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150만원 딸 확률 50% 100만원 잃을 확률 50% 자, 동전 던지기 게임 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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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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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얼 카너먼 지음·이진원 옮김/·555쪽·2만2000원·김영사

2002년 심리학자로서는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동아일보DB
2002년 심리학자로서는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동아일보DB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 당시 경제학계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수상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기존 경제학에 심리학의 통찰력을 결합했으며 실험을 통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경제학을 새롭게 정립했다. 그는 경제학과 심리학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고 혁신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경제학은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가정 아래 인간의 경제 행위를 분석하는 학문, 즉 비실험과학으로 존재해왔다. 경제학은 실험이 아니라 현실세계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데이터와 수식, 그리고 통계로 현상을 분석한다. 그러나 심리학자인 카너먼 교수는 다양한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미래가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경제학 이론이 실제와는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택시 손님이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 미터기 요금이 100원 올라갔는데 기사가 100원을 깎아주면 속으로 기뻐하겠지만 100만 원짜리 모피코트를 살 때 점원이 100원을 깎아주겠다고 하면 오히려 불쾌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 관점에서는 똑같은 100원인데 말이다.

이 책은 손실회피의 예도 든다. 동전 던지기를 해서 앞면이 나오면 150달러를 받고 뒷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잃는 동전 던지기 게임을 하자고 하면 경제학적 측면에서는 이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 기대수익이 0을 넘으므로 참여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달러를 잃을지 모르는 두려움에 압도되면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많이 나오게 된다. 이를 통해 손실회피란 개인과 조직에 변화가 최소화하기를 희망하는 경제 주체들의 행태라고 저자는 설명하는 것이다.

저자는 빠르게 생각하는 자아를 ‘시스템 1’, 느리게 생각하는 자아를 ‘시스템 2’로 명명하고 인간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1이 범하는 오류와 편향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 뉴스가 나오면 인수에 나선 기업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대개 기업인들은 자신이 다른 기업인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는데 인수합병 기업의 주가 약세는 그들의 생각만큼 그 기업이나 경영자들이 유능하지 못하다는 ‘교만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 1의 오류, 편향, 그리고 착각을 어떻게 해결하고 줄일 수 있을까. 저자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직관적 사고, 과신, 극단적 판단, 오류 등에 빠지기 쉽다고 자기고백 식으로 말하고 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현재까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부문 연구자들이 진행했던 연구 성과들이 이 책에는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론, 세인 프레더릭의 의사결정이론, 월터 미셸 스탠퍼드대 교수의 심리학 역사상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 등 다양한 인간행동 관련 연구 성과와 주제가 독자들에게 또 다른 유익함을 줄 것이다.

최근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 대한 대중교양서의 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책이 출간됐다. 한국 출판계에 행동경제학의 붐을 일으킨 이가 이 책을 내놓은 카너먼 교수일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가수가 마지막에 등장하듯 그도 지금에야 대중교양서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경제 주체 안에 있는 전혀 다른 두 자아를 잘 분석해낸 ‘생각에 관한 생각’이 그의 학문적 깊이와 지향점을 체험하기를 원하는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주길 기대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책의향기#인문사회#생각에관한생각#대니얼카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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