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조은아 차장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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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칼럼31%
사회일반14%
국제정세14%
인사일반7%
유럽/EU7%
국제일반7%
미국/북미7%
사고7%
국제정치3%
러시아3%
  • 트럼프 “법인세 내리고 규제 없앨테니 美로 공장 가져와라”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엔 많은 보상을 주고, 해외에서 만든 제품이 미국으로 들어올 땐 높은 세금(국경세)을 매기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오전 백악관에서 12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조찬 모임을 갖고 당선인 시절 내내 강조했던 ‘당근(보상)’과 ‘채찍(불이익)’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이 자리엔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델 테크놀로지의 마이클 델, 월풀의 제프 페티그, 존슨앤드존슨의 앨릭스 고스키, 록히드마틴의 메릴린 휴슨, 다우케미컬의 앤드루 리버리스 CEO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미국 기업들이) 해외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다시 옮겨 오게 하기 위해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고, 각종 규제도 대규모로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규제의 75%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많이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현재 시행 중인 기업 규제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대부분 불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산층과 기업에 대한 세금도 대폭 인하하겠다. 현재 법인세가 35%나 혹은 그 이상인 38%쯤 되는데, 이를 15%에서 20% 수준으로 낮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방 법인세율은 35%이고, 주세(州稅)까지 포함하면 평균 39%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CEO들에게 “(오늘) 오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시작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히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엔 당연히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해외 이전 계획을 중단한) 기업들이 나타났다. 그런 흐름이 일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가 원하는 건 생산시설을 다시 미국으로 옮겨 오라는 것이다. 그것이 무역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여러분(CEO들)이 할 일은 (미국에) 머무는 것뿐이다. (생산시설을) 이전하지 말고, 미국인을 해고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 미국 공장이 문을 닫아서 2000명이든 5000명이든 일자리가 없어지게 되면, 그 제품이 다시 미국으로 들어올 땐 무거운 국경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EO들은 회의 후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세로 도움을 받는 산업도 있지만, 반대로 피해를 보는 산업도 있기 때문에 국경세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많았다. 단 트럼프 대통령이 미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기마다, 또는 기업들이 관심사를 말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CEO들과 만나겠다”고 말했고 CEO들은 ‘미국 제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30일 내에 다시 모이기로 합의했다’고 경제 전문 CNBC방송이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NAFTA 재협상, TPP 탈퇴 공약에 한국, 베트남 등 아시아에 활발히 투자한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생산 및 투자 계획 재검토에 들어갔다. 특히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업계는 최근 트럼프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 비상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자동차회사의 노조 간부와 임원들은 작업 공정을 개편하기 위해 모였다. 임원들은 누가 트럼프 행정부 각료와 친한지 알아보느라 바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엔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회사 CEO들과 조찬을 함께 하며 ‘미국 내 일자리 지키기 및 늘리기’ 방안을 논의한다고 백악관 측은 밝혔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조은아 기자}

    • 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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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시민 돌아온 오바마 “잠 푹 잘것”

     “오바마 재단 웹사이트를 방문해 시카고 남부 잭슨 공원에 생길 오바마 센터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의견과 아이디어를 내 주세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일 ‘오바마 재단’ 웹사이트에 대통령 기념관 ‘오바마 센터’ 건립 계획을 밝히는 2분 분량의 동영상을 올려 미국인들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출연한 그는 “백악관에서 8년을 마감한 뒤 일반 시민으로 다시 돌아온다. 당분간 잠을 푹 자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내겠다. 앞으로 우리를 온라인에서 별로 보지 못할 수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영감을 주는 젊은 리더나 기관을 소개해 달라. ‘오바마 센터’는 우리 모두를 위한 곳”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측근이나 지인에게서 소개받은 인물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추천을 받아 오바마 센터를 꾸리겠다는 취지다. 전임 대통령들이 취임 후 측근 인사들이나 친인척들에게 둘러싸이는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 퇴임 후 사업 계획을 온라인에 당당하고 투명하게 밝힌 점도 눈길을 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바마 센터는 단순한 도서관이나 박물관을 넘어서 시민들을 위해 살아 있는 공간, 모두 함께 누리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여러분이 오바마 센터의 주인이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센터 운영진뿐만 아니라 센터의 운영 철학과 사업 내용도 시민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일인 이날 트위터의 대통령 공식 계정(@POTUS)이 아닌 개인 계정(@BarackObama)에도 오랜만에 글을 남겼다. 그는 “여러분, 원래 계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거 여전히 작동하죠?”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어 “미셸과 나는 휴가를 떠납니다. 그동안 앞으로 (우리의) 여정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세요”라고 요청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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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를 움직이는 남녀… 파워 커플 ‘제이방카’

