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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12일 “직권남용 수사는 엄격하게 판단해 수사하도록 했다”며 “직권남용죄가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상반기엔 감사원법을 개정해 정책감사 폐지를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연루 의혹 공직자 조사를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가동이 정치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강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직사회 활력제고 TF 성과 브리핑을 갖고 “형법에 있어 직권남용죄의 구성 요건을 명확히 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에 대한 직권남용 수사 관행을 개선해 정치 보복 수사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정책감사 폐지도 법제화하기로 했다. 강 실장은 “올해 안에 감사 사무처리 규칙을 개정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감사원법을 개정해 정책감사 폐지를 제도화하겠다”며 “공직사회에 만연한 감사 공포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부처는 12·3 비상계엄 불법행위 연루 공직자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에 본격 착수했다. 집중 점검 12개 기관으로 지정된 외교부는 “정부 방침에 따라 외교부 차원에서도 TF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경찰청은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TF에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장 이하 장성 인사가 임박한 군에선 비상계엄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 진급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독일이나 일본이 취하고 있는 수준의 핵 잠재력을 가져야 한다. 핵연료 주기, 특히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 잠재력의 모든 기초다.”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최근 펴낸 신간 ‘좋은 담장 좋은 이웃’ 북토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국의 안보 방향에 대해 말하며 이같이 밝혔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꺼내들며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그리고 핵연료 주기를 갖는 것과 핵 잠재력을 갖는 건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면에 써 있는 100원과 뒷면의 이순신 장군 초상이 분리할 수 없듯이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핵연료 주기를 가지면 핵 잠재력은 따라온다”고 강조한 뒤 “우라늄 농축 재처리에 초점을 맞추면 되는데 지금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핵잠)이라는 거대한 ‘포장’을 가져와서 문제를 복잡하게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핵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송 전 장관은 “지금 핵잠을 갖고 있는 미국이나 프랑스 이런 나라들은 배타적 경제수역(EEZ)가 1000만㎢인 반면 한국은 40만㎢다”라며 “비유를 한다면 교통이 꽉 막힌 서울 시내 좁은 지역을 순찰하는 데 소나타 10대가 낫겠나, 마이바흐 한 대가 효율적이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1년에 국방비 중 장비를 쓰기 위해 17조 원이 드는데 핵잠은 한 대당 최소 3조~5조 원이다. 정해져 있는 예산으로 1년 내내 써야 할 군사 장비 비용을 한 번에 잠수함에 집어넣으면 모든 것이 왜곡된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낮춰야 우리의 정책 자율성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율의 범위가 넓어져야 미중 관계가 급격히 전환될 때 선택 여지가 생기고, 그런 대외적 선택의 여지를 확대하는 게 국가의 최고지도자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해야 할 책무”라고도 언급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장(현 국가안보실장),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을 지내며 북한 비핵화 협상 최전선에 있었던 송 전 장관은 새 책과 이날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허상과 관성적인 통일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선 “북한이 갖고 있는 핵무기와 남한의 핵 우산, 즉 미군의 철수를 동시에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달라진 환경에 따른 새로운 방향이 필요함을 시사했다.송 전 장관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고 남북 간 대립구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차가운 평화’가 유지돼야 한반도의 일단 안정이 보장된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통일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목표는 실현가능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통일에 도달할 수단은 없으면서 막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송 전 장관은 “중국이 뒤를 받치고 있는 한 북한은 붕괴하기 어렵고, 설사 붕괴한다 해도 한국이 원하는 식으로 한반도를 통일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날 북토크에 토론자로 참여한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송 전 장관은 “책에서도 제안했지만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실에 한반도위원회를 만들어 각 부처에서 모두 남북관계를 관여할 수 있도록 조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근 출간한 ‘좋은 담장 좋은 이웃’은 송 전 장관이 2016년 ‘빙하는 움직인다’를 펴낸 이후 9년 만의 저서다. 혼란스러운 국제 질서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가능한가’ ‘북한은 붕괴할 것인가’ ‘한국의 핵 능력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와 같은 대한민국 안보와 미래 전략을 위한 12개의 핵심 질문과 해법을 담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은 한미 안보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전략적인 추진력(strategic boost)’이 될 것이다.”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토머스 번 회장(73)은 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은 원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선 “미국이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했다”면서도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좋은 결과를 냈다”고 평가했다.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아시아·태평양 수석부사장을 지낸 번 회장은 2015년부터 맡아온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직에서 다음달 말 퇴임한다. ‘인베스트코리아서밋’ 행사 참석 및 코리아소사이어티 공무차 방한한 그는 “한 때 중국 시장이 한국에 제공했던 혜택을 미국 시장이 제공할 수 있다”며 “이제 한미 관계를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투자의 물결”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한미 관세협상을 평가해달라.“미국 정부는 비현실적인 관세·투자 목표를 제시했고 한국은 어려운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냈다. 관세도 15%로 인하돼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과 동등해졌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부담도 줄었고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1500억 달러 투자도 매우 유망해 보인다.”―한미 관세합의 이행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연간 200억 달러의 대미(對美) 투자가 어떤 매커니즘으로 실행될지가 관건이다. 한국 정부 자금이 미국 정부가 통제하는 기금에 투입될 것으로 본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사용될지 매우 관심을 갖고 지켜 보고 있다.”―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붐을 ‘K투자 웨이브(Wave)’라고 표현했는데….“이제 한미 관계를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투자의 물결이라고 본다. 이는 매우 새로운 흐름이며 한미 기업간 파트너십, ‘트럼프 관세’ 하의 투자 그리고 조선 분야에 돌파구가 있다. 한미 조선업 협력은 한미가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어 정치적 변동으로 인한 이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작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 투자처럼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미국 시장들도 있다. 