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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대표의 새 요람이 될 진천선수촌의 시대가 개막했다. 대한체육회는 27일 ‘대한민국 체육 100년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개촌식을 열고 한국 스포츠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진천선수촌의 본격적인 가동을 알렸다. 2009년 2월 착공 이후 8년여 만에 문을 연 진천선수촌은 35개 종목 1150명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종합 스포츠 훈련 단지다. 종전 태릉선수촌의 5배 규모(부지 면적 159만4870m²)에 훈련 시설은 이전 12곳에서 21곳으로 늘었다. 특히 태릉선수촌에는 없었던 클레이 사격장과 럭비장(정식 규격), 벨로드롬(사이클), 조정·카누 훈련장, 스쿼시장 등이 새롭게 건립돼 이들 종목 선수들도 선수촌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새 선수촌에는 선수들의 훈련을 측면에서 도울 최첨단 지원 시설들도 들어섰다. 선수촌 중앙부에는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의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가 상주하는 메디컬센터가 자리 잡았다. 영상분석실과 측정실, 실험실 등을 갖춘 스포츠과학센터는 선수들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지원한다. 대한체육회는 최대 450명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는 진천선수촌의 웨이트트레이닝센터와 남자 선수단 숙소 등도 공개했다. 숙소 침대는 선수의 키에 맞춰 배치돼 있었다. 이를 두고 이호식 선수촌 부촌장은 “요즘은 맞춤형 시대”라고 설명하며 웃었다. 이처럼 선수촌 대부분은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선수촌 이전이 완전히 끝나는 시점은 11월 말로 예상된다. 대한체육회가 전국체육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이전 일정을 10월 중순 이후로 미뤄서다. 12월 이후 태릉선수촌에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는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 스케이팅 선수 일부만 남는다. 전·현직 국가대표들은 이날 막을 올린 ‘진천 시대’를 두고 다양한 감회를 쏟아냈다. ‘농구 대통령’ 허재 대표팀 감독은 “감독으로 진천 선수촌에 들어와 훈련 시설을 보니 시대가 변했다는 게 실감 났다”며 “이 좋은 시설에서 후배 선수들이 땀 흘려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 배구 동메달 주역인 조혜정은 “진천선수촌이 생활 체육인에게도 개방된다고 하니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2000여 명이 참석해 개촌을 축하했다. 이 총리는 “태릉선수촌이 한국 체육의 탄생과 성장의 요람이었다면 진천선수촌은 선진 체육으로 도약하는 도장”이라고 말했다.진천=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반세기 넘게 한국 체육의 요람 역할을 해 온 서울 태릉선수촌의 시대가 저문다.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 선수 관리 기능은 27일 개촌식을 여는 충북 진천선수촌으로 이전된다. 1966년 태릉선수촌 설립 이후 2만여 명의 국가대표 선수가 이곳에서 피와 땀, 눈물을 흘렸다. 그들에게 태릉은 곧 청춘이었고 영광을 일구는 현장이었다. 태릉선수촌의 지난날을 돌아본다. 》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싶었습니다.(웃음)” ‘작은 거인’으로 불린 한국 레슬링의 전설 심권호(45)는 태릉선수촌에 인접해 있는 불암산을 악몽으로 기억했다. 1990년부터 10여 년 동안 대표선수로 뛰며 세계 최초로 2개 체급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그였지만 영광의 순간은 거저 오지 않았다. 심권호는 태릉선수촌에서 불암산 헬기장까지 왕복 8km가 넘는 종주 코스를 1000여 번 오르내렸다. 일반인이면 왕복 1시간은 훌쩍 넘길 이 코스를 태릉선수촌에서 합숙 중인 대표팀 선수들은 주말마다 20분대에 주파했다. 심권호는 “레슬링, 복싱, 쇼트트랙 선수들이 가장 빨랐다. 세 종목 코치들끼리 담당 선수 기록으로 내기를 걸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방송인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서장훈(43)에게도 태릉선수촌에 대한 잊지 못할 추억이 많다. 농구 선수 시절 ‘국보급 센터’로 불린 서장훈은 연세대 1학년 때인 1993년부터 2006년까지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15년 가까이 태릉을 안방 드나들듯 했다. 서장훈은 “연간 8개월 정도 합숙을 한 적도 있다. 시설과 환경이 좋고 나쁨을 떠나 그 안에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고 자부심이 컸다”며 “선수촌 방에 TV가 없어 입촌할 때 TV를 사 가지고 들어갔다. 밤에 채널 3개를 돌려 보며 스트레스를 풀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오전 5시 50분이면 쩌렁쩌렁 울려 퍼지던 기상 음악은 아직도 귓가에 울릴 때가 있다는 게 서장훈의 얘기. 셔틀콕 스타 이용대(요넥스)는 중3 때 처음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15년을 보냈다. 이용대는 “룸메이트가 13세 위인 하태권 선배님(요넥스 감독)이었는데 오후 9시면 취침을 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배웠다”며 “웨이트트레이닝과 트랙 뛰기가 너무 싫었는데 유도, 레슬링 선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이용대는 또 “선수촌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식당이었다. 자장면, 짬뽕, 스테이크가 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겨울올림픽 금메달(1992년 알베르빌)을 딴 김기훈(울산과학대 교수)은 태릉선수촌을 배고픔의 공간으로 기억했다. 고3 때 입촌해 10년 가까이 훈련했던 그는 “혈기왕성하던 나이에 운동량도 많다 보니 항상 배고팠다.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고도 밤이 되면 배가 고파서 피자나 족발 등을 시켜 먹었다”며 “외부 음식 반입이 안 되니까 철조망 사이로 배달음식을 가져다 먹곤 했다”고 했다. 