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다시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제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겠다”며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과 지난 주말 함께 한 것은 대단했다”며 “우리는 훌륭한 만남을 가졌고, 그는 매우 건강하고 좋아 보였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그를 곧 다시 보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짧은 트윗에서 굳이 건강을 언급한 것은 판문점 현장에 동행했던 미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이 최근 “김 위원장이 폐기종 환자처럼 가쁘게 숨을 쉬었다.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고 느꼈다”고 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고영도자의 건강 문제 언급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의 협상팀이 매우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만남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서두르지 않겠지만(no rush) 우리는 궁극적으로 거기(해법)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판문점 회동 장면을 웅장한 음악과 함께 편집한 동영상을 트윗에 올렸다. 백악관도 이날 공식 홈페이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함께 북한 땅으로 넘어가는 32초 분량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와 대화파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써부터 나타날 조짐이다. ‘대화파’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일단 힘이 실렸지만, 미국 측의 일부 양보가 불가피한 ‘유연한 접근’ 방안을 놓고 내부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협상 실무팀이 북한 핵시설의 ‘동결’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협상 아이디어를 검토 중이라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한 반응이 대표적이다.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 트위터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참모진이나 나는 논의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며 “이는 대통령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려는 누군가의 시도”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에 동행하지 못한 채 몽골로 쫓겨나듯 떠난 뒤 이런 트위터를 올렸다. 워싱턴포트스는 이날 “볼턴의 발언은 NSC에서 관련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일 뿐, 회의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 모르게 국무부 내 협상팀에서 핵동결이 논의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볼턴 보좌관의 몽골 방문을 두고 사임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57년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정적이자 스탈린주의자였던 바체슬라프 몰로토프 외무장관을 제거하기 위해 몽골 주재 대사로 보낸 이후 국제 정치무대에서는 고위관리의 예기치않은 몽골행은 곧 ‘지옥행(퇴진)’을 의미한다는 공식이 자리잡았다. 핵시설 동결에 대한 전문가 반응은 부정적이다. 비핵화의 최종상태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시설의 폐기가 아닌 동결은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해주는 ‘스몰딜’ 수준의 후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비건 대표는 “완전한 억측”이라며 NYT 보도를 부인했다. 국무부 대변인실도 언론의 질의에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조기 수확(early harvest)’을 위해 북한과 딜 범위와 내용을 놓고 미국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CNN방송에 “동결은 늘 검토돼왔던 카드”라며 “중요한 것은 무엇을 동결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동결을 검증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 의회는 대북제재 법안을 발의하며 대북 고삐를 죄고 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 코리 가드너 위원장과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간사는 지난달 28일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부과 기준을 확대하는 내용의 대북제재 강화 법안을 발의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이 북한의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접근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핵 동결은 사실상 현상 유지로 북한을 암묵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NYT는 ‘새 협상에서 미국이 북핵 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으로부터 영변 핵시설 이상의 것을 받아내고 북한이 핵물질을 더는 생산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동결하도록 하는 새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최대치’를 요구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동결을 첫 행보로 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검토 중이라는 것. 이를 위해 핵심 핵시설 몇 개만 추려 폐쇄하고 기타 핵시설과 핵탄두 등에 대해서는 ‘현상 유지’를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NYT는 “미국 협상팀은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폐기하겠다고 했던 영변 핵시설의 물리적 경계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접근법은 20∼60개로 추정되는 기존의 핵무기를 없애지는 못하며, 북한의 미사일 능력도 제한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미국의 북핵 협상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에 대해 “완전한 추측”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트위터에서 NYT 기사를 언급하며 “국가안보회의(NSC) 참모진이나 나는 북한의 핵 동결 수준에서 합의하는 것을 논의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대통령을 옴짝달싹 못 하게 제한하려는(to box) 누군가의 시도”라며 “응분의 대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깜짝 회담’이 마무리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르면 이달 중순 재개될 비핵화 실무협상으로 옮겨 가고 있다. 관건은 대화 테이블에 어떤 카운터파트가 마주 앉을지다. 미국 쪽은 북한의 집요한 교체 요구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라인이 유지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나에게 협상팀에 대한 책임을 맡겼다”며 “(북-미) 양측이 각자의 협상 대표를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대표가 나를 대표해 협상할 것”이라며 비건의 실무협상팀에 힘을 실어줬다. 