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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비리를 신고하면 최고 1억 원을 드립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급식 비리 척결을 목표로 한 달 동안 ‘학교급식 집중 제보기간’(26일∼11월 25일)을 운영한다. 또 학교 조리종사원과 영양사들로부터 제보를 받은 뒤 불량급식 및 회계부정 가능성이 높은 초중고교를 가려 뽑아 특정감사에 나설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25일 이 같은 방침을 내놓고, 일선 초중고교에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으로 학교급식 조리 종사원과 영양사 협회 등에도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비리 제보자 신분과 신고 내용의 비밀을 보장할 뿐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른 신고포상금(최대 1억 원)도 지급한다. 전화(1588-0260), 시교육청 홈페이지(www.sen.go.kr)의 공익제보센터 등 기존 공익제보 창구를 활용하면 된다. 급식비리 집중신고를 실시하는 것과 관련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충암중고교가 수차례 재사용한 식용유로 튀김을 만들고, 급식비용을 횡령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급식비리가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초 시교육청은 내부적으로 충암고 급식비리 파문 이후 모든 사립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감사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감사 인력 확보가 어려워 무산됐다. 차선책으로 회계부정이 예상되는 사립학원을 특정감사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이 역시 해당 학교의 반발이 예상돼 제보를 통한 특정감사 쪽으로 방침을 선회했다. 한편 검찰은 23일 오후 급식 관련 예산 4억1000여만 원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된 충암중고교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급식 관련 자료, 업체와의 거래명세서 등을 확보해 충암중고교가 식자재를 빼돌렸는지, 돈을 횡령했는지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인문학 강좌나 행사를 지원하는 인문학 대중화 사업을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중 2012년부터 인문학 성과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인문도시’ 프로그램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2012년 2곳에서 시작한 인문도시 사업은 2013년 5곳으로, 지난해에는 17개로 늘었다. 올해는 25개 인문도시 지원사업을 펼치면서 지역의 인문자산을 활용한 강좌, 체험,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자연스럽게 인문학의 저변을 확대하면서 ‘인간과 그 삶의 가치’ 회복을 추구하는 인문공동체가 꾸려지는 과정이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일반 시민들에게 삶의 터전 속에서 문사철을 만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것. 인문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인문학의 효용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까지도 높아지는 성과를 얻었다. 한편으로는 일반 시민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지고, 학자의 영역으로만 보이던 인문학을 가깝게 느끼면서 학계와 일반 사회의 소통의 폭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문학의 사회적 효용과 역할이 커진 것이다. 인문도시 사업이 활발한 곳으로는 서울 종로구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2014년도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 사업에 성균관대와 종로구가 함께하는 ‘인문도시 종로, 600년의 전통에서 미래의 길을 찾다’ 프로젝트가 선정되면서, 인문도시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지역의 문화자산인 ‘궁(宮)’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종로구청, 종로도서관,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등에서 ‘궁’을 주제로 인문 강연과 인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참여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를 통해 종로구는 인문체험과 인문강연, 인문축제 등의 대규모 인문학 항연이 펼쳐지는 지역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얻게 됐다. 경북대 인문학술연구원이 주도하는 인문도시 사업도 주목받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대구 중구와 함께 지역 인문문화자산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경북대 인문학 연구자들의 우수한 성과들을 지역주민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많은 호응을 받았다. ‘영상으로 보는 달성토성’ ‘100년 이웃, 대구화교의 삶과 공간’ ‘대구근대골목투어’ ‘북성로시간여행’ 등 지역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강의들이 많았다. 인문학을 통해서 지역의 역사를 재발견하고 근대도시의 역사성까지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근대성과 인문정신을 시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면서 인문학과 시민들의 소통이 이뤄졌다는 호평을 받았다. 앞으로도 한국연구재단과 교육부는 인문학을 기반으로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구현한다는 인문학 본래의 가치에도 집중하는 한편 지역 및 국가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건전한 시민정신,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사회적으로 갈등을 부르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가 대입 수시전형 실기고사 및 면접에서 질문으로 등장했다. 18일 치러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수시 실기고사에서는 ‘한국사 교과서를 국가에서 한 권으로 지정하는 국정으로 하느냐, 다수의 검인정으로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중이다. 아래 예시문(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 소개)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1000자 이내로 쓰는 해당 문항은 예시문을 본 뒤 이를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사업과 연관시켜 자신의 견해를 보태는 문제였다.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개별면접에서도 이 문제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17일 국민대 국사학과 수시면접에서도 개별질문으로 “국정화에 대한 본인 의견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나온 것. 해당 면접을 치른 한 수험생은 “정부의 국정화 전환 발표 이후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생각을 정리하지 못해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대 국사학과 수시모집에서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한 수험생의 견해를 물은 한 교수는 “수험생의 사고력과 임기응변을 평가하려는 취지였다”며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경복대 수시 일부 학과에서도 한국사 국정화를 주제로 찬반 입장으로 나눠 토론 면접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수험생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학교나 면접 교수 성향에 따라 맞춤형 대답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에서, 국정화 찬성·반대에 대한 입장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다양하다. 