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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인터뷰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밀회 의혹 등 자신의 신변에 관한 내용들을 집중 반박하면서 탄핵 사유인 헌법이나 법률 위반 사항은 비켜가 ‘알맹이 없는 자기변명’이라는 비판이 야권에서 제기됐다. 인터뷰 질문과 답변 내내 삼성이나 미르·K스포츠재단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한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박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들 간 독대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등에 대한 부분은 빠졌다. 그 대신 ‘향정신성 의약품’, ‘드라마’ 등 세간의 의혹에 대한 집중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각종 의혹들에 대해 박 대통령은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내야만 했다고 한다면 탄핵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가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순실 씨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최 씨가 ‘최서원’으로 개명한 사실에 대해서는 “이름 바꾼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최 씨의 개명 사실은 이미 2014년 말 언론에 보도됐다. 또 현재 특검이 수사 중인 뇌물 의혹 등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었지만 블랙리스트 지시 혐의에 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야권은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최 씨의 개명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 누구도 믿지 못할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인터뷰는 설 명절을 앞둔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른 것”이라며 “오늘 인터뷰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수석 대변인도 “대통령의 심신 상태가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박 대통령은 내일이라도 신속히 자진 하야하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인터뷰 질문자로 나선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헌법재판소(탄핵심판) 변호인단에서 박 대통령에게 ‘정규재TV’에 나가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며 “그래서 제가 (청와대로) 들어가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밝혔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한국의 정책 방향 간담회’를 열고 “불확실성의 시대에 유연하면서도 당당하게 국익을 실현하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라고 했다. 조병제 전 외교통상부 한미안보협력담당 대사,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한반도 주변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히 마련됐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불확실성을 감안한 듯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대미 외교 방침만 밝혔다. 그는 ‘국익 우선 외교’를 외교 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하며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우리의 경제 영토를 대륙과 해양으로 확대하는 ‘교량 외교’가 국익 우선 외교”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설 이후 좀 더 구체적인 ‘교량 외교’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또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 문 전 대표는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발전시키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도 지속적으로 함께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대북 송금 특검 발언을 문제 삼아 “제2의 박근혜”라고 몰아붙였다. 박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문 전 대표가 (노무현 정부의) 대북 송금 특검에 대해 ‘검찰 수사는 통제할 수 없어 수사 대상이 한정된 특검을 택했다’는 거짓말을 했다”라며 “당시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특검을 강행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2의 박근혜 탄생을 우리 국민은 바라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24일 확정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룰은 결선투표와 완전국민경선 도입이 핵심이다. ‘중위권 주자 배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 있고, 당 지도부가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강하다는 점 때문에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논란을 사전에 막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선룰을 둘러싼 파열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은 경선 규칙 결정에 나란히 반발했다. 그 대신 두 사람은 이날 이재명 성남시장과 만나 “야권 공동정부 수립이 필요하다”며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 非文 의견 대폭 수용하고 ‘스피드’ 강조 결선투표 등은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주자들이 강하게 요구했던 사항들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권리당원에게 더 많은 가중치를 줬지만 이번에는 당원과 국민이 같은 ‘1인 1표’의 권리를 행사하도록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초 대거 입당한 ‘온라인 당원’들이 친문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당원의 가중치가 없다는 점을 문 전 대표 측이 아쉬워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1위 후보가 50% 미만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열리는 결선투표도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중위권 주자들이 요구했던 사항이다. 박 시장이 요청한 ‘광장 투표함 설치’도 반영됐다.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했으니 경선에 참여하라”는 지도부의 뜻이 투영된 것이다. 경선 본선 참여 후보 수를 6명으로 정한 것도 최대한 많은 후보를 경선에 참여시킴으로써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금태섭 전략홍보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 탄핵 결정일로부터 60일 안에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경선 기간을 25일 정도로 잡았다”며 “선거일 31일 전에 후보 선출을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조기 대선 시 자치단체장들은 선거 3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선거법 조항을 감안한 일정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 중 문 전 대표와 김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현역 자치단체장들이다. ○ 민주당 경선 레이스, 3각 구도로 재편? 경선 규칙에 대해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 시장 측은 수용 의사를 밝혔다. 반면 박 시장 측 박홍근 의원은 “공동정부 추진을 제안한 대선 주자들과 의원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 측 허영일 공보특보도 “최고위원회가 (경선 규칙)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가세했다. 당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경선 불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양승조 강령정책위원장은 “당연히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예비후보 등록 마감일을 헌재의 탄핵 결정일 다음 날까지로 길게 잡은 것도 박 시장과 김 의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이다. 박 시장과 김 의원은 경선 규칙에 반발하면서도 경선에 대비한 물밑 움직임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이 시장과 만나 “촛불 민심이 갈망하는 국가 대개혁을 위해서는 강력한 공동정부의 수립이 필수적”이라며 “대선 결선투표나 공동경선, 정치협상 등 야3당 공동정부의 구체적 실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합의했다. 2위 자리를 두고 안 지사와 경쟁하고 있는 이 시장이 박 시장과 김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지금 공동정부를 말하는 것은 이르다”며 거리를 뒀다. 세 사람이 공동 전선을 구축하면서 민주당 경선 레이스는 ‘문재인-안희정-이재명·박원순·김부겸 연대’라는 3각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시장이 박 시장, 김 의원과 손잡은 것은 비노(비노무현) 진영이라는 공통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이다. 