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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방심위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 수사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셀프 민원’ 의혹을 외부에 알린 내부자를 찾기 위해 방심위가 의뢰한 것이다.15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서울 양천구 방심위 청사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민원상담팀과 운영지원팀 사무실 등에 있는 컴퓨터와 관련 자료들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이 수사는 지난해 12월 방심위의 의뢰로 시작됐다. 당시 일부 언론은 “류 위원장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관련 보도와 관련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9월경 민원을 제기했고, 이를 토대로 심의를 벌여 4개 방송사에 총 1억2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러자 방심위는 민원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안이라며 자체 특별 감찰을 지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경찰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해왔다.방심위는 컴퓨터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 등 자체 감찰을 토대로 유출 용의자를 2, 3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 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류희림 위원장의 비위를 덮으려는 적반하장 압수수색 중단하라”며 “방심위 직원들은 법과 원칙을 악용하여 위원회를 겁박하는 위원장의 행태에 모멸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반발했다.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유출자에 대한 강제수사 착수 여부에 대해 “(압수수색) 다음 단계에 생각할 문제”라고 답했다. 또 유출자가 공익신고자에 해당해 면책될 수 있다는 일부 의견에는 “그런 부분이 있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한편 류 위원장은 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에 5일 고발 당해 이해충돌방지법 혐의로 서울 양천경찰서의 수사를 받고 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2년 9월 미국 방문 당시 불거졌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MBC가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12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는 정정보도문을 뉴스데스크에서 앵커가 1회 낭독하고 자막으로 표시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9월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나눈 뒤 회의장을 나서면서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촬영됐다. MBC 등 일부 언론은 ‘○○○’ 대목을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하는 ‘바이든은’이라고 자막을 달아 보도했지만 대통령실은 ‘날리면’이었다고 반박하며 논란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MBC는) 자막을 추가하지 않은 채 음성 원본만을 들려준다거나, 논란이 되는 발언 부분을 공란으로 처리하는 등으로 시청자가 각자 판단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진위가 불분명한 ‘바이든은’을 자막에 추가해 정보 전달에 왜곡이 생기게 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정확하게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재판부가 양측의 동의를 얻어 전문 감정인에게 윤 대통령 음성 감정을 의뢰했지만, 전문 감정인은 감정이 불가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원 판결에 대해 이도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을 통해 “공영이라 주장하는 방송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확인 절차도 없이 자막을 조작하면서,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허위 보도를 낸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코미디 같은 대통령의 비속어가 코미디 같은 판결로 이어지다니 나라 망신”이라고 했다. MBC는 입장문을 내고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야권 추천 김유진, 옥시찬 위원에 대한 해촉건의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 위원에 대한 해촉안을 재가하면 방심위는 기존 여야 4 대 3 구도에서 4 대 1 구도가 된다. 2인 체제로 운영 중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방심위마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등 방송 정책이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는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 청사에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두 위원에 대한 해촉건의안을 의결했다. 김 위원의 해촉 건의 사유는 ‘비밀 유지 의무 위반’이 명시됐다. 3일 야권 위원들이 소집한 전체회의가 취소된 후 당시 안건 제의 배경 등을 김 위원이 언론에 공개한 게 문제가 됐다. 옥 위원의 해촉 건의 사유는 ‘폭력 행위’ 및 ‘모욕 행위’로, 9일 방심위 방송소위에서 류희림 방심위원장에게 서류를 집어던지고, 욕설을 한 행위가 지목됐다. 