양궁 여제 기보배(광주시청)에게도 태릉선수촌은 자부심의 공간이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2관왕에 올랐지만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에서 탈락했다. 기보배는 “훈련이 워낙 힘들다 보니 태릉선수촌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처음에는 홀가분했다. 하지만 막상 대표 선수들이 그곳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밖에서 전해 들으니 그리웠다”고 회상했다. 태극마크 출신 선수들은 태릉선수촌이 철거될 예정이라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용대는 “청춘 대부분을 보낸 공간이고, 한국 스포츠 발전을 이끈 역사적인 장소가 사라진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태릉선수촌을 문화재로 등록하고 존치시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김재형 monami@donga.com·김종석·이헌재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손연재와 이용대 등 스포츠 스타들과 체육인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대한체육회는 25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체육인 자원봉사자 발대식’을 열었다. 자원봉사자는 손연재(리듬체조)와 이용대(배드민턴), 오은석(펜싱) 등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를 포함해 전문체육인과 생활체육인 2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올림픽 홍보와 대회 붐업 조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 활동에 나선다. 대회 기간에는 평창과 강릉, 정선 등의 경기장에서 관람객 안내와 주차 관리 등의 업무를 맡는다. 대한체육회는 체육인들이 관람객으로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시군구 체육회의 협조를 받아 총 2만여 명의 체육인들이 비인기 종목과 예매율이 낮은 경기에 관람객으로 나서기로 한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또한 올림픽 붐업을 위해 추석 연휴를 앞둔 30일 대한체육회 임직원들이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 귀성객들을 상대로 올림픽 홍보 캠페인을 실행할 방침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추운 겨울에 열리는 대회이다 보니 자원봉사자가 귀하다”며 “체육인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며 앞장서야 할 때이다. 동참해주신 체육인들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태국전 3연패의 체증을 날리는 완벽한 설욕전이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24일 태국 나콘빠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아시아지역 예선 B조 마지막 경기(4차전)에서 태국을 3-0(25-22, 25-16, 25-21)으로 완파했다. 북한과 이란, 베트남을 순차적으로 격파한 한국은 이날 승리로 조 1위를 확정하며 세계선수권 본선에 올랐다. 더불어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태국에 0-3으로 완패한 치욕도 앙갚음하며 무너진 자존심을 세웠다. 이날 한국은 1세트 후반 21-21로 팽팽하다가 에이스 김연경(29)의 득점으로 리드를 잡고부터는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무엇보다 높이의 강점이 두드러졌다. 상대 팀 에이스 눗사라 똠꼼(32·터키 페네르바흐체)의 정확한 토스를 바탕으로 한 태국의 빠른 공격은 한국의 블로킹에 막혀 제 힘을 내지 못했다. 이날 센터로 출격한 한수지(KGC인삼공사)와 김유리(GS칼텍스) 등의 공이 컸다. 여기에 팀에서 세 번째로 큰 키(185cm)를 자랑하는 김희진(라이트)까지 수비와 공격을 오가며 맹활약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태국은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 이전까지 태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선전을 포함해 한국과의 맞대결에서 3연승을 가져가며 한국의 새로운 숙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날 한국의 승리로 두 팀의 상대 전적은 다시 28승 8패로 벌어졌다. 이날까지 예선전 4경기를 모두 무실세트 승리로 따낸 한국은 2010년 일본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8년 만에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LA 다저스 류현진이 포스트시즌 선발 오디션에 해당하는 무대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조기 강판을 당했다. 포스트시즌 4선발 체제에 합류하기 위해선 이날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아야만 했던 류현진에겐 악재 중의 악재다. 류현진은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전에서 2와 3분의 1이닝 동안 1실점을 기록했다. 3회초 상대 팀 첫 타자 조 패닉이 친 시속 151km짜리 타구가 류현진의 왼쪽 팔뚝에 맞은 것이 화근이었다. 공에 맞은 류현진은 가까스로 떨어진 공을 주워 1루에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하지만 이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마운드를 내려왔다. 검진 결과 골절은 아니었고 타박상이었다. 이날 경기는 류현진에겐 포스트시즌 선발 합류 여부를 결정짓는 시험 무대였다. 전날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 지은 가운데 현지 언론들은 ‘클레이턴 커쇼-다루빗슈 유-앨릭스 우드-리치 힐’로 이어지는 포스트시즌 4선발 라인업을 점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버츠 감독은 최근 정규 시즌에서 류현진과 함께 5선발 경쟁을 벌이던 일본 투수 마에다 겐타의 불펜행을 확정했다. 반면 이날 경기를 제외하면 후반기 9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한 류현진에겐 ‘대체 선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기 직후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뼈에 이상이 없다고 나와 희망적이다”라며 “내일 다친 부위의 상태가 어떤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이날 부상은 악재가 맞다. 