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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안 줬다고 그린란드를 가지겠다는 트럼프의 말을 어떻게 믿나요? 그의 퇴임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21일(현지 시간) 덴마크령 그린란드 최대 도시 누크의 한 식료품점에서 만난 이누이트 원주민 아모슨 씨의 말이다.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항상 즉흥적이고 엉망(Messy)”이라고도 일갈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며 파병을 결정한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고,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린란드 주민들 사이에선 “트럼프는 신뢰할 수 없다”, “트럼프와의 협상은 잘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다른 주민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병합 의지를 완전히 포기하거나, 그가 퇴임하기 전까지는 절대 경계심을 늦추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선원 파빕 씨는 “트럼프의 변덕이 워낙 심해서 내일 갑자기 그린란드에 폭탄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그렇게 당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갑작기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최근 주민들에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5일치 식량을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누크의 주요 상점에서는 많은 이들이 물, 우유, 시리얼 같은 기본 식료품 사재기에 나섰다. 담요 등 전기가 끊어질 것에 대비한 물품도 인기다.일부 상점에서는 계란이 품절됐다. 아모슨 씨 역시 “전쟁으로 전기가 끊기면 냉장고를 사용할 수 없을 거 같아 얼린 생선과 고기를 샀다”고 했다. 현지 라디오에서는 “비상 물품을 준비하라”는 안내 방송이 계속됐다.전쟁 발발에 대비해 비상 탈출용 배낭을 미리 준비한 시민도 있었다. 누크 인근에 사는 마리나 씨는 “이 배낭에 침낭, 구급약, 담요, 단백질 과자 등을 담았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트럼프의 말이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든 전쟁이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게 돼 비상 배낭을 꾸렸다”며 “현 상황이 계속되면 그린란드를 떠날 수도 있다”고 했다.이누이트 원주민 일부는 전통 방식으로 사냥한 야생 동물의 고기를 파는 해안가 상점으로 몰려갔다. 여기서는 바다표범, 물개, 고래, 바다 갈매기 등의 고기를 팔고 있었다. 야생 동물 고기는 최근 사재기로 부족해진 생선, 소고기, 닭고기 등의 대체제 역할을 한다. 과거 원주민들은 이 고기들을 말리고 얼려 저장해 혹독한 겨울을 버텼다.원주민 엘마 씨는 “바다는 그린란드인의 ‘천연 냉장고’다. 설사 트럼프가 쳐들어와도 우리는 삶의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바다표범 고기 같은 전통 식량은 비상용 식량으로도 유용하고 우리의 정체성과 저항 의지를 나타내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덴마크 국영 DR방송에 따르면 덴마크군은 19일부터 그린란드 내 전투 병력을 늘렸다. 실제 누크항 인근에서 포착한 덴마크 해군 함정은 누크 인근 해안을 상시적으로 순찰하며 혹시 모를 군사 충돌에 대비하고 있었다. 파빕 씨는 “누크항에서 덴마크군은 물론 나토군 등 유럽 군인도 속속 눈에 띈다”고 했다.누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21일(현지 시간) 덴마크령 그린란드 최대 도시 누크의 한 식료품점. 이곳에서 만난 이누이트 원주민 아모슨 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항상 즉흥적이고 엉망(Messy)”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며 파병을 결정한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고,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린란드 주민들 사이에선 “트럼프는 신뢰할 수 없다”, “트럼프와의 협상은 잘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다른 주민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병합 의지를 완전히 포기하거나, 그가 퇴임하기 전까지는 절대 경계심을 늦추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파빕 씨는 “트럼프의 변덕이 워낙 심해서 내일 갑자기 그린란드에 폭탄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그렇게 당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무력 충돌에 대한 우려도 컸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최근 주민들에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5일치 식량을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누크의 주요 상점에서는 많은 이들이 물, 우유, 시리얼 같은 기본 식료품 사재기에 나섰다. 담요 등 전기가 끊어질 것에 대비한 물품도 인기다.일부 상점에서는 계란이 품절됐다. 아모슨 씨 역시 “전쟁으로 전기가 끊기면 냉장고를 사용할 수 없을 거 같아 얼린 생선과 고기를 샀다”고 했다. 현지 라디오에서는 “비상 물품을 준비하라”는 안내 방송이 계속됐다.전쟁 발발에 대비해 비상 탈출용 배낭을 미리 준비한 시민도 있었다. 누크 인근에 사는 마리나 씨는 “이 배낭에 침낭, 구급약, 담요, 단백질 과자 등을 담았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트럼프의 말이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든 전쟁이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게 돼 비상 배낭을 꾸렸다”며 “현 상황이 계속되면 그린란드를 떠날 수도 있다”고 했다.한편 덴마크 국영 DR방송에 따르면 덴마크군은 19일부터 그린란드 내 전투 병력을 늘렸다. 실제 누크항 인근에서 포착한 덴마크 해군 함정은 누크 인근 해안을 상시적으로 순찰하며 혹시 모를 군사 충돌에 대비하고 있었다. 파빕 씨는 “누크항에서 덴마크군은 물론 나토군 등 유럽 군인도 속속 눈에 띈다”고 말했다.누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마나(Make America Native Again·MANA·미국을 다시 원주민의 나라로).’ 20일(현지 시간) 눈으로 뒤덮인 덴마크령 그린란드 최대 도시 누크의 도로변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팻말이 수북이 쌓인 눈 위에 꽂혀 있었다. 팻말에 그려진 성조기 위에는 ‘X’가 쳐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비꼬는 선전물이었다. 인근에 위치한 주그린란드 미국 총영사관 앞에는 그린란드 상징 깃발로 빨간색과 흰색이 대비되는 ‘에르팔라소르푸트(Erfalasorput·그린란드어로 ‘우리의 깃발’이란 뜻)’가 꽂혀 있었다. 건물 위에 걸린 성조기보다 훨씬 작은 크기였지만 미국에 대한 저항 의지가 느껴졌다. 17일 누크 전역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졌을 때 미국 총영사관 앞에는 대규모 시위대가 몰려갔다. 우체국 직원 아길 씨는 “우리는 미국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강조하고, 덴마크를 포함해 그린란드에 파병한 유럽 8개국에 보복성 관세(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 부과)를 적용하겠다고 밝히자 누크는 거대한 저항의 공간으로 변해 가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그린란드인과 덴마크인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 외에는 그린란드를 보호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거듭 병합 의지를 강조했다.‘그린란드 안 팝니다’ 새긴 후드티 불티… 전쟁 공포에 사재기도[美-유럽, 그린란드 충돌]‘분쟁의 땅’ 그린란드 르포도시 곳곳에 反트럼프 플래카드… 주민 “지금 이대로 살고싶다” 격양“문득문득 전쟁 걱정” 불안 호소도… 정부, 닷새분 식량 비축 권고 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그린란드 주민의 반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도시 곳곳에서 에르팔라소르푸트(그린란드 깃발)와 ‘반(反)트럼프 메시지’를 담은 팻말과 플래카드를 볼 수 있었다. 각종 공공기관, 식당, 가정집은 물론이고 거리의 쓰레기통, 건설 현장의 크레인 위에서도 에르팔라소르푸트를 발견할 수 있다. 기자가 누크에서 만난 그린란드 주민들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강조하고, 이 과정에서 그린란드에 대한 매입이나 군사 옵션 사용도 검토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들이 많았다. 간호사 미리엠 씨는 “남의 나라를 침범할 수 있다고 믿는 트럼프는 21세기가 아니라 1970, 80년대에 사는 거 같다”며 “미국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듯 우리도 지금 이대로 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병합하면 주민들에게 각각 10만 달러(약 1억4700만 원)를 주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현실을 전혀 모른다’는 식의 날 선 반응이 나왔다. 자신을 오랜 세대에 걸쳐 그린란드에서 거주한 ‘진짜 원주민’이라고 소개한 케테린 씨는 “미안하지만 사양하겠다(No, Thanks). 우리는 이미 충분히 부유하고 자원도 많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자원 개발이 이뤄지면 우리는 더 풍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과 나라에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있듯 그린란드도 마찬가지”라며 “마음대로 우리의 정체성과 땅을 차지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린란드의 반트럼프 시위대가 자주 외치는 구호 중 하나는 ‘그린란드는 매매의 대상이 아니다(Greenland is not for sale)’이다.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발언을 저격하려는 의도다. 현지의 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Greenland is not for sale’이 적힌 후드티를 판매 중인데,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누크 도심의 아웃도어 용품 매장 점원은 “지난해 트럼프가 재집권해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고 밝힌 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생산품이 5번이나 동이 나 계속 새 물량을 찍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유럽 갈등 고조 속에 ‘전쟁’에 대한 두려움 커져 많은 그린란드 주민들이 미국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일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고, 누크를 떠날 준비를 하기도 한다. 누크의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미에누아 씨는 “평정심을 유지하다가도 문득문득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온다”며 “식량과 물을 대량 구매해 저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 누크 시민은 기자에게 “당신은 트럼프가 무섭지 않나? 이런 시국에 그린란드에 오다니…”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20일 누크 공항에는 덴마크 정부가 보낸 병력들이 속속 도착했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군인뿐 아니라 소방 인력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누크 공항에 도착한 군인들은 ‘어떤 임무를 맡고 있냐’고 묻자 “대답해줄 수 없다”며 곧장 현장으로 이동했다. 