    ‘기개 있고 우아한 여성, 이방카 트럼프는 훌륭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지인이 큰딸 이방카를 칭찬하는 글을 그대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이방카 계정에도 보내려 했는데 얼마나 들떴던지 영국인 이방카에게 보내버렸다. 취임식 나흘 전 ‘딸 바보’ 트럼프의 이방카 자랑 이벤트였다. 트럼프는 또 전날 독일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그는 최고”라며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백악관 선임고문에 내정한 배경을 설명했다.트럼프의 무한한 신뢰를 받는 36세 동갑내기 부부 이방카와 쿠슈너가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CNN 가디언 등 매체들은 연애 시절 ‘제이방카(J-Vanka·재러드와 이방카 합성어)’로 불리며 연예잡지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이들이 진정한 ‘파워 커플’이 됐다고 보도했다. 공직 경험과 전문성이 없다는 약점에도 트럼프는 딸과 사위의 조언을 귀담아듣는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포브스에 “어떤 대통령이든 총체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 한둘씩 있다. 트럼프에겐 쿠슈너가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다.제이방카는 대중적 인기도 누리고 있다. 이방카 부부는 학벌, 재력, 외모 3박자를 갖춘 데다 요즘 보기 드물게 아이를 셋이나 낳아 일과 육아에 열심인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한다.제이방카의 또 다른 저력은 세대를 뛰어넘는 사교성이다. 패션잡지 보그는 2015년 이방카가 테니스장처럼 넓은 회의실 상석에 앉아 회의실을 꽉 채운 중년 남성들에게 스스럼없이 농담을 건네며 회의를 이끄는 모습을 소개했다.미 시사교양지 뉴요커는 “이방카 부부의 인맥에는 바버라 월터스, 배리 딜러 등 나이 많은 거물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금수저 출신인 이방카 부부는 일 욕심이 대단하다. 이방카는 보그에 “남편이 데이트하자고 해서 알려준 레스토랑으로 나갔더니 남편이 개발사업을 하려고 막 사놓은 땅과 가까운 곳이었다. 결국 우린 한밤중에 건물 꼭대기에서 비를 맞으며 땅을 둘러봤다”고 말했다. 데이트 때마저도 사업 구상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이처럼 이방카 부부는 워커홀릭으로 소문났지만 주말만은 오로지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이방카는 연예지 피플에 “우리 둘 다 주말까지 일할 때는 거의 없다. 보통 외곽 가족 별장에 가서 애들과 텃밭에서 토마토와 딸기를 딴다”고 말했다.제이방카의 연애는 사업처럼 타협의 과정이었다. 뉴요커에 따르면 젊은 두 부동산 사업가는 2005년 부동산 브로커의 소개로 사업상 처음 만나 한눈에 반해 연애를 시작했다. 유대인인 쿠슈너 가족은 같은 종교를 믿는 며느리를 원했다. 독실한 장로교 신자였던 이방카는 쿠슈너가 부모를 설득하지 못하자 2008년 3년 만에 결별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방카는 쿠슈너와의 결혼을 위해 장로교에서 유대교로 개종했고 마침내 둘은 2009년 결혼식을 올렸다. 6세, 4세, 1세인 세 자녀도 유대인식 교육을 받는다.한편 일각에서는 이방카가 실질적인 ‘백악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날 마련된 ABC의 한 프로그램에서 “(내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다는 건) 맞지 않다. 한 명의 퍼스트레이디가 있고, 그녀는 아주 잘할 것”이라며 멜라니아 여사의 역할을 분명히 강조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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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평등이 포퓰리즘 부채질… ‘파이’키우고 재분배 강화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가 18일 불평등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심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영국 언론 가디언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토론회에서 “낮아진 경제성장률과 높아진 불평등이 선진국에서 중산층 위기를 일으키는 요인들”이라며 “불평등과 불신, 희망 부재가 포퓰리즘을 부채질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각국이 경제성장을 좀 더 촉진하고 성장 과실을 나눌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권자들이 ‘아니다’고 말할 때는 심각한 신호가 온 것이고 진짜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정치인들은 신호를 받아들여 지금보다 재분배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미국 대선의 이변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의 혼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4년 전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지만 무시당했다. 이제라도 사람들이 이 문제를 귀담아들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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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지구 역사상 가장 더워… 3년째 기록 경신

     2016년이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 기온을 급격히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항공우주국(NASA)은 18일(현지 시간) 지구 온도가 2014년부터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곳곳에 설치된 수천 개의 기상관측소, 바다의 부표, 인공위성 등에서 측정한 지구 육지와 바다의 연평균 기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평균 온도는 섭씨 14.83도로 20세기 평균치인 섭씨 13.88도보다 0.95도 높았다. 1880년 NOAA가 기후 관측을 시작한 뒤 최고치다.  북극에서 유독 기온 상승이 급격했다. 지난해 가을 북극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훨씬 높은 섭씨 영하 6도∼영하 1도였다.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 해안선은 침식되고 있다. NASA 산하 고더드우주연구소 개빈 슈밋 원장은 뉴욕타임스(NYT)에 “북극에서 발생한 일은 정말로 인상적이다. 올해 유독 정상 수준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두 기관에 따르면 급격한 지구 온도 상승의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데릭 안트 NOAA 기후감시책임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기온 상승은 진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추세적 현상이다. 우리가 큰 변화를 겪고 있다는 진정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지구 전체에 축적되는 열기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40만 개가 매일 폭발해 발생하는 열의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고 NYT는 전했다. 컬럼비아대 기후과학자 리처드 시거는 “지구 표면에서 온난화가 시작돼 발작이 일어나듯 진행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결코 멈추지 않았고 다방면에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는 1998년 이후 지구온난화가 멈췄다는 일부 과학자의 주장과 대립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2012년 트위터에 “지구온난화란 개념은 중국에 의해 중국을 위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낮추려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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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절 논란’ NSC국장 트럼프정부 첫 낙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커뮤니케이션국장으로 내정됐던 모니카 크롤리(48)가 결국 표절 시비를 견디지 못하고 낙마했다. 크롤리는 트럼프 백악관 및 내각 주요 내정자 중 첫 낙마자다. 