하지만 큰 부상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커쇼를 제외하곤 다저스 선발진이 불안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어 아직 류현진의 선발 가능성은 남아있다”며 “이달 말 콜로라도와의 정규 시즌 마지막 3연전에서 한 번이라도 등판한다면 포스트시즌 대체 선발 자원으로 기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그의 눈썹 문신은 ‘사랑의 흔적’이다. 외모 가꾸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던 그였다. 하지만 머리를 다듬어주던 헤어디자이너가 너무 맘에 들었다. 데이트 신청을 하려고 둘러댄 핑계가 눈썹 문신이었다. “눈썹 문신을 하려는데 잘 모르니 같이 가주세요.” 그녀는 휠체어를 탄 그와 함께 길을 나서주었다. 그리고 둘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결혼식을 올렸다. 남자 장애인 탁구 선수 김정길(31·광주시청)이 전해준 러브스토리다. 그는 2016 리우 패럴림픽 탁구 남자단체전 TT4-5(4∼5등급) 금메달을 따낸 주역 중의 한 명이다. 김정길에겐 매사에 적극적이고 목표에 꿋꿋하게 도전하는 근성이 있다. 19세이던 2004년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떨어져 척수 장애가 생겼을 때도 그는 주저앉지 않고 훌훌 털고 일어섰다. 장애가 생긴 건 그에겐 또 다른 도전일 뿐이었다. 재활 당시 훈련을 돕던 코치의 제안을 받고 탁구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하루 6시간 이상 훈련에 몰입하는 연습벌레였다. 처음 탁구를 배우며 가장 연마하기 힘들었던 ‘백 드라이브’에 천착해 주무기로 만들었다. 그는 “가끔 장애가 있다는 것에 우울한 생각이 들다가도 탁구에 집중하면 다 사라진다”고 말했다. 김정길은 16일 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전(15∼19일) 4등급 남자 단식에서 동메달을 땄다. “장애인체전은 정든 동료를 만나고 삶의 목표를 되새기는 중요한 대회다. 비록 장애가 있다곤 하나 (선수들을) 그냥 열심히 연습해서 서로 실력으로 겨루는 ‘스포츠 선수’로 봐줬으면 한다.” 전국의 장애인 선수들이 1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대회이자 다른 지역 선수이자 동료들을 만나 친분을 쌓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김정길은 올해 대회는 좀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체전이 기존의 관례를 깨고 전국체전에 앞서 열렸기 때문이다. 대회가 너무 늦게 열릴 때면 추워 감기에 걸리기도 일쑤였다. 하지만 올해는 충북도의 배려로 전국체전보다 일찍 열리게 됐다. 김정길은 “올해는 9월 선선한 날씨에 대회가 진행되다 보니 경기력은 물론이고 대회장 주변 경관까지 살펴보는 여유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김정길은 12월에 ‘사랑의 결실’을 맞는다. 태명 ‘찰떡이’와 ‘호떡이’ 쌍둥이가 태어날 예정이다. 태명은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얻은 아기이니만큼 “엄마 배에 잘 붙어 있어라”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는 새로 태어날 자녀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사고로 크게 좌절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죠. 오히려 장애를 발판 삼아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자식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살다 보면 아이들에게 어려운 시기가 오겠죠. 그때 이 아빠를 한번 보라고. 아빠처럼 이겨내라고 말하고 싶어요.”제천=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국 테니스의 산실인 제61회 장호 홍종문배 전국주니어대회가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장호장충테니스장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대한테니스협회장을 두 차례 지내고 사재를 털어 장충코트를 마련했던 고 장호 홍종문 회장이 1957년 창설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이덕희, 김봉수, 전미라, 조윤정, 임용규, 정현 등 코트 스타들을 숱하게 배출했다. 부친의 뒤를 이어 32년째 사재를 털어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홍순모 계동산업 회장은 “우수 선수를 발굴해 한국 테니스 발전에 기여한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자부 우승 후보로는 전국종별대회 우승자 김재우(전곡고 3학년)가 꼽힌다. 여자부는 중앙여고 윤혜란(1학년)이 우승을 노리고 있다. 우승자에게는 3000달러(약 340만 원)를, 준우승자에게는 1500달러(약 170만 원)를 각각 해외 진출 경비로 지원한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kt의 ‘늦바람’이 무섭다. kt는 13일 현재 45승(86패)밖에 거두지 못해 승률 0.344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이다. 하지만 시즌 막판 기세를 올리며 ‘가을야구’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kt는 지난달 26일 삼성과의 2연전을 시작으로 8번의 2연전에서 단 한 번도 ‘스윕패’를 당하지 않았다. 이는 다시 말해 2번의 경기에서 kt가 1승 이상은 꼭 따낸다는 말이 된다. 뒤늦게 기세가 오른 kt는 갈 길 바쁜 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선두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산(2위)과 NC(3위)도 ‘희생양’이 됐다. 이전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두 팀과의 맞대결 승률은 각각 0.230과 0.200일 정도로 kt가 상대적 열세를 보였다. 중위권 싸움으로 갈 길 바쁜 팀들도 kt에 한 방씩 얻어맞았다. 가을야구 진입을 위해선 1승이 절실했던 넥센과 SK, 롯데는 모두 kt에 1승 이상을 헌납했다. 특히 이달 초만 해도 5위였던 넥센은 이 시기 kt와 치른 두 번의 2연전에서 1승 3패를 기록하며 현재 중위권의 끝자락인 7위로 떨어졌다. 시즌 막판 ‘위즈 매직’의 중심에 선 타자는 윤석민과 이해창이다. 