그린란드 정부는 주민들에게 닷새분의 식량을 비축하라는 권고 등이 포함된 새로운 지침을 배포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실제로 그린란드에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만약 우리를 상대로 무역전쟁이 시작된다면 우리는 당연히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움직임에 강경 대응을 주장하고 있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세계 여러 곳에서 다시 제국주의적 야망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누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우리는 미국도, 트럼프도 싫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덴마크령 그린란드 주민들의 반감은 상당하다.20일(현지 시간) 그린란드 최대 도시 누크 곳곳에서는 그린란드 깃발과 다양한 종류의 ‘반트럼프 메시지’를 담은 플랭카드를 볼 수 있었다.기자가 누크에서 만난 그린란드 주민들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강조하고는 과정에서 그린란드에 대한 매입이나 군사 옵션 사용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미리엠 씨는 “남의 나라를 침범할 수 있다고 믿는 트럼프는 21세기가 아니라 1970~1980년대에 사는 거 같다”고 비꼬았다. 자신을 원주민이라고 소개한 케터린 씨는 “우리는 이미 충분히 부유하다”며 “미국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많은 그린란드 사람들은 최근 ‘그린란드는 매매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외친다. 현지의 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이 문구가 적힌 후드티를 최근 내놓았는데,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이처럼 많은 그린란드 주민들이 미국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일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거나, 누크를 떠날 준비를 하기도 한다. 대학원생 미엔와 씨는 “평정심을 유지하다가도 문득문득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온다”고 말했다.20일 그린란드 누크 공항에는 덴마크 정부가 본토에서 보낸 병력들이 속속 도착했다. 여기에는 비상 사태에 대비해 군인 뿐 아니라 소방 인력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누크 공항에선 도착한 군인들은 곧장 현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한편 그린란드 정부는 주민들에게 닷새분의 식량을 비축하라는 권고 등이 포함된 새로운 지침을 배포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실제로 그린란드를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만약 우리를 상대로 무역전쟁이 시작된다면 이는 내가 권고할 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는 당연히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누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위협은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20일(현지 시간) 그린란드 최대 도시인 누크를 가기 위해 경유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공항에서 만난 덴마크 대학생 아스가르 씨.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국면 전환용 수단으로 그린란드 병합을 주장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공항에서 만난 스웨덴인 한스 씨는 “덴마크 사람들이 자국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미국에 팔지 않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나도 그들의 분노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강조하고, 덴마크를 포함해 그린란드에 파병한 8개 유럽 국가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코펜하겐 공항에서 만난 유럽인들은 “트럼프의 야욕에 유럽이 더욱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덴마크 TV2 방송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이날 밤 큰 규모의 병력을 그린란드로 보냈다. 정확한 병력 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페테르 보위센 덴마크 육군 참모총장도 그린란드로 향했다. 최근 덴마크는 수백 명의 군인을 그린란드로 보냈는데 추가 병력 배치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병합 발언이 계속되자 영토 수호 의지를 강조한 조치로 풀이된다.[美-유럽, 그린란드 충돌]관세 무기로 땅 노리자 분노 폭발… WSJ “美-유럽 우정 회복 불가”트럼프 “협의 안되면 관세 100% 실행”… 북미항공우주사령부 군용기도 파견20일 코펜하겐 공항에선 그린란드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공항 내 편의점 앞 가판대에는 그린란드와 트럼프 대통령 관련 이슈를 1면 톱기사로 다룬 신문들이 놓여 있었다.덴마크 일간 엑스트라 블라데트는 트럼프 대통령을 ‘폭력배’로 표현하며, ‘마피아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는 제목을 앞세웠다. 다른 신문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나 그린란드 지도 이미지를 1면에 크게 보도했다.● 유럽, 트럼프에 대한 반감 한계에 달해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까지 무기화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야욕을 본격화하면서, 유럽에서 미국에 대한 반감과 대미(對美) 관계에 대한 회의론이 급증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돼도 그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매체는 “그린란드 문제에서 타협이 이뤄져도 ‘서방’으로 불려 온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우정이 다신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유럽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 대치 국면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어진 다른 갈등들에 더해져, 유럽인들은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독성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파병에 나선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8개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자 제1, 2차 세계대전 등에서 미국과 함께 싸운 ‘혈맹’ 영국에서조차 거센 반(反)트럼프 여론이 일고 있다. 영국 여론조사 회사 유고브가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영국인 응답자의 67%는 “미국이 유럽 동맹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보복 관세’로 맞서야 한다”고 답했다.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미국은 유럽과 아슬아슬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유럽연합(EU)을 두고 “미국을 등쳐 먹기(screw)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국방비 증액에 적극적이지 않은 유럽 주요국에 주둔 미군 감축, 방위 공약 재검토 등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양측의 통상 협상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보다 더 격렬하게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EU가 미국산 자동차와 농산물 등에 대해 불공정한 장벽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관세를 무기화해 거칠게 압박했다.그 과정에서 경제력, 군사력이 열세인 유럽은 사실상 먼저 머리를 숙였다. 방위비를 증액하고, 미국의 통상 요구를 대거 수용해 무역 합의를 체결하는 등 전면전을 피했다. 안보 측면에서 미국 의존도가 워낙 높고, 수출에서도 미국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 소유의 그린란드까지 넘보자 유럽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단 분석이 나온다. ‘대서양 동맹’을 옹호해 온 이탈리아의 중도성향 정당 ‘아치오네’를 이끄는 카를로 칼렌다 대표는 “트럼프가 서방의 결속과 유럽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그린란드 합의 안 되면 100% 관세”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19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관련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유럽 주요국에 진짜 관세를 부과하겠느냐’는 질문에 “100%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점령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노 코멘트”라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19일 미국은 캐나다와 함께 운영하는 공동 우주방위기구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군용기를 그린란드로 보냈다고 발표하며 군사적 압박에 나서는 모양새도 취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을 향해 “우크라이나 전쟁에나 집중해야 한다. 그게 유럽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보라”고 쏘아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그린란드를 지켜낼 수 있겠냐는 의미다.