당 관계자는 “박 시장과 김 의원이 지지율을 뚜렷하게 반전시키지 못하면 경선 레이스 막판에 3자 연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시장이 두 사람의 손을 잡은 것도 2위를 차지해 결선투표를 노리는 전략 때문”이라고 말했다. ::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규칙 주요 내용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완전국민경선’ 실시○투표 방식은 ARS(모바일) 투표, 인터넷 투표, 현장 투표 결합○1위 후보가 절반을 넘지 못하면 1위 후보와 2위 후보 간 결선투표 실시○예비후보 등록은 26일부터 시작○대통령 선거일 기준 31일 전까지 후보 선출 완료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바른정당이 24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원내 4당 체제가 정식 출범한 것이다. 바른정당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를 통해 보수 진영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대선 경선 룰을 확정했다. 정치권이 본격적인 조기 대선 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공식 창당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이 새누리당을 집단 탈당한 지 28일 만이다. 정병국 초대 당 대표는 “가짜 보수를 배격하고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겠다”라며 대선 과정에서 ‘보수 대통합’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바른정당 의원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사과하며 연단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기도 했다. 최근 유력 정치인들과 회동하며 ‘제3지대’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반 전 총장은 이날 정 대표에게 창당 축하 전화를 걸어 “바른정당이 비전과 정책 제시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고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반 전 총장이 결국 바른정당 합류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완전국민경선과 결선투표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당 대선 후보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전후로 두 차례에 걸쳐 선거인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헌재의 탄핵 인용 시 결정일로부터 60일 내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해 권역별 순회 경선은 4회(호남, 충청, 영남, 수도권·강원·제주)만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대선 주자의 반발로 민주당 경선 내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공동 정부’를 주장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은 “당 지도부가 경선 규칙을 일방적으로 확정했다”며 반발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홍수영·한상준 기자}
앞으로 선거일에 엄지손가락을 세우거나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찍은 ‘인증샷’을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수 있다.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인터넷, 전자우편,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선거일에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로 비칠 우려 때문에 선거 당일 금지된 인증샷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졌다.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발송하는 문자메시지에는 음성·화상·동영상을 포함할 수 있다. 개정안은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데도 중점을 뒀다. 여론조사 응답률을 높여 신뢰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선거여론조사 응답자에게 통신비 할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인센티브는 1회에 한 해 1000원 한도에서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규칙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또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기관만 선거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있도록 했다. 선관위는 “지금까지 정당만 사용했던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앞으로는 여론조사 기관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최종 승자’를 꿈꾸는 중위권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양강(兩强) 구도를 형성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주춤하면서 다른 주자들이 앞다퉈 활동 폭을 넓혀 가는 모양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22일 광주를 찾아 ‘강철수와 국민요정들 토크쇼’를 개최한다. 지난해 4·13총선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탈당을 감행하면서 생긴 별명인 ‘강철수(강한 철수)’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한동안 정체 상태였던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데 따른 자신감도 투영됐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통해 ‘우리 당 후보로 승리하자’는 자강론이 확산된 것도 안 전 대표에게는 힘이 실리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20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에 대해 “뜻이 같은 많은 분들이 힘을 합쳐 이번 대선에 임해야 한다”면서 “국민의당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라며 손짓했다. 제3지대론 등과는 거리를 둔 채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양자대결’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한 것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여러 현안에서 다른 야권 주자들과는 차별화 된 발언을 내놓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날 ‘차차기 프레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차차기’는 저의 상징을 가로막는 나쁜 프레임”이라며 “지기 위해 링에 오르는 선수가 어디 있느냐”라고 이번 대선에서 집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안 지사는 “다음 기회라고 하는데 다음 기회가 저를 위해 기다려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대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헌론을 강조하고 있는 손 전 대표도 운신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손 전 대표는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이 설 이전에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그러자’고 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행보에 대해서는 “왜 저러나 싶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손 전 대표는 22일 ‘국민주권개혁회의’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제3세력 규합에 나설 예정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다른 주자들의 포퓰리즘 공약에 반대하는 소신 행보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대선 후보들이 선거 때마다 군 복무 기간 단축 공약을 내거는 행태는 이제 그만두길 제안한다”며 “대선 때마다 3개월, 6개월씩 줄면 도저히 군대가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정부가 재량으로 줄일 수 있는 복무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2개월로 조정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선거 중 금기로 여겨지는 증세 문제도 꺼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를 외치는 유 의원은 “증세가 단계적으로 불가피한데 법인세 인상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소득세 등의 인상도 시사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홍수영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19일 정치권과 사이버 공간에서는 영장을 기각한 판사와 법원을 비난하는 막말이 쏟아졌다. 사법부의 판결에 찬성이나 반대 의사를 밝힐 자유는 보장돼 있지만, 법치주의의 근간인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4기)는 19일 오전 4시 43분 전날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포함해 18시간의 장고 끝에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에 비춰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 및 진행 경과 등도 고려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법 상식과는 너무도 다른 법원의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이어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법이 정의를 외면하고 또다시 재벌 권력의 힘 앞에 굴복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국민의당은 “사법부는 정의를 짓밟고 불의의 손을 잡았다”고 비난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법원이 힘 있는 자, 가진 자의 편에서 봐주기 판결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이렇게 과도한 언사로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사법 절차를 통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까지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법관 출신의 한 원로 법조인은 “법원이 여론에 의해 판단의 잣대를 달리 할 수는 없다”며 “구속 여부의 최종적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이니까 그 판단을 존중하고 지키는 것이 결국 사안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구속영장 기각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 외에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를 위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와 최 씨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이 부회장의 영장 기각이 박 대통령의 혐의 유무를 결정짓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김준일 jikim@donga.com·한상준·배석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하는 일자리 공약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붙여 놓고 직접 챙기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文 “공공부문 충원, 노동시간 단축” ‘문재인표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다. 