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신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국 현지를 대상으로 하는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은 외국어 앨범으로는 12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2006년 다국적 팝페라그룹 ‘일 디보’가 1위에 올려놓은 앨범 ‘Ancora’는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가사가 섞인 앨범이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를 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일 디보의 사례와 차별화된다.○ 소셜미디어와 아이돌 팬덤이 이룬 신화 방탄소년단은 2013년 국내에서 데뷔했다. SM, YG, JYP 같은 대형기획사 출신도 아니었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비롯해 god, 비의 히트곡을 만든 방시혁 작곡가가 세운 회사. 특이한 이름, 중소기획사 출신의 한계에 부딪혀 초기엔 고전했지만 도리어 큰 기획사와는 다른 음악과 메시지를 내세운 게 성공을 불렀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1위는 밀레니얼 세대의 팬덤 문화와 소셜미디어 파워가 주류 사회를 어디까지 흔들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다. 전문가들도 1위 등극의 요인을 “헌신적 팬덤의 집중된 화력”에서 찾는다. 여기서 화력이란 팬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벌이는 상업적·비상업적 활동을 포괄한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전 세계에 15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다. 팔로어들은 방탄소년단이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실시간으로 공유해 홍보한다. 제이홉이 26일 올린 ‘오늘도 감사합니당’ 게시물만 해도 36만4000회 리트윗됨으로써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렇다 보니 해외 미디어와 가수들도 ‘BTS가 도대체 뭐기에’란 물음표를 품게 됐다.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계정(@BTS_twt)만 자기 게시물에 언급해도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각종 출연과 협업 제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팬들은 신작 앨범이 나오면 집중적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하고 앨범을 몇 장씩 구매해 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대단한 성과지만 몇 년 새 CD 판매의 대폭 감소로 앨범차트가 트렌드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현지 대중의 트렌드를 더 잘 보여주는 싱글차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4차 산업혁명, 직접 민주주의 시대 단면 보여줘 미국 현지의 아이돌 가수 기근 현상도 파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데 그 공백을 메운 게 왜 방탄소년단이었을까. 또래인 밀레니얼 세대와의 실시간 소통 능력이 첫째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은 다른 아이돌과 달리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안 보인다. 그 대신 트위터와 유튜브로 자신들만의 ‘일상 예능’을 중계한다. 칼 같은 군무, 세련된 악곡에 끌린 해외 케이팝 팬들은 온라인에서 친근하게 잘 놀아주기까지 하는 방탄소년단에 모여들었다. ‘K팝 딕셔너리’의 저자 강우성 씨는 “오랫동안 해외에 누적된 케이팝 전반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촉매제 격인 방탄소년단에 집약돼 마침내 폭발했고 주류까지 뻗어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는 여타 아이돌그룹 팬을 능가하는 충성도와 열정으로도 유명하다. 김영대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팬들이 그들과 방탄소년단을 동일시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청춘의 고민을 연작 형태로 가사에 현실감 있게 녹여낸 게 주효했다”며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을 때 중장년층은 갸우뚱했지만 10, 20대가 열광한 것도 음악과 춤뿐 아니라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쩔어’),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Not Today’) 등은 젊은 세대의 고민을 직설적으로 짚어냈다. 인터넷 번역기의 발전은 외국 팬의 언어 장벽을 없애줬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문화에는 시대적 격변이 투영됐다. 이병관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팬덤 문화가 적극적 소비 형태로 표출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형 소비자 활동이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제적으로는 소비자 맞춤형 생산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 정치적으로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증대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SNS를 통해 “케이팝이라는 음악의 언어로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삶과 사랑, 꿈과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게 됐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임희윤 imi@donga.com·이지운 기자}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신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국 현지를 대상으로 하는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은 외국어 앨범으로는 12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2006년 다국적 팝페라그룹 ‘일 디보’가 1위에 올려놓은 앨범 ‘Ancora’는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가사가 섞인 음반이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를 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일 디보의 사례보다 차별화된다.● 소셜미디어와 아이돌 팬덤이 이룬 신화 이번 방탄소년단의 1위는 밀레니얼 세대의 팬덤 문화와 소셜미디어 파워가 주류 사회를 어디까지 흔들 수 있는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역사적인 사건이다. 전문가들도 1위 등극의 요인을 “헌신적 팬덤의 집중된 화력”에서 찾는다. 여기서 화력이란 팬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벌이는 상업적·비상업적 활동을 포괄한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세계에 15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다. 팔로어들은 방탄소년단이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실시간으로 공유해 홍보한다. 