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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군 S안식원. 정신지체장애인 생활시설로 장애인 17명이 머물고 있다. 지난달 인권실태 조사원이 방문했을 때 장애인 2명의 머리에 5cm 크기의 상처가 나 있었다. 다리에는 찢어진 듯한 흉터가 있었다. 생활지도원인 김모 씨가 자주 폭력을 휘둘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시설은 열악했다. 김칫독에서 구더기가 발견됐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설은 최근까지 ‘따뜻한 시설’이라고 홍보하며 후원금과 쌀을 기부 받았다. 광주 인화학교의 장애인 성폭행 사건(일명 도가니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10월부터 인권침해 우려가 높은 장애인시설 155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장애인 인권활동가 140명을 포함한 민관합동조사팀이 현장을 방문했다. 9일 복지부는 현재까지 조사를 끝낸 104곳의 실태를 발표했다. 최종 결과는 내년 1월에 발표할 예정이다.이날 발표에 따르면 104곳 중 26곳(25%)에서 인권침해 사례 27건을 적발했다. 시설 종사자에 의한 장애인 폭행 3건, 학대 2건, 체벌 7건을 적발하고 폭행 사례 3건 가운데 2건은 형사고발했다. 성폭력도 만연했다. 남성장애인의 목욕이나 옷을 갈아입히는 것을 여성종사자나 봉사자에게 맡겨 수치심을 유발한 사례도 2건 있었다. 이 밖에 장애인 간 성추행이 6건, 성희롱이 2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생도 불량했다. 구더기가 있는 김칫독을 방치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재료를 쓰는 사례가 5건이었다.복지부는 시설 14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4곳은 형사고발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장애인 인권 증진 대책도 내놓았다. 우선 장애인시설 내에 ‘인권지킴이단’을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2013년까지 인권 전문가 및 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를 16개 시도에 설치한다. 성폭력 범죄자의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을 금지하고 10년 동안 시설을 운영할 수 없도록 관계 법령도 개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조사에서 드러난 인권 침해 사례가 대부분 정식 신고가 되지 않은 시설에서 일어난 반면 정부 대책은 법적 관리를 받는 시설에 맞춰졌기 때문. 실제 ‘인권 사각지대’는 여전히 방치된다는 얘기다. 차현미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미신고 시설을 신고시설로 전환하거나 스스로 폐쇄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뇌경막 이식 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인성(醫因性)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 환자가 또 발견됐다. 정신이상과 운동장애를 보이다 7월 사망한 54세 여성에 이어 두 번째다.질병관리본부는 7월 서울시내 병원으로부터 당초 산발성CJD(sCJD)로 진단받은 48세 남성을 조사한 결과 뇌경막 이식 수술 후 발병한 iCJD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이 남성은 현재 식물인간 상태다.이 환자는 1988년 5월 외상을 입고 뇌실질(腦實質) 출혈이 일어나 뇌경막 이식술을 받았다. 이때 뇌경막 대용제인 독일제 ‘라이오듀라’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그동안 보건당국은 1987년 5월 라이오듀라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에 이후 뇌경막 수술을 받은 환자는 CJD 감염 우려가 없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번 환자는 생산이 중단되고 1년이 지난 1988년 5월 수술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생산 중단 시점 이전의 제품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문제는 국내에 라이오듀라가 얼마나 수입됐고, 어디에 사용됐는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 iCJD 환자가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2009년 10월 국제학술지인 신경병리학지에 실린 일본 가나자와의과학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일본 내에 라이오듀라 사용으로 인한 CJD 환자는 2008년 2월까지 132명이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이면서 부양의무자가 없는 가구에 일정액을 지급하던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생계, 주거, 교육, 의료 급여로 나눠 지급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빈곤정책제도개선 기획단’은 5일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내놓고 공청회를 가졌다. 올해 1월 출범한 빈곤정책 기획단은 20여 명의 복지, 경제, 노동 전문가가 모여 시행한 지 10년이 넘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재편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동안 기초생활보장급여는 생계, 주거, 교육, 의료 급여가 일괄적으로 지급됐다. 만약 최저생계비(143만9413원) 이하 4인 가구라면 매달 118만8496원의 현금 급여 외에 학교 수업료와 병원 진료비를 지원받는다. 이를 빈곤층의 욕구에 맞게 ‘맞춤형’으로 재편하는 것. 현재 현금으로 받는 기초생활보장급여는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현물로 받는 교육급여와 의료급여가 연동된다. 만약 이를 빈곤층 욕구에 맞춰 지급하면 한두 개 급여만 받을 수도 있다. 집은 있지만 질병으로 근로능력이 없다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만 받는다. 월세로 살면서 아이를 키운다면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만 받는다. 지난해 12월 기준 수급자 규모는 154만9000명, 87만8000가구. 2000년 기초생활보장급여제도가 도입된 이후 전체 인구의 3% 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급자 선정 기준이 엄격하다 보니 빈곤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저생계비보다 1만 원만 더 벌어도, 헤어진 가족이 있어도 수급자에서 탈락한다. 이런 이유로 수급자에서 배제된 빈곤층은 4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에게만 정부의 각종 복지 혜택이 집중됨에 따라 근로의욕을 꺾는다는 지적도 있다. 수급자로 선정되면 전기료 수도료가 감면될 뿐만 아니라 임대주택 입주 자격도 생긴다. 출산, 장례비용도 50만 원씩 지원된다. 수급자와 근로빈곤층 간의 소득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을 하는 대신에 계속 수급자로 머물려는 경향이 있었다. 일률적으로 최저생계비 100%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기준도 손본다. 급여별로 자격 기준을 달리하는 것. 이렇게 되면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맞춤형 급여가 시행되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자립 동기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권덕철 복지정책관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 10년이 넘으면서 현실에 맞게 개선돼야 할 점이 있었다. 빈곤정책의 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흑산도 섬 소년이 남을 도울 만큼 성공했습니다. 어머니도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56)은 최근 1000만 원을 푸르메재단에 기부했다. 9월 26일 고인이 된 어머니 장례식 때 받은 부의금이었다. 푸르메재단 외에 사회복지재단, 의료재단 등 4곳에 1000만 원씩 기부했다. 박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만난 박 회장은 감사노트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441일째 매일 감사한 일을 생각나는 대로 적고 있다. 첫 장에는 ‘어머니 아들이어서 감사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박 회장은 700개의 감사 말을 책으로 만들어 어머니 무덤에 함께 묻었다.그는 유복자다. 행여 ‘아비 없는 후레자식’ 소리 들을까, 어머니는 수시로 매를 들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간 후로는 매를 딱 놓으시는 거예요. 아무리 엇나가도 잔소리조차 하지 않으셨죠. 어머니의 무한한 신뢰가 저를 강하게 했습니다.”지독한 가난으로 꿈을 꾸기도 힘들었다. 대학은커녕 고등학교 가기도 힘든 형편이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샛길로 빠졌다.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웠고 막걸리에 취해 몸을 못 가눈 적도 많았다. 그래도 어머니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사실 공부에 굶주렸어요. 누가 대학 갈 방법을 조언해 주고 길이 있다고 알려 줬다면 아르바이트라도 했을 텐데….”주저앉은 그를 뭍의 학교로 보낸 사람 역시 어머니였다. 목포상고를 졸업한 뒤 줄줄이 취업시험에서 미끄러졌다. 성적은 1, 2등을 다퉜지만 홀어머니와 산다는 게 감점 요인이었을까. 면접에서 잇달아 탈락했다. 장갑공장에서 일했고, 백화점에서 포장과 배달을 했다.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1980년 세무사시험에 합격했다. 6년간 백화점 계단에서 회계학 책을 펴 놓고 주경야독한 결과였다. 합격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너는 된다고 했지 않았더냐”고 한마디를 던졌을 뿐이다.20년 전 모교인 흑산초등학교 운동장 문을 고치는 데 100만 원을 난생처음 기부했다. 기부의 삶은 그렇게 시작됐다. 근위축병을 앓는 아들 동훈 씨(26)를 키우며 다시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 근위축병은 근육이 점점 무기력해지는 병으로 아직 치료 방법이 없다. 그의 감사노트에는 ‘동훈이가 내 아들이어서 감사합니다’라고 씌어 있다.“다행히 동훈이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며 치료받을 수 있었죠. 아예 치료받을 기회가 없는 장애어린이를 위해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이 꼭 세워져야 합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재활병원 성금 4억4000만원한국압착단자 임직원 1000만원 논산 어린이 9명도 1만원씩본보와 푸르메재단이 함께하는 ‘기적을 부탁해’ 시리즈에는 박 회장처럼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온정이 답지하고 있다. 한국압착단자 황용기 사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최근 1000만 원을 내놓았다. 황 사장은 “오래전부터 장애 어린이들의 재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었는데, 동아일보의 캠페인을 보고 바로 기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NHN비즈니스플랫폼(NBP) 최휘영 사장도 500만 원을 기부했다. 고사리 성금도 몰려왔다. 충남 논산에서 아이들의 과외 공부를 돕고 있는 장영란 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 9명의 이름으로 1만 원씩 기부했다. 지난달 29일 현재 어린이재활병원을 돕는 데 써달라며 보내온 성금은 4억4000여 만 원으로 집계됐다. }

