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구용

권구용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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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사건·범죄41%
사회일반23%
사고17%
대통령7%
검찰-법원판결3%
정치일반3%
산업3%
사법3%
  • 제주 해안서 한달새 ‘茶포장지 마약’ 4차례 발견… 해상밀수 비상

    1일 제주항 인근 해변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던 시민이 벽돌 모양의 물체를 발견했다. 중국어로 구성된 겉 포장에는 ‘차(茶)’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차 가루는 아닌 듯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물체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내용물은 마약류 케타민 1kg으로 확인됐다. 1회 투여량(0.03g) 기준 약 3만3000명분으로 시가 3억 원에 달한다. 지난 한 달여 사이 제주 해안에서 이 같은 ‘차 봉지 포장 케타민’이 네 차례나 발견돼 해경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경북 포항 해안에서도 같은 형태의 포장 마약이 확인됐고, 취재 결과 태국에서도 동일한 포장 형태의 케타민이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차 포장지 속에 마약을 숨기는 ‘위장 마약’ 방식이라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 이어 포항 해안… ‘차 봉지’ 마약 미스터리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9월 29일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변에서 케타민 20kg이 들어 있는 포대가 발견된 데 이어, 지난달 24일 제주시 애월읍(1kg), 31일 조천읍(1kg), 이달 1일 제주항 인근(1kg)에서도 같은 포장 마약이 나왔다. 동해해경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 해안에서도 동일한 포장의 케타민이 발견됐다. 이와 동일한 형태의 케타민은 태국에서도 발견됐고, 케타민 양은 총 50kg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해상박치기’ 수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전 경찰청 마약수사관)는 “조직이 위장 형태로 마약을 바다에 던져 놓고 다른 인원이 이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수거 지점만 공유하면 흔적 없이 대량 유통이 가능하다”며 “최근 이런 수법이 국제 마약 밀매 조직에서 빈번히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해상박치기를 포함해 해양을 통한 마약 유통은 급증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경이 압수한 마약류는 총 2357kg이었다. 이 중 코카인이 2347kg으로 99% 이상을 차지했는데, 2021년 35kg이던 코카인은 지난해 612kg으로 17배 이상 늘었다. 다만 해경은 국제 마약 밀반입 조직이 해상 운송 중 마약을 유실했거나, 남쪽 해역에서 운반 중 바다에 떨어져 해류를 타고 국내 해안으로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통상 해상 밀반입 마약은 해수 침투를 막기 위해 여러 겹으로 밀봉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포장은 비교적 허술해 해상 운송 중 유실된 정황도 있다는 것이다. 해경 등은 최근 적발된 마약 대부분이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경유해 해상을 통해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경이 검거한 외국인 마약사범 308명 중 베트남 국적이 122명, 태국 국적이 110명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특히 태국은 세계 최대 마약 생산지인 ‘골든트라이앵글’ 중 한 곳이다.● 위장 기술 갈수록 정교… “해상 단속 강화 필요” 문제는 마약 밀수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이 공개한 올해 상반기 마약밀수 적발 사례를 보면 화이트와인에 필로폰을 녹여 들여오거나, 보드게임 판 내부·슬리퍼 밑창·과자봉지·인형 속에 숨기는 등 위장 수법이 다양했다. 여행용 트렁크 외피나 목제 의자 속 공간에 은닉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해상 단속 강화를 위해 인력 확충과 탐지 장비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는 “위장 마약은 현장에서 신속하게 식별할 수 있는 탐지 장비가 핵심”이라며 “해상 운송 특성상 실시간 대응력이 떨어지면 유입 차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상 제품에 마약을 숨기면 수사기관이 함부로 손상해 확인하기 어렵다”며 “현장 단속 인력과 장비를 늘려 예방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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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에서 떨어뜨렸나…‘茶봉지 마약’ 제주·포항 해안서 잇따라 발견

    1일 제주항 인근 해변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던 시민이 벽돌 모양의 물체를 발견했다. 중국어로 구성된 겉 포장에는 ‘차(茶)’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차 가루는 아닌 듯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물체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내용물은 마약류 케타민 1㎏으로 확인됐다. 1회 투여량(0.03g) 기준 약 3만3000명분으로 시가 3억 원에 달한다.지난 한 달여 사이 제주 해안에서 이 같은 ‘차 봉지 포장 케타민’이 네 차례나 발견돼 해경이 비상에 걸렸다. 앞서 경북 포항 해안에서도 같은 형태의 포장 마약이 확인됐고, 취재 결과 태국에서도 동일한 포장 형태의 케타민이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차 포장지 속에 마약을 숨기는 ‘위장 마약’ 방식이라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 이어 포항 해안…‘차 봉지’ 마약 미스터리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9월 29일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변에서 케타민 20㎏이 들어 있는 포대가 발견된 데 이어, 지난달 24일 제주시 애월읍(1㎏), 31일 조천읍(1㎏), 이달 1일 제주항 인근(1㎏)에서도 같은 포장 마약이 나왔다. 동해해경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 해안에서도 동일한 포장의 케타민이 발견됐다. 이와 동일한 형태의 케타민은 태국에서도 발견됐고, 케타민 양은 총 50㎏에 달했다.전문가들은 ‘해상박치기’ 수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전 경찰청 마약수사관)는 “조직이 위장 형태로 마약을 바다에 던져 놓고 다른 인원이 이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수거 지점만 공유하면 흔적 없이 대량 유통이 가능하다”며 “최근 이런 수법이 국제 마약 밀매 조직에서 빈번히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실제 최근 해상박치기를 포함해 해양을 통한 마약 유통은 급증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경이 압수한 마약류는 총 2357㎏였다. 이 중 코카인이 2347㎏으로 99% 이상을 차지했는데, 2021년 35㎏이던 코카인은 지난해 612㎏으로 17배 이상 늘었다.다만 해경은 국제 마약 밀반입 조직이 해상 운송 중 마약을 유실했거나, 남쪽 해역에서 운반 중 바다에 떨어져 해류를 타고 국내 해안으로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통상 해상 밀반입 마약은 해수 침투를 막기 위해 여러 겹으로 밀봉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포장은 비교적 허술해 해상 운송 중 유실된 정황도 있다는 것이다.해경 등은 최근 적발된 마약 대부분이 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경유해 해상을 통해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경이 검거한 외국인 마약사범 308명 중 베트남 국적이 122명, 태국 국적이 110명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특히 태국은 세계 최대 마약 생산지인 ‘골든트라이앵글’ 중 한 곳이다.● 위장 기술 갈수록 정교…“해상 단속 강화 필요”문제는 마약 밀수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이 공개한 올해 상반기 마약밀수 적발 사례를 보면, 화이트와인에 필로폰을 녹여 들여오거나, 보드게임 판 내부·슬리퍼 밑창·과자봉지·인형 속에 숨기는 등 위장 수법이 다양했다. 여행용 트렁크 외피나 목제 의자 속 공간에 은닉하는 경우도 있었다.전문가들은 해상 단속 강화를 위해 인력 확충과 탐지 장비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는 “위장 마약은 현장에서 신속하게 식별할 수 있는 탐지 장비가 핵심”이라며 “해상 운송 특성상 실시간 대응력이 떨어지면 유입 차단이 어렵다”고 말했다.윤 교수는 “정상 제품에 마약을 숨기면 수사기관이 함부로 손상해 확인하기 어렵다”며 “현장 단속 인력과 장비를 늘려 예방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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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신용 179명에 年 최대 2만3654% 금리… 나체사진 유포 협박해 11억 갈취한 일당