크롤리는 16일 성명을 내고 “숙고를 거듭한 끝에 새로 출범할 행정부에 참여하지 않고 (내 활동 무대인) 뉴욕에 남아 다른 기회를 찾기로 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팀에 합류하라는 요청을 받은 것 자체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트럼프 당선인과 ‘새로운 미국 건설’이란 그의 어젠다를 열정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롤리의 전격적인 낙마는 2012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도대체 무슨 일이(What The Bleep Just Happened)’가 표절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앞서 CNN은 그의 저서에서 50건 이상 표절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그는 이 책에서 케인스 경제학에 대한 대목을 쓰면서 금융 전문매체인 ‘인베스토피디아’의 연관 기사를 베꼈고, 노조의 조직화에 관한 한 부분은 진보 싱크탱크인 미제스연구소의 2004년 기사를 고스란히 옮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2000년에 컬럼비아대에 제출한 박사 학위 논문도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테러전쟁 수행 방식 등 외교정책을 강력히 비판해 온 ‘매파 안보전문가’인 크롤리의 표절 의혹으로 트럼프 행정부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CNN은 “미국 지성사회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표절(plagiarism) 논란으로 백악관 핵심 내정자가 물러나면서 도덕성이라는 트럼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다시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반대론자로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톰 프라이스 하원의원(63)도 지난해 3월 글로벌 제약회사 ‘지머 바이오멧’ 지분을 사들인 뒤 이 회사에 유리한 법안을 발의해 윤리 문제가 불거졌다고 CNN이 17일 보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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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책을 폈다… 결단의 순간엔

      ‘나만 유독 엄청나고 대단히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20일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56)은 지난 8년간 큰 결정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 때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 전기를 읽으며 이처럼 되뇌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전쟁을 지휘한 선배 대통령에 비하면 자신의 과제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니 괴로워할 게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오바마 대통령 인터뷰 기사에서 그가 8년간 백악관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비법은 책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결단의 순간이 찾아오거나, 넘치는 정보와 시끄러운 당쟁으로 혼란스러울 때면 늦은 밤 홀로 관저 집무실에서 방황하다 책을 폈다. 특히 깊은 고민에 빠져 외로워질 때면 전임 대통령 등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쓴 책을 찾아 읽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마틴 루서 킹 주니어, 간디, 넬슨 만델라의 저서가 특별히 도움이 됐다. 역사를 거슬러 나와 비슷하게 외로움을 느꼈을 동료들을 발견하면 정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인물이 쓴 책이 아니어도 스케일이 큰 작품도 큰 위로가 됐다. 그가 매몰된 사안에서 잠시 빠져나와 사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광기, 잔인함, 어리석음 등 인간의 복잡한 면모를 폭넓게 보여 주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사안을 긴 안목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세계과학소설협회가 매년 선정하는 휴고상 장편소설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류츠신(劉慈欣)의 공상과학소설 ‘삼체’는 스케일이 워낙 커서 백악관의 일상이 매우 사소하게 느껴지게 했다. 보통 사람들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하기 쉽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바쁠수록 책을 손에 쥐었다. 그는 “일이 급히 돌아가고 숱한 정보가 난무할 때 독서는 내가 (일의) 속도를 늦추고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게 하는 능력을 줬다”라고 독서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 점이 나를 더 나은 대통령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균형을 잃지 않게 도운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퇴임을 앞둔 요즘도 하루의 마지막 일정은 1시간가량의 독서로 맺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요즘 읽는 책은 심오한 철학서부터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등 현대문학, 고전소설, 논픽션 등 폭이 넓다. 그는 “가끔씩 내 머리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외딴곳에 있는 느낌을 주는 소설을 읽는다”고 전했다. 책은 일찍이 오바마 대통령의 어린 시절부터 길잡이가 됐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큰딸 말리아에게 전자책 ‘킨들’을 선물했다. 말리아의 킨들은 ‘백 년 동안의 고독’, ‘여전사’, ‘황금 노트북’ 등으로 가득 차 있다.  독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작문 능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일기를 꾸준히 썼고 만난 사람의 사연을 바탕으로 짧은 이야기도 만들었다. 그가 연설문을 잘 쓰는 이유도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고 잘 표현해 내기 때문이다. 20일 퇴임 이후 오바마의 꿈은 책 읽는 사람을 늘리는 일이다. 그는 “세계화, 첨단기술, 이민 등으로 문화 충돌과 양극화가 심각한 오늘날, 사람들을 묶어 주는 이야기를 읽는 것이야말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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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말리아 난민 소년이 장관으로 ‘캐나디안 드림’

     “우리가 이곳에 방을 잡도록 도와주세요.” 1999년 당시 23세였던 소말리아 난민 청년 아흐마드 후센(41·사진)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 토론토의 공공주택 ‘리젠트 파크’ 앞에서 입주 담당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집값이 저렴한 공공주택에 입주해야 돈을 아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18년 전 공공주택 거주권을 얻기 위해 정부에 호소했던 한 난민 청년이 캐나다의 이민부 장관이 됐다고 영국 BBC가 15일 보도했다. 후센은 17세였던 1993년 형제들과 함께 전쟁으로 폐허가 된 소말리아를 탈출해 온타리오 주 항구도시 해밀턴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고학하며 고교를 마친 그는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캐나디안 드림’을 안고 토론토의 요크대에 진학했다. 후센은 대학 재학 중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공공주택 거주권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조지 스미서먼 당시 의원(자유당)의 눈에 띄었다. 스미서먼 전 의원은 BBC에 “후센은 박식하면서도 차분하고 성숙하게 말하는 청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후센은 스미서먼 의원의 소개로 돌턴 맥귄티 온타리오 주총리의 일을 돕는 과정에서 정치가 어떤 일인지 알게 됐다. 