‘K팝’에 이어 ‘K메디컬’.보건복지부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보건청이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4개 병원과 자국 환자를 보내는 협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외국 정부와 환자 유치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중동 의료시장 진출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아부다비를 포함한 UAE 국가들이 해외로 환자를 보내는 것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간 UAE 환자 13만 명이 해외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이 가운데 아부다비 환자는 3000명. 1인당 평균 2000만 원의 진료비를 쓴다. 치료비는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복지부는 해외에서 치료받는 아부다비 환자의 10% 정도가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중동지역에서 국내로 온 환자는 949명이었다. 아부다비 환자는 2009년 16명에서 2010년 54명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진료과목은 가정의학과(24.5%)가 가장 많았고 피부과(8.4%), 소아청소년과(8.3%), 내과(7.4%) 순이었다. 1인당 평균 진료비는 133만 원 수준이다. 이번 환자 유치 협약으로 중증환자가 한국에서 치료받을 가능성이 높아 평균 진료비는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환자 가족의 방문으로 의료 관광도 활성화될 수 있다. 주로 당뇨병, 심혈관계질환, 교통사고 재활 환자가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아부다비는 국민 평균 연령이 22세일 정도로 젊은 국가임에도 당뇨병 발병률은 22%에 달한다. 또 도로에 속도 제한을 두지 않아 교통사고가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한다. 복지부는 3월 UAE 보건부, 두바이 보건청, 아부다비 보건청과 보건의료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8개월 만에 환자 유치 협약이 맺어진 것. 복지부는 “UAE 관계자들이 한국 의료서비스 질이 싱가포르 태국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두 나라를 찾던 환자 상당수가 앞으로 한국으로 올 것이다”고 말했다.12월에 첫 환자가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병원이 환자를 치료한 뒤 6개월 내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아부다비 보건청이 45일 내에 원화로 지급한다. 복지부는 아부다비 보건청과 주한 UAE 대사관 내 관련 업무를 담당할 부서를 설치하기 위한 협의를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한국 여권의 발전이 놀랍습니다.” 구한말의 여성전문병원인 보구여관(保救女館)은 1903년 간호사 양성학교를 세웠다. 우리나라 최초의 간호교육기관이었다. 당시 교장은 선교사 겸 간호사로 파견된 미국인 마거릿 에드먼즈 여사였다. 영어 ‘Nurse’에 해당하는 ‘간호사’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다. 그의 탄생 1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고 손녀 수전 브라다리치 씨(60)가 24일 이화여대를 찾았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브라다리치 씨는 “한국에 와 보니 여성을 교육시키고자 했던 할머니의 꿈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다리치 씨는 “100년 전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이 학업을 거의 할 수 없었다. 조혼 풍습으로 간호학교에 입학할 학생이 없어서 주로 남편과 사별한 학생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여성의 활약상을 보니 할머니가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 외에도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다고 했다. 아버지가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미군 장교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이재선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시 서을 담당 분회장을 중심으로 지역 약사님들이 뜻을 모아 내년 4월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이 위원장을 돕기 위한 모임을 결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부에서 이 모임을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중략) 보안 부탁드립니다.’ 감기약과 해열제 등 가정상비약의 슈퍼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자 “약사의 정치력이 국회를 좌우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대한약사회는 국회의원을 상대로 집요한 로비 계획을 짰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한약사회의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저지를 위한 비상투쟁위원회’ 16∼18차 회의록을 22일 입수했다. 약사회는 전국 지회 및 분회를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 지지모임 구성을 시도했다. 18차 회의록(11월 15일)에서 대전지부 송모 위원은 “이재선 보건복지위원장의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전 충남지사의 공천이 예상된다. 이 위원장을 적극 돕고 가능하다면 법안 상정을 막아보자는 간절한 마음에서 지지 모임을 결성했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발언했다. 지역구별로 지지모임을 만들자는 계획도 세웠다. 16차 회의록(10월 18일)에는 21일 약사법 개정안 국회 상정을 앞두고 ‘상근비상대책팀’을 구성해 대국회 대책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건복지위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20명 내외로 약사회원 지지모임을 만들고 1회원 1국회의원 후원운동을 독려하자는 제안이 보인다. 김대업 박인춘 부회장 등 11명으로 구성된 ‘상근팀’은 각각 보건복지위원, 정당 보건복지 정책조정위원을 맡아 20일 전까지 방문할 예정이었다. 약사 출신 의원들과의 정보 교류도 강화하기로 했다.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 전혜숙 민주당 의원에게 만남을 요청해 정부 및 정당의 움직임을 파악한다는 것. 이 밖에 △해당 국회의원이나 보좌진 초청간담회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방문 △일반약 슈퍼 판매의 부당성을 지적한 문서의 팩스 전송 △릴레이 1인 시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 국회의원 지지 모임을 만들었는지, 만들었다면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해당 의원과 약사회 모두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재선 자유선진당 의원은 “약사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은 것은 여야 간사 합의에 따른 것이다”며 “올해 대전시 약사회와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지역구에 약사가 500∼600명에 불과한데 압력을 느낀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약사회도 “이 의원 부인이 지역 약사다. 약사 가족을 돕는다는 마음이지 구체적 지지 활동을 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약사회는 이날 가정상비약 슈퍼판매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전향적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약사법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에서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예상대로였다. 2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는 감기약과 해열제 등 가정상비약을 슈퍼에서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국민의 대다수가 찬성하는 개정안을 상정조차 거부하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국회의 ‘꼼수’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16일 본보 기사에는 ‘약사가 무서운지 국민들이 무서운지 내년 총선에서 보여주자’ ‘약사 로비에 휘둘리지 마라’ ‘국민 대표 자격이 없다’ 등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이런 비난 여론을 의식했을까.