윤석민은 7월 6일 넥센에서 kt로 이적한 이후 13일까지 51경기에 출전해 안타 61개, 홈런 12개를 때려내며 이 기간 타율 0.317을 기록했다. 전반기 타율 0.246으로 부진했던 이해창 또한 후반기 0.345까지 타율을 끌어올리며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kt는 두 타자를 앞세워 타선의 집중력을 끌어올린 결과, 9월 팀 득점권 타율이 0.309(3위·13일 기준)로 뛰어올랐다. 김진욱 kt 감독은 최근 팀 분위기가 달라진 변화 요인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꼽았다. 김 감독은 “요즘 가장 좋아진 점은 (선수들의) 조급함이 줄어든 것”이라며 “이전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런 kt와 일전을 앞둔 LG(15일)와 KIA(16∼17일)도 껄끄럽기만 하다. 현재 6위 LG는 가을야구 진입의 갈림길에 서 있다. 9월 부진에 빠져 두산에 2.5경기 차(13일 현재)로 추격당한 KIA는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기 위해 남은 경기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려야 할 상황이다.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은 “한 시즌 전체 팀의 평균 승률을 계산해보면 시즌 내내 못하던 팀이 막판에 반등하는 경우가 많다. kt가 그렇다. 순위 상승을 원하는 팀이라면 kt전 패배가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KIA 이민우(사진)가 뜻밖에 얻은 1군 데뷔전에서 승리하며 선발 기회를 준 팀에 보답했다. KIA는 14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와의 방문 경기에서 11-2로 대승했다. 이날 원래 등판할 예정이었던 임기영 대신 선발로 나온 이민우는 6이닝 동안 2실점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홈런 1개를 포함해 6안타를 맞았지만 삼진 3개를 얻어내는 등 데뷔전답지 않은 노련한 피칭을 구사했다. 이민우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받은 유망주지만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군복무를 했다. 올해 4월 전역 후 퓨처스리그에서 뛰며 5승 3패 평균자책점 5.97을 기록했다.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18안타를 몰아친 KIA 타선도 이민우의 첫 승을 도왔다. 김선빈이 1회에만 두 번 타석에 서서 2안타를 뽑아내는 등 KIA는 1회 7점을 얻어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날 롯데는 마운드의 전설로 불린 고 최동원의 6주기를 맞아 선수단 전원이 최동원의 이름과 등번호(11번)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었다. 경기 전 시구자로 나선 고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는 아들의 투구 폼을 재현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이튿날인 14일 우리카드에 새로 둥지를 튼 세터 유광우가 이적 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우리카드는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B조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지난 시즌까지 삼성화재의 주전 세터로 뛰던 유광우는 라이트 파다르(27점)와 레프트 최홍석(15점) 등에게 공을 배급하며 공격을 조율했다. 여자부에선 GS칼텍스가 3~5세트에만 18득점을 따낸 새로운 외인 듀크(세네갈)의 활약에 힘입어 3-2로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아프리카 출신 최초 여자부 외국인 선수로 팀에 합류한 듀크는 높은 점프력을 앞세워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프로배구 V리그 새 시즌의 판도를 점쳐볼 수 있는 한국배구연맹(KOVO)컵이 1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개막해 23일까지 열린다. 프로배구 13개 팀(남자부 7개, 여자부 6개)이 모두 참가해 각부 2개조로 나뉘어 리그를 치르고 그 결과에 따라 4강 토너먼트를 벌인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남자부 ‘감독 3인방’이 데뷔 무대인 이번 대회에서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갈색 폭격기’로 불리며 1996년 삼성화재에 입단해 팀을 최강으로 이끈 뒤 사령탑에 오른 ‘영원한 삼성화재 맨’ 신진식 감독의 행보가 팬들의 최고 관심사다. 신 감독은 8번의 아마추어리그와 1번의 프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신 감독은 지난 시즌 팀이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만큼 이번 대회에서 무너진 배구 명가를 재건할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과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도 새롭게 팀을 맡아 새로운 컬러를 보여줘야 할 상황이다. 김 감독도 신 감독과 비슷하게 한국전력에서 선수와 코치로 활약하고 사령탑에 올랐고 권 감독도 수석코치로 있다 팀을 맡았다. 여자부에선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명성이 높았던 이도희 감독이 현대건설의 새 사령탑으로 데뷔전을 치른다.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과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에 이어 세 번째 여성 감독이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은 여자부 B조에 편성돼 이 감독과 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4대 프로 스포츠(축구 야구 농구 배구) 사상 처음으로 여성 감독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이 감독과 박 감독의 첫 맞대결은 15일 오후 4시에 펼쳐질 예정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올라운드 플레이어’ 한수진(수원전산여고·사진)이 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한수진은 1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열린 2017∼2018 KOVO 여자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GS칼텍스의 선택을 받았다. 