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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의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도울 생각이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바흐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있은 뒤에도 앞서 방한 중인 장웅 북한 IOC 위원은 “쉽지 않다”며 남북 단일팀 구성 등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29일 방한한 바흐 위원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은 인상적이었다.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며 “문 대통령을 만나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협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4일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 축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에서의 △북한 선수단 참여 △남북 단일팀 구성 △남북 선수단 개회식 동시 입장 등을 제안했다. 바흐 위원장은 또 “이미 IOC 차원에서 북한올림픽위원회에 평창 올림픽 참가를 권유했다. IOC는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종목별 와일드카드 제도를 활용해 북한 선수들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도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흐 위원장은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폐회식(30일) 참석을 위해 한국에 왔다. 그러나 장 위원은 남북 단일팀 구성 등에 대해 “의지와 실행은 다르다”며 여전히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장 위원은 29일 전북 무주에서 WTF 주최로 열린 바흐 위원장 환영 만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등에 대해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북한 선수들이 와일드카드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 문제는 여러 부서들이 관련돼 있다. 나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장 위원은 특히 “정세균 국회의장이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날 축하 연설에서 ‘북남 관계가 살얼음을 걷는 것 같다’고 했는데. 아주 잘 얘기한 것이다”며 남북 간의 스포츠 교류 이전에 정치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무주=이종석 wing@donga.com·이헌재 기자}

모든 것을 내려놓은 순간 기적이 찾아왔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던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이 메이저리거가 됐다. 스스로도 “얼떨떨하다”고 말할 정도로 예상치 못한 신분 상승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28일 트리플A 새크라멘토에서 뛰고 있던 황재균을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킨다고 밝혔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날 지역신문 ‘더 머큐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튿날인 29일 오전 4시 45분(한국 시간) 시작되는 콜로라도와의 안방경기에 황재균을 3루수로 선발 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균은 한국 선수로는 21번째이자, 한국인 야수로는 8번째 메이저리거가 됐다. 메이저리그 승격 통보를 받기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황재균은 ‘옵트 아웃(opt-out)’을 행사해 팀을 떠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경쟁자들이 속속 빅리그에 합류하는 가운데 구단이 유독 그에게만은 손을 내밀지 않았기 때문이다. 25일엔 트리플A 동료이던 라이더 존스(23)가 메이저리그로 올라갔다. 하루 전에는 부상자명단(DL)에 머물던 백업 내야수 코너 길래스피(30)가 승격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길래스피가 이날 허리 통증 재발로 다시 DL에 오르면서 황재균의 꿈이 이뤄지게 됐다. 메이저리그 승격 시 연봉 150만 달러를 받기로 한 그는 메이저리그에 머무는 날짜만큼은 이 계약에 따른 금액을 받는다. 승격은 반길 일이지만 어렵게 잡은 기회를 잘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진 샌프란시스코는 당분간 황재균에게 출전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빅리그에 올라오긴 했지만 아직 자리가 확고한 것은 아니다. 타격과 수비 등 자신의 능력을 두루 어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햄스트링 부상 중인 주전 3루수 에두아르도 누녜스(30)가 복귀하면 황재균은 다시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면 향후 샌프란시스코뿐 아니라 다른 팀의 러브콜도 가능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공동 선두 KIA와 NC가 나란히 이기며 양보 없는 1위 다툼을 이어갔다. KIA에는 왼손 에이스 양현종(29)이, NC에는 부상에서 돌아온 주포 나성범(28)이 있었다. 양현종은 27일 광주에서 열린 삼성과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안타 3실점으로 잘 던져 팀의 11-4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10승 고지에 오른 그는 올해 첫 전 구단 상대 승리의 영예도 안았다. 아울러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27번째)도 세웠다. 