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가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을 날리는 순간 이운재는 미리 예측이라고 한 듯 자신의 왼쪽으로 몸을 날려 공을 쳐냈다. 그리고 두 손을 굳게 맞잡으며 승리를 확신했다.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 8강전에서 한국이 세계 최강 스페인을 꺾고 4강 신화를 창출하는 순간 이운재는 그 중심에 있었다. 연장까지 120분의 사투를 끝낸 뒤 승부차기 3-3 상황에서 막아낸 그 한방에 온 국민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3년 짊어진 태극 짐을 벗다 골키퍼는 외롭다. 막아도 빛은 나지 않는다. 골을 먹고 패하기라도 하면 모든 비난이 쏟아진다. 이기든 지든 골을 먹으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태극마크를 단 수문장은 스트레스가 더 하다. '태극 수문장'으로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온 이운재(37·수원 삼성)가 이 짐을 벗는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앞두고 태극마크를 단 뒤 17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잠시 대표팀을 떠난 것을 감안하면 13년간 대한민국 호 골문을 지켜왔다. 태극마크 최장기간 보유에서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대표팀에서 뛰었던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41)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운재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 때 공식 은퇴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경기에 뛰고 은퇴하면 1994년 3월 5일 미국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국가대표간 경기)에 데뷔해 132경기를 뛰어 135경기를 뛴 홍 감독에 이어 역대 두 번째 A매치 최다 출전자가 된다. ●"떠날 때가 됐다" 이운재는 2007년 은퇴의 기로에 섰었다. 당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컵 기간에 술을 마신게 뒤늦게 알려져 큰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준결승에서 이라크에 지고 간신히 3위를 한 것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는데 이운재를 포함한 일부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음주를 한 것으로 밝혀지자 팬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공개 사과를 했지만 팬들의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당시 대표팀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하지만 K리그에 집중하며 반성했고 1년간의 대표팀 자격정지 뒤 허정무 감독이 다시 부르자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골문을 지켰다. 남아공 월드컵 출전을 놓고도 "해줄 게 없을 것 같다"며 고민을 했지만 마지막으로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떠났다. 결국 단 한 경기 뛰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운재는 "지금이 떠날 시기인 것 같다"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 할 때다"고 말했다. ●"고마워요 (김)병지형" 현역 최고령 골키퍼 김병지(40·경남 FC)는 이운재에게 라이벌이자 롤 모델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경쟁을 펼치다 주전을 꿰차며 최대의 라이벌 관계가 됐지만 이운재는 늘 김병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경기를 보는 시야와 노장임에도 변치 않는 순발력, 그리고 철저한 자기 관리. 이운재는 대표팀은 떠났지만 체력이 닿는 한 프로 생활은 계속 할 계획이다. 그래서 현재 플레잉코치로 뛰고 있는 김병지는 그에게 또 다른 교훈을 주고 있다. 이운재는 "병지형이 고맙다.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지만 형이 오래 뛰면 뛸수록 나도 더 뛸 수 있다는 목표와 자신감이 동시에 생긴다"고 말했다. ●K리그 최고 승부차기 승률은 계속 된다 청주 청남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이운재는 청주상고 1학년 때 골키퍼로 전향한 뒤 지금까지 지나가는 차량 번호판을 외우는 습관이 있다. 빠르게 달려가는 자동차 번호판을 외우는 건 골키퍼에게 훌륭한 상환 판단 훈련이다.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이운재는 역대 K리그 승부차기 승부에서 11승 1패를 기록해 승부차기 승률이 91.7%에 달한다. K리그 최고 승률이다. 이운재는 K리그 12차례 승부차기에서 총 58회의 승부킥 방어에 나섰는데 상대 실축과 선방을 합쳐 26개의 킥을 막아냈다. 승부차기 세이브율은 44.82%로 K리그 1위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남녀 각급 월드컵 사상 최고인 세계 3위를 한 뒤 여자 축구인들은 모두 무척 기뻐하면서도 척박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한탄했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서울에서 유일한 여자 초등부 축구팀을 보유하고 있는 송파초교의 주진희 감독은 늘 선수들의 불투명한 미래를 고민한다.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의 집에 찾아가면 부모가 “애가 장래에 뭘 할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하라”고 하는데 마땅히 할 말이 없단다. 학부모들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런데 국내에는 대학팀이 6개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중 영진전문대와 위덕대는 올해 선수를 받지 않기로 하는 등 해체 절차를 밟고 있다. 실업도 7개 팀이 전부.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이 ‘여자가 축구는 해서 뭐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 선수 수급이 안 되는 이유다. 송파초교에 선수가 16명 있는데 인근에서 다니는 선수는 단 2명. 14명은 모두 전남 목포와 경기 파주 등 서울 외곽에서 ‘유학’온 선수들이다. 서울 동명초교에서 남녀 축구팀을 지도하다 여자팀의 해체를 지켜본 윤종석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화여대나 숙명여대 등 명문 여대가 팀을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두 학교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에 처음 도입된 여자 축구를 위해 여자팀을 창단해 한국 여자 축구의 기틀을 닦고 1993년쯤 해체시켰다. 당시 이화여대 감독인 강신우 MBC 해설위원은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정책적으로 명문 대학에 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90년 당시에는 정부가 지원금도 줬다. 