한편 한국사 국정화 논란이 대입 문항으로서 적절한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 지역의 한 입학사정관은 “대입 면접에서는 수험생의 ‘정치적 견해’ ‘종교적 성향’을 묻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지금처럼 여야 정치권마저 갈려서 첨예하게 논쟁하는 사안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는 것은 수험생의 이념 성향을 물어보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지역의 또 다른 입학사정관은 “어떤 대답을 하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주장과 그 근거를 통해 논리적 사고력을 보는 것인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사회적 약자인 장애학생들을 위한 시설 건립이 주민들의 반대로 곳곳에서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동대문구 제기동 성일중학교 내 일부 공간에 발달장애학생들을 위한 직업능력개발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공사에 들어갔으나 지난달부터 잠정 중단 상태에 빠졌다. 이 시설을 혐오시설로 본 주민들이 “장애인은 우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고, 땅값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학교 앞에는 ‘발달장애인과 초등학생은 함께 어울릴 수 없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도 걸렸다. 관련 장애인들과 단체들은 21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면담을 갖고 “장애학생 직업교육체험장은 장애인이 사회에서 자립하는 데 필수적인 시설”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가 완강해 공사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지역의 경우 특수학교 설립은 13년 전인 2002년 세운 경운학교가 마지막이다. 이 때문에 장애학생이면서 특수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이 약 8500명에 이른다.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중에서 특수학교가 없는 곳이 8곳에 이른다. 최근 시교육청이 중랑구 신내동과 강서구 가양동에 특수학교를 신설할 계획을 세웠으나 이 역시 공사는 보류된 상황이다. 이곳 주민들은 설명회에서 “차라리 쓰레기소각장이 들어서는 것이 낫다”고까지 말하면서 완강히 반대했다. 전국의 장애학생은 8만8000명으로, 이 중 특수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2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 경기 용인시를 비롯해 전국의 특수학교 설립 예정지마다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장애인과 함께 사회를 살아간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자녀교육에는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수학교 과밀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지방자치단체 문제를 넘어 국가 문제라는 시각을 가지고 정부가 나서서 특수학교 설립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2일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대한민국은 역사전쟁을 치르고 있다. 정부와 일부 보수층이 국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가운데 대다수 역사학계 교수들과 진보 성향 단체 등에서는 국정화 자체를 부정하고 나섰다. 여기에 국정화 논쟁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져 갑론을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전국 주요 대학 역사학 전공 교수들은 국정화 반대 성명은 물론이고 정부의 역사 교과서 집필 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한국근현대사학회와 한국역사연구회 등 역사 연구단체들도 잇따라 집필 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여기에 서울대 고려대 교원대 등 각 대학 총학생회와 역사학과 학생들도 대자보 등을 통해 국정화에 반대하고 나섰다. 반면 나승일 서울대 교수(전 교육부 차관) 등 102명으로 구성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은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정화 방침에 찬성하는 기자회견을 가지며 대립각을 세웠다. 역사학계, 교수 사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대립은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시민사회로 확대됐다. 17일 시민단체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중고교생과 대학생 등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정화 반대 집회를 가졌다. 13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욕설을 하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치권도 역사전쟁에서 비켜가지 않았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가 이념 투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데는 정치권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야당은 “그게 사실이라면 (그런 교과서를 통과시킨)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18일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친일 교과서 반대 강남·서초 엄마들과의 대화’ 행사를 가졌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른바 ‘올바른 교과서’ 홍보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각각 여론전에 나섰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내달 5일 국정화 확정고시를 하고, 집필진 구성이 이뤄지면 집필진 성향과 집필 기준 전망을 둘러싼 공방은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다. 매년 열리는 역사학계 최대 행사인 전국역사학대회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교과서 집필 기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30, 31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소통’을 큰 주제로 ‘한국사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다룬다.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과 근현대사 서술’을 발제할 예정인 장규식 중앙대 교수는 “정치적, 사회적 변화에 따른 근현대사 교과서 집필 기준의 변화를 살펴 이번 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역사 발전에 퇴행하는 것임을 조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설 김태웅 서울대 교수는 “현행 집필 기준은 충분히 세밀하게 돼 있는 만큼 더 자세한 집필 기준은 필요하지 않다”며 “다만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기존 집필 기준을 보완, 개선, 안정화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임현석 lhs@donga.com·이재명·조종엽 기자}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중 울산 경북 대구를 제외한 14명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천 등 7개 시도교육감들은 국정화에 맞서 각 교육청의 대안 교재 자체 제작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15일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의 입장을 확인한 결과, 국정화 찬성 교육감은 김복만 울산시교육감,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등 2명이었으며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맞서 ‘대안 교재’를 제작해 학교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인천 광주 세종 경기 강원 전북 경남 등 7개 시도교육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구 대전 울산 경북 등 4개 시도교육감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서울 부산 충남 충북 전남 제주 등 6개 시도교육감은 입장 발표를 유보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한국사 국정화는 유신독재 회귀”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보조교재나 교사 참고서를 개발하면 창의체험활동 시간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은 “국정 교과서가 중립적인 역사관을 갖고 만들어질 것으로 믿어 다른 교재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는 