이를테면 제이홉이 26일 올린 ‘오늘도 감사합니당’ 게시물만 해도 36만4000회 리트윗 됨으로써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러다보니 해외 미디어와 가수들도 ‘BTS가 도대체 뭐기에’란 물음표를 품게 됐다.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계정(@BTS_twt)만 자기 게시물에 언급해도 홈페이지와 SNS 팔로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각종 출연과 협업 제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팬들은 신작 음반이 나오면 집중적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하고 음반을 몇 장씩 구매해 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대단한 성과임에 분명하지만 몇 년 사이 빌보드 앨범차트의 무게감이 떨어지면서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며 “스트리밍이 커지면서 CD 판매량이 대폭 줄어 CD를 집중적으로 구매하는 열성 팬덤을 지닌 가수가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지난해 미국 가수 핑크가 콘서트 입장권과 앨범을 묶어 파는 방식으로 앨범차트 2위에 오른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신작 타이틀곡 ‘FAKE LOVE’는 정작 스트리밍 순위 63위(28일 오후 스포티파이 기준)에 그치고 있다”며 “대중의 트렌드를 더 잘 보여주는 싱글차트 추이는 좀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만 해도 50만 장, 100만 장까지 달했던 정상 등극 가능 판매량은 2010년대 들어 10여만 장으로 줄었다. 미국 현지의 아이돌 가수 기근 현상도 파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저스틴 비버, 원 디렉션 등 서구권 아이돌의 인기가 줄어든 공백을 방탄소년단이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4차 산업혁명, 직접 민주주의 시대 단면 보여준 ‘대분출’ 그렇다면 그 공백을 메운 게 왜 방탄소년단이었을까. 또래인 밀레니얼 세대와의 실시간 소통 능력이 첫째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은 다른 아이돌과 달리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안 보인다. 대신 트위터와 유튜브로 자신들만의 ‘일상 예능’을 중계한다. 칼 같은 군무, 세련된 악곡에 끌린 해외 케이팝 팬들은 온라인에서 친근하게 잘 놀아주기까지 하는 방탄소년단에게 모여들었다. ‘K팝 딕셔너리’의 저자 강우성 씨는 “이번 1위는 방탄만의 성과가 아니다”며 “해외에 쌓여온 케이팝 전반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방탄소년단에 집약돼 마침내 폭발해 주류까지 뻗어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는 여타 아이돌 그룹 팬을 능가하는 충성도와 열정으로도 유명하다. 김영대 평론가는 가사에도 주목했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을 때 어른들은 갸우뚱했지만 10, 20대가 열광한 것은 음악과 춤뿐 아니라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청춘의 고민을 연작 형태로 가사에 현실감 있게 녹여내 팬들이 자신들과 방탄소년단을 동일시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쩔어’),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Not Today’), ‘꿈이 없어도 괜찮아, 멈춰 서도 괜찮아’(‘낙원’) 등은 젊은 세대의 고민을 직설적으로 짚어냈다. 인터넷 번역기의 발전은 외국 팬에도 언어 장벽을 없애줬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문화에는 시대적 격변이 투영됐다. 이병관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팬덤 문화가 적극적 소비 형태로 표출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형 소비자 활동이 세계적 추세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제적으로는 소비자 맞춤형 생산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 정치적으로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증대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서울 소재 한 법학전문대학원에는 조금 남다른 밴드 동아리가 있다. 밴드지만 합주실이나 공연장에서는 모이지 않는다. 지난해 멤버 몇 명이 모여 한 차례 공연한 게 ‘신기한 일’로 회자될 정도다. 그 대신 한 학기에 한두 번 ‘코인 노래방’에 모여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 발라드, 록, 힙합… 공연을 준비하는 게 아니니 곡 선정도 자유롭다. 짧은 일탈은 길어야 두 시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여유는 없다. 아쉬움을 달래며 다시 열람실로 돌아온다. 어른들은 말한다. ‘요즘 것들’은 정도 낭만도 없다고. “젊은이들이 관태기(인간관계의 권태기)에 빠졌다”며 혀를 차기도 하고, “‘N포 세대’의 슬픈 현실”이라며 측은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무덤덤하다. 스스로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일 뿐이라 한다. 함께 밥 먹으면서 담소 나누는 시간도, ‘썸’ 타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도 아까운 2030. 혹자는 이들을 두고 인생의 기름기를 쫙 뺀 ‘살코기 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최소화한다. 관계를 맺더라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 이상은 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살코기 세대’는 인생에 풍미를 더하는 마블링을 쫙 뺀 퍽퍽한 삶일까, 거추장스러운 기름기를 제거한 담백한 삶일까.》○ 뒤풀이 없는 점심시간 동아리 올해 초 로스쿨에 진학한 정유민(가명·24·여) 씨는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깜짝 놀랐다. 잘 시간도 줄여 가며 공부해야 할 만큼 학습량이 많다던 로스쿨 내에 서른 개나 되는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종 학회와 스포츠 동아리까지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서너 개씩 중복해서 동아리 활동을 한다는 학생회 선배의 설명이 믿기지 않았다. 학기가 시작되자 놀라움은 금방 해소됐다. 로스쿨 내 동아리는 운영 방식이 학부생 시절 동아리와는 달랐다. 대다수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모임을 가졌다. 그마저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배달음식을 시켜 학교 내에서 해결할 때가 잦았다. 학회 활동은 번갈아 가며 발제문을 준비해 와 점심을 먹으며 함께 읽는 식으로 진행됐다. 몇몇 스포츠 동아리는 실제로 함께 모여 운동을 했지만 체력관리용으로 각자 운동을 하기 위해 모일 뿐이었다. 학부 시절처럼 으레 따르는 뒤풀이는 일절 없었다. 정 씨도 네 개의 동아리에 가입했다. 처음엔 이럴 거면 왜 굳이 동아리를 하나 싶었는데, 막상 해 보니 좋은 점이 더 많다고 했다. “같은 건물에서 공부하면서 매일같이 얼굴 보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밥이라도 같이 먹지 않으면 인사조차 안 하게 돼 오히려 불편할 것 같았어요. 공부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것도 아니라 부담 없고요.” 정 씨는 다른 학교 로스쿨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 했다.