시도 등 지자체팀의 창단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 정상정복의 가능성을 찾은 여자 축구가 열악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려면 인위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학부모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시스템 변화도 필요하다. ‘운동선수’ 키우는 학교 축구보다는 아이들이 방과 후나 주말에 축구교실이나 클럽에서 즐겁게 공을 차게 하고 그 가운데서 좋은 선수들을 선발해 키우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저변을 넓힐 수 있다. 세계 3위의 여자 축구, 가야 할 길이 아직 너무 멀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 20세 이하 여자 축구대표팀이 한국 축구사를 새로 썼다. 한국은 1일 독일 빌레펠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 4위 결정전에서 ‘여자 메시’ 지소연(19·한양여대)의 결승골을 앞세워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1-0으로 제압했다. 한국이 FIFA 주관 남녀 각급 월드컵에서 3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남자가 1983년 멕시코 20세 이하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지만 결승에 오르지 못한 뒤 모두 3, 4위 결정전에서 패해 4위에 머물렀다. 한편 개최국 독일은 나이지리아와의 결승전에서 알렉산드라 포프의 선제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기며 우승했다. 포프는 10골째를 기록해 골든부트(득점왕)를 차지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심판비가 왜 필요합니까.” “기름값은 왜 이중으로 끊습니까.” 한 축구 선수의 아버지가 바른말을 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소송에 걸렸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축구를 하는 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팀 총무를 맡았던 김모 씨(48)가 털어놓은 얘기는 한국 축구, 나아가 한국 스포츠의 자화상인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33명의 축구부원이 내는 한 달 회비는 각 45만 원. 총 1450만 원이다. 이 중 감독 월급이 300만 원. 세금을 떼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월급이다. 그런데 이 감독은 대회에 나갈 때마다 출전비 외에 심판비를 걷었다. “심판에게 잘해야 성적이 좋다”는 이유였다. 그 돈이 심판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른다. 대회 출전 버스 기름값은 30만 원이면 충분한데 60만 원을 신청했다. 여기에 여름훈련비, 겨울훈련비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걷었다. 유니폼은 22만 원인데 38만 원을 달라고 했다. 자식이 축구를 한다는 ‘죄’ 하나 때문에 그동안 가만있다가 “감독님 왜 그러십니까. 이러면 안 됩니다”라고 얘기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교육청에 투서를 했다. 감독은 해임되자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학부모는 법원에 이러이러하다고 얘기를 했지만 증거가 없단다. 모든 것을 현금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독 비리로 학교에선 축구부를 해체시켰는데 아들은 한동안 전학을 갈 수가 없었다. 국제심판이라고 주장하는 감독이 여기저기에 “이 사람 애는 받지 말라”고 해서였다. 국제심판이라는 것도 대한축구협회에 문의해 보니 2009년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였다. 국제심판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 학부모는 “이렇게까지 하면서 축구를 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애가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우물을 흐리듯 감독 하나 때문에 한국 축구가 매도당하고 있어 안타깝다.양종구 yjongk@donga.com}
21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시장기축구대회 겸 전국체전 서울시 일반부 선발전 결승. 아마추어리그인 K3 서울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연장전 끝에 N리그의 험멜에 2-3으로 진 뒤 두 번 울었다. 2-1로 앞서다 노골적으로 험멜을 봐주는 심판 때문에 울었고 경기가 끝난 뒤 자신들을 뒷바라지해줬던 조점호 고문(52)의 운명 소식에 다시 울었다. 이날 서울 선수들은 우승컵을 조 고문에게 바칠 생각이었다. 조 고문은 2007년 창단 때 부사장으로 시작해 그해 말 사장을 맡아 연간 수천만 원의 개인 돈을 써가며 어려운 팀 살림을 책임져왔다. 건강이 좋지 않아 3월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직장 일을 하면서 주 2회 훈련하는 ‘풀뿌리’ K3가 발전해야 한국축구가 든든해진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 달 전 간경화와 당뇨합병증으로 쓰러져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조 고문에게 선수들이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게 이번 우승컵이었다. 그게 눈앞에서 날아갔고 조 고문까지 세상을 떴으니 선수들의 가슴은 더 미어졌던 것이다. 원호인 서울 단장은 “팀의 한 축이 빠졌다”고 했다. 조 고문의 축구 사랑은 유별났다. 그는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초청장이 와도 표를 구입해 관전했다.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돈을 주고 보는 ‘상품’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교대 근처에서 맥주 전문점 뷰티풀비어를 운영하며 축구 전도사 역할을 했다.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맥주값은 받지 않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베스트11’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매월 11일에는 ‘뷰티풀 데이’ 행사를 열어 맥주는 무한정 공짜로 제공하고 안주값만 받으며 ‘축구 세일’을 했다. 선수 출신은 아니었지만 축구에 대한 애정만큼은 축구인 이상이었다. 조 고문이 이렇게 한국축구를 생각했는데 편파 판정이란 고질적인 문제 탓에 ‘특별한’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하고 이승을 떠나게 돼 주변 인물들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경기를 지켜본 프리스타일 축구의 제왕 우희용 씨는 “조 고문이 한국축구의 썩은 모습을 보고 떠났다”며 눈물을 흘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발인은 23일 오전 9시 30분 삼성서울병원. 02-3410-6905 양종구 yjongk@donga.com}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닙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64)은 20일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 후임으로 조광래 경남 감독을 내정한 뒤 “흑묘백묘(黑猫白猫)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 축구를 잘 이끌 인물이 최우선이다”고 밝혔다. 