데이터 센터에 대한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고 이에 필요한 에너지의 주요 원천이 천연가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존스법 같은 규제 문제가 언제 해결될까?“모르겠다. 의원들과 이야기해 봤지만, 미국의 정치적 이익 집단, 특히 노동 조합을 고려하면, 누구도 정말로 앞장서서 이것을 변경하려고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변경되려면 의회와 행정부의 지도력이 필요하다”―조지아 대규모 구금 사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왜냐하면 그것은 정책의 불일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조지아는 한국 투자의 진원지 중 하나다. 미국에 와서 산업 공장을 설립하는 한국 기술자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일부 오해가 있고 그것이 ICE가 습격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완전히 거짓이다. 그래도 그 어두운 구름 속에서 한 줄기 빛은 한국인이 기존 입국 비자에 따라 들어올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훨씬 유연해졌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산업기반의 재건을 돕기 위해 더 안정적인 이민 체제가 필요하고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다.”―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원잠 건조를 승인했다.“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이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어 한국은 첨단 잠수함이 필요하다. 한국은 오랫동안 원잠을 보유하길 원했지만 미국의 원자력 기술 이전에 제한이 있었다. 미국의 원잠 협력 추진은 안보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며 한미 국방당국 간에 쌓인 오랜 신뢰를 보여준다. 이는 한미관계와 군사·경제 협력에 전략적인 추진력이 될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자립을 지원하는 길 중 하나다. 항만 건설과 기술 이전 등에는 최소 10~15년이 걸리겠지만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를 넘어서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미중 갈등 속에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중간 분열이 해소될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한국은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국이고 지금은 유럽과 한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때 중국 시장이 한국에 제공했던 혜택을 이제 미국 시장이 제공할 수 있다.”―북미 대화가 여러 변곡점을 거쳤다. 가능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나.“경제적 인센티브는 더는 북한의 안보와 전략 정책을 바꿀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 북한은 기근 중에도, 코로나 19 봉쇄 이후에도 버텨서 결국 생존에 성공했다.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안전을 확보한 북한과는 일단 한미가 적대감을 해소하고 건설적인 관계로 남는 것이 최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K콘텐츠를 통한 한미간 문화 교류도 왕성해지고 있다.“K콘텐츠는 한미동맹을 다층적이고 다면적으로 만들어준다. 안보와 경제관계를 넘어 예술과 대중문화를 통해 한미가 이어지고 있다. 내가 평화봉사단으로 1976년 한국에 왔을 때만해도 지리학 전공의 한 친구는 한국을 베트남으로 혼동해 겨울 옷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무지의 시대를 넘어섰다. 문화가 미국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그럼에도 여전히 미국 내 한국 전문가들의 저변이 얕다는 지적도 있다.“여전히 풀뿌리 수준에서 한국을 위한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과 많은 학자들이 한미, 남북미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결코 잊혀진 영역이 아니다. 아마도 유명한 일부 인사들이 이동했거나 이전처럼 유명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근저에는 한국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다.”―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영화라고 했는데….“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그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나는 K-pop을 보는 것보다 중년 여성이 판소리를 부르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또 다른 최고의 영화는 ‘서편제’다. 정말 감동적이다. 몇 년 전에 본 살인 누명을 쓴 샌프란시스코 한국인 이민자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리 철수 리’도 감명깊게 봐서 추천하고 싶다.”―10년 재임하는 동안 가장 의미있었던 순간은?“의미있던 부분은 비즈니스 리더, 학계의 사람들, 전직 정부 관리 등과의 다양한 회의나 회담에서 그들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중요성과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국과 미국의 사람들 간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다리로서의 성장하는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이다.”―퇴임 후 계획은?“나는 은퇴하기에 너무 젊다. 조지타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강의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내 삶의 일부였다. 한미 국민 관계 발전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겠다.”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토머스 번 회장은 1976년 평화봉사단으로 3년간 한국에서 교사 활동을 한 이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미국 내 ‘지한파’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무디스 아시아태평양부문 수석 부사장을 지냈다. 2016년부터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2017년부터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1952년 출생△1975년 스토니브룩 대학교 생물학 학사△1976~1979년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서 3년 근무△1983년 존스홉킨스대학교 폴 H. 니체 고등국제학부 국제관계 및 국제경제 석사△1984~1996년 국제금융협회 아시아국 선임경제학자 △1996~2015년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 아시아·중동지역 주권위험 그룹 수석 부사장·지역 관리자·대변인·분석 책임자 △2015년 8월~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및 CEO△2016년~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교수△2017년~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겸임 교수△2023년 6월~ KOTRA/Invest Korea 명예 대사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유엔 제재를 위반한 채 중국에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 등을 운반한 제3국 선박 7척에 대해 “즉시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3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번 조치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줄 차단 목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관련 유엔 제재를 요청하고 나선 건 올 1월 출범 뒤 처음이다. 지난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수차례 ‘깜짝 회동 러브콜’을 보냈지만 북한이 불응한 게 이번 조치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 “北 석탄 등 운반 선박, 북한 핵 야망 가능케 하는 수단”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7척의 선박이 불법적으로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을 중국으로 운송·하역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석탄과 철광석은 북한에 가장 수익성이 높은 물품이자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핵심 재원”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이 이 자원을 중국 등으로 보내 연간 최대 4억 달러(약 5800억 원)를 벌어들인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이 선박들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2017년 7월 대북 제재를 위해 마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는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 등 수출을 전면 금하고 있다. 국무부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출항한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선박 ‘플라이프리’는 올 5월 29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인근 해역에서 북한 선박들(톈퉁, 신평 6)과 접선했다. 