이날 야권 위원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김 위원은 전체회의 후 입장문을 내고 “제가 해촉된 진짜 이유는 류희림 체제 방심위에서 벌어지는 언론통제에 맞섰고, 이른바 ‘청부 민원’ 의혹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옥 위원은 방심위 노조가 연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의 큰 죄는 덮어주고, 야권 위원들의 작은 죄는 키워서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온 것이 이번 정권의 속성”이라고 했다. 방심위는 위원 9인으로 구성되는데 관행상 여야 6 대 3 구도다. 지난해 8월 야권 추천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이 해촉된 데 이어 지난해 9월 야권 추천 정민영 전 위원도 해촉되면서 여야 3 대 3 구도가 됐다. 이어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이 류 위원장을 위촉하면서 7인 체제, 여야 4 대 3 비율이 유지됐다. 해촉 건의된 2명은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추천으로 방심위원에 위촉됐다. 윤 대통령이 이들을 해촉하고, 2명을 새로 위촉하면 여야 6 대 1의 압도적인 여권 우위 구도로 바뀔 수 있다. 이날 인사혁신처는 대통령실에 해촉건의안을 상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르면 14, 15일경 윤 대통령이 해촉안을 재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심위는 류 위원장의 지인 동원 ‘셀프 민원’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 추천 위원들이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12월 언론 등을 통해 류 위원장의 지인들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관련 보도들에 대해 방심위에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류 위원장은 민원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안이라며 특별 감찰 지시와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등 내홍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8일 방송위 전체회의와 9일 방송소위는 여야 추천 위원 간 충돌로 상정된 방송 심의 안건을 한 개도 다루지 못한 채 파행됐다. 방심위 안팎에선 방심위의 심의 기능 자체가 마비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방심위 노조는 사무처 직원 149명 명의로 류 위원장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심위의 해촉건의안 의결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해촉할 사람은 류 위원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민원을 사주하고, 스스로 안건을 상정 요구·의결까지 한 사상 초유의 사건을 저지른 주인공은 류 위원장이다. 그의 해촉 건의 자체가 이해충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해촉 건의에 따라 바로 재가한다면 이들의 처사는 조폭 집단이 하는 행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비즈니스’는 외래어 중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대표적 단어다. 하지만 17세기 영국에서는 이 단어의 의미가 지금과는 달랐다. 셰익스피어는 1610∼1611년 집필한 희곡 ‘템페스트’에서 비즈니스를 이야깃거리 혹은 음모와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 비즈니스의 의미와 맥락이 바뀐 것은 1776년 출간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부터다. 분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행하는 영리사업’으로 정의했고, 지금까지 그 의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 ‘말’들의 기원을 분석했다. 자유, 헌법,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24개 단어가 그 주인공이다. 영문과 교수인 저자는 근대 문명이 태동한 17∼19세기 유럽과 고대 그리스 및 로마시대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대통령’은 메이지(明治) 시대 일본인들이 영어의 ‘president’를 한자로 옮긴 것이다. 미국 헌법에서 규정하는 대통령 직함을 원문 그대로 번역하면 ‘아메리카의 주 연합 의장’이다. 대권(大權)을 떠올리게 하는 대통령의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미국 헌법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강조하는 삼권분립이 19세기 후반 일본 정치 문화에는 부재했다. 여기에 당대 일본인들이 대국의 최고 권력자를 단순히 의장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겹쳐 오역이 이뤄졌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지난해 12월 채널A의 ‘뉴스A’는 종합편성채널 4개 메인뉴스 중 시청률 1위를 일곱 번 차지했다. 횟수 기준으로 3개월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중 두 번은 평일에 4.0%가 넘는 시청률을 달성했다. 메인뉴스뿐 아니라 다른 시사 프로그램들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11년째 방영 중인 종편 최장수 프로그램 ‘김진의 돌직구쇼’는 2022년 1월부터 현재까지 오전 9시대 기준 종편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저녁 시사 프로그램 ‘뉴스 TOP10’도 동시간대 종편 정치 시사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다. 이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동정민 김종석 김진 앵커를 만나 채널A 뉴스, 시사 프로그램의 강점과 계획을 들어봤다.● 강한 뉴스, 재밌는 뉴스, 젊은 뉴스뉴스A는 2020년 10월부터 방송 시간을 오후 7시로 30분 앞당겼다. 메인뉴스는 오후 8, 9시에 시작하는 것으로 여겨져 온 방송계의 고정관념을 깬 시도였다. 뉴스A의 동정민 앵커는 “퇴근시간이 당겨지는 등 ‘워라밸’의 시대 변화를 신속히 반영한 시도였다”며 “이제는 ‘7시에는 뉴스A를 본다’는 인식이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뉴스A의 시청률 상승은 가팔랐다. 