흑묘백묘론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로 1970년대 말 집권한 중국의 덩샤오핑이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삶의 질을 높이면 최고라는 실용주의 노선을 상징한 비유다. 조 회장이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조 감독이 야당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아시안컵 우승이 급선무野인사영입 축구계 화합기대 조 회장은 “현재 한국 축구를 잘 이끌 사람이 필요했다. 기술위원회가 의견을 수렴해 조 감독을 추대했다. 여러 가능성을 두고 고민했는데 조 감독이 가장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조 감독은 대표 선수로 이름을 날렸고 서울 감독으로 지금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청용을 키우는 등 유망주 발굴에 능하다. 이청용은 한국 축구의 리더가 될 인물이다. 조 감독이라면 이청용을 포함해 기성용 박주영 등 간판선수들을 컨트롤하며 대표팀을 잘 이끌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현재로서는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게 급선무다. 조 감독이 잘해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임기는 우리가 보장해주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조 감독이 잘하면 2014년까지 대표팀 사령탑을 계속 맡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조광래 경남 FC 감독(56·사진)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내정됐다. 조중연 회장 등 대한축구협회 인사들은 20일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감독도 “협회로부터 대표팀 감독을 맡아달라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21일 열리는 기술위원회에서 차기 감독으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발탁은 정해성 전 대표팀 수석코치와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 등 여러 후보가 고사하는 바람에 차선으로 선택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야당 인사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축구계는 오랫동안 여(與)와 야(野)로 나뉘었다. 지난해 초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축구협회 수장 자리를 내놓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 조중연 회장이 허승표 전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과 경선을 거치면서 반목이 심화됐다. 조 감독은 당시 허 이사장을 지지했다. 조 회장은 조 감독을 끌어들이며 축구계의 화합을 실현한 셈이 됐다. 1970, 80년대 ‘컴퓨터 링커’라는 별명으로 대표팀 부동의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조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안양 LG 시절부터 FC 서울을 이끌면서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축구를 보여줬다. 특히 선수 발굴에 일가견이 있다. 이청용(볼턴)을 일찌감치 영입해 키웠다. 경남으로 옮겨서는 이름 없는 무명 선수들을 발굴해 스타로 키웠다. 경남에 부임한 뒤 2년 동안 그간 빛을 보지 못했던 중고 선수들을 키워냈고 많은 유망주를 발굴해 경남은 ‘조광래 유치원’으로 불린다. 협회로서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이운재(수원 삼성), 이영표(알 힐랄), 김남일(톰 톰스크) 등이 은퇴를 앞두고 있어 세대교체가 절실한 상황. 조 감독에게 그 역할을 맡긴 것이다. 조 감독은 “영광스러운 자리를 맡아 기쁘다. 하지만 걱정도 앞선다. 대표팀도 잘 이끌어야 하고 K리그도 살려야 한다. K리그와 대표팀이 상생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남과 계약이 남아 있는 만큼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협회에서 경남 차기 사령탑이 결정될 때까지는 겸임하도록 배려해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조 감독에게 기본 2년에 2년을 더해 2014년까지 임기를 보장해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독이 든 성배’로 알려진 대표팀 사령탑은 성적에 따른 여론에 민감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57)은 20일 때 아닌 곤욕을 치렀다. 17일 발간된 신동아 8월호는 '지장 허정무, 히딩크가 한국 축구 말아먹었다'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를 인용하거나 발췌한 다른 언론의 보도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오르면서 허 감독을 비난하는 글이 수천 개가 올라오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신동아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걱정해서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짠 게 있나요? 그는 철저하게 단기적인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모든 전략과 전술을 2002년에만 맞췄으니까요. 2002년 이후를 내다보는 세대교체, 특히 취약한 수비 부문의 세대교체에는 전혀 신경을 안 썼습니다"는 허 감독의 말을 전했다. 허 감독은 이어 "히딩크의 뒤를 이은 쿠엘류, 본프레러, 베어벡도 다 마찬가지였습니다. 코앞의 성적 올리기에만 몰두했지 밑바닥에서부터 유망주들을 발굴하려는 노력은 없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 사람들이 한국 축구를 말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라고 지적했다 13일 인터뷰 때 함께 취재했던 기자도 허 감독으로부터 분명 이와 똑같은 내용의 얘기를 들었다. 본보도 당시 인터뷰를 17일자 A20면에 실었다. 반면 신동아는 허 감독으로부터 녹취한 내용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문제는 허 감독이 히딩크 감독을 대놓고 비난한 것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허 감독은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데 있어 '외국인 감독을 기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주장에 대해 반박하면서 그동안 거쳐 간 외국인 감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중점을 뒀다. 외국인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허 감독은 "외국인 감독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냉정한 평가보다는 외국인 감독을 무조건 선호하는 사대주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20일 전화 통화에서도 "월드컵 4강을 이룬 히딩크 감독의 업적은 인정해야 하고 존경받아야 한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도 역시 세대교체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당시 대표팀의 주축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네티즌들의 글 중에는 '기사를 잘 읽어보면 허 감독의 뜻을 알 수 있을 텐데'라는 글도 보였다. 