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은 “(일반약 슈퍼 판매를) 노인뿐 아니라 국민의 80%가 원하고 있다. (개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시간만 끌다가 어물쩍 다음 국회로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국회가 되지 않기를 동료 의원들께 간곡히 부탁한다”는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약사법 개정안 긴급 상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재선 보건복지위원장(자유선진당)도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재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것. 상정조차 하지 않으려던 지금까지 자세에서 한 발짝 물러선 모양새다. 이날 복지위는 안건에 오른 법안 96개를 법안소위에 넘긴 뒤 2시간 만에 산회했다.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데 대해 부담을 느꼈을 터이다. 물론 단지 ‘하는 척’으로만 끝날 수도 있다.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 전에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이를 다시 논의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여야 간사들은 아직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간사인 주승용 의원실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재분류하는 작업을 마친 뒤 개정안을 논의하겠다는 당론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간사인 신상진 의원실 역시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되자 보건복지부는 해마다 관례적으로 열리던 12월 임시국회를 기대하고 있다. 총선이 임박한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는 로비 압력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18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자동 폐기된다면 19대 국회에서 다시 입법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1년 동안 산고를 겪은 뒤 국회에 제출됐다. 약사들의 조직적인 반발에 정부도, 국회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았다. 오직 국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셈이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법안을 국회가 거부한다면 본분을 잊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가 아닌 이익단체의 목소리만 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국회가 지금이라도 약사법 개정안의 재상정 방안을 논의하기 바란다.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물살을 가르는 모습이 거침없었다. 두 팔만 보였지만. 수영선수 김세진 군(14)은 태어날 때부터 무릎 아래가 없었다. 오른손 손가락은 두 개뿐이다.그런 세진이를 양정숙 씨(43·경기 화성시)가 1999년 입양했다. 보육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생후 18개월이던 세진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내 아이구나”라는 운명을 느꼈다. 모자로 맺어진 12년은 세진이의 재활을 위해 고스란히 바친 세월이었다.양 씨는 3일 경기 화성시 유앤아이스포츠센터에서 기자를 만났을 때 스스로를 ‘전사’(戰士)라 불렀다. “한국에서 장애아를 키우려면 엄마는 독해질 수밖에 없어요.”○ 매일 두 시간 반씩 대전∼서울 왕복오전 6시. 눈도 뜨지 못하는 네 살배기 세진이를 차에 앉혔다. 두 시간 반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도착했다. 9시 진료를 받기 위해서였다.대전과 서울을 매일같이 오갔다. 30분의 물리치료를 위해, 두 달간. 그나마 반년을 기다린 결과였다. 걸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틸 수 있었다.전국 방방곡곡, 재활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돈 많으면 한 번 걷게 해보라’며 절망적인 이야기만 들었다.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던 휠체어업자가 따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양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병원을 나와 신발을 한 켤레 사며 다짐했다. 반드시 세진이를 걷게 하리라.마지막으로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신지철 세브란스재활병원장은 “한 번 해보자”고 말했다. 울음을 터뜨리는 양 씨에게 “재활치료는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가 못 견딘다. 마음을 굳게 먹어라”고 말했다. “오늘 안 된다고 내일도 안 되는 건 아니다. 매일 거울 앞에서 세진이와 하루 치료 과정을 되돌아보며 주문을 외웠어요.”매일 차를 타면서 모자는 탈진 직전까지 갔다. 양 씨는 세진이의 재활치료를 직접 돕기로 결심했다. 고무공에 다리를 올리고 팔로 균형 잡는 모습 등 재활치료 과정을 하나하나 스케치북에 그리거나 사진을 찍었다. 체조선수였던 양 씨는 다행히 동작을 익히기가 남보다 수월했다. 해부학 원서를 구해 근육과 뼈 모양을 공부했다. 병원 왕복 횟수가 일주일에 세 번, 두 번, 한 번으로 줄었다.○ 유아용 의족 없어 사기도 당해팔과 허리의 근력을 키운 뒤 수술을 받았다. 의족을 달기 위해 살과 뼈를 매끄럽게 깎았다. 수술 이후 엄마의 희망대로 세진이는 걸었다. 나중에는 뛰었다. 여덟 살 때 5km 마라톤을 완주했고, 아홉 살 때 로키산맥 3870m 고지를 밟았다.세진이가 ‘로봇다리’ 수영선수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독일산 티타늄 제품을 착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처럼 딱 맞는 의족을 구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10년 전만 해도 유아용 의족이 없었어요. 맞춤의족을 만들어 준다는 업자에게 800만 원을 건넸어요. 전셋집을 옮겨 가며 마련한 돈인데 세진이가 못 걷는 거예요.”억지로 걷게 하고 혼도 내 봤다. 이상했다. 한 달이 지나도 중심을 잡지 못했다. 의족 덮개를 뜯어봤더니 녹슨 중고품을 다시 조립해 만든 제품이었다. 찢어진 의족을 들고 업자를 찾아갔다. 의족을 다시 받았지만 세진이 다리만 퉁퉁 부을 뿐이었다. 양 씨는 지금도 “일찍 재활치료를 받고 의족에 대한 정보도 얻었다면 저도, 세진이도 덜 힘들었을 것”이라며 가슴을 친다.세진이가 말문이 트일 무렵 처음 배운 말이 ‘미워’ ‘싫어’ ‘안 해’였다. 양 씨가 걸음마를 가르치려고 호되게 연습을 시켰기 때문. 걷기 시작한 순간을 잊지 못할 정도다. 세진이는 “네 살 때 기억이 거의 없는데 처음 걸음마를 뗀 날은 또렷이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장애인 수영선수로 새 삶 찾아“엄마, 왜 난 장애인으로 태어났어요?”“왜, 슬프니?”“슬픈 건 아닌데 불편해요.”불편함을 극복한 세진이는 장애인 수영계의 ‘박태환’으로 불린다. 2006년 일본 장애인 수영대회 번외경기에 나가 6등을 하면서였다. 2007년 독일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2위에 올랐다. 다음은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접영 50m, 자유형 150m, 개인혼영 200m에서 금메달로 3관왕에 올랐다. 세진이는 내년 런던 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수영은 원래 재활치료의 하나로 생각했다. 안전하면서도 선수 생명이 길 것 같고, 다리를 숨기지 않고 옷을 벗는 게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듯했다. 세진이는 어릴 적부터 물을 몹시 무서워했다. 양 씨는 벌벌 떠는 세진이를 물속에 집어던졌다. 살기 위해 엄마 손을 잡으면 발차기를 시켰다. 차츰 소질이 보이기 시작했다. 계모라 저렇게 모질게 한다고 동네 아줌마들이 수군댔다.“세진이 답이 걸작이에요. ‘우리 엄마 계모예요, 모르셨어요?’라고 했대요.”혹독하게 수영을 시킨 이유는 ‘절대 집에 가두고 혼자만 살도록 하지는 않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처음 입양했을 때 세진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어요. 그때 이 아이가 무엇을 못할 것이라 생각하느냐고 친정아버지가 되물으시더라고요.”양 씨는 그 말을 듣고 스케치북을 사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적었다. 말을 하니까 선생님도 할 수 있고, 손을 쓰니까 청소부도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을 적는 스케치북이 금방 가득 찼다.엄마의 마음을 아이가 이해했을까. 세진이는 ‘엄마는 나무, 나는 새. 엄마 때문에 하늘을 봐서 좋아요’라는 시를 썼다. 세진이는 엄마를 딛고 세상 밖으로 훨훨 날아올랐다.인터뷰를 하는 동안 양 씨의 전화가 수시로 울렸다. 병원에서 만난 엄마들과 하루 몇 통씩 통화를 한다. 사고로 다리를 잃거나 팔을 잃은 아이를 둔 엄마들은 세진이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받는다. 양 씨는 앞으로 생길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이 심리적 치료도 맡아줄 것을 당부했다.“엄마들 자조모임을 만들고, 부모 교육도 시켜주세요. 엄마의 마음이 병들지 않아야 아이도 건강해집니다.”▼ “美, 입원하자마자 ‘퇴원이후’ 교육… 한국선 병원 나가면 죽는 줄 알아”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49·사진). 2006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지질조사를 하던 중 비포장도로에서 전복 사고를 당했다.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됐지만 6개월 만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서울대 강단에 다시 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랜초로스아미고스 국립재활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달 26일 만난 이 교수는 “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이 진정한 재활”이라고 강조했다.―미국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다. 한국과 어떻게 달랐는가.“사고 이후 (단기간에) 보조공학기기를 써서 사회로 곧바로 돌아와 일을 했다. 복귀가 빨랐던 것은 사실 비싼 병원비 때문이다. 중환자실 비용이 하루 2500만 원이었다. 병원에 오래 있을 수 없다. 랜초 국립재활병원의 재활치료 프로그램은 3주 코스다. 아무리 장애가 심각해도 3주다. 이곳에서는 입원 직후부터 퇴원 준비를 시킨다. 가족을 불러놓고 ‘퇴원 이후’를 교육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체계가 잘돼 있다. 