공공부문에서 신규 일자리 창출 81만 개,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 개 등 총 13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21.8%인 데 비해 한국은 7.6%밖에 되지 않아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을 3%포인트만 올려도 81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문 전 대표의 주장이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소방, 경찰, 복지 공무원을 대거 확충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의무경찰을 폐지하고 연간 의경 선발 규모인 1만6700명을 대체하는 경찰을 신규 충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현재 법정 기준에 비해 1만7000명가량 부족한 소방 공무원을 신규 채용하고, 인구 1000명당 0.4명 수준인 사회복지 공무원도 6명 수준까지 늘려 25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주 52시간의 법정 노동시간만 준수해도 최대 2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노동자들이 연차 휴가만 다 써도 새 일자리 30만 개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을 대기업의 80% 수준까지 높이는 ‘공정임금제’ 도입도 제시했다. 저성장, 경제적 불평등, 양극화 같은 국가적 위기가 발생한 근본 원인도 바로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일자리 창출 공약 준비에 심혈을 기울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고 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필연적으로 ‘큰 정부’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는데, 문 전 대표는 “작은 정부가 좋다는 미신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불어날 정부·공공기관의 인건비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회서비스 수요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사회복지 공무원 채용 규모를 선진국 평균에 맞췄다가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공무원을 뽑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동훈 한림대 교수(경제학)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100만 명 이상을 채용한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채용 규모는 수천 명에 그칠 수도 있다”며 “기존에 고용된 노동자들과 신규 취업자의 임금 격차를 줄여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다른 주자들도 ‘일자리 창출’ 한목소리 일자리 공약은 다른 대선 주자들도 공을 들이는 분야다. 민주당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노동법 준수가 곧 일자리다’는 태도다. 이 시장은 주 40시간 노동을 준수하면 최대 269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같은 당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안 지사는 21일 부산을 방문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를 담은 ‘부산 선언’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지난해 4·13총선 때 청년고용할당제 도입 등을 당 공약으로 앞세운 적이 있지만 아직 대선과 관련한 일자리 공약을 내놓지는 않은 상태다.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교육 철폐를 통해 조성한 연 20조 원의 재원으로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은 재벌 개혁을 통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세종=천호성 기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막기 위한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국정 교과서 금지법)’이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했다. 교문위 안건조정위는 이날 위원 6명 중 새누리당 전희경, 바른정당 이은재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도입된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첫 사례다. 이 법은 역사 과목의 국정 교과서 사용을 막고, ‘다양성 보장 위원회’를 신설해 교과서의 심사·편찬·검정 기준을 다루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이 시행되면 국정 역사 교과서는 즉시 사용이 금지되고, 교육부가 추진하는 연구학교 지정도 무효가 된다. 또 2018년 2월까지 1년 만에 개발을 완료해야 하는 검정 교과서 추진 일정도 중단된다. 이 법은 19일 교문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바른정당)과 법안심사 제2소위원장인 김진태 의원(새누리당)이 국정화에 찬성했던 점 때문에 법사위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교학사를 제외한 현행 7종 검정 교과서 집필진의 모임인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집필자협의회는 2018학년도부터 국정 교과서와의 혼용을 위해 개발할 예정인 검정 교과서 집필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들은 조만간 집필을 거부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비상교육 한국사 대표저자인 도면회 대전대 교수는 “국정 역사 교과서와 유사한 집필 기준으로 검정 교과서를 쓰는 건 국정 교과서를 여러 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남은 기간 동안 양질의 검정 교과서를 제작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덕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7일 스스로를 ‘재수 전문’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준비되고 검증이 끝난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대입) 입시, 사법시험을 재수를 통해 합격했다. 다시 또 (대선) 재수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잘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최근 “재수한 문 전 대표보다 ‘신상’인 내가 이긴다”고 한 발언을 겨냥하면서 자신의 두 번째 대권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적폐 청산에 대해 가장 절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를) 취소하겠다 또는 강행하겠다는 그런 입장이 아니다”며 “득실이 교차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전체를 종합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의 하나로 사드 배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지만 사드 배치 찬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대담집에서도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사드 배치의 득과 실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헌과 관련해 문 전 대표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이론적으로 뛰어난 점이 있어도 우리 현실에 맞을지, 대통령제보다 나을지는 충분히 검증된 바가 없다”며 “선거제도 개편과 재벌개혁이 함께 이뤄진다면 (2012년 공약으로 제시했던) 4년 중임제를 고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핫이슈로 떠오른 사드와 개헌 문제에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당 관계자는 “공론화 절차를 강조한 것이지만 자칫 대권 주자가 ‘첨예한 이슈에 대해 명확한 방향 제시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책에서 “친일에서 반공으로 또는 산업화 세력으로, 지역주의를 이용한 보수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며 “이것이 정말 위선적인 허위의 세력”이라고 비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6일 집권할 경우 과학기술부를 부활하고, 중소기업청을 ‘벤처중소기업부’로 격상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군 복무 기간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1년 정도까지도 (단축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조직 개편·군 복무 단축 제시 문 전 대표는 이날 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한다’(사진)에서 정부 조직 개편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문 전 대표 