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조직생활에 몸이 근질… 늘 ‘한 방’ 생각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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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고 도전하라]
<5>2014년 앱스토어 최고작 ‘콜라보’ 만든 마그나랩 박정우대표-박우람이사

지난해 10월 마그나랩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포럼에 참가해 유튜브 관계자의 관심을 받아 유튜브 본사에서 자신들의 ‘콜라보’ 앱을 설명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박우람 강정인 서동영 박정우 김태형 김성일 씨. 마그나랩 제공
지난해 10월 마그나랩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포럼에 참가해 유튜브 관계자의 관심을 받아 유튜브 본사에서 자신들의 ‘콜라보’ 앱을 설명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박우람 강정인 서동영 박정우 김태형 김성일 씨. 마그나랩 제공
‘Collavo(콜라보)’ 애플리케이션은 영상 편집 앱이다. 앱으로 찍은 동영상에 쉽고 간단한 조작만으로 다양한 필터 효과와 배경음악을 삽입해준다. 친구들이 찍은 동영상도 편리하게 자르고 이어 붙여 하나의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컬래버레이션 기능도 있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우리 일상을 찍은 동영상도 아름답고 화려한 광고 화면처럼 바뀐다.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 ‘2014 올해의 최고작’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같은 대학 힙합동아리 출신으로 환상의 컬래버레이션(협력)을 자랑하며 앱을 만든 마그나랩 박정우 대표(33)와 박우람 이사(39)를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우리 또래가 할 수 있는 ‘한 방’이 무엇일까 늘 생각했어요. 회사를 10년 동안 다니고 착실히 모아도 분당 아파트 한 채 사기 어렵잖아요.”

2011년 8월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에서 검색기획 업무를 하던 박 대표는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니었다. 회사에 찰떡처럼 붙어 있으면 굶어 죽진 않겠지만 커다란 조직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몸이 근질거렸다. 앞으로 더 나은 상황이 올지 확신도 없었다. 퇴사 전 네이버 동료들과 모바일 시장을 공부했다. 그때 결심했다. “이제 막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는 없다.”

박 대표는 동아리 선배인 박 이사를 찾았다. 박 이사는 한 기업에서 신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박 대표는 “대학 다닐 때 민중노래패밖에 없었는데 형이 대중적인 음악을 하자며 동아리를 만들었다. 뭐든 새로운 일을 벌이는 데 자신 있는 형에게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박 이사도 “홀로 서울에 올라와 학비도 손수 벌어 대학을 졸업한 자립심 강한 박 대표와 일 벌이기 좋아하고 자유로운 내가 잘 맞을 것 같았다”고 했다.

박 대표가 기획, 박 이사가 홍보와 행정을 맡았다. 박 대표의 네이버 동료 서동영 개발이사(32), 김성일 선임개발자(30)도 합류했다. 회사를 박차고 나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화려한 네이버 본사 건물 대신 길 건너 커다란 지하창고로 출근했다.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0만 원짜리 지하창고는 추운 겨울이 되자 턱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창고 가운데 기름 난로를 놓고 동그랗게 등지고 모여 앉아 개발을 시작했다.

하루는 네이버 임원이 박 대표를 회사로 불렀다. 네이버에 남았다면 눈을 마주치기도 부담스러운 까마득한 상사였다. 임원은 박 대표에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회사 사람을 빼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나가서 망하는 것 많이 봤는데, 네가 그들을 책임 질 수 있느냐”고 말했단다. 박 대표와 마그나랩 팀원들은 반대로 더 열의에 차서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 방문 당시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호텔 방 한 곳에서 함께 모여 작업하는 모습. 마그나랩 제공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 방문 당시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호텔 방 한 곳에서 함께 모여 작업하는 모습. 마그나랩 제공
처음 출시한 앱이 ‘evenio(이베니오)’였다. 이용자가 참가한 다양한 이벤트를 고르면 함께했던 모르는 사람들과 인맥을 맺어준다. ‘옐로리본’ 편지 앱도 만들었다. 보내는 사람이 특정 장소를 지정해 메시지를 보내면 받는 사람은 그 장소에 도착해야만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박 대표는 어느 노인이 애틋하게 손주 사진 2장만 반복해서 보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트위터 사연을 우연히 읽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쉽게 가족과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앱 ‘우리 손주’도 개발했다. 마그나랩이 개발한 앱들은 디지털 기술에 따뜻한 감성을 입히고 편리한 사용환경을 구현했다. 참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정작 서비스 호흡이 길어 사용자들에겐 인기를 끌지 못했어요.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재밌으면 성공할 걸로 보고 시도했는데 잘 팔리지 않더라고요.”

2013년 한 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박 이사가 관리하는 통장에는 잔액이 없었다. 당장 수입이 없으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이사도 여러 번 다녀야 했다. 마그나랩 초기 멤버들도 하나둘 떠났다. 버티기 위해서 ‘갑’인 다른 업체가 주는 외주용역을 맡는 ‘을’이 됐다. 머리는 비우고 밤낮으로 노동력만 투입했다.

그해 겨울 박 대표가 여러 개 동영상을 편집하고 필터와 음향 효과를 입히는 콜라보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어린 시절 음악 하는 아버지를 따라 생방송으로 공연을 중계하는 중계차에 탄 적이 있다. 공연장 곳곳을 비추는 화면 여러 개를 조율하면서 PD는 생방송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박 대표가 낸 아이디어를 개발자들은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구현했다. 박 이사도 두 달된 딸을 업고 여러 스타트업 지원 기관을 찾아다니며 자금을 모았다. 지난해 KBS의 벤처경진 프로그램 ‘천지창조’에 콜라보를 들고 출연해 결승 라운드까지 진출했다. 창업진흥원 등 국내 기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의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지난해 10월엔 KT-벤처스퀘어 노마드 2014에 선정돼 인턴직원 강정인 씨(디자이너), 김태형 씨(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모두 6명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기도 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창업 후 3년을 고비로 본다. 마그나랩도 이제 막 3년이 지났고 지난해 출시한 콜라보는 조금씩 매출을 내고 있다. 박 대표는 “이제 3년을 버텼고 ‘요만큼’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포털에 콜라보라고 검색했을 때 우리 앱이 제일 먼저 나오도록 검색어를 독점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콜라보#마그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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