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식

박해식 기자

동아닷컴 팩트라인팀

구독 181

추천

건강한 사람이 챔피언. 여러분의 건강한 하루를 위해 ‘피와 살’이 되는 건강 정보를 발굴해 전달하겠습니다.

pistols@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건강98%
보건2%
  • 테스토스테론 높은 남성, 체취로 타인에 ‘지배적’ 이미지 풍겨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성일수록 타인에게 ‘더 지배적이고 강한 남자’로 인식되는 냄새를 풍기는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국제 학술지 에 논문을 발표한 캐나다·영국 공동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남성 74명을 대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하고, 이들에게 일정 기간 면 티셔츠를 착용케 해 체취가 옷에 배게 했다. 이후 797명의 다른 남녀 참가자들에게 티셔츠의 냄새를 맡은 후 냄새의 인상을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 항목에는 지배성(dominance), 공격성, 매력도, 친근감 등이 포함됐다.그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았던 남성의 체취는 그렇지 않은 남성의 체취보다 일관되게 ‘더 지배적’ 또는 ‘권위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체취가 반드시 좋거나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냄새가 주는 사회적 신호(social cue)가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연구진은 애초 여성의 후각 능력이 더 뛰어나고, 짝짓기와 연결해 더 강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성별에 따른 조절 효과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연구진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지위를 두 가지 전략으로 구분한다.첫 번째는 지배(dominance) 전략으로, 위협, 힘, 강압 등을 통해 자원(resources)이나 순응을 얻는 방식이다.두 번째는 위신(prestige) 전략이다. 위신은 기술, 지식, 지혜를 갖춘 사람에게 타인이 자발적으로 존경을 표하는 형태다.두 전략 모두 높은 지위로 이어지지만, 표현되는 방식은 다르다. 지배는 공격적 자세나 낮은 목소리 톤과 관련되고, 위신은 자신감과 사회적 연결성과 연관된다.흥미롭게도 위신과 테스토스테론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위신은 문화적 요소가 강하고, 생물학적 신호보다는 사회적 행동으로 표현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연구진은 체취가 ‘지배적’으로 느껴진다고 해서 실제 성격이나 행동이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이번 연구는 인간이 체취의 미묘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으며, 이러한 냄새가 타인의 지배성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효과는 작고 섬세한 영향이며, 일상에서는 다른 사회적 신호가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연구진은 강조한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24
    • 좋아요
    • 코멘트
  • 운동+식단 병행해야 내장지방 잡는다…케임브리지 7년 추적 연구

    식단 개선과 신체 활동 증가를 함께 실천하는 것이 체중 증가, 특히 건강에 매우 중요한 내장지방 증가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식단 질 향상과 신체 활동 증가는 각각 독립적으로 체지방 증가 억제와 관련이 있었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개선했을 때 가장 큰 이점이 나타났다.체지방은 신체 곳곳에 저장되는데 저장 위치에 따라 유해성이 다르다. 피하지방은 피부 아래에 저장되며 내장지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건강한 지방으로 간주한다. 반면 내장지방은 복부 장기 주변에 쌓이며 제2형 당뇨병, 지방간, 심장병 등과 같은 만성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연구진은 영국 성인 7256명을 7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시작 시점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는 49세, 추적 조사 시점엔 56세였다. 시작 시점과 7년 후 두 번에 걸쳐 착용형 심박·활동량 측정기를 사용하여 참가자들의 신체 활동 에너지 소모량을 72시간 이상 측정했다.또한 식품 섭취 빈도 설문지를 사용해 지중해식 식단 패턴 준수 정도를 파악해 식단의 질을 평가했다. 지중해식 식단은 과일, 채소,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유 섭취를 중심으로 하고, 생선·가금류·달걀·유제품은 적당히, 붉은 고기와 단 음식은 되도록 적게 먹는다.연구진은 두 시점에서 저강도 X-레이 촬영을 활용해 체지방량과 체지방 분포(뼈·근육·제지방 포함)를 측정하고, 초음파로 지방간 질환 발생 여부를 평가했다.연구 결과, 식단 질 개선과 신체 활동 에너지 소모 증가는 독립적으로 체중, 전체 체지방, 피하지방, 내장지방 증가 억제 및 지방간 발생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식단과 신체 활동을 동시에 개선했을 때 체지방 감소 효과가 가장 컸다. 한 가지만 개선했을 때는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예를 들어, 식단과 활동 수준 모두를 개선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7년 동안 전체 체지방이 평균 약 1.9㎏ 적게 늘었고, 내장지방은 약 150g 덜 증가했다. 이는 연구 시작 시점 체지방의 약 7%, 내장지방의 약 16%에 해당한다.체질량지수(BMI)를 보정한 후에도 식단과 활동량 변화는 내장지방 변화와 유의하게 연관됐다. 하지만 피하지방과 관련성은 사라졌다. 이는 내장지방이 건강행동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시사한다.에 실린 논문의 제1 저자인 샤얀 아리안네자드(Shayan Aryannezhad)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사람들은 체중 변화를 이야기할 때 흔히 체중계 숫자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체중 변화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첫째,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같은 대사질환 위험을 고려할 때는 체중이 아니라 체지방량을 봐야 한다.둘째, 지방은 신체 어디에 저장되느냐에 따라 건강 영향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체중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때, 변화가 어디에서 일어나는지가 중요하다.”그는 이어 “우리 연구는 더 나은 식단과 더 많은 신체 활동을 결합하는 것이 체중뿐 아니라 체지방의 양과 저장 위치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장기 주변에 쌓이는 해로운 지방을 줄이는 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라고 덧붙였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24
    • 좋아요
    • 코멘트
  • 45세 이상은 ‘이것’ 늘리면 치매 위험 최대 40% 줄어