측은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목표로 문 전 대표가 국가 비전을 밝힌 책”이라며 “지난해 10월부터 소설가 문형렬 씨가 문 전 대표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먼저 문 전 대표는 현 정부 조직 중 변경이 필요한 부분으로 과기부 부활과 벤처중소기업부 승격을 꼽았다. “교육부가 대단히 비대해졌는데, 과기부가 나오고 국가교육위원회를 독립기구화해 별도로 두는 식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노인 문제, 청년 문제, 저출산 문제 등을 전담하는 기구를 대통령직속위원회로 설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비상사태’라고 지적하며 “아이가 초등학교에 갈 때 (엄마의) 근무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하고, 유연 근무제를 할 수 있게 하는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복무 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참여정부 때 국방계획은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것이었다”며 “점차 단축돼 오다 이명박 정부 이후 멈춰버렸는데 18개월까지는 물론 더 단축해 1년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모병제는 훨씬 더 먼 미래의 일”이라며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하면서 직업군인을 더 늘리는 게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모병제 실시 시기는 “통일 이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개헌 방향에 관해선 “개인적으로 (대통령제보다) 내각제가 더 나은 제도라고 본다”면서도 “오랫동안 대통령제에 익숙해 있고, 그에 맞는 여러 정부 구조가 형성돼 있으니 (내각제가) 현실에 맞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제 개편 방안도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일종의 자본소득이니 일정 금액 이상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반드시 과세해야 한다”고 과세 강화를 주장했다. 부동산 보유세도 “국제 기준보다 낮다”며 인상 필요성을 내비쳤다.○ “반기문, 너무 친미적” 문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기득권층의 특권을 누려 왔던 분”이라며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 그리 절박한 마음은 없으리라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이야말로 외교적인 면에 약점이 있는 게 아닌가. 너무 친미적이어서 미국의 요구를 절대 거부할 줄 모르니까”라고 덧붙였다. 4·13총선에 불출마한 이유로는 “(대선) 3수를 할 생각이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총선에 안 나갔다”며 “이번 대선에서 만약 실패한다면 정치 인생은 그것으로 끝”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내 일생에서 가장 열심히 노력했을 때가 세 번이다. 중학교 입학시험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 때, 해남 대흥사에서 사법시험 공부할 때, 그리고 지금”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는 ‘신해행증(信解行證)’이라는 사자성어를 꼽았다. 국민을 믿고, 이해하며, 국민 행복을 실천하고, 국민 행복을 완성한다는 뜻이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후) 정부가 30만 개에 가까운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만 일자리를 늘리라고 독려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공공부문이 주도해 일자리를 늘려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서는 “지은 죄만큼 처벌받으면 되는 것”이라며 “범죄가 있을 땐 평등하게, 어떠한 특권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성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12일 이후 ‘반기문’이라는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최대한 꺼리고 있다. 반 전 총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두 사람의 메시지는 ‘주어’만 없을 뿐 상대방을 정확히 조준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를 반 전 총장에게 덧씌우려 하고, 반 전 총장은 “정치 교체”를 강조하며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 반기문 직접비판 않되 날세우는 문재인 “질문 안 받겠습니다. 나중에도 말 안 할 거예요.” 12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짧게라도 말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수행비서가 “나중에 따로 말씀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나중에도 안 한다”라며 잘라 말했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15일까지 반 전 총장에 관한 공개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반 전 총장에게 연일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 다른 야권 주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 대신 문 전 대표는 간명한 메시지로 반 전 총장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귀국 일성으로 ‘정치 교체’를 꺼내든 반 전 총장을 향해 14일 “옛날에 박근혜 후보가 정치 교체를 말했다”라고 응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반 전 총장이 말하는) 정치 교체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연장”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한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이런 행보는 다분히 전략적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지난 연말부터 반 전 총장이 뉴스의 중심에 있었지만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오히려 올랐다”며 “이런 상황에서 반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나는 변화와 개혁의 적임자이고, 검증이 끝난 사람이며, 가장 잘 준비된 후보”라는 ‘3대 우위론’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노무현 정부 때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인사라는 점도 문 전 대표의 대응 방식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15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한 평가를 묻자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이 된 것은 우리나라의 자랑이고, 사무총장 10년의 활동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를 내리고 싶지 않다”면서도 “저와 같은 정부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한 사이여서 (정치인으로서의) 평가를 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분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정권교체가 아니다. 그렇게만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참모들과의 회의에선 “내가 아는 반 전 총장이라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반 전 총장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나아가 정책 행보를 통해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뜻도 있다. 문 전 대표는 새해 들어 매주 토론회를 갖고 집권 후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준비된 후보’임을 강조해 아직 제대로 된 지원 조직을 구성하지 못한 반 전 총장보다 정책 역량이 앞서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일대일 맞상대로 키우지 않겠다는 문 전 대표의 ‘대(對)반기문’ 전략은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기류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비문 진영에서 논의되던 ‘빅 텐트론’, ‘제3지대론’은 정작 반 전 총장 귀국 이후에는 잠복한 양상이다. 이날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우리 당 후보로 결집하자”는 ‘자강(自强)론’이 봇물을 이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권 관계자는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모두 출마하는 다자구도는 문 전 대표에게 나쁘지 않기 때문에 반 전 총장과의 전면전은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패권세력’ 에둘러 꼬집은 반기문 14일 충북 음성꽃동네를 찾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권 교체로만 정치 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비판에 “일일이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웃음기 가신 표정으로 “정권은 계속 교체돼 왔지만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 회견에서도 문 전 대표나 주변 세력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정권을 누가 잡느냐가 그렇게 중요하냐.