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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중재 요청에 따라 ‘중재 활동을 할지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화쟁위 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19일 긴급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조계사에서 불편을 감수하면서 이미 집에 들어와 있는 분(한 위원장)을 잘 모시고 있기 때문에 (조계사 측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한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지만 요청 내용이 무엇인지, 각계 의견이 어떤지 면밀히 살펴 모두에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화쟁위가 종단의 기구이지만 자율적이고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며 회의 결과가 조계종 전체 의견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계종도 “화쟁위의 입장 표명은 중재 사안일지 아닐지에 대해 화쟁위 차원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수준으로 여겨 달라”며 “화쟁위가 어떠한 결정을 해도 이는 종단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화쟁위는 2013년 철도노조 파업을 비롯해 4대강 사업,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자동차 사태, 강정마을 문제 등 사회 현안에 개입해 왔다. 향후 조계종은 화쟁위의 개입으로 작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한 위원장 건은 중재할 사안이 아닌 데다 한 위원장이 반성과 자숙을 하기보다는 종교시설을 투쟁의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적 의견이 거세게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불교 행사를 위해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자승 총무원장이 귀국해야 큰 가닥을 잡고 사태 해결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출장 중인 자승 원장은 21일 귀국할 예정이다.권오혁 hyuk@donga.com·김갑식·유원모 기자}

직장인 지성욱 씨(33)는 2주째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 집 근처에 대여소가 있어 출퇴근할 때나 서울 시내 가까운 곳으로 이동할 때 부담 없이 찾고 있다. 대체로 만족스럽게 이용하고 있지만 간혹 쓰레기를 자전거 바구니에 그대로 놓고 가거나 사용한 자전거를 거치대가 아닌 곳에 팽개치고 가버리는 일부 이용자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곤 한다. 지 씨는 “바구니에 일회용 종이컵이나 광고 전단지를 버리는 등 내 자전거가 아니라고 함부로 쓰는 사람이 많다”며 “이렇게 함부로 다루다가 자전거가 금방 고장나 버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공자전거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공공기물인 자전거를 바르게 쓰는 매너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릉이는 10월 1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한 달 만에 이용자가 2만9890명에 이르는 등 이용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새 자전거인 만큼 큰 고장은 거의 없지만 현장 관리자에 따르면 자전거를 막 다뤄 다음 이용자에게 불편을 끼치는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17일 서울 시내 따릉이 대여소 10곳을 돌아본 결과 4곳에 놓인 자전거 바구니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고 일부 자전거는 거치대가 아닌 곳에 함부로 방치돼 있었다. 공공자전거 운영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재경 주임(60)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대체로 깨끗하게 사용하는 편이지만 여전히 쓰레기를 버려 놓는가 하면 자전거를 거치대가 아닌 곳에 방치하거나 훼손된 자전거를 신고하지 않고 그대로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공공자전거나 카셰어링(시간제 렌터카) 등 여럿이 자전거나 자동차를 공유하는 문화가 이미 보편화된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연호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공공자전거팀장은 “함께 쓰는 자전거인 만큼 다음 이용자를 위해 청결하게 사용하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며 “안전한 이용을 위해 이용 전에 제대로 점검하고 고장 등 이상이 있을 때는 바로 신고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조계종 측이 16일 오후 조계사로 잠입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의 장기 체류 요청을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측은 한 위원장의 ‘퇴거’ 시한을 12월 초로 정하고 이르면 18일 이런 방침을 한 위원장에게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경찰과 조계종 관계자에 따르면 18일 오전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과 이세용 종무실장이 한 위원장 등을 면담할 예정이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당분간 머물 수는 있지만 계속 있는 것은 곤란하며 12월 초까지는 나가 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측의 이런 의견은 한 위원장 은신에 대한 내부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17일 오전 열린 조계종 대책회의에서는 “명백한 불법과 폭력을 일삼은 이들을 보호해야 하느냐” “그래도 종교 시설에서 품어야 한다” 등 상반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은신자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전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조계사는 2000년 명동성당이 ‘성당의 동의 없는 집회를 불허한다’고 선언한 이후 각종 시국사건 수배자들의 은신처로 떠올랐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때도 당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가깝게는 2013년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수배를 피해 조계사에 은신했을 때와도 사뭇 다르다. 