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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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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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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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2~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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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편만한 속편 없다더니… 빈약한 콘텐츠 실망

    용도, 호랑이도 속편 징크스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지난달 26일 오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와호장룡: 운명의 검’ 얘기다.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전설 중의 전설로 꼽히는 ‘와호장룡’(2000년)의 속편이라는 점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운명의 검’이었다. 수련 역의 양쯔충(楊紫瓊)이 전편에 이어 출연하고, 무협 액션의 일인자로 꼽히는 전쯔단(甄子丹)이 함께 주연을 맡았다. 역시 무협 연출의 대가이자 전편의 무술감독이었던 위안허핑(袁和平)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하지만 영화는 무엇을 기대했든 그 이하를 보여준다. 대나무 숲에서 펼쳐지는 우아한 경공 장면이나 번뇌를 끊지 못하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성찰 따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대신 강호(江湖)를 무술세계(martial world)로, 청명검(靑冥劍)을 녹색운명(the green destiny)으로 표현하는 영어 대사와, 컴퓨터그래픽으로 검과 검의 부딪침을 그려낸 액션 장면, 권선징악 단 네 자로 정리될 수 있는 단순한 줄거리만이 남았을 뿐이다. 영어로는 그 세계를 제대로 담을 수 없기에 중국어 대사를 고집했고 전통적인 와이어 액션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무협영화를 창조해냈던 리안 감독이 이 영화를 봤다면 분명 책상을 20분간 두드리며 분노하지 않았을까. 물론 다양한 인물이 다른 스타일의 액션을 선보이는 객잔에서의 패싸움이나 살얼음이 언 호수 위에서의 대결 등 화려한 액션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중국 현지 대신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탓인지 영화는 어딘가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고, 서부영화의 문법을 가져온 장면도 여럿 눈에 띈다. 한마디로 서구화를 추구했지만 결국 본질을 놓치고 실패했다는 얘기다. ‘운명의 검’은 지난달 19일 중국에서 먼저 개봉했지만 첫 주말에 흥행 수익 28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26일 미국 극장에서도 개봉하려 했지만 현지 극장들이 온라인 공개와 동시에 극장에서 개봉하는 데 반발해 상영을 거부해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상태다. 자체 제작 영화의 극장 개봉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아마도 ‘운명의 검’으로 중국권 시장 공략과 극장 흥행을 동시에 노린 듯하지만…. “바보야, 문제는 콘텐츠의 완성도야!”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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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인잔치 보이콧”에 아카데미 대책마련 전전긍긍… 흑인이 사회보고 시상하고 축하공연까지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흑인 영화인을 배려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올해 시상식은 감독상과 작품상,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2년 연속 흑인 혹은 흑인 관련 영화가 하나도 오르지 못해 흑인을 비롯한 소수자를 차별한다는 집중 포화를 받았다. 스파이크 리 감독, 배우 윌 스미스 등 흑인 영화인이 보이콧 선언을 하기도 했다. 시상식 사회자로 나선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은 논란을 비켜가는 대신 시작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은 ‘화이트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백인들이 선택하는 상)로 알려져 있지 않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만약에 사회자도 후보를 올려 경쟁시켰다면 나는 이 자리에 아예 못 섰을 거다. 그 대신 닐 패트릭 해리스(지난해 사회자)가 올랐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시상식 중에도 흑인 영화인이나 유명인이 전체 시상자와 공연자 중 상당수를 차지했다. 우피 골드버그 등 흑인 코미디언 겸 배우들이 ‘대니쉬 걸’ ‘마션’ 등 주요 후보작의 주인공을 연기한 특별 패러디 영상도 상영됐다. 특히 록이 맷 데이먼 대신 ‘마션’의 주인공으로 나온 장면에서는 “흑인을 위해 백인들의 달러를 쓸 수는 없지”라며 실제 영화와는 반대로 구조를 포기하는 풍자적인 대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 로스앤젤레스의 흑인 걸스카우트 단원들이 관객들에게 과자를 판매하는 깜짝 이벤트와 흑인 거주지이자 힙합 탄생지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콤프턴의 극장 앞에서 흑인 관객들을 사회자인 록이 직접 인터뷰해 실제 관객의 인식과 시상식의 괴리를 보여주는 영상도 선보였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셰릴 분 아이작스 위원장은 시상식 후반 무대에 등장해 “포용성은 우리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 아카데미 회원 여러분이 포용성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아카데미 시상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짧은 연설을 했다.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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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자’ 디캐프리오 20년만에 오스카 움켜쥐다

