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EBS 인터넷 유료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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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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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씨닷컴 아이셀파 하이퍼센트 이투스 엠베스트 엠쥬니어 IB96…. 언뜻 봐서는 무엇을 나열한 것인지 알기 힘들다. 중고교생 자녀에게 물어보면 금방 대답할 것이다. 인터넷 강의 사이트들이다. 학생들은 줄여서 ‘인강’이라 부른다. 인강은 학원을 오가는 시간, 수업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준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휴대용 정보기술(IT)기기를 활용할 경우 자투리 시간에 아무데서나 시청이 가능하다. 요즘은 사법시험, 공무원시험, 컴퓨터자격시험, 토익 준비생들을 위한 인강도 꽤 활성화돼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EBS 강의와 연계돼 출제되면서 ‘EBS 수능 인강’이 특히 인기다. 무료이면서도 내용이 충실한 데다 실력 있는 인기 교사 및 강사가 대거 출연해 “EBS 수능 인강만 제대로 들으면 꼭 학원 다닐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EBS 인강을 통해 사교육비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물론이고 농어촌 지역이나 오지의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기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기주도적 학습’ 방식인 인강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 어린 학생이 스스로 강의를 선택해 꾸준히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모니터에서 툭하면 팝업 창이 뜰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야 인강을 들을 수 있으므로 게임의 유혹도 따른다. 수강 장소를 일정한 곳으로 정하고 자신만의 계획표를 준비해 체계적으로 수강해야 도움이 된다. 강의 중 메신저나 웹서핑은 절대 금물이다. 휴대용 IT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자기통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나 적합한 수강 방식이다.

▷EBS가 중학생을 대상으로는 유료 인강을 하고 있다. 가격도 사교육업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EBS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가 있어 중학생 과정을 개설했다. 고교생의 수능 관련 강의는 정부 지원을 받지만 초·중학교 과정은 지원이 없어 자체 수익이 있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EBS는 공영방송이다. KBS가 받는 수신료에서 일정 부분을 지원받고 있다. 중학교 인강도 공영방송답게 무료로 제공해야 옳다. EBS는 수능 교재를 팔아 상당한 수입을 올린다. 교과부도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려면 인강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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