허 감독의 말이 잘못 이해된 측면이 있다는 의미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남아공 월드컵 기간 독일 오버하우젠 해양생물관에 있는 문어 파울은 족집게 예언으로 명성을 떨쳤다. 독일 경기와 결승전 등 8경기 결과를 모두 맞혔다. 파울의 예언대로 스포츠토토에 베팅을 했다면 360.01배의 배당을 받을 수 있었다. 남아공 최고의 스타는 80년 만에 우승한 스페인이 아니라 파울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파울이 인기를 끌면서 스포츠 베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스포츠 베팅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이 배당률, 수익률 등 용어에 익숙해졌고 베팅 참여율도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근 스포츠 베팅의 본질에 대해 6개의 선언문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스포츠 베팅은 △스포츠의 일부분이다 △대중이 스포츠 종목과 선수들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스포츠 발전에 공헌하고 체육 기금을 조성하는 주요 수단이다 △스포츠 없인 존재하지 못한다 △스포츠 발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스포츠 경기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스포츠 베팅은 여전히 사행성 논란을 빚고 있다. IOC의 선언문이 과연 어떤 효과를 낼까.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고생 많이 하셨죠.” 허정무 감독의 부인 최미나 씨(56)에게 한마디 던지자 그냥 씩 웃으며 넘겼다. 옆에 있던 허 감독은 “솔직히 가족의 반대도 대표팀 사령탑을 그만둔 이유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당초 대표팀을 맡으면서 월드컵이 끝나면 그만두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계속 맡아달라는 요청에 고민했지만 인터넷에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 떠돌아다니고 그것 때문에 고통 받는 가족을 보기가 힘들었다”고 전했다. 허 감독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10년 넘게 누리꾼의 댓글을 보지 않았다. 당시 악플에 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유럽 전지훈련을 갔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귀국했다 다시 나간 일이 있었어요. 그리고 얼마 후 한일전이 있었는데 1-4로 대패했어요. 그러자 인터넷에 ‘그러니까 네 애비가 죽지’라는 글이 떴어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그때 이후 댓글은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은 프로보다는 대학생이 주를 이뤘다. 유럽 전지훈련을 마친 뒤 대학선수권대회가 열리게 돼 있어 선수들을 풀어줬는데 완전히 녹초가 돼서 돌아왔고 결국 한일전 대패로 이어졌다.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일부 누리꾼은 ‘허무축구’ ‘허접무’ 등 신조어를 만들어 허 감독을 공격했다. 허 감독은 “이젠 팬들도 성숙해질 때가 됐다. 정당한 비판은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인신공격은 사람을 망친다. 최근 연예인 자살이 이어지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재미로 그냥 한번 던지는 말이겠지만 당하는 사람은 가슴에 대못이 박힌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젠 차기 감독에게 월드컵 8강 이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의 대업을 이룬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57)은 ‘야인’으로 돌아갔으면서도 한국 축구의 미래를 걱정했다. 지난달 29일 귀국한 뒤 2일 “대표팀 사령탑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그는 축구 원로와 친지들을 찾아 인사하고 지인들과 골프를 하면서 모처럼 여유 있는 생활을 즐겼다. 만나는 사람마다 “정말 아쉽다. 8강도 갈 수 있었는데”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단다. 1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자택에서 허 감독을 만났다.》○ 외국인 감독 선호 사대주의적인 분위기 많아 “제가 16강을 했다고 후임 감독 후보들이 부담스러워 안 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잘못됐습니다. 대한축구협회나 팬들도 이젠 8강 이상을 요청해야 할 때가 됐어요. 한국 축구는 이제 국제무대에서 언제든 16강을 갈 실력이 됩니다. 그렇다면 목표는 더 높게 잡아야 합니다.” 허 감독은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한다면서 차기 감독은 그 숙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 감독에게 기회를 준다고 하자 일부에선 외국인 감독을 기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외국인이냐 국내 감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향후 한국 축구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를 먼저 결정하고 그에 맞는 감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그동안 외국인 감독을 무조건 선호하는 사대주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한국에도 훌륭한 지도자가 많다”며 “한국 축구를 위해 지속적인 세대교체를 해 나가야 한다. 외국인 감독은 성적에 얽매여 이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을 제외하면 한국 축구에 크게 보탬이 된 외국인 감독은 없다고 평가했다.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은 성적에 목매다 보니 대표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고 말했다.○ “꿈나무에게는 재미를 주는 축구를 하자” “월드컵을 치르면서 우리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기본기를 철저하게 다졌으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2%가 부족해요. 그게 바로 기술입니다. 기술은 어렸을 때 완성됩니다. 꿈나무에게 성적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바꿔 축구를 즐기게 해야 합니다.” 허 감독은 골반 유연성을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전력으로 드리블하면서 90도로 한두 차례 완전히 꺾고 다시 자연스럽게 드리블할 수 있는 게 골반 유연성 덕분이란다. “골반 유연성은 어릴 때 완성됩니다. 재밌게 즐기게 하면서 기술을 가르치면 골반 유연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에 얽매여 강훈련을 시키니 골반이 딱딱하게 굳고 말죠. 한국 선수들이 창조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원인입니다.”○ “월드컵 16강은 소통의 산물” “2008년 10월 주장이던 김남일을 대표팀에서 제외하면서 새 주장을 뽑아야 했죠. 내심 박지성을 지목하고 코치들에게 물어봤어요. 코치들은 이영표를 거론했죠. 