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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6일 일본 오키나와 인근에서 도쿄 방향으로 비행하며 군사 위협을 높인 가운데 일본이 오키나와 동쪽 기타다이토(北大東)섬에 레이더 부대를 배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15일 전했다. 일본이 중국의 군사 활동을 겨냥해 이 지역에 미사일과 레이더를 배치하고, 내년도 방위비 예산을 사상 최대로 늘리는 등 중일 갈등을 군사력 강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오키나와에서 동쪽으로 약 360km 떨어진 기타다이토섬에 레이더 부대를 배치하기 위한 토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1월 초부터 부지 조성 공사가 시작된다. 공사가 끝나면 전체 11만 m² 부지에 항공자위대의 이동식 경계관제 레이더와 이를 운용할 30명의 병력이 배치될 예정이다.해당 레이더 부대는 오키나와와 미야코(宮古)섬 사이를 통과해 태평양으로 나가는 중국 항공모함 및 항공기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앞서 5일 중국 랴오닝 항공모함 선단이 동중국해에서 오키나와 남서쪽과 미야코섬 사이를 지나 태평양으로 향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이후 항로를 바꿔 북동진한 뒤 기타다이토섬을 감싸듯 남하하는 방식으로 오키나와 주변을 S자 형태로 통과했다. 교도통신은 “방위성이 태평양 도서 지역을 경계·감시의 공백지대로 보고 정보 수집 능력 향상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원자력 항모 건조에 나서며 원양에서의 작전 능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16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위성사진 분석 결과 중국 랴오닝성 다롄 조선소에서 올 2월 이후 선체를 지지하는 약 270m 길이의 구조물이 확인됐다. 또 지난달 10일 촬영된 사진에서는 기존 항모에서 볼 수 없었던 가로 14m, 세로 16m의 사각 테두리가 선체 내부에 설치돼 있었다. 일본 싱크탱크 국가기본문제연구소는 “사진 속 사각 테두리는 원자로 격납용기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자력 항모는 연료 재보급 없이 장기간 운항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중국군이 제2도련선(일본 혼슈∼괌∼사이판∼팔라우)까지 작전 영역을 넓힐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도 중일 갈등 국면을 맞아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위협적인 훈련 등을 빌미로 군비 확충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 방위 예산을 사상 최고인 9조 엔(약 85조 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거리 미사일, 드론 전력, 연안 방어 체계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15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내년도 일본 방위비 증액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며 “매년 군사력 확장으로 국제사회와 일본 국민 모두가 점진적으로 군사적 금기에 대해 무뎌지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16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 “종래 정부 입장을 넘은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을 반성할 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사태가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는 실제 발생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기존 발언을 철회하진 않았다. 반성은 언급했지만 철회는 선을 그어 중국의 반발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날 푸충(傅聰)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개입) 발언은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며 발언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내 전략광물 제련소 건설을 추진 중인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이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고려아연이 제련소 건설을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해당 법인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하자, 최대주주 영풍-MBK 연합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양측의 법정 공방으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영풍 측은 16일 가처분을 신청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제련소 건설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경영권 분쟁 중 지배력 유지 목적의 제3자 배정은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상법 제418조 제2항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경영상 필수적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데, 이번 건은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 목적이 크다는 주장이다. 절차적 문제도 제기했다. 영풍 측은 “11조 원 규모 투자를 다룰 이사회를 15일 오전으로 잡고 12일 오후 늦게 통보했다”며 “핵심 자료조차 사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선관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고려아연도 반박에 나섰다. 고려아연 측은 “미국 정부 정책에 맞춰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적법한 경영 결정”이라며 “미국 정부와 외부 투자자가 전체 자금의 90% 이상을 조달해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기회인데도 영풍-MBK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만 몰두해 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간) 고려아연의 제련소 건설 계획에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산업 기반을 재건하며 외국 공급망 의존을 종식시키는 변혁적 핵심 광물 계약”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자 시장은 요동쳤다. 16일 고려아연 주가는 전일 대비 13% 넘게 급락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6일 일본 오키나와 인근에서 도쿄 방향으로 비행하며 군사 위협을 높인 가운데 일본이 오키나와 동쪽 기타다이토(北大東) 섬에 레이더 부대를 배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15일 전했다. 일본이 중국의 군사 활동을 겨냥해 이 지역에 미사일과 레이더를 배치하고, 내년도 방위비 예산은 사상 최대로 늘리는 등 중일 갈등을 군사력 강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오키나와에서 동쪽으로 약 360km 떨어진 기타다이토섬에 레이더 부대를 배치하기 위한 토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1월 초부터 부지 조성 공사가 시작된다. 공사가 끝나면 전체 11만 m² 부지에 항공자위대의 이동식 경계관제 레이더와 이를 운용할 30명의 병력이 배치될 예정이다.해당 레이더 부대는 오키나와와 미야코(宮古)섬 사이를 통과해 태평양으로 나가는 중국 항공모함 및 항공기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앞서 5일 중국 랴오닝 항공모함 선단이 동중국해에서 오키나와 남서쪽과 미야코섬 사이를 지나 태평양으로 향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이후 항로를 바꿔 북동진한 뒤 기타다이토섬을 감싸듯 남하하는 방식으로 오키나와 주변을 S자 형태로 통과했다. 교도통신은 “방위성이 태평양 도서 지역을 경계·감시의 공백지대로 보고 정보 수집 능력 향상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특히 중국은 원자력 항모 건조에 나서며 원양에서의 작전 능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16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위성사진 분석 결과 중국 랴오닝성 다롄 조선소에서 올 2월 이후 선체를 지지하는 약 270m 길이의 구조물이 확인됐다. 또 지난달 10일 촬영된 사진에서는 기존 항모에서 볼 수 없었던 가로 14m, 세로 16m의 사각 테두리가 선체 내부에 설치돼 있었다. 일본 싱크탱크 국가기본문제연구소는 “사진 속 사각 테두리는 원자로 격납용기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자력 항모는 연료 재보급 없이 장기간 운항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중국군이 제2도련선(일본 혼슈~괌~사이판~팔라우)까지 작전 영역을 넓힐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도 중일 갈등 국면을 맞아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위협적인 훈련 등을 빌미로 군비 확충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 방위 예산을 사상 최고인 9조 엔(약 85조 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거리 미사일, 드론 전력을, 연안 방어 체계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15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내년도 일본 방위비 증액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며 “매년 군사력 확장으로 국제사회와 일본 국민 모두가 점진적으로 군사적 금기에 대해 무뎌지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한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16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 “종래 정부 입장을 넘은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을 반성할 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사태가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는 실제 발생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기존 발언을 철회하진 않았다. 