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 진영을 ‘남을 헐뜯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쟁취하려는 패권 기득권 세력’으로 에둘러 규정한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 한배를 탔던 문 전 대표를 직접 공격하는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일 경우 구태 정치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는 모순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의 최대 정치적 자산인 유엔 사무총장 당선에 노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이 중요한 배경이 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반 전 총장은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자신을 ‘정치적 배신자’로 낙인찍은 데에는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은 야권에서 ‘23만 달러 수수설’ 등 검증 공세를 펴고 있는 것에 대해 최근 측근들과의 회의에서 “지위가 올라갈수록 새총에도 맞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심히 살아왔다”며 결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발언이나 행보로 드러난 대선 전략은 정확히 문 전 대표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 먼저 외교안보 분야에서 확실한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도 사회·경제 이슈에선 서민 행보를 보이는 것은 문 전 대표에게 비판적인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전날 고향인 충북을 방문한 이후 첫 일정으로 15일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의 ‘천안함기념관’을 둘러본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란’과 노무현 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 등이 담긴 ‘송민순 회고록’ 논란 등 북한 문제로 홍역을 치른 문 전 대표의 약점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또 반 전 총장이 16일 문 전 대표의 고향인 부산을 방문해 청년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기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반 전 총장 캠프에선 오래전부터 귀국 뒤 빠른 시일 내에 부산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어 17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지가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과 전남 진도군 팽목항, 18일에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국민 대통합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문 전 대표의 ‘반기문 승리=보수정권 연장’ 프레임에는 ‘개헌 연대를 통한 정치 교체’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헌법 개정을 포함해 선거제도와 정책결정 방식 등 전체적으로 정치제도를 개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제뿐 아니라 선거제도 등 전반적인 개혁을 통해 최근 개헌보고서 파문으로 당내 공격을 받은 문 전 대표와 차별화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평택=송찬욱 기자}

《 ‘정치 교체’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청년, 서민과의 소통에 집중하며 ‘미래 지향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자신의 약점으로 꼽히는 청년층의 표심을 1차 공략 목표로 삼은 셈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 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야권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1%로 반 전 총장(20%),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12%) 등과 격차를 더 벌렸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초기 대선 구상은 변화와 희망을 강조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벤치마킹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반 전 총장의 귀국 일성은 ‘젊은이의 꿈’과 ‘광장의 여망’이었다. 이어 13일에도 청년 및 서민과의 소통에 주력했다. ‘보수 정권의 연장’이나 ‘고령 후보’ 프레임을 극복하고 자신의 최대 약점인 20, 30대를 우선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주민등록 신고를 하러 방문한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체감 실업률이 20% 이상 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한다”며 “유엔 경험으로 젊은이들의 길잡이가 되겠다.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워킹맘과 취업준비생, 대학생 창업자 등을 초청한 ‘번개 점심’ 회동에선 창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에게 “정책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반 전 총장은 청년들의 말에 일일이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며 공감을 표했다. 육아 고민을 꺼낸 워킹맘에겐 “내 딸도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해 가정주부로 남았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취업준비생이 ‘스펙 경쟁’의 고충을 토로하자 “시골에서 살다가 대학을 와 보니 사교육을 받은 동창생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희망과 용기를 강조했다. ‘변화(Change)와 희망(Hope)’은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내건 대선 슬로건이다. 당시 이 슬로건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라크전쟁에 지친 미국인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반 전 총장은 임기 10년 중 8년을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반 전 총장이 귀국 연설 당시 좌우를 응시하고 ‘용기’와 같은 특정 단어를 거듭 강조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스타일과 유사한 면이 많다”며 “‘연륜을 갖춘 오바마’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젊은층의 ‘롤 모델’이 누구인가가 중요했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선 탄핵 정국으로 정권 교체의 열망이 큰 데다 촛불시위를 주도한 20, 30대의 투표율도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층의 지지만으로는 승산이 낮다는 얘기다. 반 전 총장이 스스로를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표방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외교안보 문제에 앞서 경제와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인 것도 전략적 행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반 전 총장의 초기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아직 보수층의 확고한 지지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나는 보수가 아니다’며 중도를 표방하면 자칫 집토끼마저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그는 방명록에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계평화와 인권 및 개발을 위해 노력한 후 귀국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현충탑에 분향·묵념하고 안장된 순서에 따라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순으로 묘역을 참배했다.● 문재인, 지지율 30% 첫 돌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율 30%를 돌파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문 전 대표는 한 달 새 지지율이 11%포인트나 급등했다. 문 전 대표는 3자 대결 조사에서도 44%를 기록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30%),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14%)를 여유 있게 제쳤다. 문 전 대표의 상승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하락에 대해 갤럽은 “상당 부분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선호도가 변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 시장이 6%포인트 하락하고 문 전 대표가 11%포인트 오른 것은 중도 성향과 ‘반(反)문재인’ 성향의 유권자들이 서서히 문 전 대표 지지로 돌아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 전 대표 측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호남 지역 지지율 상승이다. 이번 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역 지지율은 39%였다.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40.3%였다. 당 관계자는 “야권의 텃밭인 호남은 언제나 문 전 대표의 최대 고민이었다”며 “1위 후보에게 지지가 쏠리는 ‘밴드 왜건 효과’가 호남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앞으로 정책 행보를 강화하면서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문 전 대표는 설 연휴 전까지 일자리 문제, 남북 관계 등을 주제로 차례로 토론회를 열고 관련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는 13일 서울 마포구에서 선거 연령 인하와 관련된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정권 교체를 말하지 않고 정치 교체를 말하는 것은 그냥 박근혜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말”이라고 전날 반 전 총장의 귀국 일성을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이 자신을 ‘진보적 보수’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지금 상황은 진보 보수 또는 좌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권 교체를 통해서만 국가 대개조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 가운데 93%가 선거연령이 18세 이하이고 북한도 17세”라며 “(한국의 선거연령) 19세는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다른 야권 대선 주자들이 반 전 총장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것과 달리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에 대한 직접적 비난은 자제하는 ‘전략적 무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한 친문(친문재인) 진영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반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면 반 전 총장만 띄워 주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14일 외곽 지원 단체인 ‘더불어포럼’ 창립식을 열면서 세 확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포럼에는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등이 참여한다. 