    중년기(45~64세)와 노년기(65세 이상)에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는 사람들은 활동량이 가장 적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약 40%~4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몸을 움직이면 정신을 날카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신체활동은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 가소성(뇌가 경험·학습·환경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적응하고 변화하는 능력)을 강화하며 만성 염증을 줄인다. 이는 치매를 포함한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제 운동을 해야 치매에 도움이 되는지, 유전적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에게도 운동의 보호 효과가 있는지는 불분명 했다.에 최근 게재된 프래밍엄 심장연구(Framingham Heart Study) 분석 결과는 이러한 의문에 답을 제시한다. 45세 이상 성인과 치매에 대한 특정 유전적 요인을 가진 사람이라도 활동적인 생활을 유지하면 치매 발병을 늦추거나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연구 개요프래밍엄 심장연구는 1948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프래밍햄에서 30세 이상 성인 5000명 이상을 모집하여 심혈관 질환의 장기적인 위험 요인을 조사하면서 시작됐다. 1971년에는 2세대(원래 코호트의 성인 자녀 5000여명과 그 배우자)가 참여하여 자손 코호트를 구성했다. 2세대는 4~8년 마다 정기적인 건강 및 의료 평가를 받았다.보스턴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2세대 참가자들의 연령을 기준으로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성인 초기(26~44세): 1526명중년기(45~64세): 1943명노년기(65~88세): 885명이어 자가보고 방식의 신체활동 지수를 기준으로 하위 20%부터 상위 20%까지 5개 그룹으로 나누어 14.5~37.2년간 추적조사했다.추적 기간에 567명(13%)이 치매에 걸렸다. 대부분 고령층이었다.●주요 결과중년기 신체활동 상위 40% 그룹과 상위 20% 그룹은 하위 20% 그룹보다 치매 위험이 각각 40%, 41% 낮았다.노년기 신체활동 상위 40%그룹과 상위 20% 그룹은 치매 위험이 각각 36%, 45% 감소했다.흥미롭게도 성인 초기 신체활동은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유전적 위험 요인(APOE ε4)도 분석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유전적 위험 요인인 APOE ε4 대립유전자 보유 여부에 따른 차이였다.중년기에는 신체활동이 증가하면 유전적 소인이 없는 사람들만 치매 위험이 감소했다.하지만 노년기에는 유전적 소인이 있든 없든 신체활동이 증가하면 보호 효과가 나타났다.즉, 유전적으로 치매에 걸리기 쉬운 사람도 노년에 활발히 움직이면 치매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한계와 시사점이 연구는 신체활동을 대부분 자가 보고 해 활동량을 과장 혹은 과소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고, 어떤 유형의 운동이 가장 큰 이점을 제공하는 지도 알 수 없다. 참가자 대부분이 유럽계 백인이라 다른 인종에게 일반화하기 어렵고, 관찰연구라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그럼에도 이 연구는 ‘언제 운동을 해야 효과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중년·노년에도 늦지 않다”라는 명확한 근거를 제공한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22
    • 좋아요
    • 코멘트
  • “‘먹는 마운자로’ 18개월 복용 결과, 체중 약 10% 감량”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체중 감량 주사제보다 더 저렴하고 복용이 간편한 ‘하루 한 알’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18개월 동안 체중의 약 10%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21일(현지 시각 20일) 나왔다.임상 시험에 사용한 약물은 식욕을 억제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작용제 계열 주사제(오젬픽과 마운자로가 대표적)를 간편한 알약 형태로 만든 것이다.기존 약물은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고, 냉장 보관해야 하며, 무엇보다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비만 치료제의 시장 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확인한 제약사들은 GLP-1의 체중 감량 효과를 먹을 수 있는 알약 형태로 구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의학 학술지 에 발표한 시험 결과는 마운자로를 만드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한 새로운 경구용 약물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시험했다.72주간의 3상·이중맹검·위약대조 임상시험에는 비만(BMI 27 이상)과 제2형 당뇨병을 모두 가진 10개국 1600명 이상의 성인이 참가했다. 이들은 하루 한 번 알약을 복용하면서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병행했다.그 결과 최고 용량인 하루 36㎎ 복용 그룹은 72주 후 평균적으로 체중의 9.6%를 감량했다. 12㎎ 복용 그룹은 7.0%, 6㎎ 복용 그룹은 5.1%의 몸무게가 줄었다. 반면 위약 복용 그룹은 2.5% 감량에 그쳤다.이러한 결과는 올해 초 발표된 연구 결과(비만이지만 당뇨병은 없는 참가자들이 약 12%의 체중 감량을 달성했다는 내용)와 비슷한 수준이다.다만 같은 기간 동안 마운자로 주사제로 22%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는 다른 연구 결과에는 못 미친다.체중 감량 외에 오르포글리프론 복용 그룹은 혈당이 유의미하게 개선됐고, 위장관 부작용도 경증~중등도 수준으로 기존 주사형 GLP-1 약물과 비슷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부작용은 기존 GLP-1 주사제에서 이미 보고된 바 있는 메스꺼움, 구토, 변비, 설사 등이었으며 특히 고용량 그룹에서 더 두드러졌다.연구를 이끈 미국 텍사스대학교 휴스턴 보건과학센터(주립 의학전문 대학교)의 데보라 혼 교수는 “만약 오르포글리프론이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게 된다면, 현재 주사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2026년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미국에서는 GLP-1 주사제가 월 1000달러(약 147만 원)에 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월 4달러(약 5800원) 수준으로도 생산 가능한 제너릭(특허 만료 의약품) 버전을 저소득 국가에 보급해 더 많은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1년 비만 또는 과체중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370만 명을 넘는다. 이는 말라리아·결핵·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사망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비만은 제2형 당뇨병, 심장질환, 고혈압, 특정 암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GLP-1 계열 약물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심장병, 수면 무호흡증, 심지어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16/S0140-6736(25)02165-8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21
    • 좋아요
    • 코멘트
  • “내 의지로 끝내자”…불치병과 싸운 25세 여성의 마지막 선택

    극심한 통증 속에 25년을 살아 온 호주 여성이 자발적 조력 자살(VAT)을 승인받았다.애널리스 홀랜드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 때문에 병원에서 보냈다. 나이가 들수록 증상은 점점 더 악화했고, 매일 이어지는 만성 통증, 메스꺼움, 구토 등 수많은 문제를 겪었다. 18세가 되어 소아·청소년과에서 일반 병원으로 옮긴 후에야 자가면역 자율신경절병증(autoimmune autonomic ganglionopathy)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심장 박동, 혈압, 소화, 배뇨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자율신경을 망가뜨리는 희귀 질환이다.진단을 받기 수년 전, 그녀의 장은 실제로 막히지 않았음에도 마치 막힌 것처럼 작동했다. 튜브로 영양을 공급하면 계속 구토를 했다. 그녀의 위가 매우 느리게 작동해 다음 단계로 거의 넘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의사들은 지난 10년 동안 정맥을 통한 완전 비경구 영양(TPN)으로 영양분을 공급했다. 그러나 정맥영양은 혈류로 바로 연결된 관(튜브) 때문에,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 그녀는 생사를 넘나드는 패혈증을 25번이나 겪었다.작고 연약한 몸에 매일 12번 투여하는 강한 약물 주사 때문에 척추와 흉골이 부러질 만큼 심한 골다공증이 생겨 심장과 폐에 치명적인 압박을 가했다. 스테로이드 치료는 뼈로 가는 혈류를 차단하는 괴사를 불러와 치아가 검게 변하고 빠졌다. 진단 4년 뒤인 22세에 ‘말기’ 판정을 받은 그녀의 몸은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태였다.“학교 행사, 졸업식, 18번째 생일, 21번째 생일… 모두 병원에서 몹시 아픈 상태로 보냈죠. 제 친구들은 아기를 낳고, 약혼하고, 결혼하고… 모두 자기 삶을 살아가는데 저는 멈춰 있어요.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을 뿐이에요.”그녀는 호주 매체 ‘News.com.au’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질환을 “지뢰밭 위를 걷는 것 같다”라고 비유했다.이어지는 고통을 더는 견딜 수 없게 된 그녀는 가족에게 스스로 “내 의지로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병원에 입원 중이던 어느 날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알아보지 못한 순간이 그녀의 결심을 굳혔다.“내 의지로 삶을 끝내자”고 마음먹은 그녀는 자발적 조력사(Voluntary Assisted Dying·VAD)를 택했고, 심리평가와 절차를 거쳐 3주 만에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호주에서는 말기 환자이면서 판단 능력이 있는 성인에게 의료 조력 사망(MAID)이 합법이다. 환자가 스스로 약을 먹는 방식으로, 의사가 약물을 직접 투여하는 안락사와는 다르다.그녀는 “승인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상할 만큼 기뻤어요. 울기도 했어요”라며 “저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지만 가족에게는 고통을 남기는 것이기에 많이 고민했다”라고 밝혔다.부모와 언니의 마음은 무너졌다. 하지만 의식을 잃었다 심폐소생술을 받고 깨어난 애니(애널리스의 애칭)이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며 호소했을 때 그녀의 결정을 이해하게 되었다.애널리스는 “매일 아침 ‘오늘은 얼마나 아플까’ 하는 불안 속에서 깨어나는 삶을 더는 견딜 수 없어요”라며 “언젠가 더 큰 고통이 닥치기 전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돼요”라고 말했다.자신의 결정은 ‘포기’가 아니라 끝없는 고통 속에서도 치열하게 버틴 끝에 내린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그녀는 말했다.“저는 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행운이라고 느낍니다. 조력사 선택은 절대로 ‘포기’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싸웠다는 의미예요.”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21
    • 좋아요
    • 코멘트
  • 줄넘기 1분=느린 걷기 90분…고강도 운동, 짧아도 효과 강력