반성은 언급했지만 철회는 선을 그어 중국의 반발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전날 푸충(傅聰)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개입) 발언은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며 발언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푸 대사는 1일과 지난 달 2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일본 규탄 서한도 보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쿄를 폭격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9일 일본 오키나와섬 인근 해상에서 벌인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의 연합 훈련에 대해 일본 방위성 당국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이렇게 밝혔다. 당시 일본 본토 섬 중 하나인 시코쿠 남쪽까지 북동진한 중-러 폭격기가 기수를 돌리지 않고 직진으로 계속 비행했다면 도쿄 상공에 다다랐을 거라는 분석에 따른 것.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외교, 문화 영역에 이어 군사 부문으로 확산된 가운데 중국군의 칼끝이 대만, 오키나와를 벗어나 수도 도쿄를 겨냥했다는 얘기다. 또 13일 중국은 난징대학살 기념일에 맞춰 일본군의 목을 베는 내용의 섬뜩한 포스터를 공개하며 군사적 긴장을 다시 한번 고조시켰다. 스타이펑(石泰峰)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군국주의를 되살리는 (일본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는 이를 이미 증명했고, 앞으로도 계속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러 폭격기, 도쿄 방향으로 북동진13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 격) 자료를 분석해 9일 오키나와 인근에서 연합 훈련에 나섰던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들이 도쿄 방향으로 비행했다고 전했다. 이들 폭격기가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를 지나 북동진한 경로를 직선으로 이어 보면 일본 수도인 도쿄와 해상자위대 및 미 해군 기지가 있는 요코스카에 닿는다는 게 일본 측 설명이다. 중국 폭격기가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 사이를 통과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도쿄 방향으로 비행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중-러 군용기가 함께 이 경로로 북동진한 건 처음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특히 일본 매체들은 이날 도쿄 쪽으로 향한 중국 폭격기가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H-6K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H-6K는 핵탄두를 포함한 공대지, 공대함 미사일 6기를 장착할 수 있고 사거리가 1500km 이상이다. 이날 중-러 폭격기가 돌아간 시코쿠 남쪽 해역과 도쿄 사이의 거리는 600∼1000km 정도다. 이 같은 중-러의 무력 시위에 맞서 미국과 일본도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요미우리는 미군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아키즈키 구축함이 8∼11일 혼슈 중부 남쪽 태평양 해역에서 연합 훈련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중국군, 日 겨냥해 “더러운 머리 잘라내야”1937년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중국인 30만 명을 학살한 난징대학살 추모일인 13일 중국군 동부전구(戰區)는 ‘대도제(大刀祭·큰 칼 제사)’란 제목의 포스터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포스터에는 일본군 모자를 쓴 해골 머리를 큰 칼로 베는 모습이 담겼다. ‘刀(칼 도)’ 글자와 칼끝에 빨간 피가 흐르는 모습도 포함됐다. 동부전구는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중국군 부대다. 동부전구는 포스터와 함께 올린 글에 “군국주의 유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더럽고 추악한 머리를 단호히 잘라 군국주의의 재등장을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고 썼다. 또 ‘동왜(東倭)가 재앙을 일으킨 지 1000년이 됐다’는 시구를 병기했다. ‘동왜’는 동쪽의 오랑캐란 뜻으로, 일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날 장쑤성 난징시의 난징대학살 희생 동포 기념관에선 당정 인사, 군인, 시민 등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 추도식이 열렸다. 스 조직부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군국주의를 부활시키고 전후 질서를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도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추도사에 담긴 ‘중국과 일본은 서로 위협이 되지 않는 파트너’란 표현은 이번에 빠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전했다. 한편 중일 간 군사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2026년도 방위 예산 규모를 역대 최대인 9조 엔(약 85조 원)으로 책정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견제를 위해 장거리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확충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집권 공화당과 미군의 핵심 인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도시에 대한 주방위군 투입 시도에 반기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치안 안정화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책에 여권과 군 고위 관계자가 정면으로 반대한 것이다. 최근 계속되는 고물가 등으로 지지율 하락세인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마크 켈리 상원의원(민주당)에 대한 군사재판 회부 시도에 대해 “정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위커 의원은 이날 미 해군이 상원 군사위에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의 켈리 의원 처벌 시도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CNN에 말했다. 앞서 올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미군 장성들을 버지니아주 해병대 기지에 소집해 “(민주당 강세 지역에 대한 주방위군 투입은) ‘내부의 적’을 통제권 안에 두기 위해 필요한 훈련”이라고 정당화했다. 그는 민주당 등 정치적 반대파를 ‘내부의 적’으로 지칭했다. 그러자 켈리 의원 등 군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현역 장병들을 향해 “상부의 위헌적 명령에 거부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체포해 법정에 세우고 사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국방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헤그세스 장관은 20여 년간 복무한 뒤 해군 대령으로 전역한 켈리 의원에게 군법을 적용해 처벌을 추진하기 위한 내부 검토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여당 소속 상원 군사위원장이 무리한 시도라며 분명한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위커 위원장은 4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의 생존자 사살 논란과 관련해서도 민주당과 손잡고 해군 비공개 브리핑을 추진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과 헤그세스 장관의 각종 논란으로) 지난 10개월간 혼란을 겪은 끝에 공화당이 (행정부) 견제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군 내부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1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한 그레고리 기요 미군 북부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동원 명분으로 삼아 온 ‘내부의 적’ 존재 여부에 대해 “내부의 적이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갖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미 본토 방어를 책임지는 기요 사령관은 ‘대통령이 특정 단체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공격을 명령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즉시 합법성을 평가해 불법이라면 수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통령 지시란 이유로 무조건 복종하진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쿄를 폭격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다.”9일 일본 오키나와섬 인근 해상에서 벌인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의 연합훈련에 대해 일본 방위성 당국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이렇게 밝혔다. 당시 일본 본토 섬 중 하나인 시코쿠 남쪽까지 북동진한 중-러 폭격기가 기수를 돌리지 않고 직진으로 계속 비행했다면 도쿄 상공에 다다랐을 거라는 분석에 따른 것.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외교, 문화 영역에 이어 군사 부문으로 확산된 가운데 중국군의 칼끝이 대만, 오키나와를 벗어나 수도 도쿄를 겨냥했다는 얘기다.또 13일 중국은 난징대학살 기념일에 맞춰 일본군의 목을 베는 내용의 섬뜩한 포스터를 공개하며 군사적 긴장을 다시 한번 고조시켰다. 스타이펑(石泰峰)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군국주의를 되살리는 (일본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는 이를 이미 증명했고, 앞으로도 계속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러 폭격기, 도쿄 방향으로 북동진13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 격) 자료를 분석해 9일 오키나와 인근에서 연합훈련에 나섰던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들이 도쿄 방향으로 비행했다고 전했다. 