한수진은 라이트와 레프트, 세터, 리베로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만능선수로 올해 춘계 전국남녀중고대회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어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다. GS 칼텍스는 지난 시즌 최종 순위 4∼6위 팀 간에 벌어진 지명권 순위 확률 추첨에서 운 좋게 1순위 지명권을 따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기쁜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올라 제일 먼저 한수진을 선택했다. 고교 시절 한수진은 작지만 강한 선수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의 키는 165cm로 이번 드래프트 신청자 40명 중 키로는 아래에서 5번째였다. 하지만 빠른 발과 강한 서브,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고루 갖춘 재원으로 이름을 알렸다. 한수진은 “1순위는 아니어도 1라운드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놀랍고 기쁘다”며 “갈수록 배구가 빠른 템포로 바뀌어가고 있고 그래서 제가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구단에 가면 장점을 살려 꼭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뒤이어 2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국도로공사는 선명여고의 세터 이원정을 지명했다. 이원정은 2016년 청소년국가대표 출신으로 올해 18세 이하 국가대표에서도 활약했다. 3순위 현대건설은 광주체고 김주향(라이트·레프트·센터)을 택했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40명의 고교 여자 배구 선수가 참가해 16명이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전체 선발 인원은 지난해와 같지만 수련선수로 지명된 4명을 빼면 1∼4라운드 지명 선수는 2008년 드래프트(1∼4라운드 12명 선발, 수련선수 1명)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사진)이 12일 샌프란시스코전에 등판하지 못하게 됐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10일 콜로라도전을 앞두고 “12일 샌프란시스코전으로 예정돼 있던 류현진의 등판 일정을 미룬다”고 밝혔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 대신 마에다 겐타를 내보낼 계획이다. 로버츠 감독은 “내년 시즌까지 생각해야 하는 류현진이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쉬게 한다”며 “류현진은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 몇 번 더 등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 복귀 이후 올 시즌 22경기에 출전(5승 6패·평균자책점 3.59)해 활약해 온 류현진이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출전을 바라는 류현진에겐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와 두 번 맞붙어 평균자책점 0.69로 강한 모습을 보여 시즌 6승을 노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조만간 다저스의 선발진 수가 줄어들 수 있어 류현진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다저스는 부상으로 빠졌던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가 복귀한 뒤 6명이 선발로 투입됐다. 포스트시즌에는 4선발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돼 선발 경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마에다가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호투한다면 류현진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다저스는 이날 콜로라도에 5-6으로 져 충격의 9연패에 빠졌다.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4선발 라인업으로 전망되는 커쇼와 다루빗슈 유, 리치 힐과 앨릭스 우드가 각각 최근에 치른 8경기(각각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40으로 고전했다.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92승 50패로 2위 애리조나(82승 60패)에 10경기 차로 앞서 있지만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기 위해서는 선발진 안정에 최우선을 둬야 할 판이다. 류현진은 18일 워싱턴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워싱턴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87승 55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올해 최고 루키로 꼽히는 넥센 이정후(19·사진)가 한 시즌 신인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정후는 5일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방문경기에서 팀이 1-3으로 뒤지던 7회초 안타를 쳤다. 올 시즌 158번째 안타. 이로써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인 1994년 LG 서용빈이 세운 신인 최다 안타 기록(157개)을 23년 만에 넘어섰다. 이정후는 “첫 안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런 기록을 세우게 돼 기쁘고 영광이다. 팀이 가을야구 하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넥센은 1-5로 패했다. 이정후는 “팀이 승리하는 날 나왔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현재 타율 0.327인 이정후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3할 타율을 유지한다면 1998년 삼성 김동우(0.300) 이후 처음으로 ‘3할 신인’으로 등극한다. 