북한 선박들은 자국산 석탄을 해상에서 넘겨줬고, 플라이프리는 이 석탄을 받아 중국으로 운송해 올 6월에 하역했다. 이 과정에서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는 등 북한이 밀수 과정에서 쓰는 전형적인 제재 회피 수법도 사용됐다. 국무부는 비슷한 수법으로 북한산 석탄이나 철광석을 중국으로 옮긴 카지오·마스·카르티에·소피아·알마니·이리 1 등도 제재 대상에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 선박들은 북한의 핵 야망을 가능케 하는 물적 수단”이라며 “이번 제재 추진은 각국 해운업체와 보험사 등에 북한의 불법 밀수 행위에 가담하지 말라고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회동 거절한 김정은에 경고장 해석도 안보리는 그동안 북한의 석탄 등 밀수를 감시하며 막아왔지만, 북한은 꾸준히 관련 제재를 위반해 왔다. 지난해 3월엔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던 중 당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요청을 받은 한국 정부에 의해 전남 여수항 인근에서 나포됐다. 이번 조치의 경우 트럼프 2기 들어 처음 추진되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과 달리 북-미 정상 회동이 무산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달 방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겐 (대북) 제재가 있다. 그건 꽤 큰 사안이다”라며 제재 완화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요청을 거절했고,이젠 미국이 추가 대북 제재 카드를 꺼내 든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당근’은 물론 ‘채찍’까지 병행하는 방식으로 대북 전략을 일부 조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국무부 관계자는 이번 제재 추진과 북-미 정상 간 만남 결렬의 관련성 여부 등에 대해 “이번 조치는 몇 달 동안 준비해 왔다. 봄부터 이미 들여다보던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북-미 정상 간 대화가 불발된 뒤라 눈길이 가지만 묵과할 수 없는 적발 건에 대해 제재 당국이 하던 대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번 제재를 추진하더라도 제재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하면 제재안 통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 국무부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국제사회 대북제재 결의 이행 기조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4일 “정부는 국제사회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결의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우방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4일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를 8개월 여 남겨둔 김 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해 “통일을 국민들 마음 속에서 지워가고 있다”고 비판했다.김 원장은 이날 동아일보 통화에서 “통일이라는 가장 중요한 국가 목표를 강조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가 이를 지우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가 통일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고 반(反)통일적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장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 사표를 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또 “늘 밝혀왔듯 통일부 장관은 통일의 권리와 의지를 계속 강조해야 되는데 정동영 장관은 ‘평화적 두 국가론’을 얘기한다. 그건 영구 분단을 하자는 이야기”라며 정부 정책 방향과 다른 소신을 갖고 직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이명박 정부에서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 원장은 2023년 7월 통일연구원장에 임명됐다. 통일연구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국책연구기관으로 김 원장의 임기는 내년 7월 19일까지다. 앞서 김 원장은 정 장관의 두 국가론 주장을 비롯해 공개석상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에 문제를 제기해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릴레이 정상회담은 글로벌 통상 질서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만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가운데 APEC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가교 역할을 맡아 외교적 입지를 넓혔다는 분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한국에 모인 글로벌 경제 리더들의 투자 유치를 확보하며 경제적 파급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 ‘세기의 회담’으로 미중 무역갈등 완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외교 슈퍼위크’의 하이라이트는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부산 김해공항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관세, 희토류 등 주요 현안에서 1년간 휴전을 맺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유예 만료를 앞두고 이뤄진 이번 미중 합의는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무역전쟁의 궤도가 바뀐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중 간 치열한 줄다리기 속에 의장국인 한국의 중재로 ‘경주선언’이 채택된 것 역시 성과로 꼽힌다. 정상회의 기간 굵직한 양자회담을 거치며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도 중요한 관문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일본 정상이 모두 한국을 찾게 되면서 난제로 평가받던 외교적 과제들의 물꼬가 트인 것. 넉 달 가까이 교착상태가 이어져 왔던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고, 30년 숙원 사업이었던 핵추진 잠수함 사업을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면서 막혀 있던 한미 관세·안보 협력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 최악으로 치닫던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에 합의하고 강경 우익으로 평가되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와 셔틀외교를 이어가기로 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자국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국제질서에서 한국이 중견국들을 연결하는 가교 외교의 가능성이 엿보였다”고 평가했다.● “7조4000억 원 예상 효과 뛰어넘을 듯”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공지능(AI) 반도체부터 K푸드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경제 효과도 나타났다. 당초 대한상공회의소와 딜로이트컨설팅이 예상했던 APEC의 경제적 효과 약 7조4000억 원보다 실제 수치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APEC CEO 서밋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 향후 5년간 총 90억 달러(약 13조 원)의 직간접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AI, 반도체, 2차전지, 미래차, 바이오 등 정부 육성 전략산업에 집중될 예정이다. 특히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맷 가먼 최고경영자(CEO)가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2031년까지 인천 및 경기 지역에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총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국내 기업들과 엔비디아의 전략적 AI 인프라 동맹 구축도 주요 경제 성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와 국내 4개 기업(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에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 총 26만 장을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블랙웰은 현재 엔비디아가 판매 중인 최신 GPU로 전 세계적인 ‘AI 붐’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 현상을 빚는 제품이다. 정부 관계자는 “엔비디아 GPU는 한 장에 약 1억 원으로 최소 20조 원이 넘는 규모”라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일 폐막식에서 21개 회원국이 만장일치 합의로 정상 공동 문서인 ‘경주 선언’을 채택했다. 경주 선언에는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확산하는 APEC 설립 취지에 따라 공동선언문에 포함돼 왔던 ‘다자무역 체제 지지’라는 표현이 빠졌다.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기조 확산 속에 미국의 반대 목소리가 반영된 것. 다만 의장국인 한국이 제안한 ‘인공지능(AI) 이니셔티브’와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APEC 협력 프레임워크’가 채택된 것은 성과로 꼽힌다. 