○ ‘썸’ 타는 건 시간 낭비일 뿐… ‘셀소’로 짝 찾는 청춘들 직장인 A 씨(33)는 최근 직장인 전용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결혼을 전제로 만날 여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자신의 신체조건은 물론이고 회사 내 직급과 연봉, 소유한 부동산까지 ‘스펙’을 아주 구체적으로 쓴 후 만나고 싶은 여성의 외모와 직업 조건, 성격까지 구체적으로 단서를 달았다. 셀프 소개팅, 이른바 ‘셀소’였다. 이 익명 SNS 페이지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셀소’ 글이 올라온다. A 씨는 서른 살이 되던 해부터 한 달에 한두 번씩 소개팅을 해 왔고, 몇 달씩 사귀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할 만하다고 느껴지는 대상은 찾지 못했다. “주선자에게는 원하는 여성상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가 껄끄럽잖아요.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도 주선자에 대한 예의상 몇 번 더 만나야 할 때도 있고요. 셀소 글을 올려 짝을 찾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죠.” A 씨는 더 이상 불확실한 소개팅에 돈과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온라인 친목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34)는 2016년 자신의 카페에 ‘셀소 게시판’을 열었다. 600명이 넘는 회원이 김 씨의 셀소 게시판에 짝을 찾는 글을 올렸다. 김 씨가 다녀온 ‘셀소 커플’의 결혼식만 해도 열 번에 이른다. 김 씨는 “셀소로 결혼하는 커플들에게 물어보면 부모님에겐 ‘친구에게 소개받았다’고 한다더라. 아무래도 아직 부모님 세대들은 ‘셀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대체식’을 찾는 2030 플라스틱 병에 미숫가루처럼 고운 분말이 들어 있다. 찬물을 붓고 잘 흔들어 주기만 하면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후루룩 마시는 데는 수십 초면 충분. 다 마시고 나면 빈 병은 재활용 쓰레기통에 ‘휙’ 버리면 그만이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체식’이다. 회사원 박정은(가명·27·여) 씨는 대체식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하곤 한다. 한 주에 한두 번 대체식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회사 근처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 박 씨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올해 초 직장을 그만둔 윤서영(가명·26·여) 씨도 저녁 식사로 대체식을 애용한다. 어리지 않은 나이에 취준생 신분으로 돌아와 공부만 하기에도 마음이 바쁜데 굳이 밥을 차려 먹는 게 번거로웠다. “집에서 분말에 물 타서 마시는 게 좀 웃기는 짓 같긴 하지만, 뭐 어때요? 이젠 라면 끓이는 것도 시간 낭비로 느껴져요.” 대체식 시장은 최근 2년 사이 급성장했다. 2015년 말 대체식 ‘랩노쉬’를 출시한 이그니스는 2017년 매출 5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인테이크는 2018년 매출 목표를 200억 원으로 높여 잡았다. 이그니스 관계자는 “당초 체중 조절에 신경을 쓰는 2030 여성을 타깃으로 제품을 출시했으나,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하고 다른 곳에 시간을 투자하고자 하는 2030 남녀 전반으로 폭을 넓혔다”고 밝혔다.○ 밥터디 하는 청춘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수료하고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는 백승호(가명·27) 씨는 석 달 전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밥터디(밥+스터디)’를 구했다. 백 씨 또래의 고시생 네 명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점심, 저녁 시간에 모여 밥을 먹고 헤어진다. 식사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않고, 식대는 각자 계산하는 게 규칙이다. 메뉴는 늘 구내식당. 도서관에서 가깝고 음식도 빨리 나와 좋다. 지난해 처음 시험 공부를 시작할 때 백 씨는 구내식당에서 혼자 끼니를 해결했다. 친구들과 밥을 먹으면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하고 놀고 싶은 마음도 들어 자꾸 공부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 밥을 먹다가 과 후배나 동아리 사람들을 자꾸 마주치다 보니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매번 약속을 잡아 밥을 먹는 건 너무 번거로워요. 친구 기분이나 상황도 맞춰 줘야 하고요. 후배들과 밥을 먹으면 제가 사야 하니 그것도 부담이었죠.” 그래서 백 씨는 밥터디를 꾸렸다. 밥터디라고 정말 아무 말 없이 밥만 먹는 건 아니다. 각자 사는 이야기, 공부하며 겪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니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공감도 잘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전화번호는 교환하지 않고, 따로 만나거나 ‘개인 카톡’을 하는 건 금물이다. 각자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감정적 지원을 주고받는 사이. 백 씨가 말하는 ‘쿨한 관계’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6년 전국 20대 남녀 6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의 79.9%가 혼자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9.5%가 무교류 동호회, 밥터디 등 목적 지향적 모임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 때문에 2030의 상당수가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 자체를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일로 여기게 되었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데서 효용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와 함께 성장한 2030에겐 오프라인에서의 친밀한 관계는 더 이상 필수적인 것이 아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살코기 세대는 본인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기성세대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정은 씨는 “매일 회사 사람들과 같이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건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했다. 박 씨는 다음 달부터 대체식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남는 시간에 필라테스를 배우러 다닐 계획이다. 백 씨도 CPA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밥터디를 계속할 것이라 밝혔다. “관계가 깊어지면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져요.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길게 얘기를 들어줘야 하고, ‘소주 한잔할까’ 했을 때 거절하기도 어려워지죠. ‘합격’이라는 목표가 확실한 지금은 인간관계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아요. 