당시 조계종은 “산사에 찾아온 짐승도 쫓지 않고 먹이를 주는 게 불교정신”이라며 철도노조와 사측의 중재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과거와 달리 조계종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는 민주노총이 조계사로 상징되는 한국 불교의 총본산을 정치투쟁의 거점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한 위원장의 은신을 철도노조 파업 때와 같은 차원에서 보기 어렵다는 게 조계종의 시각이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철도노조 때는 사측이 대화를 거부한 데다 먼저 종단의 사회적 기구인 화쟁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이번 사안은 다르다”며 “불법 폭력시위를 향한 비판적 여론이 거센 데다 노골적으로 반(反)정부 구호를 앞세우고 있어 중재할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기습적으로 조계사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조계종 측의 승인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16일 오후 9시 30분경 측근 1명과 조계사를 찾았다. 경비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자승 총무원장 면담과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총무원 측이 고심하는 사이 조계종 노동위원회 소속 직원은 평소 템플스테이 장소로 활용하는 ‘관음전’ 4층 방을 내줬다. 한 위원장은 “박근혜(대통령) 심장 밑에 은신해 처절한 노동운동을 준비하겠다”고 말하며 관계자들에게 감사 표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조계사로 피신할 것이면 경내 소란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대동해 달라고 민주노총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 종단은 한 위원장의 피신을 거부할 방침이었다”며 “노동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은신처를 내줘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신도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 신도는 “특정 집단이 종교시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종단 차원에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17일 오전 불교종단협의회 차원의 성지 순례를 위해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출국 전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을 보고받았지만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 집회 현장에서 한 위원장 검거에 실패한 경찰은 이후에도 그의 동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17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 위원장이 당시 1000여 명의 호위대에 둘러싸여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건물로 도주한 이후 행적을 놓쳤다”며 “검거를 시도할 경우 대규모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체포조만 구성하고 검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간첩 작전 하듯 움직이는데 도청할 수 없고 통신 수사도 못해 조계사로 들어간 이후에야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17일 “한 위원장 중심으로 민중연대를 다져 노동현장 투쟁 태세를 가다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종교 시설이 시국 사건 수배자들의 공공연한 도피처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 조계종 측이 한 위원장에게 퇴거 요청을 할 경우 한 위원장의 은신은 장기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박성진 psjin@donga.com·김갑식·권오혁 기자}
검찰과 경찰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해 시국선언을 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임 간부 84명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변성호 위원장 등 전교조 전임 간부 84명에게 18, 19일 출석하도록 통보했다고 16일 밝혔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이문한)의 지휘를 받아 경찰이 진행한다. 교육부는 5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전임 집행부 8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교육부는 이들이 교육의 중립성 등을 규정한 교육기본법 제6조와 국가공무원법 제66조(집단행위의 금지), 제56조(성실 의무), 제57조(복종의 의무), 제63조(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교조는 지난달 29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유신 회귀를 꾀하는 ‘역사쿠데타’이자 국민의 역사의식을 통제하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시국선언에는 전국 3904개 학교의 교사 2만1379명이 참여했다. 전교조는 참여 교사의 실명과 소속 학교도 모두 공개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14일 열린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는 치밀하게 준비된 폭력성을 드러내며 경찰과 시위대 양측에 많은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53개 단체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수십 명이 매달릴 수 있는 밧줄과 사다리, 쇠파이프, 횃불,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 등 시위대가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폭력시위 도구가 등장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수배자가 현장에 나와 시위를 지휘해도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오후 1시 4분경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정권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잘못된 세상을 바꾸는 데 연대해 달라”고 말했다. 대기하고 있던 사복 경찰이 한 위원장을 검거하려 했지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저지에 막혀 그는 무사히 한국프레스센터 18층으로 피신했다. 한 위원장은 오후 4시 다시 서울광장 단상에 올라 “지금부터 밤늦게까지 서울 도심 곳곳을 노동자의 거리로 만들자. 노동자와 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넘어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외쳤다.○ 준비된 폭력성 드러내 낮 12시부터 사전 집회를 열었던 각 단체들은 이날 오후 4시경부터 왕복 10차로의 세종대로를 불법 점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청와대로 진격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광장 진출을 시도했다. 경찰과 대치한 앞쪽 시위대는 한결같이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했다. 이들의 행진이 경찰이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 세운 1차 차벽 저지선에 막히면서 집회는 급격히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다. 시위대는 밧줄을 꺼내 들고 경찰 버스에 다가섰다. 시위대는 버스 전면 하단 견인용 걸개나 바퀴의 휠에 밧줄을 묶었다. 이어 목장갑을 낀 시위대 30여 명이 달라붙어 마치 줄다리기 하듯 버스를 끌어냈다. 