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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잘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대해) 더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미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회담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이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회담에서 대러 제재 완화를 비롯한 향후 ‘경제 협력’ 방안까지 논의했다.이에 따라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앞두고 미국의 대(對)러 정책이 ‘제재’에서 ‘협력’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와 관계 회복에 합의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엔 정권 교체 필요성까지 내비쳤다. 향후 진행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는 배제하고 러시아와 긴밀히 소통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바이든 ‘대러 접근’ 뒤집어”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저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는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포악한 야만적인 행동을 멈추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회견을 마치고 나가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달 말 안에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마도”라고 답해 미-러 정상회담이 이달 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미-러가 단순한 종전 협상을 넘어 관계 회복 및 경제 협력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러 회담을 마친 뒤 “양측이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며 지정학적, 경제적 측면에서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다룰 고위급 협의체 구성과 더불어 양국 대사의 신속한 임명, 외교 공관 운영 정상화 등에도 합의했다.이에 대해 NYT는 “러시아를 처벌하려는 서방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우회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러 접근 방식을 뒤집으려는 의도를 나타냈다”고 진단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양한 대러 경제 제재를 추진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무기 지원을 지속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고 협력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 CNN은 “푸틴의 엄청난 승리”라고 평가했다.일각에선 미국의 이 같은 정책 전환이 중-러 협력을 느슨하게 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간 경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해 중국을 더욱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젤렌스키 지지율 4%밖에 안 돼”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의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사실상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선거를 치른 지 오래됐다. 우크라이나에는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방치한 지도부가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눴다. 이어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의 지지율은 4%밖에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대립도 불거지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경제 제재 완화 및 해제 등 러시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강력한 카드를 내주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밝혀 미국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실제로 EU는 루비오 장관의 대러 제재 완화 발언에도 19일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1차 알루미늄과 기존의 러시아산 석유 수출 제한을 우회하는 유조선(그림자 함대)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과 러시아가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첫 고위급 협상에 나섰다. 양측은 이견이 커 구체적인 종전 방식과 정상회담 일정 등은 합의하지 못했지만, 협상은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다만 전쟁 당사자이며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토가 유린당한 우크라이나는 사면초가 상태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협상을 시작했고, 러시아는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돌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우크라이나의 절박한 상황을 희토류 등 희귀 자원의 확보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미국의 경제적 압박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우크라, ‘러 군사위협’과 ‘美 경제압박’ 사이에 텔레그래프가 17일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기금’ 협정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항만, 인프라, 석유·가스 등 국가 자원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협정 초안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자원 채굴을 통해 번 돈의 50%를 갖는 것을 요구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줄곧 우크라이나를 지원했으니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며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요구한 것이다. 2023년 세계은행 기준 우크라이나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1788억 달러(약 260조 원)의 약 2.8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우크라이나 경제를 영구적으로 지배하길 원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반대, 점령한 영토에 대한 반환 불가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사항들을 종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회담을 전후로 무인기(드론) 공격도 주고받았다.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17일 밤 최소 176대의 공격 드론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드론이 18일 남부 크로포트킨스카야 등의 원유 수송 시설을 공격했다고 맞섰다.● 젤렌스키 “우크라, ‘아프간 2.0’ 될 것”우크라이나는 전쟁 당사자인 자신들을 협상에서 배제시키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독일 공영 ARD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같은 서방의 안전 보장 없이 러시아와 휴전하면 “우크라이나는 ‘아프가니스탄 2.0’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21년 8월 미군 철수 뒤 총체적 혼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처럼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협상에서 배제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미국은 종전 협상이 러시아만 참여하는 협상으로 흐르진 않을 것이란 점도 밝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분쟁을 끝내기 위한 해결책에 동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종전안은 우크라이나, 유럽, 러시아가 모두 수용 가능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BBC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18일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할 수 있다”라면서도 “젤렌스키의 합법성이 의심받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합의를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5년 임기가 만료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치르지 않아 정당한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알코올 도수가 더 낮은 소주도 있나요?”“막걸리는 더 발효하지 않고 마실 수 있나요?”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주류 박람회 ‘와인 파리·빈엑스포(Wine Paris & Vinexpo Paris) 2025’. 전시장의 대형 강당에서 한국 술에 대한 질문이 터져 나왔다. 이 자리는 박람회에서 처음 마련된 ‘한국 전통주 마스터클래스’. 참가자 약 50명은 소주, 약주, 막걸리 등을 직접 시음하며 한국 전통주 제조사 대표들의 설명을 진지하게 들었다. 직원들이 다양한 한국 술을 잔에 따르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향을 맡았고, 조심스럽게 술을 들이켰다.》마스터클래스에 참석한 프랑스인 리우 씨는 “프랑스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한국 전통주는 알코올 도수가 세게 느껴져 익숙하지가 않지만 막걸리는 부드러워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이날 시음 평가의 맛 부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많이 받은 술은 막걸리였다. 향 부분에선 약주가, 식감은 막걸리와 소주가 동시에 최고 등급을 많이 받았다. 희망 가격 조사에선 약주에 40유로(약 6만 원)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사람이 응답자 22명 중 절반 이상인 14명에 이르렀다. ● 유럽에서 ‘K술’ 양조장도 생겨 10∼12일 열린 와인 파리·빈엑스포는 독일 프로바인(Pro Wein), 이탈리아 비니탈리(Vinitaly)와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3대 주류 박람회로 꼽힌다. 올해엔 55개국에서 주류 업체, 바이어 등 약 4만5000명이 참석했다. 와인 종주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간판 주류 박람회에서 올해 처음으로 한국 전통주 홍보관이 생겨 눈길을 끌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국내 전통주 제조사들이 한국 전통주의 유럽 수출 확대를 위해 유럽 주류 박람회에 도전장을 던진 것. 한국 전통주 마스터클래스와 별도로 상시 설치된 홍보관에선 프랑스의 에이스푸드, 술주컴퍼니, 독일의 소주할레, 네덜란드의 더술트레이드 등 유럽의 한국 주류 수입업체 4곳이 다양한 한국 술을 소개했다. 프랑스 내추럴 와인처럼 산뜻한 느낌을 주는 청주, 한국적인 오미자가 들어간 스파클링 와인, 장거리 운송에도 품질을 유지하는 탁주, 유기농 통밀로 빚은 소주 등이 진열됐다. 