개인 통산 97승을 거둔 그는 KBO리그 100승에도 3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나성범이 맹타를 휘두른 NC도 넥센을 7-2로 꺾으며 4연승을 질주했다. 4번 타자로 나선 나성범은 1회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신재영의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2-2 동점이던 3회에도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치는 등 4타수 3안타 3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오른 손목 부상으로 1일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나성범은 21일 복귀한 뒤 6경기에서 타율 0.632(19타수 12안타)에 4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제안한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및 공동 입장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평창에 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력으로 출전권(쿼터)을 따는 것이다. 이 경우 개·폐회식 공동 입장과 남북한 공동응원단 구성 등 한국과 북한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생긴다. 북한에서 가장 확실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딸 수 있는 선수로 피겨스케이팅의 렴대옥-김주식 조가 꼽히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NBC스포츠 등 외신들은 이들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렴대옥-김주식 조는 올 들어 국제 빙상계에 혜성처럼 떠올랐다. 2015∼2016 시즌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들은 2월 삿포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렸다. 곧이어 3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들은 쇼트프로그램에서 64.52점, 프리스케이팅에서 105.13점을 받아 합계 169.65점으로 전체 28개 참가 팀 가운데 15위에 올랐다. 이 대회에는 16장의 올림픽 티켓이 걸려 있었다. 순위상으로는 출전권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상위 팀 가운데 2, 3장씩 쿼터를 가져가는 국가가 많았던 관계로 출전권 확보에는 실패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비틀스의 명곡 ‘A Day in the Life’를 사용한 것도 주목을 끌었다. 북한 선수들이 러시아가 아닌 영국 그룹의 곡을 쓴 것이 신기하게 비쳤던 것. 둘은 나이 차가 클 뿐 아니라 신장 차이도 큰 편이다. 25세인 김주식은 키가 174cm인 반면 18세인 렴대옥은 151cm다. 하지만 팀을 결성한 지 2년 만에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고 있다. 첫 국제대회 출전이었던 2016년 프랑스 파리 4대륙 대회에서는 9개 팀 중 7위를 차지했고, 이후 출전하는 대회마다 한층 발전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3월 세계선수권 당시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큰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라고 답했을 뿐 한국이나 평창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성장세로 볼 때 이들은 9월 독일에서 열리는 네벨호른 트로피에서 무난히 올림픽 출전권을 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회에 걸려 있는 4장의 쿼터는 세계선수권에서 출전권을 따지 못한 국가들에만 해당 사항이 있다. 이들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출전권을 따낼 것으로 보인다. 북한 쇼트트랙 역시 출전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 한 빙상 관계자는 “삿포로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한 5명의 북한 선수 가운데 1, 2명은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체력이 워낙 좋아 기술만 좀 더 가다듬으면 1∼4차 월드컵 결과에 따라 올림픽 출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조던 스피스(24·미국)지만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친 벙커샷이 홀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스피스는 클럽을 내동댕이치고 캐디와 공중에서 몸을 부딪치며 기쁨을 표현했다. 스피스가 연장 승부 끝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시즌 두 번째 우승이자 개인 통산 10승째다. 스피스는 26일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 하일랜즈(파70)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븐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68타로 대니얼 버거(미국)와 동타를 이룬 스피스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벙커샷으로 버디를 잡아내 우승을 차지했다. 약 18m 거리를 두고 차분하게 퍼 올린 벙커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극적인 버디로 연결된 것. 1993년 7월생인 스피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타이거 우즈에 이어 가장 어린 나이에 통산 10승을 챙긴 골퍼로 이름을 올렸다. 우즈는 만 24세가 되기 전 15승을 올렸다.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는 10언더파 270타로 찰리 호프먼(미국)과 공동 3위로 경기를 마쳤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 박병호는 1군보다 2군이 더 익숙한 타자였다. 2군에서는 홈런을 펑펑 쳐냈지만 1군만 오면 자신도 모르게 위축됐다. 2010시즌 성적은 타율 0.188, 7홈런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시즌 중반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뒤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넥센 박병호는 한국의 대표 홈런 타자로 성장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KBO리그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기술적으로는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중요한 것은 기회였다. LG에서는 몇 경기 부진하면 2군행을 걱정해야 했다. 이에 비해 넥센에서는 잘 치든, 못 치든 4번 타자였다. 박병호는 심리적 안정 속에 거포로서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미국 생활 2년째인 요즘 박병호(31·미네소타·사진)는 LG 시절을 연상시킨다.