뉴스A의 평균시청률은 지난해 6월 2.389%에서 12월 3.357%로 6개월 만에 1%포인트가량 수직 상승했다. 특히 주말 뉴스A는 지난해 5월 신설된 ‘주말 뉴스 TOP10’과 더불어 시청률이 함께 오르면서 지난해 12월에만 5차례 종편 메인뉴스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동 앵커는 “이슈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강한 뉴스’,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는 ‘재밌는 뉴스’, 미래 지향적인 ‘젊은 뉴스’라는 채널A 뉴스의 세 가지 원칙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젊은 뉴스는 채널A의 차별화 요소다. 뉴스A를 비롯해 뉴스 TOP10, 돌직구쇼의 앵커 연령대는 30대 후반∼40대 중반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오후 4시에 방송되는 사건 사고 프로그램 ‘강력한 4팀’은 30대 중반의 구자준 앵커가 이끈다. 뉴스 TOP10의 김종석 앵커는 “단지 외모나 말투가 아니라 아이템 선정, 패널 섭외, 그래픽 등 프로그램 전반에 트렌디함과 젊은 감각이 녹아 있다 보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A는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앞 ‘채널A 오픈스튜디오’에서 생중계한다. 뉴스 제작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스튜디오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 광화문 일대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동 앵커는 “오픈스튜디오 앞에 모인 외국인 관광객이나, 아이에게 뉴스를 설명해주는 부모의 모습을 보는 게 익숙한 풍경이 됐다”고 말했다. 돌직구쇼는 11년째 야외에서 오프닝을 하는데, 진행자의 마이크를 갑자기 뺏는 시민이 등장하는 등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김진 앵커는 “‘오늘은 분명 어제보다 나을 것입니다’라는 클로징 멘트를 매일 하는데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가 이를 보고 마음을 바로 잡았다고 한 시청자가 있었다”며 “저널리즘의 본령은 사실 전달이지만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것도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로 무한 확장 중인 채널A 보도-시사최근 채널A 시사 보도 프로그램은 TV뿐 아니라 유튜브 등 디지털 공간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돌직구쇼는 지난해 9월부터 정규 방송시간 종료 후 ‘김진의 더라방’이라는 유튜브 동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김 앵커는 “팩트와 격조를 기반으로 재킷을 벗고 속내를 털어놓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다. 편향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뉴스로도 이목을 끌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A의 동 앵커는 유튜브 콘텐츠로 ‘동앵과 뉴스터디’를 선보여 누적 조회수 6320만 회를 달성했다. 조회수가 100만 회가 넘는 콘텐츠만 9편이다. 뉴스 TOP10은 종편 단일 프로그램의 유튜브 계정 중 유일하게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는 채널A 시사 프로그램도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오전 8시에 방송되는 ‘정치시그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대거 출연해 출근길 라디오 프로그램처럼 고정 시청층이 생겼고, 다른 언론에서 활발한 인용 보도도 이뤄지고 있다. ‘정치시그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른 종편에서 유사한 형식의 유튜브 프로그램이 생겨날 정도다.● “2024년 종편 메인뉴스 1위 원년”올해는 4월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 앵커는 “앵커가 곧바로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모습은 뉴스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채널A는 그런 일 없이 언론의 역할만 하겠다”며 “공정성과 중립성, 신뢰라는 본령을 지켜가며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가장 빨리 현장에서 날것 그대로 보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채널A가 종편 메인뉴스 1위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사진)의 지인 동원 민원 의혹을 둘러싼 방심위 여야 위원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방심위 파행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방심위는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 청사에서 방송소위원회를 열었지만 6분 만에 파행됐다. 야권 추천인 김유진 위원이 회의 시작과 동시에 “청부 민원 논란이 있는 류 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류 위원장이 “김 위원의 일방적 의견이고, 현재 감사와 수사가 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뒤이어 또 다른 야권 추천 위원인 옥시찬 위원이 류 위원장을 향해 욕설을 하며 서류를 집어던진 뒤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정회하겠다. 방금 상황은 회의 중에 일어났기 때문에 반드시 기록하고, 촬영해놔라”라고 밝혔다. 결국 이날 방송소위는 시작된 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정회됐고, 1시간 뒤 끝났다. 류 위원장은 회의가 정회된 뒤 입장문을 내고 “차마 필설로 옮길 수 없는 욕설과 폭력 행위는 방심위 사상 초유의 일로 방심위에 대한 테러 행위”라며 “위원장으로서 깊은 유감과 함께 앞으로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유진 위원은 “류 위원장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정회를 선포하고 나갔다. 옥 위원의 문제 발언에 대해선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과 요구를 하고 사과를 받는 게 합리적인 절차다. 