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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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훈상입니다.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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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8~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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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칫국물 자국을 서로에게…” 함민복 시인에게 ‘가족’을 묻다

    “가족과 피붙이란 무엇인가. 서로에게 향긋한 냄새를 풍겨 주는 것만이 아닌, 시큰한 냄새가 나는 김칫국물 자국을 서로에게 남겨 주는 존재가 아닌가. 나는 형의 가슴에, 형은 내 가슴에 엎질러진 김칫국물이 아닌가. 어머니는 내게, 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내게, 나는 아버지에게, 누나는…… 그래 시큰한 김칫국물들이 모여들어 딴 세상으로 떠난 김칫국물들을 그리워하는 명절이다.”(함민복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에서) 설밑 함민복 시인(53)을 만나러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갑곳리 강화고려인삼센터에 갔다. 각박한 세상에도 시대의 욕망에서 한 걸음 물러서 살고 있는 그라면 지친 보통 사람들과 소외된 존재까지 품어주는 덕담을 해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시인은 2011년 봄 식을 올린 동갑내기 아내 박영숙 씨와 ‘길상이네’를 꾸리고 있다. 인삼가게는 보통 자녀의 이름을 따서 ‘OO네’라고 이름 붙인다. 자녀가 없는 시인은 키우는 개 이름을 빌려 가게 이름을 붙였다. 인삼장사를 시작하고선 명절에 고향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장사는 항상 바빠요. 손님이 오면 당연히 물건 파느라 바쁘고요. 항상 손님 찾아오길 기다리는 마음이 참 바빠요.” ―인삼 파는 일이 익숙해졌나요. “아직 약간 쑥스러워서 ‘보고가세요’란 말이 잘 안 나옵니다. 한 번은 ‘보고가세요’ 하고선 어찌나 목소리가 작던지 스스로 ‘내한테도 잘 안 들리네’라고 했어요. 우리만 장사가 안 될 땐 다른 집과 비교돼 마음의 갈등이 올 때도 있어요. 그땐 우리가 먹고 살만큼만 팔 수 있으면 된다며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해요.” ―강화도 생활 20년인데 이곳 명절 풍경은 어떤가요. “북을 볼 수 있는 강화평화전망대에 갔는데 건물 후미진 곳에 노인 두 분이 종이컵에 소주를 따라 나눠 마시고 있어요. 강화도엔 황해도 연백평야에서 온 실향민이 많이 살고 있어요. 추석이면 모처럼 고향 바다를 찾은 사람들이 개펄에 나가서 새까맣게 사람들이 많아요. 강화도 명절하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과 고향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떠오르네요.” ―어릴 적 설날을 어땠나요. “쌀이 없어 싸라기 반말로 가래떡을 뽑아 떡국을 먹었죠. 거무튀튀하고 풀기가 없어 맛이 없어도 다들 그렇게 먹었어요. 설빔을 입고 집밖에 나가서 친구들끼리 옷에 주머니가 몇 개 달렸는지 서로 자랑하던 기억이 나요. 넉넉하지 않아도 행복했어요.” 함 시인은 가난한 가족사를 시로 풀었다. 가족에 대한 소박하고 진솔한 시는 큰 울림을 준다.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어머님 배 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성선설’ 전문) ―시인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요. “가족이란 부끄러움, 슬픔을 함께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내 몸처럼 부끄러움도 슬픔도 나눌 수 있죠. 사람이 만나면 어느 정도 경계가 있기 마련인데 경계 없이 서로 받아주는 존재가 가족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글을 많이 썼는데,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 많이 나겠어요. “아흔 네 살 장모님이 어머니랑 동갑인데, 기력이 약해진 장모님을 뵈러 가면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아내 형제들은 장모님께 잘해 드리는데, 저는 어머니께 못 해 드린 게 계속 생각나죠. 쓸쓸하게 사셨겠구나 하고요.” ―요즘 시는 언제 쓰나요. “새벽 3시면 일어나 시를 쓰고, 오전 9시 인삼가게 문을 열죠. 장사 안 되면 도서관 가서 책보고. (웃음)” ―준비 중인 시집은 뭡니까. “‘까’요.” ―예? “물어볼 때 쓰는 ‘까’요. 가을에 낼 생각인데, 어린이 시선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동시집입니다.” ―세월호 배지를 옷에 달고 계신데, 지난해 우리 사회에 아픈 일이 참 많았어요. “앞으로 가기 위해선 ‘백미러’를 봐야 합니다. 우리들 각자 마음속에 배 한 척이 들어와 있는데, 이 배들을 어떻게 편안하게 보낼 것인가 생각을 해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고 평등 평화 존중을 생각해야죠. 그런 믿음을 주는 사람, 이정표가 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의 인삼가게에는 아내가 옮겨 적은 시인의 시 구절이 붙어 있다. “이 우주에 헌법이 있다면, 그건 아마 사랑일 겁니다.” ●함민복 시인은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 출생. 1982년 수도전기공고를 졸업하고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일했다. 글 쓰기 위해 퇴사 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들어가 1988년 등단했다. 시집 ‘우울氏의 一日’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 ‘미안한 마음’ 등 10여 권의 책을 냈다.강화도=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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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서 좀처럼 글이 안 나오는 작가들에겐 꿈같은 공간”