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미네소타 산하 트리플A 로체스터 소속의 박병호는 9일 시러큐스(워싱턴 산하 트리플A)와의 안방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최근의 성적을 보면 할 말이 없다. 올 시즌 트리플A 성적은 타율 0.188, 3홈런에 불과하다. 최근 6경기 동안은 20타수 무안타에 14삼진을 기록했다. 최근 10경기 타율만 따지면 0.091(33타수 3안타)까지 떨어진다. 박병호로서는 의욕이 꺾일 만도 하다. 루키였던 지난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렸던 박병호는 고질이던 손가락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착실히 시즌을 준비했다. 시범경기에서는 타율 0.353, 6홈런, 13타점의 호성적을 올렸다. 팀 내 최다 홈런과 최다 타점이었다. 하지만 개막을 앞두고 마이너리그행을 지시받았다. 이후에도 메이저리그 승격 기회는 번번이 무산됐다. KBO리그에서는 트레이드가 반전의 계기가 됐다. 박병호가 미국에서 맞은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지 주목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야구 최고 인기 팀이자 저팬시리즈 22회 우승에 빛나는 요미우리가 팀 최다인 12연패에 빠졌다. 요미우리는 7일 일본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의 메트라이프 돔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인터리그 경기에서 타선 침묵 속에 0-3으로 영봉패했다. 요미우리는 전날 세이부전에서 역전패하며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 시절인 1975년 9월 세웠던 팀 최다인 11연패 기록과 타이를 이룬 데 이어 이날도 부진 탈출에 실패했다. 순위는 센트럴리그 6개 팀 가운데 5위에 처져 있다. 지난 오프 시즌 3명의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왔지만 별무소용이다. 요미우리 부진 원인으로는 투타 밸런스 붕괴에 따른 자신감 상실이 지적된다. 선수 육성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요미우리는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추세라면 최하위도 머지않아 보인다. 1934년 창단한 요미우리가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1975년 단 한 차례밖에 없다. 현재 요미우리 사령탑은 다카하시 요시노부 감독(42)이다. 2000년대 중반 요미우리에 몸담았던 이승엽(41·삼성)과 팀내 4번 타자 경쟁을 벌여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SK 타선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지뢰밭’을 걷는 심정일 것 같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SK는 홈런의 팀이다. 6일까지 팀 홈런이 99개로 100홈런에 단 한 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2위 두산(59개)을 멀찌감치 앞서고 있다. 팀 홈런 최하위 LG(30개)보다는 세 배 이상으로 많다. 홈런을 칠 만한 선수는 차고 넘친다. 지난해 4번 타자로 나서 홈런 27개를 쳤던 정의윤이 종종 라인업에서 제외될 정도다. 벌써 4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 부문 단독 선두 최정이 18개를 쳤고, 그와 원정 숙소에서 한 방을 쓰는 한동민이 17홈런을 때렸다. 김동엽이 13개, 외국인 선수 로맥이 11개다. 지난해 역대 개인 최다인 40홈런을 치며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최정은 원래 잘했던 선수다. 하지만 나머지 3명은 올해 혜성처럼 등장해 상대 투수들의 공을 연신 담장 밖으로 쳐 내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팀에 복귀한 한동민은 ‘상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는 “상무에서 힘을 제대로 쓸 줄 아는 럭비부 선수들을 보며 어떻게 몸을 만드는지,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지를 벤치마킹했다”고 했다. 상무에 복무하던 지난 2년 연속 퓨처스리그(2군) 홈런왕에 오른 그는 올해 1군에 와서도 업그레이드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한동민은 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안방경기에서는 3-0으로 앞선 3회말 김성민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쳐냈다. 시즌 17호이자 올 시즌 처음 나온 전 구단 상대 홈런이다. 로맥의 영입은 ‘로또 당첨’에 비유할 만하다. SK는 지난달 초 어깨 부상 때문에 단 3경기 출전에 그친 워스를 대신해 로맥을 데려왔는데 그게 바로 신의 한 수가 됐다. 로맥은 23경기 동안 홈런 11개를 때렸다. 연타석 홈런도 벌써 3차례나 기록했다. 해외 ‘유턴파’인 김동엽 역시 올해 잠재력을 제대로 폭발시키고 있다. 천안북일고 졸업 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김동엽은 소득 없이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익근무로 군 문제를 해결한 뒤 지난해부터 SK 유니폼을 입었다. ‘힘 하나는 장사’라는 평을 들었던 그는 올 시즌 방망이에 공을 제대로 맞히게 되면서 거포로 거듭났다. 김동엽은 빙그레와 현대 등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김상국 전 북일고 감독의 아들이다. 이홍구(9개), 나주환(7개), 정진기(6개) 등도 언제든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들이다. SK는 지난달 24일 사직 롯데전 이후 6일 넥센전까지 12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9승 3패를 거두며 순위도 7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최근 10경기만 따지면 9승 1패다. 6일 넥센전에서는 5-5 동점이던 9회말 1사 3루에서 이재원의 끝내기 안타로 6-5로 승리했다. 삼성은 연장 10회에 터진 이승엽의 결승 2점 홈런을 발판 삼아 두산을 12-10으로 꺾었다. 한편 이날 열릴 예정이던 광주(한화-KIA), 수원(LG-kt) 경기는 우천으로 순연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30)에게 매 경기는 ‘결승전’이나 마찬가지다. 삐끗하는 순간 언제든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요즘 선발 요원 앨릭스 우드의 부상 공백을 틈타 임시 선발로 나서고 있다. 1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는 6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6일 오전 11시 10분부터는 안방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워싱턴을 상대한다. 