한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 3주 내에 실무협상 개최에 합의하면서 ‘카운터파트를 정하고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린 이미 비건 대표로 정했다’고 못 박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한 실무협상단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판문점 회담 직후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의 카운터파트는 외무성”이라고 확인했지만 인물을 특정하진 못했다. 특히 비건과 마주 앉을 실무협상 대표가 미정이다. 일각에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재등판을 점치고 있지만 올해 초 스웨덴 스톡홀름 남북미 북핵 수석대표 회담 때보다 격상된 최선희가 직접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도 오랫동안 협상 최전선에 있었던 최선희를 대체할 후임을 찾지 못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탁된 ‘뉴페이스’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수석대표는 불투명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건재함을 과시한 리용호 외무상과 ‘김정은의 입’ 최선희가 향후 비핵화 협상의 주축이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리용호가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비핵화의 큰 그림을 구축한다면 대미 협상에 특화된 최선희가 예전의 김계관 부상이나 강석주 전 외무성 제1부상(1939∼2016년) 같은 실무협상의 컨트롤타워를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노이 회담까지 비핵화 대화를 책임졌던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이 물러나고 외무성이 카운터파트로 등극한 데 대해 미국은 속으로는 반기고 있다. 김영철보다 외교관인 최선희나 리용호가 유연한 접근이 가능한 상대라는 평가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평양에 “협상 파트너에서 김영철을 빼 달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발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외무성 라인은 결코 녹록지 않은 협상 상대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과의 핵 협상을 20여 년 진행해 온 외무성이 협상 노하우를 바탕으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비핵화 ‘빅딜’ 요구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미 외교 간판’이었던 강석주 전 부상 밑에서 대미협상 전략을 배운 최선희는 그런 점에서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최종 결정은 김정은이 하지만 그의 위임을 받고 협상에 임하는 대미 라인은 지금의 국무부 대북 담당자들보다 경험이 풍부하다.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실무협상이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면서 기대만큼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은 판문점 회담 직전까지도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실무 협상자들을 맹비난했고, 한국을 향해서도 “참견 말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북한을 향해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는 유지된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상황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7월의 어느 때에, 아마도 2, 3주 내에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협상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팀들이 모여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매체들도 “생산적인 대화들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미가 2월 하노이 합의 결렬 이후 중단됐던 비핵화 논의를 4개월여 만에 재개하겠다고 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판문점 3차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으며,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기회를 얻게 됐다”고 했다. 판문점 회담에서 북-미가 비핵화에 대한 공통된 합의에 도달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한미 정상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노동신문도 이날 “(북-미 정상은 회담에서)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 나가며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와 조미(북-미)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북-미 정상이 톱다운 동력으로 실무협상 재개에 불을 붙였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핵 협의는 그동안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영변 플러스알파(+α)와 같은 북핵 폐기의 범위와 검증, 이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규모와 순서 등을 놓고 다시 한번 치열한 기 싸움이 예상된다. 이런 까닭에 문재인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 및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참모들에게 “들뜨지 말라”며 차분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깜짝 회동’이 마무리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르면 이달 중순 재개될 비핵화 실무 협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양국 정상의 역사적 만남이 ‘1회성 리얼리티 쇼’로 끝날지 아니면 ‘비핵화 시계 재가동’의 신호탄이 될지의 승부는 실무협상에 달려 있다. 판문점 회담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우리의 카운터파트는 외무성”이라고 확인했다. 김 위원장과 함께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낸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이 주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대좌하게 될 실무협상팀 대표로 누가 나올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쪽은 북한의 집요한 교체 요구에도 폼페이오-비건 라인이 유지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나에게 협상팀에 대한 책임을 맡겼다”며 “(북-미) 양 측이 각자의 협상 대표를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대표가 나를 대표해 협상할 것”이라며 실무협상팀에 힘을 실어줬다.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판문점에 가지 않고 몽골로 떠나면서 향후 대화파인 비건이 ‘유연합 접근’을 중심으로 대화 재개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비핵화 협상 진전이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김 위원장의 백악관 방문도 성사될 수 있다. 다만 실무 협상이 기대만큼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이 영변 ‘플러스 알파’를 내놓을지, 미국이 일부라도 제재를 완화할지 등을 놓고 양 측이 벌여온 팽팽한 입장차는 아직 좁혀질 기미가 없다. 