    《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를 안았다.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출연한 디캐프리오에게 돌아갔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했다. 》○ ‘레버넌트’, 3관왕 차지 디캐프리오는 1994년 남우조연상 후보에, 2004년 2006년 2013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20여 년간 아카데미에 도전한 끝에 꿈을 이뤘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저는 오늘 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 역시 이 지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며 “‘레버넌트’는 인간과 자연의 호흡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촬영한 2015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온난화는 인류가 직면한 위협”이라고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타이타닉’에서 그와 함께 연기했던 케이트 윈즐릿은 디캐프리오가 수상자로 호명되자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글썽였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 ‘버드맨’으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아카데미 역사상 감독상 2연패는 존 포드, 조지프 맨키어비치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이냐리투 감독은 올해 시상식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을 의식한 듯 “여전히 피부색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며 “내 아버지 말씀대로 피부색이 우리의 머리카락 길이만큼이나 의미 없는 것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시상식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레버넌트’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재주는 ‘매드맥스’가 넘고, 알맹이는 ‘레버넌트’가 챙겼다. 시상식 초반 ‘매드맥스’가 의상·분장·미술·편집상 등을 수상하며 6관왕에 올라 기세를 떨쳤지만 핵심 분야인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레버넌트’는 감독·남우주연·촬영상 등 3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여우조연상은 ‘대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남우조연상은 ‘스파이 브릿지’의 마크 라일런스가 수상했다. ‘시네마 천국’ ‘미션’ 등 작품의 음악을 작곡해 영화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엔니오 모리코네(88)는 영화 ‘헤이트풀8’로 6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음악상을 수상했다.○ 작품상에 ‘스포트라이트’… “성폭력 생존자 보호” 유색인종 차별 논란으로 시작 전부터 시끄러웠던 이번 시상식의 또 다른 이슈는 성폭력이었다. 최고상인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보스턴에서 벌어진 가톨릭 사제들의 집단적 아동 성폭력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영화의 제작자인 마이클 슈거는 수상 소감에서 “영화가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목소리를 줬고, 오스카상은 그 목소리를 증폭시켰다”며 “프란치스코 교황께, 이제는 신앙을 복구하고 아이들을 보호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 역시 레이디 가가가 미국 대학 내 성폭력 현실을 다룬 다큐 영화 ‘더 헌팅 그라운드’의 주제가로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틸 잇 해픈스 투 유’를 부르는 순간이었다. 공연에 앞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조 바이든 부통령은 “(성폭력이 만연한) 문화를 바꾸자. 바꿀 수 있고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한 뒤 가가를 소개했다. 정치인으로는 환경 문제에 관한 다큐 ‘불편한 진실’이 2007년 장편 다큐상을 받으면서 다큐에 출연했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도 2013년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적이 있다. 무대에 등장한 가가는 ‘생존자’ ‘내 탓이 아니다’ 등 자신들의 목소리를 팔뚝에 적어 넣은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노래를 열창했다. 이 장면에서 ‘스포트라이트’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레이철 매캐덤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기도 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리 라슨이 ‘룸’에서 연기한 조이도 17세 때 한 남자에게 납치돼 3.5m² 남짓한 작은 방에서 7년 동안 성폭행당하며 아들을 낳고 키우다 탈출한 여성이다.:: 부문별 수상작 ::▶ 작품상=스포트라이트(감독 토머스 매카시)▶ 감독상=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남우주연상=리어나도 디캐프리오(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여우주연상=브리 라슨(룸)▶ 각본상=스포트라이트▶ 각색상=빅쇼트▶ 촬영상=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편집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음향효과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음향편집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음악상=헤이트풀8▶ 주제가상=007 스펙터▶ 시각효과상=엑스 마키나▶ 미술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의상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분장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외국어 영화상=사울의 아들(헝가리 영화)▶ 장편 애니메이션상=인사이드 아웃▶ 단편 애니메이션상=곰 이야기▶ 장편 다큐멘터리상=에이미▶ 단편 다큐멘터리상=어 걸 인 더 리버:더 프라이스 오브 포기브니스▶ 단편 영화상=말더듬이이새샘 iamsam@donga.com·김배중 기자 }

    •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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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카, ‘인종차별’ 논란 의식했나…유색인종 배려 흔적 곳곳에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은 흑인 영화인을 배려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올해 시상식은 감독상과 작품상, 남녀 주, 조연상 후보에 2년 연속 흑인 혹은 흑인 관련 영화가 하나도 오르지 못해 흑인을 비롯한 소수자를 차별한다는 집중 포화를 받았다. 스파이크 리 감독, 배우 윌 스미스 등 흑인 영화인이 보이콧 선언을 하기도 했다. 시상식 사회자로 나선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락은 논란을 비껴가는 대신 시작부터 “아카데미시상식은 ‘화이트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백인들이 선택하는 상)로 알려져 있지 않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만약에 사회자도 후보를 올려 경쟁시켰다면 나는 이 자리에 아예 못 섰을 거다. 대신 닐 패트릭 해리스(지난해 사회자)가 올랐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시상식 중에도 흑인 등 유색인종을 배려하려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흑인 영화인이나 유명인이 전체 시상자와 공연자 중 상당수를 차지했다. 우피 골드버그 등 흑인 코미디언 겸 배우들이 ‘대니쉬 걸’ ‘마션’ 등 주요 후보작의 주인공을 연기한 특별 패러디 영상도 상영됐다. 특히 락이 맷 데이먼 대신 ‘마션’의 주인공으로 나온 장면에서는 “흑인을 위해 백인들의 달러를 쓸 수는 없지”라며 실제 영화와는 반대로 구조를 포기하는 풍자적인 대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 LA의 흑인 걸스카우트 단원들이 관객들에게 과자를 판매하는 깜짝 이벤트와 흑인 거주지이자 힙합 탄생지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컴턴의 극장 앞에서 흑인 관객들을 사회자인 락이 직접 인터뷰해 실제 관객의 인식과 시상식의 괴리를 보여주는 영상도 선보였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셰릴 분 아이작스 위원장은 시상식 후반 무대에 등장해 “포용성은 우리를 더 견고하게 한다. 아카데미 회원 여러분들이 포용성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아카데미시상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짧은 연설을 했다.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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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캐프리오, 마침내 오스카상 품었다…‘레버넌트’로 남우주연상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를 안았다. 29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출연한 디캐프리오에게 돌아갔다.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했다. ● ‘레버넌트’, 3관왕 차지 디캐프리오는 1994년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2004년 2006년 2013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20여 년간 아카데미에 도전한 끝에 꿈을 이뤘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저는 오늘 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들 역시 이 지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며 “‘레버넌트’는 인간과 자연의 호흡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촬영한 2015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온난화는 인류가 직면한 위협”이라고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타이타닉’에서 그와 함께 연기했던 케이트 윈즐릿은 디캐프리오가 수상자로 호명되자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글썽였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 ‘버드맨’으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아카데미 역사상 감독상 2연패는 존 포드, 조셉 맨키위즈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이냐리투 감독은 올해 시상식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을 의식한 듯 “여전히 피부색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며 “내 아버지 말씀대로 피부색이 우리의 머리카락 길이만큼이나 의미 없는 것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시상식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레버넌트’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재주는 ‘매드맥스’가 넘고, 알맹이는 ‘레버넌트’가 챙겼다. 시상식 초반 ‘매드맥스’가 의상·분장·미술·편집상 등을 수상하며 6관왕에 올라 기세를 떨쳤지만 핵심 분야인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레버넌트’는 감독·남우주연·촬영상 3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여우조연상은 ‘대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남우조연상은 ‘스파이 브릿지’의 마크 라일런스가 수상했다. ‘시네마 천국’ ‘미션’ 등을 작곡해 영화 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엔니오 모리코네(88)는 영화 ‘헤이트풀8’로 6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음악상을 수상했다. ● 작품상에 ‘스포트라이트’… “성폭행 피해자 보호” 유색인종 차별 논란으로 시작 전부터 시끄러웠던 이번 시상식의 또 다른 이슈는 성폭력이었다. 최고상인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보스턴에서 벌어진 가톨릭 사제들의 집단적 아동 성폭력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영화의 제작자인 마이클 슈거는 수상 소감에서 “영화가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목소리를 줬고, 오스카상은 그 목소리를 증폭시켰다”며 “프란치스코 교황께, 이제는 신앙을 복구하고 아이들을 보호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 역시 레이디 가가가 미국 대학 내 성폭력 현실을 다룬 다큐 영화 ‘더 헌팅 그라운드’의 주제가로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틸 잇 해픈스 투 유’를 부르는 순간이었다. 공연에 앞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조 바이든 부통령은 “(성폭력이 만연한) 문화를 바꾸자. 바꿀 수 있고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한 뒤 가가를 소개했다. 정치인으로는 환경 문제에 관한 다큐 ‘불편한 진실’이 2007년 장편 다큐상을 받으면서 다큐에 출연했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도 2013년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적이 있다. 무대에 등장한 가가는 ‘생존자’ ‘내 탓이 아니다’ 등 자신들의 목소리를 팔뚝에 적어 넣은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노래를 열창했다. 이 장면에서 ‘스포트라이트’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레이철 매캐덤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기도 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리 라슨이 ‘룸’에서 연기한 조이 역도 17세 때 한 남자에게 납치돼 3.5㎡ 남짓한 작은 방에서 7년 동안 성폭행당하며 아들을 낳고 키우다 탈출한 여성이다.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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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南에선 면화, 北에선 양… 일제 조선수탈 영상 확인