워싱턴전은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워싱턴은 5일 현재 35승 20패(승률 0.636)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타선이 강력하다. 팀 타율(0.279)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1위다. 팀 장타율(0.481)과 출루율(0.348), OPS(0.828) 역시 1위다. 그런 워싱턴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다. 라이언 지머먼(타율 0.374, 16홈런), 대니얼 머피(타율 0.340, 10홈런) 등 쟁쟁한 선수가 많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타자는 브라이스 하퍼다. 하퍼는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다. 지난달 31일에는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빈볼을 던진 투수 헌터 스트릭랜드와 주먹을 주고받는 난투극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19세이던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2015년에는 타율 0.330에 42홈런으로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올 시즌에도 타율 0.324에 15홈런을 기록 중이다. 또 다른 선발 요원 마에다 겐타가 최근 부진한 것도 류현진에게는 호재다. 마에다는 5일 밀워키전에서 KBO리그 NC 출신의 에릭 테임즈에게 홈런을 얻어맞으며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2승 5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 중인 류현진에게는 이래저래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워싱턴전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이근(24)이란 이름 석 자를 처음 알린 건 2014년 10월 열린 제57회 코오롱 한국오픈 때였다. 무명이던 그는 대회 셋째 날 공동 2위에 올라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의 캐디백을 메던 아버지 장오천 씨가 대회 코스인 천안 우정힐스CC의 2대 클럽 챔피언을 차지했었다는 이력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잊혀질 뻔했던 장이근이란 이름은 4일 끝난 제60회 한국오픈에서 확실하게 되살아났다. 장이근은 이날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드라마 같은 역전극 끝에 김기환(26)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갤러리로 대회장을 찾은 아버지 장 씨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 아들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2타차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장이근은 14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데 이어 15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적어내 우승 경쟁에서 탈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255야드나 되는 16번홀(파3)에서 10m 버디를 잡아내며 기사회생했고 17번홀(파4)에서도 5m 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공동 선두로 복귀했다. 최종 합계 7언더파 277타로 김기환과 공동 선두로 정규 홀을 마친 장이근은 3개홀(16∼18번홀) 합산으로 승자를 가리는 연장전에서 김기환을 3타차로 꺾었다. 17번홀(파4)에서 칩인 버디를 성공시킨 게 결정적이었다. 김기환은 장이근이 칩인 버디를 한 17번홀에서 보기,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며 무너졌다. 생애 첫 우승의 과실은 달콤했다. 우승 상금이 3억 원이나 됐다. 여기에 7월 잉글랜드 로열버그데일 골프장에서 열리는 제146회 디 오픈(브리티시오픈) 출전권도 얻었다. 대한골프협회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올해부터 한국오픈 우승자와 준우승자에게 디 오픈 출전권을 주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10월에 열렸던 대회를 올해 6월로 당긴 이유다. 준우승자인 김기환은 어지간한 대회 우승 상금에 맞먹는 1억2000만 원의 상금과 디 오픈 출전권으로 준우승의 아쉬움을 달랬다.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장이근은 서부의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골프부에서 활동하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의 꿈을 키웠다. PGA투어 진입이 여의치 않자 학교를 중퇴한 뒤 지난해부터 아시아프로골프투어를 주무대로 활동해 왔다. 이번 대회에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가 아닌 원아시아투어 회원 자격으로 출전했다. “우정힐스 골프장 구석구석을 잘 아는 아버지가 세세한 코스 특성을 귀띔해준 게 큰 도움이 됐다”는 장이근은 “디 오픈은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온 무대다. 앞으로 목표는 PGA투어에 진출해서 우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소연(27·사진)의 연속 대회 컷 통과 기록이 ‘64’에서 멈췄다. 눈앞까지 다가왔던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등극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유소연은 4일 미국 뉴저지 주 갤러웨이의 스톡턴 시뷰 호텔 앤드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2라운드에서 3오버파 74타로 부진했다. 2라운드까지 6오버파를 친 유소연은 컷 기준선(3오버파)을 넘지 못했다. 2014년 10월 레인우드클래식 이후 64대회 연속 컷을 통과했던 유소연은 약 2년 8개월 만에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유소연의 컷 탈락으로 에리야 쭈타누깐(22·태국)이 5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새로운 1인자에 오르게 됐다. 84주 동안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던 리디아 고(20·뉴질랜드)는 2위로 한 계단 내려앉는다. 두 선수가 숍라이트 클래식에 출전하지 않은 가운데 유소연이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었다면 세계 랭킹 1위는 유소연의 차지가 되는 상황이었다. 