북한은 심지어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해서도 이 과정을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은 판문점 회동 직전까지도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실무 협상자들을 맹비난했고, 한국을 향해서도 “참견 말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북한을 향해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는 유지된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행할 것”(폼페이오)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타고난 쇼맨(a showman by nature)이자 드라마틱한 순간을 즐기는 (TV쇼) 전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을 지켜본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가시철조망과 무기로 무장된 군사분계선에서 66년 만에 북-미 두 정상이 처음으로 두 손을 맞잡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거대한 리얼리티 쇼였다.○ 재선 캠페인 위한 ‘리얼리티 쇼’ 연출 미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비무장지대(DMZ) 회동 소식을 일제히 온라인 헤드라인 뉴스로 전했다. CNN은 “미국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무장된 국경을 넘어 북한에 갈 것이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그러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외교 스타일, 연극을 조율하는 그의 재능과 맞물려 가능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오늘 회담이 실제 변화의 계기가 될지 논쟁의 여지가 있을지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관계에 ‘상전벽해(sea change)’의 변화가 있는 건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의 ‘세기적 만남’을 구상한 것이 2020년 대선 캠페인 활용을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NYT는 “트럼프의 재선 캠프는 DMZ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트럼프 대통령의 ‘피스 메이커’ 역할을 부각하는 대표적 성과로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첫 TV토론을 열며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고자 했지만 이 역시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번 회담은 차기 대통령직을 노리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비추어졌던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려놓았다”고 평했다.○ 회담 긴급 타전한 외신…교황 “평화 진전” 일본 NHK는 이날 오후 2시 40분경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할 때부터 생중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여야 대표 토론회에서 “오늘 (사실상의) 북-미 정상회담이 행해졌다”며 “최후에는 내가 김 위원장과 마주 보고 (납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의를 갖고 있다”며 북-일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과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등도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에서 신속히 속보로 전했다. 신화통신은 “국제관계 역사에서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지난 몇 시간 동안 우리는 한국에서 만남 문화의 좋은 사례를 보았다”며 “이 같은 중요한 행동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한 평화로 가는 길에서 한 단계 진전을 이루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DMZ 드라마, 위기이자 기회” 이번 DMZ 회동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놓여 있던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 선전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DMZ 회담은 김 위원장이 핵 문제에서 내준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즉흥적인 회담으로 (미국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합의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아직도 그들이 의미하는 ‘비핵화’가 무엇인지 분명히 표현하지 않았다”며 “북한 협상가들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하도록 허가를 받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김 위원장이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는 상상도 못했던 ‘세계적인 인정’을 얻었다”며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얻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 도쿄=박형준 특파원}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1일 차 TV토론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미 행정부의 전직 고위당국자와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물밑에서 출렁거리는 북-미 정상회담 재개 조짐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물어볼 참이었다. 그런데 웬걸, 이야기는 미국 대선으로 자꾸 흘러갔다.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가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이유가 뭔지, 왜 민주당 후보들의 정책이 사회주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고령의 대선 주자들과 젊은 부통령 간의 조합은 어떻게 이뤄질지 등에 대한 그의 ‘강의’가 이어졌다. 북한 쪽으로 다시 논의 초점을 옮기려는 기자에게 그는 대뜸 “토론회 질문 과정에서 북한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것 보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고 보니 대선주자 토론회 질문에 북한은 없었다. 불법이민자, 건강보험 같은 것들로 2시간이 채워졌다. 앞으로 이어질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북한이 이슈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북한은 전쟁이 나는 정도라야 이슈가 되겠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재선 출정식과 이틀간에 걸쳐 진행된 민주당 후보들의 TV토론회를 기점으로 미국은 이미 재선 캠페인 모드에 돌입했다. 이번 TV토론회를 지켜본 시청자 수만 1810만 명. 특히 TV토론 이틀째 벌어진 주요 후보들 간의 치열한 설전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확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지지율 1위를 달려온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성이 휘청거리는 대신 그를 공격한 흑인계 여성후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 민주당의 역동적인 선거 드라마를 보여주는 장면에 워싱턴은 환호하는 분위기다. 주요 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나는 지금 일본에 있는데, 졸린 조(Sleepy Joe)나 미친 버니(Crazy Burnie)에게 그다지 좋은 날이 아니었다고 들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글로벌 경제와 중동 정세, 미중 무역협상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G20 정상들과의 회담이 이어지는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조차 그의 관심이 온통 선거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뿐이랴.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에 모인 주요국 정상들의 눈길도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TV토론이 벌어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쏠렸다고 한다. 