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이수연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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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회부 사건팀 이수연입니다.

lotus@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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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뒤 ‘성묘 대목’ 청명-한식…“향 피우기-축문 태우기 생략하고 소화기 지참을”

    ‘성묘 대목’인 4일 청명(淸明)과 5일 한식(寒食)을 앞두고 다시 산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영양, 영덕, 안동까지 번진 산불의 시작은 한 성묘객의 실화였다. 이 같은 재난을 막기 위해 소방 전문가들은 성묘 자리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등의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례문화 전문가들은 화재 위험이 큰 ‘향 피우기’ 등을 안 해도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조언했다.● 봄철 묘 주변 작은 불씨도 위험, 아예 말아야봄철엔 건조한 기상 상태로 식물이 말라 있고 강한 바람까지 불어 화재 위험이 가장 크다. 우리나라는 유독 이 시기에 전통적으로 성묘를 지내왔다. 날씨가 좋아 겨울 동안 미뤄왔던 묘 관리를 하는 청명은 4일이다. 산소에 음식을 가져가 제사를 지내는 대표적 성묘일인 한식은 5일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년~지난해) 연 평균 산불 발생 546건 중 절반이 넘는 303건이 3~5월에 발생했다.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171건(31%), 쓰레기 소각 68건(13%) 순이었다. 이 중 상당수가 성묘 도중에 발생한다.전문가들은 총 31명이 숨진 올해 남부 산불을 계기로 앞으로는 산에서 성묘 시 향이나 초를 피우는 절차를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향 피우기는 향의 연기가 하늘에 닿아 조상의 혼령을 부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초는 ‘저승과 이승의 매개체’를 상징한다. 둘 다 불을 피우기 때문에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지난달 24일 경남 통영시 한 야산에서도 부모님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려 초를 피우던 60대 성묘객이 세워놓은 초가 넘어져 산림 500㎡가량이 불탔다.이미 우리나라 유서 깊은 가문들은 산불 위험을 고려해 불을 쓰는 절차를 생략하고 있다. 광산김씨대종회는 산에서 성묘 시 향 피우기를 생략하고 있고, 안동김씨대종회도 ‘축문(조상에게 정성을 표현하는 글)’을 태우는 절차를 수년 전부터 중단했다. 축문을 태우는 일은 ‘신성한 내용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깨끗이 처리한다’는 의미인데, 불 붙은 종이를 허공에 날려 보내기 때문에 산불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은 “차례 절차를 간소화하더라도 고인에 대한 마음을 전하는 데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성묘 갈 때 라이터는 빼고 소화기 챙겨야현행법은 산에서 라이터 등 화기를 소지하는 것을 금지한다. 산림보호법상 산에 화기, 인화물질, 발화물질을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처벌 수위가 낮고 단속도 없어 실제로는 유명무실하다. 게다가 마을 야산 등은 별다른 관리 인력도 없어 무방비로 화재 위험에 노출돼있다. 실효성 있는 단속을 시행하고 처벌 수위도 법 개정을 통해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에서 라이터를 소지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며 ”정해진 형량에 비해 실제 형량이 낮게 나오는 것도 방심을 부르는 요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묘 후 쓰레기를 태우는 행동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의성 산불도 성묘객이 라이터로 묘지를 정리하다 불을 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성묘 후 남은 음식물 등 생활 쓰레기를 그 자리에서 태우는 경우가 많다”며 “쓰레기는 그대로 봉투에 담아 하산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도 “성묘객들이 기초 질서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 화재 여지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예초기를 사용해 묘지 주변 벌초를 하다가 불이 붙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소형 소화기를 챙겨가는 것도 산불을 막는 방법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300~500g 휴대용 소화기, 충분한 물 등을 준비해가면 좋다”며 “예초기로 인해 불티가 나더라도 확대되기 전에 끄면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바람이 많이 부는 시간대에는 벌초, 성묘를 피하라고도 제안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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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km밖 밀려온 연기에 속 울렁대고 두통… 산불 꺼져도 고통 계속”

    “연기를 많이 마시는 바람에 목이 아프고 기침이 계속 나요. 산불이 꺼져도 한동안 고통이 계속될 것 같아요.” 28일 경북 영양군 군민회관의 산불 이재민 대피소. KF94(보건용) 마스크를 쓴 김무한 씨(69)는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석보면 요원리에 사는 김 씨 부부는 이날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자욱한 연기와 탄내 탓에 대피소로 돌아왔다. 주불이 진화됐단 소식을 들은 후 김 씨 부부는 “이젠 병원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 21일부터 이어진 역대급 산불로 경북 전역에 퍼진 ‘산불발(發) 연기’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이 급증했다. 8일 만에 주불이 꺼졌지만, 연기와 미세먼지가 여전하고 장시간 연기를 맡은 주민들이 상당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 지원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에 담긴 초미세먼지, WHO 기준 32배 산불 연기를 연일 맡은 이재민들은 “가슴 통증과 두통 등이 수일째 계속된다”고 하소연했다. 27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서 만난 이기원 씨(66)는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후유증이 있다”며 “밖으로만 나가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목도 매캐해지고 머리가 아주 아프다”고 말했다. 영덕군 지품면 주민 권모 씨(80)도 “목이 계속 칼칼하고 목에 가시 같은 게 걸린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연신 기침을 했다. 실제 경북 지역 일대는 산불 연기로 가득 차 연일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했다. 연기 속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PM 2.5)도 대량으로 포함돼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 제대로 알기’ 등의 자료에 따르면 연기에 담긴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인 연평균 ㎥당 5μg(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1일 평균 ㎥당 15μg의 3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불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로 천식을 유발하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도 들어 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산불 연기 속 유해물질에 노출돼 질식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므로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 27일 밤부터 단비가 내렸지만 공기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다. 28일 오후 한때 영덕, 영양,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0∼53μg으로 나타나는 등 연일 ‘나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 당국이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했던 오후 5시경에도 청송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5μg으로 ‘나쁨’ 상태였다. 이날 안동과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최고 농도는 ㎥당 500μg을 웃돌기도 했다.● 먼 마을까지 확산된 연기… “마스크 꼭 써야” 산불 연기는 산불이 발생한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산불이 나지 않은 마을이나 먼 도시까지 확산된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에 거주하는 김은희 씨(54)는 “화재 피해가 심한 석보면과는 20km나 떨어져 있는데도 우리 동네 전체가 연기로 뿌옇게 덮여 있는 상태”라며 “집 안에만 있어도 탄내가 너무 심하게 나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산불로 인한 극초미세먼지(PM 1.0)는 주거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22년 3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 발생 후 강릉 시내의 대기오염 물질 이동 양상을 분석한 결과 극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35.7μg으로 산불 발생 직전보다 50% 높았으며 ㎥당 최대 234.5μg까지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산불이 꺼졌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KF94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큰불이 잡혔더라도 외출 시 KF94 방역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이재민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적극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전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기를 들이마셨을 경우 물을 자주 섭취하고 검은 가래를 뱉어내는 등 먼지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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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mm 보슬비 덕에 축구장 6만여개 태운 산불 잡아… ‘잔불’ 감시

