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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전 송파세무서장 별세·정은 명지고 교사 진화 LG애드 대리 상윤 경선 씨 부친상=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 02-3410-6917}


중반까지 긴박감 넘치는 바둑이었지만 마무리는 싱거웠다. 화끈한 전투력을 보유한 두 기사답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접전의 연속이었다. 그 팽팽한 줄다리기를 끊은 것이 참고도 흑 1이었다. 흑 7점을 살리면서 전체 흑 대마의 안형도 확보하겠다는 뜻이었지만 패착이 되고 말았다. 흑 ‘가’로 둬 흑 7점을 버리고 우하 백 대마를 노리는 사석작전을 펼쳤다면 흑이 한발 앞설 수 있었다. 목진석 9단은 백 ‘나’로 두는 수를 깜빡했을 것이다. ‘나’를 알고 있었다면 절대 흑 1을 두지 않았을 테니까. 백 ‘나’(실전 114)를 본 목 9단은 20분 가까운 장고를 하며 대응책을 고심했지만 실전처럼 흑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삐끗한 형세는 다시 목 9단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흑은 끈질기게 우상 백 대마를 공략했지만 애초부터 잡힐 돌이 아니었다. 목 9단은 52기 도전기에서 이 9단을 만나 패한 뒤 다시 대결했으나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 9단도 힘겨운 고비를 넘겼지만 다음 상대가 만만치 않다. 최철한 9단과 원성진 9단 대국의 승자. 어느 쪽도 맘을 놓을 수 없는 상대다. 이번 국수전에선 강자들이 중간에 떨어지지 않고 올라와 도전권을 향한 여정이 험난하기 그지없다. 소비시간 백 2시간 9분, 흑 2시간 59분. 156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팽팽하던 바둑이 한쪽으로 쏠리면 걷잡을 수 없다. 되는 집안은 순풍에 돛단 듯 두는 수마다 기분 좋고, 안 되는 집안은 두는 수마다 풀리지 않는다. 이런 흐름을 바꾸려면 오랜 인내와 상대의 방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바둑의 형태가 거의 결정돼 인내해도 소용없는 상황이다. 겉보기엔 백 대마의 생사를 건 공방이지만 이 대마를 잡는 건 정상급 기사 수준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백 34와 같은 수가 선수로 듣는 점이 되는 집안임을 보여준다. 백의 두 집 만들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다. 흑은 수가 되든 안 되든 백이 집을 낼 수 있는 곳부터 찔러가야 한다. 예를 들면 흑 39를 놓지 않으면 그곳을 백이 둬 간단하게 두 집을 낸다. 흑 41도 마찬가지. 백 42, 44로 밀어놓고 46으로 젖히자 흑의 응수가 두절된다. 백 48이 선수. 이어 백 50으로 끊자 흑은 두 점을 이을 수가 없다. 여기까지 수순 중 흑이 변화를 일으킬 곳은 없었을까. 우선 백 38 때 흑은 실전 백 46을 막기 위해 참고 1도 흑 1로 둬야 한다. 하지만 백 대마는 12까지 깔끔하게 살아간다. 또 백 50 때 참고 2도 흑 1로 이으면 어떨까. 백 2가 선수여서 백 4로 끊으면 상변 흑 여섯 점이 죽는다. 결국 어떤 돌발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무했다는 얘기다. 아쉬운 마음에 둔 흑 53, 55를 마지막으로 목진석 9단은 돌을 던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누가 이창호 국수에 맞설 도전자가 될까. 최철한 9단과 김지석 7단은 도전자결정전 3번기에서 서로 한 판씩 주고받아 마지막 한 판을 남기고 있다. 먼저 기세를 올린 것은 김 7단. 22일 열린 3번기 1국에서 301수 만에 흑 3집 반 승을 거뒀다. 1국 직전에 열린 천원전 준결승에선 최 9단이 이겼기 때문에 국수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김 7단은 초반 불리를 딛고 끈질긴 추격전을 벌여 역전승을 일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린 2국. 국수위 복귀를 열망하는 최 9단은 초반부터 ‘독사’처럼 김 7단을 몰아붙였고 한번 우세를 잡은 뒤엔 승리를 놓치지 않았다. 최종국은 1월 5일 열린다. ○ 장면도=난전에 난전을 거듭했던 1국. 실리로 크게 앞선 백의 1, 3이 절묘한 수순으로 중앙 백 대마를 살렸다. 흑 ‘가’면 백 ‘나’로 먹여쳐 흑의 자충을 이용해 산다. 