당 안팎에서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 지속 여부는 반 전 총장에게 달려 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앞으로 열흘 정도가 반 전 총장 귀국의 ‘컨벤션 효과’가 극대화하는 시점”이라며 “이 기간의 지지율 변동이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 간 1라운드 격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는 당 대선 후보 경선 규칙 협상 등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변수들도 남아 있다. 이날 이종걸, 변재일 의원 등 비문 진영 중진 의원들은 추미애 대표와 면담을 하고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에 대한 당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우려를 전달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송찬욱 기자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권은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맞서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없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 검증 벼르는 野 민주당 일부 의원과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반 전 총장을 검증하기 위한 각종 정보 수집에 이미 나선 상황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여러 의원실에 반 전 총장에 대한 적잖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라며 “기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공개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검증 시점과 수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선제 공세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당 차원의 검증이 반 전 총장의 존재감을 키워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날 “내가 반 전 총장보다 나은 점을 설명하겠다”라고 한 문 전 대표는 이날도 “(반 전 총장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라며 공세와는 거리를 뒀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반 전 총장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것도 몇 가지 있다”라면서도 “별도로 (의혹을) 제기할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이 국민의당과 반 전 총장의 연대를 추진하는 상황을 감안해 보면 “우리와 함께하지 않으면 폭로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는 사인을 반 전 총장에게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반 전 총장에 대한 의혹 제기는 개별 의원들 선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일단은 여러 의원의 ‘잽’이 나오지 않겠느냐”라며 “반 전 총장이 대권 도전 등 정치적 거취를 명확히 한다면 그때는 당과 후보 차원에서 ‘어퍼컷’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양심에 부끄러운 일 없어” 적극 대응 나선 潘 반 전 총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귀국 기자회견에서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적극 해명하면서 야권의 공세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3만 달러(약 2억7000만 원)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반 전 총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제 이름이 왜 등장했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이 문제에 관해 (사실이 아니라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진실에서 조금도 틀림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 50여 년간 공직자로 일하는 가운데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없다고 다시 한번 명백히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검증 시험대를 준비하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반 전 총장은 동생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71)과 그의 아들인 반주현 씨(39)가 미국에서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것에 대해선 “가까운 친척이 그런 일에 연루돼서 개인적으로 참 민망하고 국민께 심려 끼쳐 드려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니까 그걸 좀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또 유엔 사무총장의 퇴임 후 거취를 규정한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에 대해서는 “제 정치적 행보, 선출직과 관련한 정치 행보를 막는 조항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반 전 총장은 공직선거법상 국내 거주 조항에 대한 질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출마) 자격이 된다고 유권해석을 했다”라며 “그런데도 그렇게 (질문이) 나오는 것은 공정한 여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 / 인천=송찬욱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1일 충청 지역을 찾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을 하루 앞두고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청에서 ‘반기문 바람’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충남 천안시의 위안부 피해자 묘소를 찾는 것으로 충청 행보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 속에서 이뤄진 위안부 합의는 무효”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재래시장을 방문한 뒤 충북 청주로 옮겨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분들과 제3지대를 만들어 정치한다면 그것은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며 “검증이 끝났고 가장 잘 준비된 후보라는 것이 내가 반 전 총장보다 나은 점”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 전 대표는 설 연휴 전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담은 ‘대한민국이 묻는다’(가제)를 출간할 예정이다. 2012년 대선 전 회고록 성격의 ‘운명’을 냈던 문 전 대표는 이번에는 시대정신, 국가 대개조의 방향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설 연휴 뒤에는 전국을 돌며 ‘북 콘서트’를 할 계획이다. 귀국 이후 부산과 광주 등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반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담겨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에 대한 공세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선봉에 나선 사람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이날 광주를 찾아 “참여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은 호남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며 “문 전 대표도 호남 분열과 당의 패권적 운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 때 김대중 정부를 대상으로 수사한 대북송금 특검은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문 전 대표가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사안이다. 박 시장은 이날 시작된 당 대선후보 경선 규칙 논의도 보이콧했다. 당 경선 규칙을 만드는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위원장 양승조 의원)는 이날 각 대선주자 대리인 면담을 가졌지만 박 시장 측은 야당 공동 경선을 주장하며 불참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도 안 된 상황에서 우리 당만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의원도 이날 야 3당의 공동 대선후보 선출을 제안하며 지도부의 규칙 논의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각 당에서 후보를 뽑으면 나중에 또 단일화 논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부 주자가 반발하면서 경선 룰 논의는 시작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문 전 대표 측은 “룰은 백지위임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바일 투표, 당원 투표 반영 비율, 결선투표제 등을 놓고 주자 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의 개헌 저지 보고서 대응에 대한 비문 진영의 반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룰에 대해서도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0일 ‘재벌 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 토론회를 개최하고 강도 높은 재벌 개혁 방안을 밝혔다. 