    산림당국은 27일 밤부터 살짝 내린 ‘봄비’가 역대급 산불을 잡아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얕은 보슬비였지만 산불의 확산을 막고, 진화 헬기를 방해하던 연무까지 걷어내면서 ‘골든타임’을 부여한 것이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6만3245개 면적인 4만5157ha(산불영향구역)가 불에 탔고, 경남 산청 등의 산불까지 포함하면 주민 등 27명과 헬기 조종사 1명 등 28명이 사망했다. 산림 당국은 긴장을 놓지 않고 잔불 정리 및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해 완진한다는 방침이다.● 얕게 내린 봄비가 ‘골든타임’ 줬다산불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에 27일 오후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산불 이후 내린 첫 비였다. 강수량이 많지 않은 보슬비였지만 잿더미 속에서 피어오르던 연기는 조금씩 사그러드는 모습이었다. 다음 날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선 새벽 사이 내린 비로 운동장 바닥 등이 젖어 있었다. 특히 의성군 일대는 최근 며칠 중 가장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감돌았다. 기온도 10도 가까이 떨어져 자원봉사자 등의 옷차림도 전날보다 두꺼워진 모습이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27일과 28일 새벽 의성 등 산불이 확산하던 5개 시군에 1∼3mm의 비가 내렸다. 산불을 완전히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비로 인해 습도가 높아지면서 빠르게 확장하던 산불이 진정세를 보였다. 화력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와 낮아진 기온은 헬기를 막던 연무를 걷어내며 조종사의 시야 확보에도 도움을 줬다. 골든타임이 오자 전날 63%에 머물던 5개 시군의 진화율은 28일 오전 85%까지 급증했고, 오후 5시 산림청은 주불 진화를 선언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불 발생 7일 차인데 진화 헬기 투입이 원활하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비로 인해) 기상 여건도 좋았고, 지상 인력 진화도 수월해져 진화율도 빠르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진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불이 꺼져도 돌아갈 집이 없다는 생각에 이내 망연자실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신두리 씨(90)는 “한동안 멍해 있었는데 요근래 가장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6·25 때도 그대로 있었던 집이 불에 타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사나”라며 다시 울먹였다. 집과 염소를 잃은 송선구 씨(71)는 “불이 꺼졌으니 큰 산은 하나 넘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걱정 시작이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실화자로 지목된 50대 남성을 입건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 남성은 괴산리 발화 지점에서 성묘하던 중 산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산청 산불은 아직도… “진화-확산 반복” 전문가들은 “아직 모든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잔불 정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려면 짧게는 2∼3일, 길게는 5∼6일이 걸린다. 주불이 진화됐더라도 돌풍이 불면 잔불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은 잔불 관리를 위해 산림청 진화 헬기와 지자체 임차 헬기 등 2∼5대가량을 시군별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21일부터 시작된 경남 산청군 산불도 아직 진화되지 않았다. 28일 오후 8시 진화율은 96%까지 올라갔지만 강해진 바람에 주불 진화에는 실패했다. 산림 피해 면적은 약 1800ha로, 총 화선 71km 중 남은 2.5km 구간에 대한 집중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산청 산불 불길은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넘어가 80ha의 피해를 입혔고 천왕봉 4.5km까지 접근했다. 산림 당국은 헬기 43대를 지리산국립공원 구역에 집중 투입해 진화 작업을 한 데 이어 야간에는 특수진화대 등 1030여 명을 투입해 야간 진화에 나섰다. 주한미군 CH-47(치누크) 헬기 1대와 블랙호크 3대가 이날 투입됐다. 임 청장은 “지리산 입구 지역의 경사가 가파르고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워 돌풍에 따라서 확산과 진화가 반복적으로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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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10시간 넘게 산불과 전쟁… 화마에 잃은 선배 조문도 못 가”

    “나만 쓰는 산림이 아니잖아. 내 자식, 내 후손들도 쓸 산림인데….” 27일 오후 9시경 경북 영덕군 영덕문화체육센터 인근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대기실. 진화대장 김영수 씨(56)가 “내가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지켜야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장은 이날 하루에만 14시간 30분 동안 화마(火魔)와 사투를 벌였다.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지만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녹초가 된 그는 의자에 철퍼덕 기댄 채 한숨을 돌렸다. 21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8일째 5개 시군을 앗아간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김 대장은 매일 10시간 넘게 전쟁을 벌였다. 경북 지역 주불이 꺼진 28일에도 그는 오전 6시부터 약 12시간을 연기를 헤쳐가며 산불과 싸웠다. 잠긴 목소리로 연신 기침을 내뱉던 김 대장은 진화 소식이 들려오자 “대원들과 함께 고군분투한 결과인 것 같아 반갑다”며 그제야 미소를 보였다. 김 대장의 양손은 검게 그을린 화상 자국과 나무에 긁힌 듯한 흉터가 가득했다. 김 대장은 이번 산불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무섭게 확산하던 화마는 김 씨의 50년 보금자리와 처가까지 앗아갔다. 그는 대기실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하고 있다. 화재 당시 신발 두 켤레만 겨우 챙겨 나와 김 대장과 새우잠을 자며 불을 끄러 다니는 대원들도 상당수다. 김 대장은 동료를 잃는 아픔도 겪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된 신모 씨(69)는 김 대장이 평소 형님처럼 따랐던 대원이었다. 신 씨가 사망한 25일에도 둘은 함께 의성 산불 현장으로 가 불을 끄고 왔다고 한다. 김 대장은 “형님과 ‘우리 살아 돌아왔으니 이제 영덕 (화재 진압)에 매진하자’고 말했었다. 서로 악수하며 헤어졌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대장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화재 진압을 하느라 조문도 못 갔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대장이 진화대원이 된 지는 11년째. 마라톤 선수 출신인 그는 사업에 실패한 뒤 막노동일을 하다가 이 일을 시작했다. 생전 처음 겪는 직업병도 생겼다.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타다닥’거리며 나뭇가지가 타는 환청과 빨간색만 보면 흠칫하는 습관이다. 일을 관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2022년 2월 영덕 산불과 같은 해 3월 울진·삼척 산불을 연이어 경험했던 순간이다. 김 대장은 “너무 힘들어서 관두고 싶었는데 ‘산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날 일으켜 세웠다”며 “더 이상 불타지 않는 나무를 보는 그 희열 하나가 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산불로 민가, 논밭 등 경북 지역 전체 피해가 어마어마하다. 잔불마저 완전히 꺼질 때까지 산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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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슬비가 ‘골든타임’ 선사…습도 높아져 산불 확산 멈췄다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안동, 영양, 청송, 영덕을 덮치며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산불이 149시간 35분만에 진화됐다. 산림당국은 27일 밤부터 살짝 내린 ‘봄비’가 역대급 산불을 잡아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얕은 보슬비였지만 산불의 확산을 막고, 진화 헬기를 방해하던 연무까지 걷어내면서 ‘골든타임’을 부여한 것이다.이번 산불로 축구장 6만3245개 면적인 4만5157ha(산불영향구역)가 불에 탔고, 경남 산청 등의 산불까지 포함하면 주민 등 27명과 헬기 조종사 1명 등 28명이 사망했다. 산림 당국은 긴장을 놓지 않고 잔불 정리 및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해 완진한다는 방침이다.● 얕게 내린 봄비가 ‘골든타임’ 줬다산불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에 27일 오후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부슬비가 내리기 사작했다. 산불 이후 내린 첫 비였다. 강수량이 많지 않은 보슬비였지만 잿더미 속에서 피어오르던 연기는 조금씩 사그러드는 모습이었다.다음 날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선 새벽 사이 내린 비로 운동장 바닥 등이 젖어 있었다. 특히 의성군 일대는 최근 며칠 중 가장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감돌았다. 기온도 10도 가까이 떨어져 자원봉사자 등의 옷차림도 전날보다 두꺼워진 모습이었다.기상청 등에 따르면 27일과 28일 새벽 의성 등 산불이 확산하던 5개 시군에 1~3mm의 비가 내렸다. 산불을 완전히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비로 인해 습도가 높아지면서 빠르게 확장하던 산불이 진정세를 보였다. 화력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와 낮아진 기온은 헬기를 막던 연무를 걷어내며 조종사의 시야 확보에도 도움을 줬다.골든타임이 오자 전날 63%에 머물던 5개 시군의 진화율은 28일 오전 85%까지 급증했고, 오후 5시 산림청은 주불 진화를 선언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불 발생 7일 차인데 진화헬기 투입이 원활하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비로 인해) 기상 여건도 좋았고, 지상 인력 진화도 수월해져 진화율도 빠르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진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불이 꺼져도 돌아갈 집이 없다는 생각에 이내 망연자실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신두리 씨(90)는 “한동안 멍해 있었는데 요근래 가장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6·25 때도 그대로 있었던 집이 불에 타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사나”라며 다시 울먹였다. 집과 염소를 잃은 송선구 씨(71)는 “불이 꺼졌으니 큰 산은 하나 넘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걱정 시작이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실화자로 지목된 50대 남성을 입건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 남성은 괴산리 발화 지점에서 성묘하던 중 산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산청 산불은 아직도…“진화-확산 반복”전문가들은 “아직 모든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잔불 정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려면 짧게는 2~3일, 길게는 5~6일이 걸린다. 주불이 진화됐더라도 돌풍이 불면 잔불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은 잔불 관리를 위해 산림청 진화 헬기와 지자체 임차 헬기 등 2~5대가량을 시군별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21일부터 시작된 경남 산청군 산불도 아직 진화되지 않았다. 오후 8시 진화율 96%까지 올라갔지만 강해진 바람에 주불 진화는 실패했다. 산림 피해 면적은 약 1800ha로, 총 화선 71km 중 남은 2.5km 구간에 대한 집중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산청 산불 불길은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넘어가 80ha의 피해를 입혔고 천왕봉 4.5km까지 접근했다.산림 당국은 헬기 43대를 지리산국립공원 구역에 집중 투입해 진화 작업을 한 데 이어 야간에는 특수진화대 등 1030여 명을 투입해 야간 진화에 나섰다. 주한미군 CH-47(치누크) 헬기 1대와 블랙호크 3대가 이날 투입됐다. 임 청장은 “지리산 입구 지역의 경사가 가파르고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워 돌풍에 따라서 확산과 진화가 반복적으로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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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 연기는 유해물질 범벅…떨어져 있어도 마스크 꼭 써야