정회를 통해 회의 자체를 무산시킨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저의 발언에 대해서도 의도적인 회의 진행 방해라 주장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전날 열린 방심위 전체회의 역시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 보도와 인용 보도들에 대해 방심위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 위원들 간 충돌이 벌어지며 파행됐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가 영국 아카데미상 6개 부문 예비후보에 올랐다. 영국 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는 5일(현지 시간) 영국 아카데미상 예비후보(롱리스트)를 발표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 외국어영화상, 오리지널 각본상, 감독상, 남자 주연배우상, 여자 주연배우상 등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아카데미상 최종 후보는 18일 발표되고, 시상식은 다음 달 18일에 열린다. 이 영화는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과 20여 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12세에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송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호평을 받은 뒤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열린 독립영화·드라마상 고섬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와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을 맡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영화평론가 얼리사 윌킨슨은 5일(현지 시간) 유태오를 제96회 아카데미상(오스카상) 남우조연상 후보로 꼽았다. 그는 패스트 라이브즈를 작품상 후보로도 추천했다. 제96회 아카데미상 최종후보 명단은 23일 발표되고, 시상식은 3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처음부터 혼술에 능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던 저자는 퇴근 후 일본 오사카 시내의 선술집에 들러 평소 동경하던 혼술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저씨들로 넘쳐나는 곳에서 중년의 여성이 혼술을 한다는 것은 일본 사회에선 어려운 일이었다. 기회는 우연히 다가왔다. 마침 일본 향토주(사케) 연재 기사를 맡게 된 것. 각종 사케에 대한 취재차 밤마다 술집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조금씩 혼술과 친해져 갔다. 처음 가본 술집에서 식당 주인과 음식과 사케로 교감하고, 주변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갔다. 혼술의 수행이 쉽지는 않았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사원으로 경쟁만 하던 세계에 익숙한 저자는 술집에서 사케 지식을 뽐내려다 어색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런 민망한 경험을 통해 세상에는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혼술은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이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쓸쓸함 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경험 말이다.” 책에는 혼술 손님이 많은 식당을 골라라, 스마트폰은 만지작거리지 말자, 술과 요리에 집중하라 등 저자가 직접 체득한 ‘혼술 비기(秘技) 12조’ 등이 유쾌한 문체로 소개된다. “혼술은 단순히 ‘혼자 술 마시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도 내 ‘설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저자의 혼술 예찬은 오늘 당장 혼술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욕구를 일으킨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야권 추천 위원들이 류희림 위원장의 지인 동원 민원 의혹과 관련한 전체회의 개최를 요구했지만, 여권 추천 위원들이 불참해 회의가 무산됐다.방심위는 3일 “회의 소집을 요청한 위원 외 4인 위원이 예정된 일정이 있어 부득이하게 참석이 어려움을 밝힘에 따라 금일 회의가 개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방통위법에 따르면 방심위 전체회의는 재적위원 과반 이상이 출석해야 열릴 수 있다. 방심위는 9명의 위원이 정원이지만 현재 7인으로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류 위원장을 비롯한 4명이 여권 추천, 3명이 야권 추천 위원들로 여야 4대 3의 구도다.야권 추천 위원 3인은 최근 불거진 류 위원장의 지인 동원 민원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진상조사를 위한 기구 설치, 제보자 색출 중단 등의 안건을 상정하겠다며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이날 회의 무산 후 야권 추천인 옥시찬, 김유진 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시간의 문제이지 피차간 할 얘기는 다해야 한다”며 “많은 분들이 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을 갖고 있고,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8일로 예정된 정기 전체회의도 무산될 경우 지속적으로 임시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반면 류 위원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 위원회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범죄로 인해 큰 우려를 드리게 된 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사과를 드린다. 