하지만 나는 박지성이 돼야 팀이 잘 돌아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허 감독은 당시 이운재 이영표 염기훈 이정수 박지성 등 고참 선수를 모아놓고 “새 주장은 이영표가 하면 어떻겠느냐”고 떠봤단다. 그러자 이영표가 펄쩍 뛰며 “전 안 돼요. 지성이 시키세요”라고 했다. 다른 선수들도 모두 “그래요. 박지성이 적임자입니다”라고 거들어 자연스럽게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을 채울 수 있었다. 허 감독은 “박지성은 책임감이 강하다. 최초의 프리미어리거임에도 언제나 솔선수범해서 후배들이 잘 따른다. 이운재 등 고참들도 박지성을 신뢰한다. 주장으로 적임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박지성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김남일과 안정환 등 2002년 월드컵 멤버들도 뽑았다. 고참들이 뒤에서 받쳐주니 박지성도 소신 있게 행동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중요한 경기 땐 선발 라인업도 물어보며 힘을 실어줬다. 허 감독은 “16강의 원동력을 굳이 찾자면 이렇게 선수들과 소통한 것이다”고 말했다.○ “골프 바둑 당구는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 허 감독의 골프 스코어는 편차가 크다. 그는 13일에는 92개를 쳤다. 며칠 전에는 78개를 기록했다. 그는 “축구와 바둑, 당구는 승부욕이 생기는데 골프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냥 즐겁게 공을 치는 게 좋다”고 했다. 허 감독의 드라이버 거리는 300야드가 넘는다. 웬만한 파4에서는 원온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워낙 장타이다 보니 OB도 많다. 스코어 편차가 큰 이유다. 허 감독은 바둑 아마 4단이다. 당구는 300점. 그는 “대학 이후 당구를 안 치다 최근 친구들을 만나 가끔 치니 스트레스가 해소됐다. 당구와 바둑, 골프는 팀을 이끌면서 내가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창구였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바둑에서 축구를 배운다. ‘상대가 강한 곳으로 침투하지 마라’ ‘판 전체를 봐라’ 등은 축구에서도 꼭 지켜야 할 법칙이란다. 최근 이용규 교수의 ‘더 내려놓음’이란 책을 읽은 허 감독은 마이클 프란지스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란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집불통 ‘진돗개’의 이미지를 벗고 소통을 통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변신해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룬 배경에는 독서도 큰 몫을 했다. 허 감독은 “일단 푹 쉰 뒤 기회가 되면 K리그 팀을 맡아 우승시키고 싶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대표팀 감독 자리가 왜 이렇게 됐지.”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의 후임자를 뽑는 작업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대부분 후보가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자리를 마다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이 위원장은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안 하겠다고 한다. 이러다 내가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협회는 12명의 후보를 5명 정도로 압축했는데 정해성 전 대표팀 수석코치와 황선홍 부산 감독, 최강희 전북 감독, 김호곤 울산 감독은 고사 의사를 밝혔다. 이제 조광래 경남 감독만 남았다. 그러나 조 감독은 지난 협회장 선거 때 허승표 전 축구연구소 이사장을 지지한 재야 인물. 이에 따라 대표팀 사령탑을 맡길 적임자가 없어 보인다. 최근 조중연 축구협회장이 국내 감독으로 한정한 기술위원회 결정을 엎고 “외국인 감독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하게 된 이유다. 사실 차기 감독은 빛은 나지 않으면서 부담만 곱절인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로 알려져 있는데 허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뤄 차기 감독은 잘해야 본전이다. 임기도 보장이 안 된다. 협회가 ‘차기 감독은 최소 2년 임기를 보장하고 가능하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지휘봉을 맡기겠다’고 했지만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여론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게 분명하다. 외국인 감독 선임은 시간도 촉박하고 마땅한 인물을 찾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 위원장은 16일 “후임 감독 선임 작업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초 나이지리아와의 A매치 일정이 8월 11일로 예정돼 있어 이번 달 말까지는 후임을 찾으려 했지만 후보들이 잇달아 고사하는 바람에 시간을 두고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이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평가전이 아니라 2014년이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과연 협회는 어떤 해답을 내 놓을까.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젠 차기 감독에게 월드컵 8강 이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의 대업을 이룬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57)은 '야인'으로 돌아갔으면서도 한국 축구의 미래를 걱정했다. 지난달 29일 귀국한 뒤 2일 "대표팀 사령탑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그는 축구 원로와 친지들을 찾아 인사하고 지인들과 골프를 치면서 모처럼 여유 있는 생활을 즐겼다. 만나는 사람마다 "정말 아쉽다. 8강도 갈 수 있었는데"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단다. 1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자택에서 허 감독을 만났다. ● "한국 축구의 목표는 이제 8강 이상이다" "제가 16강을 했다고 후임 감독 후보들이 부담스러워 안 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잘못됐습니다. 대한축구협회나 팬들도 이젠 8강 이상을 요청해야 할 때가 됐어요. 한국 축구는 이제 국제무대에서 언제든 16강을 갈 실력이 됩니다. 그렇다면 목표는 더 높게 잡아야 합니다." 허 감독은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한다면서 차기 감독은 그 숙명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 감독에게 기회를 준다고 하자 일부에선 외국인 감독을 기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외국인이냐 국내 감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향후 한국 축구를 어떻게 이끌고 갈지를 먼저 결정하고 그에 맞는 감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그동안 외국인 감독을 무조건 선호하는 사대주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한국에도 훌륭한 지도자가 많다"며 "한국 축구를 위해 지속적인 세대교체를 해 나가야 한다. 