후센의 지인 마흐무드 어코드 씨는 BBC에 “후센은 법률가나 사회 활동가들이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능력을 탐냈다”고 전했다. 법률가가 돼 난민 문제를 알리겠다는 의지는 법학 공부로 이어졌다. 그는 2012년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했고, 2015년 총선에서 자유당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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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굶주림-혹한 속 세르비아에 발 묶인 난민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를 잊지 말라. 상어의 입속이 아닌 한 이곳을 떠날 수 없다.’ 영하 16도 혹한이 닥친 지난주 동유럽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철도역. 때 묻은 건물 벽에 쓰인 낙서는 철도역에서 추운 겨울을 견디는 난민 1200여 명의 절규였다. 난민들은 눈이 녹아 질퍽해진 진흙 바닥 위에 빈 캔, 플라스틱 병, 각종 쓰레기로 작은 텐트를 짓고 추위를 피했다. 한파를 견디다 못해 온기를 느끼려 불에 태운 창문 조각과 쓰레기에서 지독한 유독가스가 피어올랐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14일 베오그라드 난민 은신처 현장을 소개하며 “제2의 칼레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칼레 난민촌은 난민이 무섭게 모여들며 범죄의 온상이 돼버려 지난해 10월 결국 철거됐다. 난민들은 강추위에 몸이 얼거나 어설프게 불을 피우다 화상을 입어 목숨을 잃고 있다. 국경 없는 의사회(MSF)에 따르면 의료진이 돌본 환자의 절반가량은 18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이다. 안드레아 콘텐타 MSF 인도주의 담당자는 가디언에 “세르비아는 새로운 칼레가 되고 있다. 쓰레기통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MSF는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인원을 합하면 7300여 명의 난민과 이민자가 세르비아에 머물고 있다고 추산한다. 82%는 난방이 되는 정부 시설에 입소했으나 나머지 1200여 명의 남성은 비공식 시설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이 중 300여 명은 어린 소년들이다. 칼레의 난민 규모(프랑스 정부 추산 6500명)를 이미 넘어섰다. 세르비아는 난민 처우가 좋지 않은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에 둘러싸여 있어 서유럽 국가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난민들에게 환승지 격이다. 최근 일부 유럽 국가가 강경한 이민정책을 펴자 난민정책이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세르비아로 향하는 난민도 늘었다.  세르비아 정부는 공식 난민 캠프를 마련했지만 난민들은 쓰레기더미 속에서 버티려 한다고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밀입국을 돕는 브로커들이 돈벌이를 위해 난민들을 불법 은신처에 묶어 두고 있기 때문이다. 페터르 판데르 아우에라르트 국제이주기구(IOM) 조정자는 “브로커들은 난민에게 ‘공식 캠프로 이동하면 유럽 국가에 진입할 수 없다’고 협박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난민은 불가리아나 마케도니아로 추방될까 봐 공식 캠프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불가리아는 난민 사이에서 악명 높은 국가다. 윌리엄 레이시 스윙 IOM 사무총장은 옵서버 기고에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 리더들은 혹한에 얼어 죽어 가는 난민과 이민자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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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보스포럼 “포퓰리즘을 조심하라”

     세계 경영인들은 향후 10년간 기업 경영을 가장 위협할 요인으로 ‘실업’을 꼽았다. 특히 한국 기업인들이 느끼는 실업의 심각성은 세계 131개국 중 4번째로 높았다. 기업인이 체감하는 취업난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가계의 소비가 줄고 경기가 침체돼 결국 기업의 경영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1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영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실업의 위험도는 76.8점으로 세계 평균(36.6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131개국 중 브룬디(80.0점), 코트디부아르(79.5점), 스페인(77.9점) 다음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세계 135개국 경영인 1만3340명에게 실업, 재정 위기, 테러, 자산 거품 등 위험 요인 30가지 중 ‘향후 10년간 기업 경영의 5대 위험 요인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해 얻은 결과다. 각 항목의 점수는 30개 항목 중 이 항목을 5대 위험 중 하나로 꼽은 응답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특히 실업이 향후 10년간 문제가 될 것이란 장기 전망은 인공지능(AI)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속에 고용 기회가 계속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형준 노동경제연구원 노동법제연구실장은 “신기술이 빠르게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 흐름에 대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노력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대량 실업은 빈부 격차 확대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WEF가 같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업, 정부, 학계의 전문가 745명을 대상으로 세계 경제에 가장 위협이 될 흐름을 조사한 결과로 ‘빈부 격차 확대’, ‘기후 변화’, ‘사회 양극화’ 등이 꼽혔다. 실제로 2015년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상위 1%가 벌어들인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미국은 10%에서 22%로, 중국은 5.6%에서 11.4%로, 영국은 6.7%에서 12.7%로 각각 늘었다. WEF는 빈부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일 것으로 내다봤다.  소득 격차 확대는 급격한 기술 변화와 세계화에 따른 경쟁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됐다. 세계화가 진전되며 기술력이 뛰어난 전문 인력은 경쟁을 뚫고 ‘스타 기업인’으로 떠올라 몸값을 올리지만 저소득층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회복이 더뎌지며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에서조차 중산층이 붕괴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WEF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보고서 서문에서 “은밀하게 확산되는 부패와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단견주의, 공정치 못한 분배 등은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라고 말했다. 독일 DPA통신은 17∼20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WEF의 화두가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EF에 따르면 유럽에서 포퓰리즘의 영향을 받은 유권자 비율은 1970년대 7.1%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13.2%로 급증했다. 한국은 물론 독일, 프랑스 등 올해 선거를 앞둔 국가들의 대응이 시급해졌다. WEF는 포퓰리즘에 대항해 협력 공존 등 WEF가 표방하는 전통 가치를 지킬 방법을 논의한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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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선판 뒤흔든 ‘독버섯’… 국내도 가짜뉴스 주의보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 ‘유엔 출마 제동 가능’.” 