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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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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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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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주식-부동산 투자 필승전략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러플린 박사는 200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교내에 포커 게임장을 만들어 시간 날 때마다 학생들과 포커 게임을 하겠다”고 밝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현대의 비즈니스 승부는 게임과 같다”는 게 이유였다. 그의 말처럼 현대자본주의는 승자독식 게임이다. 예로부터 도박을 멀리해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조업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왔지만, IMF 외환위기를 보듯 금융시장의 게임 승부에는 유독 약하다. 변호사인 저자가 도박, 주식, 부동산 투자, 바둑, 스포츠 등 수많은 게임에서 지지 않는 필승전략을 담은 책이다. 파스칼, 페르마,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이창호 등 동서고금 승부사들의 지혜를 분석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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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북 카페]‘양자 우주’

    최근 영국에선 어려운 학문이라고만 여겨졌던 물리학을 선택 과목으로 정하는 학생이 늘어나 화제다. 물리학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을 두고 많은 과학자는 떠오르는 스타 물리학자 브라이언 콕스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콕스는 시청자 수백만 명의 눈을 사로잡은 BBC TV의 시리즈 ‘태양계의 경이’와 ‘우주의 경이’로 단숨에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물리학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래서일까. 그가 맨체스터대의 교수 제프 포쇼와 함께 저술한 ‘양자 우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The Quantum Universe: Everything that can happen does happen)’는 지난달 27일 발간된 이후 수많은 미디어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빛의 파동은 환경에 따라 때로는 분자들이 일정하게 흐르는 것처럼, 때로는 분자들이 아래위로 파동을 치는 것처럼 움직인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정답일까? 양자 물리학은 이렇게 답한다. ‘둘 다 정답이면서, 또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저자들은 양자 역학의 핵심은 확실성보다는 개연성(혹은 확률성)에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물에 대해 확실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몇몇 자연적 현상은 순전히 우연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양자 역학에 따르면 분자들은 동시에 두 가지 장소에 존재할 수 있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현상은 분명히 다 일어날 수 있으며 우주는 텅 비어 있는 동시에 가득 찰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을 던질 때 우리는 공이 어떤 궤도를 따라 포물선을 그리며 운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양자 이론에 따르면 공은 단순히 궤적을 그리며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을 이루는 원소 하나하나가 순간의 공간 전체를 움직이는 것이다. 저자들은 곧이어 파동함수와 반물질, 별들과 태양의 움직임 및 죽음 등등에 대해 방대한 이론들을 설명해 나간다. 재미있는 점은 작가들이 ‘일반인이 양자 역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을 목표로 저술했음에도 실제 이 책은 파이낸셜타임스의 크리스 쿡 기자가 지적했듯이 ‘심지어 물리학을 전공한 학생조차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게’ 쓰였다는 점이다. BBC의 ‘경이’ 시리즈를 진행할 당시 콕스는 쉽고도 열정적인 설명으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 같은 친절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양자 물리학은 학교의 교실에서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학문’이라면서 우리 모두는 양자 물리학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저자들의 이러한 주장에 호응하듯이 이 어려운 책이 출간 직후부터 계속 베스트셀러 목록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난이도를 떠나 인문과학 서적이 잘 팔리지 않아 울상인 한국 출판시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영국인들의 호응이 비록 잘생긴 스타 물리학자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나 미디어의 추천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학서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이 이방인에게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 201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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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우울증과 만성통증, 속살을 드러내다

    《‘우울증과 만성통증.’ 현대인들에게 흔한 병이다. 우울증이 통증을 부르기도 하고, 만성통증이 우울증을 낳기도 한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병을 극복하기 위한 싸움의 절반은 자신의 증상을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두 여성작가가 우울증과 만성통증에 대한 내밀한 고백을 담은 책을 펴냈다. 주제는 무겁지만 솔직하고 유려한 문체로 현대인의 심리를 파헤친다.》 ■ 통증 연대기올해 개봉한 권상우 정려원 주연의 영화 ‘통증’에는 두 남녀가 나온다. 남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희귀병인 ‘선천적 무통각증’을, 여자는 조그만 상처가 나도 피가 멈추지 않는 ‘혈우병’을 앓는다. 여자가 먼저 죽을 듯하지만, 결론은 남자가 먼저 죽는다. 남자는 쇠몽둥이로 머리를 맞아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통증을 모르기 때문에 몸을 함부로 다루다 젊은 나이에 죽는다. 통증은 우리 몸을 보호하고 위험을 피하기 위한 정교한 뇌신경 시스템이다. 사람은 부상하거나 상처를 입으면 심한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을 줄임으로써 몸을 나른하게 만들어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한다. 19세기 중반까지 외과의사의 수술실은 공포의 도가니였다. 수술대는 도살장처럼 피범벅이었고, 환자는 메스 아래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수술은 처형과 마찬가지로 대중의 흥미진진한 볼거리였다. 그러나 의사들은 “피를 쏟으며 몸부림치는 살덩어리”를 대상으로 위와 폐를 잘라내는 세밀한 수술을 시행할 수 없었다. 1846년 에테르를 이용한 수술 마취법 공개시연은 현대 의학 발전과 통증에 대한 인식을 바꾼 획기적 사건이었다. 고대에는 통증은 ‘은유’의 세계였다. 통증의 원인을 귀신이 씌었거나, 죄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중세 신성재판에서 마녀에게 극심한 고통을 겪게 하는 것은 죄를 씻고 영혼을 구하는 ‘영혼의 연금술’이었다. 이 책은 통증에 대한 문화사적, 의학적 역사를 다룬다. 또한 작가 자신의 치열한 만성통증 치료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통증을 ‘은유’가 아닌 ‘질병’으로 바라보면서 근대과학이 시작됐다”고 말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프로작 네이션우울증 환자에겐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우울의 나락에 깊이 잠겨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진득하니 들어주는 것만큼 고역스러운 일도 없다. 저자가 스물여섯 살이던 1994년 미국에서 발표한 이 책은 15년간 만성 우울증을 앓아온 저자의 일상과 감정을 그대로 담았다. 저자는 이 책을 쓴 계기에 대해 “우울증 그 자체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독자는 책 속의 우울기가 자신에게 스멀스멀 전염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저자가 막 사춘기로 들어서던 열두 살 때 좌우명은 이랬다. ‘모든 것은 가짜이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을 것이다. 그러니 뭐가 어떻든 무슨 상관인가?’ 이 소녀는 점심시간마다 학교 탈의실에 숨어 면도칼로 자신의 다리에 여러 가지 모양의 상처를 내며 마음속 평화를 누렸다. 저자는 이전까지는 공부 잘하고 사랑스러운 소녀였다고 스스로 말한다. 한데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 우울증을 앓게 됐다는 것. 이혼한 부모는 딸 양육과 경제적 문제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갈등해왔다. 저자가 이를 상세히 묘사한 것으로 미루어 가정불화도 그의 우울증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에 진학한 이후에도 저자는 약물과 마약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지탱했다. 자살도 시도했다. 그는 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아무런 감정, 반응,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묘사한다. 이 책은 우울증 극복기가 아니다. 그가 끝내 우울증을 치유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그저 우울했던 자신의 인생을 글로 쏟아냄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예일대 로스쿨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201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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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내년 1월 출간 에세이집엔 무슨 내용 담을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이 내년 1월에 펴내는 신간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계발서이다. 이 책에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 공정한 사회, 따뜻한 배려가 있는 사회’라는 안 원장의 정치·사회적 발언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을 출간하는 김영사 관계자는 “안 교수가 올해 전국 30여 개 도시를 돌며 진행했던 ‘청춘콘서트’에서 청년들과 소통했던 희망의 메시지를 정리한 에세이집”이라며 “안 원장이 평소 강조해 온 상식, 공정, 배려가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소신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올 8월에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좌파, 우파’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금은 좌·우파 논쟁으로 허송세월할 때가 아니다. 굳이 나눠야 한다면 상식과 비상식이 있을 뿐이다. 나는 상식파”라고 대답한 바 있다. 김영사 관계자는 “안 원장이 지난달 원고를 넘겨준 뒤에도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제목은 미정이며 발간될 즈음 기자간담회를 할지를 저자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2001년 펴낸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에서 ‘술수와 작전이 난무하는 국내 기업세계’에서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는 벤처기업가’로서 한국 기업의 가치관을 바꿀 것을 주장했다. 또 2004년 출간한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에서는 벤처기업가의 처지에서 나아가 글로벌 시대에 성공하기 위한 개인, 기업, 국가의 리더십 문제를 다뤘다. 안 원장은 이 책에서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타인 또는 타 집단에 대한 존중과 배려, 기초와 기본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안 원장의 두 저서는 각각 30만 권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다.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 나오는 안 원장의 새 책은 이보다 더 큰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출판계는 예상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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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도서관 ‘열두 서고’ 활짝