과장해서 말하면, 장애인이면 평생을 병원에서 보내도 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은 병원 밖에 나가면 죽는 줄 안다. 아이러니다.”―그렇다면 진정한 재활치료란 무엇인가.“환자에게는 인권이 보류된다. 의사들이 고통스러운 치료과정을 환자에게 진행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장애인에게는 인권이 있다. 병원은 환자가 평생 병원에 있지 않고 장애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곳이다. 병원에서도 교육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작업치료는 손동작 치료가 아니라 명확한 직업재활을 목표로 한 과정이어야 한다.”―장애인의 사회복귀를 강조하는 이유는….“장애인 문제는 의료적 또는 사회적 차원에서 볼 수 있다. 사회적 차원은 교육과 직업재활을 통한 사회 재참여 프로세스를 말한다. 한국은 의료적 차원은 그런대로 있지만, 사회적 차원의 배려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예전에 나 같은 척수손상 환자는 2차 감염 등으로 3개월 안에 죽었다. 얼마 살지 않으니 교육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의 필요성이 커졌다.”―장애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장애인을 위한 전문적인 이공계 교육프로그램(지식경제부의 ‘국민편익증진기술개발사업’)을 설치하려고 보니 서울대에 진학하는 장애인 학생의 80%가 인문사회계열이다. 장애인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이공계 교육에도 있었던 것이다. 열쇠는 장애아를 둔 어머니가 쥐고 있다. 대부분의 어머니는 아이가 장애를 얻으면 ‘끝’이라는 생각에 공부까지 신경 쓰지 못한다. 가끔 장애아 부모를 만날 때면 이렇게 말씀드린다. 이왕 고생하시는 거 아이 교육에 더 신경을 써달라고. 장애인에 대한 교육은 병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병원학교라는 것도 생기지 않나. 병원에서부터 환자와 가족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또 과학고 같은 데서도 장애인의 이공계 진출을 돕는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정리=임장혁 푸르메재단 간사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보건당국이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다시 경고함에 따라 살균 성분이 포함된 생활용품 전반에 대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악취나 세균을 없애기 위해 뿌리거나 바닥에 놓는 방향제는 들이마시는 횟수가 잦기 때문에 안전성을 걱정하는 주부가 많다.최근에는 지하철과 공공 화장실에서도 스프레이형 방향제를 분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자동차 안에서도 방향제를 쓰는 운전자가 늘었다. 방향제를 집에서 쓰지 않더라도 바깥에서 접촉할 가능성이 커진 것.○ “방향제로도 폐 손상 될 수 있다”2006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의대 존 밤스 박사 연구팀은 “실내 방향제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파라디클로로벤젠이라는 물질은 공기와 접촉하면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만들어 내는데 여기에 자주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이 걸리거나 폐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국내 의료계 전문가들도 이런 연구 결과에 동의한다. 강희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번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사람들은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이 심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방향제에도 기침이 심해지거나 목이 붓고, 농도가 짙을 경우 폐가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방향제 자체가 모두에게 위험한 물질은 아니다. 복숭아 알레르기와 같다고 보면 된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먹고 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복숭아를 먹는다고 사망하는 건 아니다.보건당국이 실험 쥐를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흡입 실험을 해봤더니 특정 제품을 흡입한 쥐의 허파꽈리 세포가 딱딱해지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가 모든 사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보지 않는다. 강 교수는 “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가렵고 향기에 불쾌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라면 되도록 방향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천식환자 가급적 안 쓰는 것이 좋아지난해 여성환경연대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시중에 판매되는 방향제 9종류, 지하철 화장실에서 쓰이는 방향제 2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세 종류의 프탈레이트가 다량 검출됐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첨가제인데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서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다. 특히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DBP는 2003년 유럽연합(EU)이 화장품에 넣는 것을 금지하고 우리나라에서도 화장품 원료 배합에 금지한 물질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소비자가 유해성분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방향제의 성분과 함유량 표시는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에탄올과 메탄올, 디알릴프탈레이트 등의 유해물질이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천식을 앓고 있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 기관지가 약한 사람은 실내에 방향제를 두지 않는 편이 낫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성인이라도 오랜 시간 방향제에 노출되는 것은 피하라”고 권한다.○ 프탈레이트 성분은 꼭 확인보건당국은 “방향제 성분에서는 아직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가습기 살균제를 조사하면서 방향제와 플러그형 모기향 등 다양한 제품군도 폭넓게 검토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사용자 설문조사를 했으나 방향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당국도 “방향제를 밀폐된 곳에서 농도를 심하게,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가급적 신체에 노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꼭 방향제를 쓰고 싶다면 되도록 프탈레이트가 들어있지 않거나 미량이 들어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프탈레이트는 카드뮴에 비견될 정도의 독성을 갖고 있다. 동물 실험 결과 프탈레이트는 간 신장 심장 허파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여성 불임, 정자 수 감소를 일으키는 등 생식기관에 유해한 독성물질이다. 프탈레이트의 종류에는 DEHP, BBP, DBP, DEP 등이 있다.또 천연 성분, 무독성 같은 표현이 있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천연 추출물에도 독성이 있을 수 있다. 진짜 무독성이라면 살균 효과가 떨어진다. 번거롭지만 창문을 열고 자주 청소를 해서 실내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편이 좋다.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중증외상센터를 시도별로 세우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계속 삐걱거리고 있다. 석해균 선장의 치료를 계기로 중중외상환자의 치료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지만 예산규모와 운영방향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외상환자와 인구수를 고려해 15곳 가운데 5곳의 예산을 늘려 지원하는 수정안을 검토 중이다. 환자가 많은 5곳은 146억 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10곳은 지원액을 80억 원으로 유지하는 내용. 내년 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64억 원이 더 든다. 복지부 관계자는 4일 “권역별로만 중증외상센터를 세울 경우 지리적으로 먼 곳은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시도별 센터도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정안이 7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의 예산 심의를 통과할지는 확실치 않다. 민주당은 예산 6000억 원을 들여 6곳에 권역센터를 세우는 처음 방안을 당론으로 밀고 있다. 주승용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현재 정부안은 응급실을 늘리는 수준이다. 한 곳이라도 제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지역별 나눠 먹기는 안 된다는 주장과, 규모가 작더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16년까지 2000억 원을 투입해 중증외상센터 16곳을 세우기로 하고 전국 병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공모를 시작했다. 1월 ‘아덴 만 여명작전’을 계기로 열악한 국내 외상환자 치료 수준이 알려지면서 야심 차게 추진했다. 센터별로 80억 원을 들여 시설과 장비를 마련하고 인건비도 해마다 최대 27억 원까지 지원할 예정이었다. 중증외상센터가 모두 설치되면 외상환자 사망률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 예산이 적다고 일부 병원이 반발하면서 공모가 무산됐다. 