미국과 중국이 국제기구에서 채택한 AI 공동문서에 함께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APEC은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 혁신을 통한 번영, 인류 공동의 미래 대응력 강화라는 공동 목표를 향한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유무역’ 빠진 경주 선언 경주 선언은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기술 발전, 인구 변화 같은 글로벌 과제들에 대해 회원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기자회견에서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평화로운 아태 공동체를 향한 APEC의 중장기 미래 청사진을 담았다”며 “혁신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누는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주 선언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무역에 대한 지지를 담은 표현으로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APEC 정상 선언에 빠짐없이 담겼던 “WTO를 핵심으로 하는 규칙 기반의 다자간 무역 체제”에 대해 지지한다는 표현이 빠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WTO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비판하면서 WTO 탈퇴를 약속한 바 있다. 그 대신 경주 선언에는 ‘AEPC 푸트라자야 비전 2040’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나아가자는 내용은 포함됐다. 2020년 채택된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은 2040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APEC의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WTO 규범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함께 발표된 APEC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AMM) 공동성명에는 “우리는 무역 현안을 진전시키는 데 있어 WTO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역대 APEC 선언마다 담겼던 WTO에 대한 언급이 빠지고 자유무역에 대한 표현 수위도 약해졌지만 통상 질서를 놓고 미중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합의를 도출한 것 자체가 유의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무 협상 단계부터 WTO 관련 문구를 삭제하길 원한 트럼프 행정부와 이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중국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문안 조율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18년 파푸아뉴기니 APEC 회의에서 미중 갈등으로 공동선언 채택이 불발된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경주 선언이 최종 타결된 것은 폐막일인 1일 오전 7시 반경. 미국이 AMM 공동성명에 WTO에 대한 문구를 포함시키는 것에 합의하는 대신 중국이 경주 선언에서 WTO에 대한 지지 표현을 제외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절충안에 합의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정상회의 당일까지 문안 타결을 위해 밤샘 협상을 진행하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APEC 회원국 간 입장 차이를 중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미중 동시 참여한 첫 AI 공동 문서 채택 이번 경주 선언에 우리 정부가 주도한 ‘문화창조산업’ 의제를 담은 것은 성과로 꼽힌다. APEC 선언에 ‘문화창조산업’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APEC AI 이니셔티브’와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 등도 경주선언과 함께 채택했다. 대통령실은 “APEC 정상 차원 최초로 AI·인구·문화창조산업에 대한 공동인식 및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며 “향후 우리 K컬처가 아태 지역 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합의문 도출을 통해 아태 지역 다자주의의 불씨를 살렸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경주=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경주=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일본 정부가 우리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독도 상공에서 곡예비행을 하며 태극 문양을 그렸다는 이유로 외교부에 항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당일에 한국 공군의 독도 상공 비행을 문제 삼은 것이다.31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블랙이글스 편대가 지난달 28일경 독도 상공에서 인공 연기로 태극 문양을 그리며 비행한 것에 항의하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이글스는 당시 훈련차 독도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일본 정부가 항의 서한을 보낸 시기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지난달 30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을 위해 유익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의 항의 서한은 대통령실 등에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가 APEC 참석을 위해 방한 중인 만큼 대응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일본 정부가 블랙이글스의 독도 상공 비행을 문제 삼으면서 11월 17일 개막하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하려는 블랙이글스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랙이글스는 일본 오키나와 나하 기지에 기착해 급유를 받고 일본 항공자위대와 친선 행사도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UAE와의 방산 협력 강화를 위해 블랙이글스를 파견할 방침이었다.그러나 일본이 독도 상공 에어쇼를 문제 삼으면서 오키나와 기지를 기착지로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블랙이글스가 운용하는 특수비행 전용기 T-50B는 중간 급유 없이는 두바이까지 한 번에 갈 수 없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지난달 17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 개막식에서 블랙이글스 에어쇼가 끝난 직후 “블랙이글스는 곧 두바이 등 세계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일본 정부가 우리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독도 상공에서 곡예비행을 하며 태극 문양을 그렸다는 이유로 외교부에 항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당일에 한국 공군의 독도 상공 비행을 문제 삼은 것이다.31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블랙이글스 편대가 28일경 독도 상공에서 인공 연기로 태극 문양을 그리며 비행한 것에 항의하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이글스는 당시 훈련 차 독도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항의 서한을 보낸 시기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30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을 위해 유익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의 항의 서한은 대통령실 등에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가 APEC 참가를 위해 방한 중인 만큼 대응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일본 정부가 블랙이글스의 독도 상공 비행을 문제 삼으면서 11월 17일 개막하는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하려는 블랙이글스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랙이글스는 일본 오키나와 나하 기지에 기착해 급유를 받고 일본 항공자위대와 친선 행사도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방산 협력 강화를 위해 블랙이글스를 파견할 방침이다.그러나 일본이 독도 상공 에어쇼를 문제삼으면서 오키니와 기지를 기착지로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블랙이글스가 운용하는 특수비행 전용기 T-50B는 중간 급유 없이는 두바이까지 한 번에 갈 수 없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지난달 17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 개막식에서 블랙이글스 에어쇼가 끝난 직후 “블랙이글스는 곧 두바이 등 세계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케이시 메이스 미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는 31일 “미국 무역정책은 ‘공정하고 상호호혜적인 무역(fair and reciprocal trade)’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메이스 고위관리는 이날 경주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진행된 내·외신 간담회에서 “APEC은 미국이 역내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핵심 플랫폼”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CEO 써밋 연설에서 언급한 대로 미국이 번영하면 우리의 파트너들도 번영하며, 인도태평양의 모든 동맹도 번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APEC 회의 뿐 아니라 미국이 전 세계에서 늘 다루는 의제”라고 설명했다.