    “춘향전은 ‘음탕교과서’이고, 홍길동전은 ‘허황교과서’이며, 심청전은 ‘처량교과서’이다.”(이해조) 이해조, 이인직, 신채호, 박은식 등 1900년대 지식인에게 대중소설의 지향점은 ‘애국’과 ‘계몽’이었다. 그러나 1910년대 들어서면서 소설의 계몽성은 현저하게 줄어들고, 대중성과 오락성을 지향하는 소설들이 출현한다. 이 당시 소설 읽기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딱지본 소설’이다. 국수 한 그릇 값인 6전에 팔렸다고 해서 ‘육전소설’, 표지를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게 채색했기 때문에 ‘딱지본’이란 별칭으로 불렸다. 연애지상주의와 정사(情死)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강명화전’, 만주로 신혼여행을 가는 장면이 담겨 있던 ‘추월색’ 등 딱지본 소설은 1900∼1930년대의 사회를 살았던 조선인들의 다채로운 욕망의 탈출구였다. 서울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해 디지털화를 마치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딱지본’의 원본을 볼 수 있는 전시회를 연다. 16일부터 12월 28일까지 열리는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66주년 특별전 ‘열두 서고, 열리다’. 국보급 고문헌을 비롯해 족보와 고지도, 잡지 창간호, 소설 등 희귀본 300여 점을 전시한다. 전시에서는 1895년 고종이 상하귀천 남녀노소 모두 교육을 받으라는 교육조서를 반포한 뒤 간행한 최초의 국정교과서 ‘국민소학독본’도 선보인다. 영이와 철수, 바둑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의 초등 국어교과서도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방인이 본 우리 모습도 눈길을 끈다. 영국의 판화가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가 그림을 그리고 동생 엘스펫이 글을 쓴 ‘올드 코리아’에는 일본 순사에게 고문당한 조선 여인의 모습이 나온다. 1919년 3·1운동 직후 방한한 이들 자매는 “한국 죄수들은 당당하게 걸어가고 호송하는 일본인은 초라해 보였다”고 썼다. 6·25전쟁 초기 미군이 북한을 일시 점령했을 때 노획한 ‘북한문서’ 코너에는 북한 노동당 회의록부터 도당 비밀 세포조직 도표, 인민군 병사의 일기장과 편지에 이르기까지 1945∼1950년 북한의 정치 경제 군사 외교 사회 문화를 보여주는 1차 사료가 전시된다. 1950년 10월 평양에서 인민군 여자 병사가 고향 황해도 안악에 있는 어머니에게 쓴 편지는 애잔한 감정을 자아낸다. “어머님, 금번 내가 군대에 입대할 때 남겨둔 도랑크에 채워진 쇠를 뜯으면 우엣치(윗도리) 흰 내복이 있겠으니, 그것을 원근에게 입히시요….”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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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바닥부터 뜯어보는 건축의 세계

    TV프로그램 ‘러브하우스’로 친숙한 건축가인 저자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해설한 건축 이야기. 앨범 ‘장소찾기 프로젝트’를 발표한 가수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노래만큼이나 편하게 건축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는 건축을 인문학과 음악, 미술과 영향을 주고받는 예술작품으로 바라보면서도, 건축주와 자본의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비즈니스의 산물이라는 점도 잊지 않는다. 1, 2부에서는 유럽과 미국, 일본의 건축을 비교하며 디자인으로서, 예술로서, 경영의 시각에서 건축의 역사를 소개한다. 저자가 설계에 참여했던 용평리조트 더 포레스트 레지던스, 쌈지빌딩, 유타빌딩 등을 구상하고 실현하는 과정의 에피소드가 담긴 3부는 독자의 입장에서 훨씬 더 흥미롭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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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긴자거리, 예술적으로 걸어보기

    “긴자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의태어를 고르라면 아무래도 ‘어슬렁어슬렁’이겠다. 일본어로는 ‘부라부라(ぶらぶら)’. ‘긴부라(銀ぶら)’라는 유행어는 말 그대로 ‘긴자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산보하는 일’을 의미했다.” 도쿄예술대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유학생 부부가 들려주는 도쿄 미술관 기행.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저자는 ‘꾸밈, 놀이, 애니미즘’이라는 세 단어를 키워드로 수천 년간 흘러온 일본 미술의 흐름을 짚어낸다. 일본 화랑의 5분의 1이 몰려 있는 긴자 거리에서는 화랑뿐만 아니라 ‘예술의 사업화’를 실현하는 거리 자체를 예술적으로 걸어보기를 권한다. 우키요에 오타 미술관, 하코네 조각의 숲 미술관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도쿄로 훌쩍 예술기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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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12억짜리 예술품 ‘박박’지운 청소 아줌마