    “연기를 많이 마시는 바람에 목이 아프고 기침이 계속 나요. 산불이 꺼져도 한동안 고통이 계속 될거 같아요.”28일 오후 경북 영양군 군민회관의 산불 이재민 대피소. KF94(보건용) 마스크를 쓴 김무한 씨(69)는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석보면 요원리에 사는 김 씨 부부는 이날 집으로 돌아가려다 자욱한 연기와 탄내 탓에 대피소로 돌아왔다. 주불이 진화됐단 소식을 들은 후 김 씨 부부는 “이젠 병원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21일부터 이어진 역대급 산불로 경북 전역에 퍼진 ‘산불발(發) 연기’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이 급증했다. 8일 만에 주불이 꺼졌지만, 연기와 미세먼지가 여전하고 장시간 연기를 맡은 주민들이 상당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 지원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에 담긴 초미세먼지, WHO 기준 32배산불 연기를 연일 맡은 이재민들은 “가슴 통증과 두통 등을 수일째 계속된다”고 하소연했다. 27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서 만난 이기원 씨(66)는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후유증이 있다”며 “밖으로만 나가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목도 매캐해지고 머리가 아주 아프다”고 말했다. 영덕군 지품면 주민 권모 씨(80)도 “목이 계속 칼칼하고 목에 가시 같은 게 걸린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연신 기침을 했다.실제 경북 지역 일대는 산불 연기로 가득차면서 연일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했다. 연기 속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PM 2.5)도 대량으로 포함돼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 제대로 알기’ 등의 자료에 따르면 연기에 담긴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인 연평균 ㎥당 5㎍(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1일 평균 ㎥당 15㎍)의 3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산불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로 천식을 유발하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도 들어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산불 연기 속 유해물질에 노출돼 질식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므로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일부 지역에 27일 밤부터 단비가 내렸지만 공기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다. 28일 오후 한때 영덕, 영양,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0~53㎍으로 나타나는 등 연일 ‘나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당국이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했던 오후 5시경에도 청송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5㎍으로 ‘나쁨’ 상태였다. 이날 안동과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최고 농도는 ㎥ 500㎍을 웃돌기도 했다.● 먼 마을까지 확산된 연기… “마스크 꼭 써야”산불 연기는 산불이 발생한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산불이 나지 않은 마을이나 먼 도시까지 확산된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에 거주 중인 김은희 씨(54)는 “화재 피해가 심한 석보면과는 20km나 떨어져 있는데도 우리 동네 전체가 연기로 뿌옇게 덮여 있는 상태”라며 “집 안에만 있어도 탄내가 너무 심하게 나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28일 오전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서 만난 주민 이모 씨(62)도 “며칠 동안 마스크를 낀 채 생활하고 있다”며 “그래도 목이 칼칼하게 아프고 머리도 띵하다”며 불편을 호소했다.산불로 인한 극초미세먼지(PM 1.0)는 주거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22년 3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 발생 후 강릉 시내의 대기오염 물질 이동 양상을 분석한 결과 극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35.7㎍으로 산불 발생 직전보다 50% 높았으며 ㎥당 최대 234.5㎍까지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전문가들은 산불이 꺼졌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KF94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큰불이 잡혔더라도 외출 시 KF94 방역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이재민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적극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전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기를 들이마셨을 경우 물을 자주 섭취하고 검은 가래를 뱉어내는 등 먼지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심한 기침 등의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서 기침을 멎게 하는 진해제나 가래를 제거하는 거담제 등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했다. 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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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기에 바짝 말라버린 의성 마늘 모종… 시커먼 잿더미 된 영덕 송이-청송 사과

    “올해 욕심을 내 대출까지 받아 모종을 2배로 더 심었는데…. 하늘도 참 야속합니다.” 27일 오전 11시경 경북 의성군 안평면 신월리에서 만난 박현오 씨(74)는 산불 열기에 묵은 파김치처럼 시들어버린 마늘 모종을 쳐다보다가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박 씨는 “마늘 모종을 쓸 수 없게 돼 수익을 내지 못할 텐데, 어디서 또 돈을 빌려 대출금을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영남 지역을 덮친 역대 최악의 산불로 지역 대표 작물들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농민들이 실의에 빠졌다. 화마가 밭과 시설 대부분을 태워 복구조차 어려운 농가가 적지 않다. 경북 북부권은 의성 마늘, 영덕 송이버섯, 청송 사과, 영양 고추 등 전국적인 농산물 주산지다.의성은 연간 마늘 생산량이 약 9700t에 달하는 전국 최대 마늘 산지다. 그러나 이번 산불로 피해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의성체육관에서 만난 마늘 재배 농민 김모 씨(62)는 “마늘 모종은 물론이고 수천만 원을 주고 구입한 경운기와 트랙터도 형체만 남기고 다 타버렸다”며 “앞으로 생계는 어떡해야 하냐”고 호소했다. 국내 최대 송이버섯 산지인 영덕군도 직격탄을 맞았다. 군내 최대 송이 생산지인 지품면 국사봉 일대가 불길에 휩싸이며 사실상 초토화됐다. 영덕은 지난해 1만2178kg의 송이를 생산한 전국 1위 지역이며, 그중 60% 이상이 국사봉에서 채취됐다.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지품면 주민 김모 씨(65)는 “산불 지역에 송이가 다시 나기까지는 50년 이상 걸려 대를 이어 온 송이 채취를 못 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송군 상황도 다르지 않다. 주산지인 파천면 등 사과 과수원 상당수가 불길에 휘말려 큰 피해를 입었다. 청송군은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8만 t에 달했고, 향후 10만 t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산불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추 산지로 유명한 영양군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석보면 화매리에서 고추 농사를 짓던 한호기 씨(67)는 “2000평 규모의 고추 농사 비닐하우스가 모두 불에 탔다”며 “한시라도 빨리 피해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21일부터 이레째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 산불로 특산물인 곶감으로 유명한 시천면 주민들도 망연자실하고 있다. 점동마을 배익선 이장(71)은 “마을 전체 감나무 중 절반가량이 불에 탔다”며 허탈해했다.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의성·영덕=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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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문자 127건 쏟아졌지만… 고령 노인들 “온줄도 몰랐다”

    “귀가 많이 어두워 재난문자 오는 소리를 못 들으세요. 젊은 사람들이나 신경 써서 보는 거지. 나이 든 사람들한테는 그게 들리겠어요, 어디.” 경북 영덕 산불로 어머니를 잃은 김모 씨(65)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울먹였다. 27일에도 화재 지역에서는 재난문자가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고령층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을 피해 대피한 노인들은 “대부분 문자가 아닌 주변 친구나 가족, 이장의 도움으로 산불이 난 걸 알았다”며 “사람들이 달려와 알려줘서 덕분에 대피했지, 문자 보고 대피한 노인들은 거의 없다”고 했다.● 노인들 휴대전화에 ‘미확인 재난문자’ 가득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이달 22일부터 27일 오후 7시까지 행안부, 각 시도 등이 발송한 재난문자 중 206건이 경북 안동, 영양, 영덕, 청송 대상이었다. 모두 산불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재난문자 건수는 안동 127건, 영양 26건, 영덕 23건, 청송 30건이었다. 취재팀이 대피소 등에서 만난 고령층은 대부분 재난문자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일부는 아예 문자가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눈이 어두워 휴대전화를 아예 안 쓰는 노인들도 있었다. 디지털 소외계층인 셈이다. 경북 영양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김모 씨(86)의 휴대전화에는 재난문자 50여 개가 미확인 상태로 들어와 있었다. 김 씨는 재난문자가 왔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웃들이 대피하라고 알려줘서 대피소에 올 수 있었다. 그는 “우리는 휴대전화 잘 못 쓴다. 아들이 전화하면 받는 정도”라고 했다. 오모 씨(82)의 휴대전화에도 20개 넘는 재난문자가 미확인 상태로 쌓여 있었다. 오 씨 역시 동장이 전화를 걸어 “대피하라”고 말을 해준 덕분에 산불을 피할 수 있었다. 오 씨는 “휴대전화를 볼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영양 산불로 누나 등 가족 3명을 잃은 우모 씨는 “(가족이) 모두 60대다. 휴대전화 가지고는 (대피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김모 씨(83)는 “자식들이 휴대전화를 사주긴 했는데 문자를 볼 줄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장과 친척들이 대피하라고 연락을 해 준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경북 영덕 대피소에서 만난 80대 권모 씨는 휴대전화가 아예 없는 탓에 TV 뉴스를 보고 나서야 산불이 발생한 사실을 알았다. 권 씨는 산불이 집 코앞까지 번진지도 몰랐다가 동네 이장이 급히 대피소로 가야 한다고 알려줘서 함께 차를 타고 왔다고 한다. 권 씨는 “노인들이 휴대전화가 왜 필요하나. 할 말은 집전화로 한다”며 “문자고 뭐고 눈도 잘 안 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들여다보나”라고 말했다.● 3G 폰 이용자 52만 명, 재난문자 못 받아일부 노인들은 구형 휴대전화에 해당하는 ‘3세대(3G) 폰’을 여전히 쓰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중 3G 서비스 가입자는 1%가 채 안 되는데 대부분 고령층이다. 문제는 3G폰은 기술적인 문제로 재난문자를 수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재난 정보를 긴급문자처럼 받을 수 있지만, 앱 설치가 안 되는 3G 폰은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다. 2013년 이전에 출시된 4세대(LTE) 휴대전화 역시 재난문자를 받을 수 없다. 산불 피해지 중 한 곳인 영양군 석보면에서 만난 김모 씨(84) 역시 휴대전화가 구형인 탓에 재난문자를 받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3G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52만8335명으로 전체 가입자(5693만 명)의 1%가 안 된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고령층은 여전히 3G 휴대전화 사용 빈도가 높다. 현재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 중인 SK텔레콤, KT의 ‘만 65세 이상 노인 전용 요금제’ 중 3G 서비스는 각각 월 9900원, 9680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60대 이상 고령층은 비교적 3G를 많이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3G 이용자 중 고령층의 비율이 높다. 어르신들은 사용하는 기계도 구형이 많고, 요금제도 3G 요금제를 많이 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에게 재난 사실을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대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에 소외된 계층이기 때문에 결국은 지방 공무원 등 사람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령층 등 통신 기기 이용이 미숙한 분들은 재난문자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정보를 시시각각 확인하면서 대처할 수 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대피에 실패했으니 재난문자 시스템에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 관계자와 고령자를 1 대 1로 매칭해서 대피명령이 떨어졌을 때 직접 전화를 거는 등 필요한 정보를 직접 알려드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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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주전 다시 고향 모셔온 100세 어머니, 산불에 가실줄이야”