    걷기는 훌륭한 운동이다. 하지만 건강 개선 효과를 보려면 ‘강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예방 효과만 따져도 줄넘기 같은 격렬한 신체활동 1분은 약 1시간 30분의 느린 걷기와 맞먹는 효과를 낸다.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40~69세 성인 7만 3458명에게 1주일간 손목형 활동량 계를 착용하게 하고, 평균 8년간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했다. 그리고 질병 감소 효과를 기준으로 1분의 격렬 운동을 대신하려면 어느 정도의 중강도·저강도 운동이 필요한지 비교했다.▣ WHO 기준보다 훨씬 큰 격렬 운동 효과세계보건기구(WHO)는 ‘1분의 격렬 운동=2분의 중등도 운동’으로 본다. 이를 바탕으로 주당 150~350분의 중등도 운동 또는 주당 75~150분의 고강도 유산소운동을 권장한다.하지만 이는 자가보고 역학 근거에 의존해 측정 오차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이번 연구는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한 객관적 측정 데이터를 분석에 활용했다. 그 결과 격렬 운동의 효과가 기존 통용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연구진이 질환별 위험을 5~35% 줄이는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1분의 격렬 운동을 중등도 및 저강도 운동으로 대체하려면 다음과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 격렬한 운동 1분 = 중등도 운동 몇 분?건강 지표: 중등도 운동 필요 시간모든 원인 사망률 감소: 4.1분심혈관 사망률 감소: 7.8분주요 심혈관 사건: 5.4분제2형 당뇨병: 9.4분암 사망률: 3.5분즉, 질병에 따라 격렬한 운동 1분은 중등도 운동 4~9분의 보호 효과를 냈다. 중등도 운동은 하루 30분까지 급격한 위험 감소 효과를 보였다. 단 30분이 넘으면 증가 폭이 둔화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격렬한 운동 1분 = 저강도 운동 몇 분?비(非)암 질환 기준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감소: 53분제2형 당뇨병 위험 감소: 94분저강도 활동은 전체 사망과 제2형 당뇨병에서 약한 위험 감소를 보였다. 암이 아닌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추기 위해 격렬 운동 1분과 동일한 저강도 운동 시간은 53분에 달했다. 특히 제2형 당뇨병 예방 효과를 보려면 94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다른 질환에서는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격렬 운동은 짧은 시간에도 심박수·혈류량·근육 대사 반응을 크게 끌어 올린다. 이로 인해 체내 생리적 적응이 강하게 일어나고, 건강 개선 효과도 단시간에 크게 나타났다.반면 중강도 및 저강도 활동은 긍정적인 효과는 있지만 효율이 훨씬 낮아 같은 효과를 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운동 강도의 기준과 대표 예시WHO 기준 운동 강도와 대표 예시는 다음과 같다.1. 저강도 활동(Light Physical Activity): 숨이 거의 차지 않고, 매우 쉽게 대화 가능예시: 천천히 걷기, 가벼운 집안일(요리·설거지·집안 청소), 서서 일하기, 느린 속도로 자전거 타기, 스트레칭2. 중등도 활동(Moderate Physical Activity): 숨이 약간 차고, 말은 가능하지만, 노래는 어려움. 예시) 빠르게 걷기(시속 4.8~6km), 가벼운 등산, 취미 수준 수영, 가벼운 자전거 타기(시속 10~15km)3. 격렬한 활동(Vigorous Physical Activity): 숨이 많이 차고, 짧은 말 한두 마디만 가능. 예시: 달리기(시속 7~10km 이상), 계단 빠르게 오르기, 속도감 있는 수영, 인터벌 스프린트, 축구·농구·테니스 경기 수준, 자전거 빨리 타기(시속 20km 이상), 줄넘기짧아도 강하게 하는 운동이 효과적이번 연구는 ‘1분의 격렬 운동=2분의 중등도 운동’이라는 기존 공식이 실제 생리 반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격렬 운동은 짧게 해도 큰 건강 효과를 본다. 중등도 운동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저강도 운동은 효과가 제한적이다.이번 결과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정확한 운동 평가 기준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성을 제기한다.연구진은 향후 신체활동 지침이나 웨어러블 기기의 운동 점수 체계에 이러한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 게재됐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21
    • 좋아요
    • 코멘트
  • 북극곰도 하는 ‘키스’, 언제부터 누가 왜 시작하게 된걸까?

    인간도 하고, 원숭이도 하고, 심지어 북극곰도 한다.바로 ‘키스’(kiss)다. 낭만적 의미를 모두 거둬낸 키스의 기술적 정의는 “음식 전달 없이, 공격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입과 입이 맞닿아 입술이나 입 주변이 움직이는 행동”이다.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과학자들이 키스의 기원을 추적한 결과, 약 2150만 년 전 인간과 유인원의 공통 조상인 큰 유인원(Great Apes·인류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 계통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에 게재됐다.BBC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연구 책임자인 옥스퍼드대 진화생물학자 마틸다 브린들(Matilda Brindle) 박사는 “인간, 침팬지, 보노보(난쟁이 침팬지) 모두 키스를 한다”며 “따라서 이들의 공통 조상도 같은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키스는 명확한 생존 또는 번식 이득이 없는데도 많은 인간 문화권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 종에서 나타나는 행동이다. 항상 성적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다. 이성은 물론 동성 간에도 단순한 애정 표현으로 사용하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흔하다.진화적으로 미스터리한 행동이지만, 진화적 관점에서 키스를 제대로 연구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시작한 계기다.연구자들은 키스의 기원에 관한 진화적 가계도를 그리기 위해 영장류, 그 중에서도 유인원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개미, 곤충, 늑대. 북극곰, 알바트로스(바닷새), 프레리도그(설치류) 등 예상보다 많은 종(種)에서 키스의 정의에 부합하는 행동을 발견했다.연구자들은 인류의 먼 친척뻘인 네안데르탈인(약 4만 년 전 멸종)도 키스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전 연구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타액 속에 존재하는 특정 구강 미생물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브린들 박사는 “두 종이 갈라진 뒤에도 수십만 년 동안 타액을 교환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이번 연구는 키스가 언제 진화했는지는 밝혔지만 왜 진화했는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현재까지 제시된 가설로는-유인원 조상의 그루밍 행동에서 발전했을 가능성, 즉 털고르기(그루밍)라는 사회적 돌봄 행동이 진화하면서 더 친밀하고 직접적인 접촉을 포함하는 행동으로 발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가설과 -상대의 건강이나 면역 상태를 평가하는 친밀한 방식일 수 있다는 의견 등이 있다. 브린들 박사는 “키스는 인간만의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더 많은 관찰 자료가 축적되면, 왜 이런 친밀 행동이 진화했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길 희망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20
    • 좋아요
    • 코멘트
  • 취침 시각만 같아도 혈압 ‘뚝’…운동·염분 제한 못지않은 효과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증상이 거의 없지만 동맥 경화, 뇌졸중, 신장 손상, 인지 저하, 치매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20세 이상 성인의 약 30%인 1300만 명이 고혈압 환자로 추산된다. 고혈압 완화를 위해 가장 실천하기 쉬운 건강 개입 중 하나가 매일 같은 시각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단순한 방법은 고혈압을 가진 사람들의 혈압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수면 연구 분야의 대표 학술지인 ‘SLEEP’의 자매지 에 발표한 개념입증 연구를 주도한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 산하 오리건 산업보건과학 연구소(Oregon Institute of Occupational Health Sciences) 연구자들은 2주 동안 취침 시각을 규칙적으로 유지한 고혈압 환자들이 특히 야간 혈압에서 의미 있는 감소를 보였다고 밝혔다.연구 개요연구진은 고혈압 진단을 받은 중년 11명을 모집해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평소 수면 패턴을 1주 동안 기록한 뒤, 두 가지 취침 시각 중 하나를 선택해 2주동안 규칙적으로 지킬 것을 요청받았다. 낮잠은 피하되 수면 시간 자체를 늘리거나 줄이라는 지시는 없었다. 단지 규칙적으로 잠자리에 들도록 한 것이다.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혈압 감소결과는 주목할만 했다. 연구시작 전에는 취침 시각이 평균 30분씩 들쭉날쭉했으나, 이후에는 평균 7분의 차이만 보일 정도로 크게 안정됐다. 이렇게 취침 시각을 규칙적으로 유지하자 심혈관계 건강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24시간 혈압은 수축기 4mmHg·이완기 3mmHg 감소했다. 이는 규칙적인 운동이나 염분 섭취 감소와 비슷한 수준이다.-야간 혈압은 수축기 5mmHg·이완기 4mmHg 감소했다. 이 수치 역사 작은 것으로 보이지만, 야간 혈압이 5mmHg 낮아지면 심혈관 사건 위험이 10% 이상 감소할 수 있다. 참가자 중 절반은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지점 이상으로 혈압을 낮췄다.일주기 리듬과의 연결고리불규칙한 수면 패턴이 심혈관 위험과 연관되어 있음이 이전 연구들에서 확인되었다. 하루하루 취침 시각이 30분 정도 불규칙해질 경우 고혈압 위험이 30% 이상 증가한다고 보고한 연구도 있다.연구자들은 불규칙한 취침 시각이 신체의 일주기 리듬(24시간 주기 생체시계)을 교란해 수면-각성 주기뿐만 아니라 심혈관 기능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추측한다.혈압은 일반적으로 야간 수면 중에 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야간 혈압 강하가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더 높다. 이 연구는 취침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면 일주기 리듬이 강화되고 더 건강한 혈압 패턴을 회복할 가능성을 시사한다.한계와 시사점이번 연구는 규모가 작은 개념입증 연구(새로운 접근법이나 가설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행하는 소규모 연구)이며 대조군도 없었다. 그러나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이라는 가장 믿을만하고 정확한 방식을 사용해 야간 혈압 변화를 정밀하게 포착했다는 것은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더 큰 규모의 무작위 대조시험을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그럼에도 결과는 고무적이다.취침 시간 규칙화는 저비용·저위험 개입이면서도 기존 고혈압 치료를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천하기 어려운 생활습관 변화와 달리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드는 것은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에 속하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20
    • 좋아요
    • 코멘트
  • 치아 신경치료, 뜻밖의 부수 효과 “당뇨·심장병 위험 감소”