대안 교재에 대한 법적 검토에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조교재는 한국사 교과서와 명칭이 유사하고 교육 과정과 내용이 같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며 “다만 보충교재로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용할 수 있지만 교육기본법의 정치적 중립 규정에 맞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원 강릉시 라카이샌드파인 리조트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에서는 국정화 대응 방침을 논의할지를 두고 일부 시도교육감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회장인 장 교육감이 개회사에서 국정화 대응 방침을 논의하자는 뜻을 밝히자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개회사는 장 교육감의 개인적인 가치관을 반영한 발언”이라고 지적하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한편 한국외국어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중앙대 등 4개 대학 사학과 교수 29명, 이화여대 역사 전공 교수 9명은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유덕영 firedy@donga.com / 강릉=임현석 기자}

“직업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생도 학부모 등쌀에 떠밀려 일반계 고등학교로 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뒤늦게라도 입시 공부에서 적성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원하는 직업교육도 받지 못하고 일반계고에서 적응도 잘 못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직업교육을 원하는 일반고 학생들이 진로 수정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야 학교도 학생도 직업교육도 산다는 것. 현재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들 중에는 본인은 직업교육을 원하지만 주변의 시선이나 학부모의 강권으로 마지못해 진학한 학생이 상당수다. 직업교육에 대한 여건이 좋아졌지만 많은 학부모가 여전히 직업교육을 ‘입시에서 실패하면 가는 곳’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또는 전기에 선발하는 특성화고의 내신성적 입시 커트라인을 넘지 못하고 떨어져, 후기에 선발하는 일반고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이 학생들은 뒤늦게 공부에서 흥미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학업 성적을 올리는 데 실패해 의욕을 잃는 경우도 상당수. 이 때문에 일반고와 직업교육학교 사이의 장벽이 더 낮아져 적절한 시기에 진로를 원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처음 도입한 정시 전학은 호평 올해 서울지역 일반고 학생은 약 7만2000명. 이 중에서 직업 위탁교육을 받는 학생은 약 4500명에 이른다. 입시 공부를 하다가 뒤늦게 진로를 수정하는 학생이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일반고 학생들의 직업 위탁교육은 3학년만 신청할 수 있다는 점. 그 이전에 직업교육에 관심이 있어도 진로를 전환하기란 쉽지 않았다. 일반고 학생들이 특성화고로 전학을 가고 싶어도 직접 학교 측에 문의를 해서 결원이 발생한 학과가 있는지 알아본 뒤 그 학교로 원서를 직접 제출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학과에서 결원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가 특성화고에 전화를 돌리다가 결원이 발생한 학과를 보면 따져보지 않고 입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성화고에서는 일반고가 적응에 실패한 학생들을 적성은 고려하지 않고 떠민다는 불만이 있었다. 불만이 쌓이자 서울시교육청은 허술한 기존 제도를 손봤다. ‘특성화고 정시 전학제도’는 올해 처음 선보인 제도. 2학년 1학기까지 수시로 개별적으로 특성화고에 신청하던 수시 전학과는 달리 시교육청이 전학 신청 서류를 일괄 취합해 학교별로 다시 배분하는 제도이다. 이 과정에서 결원이 발생한 특성화고 학과를 시교육청이 정리해서 공지해 주면서 학생들도 진지하게 진로 수정을 고민했다. 특성화고로 전학하려면 자신의 적성을 무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학과 선택을 놓고 고민할 수 있었기 때문. 개선된 제도 덕분에 올해 9월 7∼17일 진행한 정시에서 236명이 신청해 143명이 전학에 성공했다. 특성화고 결원 대비 79.4%가 진로 변경을 한 것. 이는 지난해 상반기 53명, 하반기 71명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이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일반고 살리기 정책의 체감 효과가 현장에서 그리 크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직업교육 전학 제도를 개선한 점은 신선한 변화로 느껴졌다. 일반고를 살린다면서 교사의 열정만 요구하는 점을 보며 실망을 많이 했는데, 지금처럼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시스템적인 변화를 준 것은 칭찬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고졸 성공시대’가 목표 또 시교육청은 일반고 학생들의 직업교육 선택권을 넓혀 준다는 의미에서 내년부터 고교 2학년까지 직업 위탁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내년 50∼60명의 일반고 신청자를 대상으로 직업 위탁교육을 확대 운영한다는 것. 관건은 2년 동안 직업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과 프로그램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문제부터 해결한 뒤 시범 운영을 통해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교육청은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능력중심 사회 구현을 위한 고졸 성공시대’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특성화고 졸업자를 대상으로 시교육청 기술직 공무원 채용을 늘린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진로 수정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으로 직업교육도 내실화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현석 기자lhs@donga.com}
국정 한국사 교과서의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교과서 출판업체들은 이번 국정화 논란에 쉬쉬하는 분위기다. 역사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들도 교과서를 제작하고 앞으로 교육부의 검인정을 통과해야하는 ‘을(乙)’ 입장이기 때문에 정부에 밉보이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하려는 것이다. 고교 검정 한국사 교과서를 발행하고 있는 A출판사 관계자는 국정화 논란에 대해 “워낙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갈려 있고 민감한 사안이라 뭐라고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고 14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초등 국정 교과서 입찰이 진행 중”이라며 “국정 교과서 입찰이 이번 주 안에 마무리될 것 같은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입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2017년부터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 되면 수입원의 일부를 잃는 셈이다. 좌우 이념문제를 떠나 사업 분야의 일부를 잃고 금전적 손해가 생기기 때문에 국정화가 달가울 리 없지만, 다른 교과서의 정부 입찰과 발행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공식적인 의견은 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고교 한국사 교과서 출판사인 B업체 관계자도 “초등 국정 교과서 입찰을 해야 하는 출판사가 국정화에 이러쿵저러쿵 발언을 한다는 것이 사업상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은택 nabi@donga.com·임현석 기자}