    “우와, 여기서 좋은 작품 못 쓰면 정말 바보다, 바보.” 서해 변산반도 낙조를 바라보던 한 작가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전북 부안군 진서면에 자리한 이곳은 서해 특유의 낙조와 개펄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정남향이라 일출과 일몰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13일 소설가, 시인이 운영하는 작가 창작공간 ‘레지던스 변산바람꽃’(변산바람꽃)의 개소식이 열렸다. 변산바람꽃 운영위원장은 안도현 시인, 고문은 박범신 소설가가 맡았다. 운영위원은 젊은 작가들인 백가흠 이기호 소설가, 이원 김민정 임경섭 시인 등이다.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도 2009년 등단한 정영효 시인이다. 이날 개소식에서 안 시인은 “자연과 가까워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기엔 최상의 장소”라며 “꼭 쓰지 않아도 풍광을 보며 쉬어가도 좋다”고 했다. 변산바람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5년 문학창작공간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상, 하반기 공개모집을 통해 해마다 작가 20여 명, 습작생 10여 명에게 창작실을 무료로 제공한다. 원래 펜션으로 쓰던 이 건물은 건물주인 부안 지역 치과의사 서융 씨(54)가 작가들에게 제공했다. 그는 지난해 안 시인으로부터 작가들의 창작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간 기증을 결심했다. 서 씨는 “집짓기를 좋아해 집을 여러 채 지었는데 정작 어떻게 쓸지 고민이 많았다”며 “건물 지을 때 천장 달린 다락방을 신경 써서 만들었는데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매일 세끼 신선한 부안 지역 식재료로 만든 식사도 입주 작가에게 제공한다. 모처럼 바닷가에 모여 주꾸미에 소주 한잔 걸친 선후배 작가들의 말이 흥미롭다. 한마디로 ‘작가들은 집에선 글을 쓸 수 없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실제 많은 작가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창작 욕구를 불태울 공간을 찾아 헤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는 유명 작가 인터뷰 모음집 ‘작가란 무엇인가’(다른)에서 “글을 쓰는 공간은 잠을 자거나 배우자와 공유하는 공간과 분리되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의식이나 세부적인 일들이 상상력을 죽이지요”라고 했다. 그는 작업실이 없을 땐 매일 아침마다 아내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 다음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으로 돌아와 마치 작업실에 온 것처럼 연기하기도 했다. 국내 작가들도 파무크의 말처럼 “가정적이고, 길들어진 하루 일과”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브호텔, 고시원, PC방, 때론 거리에서 노트북을 꺼낸다. 백가흠 작가도 “집을 떠나면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다. 소설의 본질은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학생들이 모두 떠나 을씨년스러운 텅 빈 지방대학 기숙사에서 글을 썼다. 대학 강의를 위해 서울과 광주를 자주 오가는 정용준 작가는 기차에서 소설을 쓴다. 기차 도착 예정 시간과 노트북 배터리 잔량이 마감을 재촉하는 ‘초시계 효과’를 내 집중력을 높인다고 했다. 정 작가는 “몇 년간 쓴 단편들이 모두 기차에서 탄생했다”며 “덜컹거리는 기차 소음이 내겐 집중을 돕는 백색 소음”이라고 했다. 변산바람꽃은 습작생 시절 작품에만 흠뻑 빠져 있을 곳이 없어 고생한 경험을 되살려 습작생에게도 공간을 개방했다. 입주 작가는 습작생과 함께 생활하며 멘토 역할도 하도록 했다. 정식 개소 한 달 전부터 정 작가와 습작생 3명이 시범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습작생 이광헌 씨(25·대학생)는 “선배 작가가 생활하는 모습을 가까이 보면서 수업시간에 배울 수 없었던 것을 배운다”고 했다.부안=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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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떠나야만 글 쓰는 작가들?…러브호텔, 고시원, 때론 거리에서

    “우와, 여기서 좋은 작품 못 쓰면 정말 바보다, 바보.” 서해 변산반도 낙조를 바라보던 한 작가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전북 부안군 진서면에 자리한 이곳은 서해 특유의 낙조와 개펄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정남향이라 일출과 일몰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13일 소설가, 시인이 운영하는 작가 창작공간 ‘레지던스 변산바람꽃’(이하 변산바람꽃)의 개소식이 열렸다. 변산바람꽃 운영위원장은 안도현 시인, 고문은 박범신 소설가가 맡았다. 운영위원은 젊은 작가들인 백가흠 이기호 소설가, 이원 김민정 임경섭 시인 등이다.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도 2009년 등단한 정영효 시인이다. 이날 개소식에서 안도현 시인은 “자연과 가까워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기 최상의 장소”라며 “꼭 쓰지 않아도 풍광을 보며 쉬어가도 좋다”고 했다. 변산바람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5년 문학창작공간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상, 하반기 공개모집을 통해 해마다 작가 20여 명, 습작생 10여 명에게 창작실을 무료로 제공한다. 원래 펜션으로 쓰던 이 건물은 건물주인 부안 지역 치과의사 서융 씨(54)가 작가들에게 제공했다. 그는 지난해 안도현 시인으로부터 작가 창작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간 기증을 결심했다. 서 씨는 “집짓기를 좋아해 집을 여러 채 지었는데 정작 어떻게 쓸지 고민이 많았다”며 “건물 지을 때 천장 달린 다락방을 신경 써서 만들었는데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매일 세끼 신선한 부안 지역 식재료로 만든 식사도 입주 작가에게 제공한다. 모처럼 바닷가에 모여 주꾸미에 소주 한 잔 걸친 선후배 작가들의 말이 흥미롭다. 한마디로 ‘작가들은 집에선 글을 쓸 수 없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실제 많은 작가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창작 욕구를 불태울 수 있는 공간을 찾아 헤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는 유명 작가 인터뷰 모음집 ‘작가란 무엇인가’(다른)에서 “글을 쓰는 공간은 잠을 자거나 배우자와 공유하는 공간과 분리되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의식이나 세부적인 일들이 상상력을 죽이지요”라고 했다. 그는 작업실이 없을 땐 매일 아침마다 아내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 다음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으로 돌아와 마치 작업실에 온 것처럼 연기하기도 했다. 국내 작가들도 파무크의 말처럼 “가정적이고, 길들어진 하루 일과”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브호텔, 고시원, PC방, 때론 거리에서 노트북을 꺼낸다. 백가흠 작가도 “집을 떠나면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다. 소설의 본질은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학생들이 모두 떠나 을씨년스러운 텅 빈 지방 대학 기숙사에서 글을 썼다. 대학 강의를 위해 서울과 광주를 자주 오가는 정용준 작가는 기차에서 소설을 쓴다. 기차 도착 예정 시간과 노트북 배터리 잔량이 마감을 재촉하는 ‘초시계 효과’를 내 집중력을 높인다고 했다. 정 작가는 “몇 년 간 쓴 단편들이 모두 기차에서 탄생했다”며 “덜컹거리는 기차 소음이 내겐 집중을 돕는 백색소음”이라고 했다. 변산바람꽃은 습작생 시절 작품에만 흠뻑 빠져 있을 곳이 없어 고생한 경험을 되살려 습작생에게도 공간을 개방했다. 입주 작가는 습작생과 함께 생활하며 멘토 역할도 하도록 했다. 정식 개소 한 달 전부터 정 작가와 습작생 3명이 시범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습작생 이광헌 씨(25·대학생)는 “선배 작가가 생활하는 모습을 가까이 보면서 수업시간에 배울 수 없었던 것을 배운다”고 했다.부안=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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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채플린의, 채플린에 의한, 채플린을 위한…