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유럽이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검토하는 것을 두고 “매우 현명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유럽이 미국에 보복관세 등으로 맞선다면 더 강한 추가 조치에 나설 뜻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코펜하겐·누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파병한 유럽 주요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도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전방위적 무역 및 안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80년 넘게 이어진 ‘대서양 동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1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위협에 맞서 930억 유로(약 159조 원)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미국 기업의 EU 시장 진출을 대대적으로 제한하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ACI는 EU를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상대국에 공공조달, 지식재산권, 직접 투자, 금융시장 접근 등을 강도 높게 제한하는 조치로 ‘무역 바주카포’로 불린다. 2023년 도입 뒤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압박에 EU가 특단의 맞불 조치를 고려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EU 27개국 정상은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갖고 미국의 위협에 맞설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유럽의회 또한 지난해 체결된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26, 27일 표결에 부쳐 최종 승인하려는 계획을 보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8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서반구의 안보를 다른 나라에 위탁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린란드가 미국에 편입되지 않으면 (북극) 안보 강화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또 유럽이 미국의 안보 우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유럽이 약함을 드러낼 때 미국은 강함을 보여준다”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 “나토가 20년간 덴마크에 ‘그린란드에서 러시아의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그린란드 병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미국에 열세인 유럽이 대서양 동맹 위기를 감수하며 계속 맞서는 건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21일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베선트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주요 각료를 대거 동원해 유럽 주요국 정상과의 회동에 나선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립이 양측의 전면적인 경제, 안보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덴마크 영토를 넘보고, 이를 지원하려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8개국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는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재집권 후 그의 국방비 증액 요구, 불리한 무역협정 등을 모두 감수했던 유럽의 축적된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 시간) “미국을 달래려던 시절은 끝났다”며 유럽의 분노 수위가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력과 군사력 등의 우위를 토대로 “미국이 없으면 유럽의 안보와 경제가 모두 위기를 맞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럽의 보복이 시행되면 추가 관세 부과는 물론이고 유럽과의 안보 협력도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유럽으로선 큰 위협이다. 다만 양측이 19∼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을 계기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다보스를 찾아 유럽 주요국 지도자를 만날 예정이다.● 유럽 vs 美 거센 대립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미국의 추가 관세 위협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보고 유럽 차원의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직접 소통하며 일명 ‘무역 바주카포’라 불리고, 부과 대상 국가 기업의 EU 내 활동을 크게 제한하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EU는 930억 유로(약 159조 원)의 보복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관세가 시행되면 미국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항공기와 자동차, 이들의 관련 부품, 옥수수 소고기 버번 위스키 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EU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일 때 이미 보복관세를 부과할 세부 제품 목록을 작성했지만,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실제 부과는 유예했다. 지난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타결한 양측 무역협정의 무기한 보류도 거론된다. 유럽의회는 26∼27일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표결에 부쳐 최종 승인할 계획이었지만, 그린란드 사태로 이를 보류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8개 이상의 전쟁을 중단시켰는데도 나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순수하게 ‘평화’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며 “그린란드에 대해 완전하고 전면적인 통제권을 가지지 않는 한 세계는 안전하지 않다”고 썼다고 19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유럽의 반발에 개의치 않고 그린란드 병합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유럽, 경제와 안보 모두 美 의존 높아다만 유럽이 ACI, 맞불 관세 등 반격에 실제 나설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많다. 2025년 기준 유럽의 대(對)미국 수출은 5379억1800만 달러(약 791조 원)다. 미국의 대유럽 수출 3469억7500만 달러(약 510조 원)보다 약 280조 원 많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립 격화로 미국 시장을 잃어버리면 EU가 받는 타격이 더 크다. 미국 측 주장대로 유럽의 안보가 사실상 미국이 중심인 나토 체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미국이 나토 동맹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가 유사시 공동으로 핵 공격에 나서는 ‘나토식 핵 공유’ 전략 등에서 역할을 축소하거나, 탈피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이 필요한 유럽에는 큰 안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강경한 보복 조치는 유럽 경제와 안보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양측이 다보스 포럼을 계기로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 정·재계 거물이 포함된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다보스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9일 대국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파병국 관세 부과에 대해 “전적으로 잘못됐다”면서도 보복 관세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중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립이 양측의 전면적인 경제, 안보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덴마크 영토를 넘보고, 이를 지원하려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8개국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는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재집권 후 그의 국방비 증액 요구, 불리한 무역협정 등을 모두 감수했던 유럽의 축적됐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 시간) “미국을 달래려던 시절은 끝났다”며 유럽의 분노 수위가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력과 군사력 등의 우위를 토대로 “미국이 없으면 유럽의 안보와 경제가 모두 위기를 맞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럽의 보복이 시행되면 추가 관세 부과는 물론이고 유럽과의 안보 협력도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유럽으로선 큰 위협이다.다만 양측이 19~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을 계기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다보스를 찾아 유럽 주요국 지도자를 만날 예정이다.● 유럽 vs 美 거센 대립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미국의 추가 관세 위협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보고 유럽 차원의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직접 소통하며 일명 ‘무역 바주카포’라 불리고, 부과 대상 국가 기업의 EU 내 활동을 크게 제한하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또 EU는 930억 유(약 159조 원)의 보복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관세가 시행되면 미국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항공기와 자동차, 이들의 관련 부품, 옥수수 소고기 버번 위스키 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EU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일 때 이미 보복관세를 부과할 세부 제품 목록을 작성했지만,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실제 부과는 유예했다.지난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타결한 양측 무역협정의 무기한 보류도 거론된다. 유럽의회는 26~27일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표결에 부쳐 최종 승인할 계획이었지만, 그린란드 사태로 이를 보류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루스소셜에 “이제 때가 됐다. (러시아로부터의 그린란드 보호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합병 필요성을 또 한 번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같은 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미국의 한 부분으로 하지 않고선 안보 강화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유럽의 반발에 개의치 않고 그린란드 병합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유럽, 경제와 안보 모두 美 의존 높아다만 유럽이 ACI, 맞불 관세 등 반격에 실제 나설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많다.2025년 기준 유럽의 대(對)미국 수출은 5379억1800만 달러(약 791조 원)다. 미국의 대유럽 수출 3469억7500만 달러(약 510조 원)보다 약 280조 원 많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립 격화로 미국 시장을 잃어버리면 EU가 받는 타격이 더 크다.또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는 EU 대부분의 국가에서 검색,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거의 없는 유럽의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국 빅테크의 EU 내 활동이 제한되면 소비자 불편을 피하기 어렵다.