과거 시위에서도 등장했지만 이날 시위 때는 과거보다 많은 인원이 매달릴 수 있도록 훨씬 긴 밧줄이 쓰였다. 구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버스를 당기고 체계적으로 사람을 바꿔가며 역할을 분담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캡사이신 최루액과 물대포를 쐈지만 시위대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찰 버스 5대가 끌려나왔다. 차벽 높이와 비슷한 길이의 사다리도 등장했다. 시위대는 차벽에 사다리를 걸지 못하자 이를 저지하는 경찰을 사다리로 공격했다. 쇠파이프나 각목을 버스 유리창 틈으로 강하게 찔러 넣어 경찰에게 부상을 입히려는 시도도 곳곳에서 나왔다. 경찰 버스 유리를 깨고 타이어를 펑크 내는 데는 노루발못뽑이가 사용됐다. 오후 6시 20분경 종로구청 사거리에 세워진 경찰 버스에 한 집회 참가자가 자신을 가로막은 경찰 버스의 주유구를 열었다. 신문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주유구에 집어넣은 뒤 재빠르게 뒤로 몸을 피했다. 다행히 차로 불이 옮겨 붙진 않았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폭력 집회에 시민 외면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의 강도는 높아졌다. 1m 길이의 쇠파이프와 세종대로 변에 설치된 보도블록까지 ‘무기’로 돌변했다. 오후 9시 40분경에는 시위대 50여 명이 횃불을 들고 나타나 이 중 일부를 경찰을 향해 던졌다. 물병과 술병이 경찰은 물론이고 인도 쪽으로도 날아들어 시위와 무관한 시민까지 위협당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240여 중대 2만2000여 명과 경찰 버스 700여 대, 차벽 트럭 20대 등을 동원해 3중 저지선을 설치했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11시경에 해산을 선언했지만 일부 시위대는 밤 12시 넘어서까지 시청역 앞에서 농성하다 흩어졌다. 과거 시위에선 일부 시민이 격려하거나 직접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틀에 박힌 반정부 구호와 폭력성으로 얼룩진 이날 집회에선 참여나 격려 대신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시민이 많았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양재영 씨(36)는 “최소한의 질서를 지켜가며 단체행동을 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51명을 연행했다. 이 중에는 고등학생 2명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딸 수진 씨(25) 등이 포함됐다. 고등학생은 훈방됐다. 집회에 앞서 주최 측은 미리 ‘연행될 경우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행동요령을 공지했다. 경찰은 폭력행위 주동자를 전원 사법처리하는 한편 주최 측 인사들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권오혁 hyuk@donga.com·김재희 기자 / 김철웅 채널A 기자}

서울 도심이 또 폭력시위에 점령당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53개 단체가 14일 주최한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는 쇠파이프와 벽돌, 횃불까지 난무하면서 서울 한복판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주최 측의 ‘평화집회’ 예고와는 달리 치밀하게 준비된 시위였다. 이날 투쟁대회에는 6만8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주최 측인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13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도심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마친 이들은 오후 4시경 왕복 10차로인 세종대로를 가득 메웠다. 시위대는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진출을 시도했다. 경찰이 차벽으로 1차 저지선을 구축해 시위대를 막으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미리 준비한 밧줄을 경찰버스에 묶은 뒤 끌어당겼다. 다른 시위대는 쇠파이프 등으로 버스 유리창을 부쉈고 주변 인도의 보도블록을 깨 던지기도 했다. 경찰은 캡사이신 최루액을 분사하고 물대포를 쏘며 대응했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시위가 계속되면서 경찰관 113명이 다치고 경찰버스 50대가 부서졌다. 시위대에서도 1명이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등 2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 51명을 연행했으며 집회 주최 측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15일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이번 시위는 법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면서 “불법 시위를 주도하거나 배후 조종한 자, 극렬 폭력행위자는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겠다”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1. 직장인 최기민 씨(33)는 ‘알리익스프레스’나 ‘타오바오몰’ 등 중국 쇼핑몰을 애용하는 ‘중국 직구(직접구매)족’이다. 최 씨는 11일 중국 광군제 세일에 맞춰 미리 구매할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각종 쿠폰 등 할인혜택을 재차 확인했다. 11일이 되는 순간 최 씨는 눈여겨봐 둔 스마트시계와 무선 스피커 등을 결제했다. 그는 타오바오몰에서 국내 최저가 30만 원대의 무선 스피커를 인민폐 1199위안(약 21만7000원)에 무료배송으로 구매했다며 만족해했다. #2. 대학원생 신혜림 씨(26·여)는 5년 전부터 매년 10월 31일이면 친구들과 핼러윈데이를 즐기고 있다. 신 씨는 올해도 대학원 동기 4명과 실험실 가운과 마스크, 장갑을 착용한 채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 신 씨는 “5년 전과 달리 이제는 웬만한 분장을 해도 튀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일상적인 축제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 핼러윈데이(10월 31일)와 중국 광군제(매년 11월 11일) 등 해외 축제를 국내에서 즐기는 2030세대가 크게 늘어났다. 핼러윈데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과자나 사탕을 주고받는 것에 그쳤지만 최근 들어 2030세대의 ‘파티문화’와 접목하며 새로운 놀이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국내 한 소셜커머스의 핼러윈데이 용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780%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독신자를 위한 각종 축제와 할인판매가 주를 이루는 중국 광군제도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별명처럼 해외 직구족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해외 이벤트들은 대부분 상업주의와 결합해 있다”며 “젊은이의 욕구에 부합해 확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흐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재희 기자}