    마르셀 뒤샹이 ‘샘’이란 이름을 붙인 소변기, 데이미언 허스트의 담배꽁초가 가득한 재떨이…. 금기와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현대미술 작품은 종종 평범한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이달 초 독일 도르트문트의 오스트발 미술관에선 큰 소동이 났다. 110만 달러(약 12억 원)짜리 독일의 현대미술 작가 마르틴 키펜베르거의 설치작품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When it starts dripping from the Ceiling)를 ‘열성적인’ 청소부가 훼손한 것. 이 작품은 나무판으로 세워진 탑형 구조물 밑바닥에 고무판으로 된 물받이 접시가 놓여 있는 형태다. 문제는 작가가 접시 바닥을 갈색 페인트로 칠해 놓았던 것. 빗방울이 떨어져 변색된 인상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르몽드는 “작가는 말라붙은 물때 자국을 ‘예술’이라고 생각했으나, 청소부는 이를 ‘지워야 할 얼룩’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결국 청소부는 솔을 이용해 바닥 접시의 페인트를 박박 닦아내 새것처럼 만들어 놓았다. 이 작품은 개인 수집가에게서 빌려온 작품으로 현재 보험사 측이 피해액을 산정 중이다. 현대미술 작품이 청소부의 실수로 훼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전에서는 청소부들이 시립미술관 광장에 있는 폐품을 활용한 설치작품을 쓰레기인 줄 알고 소각장에 갖다 버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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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外

    ○ 문학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미치오 유스케 지음·북폴리오)=각종 중고품을 매매하는 가게를 열었지만 파리만 날리는 두 남자가 미스터리한 사건들에 휘말리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1만4000원. 수치(살만 루슈디 지음·열린책들)=가상의 마을 ‘Q’에서 친부모가 누군지 모른 채 태어난 한 남자가 백치 여인을 만나 결혼해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수치심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파멸 과정을 담았다. 1만1800원. 리브 앤 다이(허택 지음·문학사상)=포커게임을 하며 인생의 우울한 자화상을 스스로 그리는 중년 남자들, 바비 인형을 닮은 친구를 질투하다 스스로 파멸하는 20대 여성 얘기 등. 7개 단편을 묶은 작가의 첫 소설집. 1만2000원. ○ 학술 히포크라테스는 모른다(맥스웰 그렉 블록 지음·청년의사)=정신과 전문의이자 법학자, 보건의료정책 전문가인 저자가 히포크라테스적 이상에 부합하지 않는 미국의 의료 현실을 파헤친다. 2만2000원.충적세문명(김유동 지음·길)=인류 문명의 기원부터 21세기 후기 자본주의 시대까지 문명사의 궤적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충적세는 마지막 지질시대로 홀로세 또는 현세 등으로도 불린다. 3만 원.다중과 제국(안토니오 네그리 지음·갈무리)=이탈리아 출신의 정치학자인 저자가 주권과 전쟁, 민주주의, 대항권력과 구성권력, 삶과 정치 등의 개념을 강의와 인터뷰를 통해 설명해준다. 1만7000원.○ 인문·교양 만들어진 악마(폴 캐러스 지음·소이연)=‘악이 존재하기에 신이 존재하고, 신이 존재하기에 악이 존재한다’는 시각이 책을 꿰뚫는다. 결국 악을 내세운 공포에 의해 종교가 융성하게 됐다는 것. 1만6000원. 과학의 미래(버트런드 러셀 지음·열린책들)=과학 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통찰하는 러셀의 비판적 철학을 담았다. 러셀은 자연의 이치를 조작하는 과학이 전체주의와 결합해 탄생시킬 독재의 세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1만5000원.인문학의 미래(월터 카우프만 지음·동녘)=책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비전’이다. 저자에게 비전은 비판정신과 상통한다. 무엇이든지 의문을 품는 소크라테스적 사고와 변증법적 독서가 비전을 키운다. 1만5000원.중국사 산책(쑨테 지음·일빛)=황제가 나라를 다스리던 신화시대부터 중화인민공화국까지 방대한 중국사를 담았다. 역사적 사건 중심으로 기술했지만 당대의 이념, 제도, 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중국사를 한눈에 조망하도록 했다. 2만8000원.명필(김남인 지음·서해문집)=서울 삼각산 화계사에서 부산 금정산 범어사까지 사찰과 서원에 걸린 현판과 편액의 명필을 소개한다. 저자는 “글씨를 읽는 것은 당대의 정치와 경제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1만5900원.기독교와 이슬람 그 만남이 빚어낸 공존과 갈등(김동문 지음·세창)=기독교와 이슬람이 적대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두 종교의 역사적 충돌 원인을 짚어보고 공존의 가능성을 살핀다. 2만4000원.○ 실용·기타무역전쟁(CCTV 경제 30분팀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권력 이동 및 세계 질서의 재편이 세계무역사에도 반영된다는 사실을 짚어냈다. 교역의 역사를 통해 무역은 전쟁의 동의어이자 침략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1만6000원.휴·지-세상과 싸울 필요 없습니다(마가렛 휘틀리 지음·부엔리브로)=누구나 살아가며 한 번쯤 고민했을 만한 주제를 간결하게 정리한 에세이집. 세상이 정답이라 설정한 것에 현혹되지 말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1만2000원.하버드 협상의 기술(로버트 누킨 지음·21세기북스)=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이자 협상 전문가인 저자는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4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1만6000원.복잡계 투자혁명(이승조 지음·아경북스)=복잡계 이론으로 풀어낸 한국 주식시장. 미세한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가 주식시장에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투자 역사를 통해 분석했다. 2만5000원.}

    • 201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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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한마디]“배가 고프면 설렁탕을 먹지만…" 外

    “배가 고프면 설렁탕을 먹지만 뇌가 고프면 뇌진탕을 먹어야 한다. 여기서 ‘뇌진탕’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별난 생각, 색다른 생각, 상상초월 기절초풍할 만한 생각을 의미한다. 뇌에 색다른 경험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다.”―유영만,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위너스북)“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 하늘, 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마라! 지금 그들을 보러 가라.”―유경숙, ‘서른, 여자, 혼자 떠나는 유럽’(끌리는 책)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앞 페이지의 내용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지탱해야만 뒤에 나오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책을 읽을 때 사람은 정신의 팽팽한 탄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정신의 팽팽한 탄력을 밀고 가는 힘, 이 지탱력이야말로 사람이 오직 책 읽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것의 다른 이름이 바로 지성(知性)이 아닐까요?”―김무곤, ‘종이책 읽기를 권함’(더숲)“온천수와 석유는 닮은 구석이 많다. 온천수 또한 석유처럼 유한자원이며 온천수가 사라진 일본은 석유가 고갈된 중동만큼이나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가디언)}

    • 201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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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人]피아니스트 손열음 "연주여행때 '길위의 독서' 짜릿…"