    일제강점기 남면북양(南綿北羊) 정책의 실상을 보여주는 영상기록물이 25일 공개됐다. 남면북양 정책은 남쪽에서는 면화, 북쪽에서는 양을 키워 조선을 일제 제조업의 원자재 공급지로 삼으려 했던 일제의 대표적인 수탈 정책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34년 일본이 제작한 기록영화 ‘북선(北鮮·조선의 북쪽을 뜻함)의 양은 말한다’ 등 1920, 30년대 기록영상 7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선의 양은…’에는 1934년 호주산 양이 수입되는 과정과 양의 털을 깎아 옷감을 짜는 장면, 조선인들을 동원해 양을 사육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자료원 측은 “북양 정책의 경우 지역적 한계로 관련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데 그 실상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희귀한 자료”라고 전했다. 영상물을 확인한 송규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영상 검열기관이 일본군사령부라는 점, 양들이 동양척식주식회사(동척)가 운영하는 목장으로 보내졌다는 점 등이 기록돼 당시 군부와 동척이 수탈에 광범위하게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1924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열린 축산공진회 영상, 독일 성 베네딕도회 소속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1925년 제작한 영상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의 편집 전 원본 영상 및 같은 시기 제작된 미공개 단편 영상 4점도 함께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3월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리는 무료 상영회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상영회에서는 관련 영상에 대한 해설도 함께 진행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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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멜로여왕, 북유럽의 풍광만큼 빛나다

    배우 전도연(43)은 늘 로맨스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첫 영화 주연작인 ‘접속’(1997년)은 PC통신의 등장으로 빚어진 사이버 연애의 새로운 양상을 그렸다. ‘약속’(1998년)은 당시 유행이었던 최루성 멜로에 ‘조폭 코드’를 결합했다. 외환위기 직후 사회상이 응축된 ‘해피엔드’(1999년)도 있다. 사극 멜로인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 에이즈에 걸린 다방 종업원으로 나온 ‘너는 내 운명’(2005년), 2007년 금융위기를 반영한 듯 돈이 없는 백수 남자와 백수 여자가 등장하는 ‘멋진 하루’(2008년)까지 모두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유행을 이끄는 영화들이었다. 출연한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별을 쏘다’(2002년)에서는 조인성과 이전까지 드물었던 연상연하 커플을 연기했다. 심지어 남자를 톱 배우로 키우는 매니저 역할로 여성이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프라하의 연인’(2005년)에서는 대통령의 딸이자 능력 있는 외교관을 연기하며 ‘역(逆)신데렐라’ 스토리를 탄생시켰다. 25일 개봉한 영화 ‘남과 여’는 그가 오랜만에 도전하는 정통 멜로다. 액션이나 누아르, 무협 등 장르영화에 출연하며 멜로와는 거리를 두던 그가, ‘멋진 하루’의 이윤기 감독과 다시 함께 작업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가 맡은 역할인 상민은 핀란드로 와 자폐아인 아들을 특수학교에 보낸다. 그곳에서 상민은 역시 우울증을 앓는 딸을 키우는 기홍(공유)을 만난다. 캠프를 떠난 아이들을 따라갔다 돌아오는 길에 쏟아지는 폭설로 고립된 둘은 사랑에 빠진다. 꽁꽁 언 호수와 빽빽한 침엽수림,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 그리고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영화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빡빡한 현실의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상민의 남편은 신경정신과 전문의지만 정작 아이를 돌보며 일까지 하느라 옥죄어진 아내의 마음에는 별 관심이 없다. 기홍은 딸과의 관계가 소원할뿐더러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아내까지 책임지느라 지친 상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으로 일컬어지는 21세기 한국다운 설정이다. 불륜이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간통죄 폐지라는 사회 이슈를 선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뿐이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불륜이라는 점에서 ‘남과 여’는 언뜻 ‘해피엔드’와 쌍을 이루는 작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물의 민낯과 현실의 지질함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해피엔드’와 달리 ‘남과 여’는 끊임없이 뒤로 물러난다. 생계에 별 걱정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은 핀란드와 부산, 그리고 어딘가의 바닷가에서 벌어진다. 현실과 유리된 환상적인 공간에서 그들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것은 아이뿐이다. 감정이입하기보다는 관람하게 되는 사랑, 지극히 장르의 관습에 충실한 멜로에 그친다. 영화를 건져내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공유는 우유부단하기만 한 기홍 역을 귀엽게 소화한다. 전도연은 17년 전 ‘해피엔드’의 주인공 보라보다 성숙하고, 그래서 보라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상민을 맡아 그다운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상민이 자기 선택으로 일어난 모든 일을 감수하고, 타인의 위로를 받아들이는 마지막 장면의 섬세한 연기는 북유럽의 투명한 풍경만큼이나 아름답게 남아 관객의 마음을 건드린다. 25일 개봉. 18세 이상. ★★★(별 5개 만점)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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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실이 관객을 움직였다”… ‘귀향’ 개봉 첫날 15만명 1위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한국 영화 ‘귀향’(사진)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60억 원)의 절반도 안 되는 25억 원으로 제작된 영화가 흥행 1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할리우드 영화 ‘데드풀’과 ‘주토피아’가 각각 2위와 3위였고, 개봉 4주 차인 ‘검사외전’이 4위였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24일 15만4728명을 모아 1위에 올랐다. ‘귀향’의 제작사는 25일 “예매율이 27%로 1위이고 좌석점유율도 42.5%로 높아 향후 흥행 전망도 밝다”고 밝혔다. 영화는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첫 일본군 위안부 증언이 나온 직후를 배경으로 위안부 피해자인 영옥(손숙)의 회상과 치유를 담았다. 관객의 반응은 뜨겁다. 영화를 본 유은서 양(14)은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났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아픈 과거를 왜 자꾸 떠올릴까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나 같아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가 다 끝났는데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영화는 처음이었다”, “이 영화가 세계에 알려졌으면 좋겠다” 등의 누리꾼 반응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귀향’이 ‘소리굽쇠’(2015년) ‘마지막 위안부’(2014년) 등 위안부를 다룬 이전 영화에 비해 극적 재미와 완성도를 갖춰 흥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치유의 메시지를 담아 관객의 ‘역사적 부채감’을 해소해 주는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귀향’은 작은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스크린 512개로 개봉했다. 이 역시 관객이 이끌어 낸 결과다. 한 극장 체인 관계자는 “개봉 전부터 ‘귀향’의 예매율이 상위권에 오르고 관련 댓글이 쏟아지는 등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던 점을 감안해 더 많은 스크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연출한 조정래 감독은 2002년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본 뒤 작품을 구상했다. 2014년 10월 촬영을 시작했지만 제작비가 부족해 촬영이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다가 맛보기 영상이 공개된 뒤 시민 7만5270명이 제작비의 절반인 약 12억 원을 모아 줬다. 재일동포 연기자를 비롯해 배우 대부분도 출연료 없이 참여했다. 조 감독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조차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서 이 영화가 문화적 증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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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과 여’의 전도연, ‘해피엔드’의 불륜 연기와 다른 점은…