필요에 의해 윈윈 하는 관계인데, 문제 있나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황석영 작가(75·사진)의 2011년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명필름(대표 심재명)은 23일 “지난달 작품 판권을 확보한 영국 퍼지블루와 장편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을 위한 개발 계약을 마쳤다”며 “현재 시나리오와 아트워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필름은 2011년 오성윤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낯익은 세상’의 연출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작가인 실뱅 쇼메 감독이 맡았다. 애니메이터이자 작곡가이기도 한 쇼메 감독은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에 4번 올랐다. 한국 소설이 원작인 애니메이션을 외국 감독이 연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설 ‘낯익은 세상’은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모티브로 ‘꽃섬’에 사는 열네 살 소년 딱부리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성장과 소비에 취한 자본주의 문명의 그늘을 꼬집으면서도 그 안에서 싹트는 희망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CJ E&M(대표이사 김성수)은 나영석 PD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새로운 시즌이 6월 첫선을 보인다고 23일 밝혔다. 2013년 첫 방송 이후 tvN 대표 예능으로 자리 잡으며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로도 플랫폼이 수출된 ‘꽃보다 할배’는 2015년 그리스편 이후 3년 만에 다시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나 PD의 또 다른 인기작 ‘신서유기’ 시리즈도 9월 시즌5로 돌아올 예정이다. ‘프로듀스 101’과 일본의 ‘AKB 48’을 접목한 Mnet의 ‘프로듀스 48’도 6월 공개 예정으로 관심을 끈다. 7월 CJ오쇼핑과의 합병을 앞둔 CJ E&M은 같은 달 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이병헌, 김태리가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첫 방송을 한다. 또한 11월에는 판타지 멜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방송될 예정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황석영 작가(75)의 2011년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이 극장 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명필름(대표 심재명)은 23일 “지난달 작품 판권을 확보한 영국 퍼지 블루(FUZZY BLU)와 장편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을 위한 개발계약을 마쳤다”며 “현재 시나리오와 아트워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필름은 2011년 오성윤 감독의 장편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낯익은 세상’의 연출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작가인 실뱅 쇼메 감독이 맡았다. 쇼메 감독은 애니메이타와 작곡가 등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에 4번 올랐다. 한국 소설이 원작인 애니메이션을 외국 감독이 연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설 ‘낯익은 세상’은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모티브로 ‘꽃섬’에 사는 열네 살 소년 딱부리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성장과 소비에 취한 자본주의 문명의 그늘을 꼬집으면서도 그 안에서 싹트는 희망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우리가 무슨 노래 듣고 있을까요? 맞혀보세요!” 앙증맞은 헤드폰을 낀 네 살배기 쌍둥이가 등장하자 스튜디오에선 탄성이 쏟아졌다. 음악에 맞춰 요리조리 몸을 흔드는 순간, 출연자들은 연신 탄성을 지르며 무장해제. 이쯤 되면 누가 연예인인지 헷갈릴 지경. 5일 시작한 MBC 예능 ‘뜻밖의 Q’에서 시청자를 사로잡은 건, 여타 방송인이 아니라 아기 유튜버 ‘뚜아뚜지’(어수아·어수지)였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던 ‘재야의 고수’ 크리에이터들의 TV 예능 출연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16년 전후 ‘대도서관’ ‘헤이지니’ ‘양띵’ 등이 교양프로그램 등에 조금씩 진출하기 시작했지만, 요즘엔 아예 예능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로 나선다. 이유는 자명하다. “인터넷 문화에 친숙한 젊은 시청자를 유혹하려는 방송사와 TV 출연을 통해 인지도 상승을 꾀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윈윈 전략”(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란 의견이다. 과연 이들의 ‘마리아주’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방송에 출연한 크리에이터 4명의 현재 성적을 대중문화평론가와 업계 관계자, 시청자 반응 등을 종합해 별점으로 매겨봤다. ▽뚜아뚜지(★★★★·별 5개 만점)=한마디로 ‘올킬(All Kill)’이다. 첫 등장만으로 이모 삼촌의 마음을 확 사로잡았다. 실제로 ‘뜻밖의 Q’ 출연 뒤 수많은 TV 출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들이 입은 옷을 구입하고 싶단 문의도 끊이지 않는단다. 걱정은 따로 있다. 급작스럽게 커져버린 대중의 관심이다. 아버지 어성진 씨(37)는 “너무 감사하면서도 아이들이 상처받을 일이 생길까 걱정스럽기도 하다”며 “최대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방송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입짧은햇님(★★★)=입짧은햇님(김미경·37)이 먹방계에서 주목받은 건, 이웃집 누나처럼 맛있게 먹으며 편안하게 대화하는 친근함이었다. 하지만 tvN ‘놀라운 토요일’에서 보여준 모습은 다소 아쉽다. 전문 방송인들에 밀려 자신의 강점을 보여줄 기회를 놓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단 인터넷방송 시절부터 딱히 흠잡을 일이 없어 ‘조기하차’할 걱정이 없다. ‘놀라운…’의 이태경 PD는 “너무 개성 강한 크리에이터는 위험부담이 커서 성숙하고 친화력이 뛰어난 ‘햇님 누나’를 섭외했다”며 “갈수록 진가를 발휘할 타입”이라고 설명했다. ▽장삐쭈(★★★☆)=자칭 타칭 ‘더빙 아티스트’인 장삐쭈(장진수·27)는 요즘 트렌드에 가장 잘 맞는다. 기존 영상에 더빙을 입혀 아예 새로운 내용을 만드는 작업을 선보이는데, 특유의 개그와 날카로운 풍자가 돋보인다. 지난해 tvN ‘SNL’에 이어 ‘뜻밖의 Q’에선 퀴즈 출제자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종전에 자유롭게 사용하던 비속어와 ‘급식체’(중고교생이 즐겨 쓰는 은어나 말투)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B급 감성을 이어갈는지가 관건. ▽감스트(★★)=최근 축구 관련 콘텐츠에서 감스트(김인직·28)만큼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도 없다.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이 듣는 이의 가슴을 뻥 뚫어준다. 그런 그가 최근 MBC 러시아 월드컵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위촉됐다는 소식에 상당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인터넷에서도 욕설로 방송정지 처분을 받았던 감스트가 TV에? 그다지 축구 지식이 깊지 않단 의견도 있다. 