알고 지내던 50대 중국동포 여성을 목 졸라 죽인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평소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중국동포 A 씨(59·여)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허모 씨(61)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 씨는 8일 종로구에 위치한 A 씨의 자택에서 A 씨와 다투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의 가족은 두 사람이 2012년부터 알고 지냈으며 최근 다툼이 잦았다고 진술했다. A 씨의 가족들은 8일 숨진 A 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유족 진술과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허 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10일 중구 을지로3가역 인근에서 허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중 허 씨는 “보름 전에 놓고 간 양말과 운동화를 세탁하지 않는 등 날 무시하는 것 같아 우발적으로 목 졸라 죽였다”고 자백했다. 허 씨는 과거에도 연인관계였던 여성을 살해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1995년 경기 남양주에서 애인을 목 졸라 살해한 뒤 복역하다 2010년에 출소했으나 5년 만에 비슷한 범행을 다시 저지른 것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지난달 14일 충남 서산시의 한 사거리에서 레미콘 차량 1대가 중앙선을 침범한 뒤 옆으로 넘어졌다. 25t짜리 레미콘 차량은 반대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 위를 덮쳤다. 승용차 안에 탔던 여성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의 원인은 레미콘 차량의 신호위반.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사거리를 내달리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이다. 보통 운전자들도 한두 번쯤 신호를 위반한 경험이 있거나 종종 충동을 느끼곤 한다. 그만큼 신호위반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저지른 신호위반은 이처럼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암표 팔면 16만 원, 신호위반 6만 원 긴급전화인 112나 119에 장난전화를 걸었다 적발되면 범칙금 8만 원을 내야 한다. 프로야구나 아이돌 공연 입장권에 몰래 웃돈을 얹어 팔면 범칙금 16만 원이 부과된다. 관공서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벌이면 벌금 60만 원을 낸다. 반면 차량 운행 중 신호위반은 6만 원, 중앙선 침범과 정지선 위반도 각 6만 원이다. 안전띠 미착용은 3만 원. 자신뿐 아니라 남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반행위지만 장난전화나 암표 매매보다 처벌 수위가 낮다. 교통범칙금 제도는 1995년 지금의 체계로 정비된 뒤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신호위반 등 심각한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중대과실에 대한 경각심이 아직 부족한 이유다. 이에 따라 20년간 큰 변화 없이 운영된 교통범칙금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안전사고가 이어지면서 교통범칙금 인상에 부정적이었던 여론도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최근 전문가 20명과 일반 운전자 2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현재의 교통범칙금 수준이 ‘낮다’는 의견이 54.1%였다. ‘적정하다’(35.8%)거나 ‘높다’(10.1%)라는 응답을 크게 앞질렀다. 일반인 10명 중 6명(59.9%)은 ‘범칙금 인상이 사고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는 95%가 같은 답변을 했다. 범칙금 인상이 가장 필요한 위반 행위로 전문가들은 ‘과속’(40.0%)을, 운전자들은 ‘신호위반’(45.9%)을 꼽았다. 운전자들은 단속 건수가 많은 과속(847만 건) 범칙금을 신호위반(216만 건·지난해 기준)보다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보인다. 인상 폭도 필요하면 ‘최대 2배 이상 올려도 괜찮다’는 응답이 많았다. 2배 이상 올려도 괜찮다는 위반 행위는 중앙선 침범(56.1%), 신호위반(42.7%), 과속(31.2%) 순이었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장은 “사고 위험이 큰 ‘시속 20∼40km 초과’(현행 승용차 6만 원) 구간의 범칙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90.0%)와 일반운전자(91.3%) 모두 상습위반자의 가중처벌에 찬성했다. 이는 2013년 경찰청 조사(63.5%) 때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첫 위반 시 범칙금은 그대로 두고 1년 내 다시 적발됐을 때 범칙금을 2배로 올리면 운전자들의 반발과 서민층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스위스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도입 중인 재산이나 소득에 따른 범칙금 차등 부과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반 운전자(49.3%)와 전문가(45.0%)의 절반가량만 찬성했다. 직장인 김현지 씨(32·여)는 “정부에 신고하는 소득과 실제 소득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 부자가 서민보다 범칙금을 덜 내는 경우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도 “차등 부과제는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와 비용 부담이 커 도입이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 범칙금 올리자 ‘스쿨존 사고’ 절반으로 범칙금 인상의 교통사고 억제 효과는 이미 확인됐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 대표적이다. 2010년 스쿨존 1000곳당 55.5건에 달했던 교통사고 수는 2011년 ‘일반도로의 2배’로 범칙금을 올린 뒤 50.3건으로 줄었다. 2013년에는 27.7건까지 떨어져 사고 억제 효과가 뚜렷했다. 올 1월부터 범칙금이 2배로 인상된 노인·장애인보호구역에서도 7월 이후 단속 건수가 석 달째 줄고 있다. 경찰대 정철우 교수가 2013년 발표한 ‘범칙금 안전효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 2만4000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높은 범칙금을 부과받은 집단이 다시 교통법규를 위반할 확률이 46.7% 낮았다. 전문가들은 범칙금 인상 공론화를 위해서 경찰의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교통사고 예방에 쓰는 범칙금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세수 확충을 위해 범칙금을 올린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범칙금 인상과 연계해 다양한 제재 수단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벌점을 엄격히 적용해 면허 정지나 취소 부담을 늘리거나, 보험료를 함께 인상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 스페인 과속벌금 74만원… 교통사고 사망 12년새 67% ↓ ▼교통법규 안지키면 강력한 벌점… 신호위반 2번만 해도 면허취소사망자 감소율 OECD 2위로 2000년대 초까지 스페인은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꼽히지 못했다. 