    ‘세계 영화사의 손꼽히는 광대’ 찰리 채플린(1889∼1977)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끊임없이 끼적였다. 하지만 ‘많은 생각과 감정의 덩어리들이 서서히 증류되어 두 시간의 소비자 제품(영화)으로 결정된 과정’이 담긴 자료를 보관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다행히 채플린의 형제들이 자료를 열심히 수집해 채플린의 스튜디오 문서 보관소에 보관했다가 스위스로 옮겼다. 채플린 연구자인 데이비드 로빈슨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채플린 사후 40년 만에 그의 자전적 소설 ‘풋라이트’와 ‘칼베로 이야기’를 공개했다. 두 소설은 채플린이 제작한 영화 ‘라임라이트’의 바탕이 된 작품이다. ‘풋라이트’는 어느 무용수와 코미디언에게 벌어진 얘기를 담았다. 한물간 코미디언 칼베로는 자살하려던 젊은 무용수 테리를 우연히 구해준다. 테리는 무대 공포증으로 다리 마비 증상을 겪고 있었지만 칼베로는 테리를 격려해 다시 무대에 오르도록 돕는다. 테리는 화려한 춤을 선보이고 스타덤에 오른다. 이번엔 테리가 단역배우로 전락한 칼베로를 구원한다. 테리 덕에 칼베로는 다시 대형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고 무대 위에서 죽는다. 채플린은 영화 ‘라임라이트’에서 칼베로를 직접 연기했다. 칼베로는 예술가적 기질과 대중의 관심 사이에서 늘 갈등했다. 칼베로의 목소리가 채플린의 고통을 대변한다. “그들(관객)이 당신의 노예일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당신이 그들의 노예가 되는 순간, 당신은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함께 실린 ‘칼베로 이야기’에는 잘나가던 코미디언 칼베로가 아내의 외도와 알코올의존증 등으로 인해 추락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로빈슨은 두 편의 채플린 소설을 소개하는 한편으로 소설이 영화로 변모하는 과정도 풀어냈다. 미공개 육필 원고와 희귀 사진 150장, 채플린 가족과 동료의 생생한 증언을 모아 영화 제작 상황을 묘사했다. 채플린이 늘 사전을 옆에 두고 새로운 단어를 외우려고 노력한 일, ‘라임라이트’ 제작 때 가족을 많이 참여시켜 자전적 측면을 강화하려 했던 이야기 등이 흥미롭다. 찰리 채플린을 사랑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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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물간 코미디언, ‘세기의 광대’ 채플린의 고통을 대변하다

    ‘세계 영화사의 손꼽히는 광대’ 찰리 채플린(1889~1977)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끊임없이 끼적였다. 하지만 많은 생각과 감정의 덩어리들이 서서히 증류되어 두 시간의 소비자 제품(영화)으로 결정된 과정‘이 담긴 자료를 보관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다행히 채플린의 형제들이 자료를 열심히 수집해 채플린의 스튜디오 문서 보관소에 보관했다가 스위스로 옮겼다. 채플린 연구자인 데이비드 로빈슨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채플린 사후 40년 만에 그의 자전적 소설 ’풋라이트‘와 ’칼베로 이야기‘를 공개했다. 두 소설은 채플린이 제작한 영화 ’라임라이트‘의 바탕이 된 작품이다. ’풋라이트‘는 어느 무용수와 코미디언에게 벌어진 얘기를 담았다. 한물간 코미디언 칼베로는 자살하려던 젊은 무용수 테리를 우연히 구해준다. 테리는 무대 공포증으로 다리 마비 증상을 겪고 있었지만, 칼베로는 테리를 격려해 다시 무대에 오르도록 돕는다. 테리는 화려한 춤을 선보이고 스타덤에 오른다. 이번엔 테리가 단역배우로 전락한 칼베로를 구원한다. 테리 덕에 칼베로는 다시 대형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고 무대 위에서 죽는다. 채플린은 영화 ’라임라이트‘에서 칼베로를 직접 연기했다. 칼베로는 예술가적 기질과 대중의 관심 사이에서 늘 갈등했다. 칼베로의 목소리가 채플린의 고통을 대변한다. “그들(관객)이 당신의 노예일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당신이 그들의 노예가 되는 순간, 당신은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함께 실린 ’칼베로 이야기‘에는 잘 나가던 코미디언 칼베로가 아내의 외도와 알콜 중독 등으로 인해 추락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로빈슨은 두 편의 채플린 소설을 소개하는 한편 소설이 영화로 변모하는 과정도 풀어냈다. 미공개 육필 원고와 희귀 사진 150장, 채플린 가족과 동료의 생생한 증언을 모아 영화 제작 상황을 묘사했다. 채플린이 늘 사전을 옆에 두고 새로운 단어를 외우려고 노력한 일, ’라임라이트‘ 제작 때 가족을 많이 참여시켜 자전적인 측면을 강화하려 했던 이야기 등이 흥미롭다. 찰리 채플린을 사랑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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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 앞면에 여행일정, 뒷면엔 감상 “아하! 이런 메모법이~”

    여행서적 800권 시대, 하루 평균 2.2권이 출간된다. 여행 전문 블로그나 인터넷 여행카페, 독립출판물까지 합하면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여행기를 쓰고 있다. 전문 여행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강좌도 인기 있다. 10일 오후 기자는 인기 여행기 블로거가 한번 돼 보겠다는 각오로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여행작가 이지상 씨(57)를 만났다. ○ “여행기 ‘그까이꺼’…” “여행기 ‘그까이꺼’, 달빛 아래 와인 나오는 사진 찍어 놓고 ‘센 강에서 마신 피처럼 붉은 와인은 빨간 혀처럼 나를 휘감았다’, 이렇게 쓰면 되는 거 아냐.” 스스로의 출사표이자 다짐이었다. 이 씨는 2011년부터 이곳에서 ‘여행작가·여행 칼럼니스트 과정’ 강좌를 맡아 300명을 지도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시대 이전부터 배낭여행을 시작한 그는 최근 출간한 개정판 ‘그때, 타이완을 만났다’(알에이치코리아)를 포함해 여행책 21권을 출간한 배낭여행 1세대다. ‘일일 스승’인 그에게 지난해 봄 두바이 공항에서 쓴 글을 여행기라고 주장하며 내밀었다. “공항은 인천도 두바이도 똑같다. 인도인 부부는 우는 어린 아기에게 스마트폰을 쥐여 주었다. 둘러보니 다들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다. 출근길 풍경을 여기까지 와서 보다니. … 한국 신혼부부들은 ‘죄다’ 커플룩을 입었다. 남자와 여자가 같은 옷을 입다 보니 알록달록한 아동복 천지다. 국제적 망신 아닌가, 강한 규탄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만 쓰셨네요” 글을 읽은 스승은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었느냐”며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 쓰셨네요. 사진과 사진설명식 글만 버무리면 여행기라고 생각하는데 큰 착각입니다.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특히 블로그에 쓰려면 생동감 있게 써야지 1인칭 관찰자 시점은 아무도 안 읽어요.” 스승은 여러 가지 형태로 써볼 것을 요구했다. 스토리 위주의 일화, 감상을 개성 있는 ‘글발’로 풀어내는 에세이,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까지 세 가지 형태다. 그는 또 “같은 경험을 쓸 때도 대화, 독백, 서술 등 다양하게 섞어 써보면 실력이 늘기 마련이다. 나중에 여행기를 쓸 때도 단조롭지 않고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고쳐 쓰려는데 손이 움직이질 않는다.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팩트가 없으니 원고지를 채울 재간이 없다. 스승은 비기(秘技)를 담은 자신의 노트를 공개했다.○ 스승의 노하우 스승은 일단 두꺼운 대학 노트를 반으로 나눠 썼다. 앞부분엔 여행지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나 있었던 일을 메모한다. 뒷부분엔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현장에서 느낀 섬세한 감성을 기록한다. 이러면 정보와 감성이 뒤죽박죽 섞이지 않는다. 노트에 가계부를 함께 기록해도 좋다. 지출 과정을 적다 보면 가장 세밀한 부분까지 기록할 수 있고 여행도 계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스승은 뜻밖에도 ‘여행지에서 어린아이처럼 좋았던 순간이 언제냐’ ‘가장 절실했던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니 두바이 공항에서 만난 세계화된 지구라든가, 신혼부부의 공항 패션은 절실한 관심사가 아니었다. 여행은 현지 술집에서 혀가 꼬일 때까지 마음껏 마시던 축제의 밤으로 기억됐다. 생면부지 외국인과 소변기 하나를 나눠 쓰며 우정을 다지고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니 신발이 한 짝밖에 없었던 그런 경험을 고백했다. “그런 실수담이 차라리 좋아요. 특히 블로그 여행기는 엄숙하거나 진지한 글보다 실수담을 털어놓는 솔직하고 가벼운 글이 인기를 얻습니다. 자신만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일이 중요해요.” 스승의 마지막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책 한 권 내기는 어렵지 않겠지만 여행작가에 대한 섣부른 환상을 품는 것은 금물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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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여행기 한 번 써볼까’…‘여행 스승’의 노하우 들어보니