호주 출신으로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활동하다가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더술트레이드를 설립한 줄리아 멜로 대표는 한국 술에 관심을 보이는 바이어와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자세히 털어놓았다. 전국 곳곳의 양조장을 견학하며 전통주를 널리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술을 알리는 양조장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유럽에선 한국 술을 수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술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양조장까지 생겼다. 영국 런던의 ‘고미술 막걸리’는 최근 영국에 막걸리 양조장을 세워 직접 생산한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 “포도 소주, 위험한 맛” 와인의 자부심이 큰 유럽의 중심에서 한국 술이 홍보전에 나서자 현지 언론들도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2일 “와인파리에서 유럽 진출을 노리는 아시아 주류들이 놀라운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술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자세히 소개했다. 프랑스 소비자들은 한국 술 가운데서도 각종 과일 맛이 나는 소주에 주목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로제 와인을 떠올리게 하는 포도 소주는 알코올 맛이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취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평했다. 실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시장에서 한국 술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aT에 따르면 한국 술은 지난해 유럽 지역에 1224만 달러(약 177억 원)어치 수출됐다. 3년 전의 2.2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제 파리 대형마트 곳곳 주류 코너에서 한국 소주나 맥주를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유럽에서 한국 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식 열풍 때문이다. 최근 유럽인들도 한식을 많이 먹다 보니 한식과 잘 어울리는 한국 술도 더 찾게 된 것. 심지어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한식에 곁들이는 소주가 인기를 끈다. 전시장에서 만난 러시아인 주류 바이어 드미트리 메레즈코 씨는 “러시아에서 소주의 인기가 많아지기 시작해 러시아 주류 회사들도 소주 스타일의 주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한류가 인기를 끌며 한식 등 한국인의 생활 방식에 관심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주류 전문점에서도 한국 술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람권이라 술을 덜 즐기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에서 온 바이어도 한국 술에 관심을 보였다.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주류를 수입하는 베누아 루아지에 씨는 “모로코에선 아직 한국 술을 보지 못했지만 한때 드물었던 프랑스 술 ‘시드르’(사과 발효주)가 큰 인기를 끌었다”며 “한국 술도 판매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한국 술이 낯선 만큼 한국 술이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리는지를 궁금해했다.● 日사케식 마케팅 시급 한국 술이 상당한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유럽 주류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전반적으로 술 소비가 줄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4년 알코올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6년 10.2L에서 2018년 9.5L, 2019년 9.2L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젊은층이 기성세대에 비해 술을 덜 즐기기 때문이다. 유럽 곳곳에선 오히려 무알코올 음료 소비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유럽 시장에서 한국 술이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한국 술에 대한 브랜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사케’, 러시아의 ‘보드카’, 멕시코의 ‘테킬라’처럼 한국의 ‘술’도 개념을 정립하고 세계 시장에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 프랑스의 내추럴 와인을 수출하다가 역으로 한국의 전통주를 프랑스에서 수입하기 시작한 최영선 술주컴퍼니 대표는 “프랑스인들은 거의 대부분 일본의 사케를 알고 있지만 한국의 술은 잘 모른다”며 “한국 술은 종류가 많고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 단일한 용어로 쓰이는 사케처럼 개념을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마케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사케는 유럽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서 현지화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어 한국 술에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유팩 같은 사각 종이팩에 든 사케 ‘간바레 오또상’은 일본에서보다 한국 시장에서 더 인기가 높다. ‘힘내세요 아빠’란 이름의 뜻을 살려 ‘아빠를 응원하는 술’의 이미지를 드러낸 덕분이다. 품질을 개선하는 노력은 기본이다. 멜로 대표는 “한국 술은 유럽으로 수입될 때 세금이 붙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높은 가격에 맞게 품질과 가치를 높여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을 논의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곧 만나겠다고 16일 밝혔다. 또 미국과 러시아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논의하는 장관급 회담을 열기로 했다. 미국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가, 러시아 측에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보좌관 등이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종전 협상 골든위크’가 시작되는 셈이다. 하지만 종전 협상이 미국과 러시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초기 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된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 사우디의 이웃이며 우방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 도착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도 바빠졌다. 이 나라 정상들은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협상에서 유럽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트럼프 “푸틴, 곧 만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푸틴 대통령을 언제쯤 만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매우 곧 이뤄질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달에 만나냐’는 질문에 “곧 이뤄질 것이다.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을 위한 대화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관여하냐는 질문에 “그도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언제 어떻게 협상에 참여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윗코프 특사는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과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밤 사우디로 떠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이던 루비오 국무장관 또한 17일 사우디로 출발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우샤코프 대통령 보좌관과 함께 18일 미국 대표단과 회담하기 위해 리야드로 떠났다고 17일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회복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18일 회담이 일정 부분 성과를 도출하면 이르면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러시아의 입장만 중시하고 있다는 불만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진행될 협상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가 더 중요해지길 바란다”며 자국을 협상에 포함하지 않은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협정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UAE를 시작으로 사우디, 튀르키예 등 중동 주요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중동 각국의 지지를 당부하고 종전 후 재건 사업 참여 등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스타머 “英, 우크라 파병 가능” 유럽 주요국들은 미국이 유럽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러시아와의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에서 영국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등 주요국 정상을 비롯해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과 긴급 회의를 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이 성사되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위해 자국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가 영국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시사한 건 처음이다. 스타머 총리는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고에서도 푸틴 정권이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군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늘 인생의 ‘비 오는 날’을 대비해야 합니다. 항상 경차, 중고차를 탔지만 종신보험은 40년 넘게 유지했습니다.”(미국 뉴욕 거주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초고령사회 진입에 발맞춰 본보는 호주,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등 글로벌 7개국의 48명의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와 정부, 연금기관 담당자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젊은 시절 꼬박꼬박 연금을 부으면 은퇴 이후 일정 수준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탄탄한 다층 연금 제도, 풍부한 노하우를 가졌다면 얼마든지 현역으로 시장을 누빌 수 있는 노동 시장 등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다양한 시스템을 엿본 동시에 영올드들의 진심 어린 조언도 들었다.