    경찰이 최근 1년간 불법 사채를 특별단속해 4000명이 넘는 피의자를 잡아들였다. 이 중엔 연이율 2만 % 이상의 초고금리를 요구하며 담보로 받은 나체 사진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한 일당도 있었다. 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불법 사채 특별단속을 통해 총 3251건을 적발하고 관련 피의자 400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1년간(2023년 11월∼지난해 10월) 적발한 1901건, 3330명에 비해 검거 건수는 71%, 인원은 20% 증가한 수치다. 이번에 검거된 불법 사채 사례에는 저신용자 179명에게 낮게는 연이율 3476%에서 높게는 최대 2만3654%의 초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뒤 ‘갚지 않으면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11억6000만 원을 취득한 일당도 있었다. 연이율 2만3654%로 100만 원을 빌리면 1년 뒤 원리금으로 2억3754만 원을 갚아야 한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는 연이율 20%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올 5월 이들 일당 34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 돈을 갚지 못한 피해자를 차량이나 오피스텔에 가둬두고 폭행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 일당 4명은 연이율 2100%를 적용해 피해자들로부터 10억2100만 원을 받아 챙기다가 7월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9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유인한 뒤 가족과 지인들의 연락처를 담보로 초단기·고금리 대출을 해주고 연체 시 가족과 지인을 협박한 조직원 32명을 검거해 11명을 구속했다. 국수본은 이달 3일부터 내년 10월까지 불법 사채 특별단속을 재개한다. 경찰은 이번 단속에서 미등록 영업, 법정 한도를 초과한 고리 사채, 폭행 등 불법 채권추심, 정부기관 사칭 등 신·변종 수법을 주요 단속 대상으로 정했다. 대포폰과 대포통장, 개인정보 불법 유통 등 범행 수단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범죄 수익금에 대해서는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할 방침이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불법 사금융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범죄인 만큼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상시 단속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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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만% 이자 못내면 나체사진 퍼뜨린다” 불법사채 일당 적발

    경찰이 최근 1년간 불법 사채를 특별단속해 4000명이 넘는 피의자를 잡아들였다. 이중엔 연이율 2만 % 이상의 초고금리를 요구하며 담보로 받은 나체사진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한 일당도 있었다.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불법 사채 특별단속을 통해 총 3251건을 적발하고 관련 피의자 400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1년간(2023년 11월~지난해 10월) 적발한 1901건, 3330명에 비해 검거 건수는 71%, 인원은 20% 증가한 수치다.이번에 검거된 불법 사채 사례에는 저신용자 179명에게 낮게는 연이율 3476%에서 높게는 최대 2만3654%의 초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뒤 ‘갚지 않으면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11억6000만 원을 취득한 일당도 있었다. 연이율 2만3654%로 100만 원을 빌리면 1년 뒤 원리금으로 2억3754만 원을 갚아야 한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는 연이율 20%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올 5월 이들 일당 34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돈을 갚지 못한 피해자를 차량이나 오피스텔에 가둬두고 폭행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 일당 4명은 연이율 2100%를 적용해 피해자들로부터 10억2100만 원을 받아 챙기다가 7월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9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유인한 뒤 가족과 지인들의 연락처를 담보로 초단기·고금리 대출을 해주고 연체 시 가족과 지인을 협박한 조직원 32명을 검거해 11명을 구속했다.국수본은 이달 3일부터 내년 10월까지 불법 사채 특별단속을 재개한다. 경찰은 이번 단속에서 미등록 영업, 법정 한도를 초과한 고리사채, 폭행 등 불법채권추심, 정부기관 사칭 등 신·변종 수법을 주요 단속 대상으로 정했다. 대포폰과 대포통장, 개인정보 불법유통 등 범행 수단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범죄 수익금에 대해서는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할 방침이다.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불법사금융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범죄인 만큼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상시 단속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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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청장 대행 “여순사건 반란아냐”… 경찰의 관련 표현 ‘수정할 것’ 밝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을 “반란이 아니다”라고 규정하며 경찰의 관련 표현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유 대행은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보느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답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여수 주둔 군인들이 제주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발생한 군사 사건으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됐다.앞서 전북경찰청은 홍보관 전시물에 ‘여순반란’이라는 제목을 사용해 논란이 일자 이를 ‘여순사건’으로 수정했다. 전시물에는 ‘좌익세력의 반란과 소요 진압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이에 정 의원은 “경찰이 과거사 서술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대행은 “표현이 부적절했다”며 “다른 시도경찰청 전시물도 전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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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재난상황실 인력난에 야간-주말 혼자 근무, 사고 겹치면 마비”

    “혼자 있는데 사건이 동시에 터지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대응이 마비되는 겁니다.” 27일 밤 서울 시내 한 구청 재난안전상황실. 대형 화면 속 실시간 상황 보고와 구급 출동 리스트를 번갈아 확인하던 공무원 A 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이날 야간 근무를 혼자 서고 있었다. 근무는 ‘2인 1조’가 원칙이지만 이곳에선 주간 근무 시간을 제하고 야간과 주말에는 1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기자가 함께 있는 동안 그는 폐쇄회로(CC)TV를 주시하며 특이사항을 보고하고, 민원실로 접수되는 신고를 확인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다. 그는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식사는 앉은자리에서 간식으로 해결하고, 화장실도 무전기를 들고 뛰어 다녀온다”고 말했다. ● 주말 밤 내내 한 명 근무… 재난 대응 ‘구멍’ 여전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가 서울시 자치구 재난안전상황실 인력 확충 방침을 내세웠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0곳(80%)의 재난안전상황실 운영 인력이 권고 기준 미달인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권고 기준은 8명 이상이다. 주간·야간(오후 9시∼오전 9시) 풀타임 근무와 통신대기, 휴무 등 ‘2인 1조-4교대 체계’를 유지해 재난 시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로 권고 기준을 충족한 곳은 5곳뿐이었다. 11곳은 6명 미만이었으며, 이 중 9곳은 권고 기준의 절반 수준인 4명으로 상황실을 운영 중이었다. 인파가 몰리는 성수·명동을 관할하는 성동구(4명)와 중구(5명),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건국대 인근 광진구(4명) 등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면 야간과 주말에 1명이 근무를 서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형 행사나 인파가 몰리는 시기에 안전사고 대응이 취약해지는 셈이다. 기준 인원에 못 미친 한 자치구 관계자는 “모니터를 지켜보며 신고 접수, 유관기관 통보까지 모두 해야 한다”며 “밤새 ‘멀티플레이어’로 일해야 하는데 나흘에 한 번씩 이런 근무를 한다는 건 사실상 체력 한계”라고 토로했다. 이태원 참사 때도 용산 상황실 근무 인력이 다른 일을 하느라 전화를 받고도 대응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 3년간 지속 권고에도 인력 충원 ‘제자리’ 행안부는 이태원 참사 이듬해인 2023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전국 지자체에 인력 충원을 권고했다. 공문에는 ‘재난 발생 빈도와 대응 수요를 고려할 때 원활한 상시 운영을 위해 2인 1조 4교대 체계(총 8명 이상)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실제 충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자치구 관계자는 “행안부가 지속적으로 인력 확충을 권고했지만, 자치구 예산 사정상 권고 수준을 맞추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재난상황실은 재난 발생 시 현장 대응을 조율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며 “이곳의 인력이 부족하면 재난 대응 체계가 마비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예산 지원과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9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광장에서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3주기를 맞아 정부의 첫 공식 추모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와 행안부가 공동 주최한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은 서울 전역에 울린 1분간의 추모 사이렌과 함께 시작됐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상징색인 보라색 재킷 등을 입고 애도의 뜻을 전했고, 300여 명의 국내외 유가족을 비롯해 주최 측 추산 1000여 명이 모였다. 서울경찰청은 핼러윈 기간을 앞두고 이태원을 포함한 33개 인파 밀집 지역의 안전관리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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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재난상황실 인력난에 야간-주말 혼자 근무, 사고 겹치면 마비”