쭈타누깐은 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게 됐다. 2라운드 현재 김인경과 폴라 크리머(미국)가 중간합계 9언더파 133타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타자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최선으로 공을 때리려는 욕망과 피하려는 본능의 억제 사이에서 싸운다.” ‘야구란 무엇인가’의 저자 레너드 코페트는 무서움을 야구의 첫 번째 화두로 던졌다. 그래서 몇몇 선수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정말로 투수가 던지는 공에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나요.” 거의 모든 선수는 “투수의 공이 무서워지면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니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시속 150km가 넘는 공에 위축되지 않는 타자가 몇이나 될까. 가끔씩은 공이 얼굴에 맞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 안면 함몰과 같이 끔찍한 결과가 뒤따른다. KIA 외야수 나지완(사진)은 지난해 5월 구단 장비 담당자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몸쪽 공이 무서워졌다”고. 상대 투수들은 나지완을 향해 집요하게 몸쪽 공을 던졌다. 몸에 맞는 볼이 여러 차례 발생했고, 가끔씩은 공이 얼굴을 향해 날아오기도 했다. KIA 장비 담당자는 미국에서 안면 보호대를 구매했다. 기존 헬멧에 이를 조립해 안면보호용 헬멧, 일명 검투사 헬멧을 만들었다. 보호대 부분이 턱 아래까지 덮어 얼굴을 반쯤 가리는 헬멧이다. 나지완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몰라도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준다.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현재 타율 0.302에 6홈런, 33타점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에는 적지 않은 선수들이 나지완을 따라 ‘검투사’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 최준석과 LG 박용택 등이 대표적이다. 덩치 큰 최준석 역시 투수들로부터 몸쪽 공 공략을 많이 받는 선수다. 그 역시 검투사 헬멧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5월 현재 성적은 타율 0.317, 3홈런, 29타점이다. 박용택은 부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검투사 헬멧을 쓰고 있다. LG 최재원은 몇 해 전 공을 얼굴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한 이후 검투사가 됐다. 지난달 1군에 등록된 kt 김동욱도 검투사 헬멧을 쓰고 4개의 홈런을 쳤다. 그동안 선수들이 검투사 헬멧에 거부감을 느꼈던 이유는 불편함과 함께 ‘두려움을 상대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검투사 헬멧을 쓰는 게 더 이상 흉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마이애미의 장칼로 스탠턴(13년 3억2500만 달러·약 3647억 원)도 검투사 헬멧을 쓴다. 비용을 생각하면 더욱 남는 장사다. 나지완 등이 구매한 보호대는 미국의 일반 스포츠용품점에서 20달러(약 2만2000원)면 구매할 수 있다. 한국까지 들여오는 배송료를 더해도 5만 원이면 충분하다. 5만 원에 야구의 제1화두인 무서움을 없앨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화 김태균(사진)이 연속 출루 기록에서 메이저리그 최후의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태균은 1일 열린 두산과의 안방경기에서 8회말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쳐내며 84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김태균은 앞선 3번째 타석까지 상대 선발 유희관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회와 3회에는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고, 6회에는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4-8로 뒤진 8회 1사 후 들어선 4번째 타석은 이날 마지막 타석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김태균은 바로 그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유희관의 2구째 변화구를 잡아당겨 깨끗한 장타를 쳐낸 것. 지난해 8월 7일 대전 NC전부터 출루 행진을 시작한 김태균은 이 안타로 84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이는 윌리엄스의 메이저리그 기록과 타이 기록이다. 윌리엄스는 1949년 7월 1일 필라델피아전부터 9월 27일 워싱턴전까지 84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경기에서는 두산이 한화를 8-6으로 이겼다. LG는 돌아온 에이스 허프의 호투를 발판 삼아 넥센을 6-1로 꺾었다. 무릎 부상으로 지난 달 중순 1군에 올라온 허프는 9이닝 1실점 완투승으로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9·대한항공)은 올해 2월 강릉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팀 추월 경기 도중 자신의 스케이트 날에 오른쪽 정강이를 베이는 부상을 당했다. 8바늘을 꿰매는 큰 부상이었고, 극심한 통증 때문에 남은 시즌을 접으려 했다. 병상을 지키던 여자 친구는 그런 이승훈에게 “그동안 고생했으니 마음 쓰지 말고 잘 쉬어. 나중에 더 잘하면 되지”라고 말했다. 이승훈은 자신을 이해해 주는 여자 친구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 그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됐다. 그는 사흘 만에 부상을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달 말 출전한 삿포로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4관왕(5000m, 1만 m, 팀 추월, 매스스타트)에 올랐다. 이승훈이 내년 2월 열리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친구 두솔비 씨(26)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양가 친척들의 소개로 만나 6년 넘게 사랑을 키워 온 둘은 내달 3일 서울 시내 한 예식홀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두 씨는 해외의 한 예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재원이다. 