한 지상파 스포츠전문 PD는 “거침없이 날뛰는 게 강점이던 감스트가 MBC 타이틀이란 족쇄를 달고도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22일)을 맞아 불교 종단 지도자들이 남북 평화를 기원하는 봉축 법어를 발표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사진)은 17일 “불자들이 연등을 밝혀 부처님을 맞는 이 수승(殊勝)한 인연이 지구상 모든 이웃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며, 고통을 대신하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대승보살도(大乘菩薩道)가 국민통합으로 회향하는 공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스님은 이어 “남북이 하나 되는 길은 우리 모두가 참선 수행으로 마음속에 있는 갈등과 불신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불교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은 봉축 법어에서 “한반도에 좋은 소식이 오고, 불교에도 밝은 빛이 도래해서 남과 북이 하나 되고 한민족이 세계 불교를 견인해 가는 부처님오신날이 되도록 봉축하자”고 당부했다. 대한불교천태종 김도용 종정도 “행복은 위대한 버림 속에 있느니 즐거움을 만나도 함부로 하지 않고, 괴로움 속에서도 근심을 더하지 않으며, 다툼이 없는 가운데 진정한 평온을 누리라”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17일 오후 회의를 열어 세월호 참사 보도 화면 사용으로 논란을 빚은 MBC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전체 회의에 건의하기로 했다. 과징금 부과는 방심위에서 부과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수위의 제재로, 2008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국에 과징금이 부과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전참시’는 5일 방송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에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을 합성한 화면을 내보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어묵’은 일부 극우 성향 네티즌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비하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이날 회의에서 “고의성이 명백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본 사안은 약자와 피해자를 고려하지 못한 최악의 사례”이며 “다시보기 중지 등의 조치 외에 즉각적인 사과와 같은 윤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단순히 제작진 몇몇의 실수로 보이기보다는 MBC 전반의 제작윤리와 관행에 심각한 문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재 사유를 설명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전체회의에서 과징금 부과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며, 과징금 액수는 따로 회의를 열어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상파의 경우 과징금 기준금액은 3000만 원이다. 한편 MBC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참시’ 제작 과정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MBC는 제작 책임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밝히면서도 “(문제가 된 장면을 제작한 것은) 고의가 아닌 실수”라고 선을 그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부처의 삶은 버리는 삶입니다. 여러분은 부처님보다 행복하지 않으면서 왜 끊임없이 얻기 위해서 사십니까?” 가지지 못한 것은 커 보인다.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을, 가족을, 동료를 괴롭혀대곤 한다. 저 직장에 들어가면, 저 자동차를 사면, 저 집에 살게 되면 행복해질 것만 같다. 그러나 그렇게 원하던 바를 이루어도 기쁨은 잠시 뿐, 성취는 과거의 일이 되어 금세 기억 저편으로 멀어진다. ‘구하지 않는 삶의 즐거움’(240쪽·1만5000원·담앤북스)은 목종 스님(57·부산 대광명사 주지)의 첫 잠언집이다. 우리가 집착하는 대상들은 행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을 줄 뿐이다. 우리는 구하는 바를 이미 가지고 있는데, 마음에 지닌 것을 굳이 구하려 애쓰다 보니 고통에 빠진다는 것. 그래서 목종 스님은 묵묵히 현재를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처럼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 것을 권한다. 목종 스님은 “더 구하지 않는 삶에는 타인을 향한 나눔이 있고 비움을 넘어선 버림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스님은 독자들에게 작은 미물 하나에도 생명을 빼앗기는 고통이 아닌 기쁨을 주라고 부탁한다. 2009년 대광명사를 창건할 때 ‘모든 생명체의 행복을 위해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실천하라’는 기치를 내건 것과 같은 맥락이다. 108개의 정갈한 법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목종 스님이 10여 년간 토굴에서 정진하며 공부한 깨달음의 핵심이 간결한 문체로 담겨 있다.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휴식하듯 편안하게 읽으며 행복을 얻는 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북한 아이들도 뽀로로를 볼까? 몇 해 전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에 뽀로로 캐릭터 상품이 연거푸 잡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뽀로로가 정식으로 방영되거나, 캐릭터 상품이 판매된 적은 없다. ‘뽀로로 아빠’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53·사진)는 “(북한 사람들이) 중국에서 흘러 들어온 사본으로 뽀로로를 보고, 보따리상을 통해 캐릭터 상품을 들여온 것 같다”고 했다. 콘텐츠 제작자로서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최 대표의 목소리는 밝았다. 어찌 됐든 북한 아이들도 뽀로로를 볼 수 있다니 좋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 아이코닉스 사옥에서 14일 최 대표를 만났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2003∼2006년 아이코닉스·오콘·하나로통신과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합작한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이다. 하나로통신이 투자 조건으로 남북 합작을 내걸었다. 최 대표는 완성된 콘텐츠 수십 편을 노출하는 것보다 한 편을 같이 제작하는 게 교류의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 흔쾌히 동의했다. 그렇게 시즌1과 시즌2의 총 스무 편을 함께 만들었다. 이전에도 남북 합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적은 있었지만 큰 성공을 거둔 건 뽀로로가 처음이었다. 우리 나이로 16세가 된 뽀로로는 130개가 넘는 나라에 수출됐고, 유튜브에선 매달 2억 회가 넘게 재생되고 있다. 뽀로로의 남북 합작은 북한에 제작 하청을 맡기는 형태로 이뤄졌다. 2차원(2D)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북한이지만 3차원(3D) 애니메이션은 북한에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5분짜리 영상 한 편을 만들 때마다 400여 장에 달하는 CD를 몇 번이나 중국을 통해 주고받아야 했다. 