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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망덕한 돼지(젤렌스키)’가 ‘돼지우리 주인(트럼프)’에게 뺨을 맞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1일(현지 시간) 텔레그램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돼지’에 비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쓰레기’에 빗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텔레그램에 “트럼프가 그 쓰레기(젤렌스키)를 때리지 않고 버틴 것은 기적적인 인내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공식 성명에서도 “젤렌스키의 워싱턴 방문은 우크라이나 정권의 엄청난 정치적, 외교적 실패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러시아 주요 인사들은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이 사실상 ‘노딜(no deal)’로 끝난 것을 노골적으로 반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후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미국과 전쟁 종전 협상을 벌여 온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밀착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으나 내심 흡족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영국 가디언에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즐겼으리란 점은 명백하다”며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푸틴 대통령이 거둔 어떤 군사 작전보다 큰 승리라고 논평했다. 중국 또한 이런 러시아와의 유대를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8일 베이징을 찾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양국 협력을 강화하자고 밝혔다. 쇼이구 서기 또한 두 나라가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유사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화답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양국 간 광물 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에 나섰지만 거친 설전 끝에 회담은 ‘노딜(No Deal)’로 끝났다.지난해 미국 대선 때부터 “젤렌스키가 민주당을 지지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내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회담 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됐던 오찬도 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은 (협상) 카드가 없다” “당신이 하는 일은 미국에 매우 무례하다” “합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다” 등의 발언을 하며 자신이 러시아와 주도하는 전쟁 협상에 속히 참여하라고 압박했다. 회담에 동석한 J D 밴스 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보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전 부통령을 먼저 만난 사실을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라”고 주장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이 향후 대서양 바다를 건너 미국에도 미칠 가능성을 거론하자 “우리가 뭘 느낄지 지시하지 마라. 당신은 그런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이번 전쟁으로 국토를 유린당하고 수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 카메라 앞에서 약소국 우크라이나 정상을 찍어 누르자 우방국을 포함해 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통상 전쟁’을 시작한 그가 안보에서도 철저한 ‘힘의 논리’를 앞세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번 충돌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뿐만 아니라, 향후 국제 질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국제사회는 ‘충격과 공포’라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규합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정책보다 ‘힘’과 ‘돈’을 중시한다는 점은 익히 알려졌지만 ‘트럼피즘’(트럼프식 정책 기조)이 이처럼 여과 없이 공개된 건 전례가 없다는 반응이다.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현지 시간 2일 오후 2시(한국 시간 2일 오후 11시)부터 영국 런던에서 이번 사태의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 돌입했다.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안보 자강’에 나서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내 미국 동맹 및 우방들도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주의 동맹 전략’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국제 질서 역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유럽에 더 위험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격한 밴스 부통령에 대해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밴스 부통령이 백악관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향후 밴스 부통령이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했던 태도로 트럼프 대통령보다 유럽을 더욱 거칠게 공격하고 압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밴스 부통령이 젤린스키 대통령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임을 얻고, 분명한 역할을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밴스가 상사(트럼프)의 ‘투견(attack dog)’ 역할을 점점 더 맡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영국 BBC도 “트럼프가 백악관 난투극에 가담하기 전 젤렌스키에 대한 공격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밴스였다”며 “밴스는 트럼프의 2인자 이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 부통령이 일부 전임자들처럼 자신을 낮추는 정치적 예비역이 아닌,투견 역할을 하며 무대 중심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특히 밴스 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보인 공격적인 태도가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연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머스크가 최근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밴스 부통령은 그간 큰 관심을 못 받았다.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인자’ 자리를 따내려는 충성 경쟁의 결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집중 공격하고,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 나섰다는 것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리히용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의 ‘깜짝 만남’을 공개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공유하고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타스 통신에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리히용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만났다”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면담은 크렘린궁에서 이뤄졌다. 리 비서는 러시아 정당 통일러시아 총이사회 초청에 따라 25일부터 러시아를 방문 중이다.크렘린궁은 텔레그램 채널에 푸틴 대통령이 리 비서를 영접하는 영상을 올렸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기념사진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웃는 얼굴로 리 비서와 악수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푸틴 대통령과 리 비서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공조 방안과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북한군 1만1000명이 지난해 10월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들은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훈련한 뒤 러시아 서부 쿠르크스 전선에 파견됐다.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등으로 북한군 사상자가 약 4000명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게다가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올 1~2월 1000명이 넘는 병력을 러시아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4일부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89)이 생전 퇴위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다만 교황청은 이날 교황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며 ‘위독하다(critical)’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교황의 건강이 호전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NYT에 따르면 교황청 고위 성직자 2명이 이번 주 초 교황이 입원 중인 이탈리아 로마의 제멜리 종합병원을 비밀리에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두 성직자가 교황의 후계 구도를 논의하기 위해 방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다. 40년 가까이 교황청을 취재한 독일 언론인 안드레아스 엥글리슈는 성직자 2명의 방문에 대해 “매우 수상하다”고 논평했다. 