    충치 등으로 치아 내부에 염증이나 감염이 생겼을 때. 신경과 혈관이 지나가는 치근관을 정리해 세균을 제거하고 치아를 보존하는 신경치료(근관치료)가 심장질환 관련 염증을 줄이고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문제를 일으키는 세균을 제거함으로써 제2형 당뇨병 예방과 심혈관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중심의 국제 연구진은 런던에 있는 가이즈·성 토마스 NHS 재단 병원(Guy‘s and St Thomas’ NHS Foundation Trust)에서 치근단치주염(치아 뿌리 끝에 발생한 염증) 문제로 신경치료를 받은 성인 65명을 2년간 추적 관찰했다. 치료 전과 치료 후 네 차례(3개월·6개월·1년·2년 뒤) 등 총 5번에 걸쳐 참가자들의 혈액 내 분자들을 분석하여 포도당, 중성지방, 혈청 트립토판 등 혈액 대사 지표의 변화를 분석했다.연구진에 따르면, 치근관 감염을 장기간 방치하면 박테리아가 혈류로 유입되어 염증을 유발하고 혈당과 지방 수치를 증가시켜 심장병이나 당뇨병과 같은 심각한 건강 문제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경치료 후 분석한 혈액 분자 44종 중 24종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지방 대사의 단기적 개선과 혈당 수치의 장기적 개선을 보여주었으며, 다양한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염증 지표도 감소했다.신경치료를 성공적으로 받은 경우 -포도당 대사가 개선돼 혈당 수치가 2년 동안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이는 당뇨병 예방의 핵심 요소다.-지질 프로파일이 개선됐다. 심장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지방산 수치가 단기적으로 개선되었다.-체내 염증이 감소했다. 심혈관 질환과 다른 만성 질환과 관련 있는 염증의 주요 지표가 치료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했다.-신체의 전반적인 신진대사가 변화했다. 근간 감염 시 박테리아가 혈류를 타고 신체 곳곳으로 퍼지면서 염증, 심장질환.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데, 성공적으로 치료하면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공동 교신 저자인 킹스칼리지 런던 근관치료학과 사디아 니아지 박사는 “구강 건강은 전신 건강과 연결되어 있다. 치아나 치과 질환을 별개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며 “문제의 치아를 치료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를 치료하면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특히 심장질환과 당뇨병 등 만성 질환 위험을 장기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라고 강조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19
    • 좋아요
    • 코멘트
  • 담배 하루 2개비도 사망 위험 60% 껑충…한 갑 피우면 2배 넘어

    담배를 하루에 2~5개비만 피우는 가벼운 흡연자라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위험이 6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11~20개비를 피우면 비흡연자 대비 사망위험이 130%까지 증가했다.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 시카론 심혈관 질환 예방센터 마이클 블라하(Michael Blaha)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32만 명이 넘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22개의 장기 추적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소량 흡연자도 비흡연자보다 심장병과 조기사망 위험이 심하게 증가하며, 이러한 위험은 금연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의학 저널 에 18일(현지 시각) 발표했다.연구진은 최장 19.9년 동안 추적 관찰한 22개의 코호트 연구 자료에서 성인 32만3826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기간에 12만 5044명이 사망하고, 5만 4078건의 심혈관 사건(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등)이 발생했다.흡연량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하루 2~5개비만 피워도 비흡연자와 비교하면 모든 원인에 의한 조기사망 위험이 60% 컸다.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위험은 57% 높았다. 소량 흡연자는 심방세동과 심부전 위험도 각각 26%와 57% 컸다.매일 11~20개비를 피우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위험이 130% 높았고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은 87% 컸다.금연하면 심혈관 사건의 위험은 첫 10년 동안 가장 많이 감소했으며, 금연 기간이 길수록 더 줄어들었다. 금연 20년 후 흡연자 대비 상대적 위험은 약 80% 감소했다.다만 30년이 지난 후에도 흡연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는 위험이 큰 경향을 보였다. 이전 흡연(평생 100개비 이상을 흡연으로 정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비흡연자와 비슷한 위험 수준에 도달하려면 31~40년의 금연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흡연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건강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연구진은 “소량 또는 가끔 피우는 담배도 심혈관 질환과 사망위험을 크게 높인다”며 “가능한 한 젊을 때 완전한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장기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19
    • 좋아요
    • 코멘트
  • 잠 잘때 켜둔 불, 심장마비 위험 높인다…10년 연구 결과

    야간 수면 중 인공조명에 노출되면 심혈관계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가 추가됐다.인체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은 어두운 환경에서 잠을 잘 때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런데 밤에 조명이 있으면 뇌의 스트레스 관련 활동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전신에 퍼져있는 동맥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염증 반응은 시간이 지나면 심근경색(심장마비의 원인 중 하나)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 새로운 연구의 결론이다.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공동 연구진은 야간 인공조명 노출과 심장 건강 사이 연관을 알아보기 위해 2005년부터 2008년 사이 MGH에서 CT(컴퓨터 단층 촬영)와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뇌 영상 검사를 받은 건강한 성인 466명을 약 10년간 추적 조사했다. 참가자의 중앙 연령은 55세, 남성 비율이 43%였다.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잠을 자는 집의 조명 수준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인공위성의 ‘가시·적외선 영상 복사계(VIIRS) 데이터를 활용했다. 자연적인 별빛과 달빛은 밝기 측정에 포함하지 않았다.10년 동안 참가자의 약 17%가 주요 심혈관 질환을 겪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야간 인공조명 노출량이 많을수록 향후 심장병 발생 위험이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인공조명 노출량이 표준편차 1단위 증가할 때마다 향후 5년간 심근경색 위험은 35%, 10년 위험은 22% 증가했다. 이러한 연관성은 교통 소음, 거주 지역 소득 수준 같은 사회·환경적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유효했다.연구진은 밤에 잠을 잘 때 ‘빛 노출 → 뇌의 스트레스 반응 증가 → 염증성 면역 반응 증가 → 전신 혈관 염증 유발 → 동맥경화 위험 증가’의 경로가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AHA) 과학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으며, 아직 동료 검토를 거친 학술지에 정식으로 논문이 게재된 것은 아니다. 또한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는 관찰연구라는 한계도 있다.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밤에 어둠 속에서 자는 것이 가장 건강한 수면 환경’이라는 기존 증거들을 뒷받침한다.2022년 연구에서 100럭스(TV나 스마트폰 불빛 수준) 정도의 조도에 잠을 잔 집단은 3럭스(희미한 실내조명 수준) 밝기에서 잔 집단과 비교해 심박수 증가, 깊은 수면 감소, 인슐린 민감도 저하가 나타났다.최근 호주 연구진도 밤에 밝은 빛에 노출되면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보고했다.전문가들은 야간 조명 노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암막 커튼, 수면용 안대, 침실 내 전자기기 화면 사용 제한 등을 권장한다. 또한, 조명의 색온도를 따뜻한 톤(노란색·빨간빛)으로 조절하면 멜라토닌 억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멜라토닌은 밤에 분비되어 체온, 혈압, 심박수 같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이다. 빛 노출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면, 밤에 인체의 회복 기능이 저하되고, 혈압이 낮아지는 정상적인 야간 하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 연구는 불을 끄고 자는 단순한 습관이 심장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19
    • 좋아요
    • 코멘트
  • ‘바람만 스쳐도 아픈’ 통풍, 뱀 배설물이 해결의 열쇠?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으로 묘사되는 통풍(痛風)과 신장 결석의 고통을 해결할 새로운 돌파구를 뱀과 기타 파충류에서 찾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통풍은 요산이라는 물질이 관절 및 관절 주위의 연부조직에 과도하게 침착되면서 발가락 관절, 발목관절이나 다리 등에 염증성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신장 결석은 요산 등 소변 내 물질들이 신장이나 요로에서 결정화되어 생기는 돌과 같은 구조물로 옆구리 통증, 혈뇨,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요산은 왜 생기나?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면 대사 과정에서 질소 성 노폐물이 생성된다. 요소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일부는 요산과 암모니아 형태로 배출된다.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는 대개 간에서 요소로 전환되어 소변에 섞여 나온다. 그러나 파충류는 일부 질소 성 독성 물질을 고체 형태의 요산염(urate)으로 바꿔 총배설강(소화·배설·생식을 한 구멍으로 처리하는 기관)이라는 구멍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는 독특한 진화적 적응의 산물로 여겨진다. 사막처럼 물이 부족하고 건조한 환경에서 수분을 아껴 생존하는 데 유리한 쪽으로 발달했다는 것이다.파충류 20여 종 배설물 분석미국 조지타운대학교와 조지아주립대학교 등 연구팀은 볼 파이톤, 앙골라 파이톤, 마다가스카르 나무보아 등 20종 이상의 파충류 고체 배설물을 분석해 모든 표본에서 요산으로 이루어진 미세한 구형 입자를 발견했다.고해상도 전자 현미경을 사용해 파충류의 체내 시스템이 사람과 무엇이 다른지 탐구한 결과 이들 파충류는 지름 1~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요산 구체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구체는 물과 요산의 결합체인 더 작은 나노 결정들이 뭉쳐 형성되며, 질소 성 부산물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독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연구진은 파충류의 요산이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암모니아 해독 과정에서 중요한 생화학적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단백질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암모니아는 고독성 물질인데, 파충류는 이를 요산으로 전환하고 다시 고체 결정 형태로 만들어 수분 손실 없이 안전하게 배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 기능은 독성 완화와 수분 보존이라는 두 가지 생존 과제를 동시에 해결한 고도로 진화된 생리적 메커니즘임을 보여준다.사람 관절에 과도하게 쌓인 요산 결정, 극심한 통증 유발하지만 사람 몸은 이러한 방식으로 요산을 처리하지 못한다. 그래서 요산이 과도하게 쌓이면 관절에 결정이 형성되어 통풍을 일으키거나, 요로에 쌓여 신장 결석을 만들 수 있다. 사람 몸에서 통풍을 유발하는 요산 결정은 날카로운 톱니 모양으로 파충류가 생성하는 미세 요산 구체와는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다.“파충류가 배출하는 요산 구체, 인간 질환 치료의 새 단서”연구자들은 파충류의 요산 결정 형성과 안전성의 기초 원리를 이해하면, 이를 인간의 요산 관련 질환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연구 공동 저자인 제니퍼 스위프트 조지타운대 화학과 교수는 “파충류는 요산을 독성 없이 배출하는 생리적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며 “이 메커니즘을 모방하면 통풍과 신장 결석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연구 결과는 에 발표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18
    • 좋아요
    • 코멘트
  • “혈압 오르기 전부터 뇌 손상 시작”… 고혈압-인지저하 연결고리 발견