외국 감독은 성적에 얽매여 이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을 제외하면 한국 축구를 위해 정말 보탬이 된 외국인 감독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움베르투 쿠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 "성적에 목매다 보니 대표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고 말했다. ● "꿈나무에게는 성적보다는 재미를 주는 축구를 하자" "월드컵을 치르면서 우리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기본기를 철저하게 다졌으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2%가 부족해요. 그게 바로 기술입니다. 기술은 어렸을 때 완성이 됩니다. 꿈나무에게 성적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바꿔 축구를 즐기게 해야 합니다." 허 감독은 골반 유연성을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전력으로 드리블하면서 90도로 한두 차례 완전히 꺾고 다시 자연스럽게 드리블 할 수 있는 게 골반 유연성 때문이란다. "골반 유연성은 어릴 때 완성됩니다. 재밌게 즐기게 하면서 기술을 가르치면 골반 유연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에 얽매여 강 훈련을 시키니 골반이 딱딱하게 굳고 말죠. 한국 선수들이 창조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원인입니다." ● "청용아, 슈팅 능력을 키워라" "양박쌍용(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은 옆에서 뭐라 조언하지 않아도 잘 할 것입니다." 허 감독은 양박쌍용에게 부족한 게 뭐냐는 질문에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 그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는가. 가만 놔둬도 잘 할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실력차는 분명 있다. 좀더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에서 활약하는 이청용에게는 "골 결정력만 키우면 완벽한 선수가 될 수 있다. 배짱 있고 스피드와 기술 등 다 갖췄는데 골 넣는 능력이 부족하다.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한다. 슈팅 능력을 키우면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 "월드컵 16강은 소통의 산물" "2008년 10월 주장이던 김남일을 대표팀에서 제외하면서 새 주장을 뽑아야 했죠. 내심 박지성을 지목하고 코치들에게 물어봤어요. 코치들은 이영표를 거론했죠. 하지만 나는 박지성이 돼야 팀이 잘 돌아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허 감독은 당시 이운재, 이영표, 염기훈, 이정수, 박지성 등 고참 선수들을 모아놓고 "새 주장은 이영표가 하면 어떻겠냐"고 떠봤단다. 그러자 이영표가 벌떡 뛰며 "전 안 돼요. 지성이 시키세요"라고 했다. 다른 선수들도 모두 "그래요. 박지성이 적임자입니다"라고 거들어 자연스럽게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을 채울 수 있었다. 허 감독은 "박지성은 책임감이 강하다. 최초의 프리미어리거임에도 언제나 솔선수범해서 후배들이 잘 따른다. 이운재 등 고참들도 박지성을 신뢰한다. 주장으로 적임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박지성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김남일과 안정환 등 2002년 월드컵 멤버들도 뽑았다. 고참들이 뒤에서 받쳐주니 박지성도 소신 있게 행동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중요한 경기 땐 선발 라인업도 물어보며 힘을 실어줬다. 허 감독은 "16강의 원동력을 굳이 찾자면 이렇게 선수들과 소통한 것이다"고 말했다. ● "골프 바둑 당구는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 허 감독의 골프 스코어는 편차가 크다. 그는 13일에는 92개를 쳤다. 며칠 전에는 78개를 기록했다. 그는 "축구와 바둑, 당구는 승부욕이 생기는데 골프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냥 즐겁게 공을 치는 게 좋다"고 했다. 허 감독의 드라이버 거리는 300야드가 넘는다. 웬만한 파4에서는 원온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워낙 장타이다 보니 OB도 많다. 스코어 편차가 큰 이유다. 허 감독은 바둑 아마 4단이다. 당구는 300점. 그는 "대학 이후 당구를 안 치다 최근 친구들을 만나 가끔 치니 스트레스가 해소됐다. 당구와 바둑, 골프는 팀을 이끌면서 내가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창구였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바둑에서 축구를 배운다. '상대가 강한 곳으로 침투하지 마라' '판 전체를 봐라' 등은 축구에서도 꼭 지켜야 할 법칙이란다. 최근 이용규 목사의 '더 내려놓음'이란 책을 읽은 허 감독은 마이클 프란지스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라'란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집불통 '진돗개'의 이미지를 벗고 소통을 통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변신해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룬 배경에는 독서도 큰 몫을 했다. 허 감독은 "일단 푹 쉰 뒤 기회가 되면 K리그 팀을 맡아 우승시키고 싶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강용식 서울마주협회장은 1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마에 대한 규제 실태와 대응 방안’을 주제로 제2차 경마산업선진화포럼을 연다. 5월 발족한 경마산업선진화포럼은 김문영 한국전문신문협회 이사를 초청해 주제발표를 듣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프로축구리그 세계 ‘톱4’를 운영하는 국가들의 남아공 월드컵 성적표가 크게 엇갈렸다. 그중 최고로 평가받는 프리미어리그의 잉글랜드는 16강전에서 탈락했고 세리에A의 이탈리아는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 프리메라리가의 스페인은 우승했고, 분데스리가의 독일은 3위에 올랐다.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숨어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는 ‘남의 집 잔치’로 치러진다. 상은 잘 차려놨는데 손님들이 판을 치는 형국이다. 박지성이 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베스트11에 잉글랜드 선수가 웨인 루니와 마이클 캐릭, 리오 퍼디낸드 등 서너 명뿐이다. 첼시와 리버풀, 아스널 등 ‘빅4’도 마찬가지. 이탈리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자국 선수들은 대부분 벤치를 지킨다. 반면 스페인은 베스트11 중 9, 10명이 명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선수다. 중원 사령관 사비 에르난데스를 비롯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헤라르드 피케, 카를레스 푸욜, 세르히오 부스케츠, 페드로 등이 바르사의 간판이다.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와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이다. 