유럽 한인사회를 독자층으로 확보했다는 A인터넷 매체는 7일 위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에 띄웠다. 이 ‘기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신임 사무총장은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어 퇴임한 반 전 총장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그대로 묵과하지 않을 수도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만약 반 전 총장이 유엔 결의를 충실히 따르지 않고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면 이는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대해서도 유엔 결의를 준수하라고 강제하지 못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 유엔 측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1946년 유엔 총회 결의안을 근거로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가 유엔 결의 위반이고, 유엔의 대북 제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해당 ‘기사’에는 1∼7대 전직 사무총장들이 이 결의를 준수해 유엔의 전통을 이어갔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전직 사무총장 가운데 퇴임 후 고국에서 공직에 진출한 인사도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4대 사무총장인 쿠르트 발트하임은 퇴임 4년 후인 198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구테흐스 총장이 출마를 반대한다는 내용도 확인된 바 없다. 또 이 ‘기사’에 나오는 유엔 결의안에 대해서도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11일 “이 결의는 유엔 창설 직후 사무총장이 민감한 정보를 많이 다룰 것이라는 점을 가정해 만들었고 ‘퇴임 직후’가 언제인지도 불분명하다”며 “총회 결의가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자체를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고개 드는 ‘가짜 뉴스’ 올 상반기에 치러질 수 있는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기승을 부렸던 ‘가짜 뉴스’가 한국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12일 귀국하는 반 전 총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더 주목된다. 가짜 뉴스는 허위 사실을 마치 진짜인 양 정리한 기사를 뜻한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는 ‘카더라 통신(유언비어)’과는 다르다. 다른 인터넷 매체 같은 사이트가 있고 기사체로 쓰였으며 출처도 존재한다. A매체도 ‘기사’의 출처라며 SNS 게시글 3개를 링크했다. 이 링크를 따라가면 반 전 총장을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글로 연결된다. 그러나 11일 현재 A매체의 ‘기사’에서는 출처 부분이 사라졌다. 문제는 이 기사를 다른 SNS에서 사실인 것처럼 인용하고 퍼 나르면서 ‘유엔법 위반’ 글이 확산됐다는 점이다. 이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반기문 출마 유엔법 위반’을 검색하면 해당 기사를 링크하거나 인용한 SNS 게시글이 수십 개가 나타났다. 게시글에는 “법을 지켜라. 출마하지 말라”는 내용의 비난 댓글도 달렸다. 전직 경찰 간부까지 이와 유사한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가짜 뉴스는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선정적인 내용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전파력이 크다”며 “대선 정국에서 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가짜 뉴스와 전면전 선포 해외에서는 가짜 뉴스가 이미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다. 피자가게 ‘코밋 핑퐁’ 지하실이 근거지다”란 가짜 뉴스가 퍼져 이를 진짜로 믿은 남성이 피자가게에 총을 쏘기도 했다. 올해 9월 총선을 앞둔 독일 정부는 러시아 등이 가짜 뉴스로 선거판을 흐릴 것을 우려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가짜 뉴스 대응 기관을 설립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며 적극 대처할 뜻을 나타냈다. 독일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은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거짓 정보를 퍼뜨려 독일을 흔들려고 한다”고 발표했다. 영국도 새해 첫날부터 가짜 뉴스로 들썩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크리스마스 예배에 이어 신년 예배까지 불참하자 ‘BBC뉴스 UKI’라는 트위터 계정에 ‘충격: 버킹엄 궁이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발표했다’는 가짜 뉴스가 퍼졌다. 영국 왕실이 “여왕은 심한 감기로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 가짜 뉴스는 SNS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은 사라졌지만 2014년 가짜 뉴스를 만드는 애플리케이션 ‘페이크뉴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톡 같은 SNS에 ‘속보’ ‘단독’이란 제목을 단 찌라시 글이 유통되면 이를 받는 사람은 진짜 뉴스로 믿는 일도 허다하다. 만약 가짜 뉴스가 대선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과 맞물린다면 대선판에 큰 혼란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가짜 뉴스는 생각이 서로 다른 집단을 극단주의로 몰아가 양극화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 등이 각 영역에서 팩트 체크 시스템을 가동해 가짜 뉴스의 유통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차길호·조은아 기자}

    • 20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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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다보스포럼 첫 참석… 트럼프측과 첫 만남 가질 듯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과 17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리바오둥(李保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1일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 참석 관련 기자회견에서 “중국 대표단이 트럼프 측과 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리 부부장은 “중국은 트럼프 측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열린 채널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확인했다. 양측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하고 있는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 양국의 무역 갈등은 물론이고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남중국해 문제,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 유지 여부 등 안보 이슈에 대한 양국의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 주석이 도리스 로이트하르트 스위스 대통령 초청으로 15∼18일 스위스를 국빈 방문한다. 17일에는 다보스포럼 회의에 참석하고 18일에는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초청으로 유엔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이 다보스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의 이 같은 행보는 20일 트럼프 행정부 공식 출범을 앞두고 국제사회에서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 등 중국 대표 기업인을 앞세운 ‘호화 대표단’을 대동하고 포럼에 참석해 개막연설을 할 계획이다. 