이정후는 데뷔 초기엔 야구 레전드로 불리는 이종범의 아들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종범의 신인 시절이던 1993년 안타 기록(133개)을 넘어선 데 이어 새 이정표까지 쓰면서 아버지보다 더 나은 신인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종범이 본격적으로 야구 천재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건 196안타 19홈런 타율 0.393을 기록한 데뷔 2년 차부터였다. SK 최정은 롯데와의 안방경기에서 1회말 홈런을 쏘아 올리며 2년 연속 4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승엽(2002, 2003년) 심정수(2002, 2003년) 박병호(2014, 2015년) 에릭 테임즈(2015, 2016년)에 이어 KBO 통산 역대 5번째. 이날 홈런 4개를 집중시킨 SK는 2003년 삼성이 세운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13개)과 타이를 이뤘다. 문학=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후반기 극적인 반등에 성공하며 4일 현재 4위에 오른 롯데를 두고 2011년을 떠올리는 야구팬들이 많다. 6년 전 롯데는 이대호 황재균 홍성흔 손아섭 등 리그 최고의 타자들을 보유하고도 전반기 줄곧 6위에 맴돌다 올해처럼 후반기 기세를 올려 정규 시즌 2위까지 뛰어올랐다. 팀 순위의 반등 외에도 최근 롯데는 당시와 닮은 구석이 많다. 시즌 초반 용병 투수(2011년 사도스키, 2017년 레일리)가 부진하다 후반기 활약이 빛난 것도 그중 하나다. 예전 장원준이 그랬던 것처럼 박세웅이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2011-2017년 롯데 평행이론’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6년 전 롯데는 그렇게 후반기 기세를 등에 업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올해 롯데는 그때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뒷문을 굳게 지키고 있는 ‘락앤락’ 손승락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롯데는 마무리 투수 김사율이 20세이브를 기록했지만 당시 팀이 거둔 전체 세이브는 27개로 리그 평균(33개)에 크게 못 미쳤다. 4일 현재 손승락은 54경기에 출전해 31세이브를 거뒀다. 그의 개인 기록만으로도 롯데는 리그 평균(28개)을 넘어섰다. 롯데의 팀 전체 세이브는 33개. 그동안 뒷문 걱정에 시달리던 롯데에 올해 구원왕 자리를 노리고 있는 손승락은 수호신이나 마찬가지다. 롯데 합류 첫 시즌이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손승락은 전성기와 같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20세이브, 평균자책점 4.26이란 평범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6번의 블론세이브와 함께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도 여러 번 실점해 쓸데없이 관중을 가슴 졸이게 한다는 뜻으로 ‘승락 극장’이란 오명까지 들었다. 그랬던 손승락은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단순히 세이브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투구의 질도 좋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올해 손승락은 2.33으로 2011년(1.89)과 2012년(2.15) 다음으로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2009년 롯데 최초로 구원왕에 등극한 애킨스(26세이브)가 3.8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손승락은 역대 롯데 최고 마무리 투수라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손혁 MBC스포츠플러스 야구해설위원은 “팀이 4위로 올라서면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전력투구하는 것 같다. 현재로선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고 말했다. 손승락의 활약으로 롯데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팀 타율과 세이브가 동시에 리그 평균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는 선발 투수의 평균자책점이 리그 평균보다 낮고 동시에 팀 타율이 리그 평균을 웃도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세이브 기록까지 좋았던 적은 없었다. 경기 막판 설거지가 안 돼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줄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올해 손승락이 있는 롯데는 특별하다. 다시 6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2011년 한국시리즈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SK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롯데는 계투진과 함께 마무리 김사율까지 무너지면서 패했다. 올해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손승락이 지금의 활약 그대로 던져줄 수 있을지가 승패의 관건이다. 롯데의 코치진은 웃음꽃이 폈다. 김원형 롯데 수석코치는 “뒷문을 확실하게 책임지고 있는 손승락이 있어 8회 이후를 어떻게 꾸려갈지 계산이 선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넥센이 7월 말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28)를 영입했을 때 도박처럼 보였다. 초이스는 2010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지명받으며 오클랜드에 합류한 유망주였다. 하지만 2013년부터 3시즌 동안 오클랜드와 텍사스에서 96경기에 출전해 타율 0.188에 9홈런이란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이후 초이스에겐 실패한 유망주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넥센은 그런 과거를 지닌 초이스를 대니 돈의 대체 선수로 선택했다. 연봉은 7만5000달러(약 8457만 원)로 현재 KBO 리그에 뛰고 있는 외인 선수 중 가장 싼 몸값이었다. 한 달여가 지난 뒤 넥센의 이 선택은 성공적인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초이스는 8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6개)을 쳤다. 올 시즌 1홈런에 그치다가 퇴출당한 대니 돈 때문에 속을 태웠던 넥센은 초이스의 활약을 앞세워 5위 자리를 지켰다.