미국의 정권교체를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현직 대통령의 재선을 전제로 트럼프식 외교안보 정책에 맞춰가야 할지를 판단할 분기점에 서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5명의 후보가 펼치고 있는 민주당의 경선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굳어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취임 초기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설에 시달리던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조차 마무리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던 정상들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가 재선되는 시나리오에 맞춘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필요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그의 좌충우돌식 외교 정책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4년 더’ 가능성을 대비할 시점은 바로 지금부터인 것 같다.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정전협정 66년 만에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기까지 양국 간 물밑접촉은 은밀하고 숨 가쁘게 이뤄졌다. 당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비무장지대(DMZ) 회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사흘 전만 해도 불투명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수행차 먼저 한국에 도착해 있던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 역시 DMZ 사전 답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파악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트럼프 대통령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출국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달 29일 오전 7시 51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방한 계획을 알리며 “만약 이걸 김 위원장이 본다면, DMZ에서 만나 악수하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깜짝 제안을 하면서다. 북한은 즉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약 5시간 후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양국 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우리는 이와 관련한 공식 제기를 받지 못했다”며 사실상 공식협상 제안을 촉구했다. 이후 비건 대표를 포함한 백악관, 국무부 대북정책 담당 인사들이 움직였다. 예정에 없던 판문점 실무접촉에 앞서 북-미 양측은 유엔사와 북한군 간의 직통 전화로 서로의 진의를 파악했다. 비건 대표 측은 최선희 부상 담화가 공식 문서를 필요로 한다는 뜻인지를 물었고 북측이 호응하면서 실무접촉 채비에 나섰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약 4개월 만에 실무협상이 재개된 것이다. 오후 3시 45분쯤 숙소인 하얏트호텔을 떠났던 비건 대표는 이날 밤 청와대 상춘재 환영 만찬에 나타나지 않았다.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마찬가지였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과 접촉할 수 있었던 시간대는 이때가 유일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긴급하게 북-미 실무진 간 접촉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만찬에서 돌아온 이후인 오후 10시가 넘어 앨리슨 후커 백악관 NSC 한반도 보좌관과 함께 복귀했다. 비건 대표는 그의 카운터파트로 알려진 최선희 부상이 아닌 다른 외무성 고위 관계자를 만나 DMZ 회동을 공식 제안하는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동선과 의전을 최종 조율할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도 배석했을 것으로 보인다. 긴박했던 양측은 30일 이른 새벽 북측의 최종 회신으로 DMZ 회동을 확정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만 하루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위원장과의 단독 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기자단을 만나 “김 위원장이 24시간도 안 돼 그렇게 빨리 통보(a quick notice)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북-미 3차 정상회담은 사실 이전부터 추진돼 온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익명의 정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 답장을 보낼 때 DMZ를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미 일각에서는 즉흥적인 제안과 회담 형식마저 사전에 철저히 기획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오전 “오랫동안 계획해 왔다(long planned)”며 비무장지대 방문 계획을 언급했고, 주초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미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인터뷰에서 DMZ 방문에 대해 “(방한 때) 내가 갈 곳은 한 곳”이라며 ‘만약 김정은이 제안한다면 그곳에서 만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뒤늦게 전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1일차 TV토론 다음날인 27일, 미 행정부의 전직 고위당국자와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물밑에서 출렁거리는 북-미 정상회담 재개 조짐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물어볼 참이었다. 그런데 웬걸, 이야기는 미국 대선으로 자꾸 흘러갔다.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가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이유가 뭔지, 왜 민주당 후보들의 정책이 사회주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고령의 대선주자들과 젊은 부통령 간의 조합은 어떻게 이뤄질지 등에 대한 그의 ‘강의’가 이어졌다. 북한 쪽으로 다시 논의 초점을 옮기려는 기자에게 그는 대뜸 “토론회 질문 과정에서 북한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것 보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고 보니 대선주자 토론회 질문에 북한은 없었다. 불법이민자, 의료보험 같은 것들로 2시간이 채워졌다. 앞으로 이어질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북한이 이슈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그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북한은 전쟁이 나는 정도라야 이슈가 되겠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재선 출정식과 이틀간에 걸쳐 진행된 민주당 후보들의 TV토론회를 기점으로 미국은 이미 재선 캠페인 모드에 돌입했다. 이번 TV 토론회를 지켜본 시청자 수만 1810만 명. 특히 TV토론 이틀째 벌어진 주요 후보들 간의 치열한 설전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확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지지율 1위를 달려온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성이 휘청거리는 대신 그를 공격한 흑인계 여성후보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 민주당의 역동적인 선거 드라마를 보여주는 장면에 워싱턴은 환호하는 분위기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나는 지금 일본에 있는데, 졸린 조(sleepy Joe)나 미친 버니(Crzay Burnie)에게 그다지 좋은 날이 아니었다고 들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글로벌 경제와 중동 정세, 미중 무역협상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G20 정상들과의 회담이 이어지는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조차 그의 관심이 온통 선거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뿐이랴.