《 정부가 2017년부터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지만, 이를 둘러싼 현장의 찬반 격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정부가 불필요한 이념몰이를 통해 시대에 역행하는 반민주적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한다. 반면 국정화 찬성론자들은 검정 역사교과서의 오류를 바로잡고 국가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려면 국정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역사학을 전공한 진보와 보수 진영 두 학자로부터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들어봤다.》 “국정화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을 정치의 도구,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것에 불과합니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역사교육 연구자 성명’을 이끈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55·한국역사연구회 회장·사진)는 13일 이렇게 말했다. 정 교수는 서울대 자신의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역사교육에 관한 유엔 인권이사회 보고서 기준에서 봐도 국정 교과서는 반인권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 보고서는 국가가 단일한 교과서 사용을 강제하면 교육받을 권리, 문화적 권리, 알 권리와 학문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명기하고 있다”며 “국정화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해석과 비판적 사고를 가르쳐야 할 역사교육의 본령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검정 교과서도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최근의 경제적 문화적 성취에 대해 충분히 자긍심을 갖도록 서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행 검정 교과서가 이념적으로 좌편향돼 있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에 대해 “맥락을 제거한 채 일부 표현만 문제 삼는 것은 억지”라며 “더구나 현 정권이 검정한 교과서들”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학자들이 친일을 친일로, 독재를 독재로 쓰는 것은 그것이 객관적 연구 성과이기 때문”이라며 “편향된 것은 오히려 국정화를 추진하는 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부터 우리가 정권이 역사에 대한 정파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역사학계 전부를 좌파로 매도하는 비상식적인 사회가 됐느냐”고 덧붙였다. 학계의 절대다수가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어 집필진 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대해 정 교수는 “역사교육의 발전과 무관하게 정치적 의도로 추진되는 국정 교과서의 집필에는 평소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역량 있는 집필진이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교과서 편찬을 국사편찬위원회가 맡게 된 것에 대해선 “교과서 편찬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국편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인정 시행 뒤 경쟁을 통해 교과서에 창의적 편집이 도입되는 등 발전이 있었는데 국정 체제는 근본적으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국정화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끝내 국정 교과서가 만들어진다면 역사학계는 대안 교과서를 포함한 대안적 역사 교재를 개발해 교육 현장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사학계 자정능력 잃어… 現시점선 불가피한 선택” ▼보수진영 강규형 명지대 교수“국정 교과서가 최선은 아니지만, 국사학계가 자정 능력을 잃은 현시점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강규형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51·사진)는 “현 한국사교과서가 검정제 취지와는 달리 다양성을 담아 내지 못했고 획일적으로 쓰여졌다”며 “기존 검정제에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기존 한국사교과서가 반사회적 정체성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대부분의 검정제 한국사교과서를 보면 대한민국이 바른 사회가 아니라는 인식으로 서술됐다”며 “교과서만 보면 대한민국이 왜 발전했는지 알 수 없고, 오히려 망했어야 하는 국가라는 생각까지 든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 한국사교과서도 1970, 80년대 국사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식민지 반봉건사회론’ 기조로 서술되면서, 다른 의견이 흡수될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검정제 교과서의 이념 편향 사례로, 일부 고교 한국사교과서에서 광복 이후 북한의 토지 분배 방식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점을 꼽았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다루면서 실패한 사상이라는 가치판단을 앞세우지 않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국사학계가 군사 정권 시절의 투쟁적 역사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오늘날 한국 사회를 꿰뚫는 새로운 역사관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 강 교수는 “근현대사의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한 서술을 경직된 국사학계에만 맡겨 놓을 수 없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국정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 교과서 논란 속에 집필진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 “집필진 구성을 다양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쟁점이 되는 근현대사를 정치학, 사회학, 국문학 등 다양한 학문의 관점으로 시각을 넓혀 바라보면서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한시적으로나마 국정제를 통해 컨센서스를 이뤄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립한 이후에 다양성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정 교과서가 정권이 원하는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친정권, 반정권을 떠나 우리가 어떻게 국력 성장을 이룰 수 있었는지 ‘대한민국 정체성’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해 집필 기준을 마련하면 큰 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교육부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체제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 구성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해석이나 이념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권위와 균형을 갖춘 필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진단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국정 교과서 체제에 대한 학계 반발이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학문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중립성도 갖춘 집필진 확보는 더욱 절실해졌다. 이에 따라 국정화를 계기로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역사 교과서 편찬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 “독립적 집필위 구성해야” 독립된 역사 교과서 전담 기구의 필요성은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1974년 국정 교과서를 만들기 전에는 국사교육강화위원회를 만들어 학자들이 새로운 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합의를 하고 교과서 집필의 큰 틀을 합의했다”며 “독립적 기구를 통해서라도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합의된 집필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오류 논란이 있을 때도 독립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들이 나왔다. 