이들 폭격기가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를 지나 북동진한 경로를 직선으로 이어 보면 일본 수도인 도쿄와 해상자위대 및 미 해군 기지가 있는 요코스카에 닿는다는 게 일본 측 설명이다.중국 폭격기가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 사이를 통과한 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도쿄 방향으로 비행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중-러 군용기가 함께 이 경로로 북동진한 건 처음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특히 일본 매체들은 이날 도쿄 쪽으로 향한 중국 폭격기가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H-6K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H-6K는 핵탄두를 포함한 공대지, 공대함 미사일 6발을 장착할 수 있고 사거리가 1500km 이상이다. 이날 중-러 폭격기가 돌아간 시코쿠 남쪽 해역과 도쿄 사이의 거리는 600~1000km 정도다.이 같은 중-러의 무력 시위에 맞서 미국과 일본도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요미우리는 미군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와 일본 해상자위대 아키즈키 구축함이 8∼11일 혼슈 중부 남쪽 태평양 해역에서 연합훈련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중국군, 日 겨냥해 “더러운 머리 잘라내야”1937년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중국인 30만 명을 학살한 난징대학살 추모일인 13일 중국군 동부전구(戰區)는 ‘대도제(大刀祭·큰 칼 제사)’란 제목의 포스터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포스터에는 일본군 모자를 쓴 해골 머리를 큰 칼로 베는 모습이 담겼다. ‘刀(칼 도)’ 글자와 칼끝에 빨간 피가 흐르는 모습도 포함됐다. 동부전구는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중국군 부대다.동부전구는 포스터와 함께 올린 글에 “군국주의 유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더럽고 추악한 머리를 단호히 잘라 군국주의의 재등장을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고 썼다. 또 ‘동왜(東倭)가 재앙을 일으킨 지 1000년이 됐다’는 시구를 병기했다. ‘동왜’는 동쪽의 오랑캐란 뜻으로, 일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이날 장쑤성 난징시의 난징대학살 희생 동포 기념관에선 당정 인사, 군인, 시민 등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 추도식이 열렸다. 스 조직부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군국주의를 부활시키고 전후 질서를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도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추도사에 담긴 ‘중국과 일본은 서로 위협이 되지 않는 파트너’란 표현은 이번에 빠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전했다.한편 중일 간 군사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2026년도 방위 예산 규모를 역대 최대인 9조 엔(약 85조 원) 책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견제를 위해 장사정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확충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집권 공화당과 미군의 핵심 인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도시에 대한 주방위군 투입 시도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치안 안정화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책에 여권과 군 고위 관계자가 정면으로 반대한 것이다. 최근 계속되는 고물가 등으로 지지율 하락세인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11일(현지 시간)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마크 켈리 상원의원(민주당)에 대한 군사재판 회부 시도에 대해 “정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위커 의원은 이날 미 해군이 상원 군사위에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의 켈리 의원 처벌 시도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CNN에 말했다.앞서 올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미군 장성들을 버지니아주 해병대 기지에 소집해 “(민주당 강세 지역에 대한 주방위군 투입은) ‘내부의 적’을 통제권 안에 두기 위해 필요한 훈련”이라고 정당화했다. 그는 민주당 등 정치적 반대파를 ‘내부의 적’으로 지칭했다. 그러자 켈리 의원 등 군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현역 장병들을 향해 “상부의 위헌적 명령에 거부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체포해 법정에 세우고 사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국방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헤그세스 장관은 20여 년간 복무한 뒤 해군 대령으로 전역한 켈리 의원에게 군법을 적용해 처벌을 추진하기 위한 내부 검토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여당 소속 상원 군사위원장은 무리한 시도라며 분명한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위커 위원장은 4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의 생존자 사살 논란과 관련해서도 민주당과 손잡고 해군 비공개 브리핑을 추진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과 헤그세스 장관의 각종 논란으로) 지난 10개월간 혼란을 겪은 끝에 공화당이 (행정부) 견제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짚었다.군 내부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1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한 그레고리 길로트 미군 북부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동원 명분으로 삼아 온 ‘내부의 적’ 존재 여부에 대해 “내부의 적이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갖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미 본토 방어를 책임지는 길로트 사령관은 ‘대통령이 특정 단체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공격을 명령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즉시 합법성을 평가해 불법이라면 수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통령 지시란 이유로 무조건 복종하진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동부 명문 브라운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최소 2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낮에 강의 도중 총격 사건이 일어나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당국이 도주 중인 용의자를 쫓고 있는 가운데 그의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1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경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 있는 브라운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캠퍼스 내 7층짜리 공학·물리학관 건물의 1층 강의실에서 수업 도중 벌어졌다. 사건 직후 병원으로 이송된 피해자 중 2명이 사망했고, 7명은 위중한 상태라고 로드아일랜드병원이 밝혔다. 나머지 부상자 2명은 경상을 입었다.당국은 경찰 등 400여 명을 투입해 사건 직후 도주한 신원 불명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용의자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으로, 검은색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다. 티머시 오하라 프로비던스 경찰서장은 “남성 용의자 1명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학보사 브라운데일리헤럴드는 이날 오후 2~4시 열린 경제학원론 보충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강의실을 떠나는 도중 용의자가 발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수강생 마티나 카프 씨는 “강의실을 막 나왔는데 굉음이 났다”며 “교실에 남아있던 학생들이 교탁 뒤로 황급히 몸을 피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전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브라운대 사태에 대해 자세히 보고받았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라며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희생자들과 중상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최근 미국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생활비 문제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단순 명료한 ‘한 방’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물가로 화난 민심 달래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물가와 주거비 위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민주당은 지역 맞춤형 ‘핀셋 해법’을 제시하며 지방선거에서 연승을 거뒀다. 민주당의 영리한 민생 집중 전략이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판도를 흔들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 단순한 공약의 힘9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아이린 히긴스(61) 당선인의 핵심 공약은 신속한 주택 공급이었다. 