다만 교황청은 이들의 방문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새로운 성인(聖人)을 승인하기 위한 추기경 회의와 관련된 교황의 서명을 받으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일각에선 건강 악화를 이유로 자진 사임했던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2005년 4월∼2013년 2월 재임)처럼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생전 퇴위를 택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역시 성인 시성을 논의하는 추기경 회의에서 퇴임을 발표했었다. 생전 퇴위는 14세기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의 일이어서 당시 베네딕토 16세의 발표는 가톨릭계에 큰 충격을 줬다.26일 기준 13일째 입원 중인 교황은 2013년 3월 즉위 후 최장 기간 입원 중이다. 그가 입원 중에도 전혀 모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생전 퇴위 추측을 확산시키고 있다. 교황은 2022년 전임자들처럼 자신이 무능력해질 때 퇴위를 고려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교황의 업무는 종신”이라며 생전 퇴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교황이 혼수 상태에 빠지거나 오래 의식을 잃으면 교황의 기존 의사가 유효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다만 바티칸 국무장관 겸 교황청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지난주 이탈리아 일간지인 코리에레델라세라 인터뷰에서 생전 퇴위 가능성을 “쓸데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4일부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89)이 생전 퇴위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다만 교황청은 이날 교황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며 ‘위독하다(critical)’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교황의 건강이 호전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NYT에 따르면 교황청 고위 성직자 2명이 이번 주 초 교황이 입원 중인 이탈리아 로마의 제멜리 종합병원을 비밀리에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두 성직자가 교황의 후계 구도를 논의하기 위해 방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다. 40년 가까이 교황청을 취재한 독일 언론인 안드레아스 엥글리슈는 성직자 2명의 방문에 대해 “매우 수상하다”고 논평했다. 다만 교황청은 이들의 방문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새로운 성인(聖人)을 승인하기 위한 추기경 회의와 관련된 교황의 서명을 받으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일각에선, 건강 악화를 이유로 자진 사임했던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2005년 4월~2013년 2월 재임)처럼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생전 퇴위를 택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역시 성인 시성을 논의하는 추기경 회의에서 퇴임을 발표했었다. 생전 퇴위는 14세기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의 일이어서 당시 베네딕토 16세의 발표는 가톨릭계에 큰 충격을 줬다.26일 기준 13일째 입원 중인 교황은 2013년 3월 즉위 후 최장 기간 입원 중이다. 그가 입원 중에도 전혀 모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생전 퇴위 추측을 확산시키고 있다. 교황은 2022년 전임자들처럼 자신이 무능력해질 때 퇴위을 고려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교황의 업무는 종신”이라며 생전 퇴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교황이 혼수 상태에 빠지거나 오래 의식을 잃으면 교황의 기존 의사가 유효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다만 바티칸 국무장관 겸 교황청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지난주 이탈리아 일간지인 코리에레델라세라 인터뷰에서 생전 퇴위 가능성을 “쓸데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영국이 2027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5%로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사진)가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 호응한 셈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유럽은 배제한 채 러시아와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며 균열이 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서양 동맹’을 유지, 강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스타머 총리는 25일 의회에서 “현재 GDP의 2.3%인 국방비 지출을 2027년 2.5%까지 늘리겠다”며 “이는 우리 국방에 대한 지출이 2027년부터 연간 134억 파운드(약 24조3000억 원)씩 추가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2029년 총선 때 승리해 정권을 유지하면) 다음 의회에선 국방비 지출을 GDP의 3%로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늘어날 국방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GDP의 0.5% 정도를 차지하는 공적개발원조(ODA) 등 해외 지원 관련 예산은 2027년 0.3%까지 삭감할 계획이다.스타머 총리는 국방비 증액 발표는 유럽에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고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 사실상 유럽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집권 1기 때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거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뒤에도 비슷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과 유럽의 안보 동맹이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스타머 총리는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유럽 평화유지군 주둔 등 종전 뒤 안보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다음 달 2일에는 런던에서 유럽 정상들과의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한편 23일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차기 총리로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도 유럽의 ‘안보 독립’을 강조하며 방위비 증액을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독일에선 메르츠 대표가 방위비를 늘리기 위해 국가의 지출을 통제하는 재정 준칙을 완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라트비아의 에드가르스 링케비치 대통령도 GDP의 3.45%인 국방예산을 2028년까지 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고 TVP 등 폴란드 매체들이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장 보는 비용이 예전에 비해 50% 이상 늘어 정말 화가 납니다.” 독일 총선이 치러진 23일(현지 시간) 수도 베를린 도심에서 만난 주부 모니카 슐츠 씨는 “원래 좌파 성향 정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AfD가 고물가 등 경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총선에서 국경 통제 강화,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 논의, 기후변화 정책 반대 등 강경 보수 성향 정책을 내세운 AfD는 2013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지지율 2위 정당에 올랐다. 공영방송 ARD는 이날 잠정 개표 결과 AfD가 20.8%로 2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far-right party)이 독일 총선에서 2위를 차지했다”고 전하며 이들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기독민주당(CDU), 기독사회당(CSU) 주도의 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해도 정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AfD가 약진한 핵심 이유로는 망가진 경제가 꼽힌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0.3%, ―0.2%씩 성장했다. 2002,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이다. 경제 위기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적극 투표에 나서며 이번 총선 투표율은 1990년 독일이 통일된 뒤 가장 높은 수치인 83.5%를 기록했다. 경제난의 원인으로는 수출 감소가 꼽힌다.