독일은 23명의 엔트리가 모두 분데스리가에서 뛴다. 베스트11 중 21세 신예 토마스 뮐러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등 7명이 명문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다.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은 “선수들이 대부분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어 내가 추구하는 축구를 하는 데 용이하다”고 말했다.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감독도 “팀워크가 좋아야 최상의 전력을 낼 수 있다”며 스페인 최강 바르셀로나의 선수를 많이 뽑았다. 같은 리그에서 같은 축구 철학이 몸에 밴 선수들일 때 최상의 전력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축구의 변방 K리그를 보유한 한국으로선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8강에 오른 가나는 23명 중 20명이 해외파다. 한국도 박지성 등 역대 최고인 4명의 유럽파를 주축으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뤘다. 자국리그가 약하면 해외에서 배워 힘을 쓰면 된다. 태극전사들의 해외 진출이 권장돼야 하는 이유다.양종구 yjongk@donga.com}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은 경기 내용보다는 결과에 치중하는 ‘실리 축구’가 대세였던 세계 축구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현지에서 경기를 지켜본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스페인이야말로 세계 축구의 발전 모델”이라고 극찬했다. 스페인의 우승은 ‘토털 사커’의 원조이지만 선수비 후역습을 노리는 실리 축구로 후퇴한 네덜란드를 꺾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역대 최고의 ‘토털 사커’ 한준희 KBS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은 “스페인이 역사상 가장 토털 사커에 가까운 플레이를 한다”고 평가했다. 스페인은 최전방부터 강력한 압박을 한다. 다비드 비야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공격수들은 볼을 놓치는 순간 벌 떼같이 달려들어 다시 볼을 빼앗는다. 볼을 획득하면 중원사령관 사비 에르난데스를 축으로 한 미드필드진과 공격라인, 수비라인이 정교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볼 점유율을 높인다. 수비수들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선다. 스페인이 이런 축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하기 위한 강철 체력을 갖췄으면서도 주전들이 세계에서 기량이 가장 높은 선수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적인 팀의 주전이 베스트 11의 주축이다.○ 환상 패스의 미학 스페인 토털 사커의 핵심은 정교한 패스. 갈수록 거세지는 강한 압박과 수비진의 교묘한 반칙을 뚫는 스페인 선수들의 플레이는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짧은 패스. 공격진과 미드필드, 수비라인 모두 패스가 물 흐르듯 이뤄진다는 점에서 축구 전문가들은 혀를 내두른다. 패스의 마술사로 불리는 사비 에르난데스와 이니에스타를 비롯해 공격수 비야,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과 헤라르드 피케 등이 모두 세밀한 패스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누가 공격수이고 수비수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른 플레이다. 패스는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하다. 동료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끊어진다. 패스 속도가 느리면 차단당한다. 스페인 축구는 패스로 시작해 패스로 끝난다. 현대 축구의 흐름이 이젠 이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네덜란드 밖의 네덜란드 스페인의 빠른 패스와 벌 떼 공격의 기원은 1970년대 네덜란드로 올라간다. 전설의 리뉘스 미헬스 감독이 창시했고 요한 크라위프가 꽃을 피운 토털 사커. 크라위프는 1988년부터 1996년까지 바르셀로나를 지도하며 스페인에 토털 사커를 전수했다. 크라위프의 수제자는 바르셀로나의 주장이었던 호세프 과르디올라 현 감독. 과르디올라는 토털 사커로 리그 2연패를 하는 등 바르셀로나를 최강으로 이끌었다.패스 타이밍과 속도 완벽“향후 세계축구의 발전모델”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개인 능력은 팀워크 속에서 극대화된다”며 주전 11명 중 7명을 바르셀로나 선수로 구성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스페인 속에 네덜란드 토털 사커가 녹아 있다”고 분석한 이유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월드컵은 스페인 품에 안겼다. 스페인의 정교한 축구에 박수를 보낸다. 12일 열린 결승전에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스페인 선수들을 처음부터 난도질하는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했다. 8개의 옐로카드와 1개의 레드카드는 네덜란드의 지저분한 의도를 보여준다. 스페인의 이니에스타가 연장 후반 결승골을 터뜨렸을 때 정의는 실현됐다. 이니에스타는 골을 넣은 뒤 유니폼 윗도리를 벗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그의 속옷에는 지난해 8월 심장마비로 사망한 다니엘 하르케를 기리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니에스타는 “하르케가 나와 함께하길 바랐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게 그를 추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동료를 기리는 선수와 그 선수를 밟아 쓰러뜨리려는 선수가 똑같은 벌을 받았다는 얘기다. 그만큼 이번 월드컵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에서 열린 월드컵은 우리를 가지고 놀았고 우리의 전망을 가차 없이 무너뜨렸다. 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웨인 루니(잉글랜드), 프랑크 리베리(프랑스)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하찮은 존재로 만들었다. 필자는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을 추락한 영웅으로 평가하며 절대 아르헨티나를 맡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월드컵 도중 필자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를 잘 이끌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고의 공격라인에 그저 그런 미드필드진, 그리고 허술한 수비라인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그의 본능을 따랐다. 가능한 한 골을 많이 터뜨린 골잡이를 선택했고 그들을 기마부대 최전방에 투입해 화끈한 공격축구를 보였다. 팬들은 그의 선택에 열광했다. 다른 팀들은 소심하게 수비축구를 구사해 아주 재미없는 경기로 우리를 실망시켰다. 그런 점에서 아르헨티나의 8강 탈락은 너무 아쉬웠다. 네덜란드는 스페인을 파울로 유린하며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까지 남아공 전역을 오렌지 물결로 물들인 팬들을 실망시켰다. 