최 9단이나 관전자 모두 백의 승리가 확정됐다고 생각할 무렵 유일하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은 김 7단이었다. ○ 실전도=김 7단은 좌상 백진에 흑 1, 3으로 대시했다. 백진이 워낙 단단해 보이기 때문에 돌을 던질 구실 만들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흑 11까지 되자 흑의 눈모양이 무척 풍부하다. 흑 15가 놓이자 백은 더 이상 손을 대지 못했다. 40집에 육박하던 좌상 백 집이 10집 정도로 줄면서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 참고1도=백이 더 둔다면 백 1이 최선. 이땐 흑 2가 절묘하다. 흑 8까지 패 모양인데 백의 부담이 훨씬 커서 백이 패를 감행할 수 없다. ○ 참고2도=흑 1, 3 때 백이 달리 받는 방법은 없을까. 백 4가 있는데 이 역시 흑 17까지 패가 나 백이 견딜 수 없다.(15…9)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한 달 앞둔 올해 10월 대표팀 훈련장에서 만난 양재호 감독(9단)은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아직 조직위원회로부터 대회 룰 규정을 명확히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생일대의 승부를 앞둔 선수들에게 어떠한 준비를 시켜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가장 걱정한 것은 남녀 혼성복식에서 채택된 ‘타임아웃제’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뒤늦게 받은 규정집에 없던 내용이 경기 하루 전에 열린 룰미팅 때 발표된 것이다. 예를 들면 착수한 손으로 초시계를 눌러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초속기 위주인 아시아경기에 대비해 착수하는 순간 다른 손으로 초시계를 누르는 훈련을 줄곧 해온 대표팀의 당혹감은 컸다. 심야까지 이어진 대책회의에서 항의 표시로 왼손을 의자에 수건으로 묶고 대국하자는 강성 의견도 나왔다. 다음 날 한국대표팀은 실수를 방지한다는 결의 차원에서 전원이 왼손에 손수건을 두르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다행히 단 한 명의 실수도 없이 한국의 완벽한 종합우승으로 막이 내렸지만 대회 내내 대국 룰 문제가 첨예하게 제기됐다. 2010년은 삼성화재배 김은선-루지아 간의 사석 사건, 지지옥션배 안관욱-김윤영 간의 옥집 사건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기전들에서 유난히 분쟁이 많았던 한 해였다. 연말 한국기원이 발표한 바둑계 10대 뉴스에 이례적으로 한 대목을 차지한 것도 ‘바둑룰 정비 시급’이란 이슈였다. 특히 옥집 사건은 명쾌한 해결 없이 TV에 그대로 생중계돼 아쉬움이 더 컸다. 옥집은 집이 아니라는, 삼척동자도 알 만한 바둑의 기본 룰이 훼손됐는데도 당사자들이 알아채지 못했다는 이유로 승부가 그대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대국 당사자 해결의 원칙이 바둑 룰의 원칙이라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동네바둑에서도 지켜지는 룰이 프로 대국에서 무시된 것이 팬들에겐 안타까웠을 것이다. 입회인이 현장에 없어도 바둑의 기본 룰에 관한 사항은 규정집 하나로 현장에서 해결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대국이 TV나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현실에서 당사자 해결 원칙이 예외 없이 묵수되어야 하는지도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심판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대국자들은 대국에만 몰두할 수 있어 훨씬 낫다는 논리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판제 도입이 당장 어렵다면 입회인의 재량과 관여도를 대폭 높여야 할 것이다. 적극적 개입을 금지한 현행 입회인 제도는 의도와 달리 자칫 모든 부담을 대국 당사자들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대국 룰과 심판제는 한국만 나선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국제 경기가 잦은 상황에서 한중일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 계가 방식이나 귀곡사 처리의 차이처럼 바둑을 바라보는 근본 관점에서 오는 간극이야 하루아침에 극복할 수 없겠지만 이번 아시아경기나 사석분쟁처럼 대국 진행과 관련한 룰의 정비는 새해에 반드시 풀어야 한다. 이세신 바둑TV 편성기획실장}