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에 모인 주요국 정상들의 눈길도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TV토론이 벌어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쏠렸다고 한다. 미국의 정권 교체를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현직 대통령의 재선을 전제로 트럼프식 외교안보 정책에 맞춰가야 할지를 판단할 분기점에 서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5명의 후보가 펼치고 있는 민주당의 경선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굳어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취임 초기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설에 시달리던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조차 마무리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던 정상들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가 재선되는 시나리오에 맞춘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필요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그의 좌충우돌식 외교 정책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4년 더’ 가능성을 대비할 시점은 바로 지금부터인 것 같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방문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북-미 정상 간의 ‘깜짝 만남’이 DMZ에서 성사될 경우 교착 상태에 놓여있던 양측의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 트위터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포함해 몇 개의 매우 중요한 회담을 마친 후 일본을 떠나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으로 갈 것”이라며 “거기에 있는 동안 김 위원장이 이를 본다면 나는 DMZ에서 그를 만나 손을 잡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DMZ에서 나와 악수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속을 떠본 것(put out a feeler)”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김정은)가 만약 거기에 온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2분 동안 만나는 게 전부겠지만 그래도 좋을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금 그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북한에 없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이 만남을 원하면 난 DMZ로 갈 것”이라며 재차 만남의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 동안 DMZ를 방문해 비핵화 협상 진전을 촉구하는 등 대북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DMZ에서 연설할 때 김 위원장이 깜짝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친서에 담긴 ‘흥미로운 내용’이 DMZ에서의 만남 제안에 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백악관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 및 한국 방문 일정에 대한 전화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을 부인했다. 다만 그는 “어쩌면 다른 형식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확정된 일정이 아닌데다 DMZ에서의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해 사전에 면담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서 이와 관련된 북-미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찾아 연설을 진행할 경우 김 위원장이 실제 DMZ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는 않더라도 두 정상의 친분을 확인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하는 수준의 짧은 만남에는 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길 바라는 우리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비핵화 협상이 다시 꿈틀대는 상황에서 “영변 핵시설의 폐기가 비핵화의 되돌릴 수 없는 단계”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외교가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백악관은 즉각 우려의 뜻을 내비쳤고, 청와대도 수습에 나섰다. 앞서 문 대통령은 26일 국내외 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 발언을 접한 백악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과) 생각이 같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실질적 비핵화 진전 없이는 어렵다는 기존 입장에서 바뀐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도 26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목록이나 신고가 없는 상황에서 영변 핵 폐기를 핵 프로그램 폐기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하루 만에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영변 핵 폐기는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해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드는 입구”라며 “영변 비핵화가 곧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청와대는 북핵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그간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상태(end state)에 대해서는 한미 간 의견이 일치한다”고 강조해왔다. 