의사소통은 팩스로만 할 수 있었다. 글로 전하기 힘든 ‘뉘앙스’ 차이로 수정을 거듭하는 일도 잦았다. 문화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박수 장면을 요청했더니 모든 캐릭터가 일어서서 ‘해병대 박수’를 치는 장면을 만들어 보냈다. 쓰는 용어도 달랐다. ‘스택’이라고 부르는 3D 작업 목록을 북한에선 ‘탄창’이라 불렀다. 그렇다 보니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내부 불만이 나왔다. 그때마다 최 대표는 팀원들을 다독였다. “눈앞의 성과보다는 계속 협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다 보면 질도 나아지고 비용 절감 효과도 생길 테니 극복해 나가자고 했죠.” 최 대표는 비핵화 문제가 잘 풀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평양이나 개성에 ‘뽀로로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평양은 인력 수급이 용이하고, 개성은 가까워서 좋을 것 같단다. 최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남북이 함께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장르는 역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다. “아이들 보는 눈은 세상 어디나 똑같아요. 뽀로로가 꽈당 하고 넘어지면 한국 아이도, 북한 아이도, 쿠바 아이도 까르르 웃죠. 남북이 같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계 어린이들에게 하나 된 ‘코리아’를 알리고 싶어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북한 아이들도 뽀로로를 볼까? 몇 해 전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에 뽀로로 캐릭터 상품이 연거푸 잡혀 화제가 된 적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뽀로로가 정식 방영되거나, 캐릭터 상품이 판매된 적은 없다. ‘뽀로로 아빠’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53)는 “(북한 사람들이)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사본으로 뽀로로를 보고, 보따리상을 통해 캐릭터 상품을 들여온 것 같다”고 했다. 콘텐츠 제작자로서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최 대표의 목소리는 밝았다. 어찌 됐든 북한 아이들도 뽀로로를 볼 수 있다니 좋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 아이코닉스 사옥에서 14일 최 대표를 만났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2003~2006년 아이코닉스·오콘·하나로통신과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합작한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이다. 하나로통신이 투자조건으로 남북합작을 내걸었다. 최 대표는 완성된 콘텐츠 수십 편을 노출하는 것보다 한 편을 같이 제작하는 게 더 교류의 효과가 크다고 보고 흔쾌히 동의했다. 그렇게 시즌1과 시즌2의 총 스무 편을 함께 만들었다. 이전에도 남북 합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적은 있었지만 큰 성공을 거둔 건 뽀로로가 처음이었다. 우리 나이로 16살이 된 뽀로로는 130개가 넘는 나라에 수출됐고, 유튜브에서 매달 2억 회가 넘게 재생되고 있다. 뽀로로의 남북 합작은 북한에 제작 하청을 맡기는 형태로 이뤄졌다. 2D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북한이지만 3D애니메이션은 북한에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5분짜리 영상 한 편을 만들 때마다 400여 장에 달하는 CD를 몇 번이나 중국을 통해 주고받아야 했다. 의사소통은 팩스로만 할 수 있었다. 글로 전하기 힘든 ‘뉘앙스’ 차이로 수정을 거듭하는 일도 잦았다. 문화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박수 장면을 요청했더니 모든 캐릭터가 일어서서 ‘해병대 박수’를 치는 장면을 만들어 보냈다. 쓰는 용어도 달랐다. ‘스택’이라 부르는 3D 작업 목록을 북한에선 ‘탄창’이라 불렀다. 그러다 보니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내부 불만이 나왔다. 그 때마다 최 대표는 팀원들을 다독였다. “눈앞의 성과보다는 계속 협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다 보면 질도 나아지고 비용 절감 효과도 생길 테니 극복해나가자고 했죠.” 최 대표는 비핵화 문제가 잘 풀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평양이나 개성에 ‘뽀로로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평양은 인력 수급이 용이하고, 개성은 가까워서 좋을 것 같단다. 최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남북이 함께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장르는 역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다. “아이들 보는 눈은 세상 어디나 똑같아요. 뽀로로가 꽈당 하고 넘어지면 한국 아이도, 북한 아이도, 쿠바 아이도 까르르 웃죠. 남북이 같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계 어린이들에게 하나된 ‘코리아’를 알리고 싶어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인기 걸그룹 레드벨벳(사진)이 해외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하는 세종학당 홍보 영상에 깜짝 출연했다. 세종학당재단(이사장 송향근)은 15일 세종대왕 탄신일을 맞아 레드벨벳이 재능기부로 참여한 새 홍보영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멤버들은 “강의를 통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고, 웹드라마와 웹툰을 보며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며 온라인 한국어·한국문화 배움터 ‘누리-세종학당’을 소개한다. 이 영상은 아리랑TV를 통해 105개 국가로 송출될 예정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앞으로는 시청자가 직접 방송 심의에 참여하게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는 15일 ‘국민과 함께하는 공정하고 따뜻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비전을 공개하고 ‘국민 참여 심의제’ 도입 등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방심위는 심의 참여를 요구하는 시청자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일반 시민이 참여해 논쟁적인 사안을 심의하는 회의체를 제4기 임기 내 설치할 방침이다. 또 사회 각계의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학계 및 시민사회에서 모니터 요원을 선발하는 ‘열린 모니터링’ 제도도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편 방심위는 ‘최소규제의 원칙’에 따라 통신심의 관련 법령과 심의규정을 고치되, 음란·폭력·도박 정보를 유통시킬 경우 해당 사이트를 경고 없이 이용 해지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키로 했다.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 관련 2차 피해를 야기하거나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에 대한 심의는 강화한다. 방심위는 “10대 과제를 묵묵히 수행해 공정하고 따뜻한 위원회, 신뢰받는 위원회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잠에 관한 퀴즈 하나. 