그는 시 소유의 유휴 부지를 찾아내 공공 주택을 보급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4일 뉴욕 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가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과 공공 주택 20만 호 보급을 약속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마이애미의 주거비 문제는 뉴욕 못지않게 심각한 수준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세법 변경과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피해 부유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급여 데이터 분석 기업 페이스케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구 약 48만7000명인 마이애미의 생활비는 미국 전국 평균보다 21% 높다. 특히 주거비 부담이 막대하다. 페이스케일에 따르면 마이애미의 주거비는 전국 평균을 59% 상회한다. 마이애미의 주택 중위 가격은 82만3000달러(약 11억5000만 원)를 넘어섰고, 월평균 임대료는 약 2500달러(약 350만 원)에 달한다. 버는 족족 집세로 나가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주택 공급 공약이 유권자 표심을 사로잡은 것이다.● 트럼프의 복잡한 해법반면 생활비 문제에 대한 트럼프식 해법은 복잡하고 모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식료품비, 전기료, 휘발유 가격 인하와 팁과 복지 혜택에 대한 면세를 주요 성과로 강조하고 있다. 이민이나 관세와 달리 하나로 수렴되는 간판 공약이 없다. 특히 9월 월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대비 상승률이 3%를 넘긴 상황에서 생활비에 대한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히긴스가 당선되던 날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포코노에서 연 첫번째 ‘경제 연설 투어’ 유세에서도 뾰족한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물가는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하며 민주당이 자신을 깎아내리기 위해 ‘구입 능력(affordability)’이라는 용어를 이용해 사기(hoax)를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는 “내 경제 정책 점수는 A+++++”라고 자화자찬했다.다만 생활비 문제가 구조적으로 복잡한 측면도 있다. 생활비 문제는 전국 단위로 적용 가능한 단 하나의 만능 해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이애미와 뉴욕 유권자들에게는 주거비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면, 지난달 주지사 선거를 치른 버지니아와 뉴저지 유권자들에게는 전기료 등 공과금 부담이 더 큰 이슈였다. 민주당은 이처럼 지역적 차이를 포착한 ‘핀셋 구호’로 4연승을 거머쥐었다. 총선과 지방선거 성격을 띠는 내년 중간선거에서도 지역별로 다른 경제적 고통을 해결할 맞춤형 구호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뉴욕 시장 선거와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에 이어 이번 마이애미 시장 선거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는 배경이다.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마이애미 시장 당선인이 기자회견에서 ‘우리 도시는 생활비 위기의 최전선에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하며 이번 선거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경제매체 포춘 또한 “민주당이 지역 이슈로 여겨졌던 주거비 등에 집중해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권자 맞춤형 후보 배출지역별로 유권자 성향에 부합하는 인물이 등장한 점도 눈에 띈다. ‘진보 보루’ 뉴욕에서는 강성 진보 성향의 30대 무슬림 시장이 탄생했고, 애비게일 스팬버거 버지니아 주지사 당선인은 경찰관 아버지를 둔 백인 여성이다. 이처럼 지역 정서에 맞는 후보들이 선택받고 있다.히긴스는 지난 30여 년간 쿠바계 공화당 정치인이 장악했던 마이애미에서 민주당 소속으로는 1997년 자비에르 수아레스 이후 28년 만에 처음 시장 선거에서 이겼다. 히긴스는 라틴계가 주류인 마이애미에서 ‘비(非)라틴계’이자 ‘민주당 소속’이라는 이중의 핸디캡을 안고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히긴스의 (19%포인트 차) 압승은 그가 인종과 당파를 초월한 유권자 연합을 구축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벨리즈에서 평화봉사단 단장으로 활동했던 히긴스는 ‘라 그링가(La Gringa, 스페인어권에서 백인 미국 여성이나 외국인을 지칭하는 말)’라는 별명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2018년 지역 정치에 입문했다. 히긴스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쿠바계 밀집 지역인 ‘리틀 하바나’를 포함한 공화당 강세 선거구를 대표했다. 히긴스가 유창한 스페인어를 구사하며 소통한 점도 주목받았다.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히긴스는 스페인어로 “전혀 두렵지 않다(No tengo ningún miedo de él)”고 답변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실용 노선을 택한 점도 차별화에 도움이 됐다. 그는 2018년부터 카운티 위원으로 활동하며 교통, 인프라, 주택 문제 해결에 집중한 기술 관료 이미지를 강조했다. 자신은 “엑셀 시트에 할 일을 정리하겠다”며 치솟는 물가와 부패 스캔들로 얼룩진 현 시정의 혼란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사회 안정을 중시하는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계 유권자들의 정서에 맞춘 전략으로 분석된다. ● 트럼프와의 충돌 대신 ‘전략적 협력’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당선인들의 대(對)트럼프 전략 변화도 주목할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격렬하게 대립하던 맘다니 뉴욕 시장 당선인이 당선 약 보름 만에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예상 밖의 ‘밀월 관계’를 연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맘다니는 “아파트 20만 호를 보급하겠다”며 연방 정부와의 협력을 모색하는 실리적 행보를 보였다.히긴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불필요하게 대립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번 선거 기간 동안 히긴스는 언론의 질문이 없는 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할 때도 있다”며 지역 교통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유지해 준 점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마이애미에 들어설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 기념 도서관’과 내년 12월 트럼프 내셔널 마이애미 도럴 리조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트럼프 대통령과 얽히게 될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발휘했다. 히긴스는 지난달 TV토론에서 대통령 도서관이 들어설 시 유휴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 “그 땅을 매각해 식량 지원이나 교통 예산 등 삭감된 복지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통령 도서관 유치를 “영광”이라고 표현하며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난은 삼갔다. 이는 불필요한 정쟁을 피하고 실리를 챙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안보 불안이 부른 유럽 ‘징병제 부활’한동안 징병제를 폐지했던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침공 우려와 국방력을 강화하라는 미국의 압박으로 징병제를 부활시켰거나, 재도입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징병제를 둘러싼 유럽 주요국의 움직임과 갈등을 짚어봤다.》“독일군을 유럽 최강 군대로 만들겠다.”(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모든 유럽 동맹국이 위협에 맞서 진전을 이루는 지금, 프랑스가 가만히 있을 순 없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기가 커진 유럽 각국에선 징병제 부활 등 군복무제 개편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로 “미국이 유럽을 돕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른바 ‘유럽 자강론’이 확산되면서 국방비 부담을 늘리는 한편 병력 자원 확보를 위한 징병제 도입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냉전 시기의 유물이 부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뿐 아니라 최근 전쟁을 겪은 이스라엘, 중국의 침공 위협에 직면한 대만도 군복무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징병제 반대 여론이 일고 있고, 유럽 각국의 재정 상황이 열악해 실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각국의 징병제 관련 동향과 실현 가능성 등을 살펴봤다.● ‘영세 중립국’ 스위스도 징병제 확대 논의2011년 징병제를 폐지한 독일 연방의회는 5일 군복무제 도입안을 가결했다. 찬성 323표, 반대 272표로 의회를 통과한 병역법 개정안에 따라 2008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모든 남성은 18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독일 정부는 자원 입대를 유도하되, 목표 병력을 채우지 못하거나 안보 비상 상황이 생기면 ‘필요 기반 징집’을 시행키로 했다. 독일 안팎에서 새로운 군복무제를 ‘잠재적 의무복무제’로 보는 이유다. 독일 정부는 18만3000명의 현 병력 수준을 2035년까지 26만 명으로 늘리고, 예비군 20만 명을 추가로 확보하는 목표를 세웠다. 10대 청소년들은 국가가 자신들을 전장으로 내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일 발표된 독일 통합이주연구센터(DeZIM)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8세 청년층에서 입대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서유럽 최대 군사강국인 프랑스는 내년부터 자발적 군복무제를 시행한다. 