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3%를 수출에 의존하는 독일은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 통상전쟁 여파로 향후 수출 전망 또한 좋지 않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에너지값이 급등한 것도 독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탈(脫)원자력 발전 기조를 고수해 온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를 중시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늘려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줄었고 에너지값이 치솟아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겼다. 난민 범죄가 늘어난 점도 유권자의 우경화에 기여했다. 다만 AfD의 부상에 반감을 드러내는 시민도 적잖다. 23일 베를린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카트린 훈제 씨는 “민주주의 가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베를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1990년대 스타일의 새로운 독일 총리.’ 23일(현지 시간) 독일 총선에서 차기 독일 총리가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70)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렇게 묘사했다. CDU가 배출한 헬무트 콜 전 총리(1982∼1998년 집권)처럼 1990년 독일 통일 뒤 경제를 일으키고 사회를 안정화시킨 옛 보수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경제난과 이민자 문제에 불만이 큰 중산층 유권자들이 당시에 대한 향수로 메르츠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실제 메르츠 대표는 선명한 보수 색채와 미국의 핵 보호 없이 유럽이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자강론을 내세워 지지를 얻었다. “총리가 되면 취임 첫날 모든 국경을 통제하겠다”는 반(反)이민 정책과 탈원전 등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는 기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닮은꼴이란 평가를 받는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꺼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선거 직후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편에 굳건히 서 있다”며 독자적 노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총선의 잠정 개표 결과 메르츠 대표의 CDU와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28.5%를 얻어 과반 달성엔 실패했다. 하지만 조만간 사회민주당(16.4% 득표) 등과의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정적(政敵)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에게 밀려 정계에서 사라졌다 이번 총선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70세 ‘보수 올드보이’가 독일 안보와 경제를 재건할지 주목받고 있다. ● 메르켈과는 25년 대립… 세 번 도전 끝에 당대표메르츠 대표는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브릴론 출신으로 산업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1989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친(親)기업 정책으로 중도 보수 성향인 CDU에서 입지를 넓혔고, 2000년 원내대표에 올랐다. 그해 메르켈 당시 CDU 대표의 중도 노선과 대비되는 친기업 보수 성향을 내세웠지만 당 주도권 경쟁에서 밀렸다. 그러다 메르켈 전 총리가 2005년 총리에 오르면서 위상이 크게 약화됐고, 결국 2009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2009년부터 2018년 정계에 복귀하기 전까진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독일법인 이사회 의장 등 다양한 민간 기업에서 활동하며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2018년 정계 복귀 당시 그가 공개한 연간 수입은 100만 유로(약 15억 원)였고, 자가용 비행기 2대를 소유하기도 했다. 정계 복귀 뒤 CDU 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메르켈 전 총리의 뒤를 이은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에게 패배했다. 2021년에도 메르켈 전 총리의 후계자로 꼽힌 아르민 라셰트에게 밀리면서 메르켈과의 악연을 이어갔다. 그는 메르켈 전 총리가 정계를 떠난 2021년 12월에야 세 번째 도전 끝에 당 대표에 당선됐다. 메르츠 대표는 보수, 친기업 기조가 분명해 중도 성향이 강했던 메르켈 전 총리 등에 비해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0년대 독일 내 반이민 정서가 강해지고, 경제 위기로 물가 안정 등이 부각되자 메르츠 대표의 보수적 선명성은 크게 각광받았다.● 반이민, 유럽 독자노선 강조는 트럼프 ‘닮은꼴’메르츠 대표는 강경보수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해선 “CDU가 선명하게 보수색을 드러내야 AfD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반이민 정책에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독일 안팎의 우려 속에서도 AfD와 함께 국경 통제, 불법 체류자 추방 등을 포함하는 이민정책 강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우선시하는 CDU의 전통 노선에서 벗어나 유럽 독자노선을 강조하는 파격적인 외교 행보도 미국의 기존 외교 문법을 깨고 있는 트럼프와 닮은꼴이다. 메르츠 대표는 “유럽의 핵보유국인 영국, 프랑스와 함께 핵 방위가 우리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미국 의존을 벗어난 자강론을 강조했다. CDU 창립 멤버로 독일 초대 총리를 지낸 콘라트 아데나워(1949∼1963년 재임)가 미국의 전술핵을 자국에 배치하며 친미 노선을 걸은 것과 비교된다. 그는 23일 총선이 끝난 뒤에도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에 출연해 “내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가능한 한 빨리 유럽을 강화해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베를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23일(현지 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차기 총리가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유럽을 강하게 만들어 미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밀착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참여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자 유럽의 의존도가 높았던 미국 중심의 안보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진행된 첫 주요국 선거에서 총리 후보가 대미 정책의 전환을 예고해 트럼프 2기 시대 국제 정세가 더욱 요동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르츠 대표가 이끄는 중도보수 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잠정 개표 결과 28.5%를 득표해 1당에 올랐다. 다른 당과의 연정도 추진해 과반 달성에 성공하면 2021년 12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물러난 뒤 3년여 만에 독일에서 보수가 재집권하게 된다. 메르츠 대표는 이날 독일 공영방송인 ARD와 ZDF에 출연해 “트럼프가 지난주 발표한 성명을 보면 적어도 미국인, 이 행정부는 유럽의 운명에 크게 무관심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이 안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미국에 대한 의존을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라프 숄츠 현 총리가 이끈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경제난과 이민 문제 대응에 실패하며 16.4%를 득표해 3위에 그쳤다. 강경 보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20.8%로 2위를 차지했다.베를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표현의 자유’가 독일을 위대하게 만든다!” 22일 독일 수도 베를린 동부의 린덴 쇼핑센터 앞. 하루 뒤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상징하는 파란 현수막 아래 한 당원이 단상에 올라 이같이 외치자 1000여 명의 지지자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 문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 왔다. AfD는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강조하고 일부 소속 인사의 나치 옹호 발언으로 논란에 올랐다. 하지만 AfD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혐오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 집회에서는 비(非)백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경 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안전한 국경의 시간’ 간판 또한 가득했다. AfD 집회 맞은편에서는 좌파 단체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들은 AfD 지지자들에게 “나치야 꺼져라”, “인종차별주의자는 필요 없다”고 소리쳤다. 이날 베를린 시내 곳곳에선 극우와 극좌 지지층이 ‘맞불 집회’를 벌였다. 