국회도 제동을 걸었다. 9월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이 소규모 분산설치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예산을 확대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네 번째 수정안이 나왔지만 중증외상센터가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보건당국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중단하도록 다시 한 번 강력히 권고했다. 동물에게 실험했더니 임산부가 숨졌을 때처럼 허파꽈리(폐포)를 딱딱하게 만든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9월 28일∼10월 26일 독성·안전성평가 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KIT)에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흡입실험을 의뢰했다. KIT는 실험용 쥐를 4개 집단(각 20마리)으로 나눈 뒤 3개 집단은 각각 가습기 살균제 제품 1종류씩, 나머지 1개 집단은 증류수를 들여 마시도록 했다. 하루 6시간씩 흡입하고 한 달이 지난 지난달 27일 1차 부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가습기 살균제 흡입 집단 가운데 2개 집단의 쥐에게서 폐포가 딱딱해지는 폐섬유화 증상이 확인됐다. 3개 제품 중 2개 제품이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보건당국은 다음 주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면 전문가 검토를 거친 뒤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 여부를 결론지을 방침이다.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강제 수거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는 모두 13개 제품. 나머지 10개 제품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흡입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보건당국은 4∼5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던 임산부 중에서 5명이 폐질환으로 숨지자 역학조사를 벌인 뒤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유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는 세척제 없이도 깨끗이 씻기만 하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1주일에 한 번 부드러운 솔을 이용해 중성세제로 구석구석 씻어주면 좋다. 물통에 5분의 1 정도 물을 넣고 충분히 흔들어 안을 씻은 뒤 매일 물을 갈아주는 식이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은 4일 동물실험 결과 발표가 성급하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A기업 관계자는 “이번 동물실험이 평소 사용 환경보다 흡입량이나 흡입시간이 과도하다”며 “보건당국은 역학조사 결과와 동물실험 과정 모두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보건당국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중단하도록 다시 한번 강력히 권고했다. 동물에게 실험했더니 임산부가 숨졌을 때처럼 허파꽈리(폐포)를 딱딱하게 만든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9월 28일~10월 26일 독성·안전성평가 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KIT)에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흡입실험을 의뢰했다. KIT는 실험용 쥐를 4개 집단(각 20마리씩)으로 나눈 뒤 3개 집단은 각각 가습기 살균제 제품 1종류씩, 나머지 1개 집단은 증류수를 들여 마시도록 했다. 하루 6시간씩 흡입하고 한달이 지난 지난달 27일 1차 부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가습기 살균제 흡입 집단 가운데 2개 집단의 쥐에서 폐포가 딱딱해지는 폐섬유화 증상이 확인됐다. 3개 제품 중 2개 제품이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보건당국은 다음주 중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면 전문가 검토를 거친 뒤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 여부를 결론지을 방침이다.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강제 수거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는 모두 13개 제품. 나머지 10개 제품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흡입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앞서 보건당국은 4~5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던 임산부 중에서 5명이 폐질환으로 숨지자 역학조사를 벌인 뒤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유했었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은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고시를 이달 중에 개정하겠다. 가습기 살균제 외에도 생활용품 전반의 위해성을 평가하고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총리실에 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는 세척제 없이도 깨끗이 씻기만 하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1주일에 한 번 부드러운 솔을 이용해 중성세제로 구석구석 씻어주면 좋다. 물통에 5분의 1 정도 물을 넣고 충분히 흔들어 안을 씻은 뒤 매일 물을 갈아주는 식이다. 가습기 살균제 업체들은 동물실험 결과 발표가 성급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이번 동물실험이 평소 사용 환경보다 흡입량이나 흡입시간이 과도하다"며 "보건당국은 역학조사 결과와 동물실험 과정 모두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동물실험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동아일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과 함께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00인 복지포럼 제2회 세미나’를 열었다. ‘글로벌 재정위기 시대, 새로운 복지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복지 전문가들은 “경제위기를 맞아 한국복지제도를 고치고 우선순위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저소득층이 체감할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경제를 살리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복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 민주당 주승용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토론자로 나서 복지전문가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과 김용하 보사연 원장 등 복지전문가와 시민 150여 명이 참석했다. 》○ 경제를 살리는 복지 (강석훈 교수)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저성장으로 갈 것이란 예측이 많다. 중국 역시 성장률이 떨어지고 한국도 성장률이 정체돼 있다. 한국은 전체 인구 대비 노인빈곤율이 45.1%로 선진국 평균 14.6%보다 크게 높다.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가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의 임금격차는 이스라엘 미국 다음으로 심하다.한국도 2003년부터 복지 지출을 크게 늘렸지만 사회보험 사각지대가 매우 넓다. 경제 불안정 요소가 많아지면서 복합 리스크가 커졌다. 경제나 복지 한 가지 정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무조건 복지를 늘려라’ ‘경제가 이런 상태인데 어떻게 늘리느냐’는 식의 주장 일색이었다.경제와 복지의 적정 조합을 찾는 것이 과제다. 무조건 복지재원만 늘려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총선이나 대선 등 정치적인 목적으로 몇 조 원씩 쓰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은 큰 문제다. 요즘은 누가 길거리에서 많이 외치느냐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지는 듯하다. 하지만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기초적인 생활보장이 최우선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만드는 복지 (이철선 위원)국민의 14.6%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함에 따라 2018년엔 약 165만 명의 경제활동인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노인부양 부담은 늘어 국가재정 지출이 늘어날 것이다.은퇴 세대는 가진 돈은 없는데 30년은 더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정부 각 부처가 다양한 고용정책을 실행하고 있지만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걸핏하면 사업이 중복된다.기업에서의 정년 연장이 지난해부터 이슈가 됐지만 법제화에 실패했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중소기업에선 미흡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고령자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해 복지를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이러한 산업을 키우면 복지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더구나 고령친화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외부의 영향을 덜 받는다. 고용을 늘리는 기업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청년과 고령자가 같이 일할 수 있는 사업을 늘리고 임금체계도 고쳤으면 한다.○ 복지제도의 효율화 (강혜규 실장)지금까지 새 제도를 도입하는 데 급급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서비스 품질과 이용자 체감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한정된 재원을 제대로 분배하려면 복지전달 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 사회복지서비스는 공급과잉 상태다. 