한국보다 인구가 약간 적은 스페인의 2000년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5776명에 달했던 탓이다. 하지만 2012년 1903명으로 줄이면서 교통안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12년 만에 사망자 수를 67.1% 감소시킨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아이슬란드(71.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만236명(2000년)에서 5392명(2012년)으로 47.3% 감소했다. 스페인 교통청(DGT) 헤라르도 아소르 마르티네스 분석관(35)은 “교통법규 위반 시 벌금과 벌점을 강화하는 내용의 교통안전계획을 대대적으로 시행해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2006년부터 대폭 강화된 현행 교통벌점 제도를 시행했다. 운전면허를 받은 모든 운전자에게는 총 8점의 점수가 부여되고 2년 무사고 시 2점이 추가된다. 교통법규 위반 시 부여된 점수에서 벌점만큼 감점되고 0점이 되면 운전면허는 취소된다. 초보운전자는 신호위반(벌점 4점) 2번만으로도 면허가 취소된다. 벌금 제도도 강력하다. 규정 속도에서 시속 50km 이상 초과하면 최대 벌금은 600유로(약 74만 원)에 벌점 6점이 부과된다. 신호위반이나 안전띠 미착용 시 벌금도 200유로에 달한다. 선진국에선 교통법규 위반을 형벌의 일종인 벌금으로 다스리지만 한국에선 행정처분인 범칙금, 그것도 낮은 금액을 부과한다. 한국의 속도위반 시 범칙금은 최대 13만 원에 불과하다. 스페인 남부 세비야 당국이 고질병인 불법 주정차 차량에 벌금 100유로를 부과하자 위반 건수는 최근 3년 새 약 15% 감소했다. 본보 취재팀과 동행한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연구그룹장은 “국내에서 여전히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인상 반대 여론이 적지 않지만 강력한 페널티 제도의 교통법규 위반 억제 효과는 상당하다”고 말했다.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tbs교통방송 박성민 min@donga.com·최혜령 기자 마드리드=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이사장 김석은)는 내년 1월부터 시작하는 초대형 문화프로젝트 ‘2016코리아문화수도 시흥’의 주제와 상징 이미지(EI)를 3일 공개했다. 문화수도란 한 도시를 정해 1년간 문화예술에 대한 자원과 역량을 집중시켜 문화적 기반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올 4월 경기 시흥시가 첫 문화수도로 선정됐다. 이날 언론 발표회에서 공개한 주제어는 ‘숨’이다. 조직위 선정위원인 배우 이순재 씨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숨을 쉬며 숨 쉬는 모든 것이 살아있는 문화”라며 선정 취지를 밝혔다. 조직위 부설 아시아문화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시흥시는 문화수도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생활문화 향상 △문화역량 강화 △도시환경 개선 △도시 이미지 재창출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박기흥 연구소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1360만 명의 방문객(지역주민 포함)이 시흥시를 찾고 약 8912억 원의 소비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자연도 사람도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숨을 쉰다. ‘숨’이라는 단어에는 삶의 경쾌함과 장중함이 온전히 담겨 있다. “숨 쉬는 모든 것이 살아있는 문화”라는 인식을 담아 대한민국 첫 문화수도의 주제어가 탄생했다.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가 ‘2016 코리아문화수도 시흥’의 주제어를 ‘숨’으로 정한 이유다.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는 주제어를 찾기 위해 올 8월부터 두 달간 시흥시민과 정치인, 시 공무원, 문화예술가 등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벌였다. 이를 통해 시흥시가 가진 이미지와 문화수도를 통해 소망하는 이미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숨’이라는 주제어가 선정됐다. 주제어 ‘숨’에서 발전한 슬로건은 △시흥, 문화로 숨쉬다 △시흥에서 숨·쉼 △숨차게 즐겨봐요 △자연의 들숨, 문화의 날숨 등 4가지다. 이들 4가지 슬로건은 1년의 시간을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단계로 연결하면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색다른 문화의 숨을 경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분기(발단) 슬로건인 ‘시흥, 문화로 숨쉬다’는 “생명도시 시흥시 문화로의 초대”를 의미한다. 2분기(전개) 슬로건인 ‘시흥에서 숨·쉼’은 “문화의 숨이 깃들다”는 뜻을 담았다. 3분기(절정)와 4분기(결말) 슬로건인 ‘숨차게 즐겨봐요’와 ‘자연의 들숨, 문화의 날숨’은 각각 “문화의 숨이 차오르다”와 “문화의 숨을 내뿜다”는 의미로 문화라는 ‘숨’을 통해 변화하는 시흥의 모습을 표현했다. ‘2016 코리아문화수도 시흥’의 주제를 시각화한 EI(Event Identity)는 생명도시 시흥에 문화의 숨을 불어넣는다는 생각을 담아 만들었다. 주제어 ‘숨’을 디자인 언어로 재해석해 문화의 다양성을 세모, 직사각형, 마름모, 창문형 등 네 가지 형태의 도형으로 표현했다. 또한 도형마다 다른 색을 사용해 희망과 미래(파랑), 열정과 현재(분홍), 포용과 전통(검정), 흥미와 신비(보라) 등의 각기 다른 특성을 형상화했다. 이는 전통 문화와 새로운 문화의 어울림, 다양한 세대와 인종간의 화합, 각기 다른 문화 장르의 조화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서로 다른 색과 모양의 도형이 하나로 어우러져 ‘숨’이라는 하나의 주제어를 구성한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도시에도 격(格)이 있다. ‘시흥 사람들은 라면을 먹어도 참 품위 있게 먹더라’는 말이 나오도록 시흥을 품위와 격이 있는 문화도시로 만들고 싶다.” 정석영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 시흥 지역위원장(사진)이 말하는 문화의 본질은 ‘소통’이다. 지역사회의 문화적 토양을 만든다는 건 단순히 무대나 전시공간과 같은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무엇인가’를 논의하고 공유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정 위원장이 그동안 걸어온 길도 꾸준히 지역사회 일원들과 함께 소통한 과정이었다. 그는 “작업실 안에서 나 중심의 시간들이 생활의 대부분”이라고 스스로 평가하는 조각가이지만 ‘지역’과 ‘문화’라는 키워드가 만나는 지점이라면 언제든 작업실 밖 세상과 교류했다. 