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중 현금보유액 2등” 그가 정부에 공개한 재산 얼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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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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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人]유홍준 명지대 교수 “아는 만큼 보여요”따라하다 보면 知 쌓이고 目 생겨…‘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00만 부 돌파

유홍준 교수는 “20년 전에 시작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기쁘면서도 ‘혹시 국내 인문학계의 생산력이 조금 침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유홍준 교수는 “20년 전에 시작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기쁘면서도 ‘혹시 국내 인문학계의 생산력이 조금 침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유홍준 명지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가 12일 총 30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인문서로는 국내 초유의 기록이다. 1993년 출간된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북한 문화유산을 다룬 4∼5권, 지난해 발간된 제6권까지 20년 세월에도 이 시리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15일 서울 경복궁 옆 전통레스토랑 ‘두가헌’에서 그를 만나 소감을 물었다. 그는 “인문서의 대중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첫 권이 출간됐을 때 교보문고 도서 분류에 ‘인문’ 파트가 없었어요. 그냥 도서관처럼 소설, 비소설, 역사, 종교, 문학 등으로 돼 있었죠. 어떤 교수는 서평에서 ‘유홍준 답사기의 가장 큰 의의는 베스트셀러의 수준을 높인 것’이라고 하더군요. 베스트셀러 하면 싸구려 문화의 상징처럼 돼 있었는데, 좋은 책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것이죠.”

―인세 수입도 상당하지요.

“지금은 창비에 신경숙, 공지영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있지만 당시 제 책과 동의보감이 밀리언셀러로 처음이었어요. 창비는 두 책으로 30년 적자를 면하고 건물도 샀죠. 인세 수입은 집사람이 부동산도 펀드 투자도 안 하고 모두 정기예금에 넣어놨어요. 저는 문화재청장으로 재산 공개할 때 정확한 액수를 알게 됐어요. 모두 17억 원이었는데, 덕분에 공직자 중 현금보유액 순위 2등을 했습니다.”

유 교수는 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와 아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자신의 인생을 바꾼 책으로 꼽았다.

“대학 때 읽었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제 전공을 미학에서 미술사로 바꾸게 한 결정적인 책입니다. ‘서양미술사’는 대중적인 눈으로 미를 보는 방법을 깊이 있게 가르쳐 주었지요. 우리나라에도 곰브리치가 쓴 것처럼 제대로 된 ‘한국미술사’가 있으면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크게 달라질 겁니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은 우리말이 갖고 있는 조선인의 정서가 뭔지를 가장 잘 알려주는 책입니다.”

―기행문학도 많이 읽으셨나요.

“답사기를 쓰기 전에 읽어본 적은 없어요. 육당 최남선이 1925년 남도를 답사하고 쓴 ‘심춘순례(尋春巡禮)’도 제 답사기가 나온 후에 읽어봤어요. 그 책을 읽었더라면 ‘남도답사 일번지’를 못 썼을 겁니다. 육당이 이야기한 이미지에 씌어서 내 글을 못 썼을 거예요. 19세기 스위스 미술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가 쓴 ‘치체로네’라는 책은 부제가 ‘로마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예요. 저도 언젠가 ‘경주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답사기 1∼3권에는 경주가 다 들어갔어요. 경주가 갖고 있는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그렇게 강하니까요.”

―책에 나오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너무도 유명해졌는데요. 과도한 사전지식은 고정관념을 낳지는 않을까요.

“고(故) 박완서 선생이 추천사에서 ‘나는 한때 유홍준의 신도였다. 유홍준이 보라는 대로 보고, 유홍준이 아름답다는 대로 아름다움을 느끼려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은 유홍준의 신도가 아니다. 이제는 내 시각대로 본다. 그러나 그것은 유홍준이 시키는 대로 해봤기 때문에 내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라고 쓰신 적이 있어요. 그게 핵심 아닐까요. 교육과 훈련은 처음엔 모방에서 나오는 겁니다. 사전지식이 더 깊이 보게 하고, 보고 난 후에는 나만의 시각과 새로운 호기심이 생겨나게 합니다.”

창비는 27일 서울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300만 권 기념 북콘서트를 연다. 유 교수는 6월경 제주도 편을 다룬 ‘답사기’ 7권을 출간할 계획이다. “앞으로 중국 만주에 있는 고구려 문화, 일본 교토 나라 오사카에 있는 한국 문화를 다룬 책도 펴내고 싶어요. 올해 예순세 살인데 답사기를 졸업하려면 칠순이 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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