베선트 장관의 발언대로 유럽의 안보가 사실상 미국이 중심인 나토 체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이 나토 동맹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 유사시 공동으로 핵 공격에 나서는 ‘나토식 핵 공유’ 전략 등에서 역할을 축소하거나, 탈피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이 필요한 유럽에겐 큰 안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강경한 보복 조치는 유럽 경제와 안보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이에 따라 양측이 다보스 포럼을 계기로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베선트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MS 창업자 등 정재계 거물이 포함된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다보스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우리는 대화를 원한다”며 화해 의지를 드러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리자 팔레비가 16일 “이란은 지금쯤 중동의 한국이 돼야 했지만 북한이 됐다”고 밝혔다. 최근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 과정에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을 강하게 비판해 온 팔레비 전 왕세자가 반미·반서방 이념을 추구하며 국제사회 제재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최근에는 시위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고국의 현실을 한반도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이란은 한국보다 5배 높은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북한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재 또는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민생을 박탈하고 국가와 자원을 착취하며 배를 굶기는 정권, 극단적인 테러 그룹과 지역 안팎의 간첩을 지원하는 정권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무너질 것”이라면서 이란 귀국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란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개혁과 혁명의 대결이 아니라 점령과 해방의 대결”이라며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무너질 것이고,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1940년부터 이란을 통치한 무함마드 팔레비 전 국왕의 아들이다. 1979년 이슬람혁명 발발 당시 미국에서 조종사 훈련을 받는 등 유학 중이었다. 왕정이 무너지고 루홀라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한 혁명세력의 통치가 시작되자 미국에 정착했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 중 일부 시위대가 “팔레비 왕정으로 복귀”를 주장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 대안 정치세력으로는 실질적인 이란 내 영향력이 없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낼 역량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그는 최근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등과 만나며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비 전 왕세자에 대해 “이란이 그의 지도력을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하메네이 체제 붕괴 뒤 서방과 협력하며 경제난을 타개할 뜻도 밝혔다. 그는 “이란은 모든 국가들과 공정한 관계를 맺을 것이지만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원하는 만큼 동맹과 협력 파트너로서 서방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란인들은 지금 정부와 달리 평화와 안정성, 교역과 상업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미국 연계 세력과 이스라엘이 수천 명의 이란인을 죽였다.”(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병든 인간이다. 이란의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로 1989년부터 37년간 장기 집권 중인 하메네이가 지난해 12월 28일 발발한 반정부 시위 배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고 17일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태로 수천 명이 죽었다고 밝혀 시위 발발 후 처음으로 대규모 사망자 발생을 시인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란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이스라엘 N14방송은 한때 하메네이의 정치적 후계자로도 꼽혔던 그의 차남 모즈타바(57) 등 일부 이란 엘리트들이 신정일치 체제의 붕괴를 우려해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사망 미국 탓” vs “정권 교체”알자지라방송과 CNN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시위) 사상자와 손상 발생, 이란 국가에 대한 비방에 따라 미국 대통령을 범죄자(criminal)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반정부 시위로 수천 명이 숨졌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에 전가한 것이다. 하메네이는 이어 “이것은 미국의 음모이며 미국의 목표는 이란을 군사, 정치, 경제적으로 지배하려는 것”이라며 “미국 등 시위 배후에 있는 국제 범죄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이제 이란의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할 때”라며 정권 교체를 시도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하메네이를 겨냥해 “병든 인물이다. 그 형편없는 리더십 때문에 (이란이) 세계 어디를 통틀어도 살기에 최악인 장소가 됐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가 내린 최고의 결정은 “이틀 전 800명 넘는 사람들을 교수형에 처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미국의 개입에 따라 시위대의 대규모 처형이 연기됐음을 자찬했다. 당분간 이란에 군사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세계적 영화제를 석권한 이란 영화계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16일 미국 CNN 인터뷰에서 하메네이 정권이 “사실상 붕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정권은 이미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무너져 남아 있는 것은 껍데기뿐”이라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당국의 탄압 속에서도 영화 ‘써클’로 2000년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택시’로 2015년 독일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아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받았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하메네이 정권 붕괴 이후 이란 상황을 가정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심수였던 남성이 과거 자신을 신문했던 인물을 납치하며 복수와 용서의 딜레마에 빠지는 내용이다.● 하메네이 차남 등 자산 국외로 빼돌려 한편 N14방송은 17일 “최근 48시간 동안 이란 엘리트들이 15억 달러(약 2조205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이란 밖으로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모즈타바 혼자 3억2800만 달러(약 4821억 원)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빼돌렸다며 “이란 지도부는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 훗날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14일 미국 보수 성향 케이블 매체인 뉴스맥스 인터뷰에서 “이란 지도부가 수백만, 수천만 달러를 해외로 송금하거나 몰래 빼돌리고 있다. 쥐들이 배에서 도망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란 내 반정부 시위는 당국의 강경 진압 속에서 잦아드는 모양새다. 16일 뉴욕타임스(NYT) 등은 당국의 거듭된 유혈 진압으로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상당 부분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14, 15일 이틀간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위 소강과 무관하게 사상자 수는 급증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의 주말판 선데이타임스는 이란 현지 의사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17일 기준 최소 1만6500명이 숨지고 33만 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최소 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그린란드 방어 훈련 참가를 위해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국에 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20일 재집권 1년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동맹에 다시 한번 관세 폭탄을 투하하며 재집권 2년 차의 문을 연 것이다. 1949년 설립 후 77년간 북미와 유럽의 집단 안보를 책임졌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 역시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가 알 수 없는 목적으로 그린란드에 접근했다”며 “이들 나라는 2월 1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받고, 6월 1일에는 관세가 25%로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그린란드 병합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 8개국이 그린란드 방어를 위한 ‘북극의 인내’ 작전에 병력을 파견하자 관세로 보복 및 경고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전 세계의 안보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이 신성한 땅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위험한 상황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종식시키기 위해 (관세라는) 강력한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관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완전히 ‘매입(purchase)’하는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맞은 8개국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세 위협은 대서양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린란드 훈련에 대해선 “나토 회원국으로서 동맹국들이 사전에 협의한 훈련이며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올해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보이콧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 정계에서도 초당적 우려가 쏟아졌다. 