프랑스는 2000년 징병제를 폐지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징병제 재도입 논의에 착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위험을 피하는 길은 오직 대비뿐”이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국가 복무(SNU)’ 계획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여름부터 18, 19세 청년을 중심으로 10개월간 유급 군사훈련이 시행될 예정이다. 지원자는 월 최소 800유로(약 118만 원)의 급여를 받으며, 수료 후 직업 군인으로 지원하거나 예비군에 편입된다. 내년 3000명을 시작으로 2035년 5만 명까지 훈련 참가자 규모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 제도를 활용해 향후 10년간 총 5만 명의 병력을 확충할 방침이다. 현재 프랑스는 현역 20만 명, 예비군 4만7000명 등 약 25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 러시아에 대한 안보 위협이 특히 큰 폴란드는 지난달 22일 전국민 대상의 군사훈련 프로그램인 ‘준비태세’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현재 예비군을 포함해 20만 명 규모인 군 병력을 향후 50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란드는 민간인 군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2027년까지 민간인 10만 명을 전시 자원봉사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참여자는 3주간 주말을 활용해 기초훈련, 생존훈련, 응급처치 훈련, 허위정보 판독 훈련 등을 받게 된다. 폴란드 국방부는 “2주 만에 민간인 1만8000명이 지원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며 지원자의 45%가 여성이라고 했다. 크로아티아도 내년 징병제 부활을 확정했다. 19∼29세 남성을 대상으로 2개월의 기초 군사훈련을 의무화해 예비 전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징병제를 운영 중인 유럽 국가들은 관련 제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9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덴마크는 당초 2027년으로 계획한 여성 의무 복무 도입 시기를 2년 앞당겼다. 이에 따라 올 7월부터 만 18세가 되는 여성에게 소집 통지서가 발송되고 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징병 검사에선 여성도 남성처럼 추첨번호를 뽑아야 하고, 지원자가 부족할 경우 강제 징집될 수 있다. 덴마크는 의무복무 기간도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릴 계획이다. 트로엘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군은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며 “성별과 관계없이 가장 유능하고 의욕적인 덴마크 청년들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유럽 내 안보 지형이 급변하면서 대표적인 중립국인 스위스도 지난달 여성의 군 복무를 의무화하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현재 스위스는 징병 대상 연령 남성들의 병역이나 민방위대 참여가 의무화돼 매년 3만5000여 명의 남성이 의무복무하고 있다. 여성 병역 안건은 반대율 78%로 부결됐지만, AP통신은 “유럽 내 안보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립국인 스위스에서조차 병역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고 진단했다. 이 외에도 스위스는 지난해 군 예산을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까지 조기 증액하는 등 국방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등교 거부’ 운동 등 징병제 반발 움직임 유럽 각국의 징병제 도입 움직임에 젊은층들 사이에선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에선 최근 베를린, 쾰른 등 약 90개 도시에서 청소년들이 등교 거부 운동을 벌였다. 특히 내년에 18세가 돼 징병검사 대상이 되는 2008년 이후 출생 청소년들이 시위를 주도했다. 이들은 시위 현장에서 “우리는 총알받이가 되고 싶지 않다” “삶에서 반년을 막사에 갇혀 제식과 복종을 훈련받고 살해 기술을 배우며 보내고 싶지 않다”는 등의 구호를 내걸었다. 징병제에 반대하는 독일 청년들의 명분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등교 거부 운동을 조직하고 있는 단체 ‘징병제에 반대하는 학생 파업’은 “독일 기본법(헌법) 4조 3항은 ‘무기를 드는 군 복무를 누구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삶을 꾸려 갈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강 노력이 전쟁 해결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한 고교생은 “왜 전쟁을 무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느냐”며 “그것은 제1, 2차 세계대전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뿐이다”라고 폴리티코 유럽판에 전했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배우길 원치 않는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진단을 받는 등 징집을 피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독일 정부는 당면한 안보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누구든 시위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우리 민주주의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다”라면서도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살고 싶다면 그것을 위해 나서서 지킬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맞서 국민 스스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 프랑스에선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방 예산을 67억 유로(약 11조4600억 원)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파리에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 감소를 목표로 한다면서도 국방 부문에서만 예산을 늘리는 건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시위 현장에서 “우리 연금을 위한 파업” “사회 및 재정적 정의를 위하여”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유럽 재정 적자도 징병제 도입에 걸림돌유럽 각국의 부족한 재정 여력도 징병제 도입 등 국방비 증액에 걸림돌로 지목된다.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정부 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EU에 따르면 징병제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은 올 1분기 기준 GDP 대비 정부 부채가 각각 114.1%, 62.3%에 이른다. 폴란드(57.4%), 크로아티아(58.4%) 등은 간신히 기준을 넘지 않은 상황. 한참 일할 나이의 청년들을 군대에 모아놓으면 경제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독일 재무부는 연구 보고서에서 징병제 시행 시 국민총소득(GNI)이 0.4%(약 30조 원) 감소할 거라고 전망했다. 독일 재무부는 “징병제보다는 독일군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해 독일군을 매력적인 고용주로 만드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군인의 처우를 향상하는 등의 방식이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프랑스 정부 산하 자문기관인 고등전략계획청도 6개월간 7만 명의 군인을 훈련시키는 데 연간 17억 유로(약 3조 원)가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징병은 시민들을 자신들의 기술과 재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일자리로 내모는 제도”라며 “경제 성장은 둔화되고 있고, 세계 무역질서가 뒤흔들리면서 유럽 경제는 막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나의 탈출을 위해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변장을 하고 베네수엘라의 은신처에서 빠져나와 11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도착한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의 소감이다. 그는 이날 새벽 청바지에 패딩 점퍼 차림으로 오슬로의 한 호텔에 나타나 지지자들과 포옹했다. 마차도는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최근 16개월간 자신의 세 자녀를 포함해 “그 누구와도 접촉하거나 포옹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부터 철권통치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구금 위협으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또 수배 및 출국금지 상태였다. 실제로 오슬로에서 마차도를 만난 지지자들은 스페인어로 ‘용감하다’는 뜻의 “발리엔테”를 연신 외쳤다. 마차도는 마두로 정권이 자신을 ‘도망자’로 간주하며 귀국 시 체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당연히 (베네수엘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마두로 정권은 일반적인 독재 정권이 아니라 마약, 인신매매 등에 관여하는 범죄 조직이라고 질타했다. 마차도는 반대파 탄압, 부정선거를 일삼는 마두로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펼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시상식 참석을 위해 베네수엘라 은신처에서 나와 미국의 엄호 속에 오슬로로 향했다. 다만 악천후 등으로 일정이 지연돼 9일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그의 딸 아나(34)가 어머니를 대리해 수상했다. 마차도의 베네수엘라 탈출 과정은 극비리에 진행됐고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마차도는 가발을 쓰고, 변장을 한 채 10시간에 걸쳐 10개가 넘는 군 검문소를 통과했다. 이후 목선을 타고 카리브해를 건너 인근 네덜란드령 퀴라소로 향했다. 그는 이곳에서 전용기를 타고 노르웨이로 건너갔다. 베네수엘라의 야권 비밀 조직이 최소 2개월간 이 작업을 돕는 등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밀매 집단의 우두머리’로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베네수엘라 선박을 격침하는 등 카리브해 일대의 군사적 긴장감이 한껏 고조된 상황도 변수였다. 