    여행서적 800권 시대, 하루 평균 2.2권이 출간된다. 여행 전문 블로그나 인터넷 여행카페, 독립출판물까지 합하면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여행기를 쓰고 있다. 전문 여행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강좌도 인기다. 10일 오후 기자는 인기 여행기 블로거가 한번 돼 보겠다는 각오로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여행작가 이지상 씨(57)를 만났다. ●“여행기 ‘그까이꺼’….” “여행기 ‘그까이꺼’, 달빛 아래 와인 나오는 사진 찍어 놓고 ‘센 강에서 마신 피처럼 붉은 와인은 빨간 혀처럼 나를 휘감았다’, 이렇게 쓰면 되는 거 아냐.” 스스로의 출사표이자 다짐이었다. 이 씨는 2011년부터 이곳에서 ‘여행작가·여행 칼럼니스트 과정’ 강좌를 맡아 300명을 지도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시대 이전부터 배낭여행을 시작한 그는 최근 출간한 개정판 ‘그때, 타이완을 만났다’(알에이치코리아)를 포함해 21권의 여행책을 출간한 배낭여행 1세대다. ‘일일 스승’인 그에게 지난해 봄 두바이 공항에서 쓴 글을 여행기라 주장하며 내밀었다. “공항은 인천도 두바이도 똑같다. 인도인 부부는 우는 어린 아기에게 스마트폰을 쥐어 주었다. 둘러보니 다들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다. 출근길 풍경을 여기까지 와서 보다니. … 한국 신혼부부들은 ‘죄다’ 커플룩을 입었다. 남자와 여자가 같은 옷을 입다보니 알록달록한 아동복 천지다. 국제적 망신 아닌가, 강한 규탄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만 쓰셨네요.” 글을 읽은 스승은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었느냐”며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 쓰셨네요. 사진과 사진설명식 글만 버무리면 여행기라고 생각하는데 큰 착각입니다. 시각 뿐 아니라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특히 블로그에 쓰려면 생동감 있게 써야지 1인칭 관찰자 시점은 아무도 안 읽어요.” 스승은 여러 가지 형태로 써볼 것을 요구했다. 스토리 위주의 일화로 쓰거나 감상을 개성 있는 ‘글발’로 풀어내는 에세이,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까지 세 형태다. 그는 또 “같은 경험을 묘사할 때도 대화, 독백, 서술 등 다양하게 써보면 실력이 늘기 마련이다. 나중에 여행기를 쓸 때도 단조롭지 않고 재밌게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고쳐 쓰려는 데 손이 움직이질 않는다.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팩트가 없으니 원고지를 채울 재간이 없다. 스승은 비기(秘技)를 담은 자신의 노트를 공개했다. ●스승의 노하우 스승은 일단 두꺼운 대학 노트를 반으로 나눠썼다. 앞부분엔 여행지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나 있었던 일을 메모한다. 뒷부분엔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현장에서 느낀 섬세한 감성을 기록한다. 이러면 정보와 감상이 뒤죽박죽 섞이지 않는다. 노트에 가계부를 함께 기록해도 좋다. 지출 과정을 적다보면 가장 세밀한 부분까지 기록할 수 있고 여행도 계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스승은 뜻밖에 ‘여행지에서 어린 아이처럼 좋았던 순간이 언제냐’ ‘가장 절실했던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니 두바이 공항에서 만난 세계화된 지구라던가, 신혼부부의 공항 패션은 절실한 관심사가 아니었다. 여행은 현지 술집에서 혀가 꼬일 때까지 마음껏 마시던 축제의 밤으로 기억됐다. 생면부지 외국인과 소변기 하나를 나눠 쓰며 우정을 다지고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 신발이 한 짝 밖에 없었던 그런 경험을 고백했다. “그런 실수담이 차라리 좋아요. 특히 블로그 여행기는 엄숙하거나 진지한 글보다 실수담을 털어놓는 솔직하고 가벼운 글이 인기를 얻습니다. 자신만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일이 중요해요.” 스승의 마지막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책 한 권 내기는 어렵지 않겠지만 여행작가에 대한 섣부른 환상을 품는 것은 금물이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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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 염원 담아…한국시인협회 ‘DMZ, 시인들의 메시지’ 출간

    “오늘 튼실하게 여문 펑매실을 따고, 안동 소주 넉넉히 따라 부어 매실주를 담그느니, 북녘의 시인이여, 올가을엔 남녘, 북녘 시인 너덧 명, 개다리소반 마주하고 잔을 치켜 올리세, 우리가 이럴 사이가 아닌데, 우리가 이럴 사이가 아닌데……”(이건청 시 ‘매실주를 담그며-북녘의 어느 시인에게’ 중) 최근 한국시인협회가 비무장지대(DMZ) 철책선에 남북시인의 시가 걸리길 기원하며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시집 ‘DMZ, 시인들의 메시지’(문학세계사)를 출간했다. 지난해 봄 고 김종철 전 회장은 시인 124명과 함께 경기 파주시 민간인출입통제선을 넘어 DMZ 일대 주요지역을 답사했다. 김 전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문정희 현 회장과 강은교 김형영 오세영 시인 등 267명이 시를 썼다. 유안진 시인은 ‘DMZ’에서 “넘어가고 넘어오는/산그림자 바람의 그림자도/이 철조망에 걸려서 허리가 꺾어진다”며 분단의 아픔을 표현한다. 허형만 시인은 ‘녹슨 철조망에 달맞이꽃은 기대어 피고’에서 “그러나 우리 슬퍼 말자/그리움은 희망을 낳는 법/손 내밀어 따뜻이 손잡고/발 디뎌 발목이 시리도록 내달릴/그리하여 마침내 어루얼싸 하나가 될/그날이 우레처럼 오리니”라며 희망을 노래한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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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천에서 용 나오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 담아“