    “100세 어머니를 영덕으로 다시 모셔 온 지 3주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이 맺혀요.” 2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의 한 장례식장. 어머니 이모 씨(100)의 빈소를 지키던 막내아들 김모 씨(65)가 눈시울을 훔치며 말했다. 김 씨는 8개월 전 어머니를 자신이 사는 부산으로 모셨지만, 3주 전 어머니는 “답답하다”며 원래 살던 영덕읍 석리로 다시 돌아갔다. 어머니는 26일 산불이 마을을 덮칠 때 대피하지 못했고 그날 오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3년 경력 진화대원, 귀가 도중 참변 이번 산불에 어머니를 잃은 김 씨는 “어머니는 조그마한 먹을 거 하나도 동네분들께 다 나눠주던 다정한 분이셨다”며 “사망 당일 아침에도 집사람과 ‘누룽지를 맛있게 끓여 먹었다’며 통화를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전혀 몰랐다”고 애통해했다. 생전 이 씨는 80세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농사일을 나갈 정도로 정정했다고 한다. 석리 마을 주민 상당수는 산불을 피해 해안가 방파제로 대피했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이 씨는 재난 문자 알림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차려진 빈소에서 이 씨의 자녀들은 “불쌍한 우리 엄마, 얼마나 무섭고 뜨거웠을까”라며 엎드려 통곡했다.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영남 지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불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영덕 매정리에선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귀가하던 신모 씨(69)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산불예방진화대원으로 13년간 근무한 신 씨는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산불 진압에 자원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사망했다. 신 씨는 25일 오후 8시 반경 아내와 “(집에) 다 왔다, 이제 집으로 간다”는 통화를 끝으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이틀 뒤인 27일 오전 11시 반경 본인의 차에서 1m 떨어진 인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의용소방대원인 신 씨의 큰아들(47)은 “아버지는 가족밖에 모르고, 10원 하나 허투루 쓰지 않던, 매사에 성실하던 분”이라며 “남동생이 내년 봄에 결혼하는데 이렇게 가셔서 너무 허망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신 씨의 큰아들 역시 25일 영덕에서 산불을 진압하느라 아버지와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같은 지역에선 80대 노부부가 대피 도중 참변을 당했다. 26일 오후 영덕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큰아들 이모 씨(60)는 “25일 오후 8시 40분경 부모님이 조카와 통화하면서 ‘불은 안 보이는데 연기가 꽉 찼다’고 하셨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당연히 대피하셨을거라 생각해서 대피소를 다 뒤지고, 주무시는 어르신들 얼굴에 불빛을 비춰가면서 부모님인지를 확인했다”며 “다시 집에 가보니 부모님이 누워계셨고 움직이질 않으셨다”고 말했다.● “아직 아빠 엄마랑 하고 싶은 게 많은데….”이번 산불로 사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의 권모 이장(64)과 부인 우모 씨(59)의 딸 권모 씨(38)는 26일 빈소에서 “아직 아빠 엄마랑 같이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이렇게 떠나다니 황망하다”고 통곡했다. 권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빠와 떨어져 대구로 ‘지역 유학’을 갔다. 부부는 딸의 학업을 위해 대구에 집을 마련해 줄 만큼 딸에게 정성을 쏟는 부모였다고 한다. 권 씨는 “거의 한평생을 엄마 아빠랑 떨어져 살아 그리움이 컸는데 앞으로 이 그리움을 어떻게 하냐”며 “동생이 아버지에게 선물해 드린 차를 보니 500km밖에 못 탔다. 사고 나지 말라고 같이 고사를 지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오열했다. 권 씨의 외삼촌 역시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누나를 구하러 갔지만 여기로 가면 저기 도로로 가라고 하고, 또 그곳으로 가면 다른 도로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며 “통제가 잘됐다면 누나를 구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산불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경북 청송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분향소에는 국화 수십 송이와 산불로 희생된 이들의 명패가 차례로 놓여 있었다. 이날 합동분향소엔 윤경희 청송군수와 경북 청송경찰서장 등이 방문해 고인들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청송=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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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줄도 몰랐다”…고령층엔 무용지물인 재난문자

    “귀가 많이 어두워 재난문자 오는 소리를 못 들으세요. 젊은 사람들이나 신경써서 보는거지. 나이든 사람들한테는 그게 들리겠어요, 어디.”경북 영덕 산불로 어머니를 잃은 김모 씨(65)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울먹였다. 27일에도 화재 지역에서는 재난문자가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고령층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을 피해 대피한 노인들은 “대부분 문자가 아닌 주변 친구나 가족, 이장의 도움으로 산불이 난 걸 알았다”며 “사람들이 달려와 알려줘서 덕분에 대피했지, 문자 보고 대피한 노인들은 거의 없다”고 했다.●노인들 휴대전화에 ‘미확인 재난문자’ 가득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이달 22일부터 27일 오후 7시까지 행정안전부, 각 시도 등이 발송한 재난문자 중 206건이 경북 안동, 영양, 영덕, 청송 대상이이었다. 모두 산불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재난문자 건수는 안동 127건, 영양 26건, 영덕 23건, 청송 30건이었다.취재팀이 대피소 등에서 만난 고령층은 대부분 재난문자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일부는 아예 문자가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눈이 어두워 휴대전화를 아예 안 쓰는 노인들도 있었다. 디지털 소외계층인 셈이다. 경북 영양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김모 씨(86)의 휴대전화에는 재난문자 50여 개가 미확인 상태로 들어와 있었다. 김 씨는 재난문자가 왔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웃들이 대피하라고 알려줘서 대피소에 올 수 있었다. 그는 “우리는 휴대전화 잘 못 쓴다. 아들이 전화하면 받는 정도”라고 했다.오모 씨(82)의 휴대전화에도 20여 개 넘는 재난문자가 미확인 상태로 쌓여 있었다. 오 씨 역시 동장이 전화를 걸어 “대피하라”고 말을 해준 덕분에 산불을 피할 수 있었다. 오 씨는 “휴대전화를 볼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영양 산불로 누나 등 가족 3명을 잃은 우모 씨는 “(가족이) 모두 60대다. 휴대전화 가지고는 (대피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김모 씨(83)는 “자식들이 휴대전화를 사주긴 했는데 문자를 볼 줄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장과 친척들이 대피하라고 연락을 해 준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경북 영덕 대피소에서 만난 80대 권모 씨는 휴대전화가 아예 없던 탓에 TV 뉴스를 보고나서야 산불이 발생한 사실을 알았다. 권 씨는 산불이 집 코앞까지 번진지도 몰랐다가 동네 이장이 급히 대피소로 와야 한다고 알려줘서 함께 차 타고 왔다고 한다. 권 씨는 “노인들이 휴대전화가 왜 필요하나. 할 말은 집전화로 한다”며 “문자고 뭐고 눈도 잘 안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들여다보나”고 말했다.●전문가들 “기술 공백, 사람으로 메워야”일부 노인들은 구형폰에 해당하는 ‘3세대(3G) 폰’을 여전히 쓰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중 3G 서비스 가입자는 1%가 채 안되는데 대부분 고령층이다. 문제는 3G폰은 기술적인 문제로 재난문자를 수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재난 정보를 긴급문자처럼 받을 수 있지만, 앱 설치가 안되는 3G 폰은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다. 2013년 이전에 출시된 4세대(LTE) 휴대전화 역시 재난문자를 받을 수 없다. 산불 피해지 중 한 곳인 석보면에서 만난 김모 씨(84) 역시 휴대전화가 구형인 탓에 재난문자를 받지 못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3G 휴대폰 가입자 수는 52만 8335명으로 전체 가입자(5693만명)의 1%가 안 된다. 하지만 정보통신(ICT) 업계에 따르면 고령층은 여전히 3G 휴대폰 사용 빈도가 높다.현재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중인 SK텔레콤, KT의 ‘만 65세 이상 노인 전용 요금제’ 중 3G 서비스는 각각 월 9900원, 9680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60대 이상 고령층은 비교적 3G를 많이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3G 이용자 중 고령층의 비율이 높다. 어르신들은 사용하는 기계도 구형이 많고, 요금제도 3G 요금제를 많이 쓴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고령층에게 재난 사실을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대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에 소외된 계층이기 때문에 결국은 지방 공무원 등 사람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령층 등 통신 기기에 대한 이용이 미숙한 분들은 재난문자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정보를 시시각각 확인하면서 대처할 수 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대피에 실패했으니 재난문자 시스템에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해다. 이어 “지자체 관계자와 고령자를 1대1 매칭해서 대피명령이 떨어졌을 때 직접 전화를 거는 등 필요한 정보를 직접 알려드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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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이 다시 나려면 50년 걸려”…최대 산지 영덕 국사봉 초토화