    “혼자 있는데 사건이 동시에 터지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대응이 마비되는 겁니다.”27일 밤 서울 시내 한 구청 재난안전상황실. 대형 화면 속 실시간 상황보고와 구급 출동 리스트를 번갈아 확인하던 공무원 A 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이날 야간 근무를 혼자 서고 있었다.근무는 ‘2인 1조’가 원칙이지만 이곳에선 주간 근무 시간을 제하고 야간과 주말에는 1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기자가 함께 있는 동안 그는 폐쇄회로(CC)TV를 주시하며 특이사항을 보고하고, 민원실로 접수되는 신고를 확인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다. 그는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식사는 앉은 자리에서 간식으로 해결하고, 화장실도 무전기를 들고 뛰어 다녀온다”고 말했다. ● 주말 밤 내내 한 명 근무… 재난 대응 ‘구멍’ 여전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가 서울시 자치구 재난안전상황실 인력 확충 방침을 내세웠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9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0곳(80%)의 재난안전상황실 운영 인력이 권고 기준 미달인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권고 기준은 8명 이상이다. 주간·야간(오후 9시~오전 9시) 풀타임 근무와 통신대기, 휴무 등 ‘2인 1조-4교대 체계’를 유지해 재난 시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로 권고 기준을 충족한 곳은 5곳뿐이었다. 11곳은 6명 미만이었으며, 이중 9곳은 권고 기준 절반 수준인 4명으로 상황실을 운영 중이엇다. 인파가 몰리는 성수·명동을 관할하는 성동구(4명)와 중구(5명),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건국대 인근 광진구(4명) 등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인력이 부족하다 보면 야간과 주말에 1명이 근무를 서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형 행사나 인파가 몰리는 시기에 안전사고 대응이 취약해지는 셈이다. 기준 인원에 못 미친 한 자치구 관계자는 “모니터를 지켜보며 신고 접수, 유관기관 통보까지 모두 해야 한다”며 “밤새 ‘멀티플레이어’로 일해야 하는데 나흘에 한 번씩 이런 근무를 한다는 건 사실상 체력 한계”라고 토로했다. 이태원 참사 때도 용산 상황실 근무 인력이 다른 일을 하느라 전화를 받고도 대응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 3년간 지속 권고에도 인력 충원 ‘제자리’행안부는 이태원 참사 이듬해인 2023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전국 지자체에 인력 충원을 권고했다. 공문에는 ‘재난 발생 빈도와 대응 수요를 고려할 때 원활한 상시 운영을 위해 2인 1조 4교대 체계(총 8명 이상)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실제 충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자치구 관계자는 “행안부가 지속적으로 인력 확충을 권고했지만, 자치구 예산 사정상 권고 수준을 맞추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재난상황실은 재난 발생 시 현장 대응을 조율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며 “이곳의 인력이 부족하면 재난 대응 체계가 마비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예산 지원과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한편 29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광장에서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3주기를 맞아 정부의 첫 공식 추모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가 공동 주최한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은 서울 전역에 울린 1분간의 추모 사이렌과 함께 시작됐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상징색인 보라색 재킷 등을 입고 애도의 뜻을 전했고, 300여명의 국내외 유가족을 비롯해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이 모였다. 서울경찰청은 핼러윈 기간을 앞두고 이태원을 포함한 33개 인파 밀집 지역의 안전관리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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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시진핑 동선마다 ‘움직이는 요새’… 땅-하늘-통신 3중 경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나흘 앞둔 27일 경찰과 대통령경호처 등 관계기관이 행사장인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상의 이동 경로 전역에 걸쳐 경호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HICO 주변은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각종 대테러 장비가 배치됐지만 공항과 숙소를 오가는 도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에 당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용할 이동 수단 자체를 ‘움직이는 요새’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화생방 장비 갖춘 ‘더 비스트’ 공수26일 오후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하늘에 대형 헬기가 굉음을 내며 등장했다. 상공을 돌던 헬기는 점차 고도를 낮춰 경주월드 인접 축구장에 착륙했다. 프로펠러 아래에는 성조기와 ‘UNITED STATES OF AMERICA(미국)’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인 ‘머린 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 김해국제공항과 HICO는 약 91km 거리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차로 약 1시간을 달려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에서 공수한 장갑 리무진 ‘더 비스트’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량 9t에 달하는 이 차는 장갑판과 방탄 창문으로 둘러싸여 총탄뿐만 아니라 폭발물 공격까지 견딜 수 있다. 화생방 테러에 대비한 독립형 산소공급장치, 대통령 혈액형과 동일한 응급 수혈팩 냉장고도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번호판을 단 디코이(위장 차량)가 함께 운행해 실제 탑승 차량을 식별하기 어렵게 한다. 모터케이드(의전차량 행렬)는 약 50대 규모로 구성된다. 미 비밀경호국(USSS) 요원 60여 명이 탑승하며 대테러 대응팀(CAT), 생화학 위기 대응팀, 전자전 차량 ‘워치타워’ 등이 포함된다. 우리 경찰은 순찰차와 오토바이를 선두와 후미에 배치해 이들과 합동으로 이동한다. 경찰은 APEC 기간에 총 요원 약 600명, 순찰차 190여 대, 오토바이 160여 대를 동원해 기동·경호 훈련을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묵을 것으로 예상되는 힐튼경주호텔과 HICO 간 거리는 약 250m에 불과하지만 차량 이동 시 유사한 철통 경호가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헬기 머린 원을 이용할 경우에는 공중에서 우리 측 지원 헬기가 교통과 지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제한다. 통신 교란에 대비한 전파 방호 차량도 도심 주요 지점에 배치될 예정이다.● 시진핑 동선엔 시위대 난입 방지용 펜스 시 주석 역시 김해국제공항으로 도착해 경주 불국사 근처의 코오롱호텔을 숙소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에서 HICO까지는 약 7.5km로 경찰과 경호처는 이동 구간 전체를 사실상 완전 통제 구역으로 설정했다. 정상 차량의 이동 시 주변 교통은 전면 차단되며, 차량 위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실시간 추적된다. 2005년 부산 APEC 때 차량 이동로의 맨홀 뚜껑을 모두 용접해 폭발물 테러에 대비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유사한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내에는 이미 질서 유지용 펜스가 설치됐다. 특히 정상급 숙소(PRS)와 HICO 주변에는 드릴로 바닥에 고정한 금속 울타리가 등장했다. 정상급 차량이 지나는 도로와 보도를 완전히 분리하기 위한 조치다. 일부 보수단체가 APEC 기간에 반중 시위를 예고한 가운데, 혹시 모를 난입에 대비한 차단선이다. 정상들이 머무는 호텔 출입구에는 3m 높이로 입구 전체를 가리는 거대한 벽이 세워졌다. 시 주석의 경호는 중앙경호국 인력이 주도한다. 중국 승용차 브랜드인 훙치가 만든 전용 리무진 ‘N701’을 동원한다. N701도 더 비스트처럼 군사급 장갑과 독립 공기 시스템, 암호화 통신 장비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행렬에는 폭발물 처리팀(EOD) 차량도 동행하면서 주변의 모든 전화·네트워크 신호를 차단해 원격 폭발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들의 이동 수단 자체가 하나의 요새처럼 작동하도록 지상·공중·통신의 3중 방어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경주=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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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캄보디아 중국계 병원, 5000만원에 신장 이식”… 장기밀매 성행