선진국의 영올드들은 한국 은퇴자를 향해 자녀도 중요하지만 노후에도 미리미리 투자할 것을, 부동산에 묶이지 말고 자산 리모델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팁’을 전했다. 심리적으로 움츠러들지 말고 일자리든, 새로운 취미생활이든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선진국 영올드 “부동산 규모 줄이면 여유 생겨”젊을 때부터 허용되는 최대한의 금액을 연금에 납입했다는 키예단 씨는 한국의 은퇴자들이 자녀에 대한 투자에 치중하다가 여유 없는 노년을 맞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미국의 한국인 이민 가정들도 자녀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극도로 헌신하는 편”이라며 “그만큼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내지만 조금 더 자녀와 내 노후에 대한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요한 프라이스 씨(70)도 “현역 때 연금을 많이 부어놔서, 아내가 아픈데도 생활에 문제가 없다”며 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한국 은퇴자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점도 꼬집었다. 간호사로 일하다가 은퇴 후 호주의 시니어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린 씨(78)는 “(호주에서는) 오히려 은퇴 후 전반적으로 재정 상황이 나아진다. 대부분이 은퇴자 마을에서 살기 위해 기존 부동산의 규모를 줄이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은퇴 이후에 지출을 줄이지 않았고 여행을 다니면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미국 뉴욕 맨해튼의 직장인 김모 씨는 “미국에서는 3:3:3:1 법칙이 있는데 부동산, 주식, 채권, 현금의 비중이 저 정도로 유지되는 게 이상적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전 재산이 부동산에 ‘몰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건강만 허락하면 계속 일하고파”은퇴자의 적극적인 자세 또한 중요하다고 선진국의 영올드들은 입을 모았다. 호주 이민자인 장모 씨(64)는 “메모리얼 파크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며 연봉은 10만 달러(약 9200만 원)를 받는다. 70세 넘어서까지 일하려고 한다”며 “일자리가 없는 허전한 존재가 되는 것보다는 신체 능력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취미 등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55세 이상을 위한 주택단지인 영국 헨리온템스 ‘로리엣 가든스(Laureate Gardens)’에 거주하는 캐런 그리브 씨(70)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시간을 죽이지는 않는다”며 “우리 지역 노인들은 운동이나 취미,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구마이 아쓰코(熊井敦子·60) 씨는 “드라마, 케이팝 콘서트를 한국어로 직접 듣고 싶은 마음에, 또 치매 예방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삶의 큰 부분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한국 정부를 향한 당부도 적지 않았다. 메리 들라헌티 호주 연금기금협회 최고경영자(CEO)는 효율적인 퇴직연금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호주의 퇴직연금 ‘슈퍼(슈퍼애뉴에이션)’ 가입자는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경쟁 구조를 통해) 특정 펀드가 성과를 부풀리거나 장기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 개선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퇴출된다”고 말했다.한국도 고령층이 눈여겨볼 만한 세제 혜택 상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관련 일본 금융청 관계자는 “신NISA 계좌로 인해 시니어 세대의 자산 증식과 일본 기업 주가 상승 등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과감한 세제 혜택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신NISA는 평생 비과세 투자 계좌로 ‘국민 노후자산을 두 배로 불리자’는 일본 정부의 목표 아래 지난해 도입됐다.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2030세대도 연금에서 주식 비율을 높이는 등 도전적인 투자를 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노동 기간이 짧은데, 50대 이상의 경우 적극적인 자세로 노동 시장에 오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인구가 고령화되면 근로 연령대의 기여금,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연금 수령액이라는 ‘연금개혁의 삼각형’ 중 하나를 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급 개시 연령을 반드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어데어 터너 에너지전환위원회(ETC) 위원장이자 전 영국 연금위원장(사진)은 지난달 24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영국의 연금개혁 과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터너 위원장은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퇴직자의 비율이 노동자보다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어떤 식으로든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영국 정부는 2002년 12월 연금위원회를 설치했다. 총리실의 추천으로 당시 메릴린치 부회장이었던 터너 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재무부와 노동연금부가 각각 지니 드레이크 영국 노동조합회의 의장, 존 힐스 런던 정경대 교수를 추천했다. 이들은 2006년까지 활동하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냈다.연금위원회는 상황 분석에만 1년을 쏟아부었다. 인구통계, 기대수명, 출산율 변화뿐만 아니라 연금 수급액에 대한 예측, 사적 연금의 제공 비용 등을 분석한 자료가 500페이지에 달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노동조합, 고용주, 고령자 단체, 정당 등 사회 구성원들과 논의에 돌입했다. 사회적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런던, 에든버러, 벨파스트, 맨체스터 등 4개 지역에서 250명씩 총 1000명의 시민과 공청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터너 위원장은 “과거 영국 산업연맹 수장으로 있었을 때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연금위원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당시 정부가 다양한 배경과 성향의 인사를 임명한 이유”라고 회상했다. 4년여에 걸쳐 완성된 영국 연금위원회의 개혁안은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다. 2007년 영국 정부는 공적연금의 수급연령을 높이고 기초연금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닌 평균 임금소득 증가율에 연동하기로 했다. 국가퇴직연금신탁(NEST) 자동가입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 개정도 2008년 이뤄졌다. 2012년부터 NEST를 통해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도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로 공적 협의를 이어간 덕분에 영국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 연금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영국은 지금까지도 공적연금 수급 연령이 적정한지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이어 가고 있다.터너 위원장은 “최근 들어서는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 대립적인 정치와 단기적인 사고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연금개혁과 같은 사회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대가로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지분 50%를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거절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이 제안이 미국의 이익만 반영하고 있다며 자신이 협상에 참여한 장관들에게 “서명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신속한 ‘종전 협상’을 강조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의 입장만 중시한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희토류와 미국의 안보 보장을 교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NBC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50%를 보장받으면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이 광물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안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존재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고 FT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의 군사 지원 대가로 희토류를 요구했으며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은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직 고위 관리 역시 미국의 이번 제안을 두고 “식민지 협정”이라고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희토류 채굴이 이뤄진 후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 뉴욕 법원이 관할할 것이라는 점에도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FT에 “이것이 트럼프의 협상 방식”이라며 “힘들다”고 토로했다.