    “올해 욕심을 내 대출까지 받아 모종을 2배로 더 심었는데…하늘도 참 야속합니다.”27일 오전 11시경 경북 의성군 안평면 신월리에서 만난 박현오 씨(74)는 산불 열기에 묵은 파김치처럼 시들어버린 마늘 모종을 쳐다보다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박 씨는 “마늘 모종을 쓸 수 없게 돼 수익을 내지 못할 텐데, 어디서 또 돈을 빌려 대출금을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영남 지역을 덮친 역대 최악 산불로 지역 대표 작물들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농민들이 실의에 빠졌다. 화마가 밭과 시설 대부분을 태우면서 복구조차 어려운 농가가 적지 않다. 경북 북부권은 의성 마늘, 영덕 송이버섯, 청송 사과, 영양 고추 등 전국적인 농산물 주산지다.의성은 연간 마늘 생산량만 약 9700t에 달하는 전국 최대 마늘 산지다. 그러나 이번 산불로 피해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의성체육관에서 만난 마늘 재배 농민 김모 씨(62)는 “마늘 모종은 물론 수천만 원을 주고 구입한 경운기와 트렉터도 형체만 남기고 다 타버렸다”며 “앞으로 생계는 어떡해야 하냐”고 호소했다.국내 최대 송이버섯 산지인 영덕군도 직격탄을 맞았다. 군 내 최대 송이 생산지인 지품면 국사봉 일대가 불길에 휩싸이며 사실상 초토화됐다. 영덕은 지난해 1만2178kg의 송이를 생산한 전국 1위 지역이며, 그중 60% 이상이 국사봉에서 채취됐다.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지품면 주민 김모 씨(65)는 “산불 지역에 송이가 다시 나기까지는 50년 이상 넘게 걸려 대를 이어온 송이 채취를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청송군 상황도 다르지 않다. 주산지인 파천면 등 사과 과수원 상당수가 불길에 휘말리며 큰 피해를 입었다. 청송군은 지난해 사과 생산량만 8만t에 달했고, 향후 10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산불로 피해 규모조차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고추 산지로 유명한 영양군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석보면 화매리에서 고추 농사를 짓던 한호기 씨(67)는 “2000평 규모의 고추 농사 비닐하우스가 모두 불에 탔다”며 “한시라도 빨리 피해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21일부터 이레째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 산불로 특산물인 곶감으로 유명한 시천면 주민들도 망연자실하고 있다. 점동마을 배익선 이장(71)은 “마을 전체 감나무 중 절반가량 불에 탔다”며 허탈해했다. 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의성·영덕=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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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 싫다고 3주전 귀향하셨는데”…영덕 100세 사망자 유족 오열

    “100세 어머니를 영덕으로 다시 모셔 온 지 3주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이 맺혀요.”2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의 한 장례식장. 어머니 이모 씨(100)의 빈소를 지키던 막내아들 김모 씨(65)가 눈시울을 훔치며 말했다. 김 씨는 8개월 전 어머니를 자신이 사는 부산으로 모셨지만, 3주 전 어머니는 “답답하다”며 원래 살던 영덕읍 석리로 다시 돌아갔다. 어머니는 26일 산불이 마을을 덮칠 때 대피하지 못했고 그날 오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3년 경력 진화대원, 귀가 도중 참변이번 산불에 어머니를 잃은 김 씨는 “어머니는 조그마한 먹을 거 하나도 동네 분들께 다 나눠주던 다정한 분이셨다”며 “사망 당일 아침에도 집사람과 ‘누룽지를 맛있게 끓여 먹었다’며 통화를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전혀 몰랐다”고 애통해했다. 생전 이 씨는 80세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농사일을 나갈 정도로 정정했다고 한다. 석리 마을 주민 상당수는 산불을 피해 해안가 방파제로 대피했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이 씨는 재난 문자 알림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차려진 빈소에서 이 씨의 자녀들은 “불쌍한 우리 엄마, 얼마나 무섭고 뜨거웠을까”라며 엎드려 통곡했다.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영남 지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불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영덕 매정리에선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귀가하던 신모 씨(69)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산불예방진화대원으로 13년간 근무한 신 씨는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산불 진압에 자원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사망했다. 신 씨는 25일 오후 8시반경 아내와 “(집에) 다 왔다, 이제 집으로 간다”는 통화를 끝으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이틀 뒤인 27일 오전 11시반경 본인의 차에서 1m 떨어진 인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의용소방대원인 신 씨의 큰아들(47)은 “아버지는 가족밖에 모르고, 10원 하나 허투루 쓰지 않던, 매사에 성실하던 분”이라며 “남동생이 내년 봄에 결혼하는데 이렇게 가셔서 너무 허망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신 씨의 큰아들 역시 25일 영덕에서 산불을 진압하느라 아버지와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같은 지역에선 80대 노부부가 대피 도중 참변을 당했다. 26일 오후 영덕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큰아들 이모 씨(60)는 “25일 오후 8시 40분경 부모님이 조카와 통화하면서 ‘불은 안 보이는데 연기가 꽉 찼다’고 하셨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당연히 대피하셨을거라 생각해서 대피소를 다 뒤지고, 주무시는 어르신들 얼굴에 불빛을 비춰가면서 부모님인지를 확인했다”며 “다시 집에 가보니 부모님이 누워계셨고 움직이질 않으셨다”고 말했다.● “아직 아빠 엄마랑 하고 싶은 게 많은데….”이번 산불로 사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의 권모 이장(64)와 부인 우모 씨(59)의 딸 권모 씨(38)는 26일 빈소에서 “아직 아빠 엄마랑 같이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이렇게 떠나다니 황망하다”고 통곡했다. 권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빠와 떨어져 대구로 ‘지역 유학’을 갔다. 부부는 딸의 학업을 위해 대구에 집을 마련해줄 만큼 딸에게 정성을 쏟는 부모였다고 한다.권 씨는 “거의 한 평생을 엄마 아빠랑 떨어져 살아 그리움이 컸는데 앞으로 이 그리움을 어떻게 하냐”며 “동생이 아버지에게 선물해 드린 차를 보니 500km밖에 못 탔다. 사고 나지 말라고 같이 고사를 지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오열했다. 권 씨의 외삼촌 역시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누나를 구하러 갔지만 여기로 가면 저기 도로로 가라고 하고, 또 그곳으로 가면 다른 도로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며 “통제가 잘 됐다면 누나를 구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산불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경북 청송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분향소에는 국화 수십 송이와 산불로 희생된 이들의 명패가 차례로 놓여져 있었다. 이날 합동분향소엔 윤경희 청송군수와 경북 청송경찰서장 등이 방문해 사망자들의 고인들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청송=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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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탄처럼 불덩이 쏟아져”… 주민 구하려던 이장 부부 불길 갇혀