    “창문에 병원 십자가 표시는 붙어 있는데, 일반 환자는 안 받아요. 콩팥 하나에 5000만 원, 안구도 그 정도랍니다.” 27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사업 중인 한 교민은 “도심에 중국계 ‘이식 전문 병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70대 지인은 이 병원에서 2년 전 5000만 원을 내고 콩팥 이식을 받았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식 순서가 돌아올 가망이 없자 현지 브로커를 통해 연락했고, 도착 이틀 만에 수술이 진행됐다. 그는 “지인은 이식받은 장기가 자연사한 시신에서 적출된 것이란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누구나 그 출처를 의심한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국제 장기 밀매의 ‘신흥 허브’최근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22)가 캄보디아 내 ‘웬치(범죄단지)’에 감금됐다가 고문 끝에 숨지는 등 현지 납치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국제 학술계가 캄보디아를 국제 장기 밀매 시장의 새로운 ‘브로커 허브 국가’로 주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에서 실종된 채 생사를 알 수 없는 한국인이 80명이 넘는 만큼, 강제 장기 적출 실태도 폭넓게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4월 미국 조지메이슨대 연구진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선 최근 11년(2012∼2022년)간 최소 10건의 장기 밀매 중개 사건이 드러나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 등에 이어 7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장기 밀매 보도 5만여 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다. 캄보디아는 이전(2000∼2011년)엔 전혀 등장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새롭게 떠올랐다. 연구진은 “기존 주요 국가들의 단속 강화로 밀매 거점이 이동했다”고 분석했다.캄보디아를 무대로 한 장기 매매는 여러 차례 적발됐다. 2023년 7월 인도네시아 경찰은 자국민 122명을 프놈펜으로 유인해 콩팥을 각 9000달러(약 1290만 원)에 밀매한 일당 12명을 체포했다. 피해자들은 ‘고수입 일자리’를 제안받고 현지로 끌려가 감금된 채 수술을 강요당했다. 같은 해 베트남 호찌민 법원도 캄보디아에서 장기 매매를 주선한 일당 8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부패한 사법 구조와 느슨한 국경 관리가 밀매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인접국보다 국경 관리가 허술해 밀매 세력이 들어오기 쉽고, 불법 시술이 이뤄져도 단속 권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의료 일대일로, 이식 밀매로 이어져” 의료계에선 고난도의 이식술을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한 캄보디아가 장기 매매의 허브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있다고 분석한다. 김황호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 이사는 “중국은 수년간 의료 일대일로를 통해 캄보디아 병원에 기술 제휴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장기 밀매의 거점으로 지목된 현지 병원 대다수는 2010년대부터 중국의 지원으로 건립돼 운영 중인 곳이다. 중국은 이 병원들에 의료진들을 파견하며 장기이식 역량이 없던 캄보디아에 기술을 전파했다. 장기 매매는 해외에서 이뤄져도 국내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 의학적 위험도 크다. 장원배 제주대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불법 이식 장기는) 공여자의 건강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이식 이후에도 공여자가 가진 질병이 옮겨올 수 있고, 각종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웬치’ 단속을 이식 병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8년째 프놈펜에 거주 중인 한 교민은 “웬치에 납치된 한국인이 장기 매매에 이용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경찰은 20일 박 씨의 시신을 부검하면서 장기 적출 여부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범죄조직이 납치 후 이른바 ‘용도 폐기’ 단계에서 장기를 적출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인 납치가 잦은 만큼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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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콩팥 하나 5000만 원”… 캄보디아, 中 지원업고 ‘불법 장기이식 허브’로

    “창문에 병원 십자가 표시는 붙어 있는데, 일반 환자는 안 받아요. 콩팥 하나에 5000만 원, 안구도 그 정도랍니다.”27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사업 중인 한 교민은 “도심에 중국계 ‘이식 전문 병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70대 지인은 이 병원에서 2년 전 5000만 원을 내고 콩팥 이식을 받았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식 순서가 돌아올 가망이 없자 현지 브로커를 통해 연락했고, 도착 이틀 만에 수술이 진행됐다. 그는 “지인은 이식받은 장기가 자연사한 시신에서 적출된 것이란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누구나 그 출처를 의심한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국제 장기 밀매의 ‘신흥 허브’최근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22)가 캄보디아 내 ‘웬치(범죄단지)’에 감금됐다가 고문 끝에 숨지는 등 현지 납치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국제 학술계가 캄보디아를 국제 장기 밀매 시장의 새로운 ‘브로커 허브 국가’로 주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에서 실종된 채 생사를 알 수 없는 한국인이 80명이 넘는 만큼, 강제 장기 적출 실태도 폭넓게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4월 미국 조지메이슨대 연구진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선 최근 11년(2012~2022년)간 최소 10건의 장기 밀매 중개 사건이 드러나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 등에 이어 7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장기 밀매 보도 5만여 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다. 캄보디아는 이전(2000~2011년)엔 전혀 등장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새롭게 떠올랐다. 연구진은 “기존 주요 국가들의 단속 강화로 밀매 거점이 이동했다”고 분석했다.캄보디아를 무대로 한 장기 매매는 여러 차례 적발됐다. 2023년 7월 인도네시아 경찰은 자국민 122명을 프놈펜으로 유인해 콩팥을 각 9000달러(약 1290만 원)에 밀매한 일당 12명을 체포했다. 피해자들은 ‘고수입 일자리’를 제안받고 현지로 끌려가 감금된 채 수술을 강요당했다. 같은 해 베트남 호찌민 법원도 캄보디아에서 장기 매매를 주선한 일당 8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부패한 사법 구조와 느슨한 국경 관리가 밀매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인접국보다 국경 관리가 허술해 밀매 세력이 들어오기 쉽고, 불법 시술이 이뤄져도 단속 권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의료 일대일로, 이식 밀매로 이어져”의료계에선 고난도의 이식술을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한 캄보디아가 장기 매매의 허브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있다고 분석한다. 김황호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 이사는 “중국은 수년간 의료 일대일로를 통해 캄보디아 병원에 기술제휴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장기 밀매의 거점으로 지목된 현지 병원 대다수는 2010년대부터 중국의 지원으로 건립돼 운영 중인 곳이다. 중국은 이 병원들에 의료진들을 파견하며 장기이식 역량이 없던 캄보디아에 기술을 전파했다.장기 매매는 해외에서 이뤄져도 국내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 의학적 위험도 크다. 장원배 제주대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불법 이식 장기는) 공여자의 건강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이식 이후에도 공여자가 가진 질병이 옮겨올 수 있고, 각종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웬치’ 단속을 이식 병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8년째 프놈펜에 거주 중인 한 교민은 “웬치에 납치된 한국인이 장기 매매에 이용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경찰은 20일 박 씨의 시신을 부검하면서 장기적출 여부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조직범죄가 납치 후 이른바 ‘용도 폐기’ 단계에서 장기를 적출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인 납치가 잦은 만큼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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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진공상태’ 돌입… 보문호수 바닥까지 훑으며 “폭발물 차단”