그는 시흥을 대표하는 축제인 갯골축제의 초대위원장(2006년)을 맡는 등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의 문화적 토양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정 위원장이 코리안문화수도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시흥의 문화적 토양이 자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문화수도 사업은 서울에 편중된 다양하고 질 높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지역으로 옮겨와서 1년 내내 문화토양을 흠뻑 적셔주는 엄청난 기회”라며 “그러나 이것은 수단일 뿐이고 문화수도의 진정한 목표는 지역에서 문화예술의 생산과 향유가 자생력 있게 작동하는 생태계를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지역의 예술가이자 생활인으로서 서울과 지역 사이의 문화 격차에 대해서도 갈증이 크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문화는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이처럼 동기를 부여하는 환경 측면에서 대단히 열악하며 이를 원천적으로 바꿔보자는 발상의 전환이 문화수도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이 생각하는 문화수도 사업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정 위원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시흥다움’을 찾아내고 앞으로 10년, 100년 지속될 수 있는 시흥만의 문화 콘텐츠를 찾아 나갈 것”이라며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행사가 준비 중이지만 단순히 행사만 하고 끝나는 사업에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스타일리스트학과에 다니는 대학생 최모 씨(24)는 1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쇼핑몰을 찾았다. 이곳에 입점한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H&M이 선보일 프랑스 고급 패션브랜드 발망과 함께 만든 한정판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신제품 판매 시작은 5일. 아직 4일이나 남았지만 ‘이미 지난달 30일부터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부랴부랴 이곳에 왔다. 밤이 되자 그는 아예 매장 앞에 돗자리를 펴고 담요로 몸을 감싼 채 노숙을 시작했다. 최 씨는 “추위 탓에 몸은 힘들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창피하지만 눈여겨봐 둔 부츠를 살 생각을 하면 견딜 만하다”고 했다. 이튿날 매장 앞에는 최 씨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이 60여 명으로 늘면서 긴 줄이 생겼다. 이들 중에는 캠핑도구까지 갖추고 장기전에 대비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는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해 대신 줄을 세우기도 했다. 이들이 기꺼이 이런 고생을 감수하는 것은 수백만 원대를 호가하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상품을 최대 10분의 1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이번 한정판 제품을 접할 수 있는 매장은 총 4곳. 이 중 여성복과 남성복이 모두 판매되는 곳은 명동점과 압구정점 두 곳에 불과하다. 매년 이 같은 한정판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1, 2일 전부터 대기 행렬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출시 4, 5일 전부터 줄을 서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H&M 관계자는 “1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이런 행사를 진행했지만 이렇게 빨리 줄을 서는 것은 처음”이라며 “패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누가 먼저 (줄 서기를) 시작할지 눈치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시기가 당겨진 것 같다”고 밝혔다. 업체 측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30일부터 보안직원을 현장에 24시간 상주시키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신기하다는 반응과 함께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윤경 씨(28·여)는 “당일에 나와서 기다리는 건 이해해도 5일씩이나 밤을 새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걷기 좋은 길이라고 소개돼 찾아왔더니 좁은 골목길에 차량들이 뒤엉켜 있어 마음 놓고 구경할 수가 없었어요.” 2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리신잉 씨(29·여)는 이면도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을 가리키며 눈살을 찌푸렸다. 평일 낮 시간이었지만 주차 차량이 골목 곳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리 씨는 “좁은 골목길이어서 마음 놓고 길을 가다가 뒤에서 갑자기 경적소리가 들려 황급히 옆으로 피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초교 앞 도로에는 차량 8대가 빽빽하게 주차돼 있었다. 어린 학생들은 학교 앞 편의점 등을 가려고 수시로 도로를 넘나들었다. 스쿨존 내 주정차는 금지돼 있지만 아이를 태우러 온 학부모 차량과 학원 통학차량이 수시로 학교 앞에 멈춰 서 아이를 태웠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최모 씨(38)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앞에 차를 세우곤 하는데 그게 불법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불법 주정차 문제는 일부 도로의 문제가 아니다.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지역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1468만288건. 하루 평균 7100여 대가 불법 주정차로 적발된 셈이다. 이면도로나 도로변의 불법 주정차는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정차된 자동차 사이를 뛰어 도로를 횡단할 때 사고 위험이, 자동차가 없는 도로를 횡단할 때보다 1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9월부터 보행자 충돌사고가 우려되는 곳에 차를 세우면 운전자가 타고 있더라도 단속을 하는 등 불법 주정차 근절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운전자들의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불법 주정차 자체를 강력히 단속하는 것과 동시에 운전자들의 방어운전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연구그룹장은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불법 주정차를 하는 운전자들이 있지만 이런 사소한 행동이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김민아(가명·15) 양이 가출한 것은 지난해 10월.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력을 견디지 못해서다. 오갈 데 없는 김 양에게 평소 알고 지내던 박모 군(18)이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조건만남’을 제안했다. 김 양은 박 군을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했다. 김 양이 번 돈은 박 군 등 공범 4명이 나눠 가졌다. 다행히 김 양 어머니의 신고로 박 군 일당은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박 군과 친구 10여 명은 “왜 경찰에 신고했느냐”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매일같이 김 양에게 보냈다. 이렇다 할 도움을 받지 못하던 김 양은 다시 부모의 곁을 떠나 홀로 지방으로 피신했다. 