    배우 전도연(43)은 늘 로맨스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첫 영화 주연작인 ‘접속’(1997년)은 PC통신의 등장으로 빚어진 사이버 연애의 새로운 양상을 그렸다. ‘약속’(1998년)은 당시 유행이었던 최루성 멜로에 ‘조폭 코드’를 결합했다. 외환위기 직후 사회상이 응축된 ‘해피엔드’(1999년)도 있다. 사극 멜로인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 에이즈에 걸린 다방 종업원으로 나온 ‘너는 내 운명’(2005년), 2007년 금융위기를 반영한 듯 돈이 없는 백수 남자와 백수 여자가 등장하는 ‘멋진 하루’(2008년)까지 모두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유행을 이끄는 영화들이었다. 출연한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별을 쏘다’(2002년)에서는 조인성과 이전까지 드물었던 연상연하 커플을 연기했다. 심지어 남자를 톱 배우로 키우는 매니저 역할로 여성이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프라하의 연인’(2005년)에서는 대통령의 딸이자 능력 있는 외교관을 연기하며 ‘역(逆) 신데렐라’ 스토리를 탄생시켰다. 25일 개봉한 영화 ‘남과 여’는 그가 오랜만에 도전하는 정통 멜로다. 액션이나 누아르, 무협 등 장르영화에 출연하며 멜로와는 거리를 두던 그가, ‘멋진 하루’의 이윤기 감독과 다시 함께 작업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가 맡은 역할인 상민은 핀란드로 와 자폐아 아들을 특수학교에 보낸다. 그곳에서 상민은 역시 우울증을 앓는 딸을 키우는 기홍(공유)을 만난다. 캠프를 떠난 아이들을 따라갔다 돌아오는 길에 쏟아지는 폭설로 고립된 둘은 사랑에 빠진다. 꽁꽁 언 호수와 빽빽한 침엽수림,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 그리고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영화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빡빡한 현실의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상민의 남편은 신경정신과 전문의지만 정작 아이를 돌보며 일까지 하느라 옥죄어진 아내의 마음에는 별 관심이 없다. 기홍은 딸과의 관계가 소원할뿐더러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아내까지 책임지느라 지친 상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으로 일컬어지는 21세기 한국다운 설정이다. 불륜이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간통죄 폐지라는 사회 이슈를 선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 뿐이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불륜이라는 점에서 ‘남과 여’는 언뜻 ‘해피엔드’와 쌍을 이루는 작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물의 민낯과 현실의 지질함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는 ‘해피엔드’와 달리 ‘남과 여’는 끊임없이 뒤로 물러난다. 생계에 별 걱정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은 핀란드와 부산, 그리고 어딘가의 바닷가에서 벌어진다. 현실과 유리된 환상적인 공간에서 그들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것은 아이 뿐이다. 감정 이입하기보다는 관람하게 되는 사랑, 지극히 장르의 관습에 충실한 멜로에 그친다. 영화를 건져내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공유는 우유부단하기만 한 기홍 역을 귀엽게 소화한다. 전도연은 17년 전 ‘해피엔드’의 주인공 보라보다 성숙하고, 그래서 보라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상민을 맡아 그 다운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상민이 자기 선택으로 일어난 모든 일을 감수하고, 타인의 위로를 받아들이는 마지막 장면의 섬세한 연기는 북유럽의 투명한 풍경만큼이나 아름답게 남아 관객의 마음을 건드린다. 25일 개봉. 18세 이상. ★★★(별 5개 만점)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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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현 “열일곱의 나, 그대로 화면에 담았어요”

    “처음 큰 역을 맡은 것은 열 살 때 ‘전설의 고향’(2008년)이에요. 연기가 뭔지도 몰랐을 때라 엄청 혼났어요. 그런데도 전 와이어 촬영하는 게 너무 신나더라고요.” 와이어에 매달리는 것이 재미있어 계속 연기하고 싶었던 소녀는 이제 까맣게 태운 맨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울 줄 아는 배우가 됐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순정’(12세 이상)에서 주인공 수옥 역을 맡은 김소현(17) 얘기다. 수옥은 다리를 저는 장애에도 라디오 DJ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는 밝고 강단 있는 섬 소녀다. 이전 작품들에서 아역이면서도 세련되고 청순한 이미지를 선보였던 그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사시사철 바지 차림의 털털한 소녀로 나온다. 영화는 수옥을 비롯해 범실(도경수) 산돌(연준석) 개덕(이다윗) 길자(주다영)까지 소꿉친구 5총사 이야기다. 마흔이 된 주인공들의 2016년 현재와 이들이 열일곱이던 1990년대 초를 오간다. “수옥이 듣는 팝송 중에 ‘테이크 온 미’를 엄마가 좋아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올드팝은 제가 꼭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더라도 그 시대를 느끼게 하는 힘이 있는 거 같아요.” 첫 영화 주연인 데다 또래 배우들하고만 호흡을 맞추는 것도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편하고 즐겁긴 했는데 아역 연기할 때처럼 제가 묻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특히 코믹한 장면에서 맛을 살려야 하는데, 노하우가 없으니 어려웠어요.” 하지만 전남 고흥 일대에서 진행된 촬영은 열일곱 김소현을 그대로 영화 속에 담을 수 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태풍이 와서 섬에 고립된 적이 있어요. 길자 언니랑 줄넘기도 하고, 마을회관 마루에 누워 동네 분들이 주신 감자랑 만두도 먹고…. 수학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아, 이런 게 수학여행의 기분이겠다’라고 생각했죠. 수옥이가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장면은 제 원래 모습이 많이 담겼어요.” 영화에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도경수와의 ‘키스인 듯 키스 아닌 키스신’도 등장한다. 그는 “준비를 많이 했는데 대사도 안 들릴 정도로 비가 쏟아지니 감정이 와 닿질 않아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힘든 장면이었다”며 “엑소 팬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했는데 영화 자체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했다”고 말했다. “예전에 선배 배우분께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 배우 생활은 끝이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 말을 늘 기억하려고 해요. 저는 제 30, 40대가 기대돼요. 계속 노력하면 좀더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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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外 콘텐츠와 화질, 넷플릭스에 못미쳐