    고혈압은 혈압이 눈에 띄게 상승하기 훨씬 이전부터 인지 기능을 떨어뜨리는 복잡한 뇌 손상 과정을 촉발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학교 와일 코넬 의대(Weill Cornell Medicine) 연구진은 최근 전임상 연구에서 고혈압이 뇌혈관, 뉴런(신경세포), 백질을 조기에 손상하는 세포·분자 수준의 변화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왜 고혈압이 혈관성 인지장애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인지장애의 주요 위험 요인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혈압 상승 전부터 내피세포와 인터뉴런에 문제 발생연구진은 혈압을 상승시키는 호르몬인 앤지오텐신Ⅱ를 생쥐에 투여해 고혈압을 유도한 후 3일과 42일째 각각 뇌세포 변화를 분석했다. 고혈압 유도 3일 후 혈압 상승은 없었다. 하지만 뇌혈관 내피세포, 신경세포 간 정보를 조정하는 인터뉴런,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미엘린을 만드는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에서 유전자 발현이 급격히 바뀌는 조짐이 나타났다.내피세포는 에너지 대사가 줄고 노화 표지가 증가하는 등 ‘조기 노화 현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외부 유해 물질의 유입을 차단하는 혈뇌장벽(BBB)이 약화할 위험도 커졌다.신경세포에서 흥분성과 억제성을 균형 있게 조절하는 인터뉴런 역시 손상돼 신경회로의 균형이 무너졌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에서 관찰되는 신호 장애와 유사한 양상이다.또한 신경섬유를 감싸 정보 전달을 돕는 미엘린을 만드는 희소돌기아교세포의 유지와 복구 기능도 떨어지면서 백질 건강에 악영향이 감지됐다.투여 42일 후에는 유전자 발현 변화가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났으며, 고혈압과 함께 인지 저하가 뚜렷해지고, 미엘린 형성과 신호전달 기능 손상뿐 아니라 신경세포 미토콘드리아 기능에도 장애가 발생했다.왜 혈압을 낮춰도 인지 기능은 회복하지 않을까?고혈압은 인지장애 위험을 1.2~1.5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용하는 많은 고혈압 약물은 혈압 강하에는 효과적이지만, 뇌 기능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혈압을 낮춰도 뇌 기능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은 오래된 의문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즉, 고혈압이 혈관 압력을 높이기 전, 이미 혈관과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압력 외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인지장애를 일으키는 이러한 초기 손상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의미다.로사탄, 초기 손상 일부 되돌려…새 치료제 개발 가능성연구진은 임상에서 널리 사용하는 앤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혈압 강하제)인 로사탄(Losartan)을 생쥐에 투여한 결과, 내피세포와 인터뉴런의 초기 변화가 상당 부분 회복됐다고 밝혔다. 몇몇 인간 대상 연구에서도 ARB 계열 약물이 다른 혈압약보다 인지 건강에 더 유익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어, 신경 보호 효과를 가진 고혈압 약물 개발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전망했다.“고혈압, 뇌 조기 노화 요인”…예방이 우선연구 책임자인 코스탄티노 이아데콜라 교수는 “고혈압이 뇌에 일으키는 변화 규모가 예상보다 컸고,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며 “뇌세포의 조기 노화를 이해하는 것이 인지 저하 예방 전략 개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그는 “고혈압은 심장과 신장에 손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지만, 적절한 고혈압 치료로 예방할 수 있다”며 “고혈압 치료는 인지 기능과 무관하게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와일 코넬 의대에 따르면, 연구진은 현재 고혈압이 유도하는 소혈관의 조기 노화가 어떻게 인터뉴런과 희소돌기아교세포의 문제로 이어지는지 연구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고혈압이 뇌 인지 기능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예방하거나 되돌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다.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에 지난 14일(현지 시각) 게재됐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18
    • 좋아요
    • 코멘트
  • 겨울만 되면 식욕 폭발? 알고보니 뇌와 호르몬의 합작품