    25일 오후 8시 반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산을 태우던 불길이 불과 15분 만에 중턱에 있는 요양원까지 내려왔다. 불길을 피해 즉시 떠나라는 대피령이 떨어졌다. 입소자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라 차 없이는 대피가 불가능했다. 오후 9시경 정모 할머니(80) 등 입소자 4명과 요양원 여성 직원 2명이 탄 차가 요양원을 빠져나갈 때 주변은 이미 화마가 삼키고 있었다. 정 할머니 일행이 탄 차는 10분도 못 가 달려든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불이 도로를 달군 탓에 타이어가 녹아 먼저 터졌고 이후 차가 폭발했다. 정 할머니 등 3명이 숨졌고 나머지 탑승자 3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들보다 앞서 요양원을 출발해 인근 교회로 필사적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진 입소자들은 정 할머니 일행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산불이 방사포처럼 마을로 쏟아져” 25, 26일 이틀간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북동부 산불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25일 오후 6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2리 오원인 이장(57)은 마을 뒷산에서 밀려오는 화염을 보고 경악했다. 경북 의성에서 번진 불이 안동을 거쳐 영양까지 덮쳤다. 불길은 산과 바람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불과 5분 전 “빨리 주민들을 대피시켜 달라”는 군청의 연락을 받은 오 이장은 다급하게 움직였고, 이내 주민들의 휴대전화에는 “즉시 대피하라”는 오 이장의 스마트 음성 메시지가 속속 도착했다. 한 주민은 “이장이 보낸 메시지를 받고 집을 뛰쳐나왔더니 마당에 불이 붙고 있었다”고 말했다. 50대 주민 김모 씨는 “불이 그냥 천천히 번지는 게 아니라 뉴스에서나 봤던 북한 방사포처럼 불꽃 수천 개가 미사일처럼 마을로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후 마을 전기와 통신망도 끊겼다.같은 시간 옆 마을 석보면 삼의리 권모 이장(64)도 아내 우모 씨(59)와 함께 다급하게 차에 올랐다. 마을 도로는 이미 여기저기 날리는 불씨와 검은 연기 탓에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도로 옆의 낙엽이 땔감 역할을 하며 타오르자 마치 도로는 용암이 흘러드는 것 같았다. 권 이장 부부는 인근에 사는 친척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오후 8시경 권 이장의 동생이 형의 행방을 찾아 나섰을 때는 이미 늦었다. 권 이장의 차는 도로변 배수로에 고꾸라져 검게 탄 채 발견됐다. 차가 향하던 방향은 대피소가 아니라 삼의리 쪽이었다. 평소 권 이장과 친하게 지냈다는 오 이장은 “아마 다른 마을 주민들을 구하러 가다가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며 슬퍼했다.● 희생자 대부분 거동 어려운 노인이번 화마에 스러진 희생자 상당수는 거동이 어려운 노약자였다. 대부분 70, 80대로 집 안이나 마당, 도로 위 불탄 차 안에서 발견됐다.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80대 노부부가 집 앞에서 불과 1분 거리의 내리막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을 피해 집을 나섰지만 거동이 불편해 결국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손 이모 씨(30)는 “산불이 난 뒤 교통도 통제돼 동네가 무질서 그 자체였다”면서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모두가 자책하고 있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이덕마을에서는 지체장애인 안모 씨(75)가 집을 나서지 못하고 불길에 숨졌다. 그는 요양보호사 도움 없이는 밖에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처지였다. 연락을 받고 조카가 안 씨를 구하기 위해 황급히 찾아갔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이웃 주민은 “대피 연락을 받았어도 움직일 수가 없어 갇혀 있었을 것”이라며 “그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인접한 임하면 임하1리에서는 80대 권모 씨(85) 부부가 화재로 무너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권 씨의 시신이 먼저 발견됐고 아내 김모 씨(87)는 현장에서 찾을 수 없었다. 자녀들은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굴착기를 동원해 집을 수색했다. 무너진 잔해에서 김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영덕군 축산면 대곡리에서도 80대 남성이 산불로 무너진 자택에 매몰돼 숨졌다. 청송군 파천면과 진보면에서는 각각 8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집 안과 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대피를 준비하거나 대피 중에 급속도로 번진 불길의 피해를 입으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산불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집 안이나 주변에서 숨진 채 뒤늦게 발견되는 희생자들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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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원 차 두 대로 필사의 탈출…뒷차가 불길 못 피했다

    25일 오후 8시 반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산을 태우던 불길이 불과 15분 만에 중턱에 있는 요양원까지 내려왔다. ‘즉시 떠나라’는 대피령이 떨어졌다. 입소자 대부분이 거동 불편한 노인이라 걷거나 뛰어서 대피할 수 없었다. 한 명 씩 요양원 앞 차량에 모였고, 오후 9시경 정모 할머니(80) 등 입소자 4명과 요양원 여성 직원 2명을 태운 차가 요양원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주변은 이미 화마가 삼키고 있었다. 정 할머니 일행이 탄 차는 10분도 못 가 달려든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불이 도로를 달군 탓에 타이어가 녹아 먼저 터졌다. 이후 차에 불이 붙어 폭발했다. 정 할머니 등 3명이 숨졌고 나머지 탑승자 3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들보다 앞서 요양원을 출발해 인근 교회로 필사적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진 입소자들은 정 할머니 일행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 “산불이 방사포처럼 마을로 쏟아져”25, 26일 이틀간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북동부 산불 현장은 ‘아비규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25일 오후 6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2리 오원인 이장(57)은 마을 뒷산에서 붉게 밀려오는 화염을 보고 경악했다. 의성에서 번진 불이 안동을 거쳐 영양까지 덮쳤다. 불길은 산과 바람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불과 5분 전 “빨리 주민들을 대피시켜달라”는 군청의 연락을 받은 오 이장은 다급하게 움직였고, 이내 주민들의 휴대전화에는 “즉시 대피하라”는 오 이장의 스마트 음성 메시지가 속속 도착했다. 한 주민은 “이장이 보낸 메지를 받고 집을 뛰어나왔더니 마당에 불이 붙고 있었다”고 말했다. 화매2리 50대 주민 김모 씨는 “불이 그냥 천천히 번지는 게 아니라 뉴스에서나 봤던 북한 방사정포처럼 불꽃 수 천 개가 미사일처럼 마을로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후 마을 전기와 통신망도 끊겼다.같은 시간 옆 마을 삼의리 권모 이장(64)도 아내 우모 씨(59)와 함께 다급하게 차에 올랐다. 마을 도로는 이미 여기저기 날리는 불씨와 검은 연기 탓에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도로 옆의 낙엽이 땔감 역할을 하며 타오르자 마치 도로는 용암이 흘러드는 것 같았다. 권 이장 부부는 인근에 사는 친척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오후 8시경 권 이장의 동생이 형님의 행방을 찾아 나섰을 때는 이미 늦었다. 권 이장의 차는 도로변 배수로에 고꾸라져 검게 탄 채 발견됐다. 차가 향하던 방향은 대피소가 아니라 삼의리 쪽이었다. 산불 연기 등으로 시야 확보가 안돼 방향을 잘못 잡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 권 이장과 친하게 지냈다는 오 이장은 “아마 다른 마을 주민들을 구하러 가다가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며 슬퍼했다.● 희생자 대부분 거동 어려운 노인이번 화마에 스러진 희생자 상당수는 거동이 어려운 노약자였다. 대부분 70, 80대로 집 안이나 마당, 도로에 불 탄 차 안에서 발견됐다.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80대 노부부가 집 앞 내리막길에서 숨졌다. 이들은 산불을 피해 집을 나섰지만 거동이 불편해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부는 집에서 불과 도보로 1분 거리에 쓰러진 채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장손 이모 씨(30)는 “산불이 난 뒤 교통도 통제돼 동네가 무질서 그 자체였다”며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모두가 자책하고 있다”며 눈물을 훔쳤다.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이덕마을에서는 70대 여성 지적장애인이 집을 나서지 못하고 불길에 숨졌다. 그는 요양보호자 도움이 없이는 밖에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처지였다. 이웃 주민은 “대피 연락을 받았어도 움직일 수가 없어 갇혀있었을 것”이라며 “그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영덕군 축산면 대곡리에서는 80대 남성이 산불로 무너진 자택에 매몰돼 숨졌다. 청손 파천면과 진보면에서는 8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집 안과 마당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대피를 준비하거나 대피중에 급속도로 번진 불길의 피해를 입으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산불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집안이나 주변에서 숨진 채 뒤늦게 발견되는 희생자들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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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크홀 공포 “내 출퇴근길은 괜찮나”