    ‘왓챠플레이’는 영화 추천 및 별점 앱으로 유명한 ‘왓챠’가 지난달 말 론칭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다. 한 달 이용료는 4900원으로 넷플릭스(월 7.99∼11.99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넷플릭스 대항마, 혹은 한국판 넷플릭스로 유명해졌다. 가입 및 로그인이 편리하다는 점은 넷플릭스와 비슷했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아직 모바일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보던 콘텐츠를 이동하면서 이어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용료에 따라 초고화질(UHD)까지 제공하는 넷플릭스에 비해서 화질은 떨어지는 편이다. 차별점은 영화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비해 풍부하다는 점이다. 1970, 80년대 추억의 영화부터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같은 비교적 최근 작품까지 있다. 드라마는 반대로 ‘그레이 아나토미’처럼 이미 국내에 알려진 지 오래된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맹점이 있다. 넷플릭스의 주요 콘텐츠는 드라마다. 여러 편을 몰아 보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미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좋아한다면 넷플릭스에서 시즌1∼3 총 39편을 볼 수 있다. 국내 드라마 VOD 편당 가격이 1200∼1500원 선이니 한 달 동안 시즌 1만 봐도 이득인 셈이다. 게다가 국내 다른 사이트에서는 볼 수 없는 독점 콘텐츠다. 왓챠플레이의 경우 1편으로 완결되는 영화가 대부분이라 여러 편을 한꺼번에 몰아 볼 이유가 없다. 원하는 영화를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월 4900원은 분명 저렴하지만, 한 달에 영화 1, 2편을 보는 데 그친다면 굳이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론칭 당시 내세웠던 왓챠플레이만의 콘텐츠 추천 기능이다. 왓챠플레이는 가입 단계에서 이미 본 영화에 대한 별점을 남기도록 해서 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기자에게 추천된 콘텐츠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빅 피쉬’ ‘판의 미로’ 등이었다. 어떤 메커니즘으로 추천됐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본 영화들인 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영화였다. ★★(별 5개 만점)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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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수 부산시장, BIFF 조직위원장 사퇴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병수 부산시장(사진)이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 서 시장은 18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국제영화제 혁신과 새 출발을 위해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맡기겠다. 26일로 임기가 끝나는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재위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원장은 그동안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아 왔다. 시 관계자는 “새 조직위원장 인선과 임명 방식 등은 영화제와 시가 향후 협의해 정할 것”이라며 “조직위원장이 바뀌더라도 올해 영화제의 경우 예산 책정 등 주요 사안은 이미 결정된 상태로 개최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서 시장의 결단을 환영한다”면서도 “영화제와 국내외 영화인은 서 시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영화제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요구한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해서는 정관 개정이 총회에서 논의돼야 하지만 시가 밝힌 정기총회 안건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한 명시적 조치가 이뤄질 경우 이 위원장의 거취도 유연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와 영화제는 2014년 영화제 당시 시의 다큐 ‘다이빙벨’ 상영 중단 요구를 영화제가 거부하면서 시가 이 위원장 사퇴를 종용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부산=조용휘 silent@donga.com / 이새샘 기자}

    • 20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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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 월 4900원 값어치 있나

    ‘왓챠플레이’는 영화 추천 및 별점 앱으로 유명한 ‘왓챠’가 지난달 말 런칭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다. 한달 이용료는 4900원으로 넷플릭스(월 7.99~11.99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넷플릭스 대항마, 혹은 한국판 넷플릭스로 유명세를 탔다. 가입 및 로그인이 편리하다는 점은 넷플릭스와 비슷했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아직 모바일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보던 콘텐츠를 이동하면서 이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용료에 따라 UHD화질까지 제공하는 넷플릭스에 비해서 화질은 떨어지는 편이다. 차별점은 영화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비해 풍부하다는 점이다. 1970, 80년대 추억의 영화부터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같은 비교적 최근 작품까지 있다. 드라마는 반대로 ‘그레이 아나토미’처럼 이미 국내에 알려진 지 오래된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맹점이 있다. 넷플릭스의 주요 콘텐츠는 드라마다. 여러 편을 몰아보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미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좋아한다면, 넷플릭스에서 시즌1~3까지 총 39편을 볼 수 있다. 국내 드라마 VOD 1편당 가격이 1200~1500원 선이니 한 달 동안 시즌 1만 봐도 이득인 셈이다. 게다가 국내 다른 사이트에서는 볼 수 없는 독점 콘텐츠다. 왓챠플레이의 경우 1편으로 완결되는 영화가 대부분이라 여러 편을 한꺼번에 몰아 볼 이유가 없다. 원하는 영화를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월 4900원은 분명 저렴하지만, 한달에 영화 1, 2편을 보는데 그친다면 굳이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런칭 당시 내세웠던 왓챠플레이만의 콘텐츠 추천 기능이다. 왓챠플레이는 가입 단계에서 이미 본 영화에 대한 별점을 남기도록 해서 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기자에게 추천된 콘텐츠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빅 피쉬’ ‘판의 미로’ 등이었다. 어떤 메커니즘으로 추천됐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본 영화들인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영화였다. ★★(별 5개 만점)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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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찮거나 허무하거나… 변종 슈퍼 히어로의 ‘끝판 왕’들