양측이 욕설과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긴장이 고조되자 당국은 경찰을 대거 배치하며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다만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유권자는 유럽연합(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2023년, 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둔 점을 지적하며 “경제를 살릴 정당을 뽑겠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강국이며 국가총생산(GDP)의 43%를 수출에 의존하는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값 상승,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의 경기 둔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박 등 각종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 샤이 보수들 “AfD, 난민 잘 추방할 것” 독일 연방의회 의석은 630석으로,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후보와 정당(비례대표)에 1표씩 총 2표를 던진다. 22일 발표된 여론조사회사 ‘인자’의 지지율 조사에선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29.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AfD가 21%, 현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15%, 좌파 녹색당이 12.5%로 뒤를 이었다. 2021년 9월 취임한 올라프 숄츠 총리는 우파 자유민주당, 녹색당과 ‘신호등 연정’을 구성했다. 이는 세 정당의 상징색이 각각 빨강, 노랑, 초록이라는 점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복지를 강조하는 숄츠 총리와 성장을 중시하는 자민당은 내내 갈등을 빚었고 결국 지난해 12월 의회에서 숄츠 총리의 불신임안이 통과됐다. 이로 인해 당초 올 9월 치러질 예정이었던 총선 시기도 앞당겨진 것. 다만 현재로선 어느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기 어려운 만큼 총선 후 연정 구성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경제난과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약진하고 있는 AfD의 입김이 그 어느때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택시 기사 볼프강 솔바흐 씨는 “AfD는 독일이 받지 말았어야 할 불법 이민자를 잘 추방할 것 같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3년 설립된 AfD는 작센, 튀링겐 등 경제가 낙후된 옛 동독 지역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를린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 측은 AfD와의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세계 곳곳에서 극우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이 세를 얻고 있는 만큼 반이민 정책 등에서는 AfD와 일정 부분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좌파 “극우 뽑아선 안 돼” 이날 ‘반AfD 집회’를 벌인 시민들은 AfD의 지지율 상승세를 집권 사민당에 대한 불만에서 찾았다. AfD의 이념을 지지한다기보다 사민당이 경제난과 불법 이민자 증가를 해결하지 못해 그 불만이 AfD에 대한 지지로 쏠렸다는 의미다. 보육 교사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시민 제니 씨(24)는 반AfD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기성 정당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극우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AfD가 이번 총선에서 약진하면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때처럼 (나치 국가로) 돌아갈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친구들과 좌파 집회에 같이 왔다는 10대 소년 파스칼 씨는 “숄츠 총리 등 정치인들이 지키지 못할 공약만 내놓고 실천하지 못해 극우가 극성”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베를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표현의 자유’가 독일을 위대하게 만든다!”22일 독일 수도 베를린 동부의 린덴 쇼핑센터 앞. 하루 뒤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상징하는 파란 현수막 아래 한 당원이 단상에 올라 이같이 외치자 수천 명의 지지자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 문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 왔다. AfD는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강조하고 일부 소속 인사의 나치 옹호 발언으로 논란에 올랐다. 하지만 AfD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혐오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 집회에서는 비(非)백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경 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안전한 국경의 시간’ 간판 또한 가득했다. AfD 집회 맞은 편에서는 좌파 단체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들은 AfD 지지자들에게 “나치야 꺼져라”, “인종 차별주의자는 필요 없다”고 소리쳤다. 이날 베를린 시내 곳곳에선 극우와 극좌 지지층의 ‘맞불 집회’를 벌였다. 양측이 욕설과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긴장이 고조되자 당국은 경찰을 대거 배치하며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다만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유권자는 유럽연합(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2023년, 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둔 점을 지적하며 “경제를 살릴 정당을 뽑겠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강국이며 국가총생산(GDP)의 43%를 수출에 의존하는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값 상승,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의 경기 둔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박 등 각종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 샤이 보수들 “AfD, 난민 잘 추방할 것”독일 연방의회 의석은 630석으로,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후보와 정당(비례대표)에 1표씩 총 2표를 던진다. 22일 발표된 여론조사회사 ‘인자’의 지지율 조사에선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29.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AfD가 21%, 현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15%, 좌파 녹색당이 12.5%로 뒤를 이었다.2021년 9월 취임한 올라프 숄츠 총리는 우파 자유민주당, 녹색당과 ‘신호등 연정’을 구성했다. 세 정당의 상징색이 각각 빨강, 노랑, 초록이라는 점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복지를 강조하는 숄츠 총리와 성장을 중시하는 자민당은 내내 갈등을 빚었고 결국 지난해 12월 의회에서 숄츠 총리의 불신임안이 통과됐다. 이로 인해, 당초 올 9월 치러질 예정이었던 총선 시기도 앞당겨진 것.다만 현재로선, 어느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기 어려운 만큼 총선 후 연정 구성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경제난과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약진하고 있는 AfD의 입김이 그 어느때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택시 기사 볼프강 솔바흐 씨는 “AfD는 독일이 받지 말았어야 할 불법 이민자를 잘 추방할 것 같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3년 설립된 AfD는 작센, 튀링겐 등 경제가 낙후된 옛 동독 지역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를린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차기 총리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 측은 AfD와의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세계 곳곳에서 극우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이 세를 얻고 있는 만큼 반이민 정책 등에서는 AfD와 일정 부분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좌파 “극우 뽑아선 안 돼”이날 ‘반AfD 집회’를 벌인 시민들은 AfD의 지지율 상승세를 집권 사민당에 대한 불만에서 찾았다. AfD의 이념을 지지한다기 보다 사민당이 경제난과 불법 이민자 증가를 해결 못해 그 불만이 AfD에 대한 지지로 쏠렸다는 의미다.보육 교사로의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시민 제니 씨(24)는 반AfD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기성 정당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극우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AfD가 이번 총선에서 약진하면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때처럼 (나치 국가로) 돌아갈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친구들과 좌파 집회에 같이 왔다는 10대 소년 파스칼 씨는 “숄츠 총리 등 정치인들이 지키지 못할 공약만 내놓고 실천하지 못해 극우가 극성”이라고 안타까워했다.