집필진 선정과 집필 기준 마련에서부터 검정(검정제의 경우) 또는 집필(국정제의 경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책임지는 독립 기구를 만들어야 소모적인 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1월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편수 조직을 강화한다고 밝히자 야권에서는 이에 반대하며 독립된 검정 기구를 만들라는 요구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는 “국사편찬위원회를 대신해 정권 교체나 좌우 진영으로부터 자유롭게 독립 기구화한 검정 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 국정일수록 필요한 독립 기구 검정 체제하에서도 제기됐던 독립 기구의 필요성은 국정 체제에서 한층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당장 다음 달부터 집필진을 구성한다고 했으나, 정부가 원하는 우수한 전문가가 국정 교과서 제작에 발 벗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논란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격이기 때문이다. 중립적인 인사라 하더라도 자칫 ‘친정부적’인 행보로 비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교과서 문제가 이념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고질적인 교과서 집필진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권에서 독립적인 집필 기구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은 국편이 지휘봉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외부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집단적인 학계 전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 연민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면서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 낼 고민을 하는 전문가들이 독립 기구에서 교과서를 만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편 인력 강화도 대안 새로운 독립 기구를 만들지 않고 현재 국편 내에 관련 기능을 강화해 독립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맨큐의 경제학’이 권위 있는 교과서로 인정받는 이유는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개정판을 내기 때문”이라며 “국편 내부에서 정권과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 인력을 확보해 일부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 교과서를 만들고 또 꾸준히 고쳐 가야 좋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편은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우수한 전문가를 집필진에 포함시키기 위해 교과서 집필을 논문에 준하는 연구 업적에 포함시킬 수 있는 방안 등 다양한 인센티브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념적 편향성을 해소하기 위해 좌파, 우파를 기계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은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의견이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서 며칠을 두고 토론을 한다고 해도 합의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 한 교수는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을 모아 놓고 짧은 시간 안에 조율을 하라는 것은 어려운 얘기”라며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볼 수 있는 중립적 학자가 교과서를 쓰는 것이 좌우를 아우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유덕영 firedy@donga.com·임현석 기자}
한국사 교과서는 정권에 따라 발행 체제가 검정과 국정을 오갔다. 교과서 발행 체제를 바꾼 역대 정권들은 임기 내에 교과서 적용까지 마무리하면서 졸속 개정과 부실 집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1954년 1차 교육과정부터 검인정 체제로 발행되다가 유신 체제가 들어선 직후 국정으로 전환됐다. 1973년 6월 문교부가 국정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뒤 8개월 만인 이듬해 2월 국정교과서를 발간했다. 당시 문교부는 객관적이고 일관성 있는 국사교육과 민족적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국사교육을 위해 국정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국사학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틀어막는다는 비판이었다. 이후에도 국정 교과서는 수차례 정권 미화 논란을 빚다가 2002년 국사에서 ‘근현대사’가 분리돼 검정으로 일부 전환했고, 2010년 국사와 근현대사가 다시 합쳐지면서 검정 체제가 확정됐다. 역사 교과서를 검인정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교 한국사 교과서 제작 기간이 1년 반 정도로 짧아진 것이 부실을 낳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검정제가 확대되면서 단기간에 많은 교과서를 만들다 보니 집필진을 꾸리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2011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37명 중 28명은 2014년도 교과서 집필에 또 참여했고, 교과서마다 중복 참여하는 집필진이 많다 보니 다양성을 보장하는 검인정제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검찰이 급식비 횡령 의혹이 불거진 서울 충암중고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서울시교육청이 수사 의뢰한 충암중고교 급식회계 부정 의혹 사건을 식품의약조사부(부장 이철희)에 배당하고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 결과 등을 근거로 수사를 의뢰한 시교육청 측이 별도의 고발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해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며 “관련 자료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최근 충암중고교의 급식 운영 실태에 대한 광범위한 감사를 벌여 4년 동안 급식 관련 예산 4억1000여만 원이 빼돌려진 정황을 확인하고 현 충암중 교장 등 18명을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에 수사 의뢰된 관련자는 모두 14명이다. 이에 충암중고교 측은 “시교육청 감사 결과가 사실과 다르다”며 다음 주초 서울서부지검에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김도형 dodo@donga.com·임현석 기자}
정부의 지역인재 육성 지원을 받지 못한 경기·인천지역 4년제 대학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과는 차별화되는 지역적 특성이 있는데, 같은 수도권 대학으로 묶여 역차별을 받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강남대, 대진대, 인천대, 한경대 등 경기·인천지역 4년제 대학교 총장들은 8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경기·인천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7일 “현행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들은 지방대로 분류되지 않아 지역 특성에 맞는 인재 양성 정책을 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법은 교육용과 연구용 시설 확보에 필요한 지원과 해외교류 사업, 공공기관 채용기회 확대 등 지방대를 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 비수도권 대학은 학교 인근 지역 기업과 공공기관에 졸업생 취업이 유리하도록 법적인 보장을 받는다. 해당 법에서 공공기관과 상시근로자 수가 300인 이상인 기업은 신규채용의 35% 이상을 지방대학출신으로 채용하도록 노력하라고 했기 때문. 이를 이행하려는 노력만으로도 기업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경기·인천지역 대학들은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다 보니 서울지역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이번 헌법소원에서도 이 대학들은 ‘경기·인천지역 대학들은 지역인재 육성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비수도권 대학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들 중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경기·인천지역 학생들이 지역대학을 가느니, 비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해서 실리를 챙기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우리도 열악한 지역인데 이는 역차별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요즘 교사들은 ‘고등학교는 2학년까지만 가르친다’라고 말해요. 3학년 1학기는 자기소개서 쓰느라 다 보내고, 2학기는 각자 지원한 전형에 맞춰 알아서 공부하라고 시키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3학년 땐 학교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지요.” 