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인자인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또한 우크라이나에 빠른 종전을 압박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마을에 새로운 보안관(트럼프)이 나타났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뜻을 따르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15일 이 회의에서 키스 켈로그 백악관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종전 협상에 유럽 주요국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켈로그 특사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유럽 주요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역시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군을 창설할 때가 왔다”며 유럽 주요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15일 AFP통신은 향후 며칠 안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3자 회동’이 열린다고 보도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불참한다고 전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참석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한편 친(親)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자동으로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섀힌 민주당 상원의원은 한국 비무장지대(DMZ)처럼 우크라이나에도 다국적군을 배치하자고 제안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대가로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지분 50%를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거절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이 제안이 미국의 이익만 반영하고 있다며 자신이 협상에 참여한 장관들에게 “서명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신속한 ‘종전 협상’을 강조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의 입장만 중시한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희토류와 미국의 안보 보장을 교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NBC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50%를 보장 받으면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그러나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이 광물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안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존재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고 FT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의 군사 지원 대가로 희토류를 요구했으며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은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직 고위 관리 역시 미국의 이번 제안을 두고 “식민지 협정”이라고 반발했다.우크라이나 측은 희토류 채굴이 이뤄진 후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 뉴욕 법원이 관할할 것이라는 점에도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FT에 “이것이 트럼프의 협상 방식”이라며 “힘들다”고 토로했다.프랑스24 등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인자인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또한 우크라이나에 빠른 종전을 압박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마을에 새로운 보안관(트럼프)이 나타났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뜻을 따르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15일 이 회의에서 키스 켈로그 백악관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종전 협상에 유럽 주요국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켈로그 특사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유럽 주요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역시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군을 창설할 때가 왔다”며 유럽 주요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15일 AFP통신은 향후 며칠 안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3자 회동’이 열린다고 보도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불참한다고 전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참석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한편 친(親)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자동으로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섀힌 민주당 상원의원은 한국 비무장지대(DMZ)처럼 우크라이나에도 다국적군을 배치하자고 제안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24일(현지 시간) 발발 3주년을 맞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전화 통화를 갖고 ‘종전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유럽 전역에서 군사 긴장을 고조시켰고, 북한군의 첫 해외 파병 등 국제 정세를 뒤흔들었던 이번 전쟁이 발발 3주년을 앞두고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과 상호 방문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양측(미국과 러시아) 협상팀이 (종전) 협상을 즉각 개시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통화했는데 그 역시 평화를 원한다”고 적었다. 현재 러시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아 당분간 종전 협상은 미국이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각각 협상한 뒤 양측을 중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즉각적인 종전’을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양측과 협상하는 만큼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조만간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취임 선서 행사에서 “아마도 (푸틴 대통령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는 미국, 러시아와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첫 회담 장소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왕세자(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사우디에서 1차 회담을 하고 2차 회담은 어찌 할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2차 회담 때 러시아, 우크라이나와의 3자 회담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14∼16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종전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회의에는 J 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미국 대표로 참석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엄청난 비용과 혼란뿐이다.” GM, 스텔란티스와 더불어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로 꼽히는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관세 무기화’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포드 본사와 주요 공장이 있는 미시간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 이날 유명 헤지펀드인 시타델의 켄 그리핀 CEO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겨냥해 “협상을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그런 식의 수사(修辭)를 동원하는 건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뉴욕 월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트럼프발(發) 통상 전쟁’이 확대되면서 미국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언론 등에서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등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결국 미국 산업계에도 부메랑처럼 돌아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美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팔리 CEO는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씩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오히려 미국 자동차 기업의 가격을 높여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멕시코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가동 중인 회사 중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GM(71만2000대)과 포드(35만8000대)였다. 팔리 CEO는 “이런 조치(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한국, 일본,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에 자유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GM, 포드에 비해 한국, 일본, 유럽 자동차 기업들의 멕시코 생산량이 적은 만큼,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그는 7일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선 도요타와 현대자동차를 언급하며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관세 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리핀 CEO는 11일 미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외국 기업 CEO나 정책 입안자들에게 “미국이 신뢰할 만한 무역 파트너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수사로 인한 피해가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단기적으로는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장기적 자본 투자를 어렵게 만들어 미국에 손실을 줄 수 있다는 것.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산업계와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낸 박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홍보전’에 나섰다. 필립 벨 미 철강제조업협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우리 일자리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물리쳤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보도 참고자료(fact sheet)를 통해 트럼프 1기 때 부과한 관세 정책 덕에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며 “현대제철이 미국 내 철강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EU·日, 美 정부와 ‘관세 면제’ 협상 한편 주요국들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반발하면서도 면제 조치를 받기 위해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결정에 대해 성명을 내고 “심히 유감이다. EU에 대한 부당한 관세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J D 밴스 미 부통령과 회동 뒤 X에 “트럼프 대통령과 당신(밴스 부통령)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또 만나자”고 썼다. 