꼿꼿이 서서 자는 생물은? 대부분 머릿속에 맴도는 정답은 ‘나무’일 것이다. “나무야, 나무야∼” 하는 동요를 떠올린 사람도 있을 터다. 그러나 저자가 내놓은 정답은 ‘말’이다. 말의 다리에는 관절이 구부러지는 것을 막는 고정 장치가 있어 서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1분에 한 번꼴로 잠에서 깨는 심각한 수면 장애를 앓았다. 수면 부족으로 예수회 신부 시절 설교를 하다 선 채로 잠든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질 수 없어서 더 달콤하게 여겨지는 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책의 부제가 ‘세상의 모든 달콤하고 괴로운 잠 이야기’인 것도 그 때문이다. 유명한 수면제 중 하나인 졸피뎀에는 ‘사건수면’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흔히 말하는 몽유병과 유사한 증상인데, 심한 경우 자는 동안 자살을 한 사례가 보고되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졸피뎀을 파는 제약회사들은 여전히 떼돈을 번다. 그만큼 잠이 간절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리라. 잠자는 시간을 못 견디게 아까워한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이다. 그는 가정도 팽개치고 밤새 실험실에 틀어박히기 일쑤였다. 점심 식사 시간은 자정(정오가 아니다)이었다고 한다. 그의 대표 발명품이 우리의 밤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힌 백열전구라는 점이 자못 의미심장하다. 주의사항. 이 책을 잠자리에서 읽는 건 권하지 않는다. 저자의 냉소적인 유머에 연신 쿡쿡거리다가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버린 자신을 발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신은 말이 아니니 출근길 지하철에서 서서 자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초저녁 아니면 주말에 읽기를 추천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가 지난달 26일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배포해 언론통제 논란이 불거졌던 ‘취재·보도 권고사항’에 대해 “홍보실에서 만든 자료였을 뿐 내외부의 지시나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 대해 과거 ‘보도지침’ 수준의 사전 검열식 자료가 나온 배경에 대한 정확한 설명 없이 ‘실무진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방심위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이 자료는 방송사 간 취재경쟁으로 오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홍보실 담당자가 제안하고 상급자인 홍보실장이 승인해 만든 자료였다”며 “배포 전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사무총장에게 보고가 이뤄졌지만 2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검토가 진행돼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이 보도자료는 이날 오전 11시 21분에 민경중 사무총장에게 문자로 보고됐으며 오전 11시 25분에 강상현 위원장에게 대면 보고된 뒤 11시 36분경 언론에 배포됐다. 보고를 받은 전광삼 상임위원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굳이 배포해야 한다면 부제라도 수정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보도자료는 이미 배포된 뒤였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전직 방심위원은 “홍보담당자가 남북 정상회담처럼 중요한 사안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독단적으로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관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에 위원장이나 사무총장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거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이날 논평에서 “방심위는 그동안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꼬리 자르기’식 변명으로 일관했지만 위원장, 사무총장, 홍보실장 등에게 보고된 뒤 배포된 자료가 어떻게 단순 실수일 수 있느냐”며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사실상 ‘신(新)보도지침’을 승인하고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방심위 홍보실장은 보도자료 배포 당일 국무조정실 소속 공무원과 통화를 했다는 의혹이 있으며, 종합편성채널 담당 심의팀에 모니터링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무조정실이 ‘신보도지침’ 발표 과정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권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다”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향후 강 위원장과 민 사무총장, 성호선 홍보실장, 국무조정실 관련자를 직권남용 및 방송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며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밝혔다. 진상조사태스크포스(TF) 측은 “홍보실장과 국무조정실 사무관의 통화는 보도자료 배포 이후 시민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문의가 왔던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제출된 모니터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지적사항이나 특이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TF는 또 “보도자료 내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했으며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조윤경 yunique@donga.com·이지운 기자}

넷플릭스가 4일 처음으로 선보인 한국 예능 ‘범인은 바로 너!’는 ‘이름값’에 비해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유재석 이광수 김종민 등 특급 출연진에 SBS ‘런닝맨’을 연출했던 조효진 김주형 PD의 만남. 게다가 넷플릭스란 플랫폼 특성을 살린 100% 사전 제작. 첫 회부터 ‘웰메이드 예능’을 기대한 건 너무 큰 바람이었을까. 물론 기존 예능과 다른 독특함은 분명 있다. ‘예능 반, 추리 반’을 지향하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 드라마’처럼 열 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스토리로 모아져 시즌을 이룬다. 출연자들은 ‘동네 탐정’(유재석) ‘전직 형사’(안재욱) 등을 맡아 드라마와 같은 배역이 정해져 있되, 기존 예능 방식으로 게임을 하고 퍼즐을 푼다. 21세기가 지향하는 ‘하이브리드’의 출현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신선함은 딱 거기까지다. 뭔가 섞이긴 했는데 버무려지질 않았다. 출연자들조차 앞에선 과도하게 연기 톤으로 나왔다가, 다음 장면엔 “이젠 뭐해야 하냐”며 리얼버라이어티식 개그를 한다. 이들이 갈팡질팡하니 시청자도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2회에서 유재석이 시체와 조우하는 장면은 이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탐정은 심각한데, 시체는 허접한 만듦새. 