    “이곳은 레드존(적색구역)입니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26일 오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으로 쓰일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입구. 금속탐지기와 X레이 검색대가 설치되는 현장에서 보안 요원이 기자를 막아섰다. 레드존은 가장 높은 수준의 접근 제한 구역을 뜻한다. 보안 요원은 “총기나 화약류는 물론이고 라이터나 음료도 반입이 불가하다”며 “회의 참석자나 외교부 관계자 외에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도지사·시장이라도 예외는 없다”고 했다.이처럼 회의장과 보문단지 일대는 하늘과 바다, 땅에서 동시에 최고 수준의 보안 경계 태세가 갖춰지며 사실상 ‘진공 상태’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수중 폭발물 찾아라” 보문호 바닥까지 훑어경주는 산이 둘러싼 분지로 외부에서 접근하기가 까다로운 지형으로 통한다. 하지만 회의장인 HICO와 정상급 숙소가 모여 있는 보문관광단지는 상대적으로 개방된 지형이다. 경찰과 소방, 대통령경호처, 국가정보원이 각자 보유한 인력과 첨단장비를 총동원해 회의장과 그 주변을 물샐틈없이 감시하는 이유다.해양경찰은 APEC을 준비하면서 회의장과 200m 남짓 떨어진 보문호수의 바닥을 샅샅이 뒤졌다. 혹시 모를 수중 폭발물을 확인한 것이다. 또 회의 주간에는 보문호 수면에 고속특수기동정과 특공대를 배치하고, 수중에도 탐색로봇을 활용해 24시간 감시체계를 가동한다. 수중 침투 테러나 불법 선박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올해 지중해 연안에서는 자석 지뢰가 이용된 유조선 폭발 사건이 있었다. 1995년엔 스리랑카 반군의 요원이 스리랑카 전함 5척을 수중에서 폭파한 적이 있다.경찰은 26일 0시부터 을호비상을 발령했고, 28일 0시부터는 가용 병력을 100% 동원하는 경비 비상 단계 중 최고 단계인 갑호비상으로 격상한다. 하루 최대 동원할 수 있는 경찰 인원은 2만2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행사 기간 경호·경비, 교통관리, 기습 시위 방지 등에 투입된다.특히 180명의 경찰특공대가 장갑차와 함께 회의장 주변에 배치된다.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형 테러리스트나 폭발물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날 보문단지의 한 공터에 집결한 특공대원들은 초장거리 저격소총을 점검하며 작전회의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의 기간 경주역, 포항공항, 회의장 주변에 분산 배치돼 탐지견과 함께 순찰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드론 막는 총, 하늘엔 보이지 않는 전파벽27일 0시부터 11월 2일까지 회의장 반경 3.7km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인다. 드론은 물론 초경량 비행장치까지 모두 금지다. 경찰특공대는 안티드론 차량과 재밍건(전파 교란총)을 회의장, 숙소, 경주역, 불국사 일대에 배치해 불법 드론을 무력화한다. 드론이 침입하면 통제 전파를 쏴 조종권을 잃게 만들거나, 지정 구역 밖으로 밀어낸다. 헬기 부대도 공중 테러 가능성에 대비한다.이 역시 단순한 ‘훈련용 장비’가 아니다. 2018년 영국 개트윅 공항에선 드론 테러 의심만으로 항공기 1000여 편이 멈춰 섰다. 미 국무부의 2023년 국제테러 보고서는 “소형 드론이 폭발물 운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급증 중”이라고 경고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주의 상공은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 방패’로 덮여 있다”고 말했다.항공기 테러 예방 조치들도 시행된다. 주요 내빈이 이용할 김해공항과 포항경주공항 등은 24일부터 보안등급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고 28일 한 번 더 상향한다. 이에 따라 비행기 탑승 전 위탁 수화물을 개봉해 검색하는 비율이 올라가고 3.5cm 이상 높이의 신발은 벗어서 X레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김해공항은 조류 충돌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음파발생기를 확충하고 조류 퇴치 전문요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열화상 카메라와 고성능 망원경 등 조류탐지 장비도 추가로 갖췄다. 29일 0시부터는 김해공항 일대도 회의장 주변과 마찬가지로 비행금지구역이 된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경주=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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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몸비, 도로 위 또 다른 위협… 어린이 절반 “걷다 스마트폰 봐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 역시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건널목을 건너며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않은 비율은 85.3%로 집계됐다. 2021년 85.8%, 2022년 85.7%, 2023년 85.5%에 이어 3년 연속 내림세다. 건널목에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보행자가 점차 늘고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걸으면 주변의 위험 요소를 파악하기 어렵다. 전방 주시율은 15% 감소하고 시야 폭도 56% 줄어든다. 소리를 인지할 수 있는 거리도 짧아져 갑작스러운 위험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많은 어린이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해 위험이 크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행정안전부, 교육부, 삼성전자와 함께 올해 4, 5월 전국 17개 초등학교 435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3주간 ‘어린이 보행안전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어린이 2명 중 1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어린이(54.0%)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보행안전 애플리케이션(앱) ‘워크버디’의 경고 알람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어린이 보행사고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보행 중 교통사고로 상처를 입은 12세 이하 어린이는 2680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2135명)과 비교해 25.5% 늘면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어린이가 걸으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워크버디를 시범 도입한 결과 경고 알람 횟수가 앱 설치 초기 1일 6.5회에서 3주 후 5.0회로 줄었다. 실제로 학교 앞 교차로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린이 비율도 약 35% 감소했다. 서울 구로구는 올 8월부터 초등학교 통학로에서 자동으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통학로 스몸비 방지 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관계자는 “위험한 보행 습관을 갖게 되면 이를 바로잡는 데 큰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어릴 때부터 안전한 보행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 20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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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전 중” 메시지 보내는 사이… 사고 위험 23배로

    “운전 중이야.” 시속 40km로 달리며 스마트폰에 다섯 글자를 입력하던 순간이었다. 도로 끝을 알리는 신호등이 붉게 켜지자 기자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이미 멈춰야 할 지점을 2m 지나 옆 차로까지 침범해 있었다. 16일 경북 상주시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진행한 ‘스마트폰 사용 여부에 따른 제동거리 실험’에서 배홍근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교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니 제동거리가 늘어난 데다 차로 유지도 어렵다”며 “실제 도로였다면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사고 위험 23배↑기자는 주행 조건을 바꿔 가며 여러 차례 실험을 반복했다. 직선도로에서 달리다 멈추면서 핸들을 꺾으니 제동거리는 5m나 늘었다. 곡선 구간에서는 휴대전화를 들자 주행이 더욱 불안정해졌다. 운전에만 집중할 때와 달리 메시지를 보내거나 검색하는 동안 시속 40km를 유지하지 못했고, 중앙선을 침범하기도 했다. 속도를 시속 50km로 높인 상태에서는 급제동 상황을 늦게 인식해 건널목을 지난 뒤에야 멈췄다. 배 교수는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며 “조금이라도 늦게 상황을 인지하는 순간 경상이 중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현행 도로교통법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 위반 시 벌점 15점과 7만 원 이하의 범칙금(승용차 기준 6만 원)이 부과된다. 2021년 헌법재판소는 “휴대전화를 단순 조작하더라도 전방 주시율이 떨어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며 해당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운전자들의 습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올해 2월 발표한 ‘2024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 중 스마트기기 사용률은 36.6%로, 최근 몇 년간 40%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 교통부 산하 자동차운송안전청(FMCSA)의 보고서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운전 중 문자 전송이 사고 위험을 23.2배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메모(9배)나 독서(4배) 등 나머지 34개 조사 항목보다 압도적으로 위험도가 높았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속도를 낮추는 행위도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메디신’에는 20대 운전자 45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터와 시선 추적 장치를 이용한 실험 결과가 실렸다. 논문은 시뮬레이터 실험 결과를 토대로 “운전자는 휴대전화 사용 시 속도를 줄여 위험을 상쇄하려 하지만, 감속해도 사고가 날 공산은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위험 인식 3년째 하락 실제로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스마트폰 사용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3310건, 이로 인한 사망자는 63명, 부상자는 5056명에 달했다. 해마다 600건 이상이 반복된 셈이다.문제는 위험성 인식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리서치가 올 8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운전 중 카카오톡·문자메시지를 절대 보내서는 안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3년간 감소했다. 특히 2023년과 비교하면 72%에서 66%로 줄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인이나 통화에 대한 경각심도 각각 5%포인트가량 감소했다. 차량 내 터치스크린 등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한 것도 주의 분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신 차량의 경우 터치스크린을 통해 내비게이션과 음악 연결, 차량 설정까지 가능하다. 임채홍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손끝 감각만으로 조절하던 물리적 다이얼과 달리 터치스크린은 시각적 주의를 끌어 시선 이탈 시간을 늘린다”며 “운전 집중도를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트라이원스 황두남 변호사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단순히 범칙금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사고 발생 시 과실로 인정돼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 20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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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만에 새 경찰복… 임부복도 도입

    경찰이 창설 80주년을 맞아 10년 만에 새롭게 개선한 경찰복을 22일 공개했다. 경찰청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7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런웨이 형식으로 새 점퍼, 모자, 외근조끼 등 17개 품목을 선보였다. 새 점퍼는 기존 진회색 대신 진청색을 채택해 검정 조끼와 통일감을 주었다. 모자도 참수리를 형상화한 높고 깊은 형태로 바뀌었다. 임신한 경찰관을 위해 보온성과 편의성을 높인 점퍼류 2종도 새로 도입했다. 경찰청은 시민 9500명, 경찰관 1만4000여 명이 참여한 품평회를 거쳐 ‘밸런스 디자인’을 콘셉트로 색상과 장구의 조화를 꾀했다고 설명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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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일어 통역 구한다며 캄보디아 유인… 감금한채 성인방송 강요”