베를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독재자’ 젤렌스키가 (대선 실시를) 서두르지 않으면 나라를 잃을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dictator)’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하루 전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율 4%의 대통령’이라고 혹평했고 비판 수위를 더 높였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치르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들어 그의 집권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적극 협조하란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이 발언이 나오기 직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자국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허위 공간’에 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행보에 불만을 표했다. CNN은 ‘허위 공간’ 발언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응하겠다며 나섰고 이후 ‘독재자’ 같은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고 진단했다. 다만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약소국’ 우크라이나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기업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 편을 든다고 진단했다.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회담에서 러시아 대표단이 “빠른 종전은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라고 주장했고 이 논리가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바이든 갖고 논 코미디언” vs 젤렌스키 “허위 공간 사나”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루스소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이라며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갖고 노는 것”이라 주장했다. 정계 진출 전 코미디언이었던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해 미국이 3500억 달러(약 503조 원)를 쓰게 만들었다며 “미국은 유럽보다 2000억 달러를 더 지출했지만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젤렌스키는 이 ‘수월한 돈벌이’를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그의 나라는 산산조각이 났고 수백만 명이 불필요하게 죽었다”고 비판했다.이는 같은 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는 허위 공간에 살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격 차원으로 풀이된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후 우크라이나 희토류 지분의 50%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나라를 팔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보였다.다만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광물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단계적 합의’를 추구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로부터 먼저 희토류 제공 약속을 받아낸 후 당초 주장했던 ‘50%’ 수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러 철수한 美기업 손실 466조 원 만회 의사”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 행보가 전쟁 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기업의 손실을 만회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18일 리야드 회담에 참석한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대표는 당시 미국 측에 전쟁 발발 후 미국 기업이 최소 3240억 달러(약 466조 원)의 손실을 봤다는 자료를 건넸다. 특히 정보기술(IT) 및 미디어 산업이 1230억 달러(약 177조 원), 소비자 및 의료 산업이 940억 달러(약 135조 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돈’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다만 미국 의회에서는 초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집권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19일 “전쟁을 시작한 사람은 푸틴”이라며 “푸틴은 ‘깡패’”라고 비판했다. 야당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푸틴 같은 폭력배를 편드는 미국 대통령을 보자니 역겹다”고 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같은 행보가 “(푸틴에 대한) ‘항복’에 가깝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나토를 탈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매우 잘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대해) 더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미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회담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이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회담에서 대러 제재 완화를 비롯한 향후 ‘경제 협력’ 방안까지 논의했다.이에 따라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앞두고 미국의 대(對)러 정책이 ‘제재’에서 ‘협력’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와 관계 회복에 합의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엔 정권 교체 필요성까지 내비쳤다. 향후 진행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는 배제하고 러시아와 긴밀히 소통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바이든 ‘대러 접근’ 뒤집어”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저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는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포악한 야만적인 행동을 멈추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회견을 마치고 나가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달 말 안에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마도”라고 답해 미-러 정상회담이 이달 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미-러가 단순한 종전 협상을 넘어 관계 회복 및 경제 협력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러 회담을 마친 뒤 “양측이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며 지정학적, 경제적 측면에서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다룰 고위급 협의체 구성과 더불어 양국 대사의 신속한 임명, 외교 공관 운영 정상화 등에도 합의했다.이에 대해 NYT는 “러시아를 처벌하려는 서방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우회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러 접근 방식을 뒤집으려는 의도를 나타냈다”고 진단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양한 대러 경제 제재를 추진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무기 지원을 지속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고 협력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 CNN은 “푸틴의 엄청난 승리”라고 평가했다.일각에선 미국의 이 같은 정책 전환이 중-러 협력을 느슨하게 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간 경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해 중국을 더욱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젤렌스키 지지율 4%밖에 안 돼”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의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사실상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선거를 치른 지 오래됐다. 우크라이나에는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방치한 지도부가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눴다. 이어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의 지지율은 4%밖에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대립도 불거지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경제 제재 완화 및 해제 등 러시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강력한 카드를 내주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밝혀 미국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실제로 EU는 루비오 장관의 대러 제재 완화 발언에도 19일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1차 알루미늄과 기존의 러시아산 석유 수출 제한을 우회하는 유조선(그림자 함대)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과 러시아가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첫 고위급 협상에 나섰다. 