다시는 이런 중대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민원인 정보보호 제도를 전면 정비하겠다”며 민원인 정보 유출과 관련해 특별감사 및 수사 의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는 이날 방심위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류 위원장의 사퇴 또는 해촉을 촉구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는 개인정보 유출자를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1일로 방송 유효기간이 만료된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에 대한 재허가 심의, 의결을 처리하지 못하고 시한을 넘겼다. 방통위는 애초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KBS 2TV, SBS DTV, MBC UHD 등 지상파 방송사 34개사, 141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 안건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0시경 갑작스레 전체회의 일정을 취소했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20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2월 29일 김홍일 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29, 30일 양일에 걸쳐 지상파 방송사 사업자 재허가 안건을 검토했다”며 “34개사 141개에 이르는 방송국에 대한 자료를 심도 있게 검토해 재허가 여부 및 조건 등을 결정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불가피하게 위원회 개최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최대한 조속히 재허가 심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위원회의 적정한 심의를 위한 조치이므로 원칙적으로 방송사가 기간 도과에 따른 불이익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1월 1일부터는 무허가 불법 방송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시간에 쫓겨 졸속 심사 및 의결을 할 수는 없다는 게 김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의 판단이었다”며 “행정기본법에 신뢰보호의 원칙 규정이 있고, 행정절차법에도 기간 도래에 대한 특례 규정이 있어 이를 적용해 방송사에 피해가 안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이번에 결정을 연기하면서 ‘2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미디어 규제 기관이라는 업무 특성을 고려해 5인의 상임위원이 숙의를 통해 의결하라는 게 방통위의 설립 취지”라며 “현행처럼 2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절차적 불완전성을 노출하는 등 문제 소지가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인공지능(AI), 전쟁, 위로…. ‘올해의 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동아일보 올해의 책 선정위원들이 1표 이상씩 추천한 책에는 2023년 한 해를 설명해주는 키워드가 녹아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서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시기라는 점에서 과거를 분석해 교훈과 방향을 모색하는 책이 여럿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챗GPT를 비롯한 AI 개발이 화두인 가운데 과학 서적이 추천을 많이 받았다. 과학자인 저자가 챗GPT와 대화한 내용을 담은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김대식, 챗GPT 지음·동아시아)를 비롯해 ‘조선시대의 반도체’로 여겨지는 닥나무를 분석한 ‘장인과 닥나무가 함께 만든 역사, 조선의 과학기술사’(이정 지음·푸른역사)가 꼽혔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휘어진 시대’(남영 지음·궁리)를 추천하면서 “놀라운 과학적 발견의 연관을 ‘뭉클한’ 과학 인물 열전으로 담아냈다. ‘한 시대의 평전’으로 고전이 될 책”이라고 했다. 과학교양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김상욱 지음·바다출판사), ‘우리 우주의 첫 순간’(댄 후퍼 지음·해나무)도 추천을 받았다. 장기화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스트롱맨’ 지도자들의 확산, 허위 정보 범람 등 세계적인 각종 위기 현상을 반영한 책도 많았다. ‘일론 머스크’(윌터 아이작슨 지음·21세기북스), 소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김진명 지음·이타북스)이 꼽혔다. 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는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정아은 지음·사이드웨이)을 추천하며 “독재자가 어떻게 권력을 얻었고 멀쩡하게 천수를 누리다가 죽었는지에 관한 인문적 조망이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했다. 책을 찾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위로일 것이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 지음·유노북스)에 대해 “절망의 바닥에서 행복을 찾는 그의 철학이 와닿을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 소설 작가가 일기의 효능과 가치를 알려주는 ‘어느 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이경혜 지음·보리출판사)와 성선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스테퍼니 프레스턴 지음·알레), 에세이 ‘딸이 무너져 있었다’(김현아 지음·창비)도 꼽혔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국신문협회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뉴스 학습과 활용에 대한 대가 지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각각 제출했다고 18일 밝혔다. 신문협회는 제출한 ‘생성형 AI의 바람직한 뉴스 이용과 저작권 보호를 위한 신문협회 의견’에서 생성형 AI 기업의 뉴스 무단 학습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했다. 