최근 고교 3학년 교실이 무력감에 빠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입 수시전형 지원자 상당수가 “입시가 끝났다”고 말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공부하는 학생도 ‘면접파’ ‘논술파’ ‘정시파’ 등으로 갈려 각자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3000여 개나 되는 다양한 전형 때문에 학생을 컨설팅해줄 역량이 없어 자습만 시키는 경우도 많다. 입시제도가 급격하게 변하고 경우의 수도 많아진 대입전형에 교사들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들 교사 중 일부는 “학교는 학생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하길 기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 혼란스러운 고3 교실 7일 서울 성북구의 한 인문계 고교 3학년 교실. 27명 중에서 다음 달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해 대학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학생은 7명이다. 이 중 수시전형에 지원하지 않고 수능 중심의 정시에 ‘올인’한 학생은 1명뿐. 수시 합격 후 합격 기준인 최저등급만 맞추겠다는 생각으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도 많다. 이들은 ‘물수능’을 믿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큰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도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 수능만 준비하는 고3 학생은 소수로 밀려난 것. 이 학교 3학년 김모 군(18)은 최근 수능을 준비하는 다른 반 학생들과 함께 “수시 준비생들은 면접, 논술 준비 등으로 어수선하니 같이 수업을 하면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된다. 차라리 수업을 들어가지 않고 자습실에서 하루 종일 모의고사라도 보게 해달라”고 교무부장에게 말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수시 합격생들을 모아 놓는 수시합격반은 있지만 정시 준비생만 따로 모아 놓는 것은 전례가 없다는 것. 정시 준비생들은 “수능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면접 준비한다면서 교실을 들락거리고, 논술 준비한다며 떠드는 수시생들과 한 반을 써야 한다는 것이 고충”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처럼 수시전형이 주요 대입전형이 되면서 소수에 그치는 정시 수능 준비생에게는 학교가 여력을 쏟지 못한다. 수업시간에는 수능에 포함되는 과목이라면 해당 과목의 EBS 수능연계 교재를 풀고 나머지는 자습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고충은 있다. 면접과 논술을 준비하려면 최근 출제 경향 등을 알아야 하는데 학교가 이를 학생별로 하나하나 챙겨주지 않는다는 것. 결국 학생이 알아서 확인하고 준비해야 하다 보니 교무실과 컴퓨터실을 자주 찾아야 한다. 자기소개서와 논술, 면접 등을 준비하려면 결국 사교육에 더 의존해야 한다는 불만까지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고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은 장모 교사(33)는 “워낙 전형이 많고 학생들도 지원하는 학교 수가 보통 4, 5개나 돼 학교별로 일일이 챙겨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각자 다른 방법으로 대입에 골몰하다 보니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진다. 수업을 할 수 없으니 2학기 기말고사도 EBS 교재나 프린터로 정리해준 요약본에서 출제한다. 교사들은 공부의 필요성을 설명할 때에도 “대학 다니다가도 전공이 안 맞아 혹시라도 재수를 하면 2학기 성적이 들어간다”고 설득한다. ○ 수시전형만 3000여 개, 합격자마저 일찍 발표 이처럼 고3 교실이 혼란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수시전형이 확대되면서 수험생이 대학을 가는 전형 방법은 늘어났는데, 학교의 프로그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수시 대입전형 방법 수만 3000여 개라고 밝혔을 정도다. 여기에 올해 대입에서 수시전형 모집 비율은 전체 대학 정원의 67.4%(24만976명)다. 즉, 대학 신입생 3명 중 2명은 수시전형으로 선발하다 보니 대입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은 수시전형에 지원한다. 대교협에 따르면 올해 대입에서 수시에 지원한 수험생은 약 52만 명. 학생 1명당 대입전형 지원은 4.32회이다. 이 중 특히 고3 수험생의 경우 수능 중심인 정시전형이 재수생들이 강세를 보이다 보니 수시전형이 더 유리하다고 여겨 의존한다. 그러나 수년간 교과 중심으로 가르쳐온 고교에서는 학생부 내신과 수능, 비교과, 논술 등을 조합한 각각의 대학별 수시전형에 일일이 대응하지 못한다. 여기에 재수생 강세 속에 수능 위중의 정시전형을 통해 재학생을 대학에 보내기 어려워지면서, 여기에 집중하는 수험생에 대한 지원도 약해졌다. 최근 대학의 수시 결과 발표마저 빨라지면서 입시에서 손을 털어버린 합격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주요 대학 중 가장 빨리 합격자를 발표한 한양대는 이미 지난달 23일에 학생부교과전형 합격자를 발표했다. 전형을 간소화하고 지원자가 빨리 결과를 알 수 있는 이른바 ‘착한입시’라는 것. 대학 측은 고교와 충분히 상의한 뒤 발표했다는 입장이다. 학생 처지에서는 기다리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지만 입시전형에도 대비하지 못하는 학교에서는 이들 합격생에 대한 교육은 부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교총에서는 최근 “3학년 교실의 혼란을 막으려면 3학년 2학기 내신까지 대입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이렇게 교실이 혼란스러울 바에는 수능을 8월로 앞당겨 시행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급식 비리 파문을 일으킨 서울 충암중고교가 독지가가 기탁한 돈을 임의로 급식비 부족분을 메우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서울시교육청 감사실에 따르면 2013년 한 독지가가 불우한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1000만 원을 학교 측에 기탁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같은 성격의 돈은 지원 대상과 금액, 사유를 명기해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충암중고는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급식비 부족분을 메우는 데 이 기탁금을 전용했다. 시교육청 감사실은 또 이 학교 영양사들이 조사 과정에서 “‘저질 급식을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미안했다. 이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다는 게 원망스러웠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영양사들은 “내 책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학교 측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저질 급식을 했다.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급식을 준비하는 것이 괴로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이 학교 총동문회도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급식 비리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한편 충암중고교 급식 비리 문제가 개별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학교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급식 식재료 선택 과정에서 학교 재량권이 커 유착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식자재 납품업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불공정행위 의심 업체 357곳을 점검한 결과 이 중 19개 업체가 식자재 원산지 허위 표시, 위생불량으로 적발됐다. 이들 교육청은 이 업체들을 부정당 사업자로 등록하고 입찰을 제한하는 등 처벌을 강화했지만 올해도 불량 식자재 납품은 계속됐다. 7월 대구에서는 폐기해야 할 달걀 8t가량으로 달걀찜, 달걀탕, 달걀말이, 수제 돈가스 등을 만들어 대구 지역 중학교 2곳과 고교 5곳에 납품한 급식업체 운영자가 구속됐다. 이 업자는 폐기해야 할 달걀을 무허가 가공업자의 도움을 받아 액체 형태로 만들어 납품했다. 