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장래성을 보고 적은 돈으로 데려온 초이스는 필요할 때 한 방을 치고 있어 치열하게 중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넥센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0일까지 일주일간 보여준 그의 타율은 0.381. 불방망이를 뽐내고 있는 그는 연봉 대비 안타 하나당 비용이 302만 원밖에 되질 않는다. 그 결과 현역 KBO 외인 타자 중 가장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선수로 손꼽힌다. 반면 25만 달러에 연봉 계약한 LG(6위) 로니는 23경기에 출전해 22안타에 그쳤다. 최근 임의 탈퇴로 그는 남은 임금을 받진 못하게 됐지만 만약 이를 다 받았다고 계산하면 로니의 안타 하나당 비용은 1281만 원에 이른다. 피 말리는 중위권 싸움을 치르고 있는 LG엔 악재 중의 악재. 최근 중위권 싸움의 끄트머리인 7위로 밀려난 SK 또한 외국인 타자 고민에 빠졌다. 같은 시점까지 로맥은 시즌 타율 0.213에 그치며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의 안타 하나당 비용은 554만 원으로 비교적 적은 편에 속하지만 이는 그의 연봉이 외국인 타자 중 아래에서 두 번째인 30만 달러(약 3억3828만 원)밖에 되질 않아서다. 그나마 전반기에는 14홈런을 쳤지만 후반기에는 5홈런에 그쳤다. 지난달 30일까지 4위 롯데의 앤디 번즈는 중위권 팀(롯데 넥센 SK LG)의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많은 경기인 95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78로 꾸준히 활약했다. 특히 이날까지 일주일간 그의 타율은 0.474로 요즘 물오른 팀의 기세를 뒷받침했다. 중위권 팀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많은 연봉(60만 달러·약 6억7656만 원)을 받는 그의 안타 하나당 비용은 697만 원.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비싼 연봉(150만 달러·약 16억9140만 원)을 받는 한화 로사리오의 안타 하나당 비용은 1271만 원(지난달 30일 기준)으로 로니를 제외하곤 가장 높다. 가성비가 낮기는 해도 로사리오는 이날까지 타율 0.333에 33개 홈런을 치며 몸값에 걸맞은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선두권 빅4 KIA-두산, 롯데-NC가 맞대결을 펼친 31일 KIA와 롯데가 웃었다. KIA는 한때 1.5경기 차까지 따라붙었던 2위 두산을 3.5경기 차로 벌렸고, 4위 롯데는 이날 승리로 3위 NC를 3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KIA는 안방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두산을 9-4로 꺾고 3연승을 달리며 다시 상승세를 탔다. KIA는 2회 1점 홈런(시즌 18호)을 쏘아 올린 이범호와 3타점을 올린 나지완 등 타선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두산을 따돌리고 오랜만에 선두다운 면모를 보였다. KIA 선발 팻딘은 6과 3분의 1이닝 동안 10피안타 4실점으로 비교적 선방해 시즌 7승(6패)째를 챙겼고 두산 니퍼트는 4이닝 동안 8피안타(1홈런) 7실점(6자책)으로 무너져 시즌 7패(13승)째를 당했다. 롯데는 NC를 맞아 1회부터 4점을 뽑아내며 앞서 나갔다. 롯데의 선발로 나선 박세웅은 7이닝 동안 홈런 4개를 내줬지만 모두 1점짜리였다. 3회와 6회 각각 2점을 얻어낸 롯데는 결국 9회초 NC의 공격이 끝날 때까지 3점 차 리드를 지키며 8-5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NC의 나성범(28)과 삼성의 이승엽(41)은 각각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나란히 4년 연속 20홈런 고지에 올랐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KBO 통산 4년 연속 20홈런 달성은 나성범이 18번째, 이승엽은 19번째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올해 프로야구 최강의 여름 팀은 어디일까. 최근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두산과 롯데가 여름의 끝자락인 29, 30일 잠실에서 ‘8월 챔피언’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28일 현재 1위 KIA에 1.5경기 차로 따라붙은 두산은 4월 12일 이후 139일째 KIA가 차지하고 있는 선두 자리마저 넘보고 있다. 롯데는 최근 ‘진격의 거인’ 모드를 발동하며 전반기 7위에 머물던 팀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렸다. 가을 야구를 넘어 3위 이내 선두권 진입마저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두 팀의 대결은 미리 보는 포스트시즌으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팀은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은’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두산은 8월 들어 7연승 행진에 힘입어 24경기에서 18승(1무 5패)을 거둬 이 기간 승률(0.783) 1위를 기록했다. 롯데는 같은 기간 17승(7패)을 거둬 승률(0.708)이 2위. 두 팀 모두 강한 뒷심을 보이고 있다. 연장전을 제외하고 롯데는 8월 한 달간 경기 후반(7∼9회) 44타점을 올려 해당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두산은 34타점을 올려 2위. 두산과 롯데는 각각 후반기 17번의 역전승을 거두며 승수 쌓기에 가속도를 붙였다. 두 팀을 대표하는 여름 사나이는 박건우(두산)와 손아섭(롯데)이다. 8월 경기 후반 타율 0.450의 박건우는 22일 인천 SK전에서 팀이 5-6으로 뒤지던 9회 역전 2점 홈런을 쳐 팀의 10-6 역전승을 이끌기도 했다. 올 시즌 최우수선수 후보로도 손꼽히는 손아섭은 같은 시기 7∼9회 타율이 0.476에 이른다. 8월에만 9개 홈런을 날려 팀 동료 이대호와 함께 월간 최다 홈런 주인공이 됐다. 경기 막판 득점하는 과정에서는 두 팀의 성향이 갈렸다. 7회 이후 두산은 주로 희생번트를 활용하며 주자를 진루시킨 뒤 적시타를 노렸다. 반면 롯데는 막판으로 갈수록 눈 야구에 집중하며 볼넷을 유도하는 방식을 썼다. 이후 적극적인 도루 시도를 통해 득점권에 주자를 진루시킨 뒤 희생플라이 등을 노렸다.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롯데는 도루 등 다양한 작전을 통해 ‘이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며 “두산은 선수 개개인이 상황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이길 줄 아는 야구’를 하고 있다. 