보육시설은 최근 10년 새 두 배, 노인장기요양시설은 3년 새 여섯 배 늘었다. 사회복지서비스 부문 예산은 복지부 전체 예산의 21.9%를 차지하고 있다.보육시설 3만4428곳 가운데 39.6%가 지도점검에서 지적사항을 통보받았다. 이런 시설에선 질 낮은 일자리만 창출되고 있다. 시설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은 164만8000원으로 전산업 평균의 61% 수준이다. 정부 돈을 부정하게 받는 시설에 대한 처벌과 규제도 필요하다. 또 소비자의 실질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시장형’ 시설로 바뀌어야 한다.정리=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 패널 토론 ▼“스웨덴 모델 도입? 합의 이끌 정치력이 관건”금융위기에 이어 재정위기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지금, 한국 복지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경제 성장의 과실로 복지가 확대된 선진국 선례를 본다면 한국 복지는 어려운 상황임이 분명하다. 이날 토론자들은 복지정책 없는 경제정책이나 경제정책 없는 복지정책, 그 어느 하나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 경제와 복지가 함께 지속 가능하려면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스웨덴 모델을 언급하며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1920, 30년대 대공황 당시 세금을 늘려 복지를 늘리는 집권 사민당의 정책은 좌우파로부터 모두 비판을 받았지만 현재는 재정건전성, 소득균형, 경제성장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것.스웨덴 모델과 비교할 때 한국은 복지 재원 자체가 부족하다. 윤 교수는 “지출할 곳이 많은데 세금이 적은 게 한국 재정의 문제다. 조세저항을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숙희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복지 재원이 한정돼 있다면 사각지대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고용보험은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사업주는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보험료 부담을 덜고, 근로자는 그만큼 월급으로 더 받기 때문에 가입률이 낮은 것.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실업급여는 받을 수 없다. 최 교수는 “고용보험료 감면을 통해 이들이 생애 위기를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용과 복지 연계하려면고용과 복지가 선순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윤 교수는 “좋은 일자리와 관련해 미국은 절반, 스웨덴은 90% 정도를 정부가 만들었다”며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를 주장했다. 반면 이준영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의 일자리 사업은 비정규직이나 단기 인턴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대신 이 교수는 네덜란드나 스웨덴처럼 좋은 일자리를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다만 시간제근무(파트타임 잡)가 고용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사회적 기업을 예로 들며 정부의 개입에 우려를 표시했다. 사회적 기업이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모델로 떠올라 정부가 적극 육성했지만 자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정부보다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 기본소득 보장 필요해노인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노인 빈곤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인데, 노후소득이 보장되지 않아 이미 고용률도 높다”고 말했다.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등 기본적인 소득이 우선적으로 보장되면 내수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최 위원은 말했다. 가족복지를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 위원은 “스웨덴은 가족수당이 관대해 사회 서비스가 확대되고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80%를 웃돌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면서 복지 확충과 경제성장이 동시에 가능했다는 것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토론 나선 與野 정책위 부의장 ‘보편복지 공감, 방법론 이견’ ▼세미나에 참여한 여야 의원 모두 ‘보편적 복지’가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재원조달이나 우선순위 등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확연한 견해차를 보였다.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한국은 공공사회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보다 낮은 편인데, (시민들의) 다양한 사회적 욕구를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함으로써 소통에 실패한 점은 인정한다”며 “적절한 수준의 복지 확대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승용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무상급식을 선두로 보편적 복지시대가 열렸다”며 “‘3+1’(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반값등록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세금을 더 걷어야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증세 속도에는 이견이 있었다. 김 의원은 “사회문화적 타협 수준이나 조세부담률을 볼 때 고부담 고복지 구조로 가기는 쉽지 않다”며 “1%포인트 올리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시급한 복지 분야부터 조금씩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다.반면 주 의원은 “‘내가 세금 내고, 나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식이 자리 잡으면 조세저항은 줄어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내가 내는 돈으로 가난한 일부 계층만 혜택을 본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세저항이 적어진다는 주장이다. 주 의원은 “현재 19.3%인 조세부담률을 참여정부 말기 수준인 21%대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복지 지출 우선순위도 달랐다. 김 의원은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만큼 저소득 자영업자나 현재 고용보험에서 제외되고 있는 비정규직이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자리를 통한 지속가능한 복지’를 주장했다. 반면 주 의원은 “있는 재원으로 찔끔찔끔 지원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보육, 교육, 주거, 일자리 문제에 적극 재원을 투입해 저출산, 저성장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토론참석 전문가 ::▽ 사회정무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사회정책학회 회장)▽ 토론 패널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최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준영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최숙희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혈액투석을 하는 병·의원 4곳 중 1곳만이 인력과 장비, 운영 상태 모두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혈액투석을 하기 위해 인공신장실을 운영하는 전국 610개 의료기관의 평가 결과를 1일 발표했다. 평가대상은 상급종합병원 44곳, 종합병원 168곳, 병원 88곳, 의원 310곳이다. 평가항목은 △혈액투석 전문 의사 비율 △의사(또는 간호사) 1인당 하루평균 투석 횟수 △응급장비 보유 여부 △혈액투석용수 수질 등 치료환경 부문과, △혈액투석 적절도 △혈관 협착 여부 △정기검사 여부 등 11개 의료서비스 부문이다. 평가 결과 모두 양호한 1등급을 받은 의료기관은 145곳(23.8%)에 그쳤다. 병원 규모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 22곳, 종합병원 49곳, 병원 5곳, 의원 69곳이었다. 2등급 의료기관은 195곳, 3등급은 155곳이었다. 개선이 필요한 4등급(68곳)과 낙제점을 받은 5등급(47곳)은 전체의 19%였다. 5등급을 받은 의료기관 가운데는 종합병원도 5개나 포함됐다.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5등급을 받았던 24개 의료기관 가운데 11개 기관이 이번에도 같은 등급을 받았다. 병원이 개선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의사가 하루평균 22.7회, 간호사가 4.5회 투석을 했다. 전문가 단체가 정한 1일 최대 투석횟수(의사 50회, 간호사 6.5회)를 넘지 않아, 평균적으로는 합격점이었다. 그러나 의사 투석기준을 넘긴 의료기관은 22곳(간호사 45곳)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2곳은 의사 1인당 투석횟수가 100회를 넘었다. 지난해 혈액투석 환자는 5만8232명. 5년 전인 2006년보다 31.9% 늘었다. 총진료비도 1조3643억 원으로 60.7% 증가했다. 혈액투석기를 보유한 의료기관도 545곳에서 710곳으로, 투석기는 1만410대에서 1만4804대로 늘었다. 심평원은 평가 결과를 홈페이지(www.hira.or.kr)에 공개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67개 소속단체 회원 4000명이 모인 가운데 제47회 전국여성대회를 개최한다. ‘새로운 대한민국, 여성의 힘으로’라는 주제 아래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여성의 정치 참여 50% 달성 등 여성발전을 위한 공약을 수립하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김활란 여성지도자상 시상식이 이날 함께 열린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64)이 받는다. 올해의 여성상은 송명순 육군준장(53), 올해의 여성 1호상은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67), 우수지방자치단체장상은 염홍철 대전시장(67)과 강운태 광주시장(63)이 수상한다.}