메이스 고위관리는 메이스 고위관리는 올해 APEC을 계기로 인공지능(AI) 분야 협력이 가속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AI를 올해 의제로 설정한 것은 매우 효과적이었다”며 “미국은 지역 내 신뢰 기반 AI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20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역내 투자 유치를 통해 자국 이득만 취하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미국 경제가 성장하면 동맹, 지역 전체가 동반 성장한다”며 “미국의 경제를 강화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2차 3차 4차로 전 세계 기회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답했다.메이스 고위관리는 APEC 정상회의 개막 전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귀국한 배경을 묻자 “주초에 와서 APEC 정상회담 주간에 행사에 참석했다”며 “미국이 APEC에 헌신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미국의 중요하고 긴밀한 파트너이고 APEC이 중요한 플랫폼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어 이곳에 온 것”이라며 “이번 주는 대통령 일정이 (행사를 참석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맞지 않아 끝날 때까지 머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그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APEC 전반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미 간의 반도체 관세 협상 타결을 둘러싼 이견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메이시 고위관리는 ‘자유 무역’ 표현 여부를 놓고 문안 조율이 한창인 APEC 정상 선언인 ‘경주 선언’에 대해 “구체적인 문구를 언급하긴 섣부른 상황”이라면서도 “도출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다. 경주=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30일 정상회담에서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을 비롯해 방산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카니 총리는 김민석 국무총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함께 한화오션이 경남 거제 조선소에서 최근 진수한 3600t급 잠수함인 ‘장영실함’도 시찰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을 언급하면서 “캐나다의 신속한 전력을 확보하고 방위산업 역량 강화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이 전했다. 카니 총리도 “한국의 잠수함 기술과 역량을 잘 알고 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안보·국방 분야 협력방안을 담은 공동성명도 발표했다.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은 3000t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로, 올 8월 캐나다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TKMS를 쇼트리스트(적격 후보)에 선정했다. 사업자 선정은 내년 초로 예상된다. 한국과 캐나다는 이날 ‘군사·국방 비밀정보보호 협정’도 채택했다. 이 협정이 발효되면 국방 조달이나 방산 관련 협력을 확대할 기반이 마련된다. 캐나다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5개국(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기밀 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다섯 개의 눈)’의 일원이다.이 대통령은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르엉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등 APEC 정상회의 참석차 경주를 찾은 정상들과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언젠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할 것”이라며 방한 기간 북-미 정상회동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가 해결되는 것이 상식에 맞다”며 북-미 회동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카드에도 호응하지 않은 북한이 대화 조건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트럼프 “미-북 관계 해결이 상식”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경주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한반도는 공식적으로 여전히 전쟁 상태지만,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난 김 위원장을 잘 알고 있고, 매우 잘 지낸다. (하지만) 이번엔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께서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아직까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한 내심을 잘 수용 못 하고 이해를 못 해 불발되기는 했지만 또 하나의 씨앗이 돼 한반도에 거대한 평화의 물결을 만드는 단초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동 제안에 호응하는 대신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핵 탑재 순항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화살 계열의 함대지 순항미사일로 약 1500km 밖 지상 표적의 타격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순항미사일이 발사된 서해 북부 해상에서 요코스카 기지와 스텔스 전투기 등이 배치된 일본 열도 최남단의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는 1400여 km 떨어져 있다. 군에 따르면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포착된 시간은 28일 오후 3시경으로, 같은 시간대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미국 대통령 전용헬기 ‘머린원’을 타고 미 7함대의 모항인 요코스카 기지를 찾아 조지워싱턴 핵추진 항공모함에 동승했다. ● 北, 북-미 대화 조건 높일 듯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완화 검토 발언에도 호응하지 않으면서 대화 조건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 적대시 정책 철회를 노골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흔들려서 만나자고 나오기에는 여건이 충분히 조성이 안 됐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 김 위원장을 불러내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주=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경주=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국빈 방한을 앞두고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 들면서 북-미 정상회동이 성사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남았다”며 회동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만큼 북-미 정상회동을 위한 조건은 맞춰졌다는 것. 다만 북-중-러 3각 밀착으로 대북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호응하고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영 “트럼프 할 수 있는 조치 다 해”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다 했고, 이제 김 위원장의 결심만 남았다”며 “이번이냐 다음이냐, 판문점이냐 평양이냐 하는 몇 가지 전략적 지점을 북한이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내일 중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을 통해서 입장 표명이 있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며 “북한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다”고도 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 포기를 끌어내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대북제재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에겐 제재가 있다. 그건 (대화를) 시작하기엔 꽤 큰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의 회동이 성사되면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피스메이커(peacemaker)’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동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 온 김 위원장도 이를 계속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충분히 (대화를 위한) 유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이 회동할 경우 회동 장소로 유력시되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선 아직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아직 북-미 정상회동이 임박했다는 움직임이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북한군이 미화 작업에 나섰는데 이는 1년에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해오던 작업”이라고 했다. 