    할리우드 영화의 대세인 슈퍼 히어로물은 흥행 보장 장르다. 그동안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처럼 완벽하게 타고난 히어로에서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처럼 결함을 딛고 성장하는 히어로로 변신을 거듭해 왔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 히어로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데드풀’(18세 이상)과 국내서 TV 애니메이션 블루레이 정식 발매를 앞두고 있는 일본 만화 ‘원펀맨’은 변종 히어로물의 ‘끝판 왕’이다.○ 데드풀: 하찮은 히어로 “나는 히어로가 되고 싶지 않다고!” 악당을 자처하는 해결사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치료를 위해 생체실험에 참여했다 불사(不死)에 가까운 재생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외모가 망가진 그는 여자친구 앞에도 나설 수 없는 신세가 된다. 그에게 남은 건 저질 유머감각과 복수심뿐이다. 데드풀은 히어로물의 모든 클리셰(전형적인 설정과 표현)를 역이용한다. 사람을 죽이며 살인 기록을 세고, 자살했다가 다시 살아난다. “곪아 터진 아보카도를 닮았다”는 외모는 눈뜨고 보기 힘들고, 히어로 집단인 엑스맨에 합류하라는 권유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다른 히어로들의 영웅다운 행동을 대놓고 비웃고, 자기가 영화 캐릭터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하찮은’ 악당이기를 자처하는 데드풀에 대한 관객 반응은 뜨겁다. 12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개봉해 북미에서 나흘 동안 1억5000만 달러(약 1820억 원)를 벌어들였다. 역대 R등급(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가 개봉 첫 주말에 수립한 최고 흥행 기록을 깼다. 세계 흥행 수입은 15일 현재까지 2억8210만 달러(약 3430억 원)에 이른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히어로물이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스케일을 키우거나 이야기를 변주해 차별화해야 한다. ‘데드풀’은 후자의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드풀’의 제작비는 기존 히어로물의 절반 수준인 5800만 달러(약 700억 원)다. 외신들은 “앞으로 히어로물은 제작비를 줄이고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며 ‘데드풀’의 성공을 조명하고 있다.○ 원펀맨: 허무주의 히어로 “취미로 히어로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일본 만화 ‘원펀맨’의 주인공은 대머리에 멍한 표정, 촌스러운 노란색 의상, 구부정한 어깨의 평범한 취업준비생 사이타마다. 악당과의 치열한 전투? 그런 거 없다. 매일 팔굽혀펴기 100개, 스쿼트 100개, 10km 달리기를 하며 강해진 전투력 덕분에 단 한 방이면 모든 악당을 무찌른다. 그래서 ‘원 펀치 맨(One punch man)’, 원펀맨이다. 도덕적 의무감 역시 없다. 히어로 노릇은 슈퍼마켓 특가 세일이 끝나기 전에 후딱 해치우는 취미생활, 혹은 귓가에 웽웽거리는 모기를 잡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쪽(악당)도 준비한 게 있을 텐데…”라며 미안해하는 원펀맨, 사이타마를 보자면 허탈해진다. 허무 개그와 히어로물이 결합한 모양새다. ‘원펀맨’은 2009년 일본에서 온라인으로 연재를 시작한 뒤 3년여 만에 약 800만 조회수를 기록한 히트작이다. 단행본 1, 2권은 미국에서 전자출판이 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만화책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국내에는 9권까지 출간돼 현재까지 약 30만 부가 팔렸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영웅다운 영웅, 영웅적 역할을 하는 인물을 찾기 힘든 시대”라며 “권력도, 경제력도 없는 평범한 주인공을 내세운 일상성 강한 히어로물이 앞으로 더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김윤종 기자}

    •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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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군 위안부 참상 고발 영화 ‘귀향’ 조정래 감독

    “2002년 나눔의 집에 처음 봉사활동을 갔을 때만 해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몰랐어요. 할머니들을 뵙고 얘기를 나누면서 너무나 부끄러웠고, 또 죄책감을 갖게 되더군요.” 조정래 감독(43)에게 24일 개봉하는 영화 ‘귀향’은 14년 동안 그려온 꿈이었다. “봉사활동을 다니던 중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처음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날 밤 그림 속 소녀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꿨고, 일본군 위안부들이 겪은 참상을 알리고 그분들의 넋을 위로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죠.” 그동안 ‘두레소리’(2011년) ‘파울볼’(2014년) 등을 연출한 조 감독. 하지만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3년 시나리오 초고가 나왔지만 제작비 조달이 쉽지 않았다. 결국 2014년 다수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총 7만5270명이 참여해 순제작비의 절반이 넘는 12억여 원을 모았다. “처음 펀딩을 할 때는 1000만 원을 모으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하루 만에 3000만 원 이상이 모였죠. 기적 같았어요.” 영화는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첫 일본군 위안부 증언이 나온 직후를 배경으로 위안부 피해자였던 영옥(손숙)이 과거를 회상하며 전개된다. 영옥은 자신과 함께 위안소에 끌려갔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한 친구 정민(강하나)을 떠올리며, 그를 위한 씻김굿을 정민과 같은 나이의 소녀 은경(최리)에게 부탁한다. 영화는 당시 일본군 위안소 풍경, 위안소 운영 방식과 전쟁이 끝난 직후 피해자들이 어떻게 희생됐는지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할머니들의 증언집을 참고해 대사에 반영하기도 했다. 조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의 희생이 없었다면 영화가 완성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특히 일본인 역할을 맡은 재일교포 배우들은 목숨을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촬영 당시 주인공 정민과 같은 나이인 14세였던 강하나 양 역시 재일교포 4세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하나같이 ‘정말 그렇게 어린 소녀들이 끌려갔었느냐’고 물어요. 당시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평균 나이는 16세로, 대부분 초경 전이었다고 하죠.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주도한 폭력입니다.” 14년 만에 꿈을 이뤘지만 조 감독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 특히 일본 관객이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저께 일본 요코하마에서 후원자 시사회를 했는데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이 우시더군요. 일본에서 꼭 상영돼야 한다는 말도 해주시고요. ‘귀향’이 일종의 문화적 증거물로, 조금이나마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길 바랍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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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 해촉… 부산시와 ‘다이빙벨’ 갈등 겪기도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61·사진)이 이달 말 사실상 해촉된다. 16일 부산시 관계자는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 위원장을 재선임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이 위원장이 현재 협찬금 중개수수료 회계 집행 누락 등 공금 횡령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로 이 위원장 체제 아래서 영화제 쇄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와 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중단하라는 시의 요구를 영화제 측이 거부한 이후 시가 이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영화제 측은 “시에서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이 위원장 해임은 정치적 공격이며, 시의 영화제 길들이기”라고 반발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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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돌아온 X파일이 왠지 슬퍼지는 까닭