영국 총리실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일본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미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일본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며 “관세 조치의 내용과 영향을 충분히 조사하고 필요한 대응을 확실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11일 러시아가 3년 넘게 억류했던 미국인을 석방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는 관계의 시작이길 바란다”며 대(對)러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영토 맞교환’을 제안하며 종전 논의에 의지를 드러냈다.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러시아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마크 포겔과 함께 러시아 영공을 벗어나고 있다고 발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위트코프 특사, 그리고 대통령의 고문들은 러시아의 선의의 표시이자,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하고 끔찍한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가 될 (억류자) 교환을 협상했다”며 석방에 의미를 부여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이날 포겔과 함께 러시아를 떠나 미국 백악관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포겔은 트럼프 대통령 옆에 서서 어깨에 미국 국기를 두른 채 “세상에서 가장 행운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러시아 미국대사관 직원으로 모스크바 미국 학교 교사였던 포겔은 2021년 8월 미국에서 러시아로 들어오던 중 짐에서 마약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 포겔은 마약이 의학적으로 처방된 마리화나라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결국 14년 형을 받고 러시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이번 석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지 않게 하는 관계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를 매우 친절하게 대했다”며 화해 분위기를 강조했다. 또 12일 추가 석방이 있을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한편, 러시아와 전쟁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한다면 “우리는 한 영토를 다른 영토와 바꿀 것”이라며 영토 맞교환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러시아와 물밑에서 종전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해 점령한 땅을 돌려주는 대가로 러시아 점령지 중 어떤 지역을 받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영토가 중요해 우선순위는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스푸트니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는 정통성이 없어 (그의 영토 교환에 대한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편집증적 망상”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을 만나 “주변국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그동안 트럼프의 가자지구 구상에 반발하던 요르단은 팔레스타인 어린이 2000명을 수용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압둘라 2세 국왕은 트럼프의 압박에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으며 “이집트의 계획을 먼저 지켜보겠다”면서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집트는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또 요르단처럼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들의 수용 압박을 받아 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리거나 매우 아픈 가자지구의 아이 2000명을 요르단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집트와 아랍 국가들이 계획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이집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어떤 계획을 내놓고 협력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르단의 팔레스타인 어린이 일부 수용 방침에 대해 “매우 아름다운 제스처”라고 화답했다. 이어 “나머지는 이집트와 함께 협력할 예정이고 여러분들은 위대한 진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겠다”고 밝히자 요르단은 이에 반발했다. 자국민 중 이미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계 주민을 추가로 받아들이면 정치적 혼란이 커지고, 치안도 불안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요르단은 인구 1100만 명 중 최대 절반가량이 팔레스타인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경제 사정이 어려워 추가적인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은 심각한 내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날 요르단 국왕이 유화적 태도를 보인 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외면하면 미국의 원조가 끊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요르단은 2022년 10월∼2023년 9월 미국으로부터 17억 달러(약 2조5000억 원)를 지원받았다. 다만, 압둘라 2세 국왕은 전면적인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회담 후 자신의 X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이것이 아랍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썼다. 한편 가자지구엔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총리실 영상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토요일(15일) 정오까지 인질을 석방하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패배할 때까지 전투를 재개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전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15일 15개월에 걸친 가자전쟁을 멈추고, 양측 인질 석방 등을 조건으로 ‘6주간 휴전’(지난달 19일 발효)에 합의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10일 이스라엘이 일부 구호품 전달을 차단하고, 가자 주민 귀환을 막는 등 합의를 깼다는 이유로 인질 석방을 보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 및 개발과 주민 영구 이전 발언도 하마스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엄청난 비용과 혼란뿐이다.”GM, 스텔란티스와 더불어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로 꼽히는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관세 무기화’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포드 본사와 주요 공장이 있는 미시간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이날 유명 헤지펀드인 시타델의 켄 그리핀 CEO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겨냥해 “협상을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그런 식의 수사(修辭)를 동원하는 건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뉴욕 월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트럼프발(發) 통상 전쟁’이 확대되면서 미국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언론 등에서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등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결국 미국 산업계에도 부메랑처럼 돌아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美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팔리 CEO는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씩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오히려 미국 자동차 기업의 가격을 높여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멕시코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가동 중인 회사 중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GM(71만2000대)과 포드(35만8000대)였다.필리 CEO는 “이런 조치(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한국, 일본,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에 자유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GM, 포드에 비해 한국, 일본, 유럽 자동차 기업들의 멕시코 생산량이 적은 만큼,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그는 7일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선 도요타와 현대자동차를 언급하며 “수백만대의 자동차가 관세 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리핀 CEO는 11일 미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외국 기업 CEO나 정책 입안자들에게 “미국이 신뢰할 만한 무역 파트너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수사로 인한 피해가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단기적으로는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장기적 자본 투자를 어렵게 만들어 미국에 손실을 줄 수 있다는 것.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산업계와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낸 박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홍보전’에 나섰다. 필립 벨 미 철강제조업협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우리 일자리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물리쳤다”고 주장했다.