신문협회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등 생성형 AI의 뉴스데이터 학습이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하지 않으며, 원저작권자인 신문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법률 전문가들은 하이퍼클로바X의 뉴스 콘텐츠 이용이 ‘뉴스 콘텐츠 제휴 약관’에 위배되며, 학습 데이터의 규모·범위·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는 점 역시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생성형 AI에 의한 저작권 침해 입증 책임을 저작권자에게 떠넘기는 것도 부당하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5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생성형 AI의 언론사 콘텐츠 무단 이용과 정당한 권원 없는 상업적 사용은 공정 이용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을 저작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내용을 문체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 중인 ‘AI 저작권 가이드라인’ 등에 포함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 기업이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 언론사 콘텐츠를 사용할 경우 라이선스를 체결해 적정한 저작권료를 지불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신문협회는 “정당한 라이선싱을 통해 생성형 AI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이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물 생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어 생성형 AI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를 의무 공개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AI 기업과 언론사 간 공정한 계약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언론사의 공동 협상 또는 공동 대응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공정거래법령 등에 만들고 문체부와 신문협회, AI 기업이 함께 ‘AI 기업의 뉴스 이용 표준계약서’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표준계약서는 기술기업이 기존 계약의 포괄적 논리를 자의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콘텐츠 이용 계약’과 ‘AI 데이터 활용 계약’을 분리하는 방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생성형 AI 모델 학습에 고품질 뉴스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뉴스 콘텐츠 생산자 보호는 AI 기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기술의 진보와 저널리즘의 가치가 공존하기 위해선 AI 기업의 데이터 학습에 따른 정당한 대가의 지급 등에 관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저 음악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국제 음악 콩쿠르인 ‘제16회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당시 18세)로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임윤찬 씨(19)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의 우승 과정을 비롯해 콩쿠르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감독 헤더 윌크)가 20일 개봉한다. 영화엔 임 씨를 포함해 콩쿠르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모인 세계 클래식 유망주 30명이 등장한다. 서바이벌 방식의 경연에서 통과자가 18명, 12명, 6명으로 줄어들고, 최종 경연에서 3명이 금·은·동메달을 받는 등 콩쿠르의 전 과정을 세밀하게 조명한다. 이들은 각자에게 맞는 피아노를 선택하고 추첨을 통해 순번을 정한다. 1번 주자가 되는 건 서로 피하려 한다. 덥수룩한 머리에 느릿한 말투, 수줍은 표정의 임 씨는 20, 30대인 다른 출전자들에 비해 더욱 앳돼 보인다. 하지만 연주에 집중하느라 땀에 흠뻑 젖은 채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에선 음악을 향한 천재 소년의 열정과 애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임 씨가 최종 경연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D단조를 연주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협연을 마친 연주자들은 임 씨에게 악수를 청하며 “평생 기억할 것” “전설로 남을 무대”라며 진심을 담아 극찬한다. 영화 속 인터뷰를 통해 임 씨의 음악관도 살펴볼 수 있다. 임 씨는 준준결선을 앞두고 “외로운 순간에 음악의 꽃이 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메달리스트인 러시아 출신 안나 게니우셰네와 동메달을 딴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로 초니가 한 무대에 선 모습도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두 사람이 보여주는 선의의 경쟁과 우정은 음악의 힘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 영화는 올해 8월 열린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돼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됐다. 이번에 개봉하는 버전은 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에 15분이 추가됐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아침에 눈을 뜨면 시간을 확인한다. 음식을 먹을 때는 칼로리에 신경 쓰고, 물건을 사기 전에는 가격을 비교한다. 일상에 스며들어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매일 ‘측정의 세계’에 살고 있다. 