양측은 이견이 커 구체적인 종전 방식과 정상회담 일정 등은 합의하지 못했지만, 협상은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다만 전쟁 당사자이며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토가 유린당한 우크라이나는 사면초가 상태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협상을 시작했고, 러시아는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돌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우크라이나의 절박한 상황을 희토류 등 희귀 자원의 확보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미국의 경제적 압박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우크라, ‘러 군사위협’과 ‘美 경제압박’ 사이에 텔레그래프가 17일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기금’ 협정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항만, 인프라, 석유·가스 등 국가 자원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협정 초안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자원 채굴을 통해 번 돈의 50%를 갖는 것을 요구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줄곧 우크라이나를 지원했으니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며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요구한 것이다. 2023년 세계은행 기준 우크라이나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1788억 달러(약 260조 원)의 약 2.8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우크라이나 경제를 영구적으로 지배하길 원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반대, 점령한 영토에 대한 반환 불가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사항들을 종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회담을 전후로 무인기(드론) 공격도 주고받았다.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17일 밤 최소 176대의 공격 드론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드론이 18일 남부 크로포트킨스카야 등의 원유 수송 시설을 공격했다고 맞섰다.● 젤렌스키 “우크라, ‘아프간 2.0’ 될 것”우크라이나는 전쟁 당사자인 자신들을 협상에서 배제시키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독일 공영 ARD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같은 서방의 안전 보장 없이 러시아와 휴전하면 “우크라이나는 ‘아프가니스탄 2.0’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21년 8월 미군 철수 뒤 총체적 혼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처럼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협상에서 배제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미국은 종전 협상이 러시아만 참여하는 협상으로 흐르진 않을 것이란 점도 밝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분쟁을 끝내기 위한 해결책에 동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종전안은 우크라이나, 유럽, 러시아가 모두 수용 가능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BBC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18일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할 수 있다”라면서도 “젤렌스키의 합법성이 의심받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합의를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5년 임기가 만료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치르지 않아 정당한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알코올 도수가 더 낮은 소주도 있나요?”“막걸리는 더 발효하지 않고 마실 수 있나요?”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주류 박람회 ‘와인 파리·빈엑스포(Wine Paris & Vinexpo Paris) 2025’. 전시장의 대형 강당에서 한국 술에 대한 질문이 터져 나왔다. 이 자리는 박람회에서 처음 마련된 ‘한국 전통주 마스터클래스’. 참가자 약 50명은 소주, 약주, 막걸리 등을 직접 시음하며 한국 전통주 제조사 대표들의 설명을 진지하게 들었다. 직원들이 다양한 한국 술을 잔에 따르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향을 맡았고, 조심스럽게 술을 들이켰다.》마스터클래스에 참석한 프랑스인 리우 씨는 “프랑스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한국 전통주는 알코올 도수가 세게 느껴져 익숙하지가 않지만 막걸리는 부드러워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이날 시음 평가의 맛 부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많이 받은 술은 막걸리였다. 향 부분에선 약주가, 식감은 막걸리와 소주가 동시에 최고 등급을 많이 받았다. 희망 가격 조사에선 약주에 40유로(약 6만 원)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사람이 응답자 22명 중 절반 이상인 14명에 이르렀다. ● 유럽에서 ‘K술’ 양조장도 생겨 10∼12일 열린 와인 파리·빈엑스포는 독일 프로바인(Pro Wein), 이탈리아 비니탈리(Vinitaly)와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3대 주류 박람회로 꼽힌다. 올해엔 55개국에서 주류 업체, 바이어 등 약 4만5000명이 참석했다. 와인 종주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간판 주류 박람회에서 올해 처음으로 한국 전통주 홍보관이 생겨 눈길을 끌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국내 전통주 제조사들이 한국 전통주의 유럽 수출 확대를 위해 유럽 주류 박람회에 도전장을 던진 것. 한국 전통주 마스터클래스와 별도로 상시 설치된 홍보관에선 프랑스의 에이스푸드, 술주컴퍼니, 독일의 소주할레, 네덜란드의 더술트레이드 등 유럽의 한국 주류 수입업체 4곳이 다양한 한국 술을 소개했다. 프랑스 내추럴 와인처럼 산뜻한 느낌을 주는 청주, 한국적인 오미자가 들어간 스파클링 와인, 장거리 운송에도 품질을 유지하는 탁주, 유기농 통밀로 빚은 소주 등이 진열됐다. 호주 출신으로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활동하다가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더술트레이드를 설립한 줄리아 멜로 대표는 한국 술에 관심을 보이는 바이어와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자세히 털어놓았다. 전국 곳곳의 양조장을 견학하며 전통주를 널리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술을 알리는 양조장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유럽에선 한국 술을 수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술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양조장까지 생겼다. 영국 런던의 ‘고미술 막걸리’는 최근 영국에 막걸리 양조장을 세워 직접 생산한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 “포도 소주, 위험한 맛” 와인의 자부심이 큰 유럽의 중심에서 한국 술이 홍보전에 나서자 현지 언론들도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2일 “와인파리에서 유럽 진출을 노리는 아시아 주류들이 놀라운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술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자세히 소개했다. 프랑스 소비자들은 한국 술 가운데서도 각종 과일 맛이 나는 소주에 주목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로제 와인을 떠올리게 하는 포도 소주는 알코올 맛이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취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평했다. 실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시장에서 한국 술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aT에 따르면 한국 술은 지난해 유럽 지역에 1224만 달러(약 177억 원)어치 수출됐다. 3년 전의 2.2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제 파리 대형마트 곳곳 주류 코너에서 한국 소주나 맥주를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유럽에서 한국 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식 열풍 때문이다. 최근 유럽인들도 한식을 많이 먹다 보니 한식과 잘 어울리는 한국 술도 더 찾게 된 것. 심지어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한식에 곁들이는 소주가 인기를 끈다. 전시장에서 만난 러시아인 주류 바이어 드미트리 메레즈코 씨는 “러시아에서 소주의 인기가 많아지기 시작해 러시아 주류 회사들도 소주 스타일의 주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한류가 인기를 끌며 한식 등 한국인의 생활 방식에 관심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주류 전문점에서도 한국 술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람권이라 술을 덜 즐기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에서 온 바이어도 한국 술에 관심을 보였다.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주류를 수입하는 베누아 루아지에 씨는 “모로코에선 아직 한국 술을 보지 못했지만 한때 드물었던 프랑스 술 ‘시드르’(사과 발효주)가 큰 인기를 끌었다”며 “한국 술도 판매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한국 술이 낯선 만큼 한국 술이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리는지를 궁금해했다.