백악관은 보도 참고자료(fact sheet)를 통해 트럼프 1기 때 부과한 관세 정책 덕에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며 “현대제철이 미국 내 철강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EU·日, 美 정부와 ‘관세 면제’ 협상한편 주요국들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반발하면서도 면제 조치를 받기 위해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고 있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결정에 대해 성명을 내고 “심히 유감이다. EU에 대한 부당한 관세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J D 밴스 미 부통령과 회동 뒤 X에 “트럼프 대통령과 당신(밴스 부통령)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또 만나자”고 썼다. 영국 총리실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최근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일본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미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일본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며 “관세 조치의 내용과 영향을 충분히 조사하고 필요한 대응을 확실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인질 석방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될 것이다.”(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토요일(15일) 정오까지 모든 인질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지옥이 열릴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해 지난달 19일부터 발효 중인 ‘6주간의 가자전쟁 휴전’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마스가 15일 예정됐던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10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이스라엘은 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하는 등 군사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미준수를 석방 연기 이유로 꼽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소유 및 주민 이주 계획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지구로 돌아갈 권리가 없다”고 말해 다시 한번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을 자극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도 “하마스가 인질 일부가 아닌 전부를 석방하지 않으면 휴전 협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가자전쟁 종식을 위한 휴전 협정이 결렬되고, 다시 한번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마스 “이, 휴전 위반” vs 이 “최고 경계 태세 지시”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인질 석방을 연기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에서 “지난 3주 동안 적(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위반 사항을 면밀히 살펴봤다”며 “(이스라엘은) 난민들의 가자지구 북부 귀환을 지연시키고, 가자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포격과 총격으로 난민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합의된 대로 모든 형태의 인도적 지원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질 석방 5일 전에 이 같은 성명을 낸 이유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의무를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시간”이라며 이스라엘이 휴전 협정을 이행할 경우 인질 석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하마스의 발표에 대해 “휴전 협정을 완전히 위반한 것”이라며 “가자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이스라엘 남부 지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하마스의 인질 석방 연기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가자지구 소유와 개발, 주민 이주 계획을 밝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인질 석방 연기 이유는 이스라엘보다 트럼프 대통령이란 평가도 있다. 실제로 하젬 까셈 하마스 대변인은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방송 알하다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팔레스타인 정부와 가자지구 행정에 대한 논의에는 열려 있지만 추방에는 열려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하마스는 8일 진행된 인질 석방을 앞두고도 “가자지구를 소유하려는 트럼프의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휴전 취소 압박에 제2의 ‘나크바’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아랍권의 우려와 반발도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주가 본격화될 경우 이들을 수용해야 할 나라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집트는 바드르 압델라티 외교장관을 미국에 급파하며 외교전에 나섰다. 압델라티 장관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한 뒤 “아랍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이집트 관계자들은 10일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으로 인해 미국이 휴전을 보장하지 못하게 됐고, 협상도 연기한다”고 말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도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11일 정상회담을 가지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아랍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와 주민 이주가 실제 추진될 경우 이스라엘 건국이 선포된 다음 날인 1948년 5월 15일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쫓겨난 사건을 뜻하는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가 또 한번 초래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도 나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시니어를 위한 금융교육은 물론이고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또한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 일본처럼 고령자의 금융 피해를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일찌감치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2018년 ‘경제 성장, 규제 완화 및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며 제303조에 고령자 대상 금융착취가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 직원이 관계 당국에 적극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정보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민사상·행정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2013년 일본증권업협회(JSDA)에서 “금융회사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에 대해 투자 권유를 할 때 보다 신중한 대응을 통해 적절한 투자 권유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고령소비자 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80세 이상 초고령자의 경우 투자 권유를 한 다음 날 거래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와 판매가 보다 더 신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고령자의 금융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고령층의 금융피해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에 초점을 둔 개정안들도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금융소비자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금융소비자법과 노인복지법은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은 고령 금융소비자와 금융피해의 정의를 명시하고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피해 의심 사안을 법 집행기관, 금융감독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노인학대 관련 범죄에 사기·횡령·배임 등을 추가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제적 착취 등 노인학대 의심사례 발견, 피해 노인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이 협력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금융에 눈을 뜨며 삶이 변화했다.” 영국의 금융교육 및 자문 단체 ‘머니 A+E’의 프레데릭 림바야 금융교육 책임자 겸 비상임 이사는 10여 년 전 우연히 머니 A+E의 금융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예 이곳을 일터로 삼게 됐다. 그는 금융교육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예산을 세우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빚이 줄고 저축이 늘었다. 또 재정이 안정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었고, 자연스레 투자를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지난해 만난 림바야 이사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한 사람의 웰빙(well-being)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英-日 “금융교육이 국가 경제 살린다” 주요 선진국은 개인의 재정 안정이 더 나아가 경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금융 웰빙’을 위한 교육에 한창이다. 영국의 경우 아예 노동연금부(DWP) 산하 공공기관 자금연금청(MaPS·Money and Pensions Service)에서 2020년 금융교육 장기 로드맵 성격의 ‘금융 웰빙을 위한 영국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금융교육 제공 △부채 문제 상담자 200만 명 증가 △노후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 500만 명 증가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금융교육이나 상담만으로 재정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런던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캐시(가명·54) 씨는 건강 문제로 대학을 그만둔 딸과 함께 사는 데다 보조금 성격의 개인자립수당(PIP)을 신청했다가 거부돼 재정적, 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머니 A+E는 상담을 통해 그에게 통신비를 줄이고 지방세(council tax)를 10개월에서 12개월로 분할 납부할 것을 제안했다. 