‘은별의 도전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은별 2010’이 최근 짱짱한 아마 2, 3단 실력을 보여줬다. 22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내 바둑TV스튜디오에선 ‘은별의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은별과 3급∼3단 기력의 사람이 10판의 특별대국을 벌였다. 대국 결과는 놀랍게도 은별이 8승 2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 난전 펼치면 지기 쉬워 은별은 북한이 개발한 대국 프로그램. 국내에선 2006년판도 출시됐다. 당시 은별의 실력은 6급 정도였지만 약점이 많았다. 어떨 때는 프로기사급의 실력을 보여주다가도 어떨 때는 18급보다 못한 착점을 하기도 했다. 정상적으로 두지 않고 엉뚱한 수를 두면 프로그램이 스스로 자멸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 인간과 대적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올 11월에 출시한 2010년판은 그런 단점이 거의 사라졌다. 전체적으로 아마 3단 실력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특히 부분적인 전투력은 아마 5단과 맞먹을 정도. 이번 특별대국에서도 불계승을 거둔 판은 거의 대마를 잡고 이겼다. 은별은 11월 국내 출시 전 사이버오로(www.cyberoro.com)에서 ‘쇠방망이’라는 ID로 테스트 대국을 진행했을 때도 초단에서 31승 25패, 2단에서 23승 21패를 거둬 총 전적 54승 46패(승률 54%)를 기록했다. 김찬우 5단은 “포석이 약한 편이지만 전투력은 강해 이번 대국에서도 약한 말을 방치하면 어김없이 대마를 포획했다”며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 얕봐서 난전을 펼치면 지기 쉽고 집을 챙기며 차분한 바둑을 둬야 이길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대국에 참여한 이주익 씨(38·초단)는 “예전에 ‘은별 2006’과 두어 쉽게 이겼기 때문에 ‘은별 2010’을 만만히 봤다가 졌다. ‘은별 2010’은 상당히 강하다”고 말했다. 헝가리 바둑유학생 알렉사도 “전투 바둑을 잘 둬 좋은 바둑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내 아마 5단급 실력 갖춰” 은별은 ‘몬테카를로’라는 카지노 게임 이론을 쓰고 있다. 이는 프로그램이 둘 수 있는 수를 10여 개 정한 뒤 이후 수순을 진행시켜서 과연 얼마나 유리해질 확률이 있는지 계산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그중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수를 택한다. 은별의 전투력이 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지적인 전투에선 수의 변화가 그렇게 많지 않고 유불리가 확연하게 판가름 나기 때문에 정답에 가까운 수를 택할 수 있다. 포석이 약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포석에선 택할 수 있는 수의 범위가 워낙 많아 탐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 등에서 개발한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도 몬테카를로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얼마나 효율적인지가 문제다. 은별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전승으로 우승할 때 4기가급 CPU 16개가 달린 컴퓨터를 사용했다. 다른 프로그램은 CPU 1024개가 달린 컴퓨터를 썼지만 은별에게 패했다. 은별이 ‘저비용 고효율’이란 얘기다. 그러나 은별도 약점은 있다. 상수와의 접바둑은 약하다. 몬테카를로 방식은 유리할 확률이 가장 높은 수를 택하는데 접바둑은 어느 길을 택해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맞수와 둘 때 가장 강하고 은별보다 약한 상대와의 접바둑도 잘 두는 편이다. 