다만 회동이 성사될 경우 주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북한이 회동 직전 기습 통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 헬기인 머린 원을 이용해 판문점으로 이동하거나 전용기를 이용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이동해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北,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요구할 수도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제재 완화 카드에도 북-미 정상회동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대북제재의 효과가 과거보다 낮아진 만큼 김 위원장이 끝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제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북한은 대북제재에도 가상자산 탈취로 외화 벌이를 이어가면서 제재에 대한 내성을 키운 데다 최근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있는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위안화와 루블화를 통한 국제 거래가 늘고 있는 점도 달러화 국제거래망에서 퇴출하는 방식의 대북제재의 효과를 낮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몸값을 더 키우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2017년, 2018년과 비교해 보면 그동안 러시아와 동맹을 맺었고 중국과의 관계도 강화됐기 때문에 (북한이) 조금 더 청구서를 키우고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 카드를 내놓은 가운데 북-미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김 위원장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나 미국의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워싱턴 선언’의 무력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경주=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그와 대화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며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곳(북한)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동 제안에 응하면 직접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가 만나고 싶어한다면 나도 그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회동은) 매우 쉽다. 그가 만나고 싶다면 나는 주변에 있다”며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곳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위해 방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한국은) 마지막 방문지라 (연장이) 매우 쉽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30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휴전선을 넘어 북측 판문각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에겐 제재가 있다. 그건 (대화를) 시작하기엔 꽤 큰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요구에 “(북한은)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엔 대화 재개를 위한 대북제재 해제를 시사한 것이다.핵보유국 이어 대북제재 완화까지 꺼낸 트럼프[경주 APEC]트럼프 “북한 갈 수 있다” 김정은 대화 인센티브로 거론北은 침묵… 러 “최선희, 푸틴 만남”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올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비핵화 협상을 거부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보상으로 대북제재 해제가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대북제재 해제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북제재 해제 조건으로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외 다른 핵시설까지 모두 동결할 것을 요구하면서 결국 회담이 ‘노딜’로 끝난 것. 하지만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동 제안에 응하면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먼저 밝힌 셈이다. 이날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 포기와 핵보유국 인정, 대북제재 완화 등 북한이 주장한 북-미 대화의 전제 조건을 대부분 수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앞서 자신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질문에 “그들은 일종의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며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위해 연일 파격 발언에 나서면서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사실상 북핵을 용인하는 핵 군축 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핵화와 대북제재를 맞바꾸는 과거의 협상과 달리 북한이 핵 개발 중단과 일부 핵무기 군축을 대가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감축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북-미 정상회동 가능성에 대해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이날 외신간담회에서 “가능성은 매우 적다”면서도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저희도 그 정도 시간 안에는 내부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회동에서 배제될 경우 정부 입장에 대한 질문엔 “한국이 꼭 참여해야 한다고 대통령도 생각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북-미 간 회담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만나는 것 자체가 모든 시작”이라고 했다. 한편 러시아를 찾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이 27일 밝혔다.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상과도 회담한 최 외무상은 벨라루스를 거쳐 29일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 1박 2일 동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에 돌입했다. 아세안 정상회의부터 이번 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정상외교 슈퍼위크’의 막이 오른 것. 이 대통령의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은 27일 시작되는 APEC 정상회의 주간을 위한 전초 외교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중 무역 전쟁 등 글로벌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 속에 미중 사이 실용외교를 모색하는 동남아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외교 다변화 행보로 풀이된다.● APEC 전초전 될 말레이시아에 12개 회원국 집결 이 대통령은 27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간 최고 수준의 관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협력 강화를 위한 ‘CSP 비전’을 공개한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C는 기여자(Contributor), S는 성장과 혁신을 위한 도약판(Springboard), P는 평화와 안정을 위한 파트너(Partner for peace and stability)로 한국과 아세안이 서로를 위한 성장과 혁신, 평화와 안정을 위한 기여자이자 도약판이 되자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대북 정책인 ‘엔드(E.N.D)’ 구상에 대한 지지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세안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실용외교를 내건 이재명 정부의 외교 다변화 기조의 핵심으로 꼽힌다. 당초 APEC 준비 등으로 아세안 정상회의 불참을 검토했던 정부가 1박 2일 참석으로 선회한 것도 통상 다변화의 한 축으로 아세안과의 전략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21개 APEC 회원국 중 아세안 회원국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7개국에 달한다. 아세안 회원국은 아니지만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등을 포함해 APEC 12개 회원국이 집결하는 셈.