집권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이번 관세는) 미국, 미국 기업, 미국 동맹국에 모두 나쁘다”며 “나토 분열을 원하는 중국, 러시아 등 적대 세력에만 좋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그린란드인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동맹국의 영토를 그 의사에 반해 강탈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며 “수십 년 만의 가장 큰 대서양 갈등으로 이어져 나토 방위 동맹의 근본적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은행이 왜 음식 배달 사업을 하지?’ 신한은행이 2022년 1월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 공공 배달 앱 ‘땡겨요’를 선보이며 뛰어들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은행을 예·적금 관리와 대출 업무를 수행하는 곳으로만 인식해 온 대중에게, 은행의 배달 시장 진출은 생소한 행보였기 때문이다. 은행이 고유 업무가 아닌 영역에 진출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금융당국은 신한은행의 배달 앱은 허용해 줬다. 민간 배달 앱 수수료율(7.8%)에 비해 2%의 낮은 수수료율을 제공해 자영업자와 상생한다는 취지나 음식점 주문 데이터 등으로 자영업자 신용을 평가해 대출하는 혁신성을 의미 있게 본 것이다. 배달 앱은 지난해 11월 배달 앱 시장 점유율 7.7%까지 성장했지만, 신한은행은 고민이 많다. 앱의 사업 규모가 커져 분사해서 사업을 더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분사시키려면 은행법에 따라 은행은 지분의 15%까지만 가질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거대 민간 자본이 지분 대부분을 가져가면 배달 앱의 공공성이 희석되기 쉽다”며 “우리 앱처럼 공공성이 있는 플랫폼은 분사할 때 은행 지분을 높일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가 혁신 금융 성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금융권 자금을 과열된 부동산과 손쉬운 대출에서 혁신 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틀기 위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은 획기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혁신 금융을 벤치마킹하고 싶어도, 규제 탓에 못 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 금융지주 출자 규제 완화안, 9개월째 제자리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핀테크에 대한 금융지주회사의 출자 제한을 5%에서 15%로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지주가 혁신 서비스를 운영하는 핀테크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법 등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그룹들은 출자 제한 비중과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출자 제한을 10%포인트 늘린다고 재무적(FI) 투자자가 하는 수준 이상으로 협업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출자 제한 범위를 핀테크 산업에 한정하는 것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웹3.0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출자 범위를 핀테크 외 다른 분야로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해당 개정안은 9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에 제출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5대 금융이 생산적 금융에 441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생산적 금융’ 분야로 분류되는 74.7%(331조 원)를 차지하는 대출에 대한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 생산적 금융 대출로 볼 수 있을지 모호하다. 이 사람이 데이터센터를 지은 뒤 센터에서 임대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출이 아닌 혁신 산업에 대출하자는 생산적 금융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런 경우는 생산적 금융으로 분류할지 애매하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금융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가 나중에 생산적 금융 여신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금융 당국에서 큰 틀에서의 지침을 제공해야 속도와 실행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적 금융 투입 자금 중 50조 원이 배당된 정책 펀드(국민성장펀드)가 잘 굴러가도록 주식의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기준을 더 완화해 달라는 의견도 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RWA를 산정할 때 기업 대출, 주식 등 비교적 모험적인 투자에는 가계대출보다 높은 위험 가중치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건전성을 양호하게 관리하기 위해 모험 투자를 꺼리는 편이다. 은행들이 정책 펀드 투자를 꺼리지 않게끔 건전성 기준을 낮춰 달라는 의미다. ● 보험사들 “건전성 규제 부담 덜어줘야” 보험사들은 비상장 주식에 해당하는 정책 펀드에 투자할 때 요구 자본을 계산할 경우 충격 수준 또는 위험계수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요구 자본은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반드시 적립해야 하는 최소한의 자본을 말한다. 지금 규제에 따르면 비상장 주식 충격 수준은 49% 정도인데, 유럽 등 선진시장의 상장 주식이나 장기 보유 주식(25∼35%)에 비해 높다는 얘기다. 당국이 요구하는 충격 수준이나 위험계수가 높으면 보험사들은 자본을 많이 쌓아둬야 해 부담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충격 수준이 높으면 펀드 투자에 대한 장부가액이 하락해 자본과 순자산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요구 자본 증가로 이어진다”며 “당국이 충격 수준을 완화하면 건전성 규제를 맞추는 부담을 덜어 투자가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금융업계에서는 신기술금융사가 투자 목적회사(SPC)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외부 자금 차입을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신기술금융사가 신기술 투자조합을 만들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형태다. 그런데 재원이 한정돼 투자 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차원에서 생산적 금융의 실행을 위한 고환율 등 복합적인 거시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 확대는 해외·투자은행(IB) 부문의 헤지 비용과 이익 변동성을 키우고, 재정 확대·기업 조달 비용 증가로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업금융·인프라 금융의 조달 비용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돈 안 되는 초기 단계, 정부가 총대 메야” 마중물 전략 강조中 빅펀드, 금융지원 추가 확보 기여테마섹 모델, 국가 전략산업 육성성공한국판 생산적 금융이 성공하려면 정부는 정책 금융으로 연구개발(R&D)과 초기 사업단계 자금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민간 금융이 투자하기 어려운 단계에선 정부의 자금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생산적 금융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초혁신경제 선도를 위한 한국 금융의 생산적 지원 역할 강화 전략’ 자료에 따르면 정책 금융은 혁신 산업 생태계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초기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다. 첨단 제조와 신산업의 경우, 민간 금융으로선 지출하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긴 데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서 단독으로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중국이 눈에 띄는 사례로 꼽힌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발표한 산업정책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 정책을 내놨다. 첨단·신흥산업으로 장기 자금이 집중될 수 있도록 국영은행을 중심으로 저리 대출을 지원했다. 정부 자금이 투입된 사모펀드(GGF)는 적극적인 대내외 투자에 나섰다. 국가 반도체 산업투자 펀드(빅펀드)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국가 재정을 투입해 2014년 1기, 2019년 2기, 2024년 3기 빅펀드를 출범시켰다. 3개 국영 펀드의 자본금 규모 합계는 6868억5000만 위안(약 145조3031억 원)에 이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빅펀드 투자는 대상 기업이 은행 대출 등 여타 금융 지원까지 추가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며 “빅펀드가 투자한 기업은 금융회사에 정책 정합성, 투자 적격성 신호로 인식되고 대외 신용도도 높아져 중장기 설비 대출·회사채 발행이 용이해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도 국가 전략산업을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데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KDI는 “항공·통신·금융 등 기간산업 기반 구축에서 시작해 인공지능(AI)·바이오·첨단 제조까지 전략기술 투자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짚었다. 민간 금융은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대규모 양산, 해외 확장 단계에서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예컨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세쿼이아 캐피털, GGV 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미국·유럽 진출에 필요한 마케팅·인프라 비용을 지원받았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도 소프트뱅크와 야후의 투자를 받아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1년을 나흘 앞둔 16일(현지 시간). 그의 트루스소셜에는 두 장의 흑백 사진이 연달아 올라왔다. ‘결단의 책상’으로 불리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 내 책상 위에 양 주먹을 짚고 선 그가 정면을 응시하는 흑백 사진이었다. 