캐시 씨는 “통신 요금제 변경과 지방세 납부 기간 조정으로 각각 월 15파운드(약 2만7000원), 20파운드(약 3만6000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예산을 영양제와 치료 비용에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을 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정부와 일본은행, 은행협회, 증권업협회 등 민관이 함께 출자해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금융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발적인 운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통합 추진체를 갖춘 것이다. J-FLEC는 연 1만 회 강사 파견으로 75만 명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령별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까지 200회의 고령자 대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러한 금융교육이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것이 J-FLEC의 설명이다. 이와부치 히토시 J-FLEC 경영전략부 경영기획과장은 “예금, 저축에 쏠려 있는 자금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연금 강국’ 호주도 가입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대부분의 연금 펀드에서 교육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웹사이트 ‘머니스마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금융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인단체연방협의체(BAGSO)를 중심으로 노인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활발한 금융교육 등의 성과로 선진국 영올드는 금융에 밝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는 지금도 투자 자산의 일부는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는 “10%는 예금 형태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주식시장, 뮤추얼 펀드, 채권 등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상 완충장치를 설정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금융교육, 고령층 금융범죄로 이어져 반면 한국의 고령층은 낮은 금융이해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60대와 7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각각 64.4점, 61.1점으로, 성인 전체 금융이해력(66.5점)을 밑돌았다. 금융범죄에도 노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36.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손실에도 취약하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에도 60대 이상이 개인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개인투자자 5명 중 1명 역시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였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금융교육은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 등에 거주하는 18∼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 내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는 16.2%에 불과했다. ‘향후 금융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자는 86.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직장인 시기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애주기별 의사결정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설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직장인 대상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금융교육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손주뻘 되는 대학생들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짝꿍’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주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심리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못토 메이트’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좋은 파트너’라는 의미의 해당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의 웰빙을 실현하는 손주 세대 짝꿍’이라는 콘셉트로 2020년부터 일본에서 운영돼왔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지웰저팬’은 “금전적인 여유와는 별개로 외로워하는 고령자들이 많다”며 “시니어 세대의 고독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자립심과 존엄심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서비스의 회원이 되면 짝꿍이 된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찾아와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용법 등을 가르쳐준다. 고령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외출 시 동반하기도 한다. ‘대학생 짝꿍’은 고령자를 방문할 때마다 고객 진료기록 카드를 휴대해 약 150개의 질문지 중 3, 4개 문항씩 답변을 함께 채워 나간다. 예컨대 고령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묻고 그 학교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 유튜브로 교가를 찾아 보는 등 친숙한 것들로부터 디지털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정기적인 대화, 서로의 개별적 고민을 들어주면서 기존의 가사 대행이나 간병 서비스 사이의 공백지대를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비슷한 세대보단 차라리 한 세대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서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한다.‘대학생 짝꿍’은 엄격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면접에서는 ‘누구를, 왜 존경하고 있는가’ 등 심층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와 소통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다. 합격 후엔 고령자와의 밀착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도록 교육받는다. 특히 행동지침에 대한 연수, 상대방의 요구를 어떻게 발굴해 어떻게 요구에 응할 것인가에 대한 호스피탤리티 연수 등을 거치며 수준에 따라 시급도 달라진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6일 오후 찾은 부산 남구 동명대 정문 앞. 대학가답게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비롯해 각종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했다. 차량으로 5분만 이동하면 부산 최대 상권 중 하나인 경성대, 부경대 번화가에 닿을 수 있는 이곳에 이제 3년여 뒤면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이 청년과 호흡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가 조성된다. 동명대에서 만난 강승한 캠퍼스혁신팀장은 “이 일대에 2027년까지 1000여 명이 거주하는 기숙사가 건립되고, 바로 옆에 UBRC가 조성될 것”이라며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은퇴자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했다.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면서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도 UBRC의 도입이 본격화됐다. 노년기를 제2의 자아실현 기회로 여기는 영올드들로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평생 교육 기회도 누릴 수 있는 UBRC가 매력적인 주거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도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 동명대, 국내 첫 UBRC 조성 채비 10일 동명대에 따르면 대학은 현재 UBRC의 건축, 운영을 위한 기초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전호환 총장은 “공사가 끝나고 거주 시설이 완공되면 UBRC의 운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UBRC란 대학 캠퍼스 안에 지어지는 은퇴자 주거 단지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에 생긴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가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UBRC의 인기는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거주자는 강의실, 피트니스센터 등 대학 시설을 이용하는 동시에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고, 대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동명대는 국내에서 UBRC에 도전하는 첫 대학이다. 반려동물학과, 언어청각재활학과, 간호학과 등 은퇴자의 관심도가 높은 전공을 운영 중인 만큼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사업자에 주거단지를 빌려 주는 방식으로 연간 200억 원 정도의 임대료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UBRC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팀장은 “(UBRC가 구축되면) 자연스레 시니어 맞춤형 미용 및 건강 관리를 위한 회사들이 생겨나 이 일대가 부산의 ‘노인 복지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美, 2032년까지 UBRC 400개로 증가” 은퇴자 주거 단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미국에는 현재 이미 100개 이상의 UBRC가 조성돼 있다. 미국은퇴자협회는 영올드의 부상에 힘입어 2032년까지 UBRC가 400여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UBRC가 대학뿐 아니라 호기심 넘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영올드 은퇴자에게도 유익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의 시니어 타운과 달리 UBRC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거주자 교육, 입주민 간의 교감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며 “국내 지방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잉여 시설 문제가 큰데, UBRC를 활용해 이 같은 자원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UBRC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플로리다주립대의 ‘오크 해먹’과 스탠퍼드대의 ‘클래식 레지던스’가 꼽힌다. 