특허가 끝나고 1년이 지난 약품의 가격을 53.55% 낮추는 조치를 내년 1월 7500개 품목에 대해 시행하기로 정부가 확정했다. 8월 정부 발표보다 대상 품목이 1200개 줄어든 대신 리베이트 처벌 수위는 높아진다.보건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의 세부고시를 마련해 31일 입안예고했다. 이 고시는 3개월의 경과 기간을 거쳐 내년 4월 실시된다. 평균 인하율은 14%다.8월 복지부는 약가 인하 조치를 의약품 8700개(전체의 62%)에 적용해 2조1000억 원의 약값을 절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대상 품목을 7500개(전체의 53%)로 줄였다. 이에 따라 약값 절감비용도 1조7000억 원으로, 약 4000억 원이 줄어들게 됐다.나머지는 당초 발표와 다르지 않다. 신약과 복제약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 인하한다. 특허기간이 끝나고 1년 동안은 제약산업 보호를 위해 신약은 종전의 70%, 복제약은 59.5% 선에서 약가를 결정한다. 다만 한 개 품목만 건강보험에 등재된 단독 등재 의약품과 진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약품인 필수의약품 등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한 의약품을 3600개에서 4700개로 늘렸다.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제약업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리베이트 처벌 수위를 높여 ‘건전한 제약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반응이다.우선 의료계 약계 제약계 대표가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보건의료계 대협약(MOU)’을 연말까지 체결할 방침이다. 제약업계의 자정 선언을 유도하고 자체감시체계도 마련한다. 그 대신 의약품 대금 지급을 최대 23개월까지 미루는 관행을 개선하고 수가를 현실화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자정 선언 이후에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곧바로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이와 함께 정부는 중장기 약가 제도도 만들 계획이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장관이 바뀔 때마다,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약가 정책이 여러 가지 이름으로 등장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다. 적어도 5∼10년간 지속되는 약가 책정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제약업계는 정부의 고시안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반발하며 일시적 생산 중단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한국제약협회 소속 주요 제약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하루 전인 30일 긴급회동을 갖고 “전체 제약사들이 감내할 수 있는 선은 1조 원 이내다. 2조 원이 넘는 매출 감소는 생존에 치명적”이라며 “그런데도 최근 복지부와 가진 워크숍에서 제약업계 요구사항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조만간 발효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제약업계가 이중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FTA 조항에 포함된 ‘허가-특허 연계제’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권을 강화해 국내 제약사들에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약협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안으로는 대폭적 약가 인하를 통해 국내 제약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밖으로는 한미 FTA로 토종 제약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장애아 엄마로 산다는 건 큰 괴로움이다. 몸이 고달파서가 아니다. 아픈 아이가 나의 배 속에서 나왔기에 죄책감을 떨칠 수 없어서다. 경북 김천에서 올라와 경기 부천시 부천재활요양병원(전 꾸러기병원)에 입원 중인 정현 정민(6)이 쌍둥이 자매의 엄마 이주연 씨(34)도 그랬다. 단 하루도 ‘모두 내 탓’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회사를 다니던 중에 임신했어요. 쌍둥이란 말에 더 열심히 일했어요. 둘을 키우려면 돈이 두 배로 들 것 같아서요. 지금은 임신 막바지까지 동동거리고 일한 거나 빨리 재활치료를 받지 않은 것 모두 후회스럽기만 하네요.” 정현이 1.01kg, 정민이 970g. 쌍둥이 자매는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99일간 지냈다. 겨우 2kg이 된 아이 둘을 안고 병원을 나서면서 이 씨는 기뻐서 울었다. 잘 버텨주어서, 살아주어서 고맙다고. 》처음에는 쌍둥이가 장애인 줄도 몰랐다. 우유 한 통 먹이는 데 한 시간이 걸리는 두 아이. 작게 태어난 만큼 속도가 느린 거라 생각했다. 크면서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만 늘었다.다른 아이들은 뛰기 시작할 때, 정현이는 걷기 위해 발걸음만 떼면 넘어졌다. 정민이는 제대로 앉지도 못했다. 17개월이 됐을 무렵 대구의 큰 병원에 갔다.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뇌성마비라고요?”처음에는 슬프지도 않았다. 이게 무슨 병일까,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그저 어리둥절했다. 엄마에게 안기거나 유모차를 타고 다니니까 아픈 아이라는 실감도 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장애인이 되는 거구나.’“금방 낫는 병이 아니라는 것,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 모두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양가 어른들은 쌍둥이만 보면 눈물부터 흘렸다. ‘아이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끝내 병원 가란 말을 꺼내지 못한 어른들이었다. 쌍둥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웃기만 했다. 이 씨는 마음을 다잡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정현 정민이 옆에는 엄마인 자기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씨는 씩씩해질 수밖에 없었다.“정현 정민이 장애인 맞아요. 그래도 다른 아이들보다는 낫다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조곤조곤 말하던 이 씨의 목소리가 젖어들었다. 가끔은 엄마도 위로받고 싶다면서.두 돌이 된 다음 날 대전의 재활병원에 입원했다. 진단을 받은 뒤 꼬박 8개월 만이다. 이처럼 치료가 늦어진 건 차례가 밀려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4년째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부천재활요양병원에는 9월에 입원했다. 대기 반 년 만에 차례가 돌아왔다. 재활 치료 때문에 경북 상주에서 대구, 대전을 거쳐 부천까지 온 셈이다. 이 병원도 11월까지만 입원할 수 있다. 그 후 입원을 신청한 병원에서는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 씨의 고민이 깊다.오전 7시, 어김없이 눈을 떴다. 치료 일정이 꽉 차 있는 쌍둥이를 7시 반에 깨웠다. 세수하고 밥 먹이고 나면 8시 반. 대근육을 발달시키는 물리치료와 소근육을 발달시키는 작업치료를 연달아 받았다.입원하기 전 오른쪽 발을 끌고 다니던 정민이는 7월 다리뼈를 교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 때문에 똑바로 걷기 위한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씨는 정현이보다 몸이 더 불편한 정민이의 치료 과정을 일일이 따라다녔다.잠깐의 휴식이 끝나고 오전 11시 반, 자전거와 승마기구 치료를 받았다. 다리 근력을 키워주는 치료다. 지나가던 사람이 고개를 돌려 ‘이상하다’는 시선으로 아이를 보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걸을 수 있기를 엄마는 소망했다.물리치료 한 차례 더 받고 나면 점심시간. 미역국 계란장조림 시래기무침 김치. 두 아이 식사가 나오자 엄마까지 셋이 오순도순 나눠 먹었다. 오후에도 언어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가 차례로 이어졌다. 정민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건 아델리치료. 코르셋처럼 몸에 딱 맞는 ‘아델리슈트’를 입고 걷기 운동을 했다. 몸이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흔들리지 않도록 자세를 잡아주는 치료다.“힘들다고 하지 않던 정민이가 ‘숨을 못 쉬겠어, 엄마 얼른 퇴원하자’ 그래요.”그래도 언니처럼 걷고 싶다면서 참아냈다. 쌍둥이지만 걷기가 수월한 언니 정현이가 휠체어도 가져오며 동생 정민이를 보살폈다.오늘 치료가 끝났다. 밥도 먹고 놀기도 하면서 잠을 잘 준비를 시작했다. 때로는 5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다녀오기도 한다. 온종일 병실에 갇혀 ‘감옥살이’를 하는 젊은 엄마 이 씨에게 유일한 외출시간이다. 쌍둥이가 바람도 쐬고 잘 걷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먹고 싶은 게 많은 아이들 간식을 사기도 한다.오후 10시경 쌍둥이가 잠이 들었다. 온전히 이 씨 혼자만의 시간이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지만 눈은 말똥말똥, 잠은 오지 않는다. ‘다음은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나.’ 벌써 네 번째 병원이다.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에 제대로 치료를 받고 싶은데…. 병원조차 마음껏 다닐 수 없는 현실이 원망스럽다. 잠을 청하다 일어나 빨래를 하고 엄마들끼리 하소연도 한다. 12시가 넘어서야 다시 잠을 청해본다.3주 전 아빠가 입원 한 달 반 만에 병원에 왔다. 집 근처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자주 오던 다정한 아빠였다. 