사진 위에는 ‘관세 왕(The Tariff King)’, ‘미스터 관세(Mister Tariff)’란 글씨가 적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설립 후 미국의 오랜 동맹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8개국에 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병합을 추진하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공동 방어하려는 ‘매우 위험한 게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최근 1년간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경제가 아닌 안보 사안에서 동맹에까지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함께 싸운 ‘혈맹’ 영국과 프랑스에도 그린란드에 파병을 이유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한 건 나토와 동맹의 특수성을 무시한 조치란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세계 평화 위해 그린란드 가져야”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8개국이 최근 그린란드 방어 목적의 ‘북극의 인내’ 작전에 가담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지구의 안전, 안보, 생존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8개국이 “감당할 수 없거나 유지 불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초래했다”고도 했다. 지난해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은 영국산 수입품에 10%, 유럽연합(EU)산 수입품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여기에 10%의 관세를 더할 뜻을 밝힌 것이다. 그린란드 병합의 정당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수년 동안 관세나 어떤 형태의 대가도 청구하지 않음으로써 덴마크와 모든 EU 국가들,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수 세기가 지난 지금 덴마크는 (미국에) 보답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세계 평화를 위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해야 한다는 논리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원하고 있다”며 “덴마크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이들이 현재 가진 건 개썰매 두 대뿐”이라고 했다.● 유럽 국가들 거세게 반발 유럽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에 “관세 위협을 용납할 수 없고 지금 상황에 맞지도 않는다. 유럽인들은 단합해 조율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나토 동맹국들이 집단 안보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고 동조했다. 그린란드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폴리티코 유럽 등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은 미국산 무기 수입 중단, 유럽 주둔 미군 지원 중단, 유럽 내 미군기지 통제권 회수 등도 거론하고 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그린란드와 무역협정 의회 승인을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의회는 당초 26, 27일 미국과 무역협정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으나 그린란드 갈등이 불거지면서 승인을 보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EU가 27개국으로 구성된 단일 무역 체제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그린란드 파병 국가 대상 관세 부과가 큰 혼란을 야기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허언’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위협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美-유럽 집단안보 체제 위기 이번 사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나토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가 근본적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영국 BBC는 “미국과 영국의 ‘특수 관계’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두 나라는 1, 2차 세계대전과 냉전,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같은 편에서 싸웠다. 또 나토를 통해 긴밀히 협력해 왔다. 미국 내 반대 여론도 높다. 최근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에 따르면 미국인의 73%는 “군사력을 통한 그린란드 점령에 반대한다”고 답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가 16일 “이란은 지금쯤 중동의 한국이 돼야했지만 북한이 됐다”고 밝혔다. 최근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 과정에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도지도자 등을 강하게 비판해 온 팔레비 왕세자가 반미·반서방 이념을 추구하며 국제사회 제재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최근에는 시위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고국의 현실을 한반도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이란은 한국보다 5배 높은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북한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재 또는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라며 “민생을 박탈하고 국가와 자원을 착취하며 배를 굶기는 정권, 극단적인 테러 그룹과 지역 안팎의 간첩을 지원하는 정권 탓”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무너질 것”이라면서 이란 귀국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란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개혁과 혁명의 대결이 아니라 점령과 해방의 대결”이라며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무너질 것이고,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1940년부터 이란을 통치한 모하마드 팔레비 전 국왕의 아들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발발 당시 미국에서 조중사 훈련을 받는 등 유학 중이었다. 왕정이 무너지고 루홀라 호메이니를 중심으로한 혁명세력의 통치가 시작되자 미국에 정착했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 중 일부 시위대가 “팔레비 왕정으로 복귀”를 주장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 대안 정치세력으로는 실질적인 이란 내 영향력이 없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낼 역량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다만 그는 최근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등과 만나며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비 전 왕세자에 대해 “이란이 그의 지도력을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팔레비 전 왕세자는 하메네이 체제 붕괴 뒤 서방과 협력하며 경제난을 타개할 뜻도 밝혔다. 그는 “이란은 모든 국가들과 공정한 관계를 맺을 것이지만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원하는 만큼 동맹과 협력 파트너로서 서방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란인들은 지금 정부와 달리 평화와 안정성, 교역과 상업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나라에 있었다면 우리의 아이디어는 아직 머릿속에서만 존재했을지 모른다.” 영국 친환경 냉동운송 시스템 스타트업인 선스왑의 공동 창업자 앤드루 스시스 최고경영책임자(COO)는 지난해 12월 15일 영국 수도 런던 인근 서리의 연구개발(R&D)센터를 아시아 언론 최초로 동아일보에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선스왑이 2020년 창업 후 5년 만에 트럭 냉동운송계의 ‘게임 체인저’로 성장한 비결은 영국의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VC)에 있다는 얘기다. 그는 “기후테크 VC들은 아이디어의 싹을 틔우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시작으로 실제 사업성을 갖춰 주는 액셀러레이팅까지 한다”고 말했다. ● 탈탄소 냉동 트럭으로 운송비 81% 감소 선스왑은 디젤 기반 냉동 시스템이 30년 이상 독주하던 트레일러 업계에서 ‘신성’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와 태양광으로만 운영되는 ‘탈탄소 냉동 시스템’을 개발해 급성장하고 있다. 트레일러 상부와 측면에 고효율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설치하면 운행 중에도 자체적으로 충전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트럭 1대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연간 12t 줄일 수 있다. 냉동 트레일러 운영 비용도 디젤 차량 대비 최대 81%까지 줄었다. 선스왑은 앤드루 등 공동 창업자 3명이 시작한 작은 회사였다. 사업이 아이디어 단계에 불과했던 2020년 기후테크 전문 VC ‘서스테이너블 벤처스’가 전격적으로 15만 파운드(약 3억 원)를 투자하면서 연구개발의 기반이 마련됐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단순 자금 투자뿐 아니라 사무공간을 제공했다. 1년간 재무, 마케팅, 영업, 웹사이트 디자인 등 실무를 돕고, 다양한 교육을 지원했다. 축적된 기후테크 컨설팅 노하우를 살려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유통망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했다. ● 기후테크 VC의 전문성, 성공의 밑거름 사업이 물꼬를 트자 추가 투자가 이어졌다. 영국 유력 바클리 은행, 정부 기후펀드 ‘클린 그로스 펀드’, ‘브리티시 그로스 펀드’ 등이 투자를 결정했다. 셸벤처스의 투자는 선스왑이 유럽 전역의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투자는 ‘기술 혁신’으로 이어졌다. 투자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자체적인 시험 데이터가 쌓이면서 ‘데이터 기반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갖추게 됐다. 인공지능(AI) 데이터 기술을 도입해 시간이 지나면서 배터리 기능을 최적화시키는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선스왑 관계자는 “기존 디젤 기반 냉동 운송 체계는 성능이 떨어지고 고장이 나도 왜 그런지 알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배터리와 냉동 수준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명이 창업을 꿈꿨던 회사는 현재 직원 100명인 중견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사무실 규모도 6배로 확장했다. VC가 스타트업을 직접 인수하며 기술 혁신이 가속화된 사례도 있다. 영국 노팅엄에 본사를 둔 풍력발전기 예측 정비기업 오닉스는 2024년 세계적인 금융그룹 맥쿼리가 지분을 100% 확보하며 기술 혁신이 속도를 냈다.오닉스는 사전에 고장 가능성을 예측하기 힘들고, 한 번 고장 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풍력발전 터빈을 실시간 점검하는 회사다. 기존에는 풍력발전의 고장 탐지와 진단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맥쿼리의 인수 뒤 감속 운전 여부, 수리 시점, 자원 투입 계획까지 AI로 운영되는 솔루션으로 진화했다. 단순 경보 시스템을 넘어 풍력발전소의 총운영비까지 줄이는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이다. 