이것이 두 팀의 차이”라고 분석했다. 올 시즌 두 팀은 13번 맞붙어 롯데가 두산보다 1승이 더 많은 7승(6패)을 챙겼다. 상대 전적이 팽팽한 가운데 두산의 안방에서 치르는 경기이고 28일 롯데 선발로 예고된 레일리가 두산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롯데에는 악재다. 하지만 이번 달 가장 많은 결승타(6개)를 날린 이대호를 중심으로 롯데의 타선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 보인다. 야구 전문가들조차 두 팀의 승부를 쉽게 점치지 못한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전반기 상·하위 타선 간 불균형이 심했던 롯데는 후반기 문규현을 비롯한 하위 타선의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이대호 등 중심 타선과 조화를 이뤘다”며 “두산 또한 그동안 부진하던 오재원, 김재호 등이 되살아나며 강한 두산으로 돌아왔다. 완전체를 이룬 두 팀 간의 빅 매치(대결)이다 보니 어떤 결과가 나올지 흥미롭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9년 전 오늘(23일), 한국 야구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당시 국가대표팀에 소속돼 있던 이승엽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8회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우승의 발판을 놨다. 이전 경기까지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이승엽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의 세 번째 은퇴 투어가 열린 23일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9년 전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야구의 날’이기도 했다. 이날 이승엽은 은퇴 행사가 열린 넥센의 안방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차분히 올림픽 당시를 회상했다. “(준결승전) 홈런 전까지 너무 힘들었다. 마지막 타석의 홈런 하나가 나의 야구 인생을 연장시켰다.” 이어 준결승전 이후 흘린 눈물에 대해선 “울분이었다”라고 표현했다. 이날 이승엽은 은퇴 선물로 넥센 선수들의 메시지가 담긴 유니폼 액자를 전달받았다. 앞서 어린이 팬 30명에게 사인을 해준 이승엽은 경기 직전 경기장에 36번 유니폼을 입고 두 줄로 선 넥센 후배 선수들의 배웅을 받았다. 이승엽은 “은퇴까지 한 달여가 남았는데 은퇴 후에는 아침을 어떻게 시작할지 모를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위 KIA는 이날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의 안방경기를 7-5로 내주며 5연패에 빠졌다. KIA는 롯데와의 2연전을 모두 패해 이날 SK를 4-1로 꺾은 2위 두산과의 승차가 3.5경기로 좁혀졌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SK는 홈런을 빼면 승리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가 거둔 58승 가운데 홈런 없이 따낸 승리는 5승뿐이다. 그에 반해 2홈런 이상을 쳐낸 56경기에선 37승(19패)을 거둬 승률이 0.66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홈런을 2개 이상 쳐라’가 SK의 첫 번째 승리 공식이 됐다. SK는 홈런포가 잠잠해진 8월 승수 쌓기에 실패하면서 ‘가을 야구’와 멀어지는 듯했다. 16일까지 치른 13경기에서 SK가 뽑아낸 홈런은 단 11개. 경기당 홈런이 2개 미만으로 떨어지자 SK는 이 기간에 4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그 결과 당시(16일) 5위였던 넥센에 4경기 차로 벌어지며 5강 싸움을 벌이는 중위권의 끄트머리인 7위로 밀려났다. 17일 LG전부터 SK의 홈런 공장이 재가동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때부터 20일까지 3경기에서 SK는 최승준(3홈런)과 박정권(3홈런), 최항(1홈런)을 앞세워 홈런 7개를 쏘아 올리며 3승을 챙겼다. 덕분에 당시 4위 LG와의 격차를 2경기 이내로 좁히며 가을 야구를 다시 사정권으로 불러들였다. 잊고 있던 SK의 홈런 승리 공식을 되찾은 것이다. 이처럼 SK가 다시 ‘홈런 2개 승리 공식’을 가동하게 된 데는 8월 초·중반 부상으로 빠진 쌍끌이 홈런 타자 최정(38홈런)과 한동민(29홈런)의 빈자리를 메워줄 거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최승준과 박정권, 최항은 최근 네 경기에서 총 8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타선을 이끌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장사 파워를 자랑했던 최승준은 9일부터 1군 무대에 올라와 17일부터 22일까지 4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최정의 동생 최항 또한 형을 대신해 8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기용되며 19일 홈런을 때렸다. 여기에 가을마다 경기력이 급상승하는 박정권과 최근 회춘 모드로 돌입한 나주환까지 가세하며 SK의 홈런 공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홈런을 2개 이상 때린다고 승리하는 것은 아니었다. SK는 22일 두산전에서 경기 막판 6-10으로 역전패했다. 마무리 투수들이 9회 5점을 대량 실점한 탓이다. 불안한 불펜진 강화가 절실하다. SK는 고정 마무리가 없는 집단 마무리 체제로 불펜진을 운영하고 있다. 후반기에 돌아가며 SK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는 문광은, 김주한, 박정배가 거둬들인 세이브는 모두 합쳐 10개(후반기)밖에 안 된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다 보니 팽팽한 승부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SK는 올 시즌 2점 차 이내 승부를 벌인 46경기에서 20승(승률 0.435)을 거뒀다. 그나마 후반기 9경기에선 3승뿐이다. SK에 8월 남은 7경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포스트시즌으로 가는 분수령이다. 29, 30일 넥센과의 2연전 등을 빼곤 올 시즌 상대 전적이 좋은 삼성, 한화와 5경기를 치른다. SK로선 충분히 승수를 쌓을 수 있는 일정이다. SK가 최근 재가동된 홈런포를 유지하고 불안한 불펜진을 보완해 ‘가을 야구’에 합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