    “세상이 날 홀대해도 용서하고 공평무사한 맘으로 대하자,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문득 제 말에 울컥, 자기연민? 세상이 언제 너를 홀대했니? 그냥 네 길을 가, 세상은 원래 공정하지도 무사하지도 않아, 뭔가를 바라지 마, 개떡에 개떡을 얹어주더라도 개떡은 원래 개떡끼리 끈적여야 하니까 넘겨버려”(시 ‘개천은 용의 홈타운’에서) 최정례 시인(60·사진)이 새 시집 ‘개천은 용의 홈타운’(창비)을 출간했다. 시인은 1990년 등단해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표제시에서 화자는 무더운 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왈칵, 벌컥 화를 쏟아낸다. 시인은 “대학 시간강사 시절 부당한 일을 당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분노를 느낀 기억이 있다”며 “시집에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를 담았다”고 했다. 이번 시집에는 표제시를 비롯해 내러티브, 우화 등 다양한 형태로 불편한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담긴 산문시가 주로 수록됐다. ‘회생’에선 “겨울까지만 좀 기다려 주세요. 노인들이 여름에는 잘 안 죽어요”라며 사람이 죽어야만 빚을 갚을 수 있는 장례식장 주인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쥐들도 할 말은 있다’에선 보석을 돌멩이 취급하는 쥐의 우화로 인간의 욕심을 비꼰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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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고? 詩에 분노 담긴 사연…

    “세상이 날 홀대해도 용서하고 공평무사한 맘으로 대하자,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문득 제 말에 울컥, 자기연민? 세상이 언제 너를 홀대했니? 그냥 네 길을 가, 세상은 원래 공정하지도 무사하지도 않아, 뭔가를 바라지 마, 개떡에 개떡을 얹어주더라도 개떡은 원래 개떡끼리 끈적여야 하니까 넘겨버려,”(시 ‘개천은 용의 홈타운’에서) 최정례 시인(60)이 새 시집 ‘개천은 용의 홈타운’(창비)을 출간했다. 시인은 1990년 등단해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표제시에서 화자는 무더운 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왈칵, 벌컥 화를 쏟아낸다. 시인은 “대학 시간강사 시절 부당한 일을 당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분노를 느낀 기억이 있다”며 “시집에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를 담았다”고 했다. 이번 시집에는 표제시를 비롯해 내러티브, 우화 등 다양한 형태로 불편한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담긴 산문시가 주로 수록됐다. ‘회생’에선 “겨울까지만 좀 기다려주세요. 노인들이 여름에는 잘 안 죽어요”라며 사람이 죽어야만 빚을 갚을 수 있는 장례식장 주인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쥐들도 할 말은 있다’에선 보석을 돌멩이 취급하는 쥐의 우화로 인간의 욕심을 비꼰다. 시인은 산문시를 쓴 이유에 대해 “레고를 갖고 논 아랫세대 시인이 말의 놀이에 집중한다면 소꿉놀이하던 내겐 의미가 더 중요하다”며 “의미 전달을 위해 산문시를 택했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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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소설, 순수문학의 숨통인가 블랙홀인가

    #1. 1990년 등단한 소설가 심상대 씨(55)는 2013년 첫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소설을 연재할 계간지를 찾았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는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 입지를 다진 중견작가였다. 그런데도 위축된 문학 시장은 몇 년간 집필 활동을 쉰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장르소설이 연재되는 네이버 웹소설에서 2013년 5월부터 소설 ‘나쁜봄’을 연재했다. 연재가 끝난 이 작품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소설은 올해 동인문학상 본심 후보에 올라 문학성도 인정받았다. 그는 “순수문학 시장 확장을 위해서도 웹소설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며 “지하철에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웹소설 출시 2주년을 맞아 현황을 발표했다. 2013년 1월 시작된 웹소설에는 정식 연재 작가 109명과 아마추어 작가 11만 명이 로맨스 무협 미스터리 SF&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품 23만 편을 연재했다. 지난해 조회는 36억 회, 이 중 80%가 스마트폰에서 소비됐다. 네이버는 “원고료와 미리 보기 수익만으로 한해 2억8000만 원을 번 작가를 비롯해 1억 원 이상 수익을 올린 작가가 7명”이라고 밝혔다. 미리 보기는 100원 결제로 무료로 풀리기 전에 미리 작품을 보는 서비스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순수문학 시장에도 웹소설 성공이 알려지면서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형 출판사 관계자는 “단행본으로 1억 원을 벌려면 10만 부를 팔아야 하는데, 요즘 국내 문학 시장에서 10만 부 베스트셀러는 당분간 나오기 어렵다”고 밝혔다. 소설 초판 발행 부수가 3000부에서 2000부로 줄었지만 초판이 다 팔리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소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평단과 시장에서 모두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도 판매량이 4만 부 수준이다. 이진백 네이버 웹소설 담당 매니저는 “출판계 불황으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일부 순수문학 출판사가 정식으로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을 웹소설에서 연재할 수 있는지 문의해 왔다”고 밝혔다. 현재 웹소설에서 실명으로 연재 중인 순수문학 출신 작가는 1997년 등단한 소설가 이재익 씨(40·SBS PD)가 유일하다. 그는 종이책으로 낸 소설이 독자들에게 읽히지 않자 웹소설로 자리를 옮겼다. 미스터리 ‘복수의 탄생’에 이어 로맨스 ‘마성의 카운슬러’를 연재 중인 그는 한 달 수입이 월 10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소설로 생계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작가가 웹소설 시장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웹소설이 순수문학 작가들에게 ‘억’ 소리 나는 숨통을 틔워 줄까.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웹소설 독자층에 장르문학 마니아가 많아 순수문학 작품에 지갑을 열지 미지수이고, 순수문학 작가들이 빠른 전개를 강조하는 웹소설 작법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클릭 횟수가 돈으로 환산되는 웹소설이 문학 본래의 의미를 해친다는 근본적인 회의도 있다. 경력 10년의 문학 편집자는 “출판 만화 작가가 웹툰 시장에서 적응하기 어려웠듯이 순수문학 소설가가 잘 적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텍스트 콘텐츠가 모바일에서 팔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오늘날 작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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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의 ‘억’ 소리 나는 유혹…출판 불황, 활로는 웹소설?