관할 교육청인 대구시교육청은 사건이 터지고서야 “학교 자율로 맡겼던 위탁급식 업체에 대한 점검을 정기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5월 서울에서는 값싼 옥수수유를 섞어 만든 가짜 참기름을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업체 등에 판매한 제조업자가 구속됐다. 서울시특별사법경찰에 따르면 이 제조업자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참기름 가격의 5분의 1 수준인 옥수수유를 10∼25% 섞은 ‘가짜 참기름’ 32만 L를 팔아 약 37억 원의 부당 수익을 올렸다. 가짜 참기름을 판 해당 업자는 학교급식업체나 학교에서 납품 기준만 맞추면 최저가격을 부르는 업체를 선정한다는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충암중고교에서 불거진 급식 비리 문제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급식에까지 불통이 튀고 있는 분위기다. 자녀가 어릴수록 학부모의 불안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올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지역 유치원 중에서 급식 인원이 50인 미만인 곳 68곳을 대상으로 위생 안전을 점검한 결과 40곳이 ‘이상 있음’ 판정을 받았다. 1회 급식 인원 50인 미만 유치원은 ‘집단급식소 미신고’ 유치원으로 급식실을 반드시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며, 관할 구청의 의무 위생 점검 대상에서도 빠진다. 이들은 식재료 유통기한을 적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하다 적발됐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부침가루를 식재료가 아니라 세척용으로 썼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조리실에 냉난방 시설이 없는 곳도 상당수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처음으로 급식실이 없는 곳의 급식 및 위생 상태를 조사한 결과 예상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며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급식 관련 문제도 총체적으로 짚을 계획”이라고 말했다.임현석 lhs@donga.com·유덕영 기자}
음주 감사와 직원들에 대한 폭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서울시교육청 K 감사관이 징계를 위한 문답 과정에서 폭력조직과의 관계를 과시해 부하 직원이 위협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원은 이후 업무적 신체적 보복을 당할까 두렵다고 감사원에 진술했다. 5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K 감사관은 음주 감사로 물의를 빚었던 7월 말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감사관실 직원 A 씨에게 “O, X로 말하라고. 내가 서방파란 말이야”라면서 고함을 지르며 욕설을 했다고 A 씨가 감사원 감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또 감사원 조사에서 “K 감사관이 앞선(7월 초) 연수 등에서도 이 폭력조직의 간부가 친구라고 말했다”며 “이날 이후 업무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보복이나 위해를 당할까 두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그동안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폭력조직과 관련된 K 감사관의 발언을 공개하지 않다가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 처음으로 이를 밝혔다. 또 A 씨는 “K 감사관이 이 발언 이후 고함과 폭언을 계속하다가 선풍기를 내 옆으로 집어던진 뒤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들에 따르면 K 감사관은 7월 2일 감사관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역량 강화 연수에서도 폭력조직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 커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했다는 것. 한 직원은 “K 감사관이 ‘친구가 폭력조직 간부가 되어 내가 가면 식사 대접을 하면서 술도 사주고 접대를 융숭하게 해 준다’고 자랑하듯 얘기했고, ‘변호사 시절에 법으로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만나면 폭력조직 친구가 내 말을 다 들어주니 조직을 시켜서 어떻게 하고 싶었다’는 식의 위협적인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K 감사관에 대한 퇴출 시위와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는 이점희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조 위원장은 ‘폭력조직 발언’이 전해진 뒤 “위협을 느낀다.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유덕영 firedy@donga.com·임현석 기자}
서울 충암중고교가 식재료 횡령 및 저질 급식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의 초중고교 급식 위생점검이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시교육청이 점검 평가에서 모든 학교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 데다 그나마 지적 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드러난 충암중고교는 최근 3년간(2013∼2015년) 시교육청 위생·안전점검에서 △조리실 청소상태 불량 △수도관 누수 △식기구 세척상태 미흡 △반찬통 세척 미흡 △당·나트륨 저감화 계획 미수립 △바닥 파손 △창고 환풍기 고장 등을 지적받았다. 이 가운데 청소상태 불량과 환풍상태 미흡은 매년 지적받은 내용이었다. 충암중고교는 올해 상반기 관할 서부교육지원청의 위생점검 평가에서 관내 135개 초중고교 중 135위, 지난해 하반기 위생점검에서도 134개 학교 중 134위였다. 하지만 모두 위생·안전점검(A∼E등급·D, E는 재점검 대상)에서 ‘대체로 우수’인 B등급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위생·안전점검을 받은 서울지역 전체 초중고교 1326개교에서 재점검 대상인 D등급 이하는 한 곳도 없었다. C등급을 받은 학교도 2곳뿐이다. 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이 학교들의 평가결과도 등급으로만 공개하고 지적 사항이나 점수는 공개하지 않는다. 재작년까지는 위생점검 평가점수는 공개했지만, “점수가 드러나면 학교끼리 비교되고,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야 한다”라는 영양교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지난해부터 방침을 바꿨다. 위생과 관련된 부분 중 상당 부분이 비용 등의 문제로 개선하지 않아도 더이상 문제 삼을 수 없는 ‘지도 권장사항’으로 분류돼 있는 것도 문제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바닥 파손을 방치하거나 환풍기 시설이 파손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 개선을 요구해도 학교가 예산 등을 이유로 지키지 않을 경우 별다른 제재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도 시정 조치하겠다고 밝히면 서면 조치로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충암고는 법령 위반 사항으로 올해 상반기에 ‘식기구 세척상태 미흡’ 지적을 받았고 하반기 위생점검 평가에서도 비슷한 내용인 ‘반찬통 세척 미흡’ 지적을 받았으나 학교가 시정한다고 밝혀 별도의 행정조치는 없었다. 한편 충암중고교는 이날 학부모와 학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급식비리 의혹을 전면 부인한 가운데, 시교육청은 이 학교가 회계비리까지 저지른 정황이 있다고 보고 감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가천대는 서울 강남권, 송파구 잠실, 신도시인 분당, 판교가 맞닿은 교통의 요지에 자리잡고 있다. 경기 성남대로에 위치해 이들 지역으로 이동이 용이하다. 입주가 본격화된 서울 위례신도시에서는 접근성이 가장 좋은 대학이다. 특히 가천대는 수도권 지하철 연결 확대가 학교의 발전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 2012년 분당선이 선릉역에서 왕십리까지 연장된 데 이어 2013년 12월 수원역까지 연장되는 과정에서 서울 강북권 및 경기 남부권 학생들의 통학까지 용이해진 것. 지하철 분당선을 이용할 경우 왕십리역에서 가천대까지 40분, 수원역에서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천대역은 이 학교 건물 비전타워와 바로 연결되는 것도 특징. 가천대역에 하차하면 전용통로를 통해 곧장 캠퍼스로 진입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한국도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12월까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가천대역 인근 갓길에 시내버스나 지하철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정류장을 설치한다. 