헐렁함에 웃어주길 바라는 건 결코 아닐 텐데. 기본적인 설정에도 문제가 있다. 이 예능은 게임을 성공하지 못하면 사건 해결을 진행할 수가 없다. 조 PD는 “멤버들에게 전혀 힌트가 주어지지 않으며, 미션에 실패하면 별도의 스토리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능에서 추리 사건이 미해결로 끝난다면 그걸 받아들일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 조 PD는 “시즌 중반부로 갈수록 출연진의 캐릭터가 잡혀가면서 훨씬 흥미진진해지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범인은 바로 너!’ 3, 4회는 11일 오후 4시에 공개된다. 전체가 10회니 4회면 벌써 중반이다. 시행착오로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2012년 102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왔던 미국 워싱턴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약 3년간의 복원공사를 마치고 22일(현지 시간) 개관한다. 문화재청은 7일 “2012년 350만 달러(당시 약 40억 원)에 매입한 공사관 건물을 전시관으로 꾸며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인 22일에 맞춰 개관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사관 내부는 당시 사무실과 침실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으며, 대한민국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공사관 건물은 대한제국이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일본 등 국외에 설치했던 공관 가운데 현재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있다. 1891년 11월 조선왕조가 당시로는 거금인 2만5000달러에 사들여 대한제국 말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 외교권을 빼앗긴 뒤 건물 관리권은 일제로 넘어갔다. 일제는 한일강제병합(경술국치)을 2개월 앞둔 1910년 6월 단돈 5달러에 강제로 매입한 뒤 경술국치일(8월 29일) 사흘 뒤 한 미국인에게 10달러에 팔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공사관 개관식에서는 을사늑약 이후 113년 만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이벤트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등은 개관식에 앞서 14일 현지에서 언론 공개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토사물을 맨손으로 닦아낸다. 취객에게 욕먹고 얻어맞는 건 예사. 전국에서 가장 바쁜 ‘홍일지구대’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사람 냄새 물씬 나게 그린 tvN 드라마 ‘라이브’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내며 6일 종영했다. 극본을 쓴 노희경 작가는 1년 넘게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팀장인 윤경호 경감(47)을 따라다녔다. 경찰청 홍보담당관실의 이희목 경위(42)는 배우들에게 권총 사격술, 수갑 사용법 등을 가르쳤다. ‘라이브’ 속 경찰과 실제 경찰의 ‘싱크로율’에 대해 윤 경감, 이 경위와 이야기를 나눴다. 매일 밤 전쟁터로 변하는 홍일지구대에서 주인공 한정오(정유미)는 치고받는 취객들을 뜯어말리느라, 토하는 취객의 등을 두드리느라 정신이 없다. 윤 경감에게 이런 풍경은 일상이다. “취객 신고만 매일 열 건이 넘어요. 하룻밤 많게는 150건에 달하는 112 신고를 처리하면서 취객들 뒤치다꺼리도 하다보면 잠깐 앉아 숨 돌릴 틈도 없답니다.”(윤 경감) 한정오는 동기 염상수(이광수), 선배 최명호(신동욱)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안장미(배종옥)와 오양촌(배성우)은 결혼에 골인한 연상연하 커플이다. 이는 실제로도 흔한 일이라고 한다. 올해 홍익지구대에서 만난 연상연하 커플 한 쌍이 결혼했고, 삼각관계로 분위기가 어색해진 적도 있단다. 윤 경감은 “밤새 고생하며 서로 의지하다 보면 없던 정도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경위는 “2년 전 너무 일만 한다며 아내에게 이혼당할 뻔했다. (안장미에게 이혼 통보를 받은) 오양촌 처지가 남일 같지 않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은 경찰과 가장 비슷한 배우로 배종옥을 꼽았다. 배 씨는 홍익지구대에서 설명을 들을 때 수첩에 일일이 메모한 후 이를 모두 숙지했다고 한다. 윤 경감은 “배종옥 씨는 말투나 행동 모두 진짜 경찰 같아서 곧바로 일을 시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며 웃었다. 신동욱은 밤샘 근무를 자청해 경찰들과 취객 처리를 함께 하기도 했다. 실제와 다른 점은 뭘까. 극중 강력계 형사였던 오양촌은 음주운전 적발로 강등된 후 홍일지구대로 좌천된다. 윤 경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경찰은 지구대에서 근무할 수 없다. ‘순마(순찰차)’를 운전하며 순찰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서 지구대는 유배지로, 제복을 입은 경찰은 무능한 들러리로 묘사되곤 한다. ‘라이브’ 작가진도 처음 윤 경감을 찾았을 땐 제복 경찰과 형사를 완전히 다른 직군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윤 경감은 “올해에만 형사 2명이 자원해 우리 지구대로 왔다”고 말했다. 이 경위도 “시민을 상대하는 지구대는 높은 업무 이해도와 상황 판단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1941년 9월, 아돌프 히틀러(1889∼1945)의 독일 국방군이 레닌그라드를 포위했다. 후에 ‘레닌그라드 포위전’이라 불리게 될 900일간의 사투가 시작된 것. 폭격과 굶주림, 추위로 레닌그라드 인구의 절반이 숨졌다. 도시는 폐허가 됐고, 길거리에는 꽁꽁 얼어붙은 시체가 즐비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은 이의 살을 베어 먹으며 버텼다. 레닌그라드에서 나고 자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는 포화가 빗발치는 그곳에서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를 작곡했다. 교향곡의 웅장한 선율은 가족을 잃은 시민들을 어루만졌고, 살아남은 시민들을 다독였으며 전선의 군인들을 결속시켰다. 이 곡은 서방세계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소비에트는 ‘교향곡 7번’의 악보를 30m 길이의 마이크로필름에 담아 미국에 전했다. 1만6000km의 여정 끝에 뉴욕으로 전해진 이 곡은 곧 서방 각국에서 널리 연주됐고, 연합국이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추축국에 맞서 동맹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소비에트 당국은 ‘교향곡 7번’ 발표 이후 쇼스타코비치를 반나치 투쟁의 선봉으로 치켜세웠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가 자신에게 쏟아진 찬사를 반겼을 것 같지는 않다. 그에게는 소비에트도 나치도 똑같은 억압의 주체에 불과했다. 그는 “레닌그라드는 스탈린이 파괴했고 히틀러는 그저 마무리했을 뿐”이라고 회고했다. 수많은 예술가가 잔인하게 숙청당한 ‘대공포 시대’, 쇼스타코비치는 서슬 퍼런 감시 아래에서 소비에트와 붉은 군대를 찬양하는 곡들을 써야 했다. 동료들을 숙청한 비밀경찰들을 위해 춤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비겁한 겁쟁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으며, 스스로도 자신이 목숨을 부지한 방식을 평생 수치스러워했다. 레닌그라드를 구해낸 역사적인 대작을 남기고도 쓸쓸한 말년을 보내야 했던 그의 삶은 광기의 역사가 빚어낸 또 하나의 비극이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