측정의 역사와 기원, 그리고 측정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영국 기자인 저자는 2018년 ‘kg’(킬로그램)의 기본 단위를 재정의한 프랑스 파리 소재 국제도량형국(BIPM) 총회 취재를 계기로 측정의 역사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측정에 관한 가장 오래된 증거는 약 3만3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늑대뼈다. 이 뼈에는 5개 단위로 파인 홈이 남아 있다. 고고학자들은 뼈에 새겨진 표시의 배열을 근거로 이것이 수를 세는 도구이며, 측정에 쓰였다고 봤다. 측정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집트 나일강 유역의 기둥, 벽, 계단 등지에는 강의 범람 수위를 측정하는 ‘나일로미터’가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큐빗이란 단위를 사용해 나일강의 풍년과 흉년을 예측했다. 1큐빗은 대략 52cm가량으로, “16큐빗이면 기쁨이 이어지는 풍년이 온다”고 적힌 문헌이 전해 내려온다. 오늘날 길이를 나타내는 ‘m’(미터)는 프랑스 혁명의 산물이다. 당대 혁명가들은 구체제에서 길이의 기준으로 삼던 ‘왕의 발’이 아닌 공화정의 공정하고 평등한 가치를 나타낼 기준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지구 북극점에서부터 적도까지 길이의 1000만분의 1을 새 길이의 기준인 1m로 정했다. 그리고 질량의 단위인 1g은 물 1㎤의 무게로 정의했다. 측정이 긍정적 효과를 낸 것만은 아니었다. 인간의 특성을 모두 측정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 근거한 우생학이나 애초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선별하기 위한 측정 도구였던 IQ 테스트가 열악한 교육 환경에 놓인 이들에 대한 차별의 근거로 변질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모든 것을 가늠하고 재보는 우리 삶의 모습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돌아보게 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 지명된 김홍일 후보자(사진)가 “방송과 통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성실히 근무하겠다”고 13일 밝혔다. 김 후보자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인근 청문준비단 사무실에 이날 처음 출근했다. 김 후보자는 검사 시절 특수부 강력부 등에서 주로 일했으며, 미디어 분야 이력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김 후보자는 “법조계와 공직에서 쌓은 법률지식과 규제 관련 경험을 토대로 맡겨진 직분을 성실히 수행해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후에도 국민권익위원장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권익위원장 이임식을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오늘은 (권익위에) 휴가를 내고 왔고, (권익위원장 직은) 적절한 시기에 정리하겠다”고 말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공예와 회화, 설치 작품 등 장르를 넘나드는 전시 ‘저스트 아트!(Just Art!)’가 8∼21일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에서 열린다. 푸른문화재단이 기획한 이번 전시의 부제는 ‘경계를 넘어서(Beyond Borders)’다. 제목처럼 공예와 순수미술 장르를 가로지르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고혜정, 박경윤, 백한승, 윤순란 등 작가 25명의 작품 1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브로치와 반지, 목걸이 등 장신구와 회화, 설치 작품 등을 함께 선보인다. 구혜원 푸른문화재단 이사장은 “공예와 디자인, 순수미술을 엄격하게 구분 짓는 틀에서 벗어나 장르와 재료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층적 만남을 보여주는 전시”라며 “공예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공예의 세계가 확장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사진)이 이임식을 보류하고 직을 수행하며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를 준비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김 위원장을 지명한 후 김 후보자의 권익위원장 이임식이 8일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임식은 보류됐고, 김 후보자는 11일에도 정부세종청사 권익위 청사로 출근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임식은 행정 절차 등을 이유로 연기된 후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김 후보자는 여전히 위원장직을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도 권익위원장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해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김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에는 당초 11일 오전부터 출근할 예정이었지만 출근하지 않고 있다. 전임 방통위원장들의 경우 통상 청문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청문회를 준비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직 기관장이 후보자로 지명돼 이전과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며 “후보자의 출근 여부와 관계없이 실무부서 차원에서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8일 국회에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송부했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청문요청안 접수 20일 안에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예수가 태어난 후에도 수백 년 동안 크리스마스는 없었다. 어쩌다 우리는 12월 25일이라는 날짜에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트리와 캐럴을 통해 축제를 즐기게 됐을까. 