야권 비밀 조직은 마차도 일행이 탄 목선이 마약 운반선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미군과 시시각각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마차도 일행이 카리브해를 건너는 동안 미 해군 F-18 전투기 2대가 베네수엘라만에 진입해 약 40분간 좁은 원을 그리며 엄호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팝스타 비욘세의 남편으로 유명한 미국 ‘힙합 제왕’이자 프로듀서 제이지(Jay-Z)가 K팝, K푸드, K뷰티 등 한국 문화산업에 투자하는 7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마련한다. 한국 문화산업이 해외로 더 활발히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9일 한화자산운용은 미국의 마시펜 캐피털 파트너스와 5억 달러(약 7300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마시펜은 제이지가 전문 투자자인 제이 브라운, 로비 로빈슨 등과 공동 설립한 벤처캐피털(VC)이다. 한화자산운용과 마시펜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8일(현지 시간)부터 열린 ‘아부다비 금융주간 2025’ 현장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마시펜도 보도자료를 통해 “전략적 합작 법인 ‘마시펜 아시아’를 설립하기 위해 한화자산운용과 계약을 체결했다”며 “마시펜은 마시펜 아시아의 지분 과반을 보유하고 서울에 기반을 둔 투자팀이 회사를 이끌고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조성되는 사모펀드는 K팝(가요), K푸드(음식), K뷰티(화장품) 등 한국의 문화산업 관련 기업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K컬처가 세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자 이러한 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까지 생겨난 것이다. 김종호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사모펀드의 K컬처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해당 펀드는 유망한 기업을 발견해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자본과 연결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마시펜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및 뷰티 브랜드 등을 보유하며 문화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MOU 소식을 보도하며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같은 그룹이 전 세계 공연장을 가득 채우고 ‘오징어 게임’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콘텐츠가 스트리밍 플랫폼을 석권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며 “이번 펀드는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기관투자가, 국부펀드 및 고액 자산가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슨 마시펜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뷰티, 콘텐츠, 식품,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아시아의 문화적 허브”라며 “아시아 지역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일 갈등으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일본판 미 중앙정보국(CIA)’ 설립에 나섰다. ‘강한 일본’을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부가 정보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지지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 초 정기국회에 국가정보국 발족을 위한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국가정보국은 내각정보조사실(나이초), 공안조사청 등 여러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정리, 조정하는 사령탑 역할을 맡게 된다. 일본 정부는 총리실 관방장관 산하 내각정보조사실을 격상하는 형태로 국가정보국을 설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가정보국은 정보 담당상(장관급)이 이끄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내각정보조사실은 국내외 위성 정보 및 정치·경제 동향 등의 수집·분석을 맡고 있지만, 각 정보기관을 지휘할 권한은 없다. 그러나 국가정보국으로 전환되면 장관이 이끄는 총리실 직속의 독립 부처로 거듭나게 된다. 국가정보국은 외교·안보 분야 정책 사령탑인 국가안전보장국(NSS)과 더불어 총리실의 ‘안보 투톱’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별도로 ‘국가정보회의’를 총리실에 신설해 최상위 정보 회의체를 꾸린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일본유신회 연립여당은 단계적으로 정보 역량을 강화하는 로드맵을 짜고 있다. 국가정보국은 이 계획의 첫 단계로 이르면 내년 7월 출범할 전망이다. 이후엔 해외 정보 수집 업무를 전담하는 대외정보청 신설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앞서 자민당과 유신회는 정보 수집 강화 차원에서 2027년 말까지 대외정보청을 신설키로 했다. 양당이 합의한 ‘스파이 방지법’ 도입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미국의 외국인대리인등록법(FARA)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FARA는 미국인이 외국 정부나 정당, 기업, 개인 등을 위해 정치적 활동을 벌일 경우 미 법무부에 상세 내역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고 내역은 미 법무부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된다. 일본의 정보 역량 강화를 두고 다카이치 총리의 중국 견제 시도란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인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당내 인텔리전스 전략본부장을 맡아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출신의 정책통인 고바야시 정조회장은 과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부 때 신설된 초대 경제안보담당상을 맡아 중국 공급망 재편 전략을 주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유명 래퍼인 제이지가 한국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K-컬처에 7000억 원대 투자에 나선다. 8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이지가 공동 설립한 벤처캐피털(VC) 마시펜 캐피털 파트너스가 한화자산운용과 손잡고 엔터테인먼트와 뷰티, 식품 등 K컬처 전반을 대상으로 한 5억 달러(약 6700억원) 규모 사모펀드를 조성했다고 전했다. 투자는 양측이 설립에 합의한 합작법인 ‘마시펜 아시아’를 통해 이뤄지고, 마시펜 아시아 본사는 서울에 둘 예정이다. FT에 따르면 K팝, K푸드 등 문화 관련 기업들이 투자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화자산운용이 투자 대상 기업을 발굴하고, 마시펜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은 국부펀드와 기관 투자자, 개인 투자자 등으로부터 조달할 계획이다.마시펜 캐피털 파트너스는 “K컬처와 아시안 라이프스타일이 글로벌 소비 트렌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이번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며 “한국은 글로벌 뷰티, 콘텐츠, 식품,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는 아시아의 문화 중심지”라고 밝혔다.2018년 설립된 마시펜 캐피털 파트너스는 문화·기술 영향력을 가진 소비재 브랜드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이다. 팝스타 리한나의 란제리 브랜드 ‘새비지 X 팬티’, 식물 기반 식품업체 ‘임파서블 푸드’, 프랑스 가상자산 보안업체 ‘레저’ 등에 투자했다. 김종호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사모펀드의 K컬처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가 될 것”이라고 FT에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시리아가 8일 53년간 대를 이어 철권 통치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붕괴 1주년을 맞았다. 이날 카타르 알자지라방송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은 반세기 넘는 독재와 14년간 이어진 내전, 나아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창궐까지 겪은 시리아가 국가 정상화를 향한 험난한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8일 아흐메드 알 샤라 시리아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이 수장으로 있던 반군 하이아트타흐리르알샴(HTS)이 수도 다마스쿠스에 진입하며 아사드 정권은 몰락을 맞았다. 당시 다마스쿠스를 떠난 아사드 전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러시아로 망명해 모스크바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올 1월 임시 대통령이 된 샤라는 시리아의 외교적 고립을 끝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러단체 알카에다 출신으로 미 중앙정보국(CIA)이 1000만 달러 현상금까지 걸었던 그는 군복 대신 양복을 입었고, “종파 간 갈등을 봉합하고 온건 통치에 나서겠다”며 국제사회 설득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시리아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담을 하고 고강도 제재의 추가 유예를 받아냈다.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도 시리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대거 철회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시리아 재건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일 미국 에너지 기업 셰브론 관계자들이 다마스쿠스를 찾아 시리아 정부와 해상 석유·가스 탐사 협력 방안을 의논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튀르키예 등도 시리아와 대규모 경제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시리아의 정치·사회 변화 또한 상당하다. 10월에는 과도 의회의 3분의 2를 선거인단을 통해 간접 투표로 선출하는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됐다. 