권력기관 개편에 이은 두 번째 ‘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문 전 대표는 특히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며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공개 반응은 자제했지만 “포퓰리즘에 가깝다”며 우려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文 “재벌 경제는 경제 성장의 걸림돌” 정면 조준 문 전 대표는 이날 지배구조 개선부터 산업용 전기료 인상까지 다양한 해법을 언급했다. 그간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에서 논의된 재벌 개혁 방안을 총망라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첫 과제로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혁해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자추천이사제, 모(母)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 재벌 총수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소액 주주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표소송 단독주주권 등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재벌의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고 강조하면서 “법정형을 높여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재벌의 불법과 독점행위 등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고 금산 분리로 재벌과 금융을 분리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 전 대표는 30대 재벌의 자산에서 ‘범(汎)삼성 재벌’의 비중이 25%에 이른다며 “우선 10대 재벌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겠다. 그중에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주요 대기업을 정조준했다.○ ‘정책 통한 반(反)문재인 포용’ 의지 개혁안에는 당내에서 논의 중인 내용들이 대거 포함됐다. ‘갑(甲)의 횡포에 맞서 을(乙)을 지키겠다’는 취지로 구성된 ‘을지로위원회’를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 전 대표와 대립 각을 세우고 있는 김종인 전 대표의 법안을 적극 반영했다. 김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내용이 이날 개혁 방안에 그대로 포함됐다. 당 관계자는 “정치적으로는 불편한 관계라도 김 전 대표의 경제 식견과 정책 방향만큼은 적극 포용하겠다는 제스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대선 공약이 아니라)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될 일”이라며 “4대 재벌도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적용을 안 받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재벌 개혁안은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도했다. 문 전 대표 측은 “국민성장 소장을 맡고 있는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과 경제분과위원장인 최정표 건국대 교수가 큰 그림을 그렸다”고 전했다. 또 김 전 대표의 법안을 반영하는 작업은 비서실장 격인 임종석 전 의원이 직접 챙겼다.○ 우려와 불만 섞인 재계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주요 그룹들은 “당혹스럽고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발표한 방안 대부분이 이미 법으로 보장돼 있는 내용인데 마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해법처럼 내놓은 것은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던 삼성그룹은 가뜩이나 ‘최순실 사태’로 올 스톱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선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의 분할과 함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제까지 정부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을 권장해 온 것을 두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왔다. A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데 어떤 형태가 ‘선’이고 ‘악’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고 했다. 금산분리 강화 방안도 금융 계열사를 운영하는 삼성, 현대차, 한화 등에는 큰 부담이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문 전 대표가 언급한 4대 재벌 지배구조 개편 등은 다음 정권이 해결해야 할 필수적 과제”라고 짚었다. 반면 김용철 부산대 교수(행정학)는 “금산분리, 기업 의사결정 구조 개선 등은 10여 년 전부터 나왔던 내용”이라며 “재벌에 편중된 경제 시스템을 개선하려면 기업 개조 차원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획기적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김지현 / 세종=천호성 기자}
“새누리당에서 말 그대로 ‘인명진의 난(亂)’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런데 마음 편하게 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박(친박근혜)계 사이의 갈등을 지켜본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이 9일 한 말이다. 실제로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적진의 분열 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 위원장이 주도하는 ‘반란’이 성공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계 지형은 물론이고 대선 구도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 정말 친박 축출에 성공한다면 이후 새누리당이 바른정당과 연대 또는 재통합에 나설 수 있다”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상황은 야권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과 친박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당 안팎의 여론은 인 위원장에게 힘이 실려 있다고 민주당은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만약 보수대연합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당의 야권 통합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일 ‘제3지대론’ 띄우기에 나서고 있는 국민의당에는 결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또 친박 의원들이 밀려난다면 새누리당을 향해 ‘박근혜 정부 책임론’ 공세를 펴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야권의 고민이다. 이날 민주당은 국회에서의 입법 주도권을 계속 쥐기 위해 개혁입법추진단을 신설하고 단장에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를 임명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갈등 등을 언급하며 “임시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민주당은 제1당으로 개혁 입법들이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9일 일본과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서 예비비라도 편성할 테니 (일본에) 10억 엔을 빨리 돌려주자”고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돈 10억 엔 때문에 전 국민이 수치스럽게 살아야 하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은 10억 엔을 냈다. 소녀상은 한국이 성의를 보여라. 그리고 이는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다’ 이 따위 이야기를 했다”며 “한국 외교부 장관이 항의 한번 못 하는 이런 굴욕이 어디에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양국 정부 간 합의에 따라 집행된 10억 엔을 다시 돌려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베 총리가 10억 엔 운운한 것 자체가 적절치 않았지만 돌려주자는 주장도 감정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우 원내대표가 강경 목소리를 낸 것은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동시에 귀국이 임박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반 전 총장을 향해 “당시 한일 정부 간 협정이 체결됐을 때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며 “12일 귀국하실 때 이 문제에 대해 즉각 해명하셔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대표도 “국민은 정부의 저자세, 눈치 외교에 굴욕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는 위안부 협상의 비밀을 이제라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 “기존 합의가 무효라고 생각한다”며 “(10억 엔의) 돈은 전혀 본질이 아니다. 