● 日사케식 마케팅 시급 한국 술이 상당한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유럽 주류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전반적으로 술 소비가 줄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4년 알코올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6년 10.2L에서 2018년 9.5L, 2019년 9.2L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젊은층이 기성세대에 비해 술을 덜 즐기기 때문이다. 유럽 곳곳에선 오히려 무알코올 음료 소비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유럽 시장에서 한국 술이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한국 술에 대한 브랜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사케’, 러시아의 ‘보드카’, 멕시코의 ‘테킬라’처럼 한국의 ‘술’도 개념을 정립하고 세계 시장에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 프랑스의 내추럴 와인을 수출하다가 역으로 한국의 전통주를 프랑스에서 수입하기 시작한 최영선 술주컴퍼니 대표는 “프랑스인들은 거의 대부분 일본의 사케를 알고 있지만 한국의 술은 잘 모른다”며 “한국 술은 종류가 많고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 단일한 용어로 쓰이는 사케처럼 개념을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마케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사케는 유럽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서 현지화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어 한국 술에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유팩 같은 사각 종이팩에 든 사케 ‘간바레 오또상’은 일본에서보다 한국 시장에서 더 인기가 높다. ‘힘내세요 아빠’란 이름의 뜻을 살려 ‘아빠를 응원하는 술’의 이미지를 드러낸 덕분이다. 품질을 개선하는 노력은 기본이다. 멜로 대표는 “한국 술은 유럽으로 수입될 때 세금이 붙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높은 가격에 맞게 품질과 가치를 높여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을 논의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곧 만나겠다고 16일 밝혔다. 또 미국과 러시아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논의하는 장관급 회담을 열기로 했다. 미국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가, 러시아 측에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보좌관 등이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종전 협상 골든위크’가 시작되는 셈이다. 하지만 종전 협상이 미국과 러시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초기 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된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 사우디의 이웃이며 우방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 도착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도 바빠졌다. 이 나라 정상들은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협상에서 유럽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트럼프 “푸틴, 곧 만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푸틴 대통령을 언제쯤 만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매우 곧 이뤄질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달에 만나냐’는 질문에 “곧 이뤄질 것이다.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을 위한 대화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관여하냐는 질문에 “그도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언제 어떻게 협상에 참여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윗코프 특사는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과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밤 사우디로 떠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이던 루비오 국무장관 또한 17일 사우디로 출발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우샤코프 대통령 보좌관과 함께 18일 미국 대표단과 회담하기 위해 리야드로 떠났다고 17일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회복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18일 회담이 일정 부분 성과를 도출하면 이르면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러시아의 입장만 중시하고 있다는 불만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진행될 협상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가 더 중요해지길 바란다”며 자국을 협상에 포함하지 않은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협정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UAE를 시작으로 사우디, 튀르키예 등 중동 주요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중동 각국의 지지를 당부하고 종전 후 재건 사업 참여 등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스타머 “英, 우크라 파병 가능” 유럽 주요국들은 미국이 유럽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러시아와의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에서 영국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등 주요국 정상을 비롯해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과 긴급 회의를 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이 성사되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위해 자국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가 영국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시사한 건 처음이다. 스타머 총리는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고에서도 푸틴 정권이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군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늘 인생의 ‘비 오는 날’을 대비해야 합니다. 항상 경차, 중고차를 탔지만 종신보험은 40년 넘게 유지했습니다.”(미국 뉴욕 거주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초고령사회 진입에 발맞춰 본보는 호주,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등 글로벌 7개국의 48명의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와 정부, 연금기관 담당자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젊은 시절 꼬박꼬박 연금을 부으면 은퇴 이후 일정 수준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탄탄한 다층 연금 제도, 풍부한 노하우를 가졌다면 얼마든지 현역으로 시장을 누빌 수 있는 노동 시장 등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다양한 시스템을 엿본 동시에 영올드들의 진심 어린 조언도 들었다.선진국의 영올드들은 한국 은퇴자를 향해 자녀도 중요하지만 노후에도 미리미리 투자할 것을, 부동산에 묶이지 말고 자산 리모델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팁’을 전했다. 심리적으로 움츠러들지 말고 일자리든, 새로운 취미생활이든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선진국 영올드 “부동산 규모 줄이면 여유 생겨”젊을 때부터 허용되는 최대한의 금액을 연금에 납입했다는 키예단 씨는 한국의 은퇴자들이 자녀에 대한 투자에 치중하다가 여유 없는 노년을 맞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미국의 한국인 이민 가정들도 자녀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극도로 헌신하는 편”이라며 “그만큼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내지만 조금 더 자녀와 내 노후에 대한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요한 프라이스 씨(70)도 “현역 때 연금을 많이 부어놔서, 아내가 아픈데도 생활에 문제가 없다”며 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한국 은퇴자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점도 꼬집었다. 간호사로 일하다가 은퇴 후 호주의 시니어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린 씨(78)는 “(호주에서는) 오히려 은퇴 후 전반적으로 재정 상황이 나아진다. 대부분이 은퇴자 마을에서 살기 위해 기존 부동산의 규모를 줄이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은퇴 이후에 지출을 줄이지 않았고 여행을 다니면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미국 뉴욕 맨해튼의 직장인 김모 씨는 “미국에서는 3:3:3:1 법칙이 있는데 부동산, 주식, 채권, 현금의 비중이 저 정도로 유지되는 게 이상적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전 재산이 부동산에 ‘몰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건강만 허락하면 계속 일하고파”은퇴자의 적극적인 자세 또한 중요하다고 선진국의 영올드들은 입을 모았다. 