알렉시스 그레논 오닉스 최고경영자(CEO)는 “맥쿼리의 투자로 자원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인재들이 합류하면서 개발 역량이 급속도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VC의 투자 손실 지원하는 영국 정부유럽 지역에서 영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혁신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SEIS 제도가 대표적이다. 영국 정부는 SEIS를 통해 개인투자자가 소규모 기업에 투자하면 최대 50%까지 소득세를 공제해 준다. 투자 주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고, 투자에 실패해도 손실을 부분적으로 보전해 투자 리스크를 낮춰 준다. 스타트업 컨설팅 전문 기업 도헤 글로벌의 율리아나 이사는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영국의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한 건 리스크가 낮기 때문”이라며 “아이디어 단계에서도 민간 VC들이 망설임 없이 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키우는 제도들도 영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영국 정부의 연구개발 보조금 지원 제도인 ‘이노베이트 UK’는 초기 개발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지만, 지분을 취득하지 않는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실제 투자에 적용하는 셈이다. 영국 정부가 기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안정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비결이다. 오닉스 관계자는 “미국은 정권에 따라 기후 정책이 달라지는데, 영국은 5년 단위 탄소 감축 예산이 법으로 이미 규정돼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기후 스타트업 160여 개 품은 英 벤처캐피털창업가 500여 명 자유롭게 드나들어고액 투자자들의 방 별도로 마련“회사 맞아? 카페 아닌가?”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 인근. 100년 넘은 바로크풍 흰색 벽돌 건물 5층에 들어선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사옥의 첫인상은 이랬다. 회사 외부는 영국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를 연상케 했지만, 실내로 들어서자 파티룸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입구 바로 앞 카페에선 직원들이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디저트를 30% 할인가로 즐기며 자유로운 토론을 진행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1인용 방에 누워 생각에 빠진 이들도 있었다. 회사 사무실이라곤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이 건물은 1900년대 초부터 런던의 행정기관으로 사용되다 최근 37년간 제대로 된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방치돼 왔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3년 전 런던 중심부의 건물을 ‘기후 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공간의 벽과 바닥은 100년 넘은 기존 자재를 그대로 유지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다만 가구, 파티션 등 사무실 인테리어는 모두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앤드루 워즈워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영감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160여 개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이 입주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출퇴근 시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이색적인 건 이 공간에 고액 자산가 투자자들의 방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초기 단계부터 교류하며 투자할 회사들을 모색한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투자하고 수익을 거두는 전형적인 VC를 넘어 유망한 기업을 아이디어 단계부터 발굴해 사업 모델을 함께 성장시켜 나가 ‘기후테크 생태계’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워즈워스 CEO는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가상의 공동 창업자에 가깝다”며 “기후테크 기업들의 어려움을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최근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 감행 의지를 거듭 나타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 그 의미가 뭔지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발발한 반(反)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이날 26세 남성 에르판 솔타니의 교수형 집행 계획까지 공언했던 이란 당국이 솔타니의 처형을 연기하는 등 한발 물러선 것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의 군사 조치와 이를 통한 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국은 중동 역내 기지에 머무는 일부 미군 인력에게 철수를 권고했다. 남중국해에 있던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중동 지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란 또한 15일 오전 1시 45분부터 7시 3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공중 임무’를 이유로 자국 영공을 전면 폐쇄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우려가 고조되자 이탈리아, 폴란드, 인도 등 각국은 이란 내 공관을 폐쇄하거나 자국민의 철수를 권고했다.● 트럼프-이란 모두 수위 조절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게 들은 정보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사람들이 얘기했던 처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당국의 시위대 살해 또한 “중단됐다”며 현지 상황이 호전됐음을 시사했다. 하루 전 솔타니의 처형 계획에 관한 질문을 받자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군사 개입을 시사했던 것과 상반된다. 같은 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늘이나 내일(15일) 중으로 교수형이 집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솔타니가 살아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고 진단했다. 다만 시위대에 대한 이란 당국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 사법부 수장 골람호세인 모세니에제이는 14일 시위대가 수감된 수도 테헤란의 한 교도소를 찾아 “어떤 사람(시위대)이 누군가를 참수하고 불태웠다면 우리는 임무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며 강경 진압 필요성을 강조했다. 14일 워싱턴포스트(WP)도 최근 온라인 영상들을 분석해 이란 군경이 최소 6개 도시에서 자국 시위대를 향해 산탄총 등을 발포했다고 전했다. 수도 테헤란 인근의 한 영안실에서는 최소 100구의 시신이 가방에 싸인 채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노르웨이 기반 국제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 18일째인 14일 기준 누적 사망자를 3428명으로 집계했다.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란 매체 ‘인권활동가통신(HRANA)’도 최소 1만8400명이 체포 및 구금됐다고 추산했다.● 미-이란 군사 충돌 가능성은 여전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대한 군사 옵션은 배제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실제 미군이 이란 공습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 보수성향 케이블 방송 ‘뉴스네이션’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남중국해에 배치됐던 항모전단을 중동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이 전단은 핵추진 항공모함인 ‘USS 에이브러햄링컨’호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란 인근 해역으로 이동하는 데는 약 1주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BC방송 또한 이란과 페르시아만을 두고 인접한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에선 일부 병력이 철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 대비해 위험 지역에서 일부 병력을 이동시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의 핵 농축 시설을 대규모 공습했을 당시 이 기지에 보복 타격을 가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 CBS방송에 “예방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미군 기지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등에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당신 나라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하마드 파크푸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반정부 시위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결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를 갖췄다”고 주장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회사 맞아? 카페 아닌가?”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 인근. 100년 넘은 바로크풍 흰색 벽돌 건물 5층에 들어선 기후 테크 전문 벤처캐피탈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사옥의 첫 인상은 이랬다. 회사 외부는 영국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를 연상케 했지만, 실내로 들어서자 파티룸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입구 바로 앞 카페에선 직원들이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디저트들을 30% 할인가로 즐기며 자유로운 토론을 진행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1인용 방에 누워 생각에 빠진 이들도 있었다. 회사 사무실이라곤 믿기지 않은 풍경이었다.이 건물은 1900년대 초부터 런던의 행정기관으로 사용되다 최근 37년간 제대로 된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방치돼왔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3년 전 런던 중심부의 건물을 ‘기후 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공간의 벽과 바닥은 100년 넘은 기존 자재를 그대로 유지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다만 가구, 파티션 등 사무실 인테리어는 모두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앤드류 워스워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영감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이곳은 160여개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출퇴근 시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이색적인 건 이 공간에 고액 자산가 투자자들의 방이 별도로 마련돼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초기 단계부터 교류하며 투자할 회사들을 모색한다.