    《 손열음 씨의 추천 도서-장미의 이름중세의 한 이탈리아 수도원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과 현대의 기호학 이론이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를 끌어나간다.-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곡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을 모티브로 못생긴 여자와 그녀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20대 성장소설. 》 떠돌아다닌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21세기에도 음악가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중세의 음유시인처럼 연주자에게 여행은 숙명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25·사진)도 11세 때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차이콥스키 청소년 콩쿠르에 혼자 여행가방을 끌고 참가했다. 2006년부터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유학 중인 그는 지금도 세계를 돌며 연주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멀고 먼 여행기간에 곁을 지켜준 친구는 책이었다. “제게 ‘진짜 여행’은 독서입니다. 연주여행을 하도 많이 하니까 제게 여행이란 ‘일’처럼 다가오기 마련이죠.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도 무덤덤하게 몸만 이곳저곳 다닐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책을 읽으면 그게 더 진실한 여행처럼 느껴집니다.” 손 씨가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곳도 교통수단 속이다. 연주여행 지역이 유럽일 때는 기차, 미국에서는 비행기, 한국에서는 주로 자동차라는 점이 다르지만 ‘길 위의 독서’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여섯 살 때부터 고향인 강원 원주에서 매주 서울로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다닐 때마다 엄마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늘 책을 읽었다. 평소에는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여행할 때는 무게 때문에 아이패드를 활용한다. 그의 아이패드에는 인터파크의 애플리케이션 ‘비스킷’에서 내려받은 전자책과 웹사이트 인터내셔널뮤직라이브러리에서 다운로드한 악보가 가득하다. ○ 영재를 넘어서 대부분의 음악 천재들은 스무 살이 고비다. 새로운 영재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도 사라지고, 자신만의 고독과 마주하며 스스로 원숙한 대가로 자라나야 한다. 이런 정신적 압력 때문에 대부분의 신동들이 10대를 지나면서 사라져간다. 그러나 음악영재 출신인 손 씨는 20대 중반을 넘기면서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교수는 “열음 씨를 20년 가까이 봐왔는데, 최근 2년간 굉장한 발전을 이룬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누구에게 배워서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내면적 성찰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연주자이기 때문에 30대 이후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 씨는 독주회를 할 때마다 프로그램 곡 해설을 직접 쓰는 학구적인 피아니스트로 유명하다. 신문에 칼럼도 곧잘 게재한다. 그처럼 음악적 재능과 글재주를 동시에 갖춘 연주자는 보기 드물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한국의 20세기 근대 문학가들입니다. 20세기 초는 전쟁과 빈곤, 삶과 죽음의 이슈가 부각되는 시대라 예술작품이 남다른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마르셀 마이어, 알프레드 코르토도 20세기 초 연주자들입니다.” 그는 “빈곤한 상황에서도 풍자와 해학이 번뜩이는 게 한국근대문학의 장점”이라고 했다. “김유정, 채만식의 단편집은 거의 다 읽어 봤어요. 이효석의 생가에 갔을 때 단편집 두 권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는 독일에 있을 때는 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듣지는 않는다. 음악을 틀어놓으면 머리가 음악을 따라가 책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한다. “독일 문학은 음악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어요. 음악을 알려면 문학을 알아야 하죠. 예를 들면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는 니체를 모델로 한 작품인데, 베토벤의 교향곡 등 고전음악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요. 일반인들이 음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죠. 반대로 음악을 알아야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도 합니다.”○ 미술, 문학을 넘나드는 고전 읽기 손 씨는 책을 읽으면서 연관된 책을 찾아 읽는 ‘T자형 독서’를 즐긴다. 대표적인 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통한 서양철학 읽기였다. “‘장미의 이름’은 형식상으로는 서스펜스 추리소설을 표방하지만, 고전철학을 총망라한 책입니다. 인간과 종교에 대한 고찰도 담겨 있죠. 이 책을 따라가면서 책 속에 언급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부터 현대의 기호학까지 서양철학 책들을 하나하나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장미의 이름’은 제가 서양고전 철학을 공부하도록 한 강렬한 자극이자 가이드였습니다.” 손 씨는 “한 번도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책을 고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전문학을 선호한다. 고전문학은 미술과 음악 등 다른 예술작품으로 수많은 영감을 주고받아 왔다는 점 때문이다.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이런 의미로 손 씨가 추천하는 작품이다. “1899년 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작곡한 같은 이름의 곡을 키워드로 한 작품이에요. 느린 2박자의 아름답고 섬세한 무곡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라벨이 17세기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그림을 보고 지은 곡입니다. 그림과 음악, 문학이 시공간을 초월해 예술작품으로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받은 거죠.” 손 씨는 “피아노를 치는 것은 연설과 같다. 연설이란 말을 하되, 그저 말만 많아선 안 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며 “그러면서도 무언의 대화처럼, 관객과 교감하고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책을 읽고,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한다고 해서 음악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예능(藝能)은 무엇보다 표현해내는 ‘기술적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표현력의 기초를 갖춘 사람들이라면 다릅니다. 작품의 인문학적 배경을 알고 연주하는 것과 모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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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브 잡스 전기 전세계 동시출간]“마스크 모양이 영…” 병상서도 디자인 집착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민음사)가 24일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신비주의로 일관했던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전기를 통해 ‘약간의 지혜’를 남기고 싶어했다.이 책은 미 시사주간 ‘타임’의 전 편집장이자 CNN 전 CEO인 월터 아이작슨이 2009년부터 2년간 스티브 잡스를 40여 차례 인터뷰한 뒤 쓴 첫 공식 전기다. 책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가 가진 인생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 두 번째는 이를 영구히 지속할 수 있는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잡스가 인재를 뽑는 원칙은 회사에 ‘머저리가 급증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었다. “맥(매킨토시) 팀은 그와 같은 완전한 팀, 즉 A급 선수들로 이뤄진 팀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였어요. 사람들은 그들이 서로 사이가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저는 A급 선수들은 A급 선수들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들은 단지 C급 선수들과 일하는 걸 싫어할 뿐이지요.”이 책에서 잡스는 그동안 철저히 감춰온 개인사를 공개했다. 어린 시절 입양된 잡스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누군가가 ‘양부모’라고 부르거나 ‘진짜’ 부모가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그들은 1000% 제 부모님”이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반면 생부모에 대해서는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학시절에 선(禪)불교와 채식주의, 환각제인 LSD에 빠져든 경험도 고백했다. 인도 순례 여행을 다녀온 후 잡스는 “선불교의 직관적 통찰은 제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훗날 컴퓨터를 개발하면서 잡스는 팬이 필요없는 전원 공급장치를 원했다. 컴퓨터 내부의 팬이 내는 소음이 정신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는 물질적 소유에도 무관심했다. 집이 너무 검소해서, 그를 방문했던 빌 게이츠는 당황하며 “가족 모두 여기서 사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또 그는 프랜시스 무어 라페의 ‘작은 지구를 위한 식습관’ 등을 읽으면서 채식에 빠져들었다. ‘애플 컴퓨터’란 이름도 채식주의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마침 그때 저는 과일만 먹는 식단을 지키고 있었어요. 사과 농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고요. ‘애플’은 재밌으면서도 생기가 느껴지고 또 위협적인 느낌이 없었지요. ‘컴퓨터’란 말의 강한 느낌을 누그러뜨려 주잖아요.”어릴 적에 아버지로부터 완벽주의를 배운 그는 투병 중에도 디자인에 집착했다.“한번은 폐 전문의가 그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려 했다. 그러나 잡스는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쓰기 싫다고 투덜거렸다. 그는 손가락에 끼운 산소 모니터도 너무 볼품없고 복잡하다며 불평했다. 그러고는 더 단순하게 디자인하는 방법을 제안했다.”잡스는 뉴스코퍼레이션의 회장 루퍼트 머독과 만나 “오늘날의 주요 양대진영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아니라 건설주의와 파괴주의”라며 “폭스뉴스는 파괴적인 사람들에게 주사위를 던졌다”고 독설을 퍼부었다.전기는 잡스가 아이작슨과 죽음에 대해 나눈 대화로 끝을 맺는다. “그(잡스)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 버리는 거지요.… 아마 그래서 제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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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人]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이순신의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구절에 용기백배”