여성의 사회 진출도 확대됐다. 여성 기독교인인 힌드 카바와트 사회노동장관이 발탁됐고, 시리아 중앙은행에선 71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재가 탄생했다. 그러나 시리아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경제난이 여전히 심각하고, 종파 간 유혈 갈등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3월에도 알라위파 반군이 반란을 일으켰고, 7월에는 드루즈파 반군의 봉기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 명이 사망했다. 특히 정부 보안군의 진압 과정에서 잔학 행위가 대거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나 큰 논란이 됐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는 나라를 통합할 다른 인물이 없다”며 “샤라가 소수 민족을 포용하고 권력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균열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7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에서 발 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럼프 대통령이 관계를 완전히 회복했다고 밝혔다.스카이뉴스와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도하포럼 연사로 나선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아버지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에 협상할 때 모두가 정직한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트럼프 주니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보다 부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조적인 부패 문제 때문에 전쟁이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안드리 예르막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을 대상으로 한 부패 스캔들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한 반감도 드러냈다. 그는 “전쟁 때문에, 그리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케터 중 한 명이었기에 젤렌스키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며 “좌파 진영에서 그는 잘못을 저지를 리 없고 비난받을 여지가 없는 인간이 됐다”고 비판했다.한편 올 6월 공개 설전을 벌이며 충돌한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관계가 “100% 회복됐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주니어는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비슷한 사람”이라며 자신이 “두 명의 도널드 트럼프를 상대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설립한 투자회사 1789캐피털은 스페이스X 등 머스크 소유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트럼프 대통령의 3선 출마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그 얘기를 꺼낼 때마다 좌파 진영 사람들이 크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3선 출마를 배제하지 않는 이유가 일종의 “트롤링(상대를 놀리거나 도발하는 행위)”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홍콩 당국이 해외에 기반을 둔 반(反)중국 성향의 시민단체 2곳을 ‘금지단체’로 2일 지정했다. 앞으로 이 단체에 소속됐다고 주장하거나, 이들 단체의 행사에 참여할 경우 최대 징역 14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홍콩이 지난해 제정한 ‘홍콩판 국가보안법(기본법 23조)’을 적용해 특정 단체의 활동을 금지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타이포 고층 아파트의 화재 참사를 둘러싸고 당국 책임론이 확산되는 등 반중 여론이 고조되자 이를 막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보안국은 2일 캐나다와 대만에 기반을 둔 시민단체인 ‘홍콩 의회’와 ‘홍콩 민주화 독립 연맹’의 홍콩 내 활동 및 단체 운영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보안국 측은 “두 단체의 활동을 금지하는 게 국가 안전 수호에 필요하다”며 “어떤 형태로든 두 단체와 연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금지단체로 지정된 ‘홍콩의회’는 홍콩의 전직 입법회(국회) 의원 등 민주화 인사들이 2022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설립했다. 홍콩 경찰은 올 7월 홍콩의회 관계자 19명을 지명수배하고, 최대 100만 홍콩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대만에 기반을 둔 ‘홍콩 민주화 독립 연맹’ 회원 4명도 올 7월 홍콩 당국에 체포됐다. 홍콩에서는 2019년 홍콩 범죄자를 중국 본토로 곧바로 송환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도입 논란이 불거지며 대규모 반정부, 반중국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은 이듬해 6월 반중 활동을 한 사람을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홍콩 당국은 이와 별도로 자체적으로 반중 활동을 억제할 수 있는 ‘기본법 23조’도 만들었다. 기본법 23조에 따르면 금지단체에 소속되거나 이들 단체의 행사에 참여하고 가입을 주선하거나 후원하는 행위 또한 모두 범죄에 해당된다. 최대 100만 홍콩달러(약 1억8900만 원)의 벌금, 최고 14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홍콩 당국은 타이포 화재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주도했던 대학생 마일스 콴 씨를 지난달 29일 체포하는 등 비판 여론을 조성하는 이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에는 반중 활동을 오랜 기간 펼쳐온 케네스 청 전 구의원, 화재 현장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리모 씨 등이 당국에 체포했다. 민주 진영 인사들이 이번 화재를 계기로 더욱 조직적인 반중 활동에 나서고, 비판 여론도 고조될 것을 우려해 강력한 제재에 나섰단 평가가 나온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홍콩 당국이 해외에 기반을 둔 반(反)중국 성향의 시민단체 2곳을 ‘금지 단체’로 2일 지정했다. 앞으로 이 단체에 소속됐다고 주장하거나, 이들 단체의 행사에 참여할 경우 최대 징역 14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홍콩이 지난해 제정한 ‘홍콩판 국가보안법(기본법 23조)’을 적용해 특정 단체의 활동을 금지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타이포 고층 아파트의 화재 참사를 둘러싸고 당국 책임론이 확산되는 등 반중 여론이 고조되자 이를 막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보안국은 2일 캐나다와 대만에 기반을 둔 시민단체인 ‘홍콩 의회’와 ‘홍콩 민주화 독립 연맹’의 홍콩 내 활동 및 단체 운영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보안국 측은 “두 단체의 활동을 금지하는 게 국가 안전 수호에 필요하다”며 “어떤 형태로든 두 단체와 연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금지단체로 지정된 ‘홍콩의회’는 홍콩의 전직 입법회(국회) 의원 등 민주화 인사들이 2022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설립했다. 홍콩 경찰은 올 7월 홍콩의회 관계자 19명을 지명수배하고, 최대 100만 홍콩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대만에 기반을 둔 ‘홍콩 민주화 독립 연맹’ 회원 4명도 올 7월 홍콩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홍콩에서는 2019년 홍콩 범죄자를 중국 본토로 곧바로 송환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도입 논란이 불거지며 대규모 반정부, 반중국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은 이듬해 6월 반중 활동을 한 사람을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홍콩 당국은 이와 별도로 자체적으로 반중 활동을 억제할 수 있는 ‘기본법 23조’도 만들었다. 기본법 23조에 따르면 금지 단체에 소속되거나 이들 단체의 행사에 참여하고 가입을 주선하거나 후원하는 행위 또한 모두 범죄에 해당된다. 최대 100만 홍콩달러(약 1억8900만 원)의 벌금, 최고 14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홍콩 당국은 타이포 화재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주도했던 대학생 마일스 콴 씨를 지난달 29일 체포하는 등 비판 여론을 조성하는 이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에는 반중 활동을 오랜 기간 펼쳐온 케네스 청 전 구의원, 화재 현장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리 모 씨 등이 당국에 체포했다. 민주 진영 인사들이 이번 화재를 계기로 더욱 조직적인 반중 활동에 나서고, 비판 여론도 고조될 것을 우려해 강력한 제재에 나섰단 평가가 나온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트럼프 2.0’ 시대 신(新)중동 질서가 이스라엘에 마냥 유리하지 않다.”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만난 메흐란 캄라바 미국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정치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압박을 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산유국과의 거래적 이익을 중시하고, 미국이 개입하는 해외 분쟁의 장기화를 극도로 꺼리는 점이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친(親)이스라엘 성향이자 네타냐후 총리와 ‘브로맨스’를 과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계획을 적극 지지했다. 캄라바 교수는 “외교 무대에서 솔직하고 노골적인 태도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미-이스라엘 관계의 깊고 조직적인 본질이 드러났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걸프 우방이 얽힌 문제에는 보다 균형잡힌 태도를 취하는 점에 주목했다. 