비핵화 협상의 최종 목표에 대해 북-미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영변 핵시설의 폐기가 비핵화의 되돌릴 수 없는 단계”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26일 발언은 비핵화 목표에 대한 백악관과 청와대의 이견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백악관과 워싱턴 외교가에서 즉각 우려의 뜻을 밝힌 것도 비핵화 협상이 다시 시작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백악관은 비핵화 협상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려면 북한이 영변 외에 ‘플러스알파’를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27일 “문 대통령의 발언은 자칫 영변밖에 내놓을 수 없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대북 협상에 참여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26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와 공유하고 있는 입장인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으로서 의견을 표출할 권리는 당연히 있지만, 그런 발언을 하기 전에 미국과 협의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청와대도 곧바로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영변 핵 폐기는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해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드는 입구”라며 “영변 비핵화가 곧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 인터뷰에는) 어느 단계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간주할 것인지가 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나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날 해명이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한 일시적 조치일 뿐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도 여전하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핵심 외교 참모인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한 포럼에서 “영변에는 핵 관련 시설이 300개 있는 걸로 추정되는데 북한 핵 시설의 60∼70%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이는 가장 최근 영변 핵시설을 참관했던 미 핵 과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의견”이라며 전날 문 대통령의 언급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 정보당국이 헤커 박사에게 ‘영변 핵시설 능력을 과장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27일 담화를 내고 “조미(북-미) 대화의 당사자는 우리(북한)와 미국이며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연락할 일이 있으면 이미 가동되고 있는 연락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라며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것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의 비핵화 촉진자론을 일축하면서 미국과 직거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이지훈 기자}

미국 국무부의 한국 담당 실무책임자인 한국과장에 앤절라 커윈 주한 미국대사관 총영사가 내정됐다. 26일(현지 시간) 국무부에 따르면 현 조이 야마모토 한국과장이 다음달 퇴임하고, 후임으로 커윈 총영사가 부임할 예정이다. 커윈 총영사는 멕시코 내 총영사관을 거쳐 2017년 주한미국대사관으로 자리를 옮겨 총영사로 승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 협상에 의미 있는 진전을 보려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이외의 ‘플러스 알파’를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를 바꿀 만한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의 진입을 의미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단에 대한 워싱턴 내 반감은 상당하다.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차관보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공약했고 이는 공개 비공개 여부를 떠나 모든 핵 시설을 의미 한다”며 “북한은 이와 관련된 우리(미국)의 기대치를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영변 외의 추가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강조한 것.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도 “핵 과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에게 미 정보당국이 ‘북한 영변 핵시설 능력을 과장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헤커 박사는 그동안 영변 핵 시설이 북핵 능력의 70~80퍼센트에 해당된다는 주장을 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아시아를 방문하는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G20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나는 다른 많은 사람과 만날 것이다. 그와는 아닐 것(안 만날 것)”이라며 이를 확인했다. 다만 그는 “다른 방식으로(in a different form) 그와 이야기할지도 모른다”며 여지를 남겼다. 제3자나 추가 친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소통하는 방식 외에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판문점 등에서 북한 측과의 물밑 소통을 진행할 가능성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면 엄청나고 압도적인 힘과 마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반발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백악관이 정신장애가 있다”고 비난한 것에 대한 반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란의 무지하고 모욕적인 발언은 그들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압도적’이란 뜻은 (이란) ‘말살(obliteration)’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은 미국의 군사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2년간 미국이 국방에만 1조5000억 달러를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이란과 전쟁이 벌어지면 출구 전략이 있느냐’고 묻자 “출구 전략이 필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란 경제 악화를 언급하며 “(이란이 협상에 나서면) 상황이 매우 쉽고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가 시작된 후 이란에서는 약 300만 명이 실업 상태다. 물가상승률은 30%를 넘어섰고 화폐가치 하락, 생필품 부족 등도 심각하다. 거듭된 민생고에 지친 데다 이란 정부의 무기력함에 분노하는 이란인도 상당수로 알려졌다. 미 고위 관계자들은 중동 우방국과 대응책을 논의하며 이란 압박을 이어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러시아, 이스라엘과의 고위급 안보회의를 열었다. 그는 회담 후 ‘이란이 2015년 서방과의 핵합의에 명시된 저농축 우라늄 보유 한도 300kg을 넘으면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 이란이 저장 한도를 무시하면 정말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은 지난달 8일 저농축 우라늄 및 중수(重水) 보유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알리 샴하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다음 달 7일까지 유럽이 핵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2단계 조치를 단행하겠다”며 저농축(3.67%) 우라늄의 농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해외 은행에 수십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세계 지도자와 달리 하메네이 등 이란 지도자는 제재 대상이 될 만한 자산이 없다”며 미국 제재 무용론을 주장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어느 시점이 되면(at some point)’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되 북한의 대화 복귀도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를 언급하며 “멋진 편지가 오갔다. 두 통의 우호적 편지였다. 우리는 매우 잘 지낸다”고 말했다. ‘(친서에) 추가 만남에 대한 언급은 없었나’라는 질문에는 “아마 있었을 수 있다. 