    《홍명보 감독의 추천 도서-전설의 리더, 보1969년 미국 미시간대 풋볼팀 감독으로 부임 후 1989년 은퇴하기까지 20여 년간 234승, 승률 85%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운 보 스켐베클러의 이야기. 항상 ‘팀이 전부다’라고 외쳤던 그의 리더십과 자기관리의 비결을 소개한다.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이순신은 철저한 낙관주의자였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던 이순신이 어떻게 방황과 시련을 겪으며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학습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영웅이 될 수 있었는지를 분석한다.》 “축구는 상상력과 창의력의 게임입니다. ‘생각의 속도’가 늦으면 이길 수 없습니다.”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은 청소년, 유소년 축구선수들에게 늘 책을 선물하곤 한다. ‘책을 읽는 것은 미래의 삶에 대한 대비일 뿐 아니라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르느라 바쁜 요즘도 그는 가방에 책을 한두 권 넣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읽는다.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축구선수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선수들은 언제 부상이 닥쳐 선수생활을 그만둘지도 모르고, 잘해도 30대 중반이면 은퇴합니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운동선수들은 책을 통해 교양과 지식, 간접경험을 많이 쌓아야 합니다. 제 경우 고교 시절 코치 선생님이 ‘천자문을 10번씩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신 덕분에 지금도 한자를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게 고맙습니다.” ―‘책을 읽어야 축구도 잘할 수 있다’는 말의 뜻은…. “현대축구는 그야말로 ‘콤팩트(compact)한 전쟁’입니다. 드리블하면서 볼을 끌 시간이 없지요. ‘얼마나 빠르게 결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예측해서 실행하는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습니다. 90분간 생각하는 축구를 하려면 ‘축구지능’을 키워야 합니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운동장 훈련 외에도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머릿속에서 갖가지 상황 설정을 해보면서 상상훈련을 하는 것이다. 축구에서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플레이라면 이미 통하지 않는다. 상대의 생각을 뒤집을 수 있는 창조적인 플레이를 해야 승리할 수 있다. 그는 “상상력과 창의력은 책을 읽을수록 커진다”고 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게 된 계기가 있나. “1997년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벨마레 히라쓰카에서 뛸 때였습니다. 팀 동료인 일본 국가대표 나카타 히데토시가 이탈리아 프로축구 진출 꿈을 안고 늘 이탈리아 관련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미국 LA갤럭시에서도 선수들은 중요한 경기 전에 커피숍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더군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아드보카트 감독, 핌 베어벡 코치와 함께 해외원정을 갈 때마다 책을 읽는 것을 보며 저도 자연스레 독서하는 습관이 배었습니다.” ―어떤 책을 주로 읽는가. “지도자로서 리더십, 소통의 기술, 심리학 분야의 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리더십 관련 책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리더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쓴 책은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담이 생생히 담긴 책을 좋아합니다.” 홍 감독은 ‘책의 향기’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전설의 리더, 보’(서돌),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스타북스)를 꼽았다. “‘전설의 리더, 보’는 미국 미시간대 풋볼팀 감독 보 스켐베클러의 이야기입니다. 지인이 선물해준 책인데, 제가 국가대표팀 운영에 절대적인 모델로 삼고 있는 책입니다. 보 감독은 개개인의 선수보다 팀을 우선시하고, 모든 사람을 팀의 일원으로 대해주는 리더십으로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선수들이 저를 ‘보’라고 불러 더 친근감이 갑니다(웃음). ‘나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는 요즘 읽고 있는 책입니다. 지금 현재의 제 상황에 잘 맞는 책이죠. 특히 ‘내겐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말은 제게 정말 필요한 긍정적 마인드입니다. 올림픽대표팀에도 현재 해외진출, 부상으로 주전이 많이 빠진 상태인데,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팀 전력을 유지할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2009년부터 U-20 대표팀, 아시아 경기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젊은 선수들과 함께해 온 그는 ‘소통의 기술’을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축구는 25명이 하는 팀스포츠입니다. 감독으로서 사실 선발 출전하는 11명의 선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건은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을 어떻게 격려해 주느냐 하는 겁니다. 만일 후보선수들이 서운하게 생각해 분위기가 깨지면 그 팀은 절대 한 팀이 될 수 없습니다. 축구는 ‘단합된 팀’이 힘을 발휘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홍 감독은 2002년 월드컵대표팀에서도 주장으로서 김병지 이민성 등 벤치를 지키던 선수를 꼼꼼히 챙겼다. 그가 후배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또 하나는 ‘인성(人性)’이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인성과 교양이 없으면 아무리 축구를 잘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홍 감독이 이사장인 홍명보장학재단은 국민독서문화진흥회와 함께 올해부터 3년간 전국 초중고교 축구선수들에게 매년 1000권씩 책을 보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새 코너 ‘독서人’을 이번 주부터 싣습니다. 운동선수, 작가, 배우, 기업가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와 리더들이 자신의 삶과 책에 얽힌 사연, 독서의 힘이 가져온 긍정적 변화를 소개합니다.}

    • 201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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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인’이 아니고 ‘차임’이라고?