그러나 경북 김천에서 경기 부천까지 생계를 팽개치고 오가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해체되는 장애아 가정도 많다. 엄마와 장애 아이가 병원에 입원하면 아빠나 다른 가족과는 떨어져 살 수밖에 없다.다행히 치료비 부담은 덜하다. 장애아가 두 명이라 의료급여 지원을 받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이에 따라 매달 80만∼160만 원의 병원비를 내야 한다. 이 씨는 언어치료 미술치료 같은 비급여 진료비만 내고 있다.“쌍둥이가 아프니까 하루 종일 같이 있어요. 안 그랬으면 돈 벌러 나갔을 걸요. 하나만 아팠다면 하나는 다른 사람 손에 맡겨야 했을 거고요. 지금은 이렇게 살갑게 모여 지내요. 아니었다면 아이 어린시절을 오롯이 함께 보내는 기쁨을 모르지 않았을까 싶네요.”인터뷰 내내 어렵게 질문을 이어가던 기자에게 이 씨가 한 말이다. 어려운 현실에도 포기하지 않고 엄마가 두 아이와 함께 찾아낸 보물. 그것은 바로 ‘행복’이었다.▼ “우리 병원마저 재활치료 접으면 아이들 갈 곳 없어요” ▼지난해 19세 이하 장애인은 모두 10만 명. 그러나 어린이재활병원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민간병원들은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며 기피하는 진료 분야이기 때문이다.2008년 경기 부천시에 어린이재활병원인 꾸러기병원을 연 정순탁 원장(39·사진). 처음에는 소아병상만 100병상을 운영했다. 1년 뒤부터 성인병상을 늘리기 시작해 지금은 성인병상(120병상)이 소아병상(80병상)보다 많다. 올해 6월 아예 부천재활요양병원으로 이름도 바꿨다. 성인환자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다.“기본적으로는 건강보험 수가의 문제죠. 소아환자가 많을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니까요.”소아환자는 아직 관절 척추가 유연해 통증이 적다. 물리치료보다 운동치료에 시간을 쏟는다. 성인보다 치료사는 더 필요하고 의료기기는 덜 사용한다. 병원으로서는 수입은 그대로인데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수가는 성인과 소아가 같다.외래 진료를 받으면 하루 한 번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운동치료와 작업치료를 한꺼번에 받고 싶다면 입원을 해야 한다. 문제는 입원병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운동치료실, 작업치료실은 공간이 넉넉해야 한다. 이 공간을 모두 마련하려면 병원 측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재활치료는 근육과 뼈가 굳지 않은 7, 8세 이전에 집중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린이재활병원이 부족해 정현 정민 자매처럼 병원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천재활요양병원만 해도 낮 병동(하루 6시간 이상 치료를 받으면 입원으로 인정하는 제도)은 7개월, 입원 병동은 3개월가량 기다려야 한다. 현재 30명의 아이가 대기하고 있다. 정 원장은 “우리 병원이 소아재활을 접는다고 하면 아이들이 당장 갈 곳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대학병원은 기다리는 환자가 더 많다. 자칫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고, 치료환경도 썩 좋지 않다. 운동장같이 넓은 대학병원에서 주차하고 장애아를 업고 다니며 2, 3분 진료받는 일 자체가 버겁다. 꾸준히 치료를 받으려면 집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는 것이 좋다.정 원장은 “대학병원에서는 아이가 이상하다, 검사해 보니 뇌성마비다, 이런 이야기를 5분 안에 모두 들어야 한다. 엄마와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이야기인데 그렇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장애 진단을 내릴 때도 부모가 받아들일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려고 한다.재활병원은 어떻게 해야 늘어날까. 정 원장은 “수가를 올리는 것이 시급하지만 당장 어렵다면 바우처 지원이라도 제대로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언어나 미술치료 등을 받을 수 있는 장애치료 바우처가 지급되고는 있지만 기간도 짧고 지자체별로 들쑥날쑥하다는 것.그에게 병상 수를 줄여가면서도 소아재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장애아 치료도 보람이 크지만 사실 엄마 때문이기도 합니다. 병원 문을 열었을 당시 병실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세상에 어머니를 보내셨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도 어머님들의 노고에 격려를 보냅니다’란 글귀를 붙여두었습니다. 꿋꿋한 엄마들을 보며 받은 감동이 소아재활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힘입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6·25 전사자 보상금이 5000원이었던 사실이 밝혀져 국가유공자 홀대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일부 생존 국가유공자에게 병의원 진료비 76억 원을 환수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민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국가유공자와 가족은 관련법에 따라 건강보험과 국비지원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국비지원을 선택하면 전국 6곳의 보훈병원과 310곳의 위탁 병의원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병의원을 이용할 땐 건보공단 부담금까지 본인이 다 내야 한다.2002년 국가유공자 137만2000명 중 82.5%인 113만2000명은 건강보험을 선택했고, 17.5%인 24만 명은 국비지원을 택했다. 그러나 국비지원을 택한 이들 가운데 3만227명은 여전히 국가 지정 병원이 아닌 민간 병원을 이용했고, 2002∼2010년 건보공단이 부담한 진료비가 76억 원으로 집계된 것이다. 건보공단이 환수하려고 나선다면 1인당 평균 25만1858원을 물어내야 한다.최모 씨(63·서울 강동구)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최 씨는 2006년 건강보험에서 탈퇴했지만 그 후로도 3년간 대학병원에서 말기콩팥병 치료를 받았다. 건보공단이 6178만 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부담했다. 최 씨는 소득이 없는 상태다. 치매 치료를 받는 김모 씨(86·울산)도 2004∼2007년 일반 병원을 이용해 건보공단이 1000만 원을 부담했다. 김 씨는 2007년부터는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됐다.국가유공자들이 민간 병의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용할 수 있는 병의원의 수가 적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보훈병원은 9월 문을 연 중앙보훈병원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 1곳씩 모두 6곳뿐이다. 위탁지정병원은 국공립 의료원을 비롯해 310곳이라지만 병의원이 전국에 3만 개가 넘는 것에 비하면 1%에 불과하다. 국비지원으로 무상진료를 받는 대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진료비 환수 사실을 통보하기로 결정한 건보공단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의 손실을 막고 다른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환수하기는 해야 한다”면서도 “소득이 없는 고령 노인들이라 환수할 재산도 없고, 사정도 딱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환수 조치 대상 국가유공자 1만여 명(유가족 제외) 가운데 60대 이상은 80%에 달한다.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낳은 원인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료비 환수를 하기 전에 보훈병원의 진료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 유영옥 한국보훈학회장(경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은 “보훈병원의 수를 늘리고 질을 높여 국가유공자가 제대로 진료받을 수 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다”라며 “미국의 보훈병원은 171곳으로, 대통령과 부통령이 이용할 정도로 환경이 좋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올해 한국인 평균수명은 남성이 77.3세, 여성이 8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남성은 0.9세, 여성은 1.1세 수명이 늘었다. 유엔인구기금이 25일 발표한 ‘2011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수명은 남성 68.1세, 여성은 72.3세였다.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 남성은 9.2년, 여성은 11.7년 더 사는 ‘장수 국가’인 셈이다. 반면 북한의 평균수명은 남성 65.9세, 여성 72.1세로 세계 평균에 못 미쳤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한국 남성의 평균수명이 76.4세, 여성이 82.9세였다. 불과 1년 새 남성은 0.9세, 여성은 1.1세 늘어난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1.4명으로 전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2.5명)보다 1.1명 적었다. 아이를 적게 낳는 선진국의 평균인 1.7명보다도 적다. 한국은 182개국 중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1명), 오스트리아 포르투갈(1.3명)에 이어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았다. 다만 지난해(1.24명)보다는 개선됐다. 매년 발표되는 ‘세계인구현황보고서’의 평균수명과 합계출산율은 유엔인구기금이 5년간 평균을 바탕으로 자체 추정한 것이며 통계청 수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편 조만간 세계인구가 70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총인구는 69억7400만 명으로 2010년(69억870만 명)에 비해 6530만 명이 늘었다. 중국이 13억 4760만 명으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4840만 명으로 25위, 북한은 2450만 명으로 49위를 기록했다. 남북인구를 합하면 7290만 명으로 19위 수준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