김 5단은 “은별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면 5년 안팎에 아마 5단급의 기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별은 은별 사이트(www.i-silverstar.com)나 사이버오로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의 실착은 뼈아팠다. 시야가 좁았다. 흑 ○를 살리는 데 집착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참고도를 보자. 흑 1로 이쪽을 보강했다면 백이 곤란했다. 만약 백 2로 흑 ○를 잡는다면? 그건 시원하게 줘버린다. 백 10까지 흑이 한 수 부족으로 잡히지만 대신 7, 9로 흑이 두터워지는 것이 흑의 앞길을 밝혀준다. 즉, 이를 바탕으로 흑 11로 우하 백 대마를 추궁할 수 있다. 백도 12라는 맥이 있어 그냥 죽진 않는다. 결론은 백 26까지 패. 흑으로선 부담이 없는 패인 데 비해 백은 대마가 걸린 패여서 흑이 역전했다고 할 수 있다. 흑이 몇 점에 집착하다가 좋은 기회를 놓치자 갑자기 바둑은 백의 일방적 페이스로 흘러간다. 실전 백 14에 이어 16, 18의 원투 펀치가 환상적이다. 흑은 자충에 걸려 꼼짝없이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그사이 백은 20을 선수하고 22로 흑 석 점을 잡아 큰 이득을 봤다. 백 대마가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거꾸로 흑 석 점을 잡으며 살아간 모양이니 안팎의 차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허무한 표정으로 반상을 내려보던 목진석 9단은 마음을 추스르며 흑 23으로 끊어 중앙 백 대마 사냥에 마지막 승부를 건다. 그러나 백의 발길이 가볍다. 용궁에서 탈출한 토끼처럼 이세돌 9단은 경쾌하게 반상을 누빈다. 백 30까지 서서히 안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국면이다. 어디에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두 대국자는 어떤 결말을 준비하고 있을까. 오직 믿을 만한 건 십수 년간 닦아온 감이다. 모든 촉각을 세워 길을 헤쳐 갈 수밖에 없다. 흑 95를 선수하고 흑 97로 끊는다. 일단 흑은 방향을 정했다. 당분간은 백도 같이 따라온다. 한번 방향이 잡히면 어느 정도까진 쉽다. 흑 103까진 외길 수순. 중앙 흑이 하변과 연결해 수를 많이 늘렸다. 백 104에 흑 105, 107은 최강의 응수. 서서히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타협이 이뤄질지, 한쪽이 꺼꾸러질지 아직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중앙 흑은 109, 111로 확실히 연결했다. 이젠 중앙 백 대마가 살아갈 차례. 이래서 타협으로 끝나나 싶었다. 그러나 여기서 ‘이세돌 기질’이 또 한 번 나온다. 백 112로 하변을 챙긴 것. 배짱만큼은 정말 두둑하다. 그래도 위험하다. 정수라면 참고도 백 1. 흑 2엔 백 3으로 둬서 충분하다. 흑 4로 끊는 수가 두렵지만 백 15까지 생각보단 쉽게 산다. 이랬으면 백 우세가 여전했다. 타협의 분위기가 깨지고 다시 험악한 대마 싸움이 발발하기 직전. 대마를 방치한 백의 무모한 도전에 흑이 찬스를 잡았다. 흑의 역공이 볼만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흑 113이 찬물을 끼얹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백 74가 유일한 탈출구. 물론 흑이 75, 77로 끊어 당장 탈출할 순 없다. 하지만 이렇게 약점을 만들어 놔야 다른 곳과 연계해 수를 낼 수 있다. 이세돌 9단은 빠르게 반상을 훑어본다. 아마추어가 볼 때는 중앙 대마가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데 이 9단의 시선은 아직 여유롭다. 이 9단의 대마 타개 능력은 누구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좁디좁은 곳에서 비비적거리며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능력은 당대 최고다. 백 78, 80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가롭게 파티를 벌인다고나 할까. 대마 목숨이 경각에 달린 듯한데 실리부터 챙기고 보는 발상은 이 9단답다. 이어 백은 82로 흑의 약점을 툭 건드린다. 목진석 9단도 만만찮다. 흑 83의 맥을 구사하며 자충을 이용해 백을 확실히 틀어막았다. 이곳에선 한 집도 나지 않았다. 이젠 진짜 밖으로 탈출해야 할 시점. 백 88이 밖으로 통하는 비상구. 이때 흑도 어렵다. 