제대로 된 협상이 다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드 논란에 대해 “다음 정부로 미뤄 국내적으로도 좀 더 충분한 논의를 가지고 국회 비준 절차도 거치게 만들고, 중국과 러시아에도 외교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6일 당 싱크탱크의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의 진상을 조사했지만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의 거취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비문(비문재인)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고, 다른 대선 주자들까지 비판에 가세하면서 보고서 파문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진상조사위, 기초 사실 관계도 “밝힐 수 없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격론 끝에 김 원장의 거취 문제를 추미애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최고위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보고서 내용과 배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며 “그러나 김 원장 거취에 대해서는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상호 원내대표와 일부 최고위원은 “이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친문(친문재인) 성향 최고위원들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날 조사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사무총장은 “조사 결과는 최고위에 상세히 보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문건을 전달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배포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인 진성준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보고서 작성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그 부분은 미처 조사를 못 했지만 추가 조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비문 반발, “‘보이지 않는 손’ 오해 또 생겨” 다른 대선 주자들은 이날 당 지도부가 보고서 파문을 미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개헌저지 문건’은 공당의 공식 기구에서 벌어진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당의 사당화, 패권주의에 대한 염려가 더 커졌다. 반성과 성찰, 시정을 요구한다”며 지도부와 친문 진영을 겨냥했다. 김부겸 의원 측 허영일 공보특보도 “추 대표가 보고서의 편향을 인정하고 진상 조사를 지시했는데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며 “미적거리면 자칫 ‘보이지 않는 손’ 때문이라는 오해가 또 생긴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 관계자는 “김 원장의 최초 해명과 다른 부분이 있거나, 비문 진영의 추가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김 원장은 3일 보고서 배포 범위에 대해 “당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8명)과 5명 후보 캠프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5명 중 최소 2명은 보고서를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전달받은 당사자 외에 추가로 본 사람이 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비문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의 태도는 ‘문제가 있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친문 진영이 이 당의 성역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 ‘문자 폭탄’에 시달리는 비문들 개헌 저지 보고서 문제를 지적한 비문 의원들은 ‘문자 폭탄’과 ‘18원 후원금’에 시달리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하루 동안 욕설이 담긴 항의 문자메시지 3000통 이상을 받았다. 보고서 파문의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성명에 참여한 의원들에게는 항의 문자와 욕설을 의미하는 18원 후원이 쏟아졌다. 한 초선 의원은 “문 전 대표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며 “아예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지도 말라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항의 문자 폭탄은) 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고 때리고 내쫓고 나가라고 하면 정말 안 된다”고 말했다. 당내 갈등이 커지자 문 전 대표 측도 자제를 당부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끼리 과도한 비난은 옳지 않다. 잘못된 일”이라며 “동지들을 향한 언어는 격려와 성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김진표 의원이 보던 문제의 문자메시지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비서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6급 비서 A 씨는 “우리 당의 유일한 후보가 사실상 문 전 대표고, 김종인 전 대표는 문 전 대표를 골탕 먹이고 있는 중”이라는 문자를 김 의원에게 보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사진)가 5일 국회에서 ‘권력 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 좌담회’를 갖고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 폐지, 대통령 일정 24시간 공개, 경찰 수사권 독립 등을 담은 ‘권력 적폐 청산 방안’을 발표했다. 청와대, 검찰, 국정원 등 대표적인 권력기관들의 개혁 방안을 밝힌 것으로, 사실상 첫 대선 공약 발표로 볼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일찌감치 대선 공약 발표에 나선 것은 ‘호헌-개헌’ 전선에 이어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으로 수세에 몰리자 권력기관 개혁 이슈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국정원을 해외안전정보원으로 개편” 문 전 대표는 이날 좌담회에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해외안전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업무를 안보 및 테러, 국제 범죄만 전담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국민 사찰, 정치와 선거 개입, 간첩 조작, 종북몰이 등 4대 범죄에 연루되고 가담한 조직과 인력은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의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사전 경고인 셈이다. 검찰 개혁에 대해 문 전 대표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일반적인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검찰은 기소권과 공소 유지를 위한 보충적 수사권만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을 보장한 것이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도 약속했다. 공수처 설립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당론으로 채택했고, 개혁보수신당(가칭)도 긍정적이어서 대선 전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청와대와 북악산, 대통령의 휴양지로 사용해온 (경남 거제시) ‘저도’를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며 “대통령의 24시간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덕성여대 조진만 교수(정치학)는 “청와대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집무실만 옮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부속실 및 보좌진의 역할 등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권력기관 개혁 공약에 대해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정권 초기부터 정말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 강조했다. ○ 文, ‘친문 패권’ 프레임 정면 돌파 문 전 대표는 이날 공개한 개혁 방안에 대해 스스로 “상당 부분 지난 대선 때 공약했던 내용”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첫 공약으로 다시 꺼내든 것은 최근 문 전 대표를 향한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논란’ 등의 공세를 ‘개혁 프레임’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으로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들끓는 상황에서 자체 개헌안 발표 등으로 개헌론에 끌려가기보다는 개혁적인 공약 카드를 일찌감치 꺼내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이 ‘긴급’ 명칭을 붙인 좌담회를 개최한 이날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는 첫 회의를 열었다. 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자체 개헌안을 내놔도 개헌 방향에 대한 논쟁은 피할 수 없고, 주도권을 쥐기도 쉽지 않다”며 “권력기관 개혁은 비문 진영이 문제 삼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권력기관 개혁은 변호사 출신으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문 전 대표가 잘 아는 분야다. 문 전 대표는 개헌 보고서 관련 질문에는 “오늘은 저나 토론자들이 말씀드린 부분에 한정해 달라”며 답하지 않았다. 이날 발표한 공약에 대해 친문 진영에서도 “통치를 위해 권력기관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문 전 대표가 개혁안 발표를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 측은 “촛불 민심에 가장 부응하는 내용을 먼저 선보인 것”이라며 “개헌은 물론이고 다른 정책 공약들도 순차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했다. 매주 공약을 릴레이로 발표해 당내 경쟁자들과 차별화에 나서는 한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에 맞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