어느 시점엔가 우리는 그것(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논의가 오갔지만 누구의 친서에 회담이 언급됐는지, 정확히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밝히지 않은 애매모호한 답변이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던 11일에도 “긍정적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회담이 열릴 수 있지만 추후에 (하게 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미국은 실무협상을 먼저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있어야만 3차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24일 한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29, 30일 예정된 방한 기간에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확인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북) 적대감을 가진 정책 작성자들로는 비핵화 협상이 어렵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비난했다. 양측의 신경전이 상당해 실무 접촉 재개에 상당기간이 걸릴지 모른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다만 국무부는 북한과의 협상 재개에 대한 전제 조건이 없다는 뜻을 거듭 나타내고 있다. 27일 방한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과의 접촉할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이란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엄청나고 압도적인 힘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란이 미국의 추가 제재에 반발하며 “백악관이 정신장애가 있다”고 비난한 것에 발끈해 내놓은 경고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란의 매우 무지하고 모욕적인 발언은 오늘날 그들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며 “어떤 지역에서는 압도적이라는 것은 말살(obliteration)을 의미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이란이 알아야 할 것은 미국의 군사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점”이라며 지난 2년 간 미국이 국방 분야에만 1조500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모욕적 발언’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국영방송으로 중계된 내각회의에서 “백악관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고 비난한 것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지도부는 미국이 앞서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 혁명수비대 장성 8명에 경제 제재를 가한 것을 거칠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이란과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출구전략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출구 전략은 필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만약 그들이 원한다면 협상을 할 수 있기를 우리는 바란다. 솔직히 말하면 이란을 협상을 빨리 진행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면서도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했다. 이란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란이 협상에 나서면) 매우 쉽고 매우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파 참모진은 중동의 우방국과 이란 대응책을 논의하며 경고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예루살렘에서 열린 러시아, 이스라엘과의 고위급 안보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핵합의에 명시된 저농축 우라늄 저장한도 300㎏을 넘을 경우 군사적 옵션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 저장한도를 무시할 경우 정말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다면 2017년 가려고 했던 때와는 크게 달라진 DMZ 및 공동경비구역(JSA)을 보게 될 겁니다. DMZ는 더는 긴장과 대결의 상징이 아닐 겁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61·사진)은 2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 가능성에 대해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군사적 긴장감이 크게 완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는 한미 양국과 유엔군사령부가 함께 협력한 결과이자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열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기 직전 방문하려고 했던 그곳의 긴장감이 얼마나 높았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2016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지한파’ 브룩스 전 사령관이 퇴임 이후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KF)의 코리아체어 10주년 기념행사인 한미 전략포럼의 패널로 등장한 그는 한미 군사동맹과 북핵 등 현안에 관한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DMZ 방문을 시도할 때 상황이 어땠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으로부터 예정에 없던 DMZ 방문 제안을 받고 참모들 사이에서는 가야 할지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었다. 그는 ‘내가 가야 하느냐’고 물었고, 나는 ‘네, 가셔야 합니다. 직접 보시면 (DMZ 방문 직후 예정된) 한국 국회 연설에도 더 힘을 실어주게 될 겁니다’라고 권했다. 당시 짙은 안개 때문에 헬기가 뜨지 못한 채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국회 연설까지 시간을 점검하기 위해 수도 없이 시계를 봤다. 간신히 출발했던 헬기가 기상 악화 때문에 결국 10여 분 만에 방향을 돌렸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실망했다. 매우 좌절스러운 순간이었다.” ―당신은 지난해 9월 남북 군사합의 조율 과정에도 참여했다. 남북 군사합의가 북한 목선 남하 등으로 불거진 대비태세 약화 논란을 초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정책을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와 군사적 현실은 분리해야 한다. 누군가의 실수 혹은 책임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지 전체 (감시) 체계나 기능 차원에서 볼 문제는 아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그러면서 ‘군사 외교(military diplomacy)’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미 군사당국이 기존의 대북 압박을 유지하되 북한 군 당국과 유해 송환 및 남북 군사합의 등을 놓고 직접 소통하며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를 잊지 말라는 것이었다. ―과거 한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도에서 사라지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언급은 대통령의 말이었다.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당시 내 발언은 지금도 변함없다. 다만 어떤 선택이 우선순위에 있는지는 상황마다 다르다. 현재 군사 대응의 필요성은 줄어든 상태라고 본다. 압박만큼 대화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7년 북한의 잇단 도발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언급으로 대응할 당시 북한과 전쟁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가능성은 얼마나 컸나. “당시 고조됐던 긴장 수위나 군사적 준비 상황 등을 생각해보면 전쟁에 가까워져 있었던 게 맞다. 