    #1. 1990년 등단한 소설가 심상대 씨(55)는 2013년 첫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소설을 연재할 계간지를 찾았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는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 입지를 다진 중견작가였다. 그럼에도 위축된 문학 시장은 몇 년간 집필 활동을 쉰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장르소설이 연재되는 네이버 웹소설에서 2013년 5월부터 소설 ‘나쁜봄’을 연재했다. 연재가 끝난 이 작품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소설은 올해 동인문학상 본심 후보에도 올라 문학성도 인정받았다. 그는 “순수문학 시장 확장을 위해서도 웹소설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며 “지하철에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웹소설 출시 2주년을 맞아 현황을 발표했다. 2013년 1월 시작된 웹소설에는 정식 연재 작가 109명과 아마추어 작가 11만 명이 로맨스 무협 미스터리 SF&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품 23만 편을 연재했다. 지난해 조회수는 36억 회, 이중 80%가 스마트폰에서 소비됐다. 네이버는 “원고료와 미리보기 수익만으로 한해 2억 8000만 원을 번 작가를 비롯해 1억 원 이상 수익을 올린 작가가 7명”이라고 밝혔다. 미리보기는 100원 결재로 무료로 풀리기 전에 미리 작품을 보는 서비스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순문학 시장에도 웹소설 성공이 알려지면서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형 출판사 관계자는 “단행본으로 1억 원을 벌려면 소설 10만 부를 팔아야 하는데, 요즘 국내 문학 시장에서 10만 부 베스트셀러는 당분간 나오기 어렵다”고 밝혔다. 소설 초판 발행 부수가 3000부에서 2000부로 줄었지만 초판이 다 팔리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소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평단과 시장에서 모두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의 판매량도 4만 부 수준이었다. 이진백 네이버 웹소설 담당 매니저는 “출판계 불황으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일부 순문학 출판사가 정식으로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을 웹소설에서 연재할 수 있는지 문의해왔다”고 밝혔다. 현재 웹소설에서 실명으로 연재 중인 순문학 출신 작가는 1997년 등단한 소설가 이재익 씨(40·SBS PD)가 유일하다. 그는 종이책으로 낸 소설이 독자들에게 읽히지 않자 웹소설로 자리를 옮겼다. 미스터리 ‘복수의 탄생’에 이어 로맨스 ‘마성의 카운슬러’를 연재 중인 그는 한 달 수입이 월 10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소설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작가들이 웹소설 시장으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웹소설이 순문학 작가들에게 ‘억’ 소리 나는 숨통을 틔어줄까.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웹소설 독자층에 장르문학 마니아가 많아 순문학 작품에 지갑을 열지 미지수이고, 순문학 작가들이 빠른 전개를 강조하는 웹소설 작법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클릭 횟수가 돈으로 환산되는 웹소설이 문학 본래의 의미를 해친다는 근본적인 회의도 있다. 경력 10년의 문학 편집자는 “출판 만화 작가가 웹툰 시장에서 적응이 어려웠듯 순문학 소설가가 잘 적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텍스트 콘텐츠가 모바일에서 팔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오늘날 작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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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25년 함께한 아내를 보냈다… 내 고독을 기록했다

    눈물에 수채화 물감을 풀어 그렸을까. 그림일기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30대 중반부터 꾸준히 그림일기를 그린 저자는 그림 에세이 ‘모든 날이 소중하다’, ‘창작면허 프로젝트’ 등을 출간했다. 그는 25년간 함께한 아내 패티를 황망하게 떠나보내고도 붓과 펜을 놓지 않았다. 아내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아내는 지하철역에서 열차 사고를 당해 두 다리가 마비됐다.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도 지혜롭게 주변 사람들을 돌보면서 넉넉한 웃음으로 새로운 친구를 사귄 아내였다. 그런데 어느 봄 테라스 정원의 꽃에 물을 주려고 창문 밖에 걸린 고무호스를 꺼내려다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떨어져 숨졌다. 저자는 솔직하게 슬픔을 털어놓으며 무너진 자신의 삶을 일으키는 과정을 수채화로 그리고 글을 보탠다. 아내가 숨진 날을 그린 일기는 왈칵 쏟아진 눈물처럼 푸른색이 번지고 얼룩져 있다. 푸른 물감 위에 “패티는 입에 고무관을 물고 눈은 감고 흰 천에 싸여 미동도 없이 누워 있다. 패티의 손을 잡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 무엇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썼다. 서재에 놓은 아내의 유골함도 그렸다. 그는 “고유한 이름도 없고 조립식에 심각하기 짝이 없고 조악”한 유골함 대신 아내가 가장 좋아하던 테디 베어 모양의 쿠키단지를 유골함으로 썼다. “이제 패티는 우리 집 서재에 있다. 사랑스러운 것들이 있는 곳에 포근하게 자리 잡았다.” 아내를 만나고 싶어 구글 지도를 검색해 카메라에 우연히 포착된 아내의 모습을 보고 또 본다. 지도 속 아내는 전동 휠체어에 앉아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있다. 그는 지도 화면을 수채화 그림으로 옮긴다. “패티는 언제나 자기 할 일을 하면서 거기에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런 건 모두 날 힘들게 한다. 하지만 이 가짜 만남이 나는 좋다”고 썼다. 가을이 되자 아내의 짐을 정리한다. “일요일 아침, 침대에 혼자 앉아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눈물이 두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린다.” 온통 검게 칠해진 그림에는 아내의 물건들이 빼곡하다. 저자 스스로 슬픔을 견디려고 그린 그림이지만 일기를 읽는 우리에게도 위로와 지혜를 준다. 마지막 일기는 슬픈 기운이 감도는 푸른색이 아닌 아내가 사랑했던 분홍색으로 칠했다. 따뜻한 기온이 번진다. 마지막은 이렇게 끝났다. “내게 남은 날 하루하루를, 밤에 누워서 걱정만 하면서가 아니라 다시없이 소중하게 보낼게. 내 새로운 인생, 앞날은 밝을 거야. 당신이 빛을 비춰주니까.”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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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조직생활에 몸이 근질… 늘 ‘한 방’ 생각했죠”