    공항에 마중 나온 교민은 반듯했다. 국내 포털사이트에 검색도 되는 단역 배우 겸 모델이었다. “현지에서 일본어 통역을 구한다”는 제안에 30대 김민하(가명) 씨가 지난해 4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했을 때 얘기다. 그 교민은 웃으며 “쉬운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함정이었다. 차로 4시간 걸려 도착한 곳은 시아누크빌의 바닷가 근처 아파트였다. 가족에게 ‘잘 도착했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직후, 낯선 남성 3명이 방에 들이닥쳤다. “폰 줘.” “왜요?” 저항하자 팔이 꺾였고 휴대전화와 여권을 순식간에 빼앗겼다. 그날 저녁부터 지옥이 시작됐다.● “목표 못 채웠네?” 쇠창살 안 ‘성인방송 노예’김 씨에게 주어진 ‘일’은 성인방송이었다. 카메라 앞에 앉혀 놓고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시청자에게 후원금을 구걸했다. 다음 날엔 실적표가 벽에 붙었다. 목표액에 못 미치면 욕설과 폭행이 돌아왔다. 옆방에선 드문드문 “살려주세요”라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김 씨는 하루 종일 불이 꺼지지 않는 방에서 카메라 불빛만 바라보며 버텼다. 김 씨는 한 달 뒤 극적으로 구조됐다. 가족이 받은 ‘도착 인증샷’ 한 장이 단서였다. 가족들이 김 씨를 찾아나섰고, 현지에서 20년째 거주 중인 교민이 사진 속 바다와 섬의 위치를 추적해 시아누크빌 일대를 한 달간 수색했다. 마침내 평소 알고 지내던 캄보디아 경찰과 함께 건물을 급습해 김 씨를 구했다. 하지만 구조돼 귀국한 후 들은 이야기는 더 끔찍했다. 그녀를 데려온 ‘교민’은 현지 범죄조직에 500만 원을 받고 김 씨를 팔아넘긴 것이었다. 19일 오후(현지 시간) 김 씨가 감금됐던 시아누크빌 건물 입구엔 아직도 경비원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보는 척하며 눈을 치켜뜨고 주변을 유심히 관찰했다. 운전기사로 동행한 현지인은 “저들이 우리를 알아보는 거 같다. 차에서 절대 내리지 말라”며 “여전히 중국계 조직의 범죄단지로 활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연루된 한국 청년 대다수는 남성이지만, 김 씨처럼 여성도 적지 않다. 지난해 캄보디아의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조직에 납치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30대 남성 정민수(가명) 씨는 “조직원 150명 중 납치된 5명 정도가 여성이었다. (남성 조직원이) 대본을 써주면 통화는 여성 대역이 했다”고 말했다. 이달 7일에는 또 다른 30대 여성이 캄보디아와 베트남 접경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중국 공안은 현지에서 직접 단속시아누크빌 교민들은 “중국은 수년 전부터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해 자국민 대상 범죄조직을 직접 단속해 왔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느리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은 2019년부터 캄보디아 정부와 협력해 현지 피의자를 적극적으로 송환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엔 캄보디아 경찰과 함께 시아누크빌의 리조트를 급습해 약 700명을 붙잡았고, 4월에는 130명을 송환했다. 캄보디아 헌병대 관계자는 “중국 공안이 시아누크빌을 직접 순찰·단속한 뒤 해변을 점령하던 중국계 범죄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자국민 보호를 위한 상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해 양국 경찰 간 실시간 소통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20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치어퍼우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과 회담하고 양국 간 24시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코리안데스크 신설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한편 우리 경찰은 프놈펜에서 범죄단지에 감금돼 고문당한 뒤 살해된 대학생 박모 씨(22)의 시신을 이날 현지 당국과 합동 부검한 결과, 장기 적출 등 시신 훼손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씨의 유해를 21일 국내로 송환할 계획이다.시아누크빌=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시아누크빌=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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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통역 일하러 캄보디아 간 여성 “성인방송 강요하며 감금”

    공항에 마중 나온 교민은 반듯했다. 국내 포털사이트에 검색도 되는 단역 배우 겸 모델이었다. “현지에서 일본어 통역을 구한다”는 제안에 30대 김민하(가명) 씨가 지난해 4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했을 때 얘기다. 그 교민은 웃으며 “쉬운 일이예요”라고 말했다.그러나 그 약속은 함정이었다. 차로 4시간 걸려 도착한 곳은 시아누크빌의 바닷가 근처 아파트였다. 가족에게 ‘잘 도착했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직후, 낯선 남성 3명이 방에 들이닥쳤다. “폰 줘.” “왜요?” 저항하자 팔이 꺾였고 휴대전화와 여권을 순식간에 빼앗겼다. 그날 저녁부터 지옥이 시작됐다.● “목표 못 채웠네?” 쇠창살 안 ‘성인방송 노예’김 씨에게 주어진 ‘일’은 성인방송이었다. 카메라 앞에 앉혀놓고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시청자에게 후원금을 구걸했다. 다음 날엔 실적표가 벽에 붙었다. 목표액에 못 미치면 욕설과 폭행이 돌아왔다. 옆방에선 드문드문 “살려주세요”라는 비명이 새어나왔다. 김 씨는 하루 종일 불이 꺼지지 않는 방에서 카메라 불빛만 바라보며 버텼다.김 씨는 한 달 뒤 극적으로 구조됐다. 가족이 받은 ‘도착 인증샷’ 한 장이 단서였다. 가족들이 김 씨를 찾아나섰고, 현지에서 20년째 거주 중인 교민이 사진 속 바다와 섬의 위치를 추적해 시아누크빌 일대를 한 달간 수색했다. 마침내 평소 알고 지내던 캄보디아 경찰과 함께 건물을 급습해 김 씨를 구했다. 하지만 구조돼 귀국한 후 들은 이야기는 더 끔찍했다. 그녀를 데려온 ‘교민’은 현지 범죄조직에 500만 원을 받고 김 씨를 팔아넘긴 것이었다.19일 오후(현지 시간) 김 씨가 감금됐었던 시아누크빌 건물 입구엔 아직도 경비원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보는 척하며 눈을 치켜뜨고 주변을 유심히 관찰했다. 운전기사로 동행한 현지인은 “저들이 우리를 알아보는거 같다. 차에서 절대 내리지 말라”며 “여전히 중국계 조직의 범죄단지로 활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연루된 한국 청년 대다수는 남성이지만, 김 씨처럼 여성도 적지 않다. 지난해 캄보디아의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조직에 납치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30대 남성 정민수(가명) 씨는 “조직원 150명 중 납치된 5명 정도가 여성이었다. (남성 조직원이) 대본을 써주면 통화는 여성 대역이 했다”고 말했다. 이달 7일에는 또 다른 30대 여성이 캄보디아와 베트남 접경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중국 공안은 현지에서 직접 단속시아누크빌 교민들은 “중국은 수년 전부터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해 자국민 대상 범죄조직을 직접 단속해왔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느리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은 2019년부터 캄보디아 정부와 협력해 현지 피의자를 적극적으로 송환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엔 캄보디아 경찰과 함께 시아누크빌의 리조트를 급습해 약 700명을 붙잡았고, 4월에는 130명을 송환했다. 캄보디아 헌병대 관계자는 “중국 공안이 시아누크빌을 직접 순찰·단속한 뒤 해변을 점령하던 중국계 범죄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전문가들은 한국도 자국민 보호를 위한 상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해 양국 경찰 간 실시간 소통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교부·경찰에 실종 전담 센터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찌어 뻐우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과 회담하고 양국간 24시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코리안데스크 신설에는 합의하지 못했다.한편 우리 경찰은 프놈펜에서 범죄단지에 감금·고문당한 뒤 살해된 대학생 박모 씨(22)의 시신을 이날 현지 당국과 합동 부검한 결과, 장기 적출 등 시신 훼손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씨의 유해를 21일 국내로 송환할 계획이다.시아누크빌=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시아누크빌=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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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없으면 그냥 가요”… 신호 없는 교차로, 사고는 1.5배