호주 이민자인 장모 씨(64)는 “메모리얼 파크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며 연봉은 10만 달러(약 9200만 원)를 받는다. 70세 넘어서까지 일하려고 한다”며 “일자리가 없는 허전한 존재가 되는 것보다는 신체 능력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취미 등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55세 이상을 위한 주택단지인 영국 헨리온템스 ‘로리엣 가든스(Laureate Gardens)’에 거주하는 캐런 그리브 씨(70)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시간을 죽이지는 않는다”며 “우리 지역 노인들은 운동이나 취미,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구마이 아쓰코(熊井敦子·60) 씨는 “드라마, 케이팝 콘서트를 한국어로 직접 듣고 싶은 마음에, 또 치매 예방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삶의 큰 부분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한국 정부를 향한 당부도 적지 않았다. 메리 들라헌티 호주 연금기금협회 최고경영자(CEO)는 효율적인 퇴직연금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호주의 퇴직연금 ‘슈퍼(슈퍼애뉴에이션)’ 가입자는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경쟁 구조를 통해) 특정 펀드가 성과를 부풀리거나 장기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 개선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퇴출된다”고 말했다.한국도 고령층이 눈여겨볼 만한 세제 혜택 상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관련 일본 금융청 관계자는 “신NISA 계좌로 인해 시니어 세대의 자산 증식과 일본 기업 주가 상승 등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과감한 세제 혜택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신NISA는 평생 비과세 투자 계좌로 ‘국민 노후자산을 두 배로 불리자’는 일본 정부의 목표 아래 지난해 도입됐다.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2030세대도 연금에서 주식 비율을 높이는 등 도전적인 투자를 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노동 기간이 짧은데, 50대 이상의 경우 적극적인 자세로 노동 시장에 오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인구가 고령화되면 근로 연령대의 기여금,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연금 수령액이라는 ‘연금개혁의 삼각형’ 중 하나를 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급 개시 연령을 반드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어데어 터너 에너지전환위원회(ETC) 위원장이자 전 영국 연금위원장(사진)은 지난달 24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영국의 연금개혁 과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터너 위원장은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퇴직자의 비율이 노동자보다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어떤 식으로든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영국 정부는 2002년 12월 연금위원회를 설치했다. 총리실의 추천으로 당시 메릴린치 부회장이었던 터너 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재무부와 노동연금부가 각각 지니 드레이크 영국 노동조합회의 의장, 존 힐스 런던 정경대 교수를 추천했다. 이들은 2006년까지 활동하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냈다.연금위원회는 상황 분석에만 1년을 쏟아부었다. 인구통계, 기대수명, 출산율 변화뿐만 아니라 연금 수급액에 대한 예측, 사적 연금의 제공 비용 등을 분석한 자료가 500페이지에 달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노동조합, 고용주, 고령자 단체, 정당 등 사회 구성원들과 논의에 돌입했다. 사회적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런던, 에든버러, 벨파스트, 맨체스터 등 4개 지역에서 250명씩 총 1000명의 시민과 공청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터너 위원장은 “과거 영국 산업연맹 수장으로 있었을 때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연금위원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당시 정부가 다양한 배경과 성향의 인사를 임명한 이유”라고 회상했다. 4년여에 걸쳐 완성된 영국 연금위원회의 개혁안은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다. 2007년 영국 정부는 공적연금의 수급연령을 높이고 기초연금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닌 평균 임금소득 증가율에 연동하기로 했다. 국가퇴직연금신탁(NEST) 자동가입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 개정도 2008년 이뤄졌다. 2012년부터 NEST를 통해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도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로 공적 협의를 이어간 덕분에 영국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 연금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영국은 지금까지도 공적연금 수급 연령이 적정한지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이어 가고 있다.터너 위원장은 “최근 들어서는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 대립적인 정치와 단기적인 사고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연금개혁과 같은 사회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대가로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지분 50%를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거절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이 제안이 미국의 이익만 반영하고 있다며 자신이 협상에 참여한 장관들에게 “서명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신속한 ‘종전 협상’을 강조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의 입장만 중시한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희토류와 미국의 안보 보장을 교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NBC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50%를 보장받으면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이 광물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안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존재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고 FT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의 군사 지원 대가로 희토류를 요구했으며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은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직 고위 관리 역시 미국의 이번 제안을 두고 “식민지 협정”이라고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희토류 채굴이 이뤄진 후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 뉴욕 법원이 관할할 것이라는 점에도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FT에 “이것이 트럼프의 협상 방식”이라며 “힘들다”고 토로했다.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인자인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또한 우크라이나에 빠른 종전을 압박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마을에 새로운 보안관(트럼프)이 나타났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뜻을 따르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15일 이 회의에서 키스 켈로그 백악관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종전 협상에 유럽 주요국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켈로그 특사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유럽 주요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역시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군을 창설할 때가 왔다”며 유럽 주요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15일 AFP통신은 향후 며칠 안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3자 회동’이 열린다고 보도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불참한다고 전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참석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한편 친(親)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자동으로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섀힌 민주당 상원의원은 한국 비무장지대(DMZ)처럼 우크라이나에도 다국적군을 배치하자고 제안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