    “출퇴근길에 또 싱크홀이 발생할지 누가 알아요. 자주 오가는 도로인데 불안합니다.” 25일 서울 강동구 주민 유세영 씨(52)는 전날 벌어진 명일동 땅꺼짐(싱크홀) 사고를 언급하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갑자기 도로가 무너져 1명이 다치고 1명이 숨진 사고로 인근 주민들은 언제 어디서 싱크홀이 생길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천호동에 사는 김여길 씨(67)는 “오전에 동네 주민들과 사고 현장을 가봤는데 생각보다 싱크홀이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며 “바로 옆 주유소에서 폭발 사고라도 일어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어 아찔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000개를 넘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085개였다. 그중 52개에선 부상자 71명이 발생했다. 대부분 상하수도관과 오수관 누수가 원인이었다. 명일동 싱크홀에 추락해 매몰된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 씨(34)는 사고 발생 17시간 만인 25일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는 싱크홀 중심에서 고덕동 방향 50m 지점에서 호흡과 의식이 없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에 공사를 진행 중인 건설사 등이 관련 법규를 위반했는지 내사 중이다.곳곳에 낡은 수도관, 지하철-도로 공사… 10년간 싱크홀 2085건[도심 싱크홀 공포]싱크홀 발생 원인 살펴보니명일동 현장 인근 9호선 연장 공사… 15m 거리선 고속道 지하터널 건설22년된 수도관 파열 누수 가능성도… “부실공사 처벌-정기점검 강화를”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가 인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 구간 공사, 상하수도 파열로 인한 누수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심 싱크홀 사고가 매년 이어지고 관련 인명, 재산 피해도 발생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물막이 공사를 제대로 시행하고, 사고가 나면 원인과 책임 여부를 명확히 가려야 다른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지하철-고속도로 공사 조사 예정도심 한복판의 싱크홀은 매년 있었다. 2023년엔 서울 여의도 IFC몰 앞에서 2.5m 깊이의 싱크홀이 생겨 행인 1명이 다쳤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폭 6m, 깊이 2.5m의 싱크홀에 차가 빠져 2명이 중상을 입었다. 2022년 강원 양양군에서는 폭 12m, 깊이 5m의 싱크홀이 29개나 생겨 편의점이 통째로 빨려 들어갔다.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싱크홀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경기(429건)였다. 이어 강원(270건), 서울(216건), 광주(182건) 순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강동구는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5년간 4건의 싱크홀 사고가 있었고, 2명이 다쳤다.서울시는 명일동 싱크홀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일단 중앙보훈병원∼고덕강일1지구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가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 중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해당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는 땅꺼짐 현장에서 무너진 흙이 지하철 터널 공사 부근으로 상당 부분 흘러 들어갔다고 확인했다. 앞서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지하철 공사 등 대형 공사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 점검에서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결과 땅속에서 빈 공간이 발견되진 않았다.올해 1월 개통한 세종포천고속도로(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과정에서 지반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고속도로는 싱크홀과 불과 15m 거리에 있다. 지난달 경기 안성시에서 교량 붕괴 사고가 발생한 곳도 바로 이 고속도로의 한 구간이다. 2021년 한국터널환경학회는 “이미 서울세종고속도로 터널 건설 과정에서 지반 침하와 건물 손상 등이 발견됐다”며 “9호선 연장 공사가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터널에 근접하여 통과하니 시공 안전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지하 상수도 파열로 인한 누수가 원인일 가능성도 시는 조사하고 있다. 싱크홀 아래 있던 수도관은 2004년 설치된 것으로 올해로 사용 22년째다. 보통 설치된 지 30년 이상 지난 수도관은 내구연한을 초과한 노후관으로 본다.지하 가스배관 설치 당시 지반 다짐 작업이 제대로 안 됐을 가능성도 조사할 예정이다. 배관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배관 매설 이후 흙을 제대로 다져놓지 않아 빈틈에 지하수나 빗물이 들어갔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질도 살펴볼 계획”이라며 “사고 지역 일대 흙은 암반이 부족하고 풍화토나 사질토 등으로 이루어져 지지력이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토목공사 균열 처벌 강화하고 정기점검해야”전문가들은 싱크홀 사고를 막기 위해선 공사 현장마다 물막이 공사를 제대로 하고 사고 책임을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명일동 사고 현장에 가봤더니 지반은 흙으로 돼 있고 전부 다 연약한 토사 지반이었다. 공사를 잘못하면 터널 내로 물이 들어올 수 있다”며 “물의 유입을 막는 물막이 공사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목공사 때 주변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날 경우 관계자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처벌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GPR 탐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싱크홀 점검을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GPR을 제대로 판독할 수 있는 기술자를 양성하는 등 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연희동 싱크홀 사고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전국 최초로 ‘지반 침하 관측망’을 시범 운영하고 지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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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후 배달 부업 뛰던 가장” 매몰 17시간만에 숨진채 발견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24일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 씨(34)는 생계를 위해 부업으로 배달업을 하던 가장이었다. 박 씨가 사고 당시에도 배달을 하고 있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25일 소방당국은 브리핑에서 “싱크홀에 매몰됐던 박 씨가 이날 오전 11시 22분경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약 17시간 만이다. 박 씨는 싱크홀 중심에서 50m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추락 직전 복장 그대로 헬멧과 바이크 장화를 착용한 채였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박 씨는 2018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사업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며 가장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지인들은 ‘착실하고 착한 사람’으로 고인을 기억했다. 이날 오후 9시 반경 빈소를 찾은 박 씨 여동생의 친구 김모 씨(33)는 “친구가 항상 ‘멋지고 좋은 오빠’라고 자랑하던 사람”으로 고인을 회상했다. 사고 당시 박 씨는 배달 중이었다. 배달업체 측은 “조문 및 유족의 심리 상담, 법률 상담, 산재 보험 등 필요 사항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싱크홀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허모 씨(48)는 이날 기자와 만나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허 씨는 “어디서 천둥 소리가 들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6시 30분경 허 씨는 흰색 카니발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허 씨의 차량 뒷바퀴가 싱크홀 가장자리에 걸렸다. 구덩이로 빠질 뻔한 차는 달리던 추진력 덕에 도로로 튕겨 올라 멈춰섰다. 이후 차량 뒤편 도로가 추가로 붕괴됐다. 이 사고로 허 씨는 오른쪽 허리와 다리, 머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허 씨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앞에는 아무 차량도 없었다”며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구멍이 생겨 있었다”고 했다. 이어 “혹시나 구멍에 다시 차가 빠질까 봐 앞으로 움직이려 했지만 차량은 움직이지 않았고 문도 열리지 않았다”며 “결국 창문을 통해 가까스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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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파면” 트랙터 시위, 경찰과 충돌… 尹지지자도 몰려 아수라장

    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2번 출구 인근 도로는 시위대와 경찰, 트랙터가 엉켜 아수라장이었다. 법원의 불허 결정에도 불구하고 상경 시위를 벌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트랙터 행진 보장하고 (경찰) 차 빼라. 투쟁!”이라고 외쳤다. 옆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트랙터 20여 대가 도로 위에 집결해 있었다. 전농은 법원이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불허하자 트럭에 트랙터를 싣고 오는 방식으로 시위를 바꿨고 경찰은 이들과 대치했다. 20m 떨어진 곳에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 등이 탄핵 반대 시위를 벌여 긴장이 고조됐다.● 남태령에 트랙터 20대… 시위대 1명 경찰 폭행 전농은 이날 남태령고개 일대 4개 차선 중 3개 차선을 점거하고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를 열었다. 전농의 ‘전봉준 투쟁단’은 원래 트랙터 20대, 1t 트럭 50대를 몰고 광화문으로 행진 시위를 하려 했지만 경찰과 법원은 이를 불허했다. 현장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4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등 팻말을 들고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등 구호를 연호했다. 도로를 점거한 시위 탓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벌어졌다. 전농은 법원이 ‘트럭 20대’만 서울 진입을 허용하자 트럭에 트랙터를 싣고 오는 식으로 시위를 바꿨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이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금지하고, 트럭 행진도 집회 시간을 오후 5시까지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경찰은 트랙터를 실은 트럭의 서울 진입도 막았고, 전농은 “니들이 뭔데 막느냐”며 격앙했다. 전농의 집회 사회자는 “경찰은 (우리가) 진입을 못하게 하면서 집회를 방해해 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도 “경찰은 반드시 트랙터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길을 열기 바란다”며 “트랙터 70대 이상이 남태령고개 마루에 있다”고 했다. 이어 “바쁜 농사보다 더 바쁜 게 윤석열 파면”이라며 “정치 농사부터 바로잡혀야 국민이 산다”고 덧붙였다.서울 진입이 막힌 전농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현수막 등을 단 트랙터 20대가 실린 트럭들을 길가에 세워두고 집회를 이어갔다. 남태령 방면 반대편 차로에도 트랙터 6대를 실은 트럭들이 세워져 있었다. 트럭 행렬이 과천대로 3개 차로를 점거하며 교통 혼잡이 커지자 경찰은 1개 차로만 쓰도록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전농 집회 현장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와 유튜버 등 50명이 모여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몸으로 막겠다며 ‘이재명 즉각 구속’ ‘중국 간첩 꺼져’ 등 손팻말을 들고 “탄핵 각하”를 연호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일부 유튜버들은 전농을 향해 “중공 간첩이냐” “민주당 해체하라”고 소리쳤다.● 尹 선고 앞두고 집회 격화양측의 대치가 고조되자 경찰 기동대는 물리적 충돌을 막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전농 측 집회 참가자가 경찰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밀쳐 기동대 경찰이 눈 주변에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위대 인파 속으로 도주한 남성의 신원을 특정할 계획이다. 이날 시위는 밤까지 지속됐다. 전농은 지난해 12월에도 윤 대통령 체포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30여 대를 이끌고 상경 집회를 벌여 경찰과 대치했다. 당시 전농 지도부와 일부 참가자들은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입건돼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 반대자들과 지지자들의 탄핵 찬반 집회도 격화하고 있다. 20일엔 종로구 헌재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윤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시위 참가자가 던진 계란을 얼굴에 맞았다. 이와 관련해 백 의원은 21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백 의원은 계란 투척 사건 당시 목격했던 상황을 경찰에 진술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이후 경찰은 35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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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농 ‘트랙터 상경’ 불허하자 트럭에 트랙터 싣고 와…남태령서 막혀