    가을을 두고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사람이 살찌는 계절은 겨울이다.겨울이 오면 기온만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뇌와 호르몬, 식욕 시스템 전체가 ‘겨울 모드’로 전환된다. 낮이 짧아져 햇빛 노출이 줄어들고, 추위가 심해지면 몸은 본능적으로 더 많은 열량을 원하고, 이는 고열량 음식을 향한 강한 욕구로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추운 계절에 평균적으로 체중이 0.45~0.9㎏ 증가한다.과학 전문 매체 스터디 파인즈 등을 참조해 겨울에 식욕이 폭발하는 이유와 예방법을 정리했다.▣ 겨울엔 왜 식욕이 폭발할까?1) 체온 유지 본능이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갈망 유발기온이 떨어지면 신체는 본능적으로 심부 체온 유지를 위해 더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물학적 욕구로 인해 핫초코, 햄버거처럼 즉각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가공식품이 당긴다. 당과 지방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은 섭취 후 빠르게 포도당으로 전화돼 혈류를 타고 뇌와 근육 등 신체 각 부위로 전달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2) 햇빛 부족 → 세로토닌·도파민 감소→ 탄수화물 폭식겨울에는 햇빛이 줄어들면서 비타민 D 합성이 충분히 안 된다. 비타민 D 결핍은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감소로 이어진다. 이러한 화학물질이 부족하면 피로, 계절성 우울증 등에 취약해질 수 있다. 탄수화물은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한다. 날이 어두워지면 빵과 라면이 더욱 당기는 이유다. 영국 의사 크리스털 와일리(Dr. Crystal Wyllie)는 “이건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라, 뇌가 기분을 보상하기 위해 음식을 요구하는 과정”이라고 스터디 파인즈에 설명했다.3) 식욕 호르몬의 계절적 변화호르몬 변화는 겨울철 체중 증가의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다. 배고픔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은 추운 계절에 증가한다. 반면, 포만감을 주는 렙틴은 수면 패턴이 흐트러지거나 신체 활동이 감소하면 줄어든다. 겨울철은 신체 활동이 적은 편이다. 이러한 호르몬 변화로 인해 사람들은 식사 후 충분히 먹었다는 신호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겨울철 폭식을 줄이는 과학적 방법1) 천천히 식사하기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은 음식을 먹을지 20분이 지나야 분비된다. 조금씩 천천히 먹어 렙틴이 분비되면 과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2) 섬유질 풍부한 음식부터 먹기섬유질은 소화 속도를 늦추고 혈당을 안정시켜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한다. 잎채소, 견과류, 콩류 등이 대표적이다.3) 카카오 함량 70% 이상 다크 초콜릿 섭취코코아 함량 70% 이상의 다크 초콜릿은 쓴맛이 나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신체 음식 섭취를 줄이도록 신호를 보낸다. 연구에 따르면 85% 다크 초콜릿 냄새만 맡아도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이 분비될 수 있다.4)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 섭취아침에 단백질을 충분히 먹으면 하루 전체 식욕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다.아침에 먹으면 좋은 고단백 식품으로는 달걀, 그릭 요거트, 코티지치즈, 훈제 연어, 통곡물 토스트 등이 있다.또한 연어, 고등어, 호두 등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은 렙틴 민감도를 높여 배가 부르다는 몸의 신호를 더 잘 느끼게 해준다.5) 작은 접시 사용해 뇌의 착시 효과 활용같은 양이라도 작은 접시에 담으면 양이 많아 보이는 시각적 착시로 인해 덜 먹게 된다. 이는 잘 알려진 심리학적 식사 조절 전략이다.6) 식사 전 물 마시기식전 30분 물 500㎖를 섭취하면 식욕 감소, 총 섭취 열량 감소,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따뜻한 차를 마셔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17
    • 좋아요
    • 코멘트
  • 하루 술 3잔, 사망률 최대 50% 출혈성 뇌졸중 11년 먼저 닥친다

    퇴근 후 저녁을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이거나, TV로 스포츠 중계를 보며 맥주 캔을 따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큰 위험이 따른다. 하루에 술을 석 잔 이상 마시는 습관성 ‘과음자’는 더 젊은 나이에 더 치명적인 뇌출혈을 겪을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신경과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의 공식 학술지인 온라인판에 지난 5일(현지 시각) 게재되었다.더 치명적인 뇌출혈이란 출혈성 뇌졸중으로도 부르는 뇌내출혈을 가리킨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출혈성 뇌졸중은 뇌혈관이 파열되어 혈액이 새어 나와 주변 뇌 조직을 손상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체 뇌졸중의 약 15~20%를 차지한다. 이 질환을 앓는 사람의 최대 50%가 사망하며, 30%에겐 심각한 장애를 남기고, 단 20%만이 1년 후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나머지 80%를 차지하는 다른 유형의 뇌졸중은 허혈성 뇌졸중으로, 혈관에 혈전(핏덩이)이 생기거나 막힘이 생겨 뇌 일부로 혈류가 공급되지 않아 산소와 영양분 부족으로 뇌세포가 죽는 경우다. 흔히 뇌경색으로도 표현한다.교신 저자인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MGH) 뇌졸중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에딥 구롤(Edip Gurol) 박사는 “하루 평균 세 잔의 알코올을 섭취한 사람들은 안 마신 사람들에 비해 평균 11년 더 젊은 나이에 뇌출혈을 경험했다”라고 말했다.■ 연구 개요하버드 의대와 협력관계인 대규모 비영리 의료·연구 네트워크 매스 제너럴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 연구자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MGH에 입원한 외상 이외의 원인으로 뇌출혈을 겪은 환자 1600명을 분석했다.CT 스캔으로 뇌출혈의 크기와 위치를 평가하고, MRI 스캔으로 뇌의 미세혈관 손상 여부를 확인했다.이 중 약 7%의 환자가 “하루 세 잔 이상”의 음주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연구진은 하루 세 잔을 과음으로 정의했다. 한 잔은 순수 알코올 14g(국제 기준은 10g)에 해당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4.5도 맥주 355㎖, 12도 와인 148㎖, 40도 위스키 44㎖, 17도 소주 104.4㎖에 해당한다.따라서 355㎖ 맥주 3캔(500㎖ 2캔), 소주 6~7잔(소주 한 병(360㎖)의 87%인 313.2㎖), 와인 3잔(한병(750㎖)의 약 60%인 444㎖ ) 이상을 꾸준히 마시는 사람은 ‘과음자’로 분류된다.■ 주요 결과과음 그룹(하루 세 잔 이상)은 음주하지 않은 그룹보다 평균 발병 연령이 64세로 11년 더 젊었으며, 출혈 크기가 약 70% 더 컸다.또한 뇌 깊은 곳에서 출혈이 발생하거나, 뇌의 액체가 채워진 공간(뇌실)까지 출혈이 퍼질 확률이 2배 높았다.하루 2잔 정도의 음주도 뇌출혈이 더 이른 시기에 발생할 위험과 유의미하게 연관되었다.■ 원인 추정: 혈압 상승 + 혈소판 감소연구진은 과도한 음주가 혈압을 높여 뇌의 작은 혈관들을 손상하고, 이에 따라 혈관 벽이 약해져 새거나 터질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또한, 과음한 사람들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혈소판 수치가 낮았고, 혈압이 높았으며, 뇌의 미세혈관 손상 소견이 더 많았다.이러한 변화는 뇌출혈의 주요 위험 요인이며 치매, 기억력 저하, 보행 장애와도 연관이 있다.즉, 과음은 혈압 상승으로 혈관을 약하게 만들고, 혈소판 감소로 지혈 능력을 떨어뜨려 ‘이중 위험’으로 뇌출혈 위험을 크게 높인다.■ 출혈성 뇌졸중 위험군은 누구?뇌출혈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은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하지만 18세에서 50세 사이에 발생하는 ‘젊은 뇌졸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평균 발병 연령이 지난 12년 동안 43.6세에서 42.9세로 낮아졌다. 젊은 층의 비만, 당뇨병, 고혈압이 증가한 탓이다.고혈압은 뇌졸중 외에도 만성 신장 질환, 심장질환, 동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혈압 관리가 필수다.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고, 염분 섭취를 줄이는 등 식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술, 일주일에 석 잔 이하로구롤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과음이 뇌출혈을 더 빠르고 심각하게 만든다는 명확한 근거가 확인됐다”라며 “뇌와 심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음주를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끊는 것이 중요하다”며 “심지어 뇌출혈 위험이 낮은 사람이라도 일주일에 세 잔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15
    • 좋아요
    • 코멘트
  • “‘○○ 제한 식단’, 추위 노출된 듯 지방 태워 체중 감소… 비만 치료 새 희망”