영국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는 전 세계적인 전통이자 기념일이 된 크리스마스 문화의 기원을 분석한다. 크리스마스의 탄생부터 산타클로스에 대한 추적, 루돌프의 탄생 배경 등 크리스마스에 관한 궁금증을 유쾌한 필체로 풀어낸다. 사실 성경 어느 곳에서도 예수의 탄생일은 찾아볼 수 없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부활절만 기념했단다. 이후 로마제국의 많은 학자들은 예수의 탄생 시기를 연구했고, 낮의 길이와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을 대체로 지목했다. 결국 로마에서 기독교를 공인한 후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예수의 잉태일을 3월 25일로 정했고, 자연스레 탄생일은 9개월 후인 12월 25일로 굳어졌다. 산타클로스는 튀르키예의 주교였던 성 니콜라오스가 원형이다. 마침 네덜란드 표기법으로 ‘신타 클라스’로 쓰이게 됐고, 다시 미국의 영어식 표기법으로 산타 클로스로 바뀌면서 지금의 산타 할아버지로 불리게 됐단다. 크리스마스트리는 15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던 아담과 이브를 모티브로 한 연극의 무대 장치인 선악과나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과 루돌프가 1939년 미국 시카고의 한 백화점에서 진행한 크리스마스 판촉 행사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비화까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더 풍성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정보가 가득하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정부가 K-컬처를 연계한 관광 상품 및 각종 비자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내년도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정부는 8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8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한민국 관광수출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국가관광전략회의는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13개 부처 장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관광정책 회의체다.정부는 우선 출입국, 쇼핑, 교통 등 K-관광의 편의성을 대폭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중국 관광객에게만 한시적으로 적용해오던 단체전자비자 수수료 면제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면제국가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까지로 확대한다. 또 쇼핑관광 촉진을 위해 내년 1월 1일부터 즉시환급 사후면세의 한도를 기존의 2배로 늘려 1회 100만 원, 총 500만 원으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내년 1~2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시작으로, 6월 ‘코리아 뷰티 페스티벌’, 9월 대형 한류 페스티벌 등 대형행사를 연중 개최할 방침이다.관광 확대를 위한 각종 비자 정책도 완화한다. 우선 의료관광용 비자(G-1-10)의 체류기간을 기존 1년에 2년으로 내년 8월부터 확대 시행하고, 치유·명상, 미용·스파 등 테마별 ‘치유 관광지’ 선정과 마케팅 지원 사업을 펼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호텔·콘도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허가제(E-9) 도입을 추진하고, 호텔접수사무원 같은 준전문인력의 특정활동비자(E-7) 적용 기준도 완화한다.고급 관광 육성을 위해 인천 영종도에 개장 예정인 복합리조트와 연계한 체류·환승 관광프로그램 개발이 추진된다. 이와 함께 거문도, 말도·명도·방축도, 백령도, 울릉도, 흑산도 등에 4년간 100억 원 내외의 예산을 투입하는 ‘K-관광섬’ 개발, 전국 5개 권역별 대표 음식콘텐츠를 발굴해 지원하는 ‘K-미식벨트 30’ 등 지역관광 활성화도 함께 추진한다.한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이 4년 만에 1000만 명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등 관광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며 “2024년 우리 관광업계가 역대 최고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방통위는 출범 이래 처음으로 검찰 출신 수장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역대 방통위원장 가운데 법조인 출신도 있었지만 검찰 출신은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방통위는 2008년 출범 후 최근까지 7명의 위원장이 거쳐 갔다. 경력을 보면 언론인, 정치인을 비롯해 관료와 교수가 있었고, 법조인은 2명이었다. 7명의 전직 위원장 대부분은 방송통신 관련 경험이 있었다. 초대 수장인 최시중 전 위원장은 한국갤럽 회장을 지냈다. 가장 최근 수장인 이동관 전 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대변인을 역임했다. 정치인 출신으로는 이경재 전 위원장이 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과 공보처 차관을 맡는 등 미디어 분야 행정 경험이 있었다. 이효성 전 위원장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지낸 학계 출신이다. MBC, 경향신문,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일했고, 방통위 전신인 방송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는 이계철 전 위원장이 있다. 정보통신부 차관과 한국통신(현 KT) 대표, 한국전파진흥원 이사장 등 통신·전파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행정가로 꼽혔다. 법조인 출신 수장은 최성준, 한상혁 전 위원장이다. 최 전 위원장은 춘천지방법원장을 맡는 등 30년 가까이 판사로 근무했다. 한국정보법학회장을 지냈지만 2014년 위원장으로 지명받았을 당시 야권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지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