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아세안은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동아시아 다자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APEC 정상회의 주간을 맞아 한일,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이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했던 중국 권력서열 2위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도 처음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일본으로 조기 귀국하고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이 대신 참석할 예정이다.● 27일 막 오른 APEC 주간, ‘경주 선언’ 문구 조율 APEC 정상회의는 27일부터 이틀간 진행될 APEC 최종고위관리회의(CSOM)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오른다. 올해 APEC 주제인 ‘연결, 혁신, 번영’을 바탕으로 APEC 운영체제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일경 ‘경주 선언’이 회원국들의 컨센서스(의견 일치)를 통해 도출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나라별로 정상 선언에 들어갈 문구를 놓고 최종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26일부터 각 대표단 실무진이 전체적인 정상 선언 문안 1회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종 문구가 조율되려면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정상 선언의 관건은 아시아태평양 주요국들이 보호무역주의 확산 흐름 속에 자유무역 질서를 재확인할 수 있을지 여부다. 지난해 페루, 2023년 미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무역체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이 도출됐다. 하지만 미중은 다자 무역체제에 대한 문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쿠알라룸푸르=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그들(북한)은 실제로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하려면 자신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sort of 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했다. 그간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핵을 언급할 때 ‘불법적인(illegal)’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30일 방한을 앞둔 상황에서 북핵의 심각성과 불법성 등을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이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지난해 9월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a de facto nuclear weapon possessor state)’으로 칭하며 논란이 일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도 이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 아니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적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 등을 위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앞으로 핵 군축 및 동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희망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거부하는 비핵화를 전제로 한 기존의 ‘빅딜(big deal·큰 거래)’ 대신 상대적으로 협상 진행이 용이하고 북한의 반발도 덜한 ‘스몰딜(small deal·작은 거래)’로의 전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함과 동시에 북한의 핵 포기 추구를 포기한다는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을 제외한 채 북-미 간 협상이 이뤄질 수 있고, 한반도 안보에 대한 안정적인 조치 없이 대북 제재 완화를 약속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김정은과 ‘깜짝 회동’ 위한 유인책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에서 “북한에는 핵무기는 많지만, 전화 서비스는 별로 없다”며 “하지만 그(김 위원장)는 내가 (한국에) 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나는 100% 그와 만나는 데 열려 있다. 아주 잘 지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수차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언급했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등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사실상 핵을 보유한 나라들처럼 표현한 것. NPT에 따라 핵 보유 권리를 인정받는 나라는 5대 핵보유국(P5·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앞두고 북한을 다시 한번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부르고, 나아가 다수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건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미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핵 보유 인정’을 주장해 온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7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번 방한 때 예고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무역 담판 등에선 성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북-미 정상회동은 실제 결과물과 상관없이 개최 자체만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어 더욱 여기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핵화 아닌 핵 군축 등 방향 전환 시사한 것일 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동결이나 핵 군축을 조건으로 대북 제재 해제 등에 나서는 협상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 방문 직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자체가 북한에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협상의 틀이 ‘비핵화’에서 ‘핵 군축 및 동결’로 바뀌면 한국의 안보 전략 역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진다. 또 한국이 짊어질 안보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확대 해석하는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김 위원장을 대화에 불러내기 위해서든 무엇이든, 미국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했을 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1기 때는 노딜이 스몰딜보다 낫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노딜보단 스몰딜이 낫다는 분위기”라며 “결국은 김 위원장의 면을 세워주면서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 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P5가 아니어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인식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 확실히 자리잡힌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북-미 정상이 만나든 안 만나든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근본적으로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일종의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칭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락해 온다면 만나겠다고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방한 기간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며 핵 폐기 대신 핵 동결 또는 핵 군축 협상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한국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가 연락해 온다면 그렇다”고 밝혔다. 