평창 올림픽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결혼식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이승훈은 29일 “사실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2년 정도 됐다. 오랜 준비 끝에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가정을 꾸리고 안정감 있는 상태로 올림픽을 치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신혼여행도 대회 이후로 미뤘다. 이승훈은 결혼식 이튿날인 4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5일부터 곧바로 훈련을 이어간다. 이승훈은 “예비 신부에게 ‘미안하지만 신혼여행을 미루는 게 어떨까’라고 했을 때 두말없이 양해해 주더라. 그런 마음이 너무 고맙다. 신부는 나에 대한 모든 걸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편안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승훈은 이미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한 성적을 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는 남자 1만 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을 땄다. 2014년 소치 올림픽 팀 추월에서는 후배들인 주형준, 김철민과 팀을 이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평창 올림픽에서 3대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2016∼2017 ISU 남자 매스스타트 월드컵 랭킹 1위를 차지한 그는 이 종목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팀 추월이나 5000m, 1만 m 등의 종목에서도 메달을 기대할 만하다. 이승훈은 “이전과는 달리 평창 올림픽에서는 혼자가 아닌 ‘가장’ 이승훈으로 뛰게 된다. 당연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색깔을 구분하지 않고 꼭 메달을 따 신부에게 선물하고 싶다. 이왕이면 금메달이면 좋겠다”고 했다. 빙상계 한 관계자는 “이승훈은 스케이트를 처음 시작한 여덟 살 때부터 오전 6시부터 훈련하는 생활을 해 왔다. 평창 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신부의 역할도 컸다. 동기부여가 확실한 만큼 평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일까지 올 시즌 210경기를 치르는 동안 KBO리그에서 나온 퇴장은 단 3번(헤드샷 자동퇴장 제외)뿐이었다. 그런데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한화의 경기에서는 주먹질과 발길질이 오가는 난투극 속에 무려 5명이 퇴장당했다. 이 가운데는 양 팀 선발 투수들인 윤성환(삼성)과 비야누에바(한화)도 포함돼 있었다. 양 팀 선발이 동시에 퇴장당한 것은 36번째 시즌을 맞은 KBO리그 사상 초유의 일이다.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대치한 벤치 클리어링은 3회말 한화 공격 때 발생했다. 한화가 1-0으로 앞선 3회 2사 3루에서 삼성 선발 윤성환의 몸 쪽 깊숙한 공이 김태균의 유니폼을 스친 게 발단이었다. 위험한 공이라고 판단한 김태균과 뭐가 문제냐고 생각한 윤성환이 신경전을 펼쳤다. 그러자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오면서 약 2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공교롭게도 윤성환이 후속 타자 로사리오에게 던진 초구가 다시 몸에 맞고 말았다. 로사리오는 방망이를 집어 던지며 분노를 표출했고, 두 번째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몸싸움까지 동반됐다. 한화 정현석이 윤성환을 밀쳤고, 비야누에바는 주먹을 날렸다. 삼성 외국인 선수 페트릭도 적극적으로 몸싸움에 가담했다. 삼성의 한 코치가 한화 선수들에게 발길질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박종철 구심은 벤치 클리어링의 원인을 제공한 윤성환을 포함해 난투극에 적극 가담한 비야누에바와 정현석, 페트릭 등 4명에게 퇴장 조치를 내렸다. 4회말 몸에 맞는 공을 던진 삼성 두 번째 투수 김승현도 곧바로 퇴장시켰다. 고의성은 없었지만 혹시 사건이 확대될까 우려한 심판진의 판단이었다. 공과 방망이, 주먹과 발까지 동원된 총력전의 최종 승자는 삼성이었다. 삼성은 2-2 동점이던 7회초 대거 5득점 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승엽은 6-2 상황에서 송창식의 초구를 받아쳐 개인 통산 450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45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은 “450홈런 자체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다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홈런으로 승리에 기여해 기쁘다”고 말했다. 8-7로 승리한 삼성은 올 시즌 최초로 3연승과 함께 첫 스윕(3연전을 모두 이기는 것)을 기록했다. 75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간 김태균도 7회말 추격의 2점 홈런을 쳤으나 팀 패배를 막진 못했다. 최근 4연패를 당한 한화는 9위로 추락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BO리그와 일본 프로야구(NPB), 그리고 미국 프로야구(MLB)를 모두 경험한 유일한 한국인 타자 이대호(35·롯데)가 한미일 통산 2000안타 고지에 올랐다. 이대호는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안방경기에서 1회 첫 타석 1사 3루에서 로치를 상대로 우전 적시타를 때렸다. 이 안타는 개인 통산 2000번째 안타로 기록됐다. 5회에도 안타 1개를 추가했다. 2001년 롯데에서 데뷔한 이대호는 2011년까지 1250개의 안타를 쳤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오릭스와 소프트뱅크에서 622안타를 때려냈다. 작년에는 메이저리그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74개의 안타를 쳤다. 롯데는 kt를 11-4로 꺾고 올 시즌 첫 스윕(3연전 전승)을 거뒀다. 넥센은 9회말 터진 이택근의 대타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한화를 8-6으로 이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제9구단 NC는 창단 후 짧은 시간 안에 가장 성공한 팀으로 꼽힌다. 1군 진입 2년째인 2014년부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단 하나 못 해본 게 우승이다. 