트럼프 측에서는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지명된 게리 콘 골드만삭스 전 사장과 정권 인수위원회 집행위원으로 트럼프 차기 정부 합류가 유력한 앤서니 스카라무치 펀드매니저가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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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韓日 소녀상 갈등 중재방안 검토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미국이 중재자로 나서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미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등이 이임 인사차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에게 전화를 걸어 개별 또는 3자 간 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일 3국의 각료급 대화를 통해 3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한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정례 브리핑 도중 일본 정부에 ‘위안부 소녀상’ 대신 ‘위안부상’이란 명칭을 사용하라고 압박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산케이신문 기자는 “소녀의 상은 어디에 설치해도 된다는 인상을 주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스가 장관은 “어제 정부는 위안부 소녀상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런 배경(한국이 표현하는 취지를 의미)에서 그런 표현(위안부 소녀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0일 낮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를 비롯한 각국의 주일 대사 22명을 총리공저로 불러 오찬을 가졌다. 외무성은 “일본어 및 일본 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오찬은 위안부 소녀상을 둘러싼 한일 갈등에서 아베 총리가 다른 나라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외교전이란 분석이 나온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조은아 기자}

    • 20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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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다음 타깃은 ‘외국인 취업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에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들라”고 거세게 압박하며 대선 공약을 실행에 옮기자 전문직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취업비자(H-1B)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유세 때 “값싼 인건비를 위해 취업비자 발급이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1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직업의 보호와 성장 법안’으로 불리는 새로운 이민법안이 4일 미 하원에 상정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연봉이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전문 인력만 H-1B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석사 학위 취득자에게 비자 우선권을 주는 제도도 폐지된다. H-1B 비자는 미국에서 인력이 부족한 전문직에 우수한 해외 인력을 끌어들이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기업들이 외국 인력을 값싸게 쓰는 데 악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2009∼2011년 H-1B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는 인도로 연평균 12만762명이 비자를 받았다. 중국(2만581명), 캐나다(8742명), 필리핀(7479명), 한국(6427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H-1B 비자 취득을 경제적 계층 상승의 발판으로 삼는 인도 전문직들은 걱정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도 앰빗캐피털의 사가르 라스토기 연구원은 “이번에 상정된 법안이 인도인들에겐 불리하다. 우리에게 큰 위험”이라고 진단했다. 인도 매체 힌두스탄타임스는 9일 “트럼프 행정부의 엄격한 이민 정책으로 공포감이 커졌다. 인도 정보기술(IT)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인 유학생들도 H-1B 비자 축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지 법조계는 비자 발급 규모가 당장 줄진 않더라도 비자 심사 조건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미국 뉴저지에서 활동하는 류지현 송로펌 변호사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에 많은 경영·기업 분석가나 그래픽 디자이너는 다른 업무를 병행할 경우 전문성이 높은 전문직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 기업들은 비자 제도 축소를 계기로 미국 IT회사에 근무한 자국인들을 받아들여 IT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에서 값싼 고급 인력을 찾기 힘들어지면 미국 기업들이 인도에서 법인을 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WP에 “미국 기업 외주를 받던 인도 기업은 이제 인도에서 새 사업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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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무서워… 피아트 “美공장에 10억달러 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트위터로 대기업 협박하기’가 미국과 외국 기업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면서 ‘자발적인 투항’ 기업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를 독일 나치의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함께 미국 3대 자동차 업체로 꼽히는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FCA)는 8일 성명을 내고 “2020년까지 총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투자해 미시간과 오하이오의 공장 설비를 교체하고 2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시간 공장의 설비 개선이 완료되면 현재 멕시코의 살티요 공장에서 생산 중인 램 픽업트럭 조립 공정을 미시간 공장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현재 멕시코 내 7개 공장에서 램 트럭부터 소형차 피아트 50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닷지’의 저니 등을 생산하고 있고, 멕시코 내 고용 인력은 1만1800여 명에 이른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최고경영자(CEO)는 “지프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은 회사 전략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미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해외로 성공적으로 침투할(수출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이유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트위터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전문 매체인 CNN머니는 “미국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거나 멕시코에 공장을 신설하려던 GM과 포드를 트위터로 공격한 트럼프의 다음 목표는 피아트크라이슬러라는 관측이 많았다”라며 “이번 성명은 선제적 방어의 성격이 짙다”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공격해 오기 전에 투자 계획을 밝힌 건 영리한 결정이고, 타이밍도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트위터 공격을 받았던 대기업 대부분이 주가 하락 등의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트위터의 파괴력은 이미 상당한 것으로 입증됐다. 3일 트위터에 “(GM은)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든가 아니면 많은 국경 세금을 내라”라고 주장하자 구글에서 GM 검색량은 200%가량 급증했고 GM 주가도 순식간에 0.7% 떨어졌다. 