스페인은 공을 빼앗지 못하면 행여 상대 선수를 다치게 하지 않을까 조심하는 모습이 보였다. 스페인이 또 다른 승자가 된 이유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승자, 바로 페어플레이 팀에 선정된 배경이다. 정의는 신비로운 방식으로 실현된다. 이날 3명의 영웅이 신비롭게 탄생했다. 이니에스타는 결승전 최고의 선수가 됐고 4위를 한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은 골든볼(대회 최우수선수)을 수상했다. 포를란은 성심을 다했고 환상적인 골도 넣었지만 인구 300만 명의 작은 나라 우루과이는 그를 받쳐주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39년을 보냈다. 어느 순간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잘렸지만 스페인의 사상 첫 월드컵 획득을 이룬 지도자가 됐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남아공은 위험해 월드컵을 제대로 치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남아공은 진정으로 지구촌 팬들을 반겼고 그 악명 높은 범죄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위험을 감수했는데 남아공은 모든 위험 요소를 없애며 이번 월드컵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자원봉사자와 축구팬 등 아프리카 국민들의 진심은 세계를 감동시켰다. 그들은 방문객들이 환영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얼굴엔 항상 미소가 넘쳤고 잘 처리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노력했다. 남아공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스페인이 사상 처음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스페인은 12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11분에 터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세계적인 강호 스페인은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첫 월드컵(불참)이 열린 이후 본선에 13회 올랐지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인은 그동안 18회의 월드컵에서 브라질(5회)과 이탈리아(4회), 독일(3회),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이상 2회), 잉글랜드, 프랑스(이상 1회) 등 7개국만이 경험한 우승 감격을 여덟 번째로 누렸다. 스페인은 1950년 브라질 대회 4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월드컵 우승과는 인연이 없어 ‘무관의 제왕’으로 불렸다. 하지만 유로 2008 제패에 이어 월드컵까지 메이저 대회를 연속 우승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자리를 굳혔다. 이날 결승골의 주인공인 이니에스타는 결승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대회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은 우루과이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에게 돌아갔다. 1974년 서독 대회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2회 연속 준우승한 네덜란드 역시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스페인의 벽에 막혀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 번은 운일 수 있다. 두 번 연속은 실력이다.요아힘 뢰프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50)은 이제 세계적인 명장으로 불릴 만하다. 그는 ‘전차군단’ 독일을 유로 2008에서 준우승,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3위로 이끌었다. 그동안 뢰프 감독은 영화배우 톰 크루즈를 닮은 멋진 외모로 노타이에 캐주얼 슈트를 즐겨 입고 카디건에 머플러 등 다양한 패션을 보여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냉정한 카리스마를 갖춘 전술 운용의 천재란 평가까지 받았다.○ 변신 또 변신 뢰프 감독에겐 ‘스펀지’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운다. 스페인과의 유로 2008 결승에서 패한 뒤 스페인으로부터 교훈을 얻었다. 패스 위주의 기술 축구에 당했다고 보고 변신을 시도했다. 패싱 플레이에서는 한 박자 빠른 패스가 중요하다. 선수들이 패스하기 전에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을 단축하도록 주문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은 파워를 앞세웠던 무거운 전차군단 이미지를 탈피하고 빠른 패스를 바탕으로 한 스피드 축구로 변신했다. 뢰프 감독이 잉글랜드의 근성과 스페인의 재능을 혼합했다는 찬사가 나왔다.○ 냉정한 카리스마 뢰프 감독은 노쇠한 선수들을 과감하게 버렸다. 그 대신 젊은 선수를 대거 발탁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5골, 3도움을 기록한 토마스 뮐러(21·바이에른 뮌헨)와 미드필더 메주트 외칠(22·브레멘), 수비수 제롬 보아텡(22·함부르크) 등이 그가 발굴한 선수다. 사사건건 의견충돌을 빚었고 부상도 겹쳤던 미하엘 발라크(34·바이엘 레버쿠젠)를 버렸다. 하지만 미로슬라프 클로제(32·바이에른 뮌헨)와 아르네 프리드리히(31·헤르타 베를린) 등 베테랑에게도 힘을 실어줘 신구를 적절히 조화시켰다. 특히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여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은 클로제를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발탁했다. 클로제는 4골을 터뜨려 이에 보답했다.○ 무명 신화 뢰프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의 골잡이였지만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21세 이하 대표팀에서 네 경기를 뛴 게 전부. 하지만 1995년 슈투트가르트 감독으로 지도자에 입문한 그는 차근차근 명성을 쌓았다. 2004년 자신을 눈여겨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46)의 러브 콜을 받고 전차군단에 합류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이 끝난 뒤 바통을 이어받았다. ‘참모는 명장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냉철한 분석과 공부하는 자세로 전차군단을 세계 최고의 메이저대회에서 연속 정상권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육상 남자 100m에서 백인이 사상 최초로 10초 벽을 깼다. 프랑스의 단거리 유망주 크리스토프 르메트르(20·사진)는 10일 열린 프랑스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98로 우승했다. 짐 하인스(미국)가 1968년 9초95로 사상 처음 9초대에 진입한 지 42년이 흘렀지만 백인이 9초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 황인종 최고기록은 1998년 이토 고지(일본)의 10초F. 키 189cm, 몸무게 80kg의 탄탄한 체격인 르메트르는 이날 0.181초의 반응시간을 보이며 가장 먼저 출발해 독주를 벌인 끝에 새 역사를 썼다. 자신의 최고기록을 0.04초 앞당겼고 로날드 포뇽이 2005년 작성한 프랑스 기록(9초99)도 경신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