨에게 “공포를 느껴봐. 넌 용감한 게 아냐. 인간이 용감한 거지”라고 말한다.○ DC필름 대 마블스튜디오 10일 열린 행사에서는 이 영화의 제작사인 DC필름이 앞으로 선보일 다른 영화들의 예고편과 관련 이미지 등도 함께 공개했다(표 참조). 그동안 ‘어벤져스’ 시리즈 등으로 히어로 장르를 주름 잡아온 맞수 마블스튜디오에 대한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영화에는 원더우먼(갈 가도트)이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 한편 아쿠아맨, 사이보그, 둠스데이, 플래시 등 DC코믹스의 다른 히어로들도 얼굴을 비춘다. ‘어벤져스(복수자들)’ ‘저스티스 리그(정의 연맹)’라는 마블과 DC의 히어로 집단 이름만 보더라도 두 스튜디오의 차이는 분명하다. DC의 영웅이 심각하고 철학적이며 진지하다면 마블의 영웅은 유머가 있고 풍자적이다. DC의 캐릭터들이 메트로폴리스와 고담 등 가상세계에서 활약하는 데 비해 마블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현실세계에서 등장하는 점도 다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은 “DC와 마블은 다른 세계관과 캐릭터를 갖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할 뿐”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배트맨 대 슈퍼맨’의 베이징 행사가 열린 10일(미국 시간) 마블스튜디오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4월 28일 개봉)의 새 예고편을 공개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처럼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결을 담은 영화다. 누가 승리하든 “슈퍼히어로는 현대의 신 같은 존재다. 신화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장르인 것처럼 히어로물도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카빌의 말처럼 한동안 전 세계 박스오피스는 히어로물 없이는 얘기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베이징=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청소년 관람불가다. ‘월레스와 그로밋’이나 ‘치킨런’을 떠올리면 안 된다. 30일 개봉하는 ‘아노말리사’는 100% 어른을 위한, 어른의 사랑을 그린다. ‘존 말코비치 되기’ ‘이터널 선샤인’ 등을 쓴 찰리 코프먼이 각본을 쓰고 공동 연출했다. 중년의 유명 작가 마이클 스턴이 미국 신시내티에 강연차 방문해 프레골리 호텔에서 묵는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역시 같은 호텔에 투숙한 리사에게 스턴은 한눈에 반한다. 스턴은 눈가의 상처 때문에 외모 콤플렉스가 심한 리사와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낯선 곳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남녀의 이야기. 뻔한 클리셰를 차별화하는 것은 스톱모션이라는 기법이다. 얼굴의 분절된 마디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점토 인형의 기괴한 몰골은 이 영화가 현대인과 사랑에 대한 일종의 우화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상기시킨다. 호텔 이름을 프레골리 망상(fregoli delusion·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이 실은 변장을 한 동일인이라고 생각하는 정신질환)에서 따왔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상습적인 우울과 무료함에 시달리는 스턴은 정신질환 하나쯤은 기본 장착하고 있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아쉬운 점은 스턴에 비해 리사가 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둘의 사랑은 결말이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머무른다. 먹고 마시고 싸고 잠자고 섹스하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스톱모션으로 완벽에 가깝게 표현한 연출력이 빛난다.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 (★ 5개 만점)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