손익 계산에 빠른 대기업들이 트럼프에게 저항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 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포드의 경우도 멕시코 공장 신설 방침을 철회하는 대신, 트럼프 정부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각종 혜택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독일의 명차 BMW는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지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이언 로버트슨 BMW 세일즈·마케팅 총괄사장은 9일 BBC와 인터뷰에서 “멕시코에 공장을 짓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공장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상품 가치로 따지자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차를 수출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6∼8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 총회에서 경제 석학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기업 괴롭히기(bullying)를 비판했다.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특히 “트럼프의 지나친 기업 개입 정책과 보호무역주의는 결국 자유로운 경쟁과 그를 통한 혁신을 크게 저해하게 된다”라며 “독일 나치 정권의 히틀러가 (그런 식으로) 민간 경제를 통제해 경제 생산성을 떨어뜨렸다”라고 말했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조은아 기자}

    • 201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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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퇴역군인 또 총기난사… 플로리다공항서 5명 숨져

     미국 플로리다 주 남동부의 포트로더데일-할리우드 국제공항에서 6일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5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흑백 갈등 총격에 이어 이번 사건의 용의자도 전직 군인이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이날 오후 1시경 포트로더데일-할리우드 공항의 2번 터미널 짐 찾는 곳에서 총격 사건이 터졌다. 총성이 울리자 공항 이용자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공항 출구로 달려 나가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용의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미 연방검찰이 재판에 넘긴 용의자 에스테반 산티아고(26)는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정확한 범행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검찰은 테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산티아고는 총기 범행을 계획하고 알래스카에서 플로리다행 편도 비행기표를 끊었다. 출발할 때 적법 절차에 따라 권총을 짐으로 부쳤다. 포트로더데일-할리우드 공항에 도착한 뒤 짐 찾는 곳에서 총이 든 가방을 찾아 화장실로 가서 총알을 장전했다. 그는 2개의 탄창을 갖고 9mm 구경 반자동 권총을 눈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10∼15차례 난사했다. 산티아고는 이라크에 파병된 10개월을 포함해 9년간 미군으로 복무하다 지난해 제대했다고 ABC뉴스는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알래스카 주 앵커리지 연방수사국(FBI)을 방문해 “미국 정보기관이 내 마음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FBI에 총을 반납하고 정신감정을 받았지만 정신질환으로 판정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결정에 따라 한 달 뒤 총을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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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취임식날… 女權-환경 주제 反트럼프 마라톤 방송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맞춰 반(反)트럼프 기업가들이 실시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한 ‘텔레톤’(장시간 방송이란 뜻으로 텔레비전과 마라톤의 합성어)을 진행한다고 CNN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버톤(Love-a-thon)’으로 불리는 이 텔레톤은 뉴욕에서 미국 동부시간을 기준으로 낮 12시 반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다. 희극, 뮤지컬 공연 등으로 구성되며 영화배우 제인 폰다, 제이미 리 커티스, 팀 로빈스, 가수 제프 트위디 등 다양한 연예인이 동참한다. 젊은 기업가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미국 가족계획연맹, 지구정의, 남캘리포니아시민자유연맹 등 3개 단체에 전달할 기금 50만 달러(약 6억 원) 이상을 모을 계획이다. 시청자들은 기부하길 원하는 단체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단체들은 여성 인권, 기후변화, 소수민족 권리 등 트럼프가 유세 때 거친 말로 논란을 일으킨 주제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번 방송을 기획한 창업가 앨릭스 고딘(23)은 CNN에 “선거 다음 날 엄청 충격을 받았다. 어떤 일이든 해볼 기회를 찾다가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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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 미국인들 “최악상황 대비 탈출용 짐 항상 싸놓고 있어”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 기지 대형 천막 앞. 주한미군 가족을 비롯한 미국인 60여 명이 두꺼운 점퍼에 털모자를 눌러쓴 채 신속하게 모였다. 아이들은 들떠 있었지만 어른들은 굳은 표정으로 서로 속삭이고 있었다. 한국에 전쟁이 터졌을 때를 가정해 비상 탈출을 연습하는 ‘비전투원 소개(疏開) 훈련’ 참석자들이었다. 미국 CNN은 지난해 11월 4일까지 실시된 당시 훈련을 단독 동행 취재해 3일(현지 시간) ‘김정은으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미군이 해마다 실시하는 훈련이지만 미군 헬기를 동원해 민간인을 일본 오키나와까지 대피시킨 것은 2010년 이후 거의 7년 만이다. 그만큼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와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CNN이 동행 취재를 완료한 지 2개월이 지난 이날에야 공개한 것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를 깎아내리는 등 북한과 미국의 긴장이 첨예해진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비전투원 피란 계획 담당자 저스틴 스턴 씨는 CNN에 “김정은은 우리를 적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에서 심각한 발언이 나오니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군의 가상 탈출 소집 명령을 받은 미국인들은 대부분 미리 싸둔 짐을 챙겨 나왔다. 개인 물품은 1인당 약 27.2kg씩으로 제한됐다. 훈련에 참여한 니콜 마르티네스 씨는 “미군이 군무원 가족들에게 항상 통조림 음식과 슬리핑백 등을 담은 여행가방을 싸 두라고 권한다. 우리도 집에 비상용 가방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용산 미군기지 집회소에서 팔찌형 신분증을 나눠 받았다. 보안 검색을 거칠 때 애완동물도 등록을 해야 했다. 어린 학생들은 유아용 화학작용제 방지 마스크를 착용하는 교육도 받았다. 