지난해 100세를 맞이한 거주자 로니 톰프슨 씨는 3일 오크 해먹과의 인터뷰에서 “입주한 지 올해로 16년째가 됐으며 그동안 이곳에서 좋은 서비스와 인간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만 모여 있는 단지를 만들면 폐쇄적인 데다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속해서 학습할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는 점에서 UBRC는 유의미한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 대학-시니어 교류 활발 지난해 11월 본보가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의 강의실들은 흰머리이거나 머리숱이 적은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 곳의 강의실에서 문학, 인도 경제, 천문학 수업 등을 듣는 고령층 수강생만 100명에 육박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도 고령화에 발맞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길 희망하는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도서관을 개방하거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주요 대학 5곳이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운영 중이다. 스페인도 고령층의 평생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 협회’를 별도로 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만난 카롤리언 판 베르헌 HOVO 프로그램 디렉터는 “많은 고령자들이 3∼4일 정도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서 각자의 흥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찾아온다”며 “(고령자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UBRC란?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로,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또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평생 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중국이 미국의 10% 추가 보편 관세 부과에 맞서 10∼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10일 정식 발효했다.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 원유 농기계 대형자동차 등에 10%의 관세가 각각 추가로 부과된다. 양국이 관세 때리기를 주고받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1기에 이어 미중 간 2차 통상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정식 관세 부과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수차례 관세 부과 의지를 보인 유럽연합(EU)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대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적극 대응할 방침을 시사했다. 하지만 EU에 기반을 둔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검토하는 등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中, ‘맞불 보복 관세’와 美 기업 대상 반독점법 위반 조사 검토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4일 대미(對美) 보복 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시행 시기를 엿새 뒤인 10일로 정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가 곧 성사돼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까지 두 정상 간 통화는 없었고, 실무 협상에도 진전이 없어 중국의 보복 관세가 예정대로 시행됐다. 이에 대해 중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달리 ‘선(先) 관세, 후(後) 협상’의 트럼프식 압박 전략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쫓기듯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보다는 맞대응을 통해 시간을 벌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차단 외에 틱톡 지분을 미국 기업에 넘기는 방안 등 여러 요구를 쏟아내 미중 간 관세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양국 간 협상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대로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년째 경기 침체로 내수가 위축돼 수출로 버티고 있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웨카이증권은 미국의 대중 관세율이 10%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포인트 낮아지며, 관세율이 60%로 올라가면 GDP 증가율이 1.4%포인트 떨어질 거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중국산 수입품에 20%의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의 GDP 증가율이 0.7%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맞불 관세 외에 무역 보복의 도구로 이용할 만한 미국 기업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9일 나왔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이미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시작한 엔비디아와 구글 외에도 애플, 브로드컴, 시놉시스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기업들, 美 생산 확대 검토 숄츠 총리는 전날 총선 TV토론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EU 차원의 대책과 관련해 “우리는 1시간 안에 조치할 수 있다”며 강경한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 마크롱 대통령도 CNN 인터뷰에서 “EU는 우리 자신을 위해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FT는 유럽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독일 에너지 기업인 RWE의 마르쿠스 크레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관세 위협 탓에 미국 내 풍력 및 태양광 발전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발전 시설을 지을 때 배터리 등 중간재를 미국으로 수입해야 하는데 고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서다. 짐 로언 볼보 CEO는 “미국이 EU에 요구하는 관세율이 2.5∼10% 수준을 넘어서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명품업체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와 석유회사 셸 등도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이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천명한 데 이어 프랑스도 AI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중국의 딥시크가 저비용 고효율 AI ‘R1’ 공개 이후, AI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일 머니’ 등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려는 글로벌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스타게이트 대항마 띄운 佛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개최되는 ‘파리 AI 정상회의’를 앞두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I 분야에 총 1090억 유로(약 163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투자사인 브룩필드에서 200억 유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최대 500억 유로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투자금의 상당 부분은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사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AI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는 미국이 스타게이트를 발표한 것에 대한 프랑스의 대응”이라며 “유럽과 프랑스는 투자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오픈AI, 소프트뱅크그룹, 오라클 등의 기업들이 향후 4년간 데이터 센터 등 AI 인프라에 5000억 달러(약 725조 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프랑스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AI 투자 발표는 중국발 딥시크 쇼크로 인한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딥시크가 범용인공지능(AGI)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추론 기능’까지 구현해내며 미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AGI 개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AGI는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AI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다. 임화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지능연구단장은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AGI 개발에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대규모 자본 투입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기고를 통해 “AI 규제법 시행을 위해 노력하는 유럽 규제 당국은 남들이 전진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결정이 미래 기회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유럽의 지나친 규제 환경이 AI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도 20개가 넘는 EU의 주요 연구 기관, 회사가 모여 유럽의 자체 AI 모델 개발을 위한 ‘오픈유로LLM’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EU의 지원과 더불어 민간 투자를 통해 총 5200만 유로(약 77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中, 딥시크 AI 이동통신-자동차-로봇으로 확대 딥시크를 통해 가능성을 본 중국은 각 산업군에서 자국 AI 활용을 확대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이동통신사 및 중국 글로벌 IT 기업인 레노버 그룹이 딥시크의 AI 모델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레노버 그룹은 자체 개발한 ‘샤오티안 AI’ 어시스턴트에 딥시크 AI를 통합하고,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중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도 딥시크 도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 기술 수출 제한이 더 강화될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더 확대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보도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