    15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종합도매시장 입구 앞 사거리. 신호등이 없는 이 교차로 근처에선 2018∼2022년 5년 동안 24건이 넘는 사고가 났다. 그중 보행자가 화물차 등에 치여 크게 다친 사고만 4건에 달한다. 교차로 가로등 한편에 일시정지 표지판이 있었지만 멈추는 차들은 보이지 않았다. 30분간 이곳을 지나간 100여 대 중 표지판을 지켜 멈춘 차는 한 대도 없었다. 보행자가 건너면 잠시 속도를 줄이긴 했으나, 대부분은 슬금슬금 앞으로 움직였다. 각 방향에서 차들이 동시에 진입하며 경적 소리가 잇따랐다. 보행자가 차에 치일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이곳에서 도매점을 운영하는 백모 씨(68)는 “사거리에 신호가 없어 엉키는 경우가 많은데도 빨리 달리는 차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운전자는 “사람이 없는데 일시정지를 안 한다고 문제가 되겠냐”고 반문했다. 일시정지 표지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도 있었다.● 비신호 교차로 사고, 1.5배 많아 도로교통법 제31조는 교차로 통행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일시정지 표지가 설치된 곳에서는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반드시 완전히 정차해야 한다. ‘일시정지’는 바퀴가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주변 상황을 확인한 뒤 출발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조항은 1995년 신설됐으나 30년이 지난 지금도 운전자 상당수가 일시정지 표지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거나, ‘서행 표지’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 일시정지 표지를 지키는 운전자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일시정지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만 연평균 687건에 달했다. 두 도로가 엇갈리면서 신호등이 없는 비신호 교차로는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경찰청 조사 결과 최근 3년(2022∼2024년) 동안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중 절반에 가까운 48.7%(연평균 9만5982건)가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이 기간 사고가 가장 잦았던 비신호 교차로 10곳에서만 총 526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중상이 53명, 경상이 675명이었다. 한 해 평균 175건, 즉 이틀에 한 번꼴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신호 교차로와 비교하면 그 위험이 극명히 드러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21∼2023년 비신호 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한 건수를 연평균 약 5만9192건(61.0%)으로 추정했다. 신호 교차로(3만7787건)의 1.5배에 이른다. 모든 교차로에 신호등을 설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일시정지 표지마저 유명무실하니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없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용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일시정지 표지를 늘리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설치가 법적으로 의무 사항은 아니라 여전히 없는 곳이 태반이다. 또한 설치된 표지마저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승국 한국교통연구원 팀장은 “‘완전히 정지하라’는 뜻의 일시정지 표지를 ‘천천히 가라’는 서행 표지판과 나란히 세워둔 황당한 경우도 있다”며 “잘못 설치된 일시정지 표지는 오히려 운전자에게 혼선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일본·미국, 강력한 단속으로 사고 줄여 일시정지 준수가 문화로 정착한 해외에선 사고 감소 효과를 크게 보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교차로에 일시정지 표지를 설치한 결과 시가현(2022년)에서는 사고 건수가 약 12% 줄었고, 나라현(2021년)에서는 장소별로 많게는 약 79%까지 사고 건수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일시정지 표지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사고 위험이 큰 교차로에서 수시로 단속을 벌여, ‘도마레(止まれ·일시정지)’ 표지 앞에 3초 이상 멈추지 않으면 9000엔(약 8만5000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약 56만6000건이 적발됐을 정도로 엄격하다. 미국은 처벌 수위가 더 높다. 텍사스주는 일시정지 위반을 신호 위반과 동일하게 취급해 최대 750달러(약 100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한국(6만 원)의 16배가 넘는 수준이다. 버지니아주는 2009년 주정부 조사에서 주야간 모두 90% 이상의 일시정지 준수율을 기록할 만큼 정착된 상태다. 이 지역의 범칙금은 250달러(약 33만 원)로 한국의 5배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시정지 표지가 있으면 차량, 보행자 관계없이 완전히 멈췄다가 가야 하는데, 이런 일시정지 관련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홍보와 계도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비신호 교차로선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건너려는 보행자 있어도 정차해야스쿨존·빨간 점멸등선 무조건 정지‘우측 도로 우선통행’ 등 숙지 필요신호등이 없는 비신호 교차로에서는 운전자의 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일시정지’ 관련 규정도 달라졌다. 운전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핵심 원칙은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비신호 교차로에서 운전자는 반드시 서행해야 한다. 특히 일시정지 표지판이 있거나 건널목에 보행자가 있으면 완전히 정차해야 한다. 2022년 7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보행자가 건널목을 건너려 할 때도 정차해야 한다. 이는 건널목 바깥에서 보행자가 접근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이를 어기면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선 더 엄격하다. 스쿨존 내에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선 모든 차가 일시정지해야 한다. 보행자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다. 이 규정은 2022년 1월에 신설됐다. 체구가 작은 어린이들은 도로 주변 시설물에 가려져 운전자의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 있고, 어린이가 갑자기 도로에 뛰어드는 경우 운전자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긴 변화다. 점멸 신호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빨간 점멸등 앞에서는 정지선 전에 완전히 멈춰야 하며, 정지선이 없을 때는 교차로 진입 전에 정차해야 한다. 노란 점멸등일 경우엔 정차 의무는 없지만 반드시 속도를 줄여 서행해야 한다. 점멸등 위반 역시 신호 위반으로 간주돼 범칙금 6만 원이 부과된다. 또 비신호 교차로에서는 우측 도로, 폭이 넓은 도로에서 진입하는 차에 통행 우선권이 있다. 우측 도로에서 오는 차와 폭이 넓은 도로에서 진입하는 차에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직진하거나 좌회전하려는 차는 이미 교차로에 들어와 있는 차에 양보해야 한다. 유상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비신호 교차로에서 일시정지 표지나 점멸 신호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사고가 날 경우 미준수, 점멸 신호 미준수 등이 드러나면 중대한 과실로 적용돼 과실 비율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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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단속 비웃는 범죄조직, 국경마다 비밀 도주로 팠다