창단 후 줄곧 NC를 이끌어 왔던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말 큰 결단을 내렸다. 이호준(41), 손시헌(37), 이종욱(37) 등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기로 한 것이다. 1군 스프링캠프에는 이들 대신 신인이나 육성 선수들을 데리고 갔다. 1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길지 않은 시간에 좋은 팀이 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감독인 나도, 고참 선수들도 영원할 순 없다. 하지만 팀은 영원하다. 아픔이 있어도 강팀을 만들기 위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개막전 라인업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절반가량이 바뀌었다. 팀의 주포 에릭 테임즈는 메이저리그 밀워키로 떠났다. 전문가들은 리빌딩에 들어간 NC가 당분간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NC는 올해도 잘나간다. 16∼18일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패했던 두산을 상대로 2승 1패를 거뒀다. 18일 현재 24승 1무 15패(승률 0.615)로 2위다. 그런데 전력에서 배제됐다던 고참 선수들은 요즘 1군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종욱은 톱타자로 나가고, 손시헌은 유격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호준은 앞으로 종종 지명타자로 출전할 예정이다. 서재응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런 모습이야말로 김경문 감독님의 능력이자 카리스마”라고 평가했다. 고참 선수들의 기용법은 모든 팀이 고민하는 문제다. 고참을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자니 팀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고, 그들을 버리려 하면 분위기가 와해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진심 어린 소통이다. 김 감독은 바로 그것을 해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고참들을 따로 불러 식사를 함께하며 자신의 뜻을 정직하게 밝혔다. 그는 “너희들이 그동안 팀에 공헌한 점을 잊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안주하면 팀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2군에서 착실히 준비하고 있으면 다시 경쟁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당장은 엄청난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섭섭함과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알고 있었다. 감독이 자신들을 정말 내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다시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선수들이 성장통을 겪고, 부상 선수들이 생기자 김 감독은 고참들을 차례차례 1군에 불러올렸다. 이호준은 가장 늦은 16일에 1군에 등록됐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2일부터 이호준을 1군에 동행하도록 배려했다. “1군에서 오래 떨어져 있어 적응이 힘들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김 감독은 “경쟁과 긴장 속에서 팀이 강해진다. 고맙게도 고참들이 내 생각을 잘 이해해 준 것 같다”고 했다. 요즘 NC는 베테랑과 신예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팀으로 거듭났다. 고참들이 지칠 때쯤이면 다시 신예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호준은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전력에서 제외된다는 말을 들었을 땐 너무 속상하고 섭섭했다. 하지만 2군에서 후배들과 땀을 흘리면서 깨닫게 됐다. 팀이 빛나야 나도 빛나는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감독님은 2군에 있는 우리를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다. 잠시나마 힘들어했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또다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2년 연속 정상 바로 앞에서 멈춰야 했다. 마산용마고는 1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덕수고에 3-7로 졌다. 용마고는 지난해에도 같은 대회 결승에서 덕수고에 2-4로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통산 6번째 황금사자기 우승 깃발을 들어올린 덕수고는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 명문고다. 그렇지만 최근 황금사자기 성적만을 놓고 보면 용마고 역시 명문고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용마고는 2014년 준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최근 4년간 3차례나 결승에 진출했다. 마산상고 시절 전통의 명문이었던 용마고는 2000년대 들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역 유망주들은 인근 부산의 야구 명문교로 진학하기 일쑤였다. 실력 있는 선수가 없으니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용마고의 변신에 대해 김성훈 용마고 감독은 “창원을 연고로 탄생한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영향이 결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2011년 NC 창단 후 지역 야구가 활성화됐다. 야구를 하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좋은 자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NC는 ‘풀뿌리 야구’ 살리기에 열심인 팀이다. NC는 연고지 내 9개 초등학교와 16개 리틀야구 유망주들에게 유니폼과 글러브 등 야구 장비를 사 준다. 중고교를 포함해 아마추어팀들에 지원하는 돈만 연간 1억6000만 원에 이른다. 매년 초등학교 선수들을 위해 ‘스프링 챔피언십 대회’를, 중고교 선수를 대상으로는 ‘윈터 파이널 대회’를 개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화 김민우가 탄생했고, 올해는 이승헌(3학년)이라는 대형 투수가 등장했다. 요즘엔 대구나 부산 등 외지에서 전학을 오는 학생들도 생겼다. 프로야구가 없는 15일 열린 결승전에는 임태현 NC 응원단장이 용마고 유니폼을 입고 응원을 진두지휘했다. 