    ‘Collavo(콜라보)’ 애플리케이션은 영상 편집 앱이다. 앱으로 찍은 동영상에 쉽고 간단한 조작만으로 다양한 필터 효과와 배경음악을 삽입해준다. 친구들이 찍은 동영상도 편리하게 자르고 이어 붙여 하나의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컬래버레이션 기능도 있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우리 일상을 찍은 동영상도 아름답고 화려한 광고 화면처럼 바뀐다.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 ‘2014 올해의 최고작’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같은 대학 힙합동아리 출신으로 환상의 컬래버레이션(협력)을 자랑하며 앱을 만든 마그나랩 박정우 대표(33)와 박우람 이사(39)를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우리 또래가 할 수 있는 ‘한 방’이 무엇일까 늘 생각했어요. 회사를 10년 동안 다니고 착실히 모아도 분당 아파트 한 채 사기 어렵잖아요.” 2011년 8월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에서 검색기획 업무를 하던 박 대표는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니었다. 회사에 찰떡처럼 붙어 있으면 굶어 죽진 않겠지만 커다란 조직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몸이 근질거렸다. 앞으로 더 나은 상황이 올지 확신도 없었다. 퇴사 전 네이버 동료들과 모바일 시장을 공부했다. 그때 결심했다. “이제 막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는 없다.” 박 대표는 동아리 선배인 박 이사를 찾았다. 박 이사는 한 기업에서 신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박 대표는 “대학 다닐 때 민중노래패밖에 없었는데 형이 대중적인 음악을 하자며 동아리를 만들었다. 뭐든 새로운 일을 벌이는 데 자신 있는 형에게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박 이사도 “홀로 서울에 올라와 학비도 손수 벌어 대학을 졸업한 자립심 강한 박 대표와 일 벌이기 좋아하고 자유로운 내가 잘 맞을 것 같았다”고 했다. 박 대표가 기획, 박 이사가 홍보와 행정을 맡았다. 박 대표의 네이버 동료 서동영 개발이사(32), 김성일 선임개발자(30)도 합류했다. 회사를 박차고 나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화려한 네이버 본사 건물 대신 길 건너 커다란 지하창고로 출근했다.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0만 원짜리 지하창고는 추운 겨울이 되자 턱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창고 가운데 기름 난로를 놓고 동그랗게 등지고 모여 앉아 개발을 시작했다. 하루는 네이버 임원이 박 대표를 회사로 불렀다. 네이버에 남았다면 눈을 마주치기도 부담스러운 까마득한 상사였다. 임원은 박 대표에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회사 사람을 빼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나가서 망하는 것 많이 봤는데, 네가 그들을 책임 질 수 있느냐”고 말했단다. 박 대표와 마그나랩 팀원들은 반대로 더 열의에 차서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처음 출시한 앱이 ‘evenio(이베니오)’였다. 이용자가 참가한 다양한 이벤트를 고르면 함께했던 모르는 사람들과 인맥을 맺어준다. ‘옐로리본’ 편지 앱도 만들었다. 보내는 사람이 특정 장소를 지정해 메시지를 보내면 받는 사람은 그 장소에 도착해야만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박 대표는 어느 노인이 애틋하게 손주 사진 2장만 반복해서 보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트위터 사연을 우연히 읽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쉽게 가족과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앱 ‘우리 손주’도 개발했다. 마그나랩이 개발한 앱들은 디지털 기술에 따뜻한 감성을 입히고 편리한 사용환경을 구현했다. 참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정작 서비스 호흡이 길어 사용자들에겐 인기를 끌지 못했어요.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재밌으면 성공할 걸로 보고 시도했는데 잘 팔리지 않더라고요.” 2013년 한 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박 이사가 관리하는 통장에는 잔액이 없었다. 당장 수입이 없으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이사도 여러 번 다녀야 했다. 마그나랩 초기 멤버들도 하나둘 떠났다. 버티기 위해서 ‘갑’인 다른 업체가 주는 외주용역을 맡는 ‘을’이 됐다. 머리는 비우고 밤낮으로 노동력만 투입했다. 그해 겨울 박 대표가 여러 개 동영상을 편집하고 필터와 음향 효과를 입히는 콜라보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어린 시절 음악 하는 아버지를 따라 생방송으로 공연을 중계하는 중계차에 탄 적이 있다. 공연장 곳곳을 비추는 화면 여러 개를 조율하면서 PD는 생방송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박 대표가 낸 아이디어를 개발자들은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구현했다. 박 이사도 두 달된 딸을 업고 여러 스타트업 지원 기관을 찾아다니며 자금을 모았다. 지난해 KBS의 벤처경진 프로그램 ‘천지창조’에 콜라보를 들고 출연해 결승 라운드까지 진출했다. 창업진흥원 등 국내 기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의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지난해 10월엔 KT-벤처스퀘어 노마드 2014에 선정돼 인턴직원 강정인 씨(디자이너), 김태형 씨(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모두 6명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기도 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창업 후 3년을 고비로 본다. 마그나랩도 이제 막 3년이 지났고 지난해 출시한 콜라보는 조금씩 매출을 내고 있다. 박 대표는 “이제 3년을 버텼고 ‘요만큼’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포털에 콜라보라고 검색했을 때 우리 앱이 제일 먼저 나오도록 검색어를 독점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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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작가상, 공모제 탈피 기출간 소설에 시상

    민음사와 계간 ‘세계의 문학’이 주관하는 ‘오늘의 작가상’이 38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민음사는 3일 ‘오늘의 작가상’ 개편안을 발표했다. 상 이름을 유지하되 기존 공모제가 아닌 한 해 출간된 한국소설을 대상으로 상을 주기로 했다. 심사도 소수의 심사위원이 아닌 독자 등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인터넷 서점을 통해 심사과정을 실시간 중계한다. 한국 문학의 위상 저하와 독자의 외면이라는 위기를 인식해 개편을 통해 독자의 관심을 다시 모으겠다는 것이다. 오늘의 작가상은 전년 6월부터 당년 5월까지 출간된 한국소설 단행본과 그 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SF(공상과학), 추리소설 같은 장르문학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기존에 심사위원을 맡았던 문학평론가뿐 아니라 작가, 기자, 서점 관계자, 출판편집자, 문화예술인, 독자로 구성된 추천위원단의 추천을 받아 수상 후보작을 선정하게 된다. 상금은 창작 지원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한다. 박맹호 민음사 회장(81)은 “영화 ‘국제시장’이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것처럼 한국 문학도 사랑받게 하고 싶어 상을 개편했다”며 “여든이 넘으니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임을 알고 가급적 민음사가 아닌 다른 출판사에 상을 줘서 한국 문학 전체 발전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1977년 시작된 오늘의 작가상은 새로운 거장과 신인을 발굴하는 중요한 기능을 했다. 한수산(부초), 이문열(사람의 아들)을 시작으로 이만교(결혼은, 미친 짓이다), 최민석(능력자) 등 수상자 41명을 배출했다. 하지만 문학시장의 불황이 거듭된 데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품도 최근 들어 시장의 반향을 크게 얻지 못하자 신인 등용문 기능에 대한 고민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한 평론가는 “문학시장이 쇠락하고 민음사도 오늘의 작가상이 과거의 영광이나 기대한 바에 비해 성과가 줄어드니 혁신을 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음사는 신인 발굴 기능 축소에 대해 “문학상이 남발되는 수준으로 포화돼 이제는 독자와 거리를 줄이는 작업이 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오디션 프로그램인 SBS ‘K팝스타4’에 출연 중인 박 회장 손녀 윤하 양(17)도 화제에 올랐다. 손녀가 인기를 모으면서 민음사가 검색어 1위에 올라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박 회장은 “요즘엔 나보다 손녀가 더 유명하니 이젠 윤하 할아버지 행세를 해야겠다”며 웃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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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지연 첫 소설 ‘물구나무’ 출간