    추위에 덜덜 떠는 일은 결코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매력적인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추위에 노출되면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쾌적한 온도에서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여러 연구에서 냉기에 노출되면 사람과 쥐 모두에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몸에 저장된 연료를 태워 열을 생성하는 자연적인 과정을 열 생성이라고 한다.그런데 두 가지 아미노산을 줄이는 식단만으로도 추위에 노출될 때 나타나는 지방 연소 효과를 모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체중 감량 치료제 개발의 잠재력을 지녔다.과학자와 제약회사들은 오랫동안 체온을 실제로 낮추지 않고도 동일한 열 발생 메커니즘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즉, 몸이 ‘추운 상태’라고 느끼게 만들어 지방을 태우는 것이다.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에 발표한 연구를 주도한 남덴마크대학교 생화학·분자생물학(BMB)부의 비만 연구원 필립 루퍼트(Philip Ruppert) 박사와 얀-빌헬름 콘펠트(Jan-Wilhelm Kornfeld) 교수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온도 대신 식단으로 열 발생을 촉진하는 방법을 탐구했다.▣ 두 가지 아미노산,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연구진은 메티오닌(Methionine)과 시스테인(Cysteine) 두 가지 아미노산에 주목했다.쥐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실험에서, 연구진은 이 두 아미노산의 먹는 양을 줄이면 섭씨 5도에서 지속적으로 냉기에 노출된 것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에너지 소모와 체중 감소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의 함량이 적은 먹이를 먹은 쥐들은 냉기에 노출된 쥐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에너지를 소모했다.7일간 식단을 조정한 결과, 메티오닌과 시스테인 섭취를 줄인 쥐들이 일반 먹이를 먹은 쥐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메티오닌과 시스테인, 동물성 단백질에 풍부콘펠트 교수는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쥐들은 다른 쥐들과 동일한 양의 먹이를 섭취했고, 활동량도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열 생성은 20% 증가했다. 이 때문에 몸무게가 더 많이 감소했는데, 더 먹거나 더 많이 운동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더 많은 열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메티오닌과 시스테인은 동물성 단백질에 많이 들어 있다. 반면, 건강한 노화를 돕는 채소, 견과류, 콩류 같은 식물성 식품에는 적게 들어 있다. 따라서 육류, 달걀, 유제품을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와 비건은 자연스럽게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을 적게 섭취한다.▣ 피하 지방 연소… 체중 감량 된다는 의미연구진은 증가된 에너지 소모가 체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도 조사했다. 결과는 피하에 존재하는 베이지색 지방(beige fat) 저장소에서 일어났다. 냉기에 의한 열 생성과 식이로 인한 열 발생 모두 이 베이지색 지방에서 지방이 연소되었다. 루퍼트 박사는 “베이지색 지방은 열 생성이 냉기에 의해서든 식단에 의해서든 구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베이지색 지방의 열 생성 원리베이지색 지방세포는 차가운 기온이나 운동 할 때 나오는 아이리신 같은 특정 호르몬에 반응해서 세포 내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열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인 UCP-1을 다량 만들어 낼 수 있다. UCP-1은 미토콘트리아가 백색 지방을 연소시켜 열을 발생하도록 한다.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백색 지방이 소모되면 체중이 줄어든다.이번 연구에서는 메티오닌·시스테인 제한 식단이 추위에 노출된 것과 같은 효과를 냄으로써 같은 기전을 유발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비만 치료 응용 가능성남덴마크대학에 따르면, 연구진은 비만 문제를 겪는 사람이 특별한 노력 없이 에너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비만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탐구할 계획이다. 또한,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을 적게 함유한 기능성 식품 개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콘펠트 교수는 “예를 들어, 위고비(체중 감량 약물) 복용 환자가 동물성 단백질을 제외한 식단으로 바꾸면 체중 감소 효과가 추가될 수 있는지 연구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제한점이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수행했기 때문에, 동일한 효과가 인간에게 나타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따라서 이 결과는 식단이 인간의 열 생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식단이 실제 환경에서 인간에게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지 밝혀야 한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14
    • 좋아요
    • 코멘트
  • 초가공식품 많이 먹는 젊은 여성, 대장암 전 단계 용종 위험 45% 높아

    초가공식품(UPFs)을 많이 먹는 젊은 여성일수록 대장암의 전 단계 병변인 선종(adenoma)이 나타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이는 최근 50세 미만에서 대장암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초가공식품 많이 먹는 그룹, 선종 위험 45% 증가에 13일(현지시각) 발표한 이번 연구는 1989년 시작된 ‘미국 간호사건강연구 II(NHS II)’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여자는 1947~1964년생 여성 간호사 2만 9105명으로, 1991년 이후 4년마다 식습관을 조사받고 2번 이상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추적 관찰은 2015년 6월까지 이뤄졌고, 그때 모두 50세에 도달했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 섭취량에 따라 참여자들을 5개 그룹으로 나눴다.분석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가 가장 많은 그룹(하루 9.9회)은 가장 적은 그룹(하루 3.3회)에 비해 50세 이전 대장 선종 발생 위험이 45% 증가했다. 다만 다른 유형의 용종인 톱니형 병변(serrated lesion) 발생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초가공식품 섭취는 주로 공장 생산 포장 빵과 시리얼이나 소시지 같은 아침 식사용 식품, 소스류, 잼·누텔라·버터·크림치즈 등 식품에 발라먹는 스프레드, 조미료, 당류 또는 인공감미 음료에서 비롯됐다.공동 저자인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계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위장병 전문가 앤드루 챈(Andrew Chan) 박사는 “선종은 대부분 암으로 진행하지 않지만, 젊은층에서 발견되는 대장암의 상당수가 바로 이 선종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왜 초가공식품이 위험한가? 가능한 몇 가지 기전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이 대장암 또는 대장암의 ‘씨앗’인 선종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과학적 메커니즘이 위험 증가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초가공식품은 고지방·고당·고나트륨 제품이 많아 비만·제2형 당뇨병 등 대사 이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대장암 위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초가공식품 제조 공정에서 포함되는 여러 첨가물과 정제된 탄수화물 등은 체내 염증 반응을 촉진할 수 있다.초가공식품 중심 식단은 식이섬유가 적고 첨가물이 많아 장내 미생물 다양성 감소와 장 점막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특히 초가공식품에 제조에 많이 사용하는 오메가-6 지방산 함량이 높은 씨앗 기름(seed oils)이 조기 대장암 위험의 핵심 요인일 수 있다고 탬파 종합병원 암센터의 가네시 할라데(Ganesh Halade) 박사가 CNN을 통해 지적했다. 할라데 박사는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젊은층 대장암 증가, 식습관 변화와 연관 가능성영국 암연구소(Cancer Research UK)의 피오나 오스건(Fiona Osgun) 건강정보부 책임자는 이 연구가 암 위험 자체를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식습관이 장에서 일어나는 암의 초기 변화를 어떻게 촉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 역시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이번 연구는 ‘젊은층에서 왜 대장암이 빠르게 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초가공식품 섭취 증가가 잠재적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한다.관찰 연구의 한계상 초가공식품이 대장암 혹은 그 전 단계인 용종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입증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초가공식품 비중을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남성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14
    • 좋아요
    • 코멘트
  • “‘조용한 시한폭탄’ 소아 고혈압, 20년 동안 두 배 증가”

    전 세계적으로 아동과 청소년 고혈압 환자가 지난 20년간 거의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원인 세 가지는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운동 부족, 소아 비만 급증이다.영국 의학 저널 에 실린 이번 메타 분석은 21개국에서 40만 명 이상의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96개 연구 자료를 종합한 것이다. 분석 결과 고혈압 유병률은 2000년 3.2%에서 2020년 6.2%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이는 세계적으로 약 1억 40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성인이 되기 전에 이미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등 치명적이고 평생 지속될 수 있는 건강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연구진은 아동·청소년의 고혈압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비만을 지목했다. 적정 체중 아동의 고혈압 유병률이 3% 미만이지만, 비만 아동은 약 19%에 달했다.아직 고혈압에 이르지 않았지만, 정상보다 높은 혈압을 가진 고혈압 전(前) 단계 상태인 아동·청소년은 전 세계적으로 8.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기(7%)보다 청소년기(11.8%)에 높은 혈압으로 문제를 겪을 위험이 컸다.논문 공동 저자인 중국 저장대학교 의대 송페이즈(宋佩芝) 박사는 고혈압 증가는 주로 불건강한 식습관, 신체 활동 감소, 소아 비만 증가 때문에 촉발됐다고 밝혔다.먼저 소아 비만. 송 박사는 소아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 염증, 혈관 기능 등의 요인과 관련이 있으므로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CNN에 설명했다.또한 나트륨 섭취량 증가와 초가공 식품 섭취 비중 증대와 같은 식이 요인, 낮은 수면의 질. 유전적 소인 등도 고혈압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아울러 요즘 아이들이 과거 세대보다 활동량이 적고, 스마트폰 사용과 같은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약 1만 5000종의 인공 화합물로 구성돼 영원히 존재하는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합물(PFAS)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송 박사는 설명했다.영국 왕립 소아과학·아동보건학회(The Royal College of Paediatrics and Child Health) 스티브 터너 회장은 “어린이 고혈압의 급증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주된 원인은 예방이 가능한 소아 비만”이라고 가디언을 통해 경고했다.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그는 “의료 현장에서도 이미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며 “고혈압뿐 아니라 과거에는 어린이에게 거의 없던 제2형 당뇨병, 천식, 정신건강 문제 등이 비만과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터너 회장은 또한 “지속적인 고혈압은 심혈관계 및 장기 손상을 유발해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인다”며 “건강한 아이가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우리는 공중보건 위기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송 박사는 “부모가 자녀의 고혈압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과일, 채소, 통곡물이 풍부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고, 염분과 당 섭취를 줄이면 고혈압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또한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장려하고, 스마트폰이나 TV 등 화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가디언을 통해 조언했다.송 박사는 이어 가족 중 고혈압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가정에서 아이의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게 좋다며 조기 발견은 장기적인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13
    • 좋아요
    • 코멘트
  • 칼슘 보충제가 치매 위험 3~7배 높인다?…“전혀 아냐” 15년 추적 연구