고교야구에서는 보기 드물게 치어리더까지 등장했다. 유영준 NC 단장은 “연고지 내 아마 팀들은 NC의 귀한 자산이다. 연고지 팀이 황금사자기에서 우승하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태균에게 70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내주긴 했지만 경기의 주인공은 넥센 선발 투수 최원태(20)였다. 최원태는 16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5회초 1사 후 김태균에게 첫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상대 타선을 퍼펙트로 틀어막았다. 평균 140km가 넘는 빠른 투심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한화 타자들을 시종 압도했다. 3회에는 하주석 최재훈 김원석 등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날 성적은 8이닝 4안타 8삼진 1실점(비자책). 서건창의 홈런 등으로 넥센이 2-1로 승리하면서 최원태는 시즌 4승째(4패)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3.38로 좋아졌다. 지난해까지 단 한 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도 없었던 최원태는 올 시즌 넥센의 든든한 이닝 이터로 거듭났다. 올해 선발로 나선 8경기 중 6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하며 벌써 56이닝을 던졌다. 롯데는 선발 김원중의 5와 3분의 1이닝 무실점 호투를 발판으로 kt를 6-0으로 꺾고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났다. NC는 두산을 2-1로 이겼고, 삼성은 SK에 8-2로 승리했다. KIA는 연장 11회말 이범호의 끝내기 안타로 LG를 3-2로 꺾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96년 “헬로 월드(Hello World)”란 인사말과 함께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뛰어든 타이거 우즈(42·미국)는 1997년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역대 최연소(만 21세 3개월)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 황제의 탄생을 알린 그는 PGA투어에서만 79승(메이저 14승 포함)을 거뒀다. 한국 남자 골프에도 지구촌 필드를 뒤흔들 ‘혜성’이 등장했다. 우즈를 우상으로 삼은 김시우(CJ대한통운)가 주인공이다. 김시우는 15일 미국 플로리다 주 폰테베드라비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에서 끝난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만 21세 10개월)을 세웠다. 제5의 메이저대회라 불리는 이 대회에서 애덤 스콧(호주)이 갖고 있던 종전 최연소 우승 기록(만 23세 8개월)을 갈아 치웠다. 우즈는 26세였던 2001년에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막내인 김시우는 ‘맏형’ 최경주(47·2011년)에 이어 한국 선수 중 두 번째로 이 대회를 제패했다. 그는 189만 달러(약 21억2200만 원)의 우승 상금과 함께 5년간의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세계 랭킹은 75위에서 단숨에 28위로 뛰어올랐다. 김시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국 여자 선수들이 너무 잘하고 있어 그동안 (남자 선수들이) 비교가 됐다”면서 “이번 우승을 계기로 메이저대회 우승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시우는 14번의 티샷 중 9차례(64.3%)만 공을 페어웨이로 보냈다. 그린 적중률도 44.4%(18번 중 8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시우는 위기를 맞아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린을 놓친 10번 모두 스크램블링(파온을 못 했어도 파 이상을 잡는 것)에 성공했다. 김시우는 이날 보기를 하나도 하지 않은 유일한 선수였다. 최근 들어 바꾼 ‘집게 그립’ 효과도 톡톡히 봤다. 김시우는 지난달 마스터스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집게 그립으로 우승한 것을 보고 퍼팅 그립을 바꿨다. 집게 그립은 퍼팅 시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퍼터의 샤프트를 단단히 잡는 방식이다. 박도규 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선수회장은 “집게 그립은 손목의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짧은 퍼트나 중간 거리의 퍼트를 할 때 정확성이 높다”고 말했다. 선두에 2타 뒤진 단독 4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시우는 1번홀(파4) 버디로 출발한 뒤 7번홀(파4)에서는 약 8m 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아버지의 권유로 7세 때 골프를 시작한 김시우는 우즈처럼 갖가지 최연소 기록을 써 가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12년에는 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역대 최연소(만 17세 5개월)로 통과했다. PGA투어 정회원 규정(만 18세 이상)에 걸려 초청 선수 등으로만 투어에 나서다가 웹닷컴투어(2부 투어)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2015∼2016시즌에 PGA투어에 복귀했다. 지난해 8월에는 윈덤챔피언십에서 역대 한국인 최연소(만 21세 1개월)로 PGA투어 챔피언이 됐다. 지난해 말 허리 부상을 당한 그는 샷 난조에 허덕이며 올해 14개 대회에 나서 톱10을 단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고, 여섯 차례나 컷 탈락을 당했다. 그런 그가 우승하자 미국 골프채널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만큼 놀라운 이변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시우는… △생년월일: 1995년 6월 28일 △신체조건: 180cm, 85kg △소속: CJ대한통운 △학력: 신성고-연세대 체육교육과 △주요 경력: 2012년 프로 데뷔, 2012년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연소 합격, 2015년 웹닷컴(2부 리그)투어 스톤브레 클래식 우승, 2016년 PGA투어 윈덤 챔피언십 우승(대회 두 번째 최연소), 2017년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대회 최연소) 이헌재 uni@donga.com·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