    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2번 출구 인근 도로는 시위대와 경찰, 트랙터가 엉켜 아수라장이었다. 법원의 불허 결정에도 불구하고 상경 시위를 벌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트랙터 행진 보장하고 (경찰) 차 빼라. 투쟁!”이라고 외쳤다. 옆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트랙터 20여 대가 도로 위에 집결해 있었다. 전농은 법원이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불허하자 트럭에 트랙터를 싣고 오는 방식으로 시위를 바꿨고 경찰은 이들과 대치했다. 20m 떨어진 곳에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 등이 탄핵 반대 시위를 벌여 긴장이 고조됐다.● 남태령에 트랙터 20대…시위대 1명 경찰 폭행전농은 이날 남태령고개 일대 4개 차선 중 3개 차선을 점거하고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를 열었다. 전농의 ‘전봉준 투쟁단’은 원래 트랙터 20대, 1t 트럭 50대를 몰고 광화문으로 행진 시위를 하려 했지만 경찰과 법원은 이를 불허했다. 현장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4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등 팻말을 들고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등 구호를 연호했다. 도로를 점거한 시위 탓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벌어졌다.전농은 법원이 ‘트럭 20대’만 서울 진입을 허용하자 트럭 1대에 트랙터 2대를 싣고 오는 식으로 시위를 바꿨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이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금지하고, 트럭 행진도 집회 시간을 오후 5시까지로 제한했기 때문이다.현장에서 경찰은 트랙터를 실은 트럭의 서울 진입도 막았고, 전농은 “니들이 뭔데 막느냐”며 격앙했다. 전농의 집회 사회자는 “경찰은 (우리가) 진입을 못하게 하면서 집회를 방해해 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도 “경찰은 반드시 트랙터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길을 열기 바란다“며 “트랙터 70대 이상이 남태령고개 마루에 있다”고 했다. 이어 “바쁜 농사보다 더 바쁜 게 윤석열 파면”이라며 “정치 농사부터 바로 잡혀야 국민이 산다”고 덧붙였다.서울 진입이 막힌 전농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현수막 등을 단 트랙터 20대가 실린 트럭들을 길가에 세워두고 집회를 이어갔다. 남태령 방면 반대편 차로에도 트랙터 6대를 실은 트럭들이 세워져있었다. 트럭 행렬이 과천대로 3개 차로를 점거하며 교통 혼잡이 커지자 경찰은 1개 차로만 쓰도록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전농 집회 현장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와 유튜버 등 50명이 모여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몸으로 막겠다며 ‘이재명 즉각 구속’ ‘중국 간첩 꺼져’ 등 손팻말을 들고 “탄핵 각하”를 연호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일부 유튜버들은 전농을 향해 “중공 간첩이냐” “민주당 해체하라”고 소리쳤다.● 尹 선고 앞두고 집회 격화양측의 대치가 고조되자 경찰 기동대는 물리적 충돌을 막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전농 측 집회 참가자가 경찰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밀쳐 기동대 경찰이 눈 주변에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위대 인파 속으로 도주한 남성의 신원을 특정할 계획이다. 이날 시위는 밤까지 지속됐다.전농은 지난해 12월에도 윤 대통령 체포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30여 대를 이끌고 상경 집회를 벌여 경찰과 대치했다. 당시 전농 지도부와 일부 참가자들은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입건돼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 반대자들과 지지자들의 탄핵 찬반 집회도 격화하고 있다. 20일엔 종로구 헌재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윤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시위 참가자가 던진 계란을 얼굴에 맞았다. 이와 관련해 백 의원은 21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백 의원은 계란 투척 사건 당시 목격했던 상황을 경찰에 진술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이후 경찰은 35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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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액 49억”…보이스피싱 20대 총책, 4년 추적 끝 검거

    중국에 거점을 두고 한국에서 보이스피싱 범행을 벌여 49억 원을 챙긴 일당의 총책이 경찰에 붙잡혔다.24일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인 20대 중반 남성 강모 씨를 21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2019년부터 중국 칭다오에서 근거지를 두고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하며 국내 피해자들로부터 총 49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일당은 중국 내 콜센터에서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저금리 대환 대출이 가능하다”며 “기존 대출금 상환이 우선 필요하니 현금으로 찾아서 은행직원에게 전달하라”고 속였다. 또 이들은 범행 과정에서 중계기를 이용해 중국 발신 번호인 070을 한국에서 걸려 온 전화인 것처럼 010으로 조작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50대 중후반이었다. 피해자들의 돈은 국내 현금 수거책이 건네받은 뒤 세탁팀이 대포 통장 여러 계좌로 송금했다가 인출해 경기도 지역에 있는 환전소를 거쳐 중국 조직으로 전달됐다. 조직원 22명은 2021년 9월 전원 붙잡혔지만, 강 씨는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경찰은 여권 행정 제재와 인터폴 적색 수백 조치를 하는 등 행방을 쫓다 이달 14일 인천공항에서 그를 체포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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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탄핵 장외 여론전 과열…주말 30만명 집회 신고 ‘3배 껑충’

    22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대규모로 잇따라 열린다. 지난주 10만 명 규모에서 껑충 뛴 총 30만 명 규모의 집회가 신고된 상황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서울 도심 마비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날씨까지 풀리며 많은 인파가 몰리는 등 도심은 교통혼잡이 예상된다. 탄핵 반대 집회는 서울 광화문·여의도 일대에서 열린다. 자유통일당은 22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20만 명 규모의 탄핵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또 보수 개신교 단체인 세이브코리아는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에서 2만 명 규모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 탄핵 찬성 측인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비상행동)은 같은 날 오후 5시 광화문 일대에서 10만 명 규모의 탄핵 촉구 집회를 연다. 이날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찰은 이번 주말에도 집회 현장에 가변차로를 운영하고 차량 우회를 안내할 계획이다.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장외 여론전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이번 주말 예고된 집회는 지난주보다 약 3배 늘어난 규모다. 지난주 토요일인 15일엔 찬반 측 각각 5만 명씩 총 10만 명의 대규모 집회가 신고됐었다. 이날 실제 찬성과 반대가 각각 경찰 비공식 추산 기준 4만2500명, 4만3000명이 길거리로 나왔다. 22일 신고된 30여만 명은 대체공휴일까지 껴 있던 삼일절인 1일과 같은 수치다. 1일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탄핵 반대 측 11만8000명, 탄핵 찬성 측 3만 명 등 15만 명이 집결했다.한편 21일에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일대에서는 각각 탄핵 반대와 탄핵 찬성 집회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반경 헌재 정문 일대에서는 대통령 지지자들이 방석과 담요 등을 덮고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지난달 26일부터 단식을 시작한 전지영 씨(53)는 24일째 농성 중이었다. 전날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 중이던 야당 의원이 날계란을 맞는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21일 헌재 건너편에는 시위대 진입이 막혔다. 이에 시위대 4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일대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오후에도 집회는 이어질 전망이다. 오후 1시 종로구 수운회관 앞 2개 차로에는 3000명 규모의 자유통일당이 ‘탄핵 반대’ 집회를 연다. 탄핵 찬성 측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500명 규모 ‘국민 보고 대행진’을 열고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부터 종로구 고궁박물관까지 행진을 예고했다. 또 퇴진비상행동과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종로구 동십자로에서 1만 명 규모의 집회 및 행진을 할 예정이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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