    ‘샤인(Shine)’과 ‘차임(Chime)’. 미국 출판계의 영예로 꼽히는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에서 책이름의 발음이 혼동돼 최종후보작이 뒤바뀌는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청소년 문학가인 로렌 미러클 씨는 19일 미국 온라인매체인 허핑턴포스트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자유낙하했던 일주일간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10일 미러클 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증오범죄의 희생자가 된 게이 청소년을 그린 자신의 소설 ‘샤인’이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됐다는 내용이었다. 미러클 씨는 “작가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흥분된 전화였다. 내 영혼을 모두 바친 책이 올해 최고의 책 중 하나로 인정받는 순간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인가요? 진실로 맞나요?” 하고 몇 차례나 물었다. 전화를 건 헤럴드 오젠브롬 전미도서협회 이사장은 따뜻한 목소리로 “맞다. 축하한다”고 말했다. 12일 전미도서상 후보자 명단이 공식 발표되자 작가의 편지통, 음성메일, 트위터, 페이스북은 축하 메시지로 뒤덮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시간 뒤 친한 기자가 e메일을 보내와 “당장 구글을 검색해보라”는 것이었다. 구글을 찾아본 결과 “전미도서협회가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보안상 이유로 모든 의견교환을 전화로만 하는데, ‘샤인(Shine)’과 ‘차임(Chime)’을 혼동해 수상작을 잘못 발표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미러클 씨는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충격과 수치스러움에 내 무릎은 꺾였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고 회상했다. 오젠브롬 이사장은 다시 전화를 걸어와 “당신은 여전히 최종 후보 중의 한 명이다. 원래 후보작이었던 프래니 빌링슬리의 ‘차임’을 여섯 번째 후보작으로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미도서협회 측은 이후 내부 논의 과정에서 미러클 씨에게 스스로 후보에서 사퇴해줄 것을 요청했고, 미러클 씨는 16일 이에 동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러클 씨는 “이번 사건은 내게만 힘든 것이 아니라 전미도서협회, 심사위원, 청소년 문학가들에게도 큰 시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도서협회는 실수로 작가에게 상처를 준 데 대해 사과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게이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단체에 5000달러(약 570만 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후보작 철회 이후에도 작가 미러클 씨에게는 여전히 수많은 e메일과 카드, 꽃과 샴페인이 배달되고 있다. 트위터에는 ‘샤인’을 지지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해시태그(말꼬리) ‘#isupportshine’도 생겼으며, 아마존닷컴에서 ‘샤인’의 판매순위도 크게 올랐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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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쪽대본’처럼 날아온 원고… 잡스의 傳記도 신비주의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정보기술(IT)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전기(傳記) 원고가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제게 배달됐습니다. 한국의 드라마 작가들도 애용하는 ‘쪽대본’ 형식이었죠.”번역가인 안진환 씨는 7월 말 미국의 사이먼 앤드 슈스터 출판사로부터 국제우편물을 받았다. 전기작가 월터 아이잭슨이 쓴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제목 ‘스티브 잡스’) 원고였다. 요즘 번역 원고는 e메일로 주고받는 게 추세인데, 출판사 측은 책을 장(章)별로 A4 용지에 복사해 여러 차례에 걸쳐 국제우편물로 보냈다. 원고 전체가 한꺼번에 유출될 위험을 막기 위해서였다.23일 오후 6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스티브 잡스’의 전 세계 동시 출간을 앞두고 각국 번역본 출판사에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 비상이 걸렸다. 미국 출판사 측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번역본 출판을 맡은 민음사에도 번역자, 편집자, 북디자이너, 저작권 담당자 등 4명의 ‘서약서’를 요구했다. “사전에 유출될 경우 번역 출판계약이 파기됨은 물론이고 어떠한 손해배상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민음사 측은 국내에서 인쇄 작업 도중 원고가 유출될 상황을 우려해 인쇄소 측에도 별도의 비밀유지 서약서를 요구했다.안 씨는 “20년 넘게 번역작업을 해왔지만 서약서를 쓰고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달 만에 940쪽에 이르는 방대한 원고를 번역하느라 밤샘 작업을 해야 했다. 당초엔 크리스마스 대목을 노려 11월 중순 출간할 예정이었지만 잡스의 사망으로 발매일이 앞당겨졌다. 소니픽처스가 영화 판권을 구입해 영화로도 제작할 예정이다. 이 책은 현재 예약주문만으로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민음사는 국내에서도 초판 인쇄 10만 권이 출간 직후 바로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어판은 번역과 디자인 작업 등을 모두 마치고 현재 밤샘 인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책은 저자 아이잭슨이 2년간 40여 차례에 걸쳐 잡스를 인터뷰하고 썼다. 안 씨는 “그동안 잡스 관련 책은 작가의 해석만 있었지 잡스에게 물어보고 쓴 책은 없었다. 이 전기는 잡스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는 유일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안 씨는 “사람들은 잡스에 대해 늘 독단적인 행동을 하거나, 지나치게 집착하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표면적인 행태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 잡스 자신의 설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잡스는 생전에 출판사 측과 “집필 과정에 절대 관여하지 않으며, 사전에 원고를 보지 않겠다”는 원칙에 동의했다고 한다. 장은수 민음사 편집인은 “잡스는 긍정적,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객관적, 종합적으로 쓰길 원했다”며 “그는 출간된 전기를 보기 원했지만 결국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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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북 카페]베스트셀러가 영화를 만나면

    최근 영국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베스트셀러 1위는 단연 데이비드 니콜스의 소설 ‘어느 날(One Day)’이다. 2009년 출간돼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다 사라졌던 이 소설은 올해 7월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면서 다시 인기를 얻어 몇 달째 소설 부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출판사는 개봉 일자에 맞춰 영화의 한 장면을 표지로 한 개정판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1988년 7월 15일에 처음 만난 남녀가 그 후 매년 7월 15일을 기점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렸다. 에든버러대 졸업식 날 처음 만난 에마와 덱스터는 서로에게 일시적으로 끌리지만 다음 날 미련 없이 헤어진다. 전형적인 중산층인 덱스터는 부모에게서 받은 재산으로 자유로운 청춘을 누리고, 서민인 에마는 빠듯한 아르바이트 생활을 전전하며 작가가 되고픈 꿈을 그려간다. 이렇듯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그들이지만 둘은 종종 안부를 주고받으며 20년 동안 우정을 키워 나간다. 자신이 향유한 많은 것을 제대로 누릴 줄 모르는 덱스터는 곧 여자, 술, 마약 등에 휩쓸려 방탕한 삶을 살게 된다. 그와 반대로 에마는 꾸준히 습작을 이어간 끝에 아동 소설 작가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덱스터는 예전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부인에게 버려진 이혼남이 돼 있고, 비로소 에마와 덱스터는 그들이 서로 오랫동안, 아니 언제나 서로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드디어 7월 15일에 결혼하게 되지만…. 언뜻 보기에 ‘그렇고 그런 로맨스 소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더타임스가 “이 책은 사실 외로움과 운명의 잔인함에 대한 이야기이다”라고 평하고, 가디언이 “니콜스의 유머감각과 글 솜씨가 아낌없이 발휘된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칭찬할 만큼 단순히 남녀의 흔한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다. ‘어느 날’ 외에도 최근 영국의 영화계와 출판계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을 잇달아 제작하고 있다. 일본계 영국인 작가 이시구로 가즈오가 쓴 ‘나를 보내지 말아요(Never Let Me Go)’는 최근 영화가 개봉하면서 가즈오 붐을 다시 일으켜 그의 책들이 서점 진열대를 장식했다. 2011년 9월 개봉한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해내는지 모르겠어(I don't know how she does it)’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고, 이외에도 ‘도우미(The Help)’나 ‘방(The Room)’처럼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들의 흐름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출판계는 재미를 보았으나 영화계는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대를 모았던 ‘어느 날’의 경우 저자 니콜스가 직접 각본도 썼지만 극장의 수익은 예상보다 낮았다. 그러나 이 영화 장면을 표지로 해 새로 나온 개정판 소설은 날개가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가즈오도 ‘나를 보내지 말아요’의 개봉을 앞두고 그의 다른 작품들까지 덩달아 판매가 뛰었지만 영화는 호평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영화화가 계속되는 것은 해리 포터가 영화로 성공했던 것을 그리워해서일까. 아니면 기발한 영화의 소재를 다른 데서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런던=안주현 통신원}

    • 201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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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경영]자본주의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까