    태초에 ‘엑스파일’이 있었다. ‘CSI’도 ‘24’도 ‘미드폐인’도 없던 그때에, ‘엑스파일’이 있었다. ‘뚜두두둥∼ 와왕왕왕왕와∼’ 하는 오프닝 음악과 “멀더” “스컬리” 하는 성우들의 연기로 각인된 ‘엑스파일’은 그 무렵 국내에서 보기 드문 팬덤을 형성한 미드(미국 드라마)였다. ‘엑스파일’이 지난달 24일부터 총 6회 분량으로 시즌10 방영을 시작했다. 시즌9가 방영된 지 무려 14년 만이다. 드라마 속에서 외계인이 침공을 시작하는 운명의 날로 지목됐던 2012년 12월 22일이 4년이나 지난 뒤이기도 하다. 과연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는 건재할까, 외계인들은, 그 수많은 초자연현상들은 여전할까. 시즌10은 ‘엑스파일’의 주요 줄거리였던 외계인 침공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로즈웰에 추락한 우주선과 외계인, 외계인 유전자를 지닌 소녀가 여전히 등장한다. 대신 음모의 주체를 뒤바꿔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동력을 마련했다. 연방수사국(FBI)을 떠나 의사로 일하는 스컬리와 시골에서 은둔하는 멀더는 주름살만 좀 늘었지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그대로다. 도마뱀 인간이나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나는 믿고 싶다(I want to believe)” 같은 결정적 한마디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여러모로 옛 팬들을 의식한 모양새다. 하지만 왠지 슬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매끈한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로 무장한 새 시리즈는 ‘불시착한 UFO’처럼 느껴진다. 최첨단 기술로 치장한 민속촌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 2016년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딘가 예스럽다. 예전처럼 드라마 속 이상현상들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엑스파일’의 축은 음모론이었다. 외계인은 실재하고 여러 초자연현상도 진짜지만 그 모든 진실은 파일 속에 묻힌다는 의혹 그 자체에 사람들은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이 산뜻하고 명쾌했던 1990년대를 지나 진짜 음모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굳이 외계인을 끼워 넣지 않아도 세상은 이미 충분히 복잡하다. 위키리크스 사태나 스노든의 폭로에서 알 수 있듯 음모론 버금가는 현실을 맞닥뜨린 지 오래고, 누구나 음모를 꾸미고 퍼뜨릴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음모론적 세계관에 기초한 창작물도 수없이 나왔다. 모든 것이 외계인과 정부 때문이라는 일차원적 설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시대에 다시 ‘엑스파일’이라니. 멀더, 거기 어디예요? 아직 1990년대에 있는 건 아니죠?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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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더, 스컬리…아직 1990년대에 있나요?” 돌아온 ‘엑스파일’

    태초에 ‘엑스파일’이 있었다. ‘CSI’도 ‘24’도 ‘미드폐인’도 없던 그 때에, ‘엑스파일’이 있었다. ‘뚜두두둥~ 와왕왕왕왕와~’하는 오프닝 음악과 “멀더” “스컬리”하는 성우들의 연기로 각인된 ‘엑스파일’은 그 무렵 국내에서 보기 드문 팬덤을 형성한 미드였다. ‘엑스파일’이 지난달 24일부터 총 6회 분량으로 시즌10 방영을 시작했다. 시즌9가 방영된 지 무려 14년 만이다. 드라마 속에서 외계인이 침공을 시작하는 운명의 날로 지목됐던 2012년 12월 22일이 4년이나 지난 뒤이기도 하다. 과연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는 건재할까, 외계인들은, 그 수많은 초자연현상들은 여전할까. 시즌10은 ‘엑스파일’의 주요 줄거리였던 외계인 침공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로스웰에 추락한 우주선과 외계인, 외계인 유전자를 지닌 소녀가 여전히 등장한다. 대신 음모의 주체를 뒤바꿔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동력을 마련했다. FBI를 떠나 의사로 일하는 스컬리와 시골에서 은둔하는 멀더는 주름살만 좀 늘었지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그대로다. 도마뱀 인간이나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누가 이런 걸 믿느냐”며 “더 이상 속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멀더의 모습이나, “나는 믿고 싶다(I want to believe)” 같은 결정적 한마디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여러모로 옛 팬들을 의식한 모양새다. 하지만 왠지 슬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매끈한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로 무장한 새 시리즈는 ‘불시착한 UFO’처럼 느껴진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민속촌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 2016년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딘가 예스럽다. 예전처럼 드라마 속 이상현상들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엑스파일’의 축은 음모론이었다. 외계인은 실재하고 여러 초자연현상도 진짜지만 그 모든 진실은 파일 속에 묻힌다는 의혹 그 자체에 사람들은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이 산뜻하고 명쾌했던 1990년대를 지나 진짜 음모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굳이 외계인을 끼워 넣지 않아도 세상은 이미 충분히 복잡하다. 위키리크스 사태나 스노든의 폭로에서 알 수 있듯 음모론 버금가는 현실을 맞닥뜨린 지 오래고, 누구나 음모를 꾸미고 퍼뜨릴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음모론적 세계관이 섬세하게 삽입된 창작물도 수없이 나왔다. 모든 것이 외계인과 정부 때문이라는 일차원적 설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시대에 다시 ‘엑스파일’이라니. 멀더, 거기 어디에요? 아직 1990년대에 있는 건 아니죠?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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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협 생략한 무협영화… 그 여백은 절경의 山水로 채워