흑 석 점이 살아가면 대마를 잡는데 연결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 흑 89로 참고도 흑 1에 두는 건 무책. 백 2, 4가 선수여서 백 14까지 흑이 위험하다. 흑 93으로 빳빳이 늘었다. 사방에 흑백이 산재하여 혼란스럽다. 정신이 사나울 정도의 혼돈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아마 이곳에서 승부가 갈릴 공산이 크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백 ○는 왜 틀렸을까. 그 이유를 밝히기 전에 정답부터 보자. 참고 1도 백 1이 올바른 방향. 흑 2로 보강할 때 백 3으로 유유히 빠져나온다. 한눈에 봐도 우변 흑 진의 경계선이 많이 후퇴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세돌 9단이 백 ○를 둔 건은 백 ◎을 최대한 활용해 흑 세력을 쉽게 지우겠다는 뜻이었으리라. 하지만 강한 흑 돌에 너무 가깝게 다가갔다. 위기십결(圍棋十訣) 중 입계의완(入界宜緩), 즉 상대 진영에 들어갈 때는 여유 있게 하라는 원칙에 어긋났다. 목진석 9단의 반격은 이 9단의 의표를 찔렀다. 흑 51의 모자가 백 ○를 답답하게 누르고 있다. 그 무게를 덜기 위해 이 9단은 백 52로 가볍게 뛰어나왔는데 흑 53이 또 기막히게 좋은 응수. 중앙의 행마가 곤궁하다고 판단한 이 9단은 눈 딱 감고 백 54로 20집 이상의 실리를 챙긴다. 중앙을 흑의 처분에 맡긴 것. 흑은 우변을 확정지을 때다. 참고 2도 흑 1, 3이면 깔끔하다. 우변에서 우하까지 이어진 흑 집이 70집에 육박한다. 목 9단은 참고 2도가 너무 싱겁다고 봤을까. 돌연 흑 55로 좌상에 걸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백의 행마가 돌연 활발해졌다. 백 56, 58로 원군을 만든 뒤 백 60으로 침입한 것이 이 9단의 매서운 반격. 흑 61로 진열을 정비하려 했지만 백 62, 64로 우변 흑 집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목 9단은 뒤늦게 흑 65부터 총공세에 나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두 기사는 52기 국수전에서 도전기를 벌였다. 목진석 9단이 도전했으나 1-3으로 졌다. 역대 전적은 이세돌 9단 기준으로 24승 14패. 이것도 2007년 이후에는 11승 2패로 목 9단이 철저히 열세다. 이 9단은 최근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3연패를 당했고 그 직후 한국리그에서 패해 이상기류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곧 열린 춘란배에서 중국의 왕시 9단, 구링이 5단을 이기며 결승에 진출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한국 바둑의 ‘종말자’라고 할 수 있다. 흑 25는 참고 1도 흑 1로 이단 젖히는 것이 맥점 같지만 백도 2로 맞젖히는 수가 있다. 백 8로 끊기면 궁색한 쪽은 흑이다. 어쨌든 흑은 31까지 백을 에워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백 32로 삶을 확실히 확보하려고 할 때 흑 33이 손 따라 둔 수. 고수들도 엉겁결에 깜빡하는 경우가 있다. 이곳은 손을 빼고 참고 2도 흑 1로 귀를 지켜야 했다. 백 2로 젖히면? 흑 3이 선수여서 흑 7로 바로 막을 수 있다. 백은 기회를 놓칠세라 즉시 우상 귀에 침투해 선수로 실리를 챙겼다. 참고 2도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선수를 잡은 백은 백 28을 활용해 흑 세력을 삭감하고자 백 50으로 침투했다. 그렇지만 이것이 우상 실리를 잃고 흔들리던 백에게 바로 만회의 기회를 준 수였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이세돌 9단(사진)이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한국기원이 주는 바둑대상을 받았다. 이 9단은 1월 휴직에서 복귀한 뒤 제2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24연승을 거뒀다. 감투상은 15회 삼성화재배 준우승과 8회 춘란배 4강에 진출한 허영호 8단이 차지했고 여자기사상은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한 이슬아 2단이 받았다. 신예기사상은 박지연 2단, 시니어기사상은 양재호 9단, 아마추어 기사상은 박영롱 아마 7단, 공로상은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과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