또 “나는 그와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가 만나길 원한다면 나는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 온라인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 일정에 김 위원장과의 회동 일정이 잡혀 있진 않다면서도 “변동이 생길 순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앞서 자신들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취재진 발언엔 “그들은 일종의 핵 보유국”이라며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월 취임 뒤 수차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표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이 임박한 시점에 또다시 이렇게 언급한 건 북한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해 깜짝 회동을 추진하고, 향후 핵군축 등 ‘관리 모드’로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정부는 한미 양국의 한반도 비핵화 목표는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26일 “관련 언급은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사실을 거론한 것으로 본다”며 “한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의 공통된 목표하에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준비를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내 미국통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북한 외교 수장인 최 외무상의 방러로 APEC 기간 중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일각에선 북-미 정상 회동에 앞서 러시아와의 소통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일종의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칭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락해 온다면 만나겠다고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방한 기간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며 핵 폐기 대신 핵 동결 또는 핵 군축 협상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이날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한국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가 연락해 온다면 그렇다”고 밝혔다. 또 “나는 그와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가 만나길 원한다면 나는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 온라인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 일정에 김 위원장과의 회동 일정이 잡혀 있진 않다면서도 “변동이 생길 순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앞서 자신들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취재진 발언엔 “그들은 일종의 핵 보유국”이라며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월 취임 뒤 수차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표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이 임박한 시점에 또다시 이렇게 언급한 건 북한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해 깜짝 회동을 추진하고, 향후 핵군축 등 ‘관리 모드’로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정부는 한미 양국의 한반도 비핵화 목표는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26일 “관련 언급은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사실을 거론한 것으로 본다”며 “한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의 공통된 목표하에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준비를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내 미국통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북한 외교 수장인 최 외무상의 방러로 APEC 기간 중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일각에선 북-미 정상 회동에 앞서 러시아와의 소통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 1박 2일 동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에 돌입했다. 아세안 정상회의부터 이번 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정상외교 슈퍼위크’의 막이 오른 것.이 대통령의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은 27일 시작되는 APEC 정상회의 주간을 위한 전초 외교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중 무역 전쟁 등 글로벌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 속에 미중 사이 실용외교를 모색하는 동남아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외교 다변화 행보로 풀이된다.● APEC 전초전 될 말레이시아에 12개 회원국 집결이 대통령은 27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간 최고 수준의 관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협력 강화를 위한 ‘CSP 비전’을 공개한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C는 기여자(Contributor), S는 성장과 혁신을 위한 도약판(Springboard), P는 평화와 안정을 위한 파트너(Partner for peace and stability)로 한국과 아세안이 서로를 위한 성장과 혁신, 평화와 안정을 위한 기여자이자 도약판이 되자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대북 정책인 ‘엔드(E.N.D)’ 구상에 대한 지지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아세안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실용외교를 내건 이재명 정부의 외교 다변화 기조의 핵심으로 꼽힌다. 당초 APEC 준비 등으로 아세안 정상회의 불참을 검토했던 정부가 1박 2일 참석으로 선회한 것도 통상 다변화의 한 축으로 아세안과의 전략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21개 APEC 회원국 중 아세안 회원국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7개국에 달한다. 아세안 회원국은 아니지만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등을 포함해 APEC 12개 회원국이 집결하는 셈.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아세안은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동아시아 다자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APEC 정상회의 주간을 맞아 한일,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이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했던 중국 권력서열 2위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도 처음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일본으로 조기 귀국하고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이 대신 참석할 예정이다.● 27일 막 오른 APEC 주간, ‘경주 선언’ 문구 조율APEC 정상회의는 27일부터 이틀간 진행될 APEC 최종고위관리회의(CSOM)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오른다. 올해 APEC 주제인 ‘연결, 혁신, 번영’을 바탕으로 APEC 운영체제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우리 정부는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일경 ‘경주 선언’이 회원국들의 컨센서스(의견 일치)를 통해 도출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나라별로 정상 선언에 들어갈 문구를 놓고 최종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26일부터 각 대표단 실무진이 전체적인 정상 선언 문안 1회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종 문구가 조율되려면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이번 정상 선언의 관건은 아시아태평양 주요국들이 보호무역주의 확산 흐름 속에 자유무역 질서를 재확인할 수 있을지 여부다. 지난해 페루, 2023년 미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무역체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이 도출됐다. 하지만 미중은 다자 무역체제에 대한 문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쿠알라룸푸르=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미 간 원자력협력협정 개정에 대한 협상을 곧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안보 합의를 발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가운데 한미가 원자력협정 개정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미 측에) 우라늄 농축을 해야 하고,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아주 강력하게 요청했고 그게 받아들여졌다”며 “협상을 곧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완벽하게 상업적인, 그리고 환경적인 차원의 접근으로 농축과 재처리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하면서 2035년 만료되는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조기에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만 20% 미만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으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 있다. 외교부는 조 장관의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발언과 관련해 “협정 문안 속 필요한 후속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시적인 미래에 날짜를 정하고 협상을 준비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