일부에서 “탈출을 빨리 해야 하는데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오자 랜스 캘버트 사령관은 “전시에는 수만 명의 민간인을 5∼7일 안에 탈출시켜야 하니 기차, 버스 등 교통수단을 활용해 더 빨리 대피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피란민들은 버스를 타고 경기 평택시 남부의 캠프 험프리스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아스팔트에 대기하고 있는 치누크 헬기의 위엄에 얼떨떨해 했다. 헬기에 오르는 때가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전투에 나갈 군인들에겐 ‘국가가 우리 가족을 탈출시켜 보호해준다’고 안심하는 계기가 된다. 지미 시핸 대위는 “우리는 군인들이 (가족과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에 ‘내 아내, 내 남편은 어떻게 되나’ 걱정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륙한 치누크 헬기는 대구에 착륙했다. 헬기에서 내린 피란민들은 미군기지 캠프 워커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오전 5시가 되자 호송대는 이들을 김해 대한민국 공군기지로 보냈다. 미국인들은 이곳에서 C-130 허큘리스 수송기를 타고 한국 땅을 떠났다. 수송기 안에서 사람들은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서로 기대어 잠이 들었다. 눈을 뜰 무렵 수송기는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닿았다. 훈련을 마친 뒤 이들은 한국으로 되돌아 왔지만 전쟁 중에는 미국으로 향한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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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디지털 혐오증… 컴퓨터 배우기 싫어해”

     “앞으로 백악관에서 컴퓨터가 사라질까.”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미국의 대통령이 될 도널드 트럼프가 최신 컴퓨터 같은 현대 기기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대중과 동떨어진 1980년대에 머물고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트위터에 중요한 국정 비전을 올려 대는 트위터 마니아 트럼프에게는 너무 편파적인 지적처럼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의 미 대선 해킹 의혹에 너그러운 반응을 보이는 트럼프가 사실은 자신이 해킹 공격을 받을까 봐 컴퓨터,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손으로 편지를 써 배달원을 통해 보내는 낡은 방식을 선호한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트럼프는 컴퓨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온라인 뉴스 대신 신문, 잡지를 사무실에 한 무더기 쌓아 두고 하나씩 꺼내 꼼꼼하게 읽는다. 대선 유세 때는 캠프 간부들에게 “온라인 빅데이터에 의존해 선거 전략을 짜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온라인 정보는 조작될 수 있다’는 불신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신 전국 곳곳 유세장에서 느낀 유권자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전략을 세웠다.  ‘트위터 정치’를 고수하는 트럼프가 스마트폰을 끼고 살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가 내용을 불러주면 참모들이 대신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지만 통화할 때만 간단히 쓴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정보는 직접 손으로 써서 사람을 통해 전달한다. 어떤 컴퓨터도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컴퓨터 혐오증을 직접 확인했다. 컴퓨터 혐오증은 트럼프가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인 탓도 있지만 온라인 문서가 법적 다툼에서 불리한 증거로 남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커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2월 유세에서 “소송을 당할 때 법원은 e메일을 제출하라고 하는데 나는 e메일을 안 쓰니 제출할 수 없다. 승소하고 나면 e메일을 안 쓰는 게 정말 똑똑한 방법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의 행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크게 대비된다. 오바마는 젊은 대통령답게 2009년 백악관에 입성할 때 특별한 장비를 갖춘 최신식 블랙베리를 들고 왔다. 매일 아이패드로 국가안보 브리핑 자료를 읽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오바마의 이런 성향은 정책으로도 반영됐다. 백악관에 기술담당최고책임자(CTO) 자리를 신설하고 디지털 기술을 연방 정부의 효율성과 대국민 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혁신적 수단으로 삼았다. 그는 최근 참모들에게 “백악관 컴퓨터를 최신 모델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후임자가 편하게 국정을 보도록 배려한 조치였다. 최신형 컴퓨터가 설치됐고 인터넷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하면 이 모든 게 찬밥 신세가 될 공산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디지털에 무심한 트럼프가 사이버 안보 정책도 소홀히 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AP는 “대선 후보가 되자 즉시 정보 당국에 미국 사이버 안보 및 취약성에 대한 보고를 요청했던 트럼프가 정작 지금은 사이버 안보 강화 정책을 구체화하지도 않고 러시아가 미 대선에 해킹으로 개입했다는 정보 당국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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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장녀 이방카, 조언자 역할 ‘톡톡’…퍼스트레이디 역할 나서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71)의 장녀 이방카(36·사진)가 보육 관련 법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일종의 비선 참모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방카가 새엄마인 멜라니아 여사(47)를 제치고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 마샤 블랙번 연방 하원의원은 1일 미국 CNN 시사토론 프로그램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에 출연해 "미국 맞벌이 부부들이 보육비를 아낄 수 있도록 이방카와 함께 보육 관련 법안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번 의원은 "우리는 미국 부부들이 보육료 부담을 덜도록 세금 공제, 감세 등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 역시 일하며 애를 맡길 안전한 곳을 찾느라 고생해 봤기 때문에 보육 문제의 중요성을 잘 안다"고 강조했다. 이방카도 대선 유세 때 아이 셋 엄마로서의 육아 경험을 설명하는 등 엄마의 감성을 내세워 트럼프표 육아 정책을 홍보한 바 있다. 대선 이후 잠잠해진 이방카는 요즘 물밑에서 소리 없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밑그림 짜기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부인의 삶을 다룬 '퍼스트 위민(First Women)'의 저자 케이트 앤더슨 브로어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이방카는 항상 조용하고 차분하게 행동하지만 조언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퍼스트레이디로 부상해 버렸다"고 평했다. CNN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듯 이방카가 이달 아버지의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 부인의 집무실로 사용돼 온 백악관 이스트윙에 거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P는 "단순히 대통령과 결혼한 사람을 퍼스트레이디 자리에 앉히기보다 그 역할에 맞는 사람을 두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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