    요즘 미국과 유럽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외침이 거세다. 탐욕과 부패로 물든 카지노 자본주의를 개혁하라는 시위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거대한 시장붕괴 현상 앞에서 ‘국가의 역할’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이전까지 시장에 맡겨두었던 의사결정 권한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통제권은 금융수도에서 정치수도로 옮아간다. 뉴욕 월가에서 워싱턴으로,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상파울루에서 브라질리아로, 뭄바이에서 델리로,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전 세계적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선언하는 ‘역사의 종말’을 이야기했지만, 21세기 들어 10년간 자본의 공영화, 공적투자, 국영화는 다시 무대에 등장했다. 브레머의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의 등장이 향후 글로벌 세계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분석한다. 2009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세계 경제침체가 미국의 금융규제 실패 때문에 일어났다”고 비난했다. 그의 비난에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가 미국식 자유시장 자본주의보다 더 뛰어난 시스템이라는 의미가 넌지시 깔려 있었다. 현재 중국 러시아 등이 내세우고 있는 국가자본주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더는 공산주의도, 중앙계획경제도 아니며 자본주의를 포용한다. 다만 목적이 다를 뿐이다. 국가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익이 아니라 정치권력 유지다. 이들은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역동적인 경제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극대화하기를 원한다. 정부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시장을 통제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들은 원유를 수출해 얻은 막대한 돈으로 정권의 안정과 국민의 복종을 사들인다.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들을 해외로 진출시켜 석유, 가스, 금속, 광물 등에 대한 장기 사용권을 확보한다. 러시아에서는 총리가 TV 카메라와 함께 폐쇄된 공장을 방문해 기계를 돌릴 것을 지시하기도 한다. 현재 세계 원유매장량의 3분의 2는 러시아, 중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영 석유회사가 소유하고 이다. ‘포브스’가 2009년에 발표한 세계 5대 기업에는 중국 궁상(工商)은행, 차이나 모바일, 페트로 차이나가 포함돼 있다. 와이너의 ‘그림자시장(Shadow Market)’은 국가자본주의 국가들의 국부펀드가 사모펀드, 헤지펀드와 함께 앞으로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세력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전 세계 국부펀드는 50개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8년 초 국부펀드는 6조 달러를 넘어섰고 그중 3분의 1은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에 수백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한 건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였다. 국부펀드는 대부분 비밀리에 운용되는 데다 정치적 목적도 곧잘 개입된다. 자원과 돈을 정치화하는 것은 러시아 베네수엘라 중국뿐이 아니다. ‘인권과 도덕성 기준’에 따른 투자지침을 갖고 있는 노르웨이 정부의 석유펀드는 2009년 9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이스라엘 기업 엘비트시스템스의 지분 600만 달러어치를 매각했다. 저자는 “노르웨이가 국부펀드를 통해 정치적 주장을 펼치는 것이나, 중국이나 리비아의 투자전략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 시대를 맞아 각국은 국가자본주의로 변모해야 하는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저자 브레머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시장을 적절히 규제하는 데 실패한 것을 두고, 시장 자체가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정부의 대규모 시장 개입은 자유시장의 포기보다는 구제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비록 세계 금융위기가 매우 심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융위기 이전 30년간의 유례없는 호황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 1980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 각국은 정부 부문의 민영화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을 거의 150% 키웠다. 중국, 러시아 같은 가난한 나라가 글로벌 경제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자본주의 이전에 자유시장경제의 도입 때문이었다. 반면 쿠바나 북한의 경우처럼 시장경제에 대한 편입 없는 ‘퍼주기 식 개발원조’는 자립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저자는 “국가자본주의가 위기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는 자원 배분의 비효율적 의사결정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으며, 오직 자유시장만이 지속가능한 경제 번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 책은 한국에 대해 자유시장과 국가자본주의를 섞은 ‘하이브리드형’ 국가, 또는 잠재적인 ‘그림자시장’ 국가의 일원으로 보고 있어 흥미를 끈다. ‘국가자본주의’든 ‘그림자시장’이든 위기에 빠진 서구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아시아, 중동 부국들의 질주는 공포로 다가오는 셈이다. ‘그림자시장’의 저자는 한국과 같은 신흥국가에 대해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이들에게는) 위험과 함께 기회도 생겨났다”고 말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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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5회 인촌상 시상식… 각계 350여명 참석 축하, 수상자 5명에 1억씩 상금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제25회 인촌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렸다. 인촌상은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현승종)와 동아일보사가 제정해 운영한다. 현 이사장은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교육 부문)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산업기술) △김주영 소설가(인문사회문학) △강현배 인하대 수학과 교수(자연과학) △김성수 푸르메재단 이사장 겸 ‘우리마을’ 촌장(공공봉사) 등 5명에게 상패와 기념메달, 상금 1억 원을 각각 수여했다. 인촌상은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김성수 선생의 유지를 잇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해마다 인촌 선생의 탄생일인 10월 11일에 맞춰 시상식을 열고 있으며 올해까지 104명의 수상자를 냈다. 인촌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조완규)는 올해 교육, 언론출판, 산업기술, 인문사회문학, 자연과학, 공공봉사 등 6개 부문에 대해 5월 말부터 후보자를 받아 8월까지 24명의 외부 심사위원이 엄격한 심사를 벌여 5개 부문을 선정했다. 언론출판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현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인촌상을 제정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훌륭한 업적을 남기신 분들께 영예와 격려를 드리는 것은 인촌 선생이 실천하신 공선사후, 민족자강의 참뜻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인촌상을 받으신 다섯 분은 모두 인촌 선생이 구현하고자 한 민족애와 공익을 실천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은 축사를 통해 “이화여대가 일제 치하에서 시련을 겪을 때 인촌 선생은 새로 시작한 교육사업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이화전문후원회’ 위원으로 이화의 어려움과 함께하셨다. 상을 받는 분들의 모습에서 인촌정신의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상국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교장은 “중등교육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인촌상을 받아 서울여상 식구들에게 영광”이라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내실 있는 교육기관이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정범식 대표이사는 “화학산업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채찍으로 알겠다. 한국 화학산업이 친환경소재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주영 씨는 “살아오는 동안 한 일이라곤 거짓말밖에 없다. 내가 추구하는 이상의 세계가 현실에서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팥으로 메주를 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스스로를 더 추스르고 다스리며 살겠다”고 말했다. 강현배 교수는 “광복 후 국내 수학자는 단 4명에 그쳤지만 지금은 세계적 수학자들을 보유한 나라가 됐고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도 서울에서 열게 됐다. 이런 모든 것은 선배 수학자들의 공로다. 그들에게 상을 돌린다”고 말했다. 김성수 이사장은 “제 손을 잡아주신 모든 분에게 주는 상”이라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면 그들은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장애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시상식이 수상자들이 우리 사회에 공헌한 것에 대한 보답이 될 수 있다면 저희로서는 큰 보람”이라며 “인촌상은 한층 더 넓고 깊은 시각으로 각 분야에서 우리를 이끌어주신 분들의 공헌과 성과가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가족, 역대 수상자, 각계 인사 등 350여 명이 참석했으며 수원대 홍주희 국악과 교수가 지도하는 국악앙상블팀과 테너 이동현 교수(성악과)가 축하공연을 펼쳤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참석자 명단 ::▽정·관·법조계=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현재 고건 전 국무총리,(이하 가나다순) 강인섭 전 한나라당 의원, 강지원 변호사, 김병국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동훈 전 국토통일원 차관,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 손세일 전 민주당 의원, 손학규 민주당 대표,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 장관, 오정소 전 국가보훈처장,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보, 이상혁 변호사, 이승환 전 그리스 주재 대사,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장성원 전 민주당 의원,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학계·교육계=국양 서울대 교수, 권기준 중앙고 교장, 권대봉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권순달 수원대 교수, 김광수 고대부고 교장, 김도한 서울대 교수, 김동원 고려대 기획예산처장, 김병기 고려대 교수, 김성수 고대부고 행정실장, 김상기 고려사이버대 기획예산처장, 김성중 중앙중 교장, 김웅철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장, 김정배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재천 전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김재화 성공회대 명예교수, 김정규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장, 김진규 건국대 총장, 김진현 울산과기대 이사장, 김학준 단국대 이사장, 김헌규 동국대 명예교수, 나홍석 고려사이버대 연구개발처장, 남기춘 고려대 연구처장, 박건우 고려대 의무교학처장, 박능후 경기대 교수,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 박정호 고려대 대학원장, 박종규 고려중앙학원 기획실장, 박형주 포스텍 교수, 백완기 학술원 회원, 변병석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서동엽 KAIST 교수, 손창성 고려대 의료원장, 신용하 울산대 석좌교수, 양권석 성공회대 총장, 양옥경 이화여대 교수, 오수길 고려사이버대 학생처장, 엄규백 양정고 이사장, 오명 KAIST 이사장, 유종호 전 연세대 특임교수, 윤기현 한국외국어대 교수, 윤영섭 고려대 대외부총장,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이상학 고대의료원 의무기획처장, 이원희 전 대원외고 이사장, 이윤원 이익권 이현대 조태창 천진환 인하대 교수, 이장규 고대부중 교장, 이재열 고려사이버대 총무처장, 이종은 국민대 교수, 이태수 인제대 교수, 이택휘 한영외고 교장, 이호왕 전 학술원 회장, 정원주 고려대 정보전산처장, 정의숙 이화학당 명예이사장,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진인주 인하대 대외부총장, 최권열 서울여상 학운위원장, 최병희 인하대 자연과학대학장, 최성재 서울대 교수, 최영실 성공회대 교수,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 최진수 이재홍 최형재 정영진 서울여상 교사, 한정훈 문영여중 교장, 현재천 고려대 명예교수 ▽경제계=권이상 경방 감사, 김교현 호남석유화학 전무, 김량 김원 삼양사 부회장, 김명하 김앤에이엘 회장, 김선휘 삼양염업 회장, 김순진 놀부NBG 회장, 김재억 삼양사 감사,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 김준 경방 사장, 김한 전북은행장, 노한성 파라다이스 고문, 마용도 용마 회장, 박문두 경일상사 대표, 박종용 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봉태열 부영 고문, 안덕영 파라다이스건설 사장, 양재룡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 오성엽 호남석유화학 상무, 이병연 세화애드컴 대표, 유종섭 전 한국여신전문금융업협회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정부옥 호남석유화학 이사, 조시영 대창 회장, 최길선 한국플랜트산업협회장, 하세청 케미코 회장 ▽언론·출판·문화·체육계=구효서 권지예 김일주 박상우 백가흠 이현수 해이수 소설가, 김광희 동우회 회장, 김달수 울산김씨대종회장,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김오준 울산김씨대종회 부회장, 김인호 전 동아일보 광고국장, 김일동 배권호 홍성혁 전 동아일보 부국장, 김정태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김준하 전 강원일보 사장, 김풍삼 대구일보 고문, 남시욱 광화문문화포럼 회장, 문명호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 문영복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이사, 민병욱 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 민현식 전 화정평화재단 감사, 박경석 대통령포럼 공동대표, 박기정 전 전남일보 사장, 박오학 전 동아일보 전무, 박진성 인촌장학생동문회장, 박창래 어린이재단 대표, 박충서 동아꿈나무재단 사무국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안병모 유창건축사사무소 대표, 안평선 코리아미디어센터 고문,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여영무 뉴스앤피플 대표, 유종관 세계일보 사장, 이구용 성공회 원로위원, 이근배 시인, 이기웅 열화당 대표,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두환 전 동아일보 출판영업국장, 이병훈 한국영상자료원장, 이영근 전 동아일보 국장, 이명득 전 동아일보 시설본부국장, 이정호 성공회 신부, 이종석 위암장지연기념사업회장, 이채주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이철승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 이현락 전 경기일보 사장, 임권택 영화감독, 전만길 전 대한매일 사장, 정구종 한일문화교류회 위원장, 정출도 전 전국문화원연합회 사무총장, 조완규 서울대 명예교수, 최규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최동욱 라디오서울코리아 대표, 한돈희 인촌기념회 감사, 홍원기 대한언론인회 회장, 홍정선 문학과지성사 대표}