김 양처럼 성매매에 가담한 청소년의 대부분은 현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서 ‘대상 청소년’으로 분류된다. 성을 사는 행위의 ‘대상이 된 청소년’이라는 의미다. 이들은 경찰 조사 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보호처분’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 청소년이 아닌 ‘피해 청소년’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성매매에 몸담았던 청소년들을 무조건 범죄자로 보고 처리할 경우 이들을 더욱 음지로 내몰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의 발단은 올 3월 서울 관악구에서 발생한 10대 소녀 피살사건이다. 가출청소년이었던 A 양(14)이 올해 초 온라인을 통해 만난 20대 남성 3명 때문에 성매매에 빠졌다가 30대 성매수남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106개 아동·청소년·여성단체가 모여 ‘관악구 성 착취 10대 여성 살해사건 재발방지 공동행동’을 결성했다. 이들은 “성매수 대상이 된 청소년을 성 착취 피해자로 봐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구조 및 보호·치료 지원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위창희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성매매 알선자들의 협박과 보호처분의 낙인효과에 겁먹어 자신을 피해자로 생각하지 못하는 청소년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은 올 8월 성매매 청소년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체계적인 상담·지원·보호를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아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조계 등의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성매매 청소년을 일괄적으로 피해자로 보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더 쌤 김광삼 변호사는 “사리분별이 가능한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이 유인이나 강압 없이 개인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경우까지 모두 피해자로 봐야 하는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상 청소년을 보호처분하지 않을 경우 또다시 성매매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고도 이용환 변호사는 “성매매 청소년은 대부분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아 자발적인 상담, 지원 프로그램 참여가 힘들다”며 “일정 기간 보호처분을 통해 강제적으로 성매매 환경과 해당 청소년들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고려대가 전체 입학생의 절반 가까이를 고교추천전형으로 선발한다. 수시모집에서 실시됐던 논술전형은 폐지된다. 고려대는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입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은 현재 고교 1학년이 대학에 지원하는 2018학년도부터 적용된다. 입학 정원의 약 50%를 선발할 고교추천전형은 고교 교사들의 전반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해당 학교가 학생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2017학년도 기준으로 전체 정원의 16.7%인 고교추천전형 비율을 크게 높이겠다는 것이다. 고교추천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고교추천전형’으로 나뉘어 실시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교과 성적 위주로 뽑는 현행 학교장추천전형과 비슷하다. 학생부종합고교추천전형은 각 고교에서 대학의 인재상에 맞는 학생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고려대 측은 공교육 정상화 방침의 하나로 이번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3년간 얼마나 학교생활을 충실히 했는지에 대한 교사들의 평가를 전적으로 신뢰하겠다는 것이다. 수시모집 중 하나인 고교추천전형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정시모집의 비중은 현재 25.9%에서 15% 안팎으로 줄어든다. 특히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교의 지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온 논술시험도 함께 폐지된다. 정시모집의 논술시험은 이미 폐지됐다. 김재욱 고려대 입학처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정량적 평가만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학생의 인성, 학업 태도, 성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서류전형과 면접의 중요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적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 핵심 조직원 3명 앞으로 북한 김일성의 회고록이 배달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경찰은 이적표현물인 김 주석의 회고록을 이들에게 보낸 인물을 추적하고 있다. 교정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코리아연대 자금책 김모 씨(41·여) 등 3명 앞으로 이달 8일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우체국 택배로 각각 배달됐다. 김 씨 등은 2011년 코리아연대를 창립한 뒤 북한의 대남혁명론을 추종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밀입북해 조문한 혐의 등으로 8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배달된 회고록은 표지를 일반 소설책으로 위장한 상태였지만 구치소 측은 영치물 수색 절차에서 이적표현물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김 씨 등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 코리아연대를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우편물의 필적과 우체국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발송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택배 봉투에는 발송자가 김 씨의 남편인 코리아연대 공동대표 이모 씨(44)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씨가 8월부터 미국 백악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위를 벌이는 등 현재 국외에 체류 중인 점을 감안해 제3의 인물이 이 씨를 사칭해 우편물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발송자가 김 씨의 남편 이름을 빌린 점으로 미뤄 조직 내부 사정에 밝은 코리아연대 관계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김 씨 등을 곤경에 처하게 하려는 외부 인사의 역공작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경찰은 코리아연대 회원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홍보 명목으로 협동조합을 통해 서울시에서 받은 지원금 2000만 원 중 일부가 조직 활동비로 사용됐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코리아연대 총책 조모 씨(48)와 조 씨의 아내 황모 씨(39)는 현재 프랑스에 체류 중이다.조건희 becom@donga.com·권오혁 기자}