학교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하나둘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천대역 환승정류장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서울 방향 판교기점 7.0km(경기 성남시 수정구) 지점에 구리와 판교 양방향 두 곳에 설치된다. 현재 광역버스 △8409, 8401번(수원∼의정부) △8109번(용인∼일산) △1009번(수원∼송파) △1112번(수원∼광진구) △1650번(안양∼구리) 6개 노선이 이곳을 지난다. 고속버스나 광역버스를 타고 올 경우 전에는 다른 곳으로 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으나 이러한 불편함이 사라졌다. 내년부터는 이곳에 내려 3분 정도만 걸으면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도 대학에 진입할 수 있다. 서울 강남권과 분당, 판교테크노밸리 등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은 지역 기업과 연계한 협력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가천대 특성화 사업단 중 하나인 ‘기업맞춤형 Edu-EcoSystem 기반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사업단’은 판교 테크노밸리와 테헤란 IT밸리 등과의 산학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70여 개의 가족기업과 협력기업, 30여 개의 전문공공기관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현장 실습과 인턴프로그램, 기업 참여 특강들을 진행 중이다. 한편 송도국제도시와 인접한 메디컬캠퍼스는 인천 연수구에 자리 잡고 있다. 근처에 위치한 가천대 길병원, 가천뇌과학연구원,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등 가천길재단의 의료, 연구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우수한 교육여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가천대 이길여 총장은 학생과 활발한 소통을 강조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집마당 소통’이다 이 총장은 지난달 10일과 23일 저녁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한 자택 앞마당에서 각각 160여 명의 학생들을 초청해 식사를 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열린 대토론회’를 열었다. 대학총장이 학생들을 집으로 초청하는 것부터 다소 이례적이다. 이 총장은 그동안 학생간부, 가천대에서 유학중인 외국인 학생, 하와이가천글로벌센터 등 해외프로그램 참가 연수생, 차세대 가천글로벌리더, 병영훈련을 마친 학생군사훈련단(ROTC), 각종 대회 입상자 등을 집으로 초청해 만찬을 하며 학생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왔다. 특히 매년 여름이면 학생군사훈련단이 입영훈련 중인 충북 괴산의 육군학생군사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대토론회는 학생들에게 가천대의 비전과 발전방향 등을 설명하고 학생들의 고민과 걱정까지 함께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토론의 자리. 올해 교육부 ‘잘 가르치는 대학(ACE)’ 선정과 대학구조개혁 평가 최우수등급인 A등급을 받은 대학의 성과를 학생들과 공유해 학생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앞으로의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자는 의미도 담겼다. 이 총장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개인적으로는 나라를 잃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에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의사로서 환자를 돌보며 나라에 보답했다”며 “여러분은 지금 세계가 부러워하는 당당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만큼 자기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꿈을 키우며 열심히 노력해 국가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배환성 총학생회장(25)은 “편안한 분위기이다 보니 토론이 더욱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며 “이번 토론회로 학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대학과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취업 등 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부문별로 세밀하게 검토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서울 충암중고교가 전 이사장 부자(父子)의 주도로 식용유와 쌀 등 식재료를 빼돌리고 허위 장부를 만드는 방식으로 4년간 4억1000여만 원의 급식비를 횡령하고 학생들에게 저질 급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암고는 올해 4월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에게 교감 A 씨가 “돈을 내지 않았으면 급식을 먹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학교. 서울시교육청이 4일 발표한 ‘충암중고교 급식운영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 학교는 수의계약을 한 업체로부터 매일 급식 식재료를 납품받으면서 일부는 창고에 빼돌렸고 이로 인해 결국 납품량보다 적은 양으로 음식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식용유는 10통이 들어오면 4통을 빼돌렸고, 쌀도 납품량의 80%만 조리실에 남기고 숨겼다”는 증언이 나왔다. 시교육청은 “오전에 납품받은 뒤 빼돌린 식재료들은 오후에 냉동탑차가 실어서 가져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렇게 식재료를 빼돌리면서, 급식 조리에 쓰는 식용유는 산패가 될 때까지 수차례 재사용했다. 이에 대해 학교 조리 종사원들은 “식용유가 새까맣게 변할 때까지 몇 차례나 반복해서 튀겼다”고 증언했다. 시교육청은 이 학교가 급식을 위탁운영에서 직영운영으로 바꾼 2011년 9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식재료비와 소모품을 과다 청구하는 방법으로 약 1억5367만 원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또 충암중고는 같은 기간에 조리실에서 각 교실로 급식을 옮기는 업무를 배송 용역업체에 위탁한 것처럼 꾸며 2억5668만 원의 급식비를 더 청구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용역업체에 업무를 맡기지 않고 이 학교 급식실 조리 종사원이 교실까지 급식을 날랐다. 10∼20여 명의 조리 종사원 중에서 요리를 전담하는 이 학교 조리실 직원은 적게는 2명에서 많아야 5명 정도였다. 이 학교는 요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구이보다는 빨리 만들 수 있는 튀김 종류를 중심으로 식단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된 기름의 재사용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위생 상황이 엉망이다 보니 지난해 서부교육지원청이 평가한 급식위생평가에서 충암중고는 은평 마포 서대문구 관내 학교 가운데 위생점수 최하위를 받았다. 한편 시교육청은 충암고가 식재료를 납품하는 업체 직원을 이 학교 행정직으로 채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해당 직원은 식자재 관련 입찰 및 수의계약을 전담했다. 시교육청은 이홍식 전 충암학원 이사장과 그의 아들인 이태인 충암중고교 행정실장이 횡령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이들과 현 충암중 교장(전 충암고 교장), 용역업체 직원 등 18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현직인 충암중 교장과 행정실장에 대해서는 충암학원 측에 파면도 함께 요구했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도 거액의 횡령과 회의록 폐기 등 34건의 부정이 적발되면서 임원 승인이 취소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아들이 두 학교의 행정실장을 맡고, 현 이사장도 자신의 딸이 맡고 있어 학교 행정 전반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충암중고 측은 이날 반박자료를 통해 ‘시교육청이 식재료비가 많이 나온 연도와 적게 나온 연도를 비교해 그 차액을 횡령 금액으로 추정해 부풀린 것’이라며 시교육청 감사관과 관계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교육청 관계자는 “식재료를 빼돌리고 재사용하는 방법으로 급식비를 횡령했다는 사실은 감사 과정에서 증거를 통해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교육청은 급식비리 조사를 서울지역 전체 사립 중고교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