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투자하고 수익을 거두는 전형적인 VC를 넘어 유망한 기업을 아이디어 단계부터 발굴해 사업 모델을 함께 성장시켜 나가 ‘기후 테크 생태계’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앤드류 CEO는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가상의 공동 창업자에 가깝다”며 “기후테크 기업들의 어려움을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런던=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한다면 “매우 강력한 조치(very strong action)에 나설 것”이라고 13일(현지 시간)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발발한 반(反)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있으며, 14일 26세 남성 에르판 솔타니의 사형 집행까지 예고한 이란 정부에 군사 옵션 카드를 쓸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 “애국자들이여. 정부 기관들을 점령하라. 도움이 곧 도착한다(help is on its way)”고도 썼다. 이란 시위대에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를 전하며 조만간 미국이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이런 발언과 무관하게 미국이 실제 이란에 개입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그간 시위대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는 이란 정부가 보다 강경한 진압에 나설 수 있고, 이란 내 반미 감정 또한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 및 고립주의’를 지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지지층 또한 군사 개입에 부정적이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이달 10, 11일 중 미국에 망명 중인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리자 팔레비(66)와 비밀리에 회동해 이란 사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 신정체제 붕괴 가능성에도 대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두로-솔레이마니-바그다디 사례 거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솔타니의 교수형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만약 교수형을 집행하면 매우 강력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강력한 조치’의 최종 목표는 “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행자가 ‘이기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고 묻자 3일 군사작전을 통해 체포한 뒤 미국으로 압송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거론했다. 2019년 10월 제거한 이슬람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2020년 1월 제거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도 언급했다. 또 지난해 6월 B-2 폭격기로 이란 본토의 핵시설을 타격한 사례도 들었다. 마두로 대통령의 생포와 바그다디 제거에는 미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델타포스가 투입됐다. 솔레이마니는 무인기(드론)로 살해됐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정보 자산으로 ‘핵심 표적’만 공격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 등 이란 최고위 핵심 지도부를 겨냥한 ‘핀셋 타격’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움이 곧 도착한다”고 언급한 건 미국이 이란 당국을 상대로 조만간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윗코프 특사와 팔레비 왕세자의 회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팔레비 왕세자의 부친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퇴위한 무함마드 팔레비 왕이다. 팔레비 왕세자를 비롯한 팔레비 왕가 사람들은 이후 미국에 정착해 하메네이의 독재를 고발하는 반정부 활동을 해왔다. 그는 1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더 빨리 이란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 개입 걸림돌 여전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경제 제재 강화 등 비군사 옵션, 군사 공격 등 다양한 이란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했다. 다만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인사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반발, 미국 내 반대 여론은 물론이고 미군의 배치 현황 또한 걸림돌이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해 미군의 핵심 자산이 대거 중남미 카리브해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중동 내 미 공군 기지에서 전투기를 투입하고, 인근 해역에 배치된 미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방안이 가능한 선택지로 꼽힌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아랍권 주요국과 미국의 중동 내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 등은 후폭풍을 우려해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에 부정적이라고 NBC방송이 전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시 이란이 페르시아만 봉쇄에 나서고,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같은 인근 친미 산유국을 공격하면 유가 급등 등 미국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HRANA’는 이번 시위로 최소 2571명이 숨졌다고 추산했다. 영국 소재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사망자를 1만2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하메네이의 발포 지시로 8, 9일 양일간 국가 권력에 의한 계획적인 대학살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13일 이란 국영방송 또한 시위 과정에서 “많은 순교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이 사망자가 다수라고 인정한 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가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와 비밀리에 만났다고 13일(현지 시간)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이란 반체제 시위가 격화된 가운데, 미국이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이끄는 이란 신정체제 붕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악시오스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미국에 망명 중인 팔레비 전 왕세자와 지난 주말에 만났다.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 후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가 팔레비 전 왕세자와 접촉한 건 처음이다. 1960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팔레비 전 왕세자는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미국에서 전투기 조종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는 1980년 부친인 모하마드 팔레비 사망 후 미국에 정착해 하메네이 독재를 고발하는 반정부 활동을 해왔다. 그는 12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더 빨리 이란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내 일부 시위대도 팔레비 왕조 부활을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13일까지 이란 반정부 시위 참가자 2403명, 군경 147명 등 257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8~9일 이란 현대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학살이 자행돼 최소 1만2000명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하메네이가 발포를 직접 지시했고, 3부 요인의 승인 하에 강경 진압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이날 이란 국영방송은 시위대를 ‘무장테러단체’라고 부르며 “많은 순교자가 나왔다”고 했다. 이란 국영방송이 사망자가 다수라고 인정한 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발한 이란에서 당국이 폭압적인 시위대 진압을 이어 가고 있다. 인명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이란인권(IHR) 등에 따르면 8일 시위 도중 당국에 붙잡힌 남성 에르판 솔타니(26)가 14일 교수형에 처해질 예정이다. 당국은 솔타니를 사형이 가능한 ‘신(神)에 대한 전쟁’ 혐의로 기소했다. 그에게 변호인 접견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국제인도주의비정부기구(IHRNGO)는 “시위대에 대한 이란 당국의 초법적 처형 위험이 심각하다. 국제사회가 당국의 대량 학살로부터 민간인 시위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영국 일간 가디언과 IHR 등에 따르면 8일 소수민족 쿠르드족 여대생 루비나 아미니안(23·사진) 또한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졌다. 유족과 목격자에 따르면 그는 뒤쪽 근거리에서 발사된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란 당국이 사실상 자국민을 상대로 ‘즉결 처형’ 수준의 진압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미니안의 어머니는 딸의 유해를 찾기 위해 서부 쿠르디스탄주 마리반에서 수도 테헤란으로 상경했다. 수백 구의 시신을 직접 뒤지며 딸의 신원을 확인했다. 당국은 아미니안의 유해를 고향에 매장하려는 유족들의 염원을 외면한 채 시신을 테헤란 인근 도로변에 묻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2022년 9월 이란에서 발생한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도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당시 22세)의 죽음으로 발발했다. 아미니는 당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끌려갔고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당시 이란 당국은 아미니의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라고 밝혀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