    “첫 소설이 출간됐습니다.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늘 ‘팩트’를 다루는 세계에서 일하던 제가 허구의 글을 쓰며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때로, 허구가 더 깊은 진실을 담는다는 것을.”(백지연 트위터) 방송인 백지연 씨(51)가 첫 소설 ‘물구나무’(북폴리오·사진)를 출간했다. 그는 ‘뜨거운 침묵’ ‘자기설득파워’ ‘나는 나를 경영한다’ 등을 출간한 바 있다. 소설은 전문 인터뷰어인 민수가 27년 만에 여고 시절 단짝 수경에게 친구 하정이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시작된다. 민수는 물구나무서기를 못 해 친해진 친구들을 다시 만나 그들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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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한 권에 벽돌 한 장… 2월의 ‘기적의 책’ 발표

    2월 ‘기적의 책 캠페인’ 선정 도서가 발표됐다. 1억 원 모금 프로젝트 ‘기적의 책 캠페인’은 ‘책 한 권, 벽돌 한 장, 책으로 이루는 꿈’이라는 모토로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과 교보문고(대표 허정도), 동아일보가 펼치고 있다.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으로 기부된다. 기적의 책 캠페인엔 이 취지에 공감하고 나눔에 참여하길 원하는 출판사들이 참여한다. 남녀노소 다양한 독자들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학 인문 경제·경영 교육 동화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정하고 있다. 이번 달 기적의 책 캠페인에는 ‘타임매직’(다산북스) ‘상실 그리고 치유’(문예출판사) ‘브리프’(더난출판) 등이 선정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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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도 사고 기부도 하고’ 2월 기적의 책 캠페인…선정도서는?

    2월 ‘기적의 책 캠페인’ 선정도서가 발표됐다. 1억 원 모금 프로젝트 ‘기적의 책 캠페인’은 ‘책 한 권, 벽돌 한 장, 책으로 이루는 꿈’이라는 모토로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과 교보문고(대표 허정도), 동아일보가 펼치고 있다.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으로 기부된다. 기적의 책 캠페인엔 이 취지에 공감하고 나눔에 참여하길 원하는 출판사들이 참여한다. 남녀노소 다양한 독자들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학 인문 경제·경영 교육 동화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정하고 있다. 이번 달 기적의 책 캠페인에는 ‘타임매직’(다산북스) ‘상실 그리고 치유’(문예출판사) ‘브리프’(더난출판) 등이 선정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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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 끊으려니 감성이 화석화될 것 같아…

    ‘담배는 문학 작품의 원자재?’ 올해 담뱃값이 2000원이나 오르자 상당수 문인이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며 뿔을 내고 있다. 그만큼 문단에선 오래전부터 담배를 창작의 ‘필수품’처럼 여겨왔기 때문이다. 근대소설가 김동인(1900∼1951)은 “생각이 막혔을 때에 한 모금의 연초가 막힌 생각을 트게 하는 것은 흡연가가 다 아는 바”라며 ‘연초의 효용’을 강조했다. 2004년 담뱃값이 갑당 500원씩 올랐을 때, 한국문인협회는 “창작 아이디어의 유일한 벗인 담배 가격 인상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성명을 냈을 정도다. 지금의 문인들 역시 고충을 호소한다. ‘차남들의 세계사’를 쓴 소설가 이기호 씨는 원고지 한 장을 쓸 때 담배 1, 2개비를 피우는 애연가다. 그는 “담배를 끊으면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머리, 감성이 화석화될 것 같아 끊을 수 없다”며 “원자재 가격이 올랐으니 앞으로는 많이 피우고 더욱더 많이 쓰겠다”고 말했다. 올해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문인단체의 성명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문인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소설가 박범신 씨는 지난달 6일 트위터에 담배를 빌려 달라는 청년 이야기를 올리며 “차라리 세금 더 걷지 건강 명분으로 빈자들 주머니 털어 불안감 키우는 나라”라고 썼다. 시인 김경주 씨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간접세를 내고도 죄인 취급 받는 흡연자들에게 개비담배 파는 담배천국이 생긴다면 김밥천국보단 호응 좀 있으려나”라고 올렸다. 시인 김은경 씨는 ‘한국작가회의 통신’에 “담뱃값 4500원이면 서민에게 한 끼 밥값보다 많을 수도 있는 돈이다. 그러니 이제 씁쓸한 세상살이에 담배 한 개비 피워 물 여유조차 우리에겐 쉽게 허락되지 않을 터이다”라고 썼다. 인상에 대한 항의 표시로 금연한 경우도 있다.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트위터에 “(금연 후)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오고, 식욕이 떨어지고, 배변 습관이 바뀌고, 눈이 침침한 것만 같고, 모든 것이 엉망이다”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글 쓰는 사람은 담배 힘으로 글을 쓰지만 우리에게 담배 한 개비만큼의 기쁨도 주지 못하면서 담뱃값을 올린 정부가 괘씸해 끊었다”고 일갈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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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치’가 디자인하고 ‘방아깨비’가 그렸다

    여치가 디자인하고, 방아깨비가 그렸다. 최근 출간된 미국 소설가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스토너’(알에이치코리아·사진)의 첫 장을 넘기면 ‘디자인 여치, 일러스트 방아깨비’라고 적혀 있다. 들판을 누비던 여치와 방아깨비가 책을 만들었단 소리일까. 소소한 웃음을 준다. 소설 리뷰 사이트 ‘소설리스트(Sosullist)’는 이 책을 ‘표지 갑’으로 뽑으며 “본문 디자인은 귀뚜라미 씨가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여치의 정체는 10년 차 북디자이너 김여진 씨(34). 그는 베스트셀러 ‘인문학은 밥이다’, ‘메이커스’ 표지 등을 ‘여치’라는 이름으로 디자인했다. 주변에서 여진이라는 이름을 빨리 부르다 보니 ‘여치’가 된 게 예명의 시작이다. ‘방아깨비’는 북 디자인 작업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김 씨의 남편이다. 김 씨는 “여치와 방아깨비가 나란히 적혀 있으니 정체를 많이들 궁금해한다”며 “남편은 여러 곤충 이름을 놓고 고민하다가 부르기 쉽고 듣기 좋은 방아깨비를 골랐다”고 했다. 소설 ‘스토너’에도 사연이 숨어 있다. 문학을 사랑한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의 일생을 그린 이 소설은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됐지만 조명받지 못하고 절판됐다. 근 50년 만인 2013년에야 눈 밝은 출판사 편집자와 작가의 눈에 들어 프랑스에서 새롭게 출판됐다. 이 책은 ‘지난 세기에 잊힌 위대한 소설 중 하나’로 불리며 유럽 각지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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