그러나 미국이나 한국, 북한, 유엔은 물론이고 주변국이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호막’도 함께 작용하고 있었다.” ―최근 북-미 간 변화 조짐이 보인다. 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까.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면이 크게 손상됐다. 북한으로서는 체면을 살리기 위한 일련의 단계와 과정이 필요했다. 5월 두 차례의 미사일 발사로 도발 역량을 과시하고, 주체사상을 앞세워 주민들을 단속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과정을 통해 김 위원장의 ‘체면 세우기’가 완료된 것으로 평가한다. 이제는 잠겼던 (협상) 문이 다시 열리고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녹기 시작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이 ‘핵 포기’란 전략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그는 경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 경제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현 상태를 다음 세기에도 이어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북한에 그리 좋은 친구가 아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이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 있는데…. “어떤 결정이든 동맹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며 미국이 검토하는 그 어떤 것도 한국 정부와 조율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감축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에 연관된 문제가 아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식 배치가 늦어지는 문제는 어떤가. “장병들의 생활환경 문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무기는 6기가 예정대로 배치됐다. 사드는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한 방어 시스템이고,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당시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중국의 보복은 경제라는 무기를 앞세운 ‘공격’이었다. 중국이 역사적으로 해오던 전형적 수법이었고, 중국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한국이 중국의 그런 공격을 견뎌낸 것을 동맹국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서 화제가 됐다. 어떻게 가사를 외웠는가. “처음에 부를 때에는 한국어 가사가 행사장 대형 화면에 떠 있어서 그걸 보고 불렀다. 그런데 다음 날 신문에 나더라(웃음). 이후에는 가사를 볼 필요가 없도록 외우고 공부했다. 어느 행사에 가도 한국인들은 애국가를 부른다. 그런 모습을 존경한다. 모두가 애국가를 합창하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피부가 곤두서는 전율을 느꼈다.” 지한파 인사인 브룩스 전 사령관은 ‘박유종’이라는 한국 이름을 받은 과정을 설명하다가 기자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박유종입니다”라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당시 스님들이 한국 이름을 지어줬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한국에 대한 깊은 사랑(deep love)을 느낀다. 짧은 시간에 발전과 번영을 이뤄낸 한국에 존경과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1958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출생△1980년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졸업. 한국, 코소보 등에서 복무, 합동참모본부 및 중부사령부 등 근무△2013년 미 육군 대장△2013년 7월∼2016년 4월 미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2016년 4월∼2018년 11월 주한미군사령관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기대를 모았던 북-미 정상 간 접촉과 남북정상회담은 결국 이달 내엔 열리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교환’이 공개되면서 비핵화 대화 재개를 내다보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오지만 당분간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한미 당국의 입장이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및 방한 일정을 설명하는 콘퍼런스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최근 거론되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판문점 접촉 가능성을 공식 부인한 것.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며 “북한 및 한미동맹에 대해 논의할 것이고 이틀간 다뤄야 할 분야가 많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물론 외교부도 북-미 정상 접촉 가능성을 낮게 봤다.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북-미 접촉 가능성에 대해 “뭐든 가능한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1박 2일인데 시간적 제약을 생각했을 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좀 더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가 꾸준히 북한에 제안했던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도 자연스레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 이전 남북 정상회담 개최는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물리적으로 가능한 측면도 이전 사례를 보면 있지만, 현 시점에 그런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북한과의 접촉은 차제로 미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30일경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연설을 진행하고, 이 자리에서 북한의 ‘밝은 미래’를 언급하며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와 관련해 이란의 핵 포기를 촉구하며 “잠재적으로 경이로운 미래를 갖고 있다”고 말한 뒤 “나는 북한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북-미 대화의 재개가 머지않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 전략포럼 행사에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뭔가 기류가 바뀌고 있다. 머지않아 북-미 고위급 회담 재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패널로 나선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최근 8개월간 알려지지 않은 김정은의 친서가 5통 더 있다는 말도 있다”고 말한 뒤 “북-미가 서로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는데 이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앞선 ‘친서 교환’ 공개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로 6·25전쟁을 기념한 사설과 10여 개의 특집기사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미국에 대한 경고를 날렸다. 신문은 사설에서 핵보유국인 미국을 재래식무기만으로 상대했던 69년 전보다 북한의 국력이 “비할 바 없이 강해졌다”며 “미제는 오늘의 우리 공화국의 국력과 정세를 오판하지 말아야 하며 옳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분별 있게 행동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