    “칼슘 보충제가 치매 위험을 3~7배 높일 수 있다”라는 연구 결과가 9년 전 발표되면서 많은 노년층 여성이 혼란에 빠졌다.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되레 뇌 건강을 해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커졌다. 이제 그런 걱정 없이 뼈 건강에 신경 써도 될 것 같다.최근 호주에서 수행한 장기 추적 연구에서 “칼슘이 치매를 유발하지 않는다”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14.5년간 1460명 추적 결과, 치매 발생률 차이 없어호주의 세 대학, 에디스코완·커틴·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의 과학자와 의사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70~80대 여성 1460명을 대상으로 하루 1200㎎의 칼슘을 5년 간 복용하게 한 뒤, 약 10년 동안 건강 상태를 추적했다. 연구 기간에 269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칼슘 복용군(128명)과 위약군(141명)의 발생률이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의학 학술지 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칼슘 보충제는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라고 밝혔다.치매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APOE ε4), 흡연, 나이, 심혈관 질환, 식습관, 체중, 약물 복용 여부 등을 모두 보정해도 결과는 같았다. 이전 연구, 무엇이 잘못 됐나?2016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연구진은 칼슘 보충제 복용 여성의 치매 위험이 3~7배 높다고 보고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호주 연구자들에 따르면, 당시 결과는 ‘참가자 선정의 왜곡’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스웨덴 연구는 약국 기록만으로 칼슘 복용자를 구분했는데, 이들은 이미 골다공증이 있거나 뼈가 약한 사람들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칼슘 복용자의 골절률은 비복용자의 약 두 배(41% vs 21%)였다.골절은 그 자체로 치매 위험 요인이다. 골절 후 장기간의 입원, 움직임 제한, 신체 활동 감소 등이 인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스웨덴 연구에서 관찰된 치매 위험 증가는 칼슘 때문이 아니라, 칼슘을 복용할 수밖에 없었던 골절 같은 건강 상태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스웨덴 연구의 칼슘 복용자는 98명에 불과했고, 그중 치매 환자는 단 6명뿐이었다. 표본이 지나치게 적어 통계적 신뢰성이 떨어졌다.반면 이번 호주 연구에서는 이런 오류를 철저히 피했다. 연구진이 직접 칼슘 보충제와 위약을 나눠주고, 매년 남은 알약을 회수해 복용률을 정확히 기록했다. 참여자도 무작위로 배정해 두 집단의 건강상태를 비슷하게 맞췄다. 손색없는 무작위 대조시험을 진행한 것.인지 손상과 혈관 손상 우려, 모두 근거 없어이전 연구들 중 일부는 칼슘이 혈관에 침착돼 뇌 혈류를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호주 연구진은 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여성(178명)을 따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에서도 칼슘과 치매의 관련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 3년 차에 시행한 경동맥 초음파 검사(혈관 벽 두께 및 플라크 측정)에서도 칼슘군과 위약군의 차이는 없었다. 또한 5년 차에 실시한 기억력 검사에서도 두 그룹의 점수는 거의 같았다. 연구진은 “칼슘이 뇌혈관을 손상시키거나 인지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근거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참고로 참가자들은 식사를 통해 평균 하루 960㎎의 칼슘을 섭취했다. 칼슘 보충제를 포함하면 총 2160㎎ 정도로 늘었다. 연구진이 섭취량 기준(1610㎎)을 기준으로 나눠 비교했을 때, 총 칼슘 섭취량이 많거나 적어도 치매 발생률은 비슷했다.칼슘, 뼈 건강의 핵심 영양소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한계도 인정했다. 모든 참가자가 백인 호주 여성이었기 때문에, 남성이나 다른 인종, 혹은 젊은 층에도 같은 결과가 적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칼슘 복용을 5년간만 추적했으며, 이후에도 계속 복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칼슘이 노년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과 골절 감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준다. 하루 1200㎎의 칼슘을 5년간 복용하더라도, 이후 10년 넘게 치매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뼈 건강을 위해 칼슘을 복용하더라도 기억력이나 인지 기능을 해칠 걱정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연구진에 따르면 골다공증은 70세 이상 여성 5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13
    • 좋아요
    • 코멘트
  • ‘요요’는 의지력 부족 탓? 뇌가 살찐 상태를 정상으로 기억하기 때문

    살을 빼려면 덜 먹고 더 움직여야 하는데, 의지력이나 노력 부족으로 살을 빼지 못한다고 보는 ‘비만 낙인’이 수십 년 동안 통용됐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점점 더 분명히 밝혀내고 있다. 비만은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뇌가 만든 생존 시스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최근 국제 학술지에 중추신경계(CNS)가 신경내분비 신호를 어떻게 통합하여 에너지 항상성을 조절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기전이 어떻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항비만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리뷰 논문이 게재됐다.연구를 주도한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크리스토퍼 클레멘센(Christoffer Clemmensen) 부교수와 발데마르 브림네스 잉게만 요한센(Valdemar Brimnes Ingemann Johansen) 박사과정 연구원이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연구 결과를 쉽게 설명하는 글을 기고했다.■ 살을 빼기 어려운 이유? 의지의 문제가 아닌 지방을 지키려는 뇌의 문제연구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조상인 초기 인류에게 체지방은 생명줄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다른 동물들과 생존 경쟁을 벌이던 시절, 체지방은 생존을 위한 ‘에너지 비축 창고’였다. 너무 마르면 굶어 죽고, 너무 많으면 움직임이 둔해져 사냥이나 도망이 어려웠다.짧게는 수십만 년, 길게는 수백만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의 몸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어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하지만 현재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음식은 넘치고, 주로 앉아서 생활하며, 움직임은 선택 사항이 됐다. 과거 생존을 돕던 체중 방어 시스템이 이제는 역으로 체중 감량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체중 감량 후 ‘요요 현상’은 뇌의 자동 방어 반응체중이 줄면, 몸은 이를 생존 위협으로 인식한다. 그 결과, 식욕 자극 호르몬 그렐린이 급증하고, 포만감을 주는 렙틴이 감소하며, 에너지 소비량도 줄어든다.다시 말해, 뇌는 ‘이대로 가면 굶어 죽는다’라고 판단하여 체중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강력한 반응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이를 ’체중 기억‘(weight memory)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 후 감량한 체중을 되찾게 된다. 뇌가 그 수준을 ’정상 체중‘으로 인식해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줄었던 체중이 다시 불어났다고 의지력 부족이라고 평가할 순 없다. 이는 우리 몸의 생물학적 시스템이 체중 감소를 막기 위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수십만 년 동안 정교하게 진화한 뇌의 시스템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비만 치료제, 몸의 방어 시스템을 잠시 속이는 것연구진은 셀에 게재한 논문에서 인체의 중추신경계가 장·지방·간·췌장에서 오는 호르몬 신호를 통합해 에너지 항상성을 조절하는 ‘신경내분비 지도(neuroendocrine map)’를 제시했다.그중에서도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과 GIP(인슐린 분비 촉진 펩타이드) 같은 호르몬은 뇌에 “배가 찼다”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이를 모방한 비만 치료 약물(예: 위고비, 마운자로)은 뇌의 식욕 회로를 조절해 임상시험 결과 체중의 15~20%를 감량하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유효한 것은 아니다.부작용 때문에 복용을 지속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고, 아예 체중 감량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도 있다. 또한 약을 끊으면 생물학적 방어 시스템이 다시 활성화되어 체중이 돌아오는 경우도 흔하다.■ ‘요요 현상’ 없는 체중 감량 약물 개발 가능성연구진은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뇌의 신호를 제어함으로써 체중 감량 효과를 지속할 수 있는 약물 개발이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최근 비만과 신진대사 관련 연구와 약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적정 체중’보다 ‘좋은 건강’을 목표로연구진은 “적정 체중이 반드시 건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한다.체중이 조금 많더라도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정신적 안정 등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심혈관·대사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체중 감량과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진화의 산물로 뇌가 정교하게 작동하기에, 어쩌면 지는 게 당연한 게임이다.그렇다고 포기할 일도 아니다. 체중을 줄이고 싶다면 극단적인 다이어트보다는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습관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충분한 수면은 식욕 조절에 도움이 되고, 가벼운 걷기라도 혈당과 심혈관 건강을 개선에 도움이 된다. 건강한 생활 습관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보답을 가져다준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11-12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