“엇, 여기는 남자 화장실인데….” 이달 중순 직장인 임모 씨(32)는 서울 광화문 인근 고급 식당이 들어서 있는 건물 화장실에 들어가려다 순간 멈칫했다. 화장실에는 40, 50대로 보이는 중국 여성 관광객 7명이 무리 지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거나 거울을 보고 있었다. 막 ‘볼일’을 마치고 화장실 칸에서 나오는 여성도 있었다. 임 씨는 여자 화장실에 잘못 들어온 줄로 착각하고 표지판을 다시 확인했지만 분명 남자 화장실이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이들은 당황하거나 민망해하지도 않았다. 그는 “이전에도 한 중국 여성이 남자 화장실을 쓰다가 나를 보고 황급히 나간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이들의 당당한 태도에 오히려 내가 머쓱해졌다”고 말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발길이 끊겼던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다시 늘면서 일부 관광객의 길거리 흡연, 쓰레기 버리기, 고성방가 등 지나친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광화문, 청계천, 홍익대 등 관광명소 인근 주민이나 상인들 사이에서는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촌 부근의 한 자동차 판매 대리점 입구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遊客禁止進入(관광객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대리점 관계자는 “거의 매일 관광버스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장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 담배를 피우면서 매장에 들어오는 관광객도 있다”고 토로했다. 서촌에 20년 가까이 살아온 주민 강모 씨(45)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조용했던 동네 분위기가 사라졌다. 이들이 집 앞에 버린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치우는 일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을 처음 방문한 장징윈(張競允·36·여) 씨는 “중국인들이 해외에 나가 공중도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을 붙였겠냐”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해외 여행지에서의 에티켓을 적은 안내문을 배포하고 추태 관광객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일부 중국인의 행동을 가지고 중국인 관광객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도 있다. 쑨웨(孫越·21·여) 씨는 “과거에는 생활수준이 열악해 해외에서 추태를 부리는 경우가 분명 있었지만 지금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 입장 자체를 막는 것은 불쾌하다”고 말했다.김호경 whalefisher@donga.com·권오혁 기자}

앞으로 경찰서에서 각종 사건 관련 조사를 받을 때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주칠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경찰 조사 때 인권 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동선을 분리하고 별도의 조사공간을 마련하는 등 경찰서 내 수사공간을 개선한다고 23일 밝혔다. 그동안 경찰서에서는 행정업무와 사건 조사가 함께 이뤄지면서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의 인권 침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또 별도의 조사공간이 없거나 부족한 경찰서는 조사 대상자가 늘어날 경우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혼잡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전국 최초로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수사부서 공간모델’을 도입해 시범 운영키로 했다. 경찰은 수사관의 사무공간과 조사공간이 분리돼 수사 효율성을 높이고 사건 관계자의 프라이버시 침해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가해자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함부로 접근할 수 없도록 별도의 조사구역이 마련되고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피해자 보호석도 설치된다. 피의자 수사는 신설된 통합수사공간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강력·지능·경제 등 각 수사팀에서 이뤄진 피의자 조사가 하나의 공간에서 이뤄져 피의자에 대한 관리가 더욱 쉬워졌다. 신설된 통합수사공간 내부는 모두 영상녹화가 이뤄진다. 경찰은 내년 중 추가로 3개 경찰서의 수사공간을 개선하는 등 향후 5년에 걸쳐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쓰고 버린 프로포폴(수면마취 유도제)을 쓰레기통에서 가져와 다시 사용한 병원 의료진이 경찰에 적발됐다. ‘쓰레기 프로포폴’ 탓에 20대 환자가 숨졌지만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주일 이상 의료 폐기물함에 버려져 있던 프로포폴을 사용해 환자 2명이 숨지거나 상해를 입게 한 혐의로 의사 정모 씨(37)와 간호사 장모 씨(27)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 2월 26일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안면지방이식수술을 받던 김모 씨(29·여)에게 재활용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앞선 수술 때 사용하고 폐기물함에 버린 프로포폴 병을 가져와 남아있던 소량의 약을 주사기로 뽑아냈다. 이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김 씨는 수술 뒤 ‘패혈성 쇼크로 인한 장기부전(몸속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숨졌다. 이보다 사흘 앞선 2월 23일에도 정 씨 등은 중국인 곽모 씨(20·여)에게 같은 수법으로 수술했다. 곽 씨는 수술 직후 고열과 저혈압이 발생했지만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귀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때도 응급구호장치가 없는 장 씨의 개인차량을 이용했다. 이송 과정에서 수액·산소공급 등 기본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의 증세가 악화됐다. 정 씨는 다른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환자 이송에 동행하지 않았다. 경찰은 수술이 밀려 프로포폴 재고가 떨어지자 폐기한 프로포폴을 다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사 정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마약류 관리위반 혐의로 이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이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