    18일 오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남동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남부 국경도시 바베트. 베트남 국경 검문소 인근 식료품점 앞에 지프 1대와 승합차 2대가 잇따라 멈춰 섰다. 트렁크에는 PC 모니터와 데스크톱 본체 10여 대가 실려 있었고, 차량 안에는 현지인과 다른 피부색의 여성들이 짙은 화장을 한 채 앉아 있었다. 인근 주민은 “이 지역은 정전이 잦아 컴퓨터를 쓸 일이 거의 없다”며 “저런 사람들은 대부분 로맨스 스캠 같은 온라인 범죄에 동원되는 중국계 조직원”이라고 귀띔했다. 프놈펜, 시아누크빌 일대에 몰려 있던 온라인 사기 조직원들이 최근 단속을 피해 바베트 등 캄보디아 국경 지대로 대규모 ‘야반도주’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국경을 넘어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까지 활동 무대를 넓히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 당국과 합동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핵심 조직이 인접국으로 거점을 옮기면서 검거와 피해자 구조가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이날 기자가 찾은 바베트는 프놈펜이나 시아누크빌 등지에서 도주한 조직원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통했다. 국경을 넘으면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까지 약 62km에 불과해 차로 1시간 남짓이면 이동할 수 있다. 한 바베트 주민은 “바베트로 온 이들 중 상당수는 대형 웬치(범죄단지)에 있던 중국계 조직원들”이라며 “베트남으로 밀입국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범죄조직, 국경마다 비밀 도주로 팠다”… 中 SNS선 ‘돈다발 구인’[캄보디아 범죄 사태] 캄보디아 범죄 현장베트남 접경으로 야반도주캄보디아 접경지역 ‘웬치’ 수십곳… 태국-라오스 등 인접국 도주 목적“거점 옮겨가며 범죄 재개 가능성”… 韓-캄보디아 합동 단속 난항 우려“국경지대에서 검문검색을 피할 수 있는 속칭 ‘개구멍’이라 불리는 비공식 통로가 여러 곳 있습니다.”캄보디아 남부 국경도시 바베트에서 만난 한 현지 주민은 “한 번 국경을 넘으면 정부 당국의 추적이 쉽지 않아 캄보디아를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8일 오후 4시 바베트 도심은 개발도 채 되지 않아 황폐한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곳곳에는 중국어 간판과 허름한 카지노가 한 건물 건너 하나씩 늘어서 있었다.국경 지역으로 가까워질수록 분위기가 삼엄했다. 검문소 주변 도로에는 국경을 오가는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차량 검색 탓에 편도 1차로는 꽉 막혀 있었다. 검색대 앞에 선 10명 중 3명가량은 현지인과 피부색이 달랐고, PC와 모니터 등 장비를 여럿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현지 주민들은 이들 중 상당수가 조직범죄에 대한 단속을 피해 인접국으로 근거지를 옮기려는 범죄조직원이라고 했다.● 베트남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야반도주’앞서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일대 ‘웬치(범죄단지)’에선 한밤중에 조직원들이 짐가방을 들고 건물 밖으로 나와 검은 비닐로 포장한 PC 등을 길가에 늘어놓은 채 차량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들은 40인승 버스에 줄지어 올라타거나 오토바이에 짐을 싣고 서둘러 떠나갔다. 현지 경찰은 범죄조직원들이 베트남이나 라오스 등으로 도주하기 위해 캄보디아 국경지대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외에도 크레이툼, 오스마크, 보코산 등 캄보디아 전역의 국경지대에는 이미 수십 곳의 웬치가 형성돼 있다. 이들 지역은 태국·베트남·라오스 등 인접국과 도로로 연결돼 차량 등으로 이동하기 쉽다는 공통점이 있다.19일 라오스의 한 교민은 “비엔티안의 산지앙 지역(중국계 거주 밀집 지역)에 캄보디아 범죄단지와 유사한 형태의 건물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며 “캄보디아에서 철수한 조직이 이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올해 5월에는 미얀마에서도 한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한국인 남성 장모 씨(36)가 태국 국경 인근 미야와디의 범죄단지에 감금돼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미야와디는 중국계 온라인 사기조직의 주요 거점으로 알려진 지역이다.범죄조직의 활동 무대가 캄보디아 국경 밖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캄보디아 정부의 합동 단속도 사실상 ‘허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캄보디아 정부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며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주요 범죄조직들이 국경을 넘어 도주한 상황에서 실질적 단속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캄보디아 내 남은 웬치들도 대부분 국경과 인접해 있다. 추가 단속에 나서더라도 조직원들이 라오스나 베트남 등으로 재이동할 가능성이 크다.이에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 또한 배제해선 안 된다”며 “우리 국민의 희생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캄보디아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중단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中 소셜미디어선 ‘온라인 유인글’ 여전현지에서는 “단속을 피해 거점을 옮길지라도 언제든 다시 사람을 모집해 범죄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중국 내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캄보디아 취업’을 미끼로 한 유인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샤오훙수(小紅書)에는 돈다발, 고급 식당, 5성급 호텔을 배경으로 “캄보디아에서 돈을 벌고 있다”, “궁금하면 물어보라”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었다. 한국 내에서 유통된 유인글이 ‘급구’, ‘고수익 알바’ 등 단순 모집 문구에 그쳤던 것과 달리 중국 게시물은 실제 현금 다발이나 고급 차량, 요트, 식사 장면 등을 함께 게시하며 ‘성공한 삶’을 연출하고 있다.바베트=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바베트=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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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범죄조직, 국경마다 비밀 도주로 팠다”…中 SNS선 ‘돈다발 구인’

    “국경지대에서 검문검색을 피할 수 있는 속칭 ‘개구멍’이라 불리는 비공식 통로가 여러 곳 있습니다.”캄보디아 남부 국경도시 바베트에서 만난 한 현지 주민은 “한 번 국경을 넘으면 정부 당국의 추적이 쉽지 않아 캄보디아를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8일 오후 4시 바베트 도심은 개발도 채 되지 않아 황폐한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곳곳에는 중국어 간판과 허름한 카지노가 한 건물 건너 하나씩 늘어서 있었다. 국경 지역으로 가까워질수록 분위기가 삼엄했다. 검문소 주변 도로에는 국경을 오가는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차량 검색 탓에 편도 1차로는 꽉 막혀있었다. 검색대 앞에 선 10명 중 3명가량은 현지인과 피부색이 달랐고, PC와 모니터 등 장비를 여럿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현지 주민들은 이들 중 상당수가 조직범죄에 대한 단속을 피해 인접국으로 근거지를 옮기려는 범죄조직원이라고 했다. ● 베트남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야반도주’앞서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일대 ‘웬치(범죄단지)’에선 한밤 중에 조직원들이 짐가방을 들고 건물 밖으로 나와 검은 비닐로 포장한 PC 등을 길가에 늘어놓은 채 차량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들은 40인승 버스에 줄지어 올라타거나 오토바이에 짐을 싣고 서둘러 떠나갔다. 현지 경찰은 범죄조직원들이 베트남이나 라오스 등으로 도주하기 위해 캄보디아 국경지대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외에도 쯔레이톰, 오스마크, 보코산 등 캄보디아 전역의 국경지대에는 이미 수십 곳의 웬치가 형성돼 있다. 이들 지역은 태국·베트남·라오스 등 인접국과 도로로 연결돼 차량 등으로 이동하기 쉽다는 공통점이 있다.19일 라오스의 한 교민은 “비엔티안의 산지앙 지역(중국계 거주 밀집 지역)에 캄보디아 범죄단지와 유사한 형태의 건물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며 “캄보디아에서 철수한 조직이 이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올해 5월에는 미얀마에서도 한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한국인 남성 장모 씨(36)가 태국 국경 인근 미야와디의 범죄단지에 감금돼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미야와디는 중국계 온라인 사기조직의 주요 거점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범죄조직의 활동 무대가 캄보디아 국경 밖으로 확산하면서 한국-캄보디아 정부의 합동 단속도 사실상 ‘허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캄보디아 정부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며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주요 범죄조직들이 국경을 넘어 도주한 상황에서 실질적 단속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캄보디아 내 남은 웬치들도 대부분 국경과 인접해 있다. 추가 단속에 나서더라도 조직원들이 라오스나 베트남 등으로 재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 또한 배제해선 안 된다”며 “우리 국민의 희생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캄보디아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중단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中 소셜미디어선 ‘온라인 유인글’ 여전 현지에서는 “단속을 피해 거점을 옮길지라도 언제든 다시 사람을 모집해 범죄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중국 내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캄보디아 취업’을 미끼로 한 유인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샤오홍슈(小红书)에는 돈다발, 고급 식당, 5성급 호텔을 배경으로 “캄보디아에서 돈을 벌고 있다”, “궁금하면 물어보라”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었다. 한국 내에서 유통된 유인글이 ‘급구’, ‘고수익 알바’ 등 단순 모집 문구에 그쳤던 것과 달리, 중국 게시물은 실제 현금 다발이나 고급 차량·요트·식사 장면 등을 함께 게시하며 ‘성공한 삶’을 연출하고 있다.바베트=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바베트=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 202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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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구금’ 한국인 64명 오늘 국내 송환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 단속에 적발돼 현지 유치장에 구금돼 있는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8시경(한국 시간) 전세기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현지 ‘웬치(범죄단지)’를 수색해 한국인을 구조하겠다고 밝혔다. 17일(현지 시간)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캄보디아에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18일 0시 반경(현지 시간) 프놈펜에서 전세기에 탑승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필리핀에서 한국인 피의자 49명이 한 번에 돌아온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송환 작전이다. 송환 대상자는 모두 피의자 신분이며 이들은 우리 영토인 전세기에 오르자마자 우리 경찰 호송조 194명에게 체포된 뒤 국내에 도착하면 관할 경찰서로 이송된다. 박 본부장은 또 8월 캄보디아에서 감금·고문 끝에 숨진 대학생 박모 씨(22)를 꼬드긴 대포통장 유인책 공범 2명을 추가로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 씨의 시신은 20일 캄보디아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이 참가한 가운데 부검한다. 사르 소카 캄보디아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은 이날 전국 관서를 통해 한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웬치를 대대적으로 수색하고 한국인을 발견하면 즉각 구조할 것을 지시했다고 우리 정부는 전했다. 사르 부총리는 범죄 연루자 재입국 방지를 위해 한국인 추방 대상자 명단, 즉 ‘블랙리스트’를 우리 측에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에 연루된 50대 한국인 남성이 올해 6월 현지에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프놈펜=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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