캄라바 교수는 “트럼프는 네타냐후가 선을 넘고 과잉 대응하자 따끔하게 혼낸(chasten)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라고 분석했다.이란계 미국인인 캄라바 교수는 미국과 중동을 오가며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는 중동 전문가. 지난달 2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한국-아랍 소사이어티, 한국무역협회(KITA)가 공동 주최한 ‘한-중동 경제협력포럼’ 기조 연설을 계기로 한국에 네번째로 방문했다.캄라바 교수는 “이스라엘은 2023년 가자전쟁 개전 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벼랑 끝으로 몰며 큰 승리를 거뒀다”면서도 “이란 정권 붕괴에 실패했고 카타르 공격이라는 전략적 실책을 저질렀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브로맨스’에 이상 징후가 생긴 것인가.“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지원했고, 이를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매우 깊고 조직화된 미-이스라엘 관계의 본질이다. 외교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솔직하고 노골적인 태도를 통해 드러났을 뿐이다.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중동 지역에서 선을 넘는 행동을 하자 단호히 징계했다. 올 9월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에서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약 3주 전 카타르 수도 도하 공습 작전을 공식 사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카타르는 미 본토 밖의 최대 공군기지를 보유한 우방이다. 미국은 카타르에 자신들이 연루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했다.트럼프 행정부의 이익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자 비속어를 동원해 경고한 점도 눈길이 간다. 올 6월 이란과 이스라엘 간 ‘12일 전쟁’의 휴전 직후 이스라엘이 공격을 지속하며 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빌어먹을(What the fXXX)’이라는 욕설을 써가며 강하게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같은 ‘영원한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하고 당선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반면 빠른 승리가 확실한 군사력 사용은 주저하지 않는다. ‘단발성 군사력 과시’는 트럼프 2기 중동 정책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전쟁 도중 이란 핵시설 공습을 강행한 뒤 이를 외교 치적으로 강조했다.”―네타냐후 총리는 중동 질서를 어떻게 재편하고 싶어 하는가.“아브라함 협정을 확장해 친이스라엘적이고 친미적인 방식으로 중동의 전략 환경을 바꾸고자 한다고 본다.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등이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이스라엘에 적극 맞서지는 않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반(反)이스라엘 세력이 전복되는 것이 목표다.”―중동전쟁으로 이란은 얼마나 약해졌는가.“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년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벼랑 끝으로 몰며 이란을 약하게 만들었다. 이란도 더 이상 ‘저항의 축’이 존재하지 않고 억제력의 원천으로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는 미사일 프로그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12일 전쟁은 네타냐후 총리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냈다. 그는 정권 붕괴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사회적 결속력이 발동됐다. 이란 군 지도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할 능력이 된다’는 군사적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또 혼란 속에서 대중 봉기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랍인, 발루치인, 쿠르드인 등 소수 민족이 이란이라는 국가의 물리적 해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됐다.향후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재확대 여부는 네타냐후 총리의 손에 달려있다. 가자전쟁 역시 군사적 목표보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지속되었다. 연립정부 내 극우 세력의 요구와 그의 정치 생명이 걸린 형사 재판에 많은 것이 결정될 것이다. 레바논과 가자지구에서 휴전 위반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 긴장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이며 86세 고령인 알리 하메네이 사후(死後) 어떤 격변이 예상되는가.“하메네이 아들이 최고지도자 자리를 물려받을지, 핵무기 개발에 착수할 지를 두고 이란은 갈림길에 설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평소와 다름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또 하메네이 사망으로 미-이란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생기지만, 최소 몇 년은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이란 체제 특성상 새 지도자가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해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에도 주목했는데 튀르키예는 상대적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튀르키예는 조용한 강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매우 성공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교류를 강화했고, 특히 유럽과 아제르바이잔을 연결하는 주요 가스관은 튀르키예를 거쳐 간다. 유럽에도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도 심화했다. UAE와 카타르는 튀르키예의 주요 투자자가 됐고, 튀르키예는 두 나라의 방위 산업(방산) 핵심 파트너가 됐다.이를 두고 신(新)오스만주의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나는 중견국으로서 권력을 투사한 현실 정치라고 본다. 튀르키예와 관련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2026년 중동에서 예상되는 주요 변화를 꼽자면…“이란을 주시해야 한다. 물 부족 문제부터 하메네이의 건강 문제까지 이란의 앞날에는 변수가 가득하다. 팔레스타인 문제도 끝났다고 볼 수 없다. 가자지구에서 7만 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을 하도록 만들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및 UAE 간의 경쟁 심화를 꼽을 수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지난달 26일 발생한 홍콩 타이포 지역의 웡푹코트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를 둘러싸고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홍콩 당국은 7일 입법회(의회) 선거를 앞두고 악화된 민심이 자칫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같은 대규모 반중 시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에 나섰다. 주홍콩 국가안전공서는 지난달 29일 담화에서 “이번 화재를 틈타 반중난항(反中亂港·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히다) 세력이 기회를 노리며 소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내 반중 세력이 사회 분열을 일으키고, 홍콩 당국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홍콩을 다시 송환법 반대 시위의 혼란으로 되돌리고, 암흑한 시절을 재현하려고 한다”며 “악의적 의도와 비열한 행위는 반드시 도덕적 비난과 법적 엄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크리스 탕 홍콩 보안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세력이 정부의 화재 대응과 관련한 유언비어를 퍼뜨려 민심을 혼란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주홍콩 국가안전공서는 2020년 제정된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라 중국 정부가 홍콩에 설치한 국가안보 전담 기관이다. 범죄를 저지른 홍콩 시민을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범죄인인도법(송환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2019년 민주화 시위로 번진 여파로 만들어졌다.이번 화재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을 촉구한 온라인 청원 주도자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달 29일 전했다. ‘마일스’란 이름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이 남성과 소속 단체는 △감독 소홀 등 정부 책임 규명 △독립 기구를 통한 조사 △공사 감독 제도 재검토 △피해 주민 지원 등 4가지 요구를 담은 청원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 이날 오후까지 1만 명 이상이 청원에 서명했지만, 현재는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일각에선 이날 화재 현장에서 피해자를 돕던 자원봉사자 수백 명이 홍콩 당국에 의해 해산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SCMP는 “홍콩 정부 측 지원팀과 자원봉사자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정부 지원팀이 피해자 지원보다 사진 촬영에 집중한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전했다. 홍콩 당국은 자원봉사자 강제 해산 사실을 부인하며 “비정부기구(NGO)들이 정부에 더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화재 참사로 30일 현재 14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화재가 난 7개동 가운데 3개동의 수색이 아직 끝나지 않아 사망자 수는 더 늘 수 있다고 홍콩 당국은 설명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