    • 201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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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나다라” 한국어 열풍 美-유럽으로

    “1학년 때 ‘가나다라’를 배우던 프랑스 대학생들이 3, 4학년만 되면 한국어만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을 해요. 한국어가 정말 배우기 쉬운 언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올 9월 프랑스 파리 7대학 동양학부 한국학과에 연구교수로 부임한 이정민 교수(37·여)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200여 명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어도 거의 못하는 이 교수가 파리에 온 지 1년 만에 국립대 연구교수가 되자 교민사회는 들썩였다. 국어 교사가 꿈이었던 이 교수는 대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9년부터 2년간 몽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 후 전공을 바꿨다.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지난해 경희대 한국어교육학과가 배출한 1호 박사가 됐다. 이 교수처럼 국내 대학의 한국어교육학과 석박사 학위 졸업자들이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대학으로 진출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중국 유학생들이 몰려오면서 시작된 국내 대학의 한국어교육과 열풍은 2000년대 들어 외국인 유학생은 물론이고 국내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번져 나가고 있다. 한국어교육학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계명대 등 전국 50여 개 대학의 학부 또는 대학원에 설치돼 있다. 각 대학 한국어학과 석사과정에는 국어국문학과는 물론이고 다른 외국어 전공 졸업자까지 몰려 입학 경쟁률이 평균 10 대 1을 넘어선다. 취업률이 높고 해외진출 전망도 밝다. 경희대 한국어학과 학부생의 경우 지난해 60%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전국에 140개가 넘는 대학부설 한국어학당이 있는 데다 해외 한국어교육기관인 ‘세종학당’도 2009년 14곳에서 올해 31개국 60곳으로 늘어 한국어 강사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방선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은 “세종학당을 2013년까지 전 세계 12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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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창조적인 인간은 권태를 즐긴다

    삶의 지루함, 따분함, 게으름, 우울함…. 현대인들은 권태에서 벗어나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권태는 3000년 이상 인간의 역사 속에 존재해 왔다. 장폴 사르트르는 ‘구토’에서 ‘실존적 권태’를 이야기했지만, 저자는 “이는 지성인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개념에 불과하다”고 치부한다. 오히려 일상생활의 ‘단순한 권태’야말로 우리 곁에 살아 숨쉬는 정상적인 감정이며 축복이라는 것. 삶이 단조롭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바로 그 권태 속에서 꿈틀거리며 피어오르는 ‘창조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태에 빠진 로마인, 뒤러와 드가의 그림 등 저자는 유명한 예술작품과 심리학, 사회학, 철학의 역사 뒤에 숨겨진 권태를 조명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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