    《 중국권 감독들에게 무협영화는 어떤 관문, 혹은 통과의례인 듯하다. 리안(李安)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잡은 뒤 ‘와호장룡’(2000년)을 내놨고,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필모그래피에는 ‘동사서독’(1994년) ‘일대종사’(2013년)가 있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 역시 ‘영웅’(2002년) ‘연인’(2004년)을 잇달아 연출했다. 일정한 경지에 다다른 고수가 자신을 시험하는 폐관수련(외부와 연락을 끊고 수련하는 것) 뒤에 내놓는 성취인 셈이다. 》4일 개봉한 ‘자객 섭은낭’(12세 이상)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손꼽히는 허우샤오셴(侯孝賢·사진)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그의 첫 번째 무협영화다. ‘비정성시’ ‘밀레니엄 맘보’ 등에서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은 그가 중국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한 전기(傳奇)소설의 주인공, 여성 자객 섭은낭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무협영화를 오랫동안 하고 싶었지만 내 현실주의적 면모 때문에 어려웠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무협의 줄거리를 가졌지만 무협 같지 않다. 주인공 은낭(수치)부터가 그렇다. 어릴 적 고관의 아들 계안(장첸)과 정혼했던 은낭은 가문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파혼당하고, 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부모의 손을 떠나 여도사의 손에서 자객으로 키워진다. 은낭이 13년 동안의 수련을 마치고도 인정(人情)에 휘말려 임무를 그르치자 여도사는 아버지를 이어 고위직에 오른 계안을 암살하라며 은낭을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전형적인 무협지 주인공처럼 숙명을 지고 사는 인물이지만, 은낭은 복수심에 불타는 ‘일대종사’의 궁이나, 강호의 고수가 되려는 욕망에 몸부림치는 ‘와호장룡’의 옥교룡과는 다르다. 은낭은 누구든 일격에 제압할 수 있는 무공을 지니고도 끊임없이 망설인다. 인정에 이끌리는 은낭의 모습은 언뜻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결국 그 덕분에 운명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경지로 나아간다. ‘와호장룡’은 세련되고 화려한 경공으로 무협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일대종사’는 빽빽하게 계산된 권법 대결로 중국 영화계에 축적된 무협 액션의 연출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허우 감독은 마치 주인공 은낭처럼 ‘현실적인 무협영화’라는 이율배반적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덜어내고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무협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의 무공 수련 장면은 이 영화에서 생략됐다. 은낭과 적수들과의 대결은 화려하기보다는 일도양단(一刀兩斷)에 가깝다. 결정적인 순간 카메라는 욕심을 버리고 멀어진 채 수풀 사이로 펄럭이는 붉은 옷깃과 번뜩이는 칼날만을 비춘다. 나뭇가지에 걸려 상대를 놓치는 무사의 뒷모습에서 허우 감독이 생각하는 무협 액션의 세계를 짐작할 수 있다. 그 대신 영화는 풍경에 귀 기울이게 하며 덜어낸 자리를 채웠다. 산수화를 보고 그대로 그려냈다고 해도 믿을 만한 영화 속 절경은 이 무협 없는 무협영화를 완성한다. 여도사가 머무는 깎아지른 절벽이나 흑백의 가지가 빽빽한 자작나무 숲, 부상당한 은낭이 몸을 의탁하는 시골 농가는 중국 곳곳에서 찾아낸 실제 풍경이다. 시대를 반영한 섬세한 의상이나 소품과 함께 영화에 들인 공을 짐작하게 한다. 오랫동안 웅크렸다 일격에 상대를 제거하는 은낭의 단검처럼, 허우 감독이 8년 동안의 수련 끝에 내놓은 ‘자객 섭은낭’은 관객의 심장을 은연중에 벤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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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협 없는 무협영화? 허우 감독의 ‘자객 섭은낭’에선…

    중화권 감독들에게 무협영화는 어떤 관문, 혹은 통과의례인 듯하다. 리안(李安)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잡은 뒤 ‘와호장룡’(2000년)을 내놨고,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필모그래피에는 ‘동사서독’(1994년) ‘일대종사’(2013년)가 있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 역시 ‘영웅’(2002년) ‘연인’(2004년)을 잇달아 연출했다. 일정한 경지에 다다른 고수가 자신을 시험하는 폐관수련(외부와 연락을 끊고 수련하는 것) 뒤에 내놓는 성취인 셈이다. 4일 개봉한 ‘자객 섭은낭’(12세 이상)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손꼽히는 허우샤오셴(侯孝賢)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그의 첫 번째 무협영화다. ‘비정성시’ ‘밀레니엄 맘보’ 등에서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은 그가 중국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한 전기(傳奇)소설의 주인공, 여성 자객 섭은낭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무협영화를 오랫동안 해오고 싶었지만 내 현실주의적 면모 때문에 어려웠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무협의 줄거리를 가졌지만 무협 같지 않다. 주인공 은낭(수치)부터가 그렇다. 어릴 적 고관의 아들 계안(장첸)과 정혼했던 은낭은 가문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파혼당하고, 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부모의 손을 떠나 여도사의 손에서 자객으로 키워진다. 은낭이 13년 동안의 수련을 마치고도 인정(人情)에 휘말려 임무를 그르치자 여도사는 아버지를 이어 고위직에 오른 계안을 암살하라며 은낭을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전형적인 무협지 주인공처럼 숙명을 지고 사는 인물이지만, 은낭은 복수심에 불타는 ‘일대종사’의 궁이나, 강호의 고수가 되려는 욕망에 몸부림치는 ‘와호장룡’의 옥교룡과는 다르다. 은낭은 누구든 일격에 제압할 수 있는 무공을 지니고도 끊임없이 망설인다. 인정에 이끌리는 은낭의 모습은 언뜻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결국 그 덕분에 운명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경지로 나아간다. ‘와호장룡’은 세련되고 화려한 경공으로 무협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일대종사’는 빽빽하게 계산된 권법 대결로 중국 영화계에 축적된 무협 액션의 연출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허우 감독은 마치 주인공 은낭처럼 ‘현실적인 무협영화’라는 이율배반적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덜어내고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무협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의 무공 수련 장면은 이 영화에서 생략됐다. 은낭과 적수들과의 대결은 화려하기보다는 일도양단(一刀兩斷)에 가깝다. 결정적인 순간 카메라는 욕심을 버리고 멀어진 채 수풀 사이로 펄럭이는 붉은 옷깃과 번뜩이는 칼날만을 비춘다. 나뭇가지에 걸려 상대를 놓치는 무사의 뒷모습에서 허우 감독이 생각하는 무협 액션의 세계를 짐작할 수 있다. 대신 영화는 풍경에 귀 기울이게 하며 덜어낸 자리를 채웠다. 산수화를 보고 그대로 그려냈다고 해도 믿을 만한 영화 속 절경은 이 무협 없는 무협영화를 완성한다. 여도사가 머무는 깎아지른 절벽이나 흑백의 가지가 빽빽한 자작나무 숲, 부상당한 은낭이 몸을 의탁하는 시골 농가는 중국 곳곳에서 찾아낸 실제 풍경이다. 시대를 반영한 섬세한 의상이나 소품과 함께 영화에 들인 공을 짐작케 한다. 오랫동안 웅크렸다 일격에 상대를 제거하는 은낭의 단검처럼, 허우 감독이 8년 동안의 수련 끝에 내놓은 ‘자객 섭은낭’은 관객의 심장을 은연중에 벤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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